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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이항복(李恒福) 다수

이항복 李恒福

조선 중기의 문신.
임진왜란 때 병조판서를 지내면서 많은 공적을 세웠으며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다.

1583년 대제학 이이의 천거로 이덕형과 함께 사가독서를 했으며, 그뒤 정자·저작·박사·봉교·수찬·이조좌랑 등을 역임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도승지로 선조를 의주까지 호위해 오성군에 봉해졌으며, 두 왕자를 평양까지 호위해 형조판서에 특진했고 오위도총부도총관을 겸했다.

 5차례에 걸쳐 병조판서를 지내면서 군을 정비했다.

1617년 인목대비 폐모론에 반대하다가 1618년 관직이 삭탈되고 함경도 북청에 유배되어 그곳에서 죽었다

임진왜란 때 병조판서를 지내면서 많은 공적을 세웠으며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다.

본관은 경주(慶州). 일명 오성대감(鰲城大監). 자는 자상(子常), 호는 필운(弼雲)·백사(白沙)·동강(東岡).

이제현(李齊賢)의 후손으로, 아버지는 참찬 몽량(夢亮)이고, 권율(權慄)의 사위이다.

9세에 아버지를, 16세에는 어머니를 여의었다. 1574년(선조 7) 성균관에 들어갔으며, 1580년 알성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부정자가 되었다.

1583년 대제학 이이(李珥)의 천거로 이덕형(李德馨)과 함께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했으며, 그뒤 정자·저작·박사·봉교·수찬·이조좌랑 등을 역임했다.

선조의 신임을 받아 직제학·우승지를 거쳐 1590년 호조참의가 되었고, 정여립(鄭汝立)의 모반사건을 처리한 공로로 평난공신(平難功臣) 3등에 녹훈되었다.

좌승지로 재직중 정철(鄭澈)의 죄를 처리하는 데 태만했다 하여 탄핵을 받고 파면되었으나 곧 복직되어 도승지에 발탁되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도승지로 선조를 의주까지 호위해 오성군(鰲城君)에 봉해졌으며, 두 왕자를 평양까지 호위해 형조판서에 특진했고 오위도총부도총관을 겸했다. 조정에서 왕에게 함흥으로 피난하기를 청했을 때 함흥은 명나라와 교통할 수 없으므로 영변으로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또한 이덕형과 더불어 명나라에 속히 구원을 청하기를 주청했고 윤승훈(尹承勳)을 해로로 호남지방에 보내어 근왕병(勤王兵)을 일으키게 했다.

명나라에서는 조선이 왜병을 끌어들여 명나라를 침공하려 한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었으나, 병부상서 석성(石星)의 조사 후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군대를 파견했다.

1593년 세자(뒤의 광해군)가 남쪽에 분조(分朝)를 설치하고 경상도와 전라도의 군무를 맡아볼 때 대사마(大司馬)로 세자를 보필했다.

다음해 봄 전라도에서 송유진(宋儒眞)의 반란이 일어나자 여러 관료들이 세자와 함께 환도를 주장했으나 이에 반대하고 반란을 진압했다.

 이후 5차례에 걸쳐 병조판서를 지내면서 군을 정비했다.

그뒤 문홍도(文弘道)가 유성룡(柳成龍)이 휴전을 주장했다고 하면서 탄핵하자 자신도 휴전에 동조했다며 사의를 표명했으나 도원수 겸 체찰사에 임명되어 남도 각지를 돌며 민심을 선무했다.

1600년 영의정에 오르고 다음해 호종공신(扈從功臣) 1등에 책록되었다.

 1602년 정인홍(鄭仁弘)·문경호(文景虎) 등이 성혼(成渾)이 최영경(崔永慶)을 모함하고 살해하려 했다고 하며 성혼을 공격하자 성혼의 무죄를 변호하다가 정철의 당이라는 혐의를 받아 자진하여 영의정에서 사퇴했다. 1608년 다시 좌의정에 임명되었다.

광해군 즉위 후 정권을 잡은 북인이 광해군의 친형인 임해군(臨海君)을 살해하려 하자, 이에 반대함으로써 정인홍 일당의 공격을 받고 사퇴의사를 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뒤에도 북인이 선조의 장인 김제남(金悌男) 일가를 역모혐의로 멸산시키고 영창대군(永昌大君)을 살해하는 등 정권 강화작업을 벌이자 적극 반대했다.

 1613년(광해군 5) 다시 북인의 공격으로 물러났으나 광해군의 선처로 좌의정에서 중추부로 자리만 옮겼다.

1617년 인목대비(仁穆大妃) 폐모론에 반대하다가 1618년 관직이 삭탈되고 함경도 북청에 유배되어 그곳에서 죽었다.

그해 관작이 환급되고 포천에 예장되었다.

저서로는 〈사례훈몽 四禮訓蒙〉·〈주소계의 奏疏啓議〉·〈노사영언 魯史零言〉·〈백사집〉·〈북천일록 北遷日錄〉 등이 있다.

포천 화산서원(花山書院), 북청 노덕서원(老德書院)에 제향되었다.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종군행(從軍行)-이항복(李恒福)
군대를 따라-이항복(李恒福)

西湖轉粟當嚴冬(서호전속당엄동) : 서호에서 곡식을 운반하는데 엄동설한을 만나
萬民難給千夫膳(만민난급천부선) : 만 백성이 성인 천 사람의 식량도 공급하기 어렵다.
師到南原拍馬廻(사도남원박마회) : 군사가 남원에 와서는 말 채찍질하여 돌아가는데
賊衆猶屯求禮縣(적중유둔구례현) : 적의 무리는 아직도 구례현에 주둔하여있다.
萬竈貔貅霜滿野(만조비휴상만야) : 수만의 군사 용맹하고 서리는 들에 가득 끼어
天兵搜粟疲人泣(천병수속피인읍) : 천병의 곡식 요구에 피폐한 백성 울어댄다.
懸知本爲活我來(현지본위활아래) : 본래 우리를 살려내려 왔음은 충분히 알지만
不耐妻兒眼前急(불내처아안전급) : 처자식의 당장 급한 처지를 견뎌낼 수 가 없도다.
沙塵捲地野微明(사진권지야미명) : 모래 먼지가 땅을 말아 들판이 희미하고
鐵騎千群曉撇挨(철기천군효별애) : 철기병 천여 명이 새벽부터 뛰어 달리는구나.
師行千里日兼程(사행천리일겸정) : 천리 행군 이틀 길을 하루에 가노라니
石上斑斑馬蹄血(석상반반마제혈) : 말발굽의 피가 흘러 돌 위에 얼룩졌도다.
曠野無煙風怒號(광야무연풍노호) : 넓은 들판에 인적은 없고 바람만 거센데
將軍曉發哀笳咽(장군효발애가인) : 장군이 새벽에 출발하니 호가 소리에 목멘다.
腥雲和雨撲人顔(성운화우박인안) : 비린내 나는 구름은 비와 섞여 사람의 얼굴을 때려
凍作征夫萬鬢雪(동작정부만빈설) : 수많은 군사의 귀 밑머리에 고드름을 얼린다.

 

 

고우(苦雨)-이항복(李恒福)
장마-이항복(李恒福)

苦雨連旬夜徹明(고우련순야철명) : 장마비 열흘 동안 주야로 계속 되어
曉庭雲物太縱橫(효정운물태종횡) : 새벽 뜰의 구름 안개 너무나 자욱하다.
牀牀避漏人何限(상상피루인하한) : 침상마다 새는 새는 비 피하는 사람을 어찌 원망하며
種種緣愁髮幾莖(종종연수발기경) : 종종 시름으로 백발은 몇 줄기나 더했는가.
沙捲洑流穿竈入(사권보류천조입) : 모래는 봇물에 밀려서 부엌까지 들고
蛙隨驚犬上墻鳴(와수경견상장명) : 개구리는 놀란 개를 따라 담장에 올라 울고 있다.
鍾城戰血今如海(종성전혈금여해) : 종성의 전쟁의 피가 지금 바다와 같아
天厭頑胡爲洗兵(천염완호위세병) : 하늘이 싫어하여 오랑캐 군대를 비에 젖게 하는구나.

 

 

무제(無題)-이항복(李恒福)
무제-이항복(李恒福)

簾外遊塵映隙曛(렴외유진영극훈) : 주렴 밖의 떠도는 먼지는 햇살에 비치는데
春情無賴對黃昏(춘정무뢰대황혼) : 춘정을 달랠 길 없어 황혼을 마주 바라본다.
王孫獵罷歸來晩(왕손렵파귀래만) : 왕손이 사냥 끝내고 저물녘에 돌아오니
活火金壺麝酒溫(활화금호사주온) : 타는 불 위에 금 술잔의 사향주가 따뜻하다.
楚臺春夢未分明(초대춘몽미분명) : 초나라 누대의 봄꿈은 아련하지만
雲雨猶堪惱半生(운우유감뇌반생) : 운우의 정이 오히려 반평생을 괴롭게 한다.
人世此歡應勝夢(인세차환응승몽) : 인간 세상의 이 즐거움 꿈보다 나으련만
却嫌行樂不多情(각혐행악불다정) : 도리어 행락의 다정하지 못하여 싫어하노라

 

 

산수도(山水圖)-이항복(李恒福)
산수도-이항복(李恒福)

江虛月露明(강허월로명) : 강은 비어있고 달 아래 이슬은 밝고
夜久松杉寂(야구송삼적) : 깊은 밤, 소나무 삼나무는 고요하다
漁人未歸來(어인미귀래) : 어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浪擊溪頭石(랑격계두석) : 물결은 시냇가의 돌을 치는구나.
驢後小兒隨(려후소아수) : 당나귀 뒤에는 어린아이 따라가고
驢前風日好(려전풍일호) : 당나귀 앞에는 살랑거리는 바람 날씨가 좋다
無人語所思(무인어소사) : 생각난 것 이야기 나눌 사람 아무도 없어
獨自行長道(독자행장도) : 혼자서 먼 길을 가야만 하는구나
落雁帶斜景(락안대사경) : 내려앉는 기러기 석양빛을 띠고
雲濤浮遠空(운도부원공) : 구름 같은 파도는 먼 공중에 떠 있도다.
無心坐篷底(무심좌봉저) : 무심히 봉창 아래 앉으니
何處是江東(하처시강동) : 어느 곳이 곧 강동 땅이란 말인가

 

 

江閣觀雨(강각관우)-李恒福(이항복)
강가 누각에서 내리는 비를 보다-李恒福(이항복)

雲間日脚漏靑蕪(운간일각루청무) : 구름 사이로 햇발이 새어나와 순무를 비추고
雲外靈珠一點孤(운외령주일점고) : 구름 밖에 영주봉이 한 점 가물거린다.
風自遠峯來有響(풍자원봉래유향) : 먼 봉우리에서 바람소리 들려오고
朦朦吹雨過平湖(몽몽취우과평호) : 흠뻑 비를 날리며 평평한 호수를 지나간다.

 

 

棄婦(기부)-李恒福(이항복)
버림받은 부인-李恒福(이항복)

天寒落日細煙生(천한락일세연생) : 날씨는 차고 해는 지고 가는 연기 피어올라
白屋蕭蕭機杼鳴(백옥소소기저명) : 흰 집은 쓸쓸하고 베 짜는 소리 울린다.
枕上鴛鴦若解語(침상원앙약해어) : 베개머리의 원앙은 사람 말소리 아는 것 같아
爲教傅道妾分明(위교부도첩분명) : 전하여 말하게 하니 첩이 알아듣는구나.

 

 

雨中偶吟(우중우음)-李恒福(이항복)
비 내리는 속에서 우연히-李恒福(이항복)

急雨鳴山攪客眠(급우명산교객면) : 소나기 산을 울려 나그네 잠을 깨우고
檻前屛壁忽蒼然(함전병벽홀창연) : 난간 앞에 병풍처럼 늘어선 벽이 갑자기 푸르다.
雀因鬪粟翻階散(작인투속번계산) : 참새가 밤을 다투어 섬돌 앞에 날개 펄럭이고
蛛爲遮蜂結網懸(주위차봉결망현) : 거미는 벌을 잡아 거미줄에 매어단다
等把勝輸推物理(등파승수추물리) : 뛰어난 암시를 얻어 사물의 이치 생각하니
不將癡黠較機權(불장치힐교기권) : 어리석고 약은 지혜로 기회를 저울질하지 말라.
年來自斷吾生久(년래자단오생구) : 스스로 나의 생이 긴 줄로 알았으나
行止非人況問天(행지비인황문천) : 행하고 그치는 것 사람의 것 아닌데 하물며 하늘에 물으랴.

 

 

坐夜(좌야)-李恒福(이항복)
밤에 앉아서-李恒福(이항복)

外物日千變(외물일천변) : 외물은 날마다 수없이 변하는데
此心長寂寥(차심장적요) : 마음은 오래도록 적료하구나.
床頭燈烱烱(상두등경경) : 책상 앞의 등불은 빛나고
窓下雨蕭蕭(창하우소소) : 창문 아래 비는 쓸쓸히 내린다.

 

 

病後曉起(병후효기)-李恒福(이항복)
병난 후 새벽에 일어나 -李恒福(이항복)

蘺落蕭蕭一犬鳴(리락소소일견명) : 이락은 쓸쓸하고 개 짖는 소리 들려오고
天河寥闊曙霜淸(천하요활서상청) : 은하수 아득하고 새벽녘 서리는 맑아라.
貧家晝短夜多事(빈가주단야다사) : 가난한 집은 낮 시간도 짧고 밤에도 할 일 많고
曉井月明聞語聲(효정월명문어성) : 새벽녘 우물에 달은 밝아 사람의 말소리 들려온다.

 

 

기신경숙(寄申敬叔)-이항복(李恒福)
신경숙에게-이항복(李恒福)

兩地俱爲放逐臣(양지구위방축신) : 두 처지가 모두 쫓겨난 신하
中間消息各沾巾(중간소식각첨건) : 간간이 들리는 소식에, 눈물이 수건을 적시네
淸平山下昭陽水(청평산하소양수) : 청평산 아래의 소양강물은
日夜西流到漢津(일야서유도한진) : 주야로 흘러 임금 계신 한강 나루에 이르리

 

 

가야산중작(伽倻山中作)-이항복(李恒福)
가야산 속에서 짓다-이항복(李恒福)

蒼然暮色來霜藤(창연모색래상등) : 창연한 저문 빛은 서리 낀 등나무에 내리고
新月出林西日下(신월출림서일하) : 초승달은 숲에서 나오고 서산의 해가 진다.
問爾山中老樹精(문이산중로수정) : 묻노니 너 산중의 늙은 나무의 정령
今宵應見孤雲過(금소응견고운과) : 오늘 밤 응당히 최 고운이 지나는 것 보리라.

 

 

대구도중(大丘道中)-이항복(李恒福)
대구 가는 길에-이항복(李恒福)

芳郊日煖新陽靜(방교일난신양정) : 꽃다운 들판 날은 따뜻하고 새 볕이 고요한데
無數鶬鶊恣意鳴(무수창경자의명) : 무수한 꾀꼬리들은 제 마음껏 울어 댄다.
滿眼午慵和夢過(만안오용화몽과) : 눈에 가득 한낮의 피곤함에 꿈 꾸며 지나니
一林官路不分明(일림관로불분명) : 온 숲속에 관로가 흐릇하게 보이는구나.

 

 

산수도1(山水圖1)-이항복(李恒福)
산수도-이항복(李恒福)

江虛月露明(강허월로명) : 강이 비니 달이 밝게 드러나고
夜久松杉寂(야구송삼적) : 밤 깊어 소나무와 삼나무가 고요하다.
漁人未歸來(어인미귀래) : 어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浪擊溪頭石(랑격계두석) : 물결이 개울머리 바위를 때리는구나.

 

 

산수도2(山水圖2)-이항복(李恒福)
산수도-이항복(李恒福)

驢後小兒隨(려후소아수) : 당나귀 뒤에 어린아이 따라가고
驢前風日好(려전풍일호) : 당나귀 앞에는 바람에 날씨가 개었다.
無人語所思(무인어소사) : 생각한 것 함께 나눌 사람 없어
獨自行長道(독자행장도) : 쓸쓸히 혼자서 머나먼 길을 가노라.

 

 

산수도3(山水圖3)-이항복(李恒福)
산수도-이항복(李恒福)

落雁帶斜景(락안대사경) : 내려앉는 기러기 석양빛 띠고
雲濤浮遠空(운도부원공) : 하늘가의 파도 멀리 공중에 떠 있다,
無心坐篷底(무심좌봉저) : 아무 생각 없이 봉창 아래 앉으니
何處是江東(하처시강동) : 어느 곳이 바로 강동 땅이란 말이냐.

 

 

삼물음3(三物吟)3-이항복(李恒福)
매미-이항복(李恒福)

只向涼霄飮秋露(지향량소음추로) : 다만 서늘한 하늘에서 가을 이슬 마시고
不同群鳥競高枝(불동군조경고지) : 뭇 새들과 함께 높은 가지 다투지 않는가
傳語螳蜋莫追捕(전어당랑막추포) : 말 전하노니, 버마재비야 매미를 잡지 말라
人間何物不眞癡(인간하물불진치) : 인간 무엇인가, 진짜 바보는 아닐 것이네

 

 

삼물음2(三物吟)2-이항복(李恒福)
쥐-이항복(李恒福)

廁鼠數驚社鼠疑(측서수경사서의) : 측간 쥐는 자주 놀라고, 사당 쥐는 의심 사니
安身未若官倉嬉(안신미약관창희) : 몸 보호하기는 관창에서 즐겁게 노닒만 못하리라
志須滿腹更無事(지수만복경무사) : 마음은 배불리 먹고 또 무사하길 바라나
地塌天傾身始危(지탑천경신시위) : 땅 꺼지고 하늘 기울면, 몸이 비로서 위태해진다

 

 

삼물음1(三物吟)1-이항복(李恒福)
올빼미-이항복(李恒福)

側頭伺隙掠人飛(측두사극략인비) : 머리 돌려 살펴다가 약탈하여 날아가고
飽滿盤天誰識汝(포만반천수식여) : 배부르면 하늘을 돌아다니니 누가 알겠는가
時同鸞鵠恣遊嬉(시동란곡자유희) : 때로 난새, 고니와 방자히 놀기도 하지만
只是中心在腐鼠(지시중심재부서) : 오로지 속마음은 썩은 쥐 노림에 있다오

 

 

술회(述懷)-이항복(李恒福)
회포를 적다-이항복(李恒福)

臣願封留足(신원봉류족) : 신은 유후에 봉해진 것 만족한데
人言坐事輕(인언좌사경) : 사람들은 일에 연좌된게 가볍다 한다
寧無樹爲屋(녕무수위옥) : 어찌 지붕 만들 나무야 없겠으며
不敢遠逃生(불감원도생) : 감히 살려고 도망하진 못하리라
守固窮猶泰(수고궁유태) : 지킴이 견고하니 궁해도 태연하고
神安險亦平(신안험역평) : 심신이 편안하니 험난함도 평안하리라
瑤琴絃久絶(요금현구절) : 좋은 거문고 줄 끊어진 지 오래이니
亦恐有繁聲(역공유번성) : 또한 번거로운 소리이 있을까 두렵도다

 

 

우중(雨中)-이항복(李恒福)
비는 내리는데-이항복(李恒福)

終日簷床露脚垂(종일첨상로각수) : 종일토록, 처마 아래 평상에 다리 걸치니
薄雲籠樹雨如絲(박운롱수우여사) : 얇은 구름 숲을 싸고 가랑비 실처럼 주루르
閒中未是都無事(한중미시도무사) : 한가함 속에도 전혀 일 없던 건 아니지만
養得新蕉過短籬(양득신초과단리) : 새 파초 키워 울타리보다 높이 올라가는구나

 

 

복천사동대제승축(福泉寺東臺題僧軸)-이항복(李恒福)
복천사 동대에서 승축에 제하다-이항복(李恒福)

林僧問我何爲者(림승문아하위자) : 산승이 나에게 무엇 하는 사람이냐 하니
我笑不膺僧改容(아소불응승개용) : 웃기만 하고 응하지 않으니 스님 얼굴빛이 변한다
坐久中心忽有得(좌구중심홀유득) : 오래 앉으니 마음속에 문득 얻은 것 있어
掀眉熟視天王峯(흔미숙시천왕봉) : 나는 눈썹 치켜들고 천왕봉을 익숙히 바라보노라

 

 

귀도장방벽사천열불과행((歸途將訪甓寺天熱不果行)-이항복(李恒福)
귀로에 벽사에 가려고 하였으나 더워서 가지 못하다-이항복(李恒福)

寺下長江江上山(사하장강강상산) : 절 아래는 긴 강, 강 위에는 산이라
人間無路水漫漫(인간무로수만만) : 사람이 다닐 길은 없고 물만 가득하다
三朝老樹秋陰引(삼조로수추음인) : 세 왕조의 늙은 나무 가을 그늘 끌어오고
五月天風佛骨寒(오월천풍불골한) : 오월의 하늘 바람은 부처의 뼈가 차가우리
飛閣捲簾圖畫裏(비각권렴도화리) : 높은 전각에 주렴 걷으니 그림 속같고
晴窓鳴磬雨花間(청창명경우화간) : 갠 창에는 풍경 소리 꽃비가 내리는 듯하다
蒸炎挽斷東歸興(증염만단동귀흥) : 찌는 더위가 동쪽으로 갈 흥을 끊어 버리니
悵望雲邊碧數鬟(창망운변벽수환) : 구름 가의 두어 푸른 봉우리들 서글피 바라본다

 

 

중유승가사(重遊僧伽寺)-이항복(李恒福)
승가사에서 다시 놀다-이항복(李恒福)

重來不覺歲崢嶸(중래불각세쟁영) : 다시 오니 한 해가 저물었는데
吾輩三人昔此行(오배삼인석차행) : 우리들 세 사람 전에 이 곳을 왔었다네
塔上古皇餘舊面(탑상고황여구면) : 탑 위의 고황은 옛날에 본 듯 하고
岸頭新燕作春聲(안두신연작춘성) : 언덕 머리 제비는 봄소리 부르는구나
長安車馬地中殷(장안차마지중은) : 장안의 거마 소리는 땅에서 진동하고
江漢波濤天外鳴(강한파도천외명) : 강한의 파도 소리는 하늘 밖에 울린다
白酒三杯拂衣去(백주삼배불의거) : 막걸리 석 잔 마신 뒤에 소매 떨치고 떠나니
山僧只道老書生(산승지도로서생) : 산승은 다만 늙은 서생이라 말하는구나

 

 

제박연도(題朴淵圖)-이항복(李恒福)
박연도에 제하다-이항복(李恒福)

靈湫隱隱深成臼(령추은은심성구) : 영추는 은은하게 깊이 파여 우묵하고
其下蒼屛如甕剖(기하창병여옹부) : 그 아래 푸른 절벽은 쪼개진 항아리 같도다
飛潢一派殷遠空(비황일파은원공) : 나는 듯 은하 한 가닥 먼 공중에 진동하고
乾竇沈沈銀漢逗(건두침침은한두) : 서북쪽이 침침하게 은하수가 머물러 있도다
昔我尋眞三弟兄(석아심진삼제형) : 그 옛날 우리들이 삼 형제 신선 찾을 적에
與客一人爲四友(여객일인위사우) : 나그네 한 사람과 함께 네 친구 되었도다
風騷話本落人間(풍소화본락인간) : 풍소에 관한 얘깃거리 인간세계에 떨어지니
晴晝空堂雷雨吼(청주공당뢰우후) : 맑은 대낮 빈 집에 천둥 비 몰아친 듯하였고
耦立松前巾屨同(우립송전건구동) : 소나무 앞에 나란히 서니 건구가 똑같았도다
試問何者當時吾(시문하자당시오) : 묻노라, 그 당시에 어떤 사람이 나였던가
巢崖水鶴今無見(소애수학금무견) : 절벽에 둥지 튼 학은 지금 보이지 않으니
來往靑田長幾雛(래왕청전장기추) : 청전산을 왕래하며 새끼를 몇 마리나 길렀는가

 

 

춘일춘유(春日春遊)-이항복(李恒福)
봄놀이-이항복(李恒福)

芳郊氣煖惠風徐(방교기난혜풍서) : 꽃다운 들판, 날은 화창하고 바람 살랑거리고
天朗衣輕體自舒(천랑의경체자서) : 하늘은 맑고 옷차림은 가벼워 몸은 편안하다
縱蹇平原隨所往(종건평원수소왕) : 둔한 말이라도 말 가는 대로 들판을 따라가며
杜鵑多處少蹰躇(두견다처소주저) : 두견화가 많은 곳에선 잠깐 머뭇거리며 논다

 

 

우중우음(雨中偶吟)-이항복(李恒福)
빗속에 우연히 읊다-이항복(李恒福)

急雨鳴山攪客眠(급우명산교객면) : 소낙비 산을 울려 나그네 잠 깨워
檻前屛壁忽蒼然(함전병벽홀창연) : 난간 앞에 두른 절벽 갑자기 푸르구나
雀因鬪粟翻階散(작인투속번계산) : 참새는 다투어 곡식 좇아 뜨락에 흩어지고
蛛爲遮蜂結網懸(주위차봉결망현) : 거미는 벌을 잡으려 그물을 치고 매달렸도다
等把勝輸推物理(등파승수추물리) : 승부로 사물의 이치 추구함과 같이하여
不將癡黠較機權(불장치힐교기권) : 어리석음과 교활함으로 기회를 겨루지도 않으리
年來自斷吾生久(년래자단오생구) : 최근에 스스로 나의 생명 판단한 지 오래거니
行止非人況問天(행지비인황문천) : 떠나고 머묾은 사람이 일 아닌데 하물며 하늘에 물을까

 

 

단오사선묘(端午思先墓)-이항복(李恒福)
단오날 선묘를 생각하다-이항복(李恒福)

忠孝傳家及此身(충효전가급차신) : 충효를 대대로 전하여 이 몸에 이르러
爺孃常戒汝爲人(야양상계여위인) : 양친께서 너희들 사람 되라 경계하였다
龍荒是日天連海(룡황시일천련해) : 오랑캐 땅 오늘 하늘과 바다 닿아
每聽林烏哭令辰(매청림오곡령진) : 좋은 때를 울어주는 까마귀 소리 들린다

 

 

중유승가사(重遊僧伽寺)-이항복(李恒福)
승가사에서 다시 놀다-이항복(李恒福)

重來不覺歲崢嶸(중래불각세쟁영) : 또다시 찾으니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吾輩三人昔此行(오배삼인석차행) : 우리 세 사람 예전에도 이 곳을 왔었네
塔上古皇餘舊面(탑상고황여구면) : 탑 위의 고황에는 옛 모습 남았는데
岸頭新燕作春聲(안두신연작춘성) : 언덕 머리 제비들은 봄의 소리를 하네
長安車馬地中殷(장안차마지중은) : 장안의 말과 수레 소리는 땅에 진동하고
江漢波濤天外鳴(강한파도천외명) : 강수와 한수의 파도소리 하늘 밖에 울리네
白酒三杯拂衣去(백주삼배불의거) : 탁주 석 잔에 옷소매 떨치고 떠나가니
山僧只道老書生(산승지도로서생) : 산승은 다만 늙은 서생이라 말하네

 

 

신일취족소작(辰日聚族小酌)-이항복(李恒福)
신일에 가족과 술을 마시며-이항복(李恒福)

賤降茲辰吉(천강자진길) : 천한 내가 이 좋은 때에 나서
荒郊竝二難(황교병이난) : 황량한 교외에서 두 난리를 겪었구나
徵歌如訪士(징가여방사) : 노래 부르는 건 선비를 찾는 것
度曲若循環(도곡약순환) : 노래의 절주는 고리가 구르는 듯
群玉盈庭喜(군옥영정희) : 뛰어난 자제들은 뜰에 가득 기쁘고
淸詩入座寒(청시입좌한) : 청초한 시는 좌석에 들어 차갑도다
敍天倫樂事(서천륜악사) : 천륜의 즐거운 일을 벌이니
忘却在衡關(망각재형관) : 누추한 집에 있음도 잊어버렸도다

 

 

왕심리첨망도성유감(往心里瞻望都城有感)-이항복(李恒福)
왕심리에서 도성을 바라보며-이항복(李恒福)

一出都門萬事灰(일출도문만사회) : 한 번 도문을 나오니 만사가 그만
舊遊陳迹首重廻(구유진적수중회) : 옛 놀이 묵은 자취 머리 거듭 기억난다
浮天好在終南色(부천호재종남색) : 하늘에 뜬 종남산, 산 빛은 좋은데
佳氣葱蘢紫翠堆(가기총롱자취퇴) : 아름다운 기운 가득하고 자주색 비취빛 쌓였구나

 

 

불매(不寐)-이항복(李恒福)
잠 못 이루며-이항복(李恒福)

世亂疎儒術(세란소유술) : 어지러운 세상, 공자 가르침 멀고
時危忌太言(시위기태언) : 시절 위태로워 대언을 꺼리는구나
不眠憂社稷(불면우사직) : 잠 못 이루고 나라 걱정하면서도
無力濟黎元(무력제려원) : 창생들을 구제할 만한 힘도 없도다
草草新年夢(초초신년몽) : 초조해 하는 것은 새해의 꿈
蕭蕭古驛軒(소소고역헌) : 쓸쓸한 것은 옛 역사로다
家鄕已千里(가향이천리) : 고향집 벌써 천리나 멀어
誰肯問寒暄(수긍문한훤) : 그 누가 내 안부를 물어줄거나

 

 

덕산역(德山驛)-이항복(李恒福)
덕산역에서-이항복(李恒福)

古驛荒涼雪壓籬(고역황량설압리) : 황량한 고역, 흰 눈은 울타리르 누르고
僕夫相伴夜啼飢(복부상반야제기) : 노복들은 한밤중에 배고프다 울어 댄다
騷家情景嘗應盡(소가정경상응진) : 시인의 정취는 일찍이 다했을 것인데
天遣詩豪發妙思(천견시호발묘사) : 하늘이 시인을 보내어 묘한 생각 열어준다

 

 

함원역(咸原驛)-이항복(李恒福)
함원역에서-이항복(李恒福)

玄石山頭雪(현석산두설) : 현석산 꼭대기에 쌓인 눈
吹來驛路霜(취래역로상) : 불어와서 역로는 하얀 서리
隨風迷大陸(수풍미대륙) : 바람 따라 온 땅을 헤매니
寒日淡無光(한일담무광) : 찬 햇빛에 희미하여 광채도 없다

 

 

이월초육일도북청(二月初六日到北靑)-이항복(李恒福)
이월 육일에 북청에 이르러-이항복(李恒福)

古堠松牌記北靑(고후송패기북청) : 옛 돈대의 소나무 팻말에 북청이라 쓰였는데
板橋西畔少人迎(판교서반소인영) : 판교의 서쪽 둔덕에서 마중 나오는 이 적구나
群山定欲囚豪傑(군산정욕수호걸) : 뭇 산들은 정히 호걸을 가두고자 하여
回望千峯鎖去程(회망천봉쇄거정) : 돌아보니, 일천 봉우리가 갈 길을 막아 버린다

 

 

야좌(夜坐)-이항복(李恒福)
밤에 앉아-이항복(李恒福)

終宵默坐算歸程(종소묵좌산귀정) : 밤새도록 묵묵히 앉아 돌아온 길 헤아리는데
曉月窺人入戶明(효월규인입호명) : 새벽달 사람 엿보며 문에 들어와 밝도다
忽有孤鴻天外過(홀유고홍천외과) : 갑자기 외기러기 하늘 밖에서 지나가니
來時應自漢陽城(래시응자한양성) : 올 때는 응당 한양성에서 출발했으리라

 

 

단오사선묘(端午思先墓)-이항복(李恒福)
단오에 선묘를 생각하며-이항복(李恒福)

忠孝傳家及此身(충효전가급차신) : 충효를 대대로 집안에 전하여 나에게 왔는데
爺孃常戒汝爲人(야양상계여위인) : 부모님께서 항상 너 사람 되라 경계하셨도다
龍荒是日天連海(룡황시일천련해) : 오랑캐 땅 오늘은 하늘과 바다가 연접했는데
每聽林烏哭令辰(매청림오곡령진) : 좋은 때에 곡하는 숲속 까마귀 소리 매번 들린다

 

 

사월초이일상강(四月初二日霜降)-이항복(李恒福)
사월 초이튿날 서리가 내리다-이항복(李恒福)

人事天時孰主張(인사천시숙주장) : 사람의 일과 하늘의 때를 누가 주관하는지
征途搔盡鬢滄浪(정도소진빈창랑) : 가는 도중 창랑수에 귀밑머리 긁어 다 빠진다
君王欲識蒼生事(군왕욕식창생사) : 임금님께서 만 백성의 일을 아시려 하면
四月光州有殞霜(사월광주유운상) : 사월 하늘, 광주 고을에 서리가 내렸습니다

 

 

영암도중(靈巖途中)-이항복(李恒福)
영암으로 가면서-이항복(李恒福)

昏昏走世未安足(혼혼주세미안족) : 혼란한 세상 분주하니 발이 편치 못하고
忽忽對山多厚顔(홀홀대산다후안) : 홀연히 산을 마주보니 너무나 부끄럽구나
北望殷憂不可攬(북망은우불가람) : 북쪽 바라보니 큰 근심을 억누 수 없는데
南來疵政詎能刪(남래자정거능산) : 남쪽에 와보니 잘못된 정치 어찌 없앨 수 있을까
浮榮如酒醉千日(부영여주취천일) : 덧없는 영화는 술과 같아 천 일을 취하고
好鳥弄人鳴百般(호조롱인명백반) : 좋은 새는 사람을 놀려 갖가지로 울어 대는구나
心與事違十八九(심여사위십팔구) : 마음과 일이 어긋난 것이 십중팔구나 되니
時危深覺丈夫難(시위심각장부난) : 위태한 시절 대장부 되기 어려움을 깊이 깨닫는다

 

 

우후순변(雨後巡邊)-이항복(李恒福)
비 내린 뒤에 변방을 순찰하며-이항복(李恒福)

雨後旌旗媚夕陽(우후정기미석양) : 비 온 뒤의 깃발은 석양 아래 아름답고
萬條楊柳拂陂塘(만조양류불피당) : 수 만 가지 수양버들은 둑에서 날리는구나
慙吾宦迹偏榮達(참오환적편영달) : 부끄럽구나, 내 벼슬길 특별히 영달하여
四十元戎鬢未蒼(사십원융빈미창) : 귀밑머리 시꺼먼 마흔 살의 원수라니

 

 

대우우음(對雨偶吟)-이항복(李恒福)
비를 우연히 읊다-이항복(李恒福)

衙罷仍憑几(아파잉빙궤) : 아문을 퇴청하고 안석에 기대어
淸談到夕曛(청담도석훈) : 맑은 이야기들 저물녘까지 이어졌다
庭花受微雨(정화수미우) : 뜨락의 꽃 가랑비를 맞은 후에
岸樹入重雲(안수입중운) : 언덕 나무는 짙은 구름 속으로 드는구나
過眼年遲暮(과안년지모) : 눈에 스친 건 저물어 가는 세월이고
當前事糾紛(당전사규분) : 앞에 당면한 것은 분란한 일들이로구나
征西多佐吏(정서다좌리) : 정서장군에게는 도우는 관리 많았으니
深愧庾將軍(심괴유장군) : 유 장군에게 나는 몹시도 부끄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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