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자해(飮酒自解)-장유(張維) 음주에 대한 변명-장유(張維)
我本不能飮(아본부능음) : 나는 원래 술 마시지 못하여 每被酒客笑(매피주객소) : 늘 술꾼들 비웃음 받았어라. 及此抱幽憂(급차포유우) : 그 때문에 이렇듯 우울증에 걸려 頗用酒自療(파용주자료) : 조금씩 마시며 마음 달래노라. 村醪雖酸薄(촌료수산박) : 시골 막걸리 털털해도 箇中自有妙(개중자유묘) : 그 속에 묘한 맛 들어 있어라. 傾來輒醺然(경내첩훈연) : 한 잔 기울이면 얼큰해져서 不待數杓釂(부대삭표조) : 몇 잔까지 마실 필요 아예 없어라. 閑愁忽銷融(한수홀소융) : 어느새 풀어지는 근심 덩이 渙若雪投燎(환야설투료) : 마치 눈송이가 화톳불에 떨어진 듯하여라. 兀然忘身世(올연망신세) : 기구한 이내 신세 잊어버리고 隨意發歌歗(수의발가歗) : 내키는 대로 한 곡조 불러보노라. 當期得意時(당기득의시) : 내 마음 흡족하게 술기운 돌면 興與嵇阮肖(흥여혜완초) : 혜강과 완적의 차원도 비슷하여라. 却笑病酗人(각소병후인) : 우스워라, 술 먹고 주정하는 사람 千鍾恣狂呌(천종자광규) : 수 천 종의 술 마시고 미친 듯 소리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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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焚香)-장유(張維) 향을 피우며-장유(張維)
淸夜坐焚香(청야좌분향) : 맑은 밤 단정히 앉아 향불 피우니 香煙裊裊起(향연뇨뇨기) : 향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火盡煙則滅(화진연칙멸) : 불이 다하니 연기도 사라시고 煙滅香不死(연멸향부사) : 연기는 사라져도 향기는 여전하다. 只是看不見(지시간부견) : 단지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定在虛空裏(정재허공리) : 정녕 허공중에 감돌고 있으리라. 何緣問香嚴(하연문향엄) : 어찌하면 향엄에게 물을 기회 얻어 證得圓通理(증득원통리) : 원통하는 그 이치를 증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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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거봉취우(客居逢驟雨)-장유(張維) 타향살이에 소낙비를 만나-장유(張維) * 원제;客居逢驟雨遂成二十六韻
雨聲如波濤(우성여파도) : 빗소리가 마치 파도치듯이 颯颯入高柳(삽삽입고류) : 훨훨 버드나무 가지로 몰려든다. 虛齋睡初起(허재수초기) : 빈 방, 잠에서 깨어 일어나려니 凉氣襲戶牗(양기습호유) : 서늘한 기운 창틈으로 스며든다. 氛埃一洗盡(분애일세진) : 티끌 먼지 한꺼번에 씻기자 快若去身垢(쾌야거신구) : 상쾌함이 몸에서 때가 벗겨지듯. 坐聞南溪水(좌문남계수) : 앉으니 남쪽 시내 물소리 들리고 狂漲殷雷吼(광창은뇌후) : 미친 듯 우르르 천둥소리 들려온다. 翛然領佳趣(소연령가취) : 소연히 기막힌 흥취 누리려니 恨不共我友(한부공아우) :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함이 아쉽다. 我友抱逸才(아우포일재) : 나의 벗은 뛰어난 재질의 소유자 心姸獨貌醜(심연독모추) : 잘 생기진 못했어도 마음만은 곱디곱지 廣文飯不足(광문반부족) : 광문처럼 세끼 밥도 부족하여서 谷口親畎畝(곡구친견무) : 곡주처럼 직접 농사 지어 가면서 百事不挂眼(백사부괘안) : 어느 일 한 가지 안중에 두지 않고 攻詩更耽酒(공시갱탐주) : 오로지 시문과 술에 탐닉했어라 直道莫容身(직도막용신) : 정직하면 이 한 몸 용납 받기 어렵고 疎蹤動多口(소종동다구) : 든든한 배경 없으면 구설수에 오르는 법 射策入南宮(사책입남궁) : 사마시(司馬試) 입격하여 태학(太學)에 들어가서 穎脫破的手(영탈파적수) : 영탈과 파적의 솜씨 발휘했건만 君門邈千里(군문막천리) : 대궐 문 천리 밖 멀고도 멀어 猛噬歘見嗾(맹서훌견주) : 사나운 개들 사정없이 물어뜯었지 仍纏漳水疾(잉전장수질) : 게다가 풍토병 몸을 휘감아 欝悒困針炙(울읍곤침자) : 침 맞고 뜸뜨며 답답한 시간 보내다가 逆旅飽覉愁(역려포覉수) : 여인숙 나그네는 시름을 맛보고 蔀屋翳草莽(부옥예초망) : 오두막에 돌아가 야인이 되었다. 惟我臭味同(유아취미동) : 오직 나와는 취향이 같아서 宿昔交情厚(숙석교정후) : 오랜 시간 두터운 교분 맺으면서 一日書再枉(일일서재왕) : 하루에 두 번씩 글을 보냈다. 一旬門十扣(일순문십구) : 열흘이면 열 번 방문했는데 相逢輒敷腴(상봉첩부유) : 서로들 만날 때면 얼굴빛 바로 펴진다. 講劘發蒙蔀(강마발몽부) : 학문 강론하며 몽매함 깨우치고 有詩贐我行(유시신아항) : 시를 지어 길 떠날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字字敵瓊玖(자자적경구) : 글자마다 마차 꼭 구슬 같아 別離豈多日(별리개다일) : 이별한 시간 얼마나 되었으랴. 忽若三秋久(홀야삼추구) : 금방 오랜 세월 지난 것 같았다. 沈痾幾何瘳(심아기하추) : 병세는 얼마나 나아져가고 麴生稍近否(국생초근부) : 요즘 술은 조금 가까이하고 있나. 吾人雖阨窮(오인수액궁) : 우리들 액운 당해 고달프고 궁색하나 意氣頗自負(의기파자부) : 의기만은 자못 자부하노라. 文章乏世用(문장핍세용) : 문장이 세상에 쓰이진 못해도 自足傳不朽(자족전부후) : 썩지 않고 전해지면 그것으로 만족하다. 古來磊落士(고내뇌낙사) : 예로부터 호탕하고 활달한 인사들은 趣捨良不苟(취사량부구) : 처신이 정말 구차스럽지 않았었다. 千金價已重(천금가이중) : 천금의 값 이미 정해졌으니 不肯捐弊帚(부긍연폐추) : 몽당 빗자루인 듯 내버리겠는가. 君看子雲書(군간자운서) : 그대 한번 자운의 책 보시게 豈曾覆醬瓿(개증복장부) : 장독 뚜껑 덮개로나 쓰인 적 있었던가. 窮途有至樂(궁도유지낙) : 막다른 길목이라 즐거움 지극한 법 薄俗任嘲咎(박속임조구) : 조롱하건 허물하건 내맡겨 두자구나. 南歸儻相過(남귀당상과) : 남쪽으로 돌아가다 혹시 서로 만나면 此理得細剖(차리득세부) : 이 이치를 자세히 따져 볼 수 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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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흥1(漫興1)-장유(張維) 흥에 겨워-장유(張維)
朝起懶盥櫛(조기나관즐) : 아침에 일어나 세수도 빗질도 귀찮아 散步眺原野(산보조원야) : 한가히 걸어 나가 들판을 바라본다. 濛濛水氣浮(몽몽수기부) : 몽실몽실 안개 자욱이 공중에 떠있고 冉冉山雲惹(염염산운야) : 뭉게뭉게 산에는 구름이 일어난다. 家鄕阻音書(가향조음서) : 고향에선 오랫동안 소식도 없는데 節序過秋社(절서과추사) : 절기는 벌써 가을제사가 지나간다. 賦詩渾漫興(부시혼만흥) : 시 짓는 일 모두가 흥겨운데 不敢論風雅(부감논풍아) : 풍아한 시라고는 감히 말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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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흥2(漫興2)-장유(張維) 흥에 겨워-장유(張維)
靑靑墻底菊(청청장저국) : 담 아래 국화 부르고 푸른데 託根眞失所(탁근진실소) : 뿌리 내린 곳 정말 잘 못이로다. 芳心困風霜(방심곤풍상) : 꽃망울 바람과 서리에 시달려 翳翳雜塵土(예예잡진토) : 진토 속에 섞여 있어 어둑하구나. 故園手栽遍(고원수재편) : 옛 정원에 손수 두루 심었는데 而今長幾許(이금장기허) : 지금은 얼마나 자라나 있을까 歸期趁重陽(귀기진중양) : 돌아갈 기간이면 중양절 맞으리니 濁醪還對汝(탁료환대여) : 탁주 잔 들고 다시 그대 앞에 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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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야(秋夜)-장유(張維) 가을밤에-장유(張維)
悠悠去京國(유유거경국) : 아득히 서울을 떠나 와 欝欝客湖左(울울객호좌) : 호남 땅 나그네 생활 답답하구나. 蒯緱彈自歌(괴구탄자가) : 괴후가 칼 두드리며 노래 부르니 籜冠欹欲墮(탁관의욕타) : 탁관마저 기우뚱 떨어지려 하는구나. 旅食足酸辛(려식족산신) : 객지 밥 알다시피 시고도 매운데 索居長慵惰(삭거장용타) : 벗들과 멀리 떠나 오래도록 게으른 나날들. 秋夜坐觀書(추야좌관서) : 가을밤에 앉아서 책을 보려니 寒虫撲燈火(한충박등화) : 등불에 가을 벌레들만 부딪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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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문이수2(祈雨文二首2)-장유(張維) 기우문-장유(張維)
巍巍名山(외외명산) : 높게 솟은 명산 惟邑之望(유읍지망) : 우리 고을의 희망이어라 不見運動(불견운동) : 움직임 보이지 않아도 澤利難量(택리난량) : 그 은택 헤아릴 길 없어라. 愆陽爲虐(건양위학) : 계절 변화 어긋나 모질게 되어 五種皆枯(오종개고) : 오곡이 모두 말라 죽어간다. 更閟數日(경비수일) : 며칠만 비 더 오지 않으면 焦灼無餘(초작무여) : 타 타버려 남은 것 하나 없으리라. 淵龍耽睡(연룡탐수) : 못 속에 잠긴 용 깊이 잠들어 有訴無聞(유소무문) : 아무리 호소해도 듣지 못하여라. 非神之仁(비신지인) : 산신의 인자함이 아니라면 孰恤斯民(숙휼사민) : 누가 이 백성 돌보아줄까 歆我芬苾(흠아분필) : 향기로운 이 제사 음식 흠향하시고 惠我神靈(혜아신령) : 신령스런 은혜 내려 주소서 一霈甘霖(일패감림) : 쏟아지는 단비 흡족히 맞으시고 以澤群生(이택군생) : 만물의 삶을 윤택하게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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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문이수1(祈雨文二首1)-장유(張維) 기우문-장유(張維)
惟玆之旱其誰尤(유자지한기수우) : 이 가뭄 누구의 잘못인지 自春徂夏絶膏油(자춘조하절고유) : 봄부터 여름까지 비 한 방울 오지 않습니다. 黍稷且槁麥不秋(서직차고맥불추) : 기장도 말라붙고 보리농사 망쳤으니 民將病饑曷其瘳(민장병기갈기추) : 백성이 굶주리게 되었으니 무슨 수로 살까요. 蜿蜿神物宅靈湫(완완신물택령추) : 영추에 잠겨 있는 신령스런 용이시여 噓雲洩雨威德流(허운설우위덕유) : 구름과 비 주관하며 큰 은혜 내리셨는데 閟澤不施欲何求(비택불시욕하구) : 은혜를 닫아 베풀지 않고 무엇을 바라는지요. 忍我赤子絶其喉(인아적자절기후) : 차마 우리 백성의 목구멍을 끊으려는지요. 邑宰不職干神誅(읍재불직간신주) : 수령들 직무를 유기하여 신의 벌을 범하여서 罪丁厥躬民何辜(죄정궐궁민하고) : 죄인은 정녕 그들인데 백성을 어찌 허물하시나요. 肥牲淸酤修醞俱(비생청고수온구) : 살진 희생, 맑은 술을 정결하게 마련하여 以薦以侑冀神娛(이천이유기신오) : 제물을 올리고 정성 올려 신의 기쁨 바라옵니다. 神其飮食回玄樞(신기음식회현추) : 신이시여, 마음껏 드시고서 마음 한번 돌리시어 驅雷鞭電騰天衢(구뢰편전등천구) : 천둥 몰고 번개 때려 하늘로 오르소서. 霈然甘澍溥八區(패연감주부팔구) : 억수같이 온 누리에 단비가 쏟아져서 沾枯潤焦萬品蘇(첨고윤초만품소) : 촉촉이 물기 배어 만물이 소생하게 하시면 永世報祀不敢渝(영세보사불감투) : 영원토록 제사하며 감히 마음 변하지 않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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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전만부10(歸田漫賦10)-장유(張維) 시골에 돌아와서 편히 짓다-장유(張維)
作官欲行道(작관욕항도) : 관리 되어 도를 행하려 했으나 失意因歸田(실의인귀전) : 실의에 젖어서 시골 내려왔었다. 始計良已謬(시계량이류) : 처음 계책 정말 이미 잘못되어 晚途聊自全(만도료자전) : 늦게나마 스스로 온전하였구나. 勤勞畎畝間(근노견무간) : 밭 이랑 사이서 부지런히 일하며 游戱桑麻邊(유희상마변) : 마음껏 즐기며 누에와 삼을 길렀다. 豈敢求贏餘(개감구영여) : 어찌 감히 풍요와 여유를 구하랴 願給粥與饘(원급죽여전) : 죽이라도 먹게 되어도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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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전만부9(歸田漫賦9)-장유(張維) 시골에 돌아와서 편히 짓다-장유(張維)
今朝天欲雨(금조천욕우) : 오늘 아침엔 비가 오려하여 起視西北雲(기시서배운) : 일어나 서북쪽 구름 바라본다. 田家悶久旱(전가민구한) : 농가에선 오랜 가뭄이 안타까워 瞻卬徒自勤(첨앙도자근) : 하늘을 쳐다보고 덧없이 애만 대운다. 汚邪已生塵(오사이생진) : 낮고 습한 따에도 먼지가 나는데 況復原與墳(황복원여분) : 하물며 다시 들판과 언덕이랴 무엇하랴. 閟澤瘁下民(비택췌하민) : 오래도록 은택을 아껴 백성들 병드니 欲訴天肯聞(욕소천긍문) : 호소해 보려는데 하늘이 들어 주실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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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전만부8(歸田漫賦8)-장유(張維) 시골에 돌아와서 편히 짓다-장유(張維)
權利互傾奪(권리호경탈) : 권세와 이익 서로 뺏으려 들고 富貴足吝悔(부귀족린회) : 부귀는 족히 인색함과 후회를 부른다. 鹿門傲諸侯(녹문오제후) : 녹문은 제후에게 오만하게 대했어도 遺後無危殆(유후무위태) : 후손에게 위태로움 전혀 남기지 않았다. 我有數頃田(아유삭경전) : 나에게 몇 이랑 밭이 있으니 力耕可無餒(력경가무뇌) : 열심히 경작하면 굶어죽지 않으리라. 爲農以沒世(위농이몰세) : 농사 지으며 세상 마친리니 何必浮于海(하필부우해) : 하필 바다로 뗏목 띄워 나아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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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전만부7(歸田漫賦7)-장유(張維) 시골에 돌아와서 편히 짓다-장유(張維)
人心如日月(인심여일월) : 사람의 마음 해와 달 같아 本來皆淸淨(본내개청정) : 본래 모두 맑고 깨끗하였다. 利欲多蔽晦(리욕다폐회) : 이익과 욕심에 가리는 일 많아 紛紛事趨競(분분사추경) : 분분히도 일마다 다투어 치닫는다. 農夫雖作苦(농부수작고) : 농부의 일 비록 고달프지만 却不枉天性(각부왕천성) : 도리어 천성이 왜곡되지 않는다. 君看脅肩子(군간협견자) : 그대들 어깨 옹크리는 이들 보소 夏畦未爲病(하휴미위병) : 여름철 밭일 피곤할 것 하나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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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전만부6(歸田漫賦6)-장유(張維) 시골에 돌아와서 편히 짓다-장유(張維)
煌煌靑瑣闥(황황청쇄달) : 휘황찬란한 대궐 문 賤迹昔曾涴(천적석증완) : 이 못난 몸도 그 옛날 출입했었다. 踰分果招災(유분과초재) : 분수에 지나치면 재앙 초래하나니 廢絀職此坐(폐출직차좌) : 쫓겨난 건 이 직분 수행때문이었다. 明農聖亦云(명농성역운) : 농사 잘 지르리라고 성인도 말하고 在我計非左(재아계비좌) : 나에게 있어서도 잘못된 계책 아니리라. 力作纔足養(력작재족양) : 힘껏 일해 겨우 먹고살 만큼만 되면 閉戶長高臥(폐호장고와) : 문 닫고서 길이 높이 누워 편히 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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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전만부5(歸田漫賦5)-장유(張維) 시골에 돌아와서 편히 짓다-장유(張維)
耕田南山側(경전남산측) : 남쪽 산 모퉁이에 밭을 일구고 結廬北山曲(결려배산곡) : 북쪽 산 굽이에 초막 지었도다. 朝出到壠上(조출도롱상) : 아침에 집을 나와 밭에 가 일 하고 暮歸理書策(모귀리서책) : 저물어 돌아와 서책을 보노라. 旁人笑我勤(방인소아근) : 사람들은 날 근면하다 비웃지만 我自以爲樂(아자이위낙) : 나는 그것을 즐거움으로 연기도다. 始知請學稼(시지청학가) : 이제야 알겠노라, 농사일 배움이 猶勝問干祿(유승문간녹) : 벼슬자리 찾기보단 그래도 나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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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전만부4(歸田漫賦4)-장유(張維) 시골에 돌아와서 편히 짓다-장유(張維)
種稻苦無水(종도고무수) : 볍씨를 뿌리자니 물이 없어 괴로워 鑿渠引山澗(착거인산간) : 고랑을 파고서 산골 물 끌어왔도다. 澗淺水易涸(간천수역학) : 골짜기가 옅어 물도 쉽게 바닥나고 農夫最所患(농부최소환) : 농부들은 그 일이 가장 걱정이로다. 饑歲食糠籺(기세식강흘) : 흉년 든 해에는 겨죽을 끓여먹고 短褌不至骭(단곤부지한) : 짧은 잠방이 정강이도 채 못 덮는다. 四民農最苦(사민농최고) : 사농공상 중에서 농민이 가장 고달파 不如學巧宦(부여학교환) : 차라리 간교히 벼슬길 구함만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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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전만부3(歸田漫賦3)-장유(張維) 시골에 돌아와서 편히 짓다-장유(張維)
下田多近海(하전다근해) : 낮은 땅은 바닷가 가까이 있고 高田多在山(고전다재산) : 높은 땅는 대부분이 산 언덕에 있다. 今年苦春旱(금년고춘한) : 올해는 봄 가뭄에 고통스러워 耕種皆頗艱(경종개파간) : 밭 갈고 씨 뿌리기가 자못 힘들었다. 朝出課僮僕(조출과동복) : 아침에 나가 머슴에게 일 정해 주고 日暮聊獨還(일모료독환) : 해가 지면 애오라지 혼자서 돌아온다. 食力良已勞(식력량이노) : 먹고 살기 힘들어 정말 이미 지쳐서 但喜無厚顔(단희무후안) : 다만 낯 부끄러운 일 없어 기쁘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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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전만부2(歸田漫賦2)-장유(張維) 시골에 돌아와서 편히 짓다-장유(張維)
舊業海山間(구업해산간) : 산과 바다 사이 지난 날 생업 瘠土歲多凶(척토세다흉) : 토질도 척박하고 해마다 흉년이로다. 終年勤四體(종년근사체) : 일 년 내내 온 몸을 부지런히 해도 未足還租庸(미족환조용) : 세금 바치기도 오히려 부족하구나. 荒堰久不治(황언구부치) : 황폐한 된 방파제 오래도록 수리 안해 苦被濤頭衝(고피도두충) : 바다 물결 괴롭게도 파고 드는구나. 學稼術未精(학가술미정) : 농사법 배워도 기술이 미숙하니 便欲師老農(변욕사노농) : 경험 많은 농부를 스승으로 모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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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전만부1(歸田漫賦1)-장유(張維) 시골에 돌아와서 편히 짓다-장유(張維)
丈夫有詘信(장부유굴신) : 대장부 삶에 굴곡도 있나니 不遇無不爲(부우무부위) : 불우하게 되면 못 할 일 없다. 沮溺與龐公(저닉여방공) : 장저 걸닉과 방덕공 避世皆我師(피세개아사) : 세상을 피해 사니 모두가 나의 스승. 譴廢久家食(견폐구가식) : 견책 받아 갇혀 집에만 오래 사니 十口恒啼飢(십구항제기) : 열이나 되는 식구들 항상 굶주린다. 歸田不可緩(귀전부가완) : 시골로 돌아감을 늦출 수 있나 須趁耕耘時(수진경운시) : 빨리 달려가 제때에 경작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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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인제석유감(甲寅除夕有感)-장유(張維) 갑인년 제야에 느낌이 있어-장유(張維)
今年今日盡(금년금일진) : 금년은 오늘로 다 지나고 明年明日是(명년명일시) : 명년 명일이 시작되는구나. 三百有六旬(삼백유륙순) : 일 년 삼백 육십 일 迅速如湍水(신속여단수) : 빠르기가 여울물 같구나. 念昔稚少日(념석치소일) : 옛날 어렸을 적을 생각하면 歲時心獨喜(세시심독희) : 설날은 마음이 그리도 기뻐던가. 不解惜光陰(부해석광음) : 세월 아낄 줄을 전혀 모른 채 遊戲窮閭里(유희궁려리) : 동네 구석구석 뛰어 놀았다. 心情隨歲變(심정수세변) : 세월 따라 마음도 변해가나니 萬感紛已起(만감분이기) : 이제는 만감이 어지럽게 일어났다. 壯志百無成(장지백무성) : 한 가지 목표도 이루지 못하니 盛年不可恃(성년부가시) : 젊음은 정말 믿을 수 없구나. 故人重三餘(고인중삼여) : 옛사람들 삼여를 중요시 했으니 籍此足文史(적차족문사) : 이 틈만 활용해도 공부 넉넉하다. 憂病坐鹵莽(우병좌로망) : 병든 몸 걱정에 그대로 보내니 有靦對案几(유전대안궤) : 책상만 대하면 부끄러워 진다오. 元貞有常運(원정유상운) : 봄 여름 지난 뒤엔 가을 겨울 오듯 壯衰有常理(장쇠유상리) : 젊었다가 늙는 것은 자연의 이치로다. 德業苟日新(덕업구일신) : 덕성과 학업이 진시로 새롭다면 豈復傷髮齒(개복상발치) : 어찌 나이 먹는다고 걱정하리오. 來者尙可追(내자상가추) : 앞으로의 시간은 따라 잡을 수 있으니 自此須更始(자차수갱시) : 이제부턴 모쪼록 다시 시작하리라. 題詩以自訟(제시이자송) : 시를 지어 스스로 반성하면서 不寐達晨晷(부매달신귀) : 한 잠 못이루며 날이 다 새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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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흥2(遣興2)-장유(張維) 흥에 겨워-장유(張維)
治世急賢材(치세급현재) : 세상 다스리려 인재를 급히 구하니 士不守丘園(사부수구원) : 선비들은 시골을 떠나 서울로 온다. 紛紛九衢內(분분구구내) : 요란하게 길거리 바삐 오가며 日夕爭馳奔(일석쟁치분) : 밤이고 낮이고 다투어 치달리는구나. 功名須及時(공명수급시) : 공명을 이루려면 시운을 타야하고 要路多攀援(요노다반원) : 요직은 후원자 많아야 좋을 것이다. 惟有玄晏子(유유현안자) : 그런데 오직 현안자 황보밀은 臥病長掩門(와병장엄문) : 문 닫고 내내 병이 나서 누워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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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흥1(遣興1)-장유(張維) 흥에 겨워-장유(張維)
大風西北來(대풍서배내) : 거센 서북풍이 불어오니 吹我茆茨屋(취아묘자옥) : 내게 불어 초가지붕 날린다. 雲煙相澒洞(운연상홍동) : 구름 안개 잇따라 흘러 지나고 溟海互翻覆(명해호번복) : 검푸른 바다 물결 요동친다. 皇天意難測(황천의난측) : 하늘의 뜻은 알 기 어려워 屛翳誰能戮(병예수능륙) : 바람 귀신을 누가 잡아 죽이나 擁被不敢睡(옹피부감수) : 이불 끌어안고 잠 못 드는 밤 牕櫳撲沙礫(창롱박사력) : 돌 모래 몰아쳐 창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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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中寄畸庵子)雨中寄畸庵子-장유(張維) 비 오는 날 기암자에게 부치다-장유(張維)
浪浪簷間雨(낭낭첨간우) : 똑똑 떨어지는 처맛간 빗소리 盡日聲不斷(진일성부단) : 종일토록 쉬지 않고 들려온다. 弊居苦湫隘(폐거고추애) : 사는 집 비좁고 축축하여 門巷泥濘滿(문항니녕만) : 골목길도 온통 진흙탕이다. 本自寡往還(본자과왕환) : 본래부터 왕래가 적어서 何怪今絶罕(하괴금절한) : 지금 소식 드물다고 무엇이 이상하랴. 伊我方抱病(이아방포병) : 이내 몸 바야흐로 병이 나서 性復愛散誕(성복애산탄) : 성격 또한 방종하기 그지없다. 舊嘗嗜讀書(구상기독서) : 예전에는 글 읽기 좋아했는데 而今此亦懶(이금차역나) : 지금 와선 모두가 시들해진다. 小窓寄息偃(소창기식언) : 작은 창문 의지하여 휴식하며 露頂且裸袒(노정차나단) : 의관은 물론 웃통 벗고 지낸다. 靜居觀物理(정거관물리) : 고요히 사물의 이치 살피노라면 煩心自滌浣(번심자척완) : 번뇌 망상 저절로 씻겨진다. 群生共宇內(군생공우내) : 못 생명들은 우주 안에 공생하고 萬品歸一算(만품귀일산) : 만물이 한 범주에 귀속된다. 登高與居下(등고여거하) : 높이 오르거나 낮은 데 처하거나 未可較長短(미가교장단) : 잘나고 못나고 따질 수는 없다. 瓦礫各有適(와력각유적) : 기왓장과 조약돌도 각자 쓸모가 있으니 何曾慕珪瓚(하증모규찬) : 어찌 홀이나 제기를 부러워할까. 大鵬彌天隅(대붕미천우) : 붕새가 먼 하늘 끝까지 날라도 詎可小鷇卵(거가소구난) : 어찌 참새 새끼 우습게 여길 수 있으랴. 達人貴無累(달인귀무누) : 달인은 집착하는 마음 전혀 없어야 心地恒蕩坦(심지항탕탄) : 마음 경지 항상 널찍하고 공평하도다. 君看逍遙周(군간소요주) : 그대여 소요하는 장주를 한번 보소 豈學呻吟緩(개학신음완) : 어찌 경전 공부에 신음하는 완을 배울까. 詩牀及棊局(시상급기국) : 시 짓는 책상과 바둑판 하나 藥爐兼茶盌(약노겸다완) : 약 달이는 화로와 차 따르는 그릇이면 충분하다. 自足了生涯(자족료생애) : 이로서 한평생 충분할 것이며 無爲强悶懣(무위강민만) : 편안히 살아야지 억지로 고민하고 불만할까. 城西畸庵子(성서기암자) : 도성 서쪽에 살고 있는 기암자 實我同志伴(실아동지반) : 그야말로 나와 뜻이 맞는 벗이로다. 同病但相憐(동병단상련) : 같이 병든 몸 서로들 동정할 뿐 無由數吐欵(무유삭토관) : 자주 회포 나눌 길 거의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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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장사(遊華藏寺)-장유(張維) 화장사에 노닐다-장유(張維)
我在城市中(아재성시중) : 나는 도시 한가운데 살았는데 囂喧動幽疾(효훤동유질) : 요란함이 자연을 그리워하는 병 일으켰다. 發憤脫塵羈(발분탈진기) : 세속의 흙먼지 털어보자 마음먹고 遐尋到淨刹(하심도정찰) : 멀리 깨끗한 절을 찾아 나섰다네. 玆區久擅勝(자구구천승) : 이 곳은 예부터 명승지로 유명하였다. 面勢實爽豁(면세실상활) : 지세가 실로 상쾌하게 툭 뚫려서 千峯在眼底(천봉재안저) : 수많은 산봉우리 눈앞에 즐비하였다. 飛雲坐可掇(비운좌가철) : 나는 구름을 앉아서도 움켜쥘 수 있다. 落日映遠海(낙일영원해) : 지는 햇볕 아득히 먼 바다를 비치면 光景更奇絶(광경갱기절) : 그 광경 더욱 기막히게 절묘하였다. 曠蕩散遐矚(광탕산하촉) : 끝없이 펼쳐진 경채에 눈길이 옮겨지고 岑寂專幽室(잠적전유실) : 봉우리 적막하고, 방 안은 그윽하기만 하다. 動靜各有適(동정각유적) : 움직임과 고요함 각각 적합함이 있어 俛仰俱可悅(면앙구가열) : 내려다보나 쳐다보나 모두가 흐뭇하구나. 漸得新趣深(점득신취심) : 점점 새로운 분위기에 빠져드니 忽覺舊痾失(홀각구아실) : 문득 오래 묵은 병이 달아난 것 같았다. 吾人寓此世(오인우차세) : 우리들 이 세상에 붙어살면서 至樂不在物(지낙부재물) : 지극한 낙은 외물에 있지 않도다. 靈源苟無累(령원구무누) : 신령한 근원에 참으로 누가 없다면 觸境儘快活(촉경진쾌활) : 어떤 상황에도 쾌활한 경지 누리리라. 遑遑名利子(황황명리자) : 명예 이욕에 바쁜 무리들이여 何事長疲薾(하사장피이) : 무슨 일로 오래도록 피로하게 돌아다닐까. 眞境豈我遠(진경개아원) : 참된 경지 어찌 먼 곳에 있을까 蓬心自難撥(봉심자난발) : 흐트러진 자신의 마음 다스림이 어렵도다. 念此發深省(념차발심생) : 이런 생각하면 깊이 반성되나니 惕焉增澡雪(척언증조설) : 깨끗이 씻을 각오 더욱더 하게 되노라. 簪裾甚桎梏(잠거심질곡) : 벼슬살이는 자유 구속이 심하나니 一嬰不可脫(일영부가탈) : 한 번 걸려들면 빠져 나올 수 없도다. 幽興信難忘(유흥신난망) : 그윽한 흥취는 참으로 잊지 못해 浮榮那足說(부영나족설) : 뜬구름 같은 영달이야 어찌 말할 수 있나 題詩矢雅懷(제시시아회) : 이 시 지어 평소의 좋은 생각 늘어놓아 密邇證西佛(밀이증서불) : 은밀하게 부처님께 증명을 부탁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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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최자겸(酬崔子謙)-장유(張維) 최자겸에게 화답하다-장유(張維)
造物眞少兒(조물진소아) : 조물주는 정말 어린애 같아 古來橫相阨(고내횡상액) : 예로부터 엉뚱한 재앙 안겨주었지. 子病已一年(자병이일년) : 자네의 병 이미 한 해가 지나고 吾足不任屐(오족부임극) : 나 역시 걸어 다닐 처지 못 되었다네. 比鄰各閉戶(비린각폐호) : 옆집에 살면서 각자 문을 닫은 채 會面安可數(회면안가삭) : 얼굴 본 일을 몇 번이나 헤아릴 수 있나. 佳句時往來(가구시왕내) : 그래도 시구는 가끔씩 왕래하며 天機終不隔(천기종부격) : 천기의 발로만은 끝내 막히지 않았다네. 秋氣爽萬物(추기상만물) : 가을기운이 만물에 삽상하여 南山有佳色(남산유가색) : 남산에도 맑은 기운 서려 있었다네. 朝來望蠶峯(조내망잠봉) : 아침에 일어나 잠두봉 바라보면 白雲正可掬(백운정가국) : 흰 구름은 손에 잡힐 뜻 떠다녔다네. 惜哉負幽賞(석재부유상) : 아쉬워라, 이런 좋은 경치를 저버리다니 安得羽生腋(안득우생액) : 어찌하면 겨드랑이에 날개 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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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금이호(哭金而好)-장유(張維) 김이호를 곡하다-장유(張維)
美質天所賦(미질천소부) : 아름다운 자질은 하늘이 준 것 出世若有期(출세야유기) : 세상에 태어나, 할 일 있으리라 생각했다. 奄忽不少留(엄홀부소류) : 조금 머물지 않고 홀연히 떠나가다니 此去何所之(차거하소지) : 지금 가면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脩短不須論(수단부수논) : 수명의 길고 짧음이냐 논할 것 없고 孤寡不足悲(고과부족비) : 남은 처자식 족히 슬퍼할 것 없을 것이다. 精識一湮沈(정식일인심) : 그러나 그 깊은 식견 한 번 사라져버리면 千秋復何爲(천추복하위) : 천추에 다시 어떻게 한단 말인가 鬱彼廣陵土(울피광능토) : 울창하게 우거진 저 광릉의 땅이여 藏此明月輝(장차명월휘) : 이 곳에 묻혔으니, 밝은 달빛이 찰난하구나 已逝難可追(이서난가추) : 이미 떠났으니 그 몸이야 되돌릴 수 없어도 不亡誰得知(부망수득지) : 죽지 않을 그의 넋을 누가 능히 알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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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芙蓉)-장유(張維) 연꽃-장유(張維)
人愛衆卉茂(인애중훼무) : 사람들 화려한 꽃을 좋아하나 我憐芙蓉淸(아련부용청) : 나는 연꽃의 맑음을 좋아하노라. 亭亭出深沼(정정출심소) : 우뚝하게 깊은 못 속에서 나와 濯濯當回楹(탁탁당회영) : 깨끗하여라, 당당히 난간을 둘렀구나. 纖莖立更直(섬경립갱직) : 가냘픈 줄기 곧추 서 있고 危朶高不傾(위타고부경) : 뾰죽이 높은 가지 기울지도 않는구나. 馨香匪外襲(형향비외습) : 그윽한 그 향기 속에서 이어고 穠艷眞天成(농염진천성) : 농염한 자태가 자연스럽구나. 後凋惜無華(후조석무화) : 늦게 시드는 소나무 꽃이 없어 아쉽고 碧鮮徒自貞(벽선도자정) : 대나무는 다만 스스로 곧기만 하도다. 亮比君子德(량비군자덕) : 참으로 이 연꽃은 군자와 같아서 宜寄美人情(의기미인정) : 미인의 정 여기에 붙음이 마땅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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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검(寶劍)-장유(張維) 보검-장유(張維)
寶劍光烱烱(보검광경경) : 보검의 빛이 번쩍거리니 出自歐冶手(출자구야수) : 구야자의 솜씨로 만들어진 것이구나. 入水作蛟龍(입수작교룡) : 물에 뛰어들어 교룡이 되었도다. 埋獄衝牛斗(매옥충우두) : 땅에 묻혀선 두성과 우성을 쏘는구나. 未試天外倚(미시천외의) : 세상 밖에 서는 시험 한 번 못 한 채 空聞匣中吼(공문갑중후) : 헛되이 궤 속에서 우는 소리 들리는구나. 持贈傅介子(지증부개자) : 나는 이 칼을 부개자에게 전해 주어 願取戎王首(원취융왕수) : 오랑캐 왕 머리를 베어오게 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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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여조금이우유약부지(山寺與趙金二友有約不至)-장유(張維) 조와 김 두 친구가 산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오지 않아-장유(張維)
晚夏草木深(만하초목심) : 늦여름 초목은 울창한데 山寺多淸陰(산사다청음) : 산사에 시원한 그늘 많구나. 閑人坐永日(한인좌영일) : 한가한 사람 긴긴 날을 앉아있다 起立披幽襟(기립피유금) : 일어나서 회포 풀까 하였도다. 仰睇閑雲飛(앙제한운비) : 위를 보니 한가한 구름이 날고 側聽淸蟬吟(측청청선음) : 옆에서 매미 우는 소리 들린다. 含情咏伐木(함정영벌목) : 정을 담아 시경의 벌목장 시를 읊어보며 引領懷斷金(인령회단금) : 목 길게 빼고 친구의 도리를 생각한다. 幽期已晼晚(유기이원만) : 약속 시간 지나고 해는 어둑해지는데 曠抱增湮沈(광포증인심) : 텅 빈 가슴 더욱 적막해지는구나. 恐彼鶗鴂鳴(공피제결명) : 저 두견이 울까 하여 山中難可尋(산중난가심) : 산 속 찾아오기 어렵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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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여조금이우유약불지(山寺與趙金二友有約不至)-장유(張維) 산사에서 조와 김 두 친구와 약속이 있었으나 오지 않았다-장유(張維)
晚夏草木深(만하초목심) : 늦여름 초목이 울창이 우거져 山寺多淸陰(산사다청음) : 산사에는 시원한 그늘이 짙어라. 閑人坐永日(한인좌영일) : 한가한 사람 긴 날을 앉아 보내다가 起立披幽襟(기립피유금) : 일어나 그윽한 마음 풀어볼까 하였다. 仰睇閑雲飛(앙제한운비) : 위를 힐끗 보니 구름은 한가히 날고 側聽淸蟬吟(측청청선음) : 맑은 매미소리 곁에서 들려오는구나. 含情咏伐木(함정영벌목) : 정감 듬뿍 담아 시경 벌목장을 읊으며 引領懷斷金(인령회단금) : 목을 길게 빼어 단금지우 생각한다. 幽期已晼晚(유기이원만) : 약속 시간 지나고 이미 해는 저무는데 曠抱增湮沈(광포증인심) : 텅 빈 가슴에 적막감만 더해진다. 恐彼鶗鴂鳴(공피제결명) : 두렵거니, 저 두견이 울 때쯤 되면 山中難可尋(산중난가심) : 산 속에는 찾아오기 어려워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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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흥1(感興1)-장유(張維) 감흥-장유(張維)
倀鬼爲虎役(창귀위호역) : 창귀 되어 호랑이 부림 받다가 旣悟還自悔(기오환자회) : 깨닫고 나서는 스스로 후회하는구나. 可憐世上人(가련세상인) : 세상사람 가련하다 疲䕥迷眞宰(피䕥미진재) : 피곤에 지쳐 참 진리에 미혹하다니. 京華多冠蓋(경화다관개) : 번화한 서울 거리에 고관도 많아 翕赫流光彩(흡혁류광채) : 휘황찬란한 광채가 흘러넘치는구나. 富貴豈不美(부귀개부미) : 부유하고 귀한 신분 어찌 좋지 않을까만 識者憂其殆(식자우기태) : 식자들은 그 위태로움을 걱정한단다. 任重負版踣(임중부판북) : 책임이 무거우니 부판충 벌레 같아서 懷璧匹夫罪(회벽필부죄) : 구슬을 소유한 것이 필부의 죄라한단다. 蕭蕭衡茅下(소소형모하) : 띠풀로 엮은 집에 쓸쓸한 사립문 아래 中有至樂在(중유지낙재) : 그 속에 지극한 즐거움 들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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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흥2(感興2)-장유(張維) 감흥-장유(張維)
鴻鵠倚六翮(홍곡의륙핵) : 큰 기러기 굳센 여섯 깃털 의지하여 一擧凌天倪(일거능천예) : 한 번에 하늘 끝까지 솟구쳐 오르는구나. 天長霜雪多(천장상설다) : 끝없는 하늘 길 갖은 고상 다 겪으며 苦飢常酸嘶(고기상산시) : 허기진 고통에 끼룩끼룩 슬피 우는구나. 不如塒上鷄(부여시상계) : 횃대에 걸터앉은 닭만도 못하나니 飮啄安其栖(음탁안기서) : 마음껏 마시고 쪼아 먹으며 잠자리 편안하다. 高才多落拓(고재다낙척) : 품격 높은 인사들 모두가 불우하고 闒茸分組圭(탑용분조규) : 용렬한 인간들은 벼슬 나눠 갖는구나. 乃知龐德公(내지방덕공) : 이제야 알겠노라, 우리 방덕공이 甘心隱蒿藜(감심은호려) : 마음으로 즐기어 산골 나오지 않은 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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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파(睡罷)-장유(張維) 잠에서 깨어나-장유(張維)
睡罷藜床穩(수파려상온) : 잠을 깨니 명아주 평상 편안하고 微風五月涼(미풍오월량) : 오월의 산들바람 서늘하게 불어온다. 笑他堂上燕(소타당상연) : 그들이 우습구나, 당마루 제비들 來去爲誰忙(내거위수망) : 누구 위해 오고가며 그리도 바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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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희제(對影戲題)-장유(張維) 그림자를 마주하고 재미로 짓다-장유(張維)
此物非他物(차물비타물) : 이 물건이 서로 다른 물건 아니니 相看等是空(상간등시공) : 서로 쳐다보니 같이 공허하구나. 惟應百年內(유응백년내) : 오직 백 년 내에는 出處與君同(출처여군동) : 그대와 출처를 같이 해야 하리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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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구(絶句)-장유(張維) 절구-장유(張維)
雁度遙空晚(안도요공만) : 아득히 빈 저녁 하늘, 기러기 날아가고 潮生極浦風(조생극포풍) : 조수는 밀려오고 포구에 가득 바람 인다. 漁村多白屋(어촌다백옥) : 고기잡이 마을에 많은 초가집들 一半夕陽中(일반석양중) : 이미 반절쯤이 석양 속에 잠겼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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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對酒)-장유(張維) 술을 앞에 놓고-장유(張維)
花好正堪愛(화호정감애) : 꽃이 좋아 한참 사랑스러운데 顚風妬却吹(전풍투각취) : 광풍이 불어와 질투를 하는구나. 芳辰容易過(방신용역과) : 좋은 계절은 쉽게도 지나가니 對酒不須辭(대주부수사) : 술잔을 앞에 두고 내 어찌 마다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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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야문계성(客夜聞溪聲)-장유(張維) 나그네 밤에 듣는 개울물 소리-장유(張維)
溪水流不盡(계수류부진) : 개울물 끝없이 흘러가고 客行何日還(객항하일환) : 나그네 행차 언제나 돌아가나. 那堪孤枕上(나감고침상) : 어찌 견디리, 외로운 베갯머리 夜夜聽潺湲(야야청잔원) : 밤마다 졸졸 흐르는 개울물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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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겸운곡유거1(寄子謙雲谷幽居1)-장유(張維) 자겸 최명길의 운곡 유거에 부쳐-장유(張維)
故人隱山中(고인은산중) : 친구는 산속에 숨어 사는데 地偏心更遠(지편심갱원) : 땅은 외지고 마음은 더욱 멀었다. 欲往從之遊(욕왕종지유) : 따라가 노닐고 싶었지만 天寒歲年晚(천한세년만) : 차가운 날씨에 한 해도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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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겸운곡유거2(寄子謙雲谷幽居2)-장유(張維) 자겸 최명길의 운곡 유거에 부쳐-장유(張維)
雲谷去長安(운곡거장안) : 서울에서 운곡까지 떨어짐은 不能百里遠(부능백리원) : 일백 리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抱疾滯城郭(포질체성곽) : 병을 안고 서울에서 머물다 보니 佳期坐晼晚(가기좌원만) : 좋은 시절 그냥 보낸 채 늙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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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숙강각(鄭下叔江閣)-장유(張維) 정하숙의 강변 누각에서-장유(張維)
高閣憑風迥(고각빙풍형) : 높은 누각에 아득히 바람 부는데 登臨剩得秋(등림잉득추) : 올라와 굽어보며 가을을 만끽한다. 江湖多勝事(강호다승사) : 강호에 무수한 좋은 일들 來往摠風流(내왕총풍류) : 오며 가며 나는 풍류를 즐긴다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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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돈시(留別敦詩)-장유(張維) 돈시 이시백과 이별하며-장유(張維)
同來不同去(동내부동거) : 같이 왔다가 같이 떠나지 못하니 奈此歲暮何(나차세모하) : 이 해도 다 저물어가니 어찌 하나. 出門問歸路(출문문귀노) : 대문을 나가 돌아 올 길 물으니 長河氷雪多(장하빙설다) : 긴 강에 얼음 얼고 눈이 심히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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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장성객관(題長城客館)-장유(張維) 장성의 객관에서-장유(張維)
暮角聲初歇(모각성초헐) : 저녁 뿔피리 소리 그치자 天涯隻影遙(천애척영요) : 먼 하늘 끝, 아득한 외로운 그림자 知心有短燭(지심유단촉) : 내 맘 아는 것은 오직 짧은 촛불 相伴度殘宵(상반도잔소) : 서로 의지하며 남은 밤을 지새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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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구(絶句)-장유(張維) 절구 한 수-장유(張維)
雁度遙空晚(안도요공만) : 아득한 빈 저녁 하늘, 기러기 날고 潮生極浦風(조생극포풍) : 조수 밀려오고 포구 끝까지 바람 분다. 漁村多白屋(어촌다백옥) : 어촌엔 깨끗한 집들이 많은데 一半夕陽中(일반석양중) : 석양 속에 이미 반이나 잠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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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對酒)-장유(張維) 술상을 앞에 두고-장유(張維)
花好正堪愛(화호정감애) : 꽃이 좋구나, 정말 감상할 만하구나 吹顚風妬却(취전풍투각) : 꽃이 불리어 넘어지니 바람의 질투인가. 芳辰容易過(방신용역과) : 좋은 계절은 지나가기도 쉬우니 對酒不須辭(대주부수사) : 술잔 앞에 두고 모름지기 술을 마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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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죽(稷粥)-장유(張維) 피죽-장유(張維)
稷粥稷粥(직죽직죽) : 피죽 피죽 먹는 소리 米少水多粥難熟(미소수다죽난숙) : 쌀 적고 물 많아 죽이 잘 익지 않는데 前年大水往年旱(전년대수왕년한) : 작년엔 큰물 지고 재작년 가뭄 들었도다 官租未輸農夫哭(관조미수농부곡) : 세금도 내지 못해 농부들 통곡하고 喫粥不飽猶免饑(끽죽부포유면기) : 죽 먹어 배 곯아도 주림은 면하리니 勸君莫厭稷粥稀(권군막염직죽희) : 피죽도 넉넉하지 않으니 싫다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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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환향(送人還鄕)-장유(張維) 고향 가는 사람을 전송하며-장유(張維)
窮途莫問是和非(궁도막문시화비) : 막다른 길에는 시비를 묻지말라 하나 好脫靑衿得得歸(호탈청금득득귀) :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가니 얼마나 좋을까 蘿逕少人添鳥迹(라경소인첨조적) : 사람 적은 댕댕이 덩굴길에는 새발자국 나있고 草堂經雨長龜衣(초당경우장구의) : 비 지나간 초당에는 버섯이 자라나리라 山童掃榻迎門巷(산동소탑영문항) : 산 아이 자리 쓸어놓고 골목 나와 맞고 野老携書候石磯(야로휴서후석기) : 늙은이는 책을 가지고 낚시터에서 기다리리라 却想還家饒喜色(각상환가요희색) : 문득 돌아오니 만가운 기색 넘치고 夫人忙下織紗機(부인망하직사기) : 부인은 서둘러 베틀에서 내려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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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언(小言)-장유(張維) 아무렇게나 해보는 말-장유(張維)
秋毫之末奠山河(추호지말전산하) : 가을 터럭 하나에 산과 내 얹고 微塵之內分疆域(미진지내분강역) : 티끌 안 작은 곳을 제 땅으로 나눈다 蔽虧六合蟭螟翅(폐휴육합초명시) : 하루살이 날개로 천하를 가리고 幅負萬里蠻觸國(폭부만리만촉국) : 만리 먼 오랑캐 나라 업고가는 달팽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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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주야행(被酒夜行)-장유(張維) 취하여 밤에 걷다-장유(張維)
夜深行草逕(야심행초경) : 깊은 밤 풀길을 걷으니 星斗光離離(성두광리리) : 별빛만 번쩍번쩍거리는구나 山鬼不敢近(산귀불감근) : 산 쉬신도 감히 오지 못하니 大醉吟新詩(대취음신시) : 크게 취하여 새로 시를 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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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제금자장가벽상2(醉題金子長家壁上2)-장유(張維) 취하여 김자장의 집 벽에 쓰다-장유(張維)
禮豈因吾設(례기인오설) : 예가 어찌 우리 때문에 생겼는가 平生愛此言(평생애차언) : 평생토록 이 말이 그렇게도 좋았네 樽前無主客(준전무주객) : 술동이 앞에는 주객이 따로 없으니 醉裏到羲軒(취리도희헌) : 술에 취한채로 희헌까지 찾아왔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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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제금자장가벽상1(醉題金子長家壁上1)-장유(張維) 취하여 김자장의 집 벽에 쓰다-장유(張維)
極浦歸潮急(극포귀조급) : 포구 끝에서 조수처럼 돌아오니 寒天落日低(한천락일저) : 찬 하늘에 지는 해가 기운다 三杯故人酒(삼배고인주) : 석잔 술을 친구와 나누니 不覺醉如泥(불각취여니) : 취하여 넋 잃은 줄 알지도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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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파(睡罷)-장유(張維) 잠에서 깨어나니-장유(張維)
睡罷藜床穩(수파려상온) : 잠에서 깨니 명아주 상은 평안하고 微風五月涼(미풍오월량) : 살상거리는 바람, 오월인데도 차갑다 笑他堂上燕(소타당상연) : 비옷노니, 지붕 위의 제비여 來去爲誰忙(래거위수망) : 오며가며 누눌 위해 그리도 바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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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희제(對影戲題)-장유(張維) 그림자를 대하고 재미로 짓다-장유(張維)
此物非他物(차물비타물) : 이 물건 다른 것 이니니 相看等是空(상간등시공) : 쳐다보니 곧 빈 것이로다 惟應百年內(유응백년내) : 오직 백년동안만 응하여 出處與君同(출처여군동) : 그애와 출처를 같이한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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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구(絶句)-장유(張維) 절구-장유(張維)
雁度遙空晩(안도요공만) : 기러기 빈 저녁 하늘로 날아가고 潮生極浦風(조생극포풍) : 물결 일어나니 포구 끝까지 바람이 분다 漁村多白屋(어촌다백옥) : 어촌에는 흰 집도 많아 一半夕陽中(일반석양중) : 지는 햇빛 속에 절반이나 허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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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對酒)-장유(張維) 술을 마주하고-장유(張維)
花好正堪愛(화호정감애) : 꽃이 너무좋아 어쩔줄 몰라라 顚風妬却吹(전풍투각취) : 몰아치는 바람이 시기하여 불어대네 芳辰容易過(방진용역과) : 향기가 진동하며 얼굴을 스치니 對酒不須辭(대주불수사) : 이러한 때, 술 마주하니 사양하지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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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야문계성(客夜聞溪聲)-장유(張維) 나그네 밤에 개울물 소리 들으며-장유(張維)
溪水流不盡(계수류불진) : 개물 하염없이 흐르는데 客行何日還(객행하일환) : 길 떠난 나그네 언제나 돌아오나 那堪孤枕上(나감고침상) : 어떻게 견딜까, 외로운 배갯머리 夜夜聽潺湲(야야청잔원) : 밤마다 들리는 졸졸 물흐는 소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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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겸운곡유거2(寄子謙雲谷幽居2)-장유(張維) 자겸의 운곡 유거에 부치다-장유(張維)
雲谷去長安(운곡거장안) : 운곡은 서울에서 거리가 不能百里遠(불능백리원) : 백리도 멀지 떨어져 있지 않도다 抱疾滯城郭(포질체성곽) : 병을 안고 성곽에 머물여 佳期坐晼晩(가기좌원만) : 이 좋은 계절, 저물녘 앉아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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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겸운곡유거1(寄子謙雲谷幽居1)-장유(張維) 자겸의 운곡 유거에 부치다-장유(張維)
故人隱山中(고인은산중) : 친구 산 속에 숨어사니 地偏心更遠(지편심경원) : 사는 땅 구석지니 마음 아득하다 欲往從之遊(욕왕종지유) : 따라가 함께 놀고 싶으나 天寒歲年晩(천한세년만) : 날씨는 차고 한 해가 늦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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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숙강각(鄭下叔江閣)-장유(張維) 정하숙의 강가 정자-장유(張維)
高閣憑風迥(고각빙풍형) : 높은 정자 바람 아득하고 登臨剩得秋(등림잉득추) : 올라보니 가을빛이 넘친다 江湖多勝事(강호다승사) : 강호에는 좋은 일도 많으니 來往摠風流(래왕총풍류) : 오는 것 모두가 풍류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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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돈시(留別敦詩)-장유(張維) 돈과 이별하며-장유(張維)
同來不同去(동래불동거) : 같이 왔다가 같이 돌아가지 못하니 奈此歲暮何(내차세모하) : 저무는 이 한 해를 어찌해야 하는가 出門問歸路(출문문귀로) : 문을 나서 돌아사는 길 물으니 長河氷雪多(장하빙설다) : 긴 강물에 얼음과 눈이 가득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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珍島碧波亭(진도벽파정)-張維(장유) 진도 벽파정-張維(장유)
天邊日脚射滄溟(천변일각사창명) : 하늘 가에 햇발 푸른 바다 내리 쏘고 雲際遙分島嶼靑(운제요분도서청) : 구름 끝 아득히 갈라진 푸른 섬 閶闔風聲晩來急(창합풍성만래급) : 저녁 되니 가을바람 급해져 浪花飜倒碧波亭(랑화번도벽파정) : 벽파정에 이는 물결 철썩철썩 꽃처럼 부서지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