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봉
[ 李玉峯 ]
이옥봉(李玉峯)은 양녕대군의 고손자인 자운(子雲) 이봉(李逢, 1526~?)의 서녀로 운강(雲江) 조원(趙瑗, 1544~1595)의 소실이다.
이봉은 종실의 후손으로 임진왜란 때 큰 활약을 했으며 이후 사헌부 감찰, 옥천 군수를 지냈다.
그는 옥봉의 글재주를 기특히 여겨 해마다 책을 사주었으며, 옥봉의 문재(文才)는 날로 좋아져 특히 시를 잘 지었다고 한다.
옥봉은 비록 서녀였지만 자신이 왕실의 후예라는 점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시는 영월을 지나면서 단종의 애사(哀史)를 생각하며 지은 것으로, 그는 같은 왕가의 사람으로서 느끼는 처연한 심정을 담아내고 있다.
더불어 그는 자기 또한 ‘왕손의 딸’이라고 하여 자신의 신분에 대한 자의식을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
옥봉은 이런 가문에 대한 자긍심과 더불어 자신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던 것 같다.
시집 갈 나이가 되어서도 그는 자신의 재능을 자부하여 재주와 문망이 일세에 뛰어난 사람을 구해 따르고자 하였다.
그러던 중 운강 조원이 풍의(風儀)와 문장이 뛰어남을 알고 그 문채(文采)를 사모하여 스스로 첩이 되기를 원했다.
옥봉의 아버지가 그 뜻을 알고 운강에게 사실을 말하였으나 운강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이봉은 운강의 장인인 신암(新菴) 이준민(李俊民)을 찾아가 그 사정을 말하니 신암이 웃으며 허락하고, 운강에게 옥봉을 받아들일 것을 권하여 마침내 조원의 소실이 되었다.
영월도중(寧越道中)-이옥봉(李玉峰) 영월로 가면서-이옥봉(李玉峰)
五月長干三日越(오월장간삼일월) : 오월 긴 산을 삼 일만에 넘어서니 哀歌唱斷魯陵雲(애가창단노릉운) : 노릉의 구름에 애처로운 노래 끊어진다 安身亦是王孫女(안신역시왕손녀) : 내 몸 또한 왕가의 자손이라 此地鵑聲不忍聞(차지견성불인문) : 이 곳 두견새 우는 소리 차마 듣지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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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석(七夕)-이옥봉(李玉峰) 칠석-이옥봉(李玉峰)
無窮會合豈秋思(무궁회합기추사) : 끊없이 만나니 어찌 가을 수심 있을까 不比浮生有離別(불비부생유이별) : 덧없는 인간의 이별과 견줄 수가 없도다 天上却成朝暮會(천상각성조모회) : 하늘에는 도리어 아침저녁 만나는데 人間漫作一年期(인간만작일년기) : 사람들은 부질없이 일 년만에 만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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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술(自述)-이옥봉(李玉峰) 스스로 짓다-이옥봉(李玉峰)
近來安否問何如(근래안부문하여) : 요즈음의 안부를 묻사오니 어떠하온지요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 달빛이 비단 창으로 비춰오면, 제의 한이 짙어져요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 만약 꿈속의 혼백이 걸어서 발자취를 남기게 한다면 門前石路便成沙(문전석로편성사) : 문 앞 돌길이 모래가 다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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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閨情)-이옥봉(李玉峰) 여자의 속마음-이옥봉(李玉峰)
平生離恨成身病(평생이한성신병) : 평생 이별의 한이 병이 되어 酒不能療藥不治(주불능료약불치) : 술로도, 약으로도 못 고칩니다 衾裏泣如氷下水(금리읍여빙하수) : 이불 속 눈물 얼음 아래 물같아 日夜長流人不知(일야장류인부지) : 밤낮을 흘러도 사람들 모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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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내방(謝人來訪)-이옥봉(李玉峰) 사람이 찾아 준 것이 고마워-이옥봉(李玉峰)
飮水文君宅(음수문군댁) : 탁문군 집, 우물같고 靑山謝朓廬(청산사조려) : 산 속, 사조의 오막살이로다 庭痕雨裡屐(정흔우리극) : 뜰에는 비 온 뒤 발자국 門到雪中驢(문도설중려) : 눈 속에 나귀 이미 문 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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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봉집 작은 연못-이옥봉(李玉峰) 玉峯涵小池(옥봉함소지) : 옥봉의 집, 작은 연못
池面月涓涓(지면월연연) : 못 위에 달빛이 은은하다 鴛鴦一雙鳥(원앙일쌍조) : 원앙새 같은 한 쌍의 새 飛下鏡中天(비하경중천) : 거울 속 하늘로 날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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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離愁)-이옥봉(李玉峰) 이별의 슬픔-이옥봉(李玉峰)
深情容易寄(심정용이기) : 깊은 정 쉽사리 전해드리려 欲說更含羞(욕설갱함수) : 말로 다하려니 더욱 부끄럽도다 若問香閨信(약문향규신) : 임이 만일 내 소식 묻거든 殘粧獨依樓(잔장독의루) : 화장도 지운채 누각에 혼자 있다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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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閨情)-이옥봉(李玉峰) 여자의 마음-이옥봉(李玉峰)
有約郞何晩(유약랑하만) : 약속했는데 임은 어찌 늦으시나 庭梅欲謝時(정매욕사시) : 뜰 위 매화꽃이 피려는 때로구나 忽聞枝上鵲(홀문지상작) : 갑자기 들리노니, 가지 위 까치소리 虛畫鏡中眉(허화경중미) : 거울 속의 눈썹을 부질없이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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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秋思)-이옥봉(李玉峰) 가을 심사-이옥봉(李玉峰)
翡翠簾疏不蔽風(비취염소불폐풍) : 푸른 발 성글어 바람 막지 못하고 新凉初透碧紗襱(신량초투벽사롱) : 선선 기운 푸른 깁치마에 스며든다 涓涓玉露團團月(연연옥로단단월) : 방울지는 흰 이슬과 반짝이는 달빛 說盡秋情初夏蟲(설진추정초하충) : 가을 삼사 풀어내는 초여름 풀벌레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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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천탄즉사(寶泉灘卽事)-이옥봉(李玉峰) 보천탄 여울에서-이옥봉(李玉峰)
桃花高浪幾尺許(도화고랑기척허) : 복사꽃 핀 물가의 물결 몇 자인지 銀石沒汀不知處(은석몰정부지처) : 하얀 바위 물에 잠겨 어딘지도 모르겠다 兩兩鸕鶿失舊磯(양량로자실구기) : 짝지어 나는 가마우지 옛 물가 잃었고 銜魚飛入菰萍去(함어비입고평거) : 먹이 물은 물고기는 풀섶으로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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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한(別恨)-이옥봉(李玉峰) 이별의 한-이옥봉(李玉峰)
明宵雖短短(명소수단단) : 임 떠나는 내일 아침 짧고 짧아도 今夜願長長(금야원장장) : 임 만나는 오늘밤일랑 길고 길었으면 鷄聲聽欲曉(계성청욕효) : 닭우는 소리 들려오고 날이 새려니 雙瞼淚千行(쌍검루천행) : 두 뺌에는 눈물이 천가닥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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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루(登樓)-이옥봉(李玉峰) 누대에 올라-이옥봉(李玉峰)
小白梅逾耿(소백매유경) : 작은 흰 매화꽃 더욱 빛나고 深靑竹更姸(심청죽갱연) : 짙푸른 대나무는 한창 곱구다 憑欄未忽下(빙난미홀하) : 난간에 기대어 홀연히 내려오지 못하니 爲待月華圓(위대월화원) : 달 떠올라 둥글어질 때까지 기다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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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사(卽事)이옥봉(玉峯) 본대로 짓다-이옥봉(玉峯)
柳外江頭五馬嘶(유외강두오마시) : 버드나무 너머 강 언덕에 다섯 말이 우는데 半醒愁醉下樓時(반성수취하루시) : 누대를 내려 올 때 술 절반 깨자 또 근심에 취했어요 春紅欲瘦臨粧鏡(춘홍욕수림장경) : 봄날 붉은 꽃들 시들어갈 때 경대에 앉아 試畵梅窓却月眉(시화매창각월미) : 매화꽃 핀 창가에서 반달같은 눈썹을 그려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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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상(樓上)-이옥봉(玉峯) 누각에서-이옥봉(玉峯)
紅欄六曲壓銀河(홍란육곡압은하) : 붉은 난간의 여섯 노래가 은하수를 누르고 瑞霧霏微懸翠羅(서무비미현취라) : 상서로운 안개 흩날려 푸른 휘장에 걸려있다 明月不知滄海暮(명월부지창해모) : 밝은 달빛에 바다에 해 지는 줄도 모르겠는데 九疑山下白雲多(구의산하백운다) : 구의산 아래에는 흰 구름이 짙어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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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雨)-이옥봉(玉峯) 비-이옥봉(玉峯)
終南壁面懸靑雨(종남벽면현청우) : 남산 벼랑에 푸른 비 걸려있고 紫閣霏微白閣晴(자각비미백각청) : 자색 누각에 흩뿌리고 흰 누각은 개었구나 雲葉散邊殘照淚(운엽산변잔조루) : 구름 터진 사이로 저녁 햇살 흘러나오고 漫天銀竹過江橫(만천은죽과강횡) : 하늘 가득 뻗은 은빛 대나무 강 건너 걸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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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도중(寧越道中)-이옥봉(玉峯) 영월 가는 길-이옥봉(玉峯)
千里長關三日越(천리장관삼일월) : 천리 먼 험한 길을 사흘에 넘으니 哀歌唱斷魯陵雲(애가창단노릉운) : 애절한 노래 단종의 무덤 구름에 사무친다 妾身自是王孫女(첩신자시왕손녀) : 저의 몸도 본래 왕손의 딸이라 此地鵑聲不忍聞(차지견성불인문) : 이곳의 두견새 우는 소리 차마 듣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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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별(送別)-이옥봉(李玉峯;선조때 여류시인) 이별하며-이옥봉
人間此夜離情多(인간차야이정다) : 이 밤, 우리 이별 너무 아쉬워 落月蒼茫入遠波(낙월창망입원파) : 달은 멀리 저 물결 속으로 지고 借問今宵何處宿(차문금소하처숙) : 묻고 싶어요, 이 밤 어디서 주무시는지 旅窓空聽雲鴻過(여창공청운홍과) : 구름 속 날아가는 기러기 울음에 잠 못 이루시리, 당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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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閨情)-이옥봉(李玉峰;조선 선조 때의 여류 시인) 안방 여인네의 그리움-이옥봉
有約來何晩(유약래하만) : 약속을 해놓고 어찌 이리 늦은지요 庭梅欲謝時(정매욕사시) : 뜰 앞의 매화꽃이 시들려고 하네요 忽聞枝上鵲(홀문지상작) : 갑자기 나무 위에 반가운 까치소리 虛畵鏡中眉(허화경중미) : 부질없이 거울보고 눈썹을 그려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