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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서거정(徐居正) 사도호 외

거정 徐居正

조선 전기의 문신·학자.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45년간 세종·문종·단종·세조·예종·성종의 여섯 임금을 모셨으며 신흥왕조의 기틀을 잡고 문풍을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원만한 성품의 소유자로 단종 폐위와 사육신의 희생 등의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도 왕을 섬기고 자신의 직책을 지키는 것을 직분으로 삼아 조정을 떠나지 않았다. 당대의 혹독한 비평가였던 김시습과도 미묘한 친분관계를 맺은 것으로 유명하다.
문장과 글씨에 능하여 수많은 편찬사업에 참여했으며, 그 자신도 뛰어난 문학저술을 남겨 조선시대 관인문학이 절정을 이루었던 목릉성세의 디딤돌을 이루었다.

 

본관은 달성(達城). 자는 강중(剛中), 호는 사가정(四佳亭). 권근(權近)의 외손자. 1444년(세종 26) 식년문과에 급제하고, 1451년(문종 1) 사가독서(賜暇讀書) 후 집현전박사 등을 거쳐 1457년(세조 3) 문신정시(文臣庭試)에 장원, 공조참의 등을 지냈다. 1460년 사은사로 명나라에 다녀와서 대사헌에 올랐으며, 1464년 조선 최초로 양관대제학(兩館大提學)이 되었다. 6조(曹)의 판서를 두루 지내고, 1470년(성종 1) 좌찬성(左贊成)에 이르렀으며 이듬해 좌리공신(佐理功臣)이 되고 달성군(達城君)에 책봉되었다.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45년간 세종·문종·단종·세조·예종·성종의 여섯 임금을 모셨으며 신흥왕조의 기틀을 잡고 문풍(文風)을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원만한 성품의 소유자로 단종 폐위와 사육신의 희생 등의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도 왕을 섬기고 자신의 직책을 지키는 것을 직분으로 삼아 조정을 떠나지 않았다.

당대의 혹독한 비평가였던 김시습과도 미묘한 친분관계를 맺은 것으로 유명하다.

문장과 글씨에 능하여 수많은 편찬사업에 참여했으며, 그 자신도 뛰어난 문학저술을 남겨 조선시대 관인문학이 절정을 이루었던 목릉성세(穆陵盛世)의 디딤돌을 이루었다.

〈경국대전〉·〈동국통감〉·〈동국여지승람〉·〈동문선〉 편찬에 참여했으며, 왕명으로 〈향약집성방〉을 언해했다.

그의 저술서로는 〈역대연표 歷代年表〉, 객관적 비평태도와 주체적 비평안(批評眼)을 확립하여 후대의 시화(詩話)에 큰 영향을 끼친 〈동인시화〉, 간추린 역사·제도·풍속 등을 서술한 〈필원잡기 筆苑雜記〉, 설화·수필의 집대성이라고 할 만한 〈태평한화골계전 太平閑話滑稽傳〉이 있으며, 관인의 부려호방(富麗豪放)한 시문이 다수 실린 〈사가집 四佳集〉 등이 있다. 명나라 사신 기순(祁順)과의 시 대결에서 우수한 재능을 보였으며 그를 통한 〈황화집 皇華集〉의 편찬으로 이름이 중국에까지 알려졌다. 그의 글씨는 충주의 화산군권근신도비(花山君權近神道碑)에 남아 있다. 시호는 문충(文忠)이며, 대구 귀암서원(龜巖書院)에 제향되었다.

 

 

 

사호도(四皓圖)-서거정(徐居正)
사호도-서거정(徐居正)

於世於名兩已逃(어세어명양이도) : 속세와 공명을 이미 벗어나
閑碁一局子頻敲(한기일국자빈고) : 한가로운 장기판에서 장기알 자주 두드린다
此中妙手無人會(차중묘수무인회) : 이 바둑판 묘수를 아는이 아무도 없었으니
最有安劉一着高(최유안유일착고) : 마지막 둔 최고의 한 수는, 유방을 지킨 한 수였도다

 

 

화죽(畵竹)-서거정(徐居正)
대나무를 그리며-서거정(徐居正)

此君無曲性(차군무곡성) : 이는 굽히는 성품이 아니니
由來大節名(유래대절명) : 예부터 큰 절개로 유명하도다
獨立天地間(독립천지간) : 천지 사이에 우뚝 홀로 서있으니
斯爲聖之淸(사위성지청) : 성인 중에서도 맑은 성인이라 하니라

 

 

서회(敍懷)-서거정(徐居正)
내 속마음은-서거정(徐居正)

大隱誰知在世間(대은수지재세간) : 큰 은자가 세간에 있는 줄 누가 아리오
宦情塵思共闌珊(환정진사공란산) : 벼슬 침착 속된 생각이 모두 가로막는구나
已諳一鐵能成錯(이암일철능성착) : 한 쇠가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알아도
未信千錢可買閑(미신천전가매한) : 천금으로도 한가함 사지 못하는 것 믿지 못하네
詩道中興黃太史(시도중흥황태사) : 시의 도는 중도에서는 황태사(황산곡)에서 일어나고
世祿終淺白香山(세록종천백향산) : 세상 인연은 백향산(백낙천)에서 엷어졌도다
殘年心事憑誰語(잔년심사빙수어) : 노년의 이 심정을 누구에세 말하며
笑把靑菱仔細看(소파청릉자세간) : 웃으며 푸른 마름 쥐고 자세히 살펴본다

 

 

한중우회(閑中寓懷)-서거정(徐居正)
한가하여 시를 읊다-서거정(徐居正)

一身多病且衰遲(일신다병차쇠지) : 한 몸에 병이 많아 또 노쇠했지니
物議紛紜百不知(물의분운백부지) : 시끄러운 세상 일 전연 모르겠도다
白髮悠悠長袖手(백발유유장수수) : 백발이 다된 몸이라 유유히 팔짱을 끼고
靑山黙黙獨支頤(청산묵묵독지이) : 푸른 산은 말 없는데 혼자 턱을 괸다
書籤筆架閑相伴(서첨필가한상반) : 책장과 붓통은 한가히 서로 짝하고
藥鼎茶甌老更宜(약정다구로갱의) : 약술과 찻병은 늙은 나에게 더욱 좋도다
晴日小窓酣打睡(청일소창감타수) : 맑은 날 작은 창에 단잠이 쏟아지고
忽驚喜鵲語簷枝(홀경희작어첨지) : 처마 끝 반가운 까치 소리에 놀라 깬다

 

 

도중(途中)-서거정(徐居正)
길에서-서거정(徐居正)

雨後長途澁馬蹄(우후장도삽마제) : 비온 뒤 긴 길에는 말 가기 어려워
龍鐘衫袖半霑泥(용종삼수반점니) : 구지레한 적삼소매 진흙에 반이나 젖었구나
漏雲斜日長林晩(누운사일장림만) : 구름으로 새나오는 해가 긴 숲에 늦고
無數山禽種種啼(무수산금종종제) : 무수한 산새들은 온갖 소리로 우는구나

 

 

국화불개추연유작(菊花不開惆然有作)-서거정(徐居正)
국화가 피지 않아 추창히 시를 짓다-서거정(徐居正)

佳菊今年開較遲(가국금년개교지) : 아름다운 국화꽃 금년엔 비교적 늦게 피어
一秋淸興謾東籬(일추청흥만동리) : 온 가을 청량한 기분이 동쪽 울타리를 속였구나
西風大是無情思(서풍대시무정사) : 서풍이 크게 불어 무정도 하여
不入黃花入鬢絲(불입황화입빈사) : 노란 국화에 불지 않고 귀밑머리에 불어드는구나

 

 

만산도(晩山圖)-서거정(徐居正)
저녁산 그림-서거정(徐居正)

嵳峨古樹與雲參(차아고수여운참) : 높고 높은 늙은 나무 구름에 닿고
石老巖奇水滿潭(석로암기수만담) : 오래된 돌과 기이한 바위, 못에는 물이 가득
更欲乘鸞吹鐵笛(갱욕승란취철적) : 다시 난새 타고 날아가려 날나리 불어대니
夜深明月過江南(야심명월과강남) : 깊은 밤에 밝은 달은 강남을 지나간다

 

 

우음(偶吟)-서거정(徐居正)
우연히 짓다-서거정(徐居正)

心院風恬柳影多(심원풍념류영다) : 깊은 원에 바람은 부드럽고 버들잎은 짙은데
寒塘雨足長蒲芽(한당우족장포아) : 차가운 못에 비는 흡족하여 부들이 무성하다
閑愁正與春相伴(한수정여춘상반) : 한가한 시름이 봄과 서로 친구되니
獨坐無言數落花(독좌무언삭낙화) : 혼자 앉아 말 없이 지는 꽃잎만 헤아린다

 

 

춘일(春日)-서거정(徐居正)
봄날-서거정(徐居正)

金入垂楊玉謝梅(금입수양옥사매) : 금빛은 수양버들에 들고 옥빛은 매화를 떠나는데
小池新水碧於苔(소지신수벽어태) : 작은 연못 새 빗물은 이끼보다 푸르다
春愁春興誰深淺(춘수춘흥수심천) : 봄의 수심과 봄의 흥취 어느 것이 더 짙고 옅은가
燕子不來花未開(연자불래화미개) : 제비도 오지 않고 꽃도 피지 않았는데

 

 

즉사(卽事)-서거정(徐居正)
즉사-서거정(徐居正)

小沼如盆水淺淸(소소여분수천청) : 동이 같이 작은 늪은 얕고 물은 맑아
菰蒲新長荻芽生(고포신장적아생) : 줄풀과 부들 새로 자라고 갈대는 싹이 튼다
呼兒爲引連筒去(호아위인연통거) : 아이를 불러 물 끌어 통을 이어가니
養得芭蕉聽雨聲(양득파초청우성) : 파초를 길러서 빗소리 듣고 싶어서라네

 

 

소우(小雨)-서거정(徐居正)
가랑비-서거정(徐居正)

朝來小雨更庶織(조래소우갱서직) : 아침에 내리는 가랑비 더욱 땅을 적시고
落絮飛花滿一簾(낙서비화만일렴) : 비는 버들 솜 나는 꽃잎이 발에 가득하구나
九十日春今已暮(구십일춘금이모) : 구십 일 봄날도 이제 저무는데
病餘杯酒懶重拈(병여배주나중념) : 병난 뒤에는 술잔마저 힘없이 다시 잡게 되는구나

 

 

麻浦夜雨(마포야우)-서거정(徐居正)
마포에는 밤비 내리는데-서거정(徐居正)

百年身世政悠悠(백년신세정유유) : 백년의 세상살이 진정 아득하노니
夜雨江湖惹起愁(야우강호야기수) : 강호의 밤비가 수심을 일으키는구나
袖裏歸田曾有賦(수리귀전증유부) : 내 옷소매 속에는 시골로 돌아가려는 글 있으니
已拚終老白鷗洲(이변종로백구주) : 이미 흰 갈매기 나는 섬에서 늙고자 정하였도다

 

 

사호위기(四皓圍碁)-서거정(徐居正)
상산 네 늙은이가 바둑을 두다-서거정(徐居正)

於世於名已兩逃(어세어명이양도) : 세상과 명예 이미 모두 버리고서
閑圍一局子頻敲(한위일국자빈고) : 한가히 바둑 한 판 둘러싸고 돌을 자주 두드린다
此中妙手無人識(차중묘수무인식) : 이 중에 묘한 솜씨 있어도 아는 이 아무도 없어
會有安劉一著高(회유안유일저고) : 때맞춰 안유의 높은 한 수 있으리로다

 

 

春日(춘일)-徐居正(서거정)
어느 봄날-徐居正(서거정)

金入垂楊玉謝梅(금입수양옥사매) : 꾀꼬리는 수양버들로 날아들고, 매화꽃은 지는데
小池春水碧於苔(소지춘수벽어태) : 자그마한 못에는 물빛이 이끼보다도 더 푸르다.
春愁春興誰深淺(춘수춘흥수심천) : 봄 시름과 봄 흥취 어느 것이 더 깊고 옅은지
燕子不來花未開(연자불래화미개) : 제비는 날지 않고 꽃도 아직 피지 않는구나

 

 

鍾街觀燈(종가관등)-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종로 거리에서 관등하다-徐居正(서거정)

長安城中百萬家(장안성중백만가) : 서울 성안 집집마다
一夜燃燈明以霞(일야연등명이하) : 밤새껏 켜놓는 등불이 노을처럼 환하네
三千世界珊瑚樹(삼천세계산호수) : 삼천 세계가 온통 산호나무
二十四橋芙蓉花(이십사교부용화) : 24교 그 어디나 연꽃들 가득하네
東街西市白如晝(동가서시백여주) : 동쪽 거리와 서편 시장가 모두 대낮 같아
兒童狂走疾於狖(아동광주질어유) : 아이들이 뛰는것이 검은 원숭이보다 빠르네
星斗闌干爛未收(성두난간난미수) : 북두성 기울도록 등불 거두지 않아
黃金樓前催曉漏(황금루전최효루) : 황금 누각 앞 새벽 물시계를 재촉하네

 

 

箭郊尋芳(전교심방)-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전교에서 방초를 찾아-徐居正(서거정)

平郊如掌草如茵(평교여장초여인) : 손바닥처럼 반반한 들판에 돗자리 같은 풀
晴日暖風濃殺人(청일난풍농살인) : 갠 날씨에 따스한 바람이 사람의 애간장을 돋우네
朝來沽酒典靑衫(조래고주전청삼) : 아침에 청삼을 잡혀 술을 사와
三三五五尋芳草(삼삼오오심방초) : 삼삼 오오로 꽃다운 풀을 찾아가네
飛觴轉急流水曲(비상전급유수곡) : 돌리는 술잔은 유수곡으로 더욱 급해지고
靑樽易枯長鯨吸(청준이고장경흡) : 고래처럼 술마시니 술병이 쉬 마르네
歸來駿馬踏銀蟾(귀래준마답은섬) : 준마 타고 달 밟으며 돌아오는데
玉箸聲殘杏花落(옥저성잔행화락) : 옥피리 소리는 자지러지고 살구꽃은 떨어지네

 

 

立石釣魚(입석조어)-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우뚝 선 돌에서 낚시하다-徐居正(서거정)

溪邊怪石余人立(계변괴석여인립) : 시냇가의 괴석이 사람처럼 서있는데
秋水玲瓏照寒碧(추수영롱조한벽) : 영롱한 가을물이 푸른 하늘에 비치네
把釣歸來籍綠蕪(파조귀래적녹무) : 낚시대 들고 와서 푸른 풀밭 깔고 앉으니
百尺銀絲金鯉躍(백척은사금리약) : 백 자 은 실 끝에 금잉어가 뛰네
細斫爲膾燖爲羹(세작위회심위갱) : 잘게 썰어 회치고 국을 끓이니
沙頭屢臥雙玉甁(사두루와쌍옥병) : 모래 위에 쌍옥병 여러번 넘어지네
醉來鼓脚歌滄浪(취래고각가창랑) : 취하여 다리를 치며 창랑을 노래하니
不用萬古麒麟名(불용만고기린명) : 만고의 기린각 이름을 무슨 소용이랴

 

 

興德賞蓮(흥덕상연)-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흥덕사에서 연꽃을 감상하다-徐居正(서거정)

招提金碧照水底(초제금벽조수저) : 아름다운 빛을 불러들여 물 속을 비추니
荷花初開淨如洗(하화초개정여세) : 연꽃이 처음 피어난 것이 씻은 듯이 깨끗하네
霏霏紅霧拂瓊闌(비비홍무불경란) : 보슬보슬 붉은 안개 옥난간을 스치고
香風欲動飜袖紵(향풍욕동번수저) : 향기로운 바람 불어 모시소매 펄럭이네
有時碧筒飮無數(유시벽통음무수) : 때로는 연 잎에 술 부어 무수히 마시며
白日高談揮玉麈(백일고담휘주진) : 한낮에 주미를 흔들며 고담준론을 나누네
居僧挽手待明月(거승만수대명월) : 절의 스님과 손을 잡고 달을 기다리니
小樓一夜涼似雨(소루일야량사우) : 작은 누대 하룻밤이 비오는 듯 싸늘하네

 

 

藏義尋僧(장의심승)-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자의사로 스님을 찾아-徐居正(서거정)

三峰亭亭削寒玉(삼봉정정삭한옥) : 세 봉우리 우뚝하여 옥을 깎은 듯
前朝古寺年八百(전조고사년팔백) : 8백 년된 전 왕조의 옛 절
古木回巖樓閣重(고목회암누각중) : 고목과 둘러선 바위에는 누각이 여기저기
鳴泉激激山石裂(명천격격산석열) : 샘물이 콸콸 흘러 산 바위가 찢어지는 듯하네
我昔尋僧一歸去(아석심승일귀거) : 내가 전에 스님 찾아 한 번 가
夜闌明月共軟語(야란명월공연어) : 밤 깊어 달 아래서 함께 조용히 이야기 했네
曉鐘一聲發深省(효종일성발심성) : 새벽종 한 소리에 깊은 깨달음 얻고
白雲滿地不知處(백운만지부지처) : 흰 구름 땅에 자욱하여 어딘 줄을 모랐네.

 

 

盤松送客(반송송객)-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반송에서 손님을 보내다-徐居正(서거정)

故人別我歌遠遊(고인별아가원유) : 친구가 나를 이별할여 고시 <원유>시를 노래하니
何以送之雙銀甌(하이송지쌍은구) : 무엇으로 전송할까, 은 사발 한 쌍을 줄까
都門楊柳不堪折(도문양류불감절) : 도문의 버드나무 차마 꺾지 못하여
芳草有恨何時休(방초유한하시휴) : 향기로운 풀들은 한스러우니 어느 때나 그치리오
去年今年長參商(거년금년장참상) : 지난 해도 금년에도 길이 이별하는구나
富別貧別皆銷腸(부별빈별개소장) : 부자의 이별도 빈자의 이별도 모두가 애처롭다
陽關三疊歌旣關(양관삼첩가기관) : 왕유의 이별의 노래 양관삼첩이 이미 다 끝나니
東雲北樹俱茫茫(동운북수구망망) : 동편의 구름 북쪽의 나무가 모두 아득하기만 하네.

 

 

楊花踏雲(양화답운)-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버들꽃 구름을 밟고-徐居正(서거정)

北風捲地萬籟響(북풍권지만뢰향) : 북풍이 땅을 휘몰아치니 온갖소리 다 울리고
江橋雲片大於掌(강교운편대어장) : 강 다리에 내리는 눈송이 손바닥보다 더 크네
茫茫銀界無人蹤(망망은계무인종) : 망망한 은세계에 사람의 자취 하나 없고
玉山倚空千萬丈(옥산의공천만장) : 옥같은 산들은 공중에 천만 길이나 치솟았네
我時騎驢帽如屋(아시기려모여옥) : 그때 나는 지붕만한 사모 쓰고 나귀를 타고가니
銀花眩眼髮竪竹(은화현안발수죽) : 은빛 눈꽃은 눈 앞에 어지럽고 머리칼은 대나무처럼 곤두섰네
歸來沽酒靑樓飮(귀래고주청루음) : 돌아와 술을 사서 청루에서 마시며
醉傍寒梅訪消息(취방한매방소식) : 취하여 겨울매화 옆에 서서 봄소식을 물었다네

 

 

濟川玩月(제천완월)-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제천에서 달구경-徐居正(서거정)

秋光萬頃琉璃靜(추광만경유리정) : 천지에 가득한 가을빛이 유리처럼 맑은데
畵棟珠簾蘸寒影(화동주렴잠한영) : 화려한 기둥의 주렴이 차가운 그림자에 잠겨있네
長空無雲淨如掃(장공무운정여소) : 높은 하늘 구름 한 점 없어 비로 쓴 듯 깨끗하여
坐待月出黃金餠(좌대월출황금병) : 앉아서 달 떠오기 기다리니 황금 송편같은 달이 뜨네
乾坤淸氣骨已徹(건곤청기골이철) : 하늘과 땅에 맑은 기운 뼈까지 스며들어
明光一一手毛髮(명광일일수모발) : 밝은 빛에 하나하나 머릿털을 손질할 듯하네
雨夜深深更奇絶(우야심심갱기절) : 비내리는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절경인 경치
倚遍欄干十二曲(의편난간십이곡) : 열두 구비 난간에 두루 기대어 본다.

 

 

麻浦泛舟(마포범주)-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마포에 배 띄워-徐居正(서거정)

西湖濃抹如西施(서호농말여서시) : 서호의 짙은 꾸밈 서시와도 같아
桃花細雨生綠漪(도화세우생록의) : 복숭아꽃 가랑비가 푸른 물가에 내리네
盪槳歸來水半蓉(탕장귀래수반용) : 배 저어 돌아오니 물에 반이나 연꽃
日暮無人歌竹枝(일모무인가죽지) : 날은 저무는데 죽지가 부르는 사람 하나 없어
三山隱隱金鼈頭(삼산은은금별두) : 삼산은 금오의 머리에 있어 아득하고
漢陽歷歷鸚鵡洲(한양역력앵무주) : 한양 땅에도 역력한 앰무주가 있다네
夷猶不見一黃鶴(이유불견일황학) : 머뭇거리며 보아도 황학은 보이지 않고
飛來忽有雙白鷗(비래홀유쌍백구) : 문득 한쌍의 백구 나타나 훨훨 날아온다

 

 

木覓賞花(목멱상화)-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목멱산 꽃구경-徐居正(서거정)

尺五城南山政高(척오성남산정고) : 한 척 반 성 남쪽은 산이 높아
攀緣十二靑雲橋(반연십이청운교) : 열두 청운교를 디디고 올라선다.
華山揷立玉芙蓉(화산삽립옥부용) : 화산은 옥부용을 꽃아 세운 듯하고
漢江染出金葡萄(한강염출금포도) : 한강은 금포도를 물들여 낸 듯하구나
長安萬家百花塢(장안만가백화오) : 장안만호에는 온갖 꽃 둔덕
樓臺隱映紅似雨(누대은영홍사우) : 누대에 은은히 비치어서 붉은 비가 내리는 듯
靑春未賞能幾何(청춘미상능기하) : 청춘에 구경하지 안았다면, 청춘이 몇 년이나 되는가
白日政長催羯鼓(백일정장최갈고) : 해는 정히 길어 갈고를 재촉하는구나.

 

 

扶安次李相國奎報韻(부안차이상국규보운)-徐居正(서거정)
부안에서 상국 이규보의 운을 빌려-徐居正(서거정)

十載東西信轉蓬(십재동서신전봉) : 10년 동안 동서에서 소식 더욱 잦아
登樓聊喜使君同(등루료희사군동) : 누각에 올라 오직 그대와 같이함을 기뻐한다네
雨聲長在芭蕉葉(雨聲長在芭蕉葉) : 비소리는 길이 파초 잎에 있는데
春色深留芍藥叢(춘색심류작약총) : 물빛은 깊이 자약 떨기에 머물러 있네
身世已拚杯酒裏(신세이변배주리) : 신세는 이미 잔 술 속에 버리었고
光陰空費路歧中(광음공비로기중) : 광음은 헛되이 갈람길에 허비하였다네.
醉餘猶記江南夢(취여유기강남몽) : 취한 뒤에 아직도 강남 꿈을 기억하니
萬柄荷花十里紅(만병하화십리홍) : 만 자루의 연꽃이 10리에 붉어있네.

 

 

畵竹(화죽)-徐居正(서거정)
대나무를 그림-徐居正(서거정)

此君無曲性(차군무곡성) : 이분은 결코 굽히는 성질 없어
由來大節名(유래대절명) : 예로부터 큰 절개로 이름 있네.
獨立天地間(독립천지간) : 천지 사이에 우뚝 서 있어
斯爲聖之淸(사위성지청) : 곧 성인중의 맑은 이로 되었네.

 

 

七月二十九日誕辰賀禮後作(칠월이십구일탄신하례후작)-徐居正(서거정)
칠월 이십구 일 탄신 하례 후에 짓다-徐居正(서거정)

誕辰陳賀紫宸朝(탄신진하자신조) : 탄신일이라 자신궁에 하례하는 아침
稽顙瑤墀拜赭袍(계상요지배자포) : 섬돌에 이마를 조아려 붉은 곤룡포에 절 하였네
金甕初開千日酒(금옹초개천일주) : 금 단지에는 처음으로 천일주를 열었고
玉盤齊獻萬年桃(옥반제헌만년도) : 옥반에는 나란히 천도복숭아를 바치었다
奇逢幸際雲龍會(기봉행제운용회) : 행복한 때를 기적같이 만나니 구름과 용이 모이었다
沛澤深涵雨露饒(패택심함우로요) : 쏟는 은택에 깊이 젖으니 비와 이슬이 넉넉하여라
醉飽小臣賡大雅(취포소신갱대아) : 취하고 배부른 소신이 대아를 이어
更伸華祝頌唐堯(갱신화축송당요) : 다시 화려한 축하연을 펴 당요를 노래하네.

 

 

少日(소일)-徐居正(서거정)
젊은 날-徐居正(서거정)

少日豪談奮雨髥(소일호담분우염) : 젊을 때에는 호방하여 말 탈 때 두 수염을 떨쳤는데
年來斂鑰遠人嫌(년래렴약원인혐) : 몇 년 전부터는 칼날을 거두어 남의 눈치도 멀리한다.
徒前宦路羊腸險(도전환로양장험) : 지금까지의 벼슬길은 양의 창자처럼 험했지만
抵老才名鼠尾尖(저로재명서미첨) : 늙어가니 재주와 명성은 쥐꼬리처럼 뾰족해졌네.
詩不驚人吟又改(시불경인음우개) : 시가 사람을 놀라게 하지 못하니 읊고 또 고치고
酒能忘我醉還添(주능망아취환첨) : 술은 나를 잊게 하니 취하고 또 마신다.
欲書折簡招碁伴(욕서절간초기반) : 편지를 써서 바둑 친구를 불러 친구하려하나
凍筆如錐不可拈(동필여추불가념) : 언 붓이 송곳 같아서 집을 수조차 없구나.

 

 

送昌原府使朴公之任(송창원부사박공지임)-徐居正(서거정)
창원부사 박공의 임지로 보내며-徐居正(서거정)

憶昔重過月影臺(억석중과월영대) : 생각하면 옛날에 몇 번 월영대를 지났거니
檜山依舊翠成堆(회산의구취성퇴) : 회산은 옛날처럼 푸른빛이 무더기를 이루었구나.
高吟落日欲將去(고음낙일욕장거) : 지는 해를 읊조리며 데리고 가려 하여
爲喚孤雲猶不來(위환고운유불래) : 외로운 구름 불렀으나 여전히 오지 않는구나.
滄海有潮環古壘(창해유조환고루) : 넓은 바다에 조수가 있어 옛 진터를 감도는데
短碑無字半荒苔(단비무자반황태) : 작은 비석에 글자가 없어지고 거친 이끼가 반이나 되네.
風流太守仍文雅(풍류태수잉문아) : 풍류 태수는 문장의 멋을 알 것이니
爲我閑登酒一杯(위아한등주일배) : 나를 위해 한가히 올라 술 한 잔을 권하게나

 

 

朝坐(조좌)-徐居正(서거정)
아침에 앉아-徐居正(서거정)

小窓扶坐倚烏床(소창부좌의오상) : 작은 창문을 붙들고 앉아 오상을 기대니
瘦骨如峰鬢似霜(수골여봉빈사상) : 여윈 뼈는 산봉우리 같고 살쩍은 서리 같구나.
多病已會嘗藥遍(다병이회상약편) : 병이 많아 이미 여러 가지 약 먹었고
怯凉猶復攬衣忙(겁량유부람의망) : 추위가 겁이나 옷 끌어당기기 바쁘구나.
蕪菁細切靑蔬軟(무청세절청소연) : 무우를 가늘게 썰으니 푸른나물이 연하고
薏苡新炊白粥香(의이신취백죽향) : 율무를 새로 끓이니 흰 죽이 향기로워라
萬事不如眠食隱(만사불여면식은) : 만사는 잠자고 먹는 것의 안온함만 못하거니
何須苦覓養生方(하수고멱양생방) : 어찌 모름지기 괴로이 양생하는 방범을 찾을 것인가

 

 

退衙(퇴아)-徐居正(서거정)
관아를 나서며-徐居正(서거정)

公事無多早退衙(공사무다조퇴아) : 공무가 많지 않아 일찍 관아를 나서니
西風吹顔鬢邊絲(서풍취안빈변사) : 서풍이 귀밑머리에 불어오는구나.
曲闌閑立無人見(곡란한립무인견) : 굽은 난간에 한가히 서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獨對東籬黃菊花(독대동리황국화) : 동쪽 울타리 아래 노란 국화꽃을 홀로 바라보노라.

 

 

絶句(절구)-徐居正(서거정)
절구-徐居正(서거정)

光風香嫋海棠花(광풍향뇨해당화) : 광풍에 해당화 향기 풍기며 하늘거리고
小雨池塘生綠波(소우지당생녹파) : 연목에 가랑비 뿌려 푸른 파문 인다.
遲日濃陰人寂寂(지일농음인적적) : 낮은 길고 녹음은 짙은데 찾는 사람 없고
一雙睡鴨占晴沙(일쌍수압점청사) : 한 쌍의 잠든 오리가 맑은 모래밭을 차지하고 있네.

 

 

林亭晩吟次岑上人韻(임정만음차잠상운인)-徐居正(서거정)
숲 정자에서 산위의 사람의 운을 빌어 저녁에 시를 읊다-徐居正(서거정)

城市那無隱者家(성시나무은자가) : 도시엔들 어찌 은자의 집이 없으랴
林亭幽絶隔鹿譁(임정유절격록화) : 숲 속 정자가 고요하여 세상의 어지러움 없도다.
年年爲種幾多樹(년년위종기다수) : 해마다 심은 나무 얼마나 되는지
續續自開無數花(속속자개무수화) : 저절로 피는 무수한 꽃들
白蟻戰酣山雨至(백의전감산우지) : 흰 개미 싸움이 한참인데 산에는 비 내리고
黃蜂衙罷溪日斜(황봉아파계일사) : 누런 벌 떼들 일을 마치니 개울물에 석양이 진다
移時軟共高僧話(이시연공고승화) : 시간이 지나 한가히 고승과 대화를 나누러니
石鼎松聲送煮茶(석정송성송자다) : 돌솥에 솔바람 일어 차를 다리게 한다.

 

 

扶桑驛(부상역)-徐居正(서거정)
부상역-徐居正(서거정)

光陰逆旅身如寄(광음역려신여기) : 시간은 나그네 몸을 맡겨
羈宦他鄕思轉迷(기환타향사전미) : 벼슬에 매여 타향살이 생각할수록 어지럽구나.
自笑詩狂猶故態(자소시광유고태) : 스스로 웃어보네, 시에 미친 옛 모습을
壁間重檢古人題(벽간중검고인제) : 벽에 걸린 옛 시제를 자꾸만 살펴보네

 

 

卽事(즉사)-徐居正(서거정)
즉사-徐居正(서거정)

圍爐烘藥酒(위로홍약주) : 화롯가에 앉아 약주 데우고
點筆寫方書(점필사방서) : 붓에 묻혀 책을 베낀다.
自信經營拙(자신경영졸) : 경영이 졸렬했음을 스스로 믿으니
仍知故舊疎(잉지고구소) : 알았노라, 옛 친구와 소홀해 졌음을

 

 

小雨(소우)-徐居正(서거정)
보슬비-徐居正(서거정)

逆旅少親舊(역려소친구) : 나그네 길에 친구는 적은데
人生多別離(인생다별리) : 인생길에는 이별이 많구나.
如何連曉夢(여하연효몽) : 무슨 까닭인가, 새벽꿈에 연이어
未有不歸時(미유불귀시) :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은 적이 없는 것은

 

 

謝岑上人惠雀舌茶(사잠상인혜작설차)-徐居正(서거정)
산에서 작설차를 대접받고-徐居正(서거정)

靑縢布幭拂我衣(청등포멸불아의) : 옷 벗어 푸른 끈으로 행전 동여매고
尋師去向山中歸(심사거향산중귀) : 스님 찾아 떠나 산 속을 간다.
瀟團淨几紙窓明(소단정궤지창명) : 조촐한 집 깨끗한 책상, 종이 바른 창은 밝은데
石鼎共廳松風聲(석정공청송풍성) : 돌솥 앞에서 같이 솔바람소리를 듣는다

 

 

次權參議韻(차권참의운)-徐居正(서거정)
권참의 운을 빌어-徐居正(서거정)

多君退朝能節義(다군퇴조능절의) : 여러 친구들은 물러나 절의를 지켰는데
愧我虛名已誤身(괴아허명이오신) : 부끄럽게도 나는 허명을 쫓아 이미 버린 몸이 되었구나.
悵望凭羅歸不得(창망빙라귀부득) : 슬프구나, 부귀에 기대어 돌아가려도 가지 못하는데
春風到處蕨芽新(춘풍도처궐아신) : 봄바람 부는 곳마다 고사리 새싹이 돋네

 

 

淸晨(청신)-徐居正(서거정)
맑은 새벽에-徐居正(서거정)

淸晨小坐擁緜錦(청신소좌옹면금) : 맑은 새벽 솜이불 안고 조금 앉아있으려니
窓日暉暉淨客心(창일휘휘정객심) : 창밖의 빛나는 햇살은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한다.
歲月幾何詩是史(세월기하시시사) : 흘러간 세월이 얼마인가, 내 시가 바로 역사인데
顔容如此酒爲箴(안용여차주위잠) : 얼굴이 이와 같으니 술을 조심해야 하오.
防身只有杜陵劒(방신지유두릉검) : 몸 지키는 일 오로지 두릉의 칼이요
垂橐曾無陸賈金(수탁증무육고금) : 늘어뜨린 주머니에는 일찍이 육고의 금은 없었다.
何日歸還仍乞骨(하일귀환잉걸골) : 어느 날에야 돌아와 강직함을 구걸하여
向鑱歸去斲人蔘(향참귀거착인삼) : 보습을 가지고 인삼을 캐어볼까

 

 

處世(처세)-徐居正(서거정)
처세-徐居正(서거정)

處世三無慍(처세삼무온) : 세상을 살아감에 세 가지에 성내지 말아야하니
安貧百無憂(안빈백무우) : 분수에 만족하면 백가지 일이 근심이 없다네.
病中親藥餌(병중친약이) : 병이 나면 직접 약과 음식을 잘 먹어야하는데
慵裏度春秋(용리도춘추) : 게을러 세월만 보냈구나.
矍鑠身難健(확삭신난건) : 굽히지 않으려도 몸이 이미 어려워
伶俜跡已浮(령빙적이부) : 영비안 자취가 이미 허망하다
十年歸老計(십년귀로계) : 십년간 돌아가려던 노인의 계획
湖海一扁舟(호해일편주) : 강과 바다의 한 척 조각배라오.

 

 

次韻日休見寄(차운일휴견기)-徐居正(서거정)
휴일견기를 차운하여-徐居正(서거정)

平生性癖愛吾廬(평생성벽애오려) : 평생 고질이 내 집을 좋아하는 것이라
閉闇焚香淨掃除(폐암분향정소제) : 한가히 향불 살라 깨끗이 소제한다네.
陶令但知樽有酒(도령단지준유주) : 도연명은 다만 단지에 술 있는 것만 알고
馮郞空嘆出無車(풍랑공탄출무거) : 붕랑은 부질없이 외출에 수레 없는 것만 한탄했네.
病餘身世渾成夢(병여신세혼성몽) : 병든 이 몸은 모든 것 꿈이 되고
老去文章欲著書(노거문장욕저서) : 늙어진 후에는 문장으로 책이나 쓰고 싶네.
名利到頭從自苦(명리도두종자고) : 명리는 스스로 괴로워지니
會須歸問鹿門居(회수귀문록문거) : 모름지기 돌아가 산간에 살 곳을 물어보리라

 

 

七旬(칠순)-徐居正(서거정)
칠순-徐居正(서거정)

七旬身世轉疎迃(칠순신세전소우) : 칠순의 이 몸은 점점 어려워져
少日風流太半無(소일풍류태반무) : 젊은 시절 풍류는 거의 없어졌구나.
聊把靑編遮病眼(요파청편차병안) : 애써 책을 잡아도 병든 눈이 막고
不禁白雲上衰鬚(불금백운상쇠수) : 백설이 구렛나루에 오름을 막을 수 없구나.
閑中獨坐親香鼎(한중독좌친향정) : 한가히 홀로 앉아 향불을 가까이 하고
醉後長歌擊唾壺(취후장가격타호) : 취하여 노래 부르며 타호를 쳐 장단 맞춘다
預喜明年當致仕(예희명년당치사) : 내년에 벼슬 물러나려니 이미 기뻐
蒼波白鳥老江湖(창파백조로강호) : 푸른 물결 흰 새처럼 강호에서 늙고 싶어라

 

 

憶村家(억촌가)-徐居正(서거정)
시골집을 생각하며-徐居正(서거정)

梅迎今日雨(매영금일우) : 매화는 오늘 비를 반기고
麥送故園秋(맥송고원추) : 보리는 고향 가을을 보내어온다.
最識還家好(최식환가호) : 고향에 돌아감이 좋은 줄 아나
那堪作宦愁(나감작환수) : 벼슬길 시름을 어찌 견딜까
江山雙蠟屣(강산쌍랍사) : 강산은 한 쌍의 밀랍 신발이요
天地一漁舟(천지일어주) : 천지는 한 척 고기잡이 배라네
歸去知何日(귀거지하일) : 돌아갈 날이 어느 날인지 안았다면
吾能昨夢遊(오능작몽유) : 나는 능히 어젯밤 꿈속을 고향에서 놀았으리

 

 

秋懷(추회)-徐居正(서거정)
가을 회포-徐居正(서거정)

硫光冉冉不曾留(류광염염불증류) : 세월은 끝없이 흘러 머물지 않아
鳥帽西風怯白頭(조모서풍겁백두) : 벼슬이 서풍에 날아가 백두 될까 겁나네.
出處由來難自斷(출처유래난자단) : 나가고 물러서기 스스로 정하기 어렵고
閑忙自古不相謀(한망자고불상모) : 물러난 한가한 생활 예부터 바라지 않네.
陶潛歸去欣瞻宇(도잠귀거흔첨우) : 도잠은 돌아가 옛집을 기쁘게 바라보고
杜甫行藏獨倚樓(두보행장독의루) : 두보는 숨어 혼자 누각에 기대어 살았네.
我亦歸田曾有賦(아역귀전증유부) : 나도 전원으로 돌아가 글을 지으며
欲將身世老扁舟(욕장신세로편주) : 작은 배에 몸 실어 늙어가고 싶어라.

 

 

睡起(수기)-徐居正(서거정)
잠에서 일어나-徐居正(서거정)

簾影深深轉(렴영심심전) : 발그림자 깊숙이 돌아들고
荷香續續來(하향속속래) : 연꽃 향기 끊임없이 풍겨온다
夢回高枕上(몽회고침상) : 베개머리에서 꿈을 깨니
桐葉雨聲催(동엽우성최) : 오동나무 잎에 빗소리 거세다

 

 

山居(산거)-徐居正(서거정)
산에 살면서-徐居正(서거정)

花潭一草廬(화담일초려) : 개성 땅 화담에 초가 한 간
瀟灑類僊居(소쇄유선거) : 신선처럼 맑고 깨끗하게 산다네
山簇開軒面(산족개헌면) : 앞쪽 창 열면 뭇 산들이 모여들고
泉絃咽枕虛(천현열침허) : 샘물은 베개머리에서 거문고처럼 노래하고
洞幽風淡蕩(동유풍담탕) : 골이 깊으니 바람소리 맑고 시원해
境僻樹扶疎(경벽수부소) : 사는 곳 구석지니 나무 울창하구나
中有逍遙子(중유소요자) : 이 가운데 한가하고 자유로운 사람 있으니
淸朝好讀書(청조호독서) : 청명한 아침 책 읽기를 좋아한다네

 

 

秋日(추일)-徐居正(서거정)
어느 가을날-徐居正(서거정)

茅齋連竹逕(모재연죽경) : 대나무 오솔길로 이어진 초가 한 채
秋日艶晴暉(추일염청휘) : 가을날 맑고 고운 햇살
果熟擎枝重(과숙경지중) : 과일이 익어서 높은 가지 무거워 늘어지고
瓜寒著蔓稀(과한저만희) : 참외밭 싸늘해라, 참외 달린 덩굴이 드물다
遊蜂飛不定(유봉비부정) : 떠도는 꿀벌들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閑鴨睡相依(한압수상의) : 한가로운 오리, 떼 지어 노는구나
頗識身心靜(파식신심정) : 내 몸, 내 마음 편안한 것을 이제야 알아
棲遲願不違(서지원불위) : 고향에 물러나 편안히 쉬는 일이 이뤄졌구나

 

 

自笑詩(자소시)-徐居正(서거정)
자신을 비웃으며-徐居正(서거정)

一詩吟了又吟詩(일시음요우음시) : 시 한 수 읊고 또 한 수 읊으며
盡日吟詩外不知(진일음시외부지) : 종일토록 시를 읊을 뿐
閱得舊詩今萬首(열득구시금만수) : 지어둔 시 살펴보니 만수나 되네
儘知死日不吟詩(진지사일불음시) : 죽는 날을 알아야 시를 읊지 않으리

 

 

국화불개창연유작(菊花不開悵然有作)-서거정(徐居正)
국화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정(徐居正)

佳菊今年皆較遲(가국금년개교지) : 아름다운 국화꽃, 올해는 비교적 늦게 피어나고
一秋淸興謾東籬(일추청흥만동리) : 가을의 맑은 정취, 동쪽 울타리에 늦어지네
西風大是無情思(서풍대시무정사) : 서풍이 심하게 불어오니, 너무도 무정하구나
不入黃花入鬢絲(불입황화입빈사) : 노란 국화꽃엔 들지도 않고, 귀밑머리만 찾는구나

 

 

독좌(獨坐)-서거정(徐居正,1420-1488)
나 홀로 있으면서-서거정

獨坐無來客(독좌무래객) : 찾는 이 없어 홀로 앉아 있으니
空庭雨氣昏(공정우기혼) : 뜰은 조용하고 날씨는 비올 듯 어둡네.
魚搖荷葉動(어요하엽동) : 연못에 물고기 요동치니 연꽃잎 움틀움틀
鵲踏樹梢飜(작답수초번) : 나무에 까치 앉으니 가지가 흔들흔들
琴潤絃猶響(금윤현유향) : 흐린 날씨에 거문고 눅어도 소리는 여전해
爐寒火尙存(로한화상존) : 화로는 차가워도 불기는 남아 있네.
泥途妨出入(니도방출입) : 진흙길에 우리집 출입이 어려우니
終日可關門(종일가관문) : 종일토록 빗장은 걸어두어도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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