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호도(四皓圖)-서거정(徐居正) 사호도-서거정(徐居正)
於世於名兩已逃(어세어명양이도) : 속세와 공명을 이미 벗어나 閑碁一局子頻敲(한기일국자빈고) : 한가로운 장기판에서 장기알 자주 두드린다 此中妙手無人會(차중묘수무인회) : 이 바둑판 묘수를 아는이 아무도 없었으니 最有安劉一着高(최유안유일착고) : 마지막 둔 최고의 한 수는, 유방을 지킨 한 수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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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죽(畵竹)-서거정(徐居正) 대나무를 그리며-서거정(徐居正)
此君無曲性(차군무곡성) : 이는 굽히는 성품이 아니니 由來大節名(유래대절명) : 예부터 큰 절개로 유명하도다 獨立天地間(독립천지간) : 천지 사이에 우뚝 홀로 서있으니 斯爲聖之淸(사위성지청) : 성인 중에서도 맑은 성인이라 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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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회(敍懷)-서거정(徐居正) 내 속마음은-서거정(徐居正)
大隱誰知在世間(대은수지재세간) : 큰 은자가 세간에 있는 줄 누가 아리오 宦情塵思共闌珊(환정진사공란산) : 벼슬 침착 속된 생각이 모두 가로막는구나 已諳一鐵能成錯(이암일철능성착) : 한 쇠가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알아도 未信千錢可買閑(미신천전가매한) : 천금으로도 한가함 사지 못하는 것 믿지 못하네 詩道中興黃太史(시도중흥황태사) : 시의 도는 중도에서는 황태사(황산곡)에서 일어나고 世祿終淺白香山(세록종천백향산) : 세상 인연은 백향산(백낙천)에서 엷어졌도다 殘年心事憑誰語(잔년심사빙수어) : 노년의 이 심정을 누구에세 말하며 笑把靑菱仔細看(소파청릉자세간) : 웃으며 푸른 마름 쥐고 자세히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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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우회(閑中寓懷)-서거정(徐居正) 한가하여 시를 읊다-서거정(徐居正)
一身多病且衰遲(일신다병차쇠지) : 한 몸에 병이 많아 또 노쇠했지니 物議紛紜百不知(물의분운백부지) : 시끄러운 세상 일 전연 모르겠도다 白髮悠悠長袖手(백발유유장수수) : 백발이 다된 몸이라 유유히 팔짱을 끼고 靑山黙黙獨支頤(청산묵묵독지이) : 푸른 산은 말 없는데 혼자 턱을 괸다 書籤筆架閑相伴(서첨필가한상반) : 책장과 붓통은 한가히 서로 짝하고 藥鼎茶甌老更宜(약정다구로갱의) : 약술과 찻병은 늙은 나에게 더욱 좋도다 晴日小窓酣打睡(청일소창감타수) : 맑은 날 작은 창에 단잠이 쏟아지고 忽驚喜鵲語簷枝(홀경희작어첨지) : 처마 끝 반가운 까치 소리에 놀라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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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途中)-서거정(徐居正) 길에서-서거정(徐居正)
雨後長途澁馬蹄(우후장도삽마제) : 비온 뒤 긴 길에는 말 가기 어려워 龍鐘衫袖半霑泥(용종삼수반점니) : 구지레한 적삼소매 진흙에 반이나 젖었구나 漏雲斜日長林晩(누운사일장림만) : 구름으로 새나오는 해가 긴 숲에 늦고 無數山禽種種啼(무수산금종종제) : 무수한 산새들은 온갖 소리로 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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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불개추연유작(菊花不開惆然有作)-서거정(徐居正) 국화가 피지 않아 추창히 시를 짓다-서거정(徐居正)
佳菊今年開較遲(가국금년개교지) : 아름다운 국화꽃 금년엔 비교적 늦게 피어 一秋淸興謾東籬(일추청흥만동리) : 온 가을 청량한 기분이 동쪽 울타리를 속였구나 西風大是無情思(서풍대시무정사) : 서풍이 크게 불어 무정도 하여 不入黃花入鬢絲(불입황화입빈사) : 노란 국화에 불지 않고 귀밑머리에 불어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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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산도(晩山圖)-서거정(徐居正) 저녁산 그림-서거정(徐居正)
嵳峨古樹與雲參(차아고수여운참) : 높고 높은 늙은 나무 구름에 닿고 石老巖奇水滿潭(석로암기수만담) : 오래된 돌과 기이한 바위, 못에는 물이 가득 更欲乘鸞吹鐵笛(갱욕승란취철적) : 다시 난새 타고 날아가려 날나리 불어대니 夜深明月過江南(야심명월과강남) : 깊은 밤에 밝은 달은 강남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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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음(偶吟)-서거정(徐居正) 우연히 짓다-서거정(徐居正)
心院風恬柳影多(심원풍념류영다) : 깊은 원에 바람은 부드럽고 버들잎은 짙은데 寒塘雨足長蒲芽(한당우족장포아) : 차가운 못에 비는 흡족하여 부들이 무성하다 閑愁正與春相伴(한수정여춘상반) : 한가한 시름이 봄과 서로 친구되니 獨坐無言數落花(독좌무언삭낙화) : 혼자 앉아 말 없이 지는 꽃잎만 헤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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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일(春日)-서거정(徐居正) 봄날-서거정(徐居正)
金入垂楊玉謝梅(금입수양옥사매) : 금빛은 수양버들에 들고 옥빛은 매화를 떠나는데 小池新水碧於苔(소지신수벽어태) : 작은 연못 새 빗물은 이끼보다 푸르다 春愁春興誰深淺(춘수춘흥수심천) : 봄의 수심과 봄의 흥취 어느 것이 더 짙고 옅은가 燕子不來花未開(연자불래화미개) : 제비도 오지 않고 꽃도 피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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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사(卽事)-서거정(徐居正) 즉사-서거정(徐居正)
小沼如盆水淺淸(소소여분수천청) : 동이 같이 작은 늪은 얕고 물은 맑아 菰蒲新長荻芽生(고포신장적아생) : 줄풀과 부들 새로 자라고 갈대는 싹이 튼다 呼兒爲引連筒去(호아위인연통거) : 아이를 불러 물 끌어 통을 이어가니 養得芭蕉聽雨聲(양득파초청우성) : 파초를 길러서 빗소리 듣고 싶어서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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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우(小雨)-서거정(徐居正) 가랑비-서거정(徐居正)
朝來小雨更庶織(조래소우갱서직) : 아침에 내리는 가랑비 더욱 땅을 적시고 落絮飛花滿一簾(낙서비화만일렴) : 비는 버들 솜 나는 꽃잎이 발에 가득하구나 九十日春今已暮(구십일춘금이모) : 구십 일 봄날도 이제 저무는데 病餘杯酒懶重拈(병여배주나중념) : 병난 뒤에는 술잔마저 힘없이 다시 잡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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麻浦夜雨(마포야우)-서거정(徐居正) 마포에는 밤비 내리는데-서거정(徐居正)
百年身世政悠悠(백년신세정유유) : 백년의 세상살이 진정 아득하노니 夜雨江湖惹起愁(야우강호야기수) : 강호의 밤비가 수심을 일으키는구나 袖裏歸田曾有賦(수리귀전증유부) : 내 옷소매 속에는 시골로 돌아가려는 글 있으니 已拚終老白鷗洲(이변종로백구주) : 이미 흰 갈매기 나는 섬에서 늙고자 정하였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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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호위기(四皓圍碁)-서거정(徐居正) 상산 네 늙은이가 바둑을 두다-서거정(徐居正)
於世於名已兩逃(어세어명이양도) : 세상과 명예 이미 모두 버리고서 閑圍一局子頻敲(한위일국자빈고) : 한가히 바둑 한 판 둘러싸고 돌을 자주 두드린다 此中妙手無人識(차중묘수무인식) : 이 중에 묘한 솜씨 있어도 아는 이 아무도 없어 會有安劉一著高(회유안유일저고) : 때맞춰 안유의 높은 한 수 있으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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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日(춘일)-徐居正(서거정) 어느 봄날-徐居正(서거정)
金入垂楊玉謝梅(금입수양옥사매) : 꾀꼬리는 수양버들로 날아들고, 매화꽃은 지는데 小池春水碧於苔(소지춘수벽어태) : 자그마한 못에는 물빛이 이끼보다도 더 푸르다. 春愁春興誰深淺(춘수춘흥수심천) : 봄 시름과 봄 흥취 어느 것이 더 깊고 옅은지 燕子不來花未開(연자불래화미개) : 제비는 날지 않고 꽃도 아직 피지 않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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鍾街觀燈(종가관등)-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종로 거리에서 관등하다-徐居正(서거정)
長安城中百萬家(장안성중백만가) : 서울 성안 집집마다 一夜燃燈明以霞(일야연등명이하) : 밤새껏 켜놓는 등불이 노을처럼 환하네 三千世界珊瑚樹(삼천세계산호수) : 삼천 세계가 온통 산호나무 二十四橋芙蓉花(이십사교부용화) : 24교 그 어디나 연꽃들 가득하네 東街西市白如晝(동가서시백여주) : 동쪽 거리와 서편 시장가 모두 대낮 같아 兒童狂走疾於狖(아동광주질어유) : 아이들이 뛰는것이 검은 원숭이보다 빠르네 星斗闌干爛未收(성두난간난미수) : 북두성 기울도록 등불 거두지 않아 黃金樓前催曉漏(황금루전최효루) : 황금 누각 앞 새벽 물시계를 재촉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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箭郊尋芳(전교심방)-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전교에서 방초를 찾아-徐居正(서거정)
平郊如掌草如茵(평교여장초여인) : 손바닥처럼 반반한 들판에 돗자리 같은 풀 晴日暖風濃殺人(청일난풍농살인) : 갠 날씨에 따스한 바람이 사람의 애간장을 돋우네 朝來沽酒典靑衫(조래고주전청삼) : 아침에 청삼을 잡혀 술을 사와 三三五五尋芳草(삼삼오오심방초) : 삼삼 오오로 꽃다운 풀을 찾아가네 飛觴轉急流水曲(비상전급유수곡) : 돌리는 술잔은 유수곡으로 더욱 급해지고 靑樽易枯長鯨吸(청준이고장경흡) : 고래처럼 술마시니 술병이 쉬 마르네 歸來駿馬踏銀蟾(귀래준마답은섬) : 준마 타고 달 밟으며 돌아오는데 玉箸聲殘杏花落(옥저성잔행화락) : 옥피리 소리는 자지러지고 살구꽃은 떨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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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石釣魚(입석조어)-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우뚝 선 돌에서 낚시하다-徐居正(서거정)
溪邊怪石余人立(계변괴석여인립) : 시냇가의 괴석이 사람처럼 서있는데 秋水玲瓏照寒碧(추수영롱조한벽) : 영롱한 가을물이 푸른 하늘에 비치네 把釣歸來籍綠蕪(파조귀래적녹무) : 낚시대 들고 와서 푸른 풀밭 깔고 앉으니 百尺銀絲金鯉躍(백척은사금리약) : 백 자 은 실 끝에 금잉어가 뛰네 細斫爲膾燖爲羹(세작위회심위갱) : 잘게 썰어 회치고 국을 끓이니 沙頭屢臥雙玉甁(사두루와쌍옥병) : 모래 위에 쌍옥병 여러번 넘어지네 醉來鼓脚歌滄浪(취래고각가창랑) : 취하여 다리를 치며 창랑을 노래하니 不用萬古麒麟名(불용만고기린명) : 만고의 기린각 이름을 무슨 소용이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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興德賞蓮(흥덕상연)-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흥덕사에서 연꽃을 감상하다-徐居正(서거정)
招提金碧照水底(초제금벽조수저) : 아름다운 빛을 불러들여 물 속을 비추니 荷花初開淨如洗(하화초개정여세) : 연꽃이 처음 피어난 것이 씻은 듯이 깨끗하네 霏霏紅霧拂瓊闌(비비홍무불경란) : 보슬보슬 붉은 안개 옥난간을 스치고 香風欲動飜袖紵(향풍욕동번수저) : 향기로운 바람 불어 모시소매 펄럭이네 有時碧筒飮無數(유시벽통음무수) : 때로는 연 잎에 술 부어 무수히 마시며 白日高談揮玉麈(백일고담휘주진) : 한낮에 주미를 흔들며 고담준론을 나누네 居僧挽手待明月(거승만수대명월) : 절의 스님과 손을 잡고 달을 기다리니 小樓一夜涼似雨(소루일야량사우) : 작은 누대 하룻밤이 비오는 듯 싸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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藏義尋僧(장의심승)-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자의사로 스님을 찾아-徐居正(서거정)
三峰亭亭削寒玉(삼봉정정삭한옥) : 세 봉우리 우뚝하여 옥을 깎은 듯 前朝古寺年八百(전조고사년팔백) : 8백 년된 전 왕조의 옛 절 古木回巖樓閣重(고목회암누각중) : 고목과 둘러선 바위에는 누각이 여기저기 鳴泉激激山石裂(명천격격산석열) : 샘물이 콸콸 흘러 산 바위가 찢어지는 듯하네 我昔尋僧一歸去(아석심승일귀거) : 내가 전에 스님 찾아 한 번 가 夜闌明月共軟語(야란명월공연어) : 밤 깊어 달 아래서 함께 조용히 이야기 했네 曉鐘一聲發深省(효종일성발심성) : 새벽종 한 소리에 깊은 깨달음 얻고 白雲滿地不知處(백운만지부지처) : 흰 구름 땅에 자욱하여 어딘 줄을 모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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盤松送客(반송송객)-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반송에서 손님을 보내다-徐居正(서거정)
故人別我歌遠遊(고인별아가원유) : 친구가 나를 이별할여 고시 <원유>시를 노래하니 何以送之雙銀甌(하이송지쌍은구) : 무엇으로 전송할까, 은 사발 한 쌍을 줄까 都門楊柳不堪折(도문양류불감절) : 도문의 버드나무 차마 꺾지 못하여 芳草有恨何時休(방초유한하시휴) : 향기로운 풀들은 한스러우니 어느 때나 그치리오 去年今年長參商(거년금년장참상) : 지난 해도 금년에도 길이 이별하는구나 富別貧別皆銷腸(부별빈별개소장) : 부자의 이별도 빈자의 이별도 모두가 애처롭다 陽關三疊歌旣關(양관삼첩가기관) : 왕유의 이별의 노래 양관삼첩이 이미 다 끝나니 東雲北樹俱茫茫(동운북수구망망) : 동편의 구름 북쪽의 나무가 모두 아득하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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楊花踏雲(양화답운)-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버들꽃 구름을 밟고-徐居正(서거정)
北風捲地萬籟響(북풍권지만뢰향) : 북풍이 땅을 휘몰아치니 온갖소리 다 울리고 江橋雲片大於掌(강교운편대어장) : 강 다리에 내리는 눈송이 손바닥보다 더 크네 茫茫銀界無人蹤(망망은계무인종) : 망망한 은세계에 사람의 자취 하나 없고 玉山倚空千萬丈(옥산의공천만장) : 옥같은 산들은 공중에 천만 길이나 치솟았네 我時騎驢帽如屋(아시기려모여옥) : 그때 나는 지붕만한 사모 쓰고 나귀를 타고가니 銀花眩眼髮竪竹(은화현안발수죽) : 은빛 눈꽃은 눈 앞에 어지럽고 머리칼은 대나무처럼 곤두섰네 歸來沽酒靑樓飮(귀래고주청루음) : 돌아와 술을 사서 청루에서 마시며 醉傍寒梅訪消息(취방한매방소식) : 취하여 겨울매화 옆에 서서 봄소식을 물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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濟川玩月(제천완월)-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제천에서 달구경-徐居正(서거정)
秋光萬頃琉璃靜(추광만경유리정) : 천지에 가득한 가을빛이 유리처럼 맑은데 畵棟珠簾蘸寒影(화동주렴잠한영) : 화려한 기둥의 주렴이 차가운 그림자에 잠겨있네 長空無雲淨如掃(장공무운정여소) : 높은 하늘 구름 한 점 없어 비로 쓴 듯 깨끗하여 坐待月出黃金餠(좌대월출황금병) : 앉아서 달 떠오기 기다리니 황금 송편같은 달이 뜨네 乾坤淸氣骨已徹(건곤청기골이철) : 하늘과 땅에 맑은 기운 뼈까지 스며들어 明光一一手毛髮(명광일일수모발) : 밝은 빛에 하나하나 머릿털을 손질할 듯하네 雨夜深深更奇絶(우야심심갱기절) : 비내리는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절경인 경치 倚遍欄干十二曲(의편난간십이곡) : 열두 구비 난간에 두루 기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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麻浦泛舟(마포범주)-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마포에 배 띄워-徐居正(서거정)
西湖濃抹如西施(서호농말여서시) : 서호의 짙은 꾸밈 서시와도 같아 桃花細雨生綠漪(도화세우생록의) : 복숭아꽃 가랑비가 푸른 물가에 내리네 盪槳歸來水半蓉(탕장귀래수반용) : 배 저어 돌아오니 물에 반이나 연꽃 日暮無人歌竹枝(일모무인가죽지) : 날은 저무는데 죽지가 부르는 사람 하나 없어 三山隱隱金鼈頭(삼산은은금별두) : 삼산은 금오의 머리에 있어 아득하고 漢陽歷歷鸚鵡洲(한양역력앵무주) : 한양 땅에도 역력한 앰무주가 있다네 夷猶不見一黃鶴(이유불견일황학) : 머뭇거리며 보아도 황학은 보이지 않고 飛來忽有雙白鷗(비래홀유쌍백구) : 문득 한쌍의 백구 나타나 훨훨 날아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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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覓賞花(목멱상화)-徐居正(서거정;漢都十詠) 목멱산 꽃구경-徐居正(서거정)
尺五城南山政高(척오성남산정고) : 한 척 반 성 남쪽은 산이 높아 攀緣十二靑雲橋(반연십이청운교) : 열두 청운교를 디디고 올라선다. 華山揷立玉芙蓉(화산삽립옥부용) : 화산은 옥부용을 꽃아 세운 듯하고 漢江染出金葡萄(한강염출금포도) : 한강은 금포도를 물들여 낸 듯하구나 長安萬家百花塢(장안만가백화오) : 장안만호에는 온갖 꽃 둔덕 樓臺隱映紅似雨(누대은영홍사우) : 누대에 은은히 비치어서 붉은 비가 내리는 듯 靑春未賞能幾何(청춘미상능기하) : 청춘에 구경하지 안았다면, 청춘이 몇 년이나 되는가 白日政長催羯鼓(백일정장최갈고) : 해는 정히 길어 갈고를 재촉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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扶安次李相國奎報韻(부안차이상국규보운)-徐居正(서거정) 부안에서 상국 이규보의 운을 빌려-徐居正(서거정)
十載東西信轉蓬(십재동서신전봉) : 10년 동안 동서에서 소식 더욱 잦아 登樓聊喜使君同(등루료희사군동) : 누각에 올라 오직 그대와 같이함을 기뻐한다네 雨聲長在芭蕉葉(雨聲長在芭蕉葉) : 비소리는 길이 파초 잎에 있는데 春色深留芍藥叢(춘색심류작약총) : 물빛은 깊이 자약 떨기에 머물러 있네 身世已拚杯酒裏(신세이변배주리) : 신세는 이미 잔 술 속에 버리었고 光陰空費路歧中(광음공비로기중) : 광음은 헛되이 갈람길에 허비하였다네. 醉餘猶記江南夢(취여유기강남몽) : 취한 뒤에 아직도 강남 꿈을 기억하니 萬柄荷花十里紅(만병하화십리홍) : 만 자루의 연꽃이 10리에 붉어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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畵竹(화죽)-徐居正(서거정) 대나무를 그림-徐居正(서거정)
此君無曲性(차군무곡성) : 이분은 결코 굽히는 성질 없어 由來大節名(유래대절명) : 예로부터 큰 절개로 이름 있네. 獨立天地間(독립천지간) : 천지 사이에 우뚝 서 있어 斯爲聖之淸(사위성지청) : 곧 성인중의 맑은 이로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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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月二十九日誕辰賀禮後作(칠월이십구일탄신하례후작)-徐居正(서거정) 칠월 이십구 일 탄신 하례 후에 짓다-徐居正(서거정)
誕辰陳賀紫宸朝(탄신진하자신조) : 탄신일이라 자신궁에 하례하는 아침 稽顙瑤墀拜赭袍(계상요지배자포) : 섬돌에 이마를 조아려 붉은 곤룡포에 절 하였네 金甕初開千日酒(금옹초개천일주) : 금 단지에는 처음으로 천일주를 열었고 玉盤齊獻萬年桃(옥반제헌만년도) : 옥반에는 나란히 천도복숭아를 바치었다 奇逢幸際雲龍會(기봉행제운용회) : 행복한 때를 기적같이 만나니 구름과 용이 모이었다 沛澤深涵雨露饒(패택심함우로요) : 쏟는 은택에 깊이 젖으니 비와 이슬이 넉넉하여라 醉飽小臣賡大雅(취포소신갱대아) : 취하고 배부른 소신이 대아를 이어 更伸華祝頌唐堯(갱신화축송당요) : 다시 화려한 축하연을 펴 당요를 노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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少日(소일)-徐居正(서거정) 젊은 날-徐居正(서거정)
少日豪談奮雨髥(소일호담분우염) : 젊을 때에는 호방하여 말 탈 때 두 수염을 떨쳤는데 年來斂鑰遠人嫌(년래렴약원인혐) : 몇 년 전부터는 칼날을 거두어 남의 눈치도 멀리한다. 徒前宦路羊腸險(도전환로양장험) : 지금까지의 벼슬길은 양의 창자처럼 험했지만 抵老才名鼠尾尖(저로재명서미첨) : 늙어가니 재주와 명성은 쥐꼬리처럼 뾰족해졌네. 詩不驚人吟又改(시불경인음우개) : 시가 사람을 놀라게 하지 못하니 읊고 또 고치고 酒能忘我醉還添(주능망아취환첨) : 술은 나를 잊게 하니 취하고 또 마신다. 欲書折簡招碁伴(욕서절간초기반) : 편지를 써서 바둑 친구를 불러 친구하려하나 凍筆如錐不可拈(동필여추불가념) : 언 붓이 송곳 같아서 집을 수조차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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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昌原府使朴公之任(송창원부사박공지임)-徐居正(서거정) 창원부사 박공의 임지로 보내며-徐居正(서거정)
憶昔重過月影臺(억석중과월영대) : 생각하면 옛날에 몇 번 월영대를 지났거니 檜山依舊翠成堆(회산의구취성퇴) : 회산은 옛날처럼 푸른빛이 무더기를 이루었구나. 高吟落日欲將去(고음낙일욕장거) : 지는 해를 읊조리며 데리고 가려 하여 爲喚孤雲猶不來(위환고운유불래) : 외로운 구름 불렀으나 여전히 오지 않는구나. 滄海有潮環古壘(창해유조환고루) : 넓은 바다에 조수가 있어 옛 진터를 감도는데 短碑無字半荒苔(단비무자반황태) : 작은 비석에 글자가 없어지고 거친 이끼가 반이나 되네. 風流太守仍文雅(풍류태수잉문아) : 풍류 태수는 문장의 멋을 알 것이니 爲我閑登酒一杯(위아한등주일배) : 나를 위해 한가히 올라 술 한 잔을 권하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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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坐(조좌)-徐居正(서거정) 아침에 앉아-徐居正(서거정)
小窓扶坐倚烏床(소창부좌의오상) : 작은 창문을 붙들고 앉아 오상을 기대니 瘦骨如峰鬢似霜(수골여봉빈사상) : 여윈 뼈는 산봉우리 같고 살쩍은 서리 같구나. 多病已會嘗藥遍(다병이회상약편) : 병이 많아 이미 여러 가지 약 먹었고 怯凉猶復攬衣忙(겁량유부람의망) : 추위가 겁이나 옷 끌어당기기 바쁘구나. 蕪菁細切靑蔬軟(무청세절청소연) : 무우를 가늘게 썰으니 푸른나물이 연하고 薏苡新炊白粥香(의이신취백죽향) : 율무를 새로 끓이니 흰 죽이 향기로워라 萬事不如眠食隱(만사불여면식은) : 만사는 잠자고 먹는 것의 안온함만 못하거니 何須苦覓養生方(하수고멱양생방) : 어찌 모름지기 괴로이 양생하는 방범을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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退衙(퇴아)-徐居正(서거정) 관아를 나서며-徐居正(서거정)
公事無多早退衙(공사무다조퇴아) : 공무가 많지 않아 일찍 관아를 나서니 西風吹顔鬢邊絲(서풍취안빈변사) : 서풍이 귀밑머리에 불어오는구나. 曲闌閑立無人見(곡란한립무인견) : 굽은 난간에 한가히 서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獨對東籬黃菊花(독대동리황국화) : 동쪽 울타리 아래 노란 국화꽃을 홀로 바라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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絶句(절구)-徐居正(서거정) 절구-徐居正(서거정)
光風香嫋海棠花(광풍향뇨해당화) : 광풍에 해당화 향기 풍기며 하늘거리고 小雨池塘生綠波(소우지당생녹파) : 연목에 가랑비 뿌려 푸른 파문 인다. 遲日濃陰人寂寂(지일농음인적적) : 낮은 길고 녹음은 짙은데 찾는 사람 없고 一雙睡鴨占晴沙(일쌍수압점청사) : 한 쌍의 잠든 오리가 맑은 모래밭을 차지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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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亭晩吟次岑上人韻(임정만음차잠상운인)-徐居正(서거정) 숲 정자에서 산위의 사람의 운을 빌어 저녁에 시를 읊다-徐居正(서거정)
城市那無隱者家(성시나무은자가) : 도시엔들 어찌 은자의 집이 없으랴 林亭幽絶隔鹿譁(임정유절격록화) : 숲 속 정자가 고요하여 세상의 어지러움 없도다. 年年爲種幾多樹(년년위종기다수) : 해마다 심은 나무 얼마나 되는지 續續自開無數花(속속자개무수화) : 저절로 피는 무수한 꽃들 白蟻戰酣山雨至(백의전감산우지) : 흰 개미 싸움이 한참인데 산에는 비 내리고 黃蜂衙罷溪日斜(황봉아파계일사) : 누런 벌 떼들 일을 마치니 개울물에 석양이 진다 移時軟共高僧話(이시연공고승화) : 시간이 지나 한가히 고승과 대화를 나누러니 石鼎松聲送煮茶(석정송성송자다) : 돌솥에 솔바람 일어 차를 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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扶桑驛(부상역)-徐居正(서거정) 부상역-徐居正(서거정)
光陰逆旅身如寄(광음역려신여기) : 시간은 나그네 몸을 맡겨 羈宦他鄕思轉迷(기환타향사전미) : 벼슬에 매여 타향살이 생각할수록 어지럽구나. 自笑詩狂猶故態(자소시광유고태) : 스스로 웃어보네, 시에 미친 옛 모습을 壁間重檢古人題(벽간중검고인제) : 벽에 걸린 옛 시제를 자꾸만 살펴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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卽事(즉사)-徐居正(서거정) 즉사-徐居正(서거정)
圍爐烘藥酒(위로홍약주) : 화롯가에 앉아 약주 데우고 點筆寫方書(점필사방서) : 붓에 묻혀 책을 베낀다. 自信經營拙(자신경영졸) : 경영이 졸렬했음을 스스로 믿으니 仍知故舊疎(잉지고구소) : 알았노라, 옛 친구와 소홀해 졌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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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雨(소우)-徐居正(서거정) 보슬비-徐居正(서거정)
逆旅少親舊(역려소친구) : 나그네 길에 친구는 적은데 人生多別離(인생다별리) : 인생길에는 이별이 많구나. 如何連曉夢(여하연효몽) : 무슨 까닭인가, 새벽꿈에 연이어 未有不歸時(미유불귀시) :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은 적이 없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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謝岑上人惠雀舌茶(사잠상인혜작설차)-徐居正(서거정) 산에서 작설차를 대접받고-徐居正(서거정)
靑縢布幭拂我衣(청등포멸불아의) : 옷 벗어 푸른 끈으로 행전 동여매고 尋師去向山中歸(심사거향산중귀) : 스님 찾아 떠나 산 속을 간다. 瀟團淨几紙窓明(소단정궤지창명) : 조촐한 집 깨끗한 책상, 종이 바른 창은 밝은데 石鼎共廳松風聲(석정공청송풍성) : 돌솥 앞에서 같이 솔바람소리를 듣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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次權參議韻(차권참의운)-徐居正(서거정) 권참의 운을 빌어-徐居正(서거정)
多君退朝能節義(다군퇴조능절의) : 여러 친구들은 물러나 절의를 지켰는데 愧我虛名已誤身(괴아허명이오신) : 부끄럽게도 나는 허명을 쫓아 이미 버린 몸이 되었구나. 悵望凭羅歸不得(창망빙라귀부득) : 슬프구나, 부귀에 기대어 돌아가려도 가지 못하는데 春風到處蕨芽新(춘풍도처궐아신) : 봄바람 부는 곳마다 고사리 새싹이 돋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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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晨(청신)-徐居正(서거정) 맑은 새벽에-徐居正(서거정)
淸晨小坐擁緜錦(청신소좌옹면금) : 맑은 새벽 솜이불 안고 조금 앉아있으려니 窓日暉暉淨客心(창일휘휘정객심) : 창밖의 빛나는 햇살은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한다. 歲月幾何詩是史(세월기하시시사) : 흘러간 세월이 얼마인가, 내 시가 바로 역사인데 顔容如此酒爲箴(안용여차주위잠) : 얼굴이 이와 같으니 술을 조심해야 하오. 防身只有杜陵劒(방신지유두릉검) : 몸 지키는 일 오로지 두릉의 칼이요 垂橐曾無陸賈金(수탁증무육고금) : 늘어뜨린 주머니에는 일찍이 육고의 금은 없었다. 何日歸還仍乞骨(하일귀환잉걸골) : 어느 날에야 돌아와 강직함을 구걸하여 向鑱歸去斲人蔘(향참귀거착인삼) : 보습을 가지고 인삼을 캐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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處世(처세)-徐居正(서거정) 처세-徐居正(서거정)
處世三無慍(처세삼무온) : 세상을 살아감에 세 가지에 성내지 말아야하니 安貧百無憂(안빈백무우) : 분수에 만족하면 백가지 일이 근심이 없다네. 病中親藥餌(병중친약이) : 병이 나면 직접 약과 음식을 잘 먹어야하는데 慵裏度春秋(용리도춘추) : 게을러 세월만 보냈구나. 矍鑠身難健(확삭신난건) : 굽히지 않으려도 몸이 이미 어려워 伶俜跡已浮(령빙적이부) : 영비안 자취가 이미 허망하다 十年歸老計(십년귀로계) : 십년간 돌아가려던 노인의 계획 湖海一扁舟(호해일편주) : 강과 바다의 한 척 조각배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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次韻日休見寄(차운일휴견기)-徐居正(서거정) 휴일견기를 차운하여-徐居正(서거정)
平生性癖愛吾廬(평생성벽애오려) : 평생 고질이 내 집을 좋아하는 것이라 閉闇焚香淨掃除(폐암분향정소제) : 한가히 향불 살라 깨끗이 소제한다네. 陶令但知樽有酒(도령단지준유주) : 도연명은 다만 단지에 술 있는 것만 알고 馮郞空嘆出無車(풍랑공탄출무거) : 붕랑은 부질없이 외출에 수레 없는 것만 한탄했네. 病餘身世渾成夢(병여신세혼성몽) : 병든 이 몸은 모든 것 꿈이 되고 老去文章欲著書(노거문장욕저서) : 늙어진 후에는 문장으로 책이나 쓰고 싶네. 名利到頭從自苦(명리도두종자고) : 명리는 스스로 괴로워지니 會須歸問鹿門居(회수귀문록문거) : 모름지기 돌아가 산간에 살 곳을 물어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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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旬(칠순)-徐居正(서거정) 칠순-徐居正(서거정)
七旬身世轉疎迃(칠순신세전소우) : 칠순의 이 몸은 점점 어려워져 少日風流太半無(소일풍류태반무) : 젊은 시절 풍류는 거의 없어졌구나. 聊把靑編遮病眼(요파청편차병안) : 애써 책을 잡아도 병든 눈이 막고 不禁白雲上衰鬚(불금백운상쇠수) : 백설이 구렛나루에 오름을 막을 수 없구나. 閑中獨坐親香鼎(한중독좌친향정) : 한가히 홀로 앉아 향불을 가까이 하고 醉後長歌擊唾壺(취후장가격타호) : 취하여 노래 부르며 타호를 쳐 장단 맞춘다 預喜明年當致仕(예희명년당치사) : 내년에 벼슬 물러나려니 이미 기뻐 蒼波白鳥老江湖(창파백조로강호) : 푸른 물결 흰 새처럼 강호에서 늙고 싶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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憶村家(억촌가)-徐居正(서거정) 시골집을 생각하며-徐居正(서거정)
梅迎今日雨(매영금일우) : 매화는 오늘 비를 반기고 麥送故園秋(맥송고원추) : 보리는 고향 가을을 보내어온다. 最識還家好(최식환가호) : 고향에 돌아감이 좋은 줄 아나 那堪作宦愁(나감작환수) : 벼슬길 시름을 어찌 견딜까 江山雙蠟屣(강산쌍랍사) : 강산은 한 쌍의 밀랍 신발이요 天地一漁舟(천지일어주) : 천지는 한 척 고기잡이 배라네 歸去知何日(귀거지하일) : 돌아갈 날이 어느 날인지 안았다면 吾能昨夢遊(오능작몽유) : 나는 능히 어젯밤 꿈속을 고향에서 놀았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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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懷(추회)-徐居正(서거정) 가을 회포-徐居正(서거정)
硫光冉冉不曾留(류광염염불증류) : 세월은 끝없이 흘러 머물지 않아 鳥帽西風怯白頭(조모서풍겁백두) : 벼슬이 서풍에 날아가 백두 될까 겁나네. 出處由來難自斷(출처유래난자단) : 나가고 물러서기 스스로 정하기 어렵고 閑忙自古不相謀(한망자고불상모) : 물러난 한가한 생활 예부터 바라지 않네. 陶潛歸去欣瞻宇(도잠귀거흔첨우) : 도잠은 돌아가 옛집을 기쁘게 바라보고 杜甫行藏獨倚樓(두보행장독의루) : 두보는 숨어 혼자 누각에 기대어 살았네. 我亦歸田曾有賦(아역귀전증유부) : 나도 전원으로 돌아가 글을 지으며 欲將身世老扁舟(욕장신세로편주) : 작은 배에 몸 실어 늙어가고 싶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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睡起(수기)-徐居正(서거정) 잠에서 일어나-徐居正(서거정)
簾影深深轉(렴영심심전) : 발그림자 깊숙이 돌아들고 荷香續續來(하향속속래) : 연꽃 향기 끊임없이 풍겨온다 夢回高枕上(몽회고침상) : 베개머리에서 꿈을 깨니 桐葉雨聲催(동엽우성최) : 오동나무 잎에 빗소리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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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居(산거)-徐居正(서거정) 산에 살면서-徐居正(서거정)
花潭一草廬(화담일초려) : 개성 땅 화담에 초가 한 간 瀟灑類僊居(소쇄유선거) : 신선처럼 맑고 깨끗하게 산다네 山簇開軒面(산족개헌면) : 앞쪽 창 열면 뭇 산들이 모여들고 泉絃咽枕虛(천현열침허) : 샘물은 베개머리에서 거문고처럼 노래하고 洞幽風淡蕩(동유풍담탕) : 골이 깊으니 바람소리 맑고 시원해 境僻樹扶疎(경벽수부소) : 사는 곳 구석지니 나무 울창하구나 中有逍遙子(중유소요자) : 이 가운데 한가하고 자유로운 사람 있으니 淸朝好讀書(청조호독서) : 청명한 아침 책 읽기를 좋아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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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日(추일)-徐居正(서거정) 어느 가을날-徐居正(서거정)
茅齋連竹逕(모재연죽경) : 대나무 오솔길로 이어진 초가 한 채 秋日艶晴暉(추일염청휘) : 가을날 맑고 고운 햇살 果熟擎枝重(과숙경지중) : 과일이 익어서 높은 가지 무거워 늘어지고 瓜寒著蔓稀(과한저만희) : 참외밭 싸늘해라, 참외 달린 덩굴이 드물다 遊蜂飛不定(유봉비부정) : 떠도는 꿀벌들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閑鴨睡相依(한압수상의) : 한가로운 오리, 떼 지어 노는구나 頗識身心靜(파식신심정) : 내 몸, 내 마음 편안한 것을 이제야 알아 棲遲願不違(서지원불위) : 고향에 물러나 편안히 쉬는 일이 이뤄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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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笑詩(자소시)-徐居正(서거정) 자신을 비웃으며-徐居正(서거정)
一詩吟了又吟詩(일시음요우음시) : 시 한 수 읊고 또 한 수 읊으며 盡日吟詩外不知(진일음시외부지) : 종일토록 시를 읊을 뿐 閱得舊詩今萬首(열득구시금만수) : 지어둔 시 살펴보니 만수나 되네 儘知死日不吟詩(진지사일불음시) : 죽는 날을 알아야 시를 읊지 않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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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불개창연유작(菊花不開悵然有作)-서거정(徐居正) 국화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정(徐居正)
佳菊今年皆較遲(가국금년개교지) : 아름다운 국화꽃, 올해는 비교적 늦게 피어나고 一秋淸興謾東籬(일추청흥만동리) : 가을의 맑은 정취, 동쪽 울타리에 늦어지네 西風大是無情思(서풍대시무정사) : 서풍이 심하게 불어오니, 너무도 무정하구나 不入黃花入鬢絲(불입황화입빈사) : 노란 국화꽃엔 들지도 않고, 귀밑머리만 찾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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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좌(獨坐)-서거정(徐居正,1420-1488) 나 홀로 있으면서-서거정
獨坐無來客(독좌무래객) : 찾는 이 없어 홀로 앉아 있으니 空庭雨氣昏(공정우기혼) : 뜰은 조용하고 날씨는 비올 듯 어둡네. 魚搖荷葉動(어요하엽동) : 연못에 물고기 요동치니 연꽃잎 움틀움틀 鵲踏樹梢飜(작답수초번) : 나무에 까치 앉으니 가지가 흔들흔들 琴潤絃猶響(금윤현유향) : 흐린 날씨에 거문고 눅어도 소리는 여전해 爐寒火尙存(로한화상존) : 화로는 차가워도 불기는 남아 있네. 泥途妨出入(니도방출입) : 진흙길에 우리집 출입이 어려우니 終日可關門(종일가관문) : 종일토록 빗장은 걸어두어도 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