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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백광훈(白光勳) 기문순거 외

 

백광훈   白光勳

1537(중종 32) 전남 장흥~ 1582(선조 15).
조선 중기의 문인.

최경창·이달과 함께 삼당시인(三唐詩人)이라 불린다.

자는 창경(彰卿), 호는 옥봉(玉峰). 원래 관향은 수원이지만 선조가 해미(海美)로 귀양와 대대로 머물러 살았으므로 해미가 본관이다.

 아버지는 부사과(副司果)를 지낸 세인(世仁)이며, 〈관서별곡 關西別曲〉으로 유명한 광홍(光弘)의 동생이다.

이후백·박순에게 수학했으며 22세에는 진도에 귀양와 있던 노수신에게 배웠다.

 28세인 1564년 진사시에 합격했으나 과거를 포기, 정치에 참여할 뜻을 버리고 산수를 방랑하며 시와 서도(書道)를 즐겼다.

그가 과거를 포기하게 된 구체적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한미한 가문과 당대의 정치적 상황에서 연유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36세인 1572년 명나라 사신이 오자 노수신의 천거로 백의제술관(白衣製述官)이 되어 시와 글씨로 사신을 감탄하게 해 명성을 얻었다.

1577년 선릉참봉(宣陵參奉)이 되었으며, 이어 정릉(靖陵), 예빈시(禮賓寺), 소격서(昭格署)의 참봉을 지내면서 서울에 머물렀다.

그에게 관직생활은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었지만 토지를 바탕으로 하는 경제적 기반이 미약했기 때문에 유일한 호구책으로 계속 관직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삼당시인으로 불리는 만큼 당풍(唐風)의 시들을 남겼다.

그의 시는 대부분 순간적으로 포착된 삶의 한 국면을 관조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전원의 삶을 다룬 작품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안정과 평화로 가득 찬 밝은 분위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현실에서 오는 고통과 관직생활의 불만에 의해 상대적으로 강화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정구는 그의 문집 서(序)에서 "시대와 맞지 않아 생기는 무료·불평을 시로써 표출했다"고 하면서 특히 절구(絶句)를 높이 평가했다.

글씨에도 일가를 이루어 영화체(永和體)에 빼어났다.

1590년 강진의 서봉서원(瑞峰書院)에 제향되었다. 〈옥봉집〉이 전한다.

 

 

 

 

 

 
 

기문순거(寄文舜擧)-백광훈(白光勳)

無紙亦無筆(무지역무필) : 종이도 없고 붓도 없어
寫懷山竹枝(사회산죽지) : 산 대나무 가지로 마음을 쓴다.
君來不敢望(군래불감망) : 그대 오시시기를 바라진 못해도
此日勝常時(차일승상시) : 이런 오늘이 평시보다 좋아라.

 
 

자보림하서계(自寶林下西溪)-백광훈(白光勳)

月意晴雲裏(월의청운리) : 갠 하늘 구름 속, 달의 마음
江聲醉騎邊(강성취기변) : 취한 채 말 탄 사람 곁, 강물소리
不嫌村路近(불혐촌로근) : 마을 길 가까워도 괜찮은데
深樹有啼鵑(심수유제견) : 깊은 숲에 들려오는 두견새 소리

 
 

보림사증별(寶林寺贈別)-백광훈(白光勳)

握手寺樓春(악수사루춘) : 절 다락에서 손 맞잡은 봄날
相送無言裏(상송무언리) : 말없이 서로 헤어지노라.
白日在靑天(백일재청천) : 푸른 하늘에 밝은 태양이여
平生寸心是(평생촌심시) : 평생의 먹은 마음 저와 같아라

 
 

쌍계원(雙溪園)-백광훈(白光勳)

好在庭前樹(호재정전수) : 뜰의 나무야 잘 있었구나
花開又一來(화개우일래) : 꽃 피어 또 다시 찾아 왔도다.
山翁酒應熟(산옹주응숙) : 산속 늙은이여, 술 익었겠지
共醉月中杯(공취월중배) : 술잔에 달 띄우고 함께 취해보자

 
 

취제김중호의(醉題金仲皓衣)-백광훈(白光勳)

以我月日後(이아월일후) : 나의 생일 그대 보다 늦으니
視君呼作兄(시군호작형) : 그대를 보면 형님으로 불러야지.
千金不惜醉(천금불석취) : 천금을 아끼지 않고 취하여
一笑是平生(일소시평생) : 한 번 웃어줌이 곧 인생인 것을.

 
 

제서상사별업(題徐上舍別業)-백광훈(白光勳)

樹竹藏村塢(수죽장촌오) : 대나무 심어 마을을 감춰뒀는데
溪山是客遊(계산시객유) : 시냇가 산을 나그네가 돌아다닌다.
春風吹綠酒(춘풍취록주) : 봄바람은 푸른 술잔에 불어와
落日重淹留(낙일중엄류) : 지는 해에 다시금 머물고 만다네

 
 

유별쌍계옹(留別雙溪翁)-백광훈(白光勳)

山翁惜別處(산옹석별처) : 산 늙은이와 헤어지는 곳
步出雪中門(보출설중문) : 눈 쌓인 문까지 걸어 나오네.
歸路時回首(귀로시회수) : 돌아가는 길 가끔씩 고개 돌리면
梅花已隔村(매화이격촌) : 매화꽃은 벌써 마을고 멀어졌네.

 
 

애정원(哀淨源)-백광훈(白光勳)

落日寒溪曲(낙일한계곡) : 지는 햇볕 개울 굽이에 차고
山背雪後村(산배설후촌) : 산은 눈 내린 마을 감싸고 있다.
生離已自苦(생리이자고) : 생이별은 이미 절로 괴롭고
死別復何言(사별부하언) : 사별이야 다시 말해 무엇하랴.

 
 

예상로취후(汭上路醉後)-백광훈(白光勳)

醉眠江上石(취면강상석) : 강 위 바위에서 취하여 잠드니
日落遠峯陰(일락원봉음) : 해가 지니 먼 산봉우리 어둑하여라.
獨鳥前灘過(독조전탄과) : 새 한 마리 앞 여울을 지나가는데
沉沉烟雨林(침침연우림) : 안개비 자욱한 숲풀이 침침하여라.

 
 

제학림사묵죽(題鶴林寺墨竹)-백광훈(白光勳)

地闊江南野(지활강남야) : 땅 넓은 강남의 들판이라
隨村自滿園(수촌자만원) : 마을마다 절로 동산에 가득하다.
徑思尋舊路(경사심구로) : 길에 서서 옛길을 찾으려 해도
何處是柴門(하처시시문) : 어느 곳이 사립문인지 알 수 없구나

 
 

제학림사묵죽(題鶴林寺墨竹)-백광훈(白光勳)

迸地誰禁汝(병지수금여) : 땅 위로 솟아나오니, 누가 금할까
連天儘任君(련천진임군) : 하늘에 닿을 듯이 마음대로 자란다.
淸標足醫俗(청표족의속) : 맑고 곧아 속됨을 고칠만 하니
培植看仍雲(배식간잉운) : 북돋워 자라서 후손을 보게 되리라

 
 

곡소오(哭蘇澳)-백광훈(白光勳)

去歲西歸路(거세서귀로) : 지난 해 서쪽으로 돌아가던 길
君家葛院邊(군가갈원변) : 그대 집 바로 갈원역 가에 있었구나.
那知今日淚(나지금일루) : 오늘의 눈물을 내 어찌 알았으랴
寂寞洒新阡(적막쇄신천) : 적막하게도 새 무덤길에 눈물 뿌린다

 
 

만흥1(漫興1)-백광훈(白光勳)

二月江南雨(이월강남우) : 이월 강남에 비가 내리는데
郊扉日日陰(교비일일음) : 교외의 사립문은 날마다 흐리다.
靑苔掩人迹(청태엄인적) : 푸른 이끼는 사람의 자취 가리고
芳樹怯花心(방수겁화심) : 향기로운 나무는 꽃에 겁을 먹는다.
戲鴨池塘滿(희압지당만) : 작난스런 오리는 연못에 가득하고
歸鴻關塞深(귀홍관새심) : 돌아오는 기러기는 변방에 깊숙이 들다.
客遊偏悵望(객유편창망) : 나그네 방랑하며 슬프게 바라보며
獨對暮山吟(독대모산음) : 홀로 저문 산을 마주보며 시를 읊느다

 
 

제학림사묵죽(題鶴林寺墨竹)-백광훈(白光勳)

地瘐根從露(지유근종로) : 땅이 메마말라 뿌리가 드러나고
年多葉已空(년다엽이공) : 해 묵어 잎파리는 이미 다 없어졌구나.
如逢臺裏客(여봉대리객) : 누대 위 나그네를 만날 것 같으면
猶可柱成龍(유가주성룡) : 훌륭 사람의 지팡이로 삼을 수 있겠다.

 
 

능소대하문적(陵霄臺下聞笛)-백광훈(白光勳)

夕陽江上笛(석양강상적) : 석양 강물 위에 피리소리
細雨渡江人(세우도강인) : 보슬비에 강 건너는 사람.
餘響杳無處(여향묘무처) : 그 여운 아득히 찾을 길 없어
江花樹樹春(강화수수춘) : 나무마다 강꽃이 봄이로구나

 
 

신거득석정(新居得石井)-백광훈(白光勳)

古石苔成縫(고석태성봉) : 묵은 돌에는 이끼가 짙게 덮였고
寒泉一臼深(한천일구심) : 차가운 샘물은 물구멍 깊기도 하여라.
淸明自如許(청명자여허) : 맑고 깨끗하기 저절로 이와 같아
照我十年心(조아십년심) : 십년 도안 내 마음을 비춰 주는구나

 
 

증사준상인(贈思峻上人)-백광훈(白光勳)

智異雙溪勝(지이쌍계승) : 지리산에선 쌍계사가 좋고
金剛萬瀑奇(금강만폭기) : 금강산은 만폭동이 절묘하단다.
名山身未到(명산신미도) : 명산에는 이 몸은 아직 못 가고
每賦送僧詩(매부송승시) : 매양 스님 송별시만 짓어야 하나

 
 

기정형경수(寄鄭兄景綏)-백광훈(白光勳)

綠楊未成線(녹양미성선) : 푸른 버들 아직 늘어지지 않았는데
池閣鎖餘寒(지각쇄여한) : 못가 누각에는 아직 추위가 남아있구나.
日出花間鳥(일출화간조) : 해 뜨자 꽃 사이에 새소리 들리는데
相思淸夢闌(상사청몽란) : 그리워하는 마음 맑은 꿈 속에 익어간다

 
 

기양천유(寄梁天維)-백광훈(白光勳)

昨日南山飮(작일남산음) : 어제 남산에서 술 마시다가
君詩醉未酬(군시취미수) : 그대의 시에, 취하여 화답 못했네.
覺來花在手(각래화재수) : 깨어 보니 꽃잎이 내 손에 있어
蛺蝶伴人愁(협접반인수) : 나비만 나와 친구되어 시름겨웠네

 
 

억고죽(憶孤竹)-백광훈(白光勳)

門外草如積(문외초여적) : 문밖에 자란 풀은 풀더미를 이루는데
鏡中顔已凋(경중안이조) : 거울 속, 내 얼굴은 이미 다 늙었구나.
那堪秋風夜(나감추풍야) : 어찌 가을 부는 이 밤을 견딜 수 있나
復此雨聲朝(부차우성조) : 이곳은 다시 빗소리 들리는 아침이로다.
影在時相弔(영재시상조) : 그대 모습 때때로 궁금해지고
情來每獨謠(정래매독요) : 그리운 마음 밀려오면 혼자 노래 부른다.
猶憐孤枕夢(유련고침몽) : 홀로 자는 꿈자리 여전히 아쉬우니
不道海山遙(부도해산요) : 산과 바다가 아득하다고 말하지 말게나

 
 

과용호(過龍湖)-백광훈(白光勳)

岸上誰家碧樹村(안상수가벽수촌) : 언덕 위 푸른 나무 고을 누구네 집이런가
釣船無纜在籬根(조선무람재리근) : 고깃배는 닻줄도 없이 울타리 아래 매여있다.
輕霞一抹山開處(경하일말산개처) : 산맥이 열리는 곳에 옅은 안개가 깔리는데
留住殘陽照掩門(류주잔양조엄문) : 아직도 남은 저녁볕에 닫힌 문을 비추는구나

 
 

기양천유(寄梁天維)-백광훈(白光勳)

一庭晴雨長新苔(일정청우장신태) : 비 개자 온 뜰에 새로 이끼 자라고
泥墜書床乳燕回(니추서상유연회) : 책상에 진흙 떨어지니 제비 새끼 돌아왔구나.
閑思悠悠却惆悵(한사유유각추창) : 한가한 생각 하염없다 어느덧 슬퍼지니
綠陰終日待君來(녹음종일대군래) : 불빛 그늘 아래 종일토록 그대 오길 기다렸다오.

 
 

송백광훈환향(送白光勳還鄕)-임억령(林億齡)

江月圓復缺(강월원부결) : 강위의 달은 둥글다 이지러지고
庭梅落又開(정매락우개) : 뜰 앞 매화는 졌다는 피는구나
逢春歸未得(봉춘귀미득) : 봄 되어도 돌아가지 못하고
獨上望鄕臺(독상망향대) : 나 홀로 그리워 망향대에 오른다

 
 

유증(有贈)-백광훈(白光勳)

江南采蓮女(강남채연녀) : 강남 연밥 따는 여인이여
江水拍山流(강수박산류) : 강물은 산을 치고 흘러간다
蓮短未出水(연단미출수) : 연줄기 짧아 물에서 못나와
棹歌春政愁(도가춘정수) : 뱃노래 소리에 봄이 근심스러워라

 
 
낙중별우(洛中別友)-백광훈(白光勳)

長安相送處(장안상송처) : 서울서 서로 헤어지는 처지
無語贈君歸(무어증군귀) : 그대가 떠나도 보내줄 말이 없구나
却向江南望(각향강남망) : 문득 강남 땅 바라보니
靑山又落暉(청산우낙휘) : 청산에는 또 해가 저무는구나
 
 

용강별성보(龍江別成甫)-백광훈(白光勳)

千里奈君別(천리내군별) : 천리 멀리 어찌 그대를 보내나
起看中夜行(기간중야행) : 한 밤에 떠나는 그 대를 일어나 본다
孤舟去已遠(고주거이원) : 외로운 배는 떠나 이미 멀어졌는데
月落寒江鳴(월락한강명) : 달은 지고 차가운 강은 소리내어 우는구나

 
 
능양북정(綾陽北亭)-백광훈(白光勳)

長堤日晩少人行(장제일만소인행) : 긴 뚝에 날이 저무니 행인이 드물어
楊柳靑靑江水聲(양류청청강수성) : 푸르고 푸른 버드나무 사이로 강물소리 들린다
爲是昔年別離地(위시석년별리지) : 지난날 이별한 땅인지라
不緣別離亦多情(불연별리역다정) : 이별하지 않아도 정이 짙어지는구나
 
 
개산(介山)-백광훈(白光勳)

秋山雨過夕陽明(추산우과석양명) : 가을산에 비 지나가 석양이 밝아지고
亂水交流引獨行(난수교류인독행) : 여기저기 산골물은 흘러 외로이 가는 나그네를 붙드네
岸上數村疏樹裡(안상수촌소수리) : 언덕 위에 집 몇 채와 성긴 나무 몇 그루
寂無人語有蟬聲(적무인어유선성) : 적막하고 사람소리 하나 없고 매미소리만 들리는구나
 
 

서군수제(徐君受第)-백광훈(白光勳)

西出松坊舊路疑(서출송방구로의) : 서쪽으로 소나무 고을 나오니 옛길이 어렴풋하여
古梧新柳問人知(고오신류문인지) : 오래된 오동나무와 새 버드나무를 사람에게 물어 알았다
秋風無限江南思(추풍무한강남사) : 가을 바람에 무한한 강남 생각에
半壁靑燈一水詩(반벽청등일수시) : 나지막한 벽에에 걸린 등불에 지은 한 수의 시

 
 
춘망(春望)-백광훈(白光勳)

日日軒窓似有期(일일헌창사유기) : 무슨 기약이나 있는 듯 날마다 창에 기대고
捲簾時早下廉遲(권렴시조하렴지) : 일찌감치 발을 걷었다가 늦어서야 발을 내린다
春風正在山頭寺(춘풍정재산두사) : 봄바람 한창 산머리 절간에서 부는데
花外歸僧自不知(화외귀승자부지) : 꽃 너머로 돌아가는 스님은 알지도 못하는구나
 
 

즉사증승(卽事贈僧)-백광훈(白光勳)

歸心日夜建溪南(귀심일야건계남) : 가고 싶은 마음 밤낮으로 건계 남쪽에 있어
舊疾逢春更不堪(구질봉춘갱불감) : 고질병이 봄을 만나니 더욱 견디지 못하겠어요
偶見山僧話新夢(우견산승화신몽) : 우연히 스님 만나 새로 꾼 꿈 이야기했으니
野梅香裏到西菴(야매향리도서암) : 들매화 향기 속을 걸으며 서쪽 암자에 아르렀다고

 
 
춘후(春後)-백광훈(白光勳)

春去無如病客何(춘거무여병객하) : 봄이 지나는 것을 병든 나그네가 어찌하랴
出門時少閉門多(출문시소폐문다) : 집을 나서는 일 적고 문 닫을 때가 많구나
杜鵑恐有繫華戀(두견공유계화련) : 두견새는 공연히 화려함을 좋아하여
啼在靑山未落花(제재청산미낙화) : 청산의 아직지지 않은 꽃에서 울고있구나
 
 
한천탄(寒川灘)-백광훈(白光勳)

寒川灘上水如藍(한천탄상수여람) : 한천탄에는 물빛이 쪽빛 같고
兩石巖西雪滿潭(양석암서설만담) : 양석암 서편에는 눈이 못에 가득하다
明月不逢騎鶴侶(명월불봉기학려) : 밝은 달빛 아래 학 탄 친구를 못 만나
夜深鳴笛下江南(야심명적하강남) : 깊은 밤 피리 불며 강남으로 내려간다
 
 
송고종(宋高宗)-백광훈(白光勳)

痛飮黃龍計亦疎(통음황룡계역소) : 황룡부에서 통음하려니 계획이 이미 소원하고
廷臣爭議拜穹廬(정신쟁의배궁려) : 조정 신하들 다투니 오랑캐를 섬기게 되었구나
江南自有全身地(강남자유전신지) : 장강 남쪽에 몸을 보전할 땅이 있어
河北空傳半臂書(하북공전반비서) : 하북에서는 공연히 밀서만 전했었구나
 
 

홍경사(弘慶寺)-백광훈(白光勳)

秋草前朝寺(추초전조사) : 가을 풀 가득한, 지난 조정의 절
殘碑學士文(잔비학사문) : 남은 비에, 학사의 글
千年有流水(천년유류수) : 천년 동안 물은 흘러가고
落日見歸雲(낙일견귀운) : 지는 해에 돌아가는 구름을 본다

 
 
송월(松月)-백광훈(白光勳)

手持一卷蘂珠篇(수지일권예주편) : 손에 쥔 한 권 책은 예주편
讀罷松壇伴鶴眠(독파송단반학면) : 송단에서 읽고나 학을 친구하여 잠 들었다
驚起中宵滿身影(경기중소만신영) : 한 밤에 놀라 깨어나니 몸에 가득 달그림자
冷霞飛盡月流天(냉하비진월류천) : 차가운 이내 없어지고 달은 하늘을 흘러간다
 
 

파산야화(巴山夜話)-백광훈(白光勳)

何處離君苦憶君(하처리군고억군) : 어디선가 그대와 헤어져 그대를 그리워했노라
巴山秋雨夜深聞(파산추우야심문) : 파산의 가을 비를 밤 깊어 듣는구나
那知共話西窓燭(나지공화서창촉) : 서창에 등불 밝히고 서로 얘기할 줄 어찌 알았으리
古寺殘鍾又曉雲(고사잔종우효운) : 옛 절엔 종소리 울리고 또 새벽 구름 이는구나

 
 

만흥2(漫興2)-백광훈(白光勳)

欲說春來事(욕설춘래사) : 봄날의 일들을 말해볼까
柴門昨夜雨(시문작야우) : 사립문 밖에는 어제 밤 내린 비.
閒雲度峰影(한운도봉영) : 한가한 구름은 봉우리 지나며 그림자 남기고
好鳥隔林聲(호조격림성) : 정다운 새들은 숲 건너서 운다.
客去水邊坐(객거수변좌) : 나그네는 떠나고 물가에 앉아
夢廻花裏行(몽회화이행) : 꿈에 돌아와 꽃 속을 걷는다.
仍聞新酒熟(잉개신숙주) : 바로 새로 술익는 내음 풍겨나니
瘦婦自知情(수부자지정) : 내 마음 알아주는 이, 수척한 아내뿐이네

 
 

富春別墅(부춘별서)-白光勳(백광훈)

夕陽湖上亭(석양호상정) : 해 지는 호수가 정자에
春光在湖草(춘광재호초) : 봄볕은 풀에 머문다
明月山前榭(명월산전사) : 밝은 달은 산마루 정자에 떠올라
花陰看更好(화음간갱호) : 꽃 그림자 보고 또 보아도 좋아라

 
 

竹籬(죽리)-白光勳(백광훈)

愛竹防侵竹(애죽방침죽) : 대나무 사랑하여 대나무 지키려
還將竹作籬(환장죽작리) : 대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었네
短從山映戶(단종산영호) : 짧으면 산이 비추어 지키고
疎任水通池(소임수통지) : 성긴 곳은 물을 못으로 통하게 하여 지키네
護暖梅兼絶(호난매겸절) : 따스함을 지키기는 매화와 더불어 제일인데
留陰雪一奇(유음설일기) : 음지에 남은 눈이 기이하구나
兒孫如滿眼(아손여만안) : 자손들이 만약 눈에 가득 채운다면
恣意爲君爲(자의위군위) : 내 마음엔 군자가 될 것이라 생각되네

 
 
松京有感(송경유감)-白光勳(백광훈)

五百年間瞥眼春(오백년간별안춘) : 오백년 세월이 잠깐 스치는 봄 같아
繁華無處覓遺塵(번화무처멱유진) : 번화한 그 시절 간 곳 없어, 남은 자취 찾아보니
傷心二十橋頭月(상심이십교두월) : 상심한 이십교 다리 위의 달이
留照悠悠行路人(유조유유행로인) : 머물러 유유히 길가는 나그네를 비춰주네
 
 
夫餘有感(부여유감)-白光勳(백광훈)

靑山重疊碧江流(청산중첩벽강류) : 산 첩첩, 강물은 흘러만 가네
不是金宮卽玉樓(불시금궁즉옥루) : 이곳 궁궐, 아니면 옥 같은 누각이라
全盛只今無問處(전성지금무문처) : 왕성했던 지난 일, 지금은 물어 볼 곳 하나 없어
月明潮落倚孤舟(월명조락의고주) : 조수에 밝은 달 빛, 외로운 배에 몸을 실었네
 
 

寄友(기우)-白光勳(백광훈)

江水東流去(강상동류거) : 강물은 동으로 흘러가고
東流無歇時(동류무헐시) : 쉬지 않고 동으로 흘러만가네
綿綿憶君恩(면면억군은) : 면면히 떠오르는 그대 생각
日夜海西涯(일야해서애) : 밤낮으로 서해 바다 끝까지 그대 생각한다네

 
 

有懷(유회)-白光勳(백광훈)

窓前獨起天將嘵(창전독기천장효) : 혼자 깨어나 창에서니 날 새려하네
山外日沈啼子規(산외일침제자규) : 산밖엔 해가 잠겨, 두견새 울음소리
知去爾陵三百里(지거이릉삼백이) : 거대 무덤까지 삼백리
夢中眉目勝相思(몽중미목승상사) : 꿈속의 그대 모습 생각보다 분명했소

 
 

別家(별가)-白光勳(백광훈)

浮生自苦百年間(부생자고백년간) : 덧없는 인생, 괴로운 내 한 평생
說與妻兒各好顔(설여처아각호안) : 처자와 이야기 나누니 모두 밝은 얼굴이었네
却到金陵城下望(각도금릉성하망) : 그러나 금릉에 이르러 성 아래를 굽어보니
白雲猶在九峰山(백운유재구봉산) : 흰 구름만 여전히 구봉산을 맴도네

 
 
回鄕(회향)-白光勳(백광훈)

江海茫茫路幾千(강해망망로기천) : 바다는 아득한데 길은 몇 천리던가
歸來隣山故依然(귀래인산고의연) : 돌아오는 산천은 엣 날 같구나
兒童恠我客顔改(아동괴아객안개) : 아이들은 나 이상하다 얼굴을 돌리네
異地光陰日抵年(이지광음일저년) : 타향살이 하루하루가 일년이었소
 
 
龍江別成浦(룡강별성포)-白光勳(백광훈)

千里柰君別(천리내군별) : 천리 먼 곳으로 임 보내니 나는 어쩌랴
起看中夜行(기간중야행) : 자다가 일어나, 임 가시는 밤 길 생각하네
孤舟去已遠(고주거이원) : 외로운 배는 떠나 이미 멀어지고
月落寒江鳴(월락한강명) : 달은 지고 차가운 강물도 울면서 흘러간다
 
 
송백광훈환향(送白光勳還鄕)-임억령(林億齡)

江月圓復缺(강월원복결) : 강 위의 달은 둥글었다 다시 이지러지고
庭梅落又開(정매락우개) : 뜰의 매화는 지고 또 피네
逢春歸未得(봉춘귀미득) : 봄이 와도 나는 돌아가지는 못하고
獨上望鄕臺(독상망향대) : 홀로 망향대에 올라본다
 
 
홍경사( 弘慶寺)-백광훈(白光勳)

秋草前朝寺(추초전조사) : 가을 풀 우거진 지난 왕조 고려의 절 홍경사
殘碑學士文(잔비학사문) : 비석엔 당시 선비들의 글귀만 남았구나
千年有流水(천년유류수) : 천년이 지나도록 물은 게속 흘러가고
落日見歸雲(낙일견귀운) : 지는 햇빛 아래 서서 돌아가는 구름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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