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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허난설헌 봄비 春雨

 

春雨暗西池 춘우암서지

輕寒襲羅幕 경한습라막

愁倚小屛風 수의소병풍

墻頭杏花落 장두행화락


보슬보슬 봄비는 못에 내리고 

찬바람이 장막 속 스며들 제

뜬시름 못내 이겨 병풍 기대니

송이송이 살구꽃 담 위에 지네.

 

 

해설과 감상

왜 조선 땅에서 태어나고, 현재의 남편(김성립)과 인연이 된 것을 후회하고, 남자로 태어나지 못함을 한탄했다던 허난설헌의 서러움과 시적 화자의 고독한 정서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비 내리는 봄날의 나른함이 홀로 지내는 규방의 적막함에 더해져 서정적 화자의 고독한 정서를 극대화시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앞 부분에서 공간적·시간적 배경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정적 화자의 정서를 부각시키는 한시의 일반적인 시상(詩想) 전개 방식을 보이고 있다.

시름에 겨워 병풍에 기대어 하루하루 시들어 가는 살구꽃을 바라보는 서정적 자아의 정서가 고독함과 함께 젊은 날의 세월을 보내는 아쉬움으로 나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