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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이색(李穡) 浮碧樓(부벽루)

 

 

昨過永明寺 (작과영명사)

暫登浮碧樓 (잠등부벽루)

城空月一片 (성공월일편)  

石老雲千秋 (석로천운추)

麟馬去不返 (인마거불반)

天孫何處遊 (천송하처유)

長嘯倚風? (장소의풍등)

山靑江自流 (산청강자류)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성은 텅 빈 채로 달 한 조각 떠 있고

오래된 조천석 위에 천 년의 구름 흐르네.

기린마는 떠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데

천손은 지금 어느 곳에 노니는가?

돌다리에 기대어 휘파람 부노라니

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이 작품은 고려 말의 문신이었던 작가가 고구려의 유적지인 평양성을 지나다가 지은 오언 율시(五言律詩)다.

그 옛날 찬연했던 고구려의 모습은 이제 찾을 수 없고, 다만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퇴색한 자취만이 남아 있는 데서 그의 시상은 출발한다. 이러한 인간 역사의 유한함이 자연의 영원함과 대비되면서 쓸쓸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하늘에 걸린 한 조각의 달과 천년 두고 흐르는 구름이 그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 준다.

 그러면 그가 이 시를 지은 동기는 이러한 회고적 정서에 그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여기서 우리는 시인이 막연하게 옛 왕조의 자취를 읊기보다 위대한 건국 영웅이었던 동명왕의 일을 노래한 점에 주목하게 된다.

이 당시 고려는 원(元)나라의 오랜 침략을 겪고 난 뒤여서 국가적으로 극히 쇠약한 형편이었는데, 시인은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고구려의 웅혼한 역사를 일으킨 동명왕의 위업을 다시금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현재의 시간에서 과거로 소급해 올라가는 한편, 과거의 역사를 통해 다시금 현재를 비추어 보는 양면적 시각을 내포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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