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정방(滿庭芳)-허균(許筠) 뜰에 가득한 방초-허균(許筠)
春入神京(춘입신경) : 서울에 봄이 드니 花發禁苑(화발금원) : 대궐에 꽃 피고 一陣微雨初晴(일진미우초청) : 한차례 보슬비 이제 막 개었구나. 朱樓縹緲(주루표묘) : 아스라한 붉은 누각에 飛絮撲簾旌(비서박렴정) : 날아든 버들개지 주렴 깃발 부딪는다. 樓上佳人罷睡(루상가인파수) : 누각 위의 미인이 잠에서 깨어 斜陽裏低按銀箏(사양리저안은쟁) : 지는 햇빛 속에 다소곳이 은쟁 뜯는구나. 靑驄馬誰家浪子(청총마수가랑자) : 푸른 얼룩말은 뉘 집 호탕한 사내 것인가 門外繫紅纓(문외계홍영) : 문 밖에 붉은 고삐 매었으니 凄涼行樂地(처량행락지) : 처량하구나, 그처럼 즐기던 곳이 塵昏灞岸(진혼파안) : 파수 땅 언덕에 티끌 자욱하니 若變昆明(약변곤명) : 곤명지로 변한 듯하여라. 悵巷陌無人(창항맥무인) : 슬프다 마을이며 들판에 사람 없고 草樹叢生(초수총생) : 초목만 무성하여라. 路絶弱水蓬壼(노절약수봉곤) : 에약수며 봉래산 방호산에 길 끊어졌구나. 凝情立黃昏(응정입황혼) : 골똘히 생각하며 황혼에 서니 好月猶照鳳凰城(호월유조봉황성) : 좋은 달은 여전히 봉황성을 비추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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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자(江城子)-허균(許筠) 강가의 성-허균(許筠)
綉窓春怯五更風(수창춘겁오경풍) : 비단 창가에 봄 날씨, 오경 바람 두려워 錦屛中燭花紅(금병중촉화홍) : 둘러친 병풍 속에 촛불 붉어라. 夢罷西廂(몽파서상) : 서상에서 잠을 깨니 微雨暗房櫳(미우암방롱) : 보슬비에 창문 어두워진다. 望斷瀛洲人不見(망단영주인불견) : 저 멀리 영주를 바라보니 그 사람 보이지 않고 多少恨泣芙蓉(다소한읍부용) : 한 많아 눈물짓는 부용이여. 滄溟天闊碧煙籠(창명천활벽연롱) : 푸른 바다 넓은 하늘에 푸른 연기 끼어있고 聚眉峯向瑤空(취미봉향요공) : 취미봉은 맑은 하늘 향했어라. 遙想雪波(요상설파) : 저 멀리 생각하니 눈같이 하얀 파도 應與鏡湖通(응여경호통) : 응당 맑은 호수와 서로 통할 것이니라. 寄我思君千點流淚(기아사군천점류루) : 임 그리는 천 방울 눈물 부쳐줄까 하여도 不到草堂東(부도초당동) : 그대 초당 동쪽에 이르지 못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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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흥(感興)-허균(許筠) 감흥-허균(許筠)
中夜起四望(중야기사망) : 밤중에 일어나 사방을 들러보니 晨辰麗晴昊(신진려청호) : 별들이 갠 하늘에 곱기도 하여라. 溟波吼雪浪(명파후설랑) : 푸른 바다에 눈같은 물결 포효하고 欲濟風浩浩(욕제풍호호) : 건너려니 바람이 너무나 넓게 부는구나. 少壯能幾時(소장능기시) : 젊음은 몇 때나 지탱할런가 沈憂使人老(침우사인노) : 근심에 잠기니 사람이 늙어간다. 安得不死藥(안득불사약) : 어찌하면 죽지 않는 약 얻어 乘鸞戲三島(승난희삼도) : 난새를 타고서 삼도를 노닐어 보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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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선몽요(海山仙夢謠)-허균(許筠) 바다 산, 꿈속 신선의 노래-허균(許筠)
溟波隱隱浮鰲島(명파은은부오도) : 푸른 바다에 은은히 뜬 오도여 瓊草漫山春不老(경초만산춘불노) : 온갖 기묘한 풀 산에 가득하고 봄이 한창이라. 帝遣小玉驂靑鸞(제견소옥참청란) : 상제는 소옥을 보내 푸른 난새 태워서 吹笙夜下紅雲端(취생야하홍운단) : 피리 불며 한밤에 구름 끝을 내려온다. 裙衩半謝芙蓉帶(군차반사부용대) : 저고리는 부용띠를 절반만 가기고 遠岫凝愁抹蛾黛(원수응수말아대) : 먼 봉우리에 엉긴 시름 눈썹에 발리었다. 陸郞倚醉隔煙語(육랑의취격연어) : 육랑은 취한 기운에 안개 밖에 속삭이며 仙袂笑拂三珠樹(선몌소불삼주수) : 신선의 소매 웃으며 삼주수를 휘젓는구나. 丁當瑤瑤韻空冥(정당요요운공명) : 쟁쟁 패옥 소리 공중에 울리니 鞭龍踏鯇多娉婷(편용답환다빙정) : 용 타고 잉어 밟으니 너무나 아름답다. 彩蟾春桂香入骨(채섬춘계향입골) : 월궁의 계수나무 그 향기가 뼈를 뚫고 鮫綃一點薔薇血(교초일점장미혈) : 교초의 붉은 무늬 한 점은 장미꽃 핏빛이다. 蓬萊重結千年期(봉래중결천년기) : 봉래산에 또다시 천년 기약 맺었으니 碧桃花落生孫枝(벽도화락생손지) : 벽도화는 떨어져 손자 가지가 나오는구나. 寶枕瑤衾生曉寒(보침요금생효한) : 옥베개 비단 이불에 새벽 추위 차가운데 祥雲繚繞歸巫山(상운료요귀무산) : 상서로운 구름 얽혀 무산으로 돌아간다. 憑誰寄語陽雍伯(빙수기어양옹백) : 누구에게 부탁하여 양옹백에게 말 전하여 種玉藍田餉書客(종옥람전향서객) : 남전에 옥을 심어 글 손님을 배불리 먹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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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양비로입청학산(送楊毗盧入靑鶴山)-허균(許筠) 청학산에 들어가는 양비로를 전송하며-허균(許筠)
晹谷之西碧海上(역곡지서벽해상) : 양곡의 서쪽 푸른 바다 위 神鰲戴出蓬萊山(신오대출봉래산) : 신오는 봉래산을 떠받들었어라. 嵯峨一萬二千峯(차아일만이천봉) : 높고도 험한 일만 이천봉우리 白玉束立煙霞間(백옥속립연하간) : 백옥을 안개 사이에 묶어 세운 듯하여라. 層硿絶壑祕仙蹤(층공절학비선종) : 층층의 바위와 깎아지른 골짝에 숨긴 신선의 발자취 雖有絶頂無人攀(수유절정무인반) : 정상에는 아직 등반한 사람 없어라. 最高毗盧峯揷天(최고비로봉삽천) : 가장 높은 비로봉은 하늘에 꽂혀있고 諸山環侍如兒孫(제산환시여아손) : 여러 산들은 자손처럼 둘러 있어라. 奇巖襞積古苔鎖(기암벽적고태쇄) : 주름진 기암괴석에 옛이끼 끼어있고 斗起蒼然撑帝閽(두기창연탱제혼) : 우뚝 솟아 차연히 천제의 궁문을 버티고있어라. 始知嵩高岱宗外(시지숭고대종외) : 비로소 알았도다, 저 높은 숭산과 태산 말고 別有突兀他山尊(별유돌올타산존) : 또다른 높은 산 있음을 비로소 알았어라. 扶桑六龍枎火輪(부상육용부화륜) : 부상의 여섯 용이 태양을 붙들고 日日海傍山腰行(일일매방산요행) : 날마다 바다 곁에서 산허리를 다니고 있어라. 驂鸞翳鳳下仙曹(참란예봉하선조) : 봉황새 타고 신선세계에 내려오니 十二樓居連玉淸(십이루거련옥청) : 열두 누대 옥청궁에 연해 있어라. 乘槎海客紫霞想(승사해객자하상) : 뗏배를 탄 바다 나그네 자색구름 생각하고 筆端收拾山精英(필단수습산정영) : 붓 끝에 산천의 온갓 정기 거두었어라. 精神貫石石爲裂(정신관석석위렬) : 정신이 돌을 꿰뚫으니 돌도 갈라지고 大字欲與峯爭雄(대자욕여봉쟁웅) : 큰 글씨는 봉우리와 웅장함을 다투려 한다. 眉山挻蘇岳降甫(미산연소악강보) : 미산은 소씨 낳았고 오악은 보후 낳으니 毓靈暗許朝雲通(육영암허조운통) : 신령한 기운은 은은히 아침 구름과 통한다. 紫蓋神氣下中胎(자개신기하중태) : 자개성의 신령한 기은 탯속으로 내려와 錦襁初脫麒麟兒(금강초탈기린아) : 비단 이불에서 기린 같은 아이 태어나니 頭森五岳目四海(두삼오악목사해) : 머리는 오악을 닮고 눈은 사해를 닮았어라. 八尺長身天下奇(팔척장신천하기) : 천하의 기괴한 사내라 팔척의 긴 키 巉巖額鼻鑿峯房(참암액비착봉방) : 이마와 코는 우뚝한 바위인 듯하여라. 怳對毗盧眞面目(황대비로진면목) : 비로봉의 진면목을 마주보는 듯 人工豈可擅造化(인공기가천조화) : 사람의 재주가 어찌 조화를 마음대로 하리오. 好事天工眞喜極(호사천공진희극) : 일을 좋아하는 하늘의 솜씨 기쁨이 지극하여라. 前身習氣未全磨(전신습기미전마) : 전생의 묵은 버릇 완전히 없어지지 않아 向人自道毗盧峯(향인자도비로봉) : 남 향하여 자신을 비로봉이라 말하는구나. 世間方見有脚山(세간방견유각산) : 세상에서 바야흐로 다리 있는 산을 보았으니 何異方瀛浮海中(하이방영부해중) : 방장ㆍ영주 바다 속에 떠 있음과 어찌 다를까. 塵寰厭答米芾拜(진환염답미불배) : 미불 같은 사람에게 절 받기 귀찮아 回首仙山歸興濃(회수선산귀흥농) : 신선들의 산에 고개 돌려니 돌아갈 흥 무르었다. 溟州直北五臺東(명주직북오대동) : 명주의 북쪽이요 오대산의 동쪽 芝成宮闕生虛空(지성궁궐생허공) : 지초 쌓인 궁궐이 허공에 솟았어라. 攢巒飛瀑作洞府(찬만비폭작동부) : 뭇봉우리 나는 폭포와 골짝을 이루었고 下有珠潭藏九龍(하유주담장구룡) : 그 아래는 주담이라 구룡이 숨어있어라. 層臺一柱俯雙闕(층대일주부쌍궐) : 한 기둥의 층대는 쌍궐을 굽어보는데 六月晴雪飄長松(육월청설표장송) : 유월에도 하얀 눈 낙락장송에 휘날리는구나. 尋巢靑鶴伴雲飛(심소청학반운비) : 둥지 찾는 청학이 구름을 짝해 날아드니 知是遼東丁令威(지시요동정령위) : 알았도다, 이게 바로 요동의 정령위인 줄을. 玄裳縞衣語星星(현상호의어성성) : 흰 저고리 검정치마 말조차 또렷한데 問渠毗盧何日歸(문거비로하일귀) : 묻노라, 비로 너는 어느 날에 돌아가는가. 巖扉寥落蕙帳冷(암비요락혜장랭) : 돌 사립 적막해라 혜초 장막 싸늘하니 萬壑松風誰共聽(만학송풍수공청) : 만 골짝 솔바람을 누가와 같이 들을까. 北山移文已勒成(북산이문이늑성) : 북산이문이 지어진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須把筇枝嗚石逕(수파공지오석경) : 어서어서 막대 소리 돌길을 울리어라. 山人愛山不出谷(산인애산불출곡) : 산사람은 산을 아껴 골짝을 벗어나니 않고 時有片雲簷下宿(시유편운첨하숙) : 이따금 조각 구름 처마 밑에 잠자는구나. 天香滿室月色空(천향만실월색공) : 하늘 향기는 방에 가득하고 달빛은 고요한데 疏磬冷冷煙外落(소경랭랭연외락) : 경쇠 소리 드맑은데 안개 너머 떨어진다. 藥爐經卷可棲遲(약로경권가서지) : 약로와 경권이라 몸 담을 곳 더없는데 淸水明燭生計足(청수명촉생계족) : 맑은 물 밝은 촛불 생계마저 넉넉하여라. 飄然甁錫返林泉(표연병석반림천) : 막대 하나 병 하나로 거뜬히 돌아가니 出家已做忘家禪(출가이주망가선) : 출가하여 집 잊은 선승이 되고 말았어라. 山靈應喜得毗盧(산영응희득비로) : 산신령은 비로를 만난 것 너무나 기뻐 置于最上之山巓(치우최상지산전) : 가장 높은 산마루에 올려 놓게 되었다오. 石廩天柱作同行(석름천주작동행) : 석름봉 천주봉이 항렬이 같다면 雁蕩芙蓉爲弟昆(안탕부용위제곤) : 안탕산 부용산은 아우와 언니로 되었구려나. 風儀戍削表獨立(풍의수삭표독립) : 깎은 듯한 풍채로 표표하게 우뚝 서니 楓岳從今奪顔色(풍악종금탈안색) : 풍악도 이제부터 안색을 빼앗기리라. 勿使醉猿化道士(물사취원화도사) : 취한 원숭이 도사로 변하게 하지 말고 長向巖間爲怪石(장향암간위괴석) : 길이 바위 틈을 행해 괴석이 되었단다. 我生江海一閑客(아생강해일한객) : 내 인생은 강과 바다의 한가한 나그네 幾費登山雙蠟屐(기비등산쌍랍극) : 산을 오르는 나막신을 몇 켤레나 버렸나. 會須振衣直上毗盧千仞岡(회수진의직상비로천인강) : 끝내 옷 떨치고 곧장 천 길 비로봉에 올라 與君一笑下觀天地窄(여군일소하관천지착) : 그대와 함께 한번 웃으며 좁은 천지 내려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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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휘상인1(贈輝上人1)-허균(許筠) 휘 상인에게-허균(許筠)
淸坐香臺萬慮空(청좌향대만려공) : 맑게 앉은 향대에 맑게 않자 온갖 생각 사라지고 風箏無語閉花宮(풍쟁무어폐화궁) : 풍경소리에 사람소리 하나 없고 꽃핀 궁궐 닫혀 있다. 雲收疊嶂千層碧(운수첩장천층벽) : 첩첩한 산봉우리에 구름 걷혀 층층이 푸르고 霜落疏林一半紅(상낙소림일반홍) : 성긴 숲에 서리 내려 절반이나 붉어졌다. 病後參禪渾得趣(병후삼선혼득취) : 병 나은 뒤에 참선하니 멋을 사뭇 알겠는데 愁來覓句未全工(수래멱구미전공) : 시름 속에 시 지으려니 지어지지 않는구나. 扶桑浴日看還厭(부상욕일간환염) : 동해에 씻은 해를 질리도록 보고 臥聽濤聲蹙地雄(와청도성축지웅) : 웅장한 파도 소리는 누워서 듣고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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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휘상인2(贈輝上人2)-허균(許筠) 휘 상인에게-허균(許筠)
曾脫禪衣挂鐵衣(증탈선의괘철의) : 일찍이 스님 옷 벗고 갑옷을 바꿔 입고 西都初解百重圍(서도초해백중위) : 백 겹의 포위망을 처음으로 서도에서 풀었도다. 魔軍已伏神通力(마군이복신통력) : 신통한 힘으로 마귀 같은 적군 굴복되고 妙悟猶存過量機(묘오유존과량기) : 오묘한 깨우침은 과인한 기량의 기틀이 있었도다. 金鎖綠沈抛壯志(금쇄녹침포장지) : 금쇄 녹침이라, 장대한 뜻을 포기하고 佛香經卷返眞依(불향경권반진의) : 부처라 불경이라, 참 뜻으로 돌아왔어라. 憐渠足了男兒事(련거족료남아사) : 어여뻐라, 너는 족히 사나이 일을 마쳤으니 莫剪長髭掩石扉(막전장자엄석비) : 돌문을 닫아걸고 긴 수염일랑 자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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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고택(歇古宅)-허균(許筠) 옛집에서 쉬다-허균(許筠)
蕭蕭風雨岸烏紗(소소풍우안오사) : 부슬부슬 비바람에 오사모 벗겨지고 三月韶光鬢半華(삼월소광빈반화) : 삼월이라 봄빛에 귀밑머리 반백이어라. 客裏不堪佳節過(객리불감가절과) : 나그네 마음에 좋은 계절 보내지 못해 借人高館看梨花(차인고관간리화) : 높은 집을 빌려서 배꽃을 구경하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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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중야직(省中夜直)-허균(許筠) 성중에서 야직하며-허균(許筠)
魚鐶橫戶燭撓光(어환횡호촉요광) : 쇠고리 문짝에 비끼고 촛불 어지러운데 中禁詞臣坐玉堂(중금사신좌옥당) : 궁중에 남은 시 짓는 신하 옥당에 앉아있다. 紫殿夜闌鈴索靜(자전야란령색정) : 궁궐 늦은 밤에 바울 줄 고요한데 桐花時送隔簾香(동화시송격염향) : 발 너머 오동나무에서 꽃향기 건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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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조만망(退朝晩望)-허균(許筠) 조정에서 물러나와 저녘에 바라보다-허균(許筠)
仙郞罷直五門西(선랑파직오문서) : 선랑은 오색구름 서편에서 당직을 마치고 緩策靑驄響月題(완책청총향월제) : 청총마 느린 채찍질에 말굽소리 울린다. 細柳和煙迷別院(세류화연미별원) : 실버들에 연기 서려 별원이 아득하고 落花經雨襯香泥(락화경우친향니) : 지는 꽃에 비 지나가니 향니가 묻어난다. 東臺詔下慚詞令(동대조하참사령) : 동대에서 조서 내리니 사령이 부끄럽고 南國烽傳厭鼓鼙(남국봉전염고비) : 남국에서 봉화 오니 전쟁의 북소리 지겨워라. 過盡一春歸未得(과진일춘귀미득) : 한 봄이 다 가도록 돌아가지 못하노니 釣竿辜負武陵溪(조간고부무릉계) : 무릉계곡 낚시질을 속절없이 저버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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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鷹)-허균(許筠) 매-허균(許筠)
蒼鷹愁眠似降胡(창응수면사강호) : 창매의 근심스런 눈초리 항복한 오랑캐인 듯 風骨依俙漢郅都(풍골의희한질도) : 골격이랑 풍채는 한나라의 질도와 방불하여라. 逸翮縱爲金鏇繫(일핵종위금선계) : 뛰어난 날개는 비록 쇠갈이틀에 묶였지만 異姿應與鳥群殊(이자응여조군수) : 이채로운 자태는 뭇 새들과는 다르구나. 未擒狡兎營三窟(미금교토영삼굴) : 세 개의 굴 파는 교활한 토끼를 잡지 못했지만 且伴韓盧待一呼(차반한로대일호) : 한로와 짝이 되어 호출되기를 기다리는구나. 早晩紫絛如脫去(조만자조여탈거) : 조만간 자주색 끈에서 벗어만 난다면 碧天當搏大鵬雛(벽천당박대붕추) : 푸른 하늘 높은 곳에서 붕새 새끼 후려 채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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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덕원민사1(宿德源民舍1)-허균(許筠) 덕원에서 민박하며-허균(許筠)
城外悲笳夜半吹(성외비가야반취) : 성 밖에 슬픈 호가 밤중에 들려오고 女垣斜月展愁眉(여원사월전수미) : 성가퀴 비낀 달은 근심 어린 눈썹 편다. 河流遠坼單于壘(하류원탁선우루) : 물줄기 아득히 되놈의 보루 나누었고 海色遙明大將旗(해색요명대장기) : 바다 달빛 아득히 대장 깃발 비추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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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덕원민사2(宿德源民舍2)-허균(許筠) 덕원에서 민박하며-허균(許筠)
王粲倚樓空作賦(왕찬의루공작부) : 누대에 기댄 왕찬은 공연히 시를 짓고 杜陵徒步只吟詩(두릉도보지음시) : 맨발의 두보는 오직 시만 읊었어라. 空聞戰血傾伊洛(공문전혈경이낙) : 전장에 흐른 핏물 이수와 낙수로 든다는데 却敵何人出六奇(각적하인출육기) : 적 물리치는 일에, 누가 기발한 계책 짜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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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덕원민사3(宿德源民舍3)-허균(許筠) 덕원에서 민박하며-허균(許筠)
斜月含山宿霧晴(사월함산숙무청) : 비낀 달 산에 들고 짙은 안개 맑게 개니 僕夫相對語前程(복부상대어전정) : 하인들은 저희끼리 앞길을 수군댄다. 中宵起舞君休怪(중소기무군휴괴) : 한밤에 추는 춤을 그대는 이상타 마오 未必荒鷄是惡聲(미필황계시악성) : 때 아닌 닭 울음도 나쁜 것만은 아니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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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연각작팔절1(避地連閣作八絶1)-허균(許筠) 피지 연각에서 팔절을 짓다-허균(許筠)
家在長陵小市東(가재장릉소시동) : 집은 장릉 작은 저자 동쪽이라 數間茅屋一年空(수간모옥일년공) : 두어 칸 초가집을 한 해나 비워두었다. 牙籤萬軸歸何處(아첨만축귀하처) : 아첨 꽂은 만축서 어디로 돌아갔나 不落溝中卽土中(불낙구중즉토중) : 도랑 속에 안 빠지면 흙 속에 묻혔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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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연각작팔절2(避地連閣作八絶2)-허균(許筠) 피지 연각에서 팔절을 짓다-허균(許筠)
朝罷天街響水蒼(조파천가향수창) : 조회 파한 서울 거리에 푸를 물결소리 萬家花柳沸笙篁(만가화류비생황) : 집집마다 꽃 버들 피리 소리 들끓는다. 君王一別通明殿(군왕일별통명전) : 임금님 하루 아침에 통명전 떠나자 歌舞場爲戰鬪場(가무장위전투장) : 노래하고 춤추던 곳 전쟁터가 되었다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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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연각작팔절3(避地連閣作八絶3)-허균(許筠) 피지 연각에서 팔절을 짓다-허균(許筠)
先子丘墳寄漢濱(선자구분기한빈) : 선친의 분묘를 한수 가에 모시니 歲時誰是掃墳人(세시수시소분인) : 세시마다 무덤을 쓸어 줄 이 그 누군가. 松楸西望腸堪斷(송추서망장감단) : 서녘으로 총추 보니 애간장 끊어지는데 日暮天涯淚滿巾(일모천애루만건) : 해지는 하늘 가에 흐르는 눈물 수건에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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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연각작팔절4(避地連閣作八絶4)-허균(許筠) 피지 연각에서 팔절을 짓다-허균(許筠)
西塞關河路幾千(서새관하로기천) : 서쪽 변방 관하는 몇 천리의 길이던가 別來音信若爲傳(별래음신약위전) : 이별 후 소식일랑 어떻게 해야 전할 건가. 干戈滿眼身如寄(간과만안신여기) : 난리만 눈에 가득한데 더부살이 신세 何處看雲費晝眠(하처간운비주면) : 어느 곳에서 구름 보며 낮잠을 자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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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연각작팔절5(避地連閣作八絶5)-허균(許筠) 피지 연각에서 팔절을 짓다-허균(許筠)
塞北凶鋒尙未摧(새북흉봉상미최) : 변새 북쪽 흉한 칼날 아직 꺾이지 않아 嶺西封豕幾時廻(령서봉시기시회) : 재 너머 서쪽 오랑캐는 언제 돌아가는가. 煙臺日暮平安火(연대일모평안화) : 해 저문 연대에 봉화 불빛 평안하니 坐識高城賊不來(좌식고성적불래) : 높은 성에 적이 못 온 것을 앉아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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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연각작팔절6(避地連閣作八絶6)-허균(許筠) 피지 연각에서 팔절을 짓다-허균(許筠)
千尺金城百尺壕(천척금성백척호) : 천 자 높이 굳은 성벽과 백 자 깊은 참호 矢銛弓硬且長刀(시섬궁경차장도) : 날카로운 화살과 센 활에 칼도 길기만 하다. 帳前擊柝軍相語(장전격탁군상어) : 막사 앞에서 탁을 치며 군사들 나누는 말 太守元來守不牢(태수원래수불뢰) : 애당초에 태수님이 굳게 지키지 못하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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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연각작팔절7(避地連閣作八絶7)-허균(許筠) 피지 연각에서 팔절을 짓다-허균(許筠)
到處生涯一病僧(도처생애일병승) : 어디서나 생애는 한 사람 병든 승려 靜夜茆屋對篝燈(정야묘옥대구등) : 고요한 밤 떡집에서 등불을 마주본다. 豪華舊習鎖難得(호화구습쇄난득) : 호사스런 옛 습관을 씻어내기 어려워 明日平原約放鷹(명일평원약방응) : 내일은 평원에서 매 사냥을 약속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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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연각작팔절8(避地連閣作八絶8)-허균(許筠) 피지 연각에서 팔절을 짓다-허균(許筠)
霽江公子紫霞仙(제강공자자하선) : 비 갠 제강의 공자는 자하의 신선이라 一別音塵兩渺然(일별음진양묘연) : 한 번 이별 뒤엔 소식 양쪽이 아득하다. 懷憶去年今夜月(회억거년금야월) : 지난해 오늘의 달밤을 생각해보니 雪中聯騎訪姑泉(설중련기방고천) : 눈 속에서 말 나란히 고천을 찾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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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덕원민사1(宿德源民舍1)-허균(許筠) 덕원에서 묵으며-허균(許筠)
城外悲笳夜半吹(성외비가야반취) : 성 밖에서 슬픈 호가(胡笳) 한밤의 불어대니 女垣斜月展愁眉(여원사월전수미) : 성가퀴에 비낀 저 달은 수심 겨운 눈쌀 펴편다. 河流遠坼單于壘(하류원탁선우루) : 강물은 아득히 오랑캐 선우의 진을 나누었는데 海色遙明大將旗(해색요명대장기) : 바다의 빛은 아득히 대장깃발을 밝게 비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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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덕원민사2(宿德源民舍2)-허균(許筠) 덕원에서 묵으며-허균(許筠)
王粲倚樓空作賦(왕찬의루공작부) : 왕찬은 구각에 기대어 공연히 시를 짓고 杜陵徒步只吟詩(두릉도보지음시) : 두보는 맨발로 걸으며 시만을 읊었단다. 空聞戰血傾伊洛(공문전혈경이낙) : 전장에 흘린 핏물 이수로 흘러든다는데 却敵何人出六奇(각적하인출육기) : 적을 물리칠 여석 계략을 누가 낼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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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덕원민사3(宿德源民舍3)-허균(許筠) 덕원에서 묵으며-허균(許筠)
斜月含山宿霧晴(사월함산숙무청) : 넘어가는 달 머금은 산에 짙은 안개 개니 僕夫相對語前程(복부상대어전정) : 하인들은 저희끼리 떠날 길 얘기하는구나. 中宵起舞君休怪(중소기무군휴괴) : 한밤에 일어나 추는 춤 이상하게 생각마오 未必荒鷄是惡聲(미필황계시악성) : 때 아닌 닭울음도 나쁜 것만은 아니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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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동중인천로부즉사(口號同仲仁天老賦卽事)-허균(許筠) 입으로 불러 중인 천로와 함께 즉사로 시를 짓다-허균(許筠)
卷幔羅書帙(권만라서질) : 휘장을 걷고 책 벌여놓은 채 燒香坐寂寥(소향좌적요) : 향 사르며 고요히 앉았았다 雪消山色近(설소산색근) : 눈 녹아 산빛은 더욱 가까워지고 天闊海聲遙(천활해성요) : 하늘은 넓어 바다 물결소리 아득하다. 撫古心還折(무고심환절) : 예날을 더듬으니 마음 오히려 꺾이고 傷時鬢欲凋(상시빈욕조) : 시대를 슬퍼하니 귀밑머리 희어진다. 梅花疏影動(매화소영동) : 매화꽃 성근 그림자 움직이는데 相約醉溪橋(상약취계교) : 서로 만나 시냇가 다리에서 취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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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연숙지경(送柳淵叔之京)-허균(許筠) 유연숙이 서울가는 것을 송별하며-허균(許筠)
行裝蕭散等鶉居(행장소산등순거) : 쓸쓸한 행장이 순거와 같은데 囊裏孤琴篋裏書(낭리고금협리서) : 자루 속엔 거문고 상자 속에는 책. 時論共疑狂李白(시론공의광리백) : 이백의 광태라고 당시 사람들 의심하나 故人猶記病相如(고인유기병상여) : 친구들은 오히려 병든 상여를 기억한다. 風回曲沼淸長檻(풍회곡소청장함) : 연못을 돌아 부는 바람 긴 난간 맑게 하고 日送繁陰映綺疏(일송번음영기소) : 해빛은 짙은 그늘로 사창에 비추누나. 歸去洛城如有問(귀거낙성여유문) : 서울로 가 나를 묻는 이 있다면 生涯已付武陵漁(생애이부무릉어) : 무릉의 낚시질에 이미 생애를 맡겼다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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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월전구기유감(經月殿舊基有感)-허균(許筠) 월전의 옛터를 지나다가 감회가 있어서-허균(許筠)
紅樓別夜醉芳樽(홍루별야취방준) : 홍루에서 이별하는 밤 맛있는 술에 취해 月桂天香染彩毫(월계천향염채호) : 월계의 천향 속에 채필을 적시었다. 不是羿妻奔竊藥(불시예처분절약) : 예의 아내 약을 훔쳐 달아난 게 아니면 也無方朔戲偸桃(야무방삭희투도) : 동방삭의 복사 장난 응당 없었을 것이어라. 羅衣化盡經秦火(라의화진경진화) : 비단옷 다 녹아 진나라 재앙을 겪었으니 綺榭燒殘入賊壕(기사소잔입적호) : 좋은 집 타다 남아 적의 진에 들었구나. 依舊南隣逢樂叟(의구남린봉낙수) : 예날 처럼 남녘 이웃 약로를 만나보니 琵琶猶按鬱輪袍(비파유안울윤포) : 비파 가락은 여전히 울륜포를 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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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가인요(桂陽佳人謠)-허균(許筠) 계양가인요-허균(許筠)
金陵江水澄如練(금릉강수징여련) : 금릉 땅 강물은 비단처럼 맑고 江上朱樓簾半捲(강상주루렴반권) : 강 위엔 붉은 다락엔 발이 반만 걷혔구나. 越羅衣薄不禁風(월라의박불금풍) : 월나라 비딘 옷은 엷어 바람을 못 이기고 啼粧欲褪桃花面(제장욕퇴도화면) : 단장 뒤 눈물은 자국 복숭아꽃 퇴색한 듯 空濛煙雨桂陽山(공몽연우계양산) : 저기 저 계양산에는 안개 비 몽실몽실 一朶芙蓉天外寒(일타부용천외한) : 한 송이 부용꽃이 하늘 밖에 차갑구나. 鳳凰城遠渭水隔(봉황성원위수격) : 봉황성 아득하고 위수와 떨어져 있고 別後愁多羅帶寬(별후수다라대관) : 이별 후 시름 많아 비단 띠가 헐겁구나. 巴陵詞客金麒麟(파능사객금기린) : 파릉의 시객들은 금기린 몸에 입고 香車度陌聲轔轔(향거도맥성린린) : 향차로 지난 거리에 소리가 삐걱거린다. 一尺鮫綃千點血(일척교초천점혈) : 한 자 길이 교초에는 천 점의 붉은 피 斷腸佳句江南春(단장가구강남춘) : 애끊는 좋은 글귀 강남의 봄이로구나. 蓬壺海闊芳塵絶(봉호해활방진절) : 봉호 바다는 넓어 향기 먼지에 끊어지니 桂露淸泠白銀闕(계로청령백은궐) : 계수나무 이슬 맑고 차고 은빛 궁궐은 하얗다. 却月眉鎖鳳額花(각월미쇄봉액화) : 각월의 눈썹은 봉황의 머리 꽃에 잠겨 있고 凌波塵濕鴉頭襪(능파진습아두말) : 능파의 먼지는 까마귀 버선을 젖셨구나. 銀床玳瑁金玲瓏(은상대모금영롱) : 대모의 은상에 금빛이 영롱하고 鈿頭玉篋雕花紅(전두옥협조화홍) : 옥상자에 비녀 꼭지에 새긴 꽃이 빨갛다. 十二瓊宮夜色淺(십이경궁야색천) : 열두 곳의 보석 궁궐에 밤빛이 엷으니 鶴夢驚起秋天空(학몽경기추천공) : 학의 꿈 놀라 깨자 가을 하늘 공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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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천례선요(姑泉禮仙謠)-허균(許筠) 고천례선요-허균(許筠)
簷鈴泠泠風力急(첨영령령풍력급) : 처마 풍경소리 찬데 바람 급히 부니 寒透蝦鬚珠露泣(한투하수주로읍) : 주렴에 추위 스며들어 이슬방울 눈물짓는다. 霞色珠楹照日光(하색주영조일광) : 놀은 빛 구슬 기둥엔 햇빛이 비춰들어 雪衣傳語當窓立(설의전어당창입) : 설의는 말 전하여 창문 앞에서 우뚝 섰다. 新粧初出鴛鴦帷(신장초출원앙유) : 원앙의 장막에서 새 단장 막 나오니 綠雲半亞珊瑚枝(녹운반아산호지) : 푸른 구름은 산호 가지를 반이나 눌렀구나. 門外香車駕金犢(문외향거가금독) : 문 밖의 향차에 금송아지에 실렸는데 叉童引向芙蓉池(차동인향부용지) : 남자 종놈 끌고가서 부용지로 향하는구나. 中天旌節降王母(중천정절강왕모) : 중천에 깃발 펄럭 서왕모로 내려오니 丁當雜佩縈紈袖(정당잡패영환수) : 온갖 패물 소리 울려 옷소매에 얽히는구나. 蟠桃結子三千歲(반도결자삼천세) : 반도 복숭아 삼천 년에 열매 맺었으니 玉盤盛獻蒼梧帝(옥반성헌창오제) : 옥소반에 가득 차려 순임금님께 올리리라. 鞭鸞夜下廣寒宮(편란야하광한궁) : 난새를 채찍질하여 광한궁을 내려오니 錦頰中酒生微紅(금협중주생미홍) : 고운 뺨 술기운에 붉은 기운 살짝 돈다. 姑泉池館烟矇矓(고천지관연몽룡) : 고천지관에 연기가 아득한데 畫橋垂柳眠東風(화교수유면동풍) : 그림같은 다리에 능수버들 봄바람에 조는구나. 雲窓霧閤隔銀漢(운창무합격은한) : 구름 창, 안개 낀 집이 은하수로 막혔으니 丹梯百尺塵緣斷(단제백척진연단) : 백척의 붉은 사다리 속된 인연 끊겼구나. 玉壼靈藥得長生(옥곤영약득장생) : 옥병의 영약으로 장생은 얻었지만 年年孀宿誰相伴(년년상숙수상반) : 해마다 홀로 자니 누구와 서로 짝하리오. 無央公子停龍鑣(무앙공자정용표) : 무앙 공자님이 용표에 멈췄으니 赤舃翠袷香嬌嬈(적석취겁향교요) : 붉은 신 푸른 옷에 향기가 아련거린다. 鳳樓斜日照珍簟(봉루사일조진점) : 봉루에 비낀 햇살 삽자리에 비추는데 露濕絳衫吹紫簫(로습강삼취자소) : 이슬 젖은 붉은 적삼 옥퉁소를 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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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춘유요(北里春遊謠)-허균(許筠) 북리 봄놀이 노래-허균(許筠)
紅泥雜花盈香陌(홍이잡화영향맥) : 홍니의 섞인 꽃이 향기로운 거리에 가득하니 惜花靑驄行不得(석화청총행불득) : 청총마꽃을 아껴 머뭇머뭇 가지 못한다. 綉窓雕戶閉宵寒(수창조호폐소한) : 비단 창, 화려한 문 잠긴 밤 기운 싸늘한데 愁眉淚臉藏春色(수미누검장춘색) : 근심스린 눈썹 눈젖은 뺨에 봄빛이 숨어 있다. 秋千索掛紅欄西(추천색괘홍난서) : 그네줄은 붉은 난간 서쪽에 걸렸는데 月照花影參差低(월조화영참차저) : 달 비추자 꽃그림자 들쭉날쭉 나직하다. 寶枕瑤衾選殘夢(보침요금선잔몽) : 보배로운 베개, 비단 이불 속에 낡은 꿈 헤어보며 西樓曉起流鶯啼(서루효기유앵제) : 서루에 새벽녘 기상에 꾀꼬리 울음 운다. 啼珠鳳蠟怨天曙(제주봉랍원천서) : 구슬 눈물 밀촛불에 날새는 것 원망하고 井下銀甁轆轤語(정하은병록로어) : 우물 아래 은병에는 녹로가 속삭이는구나. 彩箔玲瓏蝦捲鬚(채박령롱하권수) : 채색한 발이 영롱한데 발 걷히자 嬌雲一散無尋處(교운일산무심처) : 예쁜 구름 흩어져서 찾을 곳이 없구나. 衫羅葉葉秋煙碧(삼라엽엽추연벽) : 비단 적삼 주름마다 가을 연기 푸르니 香肌玉妬梅魂白(향기옥투매혼백) : 향기로운 살결은 매화 혼이 시샘한다. 十幅單綃染淚痕(십폭단초염누흔) : 열 폭의 단색 비단에 눈물 자국이 얼룩지니 煙中恨語招香魄(연중한어초향백) : 연기 속의 한스런 말이 향백을 부르는구나. 姑泉橋畔楊花飛(고천교반양화비) : 고천교 다릿가에 버들꽃이 휘날리니 金鞭錦勒探春歸(금편금륵탐춘귀) : 금빛 채찍 비단 굴레로 봄을 찾아 돌아간다. 雪衣傳語玉郞至(설의전어옥랑지) : 설의가 말 전하자 옥랑이 당도하니 纖纖素手開珠扉(섬섬소수개주비) : 가느다란 하얀 손이 구슬 문을 열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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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집완(文集完)-허균(許筠) 문집이 완성되어-허균(許筠)
四十三年攻翰墨(사십삼년공한묵) : 사십 삼 년을 문필에 전력하여 千金弊帚枉勞心(천금폐추왕노심) : 부질없은 노고한 마음 천금의 떨어진 빗자루 詩文十卷方書了(시문십권방서료) : 시문 열 권을 이제야 다 썼으니 從此惺翁不復吟(종차성옹불복음) : 나, 성옹은 이제부터 다시 읊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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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권조제군(憶權趙諸君)-허균(許筠) 권(權)ㆍ조(趙) 제군을 기억하며-허균(許筠)
天涯悲作客(천애비작객) : 먼 하늘 가 서글픈 나그네 신세 澤畔恨離群(택반한이군) : 물가에 이별하는 무리들이 한스러워라. 花事今將盡(화사금장진) : 꽃의 일도 이제부터 다 끝나 가는데 鶯聲不欲聞(앵성불욕문) : 꾀꼬리 울음 듣고 싶지도 않아라. 親朋杳千里(친붕묘천리) : 친한 벗 천리 멀리 아득하니 日夕詠停雲(일석영정운) : 날 저물면 친구생각 노래 부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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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傷春)-허균(許筠) 봄날에 마음 상하여-허균(許筠)
抱疴常在暮春時(포아상재모춘시) : 저무는 봄날에 언제나 병을 알아 遊興蒼茫未易期(유흥창망미이기) : 다니는 흥취 아득하여 기약이 쉽지 않다. 欲貰濁酒貰客恨(욕세탁주세객한) : 막걸리 외상 받아 객의 한을 풀어보려니 杏花村畔乏靑旗(행화촌반핍청기) : 살구꽃 핀 마을에 푸른 깃발 끊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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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락진(紅桃落盡)-허균(許筠) 붉은 복숭아꽃잎 다 지네-허균(許筠)
南枝雨僽北枝摧(남지우추북지최) : 남쪽 가지 비에 혹독한 비에 북녘 가지 꺾여 寂寞香魂招不廻(적막향혼초불회) : 적막한 향기로운 넋은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다. 怊悵明年此翁去(초창명년차옹거) : 서글퍼라, 명년에 이 늙은이 떠나고 나면 不知花爲阿誰開(불지화위아수개) : 이 꽃은 뉘를 위해 피어 줄는지 모르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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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좌(夜坐)-허균(許筠) 밤에 앉아서-허균(許筠)
經卷橫烏几(경권횡오궤) : 경서는 검은 궤에 비껴 있고 香煙裊鴨鑪(향연뇨압로) : 향 연기는 압로에서 하늘거린다. 不知軒冕客(불지헌면객) : 모를겠네, 벼슬아치들 能似此翁無(능사차옹무) : 능히 이 늙은이와 같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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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태허정(憶太虛亭)-허균(許筠) 태허정을 추억하며-허균(許筠)
遙憐鑑湖墅(요련감호서) : 아련히 감호의 들 정자 그리워라 煙景膩殘春(연경니잔춘) : 봄날의 경경에 남은 봄이 윤택하다 江燕語留客(강연어유객) : 강가의 제비 소리에 길손 머물고 林花飛趁人(임화비진인) : 숲 속 꽃잎은 날아다니며 사람을 따른다. 思將濯纓水(사장탁영수) : 장차 갓끈 씻은 물을 가져와 洗盡化衣塵(세진화의진) : 옷 더럽힌 먼지를 다 빨았으면 좋겠다. 羽翮在羅網(우핵재라망) : 날개깃이 그물 속에 갇혔으니 誰爲自身在(수위자신재) : 그 누가 스스로 자유로운 몸이 될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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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강(後岡)-허균(許筠) 뒷산에서-허균(許筠)
溪水淙潺亂石間(계수종잔난석간) : 어지러운 돌 사이로 시냇물 좔좔 쏟아지고 隔花幽鳥語關關(격화유조어관관) : 꽃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윽한 새소리 요란하다. 長風忽捲前林雨(장풍홀권전임우) : 긴 바람이 갑자기 눈앞의 숲속 비를 걷어가니 一抹斜陽映半山(일말사양영반산) : 한 가닥 비낀 햇살이 산 허리를 비추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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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석주(憶石洲)-허균(許筠) 석주를 기억하며-허균(許筠)
楚塞身何遠(초새신하원) : 초나라 요새라 몸은 얼마나 먼지 秦關望漸賖(진관망점사) : 진관을 바라보니 점점 더 아득하다. 惟憐湘水夢(유련상수몽) : 다만 상수의 꿈이 사랑스러워 偏在故人家(편재고인가) : 유달리 옛 친구의 집에만 있도다. 恨入王孫草(한입왕손초) : 한스러움 왕손의 풀에 깃든다면 愁添蜀帝花(수첨촉제화) : 시름은 귀촉화에 더하는구나. 紉蘭行澤畔(인난행택반) : 난초 꿰어 패물 삼아 못 가를 거닐고 倚玉隔天涯(의옥격천애) : 의옥은 머나먼 하늘 끝에 있도다. 海黯停雲合(해암정운합) : 바다는 어둑한데 구름이 몰려들고 山橫落景斜(산횡낙경사) : 산은 비끼어 있고 저녁 해는 기우는구나. 春來有佳句(춘래유가구) : 봄에 지은 아름다운 글귀 있거든 莫惜問懷沙(막석문회사) : 아끼지 말고 굴원의 글에 물어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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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寫懷)-허균(許筠) 회포를 적다-허균(許筠)
凄涼楚臣夢(처량초신몽) : 처량하다, 초나라 신하의 꿈 牢落野人期(뇌낙야인기) : 무료하다, 야인의 기약이어라. 徇祿憂終在(순녹우종재) : 관리의 녹을 따르니 근심은 있고 歸田計已違(귀전계이위) : 시골로 돌아갈 계획 이미 틀렸어라. 靑春對芳草(청춘대방초) : 한창 봄이라 고운 풀 마주 대하고 白日見遊絲(백일견유사) : 맑은 날이라 아지랑이를 보고 있어라. 卽此多幽興(즉차다유흥) : 이만해도 그윽한 흥취 그득하니 還如未病時(환여미병시) : 도리어 병들지 않았을 때와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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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苦雨)-허균(許筠) 궂은비-허균(許筠)
北客愁無奈(북객수무내) : 북쪽 나그네 수심을 어찌하나 連宵雨驟過(연소우취과) : 밤마다 비가 급하게도 내리는구나. 林昏銜暮瘴(임혼함모장) : 어둑한 숲 저문 안개 머금어 있고 溝溢漲晨波(구일창신파) : 도랑물 불어나 새벽 물결 첨치는구나. 委地紅將盡(위지홍장진) : 땅에 진 붉은 꽃 다 졌는데 侵堦碧漸多(침계벽점다) : 섬에 올라보니 푸른 이끼 불어난다. 空吟海嶠作(공음해교작) : 헛되니 내가 지은 해교작 시만 읊나니 誰與報羊何(수여보양하) : 누가 함께 양선지와 하장유에게 알려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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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벽도위우소절(官墻碧桃爲雨所折)-허균(許筠) 관가 담장의 벽도화가 비에 꺾이어-허균(許筠)
瓊樹含嬌笑(경수함교소) : 고운 나무 교태로운 웃음 띠니 疑從閬苑移(의종랑원이) : 아마도 낭원에서 옮겨왔나 보다. 飄零因雨壓(표영인우압) : 휘날려 떨어짐은 비에 눌린 탓이고 摧折豈根萎(최절기근위) : 꺾여짐이 어찌 뿌리가 시들어 서랴. 屈子懷沙日(굴자회사일) : 굴원이 회사부 짓고 죽던 날 昭君出塞時(소군출새시) : 왕소군이 변새로 떠나는 때 같아라. 蜂愁粘落蕊(봉수점낙예) : 벌은 시름겨워 지는 꽃잎에 붙고 鶯怨啅殘枝(앵원탁잔지) : 꾀꼬리는 원망하여 낡은 가지를 쪼다. 物性元榮悴(물성원영췌) : 사물의 본성은 원래로 영화 몰락 있고 人生亦盛衰(인생역성쇠) : 인생 역시 성하면 쇠하기 마련이로다. 明年能再發(명년능재발) : 명년에는 능히 다시 피게 될 거나 天意諒難知(천의량난지) : 하늘 뜻은 진실로 알기가 어려워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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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홍도(見紅桃)-허균(許筠) 홍도를 보고서-허균(許筠)
誰種緗桃殿晩春(수종상도전만춘) : 궁궐 늦봄에 복숭아는 누가 심었는지 絳紗幽袖映紅巾(강사유수영홍건) : 붉은 비단 소맷자락이 붉은 수건에 비친다. 牆頭日出嫣然笑(장두일출언연소) : 담장 머리 해 솟자 씽긋이 웃는구나. 何啻他鄕見故人(하시타향견고인) : 어찌 타향에서 옛 친구 본 것만 못하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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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객독좌(撝客獨坐)-허균(許筠) 손님을 물리치고 홀로 앉아-허균(許筠)
經卷鑪香寂不譁(경권로향적불화) : 경서나 향로의 향이 말없이 고요하니 蕭然如在羽人家(소연여재우인가) : 신선의 집에 와 있는 듯이 소연하여라. 當堦暖日烘梅蕊(당계난일홍매예) : 섬돌에 닿은 따뜻한 햇살 매화 꽃 술 덥히고 撲戶輕颺墮柳花(박호경양타류화) : 창문을 때리는 가벼운 바람 버들꽃을 떨어뜨린다. 鄴瓦久乾抛兎翰(업와구건포토한) : 업와라는 벼루는 이미 말라 붓을 벌써 던지어 焦阬方熱試龍茶(초갱방열시용다) : 초강이란 차가 이제 막 더우니 용차나 맛보자꾸나. 休言地僻無來往(휴언지벽무래왕) : 궁벽한 땅이라서 왕래 전혀 없다 말하지 마소 自由山蜂趁兩衙(자유산봉진양아) : 산벌처럼 자유로워 하루 두 번 관아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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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旅舍)-허균(許筠) 여사에서-허균(許筠)
異地春將晩(이지춘장만) : 객지에 봄이 저물어가니 年光奈老何(연광내노하) : 나이는 늙어감을 어찌하나. 林花經雨少(임화경우소) : 숲 속 꽃들은 비 지나니 적어지고 鳥語得晴多(조어득청다) : 새 우는 소리는 날 개니 많아지는구나. 身世悠悠客(신세유유객) : 신세는 멀고 먼 나그네 신세 乾坤浩浩歌(건곤호호가) : 천지에 호방한 노래로구나. 忘生憑底物(망생빙저물) : 무엇을 의지하여 생을 잊었나 案上有楞伽(안상유릉가) : 상 위에는 능가경이 놓여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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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거부사(僑居賦事)-허균(許筠) 교거(僑居)하며 일을 적다-허균(許筠)
放逐知前定(방축지전정) : 귀양살이 전생에 정해졌고 功名已後時(공명이후시) : 공명은 이미 때가 늦었도다. 惠州方飽飯(혜주방포반) : 혜주에서 막 배불리 먹고 儋守或觀棋(담수혹관기) : 담수나 더러는 바둑 구경한다. 海味餘霜蟹(해미여상해) : 바다 맛은 서리철 게가 남았고 園蔬只露葵(원소지로규) : 채소밭 나물은 이슬에 젖은 아욱뿐이어라. 吾生本爲口(오생본위구) : 우리의 삶이란 본래 먹기 위한 것이니 非是利妻兒(비시이처아) : 온갖 시비는 처자식을 이롭게 하려는 것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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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도(移小桃)-허균(許筠) 작은 복숭아나무를 옮기며-허균(許筠)
淸晨移得小桃來(청신이득소도래) : 맑은 새벽, 작은 복사나무를 옮겨와 細劚黃泥用意栽(세촉황이용의재) : 황토 땅 잘 파내어 마음 먹고 심었어라. 不識明年春二月(불식명년춘이월) : 모르겠어라, 명년 봄 이월이면 此花還向阿誰開(차화환향아수개) : 이 꽃은 도리어 누구를 향해 피어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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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앵도(移種櫻桃)-허균(許筠) 앵도를 옮겨 심으며-허균(許筠)
淺植幽厓奈爾何(천식유애내이하) : 응달 진 언덕에 얕게 묻힌 너를 어찌하나 孤根無路近陽和(고근무로근양화) : 외로운 뿌리에는 따뜻한 빛 가까이할 길 없구나. 移栽隙地勤封護(이재극지근봉호) : 빈 땅에 옮겨 심고 부지런히 돋우워주나니 爲待朱明結子多(위대주명결자다) : 여름철을 기다려 열매 많이 맺기 위해서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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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매화하용앵도화하운(玉梅花下用櫻桃花下韻)-허균(許筠) 옥매화 아래서 “앵도화하”를 용운하다-허균(許筠)
花事春猶淺(화사춘유천) : 꽃의 일은 봄이 오히려 얇아 南翁興已衰(남옹흥이쇠) : 남쪽 늙은이 흥이 이미 시들었다. 正憐微雨後(정련미우후) : 가랑비 지난 뒤라 정말 좋지 않으나 無那夕陽時(무나석양시) : 때마침 석양이라 어쩔 수가 없도다 浥露香先動(읍로향선동) : 이슬에 젖으니 향이 먼저 감돌다가 迎風態自遲(영풍태자지) : 바람 받으니 태도 절로 느려진다. 空嗟萬里客(공차만리객) : 부질없이 서글프다, 만 리 나그네여 垂老鬢如絲(수노빈여사) : 늙어가니 살쩍머리는 흰 실과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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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답춘운(用答春韻)-허균(許筠) 답춘을 용운하여-허균(許筠)
瘴雲霾日晦還明(장운매일회환명) : 습한 구름 날을 가려 어둡다 밝아지고 莫說春光比兩京(막설춘광비량경) : 봄빛을 두 서울에다 견주어 말을 마시라. 能使逐臣腸數盡(능사축신장수진) : 쫓겨난 신하로 애간장 자주 닳게 하니 隔林終日怪禽聲(격림종일괴금성) : 숲 건넌 쪽에 종일토록 괴이한 새소리 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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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춘증운(用代春贈韻)-허균(許筠) 대춘증의 운을 사용하여-허균(許筠)
雪後山光浸水光(설후산광침수광) : 눈 온 뒤에 산 빛은 물빛에 젖어들고 酴醾將白阿槐黃(도미장백아괴황) : 여미는 희끗희끗 아괴는 노랗구나. 請君莫恨江南遠(청군막한강남원) : 바라기는, 그대 강남 멀다고 한탄 마오 風景元來似故鄕(풍경원래사고향) : 풍경이 원래 고향과 비슷합니다 그려.
주졸래위(主倅來慰)-허균(許筠) 주수가 와서 위로하다-허균(許筠)
鬖髿雲䯻卸金鈿(삼髿운고사금전) : 구름 같은 머리굽 금비녀 비껴 數曲蠻歌十二絃(수곡만가십이현) : 두어 가락 오랑캐 노래에 열두 줄 가야금 太守待人呈燭跋(태수대인정촉발) : 원님은 사람 대접에 초의 끝이 드러나는데 放臣娛客爇香煙(방신오객설향연) : 귀양살이 손님 환영하는 향연을 피우노라 閑情肯折章臺柳(한정긍절장대유) : 한가한 마음은 기꺼이 장대버들 꺾는데 促節疑傳相府蓮(촉절의전상부연) : 빠른 절(節)은 상부련을 전했는가 의아하다 强盡醁醽消積恨(강진록령소적한) : 거른 술 애써 말려 쌓인 한을 녹이는데 莫將衰白問群仙(막장쇠백문군선) : 부디 시든 백발 들어 군선에게 묻지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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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도함산(初到咸山)-허균(許筠) 함산에 처음 도착하여-허균(許筠)
穿巷緣溪路忽窮(천항연계로홀궁) : 개울 따라 길을 트니 문득 막달은 길 數椽茆店館墻東(수연묘점관장동) : 두어 칸 주막집 담 동쪽에 몸 던진다 縱無棨戟施門外(종무계극시문외) : 문 밖에는 지키는 시설은 없어도 尙有圖書在篋中(상유도서재협중) : 상자 속의 도서는 오히려 들어있도다 簌簌寒階飄竹雪(속속한계표죽설) : 찬 뜰에는 싹싹 대나무에 눈이 날리고 團團幽戶颯桐風(단단유호삽동풍) : 깊숙한 동그란 지게문에 오동 바람분다 寬恩似海甘留滯(관은사해감유체) : 바다 같은 너그러운 은혜에 기꺼이 머무니 休恨周南太史公(휴한주남태사공) : 주남 땅의 태사공일량 결코 원망하지 마시라
송성칙생무장(送成則生茂長)-허균(許筠) 무장 현감에 부임하는 성칙생을 보내며-허균(許筠)
上念長沙郡(상념장사군) : 주상이 장사 고을 염려하시어 銅章付省郞(동장부성랑) : 동장을 성랑에게 내려 주셨도다 雙旌非謫宦(쌍정비적환) : 쌍깃발은 귀양간 관원 아니니 百里借循良(백리차순량) : 백리의 고을을 순량에게 맡기셨다 彩翟迎琴集(채적영금집) : 채색 꿩은 거문고 맞아 모이고 晴花拂綬香(청화불수향) : 밝은 꽃은 인끈 스쳐 향기롭고 空看五馬貴(공간오마귀) : 현령의 다섯 말 행차 바라보니 西去笑吾忙(서거소오망) : 서쪽으로 바삐 가는 내를 비웃는다 曾到長沙郡(증도장사군) : 내 일찍이 장사 고을 당도하여 溪亭坐晩涼(계정좌만량) : 계울 정자에 앉으니 저녁이 서늘하다 竹風吹帽冷(죽풍취모랭) : 대나무 바람은 갓에 불어 서늘하고 荷露滴衣香(하로적의향) : 연꽃 이슬은 옷에 스며 향기로웠다 俊味烹赬鯉(준미팽정리) : 좋은 안주, 붉은 잉어 삶아 오고 妖姬薦玉觴(요희천옥상) : 고운 계집 옥술잔을 올리는구나 仙遊已如夢(선유이여몽) : 신선놀이 이미 꿈만 같으니 回首意茫茫(회수의망망) : 고개 돌려 생각하니 아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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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복고명반래례파유작(冕服誥命頒勑禮罷有作)-허균(許筠) 관복과 직첩 나누는 예가 끝나고-허균(許筠)
芝誥鸞廻錫寵光(지고란회석총광) : 난새 날아와 총애와 광명 내려주신 사령 桓圭袞冕備儀章(환규곤면비의장) : 임금님 의장 갖추시고 내려주신 벼슬아치 홀 恩蒙再造仁偏洽(은몽재조인편흡) : 나라 다시 지으신 은혜 입어 인은 두루 흡족하고 運屬重恢業更昌(운속중회업경창) : 나라 회복되는 운을 타니 왕업은 다시 창성하도다 旖旎龍亭排鼓吹(의니룡정배고취) : 임금의 궁정 찬란하고 군악대 늘어세우고 參差羽仗轉旗常(참차우장전기상) : 깃털 장식 옷 다양하고 깃발이 벌럭인다 微臣獲覩聲容盛(미신획도성용성) : 거룩한 이 모습을 못난 신하가 뵙게 되니 歌頌何能罄贊揚(가송하능경찬양) : 칭송의 노래를 어찌 능히 찬양을 다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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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령(板門嶺)-허균(許筠) 판문령에서-허균(許筠)
箭括躋攀苦(전괄제반고) : 전괄은 오르기도 어려워 塵沙損旅顔(진사손려안) : 흙먼지 나그네 얼굴 초췌케 한다 逢人非舊識(봉인비구식) : 만나는 사람마다 낯 선 사람 何處是鄕關(하처시향관) : 그 어느 곳이 바로 내 고향인가 積水兼天盡(적수겸천진) : 쌓인 물은 하늘과 맞닿아 있고 孤雲帶雁還(고운대안환) : 외로운은 구름 기러길 데리고 온다 微茫煙靄外(미망연애외) : 아득히 이내 엉긴 저 밖 一點義州山(일점의주산) : 한 점 의주의 산이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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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루(迎薰樓)-허균(許筠) 영훈루에서-허균(許筠)
絶域春寒重(절역춘한중) : 외딴 곳이라 봄추위 심하고 高樓落日斜(고루락일사) : 높은 누강에 해가 지는구나 佳人頻勸酒(가인빈권주) : 정다운 이 자주 술 권하는데 客子正思家(객자정사가) : 나그네는 집생각만 간절하다 曲岸餘殘雪(곡안여잔설) : 굽은 둑에 눈이 남아 있어 辛夷有早花(신이유조화) : 개나리는 일찌 꽃이 피었도다 蒼蒼關塞黑(창창관새흑) : 아득한 변방은 어두워가고 城樹已棲鵝(성수이서아) : 성채의 숲에는 갈가마귀 깃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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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도중(平壤道中)-허균(許筠) 평양에 가면서-허균(許筠)
匹馬西京道(필마서경도) : 한 필 말로 서경 가는 중 東風倦客情(동풍권객정) : 봄바람에 권태로운 나그네 마음 淸波容彩舫(청파용채방) : 맑은 물에, 고운 빛 배 한척 斜日半層城(사일반층성) : 지는 해, 층층진 성채에 반쯤 내렸다 落拓笑前事(락척소전사) : 쇠락한 신세 되니 지난일 우스워 支離悲此行(지리비차행) : 너무도 지루하여 이 걸음 슬퍼한다. 長亭望不極(장정망불극) : 긴 정자 바라봐도 끝이 없는데 津樹暝煙生(진수명연생) : 나루터 숲에 어둑히 물안개 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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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도중(黃州道中)-허균(許筠) 황주로 가는 중에-허균(許筠)
野店人煙小(야점인연소) : 들판 주막에는 사람과 연기 드물고 江橋落日愁(강교락일수) : 강가 다리위로 지는 해 시름겨워라 誰憐千里客(수련천리객) : 누가 천리 먼 나그네 불쌍히 여기랴 今始到黃州(금시도황주) : 오늘에야 황주 고을에 당도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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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송경(留松京)-허균(許筠) 송경에 머물며-허균(許筠)
故國遺墟在(고국유허재) : 옛나라 터만이 남아 荒城客子過(황성객자과) : 거친 성에 나그네 지나가다 半千無王氣(반천무왕기) : 반천 년에 왕기는 없어지고 百二有山河(백이유산하) : 백이 강산은 그대로구나 落日村煙冷(락일촌연랭) : 지는 해에 연기는 차갑고 餘寒野雪多(여한야설다) : 추운 날씨에 들에는 많은 눈 남아 南樓一惆悵(남루일추창) : 남쪽 누대도 한같이 서글픈데 弔古且長歌(조고차장가) : 지난일 슬퍼하며 길게 노래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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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루1(百祥樓1)-허균(許筠) 백상루-허균(許筠)
高樓架層霄(고루가층소) : 높은 누각 반공에 솟아있고 下有長江流(하유장강류) : 아래로 긴 강이 흘러가는구나 暇日扶我病(가일부아병) : 틈을 내 병든 몸 이끌고 攀陟聊淹留(반척료엄류) : 더위잡아 올라 애오라지 쉬노라 仰看香爐峯(앙간향로봉) : 고개 들어 향로봉 바라보니 紫翠雲外浮(자취운외부) : 밖에는 둥둥 뜬 붉고 푸른 구름 何當理蠟屐(하당리랍극) : 어찌하면 밀 바른 신 챙겨 신고 直躋最上頭(직제최상두) : 바로 저 최상봉을 올라가 보려나 仙期若汗漫(선기약한만) : 신선되는 기약은 너무도 막연하여 黯然生覊愁(암연생기수) : 울적하게 얽매인 시름 생겨 緬想獨徘徊(면상독배회) : 이런저런 생각에 홀로 서성대니 西日下簾鉤(서일하렴구) : 서산의 지는 해는 발에 걸렸구나 人生無百歲(인생무백세) : 인생이란 백 살도 못사는데 物役爲煩憂(물역위번우) : 물욕에 팔린 마음 근심만 하는구나 名利亦徒爾(명리역도이) : 명예 이익도 모두가 헛 것인데 奈何不早休(내하불조휴) : 어찌 진작에 그만두질 못했는가 行將畢王事(행장필왕사) : 이제라도 나랏일 끝마친다면 投紱歸巖幽(투불귀암유) : 인띠 풀고 시골로 돌아가려한다 寄語鶴上人(기어학상인) : 학을 탄 사람에게 말 부치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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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루3(百祥樓3)-허균(許筠) 백상루-허균(許筠)
遠客愁無緖(원객수무서) : 먼 나그네 시름이 이유도 몰라 登樓暫解顔(등루잠해안) : 누데에 올라 잠시 얼굴빛 풀어본다 潮聲鳴薩水(조성명살수) : 밀물 소리 살수를 울리고 嵐氣撲香山(람기박향산) : 푸른 안개 향산을 때린다 驛路何時盡(역로하시진) : 역마 길은 언제나 끝나 鄕園只夢還(향원지몽환) : 내 고향은 꿈에서만 돌아간다 佳人知我恨(가인지아한) : 그리운 사람 나의 한을 알고서 停酒唱陽關(정주창양관) : 술잔 멎고 양관곡을 불러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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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규원3(香閨怨3)-이상질(李尙質) 규방의 원망-이상질(李尙質)
銀床曉臥雪肌寒(은상효와설기한) : 새벽녘 은빛 침상에 누우니 백설같은 피부 차갑고 金鏡墜花伴隻鸞(금경추화반척란) : 금빛 경대에 떨어진 꽃잎, 한 마리 난새와 친구된다 一曲瑤琴紅淚濕(일곡요금홍루습) : 한 곡 거문고 노래에, 붉은 눈물 젖어오고 春魂應斷玉門關(춘혼응단옥문관) : 봄날 혼백은 응당 옥문관 끊고 돌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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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규원2(香閨怨2)-이상질(李尙質) 규방의 원망-이상질(李尙質)
珠簾晝下洞房深(주렴주하동방심) : 주렴 내린 낮, 깊숙한 동방 暖日鶯聲鎖樹陰(난일앵성쇄수음) : 따스한 날, 앵무새 소리가 그늘에 막힌다 寂寞紅顏慵刺繡(적막홍안용자수) : 쓸쓸한 젊은 얼굴, 게을러 수를 놓는데 數行春淚是知心(수행춘루시지심) : 몇 줄기 흘러내리는 눈물, 그 마음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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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규원1(香閨怨1)-이상질(李尙質) 규방의 원망-이상질(李尙質)
雲鬟不整便長吁(운환불정편장우) : 흩어진 검은 머릿결, 오랜 탄식 있었으니 紅淚千行減玉膚(홍루천행감옥부) : 흘러내리는 붉은 눈물에 옥같은 피부 상했구나 春曉蘭窓花寂寞(춘효란창화적막) : 봄새벽 난초 우거진 창가, 꽃은 적막한데 鴛鴦相伴睡菖蒲(원앙상반수창포) : 원앙새 짝지어 창포 속에서 잠들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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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루2(百祥樓2)-허균(許筠) 백상루에서-허균(許筠)
向晩憑高閣(향만빙고각) : 저물녘 높은 누에 기대니 寒風起夕波(한풍기석파) : 차가운 바람에 저녁 물결 이는구나. 秋花石間早(추화석간조) : 돌 사이의 가을꽃은 이르고 霜氣水邊多(상기수변다) : 물가에 서리 기운 차가워진다. 去國年將晏(거국년장안) : 고향을 떠난 지가 해마다 늦어지니 傷時恨若何(상시한약하) : 시절을 아파하지 내 한을 어떻다 할까 悲吟臨海嶠(비음림해교) : 바닷가 높은 산에 이르러 슬피 읊다가 得句報羊何(득구보양하) : 싯귀를 얻어서 양하에게 말하여 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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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려야(平壤旅夜)-허균(許筠) 평양여관의 밤-허균(許筠)
夕霽天氣冷(석제천기랭) : 저녁에, 비 개자 싸늘해지고 閒房來遠風(한방래원풍) : 멀리서 부는 여관방을 찾아든다 誰知今夜會(수지금야회) : 누가 알았으랴, 오늘 밤의 이 모임 却有故人同(각유고인동) : 갑자기 임과 함께 만날 줄이야 月射金蕉白(월사금초백) : 금초에 달빛 훤히 비치니 花依鳳蠟紅(화의봉랍홍) : 꽃 빛은 촛불에 어리어 붉도다. 鄕園望不極(향원망불극) : 고향 옛 동산 바라보기 끝없고 消息碧雲中(소식벽운중) : 소식은 저 푸르른 구름 속에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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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조료(中和阻潦)-허균(許筠) 중화에서 홍수로 길이 막혀-허균(許筠)
積雨秋連日(적우추련일) : 가을 들어, 몇 날을 비 내리고 平郊潦映空(평교료영공) : 들판에 고인 물에 하늘이 비친다. 行人愁利涉(행인수리섭) : 나그네는 길 잘 건널 일 걱정하고 舟楫信難通(주즙신난통) : 배들은 소식조차 통하기 어렵구나. 野色孤煙外(야색고연외) : 한 가닥 외로운 이내, 넘어 보이는 들 빛 江聲亂樹中(강성란수중) : 어지러운 숲 속에, 흐르는 강물소리 停楹仍北望(정영잉북망) : 난간에 기대어, 저 북쪽을 바라보니 天際有賓鴻(천제유빈홍) : 하늘 가로 기러기 손님들, 높이도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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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관(安城館)-허균(許筠) 안성관-허균(許筠)
客裏經寒食(객리경한식) : 객지에서 한식을 지나니 春光奈老何(춘광내로하) : 봄빛이 늦어지니 어찌하리오 出門芳草遍(출문방초편) : 문을 나서면 온갖 곳이 봄풀 倚杖落花多(의장락화다) : 지팡이 기대서니 꽃잎이 진다 公子聯鑣訪(공자련표방) : 공자는 말 타고 갔는데 佳人勸酒歌(가인권주가) : 가인은 권주가를 부른다 莞然開一笑(완연개일소) : 빙그레 한번 웃으니 足以慰蹉跎(족이위차타) : 출세못한 서글픔 잊기에 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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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좌헌(初坐軒)-허균(許筠) 동헌에 앉자마자-허균(許筠)
客病經三月(객병경삼월) : 나그네 병이 들어 석 달이 지나니 危冠已二毛(위관이이모) : 높은 사모에 이미 이모가 비치는구나 淹留嗟汝拙(엄류차여졸) : 주저앉은 네 옹졸하고 가엽고 歸去是人豪(귀거시인호) : 고향으로 돌아가는 자가 바로 잘난 사람 日氣融殘雪(일기융잔설) : 날씨는 남은 눈도 다 녹이고 春寒勒小桃(춘한륵소도) : 봄 추위는 복사꽃을 죄어매는구나 東風動歸興(동풍동귀흥) : 봄바람이 돌아갈 흥을 일으키니 湖海有漁舠(호해유어도) : 호수와 바다에는 낚싯배가 떠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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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옹래(懶翁來)-허균(許筠) 나옹이 찾아오다-허균(許筠)
客逐東風至(객축동풍지) : 손님이 봄바람 따라 오니 令余病欲蘇(령여병욕소) : 나의 묵은 병이 갑자기 낫는 듯 能爲謝尙舞(능위사상무) : 사상의 춤가락 을 능히 추니 自是高陽徒(자시고양도) : 본시부터 고양의 무리가 아닌가 事業餘椽筆(사업여연필) : 사업은 서까래 같은 붓이 남았고 生涯付玉壺(생애부옥호) : 생애는 옥술병에 맡겨 버렸도다 微官亦何物(미관역하물) : 하찮은 벼슬아치 또 그게 무엇인가 歸路在江湖(귀로재강호) : 돌아갈 길은 저 강호에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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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군석작(在郡夕作)-허균(許筠) 고을에 머물며 저녁에 짓다-허균(許筠)
靑煙一抹起官庖(청연일말기관포) : 한 가락 파란 연기 관포에 피어오르고 麛卵熊蹯薦案肴(미란웅번천안효) : 사슴 새끼, 곰 발바닥을 안주로 올렸구나 飽飯不容公事了(포반불용공사료) : 배불리 먹고 공사에는 등한하다니 詩人應有素餐嘲(시인응유소찬조) : 시인은 응당 소찬을 조롱할 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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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서흥인가(宿瑞興人家)-허균(許筠) 서흥인가에 묵으며-허균(許筠)
甌笋捧纖纖(구순봉섬섬) : 사발에 담은 죽순 손수 받들고 龍團渴更添(룡단갈경첨) : 용단이 말라가니 다시 더보탠다 天寒風捲幙(천한풍권막) : 날이 차니 바람은 장막을 걷고 夜久月窺簷(야구월규첨) : 밤이 깊으니 달은 처마를 엿본다 山蹙文君錦(산축문군금) : 탁문군의 비단처럼 주름진 산 香熏賈氏簾(향훈가씨렴) : 가의씨의 주렴처럼 향기 진하구나 蓬山一千里(봉산일천리) : 봉산은 천리 밖에 있어 歸夢曉懕懕(귀몽효염염) : 새벽마다 꿈 속에 실컷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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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황주(宿黃州)-허균(許筠) 황주에 묵으며-허균(許筠)
屛蕉隱映背蘭釭(병초은영배란강) : 둘러선 파초는 어리비추며 난강을 등지고 瑟柱初張萬玉鏦(슬주초장만옥총) : 비파 기둥 갓 고르니, 온갖 옥돌 쟁그렁소리 羔酒滿斟金張暖(고주만짐금장난) : 고량주 잔에 술 부으니 금장이 따뜻해져 任他風雪撲寒窓(임타풍설박한창) : 눈바람은 저 마음대로 창문을 때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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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군무효도해(因軍務曉渡海)-허균(許筠) 군무로 인해 새벽에 바다를 건너며-허균(許筠)
說劍非能事(설검비능사) : 칼 이야기가 나의 능사가 아닌데 還勞府檄徵(환로부격징) : 도리어 관아의 부름만을 힘들게 했다 侵星航積水(침성항적수) : 불어난 물에 배 저어 별빛에 나가니 驅馬戰層氷(구마전층빙) : 얼음판에 떨면서 말을 몰아 간다 曉月風樓笛(효월풍루적) : 새벽 달빛에 바람부는 누대에 젓대소리 寒天雪舫燈(한천설방등) : 차가운 하늘에 불켜진 배에 눈이 쌓인다 宦遊吾自倦(환유오자권) : 벼슬놀이 나 스스로 지겨워져 世事負聾丞(세사부롱승) : 세상 일로 귀머거리 보좌관을 저버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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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도양산작(試士回到楊山作)-허균(許筠) 시험 본 선비가 양산에 이르러-허균(許筠)
棘撤催歸騎(극철최귀기) : 과장이 걷어지자 돌아갈 길 재촉하여 楊州暫解顔(양주잠해안) : 양주에 이르러서 잠깐 긴장을 풀었다 使君斟綠醞(사군짐록온) : 원님은 좋은 술을 권하고 淸樂動雲鬟(청악동운환) : 운환의 기녀들은 맑은 풍악 울린다 挑燭香凝帳(도촉향응장) : 촛불을 돋우니 장막에 향이 어리고 掀簾雪滿山(흔렴설만산) : 주렴이 걷히니 온 산에 눈이 가득하다 歡娛不知竟(환오불지경) : 기쁘고 즐거워 마칠 줄을 모르나니 良夜已闌珊(량야이란산) : 좋은 이 밤에 시간이 이미 다 늦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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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4(寓懷4)-허균(許筠) 감회에 부쳐-허균(許筠)
政豈推高第(정기추고제) : 정사를 어찌 후배에게 미룰까 情還憶故鄕(정환억고향) : 내 심경은 도리어 고향 생각이라 空慙二千石(공참이천석) : 녹봉 이천석이 헛되이 부끄러우니 不逮漢循良(불체한순량) : 한 나라 순량에게 미치지 못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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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3(寓懷3)-허균(許筠) 감회에 부쳐-허균(許筠)
田畝略抛荒(전무략포황) : 밭이랑은 거의 다 묵혀 황폐하고 人民半死亡(인민반사망) : 백성들은 거의 절반이나 죽었도다 征徭仍聚斂(정요잉취렴) : 전쟁과 부역에 각주구검 水旱更蟲蝗(수한경충황) : 물난리 가뭄에 또 충재까지 덮다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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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2(寓懷2)-허균(許筠) 감회에 부쳐-허균(許筠)
漉酒頭巾墊(록주두건점) : 술 거르니 두건은 꺾여지고 趨塵手板斜(추진수판사) : 티끌 속 헤매니 계산이 기우는구나 賢愚俱泯滅(현우구민멸) :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모두가 죽는 법 黃綬豈吾誇(황수기오과) : 누런 벼슬 인끈이 어찌 내 자랑이 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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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1(寓懷1)-허균(許筠) 감회에 부쳐-허균(許筠)
彭澤公田秫(팽택공전출) : 평택령 도연명의 수수밭이고 河陽一縣花(하양일현화) : 하양땅 온 고을이 꽃세상이로다 歸來君自逸(귀래군자일) : 돌아온 그대는 절로 편한데 拙官爾堪嗟(졸관이감차) : 못난 벼슬아치 너희는 서글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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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희구(聽伯姬謳)-허균(許筠) 백희의 노래를 듣고-허균(許筠)
塞曲聲偏壯(새곡성편장) : 변방의 노랫가락 유달리 장엄하여 胡姬貌更奇(호희모경기) : 오랑캐 젊은 계집 얼굴조차 절묘하다 淸音揚月苦(청음양월고) : 맑은 소리 달빛을 흔들고 逸響度雲遲(일향도운지) : 긴 메아리 느릿느릿 구름을 건너온다 凄絶思君曲(처절사군곡) : 처절하나 임 그리는 곡조 悲涼勸酒詞(비량권주사) : 슬프고 처량하다, 권주가의 가사 留君歌至曙(류군가지서) : 벗님 잡아두려 새벽까지 노래 불러 遮莫斂愁眉(차막렴수미) : 시름겨운 나비 눈썹 막아 거두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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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무숙학선당(與景武宿學仙堂)-허균(許筠) 경무와 학선당에서 묵다-허균(許筠)
故人能命駕(고인능명가) : 친구는 늘 나를 찾아와 仍伴郡齋眠(잉반군재면) : 서로 어울려 고을 관아에 묵었다 寵辱驚今日(총욕경금일) : 총애와 욕됨에 놀란 오늘 悲懽說舊年(비환설구년) : 슬픔과 기쁨의 옛날을 이야기 한다 天長霜雁怨(천장상안원) : 높은 하늘, 서리가 한스러운 기러기 漏盡燭花偏(루진촉화편) : 밤은 깊어가고 촛불 꽃이 지는구나 吏體吾方傲(리체오방오) : 관리의 품위 유지에 오만해지는 나 滄洲憶釣船(창주억조선) : 창강에서 낚싯배를 추억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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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등화학루(到郡登化鶴樓)-허균(許筠) 군에 도착하여 화학루에 오르다-허균(許筠)
吏散空庭靜(리산공정정) : 아전이 흩어져 뜰은 비어 고요하고 登樓豁遠情(등루활원정) : 누대에 오르니 가슴 환히 트여온다 四山如拱揖(사산여공읍) : 사방 산은 팔짱끼고 읍을 하는 듯 一水自紆縈(일수자우영) : 한 가닥 강물은 저절로 얽혀 흘러간다 夕鳥迎人語(석조영인어) : 저녁 새는 사람 맞아 이야기 하고 秋花盡意明(추화진의명) : 가을꽃은 제 뜻대로 피어 밝기만 하다 翛然多野趣(소연다야취) : 온몸이 홀가분하고, 들판의 멋은 짙어가고 忘却擁雙旌(망각옹쌍정) : 원님을 모시는 두 깃발마저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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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정(湖亭)-허균(許筠) 호정-허균(許筠)
煙嵐交翠蕩湖光(연람교취탕호광) : 안개와 남기 푸른고, 호수물결 넘실 細踏秋花入竹房(세답추화입죽방) : 가을 꽃 밟고 밟아 대나무 방에 들었다 頭白八年重到此(두백팔년중도차) : 머리 센 지 팔 년 만에 다시 이곳에 와 畫船無意載紅粧(화선무의재홍장) : 그림배에 붉은 단장 싣고 갈 뜻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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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사촌(至沙村)-허균(許筠) 사촌에 이르다-허균(許筠)
行至沙村忽解顔(행지사촌홀해안) : 걷어 사촌에 이르자 웃음이 나와 蛟山如待主人還(교산여대주인환) : 교산은 주인 돌아오길 기다린 듯 하다 紅亭獨上天連海(홍정독상천련해) : 홍정에 올라보니 하늘에 닿은 바라 我在蓬萊縹緲間(아재봉래표묘간) : 멀고 아득한 사이로 봉래산에 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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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백송주기(府伯送酒妓)-허균(許筠) 부백이 술집 기녀를 보내다-허균(許筠)
明府多交誼(명부다교의) : 명부에는 교분의 정이 많아 淸樽映翠鬟(청준영취환) : 취환이 맑은 동술에 어리는구나 還將泛海意(환장범해의) : 바다로 떠갈 마음 있더니 携妓在東山(휴기재동산) : 도리어 기생 데리고 동산에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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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락산사(宿洛山寺)-허균(許筠) 낙산사에서 묵다-허균(許筠)
重尋五峯寺(중심오봉사) : 오봉사를 다시 찾아오니 風景似前年(풍경사전년) : 풍경은 지난해와 다르지 않다 竹逕通秋屐(죽경통추극) : 대숲 길을 오가는 가을 발길 花臺起夕煙(화대기석연) : 화대에 저녁연기 피어오른다. 歡迎羅衆衲(환영라중납) : 여러 스님 열 지어 환영하니 勝踐躡諸天(승천섭제천) : 멋진 발걸음 제천을 밟아간다 已悟無生忍(이오무생인) : 이미 불생불멸의 진리 깨달아 蕭然淨俗緣(소연정속연) : 숙연히 속된 인연 씻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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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망락산(道中望洛山)-허균(許筠) 길가다가 낙산을 바라보며-허균(許筠)
香鑪散作族雲盤(향로산작족운반) : 향로봉 흩어져서 족운반이 되어 彩暈長明積翠間(채훈장명적취간) : 푸른 빛 쌓인 새로 채색 구름 뻗혀온다 欲問洛迦禪寺宿(욕문락가선사숙) : 낙산사를 물어 하룻밤 묵으려니 行人遙指五峯山(행인요지오봉산) : 길 가는 사람이 아득히 오봉산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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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성호(䨥成湖)-허균(許筠) 척성호-허균(許筠)
並海平湖闊(병해평호활) : 바다에 붙어있어 호수가 트이고 沿流客棹輕(연류객도경) : 흐름 따라 내려가는 배는 빠르다 煙凝暮山紫(연응모산자) : 안개는 서리고, 저문 산은 붉어 霜落夕波淸(상락석파청) : 서리가 내리니 저녁 물결 맑기도 하다 槎路通銀漢(사로통은한) : 뗏목 길이 은하수로 통하고 仙居近玉京(선거근옥경) : 신선 같은 삶이 옥경과 가까웁다 吹笙降王母(취생강왕모) : 피리 부니 서왕모가 내려오니 何許董雙成(하허동쌍성) : 동쌍성은 그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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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정(淸磵亭)-허균(許筠) 청간정-허균(許筠)
楓岳曇無竭(풍악담무갈) : 풍악산에 구름 그치지 않아 金門老歲星(금문로세성) : 금문에는 늙은 세성이 떠있다 相逢雖恨晩(상봉수한만) : 만남이 늦음이 비록 한스러우나 交契自忘形(교계자망형) : 교분이 절로 세상일을 잊는다 暫別緣塵累(잠별연진루) : 잠시 이별은 세속의 누 때문이라 幽期屬暮齡(유기속모령) : 그윽한 기약은 늘그막에 맡긴다 高亭殘午夢(고정잔오몽) : 높은 정자에 한낮의 꿈을 남기고 天外萬峯靑(천외만봉청) : 하늘 밖 갓에 많은 봉우리가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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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천교(百川橋)-허균(許筠) 백천교-허균(許筠)
飛橋百尺跨林端(비교백척과림단) : 나르는 다리 백천교 수풀 끝을 깔고 九月晴雷殷激湍(구월청뢰은격단) : 구월의 마른 우레 같운 부딪는 물소리 利涉何年誰建閣(리섭하년수건각) : 이섭이라 어느 해 누가 누각을 세웠는나 來游今日我憑欄(래유금일아빙란) : 오늘 여기 노리며 난간에 기대어본다 霜淸巨壑奔流淨(상청거학분류정) : 서리 맑은 큰 골짝에 부딪히는 맑은 물결 風急層巒落木寒(풍급층만락목한) : 바람 급한 층진 산봉우리에 낙엽이 차구나 惆悵壯時題柱志(추창장시제주지) : 서글퍼라 젊었을 때 기둥에 적은 청운의 뜻 半生嬴得鬢毛殘(반생영득빈모잔) : 인생 반평생에 얻은 귀밑머리만 얻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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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별정생두원잉하산(耕庫別鄭生斗源仍下山)-허균(許筠) 경고에서 정두원과 이별하고 하산하다-허균(許筠)
下山未一日(하산미일일) : 하산한 지 하루가 못 되어도 懷山如隔年(회산여격년) : 한 해나 지난 듯이 산이 그리워라 擬欲更攀陟(의욕경반척) : 다시 또 오르리라 생각했으나 奈被塵網牽(내피진망견) : 진망에 얽힌 몸을 어찌할꺼나 迢迢故人去(초초고인거) : 아득히 친구 따라 떠나 去去洛陽川(거거락양천) : 가고 또 가는 낙양의 냇물 客中復送客(객중부송객) : 나그네가 다시 나그네를 보내다니 我懷益悽然(아회익처연) : 내 마음 속이 더욱더 처량하구나 十步九回首(십보구회수) : 열 걸음에 아홉 번을 고개 돌리고 五步三駐鞭(오보삼주편) : 다섯 걸음에 세 번을 채찍 멈추었도다 凝睇梵王宮(응제범왕궁) : 범왕궁을 흘끗흘끗 바라보는 듯 殿寮藏雲煙(전료장운연) : 구름과 연기는 건물 안 사람을 감추었다 悵望不可見(창망불가견) : 서글피 바라봐도 보이지 않아 獨立涼風前(독립량풍전) :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앞에 홀로 섰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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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영루(山映樓)-허균(許筠) 산영루-허균(許筠)
赤葉驁秋晩(적엽오추만) : 늦가을 고고한 붉은 단풍 黃花似故園(황화사고원) : 샛노란 국화는 고향 꽃과 같구나 盤筵羅郡餼(반연라군희) : 반연에는 고을 선물 늘어놓고 菘葍御僧飱(숭복어승손) : 배추와 무는 중의 반찬 되었구나 亞使知名早(아사지명조) : 아사는 이름 안 지 오래되고 齋郞宿契敦(재랑숙계돈) : 재랑과 묵은 우정 두텁기만하다 偶然成勝集(우연성승집) : 우연히 좋은 모임 이루었으니 落日瀲淸尊(락일렴청존) : 지는 해가 맑은 술통에 넘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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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점사(楡岾寺)-허균(許筠) 유점사-허균(許筠)
金鍾法像月支來(금종법상월지래) : 금종법상은 서역 땅 월지에서 오고 傑構耽耽寶地開(걸구탐탐보지개) : 우람한 누각들은 보배로운 땅에서 열렸다 八部龍神趨玉座(팔부룡신추옥좌) : 팔부의 용신은 옥좌에 굽실대고 六時天樂動香臺(륙시천악동향대) : 육시의 궁중음악은 향대에 들썩인다 修齋尙祝光陵福(수재상축광릉복) : 재를 닦아 광릉(세종)의 복을 빌고 作記猶稱閔漬才(작기유칭민지재) : 지은 글에서는 민지의 재주를 칭찬한다 何事許詢根苦淺(하사허순근고천) : 무슨 일로 허순은 근기가 천박하여 却將衣鉢混塵埃(각장의발혼진애) : 도리어 의발을 가져다가 진애에 뒤섞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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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정대(佛頂臺)-허균(許筠) 불정대-허균(許筠)
衆谷星門大(중곡성문대) : 여러 골짜기에 성문은 크고 千巖佛頂尊(천암불정존) : 온 골짝 중에 불정대는 높아라 諸峯齊日觀(제봉제일관) : 여러 산봉우리를 갠 날에 보니 瀑布瀉天門(폭포사천문) : 폭포는 천문에서 쏟아지는구나 窅爾雲平壑(요이운평학) : 구름은 아득히 골짝에 깔려있는데 俄然海浴暾(아연해욕돈) : 이윽고 바다에서 목욕한 해가 돋는다 坐來星斗滅(좌래성두멸) : 자리에 앉으니 별들은 스러지고 曙色動雞園(서색동계원) : 새벽빛이 계원에 움직여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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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암(成佛庵)-허균(許筠) 성불암-허균(許筠)
深樹僧房小(심수승방소) : 깊은 숲에 작은 승방 層巒石路分(층만석로분) : 층진 봉우리 돌길이 갈라진다. 中宵初見月(중소초견월) : 밤이 깊어서야 비로소 달이 보여 滄海闊無雲(창해활무운) : 광활란 짙푸른 바다에 구름 한점 없다 香氣諸天降(향기제천강) : 향기는 제천에서 내려오고 鍾聲下界聞(종성하계문) : 종소리는 하계에서 들려오는구나. 冷然人境外(랭연인경외) : 시원하구나, 인간 밖 세상이여 不恨久離群(불한구리군) : 오랫동안 무리 떠나 있음을 한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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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암(兜率庵)-허균(許筠) 도솔암-허균(許筠)
兜率知名寺(두솔지명사) : 도솔은 이름 아는 사찰 彌陀不動尊(미타불동존) : 미타는 부동존이로다 歸依何老宿(귀의하로숙) : 돌아와 어떤 노인에 귀의 묵나 宴息此山門(연식차산문) : 편안히 이 산문에서 쉬고 있도다 破衲懸苔壁(파납현태벽) : 떨어진 옷 이끼 낀 벽에 걸려있고 寒泉汲瓦盆(한천급와분) : 차가운 샘물을 질동이로 긷고 있다. 我來欲問法(아래욕문법) : 내가 지금 와서 법문을 물으려니 合掌了無言(합장료무언) : 합장만 한 채로 한마디 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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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대(隱身臺)-허균(許筠) 은신대-허균(許筠)
午登紫月庵(오등자월암) : 한낮에 자월암에 겨우 올라 引頸勞北眄(인경로북면) : 목을 빼어 북쪽을 힘겹게 바라본다 已失內山容(이실내산용) : 안쪽 산의 모양은 이미 잃어 若別佳人面(약별가인면) : 님의 얼굴 이별함과 꼭 같구나 俄然大雲鋪(아연대운포) : 이윽고 큰 구름이 퍼져나가고 川谷皆無見(천곡개무견) : 골짜기도 내도 모두가 보이지 않는다 脚底驟風雨(각저취풍우) : 다리 아래는 비바람 소나기 되고 階前閃雷電(계전섬뢰전) : 댓돌 앞에는 천둥 번개 번쩍이는구나 不誣天柱遊(불무천주유) : 천주봉의 유람을 우습게 보지 말라 露葉尙見睍(로엽상견현) : 이슬 내린 나뭇잎은 아직도 아름답구나 阿香未息威(아향미식위) : 아향은 아직 위세를 그치지 않고 屛翳倏而捲(병예숙이권) : 병풍의 어둑함이 깜짝 만에 활짝 걷힌다 矯然萬玉虹(교연만옥홍) : 교연히 떠오르는 만 개의 옥무지개 鐵壁飛流濺(철벽비류천) : 철벽을 날아 흘러내리는구나 謂作十二者(위작십이자) : 열두 개를 만들었다 말하니 井觀豈知變(정관기지변) : 우물에서 하늘 보니 어찌 밖 변화를 알까 寄謝李靑蓮(기사리청련) : 청련인 이백에게 말 전하노니 廬峯不足羨(려봉불족선) : 여산 봉우리에 별로 부끄러움이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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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관(朴達串)-허균(許筠) 박달관-허균(許筠)
緣崖下邐迤(연애하리이) : 비탈 타고 슬슬 돌아 내려오니 岑壑漸陰沍(잠학점음호) : 그윽한 골짜기 차츰 음산해진다 回視所來逕(회시소래경) :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蒼蒼若川路(창창약천로) : 가물가물 냇가 길과 같구나 仰看空團團(앙간공단단) : 둥글고 둥근 공중을 쳐다보니 日色礙兩岵(일색애량호) : 햇볕이 두 산봉우리에 걸리어 亂流騰矼奔(란류등강분) : 내닫는 물불기 돌다리를 넘는다 湍雷駛吼怒(단뢰사후노) : 우레같은 여울물 성난 듯 소리낸다 滑隒頻跼足(활엄빈국족) : 미끄러운 낭떠러지에 발을 삐치고 尖巖或傷股(첨암혹상고) : 날카로운 바위에 가끔씩 다리를 다친다 中川巨石騈(중천거석병) : 흐르는 내 복판에 박힌 커다란 돌 伏狻仍踞虎(복산잉거호) : 사자가 엎드린 듯 범이 웅크린 듯 森然來搏人(삼연래박인) : 무섭게도 날아와 사람을 치니 乍見心膽怖(사견심담포) : 살짝만 봐도 심담이 떨리는구나 斷谿幾猱緣(단계기노연) : 낭떠러지에 원숭이 얼마나 사는지 仄磴屢狼顧(측등루랑고) : 기울어진 돌길에는 이리가 돌아본다 艱難濟南岸(간난제남안) : 어렵사리 남쪽 언덕 건너가니 脅息汗如湑(협식한여서) : 숨가빠 온몸에 땀이 술 거르듯 하다 到此愜幽期(도차협유기) : 여기 도착하니 상쾌하고 그윽해져 都忘向來苦(도망향래고) : 아까 겪은 고생을 모두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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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암(寂滅庵)-허균(許筠) 적멸암-허균(許筠)
金銀樓閣映香臺(금은루각영향대) : 금빛 은빛 저 누각, 향대에 비치고 俯視扶桑海一杯(부시부상해일배) : 동해를 굽어보니 바다가 한 잔의 물 素練倒垂千瀑落(소련도수천폭락) : 매달린 하얀 베처럼 일천 폭포 떨어지고 玉虹橫橋百川廻(옥홍횡교백천회) : 옥무지개 비낀 다리를 온갖 내가 돌아흐른다 層崖怒折雷霆鬪(층애노절뢰정투) : 층계 진 벼랑을 성난 듯 꺾는 천둥의 싸움 巨壑平臨日月開(거학평림일월개) : 커다란 골짝이 평평하여 해와 달에 열렸도다 坐久瞑煙籠萬谷(좌구명연롱만곡) : 앉자 있으려니, 어두운 안개 골짝을 감싸고 幾時笙鶴降蓬萊(기시생학강봉래) : 신선 학이 어느 때나 봉래산에서 내려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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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봉(九井峰)-허균(許筠) 구정봉-허균(許筠)
內山白而巧(내산백이교) : 안쪽 산은 빛이 희어 교묘하고 外山蒼而雄(외산창이웅) : 밖 갗 산은 검푸르러 웅장하도다 巧若費人力(교약비인력) : 공교로움은 사람 힘을 낭비하고 雄則眞天功(웅칙진천공) : 웅장함은 참으로 하늘의 공력이다 晨登九井峯(신등구정봉) : 새벽녘에 구정봉에 올라 俯眺心眼通(부조심안통) : 굽어 바라보니 마음과 눈이 트인다 兩山各有態(량산각유태) : 두 산이 제 각각 제 모습을 하고 孰曰有汚隆(숙왈유오륭) : 어느 것을 궂다 좋다 누가 말하랴 東暾已出谷(동돈이출곡) : 동쪽의 해는 이미 골짝에 솟고 海霧含沖瀜(해무함충융) : 바다 안개는 눅은 기운 머금었도다. 煙霞閃輝映(연하섬휘영) : 안개와 노를 섬광처럼 번쩍거리고 草樹明蔥蘢(초수명총롱) : 풀과 나무들은 비취옥처럼 밝도다 衆壑爭起伏(중학쟁기복) : 여러 골짜기들 다투어 솟아오르고 如濤扇長風(여도선장풍) : 파도처럼 긴 바람에 부쳐댄다 嵌顚羅九泓(감전라구홍) : 산마루에 꿇린 아홉 구멍 老蛟蟠其中(로교반기중) : 늙은 뱀이 그 속에 서려있구나 幾年移宅去(기년이댁거) : 몇 해 전에 제 집을 옮겨가 潛淵化爲龍(잠연화위룡) : 못에 잠겨 용으로 변했도다 舊迹僧解說(구적승해설) : 스님이 묵은 자취를 이야기하고 尙辨蜿蜒蹤(상변완연종) : 꿈틀대던 그 형상 아직도 구별된다 濃靄變微雨(농애변미우) : 짙은 안개가 갑자기 가랑비 되어 日午雲冥濛(일오운명몽) : 대낮에도 구름은 뭉게구름 피어오른다 咫尺毗盧頂(지척비로정) : 지척이라 비로봉 정상이라 不許移吾笻(불허이오공) : 내 지팡이 옮겨가길 허하지 않는구나 興闌下絶䜫(흥란하절䜫) : 흥이 식어 절벽을 내려오니 林梢露紺宮(림초로감궁) : 수풀 끝에는 절집이 보이는구나 頹然寄晝睡(퇴연기주수) : 비스듬히 낮잠을 자보려 해도 夢入瑤臺空(몽입요대공) : 꿈이 요대에 들자 다 사라져버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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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암(白田庵)-허균(許筠) 백전암에서-허균(許筠)
星門洞壑鬱蒼氛(성문동학울창분) : 성문의 온 골짝에 푸른 안개 자욱하고 俯視鴻濛一氣曛(부시홍몽일기훈) : 홍몽을 굽어보니 온 기운이 자욱하도다 地逈危巖低出日(지형위암저출일) : 땅이 트이고 높은 바위에 솟는 해 나직하고 天垂削壁斷歸雲(천수삭벽단귀운) : 하늘 아래 깎은 벼랑에는 가는 구름 끊겼구나 山通內外群峯集(산통내외군봉집) : 안팎으로 산이 뚫려 뭇 봉우리 모여들어 川折東西兩派分(천절동서량파분) : 동서로 내가 터져 두 줄기로 갈라졌구나 庵內老禪方宴坐(암내로선방연좌) : 암자 안의 늙은 중은 편안히 앉았는데 笙簫不入耳中聞(생소불입이중문) : 귓속에 생소 소리 들려와 들리지도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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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연(摩訶衍)-허균(許筠) 마하연-허균(許筠)
寶刹排雲上(보찰배운상) : 절이 구름 밀고 솟아오르니 珠宮奪日鮮(주궁탈일선) : 궁궐은 햇볕을 빼앗아 선명하구나 經函明貝葉(경함명패엽) : 불경 든 상자는 자개조각에 어리어 爐燼郁栴檀(로신욱전단) : 화로의 재는 전단이 향기로워라 僧自參禪坐(승자참선좌) : 중 스스로 참선하여 안자 있고 吾仍借榻眠(오잉차탑면) : 나는 이내 의자를 빌려 잠에 든다 夜闌風籟發(야란풍뢰발) : 밤이 늦자 바람소리 울려 퍼지고 笙鶴下三天(생학하삼천) : 신선세계 학들이 삼천에서 내려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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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함산(望咸山)-허균(許筠) 함산을 바라보며-허균(許筠)
春泥泱沆沒平原(춘니앙항몰평원) : 봄의 흙탕물 가득 고여 한 벌을 묻었고 行過龍城縣郭門(행과용성현곽문) : 걸음은 용성 고을 성문을 지나가노라 指點兩山烽燧下(지점량산봉수하) : 가리키는 양산의 봉수대 바라보니 蒼蒼官樹暝煙昏(창창관수명연혼) : 창창한 저 나라 산 숲에 저녁 연기 어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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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승권용서담운(題僧卷用西潭韻)-허균(許筠) 승권에 제하여 서담의 운을 쓰다-허균(許筠)
松花茗葉進僧飡(송화명엽진승손) : 송화는 차잎, 절간 음식 진상하니 愧把塵容對碧山(괴파진용대벽산) : 청산을 상대하는 세속 어굴 부끄럽다 林月未圓蘿逕暗(림월미원라경암) : 숲 속의 달 둥글지 않아 등라길 어둡고 峀雲初霽石樓寒(수운초제석루한) : 산 구름 구름 갓 개어 돌누각이 싸늘하구나 宦遊牢落秋將老(환유뢰락추장로) : 벼슬살이 서글프고 가을에 늙어가니 禪話留連夜向闌(선화류련야향란) : 참선 이야기 날 붙들어 밤마저 늦어진다 却恨勞生長役役(각한로생장역역) : 도리어 한스럽다, 피곤한 내 삶 오래도 힘겨워 白頭猶事馬蹄間(백두유사마제간) : 검은 머리 희어져도 말 위를 떠나지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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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사(神光寺)-허균(許筠) 신광사-허균(許筠)
宮殿麗巖腰(궁전려암요) : 궁전처럼 화려한 산허리 祥雲捧綺寮(상운봉기료) : 상서로운 구름 깁창을 받든다 檀施自公主(단시자공주) : 시주는 공주로부터 시작되고 結構在前朝(결구재전조) : 절 건축은 고려 때 했었도다 地布黃金燦(지포황금찬) : 황금이 찬란하게 땅에 깔리고 臺騫碧漢遙(대건벽한요) : 대가 높이 솟고, 은하수는 멀리 있다 瑞毫三界絢(서호삼계현) : 서광의 끝은 삼계에 현란하고 天樂六時調(천악륙시조) : 하늘 소리 육시에 조화롭구나 欹側週廊巧(의측주랑교) : 비스듬히 둘러선 회랑, 정교하고 森羅像設喬(삼라상설교) : 삼엄하게 모셔진 금상은 크다랗다 鴿驚風鐸翥(합경풍탁저) : 풍경 소리에 놀라 합새는 날고 龍抱火珠跳(룡포화주도) : 용은 화주를 껴안은 채 뛰논다 花雨霑瑤蓋(화우점요개) : 꽃비는 요대의 지붕을 적시고 燈輪切絳霄(등륜절강소) : 등꽃이 기둥은 불빛 하늘과 조화롭다 壯觀眞駭矚(장관진해촉) : 장관이라 참으로 눈이 휘둥글어지고 幽賞暫停軺(유상잠정초) : 수레 잠깐 멈추고 그윽히 구경하노라 蒲供陳淸淨(포공진청정) : 포단의 이바지는 청정하게 베풀어지고 禪談慰寂寥(선담위적요) : 참선 이야기는 적막을 위로해 주노라 經函明貝葉(경함명패엽) : 모든 불서는 패엽 위에 선명하거 鍾梵殷山椒(종범은산초) : 범종 소리는 산꼭대기에 은은하구나 苦海誠難涉(고해성난섭) : 고해를 건너가긴 정말 어렵고 慈航未易招(자항미역초) : 자비로운 인생 항새 부르기 쉽지 않다 還從舍利子(환종사리자) : 뒤미처 사리자를 따르리니 空界倘相邀(공계당상요) : 공계에서 혹시 서로 맞아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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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증주목(小讌贈主牧)-허균(許筠) 작은 연회에 주목에게 드리다-허균(許筠)
晩敞芙蓉堂(만창부용당) : 저녁이 되어 부용당을 활짝 여니 淸凝燕寢香(청응연침향) : 맑은 향기 연회 침상에 엉겨붙는구나 一尊開北海(일존개북해) : 한 동이 술 열어라, 북해 태수의 술자리 千騎下東方(천기하동방) : 천기마가 동방으로 내려가누나 山雨鏖殘暑(산우오잔서) : 산비는 남은 더위 물리치고 林風進夕涼(림풍진석량) : 숲 바람은 저녁 서늘한 바람 보내는구나 平生無劇飮(평생무극음) : 평생에 마음 놓고 마신 적 없으니 聊盡使君觴(료진사군상) : 애오라지 사군의 술은 기필코 다 마셔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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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海州)-허균(許筠) 해주-허균(許筠)
海西大都會(해서대도회) : 해주는 서해의 큰 도시 首陽爲雄藩(수양위웅번) : 수양대군이 큰 울타리로 여였다 繚隍帶複塹(료황대복참) : 둘러 있는 해자은 참호 두르고 擊柝嚴重門(격탁엄중문) : 치는 탁은 겹문이 장엄하도다 中藏萬家室(중장만가실) : 그 가운데 만호의 집이 들어앉아 列肆若雲屯(렬사약운둔) : 열지은 가게들이 구름 뭉친 듯하다 日夕賓旅集(일석빈려집) : 밤낮으로 손님들 모여들고 車馬何喧喧(차마하훤훤) : 말과 수레 어찌나 시끄러운지 自古稱難治(자고칭난치) : 예부터 다스리기 어렵다 했으니 幹者方剸煩(간자방전번) : 맡은 자는 지금 한창 번거로우라 近世苦數易(근세고수역) : 근세에는 너무도 자주 바뀌어 民吏瘦迎奔(민리수영분) : 관리와 백성들 영접에 다 여위었다 廨宇草如積(해우초여적) : 관아 지붕은 풀더미 쌓인 것 같아 盤皿半無存(반명반무존) : 그릇에는 남은 것이 절반도 없고 客至多厭色(객지다염색) : 객이 오면 싫증내는 기색이 많도다 蔬糲充饔飱(소려충옹손) : 거친 밥 푸성귀로 끼니 채우고 況我佐幕者(황아좌막자) : 하물며 나 같은 막좌의 신세야 其苦不可言(기고불가언) : 그 고초야 이루 다 말할 수 없도다 酸酒對腐臭(산주대부취) : 신 술에 썪은 냄새 대하게 되니 對之心煩冤(대지심번원) : 대할 적마다 울화 치미는구나 使旆幾時發(사패기시발) : 사신 행차 어느 때 출발할 건가 吾亦催吾軒(오역최오헌) : 나도 역시 내 가마를 재촉하련다 悵望故鄕路(창망고향로) : 서글피 고향 길 바라를 보니 日落秋雲屯(일락추운둔) : 해는 지는데 가을 구름 뭉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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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저만서(寓邸漫書)-허균(許筠) 집에서 마음대로 적다-허균(許筠)
春色何如畫省看(춘색하여화성간) : 상서성서 보노니, 봄빛이 어떠한가 輕陰漠漠杏花寒(경음막막행화한) : 엷은 그늘 아득아득 살구꽃 차갑구나. 病遭杯酒先心怯(병조배주선심겁) : 병 몸도 술맛 나, 마음 먼저 두렵지만 老讀詩書亦興闌(로독시서역흥란) : 늘그막에 글 읽으니 흥 또한 느긋하도다 冠在欲從神武掛(관재욕종신무괘) : 머리에 쓴 관 벗어, 신무문 위에 걸어두니 身强寧懾惠文彈(신강녕섭혜문탄) : 심신이 강건하니 어찌 혜문관에 위축되리오 浮沈且玩人間世(부침차완인간세) : 부침을 거듭하며 인간 세상 구경하며 昭代投簪却是難(소대투잠각시난) : 밝은 시대에 벼슬 버리는 일도 어렵도다 淸明節物已闌珊(청명절물이란산) : 청명절이라, 이미 시절의 경물들 무르익고 落盡園紅滿地斑(락진원홍만지반) : 동산 꽃 다 떨어져 땅에 가득 얼룩진다. 天外宿雲兜率院(천외숙운두솔원) : 하늘 밖의 뭉게구름 도솔원 그곳이라 夢中芳草洛迦山(몽중방초락가산) : 꿈속의 꽃다운 풀 <낙가산>에 있도다. 輕寒悄悄春侵幙(경한초초춘침막) : 가벼운 추위 쌀랑해도 봄은 장막을 찾고 小雨愔愔晝掩關(소우음음주엄관) : 작은 비 어둑하여 낮에도 문을 가렸도다. 自捲斑簾聊北望(자권반렴료북망) : 얼룩 대나무 발 올리고 북쪽을 바라보니 遠岺煙際點螺鬟(원령연제점라환) : 안개 서린 먼 봉우리 끝, 나환을 그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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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방일음중해제생작(出榜日飮中解諸生作)-허균(許筠) 출방하는 날 술마시며 제생의 작품을 해석하다-허균(許筠)
仙籍初開淡墨渾(선적초개담묵혼) : 선적을 펼치자 옅은 먹빛 뒤섞여 風雷三級躍龍門(풍뢰삼급약룡문) : 바람소리 세 등급에 용문을 올랐다. 肯容懷璞重傷刖(긍용회박중상월) : 옥을 가져 발을 베인다면 될 일인지 却恐遺珠更抱冤(각공유주경포원) : 구슬 빠뜨려 다시 원한 품게 되리 蟾窟路通餘一桂(섬굴로통여일계) : 월궁에 길이 뚫려 하나 남은 계수나무 鹿鳴歌奏有朋樽(록명가주유붕준) : <녹명시>를 노래하니 벗과 술이 있구나. 臨觴自爲諸生祝(림상자위제생축) : 술잔을 앞에 두고 제생 위해 축하하니 素念元來不飽溫(소념원래불포온) : 의식 부족하면 생각이 처음과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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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춘유요(北里春遊謠)-허균(許筠) 북리 봄놀이 노래-허균(許筠)
紅泥雜花盈香陌(홍이잡화영향맥) : 홍니의 섞인 꽃이 향기로운 거리에 가득하니 惜花靑驄行不得(석화청총행불득) : 청총마꽃을 아껴 머뭇머뭇 가지 못한다. 綉窓雕戶閉宵寒(수창조호폐소한) : 비단 창, 화려한 문 잠긴 밤 기운 싸늘한데 愁眉淚臉藏春色(수미누검장춘색) : 근심스린 눈썹 눈젖은 뺨에 봄빛이 숨어 있다. 秋千索掛紅欄西(추천색괘홍난서) : 그네줄은 붉은 난간 서쪽에 걸렸는데 月照花影參差低(월조화영참차저) : 달 비추자 꽃그림자 들쭉날쭉 나직하다. 寶枕瑤衾選殘夢(보침요금선잔몽) : 보배로운 베개, 비단 이불 속에 낡은 꿈 헤어보며 西樓曉起流鶯啼(서루효기유앵제) : 서루에 새벽녘 기상에 꾀꼬리 울음 운다. 啼珠鳳蠟怨天曙(제주봉랍원천서) : 구슬 눈물 밀촛불에 날새는 것 원망하고 井下銀甁轆轤語(정하은병록로어) : 우물 아래 은병에는 녹로가 속삭이는구나. 彩箔玲瓏蝦捲鬚(채박령롱하권수) : 채색한 발이 영롱한데 발 걷히자 嬌雲一散無尋處(교운일산무심처) : 예쁜 구름 흩어져서 찾을 곳이 없구나. 衫羅葉葉秋煙碧(삼라엽엽추연벽) : 비단 적삼 주름마다 가을 연기 푸르니 香肌玉妬梅魂白(향기옥투매혼백) : 향기로운 살결은 매화 혼이 시샘한다. 十幅單綃染淚痕(십폭단초염누흔) : 열 폭의 단색 비단에 눈물 자국이 얼룩지니 煙中恨語招香魄(연중한어초향백) : 연기 속의 한스런 말이 향백을 부르는구나. 姑泉橋畔楊花飛(고천교반양화비) : 고천교 다릿가에 버들꽃이 휘날리니 金鞭錦勒探春歸(금편금륵탐춘귀) : 금빛 채찍 비단 굴레로 봄을 찾아 돌아간다. 雪衣傳語玉郞至(설의전어옥랑지) : 설의가 말 전하자 옥랑이 당도하니 纖纖素手開珠扉(섬섬소수개주비) : 가느다란 하얀 손이 구슬 문을 열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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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집완(文集完)-허균(許筠) 문집이 완성되어-허균(許筠)
四十三年攻翰墨(사십삼년공한묵) : 사십 삼 년을 문필에 전력하여 千金弊帚枉勞心(천금폐추왕노심) : 부질없은 노고한 마음 천금의 떨어진 빗자루 詩文十卷方書了(시문십권방서료) : 시문 열 권을 이제야 다 썼으니 從此惺翁不復吟(종차성옹불복음) : 나, 성옹은 이제부터 다시 읊지 않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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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권조제군(憶權趙諸君)-허균(許筠) 권(權)ㆍ조(趙) 제군을 기억하며-허균(許筠)
天涯悲作客(천애비작객) : 먼 하늘 가 서글픈 나그네 신세 澤畔恨離群(택반한이군) : 물가에 이별하는 무리들이 한스러워라. 花事今將盡(화사금장진) : 꽃의 일도 이제부터 다 끝나 가는데 鶯聲不欲聞(앵성불욕문) : 꾀꼬리 울음 듣고 싶지도 않아라. 親朋杳千里(친붕묘천리) : 친한 벗 천리 멀리 아득하니 日夕詠停雲(일석영정운) : 날 저물면 친구생각 노래 부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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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傷春)-허균(許筠) 봄날에 마음 상하여-허균(許筠)
抱疴常在暮春時(포아상재모춘시) : 저무는 봄날에 언제나 병을 알아 遊興蒼茫未易期(유흥창망미이기) : 다니는 흥취 아득하여 기약이 쉽지 않다. 欲貰濁酒貰客恨(욕세탁주세객한) : 막걸리 외상 받아 객의 한을 풀어보려니 杏花村畔乏靑旗(행화촌반핍청기) : 살구꽃 핀 마을에 푸른 깃발 끊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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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락진(紅桃落盡)-허균(許筠) 붉은 복숭아꽃잎 다 지네-허균(許筠)
南枝雨僽北枝摧(남지우추북지최) : 남쪽 가지 비에 혹독한 비에 북녘 가지 꺾여 寂寞香魂招不廻(적막향혼초불회) : 적막한 향기로운 넋은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다. 怊悵明年此翁去(초창명년차옹거) : 서글퍼라, 명년에 이 늙은이 떠나고 나면 不知花爲阿誰開(불지화위아수개) : 이 꽃은 뉘를 위해 피어 줄는지 모르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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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좌(夜坐)-허균(許筠) 밤에 앉아서-허균(許筠)
經卷橫烏几(경권횡오궤) : 경서는 검은 궤에 비껴 있고 香煙裊鴨鑪(향연뇨압로) : 향 연기는 압로에서 하늘거린다. 不知軒冕客(불지헌면객) : 모를겠네, 벼슬아치들 能似此翁無(능사차옹무) : 능히 이 늙은이와 같을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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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태허정(憶太虛亭)-허균(許筠) 태허정을 추억하며-허균(許筠)
遙憐鑑湖墅(요련감호서) : 아련히 감호의 들 정자 그리워라 煙景膩殘春(연경니잔춘) : 봄날의 경경에 남은 봄이 윤택하다 江燕語留客(강연어유객) : 강가의 제비 소리에 길손 머물고 林花飛趁人(임화비진인) : 숲 속 꽃잎은 날아다니며 사람을 따른다. 思將濯纓水(사장탁영수) : 장차 갓끈 씻은 물을 가져와 洗盡化衣塵(세진화의진) : 옷 더럽힌 먼지를 다 빨았으면 좋겠다. 羽翮在羅網(우핵재라망) : 날개깃이 그물 속에 갇혔으니 誰爲自身在(수위자신재) : 그 누가 스스로 자유로운 몸이 될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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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강(後岡)-허균(許筠) 뒷산에서-허균(許筠)
溪水淙潺亂石間(계수종잔난석간) : 어지러운 돌 사이로 시냇물 좔좔 쏟아지고 隔花幽鳥語關關(격화유조어관관) : 꽃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윽한 새소리 요란하다. 長風忽捲前林雨(장풍홀권전임우) : 긴 바람이 갑자기 눈앞의 숲속 비를 걷어가니 一抹斜陽映半山(일말사양영반산) : 한 가닥 비낀 햇살이 산 허리를 비추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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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석주(憶石洲)-허균(許筠) 석주를 기억하며-허균(許筠)
楚塞身何遠(초새신하원) : 초나라 요새라 몸은 얼마나 먼지 秦關望漸賖(진관망점사) : 진관을 바라보니 점점 더 아득하다. 惟憐湘水夢(유련상수몽) : 다만 상수의 꿈이 사랑스러워 偏在故人家(편재고인가) : 유달리 옛 친구의 집에만 있도다. 恨入王孫草(한입왕손초) : 한스러움 왕손의 풀에 깃든다면 愁添蜀帝花(수첨촉제화) : 시름은 귀촉화에 더하는구나. 紉蘭行澤畔(인난행택반) : 난초 꿰어 패물 삼아 못 가를 거닐고 倚玉隔天涯(의옥격천애) : 의옥은 머나먼 하늘 끝에 있도다. 海黯停雲合(해암정운합) : 바다는 어둑한데 구름이 몰려들고 山橫落景斜(산횡낙경사) : 산은 비끼어 있고 저녁 해는 기우는구나. 春來有佳句(춘래유가구) : 봄에 지은 아름다운 글귀 있거든 莫惜問懷沙(막석문회사) : 아끼지 말고 굴원의 글에 물어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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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寫懷)-허균(許筠) 회포를 적다-허균(許筠)
凄涼楚臣夢(처량초신몽) : 처량하다, 초나라 신하의 꿈 牢落野人期(뇌낙야인기) : 무료하다, 야인의 기약이어라. 徇祿憂終在(순녹우종재) : 관리의 녹을 따르니 근심은 있고 歸田計已違(귀전계이위) : 시골로 돌아갈 계획 이미 틀렸어라. 靑春對芳草(청춘대방초) : 한창 봄이라 고운 풀 마주 대하고 白日見遊絲(백일견유사) : 맑은 날이라 아지랑이를 보고 있어라. 卽此多幽興(즉차다유흥) : 이만해도 그윽한 흥취 그득하니 還如未病時(환여미병시) : 도리어 병들지 않았을 때와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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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苦雨)-허균(許筠) 궂은비-허균(許筠)
北客愁無奈(북객수무내) : 북쪽 나그네 수심을 어찌하나 連宵雨驟過(연소우취과) : 밤마다 비가 급하게도 내리는구나. 林昏銜暮瘴(임혼함모장) : 어둑한 숲 저문 안개 머금어 있고 溝溢漲晨波(구일창신파) : 도랑물 불어나 새벽 물결 첨치는구나. 委地紅將盡(위지홍장진) : 땅에 진 붉은 꽃 다 졌는데 侵堦碧漸多(침계벽점다) : 섬에 올라보니 푸른 이끼 불어난다. 空吟海嶠作(공음해교작) : 헛되니 내가 지은 해교작 시만 읊나니 誰與報羊何(수여보양하) : 누가 함께 양선지와 하장유에게 알려주리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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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벽도위우소절(官墻碧桃爲雨所折)-허균(許筠) 관가 담장의 벽도화가 비에 꺾이어-허균(許筠)
瓊樹含嬌笑(경수함교소) : 고운 나무 교태로운 웃음 띠니 疑從閬苑移(의종랑원이) : 아마도 낭원에서 옮겨왔나 보다. 飄零因雨壓(표영인우압) : 휘날려 떨어짐은 비에 눌린 탓이고 摧折豈根萎(최절기근위) : 꺾여짐이 어찌 뿌리가 시들어 서랴. 屈子懷沙日(굴자회사일) : 굴원이 회사부 짓고 죽던 날 昭君出塞時(소군출새시) : 왕소군이 변새로 떠나는 때 같아라. 蜂愁粘落蕊(봉수점낙예) : 벌은 시름겨워 지는 꽃잎에 붙고 鶯怨啅殘枝(앵원탁잔지) : 꾀꼬리는 원망하여 낡은 가지를 쪼다. 物性元榮悴(물성원영췌) : 사물의 본성은 원래로 영화 몰락 있고 人生亦盛衰(인생역성쇠) : 인생 역시 성하면 쇠하기 마련이로다. 明年能再發(명년능재발) : 명년에는 능히 다시 피게 될 거나 天意諒難知(천의량난지) : 하늘 뜻은 진실로 알기가 어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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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홍도(見紅桃)-허균(許筠) 홍도를 보고서-허균(許筠)
誰種緗桃殿晩春(수종상도전만춘) : 궁궐 늦봄에 복숭아는 누가 심었는지 絳紗幽袖映紅巾(강사유수영홍건) : 붉은 비단 소맷자락이 붉은 수건에 비친다. 牆頭日出嫣然笑(장두일출언연소) : 담장 머리 해 솟자 씽긋이 웃는구나. 何啻他鄕見故人(하시타향견고인) : 어찌 타향에서 옛 친구 본 것만 못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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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객독좌(撝客獨坐)-허균(許筠) 손님을 물리치고 홀로 앉아-허균(許筠)
經卷鑪香寂不譁(경권로향적불화) : 경서나 향로의 향이 말없이 고요하니 蕭然如在羽人家(소연여재우인가) : 신선의 집에 와 있는 듯이 소연하여라. 當堦暖日烘梅蕊(당계난일홍매예) : 섬돌에 닿은 따뜻한 햇살 매화 꽃 술 덥히고 撲戶輕颺墮柳花(박호경양타류화) : 창문을 때리는 가벼운 바람 버들꽃을 떨어뜨린다. 鄴瓦久乾抛兎翰(업와구건포토한) : 업와라는 벼루는 이미 말라 붓을 벌써 던지어 焦阬方熱試龍茶(초갱방열시용다) : 초강이란 차가 이제 막 더우니 용차나 맛보자꾸나. 休言地僻無來往(휴언지벽무래왕) : 궁벽한 땅이라서 왕래 전혀 없다 말하지 마소 自由山蜂趁兩衙(자유산봉진양아) : 산벌처럼 자유로워 하루 두 번 관아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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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旅舍)-허균(許筠) 여사에서-허균(許筠)
異地春將晩(이지춘장만) : 객지에 봄이 저물어가니 年光奈老何(연광내노하) : 나이는 늙어감을 어찌하나. 林花經雨少(임화경우소) : 숲 속 꽃들은 비 지나니 적어지고 鳥語得晴多(조어득청다) : 새 우는 소리는 날 개니 많아지는구나. 身世悠悠客(신세유유객) : 신세는 멀고 먼 나그네 신세 乾坤浩浩歌(건곤호호가) : 천지에 호방한 노래로구나. 忘生憑底物(망생빙저물) : 무엇을 의지하여 생을 잊었나 案上有楞伽(안상유릉가) : 상 위에는 능가경이 놓여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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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거부사(僑居賦事)-허균(許筠) 교거(僑居)하며 일을 적다-허균(許筠)
放逐知前定(방축지전정) : 귀양살이 전생에 정해졌고 功名已後時(공명이후시) : 공명은 이미 때가 늦었도다. 惠州方飽飯(혜주방포반) : 혜주에서 막 배불리 먹고 儋守或觀棋(담수혹관기) : 담수나 더러는 바둑 구경한다. 海味餘霜蟹(해미여상해) : 바다 맛은 서리철 게가 남았고 園蔬只露葵(원소지로규) : 채소밭 나물은 이슬에 젖은 아욱뿐이어라. 吾生本爲口(오생본위구) : 우리의 삶이란 본래 먹기 위한 것이니 非是利妻兒(비시이처아) : 온갖 시비는 처자식을 이롭게 하려는 것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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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도(移小桃)-허균(許筠) 작은 복숭아나무를 옮기며-허균(許筠)
淸晨移得小桃來(청신이득소도래) : 맑은 새벽, 작은 복사나무를 옮겨와 細劚黃泥用意栽(세촉황이용의재) : 황토 땅 잘 파내어 마음 먹고 심었어라. 不識明年春二月(불식명년춘이월) : 모르겠어라, 명년 봄 이월이면 此花還向阿誰開(차화환향아수개) : 이 꽃은 도리어 누구를 향해 피어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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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앵도(移種櫻桃)-허균(許筠) 앵도를 옮겨 심으며-허균(許筠)
淺植幽厓奈爾何(천식유애내이하) : 응달 진 언덕에 얕게 묻힌 너를 어찌하나 孤根無路近陽和(고근무로근양화) : 외로운 뿌리에는 따뜻한 빛 가까이할 길 없구나. 移栽隙地勤封護(이재극지근봉호) : 빈 땅에 옮겨 심고 부지런히 돋우워주나니 爲待朱明結子多(위대주명결자다) : 여름철을 기다려 열매 많이 맺기 위해서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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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매화하용앵도화하운(玉梅花下用櫻桃花下韻)-허균(許筠) 옥매화 아래서 “앵도화하”를 용운하다-허균(許筠)
花事春猶淺(화사춘유천) : 꽃의 일은 봄이 오히려 얇아 南翁興已衰(남옹흥이쇠) : 남쪽 늙은이 흥이 이미 시들었다. 正憐微雨後(정련미우후) : 가랑비 지난 뒤라 정말 좋지 않으나 無那夕陽時(무나석양시) : 때마침 석양이라 어쩔 수가 없도다 浥露香先動(읍로향선동) : 이슬에 젖으니 향이 먼저 감돌다가 迎風態自遲(영풍태자지) : 바람 받으니 태도 절로 느려진다. 空嗟萬里客(공차만리객) : 부질없이 서글프다, 만 리 나그네여 垂老鬢如絲(수노빈여사) : 늙어가니 살쩍머리는 흰 실과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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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답춘운(用答春韻)-허균(許筠) 답춘을 용운하여-허균(許筠)
瘴雲霾日晦還明(장운매일회환명) : 습한 구름 날을 가려 어둡다 밝아지고 莫說春光比兩京(막설춘광비량경) : 봄빛을 두 서울에다 견주어 말을 마시라. 能使逐臣腸數盡(능사축신장수진) : 쫓겨난 신하로 애간장 자주 닳게 하니 隔林終日怪禽聲(격림종일괴금성) : 숲 건넌 쪽에 종일토록 괴이한 새소리 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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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춘증운(用代春贈韻)-허균(許筠) 대춘증의 운을 사용하여-허균(許筠)
雪後山光浸水光(설후산광침수광) : 눈 온 뒤에 산 빛은 물빛에 젖어들고 酴醾將白阿槐黃(도미장백아괴황) : 여미는 희끗희끗 아괴는 노랗구나. 請君莫恨江南遠(청군막한강남원) : 바라기는, 그대 강남 멀다고 한탄 마오 風景元來似故鄕(풍경원래사고향) : 풍경이 원래 고향과 비슷합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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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졸래위(主倅來慰)-허균(許筠) 주수가 와서 위로하다-허균(許筠)
鬖髿雲䯻卸金鈿(삼髿운고사금전) : 구름 같은 머리굽 금비녀 비껴 數曲蠻歌十二絃(수곡만가십이현) : 두어 가락 오랑캐 노래에 열두 줄 가야금 太守待人呈燭跋(태수대인정촉발) : 원님은 사람 대접에 초의 끝이 드러나는데 放臣娛客爇香煙(방신오객설향연) : 귀양살이 손님 환영하는 향연을 피우노라 閑情肯折章臺柳(한정긍절장대유) : 한가한 마음은 기꺼이 장대버들 꺾는데 促節疑傳相府蓮(촉절의전상부연) : 빠른 절(節)은 상부련을 전했는가 의아하다 强盡醁醽消積恨(강진록령소적한) : 거른 술 애써 말려 쌓인 한을 녹이는데 莫將衰白問群仙(막장쇠백문군선) : 부디 시든 백발 들어 군선에게 묻지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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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도함산(初到咸山)-허균(許筠) 함산에 처음 도착하여-허균(許筠)
穿巷緣溪路忽窮(천항연계로홀궁) : 개울 따라 길을 트니 문득 막달은 길 數椽茆店館墻東(수연묘점관장동) : 두어 칸 주막집 담 동쪽에 몸 던진다 縱無棨戟施門外(종무계극시문외) : 문 밖에는 지키는 시설은 없어도 尙有圖書在篋中(상유도서재협중) : 상자 속의 도서는 오히려 들어있도다 簌簌寒階飄竹雪(속속한계표죽설) : 찬 뜰에는 싹싹 대나무에 눈이 날리고 團團幽戶颯桐風(단단유호삽동풍) : 깊숙한 동그란 지게문에 오동 바람분다 寬恩似海甘留滯(관은사해감유체) : 바다 같은 너그러운 은혜에 기꺼이 머무니 休恨周南太史公(휴한주남태사공) : 주남 땅의 태사공일량 결코 원망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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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함산(望咸山)-허균(許筠) 함산을 바라보며-허균(許筠)
春泥泱沆沒平原(춘니앙항몰평원) : 봄의 흙탕물 가득 고여 한 벌을 묻었고 行過龍城縣郭門(행과용성현곽문) : 걸음은 용성 고을 성문을 지나가노라 指點兩山烽燧下(지점량산봉수하) : 가리키는 양산의 봉수대 바라보니 蒼蒼官樹暝煙昏(창창관수명연혼) : 창창한 저 나라 산 숲에 저녁 연기 어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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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승권용서담운(題僧卷用西潭韻)-허균(許筠) 승권에 제하여 서담의 운을 쓰다-허균(許筠)
松花茗葉進僧飡(송화명엽진승손) : 송화는 차잎, 절간 음식 진상하니 愧把塵容對碧山(괴파진용대벽산) : 청산을 상대하는 세속 어굴 부끄럽다 林月未圓蘿逕暗(림월미원라경암) : 숲 속의 달 둥글지 않아 등라길 어둡고 峀雲初霽石樓寒(수운초제석루한) : 산 구름 구름 갓 개어 돌누각이 싸늘하구나 宦遊牢落秋將老(환유뢰락추장로) : 벼슬살이 서글프고 가을에 늙어가니 禪話留連夜向闌(선화류련야향란) : 참선 이야기 날 붙들어 밤마저 늦어진다 却恨勞生長役役(각한로생장역역) : 도리어 한스럽다, 피곤한 내 삶 오래도 힘겨워 白頭猶事馬蹄間(백두유사마제간) : 검은 머리 희어져도 말 위를 떠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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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사(神光寺)-허균(許筠) 신광사-허균(許筠)
宮殿麗巖腰(궁전려암요) : 궁전처럼 화려한 산허리 祥雲捧綺寮(상운봉기료) : 상서로운 구름 깁창을 받든다 檀施自公主(단시자공주) : 시주는 공주로부터 시작되고 結構在前朝(결구재전조) : 절 건축은 고려 때 했었도다 地布黃金燦(지포황금찬) : 황금이 찬란하게 땅에 깔리고 臺騫碧漢遙(대건벽한요) : 대가 높이 솟고, 은하수는 멀리 있다 瑞毫三界絢(서호삼계현) : 서광의 끝은 삼계에 현란하고 天樂六時調(천악륙시조) : 하늘 소리 육시에 조화롭구나 欹側週廊巧(의측주랑교) : 비스듬히 둘러선 회랑, 정교하고 森羅像設喬(삼라상설교) : 삼엄하게 모셔진 금상은 크다랗다 鴿驚風鐸翥(합경풍탁저) : 풍경 소리에 놀라 합새는 날고 龍抱火珠跳(룡포화주도) : 용은 화주를 껴안은 채 뛰논다 花雨霑瑤蓋(화우점요개) : 꽃비는 요대의 지붕을 적시고 燈輪切絳霄(등륜절강소) : 등꽃이 기둥은 불빛 하늘과 조화롭다 壯觀眞駭矚(장관진해촉) : 장관이라 참으로 눈이 휘둥글어지고 幽賞暫停軺(유상잠정초) : 수레 잠깐 멈추고 그윽히 구경하노라 蒲供陳淸淨(포공진청정) : 포단의 이바지는 청정하게 베풀어지고 禪談慰寂寥(선담위적요) : 참선 이야기는 적막을 위로해 주노라 經函明貝葉(경함명패엽) : 모든 불서는 패엽 위에 선명하거 鍾梵殷山椒(종범은산초) : 범종 소리는 산꼭대기에 은은하구나 苦海誠難涉(고해성난섭) : 고해를 건너가긴 정말 어렵고 慈航未易招(자항미역초) : 자비로운 인생 항새 부르기 쉽지 않다 還從舍利子(환종사리자) : 뒤미처 사리자를 따르리니 空界倘相邀(공계당상요) : 공계에서 혹시 서로 맞아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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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증주목(小讌贈主牧)-허균(許筠) 작은 연회에 주목에게 드리다-허균(許筠)
晩敞芙蓉堂(만창부용당) : 저녁이 되어 부용당을 활짝 여니 淸凝燕寢香(청응연침향) : 맑은 향기 연회 침상에 엉겨붙는구나 一尊開北海(일존개북해) : 한 동이 술 열어라, 북해 태수의 술자리 千騎下東方(천기하동방) : 천기마가 동방으로 내려가누나 山雨鏖殘暑(산우오잔서) : 산비는 남은 더위 물리치고 林風進夕涼(림풍진석량) : 숲 바람은 저녁 서늘한 바람 보내는구나 平生無劇飮(평생무극음) : 평생에 마음 놓고 마신 적 없으니 聊盡使君觴(료진사군상) : 애오라지 사군의 술은 기필코 다 마셔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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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海州)-허균(許筠) 해주-허균(許筠)
海西大都會(해서대도회) : 해주는 서해의 큰 도시 首陽爲雄藩(수양위웅번) : 수양대군이 큰 울타리로 여였다 繚隍帶複塹(료황대복참) : 둘러 있는 해자은 참호 두르고 擊柝嚴重門(격탁엄중문) : 치는 탁은 겹문이 장엄하도다 中藏萬家室(중장만가실) : 그 가운데 만호의 집이 들어앉아 列肆若雲屯(렬사약운둔) : 열지은 가게들이 구름 뭉친 듯하다 日夕賓旅集(일석빈려집) : 밤낮으로 손님들 모여들고 車馬何喧喧(차마하훤훤) : 말과 수레 어찌나 시끄러운지 自古稱難治(자고칭난치) : 예부터 다스리기 어렵다 했으니 幹者方剸煩(간자방전번) : 맡은 자는 지금 한창 번거로우라 近世苦數易(근세고수역) : 근세에는 너무도 자주 바뀌어 民吏瘦迎奔(민리수영분) : 관리와 백성들 영접에 다 여위었다 廨宇草如積(해우초여적) : 관아 지붕은 풀더미 쌓인 것 같아 盤皿半無存(반명반무존) : 그릇에는 남은 것이 절반도 없고 客至多厭色(객지다염색) : 객이 오면 싫증내는 기색이 많도다 蔬糲充饔飱(소려충옹손) : 거친 밥 푸성귀로 끼니 채우고 況我佐幕者(황아좌막자) : 하물며 나 같은 막좌의 신세야 其苦不可言(기고불가언) : 그 고초야 이루 다 말할 수 없도다 酸酒對腐臭(산주대부취) : 신 술에 썪은 냄새 대하게 되니 對之心煩冤(대지심번원) : 대할 적마다 울화 치미는구나 使旆幾時發(사패기시발) : 사신 행차 어느 때 출발할 건가 吾亦催吾軒(오역최오헌) : 나도 역시 내 가마를 재촉하련다 悵望故鄕路(창망고향로) : 서글피 고향 길 바라를 보니 日落秋雲屯(일락추운둔) : 해는 지는데 가을 구름 뭉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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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저만서(寓邸漫書)-허균(許筠) 집에서 마음대로 적다-허균(許筠)
春色何如畫省看(춘색하여화성간) : 상서성서 보노니, 봄빛이 어떠한가 輕陰漠漠杏花寒(경음막막행화한) : 엷은 그늘 아득아득 살구꽃 차갑구나. 病遭杯酒先心怯(병조배주선심겁) : 병 몸도 술맛 나, 마음 먼저 두렵지만 老讀詩書亦興闌(로독시서역흥란) : 늘그막에 글 읽으니 흥 또한 느긋하도다 冠在欲從神武掛(관재욕종신무괘) : 머리에 쓴 관 벗어, 신무문 위에 걸어두니 身强寧懾惠文彈(신강녕섭혜문탄) : 심신이 강건하니 어찌 혜문관에 위축되리오 浮沈且玩人間世(부침차완인간세) : 부침을 거듭하며 인간 세상 구경하며 昭代投簪却是難(소대투잠각시난) : 밝은 시대에 벼슬 버리는 일도 어렵도다 淸明節物已闌珊(청명절물이란산) : 청명절이라, 이미 시절의 경물들 무르익고 落盡園紅滿地斑(락진원홍만지반) : 동산 꽃 다 떨어져 땅에 가득 얼룩진다. 天外宿雲兜率院(천외숙운두솔원) : 하늘 밖의 뭉게구름 도솔원 그곳이라 夢中芳草洛迦山(몽중방초락가산) : 꿈속의 꽃다운 풀 <낙가산>에 있도다. 輕寒悄悄春侵幙(경한초초춘침막) : 가벼운 추위 쌀랑해도 봄은 장막을 찾고 小雨愔愔晝掩關(소우음음주엄관) : 작은 비 어둑하여 낮에도 문을 가렸도다. 自捲斑簾聊北望(자권반렴료북망) : 얼룩 대나무 발 올리고 북쪽을 바라보니 遠岺煙際點螺鬟(원령연제점라환) : 안개 서린 먼 봉우리 끝, 나환을 그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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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방일음중해제생작(出榜日飮中解諸生作)-허균(許筠) 출방하는 날 술마시며 제생의 작품을 해석하다-허균(許筠)
仙籍初開淡墨渾(선적초개담묵혼) : 선적을 펼치자 옅은 먹빛 뒤섞여 風雷三級躍龍門(풍뢰삼급약룡문) : 바람소리 세 등급에 용문을 올랐다. 肯容懷璞重傷刖(긍용회박중상월) : 옥을 가져 발을 베인다면 될 일인지 却恐遺珠更抱冤(각공유주경포원) : 구슬 빠뜨려 다시 원한 품게 되리 蟾窟路通餘一桂(섬굴로통여일계) : 월궁에 길이 뚫려 하나 남은 계수나무 鹿鳴歌奏有朋樽(록명가주유붕준) : <녹명시>를 노래하니 벗과 술이 있구나. 臨觴自爲諸生祝(림상자위제생축) : 술잔을 앞에 두고 제생 위해 축하하니 素念元來不飽溫(소념원래불포온) : 의식 부족하면 생각이 처음과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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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좌시원(曉坐試院)-허균(許筠) 시원에 아침에 앉아-허균(許筠)
晨燎煇煌列棘分(신료휘황렬극분) : 새벽 횃불 찬란히 가시 울에 벌려있고 白袍庭下立如雲(백포정하립여운) : 뜰아래 흰 도포는 구름같이 늘어서 있다 龍淵欲霽豐城氣(룡연욕제풍성기) : 용연은 걷고 칼 기운 뻗혔는데 駿骨誰空驥北群(준골수공기북군) : 어느 준마가 기북의 무리를 석권할까 爭詑彎弧來破的(쟁이만호래파적) : 다투어 활을 당겨 과녁 뚫는 자랑들 幾人劘壘可嘗軍(기인마루가상군) : 몇 사람이 군사 내어 벽루를 뭉갤까 春官飮墨腸曾飽(춘관음묵장증포) : 예조에서 먹물 마셔 이미 배불러서 多愧今朝典校文(다괴금조전교문) : 오늘 아침 글 고사 맡은 것이 부끄럽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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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사(光州書事)-허균(許筠) 광주에서 쓰다-허균(許筠)
鳳笙亭畔獨徘徊(봉생정반독배회) : 봉생정 정자 가에 외로이 서성이니 宋玉無心賦楚臺(송옥무심부초대) : 송옥에게는 고당부를 지을 생각 없었구나. 山鳥似迎佳客語(산조사영가객어) : 산새는 반가운 손님 맞아 이야기 하고 野梅如待故人來(야매여대고인래) : 들매화는 옛 친구 찾아옴을 기다리는 듯 愁侵衰鬢千莖雪(수침쇠빈천경설) : 시름은 귀밑에 천만 갈래 흰머리 찾아들고 恨結柔腸一寸灰(한결유장일촌회) : 부드러운 마음에 한 치 한이 맺히는구나. 公館漏闌廊月黑(공관루란랑월흑) : 공관에 밤이 늦어 달빛이 어둑하여 曲欄深閤影枚枚(곡란심합영매매) : 굽은 난간 깊은 누각에 그림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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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향고장성(將向古長城)-허균(許筠) 고장성을 향하며-허균(許筠)
纔越蘆關境便佳(재월로관경편가) : 노령을 갓 넘으니 경개 문득 아름답고 丰茸蘅杜被溪崖(봉용형두피계애) : 우거진 두형 풀은 시냇가 둑을 뒤덮는다. 辛夷糝蕊催春事(신이삼예최춘사) : 신이는 꽃잎 날려 봄 일 재촉하는데 杜宇啼冤惱客懷(두우제원뇌객회) : 접동새는 한을 울어 나그네 가슴 설렌다. 身外功名損與奪(신외공명손여탈) : 몸 밖의 공명이야 주건 뺏건 무슨 상관 世間榮悴任安排(세간영췌임안배) : 인간세상 영고성쇠 운명의 안배에 맡긴다 林泉有約吾將隱(림천유약오장은) : 산수의 굳은 언약 내 장차 숨어들어 肯待年侵始乞骸(긍대년침시걸해) : 늙음을 기다려 은퇴하기를 청하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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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당(養眞堂)-허균(許筠) 양진당-허균(許筠)
春陰漠漠映璇題(춘음막막영선제) : 봄 그늘 아득하여 추녀 끝을 비추고 欹枕東廂已午鷄(의침동상이오계) : 동상의 베개머리에 대낮의 닭이 운다 風裊篆煙縈檻細(풍뇨전연영함세) : 바람에 날린 화로 연기 난간을 돌아 雨含山翠滴簾低(우함산취적렴저) : 비 머금은 산안개 나직이 발에 내린다. 欄花解事迎人笑(란화해사영인소) : 들꽃은 일 아는 듯, 사람 맞아 웃고 谷鳥多情伴客啼(곡조다정반객제) : 골짝 새는 다정하여 나그네와 벗하여 운다. 非有別懷魂更斷(비유별회혼경단) : 이별이 싫다 하여 넋이 다시 끊어지고 故園今在渭橋西(고원금재위교서) : 위교의 서쪽에 있는 옛 동산이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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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全州)-허균(許筠) 전주-허균(許筠)
沛鄕湯沐國陪都(패향탕목국배도) : 임금님 고향의 탕목, 나라의 배도이라 佳氣爲龍壯帝圖(가기위룡장제도) : 아름다운 용의 기운 제왕의 업이 웅장하다. 鷄犬至今知邑里(계견지금지읍리) : 개와 닭도 지금까지 고을을 알아보고 風雲長爲護枌楡(풍운장위호분유) : 바람 구름도 영원히 분유의 땅을 보호한다 時淸館宇曾巍煥(시청관우증외환) : 맑은 때에는 관정의 지붕은 우뚝 빛나고 亂後山川尙鬱紆(란후산천상울우) : 난리 뒤에도 산천은 아직도 울창하도다 南服雄藩稱第一(남복웅번칭제일) : 남방의 웅장한 울타리, 제일로 일컬어지고 詞臣安得借銅符(사신안득차동부) : 글 하는 신하가 어찌하면 동부를 빌릴 수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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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봉윤지중(礪山逢尹止中)-허균(許筠) 여산에 중지중을 만나다-허균(許筠)
珥筆承明直瑣闈(이필승명직쇄위) : 명령을 받들어 붓대 귀에 꽂고 번을 설 때 御香同襲侍臣衣(어향동습시신의) : 시종하는 신하 옷자락에 임금님의 향기 스며든다 天囷照夜千艘集(천균조야천소집) : 천균성이 비추는데, 천척의 배가 모여든다. 綉服輝春四牡騑(수복휘춘사모비) : 네 필 말이 달려 수놓은 옷이 봄에 빛나니 深喜聯衾俱逆旅(심희련금구역려) : 심히 기쁘기는 이불 갖춘 여관만큼 기쁘다. 不妨竝轡賞芳菲(불방병비상방비) : 고삐를 마주 잡은 풍경놀이도 좋은데 江南萬里花將發(강남만리화장발) : 수만리 강남땅에 꽃들은 장차 피어나리라 能憶金門對紫薇(능억금문대자미) : 자미원 마주 보던 금문이 생각나서 乘驄暫許外臺居(승총잠허외대거) : 총마 타고 잠깐 동안 외대에 머물러 본다. 回首靑雲跡漸疏(회수청운적점소) : 구름을 돌아보니 자취 점점 성글어지니 時輩雖嘲逐貧賦(시배수조축빈부) : 세상 사람들 양웅의 축빈주를 조롱해도 故人寧著絶交書(고인녕저절교서) : 친구들이야 어찌 혜강의 절교서를 지을까 春來花鳥添離恨(춘래화조첨리한) : 봄이 오니 꽃과 새는 이별의 한을 더하고 老至林泉憶弊廬(로지림천억폐려) : 늙어가니 살림의 누추한 초가집이 생각난다.却笑淸朝俱落拓(각소청조구락척) : 어이없구나, 밝은 조정 모두가 낙척을 당하다니 可容聯佩待公車(가용련패대공차) : 임금님의 부름을 기다리면, 짝 됨을 용납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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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천안(朝向川安)-허균(許筠) 아침에 천안을 향하여-허균(許筠)
黃泥滑滑馬行遲(황니활활마행지) : 황토 진흙 미끄러워 말 걸음 늦어 從旅相攀莫怨咨(종려상반막원자) : 지루한 나그네들 괴롭다 원망하는구나. 自有文章娛寂寞(자유문장오적막) : 쓸쓸함을 즐길 만한 문장 재주 지져 肯於名位恨差池(긍어명위한차지) : 명예와 지위 얻음에 차남을 한하는가. 人中懷璧元堪罪(인중회벽원감죄) : 사람 틈에 살자니 구슬 가진 것이 죄되고 暗裏投珠却見疑(암리투주각견의) : 어둠 속에 진주 던지니 도리어 의심 받는다. 此去不愁身更遠(차거불수신경원) : 여기 떠나면 몸 다시 멀어짐이 근심되는데 梅花消息已南枝(매화소식이남지) : 매화 소식 이미 남녘 가지쯤에 와 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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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희(自戱)-허균(許筠) 혼자 놀며-허균(許筠)
承明夜直燭燃窓(승명야직촉연창) : 승명전의 야간당직, 촛불 돋우고 曾草絲綸筆似杠(증초사륜필사강) : 서까래 같은 붓이 조서를 초했도다 司馬漢廷誰曰兩(사마한정수왈량) : 한 나라에는 사마가 둘이라 누가 말하나 淮陰國士豈無雙(회음국사기무쌍) : 회음후 한신이 국사라 어찌 둘 둘이fi 年來謗焰空銷骨(년래방염공소골) : 해마다 오는 비방의 불꽃 뼛골을 녹이고 老去詩城豈受降(로거시성기수강) : 늙어가도 시성은 항복받기 어렵도다. 安得詞源傾峽水(안득사원경협수) : 어찌하면 사원이 골짝 물 기울여서 滔滔千里注潘江(도도천리주반강) : 우리나날 천 리가 넘실토록 반강에 쏟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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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발판교원(早發板橋院)-허균(許筠) 일찍 판교원을 떠나며-허균(許筠)
星倌催發趁晨鍾(성관최발진신종) : 새벽종 소리에 관원은 길 재촉하여 路出橋汀宿霧濃(로출교정숙무농) : 강다리를 벗어나니 짙은 안개 서려있다 春色暗回堤畔柳(춘색암회제반류) : 언덕 가의 능수버들에 봄빛이 돌고 日輪初湧馬前峯(일륜초용마전봉) : 말 앞의 봉우리에 해가 떠오른다. 平生翰墨才先退(평생한묵재선퇴) : 내 평생 글과 글씨 재주 먼저 뒤지고 淸世功名意轉慵(청세공명의전용) : 맑은 세상 공명에도 마음은 게을러진다. 早晩辦身方外去(조만판신방외거) : 조만간에 몸을 빼어 방외로 떠나려니 不妨人喚酒家傭(불방인환주가용) : 남이 나를 술꾼이라 불러도 상관없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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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사장향호남(以試士將向湖南)-허균(許筠) 시사로 호남을 가게 되어서-허균(許筠)
璽書朝下建章宮(새서조하건장궁) : 건장궁에 아침 새서(璽書)가 내려 驄馬翩翩豸綉紅(총마편편치수홍) : 치관에 수홍포이라 총마는 치닫는다. 敢達天人如董相(감달천인여동상) : 감히 천인에 이른 동상과 같아 祗慚詞賦擬揚雄(지참사부의양웅) : 양웅과 겨루는 사와 부로 부끄럽도다. 權仍漢郡掄方正(권잉한군륜방정) : 방정을 선발하는 한군의 권이이고 職是周官採國風(직시주관채국풍) : 국풍을 채집하는 주관의 직이로다 寄語湖南諸士子(기어호남제사자) : 호남의 선비들께 말을 먼저 묻노니 何人健筆氣霏虹(하인건필기비홍) : 어느 사람 억센 붓이 무지개를 날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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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정어금오(訪子正於金吾)-허균(許筠) 금오에서 자정을 방문하고-허균(許筠)
男兒官止執金吾(남아관지집금오) : 사나이의 벼슬이 집금오에 그쳤지만 已覺聲名動漢都(이각성명동한도) : 명성은 이미 온 서울을 들썩이도다 郞署比來無輦過(랑서비래무련과) : 낭서는 근년 들어 수레 없이 지나니 馮郞頭白只窮途(풍랑두백지궁도) : 머리 흰 현량 풍랑은 풍핍을 어찌하나 風鐸琅璫徼卒呼(풍탁랑당요졸호) : 풍경 소리 뎅그렁 요졸이 호통치니 皂衣朱杖帀庭隅(조의주장잡정우) : 검정옷 붉은 막대다 뜰 모퉁이를 둘렀도다 看君仕宦偏輝赫(간군사환편휘혁) : 그대의 보니 유달리도 혁혁한데 黃紙書名却悔吾(황지서명각회오) : 조서에 이름 쓴 것이 도리어 후회되는구나 詩名少日許倫魁(시명소일허륜괴) : 젊은 시절 시명 무리 중의 우두머리 晩直金吾豈稱才(만직금오기칭재) : 늘그막 금오 벼슬이 재주에 맞다 하리까 能似漢家中尉豹(능사한가중위표) : 저 한 나라 중위표와 흡사하니 七言來和柏梁臺(칠언래화백량대) : 백량대에 모여 칠언시를 화답하였도다 權埒中書在昔時(권랄중서재석시) : 저 지난날 임시로 중서성에 있을 때 連宵歌管鬧西池(련소가관료서지) : 밤새도록 노래가 서지를 들썩여주었도다 太平故事能依舊(태평고사능의구) : 태평 시절 이야기들 예와 능히 같다하나 只好沈疴問女醫(지호침아문녀의) : 묵은 병은 여의원에게 묻는 것이 좋을거야
화룡담(火龍潭)-허균(許筠) 화룡못에서-허균(許筠)
深泓渟黛綠(심홍정대록) : 깊은 웅덩이 고인물 검푸른데 俯瞰何幽幽(부감하유유) : 굽어보니 어찌 그리도 으슥한가 兩崖滑而仄(량애활이측) : 양쪽 벼랑 미끄럽고 또 기울어져 竦身難久留(송신난구류) : 몸이 오싹하여 오래 서있기 어려워라 其下毒龍蟠(기하독룡반) : 이 밑에는 독룡이 도사려있고 霜葉不得投(상엽불득투) : 단풍잎을 던지지는 말아라 遊者愼跼足(유자신국족) : 구경꾼은 제발 발조심하여서 毋爲龍所求(무위룡소구) : 주린 용의 먹이감이 되지 말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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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사(圓通寺)-허균(許筠) 원통사-허균(許筠)
所徑獅子峯(소경사자봉) : 사자봉을 질러가는 길 得造圓通寺(득조원통사) : 원통사에 당도를 하였다 藤刺罥我衣(등자견아의) : 등덩굴 가시는 내 옷을 옭고 香葛澾我履(향갈달아리) : 내신은 칡덩굴은 미끌어진다 催藍涉石湍(최람섭석단) : 가마를 재촉하여 돌 여울 건너 赤葉滿虛隧(적엽만허수) : 단풍잎이 빈 웅덩일 가득하다 雲日映喬林(운일영교림) : 구름 낀 해는 높은 숲에 비친다 嵐霏捲微吹(람비권미취) : 바람 아지랑이 활짝 걷어 불고 入門老僧迎(입문로승영) : 문에 들자 늙은 중이 마중나온다 見我顔色喜(견아안색희) : 나를 보고 반기는 얼굴 言從二兄遊(언종이형유) : 둘째언니 따라 놀러 나갔다고 한다 探勝窮靈閟(탐승궁령비) : 명승지 찾아 신비로운 곳을 헤었다 出示軸中詩(출시축중시) : 두루마리 속의 시를 내보여 讀之還拭淚(독지환식루) : 읽어 보니 눈물이 절로 흐른다 哀哀斷絃情(애애단현정) : 이다지도 슬픈 건가 침구의 정이란 것이 杳杳看雲思(묘묘간운사) : 아득히 구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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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덕굴(普德窟)-허균(許筠) 보덕굴-허균(許筠)
飛楹裊欲墜(비영뇨욕추) : 나는 듯 한 기둥 떨어질 듯 一柱承其半(일주승기반) : 기둥 하나 그 절반을 떠받들었다 萬古撑不俄(만고탱불아) : 만 년을 버티어 기울지 않아 直壓千尋岸(직압천심안) : 천 길의 언덕을 곧장 누르고 았구나 仰看霞甍張(앙간하맹장) : 고개 들어 노을 낀 처마 끝 쳐다보니 翼翼鶱霄漢(익익건소한) : 날개 치며 하늘을 날아오르는 듯하다 石磴恣攀緣(석등자반연) : 돌부리 마음대로 부여잡아 타오르니 翩然腋生翰(편연액생한) : 너울너울 겨드랑에 깃이 돋는구나 莎房開士居(사방개사거) : 거사의 방 열어보니 거사가 살고있어 金碧最燦爛(금벽최찬란) : 금벽이 너무나도 찬란하였다 刳木通幽泉(고목통유천) : 나무짝에 홈을 파 그윽한 샘과 통하니 酌飮煩疴散(작음번아산) : 한 번 따라 마셔니 헐떡증이 다 흩어진다 寄宿野無眠(기숙야무면) : 밤에 잠에 드니, 졸음 없어지고 風松澎耳畔(풍송팽이반) : 솔바람이 귓전을 메아리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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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폭동(萬瀑洞)-허균(許筠) 만폭동-허균(許筠)
兩峽擘層崖(량협벽층애) : 두 협곡이 쪼개져 이룬 층층 골짝 百川潰其中(백천궤기중) : 온갖 내가 그 안에서 용솟음치는구나 噴流日澒洞(분류일홍동) : 뿜는 물결 날마다 골짝에 넘실대고 濺沫常溟濛(천말상명몽) : 뿌려대는 물방울 항상 자욱하여라 初驚蒼壁拆(초경창벽탁) : 처음은 푸른 벼랑 벌어진 것에 놀라 飛出雙白龍(비출쌍백룡) : 두 마리 하얀 용이 날아가 버린다. 細看天罅破(세간천하파) : 자세히 보니 하늘에 틈이 벌어지고 倒掛萬玉虹(도괘만옥홍) : 수많은 옥무지개 거꾸로 걸려있구나 轟霆當晝起(굉정당주기) : 벽력이 대낮에는 메아리로 일어나 亂石薄雷風(란석박뢰풍) : 우뢰 같은 바람에 늘어선 돌이 엷고 潭潭曲相瀦(담담곡상저) : 못마다 굽이져 웅덩이가 되었구나 咫尺跳波通(지척도파통) : 지척에서도 물이 튀어 오르고 壯觀駴我心(장관해아심) : 웅장한 경관 내 마음 떨게 하는구나 韙哉造化功(위재조화공) : 거룩하구나, 조화의 공이로다 康樂遊石門(강악유석문) : 강락 사운령은 석문에 노닐었고 謫仙望爐峯(적선망로봉) : 귀양 온 이태백은 향로봉 바라보았다 未知千載後(미지천재후) : 모르겠구나, 천 년이 지난 뒤의 일을 此景誰雌雄(차경수자웅) : 어느 곳이 이곳과 자웅을 겨루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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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정양사동상(宿正陽寺東廂)-허균(許筠) 정양사 동양에 묵으며-허균(許筠)
花宮隱映金芙蓉(화궁은영금부용) : 화궁은 금부용을 어리비치고 闍梨起打二更鍾(도리기타이경종) : 상좌중은 일어나 이경 종을 친다 試拓交窓一揮手(시척교창일휘수) : 손 한 번 휘둘러 두 창을 열어보니 涼月湧上樓東峯(량월용상루동봉) : 누대 동쪽 봉우리에 달 솟아오른다 桂影婆娑白銀闕(계영파사백은궐) : 흰 은빛 궁궐에 계영이 춤을 추니 千巖萬壑瓊瑤窟(천암만학경요굴) : 온 바위, 온 골짝이 경요의 굴이구나 天風翩翩吹我衣(천풍편편취아의) : 하늘 바람 살랑이며 내 옷을 펄렁이니 飄然八極神橫逸(표연팔극신횡일) : 팔방 끝에 날 듯이 정신이 황홀 怳疑身世陟珍臺(황의신세척진대) : 아마도 내 한 몸이 진대에 오른 浮丘仙人安在哉(부구선인안재재) : 물에 뜬 언덕의 신선님은 어디 있는가 不須鞭石橋滄海(불수편석교창해) : 돌 몰아서 창해에 다리 놓을 필요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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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待鶴)-허균(許筠) 학을 기다리며-허균(許筠)
待鶴鶴不至(대학학불지) : 기다려도 학이 오지 않으니 玄裳疑有無(현상의유무) : 신선 학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네 西湖杳何許(서호묘하허) : 서호는 아득하여 어디쯤인가 吾是舊林逋(오시구림포) : 나야 말로 바로 옛날의 임포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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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계수(詠桂樹)-허균(許筠) 계수나무르 노래하다-허균(許筠)
桂樹來南海(계수래남해) : 남해에서 건너온 계수나무 何年植此山(하년식차산) : 어느 해에, 이 산에 심어졌는지 天香風處落(천향풍처락) : 바람 있는 곳, 하늘 향기 떨어지니 疑是月中攀(의시월중반) : 아마도 달 속의 더위잡는 끈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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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대(開心臺)-허균(許筠)
개심대-허균(許筠)
昨日正陽樓(작일정양루) : 어저께는 정양루에 있었는데 仰睇萬玉巒(앙제만옥만) : 만 개의 옥 봉우리를 쳐다보았다 今朝開心臺(금조개심대) : 오늘 아침은 개심대에 와서 萬玉忽平看(만옥홀평간) : 만 개의 옥 봉우리를 평지에서 본다 地勢非陟高(지세비척고) : 지세가 높이 쳐든 것도 아닌데 何緣壓孱顔(하연압잔안) : 모든 산을 눌렀으니 무슨 연유일까 蔥蔥衆香城(총총중향성) : 비취색 파릇파릇한 저 중향성 雲表排琅玕(운표배랑간) : 옥처처럼 구름 밖에 널려져 있구나 霜酣晩楓染(상감만풍염) : 서리에 취한 물든 저 단풍나무 赩奕被崖丹(혁혁피애단) : 곱게도 온 비탈을 뒤덮었구나 浩歌望紫霄(호가망자소) : 붉은 노을 바라보며 호탕히 노래하니 若可靑天攀(약가청천반) : 청천을 더위잡고 오른 기분이로다 仙人空中下(선인공중하) : 신선처럼 공중에서 내려와 願借一白鸞(원차일백란) : 흰 난새 하나를 빌려타고 싶어라 跨之橫八極(과지횡팔극) : 그 난새 잡아 타고 천지팔방을 횡행하며 羨門同遊盤(선문동유반) : 신선 자고와 짝이 되어 함께 놀고 싶어라 百年亦掣電(백년역체전) : 백년의 긴 세월도 스치는 번개 같아 何必勞塵寰(하필로진환) : 어찌 꼭 속세에서 헤매야 하는가 從玆拂衣去(종자불의거) : 옷자락 활활 털고 여기서 떠나 去上蓬萊山(거상봉래산) : 어서 떠나 봉래산을 올라가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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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계수(詠桂樹)-허균(許筠) 계수를 노래하다-허균(許筠)
桂樹來南海(계수래남해) : 남해에서 온 저 계수나무 何年植此山(하년식차산) : 어느 해에 이 산에 심어졌는가 天香風處落(천향풍처락) : 바람이 이는 곳에 하늘 향기 풍기니 疑是月中攀(의시월중반) : 아마도 달 속에서 잡아온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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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전간불화(八角殿看佛畵)-허균(許筠) 팔각전에서 부처 그림을 보며-허균(許筠)
森嚴殿四壁(삼엄전사벽) : 팔각전 사면의 벽화는 삼엄한데 不知何時績(불지하시적) : 어느 때 그린 건지 알지도 못한다 儼然紫摩軀(엄연자마구) : 부처의 몸체가 우람하고 彩毫光炯碎(채호광형쇄) : 채색하는 붓끝은 번쩍거리며 빛난다 龍天來走趍(용천래주추) : 용천이 앞에 와 굽실대고 幢蓋雜環佩(당개잡환패) : 일산 깃대 패물들이 뒤섞여있다 左右護法神(좌우호법신) : 법신이 좌우로 옹위하고 努眼耿相對(노안경상대) : 부릅뜬 눈이 뚫을 듯이 마주본다 飛動颯精神(비동삽정신) : 날 듯이 움직여 정신이 삽상하여 淋漓露情態(림리로정태) : 흥건히 스며들어 마음이 드러난다 色昏意常新(색혼의상신) : 색은 흐려도 뜻은 항상 새로워져 妙法眞可愛(묘법진가애) : 신묘한 법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皆云吳道玄(개운오도현) : 모두들 말하기를, 오도자가 來畫垂千載(래화수천재) : 이것을 그려 천년을 전하였다 한다 道玄是貴臣(도현시귀신) : 오도자는 남의 나라 귀한 신하 何緣遊海外(하연유해외) : 무슨 연유로 해외에 노닐었겠나 野言不足憑(야언불족빙) : 떠도는 말을 어찌 다 믿을까 信者實聵聵(신자실외외) : 믿는 자는 진실로 무식한 소리 雖曰非道玄(수왈비도현) : 비록 오도자가 아니라 할지언정 的在新羅代(적재신라대) : 신라 시대 것만은 틀림이 없도다 物古藝亦殊(물고예역수) : 옛것에다 예술성마저 뛰어났으니 觀之自心快(관지자심쾌) : 쳐다보면 마음 절로 상쾌하도다 莫較吳與羅(막교오여라) : 오도자의 것과 신라 것을 비교말고 寶之毋欲壞(보지무욕괴) : 고이고이 간직하여 상하지 않게 할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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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서루(正陽西樓)-허균(許筠) 정양사 서루에서-허균(許筠)
萬峯秋盡玉參差(만봉추진옥참차) : 가을 다 간 일만 봉우리 옥돌 같아 笑倚西樓落日時(소의서루락일시) : 해질 무렵 서쪽 누대에 기대어 웃어본다 欲寫廬山眞面目(욕사려산진면목) : 여산의 진면목을 그리고야 싶지만 世間安有謫仙詞(세간안유적선사) : 이 세상에 어찌 신선의 시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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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훈사1(表訓寺1)-허균(許筠) 표훈사-허균(許筠)
玲瓏金碧纈林端(령롱금벽힐림단) : 영롱한 금벽이 수풀 끝에 얽혀있고 廣殿無人夕磬殘(광전무인석경잔) : 넓은 대전에는 아무도 없고 저녁 종소리 사라진다 疑有龍天來洒掃(의유룡천래쇄소) : 아마도 스님이 와 쇄소를 하나보다 爐煙霏作裔雲盤(로연비작예운반) : 화로에는 자욱한 연기 경사로운 구름이 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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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훈사2(表訓寺2)-허균(許筠) 표훈사-허균(許筠)
寺廢重新亦有緣(사폐중신역유연) : 폐한 절 새로 새우니 이 또한 인연 老師神力動諸天(로사신력동제천) : 늙은 스님 신력이 제천을 움직였구나 珠宮忽湧蓮花地(주궁홀용련화지) : 주궁이 갑자기도 연화꽃 땅에 솟아나니 想被曇無笑輾然(상피담무소전연) : 생각할수록 보살 담무가는 벙실벙실 웃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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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연(鳴淵)-허균(許筠) 명연-허균(許筠)
陰竇窺䆗窱(음두규규조) : 그늘진 구멍, 아득하고 깊어 幽幽黮環灣(유유담환만) : 깊숙한 물빛 검게 돌아 둥글다 下有千歲虯(하유천세규) : 아래에는 천년 묵은 이무기놈 佶栗深處蟠(길률심처반) : 한 구석 깊은 곳에 힘차게 서려 있다 有時吐白氣(유시토백기) : 이따금 하얀 기운 뱉어 내니 霏作煙漫漫(비작연만만) : 비가 안개되어 자욱하구나 何時變雷雨(하시변뢰우) : 어느 때야 천둥과 비로 변하여 飛上瑤臺端(비상요대단) : 신선 사는 저 곳, 끝으로 날아오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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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망고대하(從望高臺下)-허균(許筠) 망고대에서 내려와-허균(許筠)
躋險闖窾崖(제험틈관애) : 험한 길을 올라라 빈 비탈을 나오며 臨幽憩潭洞(림유게담동) : 깊숙한 곳에 다다라 골짜기 못에 쉬었다 亂流屢褰裳(란류루건상) : 어지러운 물살에 자주 바지를 걷으며 危杠僅移踵(위강근이종) : 위태한 외다리라 겨우겨우 발꿈치 옮겨간다 牽藤幾投距(견등기투거) : 등나무 끌며 몇 번이나 멀리 다리를 뻗었던가 驀澗先賈勇(맥간선가용) : 먼저 용기를 내어 골짝물을 뛰어넘으니 臺唇仰干霄(대진앙간소) : 누대머리는 치솟아 하늘 바라보며 지킨다 巖腹如側罋(암복여측옹) : 바위의 가운데느 항아리 기울인 것 같고 滑蘇上玲瓏(활소상령롱) : 위는 영롱하여 미끄러질 듯하여라 深淵下濛澒(심연하몽홍) : 아래로 음산한 것은 깊은 저 못이어라 斷广跼還眩(단엄국환현) : 징검다리 딛자 현기증이 일어 몸을 굽힌다 鐵絙攀仍恐(철환반잉공) : 쇠줄 끈을 붙잡아도 이내곧 두려워진다 進一步澾魂(진일보달혼) : 한 걸음 내딛어도 정신이 미끌어지는 듯 하다 俯睨駭神竦(부예해신송) : 밑을 보니 정신이 놀라 아찔해지고 踰險心始豫(유험심시예) : 험한 비탈을 넘어서야 마음 갈앉는다 躋嶺目方縱(제령목방종) : 마루턱에 오르니 눈이 사방으로 열리어 衆壑瞰嶙峋(중학감린순) : 울뚝불뚝 가파른 온 골짜기가 내려다보인다 郡巒拱巃嵷(군만공롱종) : 여러 산봉우리는 가파른 산을 둘러싸고 冷風飛蘭林(랭풍비란림) : 불어오는 선들바람이 난초숲을 날린다 天籟引韶鳳(천뢰인소봉) : 자연의 소리는 갖은 음악소리 끌어오는데 傍隒得蓮宮(방엄득련궁) : 곁에 있는 낭떠러지에 절집이 있구나 翔空抗虹棟(상공항홍동) : 아름드리 기둥은 날 듯이 공중 솟아있어 息倦抛隱囊(식권포은낭) : 보따리 내던지고 피로를 풀어본다 充飢列蒲供(충기렬포공) : 널려진 공양으로 주림 채우고 興極反輕生(흥극반경생) : 흥이 지극하여 목숨을 가볍게 여겼지만 魄悸猶思痛(백계유사통) : 넋이 놀라니 오히려 생각이 고통스러워진다 留戒後至徒(류계후지도) :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경계하노니 其思性命重(기사성명중) : 목숨이 귀한 것임을 깊이 생각이나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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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사(靈源寺)-허균(許筠) 영원사-허균(許筠)
螺宮高削翠芙蓉(나궁고삭취부용) : 깎아지른 산빛에 절이 우뚝 솟아 日出金霏射牖濃(일출금비사유농) : 해가 돋자 금빛 짙게 창문을 쏘아댄다 舍利舊藏多寶塔(사리구장다보탑) : 사리는 예부터 다보탑에 감췄는데 沙彌猶扣下堂鍾(사미유구하당종) : 상좌중은 오히려 하당(下堂)의 종을 친다 蓮花晝集聽經鳥(연화주집청경조) : 낮에는 연꽃에 새가 모여 독경 소리 듣고 雲氣秋盤入洞龍(운기추반입동룡) : 구름 기운 가을에 서리어 용이 골에 든다 絶境偶拚人外賞(절경우변인외상) : 외딴 곳에 우연히 인간 밖 경치 보아 振衣伋陟望高峯(진의급척망고봉) : 옷 떨쳐 입고 곧바로 망고봉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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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왕백천동(十王百川洞)-허균(許筠) 시왕백천동에서-허균(許筠)
陰洞窺靚深(음동규정심) : 어둑한 골짜기 그 깊은 곳 들여보며 回川涉泱漭(회천섭앙망) : 넘실넘실 돌아드는 하천을 아득히 건너간다 線路仄峻崖(선로측준애) : 오솔길은 험한 언덕에 매달려 있고 嵌壁環穹嶂(감벽환궁장) : 깊은 골짜기벽은 높은 산을 둘렀구나 搜奇忘險艱(수기망험간) : 좋은 경치 더듬어 찾다가 험한 것도 잊고 陟高勞偃仰(척고로언앙) : 높은 데를 올르다 피곤하여 엎드려 쳐다본다 匯磵怒湍崩(회간노단붕) : 성낸 물결 무너져 급한 소를 이루고 拔地危峯上(발지위봉상) : 땅을 뽑아 올린 듯 높은 봉우리 솟아있다 斷硿屢改屐(단공루개극) : 끊어진 벼랑에서 신을 몇 번이나 고쳐 신고 傾巖費移杖(경암비이장) : 경사진 바위에는 지팡이도 옮기지 못한다 瀑流洒還空(폭류쇄환공) : 폭포는 물 뿌리다가 도로 잠잠해지고 石角森相向(석각삼상향) : 돌 머리는 쭝긋쭝긋 서로 맞서 늘어섰다 葱倩楓括交(총천풍괄교) : 파릇파릇 풍괄은 서로 엉켜있고 晻靄霏煙漲(엄애비연창) : 어둑한 물안개는 아른아른 연기처럼 퍼진다 冥詮幸遐討(명전행하토) : 신비한 법전을 멀리 찾자아 逸境留淸賞(일경류청상) : 뛰어난 곳에 맑은 구경거리 남기는구나 勝景愜幽悁(승경협유연) : 좋은 경치는 깊숙한 정에 흡족하고 玄悟快煩想(현오쾌번상) : 현묘한 깨우침 번뇌를 쾌히 씻어낸다 縣閬通絶港(현랑통절항) : 낭현은 절항과 서로 통해서 喬簫非遠響(교소비원향) : 선인 왕교의 퉁소소리 먼 곳이 아니구나 謫籍尙通班(적적상통반) : 귀양살이 오히려 반과 통하거늘 天梯咸飛爽(천제함비상) : 공중에 친 사닥다리도 더러는 날아오른다 芝車倘下來(지차당하래) : 선인이 수레 타고 만약에 내려온다면 一笑解世網(일소해세망) : 한번 웃으며 세상살이 얽힘을 풀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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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사(長安寺)-허균(許筠) 장안사에서-허균(許筠)
化城眺生臺(화성조생대) : 방편교인 화성에서 생대를 보니 洞宮依崇岫(동궁의숭수) : 통궁은 높은 봉을 의지해 있었다 突兀騫鳳甍(돌올건봉맹) : 우뚝하여 봉맹이 나를 듯하고 參差列雲構(참차렬운구) : 들쭉날쭉 운구가 줄지어 있었다 藻井倒垂蓮(조정도수련) : 마름 떠 있는 우물에 연꽃 거꾸로 대롱거리고 虹梁屈承霤(홍량굴승류) : 무지개 다리는 구부러져 처마 물 받는구나 纏龍覆金龕(전룡복금감) : 서린 용은 금감을 뒤덮었고 伏猊蹲瑤甃(복예준요추) : 엎드린 사자의 요추에 웅크렸구나 法像煥巍崇(법상환외숭) : 법 갖춘 형상은 빛나고 높고 높았고 鬼物紛決驟(귀물분결취) : 귀신 물건들은 어지러이 달아나려 하는구나 玉毫絢彤霄(옥호현동소) : 부처의 백호상인 옥호는 붉은 하늘 비치고 紺霞弄晴晝(감하롱청주) : 감(紺)색 노을은 맑은 날에 흩날리는구나 貝葉當午飜(패엽당오번) : 대낮이면 불경을 뒤적거리고 洪鍾候晨扣(홍종후신구) : 새벽이면 큰 쇠종을 두들겨대는구나 旃檀妙香焚(전단묘향분) : 전단 향나무에 묘한 향불 타올라 闥婆天樂奏(달파천악주) : 달파라 천당의 음악이 울려퍼지고 珪幣萃捨施(규폐췌사시) : 구슬과 폐백은 시주물건으로 모여드는구나 人天極趍走(인천극추주) : 사람과 하늘이 모두 늦게도 가고 夙齡遐賞違(숙령하상위) : 이른 나이에 먼리 구경가는 일 어겼도다 玆遊壯觀富(자유장관부) : 이곳에는 놀아보니 볼만한 경치 많기도 하다 探奇情始愜(탐기정시협) : 좋은 경치 찾는 일 내 마음에 흡족하여 討幽計方售(토유계방수) : 그윽한 벽촌을 찾을 계획 이제야 이루는구나 稽首不動尊(계수불동존) :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전에 움직이지 않으니 天眼非虛覯(천안비허구) : 천당의 안목 헛되게 보는 것 아니도다 空花捐起滅(공화연기멸) : 눈 앞에 헛된 망상 소멸하는 것 버리고 正法無聲臭(정법무성취) : 바른 법도에는 소리와 냄새도 하나 없도다 洗心願歸依(세심원귀의) : 마음 씻고 귀의하길 원하나니 燈燈在傳授(등등재전수) : 등과 등을 잇는 것은 진리를 전함에 있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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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령(歡喜嶺)-허균(許筠) 환희령에서-허균(許筠)
陟巘眺蓬萊(척헌조봉래) : 봉우리에 올라 봉래산 바라보니 瓊峯四面開(경봉사면개) : 구슬같은 봉우리사방으로 열렸구나 蒼茫日月色(창망일월색) : 까마득한 해빛과 달빛 照耀金銀臺(조요금은대) : 금은대를 밝게 비추는구나 高嘯千巖動(고소천암동) : 높은 휘파람 일천 바위가 흔들리고 長風萬里來(장풍만리래) : 긴 바람은 만리를 불어오는구나 王喬在何處(왕교재하처) : 신선 왕교 사는 곳은 어느 곳인가 天外鶴飛回(천외학비회) : 하늘 밖에 학이 돌아 날아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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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구(通溝)-허균(許筠) 통구에서-허균(許筠)
度澗攀危逕(도간반위경) : 시내 지나 위태로운 길 오르니 山腰棧閣分(산요잔각분) : 산허리에 잔교가 나누어지는구나 孤村昏細雨(고촌혼세우) : 외로운 마을엔 가랑비 자욱하고 遠岫起寒雲(원수기한운) : 먼 봉우리에서 찬 구름 피어나고 田父時相値(전부시상치) : 시골 늙은이들 이따금 서로 만나니 樵歌遠或聞(초가원혹문) : 나무꾼 소래소리 멀리서 들려온다 臨溪問茅店(림계문모점) : 개천에 다다라 주막집 찾으니 煙樹已斜曛(연수이사훈) : 이내 어린 숲에는 이미 햇살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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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금성(宿金城)-허균(許筠) 금성에서 묵으며-허균(許筠)
縣郭依山樾(현곽의산월) : 고을 성곽 산기슭에 붙어 荒齋俯樹林(황재부수림) : 낡은 집은 나무 숲을 굽어본다 使君能館穀(사군능관곡) : 원님이 먹을 양식 주시니 行子有歡心(행자유환심) : 나그네 마음이 흐뭇도 하다 客久秋强半(객구추강반) : 오랜 타향살이에 가을도 깊어 談餘夜向深(담여야향심) : 이야기 끝에 밤 깊어간다 風簾閃燈影(풍렴섬등영) : 주렴에 부는 바람에 등잔 어른거리고 雨砌澁蟲音(우체삽충음) : 뜨락에 비 내리고 벌레 소리 시끄럽다 玉膾絲絲斫(옥회사사작) : 실오리처럼 생선회를 썰어서 香醪細細斟(향료세세짐) : 맛있는 술 조금씩 따라 마신다 窮途一飽足(궁도일포족) : 궁할 때는 한 번 포식도 만족스러워 感激意難任(감격의난임) : 감격하여 마음에 맞기기도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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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객부원(老客婦怨)-허균(許筠) 늙은 나그네 아낙의 원망-허균(許筠)
東州城西寒日曛(동주성서한일훈) : 동주 성 서쪽, 차가운 해 뉘엿뉘엿 寶蓋山高帶夕雲(보개산고대석운) : 우뚝한 보개산이 저녁 구름 감싸 있다 皤然老嫗衣藍縷(파연로구의남루) : 머리 허옇게 센 늙은 할미, 남루한 옷차림 迎客出屋開柴戶(영객출옥개시호) : 손님 맞아 방을 나와 사립문을 열어준다 自言京城老客婦(자언경성로객부) : 스스로 말하기를, 서울 늙은 나그네 아낙 流離破産依客土(류리파산의객토) : 파산하여 떠돌다가 객지에 사는 신세가 되었다오 頃者倭奴陷洛陽(경자왜노함락양) : 저 지난날 왜놈들이 서울을 함락시켜 提携一子隨姑郞(제휴일자수고랑) : 외 아들 손에 잡고 시어머니와 남편 따라 重跡百舍竄窮谷(중적백사찬궁곡) : 삼백리 길 걷고 걸어 깊은 골에 숨어왔소 夜出求食晝潛伏(야출구식주잠복) : 밤에 나와 밥을 빌고 낮에는 숨어 살았소 姑老得病郞負行(고로득병랑부행) : 시모 늙어 병을 얻어 남편이 업고 가니 蹠穿崢山不遑息(척천쟁산불황식) : 험한 산길에 발바닥이 다 뚫어져도 쉴지도 못했소 是時天雨夜深黑(시시천우야심흑) : 이런 때, 비는 내려 밤이 더욱 캄캄하니 坑滑足酸顚不測(갱활족산전불측) : 길 미끄럽고 다리 시러워 언제 넘어질지 몰랐소 揮刀二賊從何來(휘도이적종하래) : 칼 휘두르는 두 왜적은 어디서 왔는지 闖暗躡蹤如相猜(틈암섭종여상시) : 어둠 속에 머리 내밀며 서로 다투어 뒤를 밟아 怒刃劈脰脰四裂(노인벽두두사렬) : 성난 칼날 목을 갈라서 목이 찢어졌소이다 子母倂命流冤血(자모병명류원혈) : 어미와 아들 다 죽어 원한의 피 흐르고 我挈幼兒伏林藪(아설유아복림수) : 나는 어린아이를 끌고 덤불 속에 엎드렸소 兒啼賊覺驅將去(아제적각구장거) : 아이 울음에 들켜 잡혀가고 말았으니 只餘一身脫虎口(지여일신탈호구) : 내 한 몸 겨우 남아 호랑이 굴을 벗어났지만 蒼黃不敢高聲語(창황불감고성어) : 허둥지둥 경황없어 소리 높여 말조차 못했소 明朝來視二骸遺(명조래시이해유) : 다음 날 아침 와서 보니 두 시체 버려져 不辨姑屍與郞屍(불변고시여랑시) : 시모인지 남편인지 분간할 길 없었다오 烏鳶啄腸狗嚙骼(오연탁장구교격) : 솔개와 까마귀 창자 쪼고, 들개는 살 뜯으니 虆梩欲掩憑伊誰(라리욕엄빙이수) : 삼태기와 흙수레로 덮어가리려해도 누가 도와주랴 辛勤掘得三尺窞(신근굴득삼척담) : 석 자 깊이 구덩이를 천신만고로 겨우 파서 手拾殘骨閉幽坎(수습잔골폐유감) : 남은 뼈골 손수 모아 봉토하고 나니 煢煢隻影終何歸(경경척영종하귀) : 의지 없는 외그림자 끝내는 어디로 돌아갈까 隣婦哀憐許相依(린부애련허상의) : 이웃 아낙 슬피 여겨 함께 살자 하여 遂從店裏躬井臼(수종점리궁정구) : 이 주막에 더부살이 방아 찧고 물 길렀소 餽以殘飯衣弊衣(궤이잔반의폐의) : 남은 밥 먹여 주고 낡은 옷 입혀 주어 勞筋煎慮十二年(로근전려십이년) : 지치고 마음졸이기 열두 해가 되었다오 面黧髮禿腰脚頑(면려발독요각완) : 주름진 얼굴, 듬성머리, 허리도 다리도 뻐근한데 近者京城消息傳(근자경성소식전) : 근자에 서울 소식 드문드문 들려왔소 孤兒賊中幸生還(고아적중행생환) : 내 불쌍한 아이는 적중에서 다행히도 살아나와 投入宮家作蒼頭(투입궁가작창두) : 대궐에 투숙하여 창두가 되었다 하오 餘帛在笥囷倉稠(여백재사균창조) : 옷장에는 남은 비단, 창고에는 곡식 가득하니 娶婦作舍生計足(취부작사생계족) : 장가들고 집 마련하여 생계가 풍족하다 하나 不念阿孃客他州(불념아양객타주) : 타관살이 나그네 처지 제 어미께 생각 못하니 生兒成長不得力(생아성장불득력) : 낳은 아들 성장해도 그 덕을 보지 못하오 念之中宵涕橫臆(념지중소체횡억) : 생각할수록 한밤중에 눈물이 가슴 적시고 我形已瘁兒已壯(아형이췌아이장) : 내 꼴은 다 시들고 아들은 이미 장년이 되었소 縱使相逢詎相識(종사상봉거상식) : 설사 서로 만나더라도 알아볼 리 있을까 老身溝壑不足言(로신구학불족언) : 늙은 몸 구렁에 버려지는 건 더 말할 나위 없거니 安得汝酒澆父墳(안득여주요부분) : 너의 술이라도 얻어 아비 묘에 올려볼 수 없겠는가 嗚呼何代無亂離(오호하대무란리) : 아 슬프구나, 어느 시대인들 난리야 없으랴만 未若妾身之抱冤(미약첩신지포원) : 이 못난 여편네가 품은 원한은 아직도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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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역(豐田驛)-허균(許筠) 풍전역에서-허균(許筠)
早霜初落雁呼群(조상초락안호군) : 이른 서리 처음 내리자 기러기는 무리를 부르고 天外遙岑起暝雲(천외요잠기명운) : 하늘 밖의 아득한 봉우리에 어두운 구름 피어오른다 日暮傍山投古驛(일모방산투고역) : 곁 산에는 날 저무는데 옛날 역을 찾아드니 馬前紅葉正紛紛(마전홍엽정분분) : 말 앞에는 붉은 나뭇잎이 우수우수 흩날려 뜰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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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담정경서작(金水潭正卿墅作)-허균(許筠) 수당 김정경의 별장에서짓다-허균(許筠)
層嶂帶茅茨(층장대모자) : 층계진 산이 띳집을 둘러싸고 煙蘿斂暝姿(연라렴명자) : 등라(藤蘿)에는 어둑한 이내 걷혔다 誰知靜者意(수지정자의) : 고요히 사는 자의 뜻 뉘라 알랴 不負故人期(불부고인기) : 친구의 기약을 저버리지 않는다 日落巖泉媚(일락암천미) : 해가 지니 바윗가 샘은 한결 곱고 風生竹樹悲(풍생죽수비) : 바람 부니 대나무는 스걸퍼진다 東峯有初月(동봉유초월) : 동녘 산봉우리에 초생달 오르면 謝朓得新詩(사조득신시) : 사조는 새로운 시를 지어 얻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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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도중(抱川道中)-허균(許筠) 포천 가은 주에-허균(許筠)
刈稻人歸郭(예도인귀곽) : 벼 베고 성 밖에서 돌아오는데 銜蘆雁下田(함로안하전) : 갈대를 문 기러기는 밭에 날아내린다 歲華行暮矣(세화행모의) : 이 해도 저물어가는데 客況轉凄然(객황전처연) : 나그네 처지 절로 처량만하구나 遠岫斜呑日(원수사탄일) : 먼 산은 비스듬히 해를 삼키고 孤村半帶煙(고촌반대연) : 외진 마을 절반이 안개 속에 가린다 平生倦遊恨(평생권유한) : 평생동안 놀이에 지쳐버려 容鬢近彫年(용빈근조년) : 안색과 모발(毛髮) 어느덧 시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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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곡가(續曲歌)-허균(許筠) 속곡가-허균(許筠)
十四爲君婦(십사위군부) : 열 네 살에 당신 아내되어 二十去君家(이십거군가) : 스물에 당신 집을 떠났지요 路逢相識者(노봉상식자) : 길에서 아는 사람 만나 寄君雙蔕花(기군쌍체화) : 쌍체화를 보내드립니다 心中不得語(심중부득어) : 마음 속을 말로 못하고 腹作車輪轉(복작거륜전) : 배에서만 수레바퀴만 굴렀다오 我是歡家妻(아시환가처) : 나는 곧 임의 집 아낙네 였건만 思歡不可見(사환불가견) : 임이 그리워도 볼 수 없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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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도중(定州道中)-허균(許筠) 정주로 가는 길에-허균(許筠)
王程冉冉出西關(왕정염염출서관) : 사신길 가고 또 가 서관을 벗어나 昨夜鄕園夢裏還(작야향원몽리환) : 어젯밤에는 꿈속에 고향에 돌아갔소 暖日羸驂行正苦(난일리참행정고) : 날 덥고 말도 지쳐 걷기가 정말 괴로워 天邊何處定州山(천변하처정주산) : 하늘가 어느 곳이 정주의 산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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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루1(百祥樓1)-허균(許筠) 백상루-허균(許筠)
高樓架層霄(고루가층소) : 높은 누 치솟은 하늘 下有長江流(하유장강류) : 아래로 긴 강이 흘러간다 暇日扶我病(가일부아병) : 틈을 내 병든 몸 이끌고 攀陟聊淹留(반척료엄류) : 더위잡고 오르다 잠시 쉰다 仰看香爐峯(앙간향로봉) : 고개 들어 향로봉 바라보니 紫翠雲外浮(자취운외부) : 붉고 푸른 빛 구름 밖에 떠있고 何當理蠟屐(하당리랍극) : 어찌하면 밀랍 바른 신 신고 直躋最上頭(직제최상두) : 곧장 저 최상봉을 올라보나 仙期若汗漫(선기약한만) : 신선이 되기는 너무도 막연하고 黯然生覊愁(암연생기수) : 얽매인 세상살이 암울하구나 緬想獨徘徊(면상독배회) : 아련히 홀로 서성대노니 西日下簾鉤(서일하렴구) : 서산의 지는 해는 발에 걸렸구나 人生無百歲(인생무백세) : 인생이란 백 살도 못사는데 物役爲煩憂(물역위번우) : 물욕에 팔려 근심만 번거롭구나 名利赤徒爾(명리적도이) : 명예도 이익도 모두가 헛된 것 奈何不早休(내하불조휴) : 어찌 진작 그만두지 못했는가 行將畢王事(행장필왕사) : 이제라도 왕사를 끝마친다면 投紱歸巖幽(투불귀암유) : 벼슬살이 그만두고 산골로 돌아가자 寄語鶴上人(기어학상인) : 학을 탄 사람에게 말 부치노니 肯許仍丹丘(긍허잉단구) : 즐겁게 선경놀일 허락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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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야기사(客夜記事)-허균(許筠) 객사에서 밤에 짓다-허균(許筠)
燈花悄悄閃風帷(등화초초섬풍유) : 등잔불빛 시름겹게 바람 이는 휘장에 번쩍 夢罷窓櫳缺月窺(몽파창롱결월규) : 꿈에서 깨어나니 조각달은 창문을 엿보는구나 陌上遊人歸未盡(맥상유인귀미진) : 언덕 위에 노는 사람 아직 돌아다가지 않고 夜闌猶聽玉參差(야란유청옥참치) : 밤늦도록 옥퉁소 소리는 들렸다가 말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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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하성중작(初夏省中作)-허균(許筠) 초여름 성 안에서-허균(許筠)
田園蕪沒幾時歸(전원무몰기시귀) : 전원이 황폐하니 언제나 돌아가나 頭白人間宦念微(두백인간환념미) : 머리 희어지는 인간세상, 벼슬생각 없다 寂寞上林春事盡(적막상림춘사진) : 적막한 상림에는 봄날이 다 가는데 更看疎雨濕薔薇(경간소우습장미) : 성긴 비에 젖은 장미 다시 또 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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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조천록(丁酉朝天錄)-허균(許筠) 정유조천록-허균(許筠)
傳通抹桑寇(전통말상구) : 소식들으니, 왜국이 우리나라 짓밟아와 潛邀下瀨師(잠요하뢰사) : 바다에 목을 지켜 수군을 기습하였다 하네 戈舡俄渰水(과강아엄수) : 병선이 파도 속에 뒤집어져 都護摠輿屍(도호총여시) : 통제사라 수사가 다 죽었다 하네 漢將能誅粤(한장능주월) : 한나라 장군은 능히 월나라 베었지마는 周居恐邑岐(주거공읍기) : 주 나라는 두려워 기산으로 도읍 옮겼다네 中宵坐垂涕(중소좌수체) : 한밤중에 홀로 앉아 눈물 쏟으니 憂憤有誰知(우분유수지) : 이 근심과 이 분통을 그 누가 알아주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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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조천록(丁酉朝天錄)-허균(許筠) 정유조천록-허균(許筠)
時序屬高秋(시서속고추) : 절기가 한가을이 되니 流年暗中失(류년암중실) : 이 해도 모르는 사이에 거의 지났다 賞月有佳篇(상월유가편) : 달 구경에 아름다운 시 있으니 才情推第一(재정추제일) : 재주와 정조가 제일이라 추천합니다 正値秋風節(정치추풍절) : 가을 바람 제 시절을 이제 만나니 金波漲滿天(금파창만천) : 금물결 하늘 가득 출렁이는구나 夜闌偏皎潔(야란편교결) : 늦은 밤이 유달리 희고 깨끗하니 淸景最今年(청경최금년) : 금년 들어 제일 맑은 경치이로다 浩彩流銀漢(호채류은한) : 하얀 빛깔 은하수로 흐르고 寒輝漾玉京(한휘양옥경) : 찬 빛깔은 서울에 넘실거린다 嫦娥如欲語(항아여욕어) : 항아가 무슨 말 하고 싶은 듯 轉作十分明(전작십분명) : 완전히 둥글어져 저렇게 밝아졌도다 携影步中庭(휴영보중정) : 그림자에 이끌려 뜰 가운데로 걸어가니 寒光徹人骨(한광철인골) : 싸늘한 빛이 뼛골에 스며드는구나 傳語李謫仙(전어리적선) : 적선 이태백에게 소식 전하노니 把酒來問月(파주래문월) : 술 들고 와 저 달에게 물어보소서 對酒惜淸景(대주석청경) : 술을 대하니 맑은 빛이 아까워져 愴然傷客心(창연상객심) : 먼 나그네 마음이 서글퍼지는구나 古來人望月(고래인망월) : 예부터 사람마다 달 봤지만 何者到如今(하자도여금) : 어떤 사람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가 故國亦明月(고국역명월) : 내 고향도 밝은 달은 마찬가지 居人愁寂寥(거인수적요) : 집안 사람 시름겨워 허전도 하리라 應憐萬里客(응련만리객) : 응당 만 리 나그네를 불쌍히 여겨 天畔度今宵(천반도금소) : 하늘가서 이 밤을 지새고 있도다 北里姬彈瑟(북리희탄슬) : 북촌에선 미인이 비파를 타고 東隣客按歌(동린객안가) : 동촌에선 나그네 노래를 부르노라 吟詩酬勝景(음시수승경) : 시 읊으며 좋은 경치 답하노니 月色爲誰多(월색위수다) : 달빛은 뉘를 위해 더욱 밝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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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帝都)-허균(許筠) 제왕의 도읍-허균(許筠)
帝都何巍巍(제도하외외) : 제왕의 도읍이라, 어찌 그리도 우람한지 樓殿鬱雲虹(루전울운홍) : 누각과 궁전에 구름과 무지개 솟아오른다 熾昌二百載(치창이백재) : 불꽃처럼 번창한 이백여 년 赫業行其雄(혁업행기웅) : 빛난 업적이 이렇게도 웅장하도다 治風遍宇內(치풍편우내) : 다스리던 풍교가 사해에 두루 미치고 文物盛寰中(문물성환중) : 예악과 문물은 온 세상에 가득하도다 天子朝月朔(천자조월삭) : 천자는 초하룻날 조회를 보아 曉闢明光宮(효벽명광궁) : 새벽에 명광궁이 활짝 열리는구나 鳴環集百辟(명환집백벽) : 옥패소리 울리니 사방에서 제후가 모여들고 拂霧朝群公(불무조군공) : 안개를 헤치고 뭇 공경들이 조회한다 仗引鉤陳轉(장인구진전) : 의장이 구진을 인도하여 돌아나오자 鍾鳴閶闔通(종명창합통) : 종이 울려 대궐문으로 통해지는구나 黼座擁裔雲(보좌옹예운) : 보좌엔 오색 구름 옹위 하여 怳若日出東(황약일출동) : 마치 해가 동쪽에서 솟는 듯하구나 遠人重譯至(원인중역지) : 먼 나라 사람들 위해 역관이 와서 萬里來觀風(만리래관풍) : 만 리를 와서 문물을 구경을 하는구나 庭實列貢篚(정실렬공비) : 뜰에는 실로 조공 폐백이 줄지어 늘어서 拜舞瞻重瞳(배무첨중동) : 배알하며 천자를 우러러본다 嗟爾箕封客(차이기봉객) : 아, 우리 기자 나라 사람들에게 渥澤偏其洪(악택편기홍) : 끼친 은택 유달리 크도다 微禹吾其魚(미우오기어) : 우의 치수 아니었으면 우리는 고기밥 신세니 感涕祝華嵩(감체축화숭) : 감격에 찬 눈물로써 만수무강을 비나이다 東海尙揚波(동해상양파) : 동해에선 아직도 난리가 있어 中丞受彤弓(중승수동궁) : 중승이 공을 세워 붉은 활을 받았다 願言宣九伐(원언선구벌) : 원컨대, 널리 토벌하여 終使除群兇(종사제군흉) : 여러 흉한 도적을 깨끗이 없애주소서 耕鑿再粒民(경착재립민) : 백성들 농사지어 밥 먹이면서 永頌吾皇功(영송오황공) : 영원히 우리 황제의 공을 찬송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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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주(通州)-허균(許筠) 통주에서-허균(許筠)
通州控帝州(통주공제주) : 통주는 황성을 끼고 轉餉此咽喉(전향차인후) : 곡식을 운반하는 중요한 길목이다 廛市陳蕃貨(전시진번화) : 시장에는 외국 물건 널려져 있고 江橋集海舟(강교집해주) : 강의 다리에는 바다의 배들이 모여든다 逢人皆越客(봉인개월객) : 만나는 사람은 모두가 월나라 사람 沽酒上津樓(고주상진루) : 술 사 들고 진루로 올라보노라 遊子空留聽(유자공류청) : 길손이 공연히 머물러 듣노니 蕭蕭兩鬢秋(소소량빈추) : 두 귀밑머리에 찾아오는 쓸쓸한 가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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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주(薊州)-허균(許筠) 계주에서-허균(許筠)
向晩譙笳咽(향만초가인) : 저물녘, 성에 피리소리 울리자 翩翩探騎旋(편편탐기선) : 나풀나풀 정탐병이 도는구나 山低天襯薊(산저천친계) : 산은 낮아 하늘은 계주에 붙고 野曠樹浮燕(야광수부연) : 들판은 넓어 나무는 연경에 뜨있구나 漸覺皇居近(점각황거근) : 황성이 가까움을 점점 깨닫게 되니 還敎客寢便(환교객침편) : 나그네 잠자리도 편안해지는구나 漁陽豪俠地(어양호협지) : 어양은 협객들이 사는 땅이라 擊鼓尙鏜然(격고상당연) : 북소리가 아직도 두둥둥 울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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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부(永平府)-허균(許筠) 영평부에서-허균(許筠)
盧龍城裏日初曛(로룡성리일초훈) : 노룡성 안에 날 저물자 右北山頭結陣雲(우북산두결진운) : 우북산 꼭대기에 뭉게구름 모이나 共說單于來牧馬(공설단우래목마) : 모두들 말하기를, 오랑캐 와서 말 먹이며 漢家誰是李將軍(한가수시리장군) : 한 나라의 이장군이 누구냐고 말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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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관(山海關)-허균(許筠) 산해관에서-허균(許筠)
地理臨滄海(지리림창해) : 땅은 바다에 임해있는데 長垣接固原(장원접고원) : 긴 담장은 고원에 맞닿았구나 關防嚴暴客(관방엄폭객) : 관방은 난폭한 놈에 엄하고 管鑰壯重門(관약장중문) : 관약은 겹겹문이 튼튼하도다 四野桑麻室(사야상마실) : 사방 들엔 상마의 집 連營戊己屯(련영무기둔) : 잇닿은 집들은 무기고이로다 太平無戰伐(태평무전벌) : 태평하여 전쟁이 없어 民物荷聖恩(민물하성은) : 백성들과 여러 가지 임금의 은혜로다 絶塞開雄鎭(절새개웅진) : 변방에 웅대한 진지가 열려 있고 重關設巨防(중관설거방) : 중요한 관문이라 방어망도 거대하구나 治兵副都尉(치병부도위) : 군사를 맡은 이는 부도위요 留鑰職方郞(류약직방랑) : 열쇠를 쥔 사람은 직방랑이로다 邑屋歌蕃曲(읍옥가번곡) : 읍의 집에서는 번곡을 부르고 津橋稅浙商(진교세절상) : 진교에는 절강 상인들에게 세금을 물린다 遠客胡不樂(원객호불악) : 먼 나그네 어찌 즐겁지 않으리오 賖酒勸君賞(사주권군상) : 술을 주며 맛 좀 보라 권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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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산(杏山)-허균(許筠) 행산에서-허균(許筠)
遠客愁無睡(원객수무수) : 먼 길 나그네 시름겨워 잠도 오지 않고 新涼入鬢絲(신량입빈사) : 올 해의 차가운 바람은 귀밑머리 찾아든다 雁聲天外遠(안성천외원) : 기러기 소리 하늘 밖에 멀어지고 蟲語夜深悲(충어야심비) : 밤 깊어 벌레 소리 처량도 들려온다 勳業時將晩(훈업시장만) : 공업을 세우기에는 때 장차 늦어지고 漁樵計亦遲(어초계역지) : 어부와 나무꾼으로 돌아갈 계획도 늦어진다 起看河漢轉(기간하한전) : 일어나 바라보니 은하수는 돌아가고 曉角動城埤(효각동성비) : 새벽 고동소리는 성벽에 요동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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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성(寧遠城)-허균(許筠) 영원성-허균(許筠)
橫梢走馬驀長坡(횡초주마맥장파) : 달리는 말 채찍질 하여 긴 둑 내달아 年少相逢意氣多(년소상봉의기다) : 소년들 서로 만나니 의기가 양양하구나 笑脫羅衫沽美酒(소탈라삼고미주) : 웃으며 비단 두루막 벗고 맛있는 술 사 倡樓留唱女郞歌(창루류창녀랑가) : 청루에 머물러 쉬면서 여랑가를 부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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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진보관왕묘(北鎭堡關王廟)-허균(許筠) 북진보 관왕의 사당-허균(許筠)
門前古碣臥苔中(문전고갈와태중) : 문 앞의 옛 비석 이끼 속에 깔려있고 蕭颯叢林一畝宮(소삽총림일무궁) : 소조한 풀숲에 한 이랑 묘궁터로구나 殿角幡幢明夕照(전각번당명석조) : 전각의 깃발은 저녁 노을에 눈부시고 墻頭杉檜響凄風(장두삼회향처풍) : 담 머리엔 삼나무와 회나무의 찬 바람 소리로다 丹靑畫壁雲雷壯(단청화벽운뢰장) : 단청한 그림 벽에는 구름과 뇌성 요란하고 香火空堂鬼物雄(향화공당귀물웅) : 향불 타는 빈 사당에 괴물이 웅장하도다 莫把紙錢招怨魄(막파지전초원백) : 종이 돈으로 원한에 사무친 혼백 부르지 말라 杜鵑啼血野花紅(두견제혈야화홍) : 두견새 울어 피 토하여 들꽃이 빨갛게 되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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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녕(廣寧)-허균(許筠) 광녕-허균(許筠)
都護曾開府(도호증개부) : 일찍이 도호부가 개설되고 中丞更築壇(중승경축단) : 중승이 다시 단을 쌓았었다 旌旗飜日暗(정기번일암) : 깃발들은 해를 가려 어둑하고 戈甲照霜寒(과갑조상한) : 갑옷 창은 서리 비쳐 싸늘하구나 碣石瞻天近(갈석첨천근) : 갈석산 쳐다보니 하늘은 가깝고 開原拓地寬(개원척지관) : 개원이라 개척한 땅 넓기도 하다 皇圖憑此壯(황도빙차장) : 중국 영토도 이 든든한 곳 의지하니 貙虎尙桓桓(추호상환환) : 호랑이 같은 군졸들 지금도 당당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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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산가(駐驆山歌)-허균(許筠) 주필산의 노래-허균(許筠)
蒼山如龍回斷麓(창산여룡회단록) : 푸른산이 용처럼 끊어진 산기슭을 돌아 蜿蜒斗起臨平陸(완연두기림평륙) : 구불구불 치솟아 평평한 땅을 내려보는구나 何年萬乘勞遠征(하년만승로원정) : 어느 해가 되어야 만승천자 원정에 지칠까 往往行人拾遺鏃(왕왕행인습유족) : 이따금 길가는 사람들 떨어진 화살촉을 줍는구나 喜功好大不足云(희공호대불족운) : 공 세우기 좋아하는 수나라 황제 말할 나위 없고 秦皇漢武俱驕君(진황한무구교군) : 진시황과 한무제도 다같이 교만한 임금이로다 區區蜂蠆亦有毒(구구봉채역유독) : 작다고 얕볼 건가 봉채에도 독이 있는데 鳴鏑忽犯玄衣軍(명적홀범현의군) : 소리내며 날아가는 화살이 현의군에 침범했도다 安市城頭鼓紞紞(안시성두고담담) : 안시성 꼭대기선 북소리 둥둥 울려 英公黑麾沙塵暗(영공흑휘사진암) : 이적의 검은 깃발에 모래먼지 자욱하도다 百疋賜縜徒勸忠(백필사운도권충) : 비단 백필 주어서 부질없이 충성 권하여도 寧使蘇文驚破膽(녕사소문경파담) : 어찌 연개소문이 놀라 쓸개가 터지게 하리오 坐令銀海帶箭傷(좌령은해대전상) : 앉아서 명하다가 눈에 화살 맞아 상처입었다지만 此說之傳亦荒唐(차설지전역황당) : 이 말의 전해짐도 황당한 것이로다 玆行雖得一仁貴(자행수득일인귀) : 이 걸음에 설인귀는 얻었지만 其奈人歌武媚娘(기내인가무미낭) : 사람들이 측천무후 비웃어 노래하니 어찌하리오 太子宮中銅馬咽(태자궁중동마인) : 태자궁 앞에는 동마가 목이 메어 울고 房州城中日如血(방주성중일여혈) : 방주성 안에는 해빛이 핏빛처럼 붉었구나 泉下阿☐亦有言(천하아☐역유언) : 저승에 간 양제도 할 말 있으려나 唐室之存僅一髮(당실지존근일발) : 당 나라 왕실의 보존이 겨우 간발의 차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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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평(高平)-허균(許筠) 고평-허균(許筠)
大野通蒲類(대야통포류) : 큰 들판은 포류로 통하고 長墻限槿原(장장한근원) : 긴 담장은 우리나라땅을 경계짓는구나 風悲邊馬動(풍비변마동) : 바람소리 구슬프니 말이 설레고 日落虜塵昏(일락로진혼) : 해가 넘어가니 오랑캐 땅 먼지일어 깜깜하다 未賦從軍樂(미부종군악) : 종군의 즐거움을 읊지 못하니 徒傷去國魂(도상거국혼) : 나라를 떠나가는 마음만 상하는구나 哀笳數聲發(애가수성발) : 슬픈 피리소리 몇 가락 울려퍼지니 不夕掩譙門(불석엄초문) : 저녁 때도 아닌데 망루의 문을 닫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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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관(懷遠關)-허균(許筠) 회원관-허균(許筠)
設鎭臺隍壯(설진대황장) : 대황시 웅장한 곳에 진을 치니 防胡節制强(방호절제강) : 절제사는 강하도다, 오랑캐 막는구나 土風餘俠窟(토풍여협굴) : 지방 풍속에 의협심 남아있고 民俗雜氈鄕(민속잡전향) : 민간습속에 야만성이 섞여있구나 旅館人誰問(려관인수문) : 여관을 묻는이가 누가 있으리오 殊方歲漸涼(수방세점량) : 이역이라 한해도 서늘해 간다 孤燈照無睡(고등조무수) : 외론 등불 비추어 잠은 오지않아 候雁已南翔(후안이남상) : 가을철 기러기는 벌써 남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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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관참(頭關站)-허균(許筠) 두관참에서-허균(許筠)
川流漭沆野蒼茫(천류망항야창망) : 냇물은 넘실거리고 벌판은 아득한데 古戌悲笳斷客腸(고술비가단객장) : 옛 수자리 슬픈 피리 나그네 간장을 끊는다 始覺塞城秋候早(시각새성추후조) : 변방의 가을철은 이렇게도 빠른가 夜深蛩韻已依床(야심공운이의상) : 밤 깊으니 뀌뚜라미 소리 침상에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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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강작(渡江作)-허균(許筠) 강을 건너며 짓다-허균(許筠)
今日日之良(금일일지량) : 오늘은 일진이 좋은 날 我車儼載脂(아차엄재지) : 내 수레에 넉넉히 기름칠했다 紛然冠盖至(분연관개지) : 떠들썩하게 관리들이 줄지어 와서 祖道江之湄(조도강지미) : 전별잔치를 강가에서 벌여주는구나 長波隘連舫(장파애련방) : 긴 물결엔 배들이 들어차 막히고 簫鼓中流悲(소고중류비) : 중류에 울리는 북소리 구슬프구나 勸君湏盡觴(권군회진상) : 권하노니, 이 술잔은 다 비워야 하네 親愛從此辭(친애종차사) : 정다운 사람들과 이제는 떠나야한다니 前途杳何許(전도묘하허) : 갈 길은 아득한데 얼마나 되는가 燕薊路逶遲(연계로위지) : 연경과 계주는 너무도 먼 곳이도다 丈夫貴壯遊(장부귀장유) : 대장부는 장한 외유를 귀히여기는데 兒女徒傷離(아녀도상리) : 아녀자는 이별을 서러워하는구나 篙師起引棹(고사기인도) : 사공은 일어나 노를 저으니 頃刻越川抵(경각월천저) : 순식간에 압록강을 넘어가는구나 回首古長城(회수고장성) : 고개 돌려 옛날의 긴 성을 바라보니 瞑靄沉垣埤(명애침원비) : 어둑한 아지랑이 성가퀴에 잠기었도다 日落關塞黑(일락관새흑) : 해 지니 국경지방은 깜깜해 오고 夜深徒旅飢(야심도려기) : 밤 깊으니 오직 나그네는 배가 고프구나 猶憐故鄕月(유련고향월) : 고향달은 언제나 정다우니 萬里來相隨(만리래상수) : 만리 먼 곳까지 나를 따라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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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주(義州)-허균(許筠) 의주에서-허균(許筠)
暑氣淸長簟(서기청장점) : 더운 기운도 대자리에서는 맑아지고 江煙濕遠林(강연습원림) : 강 안개는 먼 숲속으로 스며드는구나 拓窓今夜月(척창금야월) : 창을 여니 오늘 밤 달이 휘영청 밝고 欹枕故人心(의침고인심) : 베개 베고 누우니 옛친구 그리워지는구나 悄悄悲秦贅(초초비진췌) : 쓸쓸하구나, 처가살이 서글픈 일 寥寥動越吟(요요동월음) : 적적하구나, 월의 노래 절로 생기는구나 夜涼無客夢(야량무객몽) : 서늘한 밤, 나그네 꿈 못 이루는 것은 非爲候蟲音(비위후충음) : 벌레 울음 기다리는 마음만은 아니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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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전문령(登箭門嶺)-허균(許筠) 전문령에 올라서-허균(許筠)
行登箭門嶺(행등전문령) : 달려가 전문령을 올라보니 斜日照前旌(사일조전정) : 지는 해가 앞 깃발을 비춘다 萬里他鄕路(만리타향로) : 만리 떨어진 타향길에 三年久客情(삼년구객정) : 삼 년 기나긴 나그네 심정이로다 雲邊開大陸(운변개대륙) : 구름 가에 큰 땅이 열리고 波外隱關城(파외은관성) : 파도 밖은 관성이 보일 듯 말 듯 하구나 民吏多相識(민리다상식) : 백성과 아전들 아는 사람 많아서 慇懃滿路迎(은근만로영) : 은근히 길에 가득 몰려와 맞아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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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련관(車輦館)-허균(許筠) 거련관에서-허균(許筠)
暫借松陰臥(잠차송음와) : 잠간 솔 그늘 빌려 누우니 都忘畏日烘(도망외일홍) : 여름 햇볕 두려운 줄 전혀 몰랐다 脩然殘夢破(수연잔몽파) : 깨끗이 남은 꿈 깨어버리니 吹面有和風(취면유화풍) : 얼굴로 불어드는 부드러운 바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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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宣川)-허균(許筠) 선천-허균(許筠)
纔入宣川館(재입선천관) : 선천객사에 들어서자 軒窓野望通(헌창야망통) : 창 밖으로 넓은 들판 훤히 보인다 喬林藏畏景(교림장외경) : 큰 숲은 따가운 햇볕 감추고 高檻受長風(고함수장풍) : 높은 난간은 긴 바람을 맞는구나 爽覺詩功進(상각시공진) : 시힘이 솟는 것 상쾌히 느끼고 慵抛酒聖中(용포주성중) : 술에 취하여 게으름을 날려버렸다 坐看階藥爛(좌간계약란) : 뜰에 가득 작약꽃 바라보니 何似妓裙紅(하사기군홍) : 어찌 기생의 다홍치마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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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도중(定州道中)-허균(許筠) 정주가는 길에-허균(許筠)
王程冉冉出西關(왕정염염출서관) : 사신길 달려 서관을 벗어나자 昨夜鄕園夢裏還(작야향원몽리환) : 어젯밤 고향길 꿈 속에 다녀왔다. 暖日羸驂行正苦(난일리참행정고) : 더워 지친 말로 걷기도 괴로우니 天邊何處定州山(천변하처정주산) : 하늘가 어느곳이 정주 고을 산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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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강정(控江亭)-허균(許筠) 공강정에서-허균(許筠)
江煙漠漠水悠悠(강연막막수유유) : 강 안개 아득하고 강물은 유유한데 江上紅亭雨未休(강상홍정우미휴) : 강위의 붉은 정자에 비가 그치지 않는다 歸雁豈能忘北土(귀안기능망북토) : 돌아가는 저 기러기 북녘 땅 잊겠는가 落花偏自逐東流(락화편자축동류) : 지는 꽃은 저대로 동류수를 따라가는구나 謾吟王粲登樓恨(만음왕찬등루한) : 누에 오른 왕찬 한을 노래하노라니 區耐虞飜去國愁(구내우번거국수) : 나라 떠난 우번의 한을 견디어 보노라 萬里嚴程天共遠(만리엄정천공원) : 엄정가는 만리길이 하늘처럼 멀어 雲邊何處是皇州(운변하처시황주) : 구름가 어느곳이 임금 계신 고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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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루(百祥樓)-허균(許筠) 백상루에서-허균(許筠)
高樓架層霄(고루가층소) : 높은 누대 하늘까지 솟고 下有長江流(하유장강류) : 아래로 긴 강이 흘르는구나 暇日扶我病(가일부아병) : 쉬는 날은 병든 몸 끌고 나가 攀陟聊淹留(반척료엄류) : 더위잡고 올라라 고요히 쉰다 仰看香爐峯(앙간향로봉) : 고개 들어 향로봉 바라보니 紫翠雲外浮(자취운외부) : 붉고 푸른 것이 구름 밖에 더다닌다 何當理蠟屐(하당리랍극) : 어찌하면 밀랍 신 신고 直躋最上頭(직제최상두) : 바로 최고봉을 올라볼까 仙期若汗漫(선기약한만) : 그러나 신인의 기약은 가득하고 黯然生覊愁(암연생기수) : 막연하게도 얽매인 세상살이 수심겨워라 緬想獨徘徊(면상독배회) : 홀로 서성이며 배회하니 西日下簾鉤(서일하렴구) : 서녘의 지는 해는 발 아래로 내려간다 人生無百歲(인생무백세) : 사람의 삶 백년도 안되건만 物役爲煩憂(물역위번우) : 물욕에 팔려 근심만 번거롭도다 名利赤徒爾(명리적도이) : 명예 이익 모두가 헛된 것이거늘 奈何不早休(내하불조휴) : 어찌하여 그만두질 못했었던가 行將畢王事(행장필왕사) : 이제라도 벼슬살이 마치면 投紱歸巖幽(투불귀암유) : 인띠 풀고 산골로 돌아가리라 寄語鶴上人(기어학상인) : 학을 탄 사람에게 말 부치노니 肯許仍丹丘(긍허잉단구) : 기꺼이 선경놀이 허락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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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야기사(客夜記事)-허균(許筠) 객사의 밤에 적다-허균(許筠)
燈花悄悄閃風帷(등화초초섬풍유) : 등잔불은 시름겨워 바람부는 휘장에 흔들리고 夢罷窓櫳缺月窺(몽파창롱결월규) : 꿈을 깨어라, 조각달은 창롱을 엿보는구나 陌上遊人歸未盡(맥상유인귀미진) : 언덕 위 노는 사람들은 돌아갈 걸 잊은 듯 夜闌猶聽玉參差(야란유청옥참차) : 밤 늦도록 옥퉁소 소리 듣고 있는 듯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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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도중(西京道中)-허균(許筠) 평양가는 길에-허균(許筠)
牢落栽松院(뢰락재송원) : 창망하도다, 재송원이여 凄涼南浦橋(처량남포교) : 처량하다, 남포의 다리로다 江山如宿昔(강산여숙석) : 강산은 옛날과 같은데 臺館半焚燒(대관반분소) : 관사는 절반이나 불타버렸구나 謾自悲興廢(만자비흥폐) : 부질없이 흥망을 슬퍼할 뿐 憑誰破寂寥(빙수파적요) : 누구를 의디하여 적막함 벗어날까 東風知客意(동풍지객의) : 봄바람은 나그네의 뜻을 알고 吹送木蘭橈(취송목란요) : 목란의 놀이배로 불어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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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광원루(登廣遠樓)-허균(許筠) 광원루에 올라-허균(許筠)
高閣憑風逈(고각빙풍형) : 높은 누각 바람에 의지하여 아득하니 閑登不待招(한등불대초) : 한가로이 올라가 부름을 기다리지 않는다 亂離餘舊賞(란리여구상) : 난리가 겹치어도 옛 정취는 남아 吟眺始今朝(음조시금조) : 오늘 아침에야 두루 돌아보노라. 雨洗靑山近(우세청산근) : 비에 씻긴 청산은 눈앞에 가깝고 煙沈綠野遙(연침록야요) : 연기에 잠긴 푸른 들판은 아득하도다. 翛然忘遠客(소연망원객) : 먼 나그네 시름 소연히 잊어버리니 西日下長橋(서일하장교) : 서쪽에 지는 해는 긴 다리 아래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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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야작(秋夜作)-허균(許筠) 가을밤에 짓다-허균(許筠)
高閣夜沈沈(고각야침침) : 높은 누각 밤이라 침침하고 衰燈伴客吟(쇠등반객음) : 시든 등잔만 길손의 짝이로다 寒宵坐惆悵(한소좌추창) : 차가운 방에 쓸쓸히 앉아있으니 風雨滿西林(풍우만서림) : 비바람이 서쪽 숲에 가득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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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객(夜客)-허균(許筠) 밤손님-허균(許筠)
客夜人無睡(객야인무수) : 나그네 신세 밤에도 잠이 오지 않아 微霜枕簟寒(미상침점한) : 첫서리 베개와 이불마저 싸늘하구나 故林歸不得(고림귀불득) : 고향 동산에 가려 해도 가지 못하고 新月共誰看(신월공수간) : 새로운 저 달을 누구와 같이 바라보랴 北里調砧急(북리조침급) : 북녘 마을 다듬잇소리 빠르기도 한데 西隣品笛殘(서린품적잔) : 서녘 이웃 피릿소리에 여운이 남는구나 倚楹仍悵望(의영잉창망) : 기둥에 몸 기대어 서글피 바라보니 鳴雁在雲端(명안재운단) : 울고 가는 기러기 구름 끝을 날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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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림(芳林)-허균(許筠) 향기로운 숲-허균(許筠)
入峽春猶在(입협춘유재) : 산골에 드니 아직 봄기운 沿溪草正芳(연계초정방) : 개울 따라 풀이 막 향기롭구나 歇鞍投古驛(헐안투고역) : 말 안장 풀고 옛 역사에 투숙하여 欹枕借匡床(의침차광상) : 침상 빌어 베개에 몸을 기대었네 怪鳥多幽響(괴조다유향) : 이상한 새의 그윽한 울음소리 高林有晩香(고림유만향) : 높은 숲에 늦향기 가득하구나 勞生幾時息(노생기시식) : 피곤한 인생 어느 때나 쉬게 되나 雙鬢惜流光(쌍빈석류광) : 두 귀밑 머리에 흐르는 세월 아쉽기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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定州(정주)-許筠(허균) 정주-許筠(허균)
此來無興愛良宵(차래무흥애량소) : 여기 오니 좋은 밤 즐길 기분 나지 않아 萬里關山路正遙(만리관산로정요) : 만 리 관산 길, 길이 너무나 멀도다. 錦瑟玉觴無意緖(금슬옥상무의서) : 거문고 옥 술잔에도 기분이 나지 않는데 燭花如淚背屛蕉(촉화여루배병초) : 촛불 꽃은 눈물처럼 병풍의 파초를 등졌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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良策(양책)-許筠(허균) 좋은 책락-許筠(허균)
空館夜超超(공관야초초) : 빈 공관이라 밤이 길기도 하여 羅帷捲寂寥(라유권적요) : 고요에 못 견디어 비단 휘장을 걷는다. 初寒微霰集(초한미산집) : 첫 추위에 싸락눈 조금 내리고 永夜朔風驕(영야삭풍교) : 북풍은 교만스레 긴 저녁 내내 불어오네. 飄泊情長倦(표박정장권) : 떠돌자니 정은 노상 게을러지고 譏讒骨已銷(기참골이소) : 모략 속에 내 뼈는 이미 녹아버렸구나. 關河信難越(관하신난월) : 관하를 넘기 참 어려우니 天外絳河遙(천외강하요) : 하늘 밖 은하수 아스라이 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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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歲(수세)-許筠(허균) 한해를 지키며-許筠(허균)
舊歲隨更盡(구세수경진) : 묵은 해 밤과 다 가버리고 新年趁曉來(신년진효래) : 새해는 새벽 따라 오는구나. 光陰眞可惜(광음진가석) : 세월이란 참으로 아까운 것 客子轉堪哀(객자전감애) : 나그네 몸 더욱 서글퍼지는구나. 寶瑟頻移柱(보슬빈이주) : 보슬은 자주자주 기둥을 옮기고 香醪正滃杯(향료정옹배) : 맛있는 술은 잔에 넘칠 듯 찰랑이네. 明朝已三十(명조이삼십) : 밝은 아침이면 이미 내 나이 서른 살 衰病兩相催(쇠병량상최) : 늙음과 질병이 서로 재촉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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留別(유별)-許筠(허균) 유별-許筠(허균)
此行何日更歸來(차행하일경귀래) : 이제 가면 어느 날 다시 오게 되려는가 淚酒羅衫意轉哀(루주라삼의전애) : 비단 적삼에 눈물 뿌려 마음은 한결 서글퍼지네. 行到江南逢驛使(행도강남봉역사) : 강남에 와 역의 관리 만나 보니 暗香先入嶺頭梅(암향선입령두매) : 그윽한 향기 먼저 고개 머리 매화에서 풍겨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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客夜(객야)-許筠(허균) 객야-許筠(허균)
客夜人無睡(객야인무수) : 객지의 밤에 잠은 오지 않고 微霜枕簟寒(미상침점한) : 첫서리에 이부자리마저 싸늘하구나. 故林歸不得(고림귀불득) : 고향땅 가려 해도 못 가는 신세 新月共誰看(신월공수간) : 새로운 달을 누가와 함께 보겠는가. 北里調砧急(북리조침급) : 북녘 마을 다듬질 소리 급한데 西隣品笛殘(서린품적잔) : 서녘 이웃에 피리소리 여운 남기네. 倚楹仍悵望(의영잉창망) : 기둥에 몸을 의지하고 추창히 바라보니 鳴雁在雲端(명안재운단) : 울며 가는 저 기러기 구름 끝을 나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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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花8(낙화8)-許筠(허균) 낙화-許筠(허균)
墮葉因風各自飛(타엽인풍각자비) : 떨어진 잎 바람 따라 각자 날아 一飄簾幕一汚池(일표염막일오지) : 하나는 주렴 위로 하나는 못 쪽으로 날아가네. 誰知榮辱皆天分(수지영욕개천분) : 누가 알리, 영화와 치욕이 모두 천분인 것을 不是封姨用意爲(불시봉이용의위) : 바람의 신인 봉이 마음 써서 그런 것 결코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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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花7(낙화7)-許筠(허균) 낙화-許筠(허균)
桃李爭誇富貴容(도이쟁과부귀용) : 복사꽃 오얏꽃 다투며 부귀를 자랑하며 笑他篁竹與寒松(소타황죽여한송) : 다른 대나무 소나무를 쓸쓸하다 비웃는구나. 須臾九十春光盡(수유구십춘광진) : 잠깐사이 봄 석 달이 지나가버리고 惟有松篁翠萬重(유유송황취만중) : 오직 소나무 대나무만 있어 만 겹 푸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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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花6(낙화6)-許筠(허균) 낙화-許筠(허균)
繁紅流落委香塵(번홍유락위향진) : 번거로운 붉은 꽃잎 날아 떨어져 향불 재 속에 버려지니 風雨無情斷送春(풍우무정단송춘) : 비바람도 무정해라, 기어이 꺾어 봄을 보내버려 하는구나. 不是漢皐捐佩女(불시한고연패녀) : 주나라의 정교보에게 한고에서 패물 준 여인 아닐진대 定應金谷墮樓人(정응금곡타루인) : 응당 금곡원 누대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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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花5(낙화5)-許筠(허균) 낙화-許筠(허균)
怊悵深紅更淺紅(초창심홍경천홍) : 서글프다, 짙붉음이 연붉음 되고 一時零落小庭中(일시영락소정중) : 일시에 다 떨어져 작은 뜰에 가득 찼네 不如留着靑苔上(불여유착청태상) : 검푸른 이끼 위에 머무는 만 못하거니 猶勝吹吹西復東(유승취취서복동) : 여전히 좋은 듯 바람 따라 서에서 또 동으로 불어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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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花4(낙화4)-許筠(허균) 낙화-許筠(허균)
怨蝶慇懃護墮芳(원접은근호타방) : 원한 많은 나비들 은근히 떨어진 꽃 감싸주며 小園斜日斷人腸(소원사일단인장) : 작은 동산 지는 해에 사람 애가 끊어지네 東君似識傷春意(동군사식상춘의) : 동황(東皇)님은 상춘의 마음 알기라도 하는 듯 吹作回風舞一場(취작회풍무일장) : 회오리바람 불어 한 마당 춤이라도 추어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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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花3(낙화3)-許筠(허균) 낙화-許筠(허균)
凄風苦雨晩來多(처풍고우만래다) : 처량한 바람 지겨운 비가 저녁에 많이 내려 墮素如煙泣綺羅(타소여연읍기라) : 비단에 떨어진 꽃이 안개 속 눈물짓는 여인 같아라. 應是三郞西幸蜀(응시삼랑서행촉) : 아마도 당현종 삼랑이 서쪽으로 행차하듯 玉顔零落馬嵬坡(옥안영락마외파) : 임금님은 마외 언덕에서 영락을 당하셨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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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花2(낙화2)-許筠(허균) 낙화-許筠(허균)
落地飄紅點點香(락지표홍점점향) : 땅에 져서 날리는 붉은 꽃, 꽃마다 향기롭고 晩風吹去上銀床(만풍취거상은상) : 늦바람 불어와 은상 위로 올라오네. 誰知寂寞臨春閣(수지적막임춘각) : 누가 알리오, 쓸쓸히 봄 누각에 올라 留得徐娘半面粧(유득서낭반면장) : 양나라 원제의 비인 서랑의 반만 화장한 얼굴 얻을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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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花1(낙화1)-許筠(허균) 낙화-許筠(허균)
橫風作意擺嬋娟(횡풍작의파선연) : 비낀 바람 움직인 뜻은 고운 꽃을 흔들고 紅雨霏霏落滿天(홍우비비낙만천) : 붉은 비 부슬부슬 하늘에 가득 떨어지네. 恰似瑤池春宴散(흡사요지춘연산) : 요지의 봄 잔치 모임에 흩어지려는 듯 墮鬟飄髻積金筵(타환표계적금연) : 쪽진 머리 귀 밑머리 금 자리에 쌓인 듯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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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作(몽작)-許筠(허균) 꿈에 지음-許筠(허균)
門前碑臥綠苔中(문전비와록태중) : 문 앞에는 비석이 넘어져 푸른 이끼 덮였고 蕭風叢林一畝宮(소풍총림일무궁) : 숲 속엔 차가운 바람불고 한 이랑 궁(宮)이 있네. 殿角幢幢明夕照(전각당당명석조) : 전각(殿角)의 깃발에 저녁 빛 밝고 牆頭杉檜響凄風(장두삼회향처풍) : 담장 머리 삼나무는 찬 바람 소리 울리네. 丹靑畫壁雲雷壯(단청화벽운뇌장) : 단청이라 그림 벽에 구름 번개 웅장하고 香火空堂鬼物雄(향화공당귀물웅) : 향불 핀 빈 당은 괴물처럼 웅장하네 莫把紙錢招怨魂(막파지전초원혼) : 지전(紙錢)을 가지고 원혼(怨魂)을 부르지 마소 杜鵑啼血野花紅(두견제혈야화홍) : 두견이 울어 피를 쏟아 들꽃들이 붉어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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移小桃用惜落花韻(이소도용석낙화운)-許筠(허균) 앵두를 옮겨심으며 석락화의 운을 쓰다-許筠(허균)
淺植幽厓奈爾何(천식유애내이하) : 응달에 얕게 묻힌 네 신세를 어찌할까 孤根無路近陽和(고근무로근양화) : 외로운 뿌리 따뜻한 빛을 가까이할 길이 없어라. 移栽隙地勤封護(이재극지근봉호) : 틈새 땅에 옮겨 심고 부지런히 돋워주니 爲待朱明結子多(위대주명결자다) : 여름철을 기다려 열매 많이 맺기 위해서라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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苦雨用望水韻(고우용망수운)-許筠 許筠(허균) 고우로 망수의 운을 쓰다-許筠 許筠(허균)
北客愁無奈(북객수무내) : 북녘 나그네 시름을 어찌하라고 連宵雨驟過(연소우취과) : 밤마다 비가 이리도 급히 지나가나. 林昏銜暮瘴(임혼함모장) : 숲은 깜깜한데 저문 안개 머금고 溝溢漲晨波(구일창신파) : 도랑물 불어나 새벽 물결 넘치는구나. 委地紅將盡(위지홍장진) : 땅에 떨어진 붉은 꽃 거의 다 지고 侵堦碧漸多(침계벽점다) : 섬돌을 올라오니 푸른 이끼 차츰 많아진다. 空吟海嶠作(공음해교작) : 지은 시만 홀로 부질없이 읊으니 誰與報羊何(수여보양하) : 누구와 함께 양하에게 알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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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紅桃用紫微韻(견홍도용자미운)-許筠(허균) 홍도를 보고 자미의 운을 쓰다-許筠(허균)
誰種緗桃殿晩春(수종상도전만춘) : 누가 상도를 심어 늦은 봄을 지키는가, 絳紗幽袖映紅巾(강사유수영홍건) : 붉은 비단 그윽한 소맷자락 홍건을 비추누나. 牆頭日出嫣然笑(장두일출언연소) : 담장 머리에 해 오르자 방실방실 웃음 지으며 何啻他鄕見故人(하시타향견고인) : 타향에서 친구들을 본 것 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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用答春韻(용답춘운)-許筠(허균) 답춘의 운을 쓰다-許筠(허균)
瘴雲霾日晦還明(장운매일회환명) : 습한 구름이 날을 흐려 어둡다가 다시 밝아지고 莫說春光比兩京(막설춘광비량경) : 이 봄 빛을 두 서울과 견주어 말하지 말게나. 能使逐臣腸數盡(능사축신장수진) : 쫓겨난 신하의 애간장을 자주 닳게 하나니 隔林終日怪禽聲(격림종일괴금성) : 숲 너머에선 종일토록 괴이한 새의 소리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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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集完用閑吟韻(문집완용한음운)-許筠(허균) 문집이 완성되어 한음의 운을 쓰다-許筠(허균)
四十三年攻翰墨(사십삼년공한묵) : 사십삼 년을 글과 그림에 전력하니 千金弊帚枉勞心(천금폐추왕노심) : 천금과 폐추가 마음 노고를 헛되이 하는구나. 詩文十卷方書了(시문십권방서료) : 열 권의 사와 문을 이제야 다 마치니 從此惺翁不復吟(종차성옹불복음) : 성옹은 이제부터 다시 짓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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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咸山用望江州韻(망함산용망강주운)-許筠(허균) 함산을 바라보며 망주운의 운을 쓰다-許筠(허균)
春泥泱沆沒平原(춘니앙항몰평원) : 봄이라 흙탕물은 온 벌판을 묻고 行過龍城縣郭門(행과용성현곽문) : 행렬은 용성 고을 성문을 지나간다. 指點兩山烽燧下(지점량산봉수하) : 양산의 봉수대(烽燧臺)를 손가락질하여 가리키는데 蒼蒼官樹暝煙昏(창창관수명연혼) : 창창한 관로의 길 숲에 저녁연기 어둑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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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紅桃用紫微韻(견홍도용자미운)-許筠(허균) 홍도를 보고 견미의 운을 쓰다-許筠(허균)
誰種緗桃殿晩春(수종상도전만춘) : 누가 상도를 심어 전각에 늦은 봄을 만들어 絳紗幽袖映紅巾(강사유수영홍건) : 붉은 비단 소맷자락 홍건을 비추는구나. 牆頭日出嫣然笑(장두일출언연소) : 담장 머리 해 오르자 방실방실 웃음 짓네. 何啻他鄕見故人(하시타향견고인) : 어찌 잠시라도 타항에서 벗님네를 볼 것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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用答春韻(용답춘운)-許筠(허균) 담춘의 운을 사용하여-許筠(허균)
瘴雲霾日晦還明(장운매일회환명) : 습한 구름 해 가려 어둡다가 다시 밝아 莫說春光比兩京(막설춘광비량경) : 봄빛을 두 서울에다 견주어 말하지 말라 能使逐臣腸數盡(능사축신장수진) : 쫓겨난 신하 자주 애타게 하니 隔林終日怪禽聲(격림종일괴금성) : 숲 너머 종일토록 기이한 새소리 들려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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省中遇雨(성중우우)-許筠(허균) 성안에서 비를 만나-許筠(허균)
睡起高軒爽(수기고헌상) : 졸다가 일어니 높은 마루 서늘하고 遙空殷遠雷(요공은원뢰) : 먼 공중에 우레 소리 은은히 들려오네. 疾風驅雨至(질풍구우지) : 빠른 바람에 비 몰고 밀려드는데 驚電漏雲回(경전루운회) : 놀란 번개 돌아 구름 사이로 새어나오네.. 泱漭奔流漲(앙망분류창) : 드넓게 달려온 물은 넘실거리고 離披宿莽摧(리피숙망최) : 여기저기 어지럽게 풀은 쓰러져 있네 斜陽天忽捲(사양천홀권) : 지는 해는 문득 활짝 걷히고 霽色滿蓬萊(제색만봉래) : 갠 하늘빛 봉래궁에 가득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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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州(전주)-許筠(허균) 전주-許筠(허균)
沛鄕湯沐國陪都(패향탕목국배도) : 고향의 탕목이요 나라의 부도이라 佳氣爲龍壯帝圖(가기위룡장제도) : 아름다운 용의 기운 제업이 웅장하다. 鷄犬至今知邑里(계견지금지읍리) : 개와 닭도 이제 읍리를 알고 風雲長爲護枌楡(풍운장위호분유) : 바람과 구름 영원토록 분유를 호위하네. 時淸館宇曾巍煥(시청관우증외환) : 맑은 개울 집들은 우뚝하고 빛나는데 亂後山川尙鬱紆(란후산천상울우) : 난리 후 산천만은 아직도 울창하구나. 南服雄藩稱第一(남복웅번칭제일) : 남방의 이방 국가로는 제일이라 일컬으니 詞臣安得借銅符(사신안득차동부) : 문신이 어찌하면 장군이 되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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郭山東廂(곽산동상)-許筠(허균) 곽산의 동편 행랑-許筠(허균)
錦席奏哀絲(금석주애사) : 바단 방석에 들려오는 애진한 거문고 소리 胡姬復在玆(호희부재자) : 고운 오랑캐 계집 또다시 여기 있구구나. 秋雲平海盡(추운평해진) : 가을구름 잔잔한 바다에 끝없이 깔리고 暝色赴杯遲(명색부배지) : 어둔 빛은 술잔에 더디 드는구나. 見慣人情熟(견관인정숙) : 익히 바라보니 인정이 친숙해지고 驩終客意悲(환종객의비) : 즐거움이 다하니 나그네 마음 서글퍼지는구나. 寒巖桂花在(한암계화재) : 차가운 골짜기에 계화가 피어 있으니 招隱有新詩(초은유신시) : 숨어 사는 선비 불러 새로운 시나 지어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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過圃隱舊宅歌(과포은구댁가)-許筠(허균) 포은의 구택을 지나며-許筠(허균)
圃隱先生在麗末(포은선생재려말) : 포은 정 선생은 고려 말엽에 忠節凜然不可奪(충절름연불가탈) : 충절이 늠름하여 빼앗을 수 없도다 豈惟理學傳不傳(기유리학전불전) : 어찌 성리학만을 전하였을까. 公在巖廊國幾活(공재암랑국기활) : 조정에 임 계실 땐 나라도 살았도다. 神嵩王氣五百終(신숭왕기오백종) : 송악산의 왕기는 오백 년에 끝이 나고 金尺夜下壽康宮(금척야하수강궁) : 금척(金尺)은 하룻밤에 수강궁으로 내려갔네. 公也垂紳不動色(공야수신불동색) : 공은 은띠 띠고 태연자약하였고 隱若虎豹蹲深叢(은약호표준심총) : 호랑이가 깊은 숲에 도사린 듯 깊이 앉아 있었네. 善竹橋頭一腔血(선죽교두일강혈) : 선죽교 다리 위의 한 줄기 피 名與西山並崷崒(명여서산병추줄) : 이름은 우뚝하여 서산과 나란하여 城邑南遷朝市空(성읍남천조시공) : 도성이 남으로 옮겨 조정의 거리는 비었지만 遺祠香火猶芬苾(유사향화유분필) : 옛 사당의 향불은 아직도 끊임없구나. 我從四耐尋宅基(아종사내심댁기) : 나는 사내 형을 따라 집터를 찾아보니 頹垣野蔓生離離(퇴원야만생리리) : 무너진 담장에 풀 덩굴만 엉기었네. 山風蕭蕭落日黑(산풍소소락일흑) : 산바람은 쓸쓸하고 지는 해 어둑해져 暝煙冪樹啼禽悲(명연멱수제금비) : 저문 연기 나무숲 덮고 새는 슬피 우는구나. 悄然愴古抆我淚(초연창고문아루) : 초연히 옛일을 슬퍼하노니 내 눈물을 닦노니 仁者必祿天何醉(인자필록천하취) : 어진 사람에게 복 주는 법인데 하느님이 취하셨나 男兒一死固難逃(남아일사고난도) : 남아의 한 번 죽음 원래 피하기 어려워라 寧欲將身徇忠義(녕욕장신순충의) : 차라리 죽을진대 충의를 따르련다. 君不見三軍府裏羅劍鋩(군불견삼군부리라검망)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삼군이 정부안에 무기를 벌여놓고 忘君易嫡違天常(망군역적위천상) : 임금을 속이고 적자를 바꿔치어 강상을 거역하였네. 締構纔畢謝晦死(체구재필사회사) : 음모가 끝나자 공모자인 사회가 죽고 마니 中橋暴死非人殃(중교폭사비인앙) : 선죽교 가운데서 난폭히 죽은 것이 사람 재앙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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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壤旅夜(평양려야)-許筠(허균) 평양 여관의 밤-許筠(허균)
夕霽天氣冷(석제천기랭) : 저녁 비 개자 날씨 싸늘해지고 閒房來遠風(한방래원풍) : 한가한 여관방에 먼 바람이 찾아든다. 誰知今夜會(수지금야회) : 누가 알리, 오늘밤 이 자리에 却有故人同(각유고인동) : 뜻밖에 임과 함께 만날 줄을 月射金蕉白(월사금초백) : 차가운 파초에 달빛 비춰 하얗고 花依鳳蠟紅(화의봉랍홍) : 꽃은 밀랍 촛불에 엉기어 빨갛구나. 鄕園望不極(향원망불극) : 고향 동산 바라봐도 끝이 없어 消息碧雲中(소식벽운중) : 소식은 저 푸르른 구름 속에 전해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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入東堂作(입동당작)-許筠(허균) 동당에 들어가 짓다-許筠(허균)
通才自古罕兼優(통재자고한겸우) : 겸비한 인재는 예로부터 드문 것인데 文體三場矧異流(문체삼장신이류) : 하물며 문체는 삼장의 시험이 다 다름에야 涑水詞章非四六(속수사장비사륙) : 사마광의 문장은 사륙체가 아니고 江都文學只春秋(강도문학지춘추) : 강도 시대의 문학은 다만 춘추이로다. 專門或可追轅伏(전문혹가추원복) : 전문으로는 혹시 원고(轅固)와 복생(伏生)을 따를지언정 博習安能繼孔周(박습안능계공주) : 박습이야 어찌 공자와 주공을 계승하리오. 日下半庭蠶食葉(일하반정잠식엽) : 뜰 절반에 해 내리자 누에는 뽕잎 갉아 먹고 幾人雄猛奪頭籌(기인웅맹탈두주) : 몇 사람이나 용맹하게 윗자리를 빼앗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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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懷2(유회2)-許筠(허균) 감회가 있어-許筠(허균)
倦鳥何時集(권조하시집) : 지친 새는 어느 때 모여들지 모르고 孤雲且未還(고운차미환) : 외로운 구름은 흘러 다시 돌아오지 않는구나. 浮名生白髮(부명생백발) : 덧없는 이름 때문에 백발만 늘어나고 歸計負靑山(귀계부청산) : 돌아갈 내 계획은 청산을 저버리는구나. 日月消穿榻(일월소천탑) : 세월은 부질없이 흘러만 가고 乾坤入抱關(건곤입포관) : 천지는 벌써 밤이 되는구나. 新詩不縛律(신시불박률) : 새로운 시는 음률에 구속되지 않아 且以解愁顔(차이해수안) : 근심스런 얼굴을 풀어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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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懷1(유회1)-許筠(허균) 감회가 있어-許筠(허균)
功名非我輩(공명비아배) : 공명은 우리들 것 아니니 書史且相親(서사차상친) : 책이나 우선 가까이해보자 泉壑待逋客(천학대포객) : 자연은 은자를 기다리는데 津梁誰故人(진량수고인) : 진량에는 친구들 누구 있던가. 危途靑鬢換(위도청빈환) : 위태한 인생길에 푸른 귀밑 변해가고 舊業白雲貧(구업백운빈) : 옛 살림살이 흰 구름 따라 점점 빈한하다. 但自賦歸去(단자부귀거) : 다만 귀거래를 노래한다면 山中瑤草春(산중요초춘) : 산속의 아름다운 풀들은 봄빛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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在郡夕作(재군석작)-許筠(허균) 시골에 있으면서 저녁에 짓다-許筠(허균)
靑煙一抹起官庖(청연일말기관포) : 푸른 연기 한 가락 관청의 부엌에 일더니 麛卵熊蹯薦案肴(미란웅번천안효) : 사슴 새끼 곰 발바닥 안주로 올렸구나 飽飯不容公事了(포반불용공사료) : 배불리 밥만 먹고 공사에는 등한하니 詩人應有素餐嘲(시인응유소찬조) : 시인에게 응당 소찬의 조롱이 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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聞罷官作1(문파관작1)-許筠(허균) 파관 소식을 듣고 짓다-許筠(허균)
久讀修多敎(구독수다교) : 불경 수다교를 오랫동안 읽었지만 因無所住心(인무소주심) : 마음에 확고히 얻은 마음이 없도다. 周妻猶未遣(주처유미견) : 불교 믿은 주옹은 아내를 보내지 않았고 何肉更難禁(하육갱난금) : 제나라 하윤은 고기를 금식하기 어려웠다네. 已分靑雲隔(이분청운격) : 벼슬과 멀어진 것을 이미 아는데 寧愁白簡侵(녕수백간침) : 관리를 탄핵하는 글 어찌 근심하랴 人生且安命(인생차안명) : 인생이란 제 운명에 편안해야 하리니 歸夢尙祇林(귀몽상기림) : 돌아갈 꿈은 여전히 기림 숲 속 절간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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聞罷官作2(문파관작2)-許筠(허균) 파관 소식을 듣고 짓다-許筠(허균)
禮敎寧拘放(예교녕구방) : 예교(禮敎)가 어찌 자유를 구속하리오 浮沈只任情(부침지임정) : 성하고 쇠하는 것 다만 정에 맡길 뿐이라네. 君須用君法(군수용군법) : 그대는 그대 법을 써야 할 것이고 吾自達吾生(오자달오생) : 내 스스로 내 삶을 살아야 한다네. 親友來相慰(친우래상위) : 친한 벗은 와서 서로 위로하는데 妻孥意不平(처노의불평) : 처자들은 마음속으로 불평하는구나. 歡然若有得(환연약유득) : 흐뭇하여 얻은 바가 있는 듯하니 李杜幸齊名(이두행제명) : 다행히 이백과 두보가 이름을 날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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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關嶺(대관령)-許筠(허균) 대관령-許筠(허균)
五日行危棧(오일행위잔) : 닷새 동안 아스라한 잔도를 건너 今朝出大關(금조출대관) : 오늘 아침 대관령을 벗어났구나. 弊廬俄在眼(폐려아재안) : 내 집이 어느새 눈에 보이니 遠客忽開顔(원객홀개안) : 먼 나그네 갑자기 얼굴을 펴는구나. 鉅野諸峯底(거야제봉저) : 큰 들이 여러 봉우리들 밑에 있다면 長天積水間(장천적수간) : 긴 하늘은 쌓인 물 사이에 있구나. 微茫煙靄外(미망연애외) : 희미하고 아득히 아지랑이 밖으로 一點四明山(일점사명산) : 한점 솟은 산이 바로 사명산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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用代春贈韻(용대춘증운)-許筠(허균) 대춘증의 운을 빌어-許筠(허균)
雪後山光浸水光(설후산광침수광) : 눈 온 뒤라 산색은 물빛에 젖어들고 酴醾將白阿槐黃(도미장백아괴황) : 여미는 희어지고 아괴는 노랗구나 請君莫恨江南遠(청군막한강남원) : 그대들 강남땅이 멀다고 한탄 말라. 風景元來似故鄕(풍경원래사고향) : 풍경이 원래 고향과 비슷하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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憶鑑湖(억감호)-許筠(허균) 감호를 기억하며-許筠(허균)
我家住在鑑湖西(아가주재감호서) : 내 집은 감호의 서쪽에 있으니 千巖萬壑如會稽(천암만학여회계) : 온갖 바위와 골짜기는 회계와 같구나. 愛看魚鳥放山澤(애간어조방산택) : 물고기와 새를 구경하기를 좋아하여 산과 못을 찾으니 笑遺名利同筌蹄(소유명리동전제) : 명예와 이욕을 남기는 것은 비웃나니 통발 같은 구속이라네. 偶然獻賦蓬萊殿(우연헌부봉래전) : 우연히 부(賦)를 지어 봉래전에 올렸더니 爭賞彩筆如虹霓(쟁상채필여홍예) : 뛰어난 문체 무지개 같다하여 다투어 칭찬하네. 金門避世困索米(금문피세곤색미) : 대궐에서 피하니 쌀도 사지 못해 궁하여 東洛十聽秋蛩嘶(동락십청추공시) : 동락에서 십년을 가을벌레 소리 들었노라 素衣化盡鬢如雪(소의화진빈여설) : 흰 옷은 새까맣고 살쩍 털은 눈 같이 희어지니 回首祖州歸夢迷(회수조주귀몽미) : 조주를 회상하매 돌아가는 꿈 희미하도다. 空敎轉喉屢觸諱(공교전후루촉휘) : 공연스레 입을 놀려 여러 번 기휘(忌諱)를 저촉하니 未免懲熱仍吹虀(미면징열잉취제) : 징벌이 바람 불 듯 불고 나물 버무리듯 함을 면치 못하네. 燕雀徒誇集阿閣(연작도과집아각) : 제비와 참새 같은 무리들은 저 언덕 누각에 서로 모인 것만 자랑하고 神龍或自蟠泥沙(신용혹자반니사) : 신성한 용들은 혹 스스로 모래 진흙을 밝는구나. 人間萬事固如是(인간만사고여시) : 인간의 모든 일이 진실로 이와 같으니 有脚不踏靑雲梯(유각불답청운제) : 다리는 있는데도 청운의 사다리를 밟지 못하네. 鬼門關外客路闊(귀문관외객로활) : 귀문관 밖에는 나그네 다니는 길만 널찍하니 同時俊髦猶金犀(동시준모유금서) : 같은 시대 젊은 인제 금서대(金犀帶)를 둘렀는데 樊翮翩翾不自擧(번핵편현불자거) : 울안에 갇힌 새는 스스로 날지 못하네. 哀鳴幾憶南枝棲(애명기억남지서) : 슬피 울며 몇 번이나 남쪽 가지의 둥지를 그리워했던가. 黃茆蕭蕭川接海(황묘소소천접해) : 누른 잔디는 쓸쓸하고 맷물은 바다 닿아 瘴煙盡黑蘆笋齊(장연진흑로순제) : 대낮에도 습기 많고 갈대 순은 오복하구나. 客軒煩墊坐深甑(객헌번점좌심증) : 객실은 사뭇 더워 깊은 시루 속에 앉은 듯 桐陰日午啼彩鷄(동음일오제채계) : 한낮의 오동나무 그늘에 빛깔 고운 닭이 우는구나. 忍飢無處通假借(인기무처통가차) : 아무리 굶주려도 빌릴 곳은 전혀 없고 鰻魚苦臭田多稗(만어고취전다패) : 장어는 냄새 사납고 논에는 피도 많구나. 思君見君不可得(사군견군불가득) : 그대가 그리워 만나려 해도 만날 길이 없어 有酒孰共斟玻瓈(유주숙공짐파려) : 술은 있는데 그 누구와 함께 옥잔을 나눌까. 半生離合足悲喜(반생이합족비희) : 반생의 이별과 만남이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소. 長嗟人事極多睽(장차인사극다규) : 아, 사람의 일이란 너무도 어긋나는 일이 많아 陽和布澤但蘇槁(양화포택단소고) : 온화한 기운 북돋우고 은혜 입혀서 시든 물건 살려내려 東路自此鞭歸驪(동로자차편귀려) : 여기서 동쪽 길로 말을 몰아 돌아가리라 故園松菊尙三逕(고원송국상삼경) : 옛 동산 소나무와 국화꽃은 아직도 세 오솔길 自斷晩歲安農畦(자단만세안농휴) : 늙어지면 농사터에 편안히 묻히기로 스스로 결심했소. 風流丘壑吾輩事(풍류구학오배사) : 산에서의 풍류가 우리들의 일상이니 鵬路莫更思攀躋(붕로막갱사반제) : 벼슬길에 오를 생각 다시는 말아야지 我自康健子亦壯(아자강건자역장) : 내 스스로 강건하고 그대 또한 건장하니 探勝不妨相提携(탐승불방상제휴) : 서로 손 마주 잡고 좋은 경치 찾는 것 방해나 받지 말게나. 蟾宮藍島舊有約(섬궁람도구유약) : 섬강의 푸른 섬에 묵을 언약 있는데 幾日伴子同耕犁(기일반자동경리) : 몇날이 되어야 그대와 짝이 되어 밭을 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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漫吟(만음)-許筠(허균) 한가히 읊다-許筠(허균)
睡罷高樓上(수파고루상) : 높다란 누각에서 잠이 깨니 閑吟意轉慵(한음의전용) : 한가한 읊으니 생각이 느긋하다 捲簾黃鳥語(권렴황조어) : 주렴을 걷으니 꾀꼬리 노래하고 憑檻綠陰濃(빙함록음농) : 난간에 기대니 푸른 기운 짙어지네. 亂水通平野(란수통평야) : 물들은 넓은 들을 통해 가는데 孤煙羃遠峯(고연멱원봉) : 외로운 연기는 먼 산봉우를 감싸는구나. 同心二三子(동심이삼자) : 마음이 맞는 두세 사람이 臨眺且從容(림조차종용) : 함께 구경을 하니 조용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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聽杜鵑用畫眉鳥韻(청두견용화미조운)-許筠 (허균) 두견의 울음을 듣고 화미조의 운을 빌리다-許筠 (허균)
流血飜身樹樹移(유혈번신수수이) : 피 흘리고 몸 뒤집어 나무들을 옮겨가니 前聲乍亮後聲低(전성사량후성저) : 앞소리는 살짝 높고 뒷소리는 나직하구나. 萬事不如歸去好(만사불여귀거호) : 만사가 돌아가는 일보다 더 좋지는 않아서 隔窓終夜盡情啼(격창종야진정제) : 창 너머서 밤새도록 목 놓아 정을 다해 울어제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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飮新茶2(음신차2)-許筠(허균) 새 차를 마시며-許筠(허균)
消渴能呑七椀無(소갈능탄칠완무) : 목이 말라 거뜬히 일곱 잔을 마시니 屛除煩痞勝醍醐(병제번비승제호) : 답답증을 없애주니 제호보다 낫도다. 湖南採摘嘗偏美(호남채적상편미) : 호남에서 따온 것이 유달리 좋다 하니 從此天池口僕奴(종차천지구복노) : 이로부터 천지는 입맛의 상전과 종이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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飮新茶1(음신차1)-許筠(허균) 새 차를 마시며-許筠(허균)
新劈龍團粟粒鋪(신벽용단속립포) : 용단을 새로 쪼개어 속잎을 달여 놓으니 品佳能似密雲無(품가능사밀운무) : 좋은 품종이 밀운보다 낫도다. 依然雪水閑風味(의연설수한풍미) : 의연히 눈 녹인 물의 한가한 풍미이니 遮莫諸傖號酪奴(차막제창호락노) : 모든 사람들이여 낙노라 부르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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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정(白沙汀) -許筠(허균) 백사정-許筠(허균)
雪積廻灣淨(설적회만정) : 눈이 쌓여 둥그런 물굽이 깨끗한데 瓊鋪闊岸紆(경포활안우) : 넓고 오목한 강 언덕에 구슬 깔렸구나 銀河通玉府(은하통옥부) : 은하수는 옥부 통해 흐르고 瑤海湛氷壺(요해담빙호) : 보석같은 바다 얼음병보다 맑아 履迹行疑陷(이적행의함) : 신발자국 다니면 빠질 듯 하고 松梢看似無(송초간사무) : 소나무 가지는 보아도 없는 것 같구나. 長歌答明月(장가답명월) : 길게 노래불러 밝은 달에 답하니 吾是述郞徒(오시술랑도) : 내가 곧 화랑 술랑의 무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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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암(望海庵) -許筠(허균) 망해암-許筠(허균)
西峯蘭若試攀緣(서봉란약시반연) : 서쪽 봉우리의 절 망해암에 올라보니 杯視滄溟意豁然(배시창명의활연) : 잔같이 넓고 푸른 바다에 가슴속이 후련하다. 萬里帆檣通上國(만리범장통상국) : 만 리 먼 돛단배는 중국과 통하는데 六時鍾梵動諸天(육시종범동제천) : 육시의 범종소리는 제천을 울리는구나 濟州隱約波濤外(제주은약파도외) : 제주도는 보일 듯 말 듯 파도 저 밖이요 蓬島微茫杖屢前(봉도미망장루전) : 봉래도는 아득하나 지팡이 바로 앞이구나. 始覺壯遊窮宇宙(시각장유궁우주) : 이 장관을 구경함이 우주를 꿰뚫는 일임을 알았으니 欲招笙鶴下群仙(욕초생학하군선) : 피리와 학을 불러 신선들을 불러오고 싶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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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회(旅懷)-許筠(허균) 나그네 회포-許筠(허균)
瑤絃一曲動文君(요현일곡동문군) : 거문고 한 곡조 탁문군을 불러일으키니 關塞蒼蒼日欲 (관새창창일욕훈) : 국경관문은 아득하고 날조차 저물어간다. 落葉滿庭門早掩(낙엽만정문조엄) : 낙엽은 뜰에 가득 문 일찍 닫혔는데 雁聲偏向客中聞(안성편향객중문) : 기러기 소리 유달리 나그네에게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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閭陽(여양)-許筠(허균) 여양-許筠(허균)
塞近秋防緊(새근추방긴) : 변방 근처에 가을 방어 급한데 途長客意厭(도장객의염) : 여장은 길어 나그네 마음 싫증만 난다 馬煩知日昃(마번지일측) : 말은 지치고 해는 기울고 鵰急覺風嚴(조급각풍엄) : 매가 빨리 날아가니 바람이 심하구나. 廢堡聞城角(폐보문성각) : 황폐한 성의 보루에는 호각소리 들리고 荒鄽辨酒렴(황전변주렴) : 황폐한 성에는 주막의 깃발 펄럭인다. 探詩自排悶(탐시자배민) : 시를 찾아 스스로 근심 잊나니 不害撚寒髥(불해년한염) : 찬 수염을 쓰다듬는 것도 해롭지는 않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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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州(통주)-許筠(허균) 통주-許筠(허균)
通州控帝州(통주공제주) : 통주 고을은 황성을 끼고 있어 轉餉此咽喉(전향차인후) : 곡식을 수송하는 요긴한 길목이다 廛市陳蕃貨(전시진번화) : 시장에는 외국 물건 널려있고 江橋集海舟(강교집해주) : 강의 다리에는 바닷배 모여든다. 逢人皆越客(봉인개월객) : 사람들을 만나면 다 월나라 사람 같아 沽酒上津樓(고주상진루) : 술 사 들고 진의 누각으로 올라온다. 遊子空留聽(유자공류청) : 나그네 고연히 머무르며 들으니 蕭蕭兩鬢秋(소소량빈추) : 두 귀밑머리에 스며든 가을이 쓸쓸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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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頂樓(불정누)-許筠(허균) 불정대-許筠(허균)
衆谷星門大(중곡성문대) : 많은 골짜기라 별 뜨는 문은 크고 千巖佛頂尊(천암불정존) : 천 개의 바위라 불정은 높기만 하다 諸峰齊日觀(제봉제일관) : 여러 봉우리 해 돋는 곳과 높이가 같고 瀑布瀉天門(폭포사천문) : 폭포의 물은 하늘 문으로 쏟아지는구나. 窅爾雲平壑(요이운평학) : 구름은 평평한 골짜기에 까려 아득하고 俄然海浴旽(아연해욕돈) : 이윽고 바다에서 해가 돋는구나 坐來星斗滅(좌래성두멸) : 앉아보니 뭇별은 다 사라지고 曙色動鷄園(서색동계원) : 새벽빛이 계원에 밝아오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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成佛庵(성불암)-許筠(허균) 성불암-許筠(허균)
深樹僧房小(심수승방소) : 울창한 숲에 승방은 작고 層巒石路分(층만석로분) : 층층 둘러싼 산에 돌길이 나뉘어 있네. 中宵初見月(중소초견월) : 밤이 깊어서야 달을 보았는데 滄海闊無雲(창해활무운) : 넓은 바다는 활짝 트여 구름 한점 없네. 香氣諸天降(향기제천강) : 향기는 하늘에서 내려오지만 鐘聲下界聞(종성하계문) : 종소리는 땅에서 들리어오네. 冷然人境外(냉연인경외) : 시원하다, 인간 밖 세상이라 不恨久離群(불한구리군) : 사람들과 오래 떨어진 것이 한스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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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映樓(산영루)-許筠(허균) 산영루-許筠(허균)
赤葉驚秋晩(적엽경추만) : 단풍에 늦가을인 줄 알았으니 黃花似故園(황화사고원) : 국화꽃 활짝 피어 내 고향 동산 같구나. 盤筵羅郡餼(반연나군희) : 소반에는 고을 선물이 차려있고 菘葍御僧飱(숭복어승손) : 배추는 스님들 만찬으로 올라있구나 亞使知名早(아사지명조) : 아사는 이미 이름을 알고 지내고 齋郞宿契敦(재랑숙계돈) : 재랑도 우이가 두터운 사이라네. 偶然成勝集(우연성승집) : 우연히 좋은 모임 가졌으니 落日澰淸尊(낙일렴청존) : 지는 해에 맑은 술잔엔 술이 흘러넘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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摩訶衍(마하연)-許筠(허균) 마하연-許筠(허균)
寶刹排雲上(보찰배운상) : 절이 구름을 밀치고 솟아 珠宮奪日鮮(주궁탈일선) : 집은 햇빛을 받아 곱기도 하다 經函明貝葉(경함명패엽) : 경전함에는 패엽경이 빛나고 爐燼郁栴檀(노신욱전단) : 화로에는 전단향이 그윽하다 僧侶參禪坐(승려참선좌) : 승려는 참선에 들고 吾仍借榻眠(오잉차탑면) : 나는 걸상을 빌려 잠이 들었다 夜闌風藾發(야란풍뢰발) : 밤이 이슥해지자 바람소리 들리고 笙鶴下三天(생학하삼천) : 신선의 학이 세상으로 내려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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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龍潭(화룡담)-許筠(허균) 화룡담-許筠(허균)
深泓渟黛綠(심홍정대록) : 깊은 웅덩이, 물이 짙은 눈썹 같아 俯瞰何幽幽(부감하유유) : 내려보니 너무나 으슥하다. 兩岸滑而仄(양안골이측) : 둘러싼 두 벼랑은 미끄럽고 비탈져 竦身難久留(송신난구류) : 몸이 오싹 오래 있기조차 두려워라 其下毒龍蟠(기하독룡반) : 그 아래에는 독룡이 도사려 霜葉不得投(상엽불득투) : 단풍진 나뭇잎도 못 던진다네. 遊者愼跼足(유자신국족) : 구경꾼들 부디 발 조심하시어 無爲龍所爲(무위룡소위) : 용의 희생이 되지 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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偶興(우흥)-許筠(허균) 우연히 흥에 겨워-許筠(허균)
南窓睡起葛巾低(남창수기갈건저) : 남창에서 잠에서 깨니 갈건이 내려오고 滿院濃陰樹色迷(만원농음수색미) : 원에 가득한 짙은 그늘은 풀색과 혼돈되네. 蹤迹久淹滄海上(종적구엄창해상) : 바닷가에 오랫동안 종적을 감추고 사는데 鄕山遙在碧峯西(향산요재벽봉서) : 고향산은 멀리 푸른 봉우리 서쪽에 있다 花殘菜隴黏香蝶(화잔채롱점향접) : 채소밭에 꽃이 남아 나비가 날아들고 日轉桑園響午鷄(일전상원향오계) : 뽕나무 밭에 햇빛 드니 낮닭이 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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感興(감흥)-許筠(허균) 마음의 흥취-許筠(허균)
中夜起四望(중야기사망) : 한밤에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니 晨辰麗晴昊(신진려청호) : 새벽별들이 맑은 하늘에 곱다 溟波吼雪浪(명파후설랑) : 어두운 바다의 물결은 눈보라에 소리치고 欲濟風浩浩(욕제풍호호) : 건너려니 바람이 심하구나. 少壯能幾時(소장능기시) : 젊음이 얼마나 지탱할까 沈憂使人老(침우사인로) : 근심에 잠기나 사람이 늙는구나. 安得不死藥(안득불사약) : 어찌하면 불사약을 얻어 乘鑾戱三島(승란희삼도) : 난새 타고 삼도를 노닐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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客夜記事(객야기사)-許筠(허균) 나그네가 밤에 적다-許筠(허균)
燈花悄悄閃風帷(등화초초섬풍유) : 등불은 시름겨워 바람 이는 휘장 안에서 껌뻑껌뻑 夢罷窓櫳缺月窺(몽파창롱결월규) : 꿈 깨보니 창문 안을 조각달이 엿보네 陌上遊人歸未盡(맥상유인귀미진) : 길가에 노는 사람 돌아갈 일 잊고서 夜闌猶聽玉參差(야란유청옥참차) : 밤늦도록 여전히 옥퉁소 소리 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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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輦館(거련관)-許筠(허균) 거련관-許筠(허균)
暫借松陰掛(잠차송음괘) : 솔 그늘 잠깐 빌어 누웠더니 都忘畏日烘(도망외일홍) : 햇볕 따가운 것 전부 잊었소 脩然殘夢破(수연잔몽파) : 남은 잠, 꿈속에서 완전히 깨니 吹面有和風(취면유화풍) : 얼굴에 부는 바람 따뜻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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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桃(소도)-許筠(허균) 소도화-許筠(허균)
二月長安未覺春(이월장안미각춘) : 이월 서울은 채 봄도 느끼지 못하는데 墻頭忽有小桃顰(장두홀유소도빈) : 담장엔 작은 복숭아꽃 눈짓하네 嫣然却向詩翁笑(언연각향시옹소) : 아리따운 웃음 도리어 늙은 시인을 향하여 웃네 如在天涯見故人(여재천애견고인) : 마치 먼 타향에서 옛 친구 본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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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郊(출교)-許筠(허균) 교외에 나와-許筠(허균)
秋熟郊原喜(추숙교원희) : 가을이 무르익어 들판은 즐겁고 歡聲達近聞(환성달근문) : 기뻐서 지르는 소리 가까이로 들려오네 家家傾白酒(가가경백주) : 집집마다 막걸리 기울이고 處處割黃雲(처처할황운) : 곳곳마다 누런 벼를 베는구나 可笑無田客(가소무전객) : 우습구나, 이 몸은 땅 하나 없는 나그네 신세 空書乞米文(공서걸미문) : 헛되이 쌀 구걸 편지만 쓰다니 城東借三畝(성동차삼무) : 성 동쪽에 세 이랑 밭을 빌려서 何日事耕耘(하일사경운) : 어느 날에 밭 갈고 김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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聞罷官作(문파관작)-許筠(허균) 파직 소식을 듣고-許筠(허균)
禮敎寧拘放(예교녕구방) : 예절의 가르침이 어찌 자유를 구속하랴 浮沈只任情(부침지임정) : 인생의 부침은 단지 마음에 달려있네 君須用君法(군수용군법) : 그대들은 마땅히 그대들 법을 따르고 吾自達吾生(오자달오생) : 나는 스스로 나의 삶을 이루리라 親友來相慰(친우래상위) : 친구들은 와서 위로하고 妻孥意不平(처노의불평) : 처자와 자식들은 속으로 불평을 하네 歡然若有得(환연약유득) : 기쁘게 스스로 만족함은 李杜幸齊名(이두행제명) : 이백이나 두보처럼 이름 얻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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杏山(행산)-許筠(허균) 행산에서-許筠(허균)
身客愁無睡(신객수무수) : 몸은 나그네 신세, 근심으로 잠 못 이루고 新凉入鬢絲(신량입빈사) : 가을 찬 기운 귀밑털을 파고드네 雁聲天外遠(안성천외원) : 기러기 울음소리 하늘 밖으로 멀어지고 蟲語夜深悲(충어야심비) : 풀벌레 소리, 밤 깊어 더욱 슬퍼라 勳業時將晩(훈업시장만) : 공훈을 이루기는 때가 늦었고 漁樵計亦遲(어초계역지) : 고기잡고 나무하기 또한 늦었소 起看河漢轉(기간하한전) : 일어나 바라보니 은하수 돌아가고 曉角動城埤(효각동성비) : 새벽 나팔소리는 성벽을 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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