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漢詩

최익현(崔益鉉) 다수

 

최익현 崔益鉉

한말의 유학자·애국지사.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조약의 무효를 국내외에 선포하고 망국조약에 참여한 외부대신 박제순 등 5적을 처단할 것을 주장했다.

 이러한 상소운동이 실패하자 전국에 걸쳐 반일운동을 일으킬 것을 결심하고 〈포고팔도사민〉을 각지에 보내 우리 민족이 당당한 자주민임을 밝히고, 국권회복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1876년 1월 일본과의 통상조약 체결이 추진되자 도끼를 지니고 궁궐 앞에 엎드려 화의를 배척하는 상소를 올렸다.

1895년 8월 민비학살사건이 일어나고, 11월에 단발령(斷髮令)이 내려지자 포천군 내의 양반들을 모아 국모(國母)의 원수를 갚고 단발령에 반대할 것을 꾀했다.

1906년 수백 명의 유림을 모아 의병을 모집했으나 곧 잡혀 쓰시마섬으로 유배되었고, 병을 얻어 순국했다

 

 

 

 

 

초월(初月)-최익현(崔益鉉)

초승달-최익현(崔益鉉)
誰將崑玉削如鉤(수장곤옥삭여구) : 누가 곤륜산 옥을 깎아 갈고리 만들어
掛在雲霄萬里頭(괘재운소만리두) : 저 구름 끝, 만 리 먼 곳에 걸어 두었나.
依俙淡影侵虛室(의희담영침허실) : 맑은 달빛 받으며 빈 집에 들어오니
異域孤臣謾賦秋(이역고신만부추) : 외로운 신하는 타향에서 덧없이 가을을 읊는다.

 

 

갱부문암(更賦門巖)-최익현(崔益鉉)
문암에서 다시 지음-최익현(崔益鉉)

晩來啼鳥拂林端(만래제조불림단) : 저녁에 새가 울며 숲을 스쳐 나는데
短策經由碧磵寒(단책경유벽간한) : 짧은 막대 짚고서 푸른 냇가 지나간다.
艱步深穿雲雨上(간보심천운우상) : 힘들어 걸어 간신히 비구름 뚫고 올라
朗吟高立斗牛間(랑음고립두우간) : 별 사이에 높이 서서 읊조리고 있어라.
一身俯仰山河小(일신부앙산하소) : 이 몸이 바라보아도 산하는 작은데
萬物含藏宇宙寬(만물함장우주관) : 만물을 갈무리한 우주는 크기만 하여라.
莫道此中容易到(막도차중용역도) : 이곳에 오기 쉽다고 말하지 말라
至今我亦費心攀(지금아역비심반) : 지금에 나도 오면서 마음고생 많았어라.

 

 

선유봉(仙遊峰)-최익현(崔益鉉)
선유봉-최익현(崔益鉉)

朝霧難分細逕幽(조무난분세경유) : 아침 안개에 오솔길 분간하기 어려운데
日高淸朗半疑秋(일고청랑반의추) : 해 높이 솟자 맑은 기운에 가을인가 하노라.
依俙漢使銷丹鼎(의희한사소단정) : 한사의 단사 굽던 솥 어디에 있나
指點秦童採藥舟(지점진동채약주) : 진나라 어린 아이 불로초 캐던 배가 아득하여라.
石束鸞笙藏海面(석속란생장해면) : 돌은 난생을 묶어서 바다에 숨겨두고
松扶鶴駕向雲頭(송부학가향운두) : 솔은 학수레 부축하여 구름을 향했어라.
老仙亦解吾心事(로선역해오심사) : 늙은 신선도 내 심사를 알고
露出眞顔暫見留(로출진안잠견류) : 참 모습 드러내며 잠깐 머물게 하여라.

 

 

문암봉(門岩峯)-최익현(崔益鉉)
문암봉-최익현(崔益鉉)

山在南溟浩渺端(산재남명호묘단) : 산 남쪽 바다 드넓은 끝에 있어
登臨五月凛生寒(등림오월름생한) : 올라보니 오월에도 냉기가 차가워라.
宛然天地無形外(완연천지무형외) : 완연하여라, 세상 밖의 천지여
一望水雲不盡間(일망수운불진간) : 한번 바라보니 구름만 자욱하여라.
耽景何嫌雙脚苦(탐경하혐쌍각고) : 경치를 탐하니 두 다리 아픈 줄도 몰라
尋眞只許寸心寬(심진지허촌심관) : 참 풍경 찾으니 마음 너그러워진다.
謪來猶有踈狂態(상래유유소광태) : 귀양살이에도 소탈한 기질은 여전해
纔躡瀛洲更此攀(재섭영주경차반) : 제주를 구경한 뒤 바로 이곳에 왔어라.

 

 

숙심촌(宿深村)-최익현(崔益鉉)
심촌에서 묵다-최익현(崔益鉉)

結廬堪愛占淸幽(결려감애점청유) : 아끼는 집 한 채 지었는데 때끗한 곳 차지하고
古木荒藤閱幾秋(고목황등열기추) : 고목 거친 등덩굴은 몇 해나 되었을까.
多謝村翁勞遠客(다사촌옹로원객) : 너무 고마워라, 먼 길손 위로하는 고을 늙은이
引傾大白勸遲留(인경대백권지류) : 큰 막걸리 잔에 부어 술부어 주며 못 가게 말린다.

 

 

모박진촌(暮泊鎭村)-최익현(崔益鉉)
저물녘에 진에 묵다-최익현(崔益鉉)

窮源到處眼偏明(궁원도처안편명) : 물 막다른 곳 당도하니 눈이 문득 밝아져
短壁層巒縱復橫(단벽층만종부횡) : 낮은 절벽이 층층이 이리저리 둘렀구나.
借問居人何所事(차문거인하소사) : 묻노니, 이곳 사는 사람들 하는 일이 무엇인가
澤魚山麥做平生(택어산맥주평생) : 고기 잡고 농사짓는 일을 평생동안 한단다.

 

 

우이즉사1(牛耳卽事1)-최익현(崔益鉉)
우이동에서 즉시 짓다-최익현(崔益鉉)

芧屋數間臨碧江(서옥수간림벽강) : 강가 초가집 두어 칸 푸른 강에 있어
偸閒養靜也無雙(투한양정야무쌍) : 한가하고 고요하기 그지 없어라.
潮聲撼地寒侵席(조성감지한침석) : 조수 소리 땅을 흔들고 찬 기운 드는데
雲氣籠山翠隕窓(운기롱산취운창) : 산을 두른 구름 기운에 푸름이 창 가에 진다.
未效丹心憂袞闕(미효단심우곤궐) : 일편단심으로 나라 일 근심함을 본받지 못하고
且將窮夜點書釭(차장궁야점서강) : 긴긴 밤에 글 읽는 등잔만 불 밝혔다.
有時風雨人稀到(유시풍우인희도) : 때때로 부는 비바람에 오는 사람 드물어
落葉輕輕每訝跫(락엽경경매아공) : 가벼운 낙엽 소리를 인적인가 의심한다.

 

 

우이즉사2(牛耳卽事2)-최익현(崔益鉉)
우이동에서 즉시 짓다-최익현(崔益鉉)

孤帆再渡入湘江(고범재도입상강) : 외로운 조각배 다시 상강에 드니
蕙草蘭香自有雙(혜초란향자유쌍) : 혜초와 난초는 절로 쌍이 있구나.
苦憶病親長隱几(고억병친장은궤) : 병든 어버이를 생각하며 안석에 기대니
却看穉子喜開窓(각간치자희개창) : 어린애를 보자 도리어 기쁨에 창문을 연다.
旅厨歲儉無兼物(려주세검무겸물) : 나그네 부엌은 흉년이라 반찬 하나 없고
雪屋寒多共一釭(설옥한다공일강) : 겨울 방은 차가워 함께 등잔불 쬐고 있다.
但恨春回分手地(단한춘회분수지) : 봄이 오면 그대 떠나날 처지가 한스러워
那堪門戶去來跫(나감문호거래공) : 집 앞에 오가는 발자국 소리 어찌 견딜까.

 

 

상시(傷時)-최익현(崔益鉉)
때를 슬퍼함-최익현(崔益鉉)

千年傳授訣(천년전수결) : 천 년 전해온 우리의 비결
那料一朝翻(나료일조번) : 일조에 번복될 줄 누가 알았을까.
忍迎魚鬼賊(인영어귀적) : 어쩌다가 바닷 도적을 맞아들여
出入帝王門(출입제왕문) : 우리 궁궐을 출입하게 하였을가.
聖心豈若此(성심기약차) : 임금님 마음이 어찌 이와 같으랴
歎息欲無言(탄식욕무언) : 탄식하여 말하기도 싫어라.
佇見天行處(저견천행처) : 천리 있는 곳을 우두커니 바라보니
穉陽始自坤(치양시자곤) : 어두운 밤에도 비로소 여명이 온다.
只麽西洋敎(지마서양교) : 되잖은 서양의 종교가
能令四海飜(능령사해번) : 세계의 물결을 뒤집고 있어라.
一片吾東地(일편오동지) : 한 조각 우리 동방의 땅
尙由道德門(상유도덕문) : 여전히 도덕의 문을 지켜 나간다.
卒然黃汪輩(졸연황왕배) : 갑자기 황왕 같은 무리들 있어
攘臂戰公言(양비전공언) : 옳은 말에 싸우자고 두팔 벗고 달려든다.
福威雖自力(복위수자력) : 화복은 자력으로는 부른다지만
獨不畏乾坤(독불외건곤) : 어찌 하늘과 땅이 두렵지 않을까.
人性生來直(인성생래직) : 사람의 천성은 곧은 법인데
緣何覆更翻(연하복경번) : 무슨 연고로 다시 번복하는가.
捨却芝蘭室(사각지란실) : 좋은 자기 집 버려두고
謾尋枳棘門(만심지극문) : 무단히 험한 곳만 찾고 있을까.
服儒嗟僞飾(복유차위식) : 유생의 옷차림도 허식이요
衛聖但空言(위성단공언) : 성인을 위함도 말 뿐이로구나.
須知君子道(수지군자도) : 참으로 군자의 도를 알아야 하니
易簡法乾坤(역간법건곤) : 간편하게 건곤을 본받아보자

 

 

차중암금장평묵기시운(次重菴金丈平默寄示韻)-최익현(崔益鉉)
중암 김장 평묵이 보낸 시를 차운함-최익현(崔益鉉)

嶺海年年雨露均(령해년년우로균) : 귀양지에도 해마다 임금님 은혜 평등하니
濱危殘喘敢言還(빈위잔천감언환) : 실낱같은 이 생명 감히 돌아가길 일 말한다.
看書要識從違別(간서요식종위별) : 글 읽을 땐 선과 악을 분별해야 하고
臨事須分夢覺關(림사수분몽각관) : 일 당할 땐 밝고 어둠을 알아야 하노라.
懷利來時生死辱(회리래시생사욕) : 이욕에 빠지면 생사가 모두 치욕이요
循公去處古今閑(순공거처고금한) : 공정히 할 적에는 고금이 한가하여라.
北風萬里家何在(북풍만리가하재) : 만리 찬 바람에 내 집은 어디 있는가
回首鯨濤浩渺間(회수경도호묘간) : 고개 돌려 큰 파도만을 바라본다.
居官居謫庇身均(거관거적비신균) : 벼슬을 하건 귀양을 살건 영욕은 같고
一苦一甘自往還(일고일감자왕환) : 고통과 달콤함은 돌고 도는 것이어라.
奇觀再過千里海(기관재과천리해) : 좋은 구경 찾아 먼 바다 다시 스쳐지나고
孤衷常結九重關(고충상결구중관) : 외로운 충정은 구중궁궐에 맺혔어라.
聖心宵旰臣鄰仗(성심소간신린장) : 임금님은 정치에 힘써 신하를 의지하건만
廟算凄凉酒肉閒(묘산처량주육한) : 조정은 계책 없이 주육으로 한가하기만 하다.
聞道東槎迎賊至(문도동사영적지) : 들으니, 우리 사신이 왜적을 맞아들인다니
此名應在死生間(차명응재사생간) : 이 이름 당연히 생사의 선택에 있으리라.

 

 

상추(傷秋)-최익현(崔益鉉)
가을을 슬퍼하여-최익현(崔益鉉)

小戶風生警晝眠(소호풍생경주면) : 작은 창에 바람 들어 놀라 낮잠을 깨니
亂峰秋色夕陽邊(란봉추색석양변) : 봉우리마다 가을빛 석양 가에 잠겼구나.
堪憐昨日瀛洲客(감련작일영주객) : 가련한 이 신세 어제는 제주의 나그네
又向斯中度一年(우향사중도일년) : 또 다시 이 곳에서 한 해를 보내는구나

 

 

황국(黃菊)-최익현(崔益鉉)
노란 국화-최익현(崔益鉉)

佳色兼淸馥(가색겸청복) : 아름다운 빛깔에 맑은 향기
端宜處士培(단의처사배) : 처사가 재배함이 마땅하여라.
羞同桃李節(수동도리절) : 복사꽃 시절이 부끄러워
遲向九秋開(지향구추개) : 늦어서 구월 가을에 피는구나.

 

 

우음(偶吟)-최익현(崔益鉉)
우연히 읊다-최익현(崔益鉉)

聖言千載也分明(성언천재야분명) : 성인의 말씀은 천년이 가도 분명하니
島戶猶聞讀字聲(도호유문독자성) : 섬 마을에도 글 읽는 소리 들려오는구나.
可惜滔滔名利窟(가석도도명리굴) : 애석하다, 명리 소굴을 다투는 무리이여
每緣身計國憂輕(매연신계국우경) : 매사에 제 몸만에 매여 나라 근심 몰라라.

 

 

모춘등산(暮春登山)-최익현(崔益鉉)
늦은 봄날 산에 올라-최익현(崔益鉉)

瀛洲採藥夢依迷(영주채약몽의미) : 제주에서 약 캐던 일 꿈 같이 아득한데
萍跡重臨黑水西(평적중림흑수서) : 부평 같은 이 신세 또 흑수 땅에 다시 왔다.
塞霧連天同闔闢(새무련천동합벽) : 변방의 짙은 안개 하늘까지 오락가락
列山浸海混高低(렬산침해혼고저) : 바다 속에 잠긴 산들은 높고 낮음 모르겠다.
境寒花懶三春意(경한화라삼춘의) : 지역이 차니 꽃은 봄 소식 더디고
谷邃禽閒盡日啼(곡수금한진일제) : 깊숙한 골짝에 새들 하게하게 종일토록 운다
滿眼風光隨遇足(만안풍광수우족) : 눈에 가득한 풍경는 만나는 것마다 좋으니
且傾樽酒莫催歸(차경준주막최귀) : 다시 또 술잔 기울이며 돌아가기 재촉말어라

 

 

순천사인조종헌영암하권묵입래상수수일념운공부1(順天士人趙鍾憲靈巖河權默入來相守數日拈韻共賦1)-최익현(崔益鉉)
순천 선비 조종헌과 영암 하권묵이 와서 몇 일을 같이 있다가 같이 시를 짓다-최익현(崔益鉉)

頻年嶺海迹堪悲(빈년령해적감비) : 잦은 귀양살이 슬프기도 하지만
是處逢人喜可知(시처봉인희가지) : 이곳에서 사람을 만나니 기쁘기만 하다.
群憾盈庭三尺歇(군감영정삼척헐) : 소인이 조정에 가득 하니 모두가 근심
聖恩减死一帆危(성은감사일범위) : 임금님 은혜 사라지니 조각배 위태하여라.
圍廬未易團圓會(위려미역단원회) : 귀양지 이곳에서 회합이 어려우나
陋境猶多邂逅期(루경유다해후기) : 누추한 곳이나 만날 기약은 많았어라.
日晩江城船發促(일만강성선발촉) : 날은 저무는데 강가 성에 뱃길 재촉하니
强牽征袖覔新詩(강견정수멱신시) : 가는 님 억지로 소매잡으며 새로 시를 짓는다

 

 

순천사인조종헌영암하권묵입래상수수일념운공부2(順天士人趙鍾憲靈巖河權默入來相守數日拈韻共賦2)-최익현(崔益鉉)

意中人自朗之城(의중인자랑지성) : 마음 속의 사람 이제야 성을 찾았으니
囚室飜驚眼霧晴(수실번경안무청) : 옥살이 놀라 어두운 눈 갑자기 밝아 온다.
違國論時難倖免(위국론시난행면) : 국론을 어겼으니 그 죄를 요행히 면할까
樂吾心處有全生(악오심처유전생) : 마음 즐긴 곳에 나의 온전한 삶 있으리라.
挐山曾感三年問(나산증감삼년문) : 한라산 삼 년 동안 그대 물음에 감격하고
牛島重團此夜情(우도중단차야정) : 우이도 귀한 모임에 이 밤이 정답구나.
居久莫嫌滋味薄(거구막혐자미박) : 오래 살아 이곳에 재미 없다 말하지 말라
家家新麥動歡聲(가가신맥동환성) : 집집마다 햇보리에 환호성이 쏟아진다.

 

 

무릉동괴음하(武陵洞槐陰下)-최익현(崔益鉉)
무릉동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최익현(崔益鉉)

武陵何處在(무릉하처재) : 무릉은 어느 곳에 이는가
指點老槐枝(지점로괴지) : 늙은 느티나무 있는 곳을 손짓한다.
疎族情還密(소족정환밀) : 먼 친척이나 정은 도리어 깊어
幽居樂未移(유거악미이) : 숨어사는 생활의 즐거움 바뀌지 않아라.
江深魚産足(강심어산족) : 강물이 깊으니 고기 생산 충분하고
山抱樹陰遲(산포수음지) : 산이 감돌아 나무 그늘 느긋하다.
千里偶然客(천리우연객) : 천 리 길을 우연히 온 나그네
適丁梅雨時(적정매우시) : 마침 매화 비 내리는 시절을 만났어라.

 

 

별도진승선1(別刀鎭乘船1)-최익현(崔益鉉)
별도진에서 배를 타면서-최익현(崔益鉉)

幾年絶域隔紛塵(기년절역격분진) : 몇 해를 낙도에서 세상과 등졌었나
四月南風雨露新(사월남풍우로신) : 사원 초여름 바람에 풍경 우로마저 새롭다.
山靄都收波面靜(산애도수파면정) : 산안개 모두 걷히고 파도는 고요하여
一場快做壯遊人(일장쾌주장유인) : 한바탕 멋지게 노는 사람 되었구나.

 

 

별도진승선2(別刀鎭乘船2)-최익현(崔益鉉)
별도진에서 배를 타면서-최익현(崔益鉉)

縹緲靈山不受塵(표묘령산불수진) : 저 표묘한 한라산 티끌 하나 없는데
鹿潭瀛室渡頭新(록담영실도두신) : 백록담 신선의 방은 처음부터 새롭구나.
纍迹雖慚仁智樂(류적수참인지악) : 나 같은 신세 산수를 즐기는 낙이 알랴만
庶能誇我遠遊人(서능과아원유인) : 그래도 먼 곳을 유람했다고 자랑하리라

 

 

별이도사환경(別李都事還京)-최익현(崔益鉉)
서울로 돌아가는 이 도사를 작별함-최익현(崔益鉉)

野氓干時政(야맹간시정) : 야인들 정치에 간여하니
朝著不從容(조저불종용) : 조정이 조용하지 못한 모습.
衆咻如鼎沸(중휴여정비) : 비방 소리 물 끓듯 하고
三司曁百工(삼사기백공) : 삼사와 백관들도 같은 소리.
所以人心變(소이인심변) : 이 때문에 인심이 발칵 뒤집혀
多在禍色中(다재화색중) : 모두 공포의 기색에 쌓였다.
君獨奚取我(군독해취아) : 어이하여, 그대만 날 잡아주어
有若乃己恫(유약내기통) : 자신의 아픔처럼 여겨 주시는가.
王事曰靡盬(왕사왈미고) : 나랏일을 등한해서는 안 되나니
萬里駕遠風(만리가원풍) : 먼 바람 타고 만 리를 가노라.
路迷嶺雪白(로미령설백) : 눈 쌓여 길조차 희미하고
衣濕江雨濛(의습강우몽) : 옷에는 강가의 비가 함초롬히 젖었다.
隱憂駭機作(은우해기작) : 혹시나 사고를 걱정하여
聲說行資窮(성설행자궁) : 행자가 없다는 소리를 하는구나.
凡屬疑謗處(범속의방처) : 무릇 의방이 속하는 곳에는
眷眷一始終(권권일시종) : 돌보아 주는 마음 한결같아라.
纔涉瀛洲境(재섭영주경) : 제주의 경계를 건너자마자
棘我城之東(극아성지동) : 나를 성 동쪽에 가두는구나.
沐浴炎瘴窟(목욕염장굴) : 자욱한 습기로 온몸을 멱 감고
坐臥魑魅叢(좌와리매총) : 도깨비 모인 곳에 누워 있구나.
猶有未盡慮(유유미진려) : 그래도 그 걱정 놓지 못하여
勸我做盲聾(권아주맹롱) : 나에게 바보 되길 권했어라.
杜門耽書籍(두문탐서적) : 문 닫고 책이나 읽으며
莫與外人通(막여외인통) : 외인과 절대 상통을 마오.
恩霈當有日(은패당유일) : 은혜 비 쏟을 날 멀지 않고
世或誦令公(세혹송령공) : 영공을 칭송할 이 간혹 있으리라.
此意良已勤(차의량이근) : 이 마음 너무나 고마워서
偶若知友逢(우약지우봉) : 우연히 친한 친구 만난 느낌이어라.
願君無嗟勞(원군무차로) : 그대여 너무 걱정을 마시고
吾當保吾躬(오당보오궁) : 나는 응당 내 몸을 보존하리라.
耿耿一叚懷(경경일가회) : 한시인들 잊으실까, 한 조각 마음
君我親在同(군아친재동) : 그대와 나는 어버이가 계시어라.
我留君先去(아류군선거) : 그대 가고 나 홀로 남으니
眶淚自感衷(광루자감충) : 가슴 아픈 이 마음 눈물이 난다오.

 

 

괘궁헌(掛弓軒)-최익현(崔益鉉)
괘궁헌에서 현판의 시를 차운하다-최익현(崔益鉉)

漢挐山一點(한나산일점) : 한 점 우뚝 솟은 한라산
積水渺茫中(적수묘망중) : 아득한 바다에 떠 있어라.
愧乏元城操(괴핍원성조) : 원성의 지조 없어 부끄러울 뿐
肯嫌屈子窮(긍혐굴자궁) : 비굴한 자의 곤궁함이 어찌 흉이랴.
光迎蓬海月(광영봉해월) : 밝은 빛은 봉해의 달 맞고
香襲橘林風(향습귤림풍) : 맑은 향기는 귤림에서 풍겨온다.
萬里君親遠(만리군친원) : 임금과 어버이 먼 곳에 계시니
緣何罄素衷(연하경소충) : 한 조각 마음 어디다 바치리오
遊遠男兒事(유원남아사) : 먼 곳에 노니는 것은 남자의 일이어라.
八荒亦室中(팔황역실중) : 온 세상도 한 방 안인데
北瞻天極迥(북첨천극형) : 북쪽을 보니 하늘 끝 아득하고
南渡地形窮(남도지형궁) : 남쪽을 건너니 땅도 막다랐어라.
百念都成水(백념도성수) : 모든 시름은 물같이 흘러가고
一帆但信風(일범단신풍) : 조각 돛배을 바람에 맡겼어라.
巴翁當日事(파옹당일사) : 파옹의 그때 일 생각하면
徒激後人衷(도격후인충) : 후인의 가슴만 격분하게 하여라.

 

 

信義誇(신의과)-崔益鉉(최익현;1833-1906)
신의를 자랑함-崔益鉉(최익현)

皓首奮較熱(호수투견묘) : 백발로 분발하여 열성을 견주는 것은
草野願忠心(초야원충심) : 초야에서 나라에 충성하는 마음을 바라서라네.
亂諒人皆討(난적인개토) : 나라가 어지러우니 잘 살펴서 백성이 모두 죄지은 자를 쳐야지
何須問古今(하수문고금) : 어찌 반드시 고금에 물어야만 하리오

 

 

皓首(호수)-崔益絃(최익현)
흰 머리 노인-崔益絃(최익현)

皓首舊畎畝(호수구견무) : 흰머리로 시골 생활 오래 되었네
人悲我亦悲(인비아역비) : 남이 슬퍼하면 나도 슬퍼했소
亂賊人皆討(난적인개토) : 어지러운 도적은 사람들이 다 토벌하는 법
河須問古今(하수문고금) : 어찌 반드시 고금에 물어야 알리오

'한국 漢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균(許筠)  (0) 2015.03.16
최치원(崔致遠)  (0) 2015.03.16
崔慶昌(최경창) 다수  (0) 2015.03.16
조식(曺植) 다수  (0) 2015.03.16
조광조(趙光祖) 다수  (0) 201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