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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허목(許穆)

허목 許穆

조선 중기의 문신·학자.
남인으로 17세기 후반 2차례의 예송을 이끌었으며 군주권 강화를 통한 정치·사회 개혁을 주장했다.
1660년(현종 1) 인조의 계비인 조대비의 복상문제로 제1차 예송이 일어나자 당시 집권세력인 송시열등 서인이 주장한 기년복(만 1년상)에 반대하고 자최삼년을 주장했다.

 1675년(숙종 1) 덕원에 유배중이던 송시열의 처벌문제를 놓고 강경론을 주장하여 온건론을 편 탁남과 대립, 청남의 영수가 되었다.

남인이 실각하고 서인이 집권하자 관작을 삭탈당하고 고향에서 저술과 후진교육에 힘썼다

남인으로 17세기 후반 2차례의 예송(禮訟)을 이끌었으며 군주권 강화를 통한 정치·사회 개혁을 주장했다.

본관은 양천(陽川). 자는 화보(和甫)·문보(文父), 호는 미수(眉叟)·대령노인(臺嶺老人).

아버지는 현감 교(喬)이며, 어머니는 임제(林悌)의 딸이다.

1615년(광해군 7) 정언옹(鄭彦이미지)글을 배우고, 1617년 현감으로 부임하는 아버지를 따라 거창으로 가서 정구(鄭逑)의 문인이 되었다.

1624년(인조 2) 경기도 광주의 우천(牛川)에 살면서 자봉산(紫峯山)에 들어가 학문에 전념했다.

1636년 병자호란으로 피난하여, 이후 각지를 전전하다가 1646년 고향인 경기도 연천으로 돌아왔다.

1650년(효종 1) 정릉참봉에 천거되었으나 1개월 만에 사임했고, 이듬해 공조좌랑을 거쳐 용궁현감에 임명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다.

1657년 지평에 임명되었으나 소를 올려 사임을 청했다. 그뒤 사복시주부로 옮겼다가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1660년(현종 1) 인조의 계비인 조대비(趙大妃)의 복상문제로 제1차 예송이 일어나자 당시 집권세력인 송시열(宋時烈) 등 서인이 주장한 기년복(朞年服:만 1년상)에 반대하고 자최삼년(齊衰三年)을 주장했다.

결국 서인의 주장이 채택되어 남인은 큰 타격을 받았으며, 그도 삼척부사로 좌천되었다.

삼척에 있는 동안 향약을 만들어 교화에 힘쓰는 한편, 〈정체전중설 正體傳重說〉을 지어 삼년설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1674년 효종비 인선왕후(仁宣王后)가 죽자 조대비의 복상문제가 다시 제기되었다.

서인의 주장에 따라 정해진 대공복(大功服:만 9개월)의 모순이 지적되어 앞서 그의 설이 옳았다고 인정됨에 따라 대공복은 기년복으로 고쳐졌다.

이로써 서인은 실각하고 남인이 집권하게 되자 대사헌에 특진되고, 이어 이조판서를 거쳐 우의정에 올랐다.

1675년(숙종 1) 덕원에 유배중이던 송시열의 처벌문제를 놓고 강경론을 주장하여 온건론을 편 탁남(濁南)과 대립, 청남(淸南)의 영수가 되었다. 1676년 사임을 청했으나 허락되지 않자 성묘를 핑계로 고향에 돌아갔다가 대비의 병환소식을 듣고 예궐했다.

1678년 판중추부사에 임명되었으나 곧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1679년 강화도에서 투서(投書)의 역변(逆變)이 일어나자 상경하여 영의정 허적(許積)의 전횡을 맹렬히 비난하는 소를 올리고 귀향했다.

이듬해 남인이 실각하고 서인이 집권하자 관작을 삭탈당하고 고향에서 저술과 후진교육에 힘썼다.

 

 

 

 

 

자음(自吟)-허목(許穆)
스스로 읊다-허목(許穆)

安居無事足娛虞(안거무사족오우) : 편하고 일이 없어 즐거움이 풍족하여
何處人間有勝區(하처인간유승구) : 그 어디에 사람이 살기 더 좋은 곳 있을까.
耕鑿自饒忘帝力(경착자요망제력) : 농사지어 풍족하니 임금님 은혜 잊었는데
樂生還愛鏡中鬚(악생환애경중수) : 인생이 즐거우니 거울 속 수염마저 좋아라.

 

 

감악곡구(紺岳谷口)-허목(許穆)
감악 골짜기 길목에서-허목(許穆)

落葉山逕微(락엽산경미) : 떨어지는 나뭇잎, 산길 희미하고
石苔筇音遲(석태공음지) : 돌 이끼에 지팡이 소리 더디어라
逢人不相語(봉인불상어) : 사람을 만나도 말이 없으니
正與聾者宜(정여롱자의) : 이곳이 바로 귀머거리 세상이어라.

 

 

운계사증법윤(雲溪寺贈法潤)-허목(許穆)
운계사에서 법윤에게 주다-허목(許穆)

湄江學士般若碑(미강학사반약비) : 미강 학사의 반야비가 있으니
禪宮象敎潤公作(선궁상교윤공작) : 불교도인 윤공이 지었다.
鑿石開逕躡層巓(착석개경섭층전) : 돌 쪼아 길을 열어 높은 봉우리에 오르니
縹緲欞檻跨廖廓(표묘령함과료곽) : 기둥 난간은 아스라이 허공에 걸쳐 있있다.
下有懸崖瀑布水(하유현애폭포수) : 그 아래로 절벽에 폭포수가 있어
雷雨滿耳雲滿壑(뢰우만이운만학) : 귀에는 천둥 소리, 골짜기에는 구름뿐이어라

 

 

일식탄(日食嘆)-허목(許穆)
일식을 탄식하다-허목(許穆)

七年六月庚戌朔(칠년륙월경술삭) : 칠년 유월 경술 초하룻날
咎象見天白日黑(구상견천백일흑) : 재앙이 하늘에 나타나 대낮이 어두워졌다.
吾聞日爲衆陽宗(오문일위중양종) : 내가 듣건데, 해는 모든 양의 으뜸이라
闇虛射日成薄蝕(암허사일성박식) : 암허가 해를 쏘아 햇빛을 가로막있디
天王素服親伐鼓(천왕소복친벌고) : 임금은 소복하고 몸소 북을 두드리고
庭氏彎弧射太陰(정씨만호사태음) : 정씨는 활을 당겨 달을 쏘았단다.
妾婦乘夫臣背君(첩부승부신배군) : 계집이 사내를 이기고 신하 임금 배반하더니
周道壞亡犬戎侵(주도괴망견융침) : 주 나라의 도가 무너지고 오랑캐 침범했다.
巧言似忠不可近(교언사충불가근) : 간교한 말이 충성스러우나 가까이 하지 말지니
堯禹之聖畏孔壬(요우지성외공임) : 요ㆍ우 임금같은 성인도 간사한 사람을 두려워했다.
自古妖㜸豈無因(자고요㜸기무인) : 예부터 요얼에 어찌 원인 어이 없으랴
天象不違人事忒(천상불위인사특) : 사람의 잘못이 천상으로 나타남 어김이 없었다.
春秋二百四十年(춘추이백사십년) : 춘추 이백 사십 년
特書三十六日食(특서삼십륙일식) : 서른 여섯 차례 일식있었음을 크게 적었다.
日月告凶烖最大(일월고흉烖최대) : 해와 달의 흉조 알리면 재앙 가장 크니
但願明君嚴省飭(단원명군엄성칙) : 밝은 임금 경계함을 바랄 뿐이란다.
禍亂萌生誠可畏(화란맹생성가외) : 화란의 싹이 틈도 정말 두렵지만
切近之憂在讒賊(절근지우재참적) : 절박하고 가까운 근심은 참소함에 있다.
前月朝家布大禁(전월조가포대금) : 지난달 나라에서 대금을 선포하여
欲言不敢長歎息(욕언불감장탄식) : 말을 감히 못하니 길이 한탄만 하였다.

 

 

유감희제(有感戲題)-허목(許穆)
감회가 있어 재미로 짓다-허목(許穆)

老人學禮不學務(로인학례불학무) : 노인이 예절만 배우고 세상일은 몰라
談禮每被多人咻(담례매피다인휴) : 예절을 말할 때마다 기롱하는 사람 많다.
嘗論傳重嚴正體(상론전중엄정체) : 전중을 논하고 정체를 엄중히 헸더니
適使海爲三江流(적사해위삼강류) : 바다로 귀양 가고 삼강으로 유배되었다.
又言元嗣合正名(우언원사합정명) : 원자로서 바른 명분 합한다 간언하였더니
謂我讒妬間鴻猷(위아참투간홍유) : 나를 참소하여 큰 법을 어긴단다.
衆口呶呶皆自取(중구노노개자취) : 뭇사람들 입 기롱함도 스스로 취함이라
對人色沮懷慙憂(대인색저회참우) : 사람 만나면 얼굴빛 잃고 부끄러워하였단다.
此心耿耿日月明(차심경경일월명) : 이 마음 생생하여 성상의 밝으신 잊지 않았으니
從今休語追愆尤(종금휴어추건우) : 이제부터 말 하지 말고 허물 찾아 뉘우치리라

 

 

조춘북행령하술회(早春北行嶺下述懷)-허목(許穆)
이른 봄날, 북행에 고개 아래서 회포 적다-허목(許穆)

嶺峽岧嶤山氣深(령협초요산기심) : 골짜기 높고 높아 산 기운 깊어
日高雲霞猶未斂(일고운하유미렴) : 해가 높이 올라도 구름과 안개 걷히지 않는다.
雲深石古棧道危(운심석고잔도위) : 구름 깊어 바윗돌 사다리 길은 가파르고
絶壑嶄如俯坑塹(절학참여부갱참) : 깎아지른 골짜기가 굽어본 구덩이같이 보인다.
姑母層城不知年(고모층성불지년) : 층계진 고모성 몇 해나 지났는지 모르고
石洞深松見茅店(석동심송견모점) : 석동의 깊은 소나무들 속으로 모점이 보인다.
辛夷花開柳眼黃(신이화개류안황) : 개나리꽃 피고 버들눈 노랗게 트니
川波生目綠可染(천파생목록가염) : 냇가 물결은 맑아서 파랗게 물들겠다.
白鳥飛來山更高(백조비래산경고) : 백조 날아오니 산은 더욱 높아지고
信馬溪橋看不厭(신마계교간불염) : 말 타고 건너는 다리 풍경도 싫진 않다.
風光澹蕩生氤氳(풍광담탕생인온) : 풍광이 화창하여 온화한 기운 따르니
春宮靑女弄冶艶(춘궁청녀롱야염) : 춘궁의 청녀가 곱게 단장하리라.
却思苦寒闍崛陰(각사고한도굴음) : 몹시 춥던 사굴의 응달을 갑자기 생각하니
顓頊殭死久已殮(전욱강사구이렴) : 전욱이 말라 죽어 염습한 지 오래리라.
東去頗窮淸洛源(동거파궁청락원) : 동쪽으로 떠나 조금 낙수의 근원 찾으니
白石淸溪波瀲灔(백석청계파렴염) : 하얀 돌 맑은 시내 물결이 넘친다.
祝融遙禮華蓋君(축융요례화개군) : 축융이 멀리 화개군에게 예 드리니
紫霄祥飊徵異驗(자소상飊징이험) : 푸른 하늘 상서로운 바람 좋은 징조이구나.
赤松滄海仙人臺(적송창해선인대) : 적송자 산다는 창해의 선인대에
金烏躍波光閃閃(금오약파광섬섬) : 출렁이는 물결에 햇살이 반짝인다.
嶺海東南一千里(령해동남일천리) : 영해의 동남쪽 일천 리 땅을
歷覽山川飽已厭(력람산천포이염) : 산천을 싫도록 두루 구경하였다.
忽忘身世長覊旅(홀망신세장기려) : 몸과 세상 문득 잊고 나그네된 지 오래니
藻摛日富曜鉛槧(조리일부요연참) : 지은 글 날로 많아 문필을 빛내었다.
皤公一生好遠遊(파공일생호원유) : 허연 늙은이 평생에 먼 유람을 좋아하니
興足意長思愈贍(흥족의장사유섬) : 흥도 족하고 뜻도 유장하여 생각 더욱 풍성하다.
文章古來窮亦奇(문장고래궁역기) : 문장은 예로부터 궁할수록 기이했나니
遠追甫白揚光焰(원추보백양광염) : 두보와 이백 멀리 좇아 광염을 떨치리라.

 

 

대강상취제장씨정자(大江上醉題蔣氏亭子)-허목(許穆)
큰 강 위의 장씨 정자에서 취하여 짓다-허목(許穆)

我從闍崛來(아종도굴래) : 내가 사굴로부터 와서
登臨江上樓(등림강상루) : 강 위의 누각에 올랐다.
水國陰氣蒸(수국음기증) : 물가 음침한 기운 끓어오르고
冬雨濕芳洲(동우습방주) : 겨울비는 방주를 적신다.
江流蕩浩浩(강류탕호호) : 강물은 세차게 흐르는데
遊氣與之浮(유기여지부) : 안개 기운 물 따라 떠오른다.
主人喜寥廓(주인희요곽) : 주인은 적막함을 좋아하니
高義出等流(고의출등류) : 높은 뜻은 모든 무리에 뛰어나다.
酌我紫霞春(작아자하춘) : 나에게 자하주를 권하면서
慰我千里遊(위아천리유) : 천 리에 떠도는 나를 위로한다.
相對莞一笑(상대완일소) : 마주 보고 빙그레 한 번 웃으니
曠然散塵愁(광연산진수) : 시원스레 세상 근심 흩어진다.

 

 

풍사(楓査)-허목(許穆)
단풍나무 등걸-허목(許穆)

闍崛陰崖亂壑水(사굴음애란학수) : 사굴의 음침한 낭떠러지 어지러운 골짝기 물
奔流激射漱滌開巖洞(분류격사수척개암동) : 세차게 흐르고 부딪치며 바위 동굴 씻어 연다
磊磊見白石(뢰뢰견백석) : 첩첩이 쌓인 흰 돌이 보이고
上有老楓樹(상유로풍수) : 그 위에 늙은 단풍나무 있다.
槎枒盡摧折(사야진최절) : 움에서 돋은 가지 다 부러지고
其根半枯半朽(기근반고반후) : 그 뿌리 절반은 마른 듯 하고 절반은 썩은 듯하다.
斑斕唯見苔蘚色(반란유견태선색) : 얼룩덜룩 이끼 빛만 보이는데
拔之倚巖壁(발지의암벽) : 그것을 뽑아 바위 벼랑에 기대 세운다.
盻其奇形怪狀不可名(혜기기형괴상불가명) : 그 기괴한 모양 바라보니 이름할 수 없었다.
在昔神禹象物鑄九鼎(재석신우상물주구정) : 옛적 우 임금 물형 본떠 구정을 만들었다지만
誰令物怪化爲木石潛其形(수령물괴화위목석잠기형) : 누가 괴물을 목석으로 바꾸어 그 형체 숨기게 했을까.
我心坦蕩嘆且愕(아심탄탕탄차악) : 내 마음 탁 트이어 감탄하고 놀랐는데
瘦高見雙脚(수고견쌍각) : 앙상한 몸체에 두 다리 드러내었구나.
塊然反拳矯額又傴僂(괴연반권교액우구루) : 괴연히 뒷짐 진 채 이마를 쳐들었으며 허리도 꼬부라졌어라.
誰遣狂道士(수견광도사) : 누가 미친 도사로 하여금
蹈足舞八風(도족무팔풍) : 발 구르고 팔풍에 춤추며
仰天仍大噱立斯須(앙천잉대갹립사수) : 하늘을 쳐다보고 껄껄 웃으며 잠깐 서 있게 하였을까.
移來置之几案傍(이래치지궤안방) : 이것을 옮겨 책상 곁에 놓아두고
對此杳嘿聞風瓠(대차묘묵문풍호) : 고요히 바라보며 풍호 소리를 들으리라.

 

 

장합구현팔경1(獐合舊縣八景1)-허목(許穆)
장합구현팔경-허목(許穆)

卜居近林壑(복거근림학) : 사는 곳이 숲 골짜기에 가까워
愛此山水淸(애차산수청) : 산과 물이 맑아 이곳이 좋아라.
陶然想太古(도연상태고) : 즐겁게 태고의 시절 생각하며
窈窕無俗情(요조무속정) : 고요하여 속된 마음 사라지는구나.
蘭若隔雲壑(란약격운학) : 구름 낀 골짜기 너머 절간에선
淸曉聞鍾聲(청효문종성) : 맑은 새벽 종소리가 들려오는구나.

 

 

장합구현팔경2(獐合舊縣八景2)-허목(許穆)
장합구현팔경-허목(許穆)

地僻少人事(지벽소인사) : 궁벽한 땅 일도 적으니
豈有塵累嬰(기유진루영) : 어찌 세소의 구속에 얽매이랴.
閑居喜幽獨(한거희유독) : 한가히 사니 외로움도 좋아
伴此林壑淸(반차림학청) : 이 숲의 골짜기 벗하며 알아간다.
日夕山更高(일석산경고) : 해 저물면 산은 다시 높아지고
前村暝色生(전촌명색생) : 앞 마을 어두운 빛 몰려드는구나.
高樹繞虛落(고수요허락) : 높은 나무들 빈 마을 에워싸고
依依烟上平(의의연상평) : 싱싱하게 안개 위에 가지런하여라.

 

 

장합구현팔경3(獐合舊縣八景3)-허목(許穆)
장합구현팔경-허목(許穆)

出谷復溪橋(출곡부계교) : 골짜기 벗어나니 다시 개울 다리
朝日照巖壁(조일조암벽) : 아침 햇살이 암벽에 곱게 비친다.
白雲從壑起(백운종학기) : 흰 구름 골짝에서 일어나고
郊原生草色(교원생초색) : 들판 언덕에 풀빛이 자라는구나.
溪南牧童在(계남목동재) : 시내 남쪽에는 목동 있어
跨牛穩吹笛(과우온취적) : 소 타고 편안히 피리를 부는구나.

 

 

장합구현팔경4(獐合舊縣八景4)-허목(許穆)
장합구현팔경-허목(許穆)

高樹臨西塢(고수림서오) : 큰 나무 서쪽 둔덕에 임해 있고
野亭俯磎橋(야정부계교) : 들판의 정자 개울가 다리를 굽어본다.
有客來相訪(유객래상방) : 길손이 와서 나를 찾아와
竟日話漁樵(경일화어초) : 종일토록 고기 잡고 나무하는 이야기한다.
言語盡淳朴(언어진순박) : 말마다 모두가 순박하니
風俗隔塵囂(풍속격진효) : 풍속이 시끄러운 속세와 막혔어라.
笑罷相送去(소파상송거) : 웃음 다하면 서로 헤어져 떠나는데
還愛古意饒(환애고의요) : 옛 뜻이 넘치는 것이 도리어 좋아라

 

 

장합구현팔경5(獐合舊縣八景5)-허목(許穆)
장합구현팔경-허목(許穆)

春峽暮愈碧(춘협모유벽) : 봄 산골 저녁은 더욱 푸르고
景物晴更好(경물청경호) : 경치는 갠 뒤가 더욱 좋아라.
崔崒靑犁牛(최줄청리우) : 우뚝 솟은 청리우는
騰踔勢傾倒(등탁세경도) : 나는 듯 뛰는 듯, 형세가 가파르다.
天空月色出(천공월색출) : 텅 빈 하늘에 달빛 솟아오르니
遊氣淨如掃(유기정여소) : 흐르는 기운이 씻은 듯 깨끗하여라.
浩歌動高興(호가동고흥) : 호탕한 노래에 높은 흥취 일고
曠然遺塵惱(광연유진뇌) : 시원한 가슴 세상 근심 잊었어라.
賴有山中人(뢰유산중인) : 다행히 산중에 사람 있어
與我同懷抱(여아동회포) : 나와 함께 회포를 함께 하여라.

 

 

장합구현팔경6(獐合舊縣八景6)-허목(許穆)
장합구현팔경-허목(許穆)

嵺廓任疎蕩(교확임소탕) : 넓고 큰 뜻을 소탕함에 맡겨
得閑心獨忻(득한심독흔) : 한가로움 얻으니 마음은 기쁘다.
雁嶺孤鳥上(안령고조상) : 안령엔 외로운 새 날아오르고
日夕看歸雲(일석간귀운) : 해 지는 저녁 떠가는 구름 바라본다.
浮雲自無心(부운자무심) : 뜬구름은 절로 무심하고
我亦遺世紛(아역유세분) : 나 또한 세상 어지러움 잊고 산다.
拔俗巢與由(발속소여유) : 속세를 벗어난 소부와 허유
千載追淸芬(천재추청분) : 천년토록 그 맑은 향기 따르리라.

 

 

장합구현팔경7(獐合舊縣八景7)-허목(許穆)
장합구현팔경-허목(許穆)

磊落舊學亭(뢰락구학정) : 시원스런 저 구학정
層崖俯淸流(층애부청류) : 절벽에서 맑은 물 굽어본다.
坐石玩游鯈(좌석완유조) : 돌에 앉아 노니는 송사리 떼 구경니
得意仍淹留(득의잉엄류) : 뜻에 맞아은데 그대로 머물러 있다.
潛泳見天機(잠영현천기) : 고요히 헤엄치니 천기가 보이나니
此理何悠悠(차리하유유) : 이러한 이치 어이 그리 심원한가.
曠蕩莊周生(광탕장주생) : 활달하고 호탕한 장주는
相忘濠上遊(상망호상유) : 서로 잊고 호숫가에 놀았어라.

 

 

장합구현팔경8(獐合舊縣八景8)-허목(許穆)
장합구현팔경-허목(許穆)

聖人旣已遠(성인기이원) : 성인 시대 이미 아득하거늘
鳳鳥久不來(봉조구불래) : 봉황도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至今淸溪濱(지금청계빈) : 지금까지도 맑은 시냇가에는
空餘翠石臺(공여취석대) : 취석대만 속절없이 남아 있어라.
嗟我抱琅玕(차아포낭간) : 슬프다 아름다운 구슬을 안고있지만
悵望徒自哀(창망도자애) : 시름없이 바라보며 스스로 슬퍼한다.
白日碧山靜(백일벽산정) : 낮에도 푸른 산은 고요하기만 한데
澹蕩知春廻(담탕지춘회) : 화창한 날씨에 봄 온 줄 알도다.
尋花恣幽步(심화자유보) : 꽃 찾아 이리저리 걸어다니니
此意何悠哉(차의하유재) : 이 마음 어찌 이리도 한가로울까.

 

 

화고정장인고시칠운(和古亭丈人古詩七韻)-허목(許穆)
고정 장인의 고시 칠운에 화답하다-허목(許穆)

萬物隨化無停機(만물수화무정기) : 만물이 변화 따라 멈출 계기가 없나니
百川東逝何沄沄(백천동서하운운) : 모든 냇물은 동으로 흘러 소용돌이친다.
莊周闊誕恣戱謾(장주활탄자희만) : 장주는 허탄하여 마음대로 놀고 지껄이되
堯跖俱朽誰能分(요척구후수능분) : 요임금과 도척 함께 썩으니 누가 구별할까.
淳風已死聖人遠(순풍이사성인원) : 순박한 풍속은 사라지고 성인은 멀어지니
後來彫琢泯人文(후래조탁민인문) : 후대 사람 꾸밈에 인문을 망치는구나.
馬遷餘史意已荒(마천여사의이황) : 사마천 남긴 사기 뜻이 이미 황당한데
自附春秋眞妄云(자부춘추진망운) : 스스로 춘추에 비했으니 참으로 망녕되다.
揚生草玄心獨苦(양생초현심독고) : 양웅은 태현경을 지음에 고심이 많았다.
屼屼恥與數子群(올올치여수자군) : 고고히 그들과 짝하기 부끄러웠다.
從茲不怠倘庶幾(종자불태당서기) : 이에서 게을리 않았다면 거의 진경에 들어
不待千載有子雲(불대천재유자운) : 천년을 기다리지 않아 자운 같은 이 나왔으리라
古來固有知者知(고래고유지자지) : 예부터 진실로 아는 자라가 알 것이니
白首頗勤讀典墳(백수파근독전분) : 백수가 되어서야 경전을 부지런히 읽는구나.

 

 

등구정봉봉운무작(登九井峯逢雲霧作)-허목(許穆)
구정봉에 올라 운무를 만나 짓다-허목(許穆)

支題秀出八千丈(지제수출팔천장) : 지제산 높이 솟아 팔천 길
毗盧瑞石參相望(비로서석참상망) : 비로봉 서석봉 마주 바라본다.
上有蒼苔九龍井(상유창태구룡정) : 위에는 이끼 덮인 구룡정
變化雲雨連溟漲(변화운우련명창) : 구름과 비로 변하여 바다에 닿았다.
仙人搖石靑臺間(선인요석청대간) : 선인이 청대 사이로 바위를 흔들어
丘巒欲摧空低仰(구만욕최공저앙) : 봉우리는 공중에 아래 위로 흔리듯하다.
長生石標祕不開(장생석표비불개) : 장생한다는 돌 푯말 감취 보이지 않으니
豈爲千古恣欺誑(기위천고자기광) : 어찌 천고의 세월을 함부로 속여왔을까.
異事漠漠誰料得(이사막막수료득) : 괴이한 일 아득하니 누가 알까
使我獨立神慘愴(사아독립신참창) : 홀로 선 내 마음을 슬프게 하는구나.
依舊千年石鹿車(의구천년석록차) : 천년의 석록거는 옛 모습 그대로인데
直俯虛崖窺㬒曭(직부허애규망당) : 빈 절벽에 구부리고 흐릿한 날 바라본다.
排風遊霧安可極(배풍유무안가극) : 바람 헤치고 안개 속에 노는 것을 어찌 얻을까
呵妖叱怪神愈旺(가요질괴신유왕) : 요괴한 것 꾸짖으니 정신은 더욱 왕성하다.
翩然被髮戱帝傍(편연피발희제방) : 날 듯이 머리 풀고 신선 곁에 놀다가
下與萬物俱跌踼(하여만물구질탕) : 아래로 내려와 만물과 함께 질탕하게 살리라.

 

 

신포봉(神蒲峯)-허목(許穆)
신포봉-허목(許穆)

支題山中百丈石(지제산중백장석) : 지제산 속 백장석
上有仙井之水泓且淸(상유선정지수홍차청) : 위에 선정의 물은 깊고도 맑아라.
菖蒲十丈九千節(창포십장구천절) : 창포는 열 길, 구천 마디
自從開闢始句萌(자종개벽시구맹) : 개벽 때부터 싹이 돋았나보다.
盤生屈曲蒼苔老(반생굴곡창태로) : 구불구불 자라 이끼 속에 늙으니
蛟螭糾結鬚鬣靑(교리규결수렵청) : 교룡이 뒤엉켜 갈기 수염 푸르구나.
我來採得神如旺(아래채득신여왕) : 내가 와서 캐니 정신이 왕성해지고
服之可以通僊靈(복지가이통선령) : 먹어본다면 신선 영성과도 통하리라.

 

 

흥양효아(興陽孝兒)-허목(許穆)
흥양 땅의 효자-허목(許穆)

興陽大江里(흥양대강리) : 흥양 땅 대강리에
孝兒名燦文(효아명찬문) : 효자의 이름은 찬문이다.
善行人所服(선행인소복) : 착한 행실 사람들 감복하여
聞者動驚喧(문자동경훤) : 듣는 이 모두 놀라 떠들썩하였다.
藐然在髫齓(막연재초츤) : 오륙 세 더벅머리 아이지만
長者詎敢群(장자거감군) : 어른인들 어찌 따르리오.
其父病在床(기부병재상) : 그 아버지 자리에 병들어 누워
俄頃死生分(아경사생분) : 죽고 삶이 경각에 달렸단다.
藥石昧其效(약석매기효) : 약물은 효과가 나지 않아서
晨絶到日曛(신절도일훈) : 새벽에 기절하여 저물녘까지 이르렀다.
悲號感神理(비호감신리) : 슬프게 울부짖음에 신명이 감동하여
指授覺昒昕(지수각물흔) : 먼동 틀 때 깨어난다 가르쳐 주었단다.
刳血灌諸口(고혈관제구) : 살 찢어 피를 내어 입에 넣으니
死息廻氤氳(사식회인온) : 죽은 숨결 따뜻이 돌아왔단다.
孝感豈偶然(효감기우연) : 효성에 감응함이 어찌 우연이랴
此理信不昏(차리신불혼) : 이치가 진실로 어둡지 않구나.
嗟我感其事(차아감기사) : 아 나는 그 일에 감동하였나니
卓卓古未聞(탁탁고미문) : 높고 높은 행실 옛날에도 듣지 못했다.
爲之下閭問(위지하려문) : 마을에 내려가 위로하고
題詩贈慇懃(제시증은근) : 시를 써서 은근한 정을 보여주었다.
百行自良知(백행자량지) : 모든 행실 양지에서 나온다 하였으니
諒哉古所云(량재고소운) : 믿겠노라, 옛사람 이르는 말을
君子貴擴充(군자귀확충) : 군자는 확충함을 귀히 여기니
勉勉期相敦(면면기상돈) : 힘쓰고 힘써서 서로 돈독히 하여라.
非學安能遂(비학안능수) : 배움이 아니고서 어찌 이룰까
孜孜讀典墳(자자독전분) : 부지런하게 경전을 읽어라.

 

 

영대상우섬공(靈臺上遇暹公)-허목(許穆)
영대 위에서 섬공을 만나-허목(許穆)

暹公不飢仍不老(섬공불기잉불로) : 섬공이 굶지도 늙지도 아니함은
學道西山八十年(학도서산팔십년) : 서산에서 팔십 년 도 닦은 때문이리라.
逃名絶俗竄巖谷(도명절속찬암곡) : 명리와 속세 떠나 바위 골짜기에 숨어
草衣木食形貌姸(초의목식형모연) : 초의 입고 열매 먹어도 얼굴 모습 곱다.
心如枯木無所慕(심여고목무소모) : 마음은 고목인양 사모함 없으니
寂然神完而氣專(적연신완이기전) : 고요한 정신에 기운도 오롯하다.
申申眷我授祕訣(신신권아수비결) : 거듭 나를 좋아하여 비결을 전해 주니
我亦與世長遺捐(아역여세장유연) : 나도 또한 세상을 영영 버린 몸이어라.
回頭一笑隨烟霧(회두일소수연무) : 안개를 따라 머리 돌려 한 번 웃으며
手持芙蓉參列仙(수지부용참렬선) : 부용꽃 손에 들고 뭇 신선을 찾아간다.

 

 

경진구월삼일종화개동관쌍계석문(庚辰九月三日從花開洞觀雙谿石門)-허목(許穆)
경진년 9월 3일에 화개동으로부터 쌍계사 석문에서-허목(許穆)

佛日直俯千丈磎(불일직부천장계) : 불일봉 올라 천 길 계곡 굽어보니
寒崖峭壁纔有路(한애초벽재유로) : 찬 비탈 험한 벼랑에 겨우 길 하나 있다.
風塵不到烟霞老(풍진불도연하로) : 세상 풍진 이르지 않고 안개만 자욱한데
洞府蒼蒼石色古(동부창창석색고) : 골짜기 아득하고 돌 빛은 예스럽구나.
東望香爐瀑布水(동망향로폭포수) : 동으로 향로봉 폭포수 바라보니
飛流亂灑深如霧(비류란쇄심여무) : 어지러이 뿌리는 물 짙은 안개 낀 듯하다.
白日晦迷忽悽愴(백일회미홀처창) : 대낮도 어두우니 문득 마음 쓸쓸하고
天風颯颯吹飛雨(천풍삽삽취비우) : 높은 바람은 솔솔 불어 비를 불어 날린다.
學士舊跡靑苔沒(학사구적청태몰) : 학사의 옛 자취 이끼 속에 묻혀 있고
眞訣不傳心獨苦(진결불전심독고) : 참 비결 전하지 않으니 마음만 괴로워라.
鶴去山空日月深(학거산공일월심) : 학은 떠나고 빈 산에는 세월만 깊으니
使我杳然思玄圃(사아묘연사현포) : 내 마음 아득히 현포를 생각케 한다.

 

 

우거모아우산수승신욱제기권자(寓居毛兒遇山水僧信旭題其卷子)-허목(許穆)
모아에 살면서 산수를 즐기는 스님 신욱을 만나 서권에 쓰다-허목(許穆)

闍崛老翁號旭公(도굴로옹호욱공) : 도굴의 늙은이를 욱공이라 부르는데
身被草衣佩木魚(신피초의패목어) : 초의로 몸 가리고 목탁을 손에 들었다.
逃名絶俗遊杳冥(도명절속유묘명) : 명리와 속세를 떠나 아득한 곳에 놀아
刳巖鑿翠類穴居(고암착취류혈거) : 바위 깎고 산을 파서 짐승처럼 살았다.
山深築室日月久(산심축실일월구) : 깊은 산에 지은 집 세월이 오래되어
風雨颯颯侵戶牖(풍우삽삽침호유) : 비바람 삽삽하게 창문 안에 들어온다.
石柱靑苔山氣濕(석주청태산기습) : 이끼 낀 돌기둥에 산 기운 젖어들고
禪堂象敎半頹朽(선당상교반퇴후) : 선당의 불상은 절반이나 무너졌다.
思將營築開新構(사장영축개신구) : 새집 지으려 새 터전 마련하려
來叩閭閻百姓家(래고려염백성가) : 마을에 내려와서 민가를 찾아든다.
手持楞伽貝葉經(수지릉가패엽경) : 능가패엽경을 손에 들고
靑眸白髮貌如花(청모백발모여화) : 파란 눈, 백발의 모습이 꽃과 같아라.
從人說法動氓俗(종인설법동맹속) : 사람 따라 설법하여 백성 풍속 움직이고
歷數萬乘皆趨波(력수만승개추파) : 역대의 임금들도 이 법 따랐다.
此法傳來一千年(차법전래일천년) : 이 법이 전해 온 지 일천 년이 되도록
生祥降瑞驅妖魔(생상강서구요마) : 온갖 좋은 일 내려 주고 요귀 마귀 몰아냈다.
灾殄不作年穀穰(재진불작년곡양) : 재앙 일지 않고 해마다 곡식 풍년
群生至老無殀殤(군생지로무요상) : 많은 사람 장수하여 일찍 죽는 하나 없다.
家家種福多懽喜(가가종복다환희) : 집집마다 복을 심어 기쁜 일 많고
又道來生壽福長(우도래생수복장) : 내생까지 수와 복 뻗쳐 간다 말한다.
堆金委帛無所惜(퇴금위백무소석) : 황금 비단 버려도 아까울 것 없으니
去千萬劫常無殃(거천만겁상무앙) : 천만겁 지나도록 재앙만 없어라 한다.
分明施報如授受(분명시보여수수) : 갚음과 베풂이 주고받는 듯 분명하니
人人皆可望吉昌(인인개가망길창) : 사람마다 길창함을 바랄 수 있다 한다.
其言一一倘可信(기언일일당가신) : 그 말 하나하나 믿을 수가 있다면
吾亦長飢求飽嬉(오역장기구포희) : 내 오래 굶주렸으니 배 부름 구하겠다.
請看古來窮達人(청간고래궁달인) : 여보게나, 예부터 궁하고 달한 사람
何人事佛何人嗤(하인사불하인치) : 어떤 사람이 불처 섬기고 어느 누가 비웃었나

 

 

우거의춘정자범(寓居宜春呈子範)-허목(許穆)
의춘에 살면서 자범에게 부치다-허목(許穆)

山峽日多雨(산협일다우) : 산골짜기엔 날마다 비가 많아
颯颯寒木秋(삽삽한목추) : 살랑살랑 바람부는 나무 차가운 가을날.
寓居適深僻(우거적심벽) : 살기는 깊은 산골이 좋은데
崒嵂亂峯幽(줄률란봉유) : 우뚝한 봉우리들 그윽하여라.
濕蟄掩蓬蒿(습칩엄봉호) : 습지에 웅크린 듯 쑥대에 가려있고
鬱悒抱百憂(울읍포백우) : 답답한 마음은 온갖 근심 안고있어라.
忻逢繡衣史(흔봉수의사) : 비단옷 입은 어사반갑게만나고 보니
昔日同里遊(석일동리유) : 지난날 한마을 놀던 친구이어라.
經年沙漠外(경년사막외) : 사막 밖에 여러 해를 지내왔는데
豈料對靑眸(기료대청모) : 반가운 사람 마날 줄을 어찌 알았으랴.
相對慰寒飢(상대위한기) : 마주보고 춥고 굶주림을 위로해 주니
情意兩綢繆(정의량주무) : 마음과 뜻이 모두 알뜰하여라.
猛獸日逼人(맹수일핍인) : 사나운 짐승은 날마다 사람을 핍박하는데
咄咄誰能驅(돌돌수능구) : 슬프도다, 누가 능히 물리나.
海燕辭天霜(해연사천상) : 바다제비 가을 하늘 떠나니
蒼茫歲欲遒(창망세욕주) : 창망히도 세월은 한 해가 다하노라.
已矣勿復道(이의물부도) : 두어라, 다시 말하지 말라
得酒強寬愁(득주강관수) : 술 얻어 억지로라도 시름이나 달래보자.
書生老嵺廓(서생로교곽) : 서생이 늙어 집 안이 비었으니
大吒仍長謳(대타잉장구) : 크게 탄식하고 길게 노래를 불러본다.

 

 

녹죽장(綠竹杖)-허목(許穆)
푸른 대나무 지팡이-허목(許穆)

闍崛老人綠竹杖(도굴로인록죽장) : 도굴 노인의 푸른 대나무 지팡이
龍鍾九節靑琅玕(룡종구절청랑간) : 용종의 아홉 마디 푸른 옥 같다.
遙知孤翠在南嶺(요지고취재남령) : 알겠노니, 외로운 푸른 것이 남쪽 고개에 있어
雷雨拔出蒼虬蟠(뢰우발출창규반) : 천둥 소나기에 푸른 대순을 뽑았으리라.
老人知我頗好奇(로인지아파호기) : 내가 기이한 것 좋아함을 노인이 알아
提携遠寄扶蹣跚(제휴원기부반산) : 지팡이 보내 비틀걸음 붙들게 하였구나.
亭亭久抱霜雪苦(정정구포상설고) : 우뚝 오래도록 눈서리 고통 안고서
淸冷當暑手生寒(청랭당서수생한) : 맑고도 싸늘한 기운 더위에도 손이 차다.
勁節固有知者知(경절고유지자지) : 굳센 절개는 아는 이라야 아노니
徒令志士抱長歎(도령지사포장탄) : 다만 뜻 있는 선비 긴 탄식 품게 한다.
伶倫伐取學鳳鳴(령륜벌취학봉명) : 영륭은 퉁소 만들어 봉황 울음 배웠고
太公折得釣滄灣(태공절득조창만) : 태공은 낚싯대 하여 동해의 고기 낚았단다.
我今拄來海上遊(아금주래해상유) : 내 이제 짚고 와서 바닷가에 노니니
魑魅辟易行無難(리매벽역행무난) : 도깨비 떼들 물러가 어려운 길 없어졌다.
天生奇物稱我意(천생기물칭아의) : 하늘이 낸 기이한 물건 내 뜻에 맞아
恣遊白石淸溪間(자유백석청계간) : 하얀 돌 맑은 개울에 마음대로 놀리라.

 

 

증백운사승(贈白雲寺僧)-허목(許穆)
백운사 중에게 주다-허목(許穆)

僧自白雲山上歸(승자백운산상귀) : 백운산에서 스님 돌아오니
白雲隨錫來郊扉(백운수석래교비) : 흰 구름도 스님 따라 들집에 온다.
郊扉亦有無心老(교비역유무심로) : 들집에도 무심한 늙은이 있어
身與白雲無是非(신여백운무시비) : 자신은 흰 구름같아 시비 모른다.

 

 

험리(險里)-허목(許穆)
험한 고을-허목(許穆)

洪川窮北麟蹄縣(홍천궁북린제현) : 홍천 북쪽 끝에는 인제 고을
太古鴻荒猶未開(태고홍황유미개) : 태고적부터 거칠어 아직도 미개하다.
人民朴略貌睢盱(인민박략모휴우) : 사람들 순박하고 모습도 다듬지 않아
群居老死絶往來(군거로사절왕래) : 떼 지어 살면서 늙어 죽도록 왕래가 없다.
逢人相惡不相親(봉인상악불상친) : 만나면 서로들 미워하고 멀리하여
語聲高軋雜喧豗(어성고알잡훤회) : 말소리 거칠고 높아 왁자지껄하여라.
自是山夷隔王化(자시산이격왕화) : 본디 산중 오랑캐라 임금 덕화 막혀서
野心未失生嫌猜(야심미실생혐시) : 야심을 못 버려서 혐오 시기심만 남았어라.
貊北深昧多積陰(맥북심매다적음) : 깊고 어두운 예맥의 북쪽이라 흐린 날 많아
天晴萬壑恒雲雷(천청만학항운뢰) : 하늘은 맑아도 골짜기마다 천둥소리어라.
谷暗溪喧山石濕(곡암계훤산석습) : 어두운 골짜기 시끄러운 갯 바위 젖었는데
千峯凍雨白崔嵬(천봉동우백최외) : 봉마다 찬 비 얼어 하얗게 솟아 있다.
荒隅隔絶風氣殊(황우격절풍기수) : 멀리 떨어진 땅, 풍속 다르니
使我悄愴吟且哀(사아초창음차애) : 내 마음 쓸쓸하여 읊음도 슬게 한다.

 

 

제천한녀(堤川寒女)-허목(許穆)
제천 땅의 가난한 여인-허목(許穆)

堤川寒女貧無依(제천한녀빈무의) : 제천 초라한 여인 가난하여 의지할 곳 없어
短袖數挽纔掩肘(단수수만재엄주) : 짧은 소매 자주 내려야 겨우 팔을 가렸어라.
佇立街頭長歎息(저립가두장탄식) : 길거리서 우두커니 서서 길게 탄식하며
泣向東風弄官柳(읍향동풍롱관류) : 봄바람 향해 누물지으며 버들가지 희롱한다.
自言京華朴四宰(자언경화박사재) : 스스로 말하기를, 서울의 박 우참찬은
爀世當時稱富厚(혁세당시칭부후) : 세상에 빛나는 당시의 부호였는데
薰天豪貴世所慕(훈천호귀세소모) : 대단한 부귀는 온 세상이 부러움 샀고
嬌娥嫚睩不知數(교아만록불지수) : 예쁜 계집 고운 눈매 헤아릴 수 없었단다.
十八選爲賜牌婢(십팔선위사패비) : 나이 열여덟에 사패비로 뽑혀서
歌舞獨步無與偶(가무독보무여우) : 뛰어난 노래와 춤은 견줄 이 하나 없었단다.
雲鬢花顔紫羅裙(운빈화안자라군) : 검은 머리 고운 얼굴 자줏빛 비단치마로
宴罷高堂惱春酒(연파고당뇌춘주) : 고관집 집에 잔치 끝나면 봄술에 취했단다.
自謂歡樂長如此(자위환악장여차) : 이런 환락 항상 누리리라 생각하여
冷笑寒閨貞節婦(랭소한규정절부) : 가난한 집 정절부를 비웃었단다.
可憐人亡事更非(가련인망사경비) : 가엾다 사람은 죽고 일 다새 변하여
豪奢冷落爲草莽(호사랭락위초망) : 호화 생활 영락하고 들풀 신세 되었어라.
桑田變海在須臾(상전변해재수유) : 상전이 벽해됨은 잠깐 동안의 일이라
伊昔紅顔今白首(이석홍안금백수) : 엊그제 홍안이 지금은 백발이 되었구나.
容華落盡誰顧見(용화락진수고견) : 고운 얼굴 다하니 누가 돌아나볼까
棄作公須老食母(기작공수로식모) : 버려져 관청의 늙은 식모로 되었단다.
靑娥無復妬冶容(청아무부투야용) : 젊은 계집 다시는 화장발 시샘 하지 않고
惡少憎看讐老醜(악소증간수로추) : 행실 나쁜 소년들 늙고 추함 역겨워한단다.
尙有芳心未全消(상유방심미전소) : 아직도 꽃다운 마음 다 가시지는 않아
歌曲徒悲衰落後(가곡도비쇠락후) : 노랫가락 부르며 부질없이 늙은 모습 슬퍼한다

 

 

횡성도중유감(橫城途中有感)-허목(許穆)
횡성 도중에서 감회가 있어-허목(許穆)

二月橫城山峽間(이월횡성산협간) : 이월의 횡성의 산골에
春晴花發百鳥鳴(춘청화발백조명) : 화창한 봄날, 꽃 피고 새가 운다.
亂峯㠂屼谷自盤(란봉오올곡자반) : 봉우리마다 우뚝하고 골짜기 휘돌아 있고
蒼松白石溪水淸(창송백석계수청) : 푸른 솔과 하얀 돌 시냇물은 맑기도 하다.
居民無事多壽考(거민무사다수고) : 주민들 한가로워 장수한 사람 많고
峽俗淳朴少所爭(협속순박소소쟁) : 마을 풍속 순박하여 다투는 일도 적어라.
自是山中多古意(자시산중다고의) : 이곳 산중은 옛 뜻이 많이 남아
豈如京市多喧驚(기여경시다훤경) : 어찌 시끄러운 서울 거리와 같을까.
浮生役役何時休(부생역역하시휴) : 덧없는 인생 바쁘기만 하니 어느 때나 쉴까.
到此還增感歎情(도차환증감탄정) : 이곳에 오니 감회가 더욱 짙어진다.
安得溪上數頃田(안득계상수경전) : 어찌해야 시냇가에 논밭 마련하여
遠追沮溺窮年耕(원추저닉궁년경) : 장저와 걸익 생각하며 평생토록 밭을 갈까.

 

 

죽령(竹嶺)-허목(許穆)
죽령-허목(許穆)

人喧小白太白高(인훤소백태백고) : 소백 태백 높다고 사람들 시끄럽고
複嶺重關天下壯(복령중관천하장) : 겹 고개 겹 관문이 천하에 웅장하여라.
積翠巃嵸六百里(적취롱종육백리) : 첩첩이 가파른 산 육백 리나 뻗쳐
烟霞縹緲連靑嶂(연하표묘련청장) : 안개 속 아스라이 푸른 산이 잇닿았다.
石棧盤回危且險(석잔반회위차험) : 사다리 돌길 구불구불 험하고도 위험하니
行行脅息頻側望(행행협식빈측망) : 걸음마다 숨 죽이고 곁눈질 자주 한다.
三月嶺上見積雪(삼월령상견적설) : 삼월 고개 위에 쌓인 눈 보이고
高處寒凝未暄暢(고처한응미훤창) : 높은 곳 한기 어려 따스하지 않구나.
蜀道不得難於此(촉도불득난어차) : 촉 나라 험한 길도 이보다 어려울까
使我覊旅久惆悵(사아기려구추창) : 나그네 길은 오래도록 날 슬프게 한다.

 

 

방언(放言)-허목(許穆)
마음대로 지껄이다-허목(許穆)

天旣依於何(천기의어하) : 하늘은 어디에 의지하고
地亦付於何(지역부어하) : 땅은 또한 어디에 붙어있나.
生生本於何(생생본어하) : 생생하는 이치는 어디에 근본하고
終古儘無涯(종고진무애) : 예부터 모든 것이 끝이 없구나.
水火互相薄(수화호상박) : 물과 불이 서로 가깝고
品物自相摩(품물자상마) : 만물이 스스로 친근하구나.
愛惡成於物(애악성어물) : 사랑과 미움은 물욕에서 생겨나
利欲遂紛拏(리욕수분나) : 이욕에서 드디어 뒤얽혔구나.
聖人推元化(성인추원화) : 성인은 원리를 미뤄 알아서
理物無差訛(리물무차와) : 사물을 다스림에 어긋남이 없었다
班班各遂性(반반각수성) : 저마다 제각기 성품을 이룸은
位育在中和(위육재중화) : 천지의 화육함이 중화에 있어서라.
探弄造化機(탐롱조화기) : 조화의 기미를 찾아 즐기니
中夜發浩歌(중야발호가) : 한밤 중에도 호탕한 노래 나온다.

 

 

자희(自戱)-허목(許穆)
스스로 놀이하며-허목(許穆)

文章千古慕佶倔(문장천고모길굴) : 문장은 천고의 길굴오아함을 사모하여
白首磊落誦殷盤(백수뢰락송은반) : 머리가 희도록 은나라 왕의 은반을 외었다.
楚玉不售畏剠刖(초옥불수외경월) : 초 나라 구슬 팔지 않았으니 형벌이 두려워요
謳吟只自抱辛酸(구음지자포신산) : 노래하고 읊으매 고달픔을 안고 살았음이라.
從人作力愧無財(종인작력괴무재) : 남들 따라 노력하였으나 재물 없어 부끄럽고
癡拙每被恣欺謾(치졸매피자기만) : 어리석고 옹졸하매 속임만 당하였어라.
手鋤持耒學耕耘(수서지뢰학경운) : 호미 쟁기 손에 들고 농사일 배웠지만
三年枯旱田疇乾(삼년고한전주건) : 삼년 가뭄에 논밭이 매말랐어라.
又逢世故身流離(우봉세고신류리) : 난리를 또 만나 떠도는 이 몸이라
咄咄時命誠艱難(돌돌시명성간난) : 슬프다 나의 운명 진실로 험난하여라.
衆人悶我常窮窶(중인민아상궁구) : 사람들은 나의 빈궁함을 가엾게 여기건만
居然猶有好容顔(거연유유호용안) : 태연히 좋은 얼굴로 살아가노라.
萬事付命還可喜(만사부명환가희) : 만사를 천명에 붙이니 도리어 기쁘고
富貴不易吾飢寒(부귀불역오기한) : 나의 가난을 결코 부귀와 바꾸지 않으리라

 

 

경란후감폐소자술(經亂後感弊梳自述)-허목(許穆)
난리 치른 뒤 헌 빗[弊梳]을 보고 느낌이 있어-허목(許穆)

逃亂經年走窮陬(도란경년주궁추) : 난을 피해 여러 해 궁벽한 곳 떠돌아
東窺日域南炎州(동규일역남염주) : 동으로 해 돋는 곳, 남으로는 염주까지라.
世事咄咄皆可歎(세사돌돌개가탄) : 세상사 슬프라, 모두가 한숨인데
意氣激昂增煩憂(의기격앙증번우) : 의기를 드높이면 근심이 더한다.
包胥重繭卒存楚(포서중견졸존초) : 신포서는 발 트도록 초 나라 구원하고
魯連高論扶東周(로련고론부동주) : 노중련 높은 논리 주나라를 지켰구나.
讀書萬卷無所補(독서만권무소보) : 만권 서적 읽어도 나라에 도움 없고
竄身絶域多慚羞(찬신절역다참수) : 외딴 땅에 몸 피하니 부끄러움만 많아라.
腰下寶劍酬一飯(요하보검수일반) : 밥 한 그릇 은혜를 보검 풀어 갚았지만
囊底弊梳猶藏收(낭저폐소유장수) : 주머니 속 부서진 빗을 오히려 간직했어라
朝來新沐理亂髮(조래신목리란발) : 아침에 헝클어진 머리 새로 감아 빗고서
直臨滄海明雙眸(직림창해명쌍모) : 창해에 다다르니 두 눈동자 밝아진다.

 

 

자삼월지오월불우(自三月至五月不雨)-허목(許穆)
3월부터 5월까지 비 내리지 않아서-허목(許穆)

八年七旱水行死(팔년칠한수행사) : 팔 년에 칠 년 가뭄 물길이 끊어져
湯禱格天傳千禩(탕도격천전천이) : 탕 임금 빌던 정성 천년을 전해 왔어라.
赤憎赤魃爍如焰(적증적발삭여염) : 불꽃처럼 타는 가뭄 어려서부터 미워져
九潦不用勤夏姒(구료불용근하사) : 구년 장마 지더라도 하우씨 괴롭히지 못한다.
烈火生石土山焦(렬화생석토산초) : 모진 불 돌에 일어 토산이 타들어
陽侯波渴愁焚燎(양후파갈수분료) : 양후의 파도가 말라 타 버릴까 걱정이어라.
廛人徙市瞽巫禜(전인사시고무영) : 상인은 점포 닫고 무당은 기우제 지내어도
上天曾不恤生成(상천증불휼생성) : 하늘은 온갖 생명 구휼치 않는구나.
自是黃母弄妖火(자시황모롱요화) : 이로부터 황모가 요화를 희롱하여
炎炎九萬燒靑冥(염염구만소청명) : 활활 구만리 하늘까지 불살라 버릴런가.
召灾致祥豈無故(소재치상기무고) : 재앙과 상서가 어찌 까닭이 없으랴
人事怫亂乖天經(인사불란괴천경) : 인사가 어지러우면 천리가 어긋난다.
冥冥已可見兆朕(명명이가견조짐) : 어두운 가운데 조짐을 이미 보였으니
神驚鬼噪難安寧(신경귀조난안녕) : 귀신도 놀라 편안하지 못하는구나.
句芒泄訛白帝殃(구망설와백제앙) : 구망이 어긋남은 백제의 재앙이라
黃河東注不得停(황하동주불득정) : 황하 물 동으로 흘러 멈출 수가 없구나.
咄吒長吟託風謠(돌타장음탁풍요) : 답답함 길게 읊어 풍요에 부침이나니
使我不見徒自鳴(사아불견도자명) : 임을 보지 못해 혼자 울게하는 울음이어라.

 

 

조출신안도중망일방백기(早出新安途中望日傍白氣)-허목(許穆)
아침 일찍 신안으로 나오는 도중에 햇무리를 보고-허목(許穆)

我行來自石盒西(아행래자석합서) : 내가 석합 서쪽에서 걸어오는데
土雨昏目雜豊隆(토우혼목잡풍륭) : 흙비에 어둡고 우레까지 친다.
曉出金鰲十里望(효출금오십리망) : 아침에 금오가 나와 십리를 바라보니
崇墉百雉跨穹嶐(숭용백치과궁嶐) : 백 길의 높은 성 궁륭처럼 걸쳐 있다.
一夫呵怒萬人沮(일부가노만인저) : 한 사내 호통치면 만 사람 막아 내니
元戎設險籌策雄(원융설험주책웅) : 원수의 요새 설치 계획도 웅장하다.
朔方殺氣彌宇內(삭방살기미우내) : 북방의 살기 온 누리에 가득 차니
直射日傍成白虹(직사일방성백홍) : 해 곁에 바로 쏘니 흰 무지개 되었다.
黑暈匝日欺朝暾(흑훈잡일기조돈) : 검은 무리 해를 두르니 아침 해빛인 듯
傍珥如炬奪曈曨(방이여거탈동롱) : 방이는 횃불 같아 먼동 빛 잃었다.
燭龍㘅曜窺寒門(촉룡함요규한문) : 촉용이 해를 물고 북극으로 갔는가
又似祝融把火燒天紅(우사축융파화소천홍) : 축융이 불을 들어 천홍을 태우는가.
吾聞堯時羿射九日落(오문요시예사구일락) : 요 임금 신하 예는 아홉 해를 떨어뜨렸는데
更有竝日燋旱扶桑東(경유병일초한부상동) : 다시 두 해가 나란히 나와 부상을 태우는가.
弭灾息怪聖人化(미재식괴성인화) : 재앙 괴변 없앴던 성인의 덕화여
邈然不得追遺風(막연불득추유풍) : 아득하여 유풍을 따를 수 없도다.
白頭感歎誰復知(백두감탄수부지) : 늙은이 탄식 소리 누가 다시 알아줄까
向天無語泣無窮(향천무어읍무궁) : 말없이 하늘 향하여 끝없이 울어본다.

 

 

개협(介峽)-허목(許穆)
개협-허목(許穆)

介峽嶒崚不可越(개협증릉불가월) : 개협은 험준해서 넘을 수 없는데
連峯石色䨪晴霞(련봉석색䨪청하) : 잇닿은 봉우리 돌 빛이 검푸르구나.
入谷却愁天地窄(입곡각수천지착) : 골짜기에 들어서니 천지 좁아 도리어 슬글프다.
峽确礧硊勢相摩(협학뢰위세상마) : 좁은 바위는 부딪칠 듯한 형세인데
山回逕盤行轉迷(산회경반행전미) : 산을 두른 굽은 길 갈수록 희미하고
磎壑磊磊水層波(계학뢰뢰수층파) : 돌 쌓인 골짜기엔 물결이 집채 같이 크다.
幽崖積陰雪未消(유애적음설미소) : 깊은 벼랑 쌓인 그늘 속 눈 아직 녹지 않아
磵草春廻不見葩(간초춘회불견파) : 도랑의 풀은 봄이 와도 꽃망울 못 보겠다.
怪鳥相號不知名(괴조상호불지명) : 서로 우짖는 괴이한 새들, 이름도 모르겠는데
飛生摘木墮空柯(비생적목타공가) : 날아다닌 생명들, 열매 따다 빈 가지에 떨어뜨린다.
力盡崎嶇出木杪(력진기구출목초) : 있는 힘 다하여 험한 길 걸어 수림 속 나왔건만
嶺壁猶高山日斜(령벽유고산일사) : 벼랑은 높고 해마저 기우는구나.
我行北來窮險阻(아행북래궁험조) : 나는 걸어서 북쪽으로 와 험한 땅 다 도니
覊旅只足饒吟哦(기려지족요음아) : 나그네 신세에 읊은 시구만 늘었어라.

 

 

과소문유감(過召文有感)-허목(許穆)
소문을 지나다 느낌이 있어서-허목(許穆)

千載召文國(천재소문국) : 천년의 소문국이여
亡墟足悲涼(망허족비량) : 망한 옛터라 처량하여라.
繁華不復睹(번화불부도) : 번화함을 다시 볼 수 없고
荒草野花香(황초야화향) : 거친 풀 들꽃만 향기롭다.
壘壘見古墳(루루견고분) : 총총한 옛 옛 무덤 보이는데
濯濯無白楊(탁탁무백양) : 민둥민둥하여 백양 한 그루 없어라.
田父耕隴上(전부경롱상) : 둔덕 위에 밭가는 농부
猶說景德王(유설경덕왕) : 오히려 경덕왕을 말하고 있었다.
天地一何悠(천지일하유) : 천지는 한결같이 유구한데
終古幾興亡(종고기흥망) : 예부터 몇 번이나 흥하고 망했던가.
物理本無常(물리본무상) : 만물의 이치는 본래 무상한 데
人情徒自傷(인정도자상) : 사람의 마음만 부질없이 스스로 아파한다.

 

 

영남도상봉조생(嶺南道上逢趙生)-허목(許穆)
영남 길가에서 조생(趙生)을 만나-허목(許穆)

前年此日在羽溪(전년차일재우계) : 지난해 이날, 우계에 있으면서
西登太白望扶桑(서등태백망부상) : 서쪽으로 태백산 올라서 해 뜨는 곳 보았다.
跋涉山川一千里(발섭산천일천리) : 험한 산천 넘고 건넌 일천 리 길
南窺絶影窮炎方(남규절영궁염방) : 남으로 인적 끊긴 더운 지방 온통 돌아다녔다.
逢君此地眞邂逅(봉군차지진해후) : 우연히도 그 땅에서 그대 만나니
懷抱與我皆悲傷(회포여아개비상) : 회포는 그대와 내가 모두 슬프기만 하여라.
自從山西多亂後(자종산서다란후) : 산서에 온갖 난리 겪은 뒤에
三年不得歸故鄕(삼년불득귀고향) :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지가 삼 년이 되었다.
咄咄人事長覊旅(돌돌인사장기려) : 슬픈 것이 사람의 일, 지루한 객지살이
謳吟只自饒文章(구음지자요문장) : 노래하고 읊으니 문장만 늘었구나.
丈夫豈終老蓬蒿(장부기종로봉호) : 사내 대장부가 끝내 시골서만 늙을까
揚眉一笑思激昂(양미일소사격앙) : 미간을 펴고 한 번 웃으니 감회 드높아라.

 

 

의춘촌증별계제서귀경락종사삼십운(宜春村贈別季弟舒歸京洛從仕三十韻)-허목(許穆)
의춘(宜春) 마을에서 벼슬을 따라 서울로 돌아가는 막내아우 서(舒)를 작별하면서 삼십운(三十韻)을 주다-허목(許穆)

此地豈嘗期(차지기상기) : 이 땅을 어찌 기약하였으며
此別豈嘗知(차별기상지) : 여기서 이별할 줄 어찌 알았으랴.
炎蒸瘴癘地(염증장려지) : 찌는 듯한 풍토로 좋지 않은 땅
漂淪偶棲依(표륜우서의) : 떠돌다가 우연히 깃들어 살았구나.
官家賑斗粟(관가진두속) : 관가에서 말곡식을 꾸어주어
百口仰不飢(백구앙불기) : 여러 식구 그 덕으로 굶지 않았다.
旅泊旣已久(려박기이구) : 타향에서 머문 지 이미 오래라
方音聽亦宜(방음청역의) : 사투리를 들음도 이미 익숙하다.
人情苦懷土(인정고회토) : 사람의 마음이야 몹시 고향이 그리워
北望攬涕洟(북망람체이) : 북녘 땅 바라보며 눈물 뿌린다.
蕭條兵火盡(소조병화진) : 전쟁이 다한 자취 쓸쓸하기만 한데
十一遺瘡痍(십일유창이) : 열에 하나 남은 자 칼날의 상처로구나.
感慨徒歎恨(감개도탄한) : 감개하여 부질없이 한탄만 하는데
時運竟如斯(시운경여사) : 시대의 운명이 결국은 이러하구나.
念昔奔竄初(념석분찬초) : 생각커니 지난 난리로 달아날 적에
狼狽各分離(랑패각분리) : 저마다 허둥지둥 헤어졌었다.
積雪陰山道(적설음산도) : 눈 쌓인 음산의 길
玄氷渤海湄(현빙발해미) : 얼음 덮인 발해의 해변가
轉客到日南(전객도일남) : 떠도는 나그네가 일남에 이르렀다.
時久已序移(시구이서이) : 세월은 흘러 철도 이미 바뀌었고
雪峽擁篝火(설협옹구화) : 눈 쌓인 골짜기에 화롯불 끼고 앉았다.
朱涯畏炎曦(주애외염희) : 열대 지역에선 불볕 두려워 하는데
辛勤千萬里(신근천만리) : 고생길 천만리에
百憂惱相思(백우뇌상사) : 수많은 근심 걱정 몹시도 괴로웠다.
豈料今日在(기료금일재) : 어찌 오늘이 있을 줄을 생각이나 하였나
惝怳心如癡(창황심여치) : 당황하여 마음이 바보가 된 듯하다.
九死經艱難(구사경간난) : 구사일생 어려움을 겪어
相對淚已滋(상대루이자) : 서로 보니 눈물 먼저 흐른다.
離情逢會合(리정봉회합) : 떨어져 그리운 마음에 만나니
喜極還成噫(희극환성희) : 기쁨이 복받쳐 도리어 서러워진다.
隣人日携酒(린인일휴주) : 이웃 사람들은 날마다 술 들고 와서
酣醉動歡嬉(감취동환희) : 마냥 취하여 기쁨에 휩싸인다.
沉冥臥不省(침명와불성) : 술에 취해 정신 잃고 있으니
萬事復還遺(만사부환유) : 눈앞의 세상만사 도리어 잊었구나.
連延數十日(련연수십일) : 수십 일을 이렇게 지내다 보면
忘却在天涯(망각재천애) : 천애 먼 곳에 있는 처지도 잊어진다.
人生一聚散(인생일취산) : 인생이란 모이면 흩어지나니
迺知無常期(내지무상기) : 일정한 기약 없음을 이에 알겠구나.
苦道官事忙(고도관사망) : 관사의 일이 너무도 바빠
歸鞭不可遲(귀편불가지) : 돌아가는 채찍을 늦출 수 없구나.
驩逢能詎幾(환봉능거기) : 반가이 만난 것이 얼마나 될까
盈月感易虧(영월감역휴) : 둥근 달 쉬이 기우니 마음 아프구나.
窮途復此別(궁도부차별) : 곤궁한 때에 다시 이별하니
黯然惜解携(암연석해휴) : 말없이 잡은 손 놓지 못하겠다.
憐我覊旅情(련아기려정) : 나의 타향살이 안타깝게 여겨 주니
牽添別離悲(견첨별리비) : 이별의 슬픔을 더욱 짙어진다.
惻惻抱辛酸(측측포신산) : 쓰리고 슬픈 마음 마냥 괴로워
中夜泣漣洏(중야읍련이) : 깊은 밤 눈물이 마구 쏟아지는구나.
情牽語更連(정견어경련) : 정에 끌려 이야기 다시 이어 가니
聽者恕支離(청자서지리) : 듣는 사람 지루함을 용서하시라.
少年慕高節(소년모고절) : 젊은 나이에 높은 절개 사모하여
恥與衆人隨(치여중인수) : 보통 사람 따르기를 부끄러워했었다.
平生誦周孔(평생송주공) : 평생에 주공 공자의 말씀 외면서
耿耿空自奇(경경공자기) : 또렷한 본마음이 스스로 기이하여라.
感歎長吟哦(감탄장음아) : 탄식하며 길게 읊조리니
白首計已違(백수계이위) : 흰머리에 계책은 이미 어긋났구나.
已矣勿復道(이의물부도) : 다 지나갔구나, 다시 말하지 말라
咄咄且何爲(돌돌차하위) : 슬퍼서 탄식한들 무엇하겠는가.

 

 

경뢰절도우계관일출작(驚雷節到羽溪觀日出作)-허목(許穆)
경뢰절에 우계(羽溪)에서 해돋이를 구경하며-허목(許穆)

羽溪東畔海茫茫(우계동반해망망) : 우계의 동반 너머 바다는 망망한데
烟濤極目連扶桑(연도극목련부상) : 안개 낀 물결은 끝없이 부상까지 잇닿았구나.
靑帝鞭霆駕蒼螭(청제편정가창리) : 청제는 우레를 채찍하여 푸른 용을 몰고
羲伯授時居嵎夷(희백수시거우이) : 화백은 농사철 알리러 우이에 와있구나.
金烏騰翥海色動(금오등저해색동) : 해가 떠오르니 바다 빛은 물결치고
明霞紫氣開朝暉(명하자기개조휘) : 밝은 놀 붉은 기운 아침 햇살 열려 온다.
層臺百重何縹緲(층대백중하표묘) : 층계진 백겹의 누대가 어찌 그리도 아스라한가
雲霓明滅光依依(운예명멸광의의) : 구름과 무지개 보였다 사라지고 빛은 가물거린다.
我欲登之不可梯(아욕등지불가제) : 나는 오르려 해도 오를 수 없어
異境恍惚懷轉悽(이경황홀회전처) : 신비로운 경지에 황홀하고 회포는 쓸쓸해진다.
百年辛苦長謳吟(백년신고장구음) : 평생의 고된 삶 길게 노래 부르니
路窮絶域歸思迷(로궁절역귀사미) : 길 막힌 먼 땅을 돌아갈 생각조차 못한다.

 

 

無可無不可吟(무가무불가음)-許穆(허목)
옳은 것도 없으며 옳지 않은 것도 없도다.-許穆(허목)

一往一來有常數(일왕일래유상수) : 한번 오고 한번 가는 것이 진리이니
萬殊初無分物我(만수초무분물아) : 온갖 사물 처음은 무에서 사물과 나로 나누어진 것
此事此心皆此理(차사차심개차리) : 이 일, 이 마음도 다 이 이치이니
孰爲無可孰爲可(숙위무가숙위가) : 무엇이 옳지 않으며, 무엇이 옳다 하겠는가.

 

 

제장명보강사(題蔣明輔江舍)-허목(許穆)
장명보의 강가의 집-허목(許穆)

江水綠如染(강수록여염) : 강물은 푸르러 물감 들인 듯
天涯又暮春(천애우모춘) : 타향의 하늘은 저무는 봄
相逢偶一醉(상봉우일취) : 서로 만나 우연히 한잔 술 나누니
皆是故鄕人(개시고향인) : 우리 모두 고향 친구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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