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自吟)-허목(許穆) 스스로 읊다-허목(許穆)
安居無事足娛虞(안거무사족오우) : 편하고 일이 없어 즐거움이 풍족하여 何處人間有勝區(하처인간유승구) : 그 어디에 사람이 살기 더 좋은 곳 있을까. 耕鑿自饒忘帝力(경착자요망제력) : 농사지어 풍족하니 임금님 은혜 잊었는데 樂生還愛鏡中鬚(악생환애경중수) : 인생이 즐거우니 거울 속 수염마저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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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악곡구(紺岳谷口)-허목(許穆) 감악 골짜기 길목에서-허목(許穆)
落葉山逕微(락엽산경미) : 떨어지는 나뭇잎, 산길 희미하고 石苔筇音遲(석태공음지) : 돌 이끼에 지팡이 소리 더디어라 逢人不相語(봉인불상어) : 사람을 만나도 말이 없으니 正與聾者宜(정여롱자의) : 이곳이 바로 귀머거리 세상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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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계사증법윤(雲溪寺贈法潤)-허목(許穆) 운계사에서 법윤에게 주다-허목(許穆)
湄江學士般若碑(미강학사반약비) : 미강 학사의 반야비가 있으니 禪宮象敎潤公作(선궁상교윤공작) : 불교도인 윤공이 지었다. 鑿石開逕躡層巓(착석개경섭층전) : 돌 쪼아 길을 열어 높은 봉우리에 오르니 縹緲欞檻跨廖廓(표묘령함과료곽) : 기둥 난간은 아스라이 허공에 걸쳐 있있다. 下有懸崖瀑布水(하유현애폭포수) : 그 아래로 절벽에 폭포수가 있어 雷雨滿耳雲滿壑(뢰우만이운만학) : 귀에는 천둥 소리, 골짜기에는 구름뿐이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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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탄(日食嘆)-허목(許穆) 일식을 탄식하다-허목(許穆)
七年六月庚戌朔(칠년륙월경술삭) : 칠년 유월 경술 초하룻날 咎象見天白日黑(구상견천백일흑) : 재앙이 하늘에 나타나 대낮이 어두워졌다. 吾聞日爲衆陽宗(오문일위중양종) : 내가 듣건데, 해는 모든 양의 으뜸이라 闇虛射日成薄蝕(암허사일성박식) : 암허가 해를 쏘아 햇빛을 가로막있디 天王素服親伐鼓(천왕소복친벌고) : 임금은 소복하고 몸소 북을 두드리고 庭氏彎弧射太陰(정씨만호사태음) : 정씨는 활을 당겨 달을 쏘았단다. 妾婦乘夫臣背君(첩부승부신배군) : 계집이 사내를 이기고 신하 임금 배반하더니 周道壞亡犬戎侵(주도괴망견융침) : 주 나라의 도가 무너지고 오랑캐 침범했다. 巧言似忠不可近(교언사충불가근) : 간교한 말이 충성스러우나 가까이 하지 말지니 堯禹之聖畏孔壬(요우지성외공임) : 요ㆍ우 임금같은 성인도 간사한 사람을 두려워했다. 自古妖㜸豈無因(자고요㜸기무인) : 예부터 요얼에 어찌 원인 어이 없으랴 天象不違人事忒(천상불위인사특) : 사람의 잘못이 천상으로 나타남 어김이 없었다. 春秋二百四十年(춘추이백사십년) : 춘추 이백 사십 년 特書三十六日食(특서삼십륙일식) : 서른 여섯 차례 일식있었음을 크게 적었다. 日月告凶烖最大(일월고흉烖최대) : 해와 달의 흉조 알리면 재앙 가장 크니 但願明君嚴省飭(단원명군엄성칙) : 밝은 임금 경계함을 바랄 뿐이란다. 禍亂萌生誠可畏(화란맹생성가외) : 화란의 싹이 틈도 정말 두렵지만 切近之憂在讒賊(절근지우재참적) : 절박하고 가까운 근심은 참소함에 있다. 前月朝家布大禁(전월조가포대금) : 지난달 나라에서 대금을 선포하여 欲言不敢長歎息(욕언불감장탄식) : 말을 감히 못하니 길이 한탄만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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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희제(有感戲題)-허목(許穆) 감회가 있어 재미로 짓다-허목(許穆)
老人學禮不學務(로인학례불학무) : 노인이 예절만 배우고 세상일은 몰라 談禮每被多人咻(담례매피다인휴) : 예절을 말할 때마다 기롱하는 사람 많다. 嘗論傳重嚴正體(상론전중엄정체) : 전중을 논하고 정체를 엄중히 헸더니 適使海爲三江流(적사해위삼강류) : 바다로 귀양 가고 삼강으로 유배되었다. 又言元嗣合正名(우언원사합정명) : 원자로서 바른 명분 합한다 간언하였더니 謂我讒妬間鴻猷(위아참투간홍유) : 나를 참소하여 큰 법을 어긴단다. 衆口呶呶皆自取(중구노노개자취) : 뭇사람들 입 기롱함도 스스로 취함이라 對人色沮懷慙憂(대인색저회참우) : 사람 만나면 얼굴빛 잃고 부끄러워하였단다. 此心耿耿日月明(차심경경일월명) : 이 마음 생생하여 성상의 밝으신 잊지 않았으니 從今休語追愆尤(종금휴어추건우) : 이제부터 말 하지 말고 허물 찾아 뉘우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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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춘북행령하술회(早春北行嶺下述懷)-허목(許穆) 이른 봄날, 북행에 고개 아래서 회포 적다-허목(許穆)
嶺峽岧嶤山氣深(령협초요산기심) : 골짜기 높고 높아 산 기운 깊어 日高雲霞猶未斂(일고운하유미렴) : 해가 높이 올라도 구름과 안개 걷히지 않는다. 雲深石古棧道危(운심석고잔도위) : 구름 깊어 바윗돌 사다리 길은 가파르고 絶壑嶄如俯坑塹(절학참여부갱참) : 깎아지른 골짜기가 굽어본 구덩이같이 보인다. 姑母層城不知年(고모층성불지년) : 층계진 고모성 몇 해나 지났는지 모르고 石洞深松見茅店(석동심송견모점) : 석동의 깊은 소나무들 속으로 모점이 보인다. 辛夷花開柳眼黃(신이화개류안황) : 개나리꽃 피고 버들눈 노랗게 트니 川波生目綠可染(천파생목록가염) : 냇가 물결은 맑아서 파랗게 물들겠다. 白鳥飛來山更高(백조비래산경고) : 백조 날아오니 산은 더욱 높아지고 信馬溪橋看不厭(신마계교간불염) : 말 타고 건너는 다리 풍경도 싫진 않다. 風光澹蕩生氤氳(풍광담탕생인온) : 풍광이 화창하여 온화한 기운 따르니 春宮靑女弄冶艶(춘궁청녀롱야염) : 춘궁의 청녀가 곱게 단장하리라. 却思苦寒闍崛陰(각사고한도굴음) : 몹시 춥던 사굴의 응달을 갑자기 생각하니 顓頊殭死久已殮(전욱강사구이렴) : 전욱이 말라 죽어 염습한 지 오래리라. 東去頗窮淸洛源(동거파궁청락원) : 동쪽으로 떠나 조금 낙수의 근원 찾으니 白石淸溪波瀲灔(백석청계파렴염) : 하얀 돌 맑은 시내 물결이 넘친다. 祝融遙禮華蓋君(축융요례화개군) : 축융이 멀리 화개군에게 예 드리니 紫霄祥飊徵異驗(자소상飊징이험) : 푸른 하늘 상서로운 바람 좋은 징조이구나. 赤松滄海仙人臺(적송창해선인대) : 적송자 산다는 창해의 선인대에 金烏躍波光閃閃(금오약파광섬섬) : 출렁이는 물결에 햇살이 반짝인다. 嶺海東南一千里(령해동남일천리) : 영해의 동남쪽 일천 리 땅을 歷覽山川飽已厭(력람산천포이염) : 산천을 싫도록 두루 구경하였다. 忽忘身世長覊旅(홀망신세장기려) : 몸과 세상 문득 잊고 나그네된 지 오래니 藻摛日富曜鉛槧(조리일부요연참) : 지은 글 날로 많아 문필을 빛내었다. 皤公一生好遠遊(파공일생호원유) : 허연 늙은이 평생에 먼 유람을 좋아하니 興足意長思愈贍(흥족의장사유섬) : 흥도 족하고 뜻도 유장하여 생각 더욱 풍성하다. 文章古來窮亦奇(문장고래궁역기) : 문장은 예로부터 궁할수록 기이했나니 遠追甫白揚光焰(원추보백양광염) : 두보와 이백 멀리 좇아 광염을 떨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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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상취제장씨정자(大江上醉題蔣氏亭子)-허목(許穆) 큰 강 위의 장씨 정자에서 취하여 짓다-허목(許穆)
我從闍崛來(아종도굴래) : 내가 사굴로부터 와서 登臨江上樓(등림강상루) : 강 위의 누각에 올랐다. 水國陰氣蒸(수국음기증) : 물가 음침한 기운 끓어오르고 冬雨濕芳洲(동우습방주) : 겨울비는 방주를 적신다. 江流蕩浩浩(강류탕호호) : 강물은 세차게 흐르는데 遊氣與之浮(유기여지부) : 안개 기운 물 따라 떠오른다. 主人喜寥廓(주인희요곽) : 주인은 적막함을 좋아하니 高義出等流(고의출등류) : 높은 뜻은 모든 무리에 뛰어나다. 酌我紫霞春(작아자하춘) : 나에게 자하주를 권하면서 慰我千里遊(위아천리유) : 천 리에 떠도는 나를 위로한다. 相對莞一笑(상대완일소) : 마주 보고 빙그레 한 번 웃으니 曠然散塵愁(광연산진수) : 시원스레 세상 근심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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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사(楓査)-허목(許穆) 단풍나무 등걸-허목(許穆)
闍崛陰崖亂壑水(사굴음애란학수) : 사굴의 음침한 낭떠러지 어지러운 골짝기 물 奔流激射漱滌開巖洞(분류격사수척개암동) : 세차게 흐르고 부딪치며 바위 동굴 씻어 연다 磊磊見白石(뢰뢰견백석) : 첩첩이 쌓인 흰 돌이 보이고 上有老楓樹(상유로풍수) : 그 위에 늙은 단풍나무 있다. 槎枒盡摧折(사야진최절) : 움에서 돋은 가지 다 부러지고 其根半枯半朽(기근반고반후) : 그 뿌리 절반은 마른 듯 하고 절반은 썩은 듯하다. 斑斕唯見苔蘚色(반란유견태선색) : 얼룩덜룩 이끼 빛만 보이는데 拔之倚巖壁(발지의암벽) : 그것을 뽑아 바위 벼랑에 기대 세운다. 盻其奇形怪狀不可名(혜기기형괴상불가명) : 그 기괴한 모양 바라보니 이름할 수 없었다. 在昔神禹象物鑄九鼎(재석신우상물주구정) : 옛적 우 임금 물형 본떠 구정을 만들었다지만 誰令物怪化爲木石潛其形(수령물괴화위목석잠기형) : 누가 괴물을 목석으로 바꾸어 그 형체 숨기게 했을까. 我心坦蕩嘆且愕(아심탄탕탄차악) : 내 마음 탁 트이어 감탄하고 놀랐는데 瘦高見雙脚(수고견쌍각) : 앙상한 몸체에 두 다리 드러내었구나. 塊然反拳矯額又傴僂(괴연반권교액우구루) : 괴연히 뒷짐 진 채 이마를 쳐들었으며 허리도 꼬부라졌어라. 誰遣狂道士(수견광도사) : 누가 미친 도사로 하여금 蹈足舞八風(도족무팔풍) : 발 구르고 팔풍에 춤추며 仰天仍大噱立斯須(앙천잉대갹립사수) : 하늘을 쳐다보고 껄껄 웃으며 잠깐 서 있게 하였을까. 移來置之几案傍(이래치지궤안방) : 이것을 옮겨 책상 곁에 놓아두고 對此杳嘿聞風瓠(대차묘묵문풍호) : 고요히 바라보며 풍호 소리를 들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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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합구현팔경1(獐合舊縣八景1)-허목(許穆) 장합구현팔경-허목(許穆)
卜居近林壑(복거근림학) : 사는 곳이 숲 골짜기에 가까워 愛此山水淸(애차산수청) : 산과 물이 맑아 이곳이 좋아라. 陶然想太古(도연상태고) : 즐겁게 태고의 시절 생각하며 窈窕無俗情(요조무속정) : 고요하여 속된 마음 사라지는구나. 蘭若隔雲壑(란약격운학) : 구름 낀 골짜기 너머 절간에선 淸曉聞鍾聲(청효문종성) : 맑은 새벽 종소리가 들려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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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합구현팔경2(獐合舊縣八景2)-허목(許穆) 장합구현팔경-허목(許穆)
地僻少人事(지벽소인사) : 궁벽한 땅 일도 적으니 豈有塵累嬰(기유진루영) : 어찌 세소의 구속에 얽매이랴. 閑居喜幽獨(한거희유독) : 한가히 사니 외로움도 좋아 伴此林壑淸(반차림학청) : 이 숲의 골짜기 벗하며 알아간다. 日夕山更高(일석산경고) : 해 저물면 산은 다시 높아지고 前村暝色生(전촌명색생) : 앞 마을 어두운 빛 몰려드는구나. 高樹繞虛落(고수요허락) : 높은 나무들 빈 마을 에워싸고 依依烟上平(의의연상평) : 싱싱하게 안개 위에 가지런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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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합구현팔경3(獐合舊縣八景3)-허목(許穆) 장합구현팔경-허목(許穆)
出谷復溪橋(출곡부계교) : 골짜기 벗어나니 다시 개울 다리 朝日照巖壁(조일조암벽) : 아침 햇살이 암벽에 곱게 비친다. 白雲從壑起(백운종학기) : 흰 구름 골짝에서 일어나고 郊原生草色(교원생초색) : 들판 언덕에 풀빛이 자라는구나. 溪南牧童在(계남목동재) : 시내 남쪽에는 목동 있어 跨牛穩吹笛(과우온취적) : 소 타고 편안히 피리를 부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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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합구현팔경4(獐合舊縣八景4)-허목(許穆) 장합구현팔경-허목(許穆)
高樹臨西塢(고수림서오) : 큰 나무 서쪽 둔덕에 임해 있고 野亭俯磎橋(야정부계교) : 들판의 정자 개울가 다리를 굽어본다. 有客來相訪(유객래상방) : 길손이 와서 나를 찾아와 竟日話漁樵(경일화어초) : 종일토록 고기 잡고 나무하는 이야기한다. 言語盡淳朴(언어진순박) : 말마다 모두가 순박하니 風俗隔塵囂(풍속격진효) : 풍속이 시끄러운 속세와 막혔어라. 笑罷相送去(소파상송거) : 웃음 다하면 서로 헤어져 떠나는데 還愛古意饒(환애고의요) : 옛 뜻이 넘치는 것이 도리어 좋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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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합구현팔경5(獐合舊縣八景5)-허목(許穆) 장합구현팔경-허목(許穆)
春峽暮愈碧(춘협모유벽) : 봄 산골 저녁은 더욱 푸르고 景物晴更好(경물청경호) : 경치는 갠 뒤가 더욱 좋아라. 崔崒靑犁牛(최줄청리우) : 우뚝 솟은 청리우는 騰踔勢傾倒(등탁세경도) : 나는 듯 뛰는 듯, 형세가 가파르다. 天空月色出(천공월색출) : 텅 빈 하늘에 달빛 솟아오르니 遊氣淨如掃(유기정여소) : 흐르는 기운이 씻은 듯 깨끗하여라. 浩歌動高興(호가동고흥) : 호탕한 노래에 높은 흥취 일고 曠然遺塵惱(광연유진뇌) : 시원한 가슴 세상 근심 잊었어라. 賴有山中人(뢰유산중인) : 다행히 산중에 사람 있어 與我同懷抱(여아동회포) : 나와 함께 회포를 함께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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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합구현팔경6(獐合舊縣八景6)-허목(許穆) 장합구현팔경-허목(許穆)
嵺廓任疎蕩(교확임소탕) : 넓고 큰 뜻을 소탕함에 맡겨 得閑心獨忻(득한심독흔) : 한가로움 얻으니 마음은 기쁘다. 雁嶺孤鳥上(안령고조상) : 안령엔 외로운 새 날아오르고 日夕看歸雲(일석간귀운) : 해 지는 저녁 떠가는 구름 바라본다. 浮雲自無心(부운자무심) : 뜬구름은 절로 무심하고 我亦遺世紛(아역유세분) : 나 또한 세상 어지러움 잊고 산다. 拔俗巢與由(발속소여유) : 속세를 벗어난 소부와 허유 千載追淸芬(천재추청분) : 천년토록 그 맑은 향기 따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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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합구현팔경7(獐合舊縣八景7)-허목(許穆) 장합구현팔경-허목(許穆)
磊落舊學亭(뢰락구학정) : 시원스런 저 구학정 層崖俯淸流(층애부청류) : 절벽에서 맑은 물 굽어본다. 坐石玩游鯈(좌석완유조) : 돌에 앉아 노니는 송사리 떼 구경니 得意仍淹留(득의잉엄류) : 뜻에 맞아은데 그대로 머물러 있다. 潛泳見天機(잠영현천기) : 고요히 헤엄치니 천기가 보이나니 此理何悠悠(차리하유유) : 이러한 이치 어이 그리 심원한가. 曠蕩莊周生(광탕장주생) : 활달하고 호탕한 장주는 相忘濠上遊(상망호상유) : 서로 잊고 호숫가에 놀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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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합구현팔경8(獐合舊縣八景8)-허목(許穆) 장합구현팔경-허목(許穆)
聖人旣已遠(성인기이원) : 성인 시대 이미 아득하거늘 鳳鳥久不來(봉조구불래) : 봉황도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至今淸溪濱(지금청계빈) : 지금까지도 맑은 시냇가에는 空餘翠石臺(공여취석대) : 취석대만 속절없이 남아 있어라. 嗟我抱琅玕(차아포낭간) : 슬프다 아름다운 구슬을 안고있지만 悵望徒自哀(창망도자애) : 시름없이 바라보며 스스로 슬퍼한다. 白日碧山靜(백일벽산정) : 낮에도 푸른 산은 고요하기만 한데 澹蕩知春廻(담탕지춘회) : 화창한 날씨에 봄 온 줄 알도다. 尋花恣幽步(심화자유보) : 꽃 찾아 이리저리 걸어다니니 此意何悠哉(차의하유재) : 이 마음 어찌 이리도 한가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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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고정장인고시칠운(和古亭丈人古詩七韻)-허목(許穆) 고정 장인의 고시 칠운에 화답하다-허목(許穆)
萬物隨化無停機(만물수화무정기) : 만물이 변화 따라 멈출 계기가 없나니 百川東逝何沄沄(백천동서하운운) : 모든 냇물은 동으로 흘러 소용돌이친다. 莊周闊誕恣戱謾(장주활탄자희만) : 장주는 허탄하여 마음대로 놀고 지껄이되 堯跖俱朽誰能分(요척구후수능분) : 요임금과 도척 함께 썩으니 누가 구별할까. 淳風已死聖人遠(순풍이사성인원) : 순박한 풍속은 사라지고 성인은 멀어지니 後來彫琢泯人文(후래조탁민인문) : 후대 사람 꾸밈에 인문을 망치는구나. 馬遷餘史意已荒(마천여사의이황) : 사마천 남긴 사기 뜻이 이미 황당한데 自附春秋眞妄云(자부춘추진망운) : 스스로 춘추에 비했으니 참으로 망녕되다. 揚生草玄心獨苦(양생초현심독고) : 양웅은 태현경을 지음에 고심이 많았다. 屼屼恥與數子群(올올치여수자군) : 고고히 그들과 짝하기 부끄러웠다. 從茲不怠倘庶幾(종자불태당서기) : 이에서 게을리 않았다면 거의 진경에 들어 不待千載有子雲(불대천재유자운) : 천년을 기다리지 않아 자운 같은 이 나왔으리라 古來固有知者知(고래고유지자지) : 예부터 진실로 아는 자라가 알 것이니 白首頗勤讀典墳(백수파근독전분) : 백수가 되어서야 경전을 부지런히 읽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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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구정봉봉운무작(登九井峯逢雲霧作)-허목(許穆) 구정봉에 올라 운무를 만나 짓다-허목(許穆)
支題秀出八千丈(지제수출팔천장) : 지제산 높이 솟아 팔천 길 毗盧瑞石參相望(비로서석참상망) : 비로봉 서석봉 마주 바라본다. 上有蒼苔九龍井(상유창태구룡정) : 위에는 이끼 덮인 구룡정 變化雲雨連溟漲(변화운우련명창) : 구름과 비로 변하여 바다에 닿았다. 仙人搖石靑臺間(선인요석청대간) : 선인이 청대 사이로 바위를 흔들어 丘巒欲摧空低仰(구만욕최공저앙) : 봉우리는 공중에 아래 위로 흔리듯하다. 長生石標祕不開(장생석표비불개) : 장생한다는 돌 푯말 감취 보이지 않으니 豈爲千古恣欺誑(기위천고자기광) : 어찌 천고의 세월을 함부로 속여왔을까. 異事漠漠誰料得(이사막막수료득) : 괴이한 일 아득하니 누가 알까 使我獨立神慘愴(사아독립신참창) : 홀로 선 내 마음을 슬프게 하는구나. 依舊千年石鹿車(의구천년석록차) : 천년의 석록거는 옛 모습 그대로인데 直俯虛崖窺㬒曭(직부허애규망당) : 빈 절벽에 구부리고 흐릿한 날 바라본다. 排風遊霧安可極(배풍유무안가극) : 바람 헤치고 안개 속에 노는 것을 어찌 얻을까 呵妖叱怪神愈旺(가요질괴신유왕) : 요괴한 것 꾸짖으니 정신은 더욱 왕성하다. 翩然被髮戱帝傍(편연피발희제방) : 날 듯이 머리 풀고 신선 곁에 놀다가 下與萬物俱跌踼(하여만물구질탕) : 아래로 내려와 만물과 함께 질탕하게 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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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봉(神蒲峯)-허목(許穆) 신포봉-허목(許穆)
支題山中百丈石(지제산중백장석) : 지제산 속 백장석 上有仙井之水泓且淸(상유선정지수홍차청) : 위에 선정의 물은 깊고도 맑아라. 菖蒲十丈九千節(창포십장구천절) : 창포는 열 길, 구천 마디 自從開闢始句萌(자종개벽시구맹) : 개벽 때부터 싹이 돋았나보다. 盤生屈曲蒼苔老(반생굴곡창태로) : 구불구불 자라 이끼 속에 늙으니 蛟螭糾結鬚鬣靑(교리규결수렵청) : 교룡이 뒤엉켜 갈기 수염 푸르구나. 我來採得神如旺(아래채득신여왕) : 내가 와서 캐니 정신이 왕성해지고 服之可以通僊靈(복지가이통선령) : 먹어본다면 신선 영성과도 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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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양효아(興陽孝兒)-허목(許穆) 흥양 땅의 효자-허목(許穆)
興陽大江里(흥양대강리) : 흥양 땅 대강리에 孝兒名燦文(효아명찬문) : 효자의 이름은 찬문이다. 善行人所服(선행인소복) : 착한 행실 사람들 감복하여 聞者動驚喧(문자동경훤) : 듣는 이 모두 놀라 떠들썩하였다. 藐然在髫齓(막연재초츤) : 오륙 세 더벅머리 아이지만 長者詎敢群(장자거감군) : 어른인들 어찌 따르리오. 其父病在床(기부병재상) : 그 아버지 자리에 병들어 누워 俄頃死生分(아경사생분) : 죽고 삶이 경각에 달렸단다. 藥石昧其效(약석매기효) : 약물은 효과가 나지 않아서 晨絶到日曛(신절도일훈) : 새벽에 기절하여 저물녘까지 이르렀다. 悲號感神理(비호감신리) : 슬프게 울부짖음에 신명이 감동하여 指授覺昒昕(지수각물흔) : 먼동 틀 때 깨어난다 가르쳐 주었단다. 刳血灌諸口(고혈관제구) : 살 찢어 피를 내어 입에 넣으니 死息廻氤氳(사식회인온) : 죽은 숨결 따뜻이 돌아왔단다. 孝感豈偶然(효감기우연) : 효성에 감응함이 어찌 우연이랴 此理信不昏(차리신불혼) : 이치가 진실로 어둡지 않구나. 嗟我感其事(차아감기사) : 아 나는 그 일에 감동하였나니 卓卓古未聞(탁탁고미문) : 높고 높은 행실 옛날에도 듣지 못했다. 爲之下閭問(위지하려문) : 마을에 내려가 위로하고 題詩贈慇懃(제시증은근) : 시를 써서 은근한 정을 보여주었다. 百行自良知(백행자량지) : 모든 행실 양지에서 나온다 하였으니 諒哉古所云(량재고소운) : 믿겠노라, 옛사람 이르는 말을 君子貴擴充(군자귀확충) : 군자는 확충함을 귀히 여기니 勉勉期相敦(면면기상돈) : 힘쓰고 힘써서 서로 돈독히 하여라. 非學安能遂(비학안능수) : 배움이 아니고서 어찌 이룰까 孜孜讀典墳(자자독전분) : 부지런하게 경전을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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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대상우섬공(靈臺上遇暹公)-허목(許穆) 영대 위에서 섬공을 만나-허목(許穆)
暹公不飢仍不老(섬공불기잉불로) : 섬공이 굶지도 늙지도 아니함은 學道西山八十年(학도서산팔십년) : 서산에서 팔십 년 도 닦은 때문이리라. 逃名絶俗竄巖谷(도명절속찬암곡) : 명리와 속세 떠나 바위 골짜기에 숨어 草衣木食形貌姸(초의목식형모연) : 초의 입고 열매 먹어도 얼굴 모습 곱다. 心如枯木無所慕(심여고목무소모) : 마음은 고목인양 사모함 없으니 寂然神完而氣專(적연신완이기전) : 고요한 정신에 기운도 오롯하다. 申申眷我授祕訣(신신권아수비결) : 거듭 나를 좋아하여 비결을 전해 주니 我亦與世長遺捐(아역여세장유연) : 나도 또한 세상을 영영 버린 몸이어라. 回頭一笑隨烟霧(회두일소수연무) : 안개를 따라 머리 돌려 한 번 웃으며 手持芙蓉參列仙(수지부용참렬선) : 부용꽃 손에 들고 뭇 신선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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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진구월삼일종화개동관쌍계석문(庚辰九月三日從花開洞觀雙谿石門)-허목(許穆) 경진년 9월 3일에 화개동으로부터 쌍계사 석문에서-허목(許穆)
佛日直俯千丈磎(불일직부천장계) : 불일봉 올라 천 길 계곡 굽어보니 寒崖峭壁纔有路(한애초벽재유로) : 찬 비탈 험한 벼랑에 겨우 길 하나 있다. 風塵不到烟霞老(풍진불도연하로) : 세상 풍진 이르지 않고 안개만 자욱한데 洞府蒼蒼石色古(동부창창석색고) : 골짜기 아득하고 돌 빛은 예스럽구나. 東望香爐瀑布水(동망향로폭포수) : 동으로 향로봉 폭포수 바라보니 飛流亂灑深如霧(비류란쇄심여무) : 어지러이 뿌리는 물 짙은 안개 낀 듯하다. 白日晦迷忽悽愴(백일회미홀처창) : 대낮도 어두우니 문득 마음 쓸쓸하고 天風颯颯吹飛雨(천풍삽삽취비우) : 높은 바람은 솔솔 불어 비를 불어 날린다. 學士舊跡靑苔沒(학사구적청태몰) : 학사의 옛 자취 이끼 속에 묻혀 있고 眞訣不傳心獨苦(진결불전심독고) : 참 비결 전하지 않으니 마음만 괴로워라. 鶴去山空日月深(학거산공일월심) : 학은 떠나고 빈 산에는 세월만 깊으니 使我杳然思玄圃(사아묘연사현포) : 내 마음 아득히 현포를 생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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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모아우산수승신욱제기권자(寓居毛兒遇山水僧信旭題其卷子)-허목(許穆) 모아에 살면서 산수를 즐기는 스님 신욱을 만나 서권에 쓰다-허목(許穆)
闍崛老翁號旭公(도굴로옹호욱공) : 도굴의 늙은이를 욱공이라 부르는데 身被草衣佩木魚(신피초의패목어) : 초의로 몸 가리고 목탁을 손에 들었다. 逃名絶俗遊杳冥(도명절속유묘명) : 명리와 속세를 떠나 아득한 곳에 놀아 刳巖鑿翠類穴居(고암착취류혈거) : 바위 깎고 산을 파서 짐승처럼 살았다. 山深築室日月久(산심축실일월구) : 깊은 산에 지은 집 세월이 오래되어 風雨颯颯侵戶牖(풍우삽삽침호유) : 비바람 삽삽하게 창문 안에 들어온다. 石柱靑苔山氣濕(석주청태산기습) : 이끼 낀 돌기둥에 산 기운 젖어들고 禪堂象敎半頹朽(선당상교반퇴후) : 선당의 불상은 절반이나 무너졌다. 思將營築開新構(사장영축개신구) : 새집 지으려 새 터전 마련하려 來叩閭閻百姓家(래고려염백성가) : 마을에 내려와서 민가를 찾아든다. 手持楞伽貝葉經(수지릉가패엽경) : 능가패엽경을 손에 들고 靑眸白髮貌如花(청모백발모여화) : 파란 눈, 백발의 모습이 꽃과 같아라. 從人說法動氓俗(종인설법동맹속) : 사람 따라 설법하여 백성 풍속 움직이고 歷數萬乘皆趨波(력수만승개추파) : 역대의 임금들도 이 법 따랐다. 此法傳來一千年(차법전래일천년) : 이 법이 전해 온 지 일천 년이 되도록 生祥降瑞驅妖魔(생상강서구요마) : 온갖 좋은 일 내려 주고 요귀 마귀 몰아냈다. 灾殄不作年穀穰(재진불작년곡양) : 재앙 일지 않고 해마다 곡식 풍년 群生至老無殀殤(군생지로무요상) : 많은 사람 장수하여 일찍 죽는 하나 없다. 家家種福多懽喜(가가종복다환희) : 집집마다 복을 심어 기쁜 일 많고 又道來生壽福長(우도래생수복장) : 내생까지 수와 복 뻗쳐 간다 말한다. 堆金委帛無所惜(퇴금위백무소석) : 황금 비단 버려도 아까울 것 없으니 去千萬劫常無殃(거천만겁상무앙) : 천만겁 지나도록 재앙만 없어라 한다. 分明施報如授受(분명시보여수수) : 갚음과 베풂이 주고받는 듯 분명하니 人人皆可望吉昌(인인개가망길창) : 사람마다 길창함을 바랄 수 있다 한다. 其言一一倘可信(기언일일당가신) : 그 말 하나하나 믿을 수가 있다면 吾亦長飢求飽嬉(오역장기구포희) : 내 오래 굶주렸으니 배 부름 구하겠다. 請看古來窮達人(청간고래궁달인) : 여보게나, 예부터 궁하고 달한 사람 何人事佛何人嗤(하인사불하인치) : 어떤 사람이 불처 섬기고 어느 누가 비웃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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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의춘정자범(寓居宜春呈子範)-허목(許穆) 의춘에 살면서 자범에게 부치다-허목(許穆)
山峽日多雨(산협일다우) : 산골짜기엔 날마다 비가 많아 颯颯寒木秋(삽삽한목추) : 살랑살랑 바람부는 나무 차가운 가을날. 寓居適深僻(우거적심벽) : 살기는 깊은 산골이 좋은데 崒嵂亂峯幽(줄률란봉유) : 우뚝한 봉우리들 그윽하여라. 濕蟄掩蓬蒿(습칩엄봉호) : 습지에 웅크린 듯 쑥대에 가려있고 鬱悒抱百憂(울읍포백우) : 답답한 마음은 온갖 근심 안고있어라. 忻逢繡衣史(흔봉수의사) : 비단옷 입은 어사반갑게만나고 보니 昔日同里遊(석일동리유) : 지난날 한마을 놀던 친구이어라. 經年沙漠外(경년사막외) : 사막 밖에 여러 해를 지내왔는데 豈料對靑眸(기료대청모) : 반가운 사람 마날 줄을 어찌 알았으랴. 相對慰寒飢(상대위한기) : 마주보고 춥고 굶주림을 위로해 주니 情意兩綢繆(정의량주무) : 마음과 뜻이 모두 알뜰하여라. 猛獸日逼人(맹수일핍인) : 사나운 짐승은 날마다 사람을 핍박하는데 咄咄誰能驅(돌돌수능구) : 슬프도다, 누가 능히 물리나. 海燕辭天霜(해연사천상) : 바다제비 가을 하늘 떠나니 蒼茫歲欲遒(창망세욕주) : 창망히도 세월은 한 해가 다하노라. 已矣勿復道(이의물부도) : 두어라, 다시 말하지 말라 得酒強寬愁(득주강관수) : 술 얻어 억지로라도 시름이나 달래보자. 書生老嵺廓(서생로교곽) : 서생이 늙어 집 안이 비었으니 大吒仍長謳(대타잉장구) : 크게 탄식하고 길게 노래를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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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죽장(綠竹杖)-허목(許穆) 푸른 대나무 지팡이-허목(許穆)
闍崛老人綠竹杖(도굴로인록죽장) : 도굴 노인의 푸른 대나무 지팡이 龍鍾九節靑琅玕(룡종구절청랑간) : 용종의 아홉 마디 푸른 옥 같다. 遙知孤翠在南嶺(요지고취재남령) : 알겠노니, 외로운 푸른 것이 남쪽 고개에 있어 雷雨拔出蒼虬蟠(뢰우발출창규반) : 천둥 소나기에 푸른 대순을 뽑았으리라. 老人知我頗好奇(로인지아파호기) : 내가 기이한 것 좋아함을 노인이 알아 提携遠寄扶蹣跚(제휴원기부반산) : 지팡이 보내 비틀걸음 붙들게 하였구나. 亭亭久抱霜雪苦(정정구포상설고) : 우뚝 오래도록 눈서리 고통 안고서 淸冷當暑手生寒(청랭당서수생한) : 맑고도 싸늘한 기운 더위에도 손이 차다. 勁節固有知者知(경절고유지자지) : 굳센 절개는 아는 이라야 아노니 徒令志士抱長歎(도령지사포장탄) : 다만 뜻 있는 선비 긴 탄식 품게 한다. 伶倫伐取學鳳鳴(령륜벌취학봉명) : 영륭은 퉁소 만들어 봉황 울음 배웠고 太公折得釣滄灣(태공절득조창만) : 태공은 낚싯대 하여 동해의 고기 낚았단다. 我今拄來海上遊(아금주래해상유) : 내 이제 짚고 와서 바닷가에 노니니 魑魅辟易行無難(리매벽역행무난) : 도깨비 떼들 물러가 어려운 길 없어졌다. 天生奇物稱我意(천생기물칭아의) : 하늘이 낸 기이한 물건 내 뜻에 맞아 恣遊白石淸溪間(자유백석청계간) : 하얀 돌 맑은 개울에 마음대로 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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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백운사승(贈白雲寺僧)-허목(許穆) 백운사 중에게 주다-허목(許穆)
僧自白雲山上歸(승자백운산상귀) : 백운산에서 스님 돌아오니 白雲隨錫來郊扉(백운수석래교비) : 흰 구름도 스님 따라 들집에 온다. 郊扉亦有無心老(교비역유무심로) : 들집에도 무심한 늙은이 있어 身與白雲無是非(신여백운무시비) : 자신은 흰 구름같아 시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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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리(險里)-허목(許穆) 험한 고을-허목(許穆)
洪川窮北麟蹄縣(홍천궁북린제현) : 홍천 북쪽 끝에는 인제 고을 太古鴻荒猶未開(태고홍황유미개) : 태고적부터 거칠어 아직도 미개하다. 人民朴略貌睢盱(인민박략모휴우) : 사람들 순박하고 모습도 다듬지 않아 群居老死絶往來(군거로사절왕래) : 떼 지어 살면서 늙어 죽도록 왕래가 없다. 逢人相惡不相親(봉인상악불상친) : 만나면 서로들 미워하고 멀리하여 語聲高軋雜喧豗(어성고알잡훤회) : 말소리 거칠고 높아 왁자지껄하여라. 自是山夷隔王化(자시산이격왕화) : 본디 산중 오랑캐라 임금 덕화 막혀서 野心未失生嫌猜(야심미실생혐시) : 야심을 못 버려서 혐오 시기심만 남았어라. 貊北深昧多積陰(맥북심매다적음) : 깊고 어두운 예맥의 북쪽이라 흐린 날 많아 天晴萬壑恒雲雷(천청만학항운뢰) : 하늘은 맑아도 골짜기마다 천둥소리어라. 谷暗溪喧山石濕(곡암계훤산석습) : 어두운 골짜기 시끄러운 갯 바위 젖었는데 千峯凍雨白崔嵬(천봉동우백최외) : 봉마다 찬 비 얼어 하얗게 솟아 있다. 荒隅隔絶風氣殊(황우격절풍기수) : 멀리 떨어진 땅, 풍속 다르니 使我悄愴吟且哀(사아초창음차애) : 내 마음 쓸쓸하여 읊음도 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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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한녀(堤川寒女)-허목(許穆) 제천 땅의 가난한 여인-허목(許穆)
堤川寒女貧無依(제천한녀빈무의) : 제천 초라한 여인 가난하여 의지할 곳 없어 短袖數挽纔掩肘(단수수만재엄주) : 짧은 소매 자주 내려야 겨우 팔을 가렸어라. 佇立街頭長歎息(저립가두장탄식) : 길거리서 우두커니 서서 길게 탄식하며 泣向東風弄官柳(읍향동풍롱관류) : 봄바람 향해 누물지으며 버들가지 희롱한다. 自言京華朴四宰(자언경화박사재) : 스스로 말하기를, 서울의 박 우참찬은 爀世當時稱富厚(혁세당시칭부후) : 세상에 빛나는 당시의 부호였는데 薰天豪貴世所慕(훈천호귀세소모) : 대단한 부귀는 온 세상이 부러움 샀고 嬌娥嫚睩不知數(교아만록불지수) : 예쁜 계집 고운 눈매 헤아릴 수 없었단다. 十八選爲賜牌婢(십팔선위사패비) : 나이 열여덟에 사패비로 뽑혀서 歌舞獨步無與偶(가무독보무여우) : 뛰어난 노래와 춤은 견줄 이 하나 없었단다. 雲鬢花顔紫羅裙(운빈화안자라군) : 검은 머리 고운 얼굴 자줏빛 비단치마로 宴罷高堂惱春酒(연파고당뇌춘주) : 고관집 집에 잔치 끝나면 봄술에 취했단다. 自謂歡樂長如此(자위환악장여차) : 이런 환락 항상 누리리라 생각하여 冷笑寒閨貞節婦(랭소한규정절부) : 가난한 집 정절부를 비웃었단다. 可憐人亡事更非(가련인망사경비) : 가엾다 사람은 죽고 일 다새 변하여 豪奢冷落爲草莽(호사랭락위초망) : 호화 생활 영락하고 들풀 신세 되었어라. 桑田變海在須臾(상전변해재수유) : 상전이 벽해됨은 잠깐 동안의 일이라 伊昔紅顔今白首(이석홍안금백수) : 엊그제 홍안이 지금은 백발이 되었구나. 容華落盡誰顧見(용화락진수고견) : 고운 얼굴 다하니 누가 돌아나볼까 棄作公須老食母(기작공수로식모) : 버려져 관청의 늙은 식모로 되었단다. 靑娥無復妬冶容(청아무부투야용) : 젊은 계집 다시는 화장발 시샘 하지 않고 惡少憎看讐老醜(악소증간수로추) : 행실 나쁜 소년들 늙고 추함 역겨워한단다. 尙有芳心未全消(상유방심미전소) : 아직도 꽃다운 마음 다 가시지는 않아 歌曲徒悲衰落後(가곡도비쇠락후) : 노랫가락 부르며 부질없이 늙은 모습 슬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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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도중유감(橫城途中有感)-허목(許穆) 횡성 도중에서 감회가 있어-허목(許穆)
二月橫城山峽間(이월횡성산협간) : 이월의 횡성의 산골에 春晴花發百鳥鳴(춘청화발백조명) : 화창한 봄날, 꽃 피고 새가 운다. 亂峯㠂屼谷自盤(란봉오올곡자반) : 봉우리마다 우뚝하고 골짜기 휘돌아 있고 蒼松白石溪水淸(창송백석계수청) : 푸른 솔과 하얀 돌 시냇물은 맑기도 하다. 居民無事多壽考(거민무사다수고) : 주민들 한가로워 장수한 사람 많고 峽俗淳朴少所爭(협속순박소소쟁) : 마을 풍속 순박하여 다투는 일도 적어라. 自是山中多古意(자시산중다고의) : 이곳 산중은 옛 뜻이 많이 남아 豈如京市多喧驚(기여경시다훤경) : 어찌 시끄러운 서울 거리와 같을까. 浮生役役何時休(부생역역하시휴) : 덧없는 인생 바쁘기만 하니 어느 때나 쉴까. 到此還增感歎情(도차환증감탄정) : 이곳에 오니 감회가 더욱 짙어진다. 安得溪上數頃田(안득계상수경전) : 어찌해야 시냇가에 논밭 마련하여 遠追沮溺窮年耕(원추저닉궁년경) : 장저와 걸익 생각하며 평생토록 밭을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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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竹嶺)-허목(許穆) 죽령-허목(許穆)
人喧小白太白高(인훤소백태백고) : 소백 태백 높다고 사람들 시끄럽고 複嶺重關天下壯(복령중관천하장) : 겹 고개 겹 관문이 천하에 웅장하여라. 積翠巃嵸六百里(적취롱종육백리) : 첩첩이 가파른 산 육백 리나 뻗쳐 烟霞縹緲連靑嶂(연하표묘련청장) : 안개 속 아스라이 푸른 산이 잇닿았다. 石棧盤回危且險(석잔반회위차험) : 사다리 돌길 구불구불 험하고도 위험하니 行行脅息頻側望(행행협식빈측망) : 걸음마다 숨 죽이고 곁눈질 자주 한다. 三月嶺上見積雪(삼월령상견적설) : 삼월 고개 위에 쌓인 눈 보이고 高處寒凝未暄暢(고처한응미훤창) : 높은 곳 한기 어려 따스하지 않구나. 蜀道不得難於此(촉도불득난어차) : 촉 나라 험한 길도 이보다 어려울까 使我覊旅久惆悵(사아기려구추창) : 나그네 길은 오래도록 날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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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언(放言)-허목(許穆) 마음대로 지껄이다-허목(許穆)
天旣依於何(천기의어하) : 하늘은 어디에 의지하고 地亦付於何(지역부어하) : 땅은 또한 어디에 붙어있나. 生生本於何(생생본어하) : 생생하는 이치는 어디에 근본하고 終古儘無涯(종고진무애) : 예부터 모든 것이 끝이 없구나. 水火互相薄(수화호상박) : 물과 불이 서로 가깝고 品物自相摩(품물자상마) : 만물이 스스로 친근하구나. 愛惡成於物(애악성어물) : 사랑과 미움은 물욕에서 생겨나 利欲遂紛拏(리욕수분나) : 이욕에서 드디어 뒤얽혔구나. 聖人推元化(성인추원화) : 성인은 원리를 미뤄 알아서 理物無差訛(리물무차와) : 사물을 다스림에 어긋남이 없었다 班班各遂性(반반각수성) : 저마다 제각기 성품을 이룸은 位育在中和(위육재중화) : 천지의 화육함이 중화에 있어서라. 探弄造化機(탐롱조화기) : 조화의 기미를 찾아 즐기니 中夜發浩歌(중야발호가) : 한밤 중에도 호탕한 노래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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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희(自戱)-허목(許穆) 스스로 놀이하며-허목(許穆)
文章千古慕佶倔(문장천고모길굴) : 문장은 천고의 길굴오아함을 사모하여 白首磊落誦殷盤(백수뢰락송은반) : 머리가 희도록 은나라 왕의 은반을 외었다. 楚玉不售畏剠刖(초옥불수외경월) : 초 나라 구슬 팔지 않았으니 형벌이 두려워요 謳吟只自抱辛酸(구음지자포신산) : 노래하고 읊으매 고달픔을 안고 살았음이라. 從人作力愧無財(종인작력괴무재) : 남들 따라 노력하였으나 재물 없어 부끄럽고 癡拙每被恣欺謾(치졸매피자기만) : 어리석고 옹졸하매 속임만 당하였어라. 手鋤持耒學耕耘(수서지뢰학경운) : 호미 쟁기 손에 들고 농사일 배웠지만 三年枯旱田疇乾(삼년고한전주건) : 삼년 가뭄에 논밭이 매말랐어라. 又逢世故身流離(우봉세고신류리) : 난리를 또 만나 떠도는 이 몸이라 咄咄時命誠艱難(돌돌시명성간난) : 슬프다 나의 운명 진실로 험난하여라. 衆人悶我常窮窶(중인민아상궁구) : 사람들은 나의 빈궁함을 가엾게 여기건만 居然猶有好容顔(거연유유호용안) : 태연히 좋은 얼굴로 살아가노라. 萬事付命還可喜(만사부명환가희) : 만사를 천명에 붙이니 도리어 기쁘고 富貴不易吾飢寒(부귀불역오기한) : 나의 가난을 결코 부귀와 바꾸지 않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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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란후감폐소자술(經亂後感弊梳自述)-허목(許穆) 난리 치른 뒤 헌 빗[弊梳]을 보고 느낌이 있어-허목(許穆)
逃亂經年走窮陬(도란경년주궁추) : 난을 피해 여러 해 궁벽한 곳 떠돌아 東窺日域南炎州(동규일역남염주) : 동으로 해 돋는 곳, 남으로는 염주까지라. 世事咄咄皆可歎(세사돌돌개가탄) : 세상사 슬프라, 모두가 한숨인데 意氣激昂增煩憂(의기격앙증번우) : 의기를 드높이면 근심이 더한다. 包胥重繭卒存楚(포서중견졸존초) : 신포서는 발 트도록 초 나라 구원하고 魯連高論扶東周(로련고론부동주) : 노중련 높은 논리 주나라를 지켰구나. 讀書萬卷無所補(독서만권무소보) : 만권 서적 읽어도 나라에 도움 없고 竄身絶域多慚羞(찬신절역다참수) : 외딴 땅에 몸 피하니 부끄러움만 많아라. 腰下寶劍酬一飯(요하보검수일반) : 밥 한 그릇 은혜를 보검 풀어 갚았지만 囊底弊梳猶藏收(낭저폐소유장수) : 주머니 속 부서진 빗을 오히려 간직했어라 朝來新沐理亂髮(조래신목리란발) : 아침에 헝클어진 머리 새로 감아 빗고서 直臨滄海明雙眸(직림창해명쌍모) : 창해에 다다르니 두 눈동자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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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삼월지오월불우(自三月至五月不雨)-허목(許穆) 3월부터 5월까지 비 내리지 않아서-허목(許穆)
八年七旱水行死(팔년칠한수행사) : 팔 년에 칠 년 가뭄 물길이 끊어져 湯禱格天傳千禩(탕도격천전천이) : 탕 임금 빌던 정성 천년을 전해 왔어라. 赤憎赤魃爍如焰(적증적발삭여염) : 불꽃처럼 타는 가뭄 어려서부터 미워져 九潦不用勤夏姒(구료불용근하사) : 구년 장마 지더라도 하우씨 괴롭히지 못한다. 烈火生石土山焦(렬화생석토산초) : 모진 불 돌에 일어 토산이 타들어 陽侯波渴愁焚燎(양후파갈수분료) : 양후의 파도가 말라 타 버릴까 걱정이어라. 廛人徙市瞽巫禜(전인사시고무영) : 상인은 점포 닫고 무당은 기우제 지내어도 上天曾不恤生成(상천증불휼생성) : 하늘은 온갖 생명 구휼치 않는구나. 自是黃母弄妖火(자시황모롱요화) : 이로부터 황모가 요화를 희롱하여 炎炎九萬燒靑冥(염염구만소청명) : 활활 구만리 하늘까지 불살라 버릴런가. 召灾致祥豈無故(소재치상기무고) : 재앙과 상서가 어찌 까닭이 없으랴 人事怫亂乖天經(인사불란괴천경) : 인사가 어지러우면 천리가 어긋난다. 冥冥已可見兆朕(명명이가견조짐) : 어두운 가운데 조짐을 이미 보였으니 神驚鬼噪難安寧(신경귀조난안녕) : 귀신도 놀라 편안하지 못하는구나. 句芒泄訛白帝殃(구망설와백제앙) : 구망이 어긋남은 백제의 재앙이라 黃河東注不得停(황하동주불득정) : 황하 물 동으로 흘러 멈출 수가 없구나. 咄吒長吟託風謠(돌타장음탁풍요) : 답답함 길게 읊어 풍요에 부침이나니 使我不見徒自鳴(사아불견도자명) : 임을 보지 못해 혼자 울게하는 울음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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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출신안도중망일방백기(早出新安途中望日傍白氣)-허목(許穆) 아침 일찍 신안으로 나오는 도중에 햇무리를 보고-허목(許穆)
我行來自石盒西(아행래자석합서) : 내가 석합 서쪽에서 걸어오는데 土雨昏目雜豊隆(토우혼목잡풍륭) : 흙비에 어둡고 우레까지 친다. 曉出金鰲十里望(효출금오십리망) : 아침에 금오가 나와 십리를 바라보니 崇墉百雉跨穹嶐(숭용백치과궁嶐) : 백 길의 높은 성 궁륭처럼 걸쳐 있다. 一夫呵怒萬人沮(일부가노만인저) : 한 사내 호통치면 만 사람 막아 내니 元戎設險籌策雄(원융설험주책웅) : 원수의 요새 설치 계획도 웅장하다. 朔方殺氣彌宇內(삭방살기미우내) : 북방의 살기 온 누리에 가득 차니 直射日傍成白虹(직사일방성백홍) : 해 곁에 바로 쏘니 흰 무지개 되었다. 黑暈匝日欺朝暾(흑훈잡일기조돈) : 검은 무리 해를 두르니 아침 해빛인 듯 傍珥如炬奪曈曨(방이여거탈동롱) : 방이는 횃불 같아 먼동 빛 잃었다. 燭龍㘅曜窺寒門(촉룡함요규한문) : 촉용이 해를 물고 북극으로 갔는가 又似祝融把火燒天紅(우사축융파화소천홍) : 축융이 불을 들어 천홍을 태우는가. 吾聞堯時羿射九日落(오문요시예사구일락) : 요 임금 신하 예는 아홉 해를 떨어뜨렸는데 更有竝日燋旱扶桑東(경유병일초한부상동) : 다시 두 해가 나란히 나와 부상을 태우는가. 弭灾息怪聖人化(미재식괴성인화) : 재앙 괴변 없앴던 성인의 덕화여 邈然不得追遺風(막연불득추유풍) : 아득하여 유풍을 따를 수 없도다. 白頭感歎誰復知(백두감탄수부지) : 늙은이 탄식 소리 누가 다시 알아줄까 向天無語泣無窮(향천무어읍무궁) : 말없이 하늘 향하여 끝없이 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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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협(介峽)-허목(許穆) 개협-허목(許穆)
介峽嶒崚不可越(개협증릉불가월) : 개협은 험준해서 넘을 수 없는데 連峯石色䨪晴霞(련봉석색䨪청하) : 잇닿은 봉우리 돌 빛이 검푸르구나. 入谷却愁天地窄(입곡각수천지착) : 골짜기에 들어서니 천지 좁아 도리어 슬글프다. 峽确礧硊勢相摩(협학뢰위세상마) : 좁은 바위는 부딪칠 듯한 형세인데 山回逕盤行轉迷(산회경반행전미) : 산을 두른 굽은 길 갈수록 희미하고 磎壑磊磊水層波(계학뢰뢰수층파) : 돌 쌓인 골짜기엔 물결이 집채 같이 크다. 幽崖積陰雪未消(유애적음설미소) : 깊은 벼랑 쌓인 그늘 속 눈 아직 녹지 않아 磵草春廻不見葩(간초춘회불견파) : 도랑의 풀은 봄이 와도 꽃망울 못 보겠다. 怪鳥相號不知名(괴조상호불지명) : 서로 우짖는 괴이한 새들, 이름도 모르겠는데 飛生摘木墮空柯(비생적목타공가) : 날아다닌 생명들, 열매 따다 빈 가지에 떨어뜨린다. 力盡崎嶇出木杪(력진기구출목초) : 있는 힘 다하여 험한 길 걸어 수림 속 나왔건만 嶺壁猶高山日斜(령벽유고산일사) : 벼랑은 높고 해마저 기우는구나. 我行北來窮險阻(아행북래궁험조) : 나는 걸어서 북쪽으로 와 험한 땅 다 도니 覊旅只足饒吟哦(기려지족요음아) : 나그네 신세에 읊은 시구만 늘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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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문유감(過召文有感)-허목(許穆) 소문을 지나다 느낌이 있어서-허목(許穆)
千載召文國(천재소문국) : 천년의 소문국이여 亡墟足悲涼(망허족비량) : 망한 옛터라 처량하여라. 繁華不復睹(번화불부도) : 번화함을 다시 볼 수 없고 荒草野花香(황초야화향) : 거친 풀 들꽃만 향기롭다. 壘壘見古墳(루루견고분) : 총총한 옛 옛 무덤 보이는데 濯濯無白楊(탁탁무백양) : 민둥민둥하여 백양 한 그루 없어라. 田父耕隴上(전부경롱상) : 둔덕 위에 밭가는 농부 猶說景德王(유설경덕왕) : 오히려 경덕왕을 말하고 있었다. 天地一何悠(천지일하유) : 천지는 한결같이 유구한데 終古幾興亡(종고기흥망) : 예부터 몇 번이나 흥하고 망했던가. 物理本無常(물리본무상) : 만물의 이치는 본래 무상한 데 人情徒自傷(인정도자상) : 사람의 마음만 부질없이 스스로 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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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도상봉조생(嶺南道上逢趙生)-허목(許穆) 영남 길가에서 조생(趙生)을 만나-허목(許穆)
前年此日在羽溪(전년차일재우계) : 지난해 이날, 우계에 있으면서 西登太白望扶桑(서등태백망부상) : 서쪽으로 태백산 올라서 해 뜨는 곳 보았다. 跋涉山川一千里(발섭산천일천리) : 험한 산천 넘고 건넌 일천 리 길 南窺絶影窮炎方(남규절영궁염방) : 남으로 인적 끊긴 더운 지방 온통 돌아다녔다. 逢君此地眞邂逅(봉군차지진해후) : 우연히도 그 땅에서 그대 만나니 懷抱與我皆悲傷(회포여아개비상) : 회포는 그대와 내가 모두 슬프기만 하여라. 自從山西多亂後(자종산서다란후) : 산서에 온갖 난리 겪은 뒤에 三年不得歸故鄕(삼년불득귀고향) :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지가 삼 년이 되었다. 咄咄人事長覊旅(돌돌인사장기려) : 슬픈 것이 사람의 일, 지루한 객지살이 謳吟只自饒文章(구음지자요문장) : 노래하고 읊으니 문장만 늘었구나. 丈夫豈終老蓬蒿(장부기종로봉호) : 사내 대장부가 끝내 시골서만 늙을까 揚眉一笑思激昂(양미일소사격앙) : 미간을 펴고 한 번 웃으니 감회 드높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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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춘촌증별계제서귀경락종사삼십운(宜春村贈別季弟舒歸京洛從仕三十韻)-허목(許穆) 의춘(宜春) 마을에서 벼슬을 따라 서울로 돌아가는 막내아우 서(舒)를 작별하면서 삼십운(三十韻)을 주다-허목(許穆)
此地豈嘗期(차지기상기) : 이 땅을 어찌 기약하였으며 此別豈嘗知(차별기상지) : 여기서 이별할 줄 어찌 알았으랴. 炎蒸瘴癘地(염증장려지) : 찌는 듯한 풍토로 좋지 않은 땅 漂淪偶棲依(표륜우서의) : 떠돌다가 우연히 깃들어 살았구나. 官家賑斗粟(관가진두속) : 관가에서 말곡식을 꾸어주어 百口仰不飢(백구앙불기) : 여러 식구 그 덕으로 굶지 않았다. 旅泊旣已久(려박기이구) : 타향에서 머문 지 이미 오래라 方音聽亦宜(방음청역의) : 사투리를 들음도 이미 익숙하다. 人情苦懷土(인정고회토) : 사람의 마음이야 몹시 고향이 그리워 北望攬涕洟(북망람체이) : 북녘 땅 바라보며 눈물 뿌린다. 蕭條兵火盡(소조병화진) : 전쟁이 다한 자취 쓸쓸하기만 한데 十一遺瘡痍(십일유창이) : 열에 하나 남은 자 칼날의 상처로구나. 感慨徒歎恨(감개도탄한) : 감개하여 부질없이 한탄만 하는데 時運竟如斯(시운경여사) : 시대의 운명이 결국은 이러하구나. 念昔奔竄初(념석분찬초) : 생각커니 지난 난리로 달아날 적에 狼狽各分離(랑패각분리) : 저마다 허둥지둥 헤어졌었다. 積雪陰山道(적설음산도) : 눈 쌓인 음산의 길 玄氷渤海湄(현빙발해미) : 얼음 덮인 발해의 해변가 轉客到日南(전객도일남) : 떠도는 나그네가 일남에 이르렀다. 時久已序移(시구이서이) : 세월은 흘러 철도 이미 바뀌었고 雪峽擁篝火(설협옹구화) : 눈 쌓인 골짜기에 화롯불 끼고 앉았다. 朱涯畏炎曦(주애외염희) : 열대 지역에선 불볕 두려워 하는데 辛勤千萬里(신근천만리) : 고생길 천만리에 百憂惱相思(백우뇌상사) : 수많은 근심 걱정 몹시도 괴로웠다. 豈料今日在(기료금일재) : 어찌 오늘이 있을 줄을 생각이나 하였나 惝怳心如癡(창황심여치) : 당황하여 마음이 바보가 된 듯하다. 九死經艱難(구사경간난) : 구사일생 어려움을 겪어 相對淚已滋(상대루이자) : 서로 보니 눈물 먼저 흐른다. 離情逢會合(리정봉회합) : 떨어져 그리운 마음에 만나니 喜極還成噫(희극환성희) : 기쁨이 복받쳐 도리어 서러워진다. 隣人日携酒(린인일휴주) : 이웃 사람들은 날마다 술 들고 와서 酣醉動歡嬉(감취동환희) : 마냥 취하여 기쁨에 휩싸인다. 沉冥臥不省(침명와불성) : 술에 취해 정신 잃고 있으니 萬事復還遺(만사부환유) : 눈앞의 세상만사 도리어 잊었구나. 連延數十日(련연수십일) : 수십 일을 이렇게 지내다 보면 忘却在天涯(망각재천애) : 천애 먼 곳에 있는 처지도 잊어진다. 人生一聚散(인생일취산) : 인생이란 모이면 흩어지나니 迺知無常期(내지무상기) : 일정한 기약 없음을 이에 알겠구나. 苦道官事忙(고도관사망) : 관사의 일이 너무도 바빠 歸鞭不可遲(귀편불가지) : 돌아가는 채찍을 늦출 수 없구나. 驩逢能詎幾(환봉능거기) : 반가이 만난 것이 얼마나 될까 盈月感易虧(영월감역휴) : 둥근 달 쉬이 기우니 마음 아프구나. 窮途復此別(궁도부차별) : 곤궁한 때에 다시 이별하니 黯然惜解携(암연석해휴) : 말없이 잡은 손 놓지 못하겠다. 憐我覊旅情(련아기려정) : 나의 타향살이 안타깝게 여겨 주니 牽添別離悲(견첨별리비) : 이별의 슬픔을 더욱 짙어진다. 惻惻抱辛酸(측측포신산) : 쓰리고 슬픈 마음 마냥 괴로워 中夜泣漣洏(중야읍련이) : 깊은 밤 눈물이 마구 쏟아지는구나. 情牽語更連(정견어경련) : 정에 끌려 이야기 다시 이어 가니 聽者恕支離(청자서지리) : 듣는 사람 지루함을 용서하시라. 少年慕高節(소년모고절) : 젊은 나이에 높은 절개 사모하여 恥與衆人隨(치여중인수) : 보통 사람 따르기를 부끄러워했었다. 平生誦周孔(평생송주공) : 평생에 주공 공자의 말씀 외면서 耿耿空自奇(경경공자기) : 또렷한 본마음이 스스로 기이하여라. 感歎長吟哦(감탄장음아) : 탄식하며 길게 읊조리니 白首計已違(백수계이위) : 흰머리에 계책은 이미 어긋났구나. 已矣勿復道(이의물부도) : 다 지나갔구나, 다시 말하지 말라 咄咄且何爲(돌돌차하위) : 슬퍼서 탄식한들 무엇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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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뢰절도우계관일출작(驚雷節到羽溪觀日出作)-허목(許穆) 경뢰절에 우계(羽溪)에서 해돋이를 구경하며-허목(許穆)
羽溪東畔海茫茫(우계동반해망망) : 우계의 동반 너머 바다는 망망한데 烟濤極目連扶桑(연도극목련부상) : 안개 낀 물결은 끝없이 부상까지 잇닿았구나. 靑帝鞭霆駕蒼螭(청제편정가창리) : 청제는 우레를 채찍하여 푸른 용을 몰고 羲伯授時居嵎夷(희백수시거우이) : 화백은 농사철 알리러 우이에 와있구나. 金烏騰翥海色動(금오등저해색동) : 해가 떠오르니 바다 빛은 물결치고 明霞紫氣開朝暉(명하자기개조휘) : 밝은 놀 붉은 기운 아침 햇살 열려 온다. 層臺百重何縹緲(층대백중하표묘) : 층계진 백겹의 누대가 어찌 그리도 아스라한가 雲霓明滅光依依(운예명멸광의의) : 구름과 무지개 보였다 사라지고 빛은 가물거린다. 我欲登之不可梯(아욕등지불가제) : 나는 오르려 해도 오를 수 없어 異境恍惚懷轉悽(이경황홀회전처) : 신비로운 경지에 황홀하고 회포는 쓸쓸해진다. 百年辛苦長謳吟(백년신고장구음) : 평생의 고된 삶 길게 노래 부르니 路窮絶域歸思迷(로궁절역귀사미) : 길 막힌 먼 땅을 돌아갈 생각조차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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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可無不可吟(무가무불가음)-許穆(허목) 옳은 것도 없으며 옳지 않은 것도 없도다.-許穆(허목)
一往一來有常數(일왕일래유상수) : 한번 오고 한번 가는 것이 진리이니 萬殊初無分物我(만수초무분물아) : 온갖 사물 처음은 무에서 사물과 나로 나누어진 것 此事此心皆此理(차사차심개차리) : 이 일, 이 마음도 다 이 이치이니 孰爲無可孰爲可(숙위무가숙위가) : 무엇이 옳지 않으며, 무엇이 옳다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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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장명보강사(題蔣明輔江舍)-허목(許穆) 장명보의 강가의 집-허목(許穆)
江水綠如染(강수록여염) : 강물은 푸르러 물감 들인 듯 天涯又暮春(천애우모춘) : 타향의 하늘은 저무는 봄 相逢偶一醉(상봉우일취) : 서로 만나 우연히 한잔 술 나누니 皆是故鄕人(개시고향인) : 우리 모두 고향 친구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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