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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이언적(李彦迪)

 

이언적 []

[인명] 조선 중종 성리학자(1491~1553). 자는 복고(), 회재(), 자계()이다.

 김안로 등용 반대하다가 쫓겨나 경주 자옥() 들어가 성리학 연구하였다.

다시 등용되어 좌찬성 원상()까지 지냈으나 원형 일당 모함으로 강계() 유배되어 에서 죽었다.

저서회재집 있다.

 

 

 

 

 

 

추규(秋葵)-이언적(李彦迪)
가을 해바라기-이언적(李彦迪)

開到淸秋不改英(개도청추불개영) : 맑은 가을 하늘 열려도 꽃빛은 변하지 않아
肯隨蹊逕鬪春榮(긍수혜경투춘영) : 기꺼이 오솔길 따라서 봄의 번성과 타투어본다.
山庭寂寞無人賞(산정적막무인상) : 산 뜨락 적막하여 감상할 사람 아무도 없어도
只把丹心向日傾(지파단심향일경) : 다만 온통 붉은 마음을 해를 향하여 기울어본다.
* <林居十五詠>에서

 

 

존양(存養)-이언적(李彦迪)
내 몸의 양지를 보존하며 기르다-이언적(李彦迪)

山雨蕭蕭夢自醒(산우소소몽자성) : 소소한 산비에 절로 꿈을 깨니
忽聞窓外野鷄聲(홀문창외야계성) : 창 밖에는 문득 꿩 우는 소리 들린다.
人間萬慮都消盡(인간만려도소진) : 인간의 온갖 생각 모두 사라지고
只有靈源一點明(지유령원일점명) : 오직 신령한 근원만 한 점 밝게 빛난다.
* <林居十五詠>에서

 

 

관심(觀心)-이언적(李彦迪)
내 마음을 살피며-이언적(李彦迪)

空山中夜整冠襟(공산중야정관금) : 한 밤중 빈 산에서 의관을 바로잡으니
一點靑燈一片心(일점청등일편심) : 한 점 푸른 등잔 불빛은 한 족각 내 마음이라.
本體已從明處驗(본체이종명처험) : 본체는 이미 밝은 곳을 채험하여
眞源更向靜中尋(진원경향정중심) : 참된 근원을 더욱 고요한 속을 향해 찾아간다.
* <林居十五詠>에서

 

 

독악(獨樂)-이언적(李彦迪)
홀로 즐기다-이언적(李彦迪)

離群誰與共吟壇(이군수여공음단) : 무리를 떠났으니 누구와 같이 시를 읊을까
巖鳥溪魚慣我顏(암조계어관아안) : 바위의 새와 개울의 물고기 내 얼굴을 익혔구나.
欲識箇中奇絶處(욕식개중기절처) : 그 중에서도 특별히 좋은 곳을 알고 싶은데
子規聲裏月窺山(자규성리월규산) : 두견새는 우는데 달이 떠올라 산을 엿보는구나.
* <林居十五詠>에서

 

 

계정(溪亭)-이언적(李彦迪)
개울가 정자-이언적(李彦迪)

喜聞幽鳥傍林啼(희문유조방림제) : 그윽한 새소리 숲 가에서 기뻐게 듣고
新構茅簷壓小溪(신구모첨압소계) : 새로 만든 초가집이 작은 개울을 누른다.
獨酌只邀明月伴(독작지요명월반) : 혼자 술을 따르며 밝은 달 맞아 벗하여
一間聊共白雲棲(일간료공백운서) : 한 순간 에오라지 흰구름 항께하여 깃든다.
* <林居十五詠>에서

 

 

희우(喜雨)-이언적(李彦迪)
단비가 내린다-이언적(李彦迪)

松櫺一夜雨聲紛(송령일야우성분) : 소나무 창가에 온 밤에 비 내리는 소리
客夢初驚却喜聞(객몽초경각희문) : 꿈 속 나그네 놀라니 깨니 단비소리 들린다.
從此靑丘無大旱(종차청구무대한) : 지금부터 푸른 산에 큰 가믐은 없으리라
幽人端合臥巖雲(유인단합와암운) : 숨어사는 나는 단정히 바윗 구름에 눕는다.
* <林居十五詠>에서

 

 

민한(悶旱)-이언적(李彦迪)
가믐 걱정-이언적(李彦迪)

農圃年年苦旱天(농포년년고한천) : 밭에는 해마다 가믐에 극정이라
邇來林下絶鳴泉(이래림하절명천) : 근래에 숲에는 샘물 소리 끊겼어라.
野人不識幽人意(야인불식유인의) : 시골 사람들, 내 마음 알지 못하고
燒盡靑山作火田(소진청산작화전) : 푸른 산을 불살라 화전을 만드는구나.
* <林居十五詠>에서

 

 

동초(冬初)-이언적(李彦迪)
초겨울-이언적(李彦迪)

紅葉紛紛已滿庭(홍엽분분이만정) : 붉은 단풍잎 떨어져 뜰에 가득하고
階前殘菊尙含馨(계전잔국상함형) : 섬돌 앞에는 국화꽃 여전히 향기롭다.
山中百物渾衰謝(산중백물혼쇠사) : 산속 온갖 생물 모두가 시드는데
獨愛寒松歲暮靑(독애한송세모청) : 찬 소나무 세모에도 푸른 것이 좋아라.
* <林居十五詠>에서

 

 

초하(初夏)-이언적(李彦迪)
초여름-이언적(李彦迪)

又是溪山四月天(우시계산사월천) : 이것이 사월의 골짜기와 산
一年春事已茫然(일년춘사이망연) : 일 년의 봄날이 이미 아득하다.
郊頭獨立空惆悵(교두독립공추창) : 들판에 홀로 서니 휑하니 쓸쓸하여
回首雲峯縹緲邊(회수운봉표묘변) : 고개 돌려 봉우리 보니 아득히 멀다.
* <林居十五詠>에서

 

 

추성(秋聲)-이언적(李彦迪)
가을소리-이언적(李彦迪)

月色今宵分外明(월색금소분외명) : 오늘 저녁 달빛은 밝기만 하여
憑欄靜聽已秋聲(빙란정청이추성) : 난간에 기대니 고요히 들리는 가을소리.
商音一曲無人會(상음일곡무인회) : 한 곡조 상조에 아는 사람 아무도 없어
鬢上霜毛四五莖(빈상상모사오경) : 귀밑머리 서리 맞은 머릿발 네 댓 줄기.
* <林居十五詠>에서

 

 

모춘(暮春)-이언적(李彦迪)
저무는 봄날-이언적(李彦迪)

春深山野百花新(춘심산야백화신) : 봄 깊은 산야에 온갖 꽃이 새롭고
獨步閑吟立澗濱(독보한음립간빈) : 홀로 걸으며 한가히 읊으며 개울가에 선다.
爲問東君何所事(위문동군하소사) : 봄의 신에게 묻노니, 섬기는 분이 누구신가
紅紅白白自天眞(홍홍백백자천진) : 붉고 흰 온갖 빛깔 천진한 마음에서 난 것이리라
* <林居十五詠>에서

 

 

조춘(早春)-이언적(李彦迪)
이른 봄날-이언적(李彦迪)

春入雲林景物新(춘입운림경물신) : 봄날 구름 나는 숲에 드니 경물이 신선하고
澗邊桃杏摠精神(간변도행총정신) : 개울 가의 복사꽃, 살구꽃이 모두가 신령하다.

芒鞋竹杖從今始(망혜죽장종금시) : 짚신 신고 죽장 짚으면 지금부터 출발하니
臨水登山興更眞(림수등산흥경진) : 물을 보며 산에 오르니 흥취가 더욱 짐되구나.
* <林居十五詠>에서

 

 

관물(觀物)-이언적(李彦迪)
사물을 보고-이언적(李彦迪)

唐虞事業巍千古(당우사업외천고) : 당우의 사업은 천고에 위대하나니
一點浮雲過太虛(일점부운과태허) : 한 점 뜬 구름이 우주를 지나간다.
蕭灑小軒臨碧澗(소쇄소헌림벽간) : 소쇄한 작은 집이 푸른 골짝 곁에 있어
澄心竟日玩游魚(징심경일완유어) : 맑은 마음은 종일토록 물고기 구경한다.
* <林居十五詠>에서

 

 

존양(存養)-이언적(李彦迪)
양기를 보존함-이언적(李彦迪)

山雨蕭蕭夢自醒(산우소소몽자성) : 비 쓸쓸하여 꿈에서 저절로 깨니
忽聞窓外野鷄聲(홀문창외야계성) : 홀연히 들리는 것, 창밖의 꿩 우는 소리
人間萬慮都消盡(인간만려도소진) : 인간세상 온갖 생각들 녹아 내리고
只有靈源一點明(지유령원일점명) : 오직 신령한 근원 있어, 마음만이 또렷하다

 

 

감물(感物)-이언적(李彦迪)
사물에 느껴서-이언적(李彦迪)

卜築雲泉歲月深(복축운천세월심) : 자연에 집을 짓고 세월만 깊었는데
手栽松竹摠成林(수재송죽총성림) : 손수 심은 솔과 대가 온통 숲이 되었구나
烟霞朝慕多新態(연하조모다신태) : 아침 저녁 안개와 노을의 모습 변하여도
唯有靑山無古今(유유청산무고금) : 저 푸른 산만은 예나 지금이나 꼭 같아라
* <林居十五詠>에서

 

 

무위(無爲)-이언적(李彦迪)
무위-이언적(李彦迪)

萬物變遷無定態(만물변천무정태) : 만물의 변천에는 일정한 양상 없으니
一身閑寂自隨時(일신한적자수시) : 이 한 몸 한적하게 때를 따르노라
年來漸省經營力(년래점생경영력) : 근래네는 점차도 살아가는 힘이 줄어
長對靑山不賦詩(장대청산불부시) : 늘 푸른 산만 바라보나 시를 짓지는 않는다
* <林居十五詠>에서

 

 

구일무국(九日無菊)-이언적(李彦迪)
구월 구일인데 국화꽃도 없이-이언적(李彦迪)

欲撤金錢泛酒卮(욕철금전범주치) : 노오란 동전 같은 국화 따서 술잔에 띄우려
登高空折未開枝(등고공절미개지) : 산에 올라 공연히 피지 않은 가지를 꺾어본다
傾壺漸發愁中笑(경호점발수중소) : 술병 기울려 근심 가운데 웃음을 지어보니
滿帽難成醉後奇(만모난성취후기) : 모자에 가득 끼워보나 술 취한 뒤라 신기한 줄 모르겠다
冷蘂縱能酬晩節(냉예종능수만절) : 차가운 꽃술 늦은 계절에 어울린다 해도
淸芬堪歎負佳節(청분감탄부가절) : 맑은 향기가 좋은 계절을 저버림을 면하기 어렵도다
仍驚物理渾如許(잉경물리혼여허) : 사물을 놀라게 함이 하나 같나니
吐馥流芳貴及時(토복류방귀급시) : 향기를 토하여 흘러감이 때에 맞아야 귀하노라

 

 

感興(감흥)-李彦迪(이언적)
감흥-李彦迪(이언적)

萬象紛然不可窮(만상분연불가궁) : 만상은 분분해서 다 밝히지 못하니
一天於穆總牢籠(일천어목총뢰롱) : 한 하늘의 이치는 깊고 오묘하여 모두 굳게 뭉쳐있다
雲行雨施神功博(운행우시신공박) : 구름이 흘러가 비 되어 내리니 신의 공덕이 넓기도 한다
魚躍鳶飛妙用通(어약연비묘용통) : 물고기와 솔개가 뛰고 나름은 자연의 묘한 이치가 통함이로다
雖曰有形兼有跡(수왈유형겸유적) : 형태가 있어 형적이 있다고 하나
本來無始又無終(본래무시우무종) : 본래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느니라.
沈吟黙契乾坤理(침음묵계건곤리) : 시를 읊으며 건곤의 이치를 가만히 맞추며
獨立蒼茫俯仰中(독립창망부앙중) : 홀로 서서 창망히 위아래를 바라보노라

 

 

喜晴(희청)-李彦迪(이언적)
날이 개어 기쁜 날-李彦迪(이언적)

霧盡山依舊(무진산의구) : 안개 다 사라지니 원래의 산이 보이고
雲收天自如(운수천자여) : 구름 걷히니 하늘도 처음과 같다
奇觀森莫數(기관삼막수) : 기이한 경치들 늘어서 있어 다 헤아릴 수 없고
眞象豁無餘(진상활무여) : 참된 물상은 활달하여 남김이 없다
一妙看消長(일묘간소장) : 하나의 현묘한 이치로 사라지고 커지는 것 보니
玄機感捲舒(현기감권서) : 현묘한 기틀은 말리고 펴지는 것을 바로 느낀다.
昏明要不遠(혼명요불원) : 어둡고 밝음은 먼 곳에서 구하지 말아야 하나니
人孰反求諸(인숙반구제) : 사람들은 누가 자신에게서 구하지 않은가

 

 

聽秋蟲(청추충)-李彦迪(이언적)
가을벌레 소리를 들으며-李彦迪(이언적)

百蟲迎暮苦啾啾(백충영모고추추) : 가을 풀벌레 저물어 괴롭게도 울고
晧月揚輝入小樓(호월양휘입소루) : 희고 밝은 달빛은 작은 누각에 비춰든다.
莫作西風宋玉恨(막작서풍송옥한) : 가을바람에 송옥의 비추부(悲秋賦) 같은 한스런 글 짓지 말자
任看天地自春秋(임간천지자춘추) : 천지에 맡겨 생각하면 봄가을도 저절로 오는 것을

 

 

山中卽事(산중즉사)-李彦迪(이언적)
산 속에서-李彦迪(이언적)

淸晨梳罷快憑欄(청신소파쾌빙란) : 맑은 새벽 빗질 하고 상쾌히 난간에 기대니
細雨隨風滿碧山(세우수풍만벽산) : 가랑비는 바람 따라 푸른 산에 가득 내리네.
野遠靑煙橫一抹(야원청연횡일말) : 들판은 아득히 멀어 푸른 이내 조금 가로 뻗혀있고
林深幽鳥語千般(임심유조어천반) : 숲은 깊어 그윽한 새소리 천 가지로 들려온다.
忘機與物聊同樂(망기여물료동락) : 이해득실을 따지려는 마음 잊으니 모든 것이 즐겁고
安分於時獨自閑(안분어시독자한) : 때에 맞게 분수를 지키니 스스로 한가하다
乘興渺然迷出處(승흥묘연미출처) : 흥에 겨워 아득히 출처를 잃고
却疑身誤出人寰(각의신오출인환) : 내 몸 세상에 잘못 들었나 도리어 의심되네.

 

 

夢覺有感(몽교유감)-李彦迪(이언적)
꿈에서 깨어나-李彦迪(이언적)

常思理欲互相勝(상사리욕호상승) : 항상 천리와 인욕을 생각해보니 서로 이기려하니
幽獨危微倍戰競(유독위미배전경) : 은밀히 홀로 있으면 욕심은 위태하고 도심은 약하니 조심을 배가하라.
一念差來便禽獸(일념차래편금수) : 한 생각만 어긋나도 금수같이 되리니
惕然驚起對靑燈(척연경기대청등) : 깜짝 놀라 일어나 맑은 등불 바라보라.
長誦虞書十六字(장송우서십륙자) : 우서의 열여섯 글자를 길이 외워서
一毫人欲便思除(일호인욕편사제) : 조금이라도 욕심이 생기면 생각에서 없애버려라
工夫尙覺多滲漏(공부상각다삼루) : 공부에 아직도 소루한 점이 많음을 깨닫고
知有神明故警余(지유신명고경여) : 신령이 고의로 나에게 경고하려함이 있음을 알아라.

 

 

上洛路上卽事(상락노상즉사)-李彦迪(이언적)
낙동으로 가는 길에-李彦迪(이언적)

大塊之中萬象藏(대괴지중만상장) : 대 자연에 만상이 갖춰 있고
廓然悠久更無疆(확연유구갱무강) : 확연한 진리는 유구하고 끝이 없어라
江河山岳長流峙(강하산악장류치) : 강과 산은 영원히 흐르고 치솟아 있고
日月星辰互隱彰(일월성신호은창) : 해와 달과 별들은 서로 숨기고 나타내고
古往今來觀世變(고왕금래관세변) : 전에 갔다가 지금에 나타나는 세상의 변화를 보이고
春生秋殺見天常(춘생추살견천상) : 봄에 낳았다가 가을에 죽여 버리는 하늘의 법칙을 보이노라.
箇中何物能爲此(개중하물능위차) : 그 중에 어느 물건이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을까
一本昭昭獨主張(일본소소독주장) : 하나의 밝고 밝은 진리가 홀로 이를 주관하리라.

 

 

舟中卽事(주중즉사)-李彦迪(이언적)
배 안에서-李彦迪(이언적)

列峀蜿蜿去不留(열수완완거불류) : 뭇 산들 구불구불 지나가고 머물지 않아
悠然自在水中流(유연자재수중류) : 나도 아득히 물 따라 흘러간다.
錦屛影裏孤帆暮(금병영이고범모) : 비단 병풍 드리운 산 그림자 속을 황혼에 외로운 배 떠가고
綠鏡光邊兩岸秋(녹경광변양안추) : 거울 같은 푸른 물결에 비친 언덕 가을이 짙었구나.
雲盡碧空悲一雁(운진벽공비일안) : 구름 걷힌 푸른 하늘을 애처로운 외기러기 날고
波恬斜日戱群鷗(파념사일희군구) : 잔잔한 물결에 석양은 못 갈매기 희롱한다.
胸中浩渺無涯興(흉중호묘무애흥) : 가슴 속에는 넓고 아득한 끝없는 흥취 일고
獨立蒼茫聘遠眸(독립창망빙원모) : 혼자 서서 창망히 먼 곳으로 눈을 돌려 바라본다.

 

 

溪邊秣馬卽事(계변말마즉사)-李彦迪(이언적)
개울가에서 말에게 꼴을 먹이며-李彦迪(이언적)

下馬坐溪邊(하마좌계변) : 말에서 내려 개울가에 앉아
褰衣步淸灘(건의보청탄) : 옷 걷고 맑은 여울을 걸어본다
灘淺小石露(탄천소석로) : 여울 얕아 작은 돌 드러나고
激激鳴佩環(격격명패환) : 부딪히는 물소리 옥 소린 듯
淸飆來水面(청표래수면) : 맑은 바람 수면으로 불어오니
灑然神骨寒(쇄연신골한) : 물 뿌린 듯 정신과 뼈까지 차가워라
飄飄若羽化(표표약우화) : 너울너울 날개라도 돋은 듯
俯仰雲天寬(부앙운천관) : 위아래 구름 낀 하늘은 한없이 넓어라
仙興浩難收(선흥호난수) : 신선이 된 듯한 흥을 걷잡을 수 없어
沈吟坐石端(침음좌석단) : 돌 끝에 앉아 중얼중얼 시를 읊어본다
濯足聊自潔(탁족료자결) : 발을 씻어 애오라지 스스로 깨끗하니
超然謝塵寰(초연사진환) : 초연히 티끌세상 떠나본다
至趣獨自知(지취독자지) : 지극한 멋을 나 혼자 아노니
日斜猶忘還(일사유망환) : 해는 기울어도 돌아갈 생각 잊었다오

 

 

晩興(만흥)-李彦迪(이언적)
저녁 흥취-李彦迪(이언적)

風定煙消鏡面空(풍정연소경면공) : 바람도 그치고 물안개 사라지니 수면은 거울 같아
數聲柔櫓夕陽中(수성유로석양중) : 몇 소리 부드러운 노 젓는 소리 석양에 들려오네.
却嫌未快湖山眼(각혐미쾌호산안) : 눈에 보이는 강과 산의 경치가 아직 마음에 차지 않아
逈立船頭數亂峯(형립선두수란봉) : 아득히 뱃머리에 서서 여기저기 우뚝한 봉우리를 헤아려본다

 

 

次曹容叟韻(차조용수운)-李彦迪(이언적)
조용수의 운을 빌려-李彦迪(이언적)

霧拯靑山晩雨餘(무증청산만우여) : 안개 걷힌 청산에 늦은 비 내린 뒤에,
逍遙俯仰弄鳶魚(소요부앙롱연어) : 이리저리 걷다가 쳐보고 내려보며 솔개와 물고기를 희롱한다
莫言林下孤淸興(막언임하고청흥) : 숲 속 선비의 외로운 맑은 흥취 말하지 말게나,
幽鳥閒雲約共棲(유조한운약공서) : 그윽한 새와 한가한 구름과 함께 살기로 약속했다네.

 

 

泛葵溪流(범규계류)-李彦迪(이언적)
해바라기를 개울물에 띄워-李彦迪(이언적)

向日丹心鬢欲秋(향일단심빈욕추) : 임 향한 충성심에 귀밑머리 희어지고
朝朝垂淚滿顔愁(조조수루만안수) : 아침마다 눈물 흘려 얼굴 시름겨워라.
如何忽作英州去(여하홀작영주거) : 어찌하여 갑자기 영주로 귀양가
萬里風波一葉舟(만리풍파일엽주) : 만리풍파에 한 척 배의 처지로다
西子當年一入吳(서자당년일입오) : 서시가 당시에 한번 오나라에 드니
春風秋月醉姑蘇(춘풍추월취고소) : 봄바람 가을 달에 고소대에서 취하였네.
豈知國破無歸處(기지국파무귀처) : 어찌 나라가 망하여 몸 붙일 곳 없음 알아
愁把紅顔泛五湖(수파홍안범오호) : 수심에 홍안을 태워 오호로 배 띄워갔다네.

 

 

山中卽事(산중즉사)-李彦迪(이언적)
산속에 살면서-李彦迪(이언적)

雨後山中石澗暄(우후산중석간훤) : 비 갠 산속에 골짜기 물 요란하고
沈吟竟日獨憑軒(침음경일독빙헌) : 생각에 잠겨 시를 읊으며 종일토록 집에 있네.
平生最厭紛囂地(평생최염분효지) : 평생에 가장 싫은 일 분분한 세상사
惟此溪聲耳不煩(유차계성이불번) : 오직 계곡 물 소리 듣기도 좋구나.
臥對前山月色新(와대전산월색신) : 누워서 앞산을 보니 달빛도 새롭고
天敎是夕慰幽人(천교시석위유인) : 하늘이 오늘 저녁 숨어사는 나를 위로하신다.
沈痾忽去神魂爽(침아홀거신혼상) : 묵은 지병 물러가니 정신도 상쾌하고
胸次都無一點塵(흉차도무일점진) : 가슴 속에는 한 점 티끌도 없어라
幽鳥聲中午夢闌(유조성중오몽란) : 그윽한 새소리에 낮 꿈을 깨어
臥看巖上白雲閑(와간암상백운한) : 누워서 바라보니 바위 위엔 흰 구름이 한가하다.
年來世事渾無意(년래세사혼무의) : 해마다 세상일에 아무 생각 없고
吾眼猶宜對碧山(오안유의대벽산) : 내 눈은 여전히 푸른 산만 바라보노라

 

 

孤松(고송)-李彦迪(이언적)
고송-李彦迪(이언적)

群木鬱相遮(군목울상차) : 온갖 나무 울창하여 서로 막히고
孤松挺自誇(고송정자과) : 고송은 몸을 빼어 스스로 자랑하네.
煙霞秘斡質(연하비알질) : 연기와 노을 속에 줄기 간직하고
雨露長枝柯(우로장지가) : 비와 이슬로 가지를 키웠구나.
千尺心應直(천척심응직) : 천척 높이 자랐으니 마음도 응당 곧고
九泉根不斜(구천근불사) : 구천에 깊이 내렸으니 뿌리 기울지도 않으리라.
棟樑雖有待(동량수유대) : 큰 재주 있어 비록 나라의 기대가 있어도
斧斤奈相加(부근내상가) : 도끼와 날이 어찌 서로 더해지는가.
不似巖邊老(불사암변로) : 바위 가에서 늙어감만 못하나니
含姿歲暮多(함자세모다) : 고운 자세 간직하며 해 저문 날까지 오래 살리라

 

 

山堂卽事(산당즉사)-李彦迪(이언적)
산 속에서-李彦迪(이언적)

禪房高枕隱(선방고침은) : 승방에 베개 높이 베고 숨어사니
山色曉窓多(산색효창다) : 산색은 새벽 창에 짙어온다
林底幽禽語(임저유금어) : 숲 속에는 그윽한 새소리 지저귀고
風中輕鷰斜(풍중경연사) : 바람 속에 가려운 제비소리 비껴든다.
翠巖留宿霧(취암류숙무) : 푸른 바위에 안개 서리고
深峽鎖朝霞(심협쇄조하) : 깊은 협곡에 아침노을 가득하다
誰識此中趣(수식차중취) : 그 누가 알까, 여기서 사는 멋을
閒雲嶺上過(한운영상과) : 한가한 구름 고개 위로 지나간다.

 

 

閑居卽事(한거즉사)-李彦迪(이언적)
한가하게 살며-李彦迪(이언적)

種松己作千株擁(종송기작천주옹) : 소나무 심어 천 그루의 울이 되고
移竹今年始數根(이죽금년시수근) : 대나무 옮겨 심어 금년에야 몇 뿌리 생겼구나.
四面皆山遮眼界(사면개산차안계) : 사면이 산이라 눈앞이 가리고
卜居元是遠囂暄(복거원시원효훤) : 이곳에 사는 것도 본래 세상의 시끄러움이 싫어서네.
雲斂山開欲曉天(운렴산개욕효천) : 구름 걷히고 산 개어 새벽이 되려하니
半春淸景正悠然(반춘청경정유연) : 봄 무르익은 맑은 경치 정말로 아득하다.
鐘鳴馳逐終何益(종명치축종하익) : 공명에 쫓기는 관직이 내게 무엇이 이로울까
自幸年來臥石泉(자행년래와석천) : 몇 년 전에 돌아와 자연에 사니 스스로 다행일세.

 

 

記夢(기몽)-李彦迪(이언적)
꿈-李彦迪(이언적)

殘燈中夜照肝脾(잔등중야조간비) : 깊은 밤 껌뻑이는 불빛 속마음 비추나니
屋漏雖幽肯自歎(옥루수유긍자탄) : 후미진 방 아무리 깊다한들 내 마음 속일 건가
枉被人疑渾不動(왕피인의혼부동) : 사람들 잘못 의심하여도 마음 흔들리지 않으리니
此心應有鬼神知(차심응유귀신지) : 이러한 내 마음을 귀신은 알리라
一心虛靜自無爲(일심허정자무위) : 마음이 허정하여 스스로 무위하니
萬變交前孰得移(만변교전숙득이) : 수 만 번 변화가 생기기 전에 누에게 옮아갈까
雖處至嫌猶不惑(수처지혐유불혹) : 비록 극히 의심스러워도 미혹되지 않으니
夢魂聊與展禽期(몽혼료여전금기) : 꿈에도 오직 전금 유하혜와 함께하리라

 

 

小峯臺(소봉대)-李彦迪(이언적)
소봉대-李彦迪(이언적)

地角東窮碧海頭(지각동궁벽해두) : 땅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乾坤何處有三丘(건곤하처유삼구) : 천지의 어느 곳에 세 언덕이 있단 말인가
塵寰裨隘吾無意(진환비애오무의) : 티끌세상 비루하고 좁은 일 내 마음과 무슨 상관
欲駕秋風泛魯桴(욕가추풍범로부) : 가을바람에 노중연의 배를 띄워 떠나고 싶어라

 

 

病中覽言行錄朱文公傳(병중람언행록주문공전)-李彦迪(이언적)
병중에 언행록에서 주문공의 전을 보다-李彦迪(이언적)

病起幽軒雨後天(병기유헌우후천) : 병상에서 일어난 조용한 집, 밖은 비가 개고
手携黃券對前賢(수휴황권대전현) : 손에 책을 잡고 옛날 성현을 대한 듯하다.
吾年屈指猶云富(오년굴지유운부) : 내 나이 꼽아보니 아직도 젊은데
其奈身多疾病纏(기내신다질병전) : 몸에 병이 많아 병에 매였으니 이를 어이할거나.

 

 

次朱文公武夷五韻調(차주문공무이오운조)-李彦迪(이언적)
주문공의 무이오곡의 운을 빌려-李彦迪(이언적)

欽把遺經得味深(흠파유경득미심) : 남기신 경서를 공손히 잡고 깊은 맛 깨달으니
探眞從古有山林(탐진종고유산림) : 진리를 찾는 일 예부터 산림에 있었다네.
峨洋絃上無人會(아양현상무인회) : 아양현 거문고 소리 알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어
獨撫胸中太古心(독무흉중태고심) : 나 홀로 가슴 속 태고의 순수한 마음 어루만지네.

 

 

烏川路上(오천노상)-李彦迪(이언적)
오천 길에서-李彦迪(이언적)

揮鞭發海隅(휘편발해우) : 말을 채찍질하여 바다로 떠나
擡眠極平蕪(대면극평무) : 눈 들어 바라보니 넓고 아득하여 끝이 없도다.
新綠千山遍(신록천산편) : 신록은 온 산에 가득하고
殘紅一點無(잔홍일점무) : 붉은 꽃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구나.
樂時渾物我(낙시혼물아) : 즐거운 시절 물과 내가 온통 하나가 되어
探勝歷江湖(탐승력강호) : 좋은 경치 찾아서 강과 호수를 두루 다닌다.
安得携知己(안득휴지기) : 어찌 마음 맞는 친구를 데리고
臨流倒百壺(임류도백호) : 냇가에 나가 백병의 술이라도 기울이지 않으리.

 

 

金莊寺踏靑(금장사답청)-李彦迪(이언적)
금장사 답청-李彦迪(이언적)

川原遠近綠初匂(천원원근록초내) : 내와 언덕 멀고 가까운 곳에 푸른 빛 짙어지고
滿眠依然古國春(만면의연고국춘) : 눈에 가득한 것이 옛 신라의 봄과 같은 것을
玉笛聲中千古恨(옥적성중천고한) : 옥피리 속에 천년의 한을
莫敎吹向踏靑人(막교취향답청인) : 보리밭 밟는 농부 향해 불지 않게 하여라.

 

 

甘浦舟中贈韓子浩(감포주중증한자호)-李彦迪(이언적)
감포 바다의 배 안에서 한 자호에게-李彦迪(이언적)

一聲長笛海門秋(일성장적해문추) : 멀리서 들려오는 한 가닥 피리소리
杯酒臨分段段愁(배주림분단단수) : 한 잔 술을 나누며 이별하려니 굽이굽이 애달프다.
渭樹江雲苦相阻(위수강운고상조) : 위수 북쪽 나무숲과 강동의 구름 애처로이 막혔더니
天涯此日幸同舟(천애차일행동주) : 하늘 끝 이곳에서 우리 서로 같은 배에 놀다니

 

 

栢栗寺贈韓進士子浩(백률사증한진사자호)-李彦迪(이언적)
백률사 한진사 자호에게-李彦迪(이언적)

苔逕憐曾踏(태경련증답) : 이끼 낀 좁은 길에 내 발자취 반갑고
松闌憶舊憑(송란억구빙) : 소나무 난간에 서니 옛 놀던 기억 새롭다
碧山如有待(벽산여유대) : 청산은 나를 기다린 듯 하고
靑眼更無憎(청안갱무증) : 내 맑은 눈에는 다시 싫은 기분 없도다.
草樹千年國(초수천년국) : 풀과 나무 우거진 천년 나라에
襟懷一夜燈(금회일야등) : 가슴 속 회포 하룻밤 등잔불에 태운다
海臺秋更好(해대추갱호) : 바닷가 누각의 가을 경치가 다시 좋으니
攜酒又同登(휴주우동등) : 술가지고 우리 또 올라가 보세나.

 

 

山堂病起(산당병기)-李彦迪(이언적)
산 속 집에서 병에서 일어나-李彦迪(이언적)


平生志業在窮經(평생지업재궁경) : 내 평생의 뜻과 일은 경서를 연구하는 것
不是區區爲利名(불시구구위이명) : 구구하게 이익과 명예 위한 것 아니라네.
明善誠身希孔孟(명선성신희공맹) : 명덕과 선행, 성의와 수신으로 공자와 맹자를 바라보고
治心存道慕朱程(치심존도모주정) : 마음을 다스리고 도를 간직 주자와 정자 사모하네.
達而濟世憑忠義(달이제세빙충의) : 학문에 통달해서 세상을 건지되 충의에 따르며
窮且還山養聖靈(궁차환산양성령) : 통달하지 못하면 자연으로 돌아와 마음의 힘을 기르리라
豈料屈蟠多不快(기요굴반다불쾌) : 어찌 비굴하게 숨을 것 생각하여 쾌활하지 못함이 많아
夜深推枕倚前楹(야심추침의전영) : 밤이 깊어도 잠 못 들고 앞 기둥에 몸을 기대며 보내f

 

 

勸學者(권학자)-李彦迪(이언적1491-1553)
학자에게 권하다-李彦迪(이언적)

爲學應須學聖人(위학응수학성인) : 학문을 하는 것은 성인을 배워야 하니
聖功元是本彛倫(성공원시본이륜) : 성인이 되는 공은 본래 떳떳한 인륜을 근본으로 삼는 것
數編格語眞繩墨(수편격어진승묵) : 몇 권의 격조 있는 말들이 진실로 표준이 되는 것
熟講精通可律身(숙강정통가률신) : 충분히 익혀서 정하게 통하면 몸을 다스릴 수 있으리.

 

 

무위(無爲)-이언적(李彦迪)
무위-이언적(李彦迪)

萬物變遷無定態(만물변천무정태) : 만물의 변화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
一身閑適自隨時(일신한적자수시) : 내 한 몸 한적하게 때에 따라 살았소
年來漸省經營力(년래점생경영력) : 근래에 점점 기력을 잃어가고
長對靑山不賦詩(장대청산불부시) : 오랫동안 청산에 살면서 시 한번 못 읊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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