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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이숭인(李崇仁) 다수

 

숭인  李崇仁

1349(충정왕 1) 경산부(京山府)~ 1392(태조 1).
고려 후기의 학자·시인.

본관은 성주(星州). 자는 자안(子安), 호는 도은(陶隱). 목은(牧隱) 이색, 포은(圃隱) 정몽주와 함께 고려말의 삼은(三隱)으로 일컬어진다.

아버지 원구(元具)와 어머니 언양김씨(彦陽金氏) 사이의 2남3녀 가운데 맏아들로 태어났다.

1360년(공민왕 9) 14세의 나이로 국자감시에 합격하여 이색의 문하에 있었으며, 16세 때 등과하여 숙옹부승을 제수받고 후에 장흥고사가 되었다.

21세 때 성균관의 생원이 되면서 이색 문하에서 정몽주·김구용·박상충·정도전·권근 등과 깊이 사귀었다.

24세에 중국의 과거에 응시할 인재를 뽑는 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했으나 나이가 미달하여 가지 못했다.

그후 성균직강·예문응교·전리총랑을 지냈다.

우왕 즉위년에는 친명파라고 하여 대구현에 유배되었다가, 4년 뒤 소환되어 성균사성·전리판서·밀직제학을 역임했으며, 1386년 하정사로 명나라에 다녀왔다.

1388년(창왕 즉위) 최영 일파의 참소로 통주(通州)에 유배되었으나, 최영의 몰락으로 다시 소환되어 지밀직사사가 되었다.

 1392년 정몽주가 피살되자 그 일파로 몰려 순천에 유배되었다가 조선 개국에 앞서 정도전의 심복인 황거정에 의해 피살되었다.

그후 태종이 그의 죽음이 무고함을 밝히고 1406년 이조판서를 증직하고 문충(文忠)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그는 문사(文士)로서 국내외에 이름을 떨쳤고, 문재(文才)로서 고려의 국익을 위해 기여했으며, 시는 후대에 많은 극찬을 받았다.

또한 이색으로부터 성리학을 전수받아 유풍(儒風)을 새롭게 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그의 문학관을 살펴보면, 첫째, 경전 위주의 문학관으로 사장(詞章) 위주의 문예보다는 도학적인 면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시는 성정(性情)의 정(情)에 근본해야 한다고 하여, 학문이 사무사(思無邪)의 경지에 들어가서 성정의 정을 얻은 후면 시는 저절로 된다고 했다.

셋째, 시의 효용을 교화 위주에 두었으며 넷째, 자연발로(自然發露)의 문학관으로 시는 억지로 생각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무심한 가운데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의 시는 정연하고 고아(高雅)하다는 평을 들었는데, 대표적인 작품에는 〈제승사 題僧舍〉·〈오호조 嗚呼鳥〉 등이 있다. 산문은 표문(表文)이 많은데, 이는 그가 대외관계에 필요한 많은 문을 썼기 때문이다.

고려 후기의 문학을 대변하는 문인으로 그의 도학적인 문학관은 조선의 변계량·권근에게로 이어졌다. 저서로는 〈도은집〉 5권이 전한다.

 

 

 

 

도료곡(渡遼曲)-이숭인(李崇仁)
요동을 건너는 노래-이숭인(李崇仁)

遼陽城中秋風起(료양성중추풍기) : 요양성 안에서 가을바람 일고
遼陽城下黃沙飛(료양성하황사비) : 요양성 아래엔선 황사가 날린다.
征夫渡海事驃姚(정부도해사표요) : 바다 건넌 나그네 무공 세우려
幾年望鄕猶未歸(기년망향유미귀) : 몇 년째 고향 보며 아직 돌아가지 못한다.
空閨思婦顰雙蛾(공규사부빈쌍아) : 빈 안방의 아내는 두 눈썹 찡그리고
挑燈札扎鳴寒梭(도등찰찰명한사) : 등불 아래 찰깍찰깍 베틀의 북을 울린다.
織成錦字憑誰寄(직성금자빙수기) : 비단 글자 짜내어 누구 편에 부치나
靑鳥不來知奈何(청조불래지내하) : 청조도 아니 오니 이 일을 어찌하나.

 

 

행로난(行路難)-이숭인(李崇仁)
행로난-이숭인(李崇仁)

行路難行路難(행로난행로난) : 길가기 어려워라, 길가기 어려워라
我今一鳴君一顧(아금일명군일고) : 내 이제 한 번 울면, 그대 한 번 돌아보오.
平時坦途盡荊棘(평시탄도진형극) : 평시의 탄탄한 길도 모두가 가시덤불
白日大都見豺虎(백일대도견시호) : 대낮 큰 도시에 늑대와 호랑이 득실거리오.
萬慮燒胸腸欲爛(만려소흉장욕란) : 만 가지 생각이 가슴 태워 창자 무너지는데
聽鷄未禁中夜舞(청계미금중야무) : 닭의 울음 들리니 한밤중에 춤을 추노라.
明朝出門將安如(명조출문장안여) : 날이 밝아 문 나서니 어디로 가려나
水能覆舟山催車(수능복주산최차) : 물은 배를 엎어뜨리고 산은 수레를 부수누나.
君不見長安陌上富貴兒(군불견장안맥상부귀아) : 보지 못했나, 장안 거리 수많은 부잣집 아들
終然不讀一卷書(종연불독일권서) : 평생토록 한 권 책조차 안 읽은 것을.

 

 

감흥3(感興3)-이숭인(李崇仁)
감흥-이숭인(李崇仁)

亹亹天機運(미미천기운) : 쉬지 않는 것은 하늘의 운행
肅肅秋氣悲(숙숙추기비) : 쓸쓸한 가을 기운이 슬퍼진다.
飄飄西風來(표표서풍래) : 산들산들 서풍이 불어오니
摵摵號枯枝(색색호고지) : 쏴쏴 마른 가지가 우는구나.
悠悠遠行客(유유원행객) : 멀리 멀리 떠나간 나그네
一去無還期(일거무환기) : 한 번 가선 돌아올 기약 없구나.
妾身在空閨(첩신재공규) : 첩의 몸은 빈 방에 홀로 있어
日夜長相思(일야장상사) : 밤낮으로 길이 그리워합니다.
相思不可見(상사불가견) : 생각만 하고 보지는 못하니
惻愴終何爲(측창종하위) : 애닯게도 슬픔을 끝내 어찌하나.

 

 

감흥2(感興2)-이숭인(李崇仁)
감흥-이숭인(李崇仁)

吾聞王子晉(오문왕자진) : 내 듣건대, 왕자진은
逍遙緱山巓(소요구산전) : 후산 꼭대기에서 놀았단다.
笙聲徹寥廓(생성철요곽) : 생황 소리 공중에 들려오고
白鶴飛翩旋(백학비편선) : 백학이 훨훨 날았단다.
冥筌久已排(명전구이배) : 명전을 배제한 지 이미 오래니
泠然無憂患(령연무우환) : 시원스럽게 근심이 없구나.
下視何茫茫(하시하망망) : 내려보니 어찌 그리도 망망한가
蠛蠓朝暮閒(멸몽조모한) : 하루살이가 사이의 하루살이 같아라.
我生若拘束(아생약구속) : 나의 삶을 만일 구속된다면
果哉諒非難(과재량비난) : 과감하게도 세상일 잊음은 쉬운 일이로다.
寸心竟誰語(촌심경수어) : 이 마음을 누구와 함께 이야기할까
取琴而一彈(취금이일탄) : 거문고 당기어 한 곡조 노래를 탄다.

 

 

감흥1(感興1)-이숭인(李崇仁)
감흥-이숭인(李崇仁)

昨日苦炎燠(작일고염욱) : 어제는 더워서 괴로워는데
今朝忽凄慄(금조홀처률) : 오늘 아침은 갑자기 싸늘하구나.
霜露衆卉腓(상로중훼비) : 서리와 이슬에 모든 풀은 병들고
歲月如駒隙(세월여구극) : 세월은 망아지가 틈을 지나가는 것 같도다
人生穹壤閒(인생궁양한) : 사람이 천지 사이에 한가히 태어나
身世兩役役(신세량역역) : 몸과 세상이 모두가 바쁘구나.
況復非金石(황부비금석) : 하물며 쇠와 돌이 아니고
行年不盈百(행년불영백) : 사는 동안 백 년이 되지 못함에야
所以古時人(소이고시인) : 그러므로 옛날 사람들
分陰當自惜(분음당자석) : 분음의 시간이라도 스스로 아꼈어라.

 

 

송흥교승통환산(送興敎僧統還山)-이숭인(李崇仁)
흥교승통을 전송하여 산으로 돌아가다-이숭인(李崇仁)

書生淡生活(서생담생활) : 서생의 담박한 생활
詩句送師歸(시구송사귀) : 시구로 스님 돌아가는 길 전송하네.
曉月袈裟冷(효월가사냉) : 새벽달은 가사에 차갑고
秋風錫杖飛(추풍석장비) : 가을바람은 석장에 날아간다.
路回千嶂合(노회천장합) : 길이 돌아 천첩의 산들이 합쳐지고
亭小五松圍(정소오송위) : 정자는 작아서 다섯 소나무 둘러있다
役役吾何事(역역오하사) : 힘겹게도 나는 무슨 일을 하나
名場足駭機(명장족해기) : 공명을 다투는 길에 마음 놀랄 뿐이라.

 

 

제재거벽상(題齋居壁上)-이숭인(李崇仁)
서재의 벽 위에 지어쓰다-이숭인(李崇仁)

高齋無一事(고재무일사) : 높은 서재에 하는 일 하나 없이
觀物日何長(관물일하장) : 사물을 바라보니 날은 어찌나 길던지
庭草春交翠(정초춘교취) : 정원의 봄풀은 푸른빛이 어울려있고
岩泉夜送涼(암천야송량) : 바위 사이의 샘물은 밤에 차가움을 보낸다.
詩情如有助(시정여유조) : 시 짓는 마음에는 도움이 될 듯하나
世味未曾嘗(세미미증상) : 세상의 맛은 일찍이 보지도 않았다.
舊習消磨盡(구습소마진) : 옛 습관은 이미 다 사라지고
唯餘老杜狂(유여로두광) : 오직 남은 것은 두보의 미치광이 짓이여.

 

 

알실주주사(謁實周主事)-이숭인(李崇仁)
주사 임실주를 뵙다-이숭인(李崇仁)

萬里歸王地(만리귀왕지) : 만리가 왕에게 귀의 한 땅
南宮奉使郞(남궁봉사랑) : 남궁에서 사절 받드는 사람.
裝金辭越橐(장금사월탁) : 행장에 월탁 사양하고
詩稿滿奚囊(시고만해낭) : 시의 원고는 해랑에 가득하다.
白日龍山靜(백일용산정) : 대낮의 해는 용산에 고요하고
淸風客舍涼(청풍객사량) : 맑은 바람은 객사에 서늘하구나.
相尋不相見(상심불상견) : 찾아가 서로 만나지 못하니
領此酒杯香(영차주배향) : 이곳에서 술잔의 향기만 맡아본다.

 

 

영주 강사군에게 부치다-이숭인(李崇仁)

爲州古所樂(위주고소락) : 고을원이 되는 일은 옛날에도 좋아한 것
遠地向誰親(원지향수친) : 먼 지방에서 누구와 친히 지냈나.
別久能無念(별구능무념) : 이별한지 오래되었으니 생각이 없겠을까
詩多似不貧(시다사불빈) : 시은 시가 많으니 가난하지 않은 것 같구나.
馳驅吾已倦(치구오이권) : 바쁘게 다니는 것은 나는 이미 권태롭고
眠食子宜珍(면식자의진) : 잠자고 먹는 것은 자네에 귀한 것이리라.
何日龍山第(하일용산제) : 어느 날에야 용산의 집에서
相看白㲲巾(상간백㲲건) : 서로 마주보며 흰 망건을 써보게 될까나.

 

 

송문중래자라주항치역부경(宋文中來自羅州港馳驛赴京)-이숭인(李崇仁)
송 문중이 나주항에서 역마를 달려 서울에 이르다-이숭인(李崇仁)

朔風吹歲暮(삭풍취세모) : 북풍이 몰아치고 해는 저무는데
雨雪政霏霏(우설정비비) : 눈비는 한창 펄펄 휘날리는구나.
旣阻鯨波涉(기조경파섭) : 고래 같은 물결에 건널 길이 막혀
還從驛路馳(환종역로치) : 도리어 역로를 따라 달려간다.
泥塗嗟潦倒(니도차료도) : 진흙길에 고인 물에 넘어짐이 아파도
霄漢喜翻飛(소한희번비) : 하늘에 번쳐 나르니 기쁘기도 하리라.
好去謁明主(호거알명주) : 잘 떠나시어 현명한 임금님 알현하여
高攀丹桂枝(고반단계지) : 높이 붉은 계수나무 가지를 잡아보게나.

 

 

십일월초사일우(十一月初四日雨)-이숭인(李崇仁)
십일 월 초 나흗날 비-이숭인(李崇仁)

仲冬初四日(중동초사일) : 한겨울인 초사흗날
雨足亂如絲(우족난여사) : 빗발은 실처럼 어지럽다.
細細纔飄瓦(세세재표와) : 가늘고 가늘어 겨우 기와에 날리고
濛濛已濕衣(몽몽이습의) : 보슬보슬 이미 옷을 적신다.
靑灯悲遠客(청정비원객) : 푸른 등장 불빛에 시름겨운 나그네
幽室泣孤嫠(유실읍고리) : 깊숙한 방에 눈물짓는 외로운 과부여.
天道終難料(천도종난료) : 하늘의 도리는 끝내 헤아리기 어려운데
經生妄是非(경생망시비) : 경서를 읽는 선비는 망령되이 시비를 따진다.

 

 

제남악총선사방차림선생운(題南嶽聰禪師房次林先生韻)-이숭인(李崇仁)
남악 총선사 방의 임선생 시를 차운하여 짓다-이숭인(李崇仁)

相逢久面目(상봉구면목) : 구면에 서로 만나니
妙契透機關(묘계투기관) : 묘한 인연 기관에 통했구나.
三業水俱淨(삼업수구정) : 세 가지 업은 물처럼 맑아지고
一生雲與閑(일생운여한) : 일생을 구름과 더불어 한가하다.
泉甘宜煮茗(천감의자명) : 달콤한 샘물은 차 다리기 좋고
日永好看山(일영호간산) : 해는 길어서 산구경하기 좋구나.
慙愧靈師語(참괴령사어) : 부끄러워라, 훌륭한 대사님 말씀
休官便此還(휴관편차환) : 벼슬 버리고 이곳으로 돌아오라 하셨다.

 

 

송송문중수재수계부경사(送宋文中秀才隨計赴京師)-이숭인(李崇仁)
수재 송 문중이 계리를 딸라 중국의 서울로 가는 것을 전송하며-이숭인(李崇仁)

漢代輿圖廣(한대여도광) : 한나라의 땅이 넓어서
朝鮮道路開(조선도로개) : 조선까지 길이 열렸어라.
賓與吾子起(빈여오자기) : 과거시험에 그대가 떠나려 하니
送別故人來(송별고인래) : 송별에 친구들이 달려왔구나.
雲物長江暮(운물장강모) : 구름 낀 긴 강에 날은 저물고
乾坤一酒杯(건곤일주배) : 천지간에 이별주 한 잔이 있어라.
嗟余空老大(차여공로대) : 아, 나는 헛되이 늙어가
鬱鬱此徘徊(울울차배회) : 울적하게 이곳을 배회하는구나.

 

 

향생박귀부지행민망이시위신차운(鄕生朴歸父之行民望以詩爲贐次韻)-이숭인(李崇仁)
향생 박귀보의 행차에 민망이 시를 지어 송별함에 차운하다-이숭인(李崇仁)

好去朴歸父(호거박귀보) : 잘 떠나게나 박귀보여
秋深魚稻鄕(추심어도향) : 가을이 깊어져 물고기와 벼가 있는 고향으로.
故人贈馬策(고인증마책) : 친구는 말채찍을 주었고
津吏稅詩囊(진리세시낭) : 나루지기는 시주머니에도 세금을 메긴다.
冉冉家山近(염염가산근) : 점점 고향의 산을 가까워지고
紛紛野菊香(분분야국향) : 분분하리라, 들판의 들국화 향기여
嗟余亦何事(차여역하사) : 슬프도다, 나 또한 무슨 일로
獨此久徊徨(독차구회황) : 홀로 이곳에 남아 오랫동안 방황하는가.

 

 

봉차렴동정호가장단시운(奉次廉東亭扈駕長湍詩韻)-이숭인(李崇仁)
염동정이 장단에 호가하면서 지은 시를 차운하다-이숭인(李崇仁)

江遠練一匹(강원련일필) : 비단 한 필 펼친 것처럼 강은 멀고
巖高鐵十尋(암고철십심) : 쇠 사다리 열 길처럼 바위는 높아라.
旌旗仙仗肅(정기선장숙) : 임금 수레의 깃발은 엄숙하고
歌吹樂觀深(가취락관심) : 노래와 피리소리에 즐거움이 깊어라.
畏景明中谷(외경명중곡) : 따가운 햇볕에 골짜기 안이 밝고
幽花翳茂林(유화예무림) : 그윽한 꽃이 무성한 숲에 가리었다.
古來崇儉德(고래숭검덕) : 예부터 검소한 덕을 숭상하니
朽索戒余臨(후색계여림) : 썩은 새끼의 교훈이 나를 경계하는구나.

 

 

정박리부(呈朴吏部)-이숭인(李崇仁)
박 이부에게-이숭인(李崇仁)

卯申能縳我(묘신능전아) : 묘신의 시각에 얽매이어
甲子漫經年(갑자만경년) : 세월이 헛되이 지나가는구나.
有罪緣懷璧(유죄연회벽) : 죄가 있다면 벼슬을 한 것
無心肯事錢(무심긍사전) : 마음이 없으니 어찌 돈 섬길까.
開窓看遠岫(개창간원수) : 창문을 열고 먼 산을 바라보고
鑿沼納靑天(착소납청천) : 못을 뚫어 푸른 하늘 담아본다.
退食齋居靜(퇴식재거정) : 퇴근하고 식사 후 고요히 있으니
人過且晏然(인과차안연) : 사람이 지다녀도 편하기만 하다.

 

 

방동년생녀희정(方同年生女戲呈)-이숭인(李崇仁)
방 동학이 딸을 낳아 장난삼아 올리다-이숭인(李崇仁)

門閥多餘慶(문벌다여경) : 문벌에는 경사로운 일 많아
郞君篤孝思(랑군독효사) : 낭군은 효도의 마음 독실하여라.
居然生女日(거연생녀일) : 슬그머니 딸 낳은 날
錯賦弄璋詩(착부롱장시) : 아들 낳는다는 잘 못 지은 시였구나.
富貴傳家有(부귀전가유) : 부귀는 집안에 전해오고
貞嘉不卜知(정가불복지) : 정숙하고 아름다움은 점치지 않아도 안다.
風塵荷戈戟(풍진하과극) : 풍진 세상에 어찌 무기를 매게 하니
何用重男爲(하용중남위) : 어찌하여 사내아이를 중하게 여길까.

 

 

나원길방여송도지사제(羅元吉訪余松都之私第)-이숭인(李崇仁)
나원길이 송도 사저로 나를 방문하였기에-이숭인(李崇仁)

元吉來京邑(원길래경읍) : 원길이 서울에 와서
相逢話所思(상봉화소사) : 서로 만나 생각을 나누었네.
聞今君鬢改(문금군빈개) : 지금 그대의 귀밑머리 희어졌다 하나
依舊我心癡(의구아심치) : 옛날처럼 나는 마음으로 의심스럽다네.
湖海三年別(호해삼년별) : 강호에 삼년동안 떠나 있었으나
文章一世知(문장일세지) : 문장은 온 세상이 알고 있다네.
薦衡書未就(천형서미취) : 천거하는 글 아직 못 올렸으나
敢道侍臣爲(감도시신위) : 임금 모신 신하라 감히 말하지 못했다네.

 

 

계축삼월초륙일유설정삼봉(癸丑三月初六日有雪呈三峯)-이숭인(李崇仁)
계축년 삼월 초 엿새날 눈이 내려 삼봉에게 올리다-이숭인(李崇仁)

二月到三月(이월도삼월) : 이월부터 삼월까지
雨雪也頻頻(우설야빈빈) : 눈비마저 자주 내리는구나.
未放重裘解(미방중구해) : 무거운 솜옷까지 벗지 못한 채
仍須綠酒親(잉수록주친) : 오로지 술잔만 가까이 한다.
乾坤且氛祲(건곤차분침) : 천지의 기운은 음침한데
草木謾精神(초목만정신) : 초목은 느긋이 제 정신이구나.
排悶新詩句(배민신시구) : 근심을 털어버리려 새로 지은 시구
携將寄故人(휴장기고인) : 두 손에 가져와 친구에게 부치리라.

 

 

송권사군지임충주(送權使君之任忠州)-이숭인(李崇仁)
권 사군이 충주로 부임하는 것을 전송하다-이숭인(李崇仁)

淨土山多好(정토산다호) : 정결한 땅에는 산도 좋나니
開天寺足徵(개천사족징) : 개천사가 이를 증명하는구나.
踵門無俗客(종문무속객) : 잇달 찾는 사람, 속된 이 하나 없고
面壁有高僧(면벽유고승) : 벽을 향해 도를 닫는 고승들만 있어라.
百尺臺臨水(백척대림수) : 백 척 높이의 누대는 물에 닿아있고
千年木臥藤(천년목와등) : 천 년 된 나무는 넝쿨에 누워있어라.
君歸足暇日(군귀족가일) : 그대 돌아가면 한가한 날 많으리니
一一訪吾曾(일일방오증) : 일일이 나 있었던 곳을 찾아보게나.

 

 

제곤슬산승사(題昆瑟山僧舍)-이숭인(李崇仁)
비슬산 절에 제하다-이숭인(李崇仁)

俗客驅長道(속객구장도) : 세상 나그네 먼 길 달려 왔는데
高僧臥小亭(고승와소정) : 고승은 작은 정자에 누워있구나.
雲從朝暮白(운종조모백) : 아침저녁 구름은 희고
山自古今靑(산자고금청) : 예나 지금이나 산은 푸르다.
往事追松子(왕사추송자) : 지난 시간 신선 적송자 따라
羈遊愧地靈(기유괴지령) : 이리저리 떠돈 것이 지신에 부끄럽다.
殷勤汲澗水(은근급간수) : 은근한 마음으로 골짜기 물 길러다가
一匊煮蔘苓(일국자삼령) : 한 줌 인감과 복령을 다리는구나.

 

 

송경상도렴사송정랑(送慶尙道廉使宋正郞)-이숭인(李崇仁)
경상도 안렴사 송정랑을 보내다-이숭인(李崇仁)

慷慨埋輪日(강개매륜일) : 강개함이 한나라 장강이 수레 바퀴 묻던 날이고
澄淸按轡朝(징청안비조) : 청렴함이 한나라 범방이 청조사 되어 말고삐 잡던 아침이라.
才高孚物議(재고부물의) : 재주는 높아 사람들의 의논을 기쁘게 하고
任重採風謠(임중채풍요) : 임무의 막중함은 백성의 노래를 모으는 것이로다.
煙火南區大(연화남구대) : 연화는 남쪽 땅이 대단하고
星辰北極遙(성진북극요) : 별들은 북극성이 아득하도다.
定知棠茇下(정지당발하) : 반드시 알겠노니, 주나라 소공이 감당나무 아래 움막에 살며
宣化及芻蕘(선화급추요) : 교화를 펼쳐 백성에게 이르게 된 것을.

 

 

송강릉도렴사곽정언명의(送江陵道廉使郭正言名儀)-이숭인(李崇仁)
강릉 도렴사 정언 곽명의를 보내며-이숭인(李崇仁)

臨軒天語切(임헌천어절) : 헌감에 이르니 임금님 말씀 간절하고
咫尺不違顏(지척불위안) : 지척에서도 임금의 용안을 어기지 않구나.
聲敎東漸海(성교동점해) : 교화는 동으로 바다까지 이르렀는데
驅馳北渡關(구치북도관) : 말을 달려와 북으로 관문을 건너는구나.
山川經緯壯(산천경위장) : 산천은 지세가 웅장하고
樓閣畫圖閑(누각화도한) : 누각은 그림처럼 한적하구나.
會見巡游罷(회견순유파) : 언제나 보게 될거나, 여기저기 떠도는 일 끝내고
春風得意還(춘풍득의환) : 봄바람에 득의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것을.

 

 

간설연명장수(柬偰椽名長壽)-이숭인(李崇仁)
간설언에게 편지하다-이숭인(李崇仁)

身世無窮事(신세무궁사) : 세상에 사는 일 끝없는 일
田園未卜時(전원미복시) : 살 땅은 아직 정하기 못했구려.
犬羊腥四海(견양성사해) : 개와 양같은 짐승은 비린내 풍기고
烏鵲遶南枝(오작요남지) : 까마귀와 까치는 남쪽 가지 찾는구려.
對食彈長鋏(대식탄장협) : 밥상을 마주하여 긴 칼을 잡고
寬愁覓小詩(관수멱소시) : 수심을 늦추려고 소품 시를 찾는다오.
兒曹徒擾擾(아조도요요) : 어린 것들은 헛되이 요란스러우니
寧與話心期(영여화심기) : 어찌 서로 마음 속 일들을 말하리오.

 

 

억박장원(憶朴壯元)-이숭인(李崇仁)
박장원을 생각하며-이숭인(李崇仁)

朴子才名大(박자재명대) : 박 군의 재주와 명성 대단하니
文章手老成(문장수로성) : 글 짓는 솜씨는 노련하고 성숙하다.
早年曾托契(조년증탁계) : 어린 나이에 서로 친구되어
久別最關情(구별최관정) : 오래도록 이별하여 가장 그리워진다.
滄海乾坤闊(창해건곤활) : 바다와 땅은 넓기도 하고
浮雲旦夕征(부운단석정) : 뜬 구름은 아침저녁으로 흘러간다.
回頭渺無際(회두묘무제) : 머리 돌려보아도 아득히 끝이 없으니
何日定相迎(하일정상영) : 어느 날에야 반드시 서로 만나볼까나.

 

 

정미원조(丁未元朝)-이숭인(李崇仁)
정미년 정월 초하루 아침에-이숭인(李崇仁)

歲次無停畢(세차무정필) : 세월은 그치지 않고
人情易嘆吁(인정역탄우) : 인정은 한탄하기 쉽구나.
椒盤聞古頌(초반문고송) : 초반에 옛 노래 듣고
桃板覓新符(도판멱신부) : 도판에 새 시를 찾는다.
日照窮陰破(일조궁음파) : 햇볕에 궁벽한 곳 사라지고
風吹萬態敷(풍취만태부) : 바람에 온갖 물태가 펴진다.
頭顱還似舊(두로환사구) : 내 머리는 아직 옛날과 같아
祗得飮屠蘇(지득음도소) : 다만 도소주만 가져다 마신다.

 

 

시관중요우(示館中僚友)-이숭인(李崇仁)
관중의 친구에세-이숭인(李崇仁)

壯年空有志(장년공유지) : 장년의 시절 헛되이 뜻만 있어
獨立竟無徒(독립경무도) : 홀로 지내다 끝내 친구도 없었다.
旣見申韓用(기견신한용) : 신불해와 한비자를 배웠고
仍聞佛老俱(잉문불로구) : 불교와 노자의 학문도 들어왔다.
聖謨還寂寞(성모환적막) : 성인의 지혜가 오히려 적막하니
吾事可嗚呼(오사가오호) : 우리들의 일이 탄식할 만 하여라.
且問座中友(차문좌중우) : 좌중의 벗들에게 물어보노니
誰爲君子儒(수위군자유) : 누가 우리 군자의 선비가 되는가.

 

 

제전단전(題旃檀殿)-이숭인(李崇仁)
전단전에 제하다-이숭인(李崇仁)

聞道旃檀木(문도전단목) : 들으니, 전단목은
浮來自罽賓(부래자계빈) : 계빈에서 떠내려 왔단다.
土風尊像敎(토풍존상교) : 풍속이 부처의 가르침을 높여
香火化都人(향화화도인) : 향불이 도읍 사람들을 교화시킨단다.
邪說誠難息(사설성난식) : 잘못된 말은 정말 그치기 어렵고
斯文久未伸(사문구미신) : 유교는 오랫동안 펴지 못했도다.
今來閉虛殿(금래폐허전) : 지금 보니 빈 집인 채 닫혀있어
恐是沒兵塵(공시몰병진) : 혹 전란에 없어진 것 아닌가 한다.

 

 

억삼봉은자(憶三峯隱者)-이숭인(李崇仁)
은자 삼봉을 떠올리며-이숭인(李崇仁)

游宦十餘載(유환십여재) : 벼슬길 십여 년
僑居遷次頻(교거천차빈) : 옮겨 산지 여러 차례.
營生雖甚拙(영생수심졸) : 사는데 심히 궁해도
謀道未全貧(모도미전빈) : 도리에 전혀 궁하지 않다.
落落負餘子(낙락부여자) : 초연히 속물을 버렸으나
時時思故人(시시사고인) : 때때로 친구들을 생각한다.
停雲終日在(정운종일재) : 머문 구름 종일 떠있고
縹渺漢江濱(표묘한강빈) : 아득하다, 한강의 물가여.

 

 

상주사록금독고별성균생원(尙州司錄金篤告別成均生員)-이숭인(李崇仁)
상주 사록 김독이 성균새월을 고별하며-이숭인(李崇仁)

泮水春三月(반수춘삼월) : 반궁은 춘삼월인데
商山路幾亭(상산로기정) : 상주 가는 길은 몇 정인가.
諸生今佐幕(제생금좌막) : 여러 생원들은 지금 좌막의 벼슬
博士舊傳經(박사구전경) : 박사들 옛날에는 정전을 가르쳤다.
晴曉嬌雲白(청효교운백) : 맑게 갠 새벽, 아리따운 흰 구름
暄風弱柳靑(훤풍약류청) : 따뜻한 바람, 가녀린 버들은 푸르다
加餐好歸去(가찬호귀거) : 식사를 하고 잘 떠나시어
有便報丁寧(유편보정녕) : 인편에 편안한 소식이나 전하시게나.

 

 

신해제야2(辛亥除夜2)-이숭인(李崇仁)
신해년 제야에-이숭인(李崇仁)

* 원제: 辛亥除夜呈席上諸公二首

邂逅成佳會(해후성가회) : 우연히 이루어진 좋은 모임
都爲少壯時(도위소장시) : 모두가 젊은 시절 위함이도다.
風流東晉俗(풍류동진속) : 우리들 풍류는 동진의 분위기요
瀟灑盛唐詩(소쇄성당시) : 모임의 소탈함은 성당의 시이로다.
世事正紛糾(세사정분규) : 세상일이야 어지럽기 짝이 없어도
交情無改移(교정무개이) : 우리 사귄 정이야 변하지 않는구나.
殷勤惜白日(은근석백일) : 은근히 멀쩡한 세월 아껴가면서
愼勿負相知(신물부상지) : 조심하여 서로 이해심을 저버리지 말게나.

 

 

신해제야1(辛亥除夜1)-이숭인(李崇仁)
신해년 제야에-이숭인(李崇仁)

* 원제: 辛亥除夜呈席上諸公二首

落落已違世(낙낙이위세) : 초연히 이미 세상 떠나
悠悠仍感時(유유잉감시) : 아득히 시절을 탄식한다.
餘年付羲易(여년부희역) : 남은 인생 주역에 부치고
卽事讀坡詩(즉사독파시) : 지금은 동파의 시를 읽는다.
坐久燈花落(좌구등화락) : 오래 앉으니 등불의 불똥 떨어지고
看來斗柄移(간래두병이) : 하늘에는 북두칠성 옮아간다.
男兒心有在(남아심유재) : 사나이 마음 속 품은 뜻을
除子更誰知(제자갱수지) : 자네 말고는 다시 누가 알겠는가.

 

 

병중문림대상사환(病中聞林大常使還)-이숭인(李崇仁)
병중에 임 대상이 사신갔다 돌아온 소식을 듣고-이숭인(李崇仁)

* 원제: 病中聞林大常使還以詩呈閔正卽傳語

聽得隣人說(청득린인설) : 이웃 사람 하는 말 들으니
林君已入城(림군이입성) : 임군이 이미 성에 들었다하네
歸來千里面(귀래천리면) : 천릿길을 돌아온 그 얼굴
契闊二年情(결활이년정) : 소식 없었던 이 년 간의 마음이라.
直欲趨相謁(직욕추상알) : 바로 달려가 직접 만나야 하나
其如病未行(기여병미행) : 병들어 걷지 못하니 이를 어찌하나
唯將惡詩句(유장악시구) : 다만 이 너절한 시구를 가져다가
寄與閔先生(기여민선생) : 민 선생 편에 부쳐 보낼 뿐이어라.

 

 

차운기강녕주(次韻寄康寧州)-이숭인(李崇仁)
강녕주에게 차운하여 보내다-이숭인(李崇仁)

歲暮親朋少(세모친붕소) : 해가 저무는데 친구들 적고
寥寥獨在家(요요독재가) : 쓸쓸히 홀로 집에만 있다.
喜承書札到(희승서찰도) : 온 편지 반가이 받고서
驚問道途賖(경문도도사) : 놀라며 길이 먼가를 물어본다.
紙樣人情薄(지양인정박) : 종이 같은 사람의 정은 엷고
絲棼世故加(사분세고가) : 실처럼 엉킨 세상일 많아진다.
憐君得荒郡(연군득황군) : 애련하다, 그대 변방 고을 수령되고
予亦走京華(여역주경화) : 나도 서울 땅에서 분주하기만 하다.

 

 

장중현지행기전재리선생(張中顯之行寄全齋李先生)-이숭인(李崇仁)
장중령의 행차에 전재 이선생에게 부치다-이숭인(李崇仁)

全齋謝簪笏(전재사잠홀) : 전재 선생은 벼슬을 사양하고
高臥古朝鮮(고와고조선) : 고조선 땅에서 높이 누웠어라.
潘賦閑居興(반부한거흥) : 반악의 추흥부는 한가히 사는 흥취
箕疇絶學傳(기주절학전) : 기자의 홍범구주는 끊어진 학문의 전달.
相思空夜月(상사공야월) : 서로 그리워하는 부질없는 달밤
搖落已秋天(요락이추천) : 나뭇잎 떨어지는 이미 가을날이어라.
逢著西還使(봉저서환사) : 서쪽으로 가는 사신 만나서
裁詩寄一篇(재시기일편) : 시 한편 잘라 부치려 하노라.

 

 

송윤운로상인환산(送潤雲老上人還山)-이숭인(李崇仁)
윤운 노스님이 산중에 돌아감을 전송하다-이숭인(李崇仁)

且問潤雲老(차문윤운로) : 문노니, 윤운 노인이시여
飄然何處歸(표연하처귀) : 표연히 어디로 돌아가시나.
孤征猿鶴導(고정원학도) : 외로운 길을 원숭이와 학이 인도하고
舊隱薜蘿垂(구은벽나수) : 옛날 숨어살던 곳에 칡덩굴이 우거졌다.
漠漠塵區隘(막막진구애) : 막막한 우주는 좁기도 하니
紛紛世事違(분분세사위) : 번잡한 세상일 버리고 떠나신다.
吾生亦淡蕩(오생역담탕) : 나 또한 담담한 성품이라
只愧拂衣遲(지괴불의지) : 떨치고 떠나는 일 늦어서 부끄러워라.

 

 

송서구사지강릉성친(送徐九思之江陵省親)-이숭인(李崇仁)
서사구가 가릉에가 부모님 뵙는 것을 전송하다-이숭인(李崇仁)

客從京國出(객종경국출) : 객은 서울을 떠나서
遙向故園歸(요향고원귀) : 멀리 고향을 향해 돌아간다.
山水人居勝(산수인거승) : 산과 물은 사람 살기 좋고
樓臺暑氣微(루대서기미) : 누대는 무덥지 않다.
寂寥徐孺榻(적요서유탑) : 서유의 의자 적막해도
文彩老萊衣(문채로래의) : 노래자의 옷은 아름다우리라.
何日能相見(하일능상견) : 어느 날에야 서로 만나나
尋君夢遠飛(심군몽원비) : 그대 찾으니 꿈은 멀리 나라간다.

 

 

다정실주주사1(茶呈實周主事1)-이숭인(李崇仁)
실주 주사에게 차를 올리며-이숭인(李崇仁)

海上鄕茶占早春(해상향다점조춘) : 바닷가 고을 차가 이른 봄에 나오는데
筠籠采采露芽新(균롱채채로아신) : 바구니로 캐고캐니 나온 잎이 새롭구나.
題封寄與儀曹問(제봉기여의조문) : 봉하여 의조에게 부치고 묻노니
內樣龍丹味孰眞(내양용단미숙진) : 궁중의 용단 맛과 어느 것이 진미일까요

 

 

다정실주주사2(茶呈實周主事2)-이숭인(李崇仁)
실주 주사에게 차를 올리며-이숭인(李崇仁)

黃金霏屑玉精糜(황금비설옥정미) : 황금 빛 가루 날리는 옥색 정한 미음
不雜蘭膏也自奇(불잡난고야자기) : 난초 향이 섞이지 않아도 기이한 맛입니다.
橄欖細和玄酒淡(감람세화현주담) : 감람향을 맑은 물에 엷게 탄 맛이니
煩公作譜使人知(번공작보사인지) : 번거롭지만 다보 지어 남들도 알게 하지요

 

 

현성사독서(玄聖寺讀書)-이숭인(李崇仁)
현장사에서 책을 읽다-이숭인(李崇仁)

古木千章五月涼(고목천장오월량) : 고목 천 그루에 오월 달이 시원하고
小樓八尺一爐香(소루팔척일로향) : 여덟 자 작은 누각에, 화로에 향불.
讀殘數紙還拋却(독잔수지환포각) : 읽다가 남은 몇 장 던져두고서
瞌睡居然是坐忘(갑수거연시좌망) : 졸리어 편히 잠을 자니 이것이 곧 좌망.

 

 

차렴대박운1(次廉大博韻1)-이숭인(李崇仁)
염대박의 시를 차운하여-이숭인(李崇仁)

花氣濛濛惱我情(화기몽몽뇌아정) : 꽃기운 몽몽하여 내 마음 괴롭히고
嘉眠淸晝倍殘更(가면청주배잔갱) : 맛있는 낮잠이 밤의 잠의 배나 된다.
山禽故向幽齋裏(산금고향유재리) : 산새는 일부러 그윽한 서재를 향해
啼送新腔種種聲(제송신강종종성) : 세 박자 소리를 가지가지로 울어온다.

 

 

차렴대박운2(次廉大博韻2)-이숭인(李崇仁)
염대박의 시를 차운하여-이숭인(李崇仁)

有山不用開圖畫(유산불용개도화) : 산이 있으니 그림을 펴 볼 필요도 없고
無事何煩下奕棋(무사하번하혁기) : 일이 없으니 바둑을 둠이 어찌 번거로울까.
一片古心降未了(일편고심강미료) : 한 조각 옛 생각 가라앉지 않아서
每將詩語解人頤(매장시어해인이) : 매번 시 짓는 말로 사람의 환심을 산다오

 

 

고열(苦熱)-이숭인(李崇仁)
더위는 괴로워라-이숭인(李崇仁)

軒窓蒸鬱汗翻漿(헌창증울한번장) : 집 창문이 더워 땀이 장물 붓듯이 흐르고
赤日彤雲晝刻長(적일동운주각장) : 붉은 해 붉은 구름 떠있는 낮은 길기만 하여라.
賴有寸心能似水(뇌유촌심능사수) : 다행히도 작은 마음 있어 능히 물과 같아
却於炎處作淸涼(각어염처작청량) : 도리어 불꽃같이 더운 곳에서도 시원함을 만든다.

 

 

남교(南郊)-이숭인(李崇仁)
남교에서-이숭인(李崇仁)

晴雲濃暖白於綿(청운농난백어면) : 개인 구름 따뜻하여 목화보다 희고
芳草蒙茸綠似煙(방초몽용록사연) : 향기로운 풀 무성하여 이내처럼 푸르다.
信馬獨歸仍得句(신마독귀잉득구) : 말에 맡겨 홀로 돌아가다 시를 지으니
箇中佳興儘悠然(개중가흥진유연) : 그중에는 아름다운 흥취가 길기도 하여라.

 

 

여창신기(旅窓晨起)-이숭인(李崇仁)
여관 창가에서 새벽에 일어나-이숭인(李崇仁)

九月猶絺綌(구월유치격) : 구월에도 얇은 갈포옷 입고
家書久不通(가서구불통) : 집에서는 오랫동안 소식도 없다.
浮生曾是客(부생증시객) : 덧없는 삶, 일찍이 나그네 신세
多故已成翁(다고이성옹) : 많은 변고에 이미 늙은이 다 되었다.
賦鵩人將去(부복인장거) : 가의의 복조부처럼 사람은 떠나려 하고
傷麟道欲窮(상린도욕궁) : 획린을 슬퍼하듯 진리는 다하려 하는구나.
童烏梓應拱(동오재응공) : 동오의 무덤가 나무는 아름들이로 자라나고
菜婦室還空(채부실환공) : 노래자의 안방은 안주인 떠나 비어있도다.
風物長歌裏(풍물장가리) : 풍물은 긴 노래속에 있고
形骸痛飮中(형해통음중) : 몸둥아리는 통음 속에 있도다.
古來非一日(고래비일일) : 예부터 이런 날 하루가 아니니
拍手向天公(박수향천공) : 하늘 향해 손바닥을 칠 뿐이로구나.

 

 

正月十七日어당유현지동해역(正月十七日於戇楡縣之東海驛)-이숭인(李崇仁)
정월십칠일 어당유현지 동해역에서-이숭인(李崇仁)

吾親在高堂(오친재고당) : 우리 부모님 집에 계시고
春秋近期頤(춘추근기이) : 나이는 칠팔십에 가까우시다.
晨昏侍左右(신혼시좌우) : 아침저녁으로 가까이 모시고
跬步不曾離(규보불증리) : 반걸음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去年有君命(거년유군명) : 지난 해 임금님의 명령이 있어
奉使不敢辭(봉사불감사) : 사실 가는 일 사양하지 못했다.
道里旣云遠(도리기운원) : 길이 멀다고 하니
況復經歲時(황부경세시) : 하물며 또 지나는 시간이야.
當初去家日(당초거가일) : 처음 집을 떠나는 일 당하니
此懷固難支(차회고난지) : 이러한 심정 정말 어렵고 지루하였다.
迨今賦言歸(태금부언귀) : 오늘 글을 지어 돌아간다 말하리니
舞綵良有期(무채량유기) : 채색 옷 입고 춤출 날이 정말 있으리라.
却乃抱憂思(각내포우사) : 그러나 곧 다시 근심스런 생각 안고
耿耿念在玆(경경념재자) : 또렷한 생각이 이것에만 머무는구나.
路逢郭典客(로봉곽전객) : 길에서 곽전객을 만나니
尺書手自持(척서수자지) : 집 편지를 손수 건네주었도다.
接書讀數過(접서독수과) : 받아서 두 번 읽어보니
平安無所疑(평안무소의) : 평안함에 의심이 없어졌다.
再拜謝典客(재배사전객) : 두 번 절하고 전객에세 사례하고
今朝得小怡(금조득소이) : 오늘 아침 작은 기쁨이 생기는구나.
父在不遠遊(부재불원유) : 부모님 계시면 멀리 다니지 말라 했으니
聖訓星日垂(성훈성일수) : 성인의 가르침이 해와 달과 같구나.
盡節之日長(진절지일장) : 절개 다하는 날이 많을 것이라 하였으니
前賢豈我欺(전현개아기) : 지난 현인들이 어찌 나를 속이리오.
往者亦何言(왕자역하언) : 지나간 날들을 또한 어찌 말하리
來者當庶幾(래자당서기) : 다가올 날은 마땅히 그리하리라.
墨卿敢司戒(묵경감사계) : 묵자가 감히 맡아서 경계하리니
神明諒必知(신명량필지) : 신명 보살펴 반드시 아실 것이니라.

 

 

용강주중유회(龍江舟中有懷)-이숭인(李崇仁)
용강 배안에서 회포가 있어-이숭인(李崇仁)

昔與周雲章(석여주운장) : 옛 주운장과
情親重骨肉(정친중골육) : 정겨워 골육 같아
把酒賞幽芳(파주상유방) : 술잔 자보 그윽한 꽃구경 하고
論文翦紅燭(논문전홍촉) : 문장을 논함에 붉은 초심지도 잘랐다.
相逢共恨晚(상봉공한만) : 서로의 만남이 늦음도 같이 한탄했고
歸期何大促(귀기하대촉) : 어찌 돌아가는 날짜는 그리도 빠르던가.
一別各西東(일별각서동) : 한 번 각자 동서로 헤어지니
三載抱茶毒(삼재포다독) : 삼 년이 되어도 차 독만 안고 살았다.
自我初銜命(자아초함명) : 내거 처음 사신의 명을 받아
謂言當刮目(위언당괄목) : 의당히 눈 빠지도록 만나고 싶다 말했다.
人事喜蹉跎(인사희차타) : 사람의 일이란 어긋나기 마련이고
宦途苦遼邈(환도고요막) : 벼슬길이란 멀리 떠나 있기 괴롭도다.
持節燕山陲(지절연산수) : 그대는 명을 받들어 연산 변방에 사신가고
繫舟龍江曲(계주용강곡) : 나는 용강의 물굽이에 배를 매었었다.
懷哉不可見(회재불가견) : 그리워도 볼 수가 없고
日暮煙波綠(일모연파록) : 날은 저물어 안개 물결이 푸르기만 하다.

 

 

제사대년망운시권(題謝大年望雲詩卷)-이숭인(李崇仁)
사대년의 망운사 시권에 제하다-이숭인(李崇仁)

望彼白雲(망피백운) : 저 흰 구름 바라보니
于山之陽(우산지양) : 산의 남쪽에 있구나.
我思我親(아사아친) : 나의 부모를 생각하니
在天一方(재천일방) : 하늘 한 곳에 계시는구나.
曷日其還(갈일기환) : 어느 날에 돌아가
稱我壽觴(칭아수상) : 나를 일컬으며 술잔 올릴까.
有唐懷英(유당회영) : 당나라에 회영이 있는데
實同所傷(실동소상) : 실로 마음 상함이 같도다.
望彼白雲(망피백운) : 저 흰 구름 바라보니
載飛載揚(재비재양) : 날리고 솟아오르는구나.
我之懷矣(아지회의) : 나의 회포여
亦靡有央(역미유앙) : 또한 끝이 없구나.
昊天覆懤(호천복주) : 넓은 하늘이 덮어주시니
有生瞻昂(유생첨앙) : 생명 있어 바라보노라.
父兮母兮(부혜모혜) : 아버님이시여, 어머님이시어
我獨不將(아독불장) : 나만이 모시지 못합니다.
望彼白雲(망피백운) : 저 흰 구름 바라보니
有鬱四明(유울사명) : 사명이 사방에 모였구나.
華髮蒼顏(화발창안) : 흰 머리, 푸른 얼굴
宛宛在堂(완완재당) : 완연하게도 마루에 계셨구나.
王事靡盬(왕사미고) : 나랏일은 안정되지 않아
徯我于行(혜아우행) : 나를 반열에서 기다리는구나.
庶幾勖哉(서기욱재) : 바라노라, 힘쓰기를
寔慰親思(식위친사) : 이렇게 하여 부모님을 위로하리라.

 

 

중구일(重九日)-이숭인(李崇仁)
구월 구일 날에-이숭인(李崇仁)

寓居車馬稀(우거거마희) : 나 사는 곳 찾는 이 없어
幅巾行庭曲(폭건행정곡) : 복건을 쓰고 뜰을 걷는다.
采采黃金花(채채황금화) : 누른 국화꽃 따보았으니
終朝不盈掬(종조불영국) : 아침 내내 한 움큼도 못땄다.
伊人携酒來(이인휴주래) : 그 사람이 술을 가져오니
喜色浮面目(희색부면목) : 기쁜 빛 얼굴과 눈빛에 돈다.
一杯還一杯(일배환일배) : 한 잔 또 한 잔 마시니
西風吹淅瀝(서풍취석력) : 가을바람 서걱서걱 불어온다.
客子自多感(객자자다감) : 나그네 신세 스스로 다감하나
況此展良覿(황차전량적) : 하물이 이러한 전개 정말 좋음에야.
酩酊不復辭(명정불부사) : 취하는 것 다시 사양하지 않고
浩歌立於獨(호가립어독) : 호탕하게 노래 부르며 홀로 서있다.

 

 

팔괘증양촌시제(八卦贈陽村侍制)-이숭인(李崇仁)
팔괘를 시제 양촌에게 드리다-이숭인(李崇仁)

姤女壯勿取(구녀장물취) : 구괘는 여자가 강하니 결혼하지 말라
剝果碩不食(박과석불식) : 낙괘는 열매가 크니 먹지 말아야 하느니라.
旣憂臨八月(기우림팔월) : 이미 걱정하는 것은 임괘의 팔월이요
無疾復七日(무질부칠일) : 병이 없기는 괘는 복괘의 칠월이나라.
大人乾利見(대인건리견) : 대인은 건괘에서 이로움을 보고
康侯晉用錫(강후진용석) : 강후는 진괘에 쓰임을 받는다.
夬夬揚王庭(쾌쾌양왕정) : 쾌괘는 임금의 뜰에서 날리니
泰來彙征吉(태래휘정길) : 태괘가 나타나면 무리를 이루어 가는 것이 좋다

 

 

 

효맹참모(效孟參謀)-이숭인(李崇仁)
맹 참모를 본뜨다-이숭인(李崇仁)

松柏有雪骨(송백유설골) : 소나무 잣나무에 눈 견디는 기골 있고
桃李有風姿(도리유풍자) : 복숭아나무 자두나무에 풍류의 자태가 있다.
雪骨不怕寒(설골불파한) : 눈 견디는 기골은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風姿多媚時(풍자다미시) : 풍류의 자태에는 시절에 아첨한단다.
君子樂貧交(군자락빈교) : 군자는 가난한 시절의 친구 사귐을 즐거워하니
一諾無磷緇(일낙무린치) : 한 번 사귐을 허락하면 갈라진 틈을 보이지 않는다.
小人逐勢利(소인축세리) : 소인배들은 세력과 이익을 쫓아서
暫合還相睽(잠합환상규) : 잠시 합쳤다가 도리어 서로 눈을 부라린다.
長嘆復長嘆(장탄부장탄) : 길이 탄식하고 또 길이 탄식하노니
吐此辛苦辭(토차신고사) : 이런 쓰리고 아픈 노래를 토하게 되는구나.

 

 

추일우중유감(秋日雨中有感)-이숭인(李崇仁)
가을비 속에서-이숭인(李崇仁)

琵琶一曲鄭過庭(비파일곡정과정) : 비바 한 곡조로 정과정곡 타니
遺響凄然不忍聽(유향처연불인청) : 남은 가락 처연하여 차마 다 못듣는다.
俯仰古今多少恨(부앙고금다소한) : 고금을 생각해보니 한스러워
滿簾疏雨讀騷經(만렴소우독소경) : 주렴 가득 성긴 비에 이소경을 읽어본다

 

 

오호도(嗚呼島)-이숭인(李崇仁)
오호도-이숭인(李崇仁)

嗚呼島在東溟中(嗚呼島재동명중) : 오호도는 동해바다 한복판에 있노니
滄波渺然一點碧(창파묘연일점벽) : 푸른 물결 아득한데 한 점 새파랗구나.
夫何使我雙涕零(부하사아쌍체령) : 무엇이 나를 울려 두 줄 눈물 흘리게 하나
祇爲哀此田橫客(기위애차전횡객) : 다만 제 전횡과 그의 문객들 때문이로다.
田橫氣槪橫素秋(전횡기개횡소추) : 전횡의 기개가 맑은 가을인 듯 시원하고
壯士歸心實五百(장사귀심실오백) : 장사들이 심복한자 실로 5백 명이었다.
咸陽隆準眞天人(함양륭준진천인) : 함양의 코 큰 한나라 고조는 하늘서 내린 사람
手注天潢洗秦虐(수주천황세진학) : 손으로 은하를 당겨 진나라의 학정 씻어버렸구나.
橫何爲哉不歸來(횡하위재불귀래) : 전횡은 어찌하여, 돌아오지 못하는가
冤血自汚蓮花鍔(원혈자오련화악) : 원통히도 스스로 자결하고 말았단다.
客雖聞之爭奈何(객수문지쟁내하) : 문객들이 그 소식 들었으나 어찌하지 못하여
飛鳥依依無處托(비조의의무처탁) : 나는 새처럼 주저하며 의탁할 곳 없었단다.
寧從地下共追隨(녕종지하공추수) : 차라리 지하로 가서 서로 뜻을 촟을 것을
軀命如絲安足惜(구명여사안족석) : 실낱같은 구차한 목숨을 어찌 아끼리오.
同將一刎寄孤嶼(동장일문기고서) : 모두 같이 목을 찔러 외로운 섬에 남겨져
山哀浦思日色薄(산애포사일색박) : 산도 애달프고, 포구도 시름겹고, 지는 해도 지는구나.
嗚呼千秋與萬古(오호천추여만고) : 아아, 천 동안 다시 만 년 오래도록
此心菀結誰能識(차심울결수능식) : 맺히고 맺힌 이 마음 누가 알아주리오.
不爲轟霆有所洩(불위굉정유소설) : 뇌성벽력이 되어서 이 기운 쏟아내지 못하면
定作長虹射天赤(정작장홍사천적) : 반드시 길게 뻗친 무지개 되어 하늘을 붉게 쏘리라.
君不見古今多少輕薄兒(군불견고금다소경박아)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고금의 다소의 경박한 아이들
朝爲同袍暮仇敵(조위동포모구적) : 아침에는 친구였다가 저녁이면 원수로구나.

 

 

의장(倚仗)-이숭인(李崇仁)
지팡이에 기대고-이숭인(李崇仁)

倚仗柴門外(의장시문외) : 지팡이 짚고 사립문 밖에 서니
悠然發興長(유연발흥장) : 한가로이 흥취가 길게 이는구나
四山疑列戟(사산의열극) : 사방 산들은 창을 늘어세운 듯
一水聽鳴瑭(일수청명당) : 한 골짝 물소리 구슬부딪는 소리
鶴立松丫瞑(학립송아명) : 학은 소나무 가지에 앉아 졸고
雲生石竇凉(운생석두량) : 구름은 돌구멍 사이에서 서늘하다
遙憐十年夢(요련십년몽) : 어여쁘다, 십년의 꿈이여
欸欸此中忙(애애차중망) : 아아, 이 가운데서 바쁘기만 했구나

 

 

등가야산(登伽倻山)-이숭인(李崇仁)
가야산에 올라-이숭인(李崇仁)

作鎭星州界(작진성주계) : 성주 경계의 진산이 되어
流形陜郡東(유형합군동) : 형세는 합천군 동쪽으로 뻗었다
蒼根蟠厚地(창근반후지) : 무성한 뿌리 두터운 땅에 서리고
翠色滿晴空(취색만청공) : 푸른빛 맑은 하늘에 가득하도다
猿鶴經年別(원학경년별) : 원숭이와 학은 몇 년 이별이나
煙霞自昔同(연하자석동) : 안개와 노을은 절로 예와 같구나
我來登絶頂(아래등절정) : 내가 여기와 절정에 올라
第一望夫崧(제일망부숭) : 제일 먼저 송악산을 바라보노라

 

 

기보연주지(寄寶蓮住持)-이숭인(李崇仁)
보연사 주지에게-이숭인(李崇仁)

蓮社有淸樂(연사유청락) : 보연사에 맑은 즐거움 있으나
道人無外求(도인무외구) : 스님에게는 아무 바라는 것 없다
回頭日欲暮(회두일욕모) : 머리 돌려보니 해는 저무는데
山翠遠浮浮(산취원부부) : 푸른 산기운 저멀리 둥둥 떠있다

 

 

제환암권(題幻菴券)-이숭인(李崇仁)
환암의 책에 쓰다-이숭인(李崇仁)

大地浮漚上(대지부구상) : 물거품 위에 세상은 떠 있고
多生閃電中(다생섬전중) : 번갯불 속에 많은 사람이 산다
安身定何處(안신정하처) : 어디에다 몸을 두어야 편안할지
敢問幻菴翁(감문환암옹) : 환암옹에게 감히 나는 물어보노라

 

 

제승사우헌(題僧舍寓軒)-이숭인(李崇仁)
절집 기둥에 적다-이숭인(李崇仁)

山色空庭得(산색공정득) : 산빛은 빈 뜰에 가득하고
花枝細雨香(화지세우향) : 꽃가지는 보슬비에 향기롭다
客中淸興味(객중청흥미) : 나그네 마음속에는 맑은 흥취
寄傲一窓凉(기오일창량) : 창가는 차가워도 거만스레 산다

 

 

앵도(櫻桃)-이숭인(李崇仁)
앵두나무-이숭인(李崇仁)

燦爛朱櫻熟(찬란주앵숙) : 찬란하다, 붉은 앵도 익은 것이
團圓湛露濡(단원담로유) : 동글동글 이슬에 흠뻑 젖었구나
摘來盤上看(적래반상간) : 따다가 쟁반 위에 놓고 보니
箇箇是明珠(개개시명주) : 낱낱이 밝고 맑아 바로 구슬이로다

 

 

의궁문정조첩자(擬宮門正朝帖子)-이숭인(李崇仁)
궁문의 정월 초하루 첩자를 모방하다-이숭인(李崇仁)

三陽初氣候(삼양초기후) : 삼양의 처음 기운
萬物始蕃滋(만물시번자) : 만물이 비로소 자라난다
天道眞無妄(천도진무망) : 천도는 진실로 진실하나니
君王茂對時(군왕무대시) : 임금님이 풍성히 절후를 본다

 

 

영가원댁서향(詠可遠宅瑞香)-이숭인(李崇仁)
가원의 집의 상서로운 기운을 읊다-이숭인(李崇仁)

明窓烏木机(명창오목궤) : 밝은 창, 검은 나무 의자
宴坐樂幽獨(연좌락유독) : 한가히 앉아 그윽한 고독 즐긴다
斯人對此花(사인대차화) : 이 사람이 이 꽃을 보려면
直須冠珮覿(직수관패적) : 반드시 의관 갖추고 봐야 하리라

 

 

별배중랑(別裵中郞)-이숭인(李崇仁)
배중랑을 이별하다-이숭인(李崇仁)

寒日淡將夕(한일담장석) : 차가운 날, 흐리고 저무는데
北風吹未体(북풍취미체) : 북풍은 불어와 그치지 않는구나
如何流落處(여하류락처) : 어찌하여 유락한 이곳에도
復此有離憂(부차유리우) : 다시 이런 이별의 근심이 있는가

 

 

정조궁문첩자(正朝宮門帖子)-이숭인(李崇仁)
정월 초하루 궁문 첩자-이숭인(李崇仁)

泰道三陽進(태도삼양진) : 주역 태괘의 도는 삼양이 올라오고
洪鈞一氣流(홍균일기류) : 조화는 한 기운이 유행하는 것이다
體仁存大易(체인존대역) : 어진 마음 체득함은 주역에 있고
謹始法春秋(근시법춘추) : 처음을 조심함은 춘추를 본받는다

 

 

추야감회1(秋夜感懷1)-이숭인(李崇仁)
가을밤의 감회-이숭인(李崇仁)

明河橫中天(명하횡중천) : 밝은 은하수 중천에 걸쳐있고
星月流鮮輝(성월류선휘) : 별과 달은 선명한 빛처럼 흐른다
漙露泫碧草(단로현벽초) : 많은 이슬 푸른 풀에 어려 빛나고
涼颸動高枝(양시동고지) : 서늘한 바람은 높은 가지를 스친다
軒墀頗爽塏(헌지파상개) : 추녀와 섬돌은 자못 상쾌하고
坐久心自怡(좌구심자이) : 오래 앉으니 마음이 절로 기쁘다
俛仰矌無垠(면앙광무은) : 굽어보고 올려봐도 끝없이 넓어
萬古同一時(만고동일시) : 만고의 고통도 한 때와 같운 것이로다
感慨何方來(감개하방래) : 감개로운 마음 어디서 생겨나
令我苦唫詩(양아고금시) : 나를 괴롭게 시를 읊게하는가
詩成復長詠(시성부장영) : 시를 지어 다시 길게 읊으며
庭際俟蟲嘶(정제사충시) : 뜨락에서 풀벌레 울음소리 기다린다

 

 

추야감회2(秋夜感懷2)-이숭인(李崇仁)
가을밤의 감회-이숭인(李崇仁)

斯文欲墜地(사문욕추지) : 문학이 땅에 떨어지려하니
玄聖應時生(현성응시생) : 성인이 때 맞추어 태어났다
周流騁列國(주류빙렬국) : 두루 흘러다니다가 열국의 부름받아
遙遙指蠻荊(요요지만형) : 멀리 남과 형의 땅에 까지 가게 되었다
庶將啓聾聵(서장계롱외) : 귀먹거리를 열어주려고
茶蓼交中情(다료교중정) : 안타깝게 마음 속까지 나누었다
嗚呼吾已矣(오호오이의) : 아, 나는 글렀도다
歸歟托遺經(귀여탁유경) : 돌아가 남긴 경전에 의탁하리라
包羲迄文武(포희흘문무) : 포의에서 문왕 무왕에 이르기까지
煌煌集大成(황황집대성) : 빛나게 집대성을 하였도다
所以生民來(소이생민래) : 그러므로 사람이 태어난 이래
極口無能名(극구무능명) : 입을 다해도 이름 지을 수가 없었다

 

 

추야감회3(秋夜感懷3)-이숭인(李崇仁)
가을밤의 감회-이숭인(李崇仁)

皤皤柱下史(파파주하사) : 늙고 늙은 노자여
適遭大道裂(적조대도렬) : 마침 대도가 분열된 시대 만났다
口吐五千文(구토오천문) : 오천어의 글을 토해내어
掀簸造化窟(흔파조화굴) : 조화의 굴을 파헤쳤도다
淸譚已誤人(청담이오인) : 청담이 이미 사람을 그러치니
家國隨以滅(가국수이멸) : 나라는 이에 따라 멸망했도다
況乃雜符祝(황내잡부축) : 하물며 부적과 주문을 섞어
神怪不容說(신괴불용설) : 신쇠한 말들 받아들여 논지 못한다
安得火其書(안득화기서) : 어찌 그 책을 불살라서
坐令深弊祛(좌령심폐거) : 앉은채로 그 깊은 폐단 없애게 하리오

 

 

추야감회4(秋夜感懷4)-이숭인(李崇仁)
가을밤의 감회-이숭인(李崇仁)

金夷蹂中國(금이유중국) : 부처가 중국을 짓밟아
于今千百年(우금천백년) : 지금까지 천백년이로다
當初白馬馱(당초백마타) : 당초 흰 말에 실어올 때
僅僅論因緣(근근론인연) : 겨우 인연설을 논하였었다
後來競談玄(후래경담현) : 후세에 현묘한 말 다투었으니
深淵高入天(심연고입천) : 깊은 연못에 높은 하늘에 든다
愚智盡爲盧(우지진위로) : 어리석은 이 지혜로운 이, 잡았으니
誰能秉戈鋋(수능병과연) : 누가 능히 창을 잡고 대항하리오
永平亦英主(영평역영주) : 영평은 또한 영명한 임금있으나
此禍當造端(차화당조단) : 이러한 재앙은 당시에 처음 생겼도다
靡力㧞根株(미력㧞근주) : 그 뿌리를 뽑을 힘 없으니
出涕徒氿瀾(출체도궤란) : 눈물을 흘려도 헛되이 강물 될 뿐이다

 

 

추야감회5(秋夜感懷5)-이숭인(李崇仁)
가을밤의 감회-이숭인(李崇仁)

七雄逞狂暴(칠웅령광폭) : 일곱 여웅이 광포하여
干戈日相尋(간과일상심) : 방패와 창으로 서로 싸운다
蘇張亦何人(소장역하인) : 소진과 장의는 어떤 사람인가
方寸機穽深(방촌기정심) : 마음에 기심과 함정이 깊도다
揣摩而捭闔(췌마이패합) : 이리저리 생각하다 물리치고
辯口利如鍼(변구리여침) : 말하는 솜씬가 침처럼 날카롭다
爭城復爭地(쟁성부쟁지) : 성을 쟁탈하고 다시 땅을 빼앗아
膏血流涔涔(고혈류잠잠) : 백성의 고혈이 줄줄 흐른다
腰間佩斗印(요간패두인) : 어리춤에는 말만한 도장을 차고
閃欻驚愚黔(섬훌경우검) : 그 번쩍 거는 빛에 백성들이 놀란다
亞聖仁義論(아성인의론) : 아성인 맹자으이 인의 말씀들
遑遑獨苦心(황황독고심) : 어찌할 줄을 몰라 홀로 고심한다

 

 

추야감회6(秋夜感懷6)-이숭인(李崇仁)
가을밤의 감회-이숭인(李崇仁)

周顯方綴旒(주현방철류) : 주나라 현왕이 제후 깃발 꿰듯 했는데
彗見天之西(혜견천지서) : 혜성이 서쪽 하늘에 나타났도다
公孫乃入關(공손내입관) : 공손양이 관중으로 들어가니
畫策誰敢先(화책수감선) : 계책을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었으리오
往古聖神作(왕고성신작) : 옛날 성스러운 신들이 만었나니
經制爲可傳(경제위가전) : 경륜 제도가 전해져야 할 것이로다
嘉謨又不泯(가모우불민) : 좋은 범이 없어지지 않았으니
炳炳載簡編(병병재간편) : 분명하게도 서적에 다 실려있도다
一朝倂掃盡(일조병소진) : 하루 아침에 모두 쓸어 불태웠으니
烈焰燔上玄(열염번상현) : 그 불꽃이 하늘에 살라버렸도다
禍生固有胎(화생고유태) : 화가 생긴 곳에 본래 배태한 것이 있으니
呂政當稱冤(려정당칭원) : 진시황제도 마땅히 원통하다 말하리라

 

 

추야감회7(秋夜感懷7)-이숭인(李崇仁)
가을밤의 감회-이숭인(李崇仁)

圓象運不已(원상운불이) : 하늘의 운행은 쉬지 않아
日星垂光芒(일성수광망) : 해와 별은 광채를 천하에 드리운다
至人自有德(지인자유덕) : 지인은 스스로 덕이 있어
出言皆成章(출언개성장) : 말을 하면, 모두가 문장이 된는구나
典謨含元化(전모함원화) : 서경 속의 글들은 원기와 조화 들어있고
雅頌諧鏗鏘(아송해갱장) : 시경 속의 노래에는 음악에 어울리는구나
奈何操觚子(내하조고자) : 어찌하여 글을 쓰는 사람들
雕篆愁腎腸(조전수신장) : 글짓는데 간장을 녹이는 근심을 하는가
嵐花對煙鳥(람화대연조) : 산기운 꽃향기가 안개와 새들 대하니
啾喞同寒螿(추즐동한장) : 찍찍거리는 소리 찬 쓰러라미 소리 같구나
願言泝本源(원언소본원) : 말하기 원하기는, 근원을 거슬러 올라
一息到崑崙(일식도곤륜) : 단숨에 곤륜산에 이르기를 원하노라

 

 

추야감회8(秋夜感懷8)-이숭인(李崇仁)
가을밤의 감회-이숭인(李崇仁)

聖人制名器(성인제명기) : 성인이 벼슬제도 만들었으니
本以待有德(본이대유덕) : 본래 덕이 있는 사람 대접함이라
在我要自脩(재아요자수) : 나의 처지는 스스로 수행해야 하니
彼豈徼倖得(피개요행득) : 저들이 어찌 요행으로 얻었겠는가
張也游聖門(장야유성문) : 자장은 성인의 문하에 유학하여
胡爲學干祿(호위학간록) : 어찌 봉록 구하기만 배웠겠는가
吁嗟斯世人(우차사세인) : 아, 이 세상 사람들
奔走忘昏旭(분주망혼욱) : 분주히 달려 밤낮을 잊었구나
豈皆紆朱靑(개개우주청) : 어찌 모두가 벼슬을 얽혀있어
亦或脂鼎鑊(역혹지정확) : 또한 어떤 이들은 죽음을 당하는가
不見空谷中(불견공곡중) : 보지 못했는가, 빈 골짜기 안
靑芻人如玉(청추인여옥) : 푸른 꼴 뜯으며 사는 사람이 옥같음을

 

 

추야감회9(秋夜感懷9)-이숭인(李崇仁)
가을밤의 감회-이숭인(李崇仁)

皇天啓我宋(황천계아송) : 천제가 우리 송나라를 도와
帝運升文明(제운승문명) : 나라의 운이 문명에 올랐도다
異人乃間出(이인내간출) : 특이한 인재가 간간이 나와
壎篪迭相鳴(훈지질상명) : 질나팔과 피리 소리 서로 울린다
濂溪發源深(염계발원심) : 염계 선생의 발원이 깊어서
河洛分派淸(하락분파청) : 하락의 분파가 맑기도 하다
卓哉紫陽翁(탁재자양옹) : 탁월하시다, 자양옹이시여
起主斯文盟(기주사문맹) : 일어나 사문의 맹주가 되셨도다
上以繼往聖(상이계왕성) : 위로는 돌아간 성현을 이으시고
下以開大平(하이개대평) : 아래로는 태평성대를 열어주셨다
九京如可作(구경여가작) : 구경을 일으킬 수만 있다면
執鞭終吾生(집편종오생) : 말채찍 잡고서 내 평생을 마치리라

 

 

추야감회10(秋夜感懷10)-이숭인(李崇仁)
가을밤의 감회-이숭인(李崇仁)

時運有今昔(시운유금석) : 시운은 고금이 있지만
降衷豈豐嗇(강충개풍색) : 받은 충정에 풍성함과 인색함 있으리
堯傑本同源(요걸본동원) : 요임금 걸임금이 근본은 같으나
卒乃霄壤隔(졸내소양격) : 끝내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되었도다
余生千載下(여생천재하) : 천년 아래 내가 태어나
所稟昏且弱(소품혼차약) : 타고난 품성이 어둡고 약하도다
托身海一隅(탁신해일우) : 바닷가 한 구석에 몸을 맡기고
磨驢踏舊迹(마려답구적) : 석마 끄는 나귀가 옛 자취 밟는 격이도다
賴此方寸地(뢰차방촌지) : 다행히도 한치 되는 이 마음
潛光玉韜石(잠광옥도석) : 빛 담은 옥이 돌에 담긴 듯 하도다
庶幾追前脩(서기추전수) : 바라건데, 옛 착한 사람 따라
孜孜惜晷刻(자자석구각) : 부지런히 시간을 아끼려 하노라

 

 

제륜상인절간송풍헌권(題倫上人絶磵松風軒卷)-이숭인(李崇仁)
윤 상인 절간 송풍헌 시권에 제하여-이숭인(李崇仁)

泠泠絶磵水(영령절간수) : 차갑게 끊어진 계곡물
落此松風軒(넉차송풍헌) : 이곳 송수헌에 떨어진다
磵水源流活(간수원류활) : 계곡물은 원류가 활발하고
松風晝夜喧(송풍주야훤) : 솔바람은 밤낮으로 소란하다
初疑奏天樂(초의주천락) : 처음 하늘의 음악인가 했는데
復似韶濩音(부사소호음) : 다시 들으니 소호의 음악인 듯
上人跏趺坐(상인가부좌) : 스님은 가부좌하고 앉아
和以沒絃琴(화이몰현금) : 줄 없는 거문고로 화답하신다

 

 

차목암사운(次木菴師韻)-이숭인(李崇仁)
목암사의 시를 차운하다-이숭인(李崇仁)

詩壇師爲傑(시단사위걸) : 시단에서는 목암사가 거출하니
令嚴如火烈(영엄여화렬) : 명령 엄하기 불꽃처럼 맹렬하다
帶月兩章佳(대월량장가) : 달빛 아래 두 편의 시가 아름다워
向壁三日閱(향벽삼일열) : 벽을 향하여 삼일간을 읽어보았다
迥脫蔬筍餘(형탈소순여) : 높이 소순한 기운 벗어났으니
誰非芻豢悅(수비추환열) : 누가 추환같이 즐기지 않으리오
秀骨秋山高(수골추산고) : 뛰어난 풍골 가을산처럼 높고
沖襟古井澈(충금고정철) : 흉금은 오래된 샘물처럼 맑도다
從今約同游(종금약동유) : 이제부터 함께 놀기를 약속하고
門前謝塵轍(문전사진철) : 문 앞에서 속세와 사절하리라

 

 

송정대상안경상(送鄭大常按慶尙)-이숭인(李崇仁)
정대상을 보내어 경상도를 안찰하게 하다-이숭인(李崇仁)

春風祖南道(춘풍조남도) : 봄바람에 남도로 전송하니
冠佩光陸離(관패광륙리) : 의관과 패물의 광채가 잇닿는다
翩翩子鄭子(편편자정자) : 편편한 사람, 정군이여
行矣將何爲(행의장하위) : 가버리면 무엇을 하려는가
臨分贈一語(림분증일어) : 이별하려 함에 한 말씀 부치노니
緩觴當聽之(완상당청지) : 술잘을 늦추고 들어보게나
擧子廷有意(거자정유의) : 자네를 천거함은 조정의 의론이요
遣子君有辭(견자군유사) : 자네를 보냄은 임금님 사령이로다
造次復顚沛(조차부전패) : 잠시나마 다시 넘어져도
盍亦念在玆(합역념재자) : 어찌 다시 이곳에 있은 생각 않으리

 

 

송설부보환조(送偰符寶還朝)-이숭인(李崇仁)
설부보를 보내고 조정에 돌아오다-이숭인(李崇仁)

玉衡指南陸(옥형지남륙) : 북두성 자루 남쩍 땅을 가리키니
薰風吹我衣(훈풍취아의) : 훈훈한 바람 옷자락에 불어든다
徘徊登高原(배회등고원) : 배회하다 높은 산에 올라보니
悠悠勞我思(유유로아사) : 아득히 내 생각 괴롭기만 하구나
浮雲日夕征(부운일석정) : 구름은 밤낮으로 떠다니니
問君將安歸(문군장안귀) : 묻노리, 구름아 어디로 가는가
丈夫意有在(장부의유재) : 대장부에게 뜻한 바 있으니
不作兒女悲(불작아녀비) : 아녀자의 슬픔을 짓지 않으리라
人生非參商(인생비참상) : 인생이 참성과 상성 아니니
會合諒無疑(회합량무의) : 생각하면 다시 만날 일 의심 없도다
但願崇令德(단원숭령덕) : 원컨데, 착한 덕을 높이어
功名惜芳時(공명석방시) : 부귀공명 젊었을 때, 아끼어라

 

 

감흥1(感興1)-이숭인(李崇仁)
흥을 느껴-이숭인(李崇仁)

嶧陽有孤桐(역양유고동) : 역양에 외로운 오동나무
托根千丈岡(탁근천장강) : 천 길 언덕에 뿌리를 붙였다
生成自大古(생성자대고) : 태고적부터 자라나
浙瀝凌風霜(절력릉풍상) : 바람 서리 능멸하며 지나왔다
安得一往取(안득일왕취) : 어찌 한번 가 베어와서
被以朱絲繩(피이주사승) : 붉은 실끈에 묶여왔는가
薦我君子堂(천아군자당) : 나를 군자의 마루에 올려두고
鼓之聲鏗鏗(고지성갱갱) : 두둘기니 그 소리 땅땅하다
薰風阜民財(훈풍부민재) : 순임금 훈풍노래에 백성 재산 언덕되어
六幕歌時康(육막가시강) : 천하가 태평시대의 노래 불렀으면 좋으리라

 

 

감흥2(感興2)-이숭인(李崇仁)
흥을 느껴-이숭인(李崇仁)

昨日苦炎燠(작일고염욱) : 어제는 더위에 괴로웠는데
今朝忽凄溧(금조홀처률) : 오늘 아침엔 문득 서늘하구나
霜露衆卉腓(상로중훼비) : 서리에 모든 초목이 시드니
歲月如駒隙(세월여구극) : 세월은 문틈 지나는 말처럼 빠르구나
人生穹壤間(인생궁양간) : 천지에 사람들 태어나서
身世兩役役(신세량역역) : 자신과 세상이 모두 수고롭구나
況復非金石(황부비금석) : 하물며 쇠나 돌이 아닌데야
行年不盈百(행년불영백) : 아무리 살아도 백년을 채우지 못한다
所以古時人(소이고시인) :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分陰當自惜(분음당자석) : 일분의 시간도 스스로 아꼈었도다

 

 

감흥3(感興3)-이숭인(李崇仁)
흥을 느껴-이숭인(李崇仁)

吾聞王子晉(오문왕자진) : 내 들으니, 왕자진은
逍遙緱山巓(소요구산전) : 후산의 산마루에 거닐었다
笙聲徹寥廓(생성철요곽) : 생황 소리 하늘을 통하였고
白鶴飛翩旋(백학비편선) : 흰 학은 날아 하늘을 돌았다
冥筌久已逃(명전구이도) : 세상일에서 이미 벗어나니
冷然無憂患(냉연무우환) : 산뜻하게도 아무런 우환이 없도다
下視何茫茫(하시하망망) : 세상 내려보니 어찌 그리 망망한지
蠛蠓朝暮間(멸몽조모간) : 하루살이 아침 저녁 사는 격이로다
我生苦拘束(아생고구속) : 구속에 괴로운 나의 삶
果哉諒非難(과재량비난) : 과연 살피면 어렵지도 않은 걸을
寸心竟誰語(촌심경수어) : 한 치 되는 내 마음 누구에게 말하나
取琴爲君彈(취금위군탄) : 거문고 잡아 그대 위해 한 곡조 퉁기리라

 

 

감흥4(感興4)-이숭인(李崇仁)
흥을 느껴-이숭인(李崇仁)

亹亹天機運(미미천기운) : 쉴새 없이 하늘은 운행되니
肅肅秋氣悲(숙숙추기비) : 소소한 가을 기운 슬프기만 하다
飄飄西風來(표표서풍래) : 표표히 불어오는 가을 바람
摵摵號枯枝(색색호고지) : 앙상한 채로 울부짖는 마른 가지
悠悠遊冶子(유유유야자) : 아득히 유람다니는 그대여
一去何當歸(일거하당귀) : 한번 떠나면 어느 때야 돌아오실까
妾身在空閨(첩신재공규) : 빈 방에 홀로 있는 첩의 신세
日夜長相思(일야장상사) : 밤낮으로 길이 그대를 생각합니다
相思不可見(상사불가견) : 아무리 생각해도 보지 못 하니
惻愴終何爲(측창종하위) : 슬퍼해도 끝내 내가 무엇하리오

 

 

감흥5(感興5)-이숭인(李崇仁)
흥을 느껴-이숭인(李崇仁)

魯連本齊人(노련본제인) : 노련은 원래 제나라 사람
倜儻有奇節(척당유기절) : 높은 뜻과 기개에 특별한 절개
歲暮東海濱(세모동해빈) : 한 해가 저무는 동해 바닷가
輕擧誰能縶(경거수능집) : 훌흘 달아나니 누가 매어둘건가
功成不受賞(공성불수상) : 공을 세워도 상을 받지 않고
帝秦非所屑(제진비소설) : 진나라 황제도 말리지 못했다
遺風凜千載(유풍름천재) : 남긴 기품, 천년동안 늠름하니
聞者髮蕭瑟(문자발소슬) : 듣는 사람, 머리털 소슬해진다

 

 

호종성남(扈從城南)-이숭인(李崇仁)
성남으로 임금님 따라서-이숭인(李崇仁)

郊甸秋成早(교전추성조) : 일찍 가을 깃든 교외로
君王玉趾臨(군왕옥지림) : 임금님께서 행차하시었다
觀魚前事陋(관어전사루) : 고기떼 구경은 어리석은 일
講武睿謨深(강무예모심) : 무를 익히는 밝은 지혜 깊습니다
鼓角滄江動(고각창강동) : 피리소리에 강물은 일렁이고
旌旗白日陰(정기백일음) : 깃발은 밝은 햇빛에 그늘 지웁니다
詞臣多侍從(사신다시종) : 글 하는 신하 중에 시종이 많아
會見獻虞箴(회견헌우잠) : 반드시 잠언을 받을 것이 오리다

 

 

제옥전선사송월헌(題玉田禪師松月軒)-이숭인(李崇仁)
옥전선사의 송월헌에 제하다-이숭인(李崇仁)

獨向層峰裏(독향층봉리) : 홀로 층계진 봉우리 안
新開丈室淸(신개장실청) : 새로 정갈하게 집을 지었구나
疏松留鶴老(소송류학로) : 성긴 소나무에 깃던 학 늙어가고
好月近人明(호월근인명) : 좋은 달, 사람에게 밝게 다가오고
河漢高秋影(하한고추영) : 은하수는 늦가을에 그늘을 지우고
風霜半夜聲(풍상반야성) : 깊은 밤, 서리와 바람소리 들려온다
師心遺有相(사심유유상) : 스님의 마음엔 세상일 잊고
燕坐樂無生(연좌락무생) : 편안히 앉아서 무생을 즐기는구나

 

 

가주로상문왕평리하세(嘉州路上聞王評理下世)-이숭인(李崇仁)
가주 노상에서 왕평리의 죽음을 듣다-이숭인(李崇仁)

我自江南返(아자강남반) : 내가 강남에서 돌아오다가
公亡路上聞(공망로상문) : 도중에서 공의 죽음을 들었습니다
傷心將落日(상심장락일) : 마음은 아픈데 장차 해는 지려하는데
滿目未歸雲(만목미귀운) : 눈에 가득한 것은 돌아가지 못하는 구름입니다
談笑三生夢(담소삼생몽) : 삼생의 꿈을 웃으며 말하시더니
精靈四尺墳(정령사척분) : 혼령은 넉 자 높이 무덤안에 누워계십니다
他時人物論(타시인물론) : 다른 날 인물됨을 논할 것이니
空此揖英芬(공차읍영분) : 부질없이 여기서 높은 인품 읍하옵니다

 

 

정월십칠일출자금천문마상영회(正月十七日出自金川門馬上詠懷)-이숭인(李崇仁)
금천문으로 나와 말 위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며-이숭인(李崇仁)

男子平生志(남자평생지) : 남자의 평생 뜻
何曾學臥駞(하증학와타) : 어찌 일찍이 허리 굽혀 누우리
一身行地遠(일신행지원) : 내 한 몸으로 먼 지방 돌아다녔고
兩眼閱人多(량안열인다) : 두 눈으로 살펴본 것도 많았다네
經緯山河大(경위산하대) : 산하의 거대함을 두루 다니고
蕃維宋漢和(번유송한화) : 송ㆍ한을 번유하여 화친하였다
歸來覺疏宕(귀래각소탕) : 돌아와 소탕함을 느껴서
馬上放高歌(마상방고가) : 말 위에서 소리쳐 노래 불러 보본다네

 

 

송장형숙환서도전재상막(送張衡叔還西都田宰相幕)-이숭인(李崇仁)
평양 전재상막으로 돌아가는 장형숙을 보내며-이숭인(李崇仁)

相國經綸器(상국경륜기) : 상국은 국가을 경륜하는 그릇
朝鮮禮義邦(조선례의방) : 우리나라 조선은 예의의 나라이라네
參謀今俊逸(참모금준일) : 참모는 금세의 뛰어난 인물들인데
遺俗更淳厖(유속경순방) : 서도에 끼친 풍속은 더욱 순후하다네
樓閣臨平楚(루각림평초) : 누각은 넓은 들판에 서있고
風煙接大江(풍연접대강) : 바람과 안개는 큰 강에 접해 있네
君歸如記我(군귀여기아) : 그대 돌아가 나를 생각하거든
莫惜鯉魚雙(막석리어쌍) : 잉어 뱃속에 편지 보내는 것 아끼지 말게나

 

 

송서구사지강릉성근(送徐九思之江陵省覲)-이숭인(李崇仁)
서사구가 강릉으로 귀성하러 가는 것을 전송하다-이숭인(李崇仁)

客從京國出(객종경국출) : 나그네 서울에서 나아가
遙向故園歸(요향고원귀) : 멀리 고향 향해 돌아가는구나
山水人居勝(산수인거승) : 산수는 사람 살기에 좋고
樓臺暑氣微(루대서기미) : 누대에는 더운 기운이 덜어진다
寂寥徐孺榻(적요서유탑) : 적료한 서유자의 의자
文彩老萊衣(문채로래의) : 노래자의 옷으로 채색되었구나
何日能相見(하일능상견) : 어느 날쯤 만나 보게 될지
尋君夢遠飛(심군몽원비) : 그대 찾아 꿈에 멀리 날아가본다

 

 

사문도회고3(沙門島懷古3)-이숭인(李崇仁)
사문도 회고-이숭인(李崇仁)

千古之䍒一點山(천고지䍒일점산) : 천고의 산동성 지부 한 점 산은
鴉鬟倒影滄波間(아환도영창파간) : 새까만 봉우리 끝이 푸른 물결에 거꾸로 비친다
袓龍遺迹復誰記(저룡유적부수기) : 조룡이 끼친 자취를 누가 다시 기억하리오
石刻剝落苔紋斑(석각박락태문반) : 돌에 새긴 글은 벗겨지고 이끼만 아롱져 있도다

 

 

사문도회고2(沙門島懷古2)-이숭인(李崇仁)
사문도 회고-이숭인(李崇仁)

入仙當日訪壺灜(입선당일방호灜) : 그 당시 여덟 신선 호영을 찾으니
雲間旌旄擁飆輦(운간정모옹표련) : 구름 사이의 깃발은 바람수레 둘러쌌도다
令人悵然欲從遊(령인창연욕종유) : 창연히 그들을 따라 놀려고 하노니
且問弱水今淸淺(차문약수금청천) : 묻노니, 약수가 지금은 맑아고 얕아졌는가

 

 

사문도회고1(沙門島懷古1)-이숭인(李崇仁)
사문도 회고-이숭인(李崇仁)

憑高欲望蓬萊島(빙고욕망봉래도) : 높은 데 기대어 봉래도를 보려하니
渺渺煙波樓蒼昊(묘묘연파루창호) : 아득한 물안개 푸른 하늘에 닿았구나
安期空有棗如瓜(안기공유조여과) : 신선 안기생은 공연히 호이만한 대추 가졌나
斜日茂陵生秋草(사일무릉생추초) : 지는 해에 한무제 릉에는 가을풀만 우거졌구나

 

 

과금중현고거(過金仲賢故居)-이숭인(李崇仁)
김중현의 옛 거처를 지나며-이숭인(李崇仁)

園林春盡落花飛(원림춘진락화비) : 동산 숲에 봄은 저물어 지는 꽃 날리는데
門掩蒼苔半上扉(문엄창태반상비) : 닫힌 문에 푸른 이끼 문짝의 반이나 올라있네
詩酒十年渾似夢(시주십년혼사몽) : 시와 술의 십 년 세월이 모두 꿈과 같아
龍山此日淡斜暉(룡산차일담사휘) : 이 날의 용산땅은 지는 햇볕 쓸쓸하기만 하다

 

 

기삼봉은자(奇三峰隱者)-이숭인(李崇仁)
기이한 삼봉의 은자-이숭인(李崇仁)

華山南望一髮微(화산남망일발미) : 남으로 화산을 보니 털끝만큼 작은데
山中幽居晝掩扉(산중유거주엄비) : 산중에 그윽히 살면서 낮에 사립문 닫는다
渠心豈肯避世者(거심기긍피세자) : 어찌 마음이야 세상을 피하리오마는
自是俗人來往稀(자시속인래왕희) : 그저 속인들의 왕래가 드물 뿐이라네

 

 

제영남루(題嶺南樓)-이숭인(李崇仁)
영남루에 제하다-이숭인(李崇仁)

高樓登眺若登天(고루등조약등천) : 높은 누대 올라보니 하늘에 오른 듯하여
景物紛然後忽前(경물분연후홀전) : 보이는 경치 뒤에 있는 것이 홀연히 앞에 보이네
風月雙淸是今古(풍월쌍청시금고) : 예나 지금이나 바람과 달 모두 맑고
山川十里自中邊(산천십리자중변) : 가운데서 산천이 십리나 길게 뻗어있네
秋深官道映紅樹(추심관도영홍수) : 가을이 짙은 넓은 길에는 붉은 단풍나무 비치고
日暮漁村生白煙(일모어촌생백연) : 저무는 어촌에는 흰 연기 피어오른다
客子長吟詩未就(객자장음시미취) : 나그네 길게 읊어보나 시 아직 짓지 못해
使君尊俎秩初筳(사군존조질초정) : 사군이 내리는 술잔이 잔치의 시작이로다

 

 

앵도(櫻桃)-이숭인(李崇仁)
앵두나무-이숭인(李崇仁)

粲然朱櫻熟(찬연주앵숙) : 선명하다, 붉게 익은 앵두
團圓湛露濡(단원담로유) : 둥글게 이슬에 젖어 탐스럽다
摘來盤上看(적래반상간) : 따와서 소반 위에 놓고 보니
箇箇是明珠(개개시명주) : 하나하나가 구슬처럼 맑구나

 

 

입춘소작(立春小酌)-이숭인(李崇仁)
입춘날 한잔하다-이숭인(李崇仁)

飄飄千里客(표표천리객) : 천리 떠도는 나그네
草草一年春(초초일년춘) : 초라한 한해의 봄이로구나.
白愛村醪濁(백애촌료탁) : 흰빛은 시골 탁주의 흐린 것이 좋은데
靑看野菜新(청간야채신) : 푸른 색은 새로 돋은 들녘 채소가 보인다.
感時仍自嘆(감시잉자탄) : 계절을 느끼고는 저절로 감탄하니
更事漸如神(경사점여신) : 달리진 일들이 점점 신비로워진다.
田父襟懷好(전부금회호) : 농부의 마음씨가 좋아
相從擬卜隣(상종의복린) : 서로 어울리며 이웃처럼 대해주는구나

 

 

제곤슬산승사(題昆瑟山僧舍)-이숭인(李崇仁)
곤슬산 승사에 제하다-이숭인(李崇仁)

俗客驅長道(속객구장도) : 세상 손님 먼 길 몰아왔는데
高僧臥小亭(고승와소정) : 스님은 작은 정자에 누워있다
雲從朝暮白(운종조모백) : 구름은 아침저녁 희기만 하고
山自古今靑(산자고금청) : 산은 예부터 푸르기만 하다
往事赤松子(왕사적송자) : 적송자처럼 살았던 지난일
羈遊愧地靈(기유괴지령) : 나그네 놀음이 땅의 신에 부끄럽다
慇懃汲澗水(은근급간수) : 은근히 개울물 떠서
一掬煮蔘苓(일국자삼령) : 한웅큼 인사과 복령을 다린다

 

 

송인유연겸간중현(送人游燕兼柬仲賢)-이숭인(李崇仁)
연경에 놀러가는 사람을 보내며 겸하여 중현에게 편지하다-이숭인(李崇仁)

翩翩丹穴雛(편편단혈추) : 훨훨 나는 단혈 새끼
翔集非凡樹(상집비범수) : 날아 모이는 곳, 범상한 나무 아니다.
矯矯熒河孫(교교형하손) : 날래고 씩씩한 형하의 손인 말은
騰踏思大路(등답사대로) : 뛰고 밟아 큰 길을 생각하노라.
烏府固淸班(오부고청반) : 오부가 진실로 청빈한 반열이지만
世梗還失趣(세경환실취) : 세상이 어려워 도리어 뜻을 잃었다.
拂袖將北征(불수장북정) : 소매를 떨치고 장차 북으로 가려니
草木秋風暮(초목추풍모) : 초목에 가을바람불고 날은 저물었다.
燕山帝王都(연산제왕도) : 연산은 제왕의 도성인데
縹渺隔煙霧(표묘격연무) : 아득하여 연무에 막혔구나.
歸途良阻脩(귀도량조수) : 돌아가는 길이 참으로 험하고 멀어
行矣愼馳騖(행의신치무) : 가거라, 그러나 조심하여 달려라.
吾聞天子聖(오문천자성) : 내 들으니 천자 성스러워
垂拱張理具(수공장리구) : 팔짱 끼고 다스리는 기구를 베풀었다.
丞相匡復志(승상광부지) : 승상은 뜻을 고치고 회복하여
求士方吐哺(구사방토포) : 바야흐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선비를 구한다.
之子富才術(지자부재술) : 그대 재주와 학술이 풍부하니
何患不遭遇(하환불조우) : 알아주지 못함을 어찌 근심하리오.
遙知一往謁(요지일왕알) : 아득히 생각건대, 한 번 가 뵈면
欣然蒙特顧(흔연몽특고) : 흔연히 특별한 대우를 받을 것입니다.
仲賢亦奇士(중현역기사) : 중현이 또한 특이한 선비인데
與予有親故(여여유친고) : 나와는 오랜 교분이 있었다오.
相從十餘載(상종십여재) : 서로 사귄지 10여 년
才名推獨步(재명추독보) : 그 이름은 독보적이소.
鞍馬不復來(안마불부래) : 가버린 말이 다시 오지 않으니
使之長思慕(사지장사모) : 나로 하여금 길이 사모하게 한다.
恨吾守幽獨(한오수유독) : 한스럽게도 나는 그윽한 고독을 지켜
歲月事農圃(세월사농포) : 농포를 일삼으며 세월을 보낸다.
若爲生羽翰(약위생우한) : 어찌하면 날개가 생겨나
萬里忝攀附(만리첨반부) : 만 리 먼 곳을 날아 더위잡고 붙을까.

 

 

송설부보(送偰符寶)-이숭인(李崇仁)
설부보를 보내며-이숭인(李崇仁)

玉衡指南陸(옥형지남륙) : 옥형이 남쪽을 가리키니
薰風吹我衣(훈풍취아의) : 훈훈한 바람이 내 옷에 불어온다.
徘徊登高原(배회등고원) : 배회하며 높은 언덕에 오르니
悠悠勞我思(유유로아사) : 멀고 아득하여 내 마음 괴로워라
浮雲日夕征(부운일석정) : 뜬 구름은 밤낮으로 가는데
問君將安歸(문군장안귀) : 그대에게 묻노니, 장차 어디로 가려는가.
丈夫意有在(장부의유재) : 장부는 뜻 두는 데가 있으니
不作兒女悲(불작아녀비) : 아녀자의 슬픔은 보이지 않으리라.
人生非參商(인생비참상) : 인생은 삼성과 상성은 아니니
會合諒無疑(회합량무의) : 다시 만날 일 전혀 의심 없도다.
但願崇令德(단원숭령덕) : 다만 원하라, 아름다운 덕을 높일 것을
功名惜芳時(공명석방시) : 공명에 젊은 시절을 아까워하노라.

 

 

의장(倚杖)-이숭인(李崇仁)
지팡이 짚고-이숭인(李崇仁)

倚仗柴門外(의장시문외) : 지팡이 짚고 사립문 나서니
悠悠發興長(유유발흥장) : 아득히 이는 흥취 길기도 하여라
四山疑列戟(사산의렬극) : 사방산은 창대를 별여놓은 듯하고
一水聽鳴璫(일수청명당) : 한 줄기 물소리 옥 부딪히는 소리들린다
鶴立松丫暝(학입송아명) : 학은 소나무 가지 어둑한 곳
雲生石竇凉(운생석두량) : 구름은 찬 바위 구멍 사이에서 피어오른다
遙憐十年夢(요련십년몽) : 지나간 십년의 꿈이 아련히 애틋하여
款款此中忙(관관차중망) : 굳굳하게도 이런 중에 바쁘기도하였도다

 

 

추회(秋廻)-이숭인(李崇仁)
다시 가을이-이숭인(李崇仁)

天末秋廻尙未歸(천말추회상미귀) : 다시 가을이 되었어도 돌아가지 못하고
孤城凋落不勝悲(고성조락불승비) : 해지는 외로운 성에서 슬픔을 이기지 못하네
曾陪鴛鷺趨文階(증배원로추문계) : 높은 분을 모시고 문채나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今向江湖理釣絲(금향강호리조사) : 이제야 강과 호수로 나가려 낚시줄 손질하노라
骨自罹讒成太瘦(골자이참성태수) : 내 몰골은 참언을 입어 크게 수척해지고
詩因放意有新奇(시인방의유신기) : 시는 자유로이 지어지니 새롭고도 신기하도다
明珠薏苡終須辨(명주의이종수변) : 명주나 율무는 끝내는 구별겠지만
只恐難調長者兒(지공난조장자아) : 다만 힘있는 사람들 다루기 어려울까 두렵도다

 

 

호종성남(扈從城南)-이숭인(李崇仁)
성남으로 호종하며-이숭인(李崇仁)

郊甸秋成早(교전추성조) : 교외엔 이미 가을이 되고
君王玉趾臨(군왕옥지림) : 군왕이 행차하셨구나
觀魚前事陋(관어전사루) : 물고기 구경하던 일 어리석고
講武睿謨深(강무예모심) : 무예를 익히게 하신 생각 깊기도 하여라
鼓角滄江動(고각창강동) : 피리소리에 푸른강물은 춤추고
旌旗白日陰(정기백일음) : 무수한 깃발은 해를 가려 어둡구나
詞臣多侍從(사신다시종) : 문신이 많이 시종하니
會見獻虞箴(회견헌우잠) : 알현하시고 우임금의 지혜를 올릴 것입니다

 

 

村居(촌거)-李崇仁(이숭인)
시골에 살며-李崇仁(이숭인)

赤葉明村逕(적엽명촌경) : 단풍는 시골 오솔길 밝혀주고
淸泉漱石根(청천수석근) : 맑은 샘물 바위돌을 흘러간다.
地僻車馬少(지벽거마소) : 땅이 구석져 찾는 사람 적은데
山氣自黃昏(산기자황혼) : 해지는 저녁 산기운이 물든다

 

 

自訟(자송)-李崇仁(이숭인)
스스로 꾸짖어-李崇仁(이숭인)

自訟復自訟(자송부자송) : 스스로 꾸짖고 또 꾸짖어본다
予胡不自惜(여호부자석) : 내 어찌 스스로 아끼지 않았던가
余生免襁褓(여생면강보) : 내가 태어나 포대기를 면하면서
汲汲事經籍(급급사경적) : 쉬지 않고 경서를 섬겨 공부하였네
結文盡豪英(결문진호영) : 문장을 지음에는 호걸이 되려했고
秉心尙强直(병심상강직) : 마음가짐은 강직하고자 했었다네
猜嫌滿人胸(시혐만인흉) : 시기심과 의심은 사람들 가슴에 가득한데
不逆仍不憶(불역잉불억) : 오히려 거스르고 헤아리지 않았다가
忽嬰縷絏間(홀영루설간) : 갑자기 갇힌 몸이 되었도다.
倚仗頗難測(의장파난측) : 화복의 순환을 헤아리기 어렵도다.
遂同二三子(수동이삼자) : 마침내 두세 사람과 함께
竢罪天南極(사죄천남극) : 하늘 남쪽 끝에서 죄의 처분을 기다리네
自顧無寸鐵(자고무촌철) : 스스로 돌아보니 조금의 돈도 없으니
何緣鑄此錯(하연주차착) : 무슨 인연으로 이런 신세되었나
尙賴君相明(상뢰군상명) : 오히려 임금과 재상들의 밝음에 힘입어
幽微無不燭(유미무불촉) : 깊고 작은일도 모르는 것 없다네
非久蒙寬恩(비구몽관은) : 오래지 않아 너그러운 은혜 입어
歸隱故山麓(귀은고산록) : 고향 산기슭에 돌아와 숨어산다네
摩手謝時人(마수사시인) : 손 들어 속된 사람들은 사절하고
息機友麋鹿(식기우미록) : 명리와 이해를 끊고 사슴을 벗하며 산에 산다네
歌予自訟篇(가여자송편) : 스스로 자송편을 지어 나를 노래하나니
聊當紫芝曲(요당자지곡) : 애오라지 자지곡에 맞추리라.

 

 

寄隱峰禪師(기은봉선사)-李崇仁(이숭인)
은봉선사에게-李崇仁(이숭인)

少也無所營(소야무소영) : 젊은 시절에 하는 일 없어
自甘家計冷(자감가계냉) : 스스로 가난한 가계에도 만족했었네
淡交知誰肯(담교지수긍) : 담담한 사귐 누가 좋음을 알리오
楮生與毛潁(저생여모영) : 종이와 붓이었네
學道未庶幾(학도미서기) : 도를 배웠으나 이루지 못하고
文章却彪炳(문장각표병) : 문장만이 도리어 문체가 나네
苦語破神慳(고어파신간) : 거슬리는 말은 신의 이색함 깨뜨려
出口入輒警(출구입첩경) : 그 말입에서 나오면 사람들이 놀러게 된다네
邇來遭謗傷(이래조방상) : 요즈음 헐뜯고 비방함을 받아
杜門蹤迹屛(두문종적병) : 두문불출 자취를 숨겼네
初如伏櫪驥(초여복력기) : 처음엔 마판에 엎드린 말과 같이
未曾忘馳騁(미증망치빙) : 달릴 마음 잊지 못하였다네
機心漸消磨(기심점소마) : 기회를 노리던 마음 점점 사라지고
湛然一古井(담연일고정) : 옛 샘물처럼 고요하게 되었네
隱峰方外交(은봉방외교) : 은봉 스님은 불가의 친구
梵行殊精猛(범행수정맹) : 불도의 수행이 뛰어났도다.
已將塵世緣(이장진세연) : 이미 속세의 인연을 거느려
等視幻泡影(등시환포영) : 허깨비나 물거품처럼 보았다네
招提山水間(초제산수간) : 산수 사이에 불러내니
人稀幽且靜(인희유차정) : 인적이 드물어 그윽하고 고요하여라
濯足淸澗湄(탁족청간미) : 맑은 골짝물에 발 씻고
行歌白雲嶺(행가백운령) : 흰구름 고개머리에서 노래부르네
任性自逍遙(임성자소요) : 천성에 맞추어 스스로 소요하니
目前皆順境(목전개순경) : 눈앞 일은 모두가 순탄하네
相思不相見(상사불상견) : 서로 생각만 하고 만나지 못하고
耿耿冬夜永(경경동야영) : 잊혀지지 않아 겨울밤처럼 길어라
會合固有時(회합고유시) : 서로 만나는 일 정말 있으니
話頭當面請(화두당면청) : 만나면 화두를 청하고 싶어라.

 

 

送如師還山(송여사환산)-李崇仁(이숭인)
여산스님이 산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李崇仁(이숭인)

如公蕭散已忘機(여공소산이망기) : 여사스님이 이미 속된 일 이미 다 잊으시고
揮麈淸淡玉屑霏(휘주청담옥설비) : 휘주하며 청담하니 옥가루 날리듯 하네
歲暮瑯山可高臥(세모낭산가고와) : 세모에 낭산에 높이 누웠을 만하니
一枝笻伴白雲飛(일지공반백운비) : 한 자루 지팡이가 구름과 짝하여 날아다니네

 

 

題幻菴卷(제환암권)-李崇仁(이숭인)
환암선사의 글에 제하다-李崇仁(이숭인)

大地浮漚上(대지부구상) : 대지는 거품처럼 물 위에 떠 있고
多生閃電中(다생섬전중) : 많은 생이 번갯불처럼 순식간에 지나간다
安身定何處(안신정하처) : 안식할 곳을 어디에 정할까
敢問幻菴翁(감문환암옹) : 감히 환암 노승에게 묻습니다

 

 

星山別莊(성산별장)-李崇仁(이숭인)
성산별장-李崇仁(이숭인)

身世飄然水上萍(신세표연수상평) : 신세가 표연하니 물가의 마름이네
歸來幸此有柴荊(귀래행차유시형) : 돌아오니 다행히도 초가집이라도 있구나
却將萬里乾坤眼(각장만리건곤안) : 천리 먼 천지 보는 눈으로
坐對星山一點淸(좌대성산일점청) : 앉아서 성산의 한 점 푸른 봉우리는 보는구나

 

 

呈遁村(정둔촌)-李崇仁(이숭인)
둔촌에게-李崇仁(이숭인)

杜門五六日(두문오육일) : 문 닫고 오육 일
鞍轡已生埃(안비이생애) : 말 안장엔 이미 먼지가 이는구나
餘子亦何恠(여자역하괴) : 남은 자식들 어찌 이상타 하지 않으리오
故人猶不來(고인유불래) : 친구들도 찾지 않느누나
山光入簷隙(산광입첨극) : 산빛은 처마 틈으로 들고
苔色上墻隈(태색상장외) : 이끼는 담장 위로 올라온다
寂寞誰能問(적막수능문) : 쓸쓸하니 누가 물어로 오겠는가
遺篇手自開(유편수자개) : 남긴 글을 스스로 펴본다

 

 

送僧(송승)-李崇仁(이숭인)
스님을 보내며-李崇仁(이숭인)

上人來告別(상인래고별) : 스님이 와서 이별을 고하니
搖落欲秋天(요락욕추천) : 나뭇잎 흔들려 떨어지니 가을이어라
他日相途處(타일상도처) : 다른 날 다시 만날 곳은
山中定水邊(산중정수변) : 반드니 산 속이나 물가이겠지요

 

 

次民望韻(차민망운)-李崇仁(이숭인)
민망의 운을 빌려-李崇仁(이숭인)

誰道村居僻(수도촌거벽) : 누가 시골 사는 것이 궁다고 했나
眞成適我情(진성적아정) : 참으로 내게는 좋아라
雲閑身覺懶(운한신각라) : 구름 한가로워 나도 한가하고
山好眼增明(산호안증명) : 산이 좋으니 눈이 더욱 밝아지네
詩藁吟餘改(시고음여개) : 지은 시 읊어보고 다시 고쳐보고
茶甌飯後傾(다구반후경) : 식사 후에는 차 마시네
從來如此味(종래여차미) : 종래에 이같은 맛 알았다면
更別策功名(갱별책공명) : 다시 따로 공명을 꾀하였으리오.

 

 

得友人書(득우인서)-李崇仁(이숭인)
친구의 글을 얻고서-李崇仁(이숭인)

望極亭雲眼欲穿(망극정운안욕천) : 친구 그리워 눈 빠질번 했는데
今朝消息喜相傳(금조소식희상전) : 오늘 아침에야 반가운 소식 들었다네
縱然說得歸耕好(종연설득귀경호) : 돌아가서 농사나 짓자고 하지만
奈此曾無負郭田(내차증무부곽전) : 농사지을 땅도 없으니 어찌할까나

 

 

奉贈顯蓭(봉증현암)-李崇仁(이숭인)
현암께 드리다-李崇仁(이숭인)

吾友東溪老(오우동계로) : 우리 친구 동계 노인
逢人說顯蓭(봉인설현암) : 사람만 만나면 현암 이야기 한다
吟詩得妙趣(음시득묘취) : 시를 읊으면 묘한 멋이 풍기고
出定縱高談(출정종고담) : 공부를 마치면 수준 높은 이야기 한다
一澗通疏竹(일간통소죽) : 한 갈래 골짜기 물은 성긴 대숲을 지나고
千峰入翠嵐(천봉입취람) : 일 천 산봉우리는 푸른 산기운 속에 잠겨있다
何時謝簪緩(하시사잠완) : 어느 날 벼슬을 그만두고
香火共禪龕(향화공선감) : 향불 피워 선사와 함께 하리오

 

 

人日有雪(인일유설)-李崇仁(이숭인)
인일에 눈 내리다-李崇仁(이숭인)

人日鄕閭重(인일향려중) : 인일은 시골에서 주요한 날
團欒笑語譁(단란소어화) : 단란히 모여서 웃으며 이야기 나눈다.
山陰雲發葉(산음운발엽) : 산은 그늘지고 구름은 나뭇잎처럼 흩어지고
風急雪吹花(풍급설취화) : 바람이 몰아쳐 눈은 꽃처럼 불어온다.
故向書帷落(고향서유락) : 짐짓 글방을 향해 떨어지더니
還從舞袖斜(환종무수사) : 도리어 춤추는 소매를 따라 비껴 날아든다.
稱觴獻親壽(칭상헌친수) : 술잔이라 아뢰고 무모님께 헌수하니
未恨在天涯(미한재천애) : 멀리 떠나 있는 것이 한스럽지 않네.

 

 

感興(감흥)-李崇仁(이숭인)
감흥-李崇仁(이숭인)

久矣妨賢路(구의방현로) : 오래되었구나, 성현의 길을 방해받은 것이
飄然落遠方(표연락원방) : 표연히 먼 곳으로 떨어졌도다.
山川悲故國(산천비고국) : 산천은 고국이 그립고
風露近重陽(풍로근중양) : 이슬과 바람은 중양절이 가깝구나.
冉冉蘆花白(염염노화백) : 점점 갈대꽃은 희어지고
團團菊蘂黃(단단국예황) : 송송이 국화꽃은 누렇게 되는구나.
客懷何以遣(객회하이견) : 나그네 심정을 무엇으로 달래나
除却接盃觴(제각접배상) : 술잔 기울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구나.

 

 

江村卽事(강촌즉사)-李崇仁(이숭인)
강촌에서-李崇仁(이숭인)

茨茨頗幽僻(자자파유벽) : 가시나무 어거진 자못 치우쳐진 곳
車馬絶喧譁(거마절훤화) : 수레와 말의 시끄러운 소리 전혀 없네.
江淨漾明鏡(강정양명경) : 강물은 맑아 거울인양 물결치고
柳深張翠華(유심장취화) : 버드나무 무성하여 푸른 양산 펼쳤네.
側巾看遠峀(측건간원수) : 두건을 기울여 먼 산굴을 바라보며
投杖步晴沙(투장보청사) : 지팡이 내던지고 맑은 모래밭을 걸어본다
落日淡芳渚(낙일담방저) : 지는 햇볕 향기로운 물가에 어리고
漁簑掛斷楂(어사괘단사) : 고기 잡는 도롱이가 뗏목에 걸려있네

 

 

病中(병중)-李崇仁(이숭인)
병들어 누워-李崇仁(이숭인)

每年逢夏月(매년봉하월) : 해마다 여름이 되면
移病掩柴門(이병엄시문) : 병들어 누워 사립문 닫아두네
藥物新陳雜(약물신진잡) : 약은 새로 온갖 것 들여놓고
方書左右紛(방서좌우분) : 약방문이 여기저기 어지럽다
眄庭柯正密(면정가정밀) : 정원을 슬쩍 보니 나뭇가지 빽빽하고
藉逕草還蕃(자경초환번) : 좁은 길에도 풀이 우거져있네
盡日跫音絶(진일공음절) : 하루가 다하도록 발자국 소리 없고
幽懷亦自欣(유회역자흔) : 그윽한 마음에 스스로 즐거워라

 

 

自壽(자수)-李崇仁(이숭인)
스스로 헌수하며-李崇仁(이숭인)

今朝吾以降(금조오이강) : 오늘 아침 태어나
二十六靑春(이십육청춘) : 이십육 세 청춘이라.
父母樂無恚(부모락무에) : 부모님 걱정 없어 즐겁고
兄弟心更親(형제심갱친) : 형제간 마음은 더욱 친하오.
願修天爵貴(원수천작귀) : 천작의 귀함을 수양하는 것을 바라니
不怕世間貧(불파세간빈) : 세상 가난 두렵지 않소.
滿酌一杯酒(만작일배주) : 가득 채운 한 잔 술로
還將慶此身(환장경차신) : 도리어 이 몸 경축하려오.

 

 

渡遼曲(도요곡)-李崇仁(이숭인)
요양을 건너며 부른 노래-李崇仁(이숭인)

遼陽城上春風吹(요양성상춘풍취) : 요양성 위에 봄바람 불고
遼陽城下黃沙飛(요양성하황사비) : 요양성 아래엔 황사가 날린다.
征夫渡海事驃姚(정부도해사표요) : 출정한 병사는 바다 건너 장군을 섬기며
幾年望鄕猶未歸(기년망향유미귀) : 몇 년 동안을 고향만 바라보며 돌아가지 못한다.
空閨思婦嚬雙蛾(공규사부빈쌍아) : 빈방에는 임 그리는 아내 두 눈썹 찡그리며
挑燈札札鳴寒梭(도등찰찰명한사) : 등불 돋우고 철꺽철꺽 차가운 북소리리만 울리네.
裁成錦字憑誰寄(재성금자빙수기) : 비단에 수놓은 글 누구를 통해 부치려하나
靑鳥不來知奈何(청조불래지내하) : 사자가 오지 않았으니 어찌할지 알겠노라

 

 

증승사(贈僧舍)-이숭인(李崇仁)
절집에서-이숭인(李崇仁)

山北山南細路分(산북산남세로분) : 산의 남북으로 오솔길 나눠지고
松花含雨落紛紛(송화함우낙분분) : 비 맞아 떨어지는 송홧가루 여기저기
道人汲井歸茅舍(도인급정귀모사) : 스님은 우울 길어 집으로 돌아가고
一帶靑煙染白雲(일대청연염백운) : 푸른 연기 한 줄기 흰 구름을 물들이네

 

 

十一月雨連夜不止(십일월우연야부지)-李崇仁(이숭인)
십일월 비는 밤을 이어 그치지 않고-李崇仁(이숭인)

仲冬初四日(중동초사일) : 한겨울 초나흗날
雨足亂如絲(우족난여사) : 빗발 쳐는 것이 실 인 듯
細細纔飄瓦(세세재표와) : 가늘어 겨우 기와에 날리더니
濛濛已濕衣(몽몽이습의) : 촉촉이 이미 옷을 적신다
靑燈悲遠客(청등비원객) : 푸른 등불 아래서는 먼 길 온 나그네 슬프고
幽室泣孤嫠(유실읍고리) : 깊숙한 안방에는 외로운 과부 눈물 흘린다
天道終難料(천도종난요) : 조물주의 섭리는 끝내 알기 어렵거늘
經生妄是非(경생망시비) : 경서 읽는 선비는 망령되이 옳고 거름을 논한다

 

 

신설(新雪)-이숭인(李崇仁)
첫 눈-이숭인(李崇仁)

蒼茫歲暮天(창망세모천) : 창망한 세모의 날씨
新雪遍山川(신설편산천) : 첫눈이 산천에 두루 내리네
鳥失山中木(조실산중목) : 새는 산 속 둥지를 잃고
僧尋石上泉(승심석상천) : 스님은 바위 위의 샘을 찾는다
饑鳥啼野外(기조제야외) : 굶주린 새들은 들판에서 울고
凍柳臥溪邊(동류와계변) : 얼어버린 버드나무 개울가에 누웠네
何處人家在(하처인가재) : 어디쯤에 인가가 있는가
遠林生白煙(원임생백연) : 먼 숲 속에 흰 연기 피어오른다

 

 

西江卽事(서강즉사)-李崇仁(이숭인)
서강에서-李崇仁(이숭인)

淸嘯長歌卽勝游(청소장가즉승유) : 휘파람 불며 노래하며 좋은 곳에 오니
機心消盡押沙鷗(기심소진압사구) : 자잘한 마음 다 사라지고 갈매기와 친구되네
瓦盆濁酒家家有(와분탁주가가유) : 항아리엔 탁주가 집집마다 있고
從此江頭日典裘(종차강두일전구) : 이제는 강가에서 비싼 갖옷이라도 팔아 마셔보세
杏花如雪柳如絲(행화여설류여사) : 살구꽃 눈같이 희고 ,버들은 실같이 늘어지고
春滿江城日正遲(춘만강성일정지) : 봄 빛 가득한 강에 해는 길어라
底帽短靴人不識(저모단화인불식) : 낮은 모자, 짧은 신, 사람들은 몰라보지만
歸來馬上有新詩(귀래마상유신시) : 돌아오는 말 위에서 새로운 시를 읊어보네

 

 

登樓(등루)-李崇仁(이숭인)
누대에 올라-李崇仁(이숭인)

西風遠客獨登樓(서풍원객독등루) : 서풍 불어, 나그네 홀로 누대에 올라보니
楓葉蘆花滿眼愁(풍엽로화만안수) : 단풍잎, 갈대꽃 눈에 가득 수심이네
何處人家橫玉笛(하처인가횡옥적) : 어느 마을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인가
一聲吹斷一江秋(일성취단일강추) : 그 한 소리 들려와 온 강의 가을 애간장 끊네

 

 

제승방(題僧房)-이숭인(李崇仁;1340-1392)
스님의 방에서-이숭인

山北山南細路分(산북산남세로분) : 산의 남북으로 오솔길 나눠지고
松花含雨落紛紛(송화함우낙분분) : 비 맞아 떨어지는 송홧가루 여기저기
道人汲井歸茅舍(도인급정귀모사) : 스님은 우울 길어 집으로 돌아가고
一帶靑煙染白雲(일대청연염백운) : 푸른 연기 한 줄기 흰 구름을 물들이네

 

 

억삼봉(憶三峰)-이숭인(李崇仁)
삼봉을 생각하며-이숭인

不見鄭生久(불견정생구) ; 정군을 본지도 오래 되는데
秋風又颯然(추풍우삽연) ; 가을바람은 더욱 쓸쓸해지네
新編最堪誦(신편최감송) ; 새로 지은 시는 마음에 들지만
狂態更誰憐(광태경수연) ; 그 꼬락서니 누가 다시 동정할까
天地容吾輩(천지용오배) ; 세상이 우리를 용납하여
江湖臥數年(강호와수년) ; 강호에 산지 몇년이 되었네
相思渺何恨(상사묘하한) ; 서로 보고 싶은 생각 누구를 탓하랴
極目斷鴻邊(극목단홍변) ; 나 눈 부릅뜨고 기러기 날아 간 저 먼 곳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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