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漢詩

이색(李穡) 다수

 

 

이색(李穡 1328 ~ 1396)

고려 말기의 문신, 학자. 호는 목은이다.

14세 때 진사 시험에 급제하였고, 원나라에 유학해 성리학을 배웠다. 돌아와서 여러 벼슬을 지냈으며, 고려 말기 성리학 발전에 공이 컸다.

그 문하에서 권근 · 김종직 · 변계량 등의 뛰어난 학자가 나왔다. 저서로는〈목은 시고〉〈목은 문고〉 등이 있다.

 

 

 

 

부작견흥(復作遣興)-이색(李穡)
다시 지어 흥을 풀며-이색(李穡)

賣藥有異人(매약유이인) : 약을 파는데 이상한 사람 있어
市上常懸壺(시상상현호) : 시장에 항상 병을 매달고 있다.
指我蓬萊山(지아봉래산) : 나에게 봉래산을 가리키니
迢迢天一隅(초초천일우) : 멀고 아득하여 하늘 가였다.
汝當戒有欲(여당계유욕) : 너는 마땅히 욕심을 경계하라
神龍猶被屠(신룡유피도) : 신룡도 오히려 도륙을 당하였도다.
授之靑玉訣(수지청옥결) : 청옥결을 주고
贈以明月珠(증이명월주) : 명월주도 주었도다.
自玆斥繁麗(자자척번려) : 이로부터 번화한 것을 버리고
高歌于蔿于(고가우위우) : 우위우를 높이 노래하였다.
晨登泰山頂(신등태산정) : 새벽에 태산 마루에 오르니
東海如杯盂(동해여배우) : 동해가 겨우 사발만하구나.
俯視昔人跡(부시석인적) : 구부려 옛 사람 자취 보고
流觀輿地圖(류관여지도) : 여지도를 훑어 보았도다.
興亡一軌轍(흥망일궤철) : 흥망은 똑같이 밟은 길이요
勝負眞樗蒱(승부진저포) : 승부는 참으로 도박이었도다.
日月如車輪(일월여차륜) : 일월은 수레 바퀴처럼 둥글며
蓋非儒者癯(개비유자구) : 대개 유자의 파리하게 여윔이 아니도다.
歸來守玄牝(귀래수현빈) : 돌아와서 현빈을 지키니
一源分萬殊(일원분만수) : 한 근원이 만 가지로 나뉘었구나.
靑靑寒磵松(청청한간송) : 푸르고 푸른 산과 계곡의 소나무
漠漠春汀蘆(막막춘정로) : 멀고 아득한 봄 물가의 갈대로다.
天公囿萬物(천공유만물) : 조물주 만물의 우리가 되었으나
達者或能逋(달자혹능포) : 달관한 이는 혹 벗어나기도 한다.
刀圭得仙藥(도규득선약) : 도규가 선약을 얻으면
駕鶴靑雲途(가학청운도) : 청운 길을 감에 학을 타리라.

 

 

송풍헌시(松風軒詩)-이색(李穡)
송풍헌시-이색(李穡)

月入濁水月無影(월입탁수월무영) : 달이 흐린 물에 드니 그림자가 없고
風觸頑石風無聲(풍촉완석풍무성) : 바람이 단단한 돌에 부딪히니 소리가 없구나.
樹木然後風振蕩(수목연후풍진탕) : 수목이 있어야 바람이 진동하고
水泉然後月分明(수천연후월분명) : 물 흐르는 샘이어야 달빛도 분명하다.
江於水也最潔淨(강어수야최결정) : 강은 물에서 가장 깨끗하고
松於木也尤崢嶸(송어목야우쟁영) : 소나무는 나무에서 가장 우뚝하다.
乃知相遇異於常(내지상우이어상) : 서로 만남이 보통과 다름을 알겠으나
豁達之士取之名(활달지사취지명) : 확 트인 선비라야 그것 취하여 이름 짓는다.
嬾翁江月似奮白(란옹강월사분백) : 나왕의 강의 달은 예처럼 희고
絶澗松風今又淸(절간송풍금우청) : 절간의 소나무 바람 지금도 맑도다.
月白風淸大平曲(월백풍청대평곡) : 달 밝고 바람 맑음에 태평곡 소리
寥寥天地誰能賡(요요천지수능갱) : 적막한 천지에서 누가 능히 화답하리오.
我今把筆歌松風(아금파필가송풍) : 나 아제 붓을 잡고 솔바람 노래하려니
筆底髣髴松風生(필저방불송풍생) : 붓 끝에는 솔바람이 이는 듯하다.
松風搖月江湧波(송풍요월강용파) : 솔바람 달을 흔들고 강에는 물결이 솟는데
對境淡然忘世情(대경담연망세정) : 이 정경을 바라보니 담연히 세상풍정 다 잊는다.
大空至靜萬古碧(대공지정만고벽) : 허공은 지극히 고요하여 만고에 푸르고
聲色何從而滿盈(성색하종이만영) : 소리와 빛은 어디서 따라와 천지에 가득한가.
況今描出影中影(황금묘출영중영) : 하물며 이제 그림자 속 그림자를 그려내려니
適使外物搖吾精(적사외물요오정) : 때마침 외물이 나의 정신을 흔들게 한다.
且向松風江月兩佳處(차향송풍강월양가처) : 솔바람과 강 속의 달, 두 가지 아름다운 곳 찾아
高臥鼻息如雷鳴(고와비식여뢰명) : 높이 누워서 우렛소리처럼 코 골며 쉬어보리라

 

 

중추완월상당루상(中秋翫月上黨樓上)-이색(李穡)
중추절에 달 보려 당루 위에 올라-이색(李穡)

去年翫月東樓下(거년완월동루하) : 지난해에는 동루 아래서 달 구경했는데
柳林缺處金波瀉(류림결처김파사) : 버드나무 숲 사이에 금빛 물결이 쏟아졌다.
今年翫月西樓上(금년완월서루상) : 금년에는 서루 위에서 달구경하는데
薄雲弄影時滉漾(박운롱영시황양) : 엷은 구름 달그림자 희롱하여 때대로 아롱거린다.
主人豪氣蓋一時(주인호기개일시) : 주인의 호기가 한 시대를 덮었는데
飮不盡器還能詩(음부진기환능시) : 술 마심에는 그릇째로 마시고 시도 잘 짓는다.
憐我老病每相邀(연아노병매상요) : 내가 늙어 병든 것을 불쌍히 여겨 매번 서로 만나
歌呼不覺朱顏凋(가호불각주안조) : 노래하며 환호하니 얼굴빛 늙어 감을 모르노라.
去年今年一瞬息(거년금년일순식) : 지난해와 올해가 한 순간 사이거니
樽前劇談忘得失(준전극담망득실) : 술동이 앞에서 득실을 잊은 채로 마음껏 이야기한다.
紛紛世間足榮辱(분분세간족영욕) : 분분한 세상에서 영욕도 충분하여
吾髮白兮難再黑(오발백혜난재흑) : 나의 머리 백발 되니 다시 검어지기 어려워라.
對月不飮吾則癡(대월불음오칙치) : 달 보고서도 마시지 않으면 나는 바보이니
我思古人誰我師(아사고인수아사) : 옛 사람 생각해보니 누가 나의 스승이던가.
千鍾爲堯百斛孔(천종위요백곡공) : 천 잔은 요 임금 위해서고 백 섬은 공자 위해서라
匪棘其欲維其時(비극기욕유기시) : 그 욕심 막지 않고 때 맞춰 마셨도다.
我今不飮月應笑(아금불음월응소) : 내가 지금 마시지 못하면 달이 비웃으리라
月且少留吾一嘯(월차소유오일소) : 달이 잠깐 머물면 나도 한번 휘파람 불리라.
嘯如鸞鳳前來天風(소여란봉전래천풍) : 난새와 봉황새 같은 휘파람 소리, 불어오는 하늘 바람
願言駕此遊彼蓬萊中(원언가차유피봉래중) : 말하기를 원하노라, 이것을 타고 저 봉래산 안에서 놀리라고.

 

 

광음(狂吟)-이색(李穡)
미친 듯이 노래하다-이색(李穡)

我本靜者無紛紜(아본정자무분운) : 나는 본래 고요한 사람 분란함이 없는데
動而不止風中雲(동이불지풍중운) : 움직여 그치지 않는 것은 바람 속 구름이라.
我本通者無彼此(아본통자무피차) : 나는 본래 통달하여 이편저편 없는데
塞而不流井中水(새이부류정중수) : 막히여 흐르지 않는 것은 우물 속의 물이어라.
水兮應物不迷於姸媸(수혜응물부미어연치) : 물은 물건에 따라 곱고 더러운 것에 구애받지 않고
雲兮無心不局於合離(운혜무심부국어합이) : 구름은 무심하여 합하고 떠나는 것에 제한되지 않는다.
自然上契天之心(자연상계천지심) : 자연적으로 하늘의 마음에 합치되니
我又何爲兮從容送光陰(아우하위혜종용송광음) : 나 또한 어떻게 하여야 조용히 세월을 보내나.
有錢沽酒不復疑(유전고주부부의) : 돈이 있으면 술을 사서 마시는 것 어찌 다시 의심하며
有酒尋花何可遲(유주심화하가지) : 술이 있으면 꽃 찾는 것 어찌 주저할 수 있을까.
看花飮酒散白髮(간화음주산백발) : 꽃 보고 술 마시며 백발을 흩날리니
好向東山弄風月(호향동산롱풍월) : 좋아라, 저 동산을 향해가 풍월이나 읊으련다

 

 

대국유감4(對菊有感4)-이색(李穡)
국화를 마주보고 유감이 있어-이색(李穡)

龍沙漠漠又秋風(용사막막우추풍) : 용만의 모래벌판 아득하고 가을바람마저 부는데
衰草連雲落照紅(쇠초연운락조홍) : 시든 풀과 피어오르는 구름은 지는 햇볕에 붉다.
折得黃花誰上壽(절득황화수상수) : 노란 국화꽃 꺾어 누가 임금의 장수를 비나
海西千里是行宮(해서천리시행궁) : 바다 서쪽 천 리 먼 곳에 우리 임금 행궁있는데.

 

 

대국유감3(對菊有感3)-이색(李穡)
국화를 마주보고 유감이 있어-이색(李穡)

仁煕殿北白沙岡(인희전북백사강) : 인희전 북쪽 흰 백사장 모래 언덕에
駐蹕群臣獻壽觴(주필군신헌수상) : 임금의 행차 머무니 신하들 술잔 올린다.
病裏苦吟秋又晚(병리고음추우만) : 병중에 애써 시를 읊노니 가을에다 저녁이라
夢中時或侍先生(몽중시혹시선왕) : 꿈속에서나 혹 선왕을 모셔보려나.

 

 

대국유감2(對菊有感2)-이색(李穡)
국화를 마주보고 유감이 있어-이색(李穡)

爛熳開時爛熳游(난만개시란만유) : 국화 난만하게 필 적엔 사람도 난만하게 노나니
煙紅露綠滿城浮(연홍로록만성부) : 연기 불그스레하고 이슬도 푸르게 성에 가득하다.
山齋又是秋風晚(산재우시추풍만) : 이 좋은 산재, 게다가 가을바람 불어오는 저녁
只有黃花映白頭(지유황화영백두) : 오직 누런 국화꽃 있어 내 흰 머리를 비추는구나.

 

 

대국유감1(對菊有感1)-이색(李穡)
국화를 마주보고 유감이 있어-이색(李穡)

人情那似物無情(인정나사물무정) : 사람의 정이 어찌 사물이 무정함과 같으며
觸境年來漸不平(촉경년래점부평) : 심경에 부딪는 일들이 근래에는 점점 불평스럽다.
偶向東籬羞滿面(우향동리수만면) : 우연히 동쪽 울타리 향하니 부끄러움이 얼굴에 가득한데
眞黃花對僞淵明(진황화대위연명) : 진짜 국화꽃을 거짓 도연명이 마주보는구나.

 

 

작조(雀噪)-이색(李穡)
새의 저저귐-이색(李穡)

雀噪茅簷日欲西(작조모첨일욕서) : 참새는 처마에서 지저귀고 해는 지려하는데
遙憐晏子惜泥谿(요련안자석니계) : 아득히 안자가 이계를 아끼던 일이 가엾구나.
王風幸矣興於魯(왕풍행의흥어로) : 왕풍이 다행하여라, 노나라가 흥하려는데
女樂胡然至自齊(녀악호연지자제) : 여악이 어찌하여 제나라로부터 이르렀던가.
衰草淡煙迷遠近(쇠초담연미원근) : 쇠한 풀 자욱한 연기에 먼 곳 가까운 곳을 몰라
白雲靑嶂互高低(백운청장호고저) : 흰 구름 푸른 산이 번갈아 높았다 낮았다 한다.
鳳歌忽向門前過(봉가홀향문전과) : 봉의 노래가 문득 문 앞을 지나가니
老我方將傳滑稽(로아방장전활계) : 늙은 나는 막 붓을 들어 골계전을 지으려한다

 

 

유감(有感)-이색(李穡)
유감-이색(李穡)

先生未必是淸流(선생미필시청류) : 선생이 반드시 청류가 아닌 것은 아니니
白髮蕭然獨倚樓(백발소연독의루) : 백발로 쓸쓸히 혼자 누각에 올랐도다.
晉相自尊寧仕宋(진상자존녕사송) : 진 나라 재상 자부심에 어찌 송나라에 벼슬할까
韓仇已報可封留(한구이보가봉류) : 한의 원수를 갚았으니 유후로 봉함이 마땅하다.
赤松鬱鬱寒雲晩(적송울울한운만) : 빽빽한 붉은 소나무 저녁 무렵에 찬 구름 일고
碧柳依依細雨秋(벽류의의세우추) : 하늘하늘 푸른 버들에 가랑비 내리는 가을날이로다.
畢竟安心無寸地(필경안심무촌지) : 필경 편안 마음 한 곳도 없으니
每從天際望歸舟(매종천제망귀주) : 매번 하늘 가 따라 돌아가는 배를 바라보노라.

 

 

야영(夜詠)-이색(李穡)
밤에 읊다-이색(李穡)

消磨豪氣入醇眞(소마호기입순진) : 호기를 없애고 순진한 경지에 들어서니
漸悔高歌動鬼神(점회고가동귀신) : 소리 높여 노래 불러 귀신 놀래던 일 후회스럽다.
少日賦傳希有鳥(소일부전희유조) : 젊어선 세상에 드문 새부를 지어 전했고
老年說着不祥麟(로년설착불상린) : 늘그막엔 상서롭지 못한 기린주을 말하는구나.
楚囚吟苦猶思越(초수음고유사월) : 초 나라 포로는 고로워도 월 나라를 생각하고
孔聖名垂尙在陳(공성명수상재진) : 공자는 이름을 끼쳤으나 오히려 진에 있었구나.
自念秋風吹又急(자념추풍취우급) : 생각하니 가을바람 급히 불어오는데
白頭難避庾公塵(백두난피유공진) : 백발이 유공이 날리는 먼지 피하기 어렵구나

 

 

유감(有感)-이색(李穡)
유감-이색(李穡)

病餘身世兩蘧蘧(병여신세양거거) : 병 앓은 후 나의 신세 모두가 아득하고
白髮如今數丈餘(백발여금수장여) : 흰 머리 지금 같이 자란다면야 몇 발이나 되리라.
豪氣何曾妾換馬(호기하증첩환마) : 나의 호기로 어찌 첩을 말과 바꾸며
道情還似子非魚(도정환사자비어) : 도심으로는 도리어 자네는 물고기 아닌 것 같아라.
雲煙暗淡埋靑嶂(운연암담매청장) : 구름과 안개 암담하여 푸른 산 묻혔고
樹木參差際碧虛(수목참차제벽허) : 나무들은 들쭉날쭉 푸른 하늘에 닿았다.
欲學蓋公淸淨處(욕학개공청정처) : 개공의 청정한 곳을 배우려 하나
自憐衰老負吾初(자련쇠노부오초) : 노쇠하고 늙어 처음 뜻 저버림이 안타까워라

 

 

천보가과계문유감이작(天寶歌過薊門有感而作)-이색(李穡)
계문을 지나며 느낌이 있어 천보의 노래를 짓다-이색(李穡)

天寶盛時何昌豐(천보성시하창풍) : 천보 전성기에 얼마나 풍성하고
天寶亂時何曚曨(천보란시하몽롱) : 천보 혼란 시에는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沈香亭中春色濃(침향정중춘색농) : 침향정 안, 봄빛이 한창 무르녹으니
漁陽鼙鼓聲鼕鼕(어양비고성동동) : 어양의 북소리 두둥둥 울려 왔단다.
馬嵬山下飛塵紅(마외산하비진홍) : 마외산 아래 먼지가 붉게 날고
天子劍佩鳴瑽瑽(천자검패명종종) : 천자의 검과 패옥 소리 울렸단다.
三風十愆在省躬(삼풍십건재성궁) : 삼풍과 십건이 몸 살핌에 있나니
宴安鴆毒須愼終(연안짐독수신종) : 안락은 독이라 마지막을 삼가야 하리라.
明皇一念常篤恭(명황일념상독공) : 명황의 일념 늘 돈독하고 공손했으면
此胡安敢行狂凶(차호안감행광흉) : 저 되놈이 어찌 감히 횡포를 부렸으랴.
乃知人事非天窮(내지인사비천궁) : 사람의 잘못이지 하늘의 궁색함 아님을 알겠으니
不見宮西施半酣歌吹濛(불견궁서시반감가취몽) : 보지 않았나, 오나라 궁궐에 서시가 취하여 노래하고 춤출 때
越兵自渡江無風(월병자도강무풍) : 월병이 멋대로 건너는데 강에는 바람 하나 없었음을

 

 

연산가(燕山歌)-이색(李穡)
연산의 노래-이색(李穡)

燕山之陽雲如堆(연산지양운여퇴) : 연산의 북쪽, 구름이 무더기로 쌓여서
龍飛鳳舞源源來(룡비봉무원원래) : 용이 날고 봉이 춤추듯 산세는 멀리서 뻗혔구나.
長城中斷居庸關(장성중단거용관) : 만리장성 중간에 끊어진 곳이 거용관1이요
春風秋月軒轅臺(춘풍추월헌원대) : 봄바람 가을 달에 헌원대이로구나.
昭王一去亦已矣(소왕일거역이의) : 연소왕이 한 번 가서 다시 오지 않으니
黃金千載空塵埃(황금천재공진애) : 황금대가 천 년 동안 먼지로 되고 말았구나.
天旋地轉光嶽合(천선지전광악합) : 하늘 돌고, 땅이 돌아 삼광ㆍ오악이 합하여
土圭日影明堂開(토규일영명당개) : 토규로 터를 잡고 명당을 열었도다.
四方漕廥蓄山海(사방조괴축산해) : 사방의 조운으로 산해의 산물이 쌓이고
萬國玉帛馳風雷(만국옥백치풍뢰) : 만국의 옥백이 풍뢰처럼 달려오는구나.
吾聞在德不在險(오문재덕불재험) : 덕망에 있고 험난함에 있지 않다는 말 들었으니
傳世百萬何疑哉(전세백만하의재) : 백만 세 누릴 것을 어찌 의심하리오.
秦皇唐明共一轍(진황당명공일철) : 진 시황ㆍ당 명황은 나라 잃기 한가지인데
不是驪山爲禍胎(불시려산위화태) : 여산만이 재앙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니로다.
臨風獨立意蒼莽(림풍독립의창망) : 바람 앞에 홀로 서니 뜻이 창망해지는데
日暮車馬爭喧豗(일모차마쟁훤회) : 날은 저무는데 수레와 말들이 왁자지껄 시끄럽다.

 

 

천보가(天寶歌)-이색(李穡)
천보가-이색(李穡)

天寶盛時何昌豐(천보성시하창풍) : 천보 번성한 때, 얼마나 창성하고 풍성했으며
天寶亂時何曚曨(천보란시하몽롱) : 천보의 난리에는 얼마나 애매했던가.
沈香亭中春色濃(침향정중춘색농) : 침향저안에 봄빛이 한창 짙어지면
漁陽鼙鼓聲鼕鼕(어양비고성동동) : 어양의 북소리주 두둥둥 울려 왔었다.
馬嵬山下飛塵紅(마외산하비진홍) : 마외산 아래 먼지가 붉게 일고
天子劍佩鳴瑽瑽(천자검패명종종) : 천자의 검과 패물이 쟁쟁 울렸구나.
三風十愆在省躬(삼풍십건재성궁) : 삼풍ㆍ십건이 몸 살피는 것에 있나니
宴安鴆毒須愼終(연안짐독수신종) : 안락은 짐독이라 마지막을 조심해야 하노라.
明皇一念常篤恭(명황일념상독공) : 명황의 일념은 항상 돈독하고 공손했는데
此胡安敢行狂凶(차호안감행광흉) : 저 오랑캐 놈이 어찌 감히 횡포를 부렸겠는가.
乃知人事非天窮(내지인사비천궁) : 알겠느니, 사람의 잘못이지 하늘의 궁함이 아니로다.

不見吳王宮西施半酣歌吹濛(불견오왕궁서시반감가취몽) : 보지 못했는가, 궁중에서 서시가 취하여 노래하고 춤추니
越兵自渡江無風(월병자도강무풍) : 월나라 군사 건넘에 강에는 아무런 바람도 없었던 것을.

 

 

소우(小雨)-이색(李穡)
보슬비-이색(李穡)

細雨濛濛暗小村(세우몽몽암소촌) : 보슬비 보슬보슬 작은 마을 어둑하고
餘花點點落空園(여화점점락공원) : 지다 남은 꽃잎 점점이 빈 동산에 진다
閑居剩得悠然興(한거잉득유연흥) : 한가한 생활, 그윽한 흥취가 일어나니
有客開門去閉門(유객개문거폐문) : 손님 오면 문 열고, 손님 가면 문 닫는다

 

 

여강미회(驪江迷懷)-이색(李穡)
여강에서 빠진 마음-이색(李穡)

天地無涯生有涯(천지무애생유애) : 천지는 끝 없고 인생은 유한 하니
浩然歸志欲何之(호연귀지욕하지) : 호연한 돌아갈 뜻, 어디로 갈까.
驪江一曲山如畵(여강일곡산여화) : 여강 한 구비, 산은 마치 그림 같은데
半似丹靑半似詩(반사단청반사시) : 절반은 단청그림, 또 절반은 시 같구나.

 

 

두죽(豆粥)-이색(李穡)
콩팟죽-이색(李穡)

冬至鄕風豆粥濃(동지향풍두죽농) : 나라 풍속 동지에, 콩팥죽 짙게 쑤어
盈盈翠鉢色浮空(영영취발색부공) : 푸른 사발 그득 담으니, 빛깔 뜨는구나.
調來崖蜜流喉吻(조래애밀류후문) : 언덕에서 딴 꿀을 섞어 목구멍에 넘지면
洗盡陰邪潤腹中(세진음사윤복중) : 삿된 기운 다 씻어내어 뱃속이 훈훈하도다.

 

 

방밀성량박선생환경(訪密城兩朴先生還京)-이색(李穡)
밀성의 두 박선생이 서울로 달아온 것을 방문하다-이색(李穡)

碧桃花下月黃昏(벽도화하월황혼) : 푸른 복사꽃 아래로 달은 황혼인데
爭挽長條雪洒樽(쟁만장조설쇄준) : 긴 가지 다투어 당기자 눈이 술병에 떨어진다.
當日同遊幾人在(당일동유기인재) : 그날에 함께 놀던 사람 몇이나 남아있나
自憐携影更敲門(자련휴영갱고문) : 그림자 이끌고 다시 문 두드리는 내가 애처롭다.

 

 

억산중(憶山中)-이색(李穡)
산속을 생각하며-이색(李穡)

回首山中一惘然(회수산중일망연) : 산속의 일을 생각해보니 한결같이 아련하고
分明眼底記當年(분명안저기당년) : 눈앞에 생생한 그 해 일을 기억해 보노라.
風淸竹院逢僧話(풍청죽원봉승화) : 대나무 뜰 맑은 바람, 스님 만나 이야기 나누고
草軟陽坡共鹿眠(초연양파공록면) : 풀 부드러운 양지 언덕에서 사슴과 함께 잤도다.
吹徹紫簫秋景遠(취철자소추경원) : 자색 퉁소 다 불고 나니 가을 풍경 멀어지고
讀殘黃卷午陰遷(독잔황권오음천) : 책읽기를 다하자 한낮이 지나갔도다.
如今眯目紅塵暗(여금미목홍진암) : 오늘처럼 세속에서 눈이 어두워지면
方寸無端百慮煎(방촌무단백려전) : 내 마음은 까닭 없이 온갖 근심에 애가 탄다.

 

 

출봉성(出鳳城)-이색(李穡)
봉성을 나서며-이색(李穡)

皇帝龍飛十八春(황제용비십팔춘) : 황제가 용비한지 18년
赫然萬目俱更新(혁연만목구갱신) : 빛나게도 모든 것을 새롭게 하셨다.
夔皐稷契效寅亮(기고직계효인량) : 기․고도․후직․계의 인량을 본받아
躋世唐虞堯舜民(제세당우요순민) : 세도를 높여 요순시대의 백성이 되었도다.
磨光刮垢無不錄(마광괄구무불록) : 빛을 갈고 때를 도려내어 기록하지 않음이 없고
黃鍾瓦缶相成倫(황종와부상성륜) : 황종과 와부는 서로 차례를 이루었도다.
滋泉莘野迹如掃(자천신야적여소) : 신야에 샘물 불어 쓸어버린 듯하고
蒯絰牛角流芳塵(괴질우각유방진) : 쇠뿔을 사초로 꿰매니 향기로운 기풍 흐른다.
天敎小臣生東坰(천교소신생동경) : 하늘이 나를 동쪽 들판에 태어나게 하였지만
變化氣質希螟蛉(변화기질희명령) : 기질을 변화시켜 백성 해치는 일 적게 할 것이리
負笈來游壁水下(부급래유벽수하) : 책궤를 짊어지고 중국에 유학하며
數年聽瑩絃誦聲(수년청영현송성) : 몇 년 동안 악기소리 알지 못하였도다.
今朝垂槖故山去(금조수탁고산거) : 오늘 아침 빈손으로 고향에 가며
騎馬悠悠出鳳城(기마유유출봉성) : 말 타고 유유히 봉성을 나선다.

 

 

천수절일신색종본국진표배신입근대명전(天壽節日臣穡從本國進表陪臣入勤大明殿)-이색(李穡)
천수절에 이색이 본국에서 표를 올리고 대명전에 들어 뵙다-이색(李穡)

大闕明堂曉色寒(대궐명당효색한) : 활짝 열린 궁궐에 새벽빛이 차가운데
旌旗高拂玉欄干(정기고불옥난간) : 높이 솟은 깃발은 옥난간에 펄럭인다.
雲開寶座聞天語(운개보좌문천어) : 구름 걷힌 보좌에서 천자의 말씀 들리고
春滿霞觴奉聖歡(춘만하상봉성환) : 봄 빛 가득한 술잔으로 황제의 기쁨을 받든다.
六合一家堯日月(육합일가요일월) : 온 세상이 한 집안이니 요임금 시절이요
三呼萬歲漢衣冠(삼호만세한의관) : 만세소리 삼창하니 한나라 의관이로다.
不知身世今安在(불지신세금안재) : 알지 못하노라, 이 몸이 지금 어디 있는지
恐是靑冥控紫鸞(공시청명공자란) : 아마도 푸른 하늘에서 자색 난새 타고 있는가

 

 

여흥청심루제차운(驪興淸心樓題次韻)-이색(李穡)
여흥 청심루 시를 차운하여-이색(李穡)

恨無樓記冠篇端(한무루기관편단) : <청심루기>도 없는 추녀머리 한스러운데
誰名淸心闕署顔(수명청심궐서안) : 누가 <청심>이라 이름 하여 편액을 빠뜨렸나.
捍水功高馬岩石(한수공고마암석) : 물 막는 공적 큰 것은 <마암석>이요
浮天勢大龍門山(부천세대용문산) : 하늘에 뜰 듯한 큰 기세는 <용문산>이로다
燠居雪落軒窓外(욱거설락헌창외) : 따뜻한 아랫목에 있으니 눈은 창 밖에 내리고
凉臥風來枕簟間(양와풍래침점간) : 베개와 대자리 사이로 바람 불어와 원하게 누우니
况是春風與秋月(황시춘풍여추월) : 더구나 봄바람과 가을 달까지 있으니
賞心美景更寬閑(상심미경갱관한) : 아름다운 경치에 마음이 즐겁고 게다가 여유롭도다.

 

 

즉사(卽事)-이색(李穡)
본대로 느낀대로-이색(李穡)

幽居野興老彌淸(유거야흥노미청) : 호젓이 사는 시골 흥취 늙을수록 맑아져
恰得新詩眼底生(흡득신시안저생) : 흡사 새로운 시가 눈앞에서 생겨나는구나.
風定餘花猶自落(풍정여화유자락) : 바람은 잦아도 남은 꽃은 저절로 떨어지고
雲移小雨未全晴(운이소우미전청) : 구름 옮겨가도 가랑비 남아 개이지 않는구나.
墻頭粉蝶別枝去(장두분접별지거) : 담장 위의 흰나비는 나뭇가지 떠나 사라지고
屋角錦鳩深樹鳴(옥각금구심수명) : 처맛가 산비둘기 우거진 나무속에서 울어댄다.
齊物逍遙非我事(제물소요비아사) : <제물>과 <소요>는 내 일이 아니니
鏡中形色甚分明(경중형색심분명) : 거울 속 내 형색이 매우 분명해 보이는구나.

 

 

팔영절구1(八詠絶句1)-이색(李穡)
절구 노래 여덟 편-이색(李穡)

一點君山夕照紅(일점군산석조홍) : 한 점 君山에 석양이 붉게 타오르는데
闊呑吳楚勢無窮(활탄오초세무궁) : 오와 초의 땅을 삼킬 듯한 광활한 기세 무궁하다
長風吹上黃昏月(장풍취상황혼월) : 긴 바람은 황혼녘 달에 불어 오르는데
銀燭紗籠暗淡中(은촉사롱암담중) : 은 촛불은 비단 초롱 속에서 가물거리고 있구나.

 

 

독서(讀書)-이색(李穡)
독서-이색(李穡)

讀書如游山(독서여유산) : 글 읽기란 산을 오르는 것 같아
深淺皆自得(심천개자득) : 깊고 옅음 모두 자득함에 달렸도다.
淸風來沈寥(청풍래침요) : 맑은 바람은 공허한 데서 불어오고
飛雹動陰黑(비박동음흑) : 날리는 우박은 어두운 곳에서 내린다.
玄虯蟠重淵(현규반중연) : 검은 교룡은 깊은 못에 서려 있고
丹鳳翔八極(단봉상팔극) : 붉은 봉황은 하늘로 날아오른다.
精微十六字(정미십육자) : 정미한 열여섯 글자들
的的在胸憶(적적재흉억) : 분명하게 가슴에 간직하노라.
輔以五車書(보이오거서) : 다섯 수레의 책 읽어서 깁고
博約見天則(박약견천칙) : 박문하고 검약하여 하늘의 이치 보노라.
王風久蕭索(왕풍구소삭) : 왕의 기풍은 오래도록 쓸쓸하고
大道翳荊棘(대도예형극) : 큰 도는 가시밭길에 가려 있도다.
誰知蓬窓底(수지봉창저) : 누가 알겠는가, 창문 아래에서
掩卷長太息(엄권장태식) : 책을 덮고 길이 탄식하고 있는 것을

 

 

정관음유림관작(貞觀吟楡林關作)-이색(李穡)
정관 연간에 유림관을 읊어 짓다-이색(李穡)

晋陽公子結豪客(진양공자결호객) : 진양공자가 호걸들과 친분 맺어
風雲壯懷滿八極(풍운장회만팔극) : 풍운의 장한 회포 우주에 가득했다.
赫然一起揮天戈(혁연일기휘천과) : 기운차게 한번 일어나 하늘 무기 휘두르니
隋堤楊柳無顔色(수제양류무안색) : <수제>의 버드나무 제방이 빛을 잃었었다.
已踵殷周成武功(이종은주성무공) : 은나라와 주나라 본받아 무공을 세웠으니
宜追虞夏敷文德(의추우하부문덕) : 순임금과 우임금 본받아 문장의 덕을 펴야 하리라.
持盈守成貴安靖(지영수성귀안정) : 가득 찬 것 지키고, 성취 유지함에는 안정이 제일이라
好大喜功多反側(호대희공다반측) : 큰 일 즐기고, 공로 좋아하면 잘못되기 쉽도다.
三韓箕子不臣地(삼한기자불신지) : 우리나라는 기자 때부터 중국이 신하 삼지 않던 땅이니
置之度外疑亦得(치지도외의역득) : 예외로 하여 그냥 둠이 좋았을 것을
胡爲至動金玉武(호위지동금옥무) : 어찌하여 금옥과 같은 발걸음을 일으켜
啣枚自將臨東土(함매자장임동토) : 말에 재갈 물리고, 스스로 동쪽 땅으로 몰려왔던가.
貔貅夜擁鶴野月(비휴야옹학야월) : 날쌘 군사들 달밤에 안시성을 에워싸고
旌旗曉濕鷄林雨(정기효습계림우) : 무수한 깃발은 계림에 내리는 새벽 비에 젖었다.
謂是囊中一物耳(위시낭중일물이) : 주머니 속 물건 취하듯 쉽다고 말하더니
那知玄花落白羽(나지현화락백우) : 눈동자 흰 깃에 적중될 것을 그 누가 알았을까.
鄭公已死言路澁(정공이사언로삽) : 정공이 이미 죽어 언로가 막혔다가
可笑豊碑蹶復立(가소풍비궐복립) : 우습구나, 쓰러뜨린 큰 비석을 다시 세우다니
回頭三叫貞觀年(회두삼규정관년) : 머리 돌려 정관의 연호를 세 번 소리쳐 보니
天末悲風吹颯颯(천말비풍취삽삽) : 하늘 끝에서 슬픈 바람만 쌀쌀하게 불어오는구나.

 

 

연산가(燕山歌)-이색(李穡)
연산가-이색(李穡)

燕山之陽雲如堆(연산지양운여퇴) : <연산> 남쪽, 구름은 무더기처럼 쌓이고
龍飛鳳舞源源來(용비봉무원원래) : 끊임없이 이어진 산세, 용이 날고 봉황이 춤추듯 하구나
長城中斷居庸關(장성중단거용관) : 긴 성곽은 가운데 끊겨 <거용관>을 가로질러 있고
春風秋月軒轅臺(춘풍추월헌원대) : 봄바람 가을달의 <헌원대>로구나.
昭王一去亦已矣(소왕일거역이의) : <소王>은 한 번 가서 돌아오지 않으니
黃金千載空塵埃(황금천재공진애) : <황금대>에는 천년 동안 헛되이 먼지만 쌓이는구나.
天旋地轉光嶽合(천선지전광악합) : 하늘과 땅 돌고 돌아 <삼광오악>과 정기 합쳐지고
土圭日影明堂開(토규일영명당개) : 토규 해 그림자 비치니 명당이 열렸구나.
四方漕廥蓄山海(사방조괴축산해) : 사방은 운하로 산과 바다의 산물들이 쌓이고
萬國玉帛馳風雷(만국옥백치풍뢰) : 만국의 보물들은 바람처럼 몰려오는구나
吾聞在德不在險(오문재덕불재험) : 나라를 지킴은 덕망에 있지 험한 산천에 있지 않다 하니
傳世百萬何疑哉(전세백만하의재) : 백만 년 오래 전할 것을 어찌 의심하리오
秦皇唐明共一轍(진황당명공일철) : 진시황과 당명황은 모두 나라를 잃었으니
不是驪山爲禍胎(불시려산위화태) : 진시황이 여산을 만든 것만이 화근이 아니로다.
臨風獨立意蒼莽(임풍독립의창망) : 바람 앞에 홀로 서니 온갖 마음의 회포 어지러이 일어고
日暮車馬爭喧豗(일모거마쟁훤회) : 해 저물자 수레 소리와 말울음 소리 시끄기만 하구나

 

 

우제(偶題)-이색(李穡)
우연히 짓다-이색(李穡)

李杜文章繼者稀(이두문장계자희) : 이백과 두보의 문장 이는 자가 드무니
鳳凰何日更雙飛(봉황하일갱쌍비) : 봉황이 다시 쌍쌍이 나는 날이 그 언제일까
功名滿世今難致(공명만세금난치) : 공명은 세상에 가득해도 지금은 이루기 어럽고
道德離倫古亦稀(도덕리윤고역희) : 도덕도 우뚝한 것은 옛날도 여려웠어라
陶寫性情堪自養(도사성정감자양) : 성정을 도야는 스스로 감당할 수 있으며
敷陳政化有誰非(부진정화유수비) : 정치교화를 꾀하는 일을 누가 비난하리오
病餘詛嚼侍中味(병여저작시중미) : 병 앓던 끝에 되새겨 보는 시 속의 맛
遇興時時筆一揮(우흥시시필일휘) : 흥을 만나면 때때로 붓 한번 휘둘러보노라

 

 

즉사(卽事)-이색(李穡)
일대로-이색(李穡)

幽居野興老彌淸(유거야흥노미청) : 한적하게 사노라니 늙어갈수록 들의 흥취 맑아지고
怡得新詩眼底生(이득신시안저생) : 새 시를 기쁘게 얻으니 눈 안에 기운이 절로 인다
風定餘花猶自落(풍정여화유자락) : 바람 고요해도 남은 꽃잎은 오히려 절로 떨어지고
雲移小雨未全晴(운이소우미전청) : 구름이 옮겨가도 가랑비는 완전히 개이지 않는구나
墻頭粉蝶別枝去(장두분접별지거) : 담장가의 꽃가루 묻힌 나비는 다른 가지 향해 날아가고
屋角綿鳩深樹鳴(옥각면구심수명) : 지붕 모서리의 흰 비둘기는 깊숙한 나무 숲에서 운다.
齊物逍遙非我事(제물소요비아사) : 제물론과 소요유는 나의 일 아니니
鏡中形色甚分明(경중형색심분명) : 거울 속 나의 모습 참으로 분명하구나.

 

 

효무(曉霧)-이색(李穡)
아침 안개-이색(李穡)

地氣天不應爲霧(지기천불응위무) : 땅기운에 하늘이 응하지 않으면 안개 되고
天氣地不應爲霧(천기지불응위무) : 하늘기운에 땅이 응하지 않으면 안개가 된다.
相應則雨又以時(상응칙우우이시) : 서로 응하면 비가 되고 또 때에 맞게 되나니
在於洪範其徵休(재어홍범기징휴) : 홍범에도 그 징조가 아름답다고 했도다
乾健坤順化萬物(건건곤순화만물) : 하늘이 건하고 땅이 순하면 만물이 화육되나니
絪縕舒卷密以周(인온서권밀이주) : 원기가 펴지고 닫혀지고 하면서 두루 미친다
使之或沴失本性(사지혹려실본성) : 간혹 순조롭게 하지 않으면 본성을 잃게 되나니
我不知兮誰之由(아부지혜수지유) : 나는 모르겠구나, 누구 때문인가를
我不知兮誰之由(아부지혜수지유) : 나는 모르겠구나, 누구 때문인가를
長吟短命今白頭(장음단명금백두) : 길게 읊어보고 짧게 읊어보다 이제 백발이 다 되었도다.

 

 

관물(觀物)-이색(李穡)
사물관찰-이색(李穡)

大哉觀物處(대재관물처) : 위대하다, 사물의 처한 곳을 관찰함이여
回勢自相形(회세자상형) : 형세가 돌려지면 절로 형상이 이루어진다.
白水深成黑(백수심성흑) : 흰 물도 깊어지면 검은 빛을 띠게 되고
黃山遠送靑(황산원송청) : 누런 산도 멀어지면 푸른빛을 보내온다.
位高威自重(위고위자중) : 지위가 높으면 위세가 엄해지고
室陋德彌馨(실루덕미형) : 집이 누추하면 덕망은 더욱 향기로워진다
老牧忘言久(노목망언구) : 늙은 나는 말을 잊은 지 오래인데
苔痕滿小庭(태흔만소정) : 이끼 낀 흔적이 작은 뜰에 가득하여라

 

 

조래(朝來)-이색(李穡)
아침에-이색(李穡)

朝來危坐便題詩(조래위좌편제시) : 이침에 꿇어 앉아 문득 시를 짓어보노니
未必衰年耐苦思(미필쇠년내고사) : 노년의 괴로운 생각 잊기 위함만은 아니로다
有興宛然成好句(유흥완연성호구) : 흥이 생기면 완연히 좋은 시를 얻으나
只愁平淡格還卑(지수평담격환비) : 평담한 시격이 도리어 낮아질까 걱정일 뿐이로다.

 

 

즉사(卽事)-이색(李穡)
있는 대로-이색(李穡)

平淡由來少味(평담유래소미) : 평담함은 원래 맛이 없어
淸新各是多姿(청신각시다자) : 청신함은 각각 많은 모양 있도다.
斧鑿了無痕迹(부조료무흔적) : 도끼구멍 같은 흔적 원래 전혀 없으니
悠然採菊東籬(유연채국동리) : 우두커니 동쪽 울타리 국화꽃 따는 것이라오

 

 

견회(遣懷)-이색(李穡)
회포를 풀다-이색(李穡)

倏忽百年半(숙홀백년반) : 홀홀히 지나간 반 백 년
蒼黃東海隅(창황동해우) : 창황한 동해 모퉁이이로다
吾生元跼蹐(오생원국척) : 우리 삶이 본디 구속이요
世路亦崎嶇(세로역기구) : 세상길이 또한 기구하도다
白髮或時有(백발혹시유) : 백발이란 어느 때는 있는 것
青山何處無(청산하처무) : 청산이야 어딘들 없으리
微吟意不盡(미음의불진) : 가늘게 읊어도 마음 다하지 못하여
兀坐似枯株(올좌사고주) : 마른 나무등걸처럼 오뚝히 앉아 있도다

 

 

부생(浮生)-이색(李穡)
뜬 구름 인생-이색(李穡)

浮生安足恃(부생안족시) : 뜬 구름 인생을 어이 믿으리오
老病競侵尋(로병경침심) : 늙고 병드는 것이 다투어 침노하는구나
日月環雙鬢(일월환쌍빈) : 해와 달은 두 귀 밑머리에 고리를 달고
乾坤矢一心(건곤시일심) : 하늘과 땅은 한 마음에 화살을 쏘는구나
袖風晴倚杖(수풍청의장) : 소매에 바람 드는 갠 날 지팡이에 기대고
衣露夜鳴琴(의로야명금) : 이슬에 옷 젖는 밤에 거문고 울리는구나
萬慮自此靜(만려자차정) : 온갖 생각이 이로부터 고요해지니
渺然天地深(묘연천지심) : 까마득하게 하늘 땅이 깊기만 하다

 

 

우음(偶吟)-이색(李穡)
우연히 읊다-이색(李穡)

桑海眞朝暮(상해진조모) : 상전벽해가 참으로 조석간인데
浮生況有涯(부생황유애) : 뜬 구름 같은 인생 하물며 끝이 있겠지
陶潛方愛酒(도잠방애주) : 도잠은 바야흐로 술을 사랑하고
江摠未還家(강총미환가) : 강총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小雨山光活(소우산광활) : 가랑비가 지나가니 산빛이 살아나고
微風柳影斜(미풍류영사) : 가는 바람에 버드나무 그림자가 비낀다
句回還游意(구회환유의) : 멀리 놀러 가려던 새악을 돌려
獨坐賞年華(독좌상년화) : 혼자 앉아 자연풍광이나 구경하련다

 

 

야음(夜吟)-이색(李穡)
밤에 읊다-이색(李穡)

行年已知命(행년이지명) : 내 나이 이미 오십
身世轉悠哉(신세전유재) : 신세가 더욱 망연하구나
細雨燈前落(세우등전락) : 가는 비는 등잔불 앞에 내리고
名山枕上來(명산침상래) : 좋은 산은 베개 위로 다가오는구나
憂時知杞國(우시지기국) : 때 근심하니, 기나라 사람 마음 알아서라네
請始有燕臺(청시유연대) : 연나라의 대의 이야기가 있으니 벼슬 청하라네
恰到俱忘處(흡도구망처) : 영욕을 다 잊는 심경에 이르니
心原冷欲灰(심원랭욕회) : 마음이 차가워져 차가운 재로 되려하는구나

 

 

기안국사송정간우(記安國寺松亭看雨)-이색(李穡)
안국사 송정에서 비 오는 것을 보며 적다-이색(李穡)

小雨仍村笛(소우잉촌적) : 가랑비 속에 마을에서 피리소리 들리고
斜陽又寺鍾(사양우사종) : 해는 지는 데 또 절 종소리 드려오는구나
山遙多醞籍(산요다온적) : 산이 아득하여 지극히 온자하고
水闊自舂容(수활자용용) : 물이 넓으매 스스로 조용하구나
爽氣生明月(상기생명월) : 시원한 기운 밝은 달에서 생기고
寒聲起碧松(한성기벽송) : 찬 소리 푸른 소나무에서 일어나네
至今心尙悸(지금심상계) : 지금도 오히려 마음이 뛰는 것은
雷電逐飛龍(뢰전축비룡) : 번개와 우뢰가 날아가는 용을 따르기 때문이라네

 

 

독한사(讀漢史)-이색(李穡)
한나라 역사를 읽다-이색(李穡)

吾道多迷晦(오도다미회) : 우리 도가 심하게 어두워지니
儒冠摠冶容(유관총야용) : 갓 쓴 선비들 다 겉만 꾸미는구나
子雲殊寂寞(자운수적막) : 양자운이 특별히 적막했다하고
伯始自中庸(백시자중용) : 백시 호광은 스스로 중용이라 하였네
六籍終安用(륙적종안용) : 육경의 책을 마침내 어디 쓰리오
三章竟不從(삼장경불종) : 약법삼장을 끝내 따르지 못했구나
悠悠千載下(유유천재하) : 유유히 지난 천년 뒤
重憶孔明龍(중억공명룡) : 와룡선생 공명을 다시 생각한다

 

 

부작절구(復作絶句)-이색(李穡)
다시 절구를 짓다-이색(李穡)

絶壁飛湍雪灑矼(절벽비단설쇄강) : 절벽에 여울물 날고 눈은 다리에 씻는데
氷消春水漲驪江(빙소춘수창려강) : 얼음 녹은 봄물은 여강에 가득 차 넘치는구나
高人獨坐扁舟去(고인독좌편주거) : 고상한 사람 홀로 조각배에 앉아 떠나가니
無數靑山自滿牕(무수청산자만창) : 무수한 푸른 산 스스로 선창에 가득하구나

 

 

기사(紀事)-이색(李穡)
사실을 적다-이색(李穡)

衣鉢誰知海外傳(의발수지해외전) : 누가 법통이 해외에 전해진 것을 알리오
圭齋一語向琅然(규재일어향랑연) : 규재의 한 마디 말씀 낭연했었다
邇來物價皆翔貴(이래물가개상귀) : 그 뒤로 물건 값은 모두 오르는데
獨我文章不眞餞(독아문장불진전) : 다만 내 문장만 정말로 값이 오르지 않도다

 

 

제목암권(題牧蓭卷)-이색(李穡)
목암의 시권에 제하다-이색(李穡)

亂山深處路橫斜(란산심처로횡사) : 어지러운 산 깊은 곳에 길은 가로 비껴있고
日暮牛羊自識家(일모우양자식가) : 해가 저무니 소와 염소는 집을 알고 돌아온다
此是老翁眞境界(차시로옹진경계) : 이것이 곧 늙은이의 참 경계인지라
淡煙芳草接天涯(담연방초접천애) : 맑은 연기 꽃다운 풀은 하늘 끝까지 닿았도다

 

 

유관소게한송선사고주(楡關小憩寒松禪師沽酒)-이색(李穡)
유관에 잠깐 쉬니 한송선사가 술을 사왔다-이색(李穡)

寒風吹雪滿楡關(한풍취설만유관) : 찬 바람이 불어서 눈이 유관에 가득
氷結疏髯馬不前(빙결소염마불전) : 성긴 수염에 얼음 얼고 말은 나가려 하지 않는다
賴有吾師三昧手(뢰유오사삼매수) : 우리 스님 삼매경의 솜씨 힘입었으니
破囊擎出醉鄕天(파낭경출취향천) : 주머니 풀어 취향의 하늘을 집어 내셨구나

 

 

정성랑제현(呈省郞諸賢)-이색(李穡)
성랑제현에게-이색(李穡)

宦途今古足危機(환도금고족위기) : 옛부터 벼슬길은 위태한 계기 되기에 충분하나니
何怪衰年惹是非(하괴쇠년야시비) : 늙으막에 시비에 얽힌 것 무엇이 이상하리오
再拜聖恩天地大(재배성은천지대) : 하늘과 땅처럼 큰 임금의 은혜에 두 번 절하고
萬山殘雪掩柴扉(만산잔설엄시비) : 온 산에는 잔설이 가득한데 사립문을 닫아보노라

 

 

여강(鱺江)-이색(李穡)
여강-이색(李穡)

不是無錢買小舟(불시무전매소주) : 작은 배 살 돈이 없 것 아니라
飄然直泝漢江流(표연직소한강류) : 표연히 한강 물결 바로 거슬러 오르리라
只怜當戶龍山碧(지령당호룡산벽) : 다만 문 앞에 용산의 푸르름이 사랑스러워
日日呤詩獨倚樓(일일령시독의루) : 날마다 시를 읊으며 혼로 누락에 기대어 본다

 

 

소우(小雨)-이색(李穡)
이슬비-이색(李穡)

細雨濛濛暗小村(세우몽몽암소촌) : 이슬비 보슬보슬 내려 마을은 어둑해지고
餘花點點落空園(여화점점락공원) : 남은 꽃은 한 잎 한 잎 빈 동산에 떨어진다
閑居剩得悠然興(한거잉득유연흥) : 한가로이 살며 유연히 흥을 얻나니
有客開門去閉門(유객개문거폐문) : 손님 오면 문을 열고 가면 다시 문 닫노라

 

 

동정만애(洞庭晩靄)-이색(李穡)
동정호의 저녁 아지랭이-이색(李穡)

一點君山夕照紅(일점군산석조홍) : 한 점 작은 군산에 저녁볕이 붉고
闊吞吳楚勢無窮(활탄오초세무궁) : 오초를 마구 삼키매 그 형세 끝이 없다
長風吹上黃昏月(장풍취상황혼월) : 황혼녘 달을 긴 바람이 불어올려
銀燭紗籠暗淡中(은촉사롱암담중) : 은촛대 깁 등룡 어둑한 속에 두었구나

 

 

교동(喬桐)-이색(李穡)
교동-이색(李穡)

海門無際碧天低(해문무제벽천저) : 바닷문 끝이 없고 푸른 하늘 나직한데
帆影飛來日在西(범영비래일재서) : 돛 그림자 날아오고 해는 서쪽에 있도다
山下家家蒭白酒(산하가가추백주) : 산밑 집집마다 흰 술을 빚는데
斷蔥斫膾欲鷄棲(단총작회욕계서) : 파를 베어 오고 회를 치며 닭 들기만 기다린다

 

 

여엽공소부청산백운도(與葉公昭賦靑山白雲圖)-이색(李穡)
섭공소와 청산백운도에 쓰다-이색(李穡)

風塵漠漠暗銷魂(풍진막막암소혼) : 풍진이 아득하여 은근히 사람의 넋을 녹이는데
獨立乾坤日欲昏(독립건곤일욕혼) : 홀로 건곤에 우뚝 서니 해가 저물려 한다
一望便知山下路(일망편지산하로) : 한 번 바라보매 곧 산 밑의 길을 알겠으니
好携藜校過雲門(호휴려교과운문) : 명아주지팡이 끌고 구름문을 지나가기 좋구나

 

 

방밀성량박선생(訪密城兩朴先生)-이색(李穡)
밀성 두 박선생을 찾아서-이색(李穡)

碧桃花下月黃昏(벽도화하월황혼) : 벽도화 아래에 달은 벌써 황혼인데
爭挽長條雪酒樽(쟁만장조설주준) : 긴 가지를 다투어 당기매 술병에 눈 같은 꽃
當日同遊幾人在(당일동유기인재) : 그 당시 같이 놀던 사람은 몇이나 남았는가
自怜携影更敲門(자령휴영경고문) : 그림자를 이끌고 다시 문을 두드리는 내가 가엾다

 

 

등왕각도(縢王閣圖)-이색(李穡)
등왕각도-이색(李穡)

落霞孤鶩水浮空(락하고목수부공) : 지는 노을에 외로운 따오기, 물은 허공에 떴는데
畫棟飛簾雲雨中(화동비렴운우중) : 화려한 기둥과 날리는 주렴은 비구름 속에 있도다.
當日江神知我否(당일강신지아부) : 그때의 그 강의 신은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何時更借半帆風(하시경차반범풍) : 어느 때 다시 반 돛fp 바람을 빌려 주려는가.

 

 

답죽간선사(答竹磵禪師)-이색(李穡)
죽간 선사에게 답하다-이색(李穡)

山游登崐崘(산유등곤륜) : 산을 다니면 곤륜에 오르고
水涉經方壺(수섭경방호) : 물을 건너서는 신선 사는 방호산을 지났다
身行天下半(신행천하반) : 직접 천하의 반을 다녔는데
跡起東海隅(적기동해우) : 발자취는 동해의 모퉁이에서 시작했다
神心馬繫皁(신심마계조) : 심신은 말이 마굿간에 매어 있는 듯하였고
歲月羊趨屠(세월양추도) : 세월은 양이 도축장에 가듯 하였도다.
誰謂臭皮袋(수위취피대) : 더러운 냄새나는 가죽부대 같은 사람의 몸 속에
自藏如意珠(자장여의주) : 여의주를 감추었음을 누가 알겠는가.
淸談極要妙(청담극요묘) : 맑은 얘기는 지극히 오묘한데
戲語還於于(희어환어우) : 농담은 도리어 과장되고 허탄하도다.
高標山千仞(고표산천인) : 높은 풍치는 천 길 산과 같고
淡慮水一盂(담려수일우) : 담담한 생각은 그릇에 담긴 물과 같다.
静室香火冷(정실향화랭) : 고요한 방에는 향불이 찬데
左右書與圖(좌우서여도) : 좌우에는 책과 그림뿐이다.
時時出詩句(시시출시구) : 때때로 가끔 시를 지으니
易易如摴蒱(역역여저포) : 쉽기는 마치 저포놀이 하는 것 같다
源深流不竭(원심류불갈) : 근원이 깊어 흐름이 마르지 않고
道腴身甚癯(도유신심구) : 도는 살졌으나 몸은 심히 파리하다
善幻是僧業(선환시승업) : 변환을 잘하는 것이 중의 일인데
妙用隨時殊(묘용수시수) : 묘한 작용이 때에 따라 달라지는구나.
久參庭前栢(구참정전백) : 오래 ‘뜰 앞의 잣나무’로 참선하여
欲跨江上蘆(욕과강상로) : 달마처럼 강 위의 갈대를 타려 한다.
河壖今苦戰(하연금고전) : 하수 언덕이 지금 전쟁에 고통받아
軍令嚴稽逋(군령엄계포) : 군령은 도망하는 자를 엄하게 단속한다.
遲公飛鍚去(지공비양거) : 공은 지팡이를 날려가서
感彼歸正途(감피귀정도) : 저들을 감동시켜 정도로 돌아가게 하시라

 

 

답동암선사(答東菴禪師)-이색(李穡)
동암 선사에게-이색(李穡)

今夕是何夕(금석시하석) : 오늘 저녁이 어쩐 저녁인가
白酒傾金壺(백주경금호) : 금병에서 흰 술을 기울이노라.
蒲萄結層陰(포도결층음) : 포도는 겹겹이 그늘을 지었는데
淸風生座隅(청풍생좌우) : 맑은 바람은 한 귀퉁이에서 나온다.
東菴三韓秀(동암삼한수) : 동암은 우리나라 삼한의 수재
巉巉玉蘇屠(참참옥소도) : 높고 높은 옥으로 된 소도이다
游戲於斯文(유희어사문) : 아, 유학에 유희하여
疊璧聯雙珠(첩벽련쌍주) : 쌓은 옥이 쌍 구슬을 이루었도다.
愧我辱酬唱(괴아욕수창) : 부끄럽다 내가 수창함을 욕되게 하니
芝蘭雜軒于(지란잡헌우) : 지초와 난초가 악초인 헌우에 섞였구나.
張羅獵佳句(장라렵가구) : 그물을 벌려 좋은 글귀를 사냥하는데
儼開左右盂(엄개좌우우) : 엄연히 좌우ㆍ우를 열었도다.
疇昔先人在(주석선인재) : 지난날 선인이 살아있을 때
契深三笑圖(계심삼소도) : 서로의 친분이 삼소도보다도 깊었다.
春風與秋月(춘풍여추월) : 봄바람과 가을 달
詩酒爲摴蒱(시주위저포) : 시와 술로 내기를 했었다.
超然名敎外(초연명교외) : 유교 밖에 초연하였으니
肯復論肥癯(긍부론비구) : 살찌고 여윔을 어찌 의논하리오.
鶴去雲獨留(학거운독류) : 학은 가고 구름만 머물렀으니
傷心人世殊(상심인세수) : 인간 세상의 변천에 마음이 서글프다.
豚犬亦何幸(돈견역하행) : 못난 자식인 내가 무슨 다행으로
藤蔓纏葫蘆(등만전호로) : 등덩굴이 박 덩굴에 얽히었구나.
巵酒不敢辭(치주불감사) : 잔술을 감히 사양하지 못하고
詩令不敢逋(시령불감포) : 시 짓는 규정을 감히 벗어나지도 못한다.
醉吟視萬古(취음시만고) : 취하여 읊조리며 만고를 훑어보니
擾擾同一途(요요동일도) : 부산하고 시끄럽긴 한 길이로다.

 

 

진포귀범(鎭浦歸帆)-이색(李穡)
진포로 돌아가는 배-이색(李穡)

細雨桃花浪(세우도화랑) : 보슬비에 복사꽃 물결치고
淸霜蘆葉秋(청상로엽추) : 맑은 서리에 갈대잎 나부끼는 가을이라
歸帆何處落(귀범하처락) : 돌아가는 돛대는 어느 곳으로 떨어지는지
渺渺一片舟(묘묘일편주) : 아득히 조각배 한 척 떠간다.

 

 

유감(有感)-이색(李穡)
느끼는 바 있어-이색(李穡)

天地宰洪爐(천지재홍로) : 천지가 홍로를 주장하니
鼓鑄一何勞(고주일하로) : 만물 만들어 내기가 얼마나 수고로웠을까
理以爲之主(이이위지주) : 이치로써 주장을 삼고
氣以分其曹(기이분기조) : 기운으로 그 무리를 나누었다네
少或似麟角(소혹사인각) : 적은 것은 혹 기린의 뿔 같지만
多奚趐牛毛(다해혈우모) : 많은 것은 어찌 소의 털 뿐이겠는가
仁義是膏粱(인의시고량) : 어진 마음과 의리를 고량으로 여기고
禮法爲笏袍(예법위홀포) : 예법으로 홀과 도포를 갖추었다네
粲然被天下(찬연피천하) : 빛나게 천하에 두루 입혔으니
吾生安所逃(오생안소도) : 우리 사람들 도망할 곳 어디일까

 

 

취중가(醉中歌)-이색(李穡)
취중가-이색(李穡)

先生有手探月窟(선생유수탐월굴) : 선생은 손으로 월굴을 더듬고
先生有足趍天闕(선생유족추천궐) : 선생의 발로는 천자의 궁궐에 갔다네
先生自是天帝子(선생자시천제자) : 선생은 이로부터 천계의 아들이니
意態乃與塵凡絶(의태내여진범절) : 뜻이나 태도 모두 범인과는 다르다네
遠尋妙道出羲皇(원심묘도출희황) : 멀리 깊숙한 진리를 찾아 태호복희씨에게로 나오니
瞠乎灝灝竝噩噩(당호호호병악악) : 넓고 넓도다, 엄숙한 글에도 눈을 돌렸네
旁求精義竝思軻(방구정의병사가) : 또 자사와 맹가의 정밀한 뜻도 구하니
中庸一篇眞足樂(중용일편진족락) : 중용 한 편을 참으로 즐겼다네
有時覂駕獨超群(유시봉가독초군) : 때로 말을 달려 홀로 남에게 뛰어나니
莊騷班馬如飛蚊(장소반마여비문) : 장자와 굴원, 반고와 사마천이 모두 모기떼 같았다네
先生獨笑齒久冷(선생독소치구냉) : 선생이 혼자 웃자 이가 오래 싸늘하니
孔門諸子屯如雲(공문제자둔여운) : 공문의 제자들 구름떼 같이 모였네
雖然陋巷有眞樂(수연누항유진락) : 아무리 누추한 마을에 살아도 참 즐거움은 있으니
擧世誰復希淸芬(거세수부희청분) : 온 세상에 그 누가 맑은 향기 따르리오
吾今老矣尙矍鑠(오금로의상확삭) : 이제 나는 늙었으나 오히려 건강하니
高山仰止奚云云(고산앙지해운운) : 높은 산을 우러름과 그침을 어찌 말하리
先生且歌醉中歌(선생차가취중가) : 선생은 또 취중가를 노래하니라
天地浩蕩無偏頗(천지호탕무편파) : 천지가 호탕하여 기울어짐 없었고
頭上日月如飛梭(두상일월여비사) : 머리 위엔 해와 달이 나는 북 같이 오고갔다네

 

 

자감(自感)-이색(李穡)
스스로 느끼다-이색(李穡)

無悶是聖人(무민시성인) : 고민 없는 이는 바로 성인이요
遣之賢者事(견지현자사) : 이 근심 버림이 어진 이의 할 일
戚戚以終身(척척이종신) : 근심하다가 죽으니
斯爲小人耳(사위소인이) : 이게 바로 소인의 일
我學本空疎(아학본공소) : 나의 배움 텅 비고 소홀하고
我行多乘異(아행다승이) : 내 행동은 이상한 것 많다네
有聲觸于耳(유성촉우이) : 소리가 있어 귀에 부딪치면
妄動寧復止(망동녕부지) : 망영되게 움직여 다시 어찌 그칠까
鶯語融吾神(앵어융오신) : 꾀고리울음은 내 정신을 융합시키고
蟲鳴悽我志(충명처아지) : 벌레소리는 내 생각을 처량하게 한다네
我則踐我迹(아칙천아적) : 내가 내 자취 밟아
歲月其逝矣(세월기서의) : 세월은 흘러가기만 한다네
抑戒皎如日(억계교여일) : 계율을 지킴은 해처럼 밝은 것이니
尙期無自棄(상기무자기) : 오히려 스스로 버리지 말기를 기약한다네

 

 

고의(古意)-이색(李穡)
옛 뜻-이색(李穡)

早發莫太早(조발막태조) : 일찍 가더라도 너무 일찍은 가지 말라
太早令人迷(태조영인미) : 너무 일찍하면 남을 혼돈하게 만든다
夜半便發靭(야반편발인) : 밤중에 갑자기 수레가 떠나니
前途互高低(전도호고저) : 앞 길이 서로 높낮이가 고르지 않다네
人家在何許(인가재하허) : 사람의 집들 어디쯤에 있는가
時聞林外鷄(시문임외계) : 때때로 숲 밖에서 닭의 울음 들리네
趍岐旣已迷(추기기이미) : 갈림길 당도하니 이미 희미해져서
未辨山東西(미변산동서) : 산 동쪽인지 서쪽인지 분별키 어려워지네
天明始知悔(천명시지회) : 날이 밝아서 비로소 뉘우치니
我行何栖栖(아행하서서) : 내 가는 길 어찌 이리도 바빴던가

 

 

시주가(詩酒歌)-이색(李穡)
시주가-이색(李穡)

酒不可一日無(주불가일일무) : 술은 하루도 없을 수 없고
詩不可一日輟(시불가일일철) : 시도 하루도 쉬지 못할 것이라네
仁人義士心膽苦(인인의사심담고) : 어진 사람과 의로운 선비란 본래 마음이 괴롭고
欲寫未寫絶未絶(욕사미사절미절) : 시를 쓰려 해도 쓰지 못하고 술을 끊으려도 끊지 못하네
湘魂沈沈水無波(상혼침침수무파) : 상수에 혼이 잠겨 물결도 일지 않고
蜀魂磔磔山有月(촉혼책책산유월) : 촉백이 울 때 산에는 달이 뜬다
手引深盃蒼海飜(수인심배창해번) : 손으로 깊은 잔 잡으니 창해가 기울어지는 듯
口吟長句飛電決(구음장구비전결) : 입으로 긴 글귀 읊으니 번개가 번쩍이는 듯
盡將磊落付雲虛(진장뇌락부운허) : 쾌활한 모든 회포 저 빈 구름에 부치고
不向須臾辨生滅(불향수유변생멸) : 잠시동안 죽고 사는 것 상관하지 않는다네
人間詩酒功第一(인간시주공제일) : 사람에게는 시와 술의 공이 제일 크니
多少危時保明哲(다소위시보명철) : 위태로운 때 몸 지켜준다네
酒有狂詩有魔(주유광시유마) : 술에는 광이 있고 시에는 마가 있으니
禮法不敢煩麾呵(예법불감번휘가) : 예법이 어찌 감히 번거롭게 하리오
自述名網卽樂土(자술명망즉낙토) : 명예를 멀리하면 그게 바로 천국이니
江山風月俱婆娑(강산풍월구파사) : 강산의 바람과 달과 함께 이 세상을 살리라

 

 

교동(喬洞)-이색(李穡)
교동-이색(李穡)

海門無際碧天低(해문무제벽천저) : 바다는 끝이 없고 푸른 하늘은 나직하고
帆影飛來日在西(범영비래일재서) :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돛단대 나는 듯 돌아온다
山下家家蒭白酒(산하가가추백주) : 산 아래 집집마다 흰 술 빚고
斷葱斫膾欲鷄棲(단총작회욕계서) : 파 베고 회쳐서 닭 잡으려 하는구나

 

 

동정만애(洞庭晩靄)-이색(李穡)
동정호 저녁 노을-이색(李穡)

一點君山夕照紅(일점군산석조홍) : 점처럼 작은 한 봉우리 군산에 저녁 노을 붉고
闊呑吳楚勢無窮(활탄오초세무궁) : 오나라와 초나라 땅을를살킨 듯 기세가 끝없도다
長風吹上黃昏月(장풍취상황혼월) : 불어오는 긴 바람이 황혼 녘 달을 불어 올리니
銀濁紗籠暗淡中(은탁사롱암담중) : 은 촟불 비단 등룡 아래에 은은히 비쳐드네

 

 

우암강림(雨暗江林)-이색(李穡)
비 내려 어두운 강 수풀-이색(李穡)

天低山遠樹浮雲(천저산원수부운) : 하늘 낮고 산 멀어 나무 위엔 뜬 구름
政是江天日欲曛(정시강천일욕훈) : 바로 지금 강 위로 날이 저무는구나
虎嘯猿啼愁不盡(호소원제수부진) : 호랑이 소리 원숭이 울음소리에 근심은 끝이 없고
逐臣騷客苦思君(축신소객고사군) : 쫓겨난 신하와 문인들 임금 생각에 마음 괴로워라

 

 

전가(田家)-이색(李穡)
농가-이색(李穡)

一犁微雨暗田家(일리미우암전가) : 한보지락 적은 비에 농가가 어두워지고
桃杏成林路自斜(도행성림로자사) : 복숭아 살구나무 숲으로 길이 비껴있구나
歸跨老牛蔉半濕(귀과노우곤반습) : 늙은 소 타고 돌아오니 도랑은 반쯤 젖어있고
陂塘處處泛殘花(피당처처범잔화) : 비탈 못 속에는 곳곳에 남은 꽃잎 떠있네

 

 

독좌(獨坐)-이색(李穡)
혼자 앉아-이색(李穡)

寂寂虛堂白晝長(적적허당백주장) : 쓸쓸한 빈 집에 낮은 길어
乾坤一片黑甛鄕(건곤일편흑첨향) : 천지는 한 조각 흑첨향이로구나
數聲啼鳥南風細(수성제조남풍세) : 두어 울음 새소리 들리고 남쪽이 가늘게 불고
身世悠然墮渺茫(신세유연타묘망) : 신세는 아득하여 묘망한 데 떨어지네

 

 

기동정(寄東亭)-이색(李穡)
동정에 부치다-이색(李穡)

春深門巷少經過(춘심문항소경과) : 봄 무르익은 골목에 지나는 사람 하나 없고
桃李花開落又多(도리화개락우다) : 복사꽃과 오얏꽃 피었다 떨어지는 것도 많구나
記得去年亭上坐(기득거년정상좌) : 지난 해 정자 위에 앉았던 일 기억하니
一簾疏雨酒生波(일렴소우주생파) : 발사이로 성긴 비 떨어져 술에 물결 모양 일었다네

 

 

한산팔영8(韓山八詠8)-이색(李穡)
한산팔영-이색(李穡)

雄津觀釣(웅진관조)
馬邑山橫牆(마읍산횡장) : 마읍은 산이 가로 둘렀고
雄津水漆苔(웅진수칠태) : 곰나루는 물이 이끼에 물들었구나
釣絲風裏裊(조사풍리뇨) : 낚싯줄이 바람에 흔들거리고
恰得月明回(흡득월명회) : 흡사 달이 밝아오는 것 같도다

 

 

한산팔영7(韓山八詠7)-이색(李穡)
한산팔영-이색(李穡)

鴨野勸農(압야권농)
川平原似砥(천평원사지) : 냇가는 평평하여 숫돌 같고
禾稼浩如雲(화가호여운) : 논의 벼들은 많아서 구름 같구나
太守催星駕(태수최성가) : 태수는 말을 재촉하고
巡田欲夕曛(순전욕석훈) : 밭에는 석양이 지려하는구나

 

 

한산팔영6(韓山八詠6)-이색(李穡)
한산팔영-이색(李穡)

鎭浦歸帆(진포귀범)
細雨桃花浪(세우도화랑) : 가는 비 내려 복사꽃 물결 일고
淸霜蘆葉秋(청상노엽추) : 맑은 서리에 갈대잎은 가을빛이로다
歸帆何處落(귀범하처락) : 돌아가는 돛단배 어느 곳에 머물려나
渺渺一扁舟(묘묘일편주) : 조각배는 아득히 떠간다

 

 

한산팔영5(韓山八詠5)-이색(李穡)
한산팔영-이색(李穡)


圓山戌敲(원산술고)
海嶠傳烽火(해교전봉화) : 바닷속 뾰족한 봉우리 봉화 전하는데
閭閻壓波浪(여염압파랑) : 민가에선 물결이는 것 싫어하는구나
百年無事地(백년무사지) : 백년 동안 아무 일 없던 땅인데
戍敲夕陽多(수고석양다) : 수자리 북이 어이 석양에 시끄럽게 울리는가

 

 

한산팔영4(韓山八詠4)-이색(李穡)
한산팔영-이색(李穡)

回寺高峰(회사고봉)
後嶺如三角(후령여삼각) : 뒷 고개는 삼각산 같고
前峰入半空(전봉입반공) : 앞 봉우리는 하늘로 들었구나
行舟缶鐵砭(행주부철폄) : 지나던 배 낚시를 드리우니
遮莫有狂風(차막유광풍) : 아예 미친 바람 막아서 불지않게 하여라

 

 

한산팔영3(韓山八詠3)-이색(李穡)
한산팔영-이색(李穡)

日光石壁(일광석벽)
孤石深洞(고석심동)
平野行將盡(평야행장진) : 평편한 들판 다 지나면
回峯望更高(회봉망갱고) : 돌아온 봉우리 돌아보년 다시 높아라
一區幽僻處(일구유벽처) : 한 구역 그윽하고 치우친 곳에
梵刹本來孤(범찰본래고) : 절 하나 처음부터 외로이 서 있구나

 

 

한산팔영2(韓山八詠2)-이색(李穡)
한산팔영-이색(李穡)

日光石壁(일광석벽)
崔嵬揷平野(최외삽평야) : 높다랗게 들판에 꽃혀있어
漂渺俯長天(표묘부장천) : 아득히 하늘을 굽어본다
翠壁僧窓小(취벽승창소) : 푸른 벽엔 절의 창문 조그맣고
佛燈空半懸(불등공반현) : 불등이 공중에 매달려 있다

 

 

한산팔영1(韓山八詠1)-이색(李穡)
한산팔영-이색(李穡)

崇井巖松(숭정암송)
峰頭蒼石聳(봉두창석용) : 봉우리 마루에 푸른 돌 솟아있고
松頂白雲連(송정백운연) : 소나무 끝에는 흰 구름 이어 있다
羅漢堂寥閴(나한당요격) : 절하나 적막하게 있어
居僧雜敎禪(거승잡교선) : 스님들 여기저기서 불전을 가르친다

 

 

시자손(示子孫)-이색(李穡)
자손에게-이색(李穡)

形端影豈曲(형단영기곡) : 모양 단정하면 그림자가 어이 삐뚤어질까
源潔流斯淸(원결류사청) : 근원이 깨끗하면 흐르는 물은 맑기만 하다
修身可齊家(수신가제가) : 몸을 닦아야 집안을 다스릴 수 있으며
無物由不誠(무물유불성) : 어느 물건도 정성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다
荒淫喪本性(황음상본성) : 거칠고 음란하면 본성이 사라지고
妄動傷元精(망동상원정) : 망령되게 행동하면 근본 정기가 상하느니라
所以戒自斵(소이계자착) : 그래서 스스로 제 몸 깍지 말도록 경계하노라
斵根木不榮(착근목불영) : 뿌리 깎으면 나무는 번성하지 못하고
寢席燕安地(침석연안지) : 잠 자고 편안히 노는 자리에도
天性赫然明(천성혁연명) : 타고난 성품은 언제나 뚜렷이 밝도다
奈之何忽諸(내지하홀제) : 어찌하여 소홀히 하리오
吾身所由生(오신소유생) : 내 몸이 난 곳을
或褻而玩之(혹설이완지) : 혹시라도 몸을 더럽히고 놀면
禽獸其性情(금수기성정) : 그 성품 금수와 같이 되리라
嗟嗟我子孫(차차아자손) : 아아, 내 자손들은
眎此座右銘(시차좌우명) : 이 글을 자리 옆에 두고 보아라

 

 

통주조발(通州早發)-이색(李穡)
통주에서 일찍 떠나-이색(李穡)

鐘動樓門曉色明(종동누문효색명) : 종소리 누각 문에 울리니 새벽빛 밝아지고
獨鞭嬴馬問前程(독편영마문전정) : 홀로 여윈 말에 채찍질하며 앞길을 묻는다
半空白塔見雲影(반공백탑견운영) : 반공에 솟은 흰 탑에는 구름의 그림자 보이고
一曲碧江聞棹聲(일곡벽강문도성) : 한 굽이 푸른 강에는 뱃노래 소리 들려온다
東北山含王氣壯(동북산함왕기장) : 동북쪽 산은 왕기 머금어 장대하고
西南地拱帝都平(서남지공제도평) : 서남쪽 땅은 왕도를 끼고 평평하구나
檣烏接翅桃花漲(장오접시도화창) : 돛대의 까마귀 날개를 맞대고 복사꽃은 물결에 흐르는데
穩送番商入鳳城(온송번상입봉성) : 장사꾼들은 편안히 실려 봉성으로 들어가는구나

 

 

판교(板橋)-이색(李穡)
판교-이색(李穡)

板橋江畔草如煙(판교강반초여연) : 판교 강가에 풀은 안개처럼 우거졌
落盡寒潮近午天(낙진한조근오천) : 차가운 조숫물 떨어지니 낮이 가깝도다
隔岸小舟呼不應(격안소주호불응) : 언덕 너머 작은 배는 불러도 대답 없고
漁人分去賣魚錢(어인분거매어전) : 어부들은 생선 판 돈 나누어 돌아가는구나

 

 

한풍3(寒風3)-이색(李穡)
찬 바람-이색(李穡)

寒風西北來(한풍서북래) : 찬 바람 서북에서 불어와
漸見層陰結(점견층음결) : 점점 두터운 음기 쌓인다
坐知風勢闌(좌지풍세란) : 앉아서 풍세 요란한 것 듣겠고
又是天欲雪(우시천욕설) : 또 하늘에선 눈이 내리려 하는구나
須曳舞萬鶴(수예무만학) : 잠간동안에 수 많은 학이 춤을 추니
變化眞一瞥(변화진일별) : 변화란 참으로 눈 깜짝할 사이로구나
閉戶獨微吟(폐호독미음) : 문 닫고 홀로 고요히 글을 읊으니
途中車軸折(도중거축절) : 길에서는 수레 굴대가 꺾어지는구나
時聞楚石琴(시문초석금) : 때때로 초석금 소리를 들으며
焚香更淸絶(분향갱청절) : 향불을 피우니 한결 맑고 깨끗해지는구나

 

 

한풍2(寒風2)-이색(李穡)
찬 바람-이색(李穡)

寒風西北來(한풍서북래) : 찬 바람 서북에서 불어와
日夜吹不休(일야취불휴) : 밤낮으로 쉬지 않고 불어온다
雲飛碧空濶(운비벽공활) : 구름이 날아 푸른 하늘 드넓고
樹木聲颼颼(수목성수수) : 나무 소리만 우수수 들려온다
早衙有公事(조아유공사) : 관청에 공사가 있어
策馬披重裘(책마피중구) : 말 채찍질하여 겹 갖옷 입고 달려간다
武夫喝官途(무부갈관도) : 무관은 도로에서 벽제소리 내는데
心中焦百憂(심중초백우) : 마음속에는 백 가지 근심에 초조하기만 하다
何如日三丈(하여일삼장) : 어떠하리오, 해가 세 길이나 높이 올라
徐起猶蓬頭(서기유봉두) : 천천히 일어나 머리도 빚지 않고 있다네

 

 

한풍(寒風1)-이색(李穡)
찬 바람-이색(李穡)

寒風西北來(한풍서북래) : 찬 바람 서북에서 부니
客子思故鄕(객자사고향) : 나그네 고향 생각에 잠기네
悄然共長夜(초연공장야) : 쓸쓸히 긴 밤 함께하니
燈光搖我床(등광요아상) : 등불은 내 책상 둘러 흔드네
古道已云遠(고도이운원) : 옛 도리는 이미 멀어지고
但見浮雲翔(단견부운상) : 다만 뜬구름만 날고있구나
悲哉庭下松(비재정하송) : 슬프도다, 뜰 아래 소나무
歲晩逾蒼蒼(세만유창창) : 날이 늦어 더욱 푸르고 푸르러라
願言篤交誼(원언독교의) : 원컨대 사귀는 정이 도타우니
善保金玉相(선보금옥상) : 금옥같은 모습 잘 보전하소서

 

 

봉기백부(奉寄伯父)-이색(李穡)
받들어 백부님에게-이색(李穡)

西風昨夜入庭柯(서풍작야입정가) : 서풍이 어젯밤 뜰앞 나뭇가지에 불어와
回首思鄕可若何(회수사향가약하) : 머리 돌려 고향 생각하는 마음 그 어떠하리오
藍蒲蓴絲飛醉席(람포순사비취석) : 남포의 순나물 술취한 자리에 나돌고
鎭江秋色滿漁衰(진강추색만어쇠) : 진강의 가을빛 어부의 도롱이에 가득하도다
兄弟無故歡情足(형제무고환정족) : 아우와 형 무고하니 기쁜 마음 만족하고
父老相從樂事多(부로상종낙사다) : 부모님들 서로 만나 즐거운 일 많도다
獨恨遠遊心況惡(독한원유심황악) : 멀리 있는 마음 나쁜 것 홀로 한스러워
黃塵昧目語音訛(황진매목어음와) : 누른 먼지에 눈 흐리고 말 소리도 변했도다

 

 

신우숭덕사(新寓崇德寺)-이색(李穡)
새로 숭덕사에 살면서-이색(李穡)

千車萬馬九街頭(천거만마구가두) : 천만 수레와 말들이 가득한 거리
咫尺祗林境自幽(지척지림경자유) : 지척의 숲은 너무도 고요하다
枸杞暎堦紅欲滴(구기영계홍욕적) : 구기꽃 섬돌에 비쳐 붉게 물방울 지려하는데
葡萄滿架翠如流(포도만가취여류) : 시렁에 가득한 포도 흘러내릴 듯 푸르다
僧窓寄食前生事(승창기식전생사) : 중의 방에 기식하며 사는 일 생전의 일인가
客枕思親半夜愁(객침사친반야수) : 나그네 누워서도 부모님 생각에 밤을 설친다
屈指歸軒今到未(굴지귀헌금도미) : 손꼽아 돌아갈 생각하나 오늘도 가지 못 하고
鎭江煙雨滿漁舟(진강연우만어주) : 진강의 안개비 고깃배에 가득하다

 

 

천수절입근대명전(天壽節入覲大明殿)-이색(李穡)
천수절에 대명전에 들어가 뵈다-이색(李穡)

大闕明堂曉色寒(대궐명당효색한) : 대궐 명당에는 아직 새벽빛 싸늘하고
旌旗高拂玉闌干(정기고불옥란간) : 깃발은 높게 옥난간에 펄럭이네
雲開寶座聞天語(운개보좌문천어) : 보좌에 구름문 열리다 임금님 목소리 들리고
春滿金色奉聖歡(춘만금색봉성환) : 술잔에 봄빛 가득채워 임금님 기쁨 받드네
六合一家堯日月(육합일가요일월) : 온 세상 한집이니 요순임금때의 해와 달이요
三呼萬歲漢衣冠(삼호만세한의관) : 세 번 만세 부르니 한나라의 의관일네
不知身世今安在(부지신세금안재) : 이 몸 지금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겠으니
恐足靑冥控紫雲(공족청명공자운) : 아마도 내 발은 하늘에 자색 구름 타고 있는 듯하네

 

 

曉雨(효우)-李穡(이색)
새벽비-李穡(이색)

淸晨小雨酒茅簷(청신소우주모첨) : 맑은 새벽 보슬비 내려 처마를 적시니
客興悠然白柄鑱(객흥유연백병참) : 나그네 흥취 아득히 흰 자루의 보습에 쏠리네.
江上平田煙漠漠(강상평전연막막) : 강 위의 평평한 밭에는 안개 자욱하고
山崖細逕草纖纖(산애세경초섬섬) : 산언덕 작은 길에는 풀만 숭숭 돋아있네.
載花侯館初開塢(재화후관초개오) : 꽃 싣는 집에선 언덕 먼저 열고
沽酒詩家欲典衫(고주시가욕전삼) : 술 사와 시 짓는 집에서는 옷을 전당잡히려한다
最是病夫謀口腹(최시병부모구복) : 나는 곧 병든 몸이라 몸 생각하여
海天歸思滿歸帆(해천귀사만귀범) : 바다로 돌아올 생각이 가는 배에 가득하다

 

 

讀杜詩(독두시)-李穡(이색)
두보의 시를 읽고-李穡(이색)

錦里先生豈是貧(금리선생기시빈) : 금리선생 두보는 어찌 이다지도 가난한가
桑麻杜曲又回春(상마두곡우회춘) : 두릉의 뽕나무 삼나무 밭에 또 봄이 찾아왔네.
鉤簾丸藥身無病(구렴환약신무병) : 발을 내리고 환약지으니 몸에는 병 없고
畵紙敲針意更眞(화지고침의갱진) : 종이에 바둑판 그리고 바늘 두들겨 낚시 바늘 만드니 그 마음 참되도다.
傀値亂雜增節義(괴치난잡증절의) : 우연히 난리 만나 절의를 저할지언정
肯因衰老損精神(긍인쇠로손정신) : 뇌하고 늙었다고 정신의 덜어지랴
古今絶唱誰能繼(고금절창수능계) : 고금의 절창을 누가 이어갈건가
賸馥殘膏丐後人(승복잔고개후인) : 남은 향기 남은 고름 후세 사람들 빌리리라.

 

 

東山(동산)-李穡(이색)
동산-李穡(이색)

東山高頂立移時(동산고정립이시) : 동산 높은 꼭대기에 오래도록 서있으니
思入鴻濛自不知(사입홍몽자부지) : 생각이 몽롱해 나도 모르겠노라
飛鳥片雲俱縹渺(비조편운구표묘) : 날아가는 새와 구름 모두 아득하고
連岡斷壟自逶迤(연강단롱자위이) : 잇닿은 멧부리와 끊어진 언덕들 모두가 구불구불하네.
秋風老杜破茅屋(추풍노두파모옥) : 가을바람에 두보는 지붕이 부서지고
落日山公倒接罹(낙일산공도접리) : 지는 해에 산간 공은 두건을 거꾸로 썼다네.
畎畝忘君非我志(견무망군비아지) : 임금 잊고 밭에 사는 것이 내 뜻 아니니
更將餘力念安危(갱장여력염안위) : 다시 장차 남은 힘으로 나라의 안위를 생각하리.

 

 

遣懷(견회)-李穡(이색)
마음을 달래다-李穡(이색)

倏忽百年半(숙홀백년반) : 너무 빠른 반 백 년 동안을
蒼黃東海隅(창황동해우) : 황망히 동해 구석진 곳에 살았네.
吾生元跼蹐(오생원국척) : 우리들의 삶은 원래 구속되고
世路亦崎嶇(세로역기구) : 세상길 또한 기구하여라.
白髮或時有(백발혹시유) : 흰 머리 때때로 생기나니
靑山何處無(청산하처무) : 푸른 산이 어느 곳인들 없으리.
微吟意不盡(미음의부진) : 가늘게 시를 읊어보나 마음 흡족치 않아
兀坐似枯株(올좌사고주) : 오똑히 앉은 내 모습이 마른 나무 같구나.

 

 

偶吟(우음)-李穡(이색)
우연히 읊다-李穡(이색)

桑海眞朝暮(상해진조모) : 상전벽해도 아침저녁의 일
浮生況有涯(부생황유애) : 덧없는 인생 하물며 끝이 있음에야
陶潛方愛酒(도잠방애주) : 도잠은 술을 좋아했고
江摠未還家(강총미환가) : 강총은 아직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네.
小雨山光活(소우산광활) : 가랑비 내려 산 빛은 살아나고
微風柳影斜(미풍류영사) : 미풍은 버들그림자를 쓸어내리네.
句回還遊意(구회환유의) : 마음을 굽혀 돌아와 놀고 싶어
獨坐賞年華(독좌상년화) : 홀로 앉아 한해의 화려한 풍경을 즐긴다.

 

 

夜吟(야음)-李穡(이색)
밤에 읊다-李穡(이색)

行年已知命(행년이지명) : 내 나이 이미 오십
身世轉悠哉(신세전유재) : 신세가 갈수록 망연하구나.
細雨燈前落(세우등전락) : 등잔 앞으로 가랑비 내리고
名山枕上來(명산침상래) : 산은 베개머리 앞으로 다가온다.
憂時知杞國(우시지기국) : 때를 근심하니 기나라 사람 마음 알겠고
請始有燕臺(청시유연대) : 시작을 청할 일에는 연나라 소왕의 누대가 있구나.
恰到俱忘處(흡도구망처) : 내 나이 모든 것을 잊는 처지에 이르니
心原冷欲灰(심원냉욕회) : 마음 차갑기가 재와 같구나.

 

 

訪蜜城兩朴先生還京(방밀성양박선생환경)-李穡(이색)
밀성 두 박선생을 방문하고 서울로 돌아오다-李穡(이색)

碧桃花下月黃昏(벽도화하월황혼) : 푸른 복사꽃 아래, 황혼녘의 달
爭換長條雪灑樽(쟁환장조설쇄준) : 다투어 긴 가지 잡으니 꽃잎은 눈처럼 술잔에 떨어진다.
當日回遊幾人在(당일회유기인재) : 그날 같이 놀던 사람 몇 사람이나 남았는지
自怜攜影更鼔門(자령휴영갱고문) : 그림자 이끌며 다시 문 두드려 보는 내가 가련하여라.

 

 

絶句(절구)-李穡(이색)
절구-李穡(이색)

玉堂高處絶塵埃(옥당고처절진애) : 옥당 높은 곳엔 먼지도 없는데
白日淸風動綠槐(백일청풍동녹괴) : 대낮에 맑은 바람 푸 느티나무 흔든다
一揖長官終日坐(일읍장관종일좌) : 장관에게 한 번 인사하고 종일 앉아있어도
數聲啼鳥滿庭苔(수성제조만정태) : 몇 마디 새소리 들리고, 뜰에는 이끼만 가득하다

 

 

寄東亭(기동정)-李穡(이색)
동편 정자에 부쳐-李穡(이색)

春深門巷少經過(춘심문항소경과) : 봄 깊은 골목길 지나는 사람 드물고
桃李花開落又多(도리화개락우다) : 복숭아꽃, 오얏꽃 피고, 떨어지는 것도 많구나.
記得去年亭上坐(기득거년정상좌) : 기억나노니, 작년 정자 위에 와 앉았을 때
一簾疎雨酒生波(일렴소우주생파) : 주렴 사이 성긴 빗방울로 술잔에 파문 인 것을

 

 

感春(감춘)-李穡(이색)
봄날에-李穡(이색)

花今衰未問來人(화금쇠미문래인) : 지금 꽃이 시들었지 오는 이에게 묻노니
恐是城中別有春(공시성중별유춘) : 성 안에는 봄이 따로 있을까
步上東山還大笑(보상동산환대소) : 걸어서 동산에 올라 오히려 크게 웃노니
東君何處着嫌親(동군하처착혐친) : 봄이 어느 곳엔들 친하고 친하지 않을까

 

 

漢浦弄月(한포농월)-李穡(이색)
한포에서 달을 노래함-李穡(이색)

日落沙逾白(일락사유백) : 해가 지니 모래사장 더욱 희고
雲移水更靑(운이수갱청) : 구름이 지나가니 강물은 더욱 푸르다
高人弄明月(고인농명월) : 도인은 밝은 달을 노래하고
只吹紫鸞笙(지취자란생) : 나는 다만 자란생 피리를 분다

 

 

讀杜詩(독두시)-李穡(이색)
두보 시를 읽으며-李穡(이색)

操心如孟子(조심여맹자) : 마음 지키기는 맹자 같고
紀事如馬遷(기사여마천) : 역사 다루기는 사마천이라
文章振厥聲(문장진궐성) : 문장으로 명성을 떨치고
惻怛全爾天(측달전이천) : 인자한 마음은 그의 천성이요
法服坐廊廟(법복좌낭묘) : 조정의 일에는 원칙 그대로
禮樂趨群賢(예악추군현) : 예약에도 여러 성현 본닫았네
門墻高數仞(문장고수인) : 쌓은 경지 높아서 몇 길 담장 높이어서
後來徒比肩(후래도비견) : 뒷사람들 다만 어깨 높이만 겨룰 뿐이라네
何曾望堂奧(하증망당오) : 어찌 집안 그윽한 곳을 들려다 볼 수 있으리
矯首時茫然(교수시망연) : 고개를 고쳐들어 봐도 아득하기만 하네

 

 

夜雨(야우)-李穡(이색)
밤비-李穡(이색)

夜雨空階滴不休(야우공계적불휴) : 빈 뜰에 밤비 내려 그치지 아니하고
疾餘情興轉悠悠(질여정흥전유유) : 병이 난 후라 마음이 더욱 아득하여라
神仙已遠誰靑骨(신선이원수청골) : 신선은 이미 먼데 그 누가 신선이며
天地無窮我白頭(천지무궁아백두) : 천지는 무궁한데 백발이 다 되었네
頗信殘年如上瀨(파신잔년여상뢰) : 여생을 생각하니 세월은 여울물 같이 빨리
可憐當日欲東周(가련당일욕동주) : 가련하다, 당시에 동방의 주나라를 꿈꾸었다니
祗今心跡誰能辨(지금심적수능변) : 지금의 내 마음 그 누가 알까
高臥元龍百尺樓(고와원룡백척루) : 월룡의 백 척 누대에 높이 누워있소

 

 

秋日(추일)-李穡(이색)
어느 가을날-李穡(이색)

曉上高樓獨自憑(효상고루독자빙) : 이른 새벽 높은 누각에 올라 홀로 서니
白雲靑嶂共層層(백운청장공층층) : 흰 구름, 푸른 산이 모두 층층이네
一庭雨遇苔逾長(일정우우태유장) : 뜰에 비 내려 이끼 더욱 불어나고
勇里天晴日又昇(용이천청일우승) : 하늘이 개이더니 해가 떠오르네
膽氣崢嶸身老大(담기쟁영신노대) : 기백은 높은데 몸은 늙었고
顔客枯槁鬂鬅鬠(안객고고빈붕괄) : 얼굴은 마르고 수염은 희구나
乾坤幾度秋風起(건곤기도추풍기) : 가을바람 부는데, 천지는 몇 번이나 바뀌었나
回首江東憶李鷹(회수강동억이응) : 머리를 강동으로 돌려 이응을 생각하네

 

 

復作絶句(부작절구)-李穡(이색)
다시 절구를 짓다-李穡(이색)

絶壁飛湍雪灑矼(절벽비단설쇄강) : 절벽엔 여울물 튀고, 다리에 눈 내리고
氷消春水漲驪江(빙소춘수창려강) : 얼음 녹은 봄물 여강에 출렁이네
高人獨坐扁舟去(고인독좌편주거) : 처사가 혼자 앉아 배타고 떠나니
無數靑山自滿牕(무수청산자만창) : 무수한 푸른 산들 선창을 스쳐가네

 

 

春晩(춘만)-李穡(이색)
늦은 봄날-李穡(이색)

春晩南城翩綠蕪(춘만남성편녹무) : 늦은 봄 남쪽 성안, 여기저기 풀 무성하고
寂寥庭宇鳥相呼(적요정우조상호) : 적막한 뜰에는 새들만 지저기네
天陰欲雨連山暗(천음욕우연산암) : 흐려져 비 내리려 하니 온 산이 어두워지고
花落猶風掃地無(화락유풍소지무) : 꽃은 져도 바람 불어 땅을 쓸어버리네
放膽幾年揮筆札(방담기년휘필찰) : 호방하게 붓 휘두르기 몇 년이던가
乞身何日向江湖(걸신하일향강호) : 핑계하고 고향 갈 날, 그 어느 해인가
古來豪傑能經世(고래호걸능경세) : 고래로 영웅호걸 세상일 가벼이 여겼거늘
自笑區區一腐儒(자소구구일부유) : 나 구차한 일 개 썩은 선비임이 부끄러워라

 

 

小雨(소우)-李穡(이색)
가랑비-李穡(이색)

細雨濛濛暗小村(세우몽몽암소촌) : 보슬비 보슬보슬 마을은 어둑하고
餘花點點落空圜(여화점점낙공환) : 남은 꽃들 여기저기 빈 뜰에 떨어진다
閑居剩得悠然興(한거잉득유연흥) : 한가히 사노라니 여유로운 이 멋
有客開門去閉門(유객개문거폐문) : 손님 오면 문 열고, 손님 가면 문 닫네

 

 

漢浦弄月(한포농월)-李穡(이색)
한포에 달을 읊다-李穡(이색)

日落沙遊白(일낙사유백) : 해 지니 모래 벌 더욱 희고
雲移水更淸(운이수갱청) : 구름 지나가니 물 빛 다시 맑구나
高人弄明月(고인농명월) : 고매한 사람 밝은 달 즐기나니
只欠紫鸞笙(지흠자난생) : 지금 이 시간 피리소리 없어 아쉬워라

 

 

浦歸帆(진포귀범)-李穡(이색)
진포로 돌아오는 배-李穡(이색)

細雨桃花浪(세우도화랑) : 보슬비에 복사꽃 물결일고
淸霜蘆葉秋(청상로엽추) : 맑은 서리에 갈대 핀 가을
歸帆何處落(귀범하처낙) : 포구로 돌아오는 저 배는 어느 곳에 닿을까
渺渺一片舟(묘묘일편주) : 아득히 조각배 떠있네

 

 

잠부(蠶婦)-이색(李穡)
누에치는 아낙네-이색

城中蠶婦多(성중잠부다) : 성안에 누에치는 아낙네들 많고
桑葉何其肥(상엽하기비) : 뽕잎은 어찌 그리 두터운지
雖云桑葉少(수운상엽소) : 뽕잎이 적다고 말들은 많으나
不見蠶苦飢(不見蠶苦飢) : 누에치기의 고통과 굶주림은 보지도 않네
蠶生桑葉足(잠생상엽족) : 누에가 생길 때에는 뽕잎이 충분했는데
蠶大桑葉稀(蠶大桑葉稀) : 커지니 뽕잎도 부족해지네
流汗走朝夕(유한주조석) : 아침저녁 땀을 흘려 일 해도
非緣身上衣(非緣身上衣) : 자신의 옷감은 결코 아니라네

 

 

부벽루(浮碧樓)-이색(李穡)
부벽루에서-이색

昨過永明寺(작과영명사) ;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暫登浮碧樓(잠등부벽루) ; 잠시 부벽루에 오르니
城空一片月(성공일편월) ; 성은 비어 있고 하늘엔 조각달
石老雲千秋(석노운천추) ; 돌은 오래 묶고 구름은 천년을 떠도네
麟馬去不返(린마거불반) ; 임금 탄 기린마는 한번 떠나 돌아오지 않고
天孫何處遊(천손하처유) ; 임금은 지금 어느 곳에 놀고 있는가
長嘯倚風磴(장소의풍등) ; 길게 휘파람 불며 바람 부는 비탈에 서니
山靑江自流(산청강자류) ; 산은 푸르고 강물은 절로 흐르네

 

 

'한국 漢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언적(李彦迪)  (0) 2015.03.11
이숭인(李崇仁) 다수  (0) 2015.03.11
이매창(李梅窓) 다수  (0) 2015.03.11
李德懋(이덕무;1741-1793) 다수  (0) 2015.03.11
이달(李達) 다수  (1) 201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