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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李德懋(이덕무;1741-1793) 다수

이덕무 李德懋

1741(영조 17) 서울~ 1793(정조 17).
조선 후기의 실학자.

규장각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서적을 정리·교감했고, 고증학을 바탕으로 한 많은 저서를 남겼다.

본관은 전주. 자는 무관(懋官), 호는 아정(雅亭)·청장관(靑莊館)·형암(炯庵)·영처(嬰處)·동방일사(東方一士). 아버지는 통덕랑(通德郞) 성호(聖浩)이다. 서자로 태어났다.

 어려서 병약하고 집안이 가난하여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으나, 총명하여 가학(家學)으로 문리(文理)를 터득했다.

약관의 나이에 박제가(朴齊家)·유득공(柳得恭)·이서구(李書九)와 함께 〈건연집 巾衍集〉이라는 시집을 내어 문명을 중국에까지 떨쳤다.

이후 박지원(朴趾源)·박제가·홍대용(洪大容)·서이수(徐理修) 등 북학파 실학자들과 교유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또한 고염무(顧炎武)·주이존(朱彛尊)·서건학(徐乾學) 등 중국 고증학파의 학문에 심취하여, 당대의 고증학자였던 이만운(李萬運)에게 지도를 받았다.

1778년(정조 2) 사은 겸 진주사(謝恩兼陳奏使) 심염조(沈念祖)의 서장관으로 청의 연경(燕京)에 갔다. 이때 기균(紀均)·당악우(唐樂宇)·반정균(潘庭均)·육비(陸飛)·엄성(嚴誠)·이조원(李調元)·이정원(李鼎元)·이헌교(李憲喬)·채증원(蔡曾源) 등 당대의 석학들과 교유했다.

돌아올 때 그곳의 산천·도리(道理)·궁실·누대(樓臺)·초목·충어(蟲魚)·조수(鳥獸)에 이르는 기록과 함께 많은 고증학 관계 서적을 가지고 왔는데, 이것은 그의 북학론 발전에 큰 보탬이 되었다.

1779년 박제가·유득공·서이수 등과 함께 초대 규장각 외각검서관(外閣檢書官)이 되었다.

근면하고 시문에 능했던 그는 규장각 경시대회에서 여러 차례 장원하여 1781년 내각검서관(內閣檢書官)이 되었으며, 사도시주부·사근도찰방·광흥창주부·적성현감 등을 거쳐 1791년 사옹원주부가 되었다.

그는 규장각의 도서편찬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대전회통〉·〈규장전운 奎章全韻〉·〈기전고 箕田攷〉·〈도서집성〉·〈국조보감〉·〈규장각지〉·〈홍문관지〉·〈검서청기 檢書廳記〉·〈시관소전 詩觀小傳〉·〈송사전 宋史筌〉 등을 정리·교감했다.

1793년 병사했는데, 정조는 그의 공적을 기념하여 장례비와 유고집인 〈아정유고 雅亭遺稿〉의 간행비를 내렸다. 서화(書畵)에도 능했다.

저서로는 〈영처시고 嬰處詩稿〉·〈이목구심서 耳目口心書〉·〈기년아람 紀年兒覽〉·〈사소절 士小節〉·〈영처문고 嬰處文稿〉·〈청비록 淸脾錄〉·〈뇌뢰낙락서 磊磊落落書〉·〈영처잡고 嬰處雜稿〉·〈관독일기 觀讀日記〉·〈앙엽기 盎葉記〉·〈입연기 入燕記〉·〈열상방언 洌上方言〉·〈예기고 禮記考〉·〈편찬잡고 編纂雜稿〉·〈협주기 峽舟記〉·〈천애지기서 天涯知己書〉·〈한죽당수필 寒竹堂隨筆〉 등이 있다.

 

 

 

 

秋風詞1(추풍사1)-李德懋(이덕무;1741-1793)
가을바람의 노래-李德懋(이덕무)

秋風淅淅兮雁巳來(추풍석석혜안사래) : 기러기 날아오고 가을 바람 살랑살랑 부는데
天 雲淨兮梧葉 (천활운정혜오엽최) : 오동잎 떨어지고 광활한 하늘에 구름은 맑아라
節屆高秋兮黃華開(절계고추혜황화개) : 국화꽃 피어 절후는 구월인데
我心卽閒兮登彼臺(아심즉한혜등피대) : 내 마음 한가하니 저 누각에 오르고 싶어라

 

 

秋夜吟(추야음)-李德懋(이덕무)

寒 入戶鳴(한공입호명) : 가을 귀뚜라미 문에 들어 우는구나.
野泉穿竹響(야천천죽향) : 들녁의 샘물은 대숲 뚫고 소리내어 흐르고
村火隔林明(촌화격림명) : 고을에는 등불이 숲 사이로 밝아지네
山月三更吐(산월삼경토) : 봉우리는 밤 깊어 달 토하고
江風十里淸(강풍십리청) : 긴 강에 바람은 십리 먼 곳까지도 맑도나.
夜 星斗燦(야란성두찬) : 밤이 깊어 별빛 찬란한데
玉宇雁群橫(옥우안군횡) : 창공에 기러기 떼 비끼어 날아간다.

 

 

中秋月2(중추월2)-李德懋(이덕무;1741-1793)
한가위 달-李德懋(이덕무)

中秋雲路淨(중추운로정) : 한가위라 구름 길 깨끗하고
皎皎一輪圓(교교일륜원) : 바퀴 같이 둥근 달 희기도 하여라
逸興只輸筆(일흥지수필) : 흥겨우면 붓을 대고
耽看不用錢(탐간부용전) : 탐내어 보아도 돈도 들지 않는구나
穿簾光?碎(천염광?쇄) : 주렴으로 들어온 빛 부셔져
入戶影姸娟(입호영연연) : 창에 들면 그림자 곱기도 하다
遮莫須臾玩(차막수유완) : 잠간 만이라도 방해 말아라
今宵隔一年(금소격일년) : 오늘 같은 밤은 또 일 년 뒤라야 하네.

 

 

中秋月1(중추월1)-李德懋(이덕무;1741-1793)
한가위 달-李德懋(이덕무)

端正中秋月(단정중추월) : 단정한 저 한가위 달
姸姸掛碧天(연연괘벽천) : 곱게도 창공에 걸려 있구나
淸光千里共(청광천리공) : 맑 빛 천 리 밖에도 같고
寒影十分圓(한영십분원) : 찬 그림자 다 둥글었구나
賞玩唯今夜(상완유금야) : 그윽한 구경도 이 밤뿐
看遊復隔年(간유부격년) : 다사 보려면 한 해가 지나야 되는구나
乾坤銀一色(건곤은일색) : 천지가 하나같이 은빛
常恐落西邊(상공락서변) : 혹 서산에 떨어질까 두려워라.

 

 

馳筆次袁小修集中韻2(치필차원소수집중운2)-李德懋(이덕무)
원소수집중의 운자로 붓을 달려 차운하다-李德懋(이덕무)

雲呈異態緣蒸暑(운정이태연증서) : 찌는 듯 한 여름날에 구름은 온갖 모양 그리고
樹變深蒼待抹霜(수변심창대말상) : 나무는 짙푸러져 서리 맞아 떨어질 것만 기다리네.
有佛瞳中觀小劫(유불동중관소겁) : 눈 안에 부처있어 짧은 한 세상 바라보니
方來現在霎時香(방래현재삽시향) : 저승일 이승일 모두 삽시간의 일이네.

 

 

馳筆次袁小修集中韻1(치필차원소수집중운1)-李德懋(이덕무)
원소수집중의 운자로 붓을 달려 차운하다-李德懋(이덕무)

疴餘試腕寫叢篁(아여시완사총황) : 앓고 난 뒤 팔 힘 시험해 보려 대나무 단을 옮겨보니
幽事相乃靜却忙(유사상내정각망) : 한가한 일만 있으니 조용한 것이 도리어 탈이네
晶果逢秋能效用(정과봉추능효용) : 익은 과일은 가을이 되니 다 가치가 있어
韻禽乘夕盡求藏(운금승석진구장) : 운치 있는 새들 저녁이라 다 보금자리 찾아드네.

 

 

田舍雜詠(전사잡영)-李德懋(이덕무)
시골집에서 이것저것 읊어보다-李德懋(이덕무)

帶葉籬根臥牸黃(대엽리근와자황) : 나뭇잎 둘러진 울타리 아래에 암소는 누워있고
天晴魄魄打禾床(천청백백타화상) : 맑은 날 삐걱삐걱 볏단을 두드리네.
酣霜雜果勻丹漆(감상잡과균단칠) : 서리 맞은 온갖 과일 울긋불긋 익고
哢旭寒鳥迭角商(롱욱한조질각상) : 아침 해 농락하는 새, 궁상각치우 소리로 번갈아 우네.
聯絡田塍蛛布網(연락전승주포망) : 잇닿은 밭두둑 거미줄인 듯 올망졸망하고
附離隣落蠣粘房(부이인락려점방) : 이웃 마을들은 귤껍질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네.
羈愁試逐田翁飮(기수시축전옹음) : 나그네 수심 쫓으려 촌로와 술을 마시니
耳熱楓間我酒狂(이열풍간아주광) : 단풍 사이에 선 나, 귀 붉어진 술 미치광이네

 

 

題田舍2(제전사2)-李德懋(이덕무)
시골집-李德懋(이덕무)

葦影幡幡奴雁駭(위영번번노안해) : 갈대 그림자 하늘하늘 기러기 놀라고
禾聲瑟瑟婢魚紛(화성슬슬비어분) : 벼 흔들리는 소리 살랑살랑, 쏘가리는 여기저기
山南欲遂誅茅計(산남욕수주모계) : 산 남쪽에서 초가 짓고 살고 싶어
願向田翁許半分(원향전옹허반분) : 늙은 농부 향에게 절반만 나누어 팔아주기를 바라네.

 

 

題田舍1(제전사1)-李德懋(이덕무)
시골집-李德懋(이덕무)

荳穀堆邊細逕分(두곡퇴변세경분) : 콩깍지더미 옆 작은 길 나누어지고
紅暾稍遍散牛群(홍돈초편산우군) : 붉은 해 솟으니 소 떼는 여기저기로 흩어지네
娟靑欲染秋來峀(연청욕염추래수) : 산 아래 가을 하늘을 고운 푸른빛으로 물들이려니
秀潔堪餐霽後雲(수결감찬제후운) : 빼어나게 깨끗한 하늘에 비 갠 뒤 구름을 먹고 싶어라

 

 

廣州途中2(광주도중2)-李德懋(이덕무)
광주로 가는 중에-李德懋(이덕무)

草際蹣跚輸稻馬(초제반산수도마) : 잡초 가에 어기적거리는 것은 벼단 나르는 말
楓中繙繂負芻人(풍중번률부추인) : 단풍 속에 부석거리는 것은 나무하는 사람
吾行未必愁羈旅(오행미필수기려) : 나의 여장 반드시 근심스런 나그네 신세만은 아니니
現了關荊畵裏身(현료관형화리신) : 지금 나는 관동과 형호의 그림 속에 있는 듯하네.
聞京報走筆別親舊(문경보주필별친구)-宋翼弼(송익필)

 

 

廣州途中1(광주도중1)-李德懋(이덕무)
광주로 가는 중에-李德懋(이덕무)

指點鞭梢問俗頻(지점편초문속빈) : 말채찍으로 가리키며 풍속을 자주 묻노니
鳥飛盡處誰訛隣(조비진처수와린) : 새가 날아가는 저곳이 누구의 동내인가
仄暉山忽雄黃潑(측휘산홀웅황발) : 기우는 햇빛에 문득 산의 웅대한 누른 빛 뿌리고
冷暈天將卵色皴(냉훈천장란색준) : 차가운 햇무리에 하늘은 오리 알 색 준법을 보인다

 

 

果川道中2(과천도중2)-李德懋(이덕무)
과천가는 길에서-李德懋(이덕무)

松堠何爵頭加帽(송후하작두가모) : 솔 이정표 장승은 무슨 벼슬, 머리에 모자 얹고
石佛雖男口抹朱(석불수남구말주) : 돌부처는 남자이나 입술에 연지 발랐네.
催策蹇驢斜照斂(최책건려사조렴) : 해는 저물어 저는 나귀 채찍 치니
千宮南畔是官途(천궁남반시관도) : 외양간 남쪽이 바로 큰 길이니라.

 

 

果川道中1(과천도중1)-李德懋(이덕무)
과천가는 길에서-李德懋(이덕무)

田家秋物眼甚娛(전가추물안심오) : 시골의 가을 풍물에 눈이 즐거워
豌豆纖長薥黍麤(완두섬장촉서추) : 완두는 가늘게 자라고 접시꽃과 기장은 거칠구나
雅舅受霜光欲映(아구수상광욕영) : 아구새는 아침 이슬 받아 빛나고
雁奴辭冷影初紆(안노사냉영초우) : 기러기가 찬 곳을 피하니 그림자가 굽어진다

 

 

舟中望浮碧樓時雨盆密(주중망부벽루시우분밀)-李德懋(이덕무)
배안에서 부벽루를 바라보니 비가 더 짙게 보이다-李德懋(이덕무)

浮碧樓稜轉(부벽루릉전) : 부벽루 모퉁이를 돌아드니
模糊辦柱丹(모호판주단) : 희미한 기둥이 불그레하다
乍逢閒步鷺(사봉한보로) : 한가히 걷는 해오라기 잠깐 보니
凝想靜居龍(응상정거룡) : 조용하게 살고 있을 용을 상상해본다
孤廓迎潮整(고곽영조정) : 외로운 성은 일제히 밀려오는 밀물을 맞고
亂帆入雨濃(난범입우농) : 여기저기 돛배들 심한 빗속으로 들어온다
靑靑綾島麥(청청릉도맥) : 푸릇푸릇한 능라도의 보리
停掉羨明農(정도선명농) : 노젓기를 멈추고 농사일을 부러워한다.

 

 

素玩亭春集(소완정춘집)-李德懋(이덕무)
소완정 봄 모임-李德懋(이덕무)

每愛西隣靜(매애서린정) : 서편 마을의 고요함이 좋아
冷然雨共尋(냉연우공심) : 차갑게 비 내리는 날 함께 찾으니
散襟嫌薄暖(산금혐박난) : 흩어진 옷깃이 답답해
移席借輕陰(이석차경음) : 자리를 옮겨 그늘을 빌려본다

 

 

洞仙嶺(동선령)-李德懋(이덕무)
동선령-李德懋(이덕무)

樹深何處坐黃鶯(수심하처좌황앵) : 깊숙한 숲 어디쯤에 꾀꼬리가 앉았을까
不露其身只送聲(불로기신지송성) : 몸은 숨기고 소리만 들려준다.
日午衣鞍都綠影(일오의안도녹영) : 한낮 옷이며 안장까지 모두가 푸른 그늘
柰花如粉向人明(내화여분향인명) : 벚꽃이 가루인양 사람을 향해 날린다

 

 

贈人之任金郊察訪(증인지임금교찰방)-李德懋(이덕무)
금교 찰방으로 가는 이에게 두다-李德懋(이덕무)

草色官袍老太常(초색관포노태상) : 풀색 관복 입은 늙은 태상
淋漓諧笑少年場(임리해소소년장) : 웃음소리 가득한 소년장에 보인다
酒酣臥聽荊卿傳(주감와청형경전) : 술 취하여 누워 형경전을 들으며
特將蒼髥意氣長(특장창염의기장) : 흰 구렛나룻 수염을 만지며 우쭐거린다
驛樹禽鳴旅相紛(역수금명려상분) : 역마을 나무에 깃던 새 울음에 나그네 심사 어지러워
滿酌官酒雙頰醺(만작관주쌍협훈) : 잔에 가득한 술로 두 뺌이 붉어지네.
杏花亂落家家櫪(행화난락가가력) : 살구꽃은 어지러이 집집이 마판에 떨어지고
驕躍靑驄赫白群(교약청총혁백군) : 붉은 말 붉은 말 가운데 청총마가 거만하게 날뛴다.

 

 

奉贈金直齊先生隨夫人之谷山府(봉증김직제선생수부인지곡산부)-李德懋(이덕무)
어머님을 따라 곡산부로 가시는 김직제선생에게 드림니다-李德懋(이덕무)

箋註秋牖古禮家(전주추유고예가) : 가을 서제에 고예가의 글에 주를 붙이시니
熙怡道貌籜冠峨(희이도모탁관아) : 탁관 높이 쓰신 도인의 환한 모습이여
谷州梨子紅花沁(곡주이자홍화심) : 곡산 고을의 배, 그 붉은 꽃잎 날아드니
剖釋微言快似他(부석미언쾌사타) : 은미한 글 해석, 통쾌함이 그와 같도다.

 

 

題金弘道畵扇(제김홍도화선)-李德懋(이덕무)
김홍도의 부채그림에 부처-李德懋(이덕무)

蔥籠者樹石玲瓏(총롱자수석영롱) : 푸르게 우거진 것은 나무숲, 돌은 영롱하고
晧鶴孤峙藥欄紅(호학고치약란홍) : 흰 학은 언덕의 약초 난간에 서있네
頻婆海榴綠且朱(빈파해류록차주) : 벚과 석류는 붉고 푸르고
花斑石床彛尊典(화반석상이존전) : 꽃잎으로 얼룩진 석상에는 술잔이 차려있네
癯癯綠杖靑童手(구구록장청동수) : 동자승의 손에는 파리한 푸른 지팡이
眄睞蕭閒立待後(면래소한립대후) : 두리번거리며 조용히 뒤에 모시고 서있네
道人蕭倚花梨几(도인소의화리궤) : 도인은 화리궤에 기대었는데
眼光溜溜素畵裏(안광류류소화리) : 눈빛은 깨끗한 그림 속에서 빛나네
書中名理神湊洎(서중명리신주계) : 글 중 명리에 정신이 집중되니
五指爪勁塵堅握(오지조경진견악) : 붓 잡은 다섯 손가락이 속진을 굳게 잡고 있어서네

 

 

曉發延安(효발연안)-李德懋(이덕무)
아침 연안 출발-李德懋(이덕무)

不已霜鷄郡舍東(불이상계군사동) : 서리 내린 새벽, 닭 울음소리 이너지 동헌 동녘에
殘星配月耿垂空(잔성배월경수공) : 별은 달과 짝하여 하늘을 내리 반짝인다
蹄聲笠影朦朧野(제성립영몽롱야) : 흐릿한 벌판의 말굽 소리, 삿갓 그림자
行踏閨人片夢中(행답규인편몽중) : 여인네 꿈길 속을 걷는다

 

 

端陽日集觀軒(단양일집관헌)-李德懋(이덕무)
단오날 집관헌에서-李德懋(이덕무)

的的榴花燒綠枝(적적류화소녹지) : 이글이글 석류꽃 푸른 가지 불사르듯
緗簾透影午暉移(상렴투영오휘이) : 담황색 주렴을, 그림자가 뚫고 정오의 햇빛 옮아가네
篆煙欲歇茶鳴沸(전연욕헐다명비) : 꼬불꼬불 연기 그치려는데 차 끊는 소리
政是幽人讀畵時(정시유인독화시) : 이 곧 숨어 사는 사람 그림 보는 때라오

 

 

嬋娟洞(선연동)-李德懋(이덕무)
선연동-李德懋(이덕무)

嬋娟洞草賽羅裙(선연동초새나군) : 선연동 고운 풀 비단치마보다 곱다하네
剩粉遺香暗古墳(잉분유향암고분) : 남은 가루 향기로 남아 옛 무덤에 그윽하다
現在紅娘休駝艶(현재홍낭휴타염) : 예쁜 얼굴 자랑 마라, 홍랑아
此中無數舊如君(차중무수구여군) : 이곳에 묻힌 무수한 사람, 옛날에는 다 너 같았단다

 

 

閑居(한거)-李德懋(이덕무)
한가히 살며-李德懋(이덕무)

村西卜宅市聲遐(촌서복택시성하) : 마을 서쪽에 집을 지으니 저자 소리가 멀어
長憶晨餐紫閣霞(장억신찬자각하) : 새벽이면 자각봉 노을로 밥 짓던 일 아득히 생각해보네.
逕廢難招羊仲友(경폐난초양중우) : 깊이 묵었으니 양중의 친구 부르기 어렵고
病多誰到馬卿家(병다수도마경가) : 병이 많아 누가 마경의 집에 올 것인가.
隣花霜白蕭蕭立(린화상백소소립) : 이웃 꽃은 서리처럼 희게 쓸쓸히 서 있고
城日梧黃淡淡斜(성일오황담담사) : 성에 지는 해는 누른 오동 위로 담담히 넘어가려 하네.
經史秋浙增讀課(경사추절증독과) : 선선한 가을이라 경서와 사서를 일과에 더해 읽으며
每逢佳語輒嘆嗟(매봉가어첩탄차) : 좋은 말을 만날 때마다 문득 감탄한다네.

 

 

秋夜雜感(추야잡감)-李德懋(이덕무)
가을밤의 온갖 느낌-李德懋(이덕무)

嗟哉圭竇士(차재규두사) : 아, 빈한한 선비이지만
所守頗能深(소수파능심) : 마음이 지키고 있는 것은 자못 깊다네
屋老全依樹(옥로전의수) : 집이 낡아서 온통 나무에 기대었고
虫寒稍入衾(충한초입금) : 벌레도 추워 차츰 이불 속으로 들어오네
廚人憂米價(주인우미가) : 부엌 사람들은 쌀값을 걱정하겠고
江客話琴心(강객화금심) : 강호의 나그네는 거문고의 운치를 말하네
季子歸來日(계자귀래일) : 막내가 돌아오던 날에
如何誇有金(여하과유금) : 어째서 금 지닌 것 자랑했을까

 

 

漁翁2(어옹2)-李德懋(이덕무)
어옹-李德懋(이덕무)

風來水國夜氣淸(풍래수국야기청) : 바람 부는 물나라에 밤기운 맑고
兩岸諸禽自呼名(양안제금자호명) : 두 강 언덕의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네.
興逸維舟叢竹下(흥일유주총죽하) : 흥겨워 몇 떨기 대나무에 조각배 매어두고
燒魚荻火濕煙生(소어적화습연생) : 갈대 불에 고기 굽자 젖은 연기 피어나네

 

 

漁翁1(어옹1)-李德懋(이덕무)
어옹-李德懋(이덕무)

中心淨潔水同淸(중심정결수동청) : 속마음 맑은 물같이 깨끗한데
誰識此翁姓與名(수식차옹성여명) : 누가 이 늙은이 성명을 알아주나
蕭瑟秋風飄短髮(소슬추풍표단발) : 소슬한 가을바람에 짧아진 귀밑머리 휘날리며
繫舟蓼岸夕煙生(계주요안석연생) : 요화의 언덕에 배를 매니 저녁연기 피어오르는구나.

 

 

江漲(강창)-李德懋(이덕무)
강이 덤람하다-李德懋(이덕무)

潦水侵沙岸(료수침사안) : 큰물은 모래언덕을 침노하니
危檣百尺高(위장백척고) : 아슬아슬한 돛대는 백 자나 높아라.
漭茫流勢急(망망류세급) : 망망히 흘러가는 급한 형세
時聞老龍呼(시문노용호) : 늙은 용 우는 소리 가끔씩 들린다

 

 

寒夜漫成(한야만성)-李德懋(이덕무)
차가운 밤에 한가롭게 짓다-李德懋(이덕무)

靜中無所事(정중무소사) : 고요하여 하는 일 없어라
眺望憑闌干(조망빙란간) : 먼 곳 바라보며 난간에 몸 의지한다.
野色兼秋冷(야색겸추랭) : 들 빛이 가을과 드불어 차갑고
江聲入夜寒(강성입야한) : 강물 소리는 밤이 되니 한결 차갑구나.
松風來枕上(송풍래침상) : 솔바람 베갯머리에 불어오고
蘿月掛簷端(라월괘첨단) : 댕댕이넌출에 달이 처마 끝에 걸렸네
與友深宵語(여우심소어) : 친구와 밤 깊도록 이야기 나누며
論懷須盡歡(논회수진환) : 가슴 열고 반드시 기쁨을 다하리라.

 

 

秋風詞三章3(추풍사삼장3)-李德懋(이덕무)
추풍사삼장-李德懋(이덕무)

秋風凄凄兮鴻雁飛(추풍처처혜홍안비) : 가을바람 쓸쓸한데 기러기 훨훨 날아가고
歲聿其暮兮已授衣(세율기모혜이수의) : 이 해도 저물어가 벌써 솜옷을 갈아입네.
蒲柳驚秋兮木葉稀(포류경추혜목엽희) : 부들과 버들은 가을추위에 놀라 나뭇잎 성글어
我心悠悠兮陟崔巍(아심유유혜척최외) : 내 마음 아득하여 높은 산에 올라본다

 

 

秋風詞三章2(추풍사삼장2)-李德懋(이덕무)
추풍사삼장-李德懋(이덕무)

秋風瑟瑟兮雁南征(추풍슬슬혜안남정) : 가을바람 소슬하고 기러기 남으로 날고
瞻望天涯兮水澄淸(첨망천애혜수징청) : 멀리 하늘 끝 바라보니 강물은 맑고 깨끗하다.
草虫喓喓兮入戶鳴(초충요요혜입호명) : 풀벌레 소리 찌르르 방에 들어 울어대니
我心無聊兮薄遊城(아심무료혜박유성) : 내 마음 서글퍼져 잠깐 성밖을 나가본다

 

 

秋風詞三章1(추풍사삼장1)-李德懋(이덕무)
추풍사삼장-李德懋(이덕무)

秋風淅淅兮雁巳來(추풍석석혜안사래) : 가을바람 산들산들 기러기 벌써 날아오고
天濶雲淨兮梧葉摧(천활운정혜오엽최) : 하늘 넓고 구름은 깨끗한데 오동잎 떨어지는구나.
節屆高秋兮黃華開(절계고추혜황화개) : 계절은 하늘 높은 구월이라 국화꽃 피어
我心卽閒兮登彼臺(아심즉한혜등피대) : 내 마음 한가하여 저 누대에 오르고 싶어라.

 

 

塞下曲(새하곡)-李德懋(이덕무)
새하곡-李德懋(이덕무)

都尉平明出(도위평명출) : 도위가 이른 아침에 나와서
手控滿月弓(수공만월궁) : 손수 만월 같은 활을 당겨라.
翻身鳴鐵鏑(번신명철적) : 몸을 뒤집어 쇠 촉을 울리니
一雁落邊風(일안락변풍) : 기러기 한 마리가 변방 바람에 떨어지네. 

 

 

少年行(소년행)-李德懋(이덕무)
서년행-李德懋(이덕무)

壚飮蓮葉杯(로음연엽배) : 주막집에서 연엽주를 들이켜는데
門嘶桃花馬(문시도화마) : 문 밖에서는 얼룩말이 울어댄다.
歡笑弄靑春(환소롱청춘) : 웃으며 멋 부리는 청춘이라
金鞭當酒價(금편당주가) : 금 채찍을 술값으로 전당잡히네.

 

 

春日記事(춘일기사)-李德懋(이덕무)
봄날에 적음-李德懋(이덕무)
 
茅屋鷄聲日午多(모옥계성일오다) : 초가집의 닭 울음소리 한낮에 잦아
倦携陶集想無何(권휴도집상무하) : 도연명 시집 손에 잡고 무하의 경지를 생각하네.
出門里叟春遊數(출문리수춘유수) : 문 나오니 마을 늙은이들 봄놀이 잦아
到處逢人說杏花(도처봉인설행화) : 도처에 마나는 사람들 살구꽃을 말하네.

 

 

留宿三湖(유숙삼호)-李德懋(이덕무)
삼호에 유숙하면서-李德懋(이덕무)

慣識三湖路(관식삼호로) : 삼호 길은 내가 익숙히 아는데도
水廬幽更深(수려유갱심) : 물가 집이 그윽하고 더욱 깊구나.
砌蟲寒入戶(체충한입호) : 섬돌의 벌레는 추워서 방으로 들어오고
江雨靜鳴林(강우정명림) : 강에 내리는 비는 고요히 숲을 울린다.
燈火留情話(등화유정화) : 등불에 앉아 정다운 이야기 나누고
圖書看道心(도서간도심) : 책에서는 도의 마음이 보인다.
徂秋今始到(조추금시도) : 가을이 이제야 왔으니
悄悵不眠吟(초창불면음) : 슬퍼져 잠 못 이루고 시를 읊는다오.

 

 

三湖途中(삼호도중)-李德懋(이덕무)
삼호 도중에서-李德懋(이덕무)

江程獨往意悠然(강정독왕의유연) : 강 길을 혼자 다니니 마음 편안하고
雲物蕭森逈接天(운물소삼형접천) : 구름은 아슴푸레 줄지어 먼 하늘에 닿았구나.
野菊多垂欹石冷(야국다수의석냉) : 들국화가 많이 흐트러지고 비틀어진 돌은 차갑고
岸楓遙映斷霞姸(안풍요영단하연) : 언덕의 단풍이 멀리 비취고 끊어진 노을은 곱기도 하다.
路傍祭飯神藏樹(로방제반신장수) : 길 가의 제삿밥이라 귀신이 나무에 숨어있어
溪上收租鷺下田(계상수조로하전) : 개울에 벼를 걷으니 해오라기 밭에 내려앉는다.
村際漸看投宿處(촌제점간투숙처) : 마을 가에 투숙할 곳을 가까이 바라보니
墻樗寒鵲語疏煙(장저한작어소연) : 담장의 가죽나무의 까치가 성긴 연기 속에서 운다.

 

 

朝詠(조영)-李德懋(이덕무)
아침에 읊음-李德懋(이덕무)

無事高人住(무사고인주) : 일 없이 한가한 고상한 사람의 거쳐
菊籬成小門(국리성소문) : 국화 울타리에 조그마한 문을 내었구나.
二年江漢夢(이년강한몽) : 두 해 동안 강한의 꿈이 있어
終夜古今言(종야고금언) : 밤이 새도록 고금의 일을 이야기했소.
庭落何來葉(정락하래엽) : 뜰에 떨어지니 어디서 날아온 나뭇잎인지
墻明遠處村(장명원처촌) : 담 사이로 먼 곳의 마을이 환히 보이는구나.
生涯雲水外(생애운수외) : 생애가 구름과 물 밖이라
晴日散鷄豚(청일산계돈) : 갠 날씨에 닭과 돼지가 여기저기 흩어져있구나.

 

 

病題(병제)-李德懋(이덕무)
병중에 쓰다-李德懋(이덕무)

三秋伏枕石門西(삼추복침석문서) : 가을 석 달을 석문 서쪽에 누워
夢寐詩成亦懶題(몽매시성역라제) : 자나깨나 지어도 시 쓰기에 게을러진다
的皪天星低近木(적력천성저근목) : 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은 나지막이 나무에 가까워 오고
蒼茫禁鼓遠連鷄(창망금고원연계) : 어둑한 곳에서 울리는 야경의 북소리 멀리 닭소리와 연속된다.
小童燈暗憑書寢(소동등암빙서침) : 아이는 등잔불이 어두워 책에 기대어 잠들고
老馬槽寒立月嘶(노마조한립월시) : 늙은 말은 마구간이 추워 달빛 아래 서서 우는구나.
谷裏無人空咄咄(곡리무인공돌돌) : 골짜기에 사람은 없고 부질없이 탄식하며
江亭遙想菊盈畦(강정요상국영휴) : 강가 정자에서 멀리 밭두둑에 국화 가득한 모습 생각해본다.

 

 

至日憶內弟(지일억내제)-李德懋(이덕무)
동짓날 동생이 그리워-李德懋(이덕무)

至日他鄕讀易知(지일타향독역지) : 동짓날 타향에서 주역을 읽다가
書燈晨乞孔明祠(서등신걸공명사) : 글을 읽기 위해 등불을 새벽녘 공명사에서 빌려왔다.
昔年江舍陽生夜(석년강사양생야) : 그 옛날 강가 집에서 동짓날 밤에는
荳粥同嘗不別離(두죽동상불별리) : 팥죽을 함께 맛보며 우리 형제 이별하지 않았는데

 

 

晩秋(만추)-李德懋(이덕무)
늦가을-李德懋(이덕무)

小齋秋日不勝淸(소재추일불승청) : 조그마한 서재 가을날이 너무나 맑아
手整葛巾聽水聲(수정갈건청수성) : 손으로 갈포 두건 바로잡고 물소리 듣는다네.
案有詩篇籬有菊(안유시편리유국) : 책상에 시편 있고 울타리엔 국화 있으니
人言幽趣似淵明(인언유취사연명) : 사람들은 이 그윽한 멋을 도연명 같다 말하네.

 

 

睡意(수의)-李德懋(이덕무)
잠이 오는데-李德懋(이덕무)

窓北支頤臥(창북지이와) : 북쪽 창에 턱을 괴고 누우니
風涼夢見陶(풍량몽견도) : 바람은 시원해 꿈속에서 도연명을 보았네.
午鷄偏覺澹(오계편각담) : 낮닭은 유독 무료해 하고
雲檜最看豪(운회최간호) : 구름에 솟은 회나무는 가장 웅장하게 보이네.
雨脚輕吹面(우각경취면) : 빗줄기가 가벼이 내 얼굴 스쳐가고
花香細入袍(화향세입포) : 꽃향기는 옷에 스며드네.
小堂紛鬪草(소당분투초) : 작은 마루 둘레에는 어지러이 싸우는 풀들
睡際笑兒曺(수제소아조) : 잠결에 웃고 떠드는 아이들 소리 들리네.

 

 

偶吟(우음)-李德懋(이덕무)
우연히 짓다-李德懋(이덕무)

日高陋巷裏(일고루항리) : 누추한 골목에 해 높이 솟아
琴書獨自娛(금서독자오) : 거문고와 서책을 홀로 즐기네
蕭然竹窓外(소연죽창외) : 쓸쓸하다, 죽창 밖은
庭草荒且蕪(정초황차무) : 뜰에는 풀만 무성하네
兀兀出塵表(올올출진표) : 애를 써 티끌 밖 벗어나
定與俗人殊(정여속인수) : 단연 시속 사람과 다르구나
守分復守拙(수분복수졸) : 분수를 지키고 겸손하며
頗能慕程朱(파능모정주) : 자못 정자와 주자를 사모한다네
有時亦自吟(유시역자음) : 때로는 스스로 노래 읊으며
放浪不辭勞(방랑불사노) : 방랑 생활도 사양하지 않고
世間是與非(세간시여비) : 옳으니 그르니 세상일들은
難辨雌雄烏(난변자웅오) : 암수를 구별하기 어려워라
洗滌塵土腸(세척진토장) : 먼지 낀 속을 깨끗이 씻어내고
猶喜俯平湖(유희부평호) : 흔연히 호수를 내려다본다
所愛風與月(소애풍여월) : 바람과 달은 내가 좋아하는 것
豈可用錢沽(기가용전고) : 무슨 돈이 들겠나
江山好風景(강산호풍경) : 강산은 너무 풍경도 좋아
森森如畫圖(삼삼여화도) : 눈앞에 삼삼하여 그림 같구나
但覺吾愛景(단각오애경) : 내가 경치를 좋아한다고 여겼더니만
復知景爲吾(복지경위오) : 이제 알았네, 경치가 나를 위해 마련된 것을
如此復如此(여차복여차) : 이와 같고 또 봐도 이와 같으니
吾以此樂夫(오이차락부) : 나는 이로써 즐길 것인저

 

 

踰大峴(유대현)-李德懋(이덕무)
큰 고개를 넘으며-李德懋(이덕무)

行行踰大峴(행행유대현) : 걷고 또 걸어서 큰 고개를 넘노라니
幽興轉悠哉(유흥전유재) : 그윽한 흥이 더욱 유장하네.
樹豁村初見(수활촌초견) : 숲이 트이자 마을이 처음 보이고
溪窮路始廻(계궁로시회) : 개울 끝나니 길이 굽어지네.
風聲山背逈(풍성산배형) : 바람소리 산등성이에 아스라이 불고
瞑色馬頭來(명색마두래) : 어두운 빛 말머리로 다가오네.
坐歇孤松下(좌헐고송하) : 외로운 솔 아래 앉아 쉬니
谷泉響易哀(곡천향역애) : 골짜기 샘 소리 애처롭게 들리네.

 

 

感興走筆(감흥주필)-李德懋(이덕무)
흥에 젖어 글을 쓰다-李德懋(이덕무)

借問世間人(차문세간인) :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日日何所營(일일하소영) : 나날이 경영하는 것이 그 무엇인가
囂塵撲衣裳(효진박의상) : 옷자락을 치는 자욱한 먼지
車馬幾逢迎(차마기봉영) : 수레와 말을 몇 번이나 마주치는가.
街衖喧市聲(가항훤시성) : 거리마다 물건 파는 소리로 떠들썩하고
寶貨何溢盈(보화하일영) : 돈과 물건은 어찌 그리도 넘치는가.
雖是生活計(수시생활계) : 아무리 생계 수단이라도
不足以爲榮(부족이위영) : 영화롭게만 여겨서는 아니 되네
何如江湖上(하여강호상) : 강호에서 휘파람 길게 불어보는 것은 어떠한가.
長嘯坐簷楹(장소좌첨영) : 길게 휘파람 불며 누각에 앉아
秋風釣細鱗(추풍조세린) : 가을바람 불면 작은 물고기 낚시질하고
春林聽嬌鸎(춘림청교앵) : 봄 숲에 고운 꾀꼬리 소리 듣고
拄杖看松翠(주장간송취) : 지팡이에 의지해 푸른 솔을 구경하며
濯纓就水淸(탁영취수청) : 맑은 물에 나아가 갓끈을 씻는다네.
或往林亭會(혹왕림정회) : 숲 속 정자의 모임에도 나가고
或作舞雩行(혹작무우행) : 기우제 제단에 나가 구경도 한다네.
渾然羲皇世(혼연희황세) : 그 옛날 희황상인의 세상과 같으니
誰能識此情(수능식차정) : 그 누가 나의 이 심정을 알리오.

 

 

春雨(춘우)-李德懋(이덕무)
봄비-李德懋(이덕무)

昨夜江上雨(작야강상우) : 어젯밤 강가에 비 내려
蕭蕭窓前過(소소창전과) : 우수수 창 앞을 지나갔네.
靑靑抽麥苗(청청추맥묘) : 파릇파릇 보리 싹 뽑아 올리고
霏霏響條柯(비비향조가) : 부슬부슬 나뭇가지에 빗소리 들리네.
登亭四望遠(등정사망원) : 정자에 올라 멀리 사방을 바라보니
萬物春色多(만물춘색다) : 만물은 모두가 봄빛이구나.
風翻濕烏鵲(풍번습오작) : 바람이 휘몰아 부니 까마귀와 까지 비에 젖고
沙沾露黿鼉(사첨로원타) : 모래 젖으니 자라가 기어 나온다.
霢霂天地間(맥목천지간) : 가랑비 내리는 천지간에
須臾流滂沱(수유류방타) : 잠깐 사이에 큰물이 지는구나.
漠漠垂玉索(막막수옥삭) : 아득히 옥 노끈이 드리웠다면
裊裊如綠蘿(뇨뇨여록라) : 나긋하여 녹라와 같아 보이네.
漁翁前江裏(어옹전강리) : 저 강의 고기 잡는 늙은이
垂竿披煙簑(수간피연사) : 도롱이 삿갓 쓰고 낚싯대 드리웠네.
新柳精神動(신류정신동) : 새로 난 버들잎 기운 생동하여
婀娜拂丘阿(아나불구아) : 물오른 채 언덕위에 하늘거리고
陂渠流潺湲(피거류잔원) : 방죽 너머 물은 콸콸 쏟아지고
入江漾碧波(입강양벽파) : 그 물이 강에 들자 푸른 물결 출렁인다.
日出微雲薄(일출미운박) : 해 솟으니 희미한 구름은 점점 엷어지고
淸新氣自和(청신기자화) : 청신한 기운이 절로 훈훈해진다

 

 

暮春(모춘)-李德懋(이덕무)
저무는 봄-李德懋(이덕무)

三春物色盛繁華(삼춘물색성번화) : 봄철의 물색 너무 화려하여
知是東君造化多(지시동군조화다) : 이 모두 동군의 조화로다.
靑染池荷兼柳葉(청염지하겸유엽) : 못의 연잎, 버드나무 잎에도 푸르고
紅粧塢杏與桃花(홍장오행여도화) : 언덕의 살구꽃, 복사꽃도 붉어라
海門雲捲昇平日(해문운권승평일) : 바다에 구름 걷히니 수평선에 해 솟아
江閣風輕散彩霞(강각풍경산채하) : 강가 누각에 바람 살랑 불고 채색 노을 흩어진다.
暖氣渾隨時節至(난기혼수시절지) : 따뜻한 공기 시절을 따라 불어오니
天涯歸雁一行斜(천애귀안일행사) : 돌아가는 기러기 떼가 먼 하늘을 비껴난다

 

 

曉望(효망)-李德懋(이덕무)
새벽에 바라보다-李德懋 (이덕무)

吠犬村村有(폐견촌촌유) : 껑껑껑 마을마다 개 짖는 소리
飢鴉樹樹啼(기아수수제) : 굶주린 까마귀 나무마다 운다.
崚崚寒砭骨(릉릉한폄골) : 오슬오슬 추위는 뼈를 갉는데
山月遠天低(산월원천저) : 산 위의 달은 먼 하늘에 나직하다

 

 

詠天(영천)-李德懋(이덕무)
하늘을 읊음-李德懋(이덕무)

至氣輕淸本有儀(지기경청본유의) : 지극한 하늘 기운 가볍고도 맑음에 본래 모범이 있으니
形高浩蕩俯臨卑(형고호탕부림비) : 형체야 높고 넓지만 보는 건 겸손하다.
風雲雷雨能行布(풍운뢰우능행포) : 바람ㆍ구름ㆍ천둥ㆍ비 멋대로 나다녀도
日月星辰自轉移(일월성진자전이) :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은 스스로 옮겨가네.
覆育群生功莫測(복육군생공막측) : 중생을 덮고 키우니 그 공을 어찌 헤아릴까
養成萬物理無涯(양성만물리무애) : 만물을 길러내니 이치가 무궁하다.
渾全造化其誰料(혼전조화기수료) : 웅혼한 자연의 조화 그 누가 알겠는가.
我欲蒼蒼一問之(아욕창창일문지) : 나는 저 푸른 하늘에 한 번 묻고 싶구나.

 

 

秋曉不寐(추효불매)-李德懋(이덕무)
가을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함-李德懋(이덕무)

 把全迂補半癡(지파전우보반치) : 다만 전적인 돌아감으로 반쯤 어리석음을 기워가며
隨人恥做强淋 (수인치주강림리) : 사람을 따라 억지로 어울림이 부끄럽구나.
太無滋味推移厭(태무자미추이염) : 너무도 재미없어서 세상일에 따르기 싫고
差欲流芳樹立遲(차욕류방수립지) : 조금 좋은 이름을 전코자 하면 수립하기 늦어지네.
佳友 逢輸肺腑(가우상봉수폐부) : 좋은 친구 어쩌다 만나면 온 정성 다 쏟고
名賢劇想現須眉(명현극상현수미) : 명현들을 상상하니 눈앞에 나타나는 듯하네.
靑天管領吾行止(청천관령오행지) : 푸른 하늘이 나의 행동 연역 주관하나니
事到違心順遣之(사도위심순견지) : 일이 마음에 어긋나도 순리대로 처리할 뿐이네.

 

 

善竹橋(선죽교)-李德懋(이덕무)
선죽교-李德懋(이덕무)

血激轟椎走水中(혈격굉추주수중) : 울리는 쇠몽치 소리에 피가 솟구쳐 물 속으로 흐르니
群魚拂鬱 皆紅(군어불울경개홍) : 고기들도 화가 내서 지느러미 모두 붉어졌네
持毫滿 橋痕紫(지호만잠교흔자) : 선죽교 붉은 흔적에 붓을 푹 담구어
寫出悲詞泣鬼雄(사출비사읍귀웅) : 슬픈 노래 써서 귀신 두목 울려 보려네

 

 

秋風詞3(추풍사3)-李德懋(이덕무;1741-1793)
가을바람의 노래-李德懋(이덕무)

秋風凄凄兮鴻雁飛(추풍처처혜홍안비) : 가을바람 쓸쓸하여라, 기러기는 날고
歲聿其暮兮已授衣(세율기모혜이수의) : 이 해도 저물었구나, 옷도 벌써 갈아입네.
蒲柳驚秋兮木葉稀(포류경추혜목엽희) : 포류가 가을 추위에 놀라는구나,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我心悠悠兮陟崔巍(아심유유혜척최외) : 내 마음 유유해라, 높은 산에 오르고 싶어라

 

秋風詞3(추풍사3)-李德懋(이덕무;1741-1793)
가을바람의 노래-李德懋(이덕무)

秋風凄凄兮鴻雁飛(추풍처처혜홍안비) : 가을바람 쓸쓸하여라, 기러기는 날고
歲聿其暮兮已授衣(세율기모혜이수의) : 이 해도 저물었구나, 옷도 벌써 갈아입네.
蒲柳驚秋兮木葉稀(포류경추혜목엽희) : 포류가 가을 추위에 놀라는구나,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我心悠悠兮陟崔巍(아심유유혜척최외) : 내 마음 유유해라, 높은 산에 오르고 싶어라

 

 

秋風詞2(추풍사2)-李德懋(이덕무;1741-1793)
가을바람의 노래-李德懋(이덕무)

秋風瑟瑟兮雁南征(추풍슬슬혜안남정) : 가을바람 소슬하여라, 기러기 남으로 날고
瞻望天涯兮水澄淸(첨망천애혜수징청) : 먼 하늘 끝 바라봄이여, 강물은 해맑아라
草 요요兮入戶鳴(초충요요혜입호명) : 풀벌레 소리 절절하도다, 창에 들어 울어대니
我心無聊兮薄遊城(아심무료혜박유성) : 내 마음 서글퍼짐이여, 잠깐 밖을 걷고 싶어라.

 

 

홍정화(紅靘花)-이덕무(李德懋)
홍정화-이덕무(李德懋)

平提少婦綠裙多(평제소부록군다) : 평편한 언덕에 젊은 아낙 초록치마 넘치고
采采終朝紅靘花(채채종조홍정화) : 아침 내내 캐고 또 캔다, 홍정화를
家住溪南欲歸去(가주계남욕귀거) : 개울 남쪽 집으로 떠나려는데
一雙胡蝶上銅釵(일쌍호접상동채) : 한 쌍 호랑나비 비녀 위에 올라앉는다.

 

 

우제시정부(偶題示正夫)-이덕무(李德懋)
우연히 지어 정부에게 보이다-이덕무(李德懋)

黃驪江上客(황려강상객) : 황려강 위의 나그네
三日作奇遊(삼일작기유) : 사흘 동안 기이한 놀음 계속한다
人物蕭條久(인물소조구) : 인물이 소조한 지 오래되어
山林寂寞留(산림적막유) : 산림에 늘 적막하게 머무는구나
書聲晨不徹(서성신불철) : 글 소리는 새벽까지 끊이지 않고
名士世無求(명사세무구) : 세상엔 명사를 찾는 이가 아무도 없다
悲壯心何寓(비장심하우) : 비장한 이 마음을 무엇으로 달래나
時時看劍頭(시시간검두) : 가끔 칼 머리를 쳐다보기도 한다

 

 

수의(睡意)-이덕무(李德懋)
잠이 오는데-이덕무(李德懋)

窓北支頤臥(창북지이와) : 북쪽 창에 턱을 괴고 누우니
風涼夢見陶(풍량몽견도) : 시원한 바람에 꿈에 도연명을 본다
午鷄偏覺澹(오계편각담) : 낮 때의 닭소리 유독 담박하고
雲檜最看豪(운회최간호) : 구름에 솟은 회나무, 가장 호기로워라
雨脚輕吹面(우각경취면) : 빗줄기가 가벼이 얼굴을 스쳐
花香細入袍(화향세입포) : 꽃 향내가 가만히 옷에 들어온다
小堂紛鬪草(소당분투초) : 작은 마루에 풀싸움이 어지럽고
睡際笑兒曺(수제소아조) : 잠결에도 아이들 소리 듣고 웃는다

 

 

공항지부(共恒之賦)-이덕무(李德懋)
항지와 함께 짓다-이덕무(李德懋)

閒客知春暮(한객지춘모) : 한가한 손이 봄 저물어감을 알아
出門行且歌(출문행차가) : 문을 나와 가다가 또 노래 부른다
谷雲深聚雨(곡운심취우) : 골짜기는 깊어 구름은 짙어져
隣樹恰啼鸎(인수흡제앵) : 이웃 나무에는 꾀꼬리 소리 한창이라
藥簿憐多病(약부련다병) : 가엾다 약방문은 병이 많기 때문이니
詩談見有情(시담견유정) : 역시 시 이야기는 정이 있음을 알겠다
寂然無俗事(적연무속사) : 고요한 곳에 속된 일 없으니
江友又相迎(강우우상영) : 강호의 벗을 또 서로 맞이하는구나

 

 

증남읍객(贈南邑客)-이덕무(李德懋)
남읍의 객에게 주다-이덕무(李德懋)

偶逢南邑客(우봉남읍객) : 우연히 남읍의 손님 만나니
相對南家春(상대남가춘) : 서로 남가의 봄을 맞이했도다
逌然談近夕(유연담근석) : 저녁 가깝도록 긴 이야기 하다
不似新交人(불사신교인) : 처음 사귀는 사람 같지가 않도다

 

 

우음시양숙(偶吟示良叔)-이덕무(李德懋)
우연히 읊어 양숙에게 보이다-이덕무(李德懋)

溪宅饒閒事(계택요한사) : 시냇가에 집이라 여유롭고 한가한데
爐香放細煙(로향방세연) : 화로가의 향내가 가는 연기로 흩어진다
洞花迷曉雨(동화미효우) : 골짜기 꽃은 새벽 비에 자욱하고
山石滴春泉(산석적춘천) : 산 바위에는 봄 샘물이 똑똑 떨어진다
睡或從禽喚(수혹종금환) : 잠결에 부르는 새소리 들리는데
詩唯共客聯(시유공객연) : 손님을 대하면 오직 함께 시를 읊는다
城遊明日約(성유명일약) : 내일에는 성 유람을 약속하고
襟抱一悠然(금포일유연) : 내 가슴 속이 또 한번 흐뭇해지는구나

 

 

상원곡(上元曲)-이덕무(李德懋)
사원곡-이덕무(李德懋)

十字街中月色明(십자가중월색명) : 십자가로 가운데 달 밝고
初更三點候鐘聲(초경삼점후종성) : 초경 삼 점에 종소리 기다린다
謳歌半夜人初散(구가반야인초산) : 노래 부르던 사람들 밤중에야 흩어지고
何處村鷄時一鳴(하처촌계시일명) : 어디서 촌닭이 가끔씩 울어댄다
雪色澄明惟此宵(설색징명유차소) : 오늘 이 밤은 유독 눈빛이 밝고
人人候月廣通橋(인인후월광통교) : 사람마다 광통교에서 달을 기다린다
歌童一隊聯群袂(가동일대연군몌) : 노래하는 아이들 한 떼가 옷깃을 맞대고
齊唱東方行樂調(제창동방행락조) : 일제히 동방의 행락조를 노래 부른다

 

 

조영(朝詠)-이덕무(李德懋)
아침에 읊다-이덕무(李德懋)

無事高人住(무사고인주) : 일 없는 고상한 사람의 머물어
菊籬成小門(국리성소문) : 국화 울타리에 조그마한 문 내었다
二年江漢夢(이년강한몽) : 두 해 동안 강 사람의 꿈이 있어
終夜古今言(종야고금언) : 밤이 새도록 고금을 이야기한다
庭落何來葉(정락하래엽) : 뜰에 떨어진 잎은 어디서 날아 왔는지
墻明遠處村(장명원처촌) : 담장이 먼 곳의 마을이 환히 보인다
生涯雲水外(생애운수외) : 구름과 물 밖의 한가한 생애
晴日散鷄豚(청일산계돈) : 개인 날씨에 닭과 돼지가 흩어진다

 

 

율도(栗島)-이덕무(李德懋)
율도-이덕무(李德懋)

晨星的皪耿秋天(신성적력경추천) : 새벽 별이 반짝이니 가을 하늘이 밝아
海客汀洲泊米船(해객정주박미선) : 바닷가 나그네의 쌀 배가 물가에 닿는구나
村木盡經高麗雨(촌목진경고려우) : 마을 나무는 다 고려 때의 비를 겪었고
島人猶說大夫賢(도인유설대부현) : 섬 사람들은 아직도 대부의 훌륭함을 말한다
筐收紫蟹童歌晩(광수자해동가만) : 광주리에 붉은 게를 거두고 아이들 늦도록 노래하고
鬢揷丹楓女飾姸(빈삽단풍여식연) : 귀밑에 빨간 단풍을 꽂으니 여인의 모습 곱기도 하다
聞道氓風從古厚(문도맹풍종고후) : 듣건대 지방 풍속이 예로부터 순후하고
移家吾欲買畬田(이가오욕매여전) : 나 또한 집을 옮겨 묵은 밭을 사고 싶어라

 

 

고시시정부(古詩示正夫)-이덕무(李德懋)
고시를 정부에게 보이다-이덕무(李德懋)

吾黨有正夫(오당유정부) : 우리 무리에 바른 사내 있어
寔我同姓親(식아동성친) : 그는 곧 나의 동성 친구이로다
性情良且純(성정량차순) : 마음이 온량하고 순수하여
今世見古人(금세현고인) : 요즘 볼 수 있는 옛사람이로다
木覓山下屋(목멱산하옥) : 남산 아랫에 있는 집
幷我留一旬(병아유일순) : 나와 함께 열흘을 머물었다
深排仙佛徒(심배선불도) : 도교와 불교를 호되게 배척하고
欲溯洙泗濱(욕소수사빈) : 유학(儒學)의 원류를 찾으려 한다

 

 

추야잡감(秋夜雜感)-이덕무(李德懋)
가을밤의 온갖 느낌-이덕무(李德懋)

嗟哉圭竇士(차재규두사) : 아, 빈한한 선비여
所守頗能深(소수파능심) : 마음 가짐은 자못 깊일 수 있도다
屋老全依樹(옥로전의수) : 집이 낡아서 온통 나무에 기대어
虫寒稍入衾(충한초입금) : 벌레도 추워 차츰 이불 속으로 든다
廚人憂米價(주인우미가) : 부엌 사람들은 쌀값을 걱정하는데
江客話琴心(강객화금심) : 강호의 나그네 거문고 운치를 말한다
季子歸來日(계자귀래일) : 계자가 돌아오던 날
如何誇有金(여하과유금) : 어째서 그 금의환향 자랑했을까

 

 

제일차증석여(除日次贈錫汝)-이덕무(李德懋)
섣달 그믐날 차운하여 석여에게 주다-이덕무(李德懋)

年年逢除日(년년봉제일) : 해마다 만나는 섣달 그믐날
除日又今宵(제일우금소) : 그 그믐날이 또 오늘 저녁이로다
日月何太駛(일월하태사) : 세월은 어찌 그리 빠른가
惆悵自無聊(추창자무료) : 서글퍼라, 스스로 무료하구나
祠神鼓鼕鼕(사신고동동) : 푸닥거리 북소리 곳곳에서 둥둥
祭竈燈迢迢(제조등초초) : 부엌에 제사올리니 등불은 멀리서 반짝
梅花亦幾時(매화역기시) : 매화꽃 피는 시간 그 얼마이던가
餘蕊向人飄(여예향인표) : 남은 꽃잎이 사람 향해 표표히 나부낀다
三四同心子(삼사동심자) : 마음을 같이한 몇몇 친구들
隔岡相與邀(격강상여요) : 산 넘어 서로서로 맞이하는구나
携手步庭際(휴수보정제) : 손 잡고 뜰 사이를 거닐며
五更占斗杓(오경점두표) : 북두를 바라보고 새벽을 짐작한다
老大修令德(노대수령덕) : 늙어갈수록 착한 덕을 닦아서
莫歎朱顔凋(막탄주안조) : 붉은 얼굴 시들어짐을 한탄하지 말자꾸나

 

 

춘첩(春帖)-이덕무(李德懋)
춘첩-이덕무(李德懋)

晏起早眠孰使然(안기조면숙사연) : 누가 늦게 일어나 일찍 잠들게 하였나
春廻茅屋樂吾天(춘회모옥낙오천) : 초가집에도 봄이 돌아와 나의 천진 즐긴다
小臣家在南山下(소신가재남산하) : 저의 집이 바로 남산 아래 있어
願以南山祝聖年(원이남산축성년) : 임의 수명이 이 남산 같으시기를 빕니다

 

 

과좌백(過佐伯)-이덕무(李德懋)
좌백이 왔다가다-이덕무(李德懋)

借驢江舍入城門(차려강사입성문) : 강가의 집에서 나귀 빌려차고 성문에 드니
知爾殷勤故道存(지이은근고도존) : 알았도다, 그대 은근한 옛친구 도리 있는 것을
病客猶思花日會(병객유사화일회) : 병든 나그네도 꽃철의 모임을 생각하고
騷人頻說酒時言(소인빈설주시언) : 글하는 사람이라 술마실 때 이야기 자주하는구나
溪滙抱石鳴仍去(계회포석명잉거) : 시냇물은 돌을 안고 소리내면 흘러가고
禽戲穿林墮自喧(금희천림타자훤) : 산새는 숲 속을 오르내리며 스스로 우는구나
細看爐頭薰古篆(세간로두훈고전) : 화로 머리로 모물조물 피어오른 연기 지켜보니
寥寥紙閤日初暾(요요지합일초돈) : 고요한 문 틈으로 아침 해가 막 떠오르는구나

 

 

만서사화(挽徐士華)-이덕무(李德懋)
서사화의 만사-이덕무(李德懋)

夢中相見涕漣漣(몽중상견체련련) : 꿈에 서로 보고 눈물 줄줄 흘렸는데
舊伴高陽事已焉(구반고양사이언) : 고양군 옛 친구 일은 이미 그만이로다
破硯妻收悲活計(파연처수비활계) : 아내는 깨진 벼루 거두면서 살 길을 슬퍼하고
衰衣婢設象生年(쇠의비설상생년) : 여종은 사회가 입던 상복 걷고 생전을 형상한다
鐘王法帖裝猶半(종왕법첩장유반) : 종요와 왕희지의 법첩 반쯤 꾸미다 두고서
唐宋奇詩寫未全(당송기시사미전) : 당송의 기이한 시는 아직 다 베끼지 못했구나
縱有故人常臥病(종유고인상와병) : 친구가 있긴 하나 늘 병석에 누워있어
炙鷄難奠殯棺前(자계난전빈관전) : 빈소 앞에 구운 닭한 마리 올리기도 어려워라
江亭春訪記難忘(강정춘방기난망) : 강가 정자의 봄 방문을 잊어지지 않은데
誰識居然訣別長(수식거연결별장) : 어느덧 영원한 이별을 그 누가 알았으리오
叵耐斯人埋厚壤(파내사인매후양) : 차마 이 사람을 저 흙 속에 묻어지 못하니
悲涼舊伴散高陽(비량구반산고양) : 흩어지는 고양의 옛 벗들이 처량하기만 하구나
堂帷彷彿聞書響(당유방불문서향) : 마루 장막엔 글 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硯匣氤氳襲墨香(연갑인온습묵향) : 벼루갑에는 여전히 먹 향내가 덮여 있어라
魂魄歸來慈母哭(혼백귀래자모곡) : 혼백이 돌아오자 자모가 통곡하는데
百年孤負祝山岡(백년고부축산강) : 백년을 홀로 산악에 축수하던 그 효심이어라

 

 

걸필여전우무은(乞筆與箋于蕪隱)-이덕무(李德懋)
무은에게 붓과 종이를 청하며-이덕무(李德懋)

生涯書屋太蕭然(생애서옥태소연) : 서재의 생애가 너무나 쓸쓸하여
蕉葉春空筆塚邊(초엽춘공필총변) : 필총옆의 파초잎도 늦봄처럼 다 시들었다
怪我無詩三日久(괴아무시삼일구) : 이상하게도 사흘 동안 시를 쓰지 못했나니
欲將五老寫靑天(욕장오로사청천) : 오로봉으로 붓을 삼아 푸른 하늘에 쓰고 싶다

 

 

수석여절구(酬錫汝絶句)-이덕무(李德懋)
석여에게 한편의 절구를 주다-이덕무(李德懋)

疏窓擺脫野衣巾(소창파탈야의건) : 엉성한 창에 베옷을 풀어헤치고
山澤癯容稱逸民(산택구용칭일민) : 파리한 얼굴이 정말 숨어사는 백성일세
南里先生頗好古(남리선생파호고) : 자못 옛것을 좋아하는 남리 선생이여
翛然來到逈無塵(소연래도형무진) : 찾아온 그 모습 말끔히 티끌 하나 없구나

 

 

화동방자김석여(和東方子金錫汝)-이덕무(李德懋)
동방자 김석여의 시에 화답하여-이덕무(李德懋)

白鶴志矯矯(백학지교교) : 백학의 뜻이 높아
蜚入雲天中(비입운천중) : 구름 속에 날아든다
戞戞求其侶(알알구기려) : 힘찬 소리로 짝을 구하니
鳴聲滿海東(명성만해동) : 그 소리 바다 동쪽에 가득하다
我觀金子意(아관김자의) : 내 김군의 뜻을 보니
落落與之同(락락여지동) : 훤칠한 기상이 그와 똑같구나
勗君歲寒操(욱군세한조) : 부디 그대는 어려운 때 지조 지켜
耿介篤敬忠(경개독경충) : 깨끗하고 돈독하며 충실하여라
一見卽知己(일견즉지기) : 한번 보아도 마음을 아는 벗이여
謂我氣味通(위아기미통) : 나더러 기미가 서로 통한다 했도다
擧手吐其懷(거수토기회) : 손을 들면서 그 회포를 토하니
寒氷玉壺空(한빙옥호공) : 옥병의 찬 얼음인 양 안팎이 밝구나

 

 

차석주집운(次石洲集韻)-이덕무(李德懋)
석주집을 차운하여-이덕무(李德懋)

冷冷溪水向人鳴(냉냉계수향인명) : 차가운 시냇물이 사람 향해 울고
疑是幽音空外生(의시유음공외생) : 그윽한 소리 허공 밖에서 나는 듯
十月雨來石出後(십월우래석출후) : 시월이라 비내리고 돌 드러나고
淸流一一作琴聲(청유일일작금성) : 맑은 물결마다 거문고 소리 로다
昨夜霜風樹樹鳴(작야상풍수수명) : 어젯밤 서리 바람에 나무들이 울고
蕭蕭葉落滿溪平(소소엽낙만계평) : 쓸쓸한 낙엽이 개울을 덮어 평평하다
曉來驚起林棲鵲(효래경기임서작) : 먼동이 트자 숲속 까치 놀라 일어나
樵兒無數上山行(초아무수상산행) : 나무꾼들은 무수히 산을 향해 올라간다
庭前菊樹出墻開(정전국수출장개) : 뜰 앞의 국화가 담장 솟아 피어나고
藜杖三時其下廻(여장삼시기하회) : 명아주 지팡이 삼시로 그 밑을 돌아든다
南里主人太平事(남리주인태평사) : 남쪽 동네 주인은 하는 일이 태평한데
隔籬香動請花來(격리향동청화래) : 울타리 건너 향내 맡고 꽃 청해 돌아온다
雄雌乾鵲立移時(웅자건작입이시) : 암수 까치가 선채로 오랫동안
奇語査査櫻樹枝(기어사사앵수지) : 앵두나무 가지에서 짹짹거린다
今日分明有喜事(금일분명유희사) : 오늘 분명 기쁜 일 있으리라 하는데
友人新送數篇詩(우인신송수편시) : 벗으로부터 두어 편 새 시를 보내왔구나
淸晨起坐捲蘆簾(청신기좌권노렴) : 맑은 새벽에 일어나 앉아 갈대 발을 걷고
先看蠶頭峯露尖(선간잠두봉로첨) : 먼저 뾰족히 드러나는 잠두봉을 바라본다
谷口蒼茫殘月在(곡구창망잔월재) : 골짜기는 쓸쓸하고 달빛은 희미한데
驚飛棲鳥出茅簷(경비서조출모첨) : 띳집 처마에 잠자던 새가 놀라 날아간다
昔年舟泊仙遊峯(석년주박선유봉) : 지난 날, 선유봉에 배를 대고
眼裏依稀雙碧松(안리의희쌍벽송) : 두 푸른 솔이 눈 앞에 선하구나
惆悵如今城上望(추창여금성상망) : 이제 성 위를 바라보니 슬프기만 한데
滄波安得洗吾胸(창파안득세오흉) : 어찌해야 저 바다 물결로 나의 가슴 씻을까
不向東華軟土行(불향동화연토행) : 궁성을 향해 화려한 곳으로 가지 않고
藥爐書幌抱殘經(약로서황포잔경) : 약 달이며 서실에서 묵은 경전 안고 있도다
逍遙合作村夫子(소요합작촌부자) : 소요함은 바로 시골 접장에 걸맞으니
水石生涯誰得爭(수석생애수득쟁) : 물과 돌의 생애를 그 누가 다투려하리오

 

 

소군원(昭君怨)-이덕무(李德懋)
소군의 원망-이덕무(李德懋)

君恩曾未蒙(군은증미몽) : 임의 은혜 받지 못하고
胡寵詎能顧(호총거능고) : 어찌 오랑캐 놈의 사랑을 볼까
妾身當武夫(첩신당무부) : 무인을 가로맡은 첩의 몸이라
向月莫辛苦(향월막신고) : 달을 향해 괴로워하지 말지어라

 

 

소년행(少年行)-이덕무(李德懋)
소년을 노래하다-이덕무(李德懋)

壚飮蓮葉杯(로음연엽배) : 목로집에서 연엽주 들이키는데
門嘶桃花馬(문시도화마) : 문 밖엔 복사꽃 아래 얼룩말 운다
歡笑弄靑春(환소롱청춘) : 허허 웃으며 청춘을 즐기노니
金鞭當酒價(금편당주가) : 금 채찍 전당잡혀 술값 치른다

 

 

배신월(拜新月)-이덕무(李德懋)
달 보고 절하네-이덕무(李德懋)

千葉紅桃月影迷(천엽홍도월영미) : 달빛 희부연데, 잎사귀 속 붉은 복숭아
潭州竹席設花西(담주죽석설화서) : 담양 대자리를 꽃 곁에 펴 둔다
芳年二八太羞澁(방년이팔태수삽) : 꽃다운 이팔청춘 하도 수줍어
拜祝宜男聲却低(배축의남성각저) : 나직한 소리로 좋은 남자 점지를 절하며 빈다

 

 

동선령(洞仙嶺)-이덕무(李德懋)
동선령-이덕무(李德懋)

樹深何處坐黃鸚(수심하처좌황앵) : 우거진 숲 어디에 앵무새가 앉아는지
不露其身只送聲(불로기신지송성) : 몸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는구나
日午衣鞍都綠影(일오의안도녹영) : 정오 되니 옷도 안장도 푸른 그림자 일어
柰花如粉向人明(내화여분향인명) : 능금꽃은 떡가루처럼 사람 향해 밝게 날린다

 

 

한수주중(漢水舟中)-이덕무(李德懋)
한수의 배 안에서-이덕무(李德懋)

日脚玲瓏水步舒(일각영롱수보서) : 햇살은 영롱하게 나룻터에 퍼지고
春波綠闊素舲虛(춘파녹활소령허) : 봄 물결은 푸르고 넓은데, 빈 배 하나 떠있다
潛吹細沫空明裏(잠취세말공명리) : 맑고 빈 물 속에 잠겨 가는 거품 뿜어대니
針尾芒鬚二寸魚(침미망수이촌어) : 바늘 같은 꼬리 까끄라기 수염을 한, 두 치 물고기였어라

 

 

단양일집관헌(端陽日集觀軒)-이덕무(李德懋)
단오날 -이덕무(李德懋)

的的榴花燒綠枝(적적류화소록지) : 선명도하지 석류꽃은 초록가지 태우고
緗簾透影午暉移(상렴투영오휘이) : 발 사이로 비춰던 낮 햇빛이 옮겨간다
篆烟欲歇茶鳴沸(전연욕헐다명비) : 아물아물 연기는 멎고 찻물 끓어오르니
政是幽人讀畵時(정시유인독화시) : 이게 바로 한가한 사람 그림 구경 할 때

 

 

남산시(南山詩)-이덕무(李德懋)
남산시-이덕무(李德懋)

粤若古混沌(월약고혼돈) : 옛 혼돈의 시대에는
亭毒氣所囿(정독기소유) : 화육하는 기운만이 얽혀있었다
造化迺權輿(조화내권여) : 조화가 비로소 시작되어
寔匪巧曆究(식비교력구) : 교묘한 생각으로 궁리할 바는 아니었다네
偉哉七日鑿(위재칠일착) : 위대하도다, 칠 일 만에 뚫은 것
儵忽何神授(숙홀하신수) : 숙인가 홀인가 어찌 그리도 신기했던가
支山曁胃河(지산기위하) : 산은 지산이고 강은 위하라 하니
流結網闕漏(류결망궐누) : 흐르고 맺혀서 부족한 곳을 감싸도다
玆言和天倪(자언화천예) : 이것을 자연의 순응이라 말하니
無門實難覯(무문실난구) : 문이 없으니 사실을 보기 어렵기만 하다
衆山祖崑崙(중산조곤륜) : 뭇 산이 곤륜산에서 시작되어
幹龍三條湊(간용삼조주) : 산줄기 세 갈래로 뻗어네려
巨靈撑高掌(거령탱고장) : 큰 신령이 손바닥으로 높이 받들어
贔屭錯秦繡(비희착진수) : 기운차게 비단 무늬처럼 얽히어있네
萃作帝王宅(췌작제왕택) : 그 정기 모아 제왕의 집을 만들었으니
汧雍瑞氣透(견옹서기투) : 견수와 옹주(雍州)로 상서로운 기운이 통하였구나
太一鎭萬年(태일진만년) : 우뚝한 태일봉 수 만 년이나 서있어
葱籠以鬱茂(총롱이울무) : 그 총롱하고 울창함을 말할 수 없가 없도다
雄蟠壯西都(웅반장서도) : 웅장하게 서리어 서도를 장엄하게 하니
脈脈從華岫(맥맥종화수) : 줄기줄기 화산의 줄기 따르는구나
抱社仍含鄠(포사잉함호) : 사수를 포위하고 우현 땅을 감싸니
崤渭東西就(효위동서취) : 효산과 위수가 동서로 뻗혀있네
翕張肖何物(흡장초하물) : 모이고 벌어진 형세 무엇을 닮았는가
鶢鶋亙尾噣(원거선미주) : 원거가 꼬리와 부리를 뻗은 듯 하구나
耽奇若籠貨(탐기약롱화) : 기이함을 탐하는 사람 온갖 물화를 둘러싸며
壑巖競流秀(학암경류수) : 골짜기와 바위가 수려함을 다투는구나
太皥乘春令(태호승춘령) : 태호가 처음 봄 계절을 타고
駘蕩薰若酎(태탕훈약주) : 화창한 기운 술에 취하듯 훈훈하도다
眼纈捫涉際(안힐문섭제) : 오르고 건너는 곳에 눈이 부시고
赩紅花木覆(혁홍화목복) : 빨갛고 불그스레한 나무와 꽃들 덮여있고
區奧瞰衍沃(구오감연옥) : 오구에는 위아래로 기름진 땅도 보이는구나
神皐眺華構(신고조화구) : 신고에는 화려한 집 보이고
澗腹跳魚大(간복도어대) : 시냇물 복판엔 큰 물고기가 뛰노는구나
柏巓巢鶴癯(백전소학구) : 잣나무 끝에는 수척한 학이 깃들고
朱明届恢台(주명계회태) : 주명이 여름철의 기운을 타는구나
炎橐鼓宇宙(염탁고우주) : 불꽃 주머니가 온 우주를 고동케하고
石扇太始氷(석선태시빙) : 석선은 태고적부터 얼었었도다
鬼物之攸鏤(귀물지유루) : 귀신이 새겨 놓은 물건
傑出元氣中(걸출원기중) : 천지의 원기 속에 걸출하도다
一登眩延袤(일등현연무) : 한번 오르면 멀리 뻗은 곳에 눈이 현란하여
風穴響刁刁(풍혈향조조) : 바람 구멍 여기저기에 메아리 소리로다
冷善忘熱候(랭선망열후) : 차가운 기운은 더운 기후를 잊어버리게 하는구나
晨路舞淸秋(신로무청추) : 새벽 길에 맑은 가을을 춤추게하며
欲偕鵾鷄簉(욕해곤계추) : 곤계새와 함께 날아다니고 싶어도다
藥物鐘獸形(약물종수형) : 약물이 짐승 모양으로 뭉쳐져 있어
腰鎌月値戊(요겸월치무) : 허리에 낫을 차니 철은 오월이로다
淸霜百草腓(청상백초비) : 맑은 서리에 온갖 풀은 시들어가는데
泬寥憩雲竇(혈요게운두) : 텅비고 고요한 구름 있는 곳에서 쉬어가노라
水落物揫成(수락물추성) : 물은 마르고 만물이 굳어져버리면
鑿鑿石齒漱(착착석치수) : 착착한 돌 이빨 양치질할 만하고
厚坤沍窮陰(후곤호궁음) : 두터운 온 땅이 궁한 음기에 얼어붙어
膝六紛雜糅(슬육분잡유) : 백설이 분분하게 마구 휘날리는구나
疊松翳遠近(첩송예원근) : 겹겹한 소나무들 원근을 가리어
同雲易夜晝(동운이야주) : 구름과 함께하녀 낮과 밤을 바꾸는구나
瀑布垂天紳(폭포수천신) : 폭포는 마치 하늘의 띠를 드리우고
凍裂壁不漚(동렬벽불구) : 얼어 갈라진 절벽에 물거품 하나 일지 않는구나
架樾蟄神熊(가월칩신웅) : 엉성한 덤불 속엔 신비로운 곰 엎드려있고
偸橡捷飢狖(투상첩기유) : 굶주린 원숭이들 재빨리 상수리를 훔치는구나
覽玆閱四序(람자열사서) : 이러한 네 절후를 감상하다가
銅吼怕奔仆(동후파분부) : 동후에서 달리다 넘어질까 걱정했도다
始覺海杯殊(시각해배수) : 비로소 바다와 술잔이 다른 줄 알고서
昔慚蟲氷陋(석참충빙루) : 얼음을 모르는 여름 벌레의 고루함을 부끄러워했도다
澒洞胸海盪(홍동흉해탕) : 흐르는 골짜기 물이 가슴 바다가 울렁이고
泱漭眼界富(앙망안계부) : 광활한 물결이라 눈 안에 세상이 가득 차도다
全面霄漢磨(전면소한마) : 전체는 위로 하늘 위로 은하수에 닿고
半腹雷雨走(반복뢰우주) : 중턱에는 천둥과 비 달리듯 쏟아지는구나
或訝支祈怪(혹아지기괴) : 혹시 지기의 괴물 만나
鎖此帝難宥(쇄차제난유) : 이곳 막으니 상제가 용서하지 않으시는가
欻閃騁神姦(훌섬빙신간) : 아니면 간악한 귀신이 번쩍번쩍 치달리 듯
歷攬恐不售(력람공불수) : 하나하나 구경을 다 못할까 염려되노라
昏黑到上頭(혼흑도상두) : 캄캄한 맨 꼭대기에 이르러서는
虔祝冥冥祐(건축명명우) : 공경히 명명한 신명의 도움을 빌었노라
雖賴化翁扶(수뢰화옹부) : 비록 조화옹의 도움을 받았으나
屢被神物詬(루피신물후) : 여러 번 귀신의 시기를 당하기도 했도다
眩目踏壁梯(현목답벽제) : 절벽의 사다리에 오르니 눈 아찔하고
沃喊俯井甃(옥함부정추) : 목을 축이려 우물에 몸을 구부리는구나
軒擧纔欣暢(헌거재흔창) : 수레 움직여 겨우 기쁜 마음 펴려 하면
窸窣忽怐?(실솔홀구?) : 으스스한 기분 갑자기 멍청하고 두려워진다
地靈毓幾雄(지영육기웅) : 신령스런 이 땅 영웅을 몇이나 배출했는가
曠感千載舊(광감천재구) : 아득히 천년의 옛일을 느끼는구나
五坐三步纔(오좌삼보재) : 다섯 번 앉았다가 겨우 세 걸음쯤 걷고
北眺南睨又(북조남예우) : 북쪽을 바라보다 다시 남쪽 흘긋 보는구나
叢薄搜罔象(총박수망상) : 깊은 숲 속에선 멀리 망상이 찾아들고
淵湫竟靈獸(연추경영수) : 짙은 못에선 신령스런 짐승이 엿보이네
天設關防壯(천설관방장) : 천연으로 만들어진 웅장한 요새로다
一夫敵萬寇(일부적만구) : 한 장정이 만 명의 도둑을 막아내고
雄雄北斗城(웅웅북두성) : 안팎으로 된 당당한 북두의 성채로다
不待四方救(불대사방구) : 아예 사방의 구원병을 기다리지 않고
奈何紛得喪(내하분득상) : 어찌 그리 얻고 잃음이 분분한가
蠕蠕猶雛鷇(연연유추구) :마치 어린 새새끼처럼 굼틀거렸고
穆公宅玆覇(목공택자패) :진 목공은 여기에서 패업을 이룩하고
肇自勻天奏(조자균천주) :일찍이 균천 음악을 연주했다오
扶輿獨巋然(부여독규연) :부여봉은 유독 우뚝한 봉이라
不剝霜雪貿(불박상설무) :서리와 눈에 조금도 손상되지 않는다네
遙揖太白峯(요읍태백봉) :멀리 바라보이던 태백봉
黃昏始邂逅(황혼시해후) :황혼에야 비로소 만나게 되는구나
御宿蟠其尻(어숙반기고) :그 꽁무니엔 어숙봉이 서리어있고
紫閣距其脰(자각거기두) :그 목에는 자각봉이 마주 보고 있도다
飛狐白馬際(비호백마제) :비호봉과 백마봉 중간에
明滅眼花瞀(명멸안화무) :가물가물 눈길이 끌리는구나
凌競援飛蘿(릉경원비라) :조심조심 등 넌출을 휘어잡고
颯爽吸滴溜(삽상흡적류) :상상하게 떨어지는 물방울을 마시기도 하였다
離乍會之數(이사회지수) :갈라졌다가 잠깐 사이에 뭉치고
去忽來之復(거홀래지복) :갔는가는 갑자기 다시 오는구나
崖崿上而下(애악상이하) :위에도 낭떠러지 아래도 낭떠러지
?磟左而右(?륙좌이우) :왼쪽에도 돌 곰배, 오른쪽에도 돌 곰배로다
若大夫整笏(약대부정홀) :경대부가 홀을 잡은 듯
若將軍免胄(약장군면주) :장군이 투구를 벗은 듯 하도다
若便娟花蔿(약편연화위) :고운 화초가 줄지어 선 듯
若縹緲香臭(약표묘향취) :아득한 향취가 풍기는 듯도 하도다
若漢盤撑直(약한반탱직) :곧고 한 무제의 승로반 같고
若秦車碎副(약진거쇄부) :산산이 부서진 진시황의 부거 같기도 하구나
若昻頭白鶴(약앙두백학) :머리를 높이 든 흰 학 같고
若蟠尾赤鼬(약반미적유) :꼬리를 도사린 붉은 족제비 같도다
若戈鋋淬礪(약과연쉬려) :날카로운 창을 세운 듯
若羅縠摺皺(약라곡접추) :주름진 비단을 포갠 듯도 하도다
若嵞山之會(약도산지회) :도산의 모임 같고
若康回之鬪(약강회지투) :강회의 싸움 같기도 하도다
踞兮乳贙啖(거혜유현담) :걸터앉아 젖 먹이는 암호랑이 같고
竦兮翬翟雊(송혜휘적구) :쭝긋쭝긋 날개치는 수꿩이기도 하도다
波譎而雲詭(파휼이운궤) :기이한 물결 괴상한 구름고
繈至而輻輳(강지이폭주) :강지하듯이 폭주하듯이 하는구나
隼奮而盤翔(준분이반상) :새매가 높이 솟아 맴도는 듯하고
鹿駭而馳驟(록해이치취) :사슴이 놀래어 달아나는 듯하도다
錯互兮應接(착호혜응접) :엇갈리고 엉클어져 응접하 듯 하고
鬱密兮扶佑(울밀혜부우) :우거지고 마주 붙어 부축하는 태도이도다
冢巓岑嶠巘(총전잠교헌) :총, 전, 잠, 헌은
矗矗類列灸(촉촉류열구) :뾰족뾰족 침뜨는 쑥을 나열한 듯 하고
岵峐岨嶧巒(호해저역만) :호, 해, 조, 역, 만은
皛皛類模籒(효효류모주) :희뜩희뜩 전체(篆體) 글씨를 모방한 듯하도다
逶迤忽復斷(위이홀복단) :구불구불했다가 갑자기 또 끊어지니
落落敗軍逗(락락패군두) :패전한 군대가 아득히 물러나 머뭇거리는 듯하다
散漫忽復聚(산만홀복취) :여기저기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니
纚纚老農耨(리리노농누) :김매는 농부가 줄 지어 나아가는 듯하도다
聊知萬象供(료지만상공) :알겠노라, 온갖 형상 다 갖추었으니
難將百城購(난장백성구) :백 개의 성으로도 여기엔 미칠 수 없구나
有矚悉飽飫(유촉실포어) :눈에 보이는 것 모두 흐뭇 하여
無語還??(무어환??) : 말로 다 할 수 없어 도리어 머무적거리는구나
壯觀始傑卓(장관시걸탁) : 장관을 이제야 구경하니
前遊皆蒙幼(전유개몽유) : 전에 유람한 일 모두가 어린아이 짓이로다
寶藏仍是興(보장잉시흥) : 보물도 여기서 생겨나고
仁樂信匪謬(인락신비류) : 어진이가 좋아한다는 말 진실로 틀리지 않도다
春茆及夏筍(춘묘급하순) : 봄에는 순채요 여름에는 죽순이라
可實飣與餖(가실정여두) : 음식 상의 정두에 채울 만하도다
黃膓及文榟(황장급문재) : 황장목이랑 문재목은
可斲槨與柩(가착곽여구) : 깍아서 안팎의 널을 만들 만하며
貞筠及癭楠(정균급영남) : 곧은 대나무와 단단한 남나무
可飾俎與梪(가식조여두) : 다루어 제사 그릇에 이바지할 만하도다
騰猿曁飛?(등원기비?) : 뛰어넘는 원숭이와 날아다니는 박쥐는
曰維異狀獸(왈유이상수) : 이상한 모야의 짐승이고
曰維殊貌禽(왈유수모금) : 특별한 모양의 날짐승이기도 하도다
神鸞曁靈鷲(신란기영취) : 신기한 난새와 영묘한 독수리는
朱柯濯谷間(주가탁곡간) : 주가나무는 계곡 사이에 빼어나고
玉蒭被岡後(옥추피강후) : 아름다운 풀 언덕을 마구 덮는구나
攀援欲隱遯(반원욕은둔) : 더위잡고 올라가 이기에 숨어서
流連聊宿留(유련료숙류) : 돌아올 줄 잊은 채 묵고 싶어지는구나
何年學尙平(하년학상평) : 언제쯤이나 상평을 본받아
男女畢婚媾(남녀필혼구) : 남녀의 혼인을 다 끝내겠는가
隱玆無掛戀(은자무괘련) : 마무 미련 없이 여기에 묻혀서
囂塵永拂袖(효진영불수) : 시끄러운 속세를 아주 벗어나리라
殷宗何因夢(은종하인몽) : 은종이 어떻게 꿈을 꾸는가
周王不復狩(주왕불복수) : 주왕도 다시 사냥을 가지 않으리라
莫云仕逕捷(막운사경첩) : 벼슬의 지름길을 말하지 마시라
不於帝居首(불어제거수) : 제왕의 사는 곳에는 머리도 돌리지 않으리나
混淪凝胚胎(혼륜응배태) : 혼륜한 속에 조화가 엉키고
鬱蒸突饙餾(울증돌분류) : 울증하면 액체가 쏟아지기 마련이로다
渼陂抱或背(미피포혹배) : 미피수는 포옹했다 다시 등지고
嶓冡散或收(파몽산혹수) : 파총산은 흩어졌다 도로 모여들기도 하는구나
嶙恂之幟豎(린순지치수) : 쭝긋쭝긋 세워 둔 깃발 같고
繚繞之弓彀(료요지궁구) : 팽팽하게 버틴 활이기도 하다
穹崇之架樓(궁숭지가루) : 층계 집의 우뚝 솟은 모양 같고
棼撩之積槱(분료지적유) : 쌓은 장작나무 서로 얽힌 것 같도다
趪趪之羽簴(황황지우거) : 깃 꽂은 쇠북처럼 꼼짝하지 않고
井井之龍繇(정정지룡요) : 괘선 모양을 그은 것처럼 반듯반듯하구나
岡中連類坎(강중연류감) : 산가운데 연해진 것 강괘 같고
岸下斷類姤(안하단류구) : 언덕 아래가 끊어진 건 구괘와 같구나
呵護十二神(가호십이신) : 열두 신장이 호위해 주고
環擁卄八宿(환옹입팔숙) : 스물여덟 별들이 감쌌구나
奮迅牛觸墻(분신우촉장) : 날뛰는 소가 담을 받는 듯
翹驤馬騰廏(교양마등구) : 사나운 말이 마굿간에 뛰는 듯하도다
曲曲秀菌芝(곡곡수균지) : 굽이굽이 향초가 빼어나고
往往産瑩琇(왕왕산영수) : 여기저기 보물이 산출되는구나
道宮間仙竈(도궁간선조) : 궁전 사이엔 신선의 부엌
連甍又接霤(연맹우접류) : 연이은 기와집에 처마가 맞붙었구나
爰有一異人(원유일이인) : 이곳에 어떤 기이한 사람 있어
就我頗習狃(취아파습뉴) : 나에게 와서 자못 친절하도다
願受餐玉法(원수찬옥법) : 원컨대 구슬 먹는 법을 배워서
永年努力懋(영년노력무) : 힘써 오래오래 살고 싶어라
鍊攝辭人寰(련섭사인환) : 섭생과 단련으로 속세를 떠나
一欲瑩膚腠(일욕영부주) : 한결 이 몸을 깨끗이 하고 싶었도다
餐我赤松飯(찬아적송반) : 나에게 적송의 밥 먹이고
琅璈以相侑(랑오이상유) : 신선의 풍악으로 즐겁게 하는구나
勞餘得歸宿(노여득귀숙) : 지친 나머지에 잘 곳을 얻으니
灑然脫沈疚(쇄연탈심구) : 깨끗하게 묵은 병을 벗어났도다
曠朗似醒夢(광랑사성몽) : 꿈에서 깨어난 듯 명랑하니
怪誕豈憑呪(괴탄기빙주) : 어찌 허탄한 주문에 빙자해지랴
載符百萬錢(재부백만전) : 재부의 백만금을 가지고도
何不向此僦(하불향차추) : 어찌 여기에 와서 셋방살이 않으리오
幾日謾費力(기일만비력) : 그 몇 날이나 부질없이 힘을 허비하였던가
同氣洽引嗅(동기흡인후) : 같은 기운으로 같은 냄새를 맡은지라
稽首賦終南(계수부종남) : 머리 조아려 남산시를 지으면서
敬爲山靈?(경위산령?) : 경건히 산신령을 위하여 제를 올리나이다

 

 

新秋偶吟(신추우음)-李德懋(이덕무)
초가을에 우연히 읊다-李德懋(이덕무)

望野吟情正悵然(망야음정정창연) : 저 들녘 바라보니 마음이 쓸쓸하고
縈回秋水際長天(영회추수제장천) : 굽이치는 가을물 긴 하늘과 맞닿아있네
玄禽挾子飛簾外(현금협자비염외) : 새끼 달린 제비는 울타리 밖을 훨훨 날고
白雁叫群過閣前(백안규군과각전) : 떼 지어 우는 기러기 집 앞을 스쳐가네
渺渺遠山將落日(묘묘원산장락일) : 먼 산은 아득아득 해는 지려하는데
茫茫孤嶼已橫煙(망망고서이횡연) : 외로운 섬 가물가물 물안개에 비껴있네.
參差舟楫迷江口(삼차주즙미강구) : 높고 낮은 돛단배는 포구에 몰려있고
打鼓商人欲發船(타고상인욕발선) : 북소리 두둥둥 상선이 떠나려 하는구나.

 

 

上元曲2(상원곡)-李德懋 (이덕무)
보름날의 노래-李德懋 (이덕무)

雪色澄明惟此宵(설색징명유차소) : 유독 오늘 밤은 눈빛이 맑고밝아
人人候月廣通橋(인인후월광통교) : 사람마다 광통교에서 달을 기다린다
歌童一隊聯群袂(가동일대연군몌) : 노래하는 아이들 한 무리가 여러 옷깃을 이어

齊唱東方行樂調(제창동방행락조) : 동방의 행락조를 함께 부르네

 

 

上元曲1(상원곡1)-李德懋 (이덕무)
보름날의 노래-李德懋 (이덕무)

十字街中月色明(십자가중월색명) : 사방 네거리 가운데 달이 밝고밝
初更三點候鐘聲(초경삼점후종성) : 초경 삼 점에 종소리를 기다리네
謳歌半夜人初散(구가반야인초산) : 노래 부르던 사람들 밤이 깊어서야 흩어지는데
何處村鷄時一鳴(하처촌계시일명) : 어디서 시골 닭이 때때로 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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