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석
元天錫
1330(충숙왕 17)~ ?
고려말 조선초의 학자·문인.
자는 자정(子正), 호는 운곡(耘谷). 원주(原州) 아전층의 후손으로 종부시령(宗簿寺令)을 지낸 윤적(允迪)의 아들이다.
문장과 학문으로 경향간(京鄕間)에 이름을 날렸으나, 출세를 단념한 채 한 번도 관계(官界)에 나가지 않고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생을 은사(隱士)로 지냈다.
군적(軍籍)에 등록될 처지가 되자 그것을 모면하기 위해 진사(進士)에 합격했다.
그는 이방원(뒤의 태종)의 스승을 지낸 적이 있어 태종이 즉위 후 여러 차례 불렀으나 나가지 않았고, 치악산에 있는 그의 집으로 친히 찾아와도 자리를 피했다.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나서야 백의(白衣)를 입고 서울로 와 태종을 만났다고 한다.
비록 향촌에 있었으나 여말선초의 격변하는 시국을 개탄하며 현실을 증언하려 했다.
만년에 야사(野史)를 저술해 궤 속에 넣은 뒤 남에게 보이지 않고 가묘(家廟)에 보관하도록 유언을 남겼다.
증손대에 와서 사당에 시사(時祀)를 지낸 뒤 궤를 열어 그 글을 읽어보았는데, 멸족(滅族)의 화를 가져올 것이라 하여 불태웠다고 한다.
문집으로는 〈운곡시사 耘谷詩史〉가 전한다.
이 문집은 왕조 교체기의 역사적 사실과 그에 관한 소감 등을 1,000수가 넘는 시로 읊은 것으로 제목도 '시사'(詩史)라 했다.
야사는 없어졌으나 이 시가 하나의 증언으로 남아 있어 후세의 사가들은 모두 원천석의 증언을 따랐다.
"흥망(興亡)이 유수(有數)하니"로 시작하는 고려왕조를 회고하는 시조 1수가 전한다.
춘교화락(春郊花落)-원천석(元天錫) 봄날 교외에서-원천석(元天錫)
錦茵鋪滿地(금인포만지) : 금잔디 땅에 가득한데 春去百花園(춘거백화원) : 온갖 꽃 가득한 뜰에 봄은 간다 昨暮紅枝爛(작모홍지란) : 어제 저녁 붉은 꽃가지 흐트러졌는데 今朝綠葉飜(금조녹엽번) : 오늘 아침에는 푸른 나뭇잎 날린다 遊觀從此少(유관종차소) : 봄놀이 구경은 이제부터 드물어지니 歌吹豈爲繁(가취기위번) : 노래 부르고 피리 부는 일 어찌 자주 하리오 人事摠如是(인사총여시) : 사람의 온갖 일들이 이와 같으니 浮生何足言(부생하족언) : 뜬 구름 같은 인생을 어찌 족히 말하리오
|
|
|
고금(古琴)-원천석(元天錫) 옛 거문고-원천석(元天錫)
太古冷冷韻技奇(태고냉랭운기기) : 태고부터 냉냉하고 운치와 재주 기발하여도 伯牙流水少人知(백아유수소인지) : 백아의 흘러내리는 물 노래 아는 사람 적도다 子期死後絃初絶(자기사후현초절) : 종자기 죽은 후에 악기줄 처음 끊어져 棄置虛堂良可悲(기치허당량가비) : 빈 집에 버려두니 정말로 슬퍼할 만하여라
|
|
|
동야(冬夜)-원천석(元天錫) 겨울밤-원천석(元天錫)
火焰爐灰睡味幽(화염노회수미유) : 불 꺼진 화로에 졸음 맛 깊은데 松風終夜響颼颼(송풍종야향수수) : 솔바람 밤새도록 솔록소록 들려오네 夢廻推枕惺惺着(몽회추침성성착) : 꿈 깨어 베개 밀치니 정신은 말똥말똥 月側西南欲曉頭(월측서남욕효두) : 서남으로 달은 기울고 새벽이 되려하네
|
|
|
춘교우중(春郊雨中)-원천석(元天錫) 봄들판에 비 내리는데-원천석(元天錫)
雲氣政彌漫(운기정미만) : 구름기운 가득하고 雨昏天地間(우혼천지간) : 내리는 비에 천지가 어둑하다 空濛能潤物(공몽능윤물) : 보슬비에 만물은 촉촉하고 暗淡巧此山(암담교차산) : 어둠은 교묘하게 산에 내린다 壟上人多喜(농상인다희) : 밭 위의 사람들은 기뻐하고 溪邊鷺獨閑(계변로독한) : 개울가에는 백로가 홀로 한가롭다 時看煙草路(시간연초로) : 때때로 안개 낀 풀섶을 바라보니 簑濕牧童還(사습목동환) : 젖은 도롱이 쓴 목동이 돌아오는구나
|
|
|
춘교한보(春郊閒步)-원천석(元天錫) 봄 들판을 한가히 걸으며-원천석(元天錫)
無私天地春(무사천지춘) : 사사로움 없는 천지의 봄 風日更淸新(풍일갱청신) : 바람과 해는 맑고도 신선하다 隔水看飛鳥(격수간비조) : 물 건너 날아가는 새를 보고 渡橋逢野人(도교봉야인) : 다리 건너 들 사람을 만난다 冥搜物像富(명수물상부) : 어둑한 속에서 물상의 풍부함 찾으니 卽忘生涯貧(즉망생애빈) : 이내 내 삶의 궁핍함을 잊어버린다 遇勝藉芳草(우승자방초) : 좋은 땅 만나 방초에 누우니 却思塗炭民(각사도탄민) : 문득 도탄에 빠진 백성이 생각난다
|
|
|
사조선생견방(謝趙先生見訪)-원천석(元天錫) 조선생의 방문에 감사하며-원천석(元天錫)
多君觸氷雪(다군촉빙설) : 여러 번 그대 눈얼음 맞으며 山路夜相過(산로야상과) : 산길을 밤에 서로 지나 왔었지요 剪燭更籌永(전촉경주영) : 촛불심지 자르니 밤 길어지고 開樽春氣和(개준춘기화) : 술자리 여니 봄기운 화창합니다 淸談飜海水(청담번해수) : 맑은 이야기에 바닷물 출렁이고 逸興動星河(일흥동성하) : 흥취 이니 은하수도 움직입니다 厚意誠難忽(후의성난홀) : 고마운 뜻 소홀히 하기 어려워 吟成一曲歌(음성일곡가) : 한 곡조 노래를 지어 읊어봅니다
|
|
|
자영(自詠)-원천석(元天錫) 스스로 시를 읊다-원천석(元天錫)
昨夜雨蕭蕭(작야우소소) : 어젯밤 비 우수수 내리고 曉來山霧深(효래산무심) : 새벽녘 산 안개 자욱하다 脩然正衣坐(수연정의좌) : 수연히 옷 바루고 앉으니 不覺發長吟(불각발장음) : 어느 결에 긴 노래 읊는다 東籬有秋色(동리유추색) : 동쪽 울타리에 가을빛 짙고 菊蘂粲黃金(국예찬황금) : 국화 꽃술은 황금빛 繞叢自怡悅(요총자이열) : 꽃가를 돌며 스스로 즐거워 한다 淸香熏素襟(청향훈소금) : 맑은 향기 깨끗한 옥에 젖어들고 孤芳傲霜冷(고방오상냉) : 고고한 꽃 찬 서리에 오만하다 苦哉君子心(고재군자심) : 괴롭구나, 군자의 마음이여 撫己再三嘆(무기재삼탄) : 몸을 어루만지며 재삼 감탄하니 朝陽輝遠林(조양휘원림) : 아침 맑은 햇빛 먼 숲을 비춘다
|
|
|
금당천(金堂川)-원천석(元天錫) 금당천에서-원천석(元天錫)
分割封疆古有源(분할봉강고유원) : 땅을 나누는데는 예로부터 근원이 되는 물 있어 一溪中坼二乾坤(일계중탁이건곤) : 한 개울이 가운데서 터져 두 세상이 되었구나 臨流駐馬時回顧(임류주마시회고) : 흐름에 다달아 말을 멈추고 때때로 돌아보면 前足黃驪後北原(전족황려후북원) : 발 앞은 황려 땅이요, 발 뒤는 북원 땅이로다
|
|
|
송행(送行)-원천석(元天錫) 떠나 보내며-원천석(元天錫)
絶學無爲雲水僧(절학무위운수승) : 배움 끊고 하는 일 없이 떠도는 스님 芒鞋布襪一烏藤(망혜포말일오등) : 짚신에 면포 버선, 검은 등나무 지팡이 渾身只是衝天志(혼신지시충천지) : 다만 온 몸은 하늘의 뜻을 뚫으려 하나니 此去應燃不盡燈(차거응연부진등) : 이곳 떠나면 반드시 다하지 않는 등을 태우리라
|
|
|
우중즉사(雨中卽事)-원천석(元天錫) 비는 내리는데-원천석(元天錫)
山花紅紫鳥相呼(산화홍자조상호) : 산에 꽃은 울긋불긋, 새는 노래하는데 獨坐無端憶酒徒(독좌무단억주도) : 홀로 앉으니 까닭없이 술 친구 생각난다 夢與洞仙傾露液(몽여동선경로액) : 꿈 속에서 산 속 친구와 이슬방울 나누니 雨窓春睡有工夫(우창춘수유공부) : 비 내린 창가 봄잠에도 공부가 있어야 한다
|
|
|
초동시우인(初冬示友人)-원천석(元天錫) 초겨울에 친구에게 보이다-원천석(元天錫)
幽居何所有(유거하소유) : 그윽히 사는 곳에 무엇이 있겠는가 好事不如無(호사불여무) : 좋은 일도 아예 없는 것만 못하도다 語黙誠而已(어묵성이이) : 말하든 침묵하든 성실해야 할 뿐이며 行藏命矣夫(행장명의부) : 활동하던 숨어 살던 운명일 뿐이도다 雲林翹野鶴(운림교야학) : 구름 낀 숲엔 깃털 긴 들판의 학 煙壑腐寒儒(연학부한유) : 안개 자욱한 골짜기엔 썩은 한미한 선비 忽復輕颸節(홀부경시절) : 홀연히 다시 신선한 바람이는 계절 冬暉照座隅(동휘조좌우) : 겨울 지는 햇빛이 앉은 모퉁이를 비추는구나
|
|
|
칠월횡천도중(七月橫川途中)-원천석(元天錫) 칠월 횡천 땅을 지나며-원천석(元天錫)
山霧霏微晴未晴(산무비미청미청) : 산 안개 부슬부슬, 개어도 맑지 않고 草深溪路絶人行(초심계로절인행) : 풀 깊은 개울길에 사람의 통행 하나 없다 就中何物撩詩想(취중하물료시상) : 이 중어 무엇이 나의 시상을 집어내나 隔岸一鳩呼雨鳴(격안일구호우명) : 건너 언덕에 비둘기 한 마리 비를 불러 울어댄다
|
|
|
모진2(母津2)-원천석(元天錫) 모진 나루에서-원천석(元天錫)
誰把慈親號此津(수파자친호차진) : 누가 어머니라고 이 나루터를 이름 지었나 朝南暮北子來人(조남모북자래인) : 아침에는 남쪽, 저녁엔 북으로 자식처럼 오가는 사람들 願將此水爲甘乳(원장차수위감유) : 원하노니, 이 물을 모두 달콤한 젖을 만들어 普養離親天下民(보양리친천하민) : 널리 어버이 떠난 온 세상 백성들을 양육하고 싶어라
|
|
|
모진1(母津1)-원천석(元天錫) 모진 나루에서-원천석(元天錫)
慈顔遠別去年秋(자안원별거년추) : 지난 해 가을 어머님 멀리 떠나보내고 寤寐思量恨未休(오매사량한미휴) : 자나깨나 어머님 생각 한스러움 그치지 않는다 直到江邊倍怊悵(직도강변배초창) : 강변에 바로 닿으니 서글퍼지는 마음 더하고 暗將雙淚灑淸流(암장쌍루쇄청류) : 남 몰래 흐르는 두 줄기 눈물을 맑은 물에 뿌린다
|
|
|
춘성노상(春城路上)-원천석(元天錫) 춘성 가는 길에-원천석(元天錫)
矮帽輕衫何處客(왜모경삼하처객) : 작은 모자 가벼운 적삼 어느 나그네 柳西花外尋芳春(유서화외심방춘) : 버드나무 서편 꽃 밖에서 꽃다운 봄 찾는다 半醒半醉一驪背(반성반취일려배) : 반 쯤 깬 듯, 반 쯤 취한 듯 나귀 등에서 暮影靑山佳句新(모영청산가구신) : 그늘진 저문 청산에 좋은 싯귀 새로워지는구나
|
|
|
추일(秋日)-원천석(元天錫) 가을날-원천석(元天錫)
目窮紅樹外(목궁홍수외) : 시선은 단풍진 나무 밖 倚柱已斜暉(의주이사휘) : 기둥에 기대서니 이니 황혼빛 鴉引暮愁去(아인모수거) : 갈가마귀 저녁 수심 가져 가고 雁牽秋意歸(안견추의귀) : 기러기는 가을의 마음 끌어 오는구나 那堪對搖落(나감대요락) : 어찌 견디리오, 요락한 나무를 보고 不可無傷悲(불가무상비) : 마음 상하고 서글퍼지는 일 없겠는가 黃葉亂蕭瑟(황엽난소슬) : 누런 단풍 어지럽고 쓸쓸한데 西風吹我衣(서풍취아의) : 가을 바람은 나의 옷에 불어오는구나
|
|
|
제주남교(堤州南郊)-원천석(元天錫) 제주고을 남쪽 들녘-원천석(元天錫)
十里春原新雨過(십리춘원신우과) : 십리 봄 들판에 비 지나가고 鶬鶊上下弄晴光(창경상하롱청광) : 꾀고리 오르내리며 맑은 풍광 희롱한다 軟沙細草溪邊路(연사세초계변로) : 개울가 길엔 가는 모래와 가는 풀 時有幽花渡水香(시유유화도수향) : 때때로 그윽한 꽃들 물 건너 향기롭다
|
|
|
숙순흥부(宿順興府)-원천석(元天錫) 순흥부에서 묵으며-원천석(元天錫)
滿城佳致一何新(만성가치일하신) : 성안에 가득한 운치 어찌 이다지도 새로운가 草綠花紅各自春(초록화홍각자춘) : 풀은 푸르고 꽃은 붉어 제각기 절로 봄이로구나 吟翫竹溪溪上月(음완죽계계상월) : 대나무 우거진 개울가의 달을 읊으니 灑然方寸絶纖塵(쇄연방촌절섬진) : 시원하게도 마음 속에서 가는 먼지마저 끊기는구나
|
|
|
도영덕(到寧德)-원천석(元天錫) 영덕에 이르러-원천석(元天錫)
雲淡風輕十里亭(운담풍경십리정) : 십리 여정 구름은 옅고 바람은 살랑이는데 馬頭山好雨新晴(마두산호우신청) : 마두산은 새로 비 개어 좋기도 하여라 小溪淸淺城東路(소계청천성동로) : 물 옅은 조그마한 개울 따라 성 동쪽 길은 一樹梅花隔水明(일수매화격수명) : 한 그루 매화꽃 물 건너 밝기도 하여라
|
|
|
월송정(越松亭)-원천석(元天錫) 월송정-원천석(元天錫)
松陰十里白沙平(송음십리백사평) : 솔 그늘 십리에 백사장은 평평한데 亭外晴雷驟浪聲(정외청뢰취낭성) : 정자 밖엔 마른 우뢰, 물결 소리 빠르구나 境勝難容塵世足(경승난용진세족) : 좋은 경치 속세의 자취 용납하지 어려우니 臨風暫憩愧吾行(임풍잠게괴오행) : 바람을 맞으며 잠시 뒤니 나의 행식이 부끄럽다
|
|
|
읍선루(泣仙樓)-원천석(元天錫) 읍선루-원천석(元天錫)
泣仙樓外柳成陰(읍선루외유성음) : 음성루 밖 버드나무 그늘지고 人住人分恨未禁(인주인분한미금) : 머무는 사람 떠나는 사람 이별의 한 못이긴다 別淚行行添作浪(별루행행첨작랑) : 줄줄 흐르는 이별의 눈물 물결에 더하니 一塘春水更方深(일당춘수갱방심) : 온 연못에 봄물이 다시 깊어지는구나
|
|
|
관어대(觀魚臺 )-원천석(元天錫) 관어대-원천석(元天錫)
深淵得所樂洋洋(심연득소락양양) : 깊은 연못에 제 자리 얻으니 즐거움 양양하고 衆尼莘莘短復長(중니신신단부장) : 여러 물고기 꼬리 길죽길죽, 짧았다 길어지는구나 我自知魚子知我(아자지어자지아) : 내가 고기를 알고, 고기가 날 아니 莫將同異更商量(막장동이갱상량) : 같고 다름을 다시는 헤아리려 하지 말라
|
|
|
제삼소도(題三笑圖)-원천석(元天錫) 삼소도에 제하다-원천석(元天錫)
同携蒼石路(동휴창석로) : 푸른 돌 길을 같이 손잡고 也任日將西(야임일장서) : 마음대로 걷다가 서산에 해 지려니 一笑乾坤搾(일소건곤착) : 하늘과 땅이 좁음을 웃어주고 忘言過虎溪(망언과호계) : 말조차 잊고서 호계를 건너고 말았구나
|
|
|
숙말흘촌(宿末訖村)-원천석(元天錫) 말흘촌에서 묵다-원천석(元天錫)
暮向山村得得過(모향산촌득득과) : 저물어 산골 마을로 천천히 지나가니 棘荊林下路橫斜(극형임하로횡사) : 가시 밭 수풀 아래 길은 비껴있도다 馬頭時有居民拜(마두시유거민배) : 말 머리에는 때때로 주민들이 인사를 하며 遙指溪邊是我家(요지계변시아가) : 멀리 개울가를 가리키며 저희 집이라 하는구나
|
|
|
회양우동지(淮陽遇冬至)-원천석(元天錫) 회양 땅에서 동지날을 만나다-원천석(元天錫)
客裏誠難晳駐驢(객리성난석주려) : 나그네 처지로 잠시 말 머추기도 어렵고 忽忽未暇計居諸(홀홀미가계거저) : 바빠서 쉬지 못하니 세월을 헤아리겠느나 異鄕忽遇陽生旦(이향홀우양생단) : 타향에서 홀연히 양기 생기는 동지날 아침 만나니 坐對靑山檢曆書(좌대청산검력서) : 푸른 산 마주보고 앉아 달력을 일일이 살펴보노라
|
|
|
춘교우후(春郊雨後)-원천석(元天錫) 비내린 봄 들판-원천석(元天錫)
一雨洗殘春(일우세잔춘) : 비 내려 잔설이 씻기니 山川面目眞(산천면목진) : 산천이 진면목이 드러난다 爛漫纔減昔(난만재감석) : 남만한 꽃들이 옛 모습 잃고 嫩綠又增新(눈록우증신) : 새싹은 더욱 새로워지고 松嶺嵐猶礙(송령람유애) : 소나무 언덕에 푸른 기운 서려있고 蔬畦碧已均(소휴벽이균) : 언덕의 나물들은 이미 다 파래졌도다 製詩報晴霽(제시보청제) : 시를 지어 갠 날씨 알리니 誰道負良辰(수도부양진) : 누가 좋은 시절 저버렸다고 말할까
|
|
|
춘교화개(春郊花開)-원천석(元天錫) 봄들판 꽃은 피고-원천석(元天錫)
郭外春陰薄(곽외춘음박) : 성 밖 봄 그늘 엹어지더니 群花映草廬(군화영초려) : 온갖 꽃빛이 초가에 비치는구나 繁枝聊可折(번지료가절) : 화려한 꽃가지 꺾을 수 있지만 嫩葉不須除(눈엽불수제) : 어린 잎사귀 반드시 딸 필요는 없도다 影轉斜曛畔(영전사훈반) : 그림자는 돌아 언덕을 비추고 香浮小雨餘(향부소우여) : 보슬비 내린 뒤라 꽃향기 떠돈다 穠華無十日(농화무십일) : 화려한 꽃 열흘 가지 못한다니 將恐意蕭疏(장공의소소) : 마음이 허전해질까 지레 두려워라
|
|
|
춘교한보(春郊閒步)-원천석(元天錫) 봄날 교외를 거닐며-원천석(元天錫)
無私天地春(무사천지춘) : 천지에 봄은 사사로움 없어 風日更淸新(풍일갱청신) : 바람과 해볓 다시 맑고 신선하여라 隔水看飛鳥(격수간비조) : 물건너 새는 날아가고 渡橋逢野人(도교봉야인) : 다리 건너다 시골 사람 만난다 冥搜物像富(명수물상부) : 물상의 넉넉함을 찿아보니 卽忘生涯貧(즉망생애빈) : 생활의 가난함도 잊어지는구나 遇勝藉芳草(우승자방초) : 경치 좋은 곳 향기로운 풀은 우거지는데 却思塗炭民(각사도탄민) : 도탄에 빠진 백성 생각 간절하여라
|
|
|
춘교한거(春郊閑居)-원천석(元天錫) 봄날 교외에 살며-원천석(元天錫)
郊居靜且閑(교거정차한) : 교외에 사니 고요하고도 한가로워 嵐翠連山市(남취연산시) : 푸른 이내 산 속 인가에 자욱하구나 溪穿脩竹流(계천수죽류) : 개울물 대숲을 뚫고 흐르고 門對落花閉(문대낙화폐) : 문은 지는 꽃을 마주하여 닫혀있구나 操筆發長吟(조필발장음) : 붓 잡아 긴 노래 지으며 倚欄成假寐(의란성가매) : 난간에 기대니 잠이 드는구나 誰挑野菜來(수도야채래) : 누가 들나물 캐어왔는지 細嚼嘗春味(세작상춘미) : 잘게 씹어보며 봄을 맛보노라
|
|
|
과양구읍(過楊口邑)-원천석(元天錫) 양구읍을 지나며 -원천석
破屋鳴相呼(파옥명상호) ; 부서진 집 울음소리 서로 이어지고 民逃吏亦無(민도리역무) ; 백성이 달아나 버리니 안전놈도 없구나 每年加弊瘼(매년가폐막) ; 해마다 폐해와 고통은 늘어나니 何日得歡娛(하일득환오) ; 어느 날 다시 즐거움을 찾으리 田屬權豪宅(전속권호댁) ; 논밭들은 모두 귀족들 차지 門連暴惡徒(문연포악도) ; 대문마다 포악한 무리들이 줄을 잇는구나 子遺殊可惜(자유수가석) ; 남겨진 아이들 특히 애처우니 辛苦竟何辜(신고경하고) ; 그 고통 누구의 허물인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