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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박은(朴誾) 만리뢰2 외

 

박은(朴誾)

1479(성종 10) 경북 고령~ 1504(연산군 10).
조선 중기의 학자·시인

 

이행(李荇)과 더불어 해동(海東)의 강서파(江西派)로 일컬어졌으며, 짧은 생애를 불우하게 살았다.

본관은 고령. 자는 중열(仲說), 호는 읍취헌(邑翠軒).

아버지는 한성부판관 담손(聃孫)이며, 어머니는 제용감직장(濟用監直長) 이이(李苡)의 딸이다.

4세에 책을 읽을 줄 알았으며 15세에는 문장에 능통했다.

당시 대제학이던 신용개(申用漑)가 이를 기특히 여겨 사위로 삼았다.

1496년 18세의 나이로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한 뒤 사가독서(賜暇讀書)하는 데 뽑혔으며 홍문관(弘文館)에서 정자(正字)·수찬(修撰)을 지냈다. 1498년 20세에 유자광(柳子光)과 성준(成俊)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오히려 파직되어 옥에 갇힘으로써 생활이 힘들어졌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불안을 잊기 위해 술과 시로 세월을 보내던 중 지제교(知製敎)에 임명되었으나 나가지 않았으며 26세에 갑자사화에 연루되어 죽었다.

그의 시 중 주로 그가 파직되었던 23세부터 아내가 죽기 전까지의 것이 남아 있다.

그는 중국 송대에 진사도(陳師道)가 당시(唐詩)의 전통에서 벗어나 기발한 착상과 참신한 표현을 위주로 썼던 기교적인 시를 다시 보여주었기 때문에 해동의 강서파로 일컬어졌다.

 그러나 그의 시는 폭 넓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움에서 멀어졌다는 점에서 고답적이고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죽은 지 3년이 지나 신원(伸寃)되고 도승지로 추증되었다.

친구 이행이 그의 시를 모아 펴낸 〈읍취헌유고〉가 남아 있다.

 

 

 

 

 

만리뢰2(萬里瀨2)-박은(朴誾)

鵝飛右軍宅(아비우군댁) : 거위는 우군 댁으로 날고
草滿惠連池(초만혜련지) : 풀은 가득하여 연못마다 풍성하다.
有客來空立(유객래공립) : 돌아와 쓸쓸히 선 나그네 있어도
無人和此詩(무인화차시) : 이 시에 화답할 사람 아무도 없어라.

 
 

용재대국여택지동부(容齋對菊與擇之同賦)-박은(朴誾)

秋熟容齋酒(추숙용재주) : 가을은 용재의 술 익혀주고
霜留黃菊香(상유황국향) : 서리는 국화향기 남겨주었구나
來成爛熳醉(래성란만취) : 여기 와서 거나하게 취해서
浪詠寂寥章(랑영적요장) : 마음대로 적료장를 읊어본다
此興可能久(차흥가능구) : 이 흥취 오래 가질 수 있다면
餘生那更傷(여생나경상) : 남은 내 생애 어찌 다시 슬퍼하랴
南山倦歸鳥(남산권귀조) : 남산엔 둥지로 돌아오는 새들
落日點微茫(낙일점미망) : 석양속에 아득히 날아드는구나

 
 

계축이주(癸丑移舟)-박은(朴誾)

山凝雨餘態(산응우여태) : 비온 뒤 산 자태 안개에 자욱하고
江湧風前浪(강용풍전랑) : 바람 앞에 물결은 강물에 솟구친다
遠樹自短短(원수자단단) : 멀리 보이는 나무들 작기도 한데
宿羽迷兩兩(숙우미량량) : 깃든 새들 쌍쌍이 날아 아물거린다
地接楊根郡(지접양근군) : 땅은 양근군에 인접했지만
舟移月溪上(주이월계상) : 월계 위를 배 저어 가노라
雲陰欲解駁(운음욕해박) : 음산한 구름 흩어지려는데
東眺日光盪(동조일광탕) : 동녘을 바라보니 햇빛 훤히 씻긴다

 
 

등청심루(登淸心樓)-박은(朴誾)

可使登臨無好句(가사등림무호구) : 누에 올라 좋은 싯귀 없다면
恐敎魚鳥駭塵顔(공교어조해진안) : 고기잡는 새, 속된 모습에 놀랄거야
鬱蔥神勒寺前塔(울총신륵사전탑) : 울창한 신륵사앞 탑은 높기만 하고
縹緲楊根郭外山(표묘양근곽외산) : 양근성밖 보이는 산하는 아득하구나
江路迂如環半月(강로우여환반월) : 강가 길은 반달처럼 휘어져 멀고
灘流疾似發黃間(탄류질사발황간) : 여울물은 화살처럼 황간을 떠난다
扁舟又被催歸去(편주우피최귀거) : 작은 배도 돌아갈 길 재촉하여
未遣浮生終日閒(미견부생종일한) : 덧없는 인생 하루만의 한가함도 없구나

 
 

낙하도두영상(洛下渡頭嶺上)-박은(朴誾)

灩灩長江落日邊(염염장강낙일변) : 긴강 출렁이고 해는 지는데
飄飄客袖晩風前(표표객수만풍전) : 나그네 소맷자락 바람에 날린다
山如螘垤麗平地(산여의질려평지) : 산들은 개미집처럼 평지에 깔려있고
帆作雁行來遠天(범작안행래원천) : 돛단배 기러기처럼 먼 하늘에서 날아든다

 
 

야와유회사화(夜臥有懷士華)-박은(朴誾)

故人自致靑雲上(고인자치청운상) : 친구는 스스로 높은 벼슬 올랐건만
老我孤吟黃菊邊(노아고음황국변) : 늙은 나는 외로이 국화꽃 곁서 읊조린다
高盖何堪容陋巷(고개하감용누항) : 높은 벼슬 어찌 누항에 어울리리오만
酒盃終不負新篇(주배종불부신편) : 들이키는 술잔은 끝내 새 시편을 짓게한다

 
 

등하취서은백택지(燈下醉書誾白擇之)-박은(朴誾)

我不如陶令(아불여도령) : 나는 도연명을 따르지 못하여
無心任去留(무심임거류) : 마음에 가고 머뭄을 맡기지 못하네
浮沈隨俗化(부침수속화) : 흥하고 망함이 세속따라 변하고
用舍與人謀(용사여인모) : 등용과 퇴출을 남들과 꾀한다네
殘夢驚千里(잔몽경천리) : 사라져 가는 꿈 천리밖서 놀라고
孤懷繞百憂(고회요백우) : 외로운 회포 온갖 근심 에워싼다
何當遂吾願(하당수오원) : 어찌하면 마땅히 내소원 이룰까
醉臥菊花秋(취와국화추) : 취하여 누워 국화꽃 가을을 느낀다

 
 
취헌야음(翠軒夜飮)-박은(朴誾)

早喜交情淡(조희교정담) : 일찍부터 정담 나누길 즐겨
今知此味甘(금지차미감) : 오늘에야 참맛 알게 되었네
月生前夜白(월생전야백) : 달은 어젯밤처럼 밝아오고
人復舊時三(인부구시삼) : 사람은 전처럼 다시 세 사람
子興侵佳句(자흥침가구) : 그대 흥취 싯구에 젖어들고
吾衰屬半酣(오쇠속반감) : 초췌한 나는 반쯤 취해 있다네
菊花眞不負(국화진불부) : 국화도 정녕 우릴 져버리지 않고
寒後更相參(한후경상참) : 찬바람 지난 뒤도 함께 있었네
 
 

증직경(贈直卿)-박은(朴誾)

秋來屈指待君回(추래굴지대군회) : 가을오자 손꼽아 돌아 오길 기다려
準擬盃尊日日開(준의배존일일개) : 날마다 술자리 열고자 다짐했다오
誰料相逢不相見(수료상봉불상견) : 누가 다시 만나지 못할줄 생각했으랴
秖應堪笑亦堪哀(지응감소역감애) : 그저 웃고 슬퍼할 뿐이라오
知君嬴病今何似(지군영병금하사) : 그대 병은 지금 어떠한가 알겠거니
奈我淸狂未自裁(내아청광미자재) : 나의 절친한 벗 고치지 못함을 어찌하랴
後夜雪晴乘興去(후야설청승흥거) : 뒷날 밤 눈 개이면 흥을 타고 가서
寓庵燈火廳談雷(우암등화청담뢰) : 우암의 등불아래서 얘기판이나 펼치세

 
 

증지정겸봉용재(贈止亭兼奉容齋)-박은(朴誾)

京師塵霧中(경사진무중) : 서울은 먼지 안개속
阽隘難擧首(점애난거수) : 위태하여 머리들기 어렵소
北山水石勝(북산수석승) : 북쪽산 수석 좋은데
南家占十九(남가점십구) : 남가가 거의 다 차지했소
興來每獨往(흥래매독왕) : 흥 나면 매양 홀로 찾아가
索酒先呌吼(색주선규후) : 술 찾으며 먼저 고함쳤소
無主不加少(무주불가소) : 주인장 없어도 괜찮았고
有主不加厚(유주불가후) : 주인장 있어도 그저 그랬소

 
 

투택지사여지만(投擇之謝余之慢)-박은(朴誾)

心從醒後皎(심종성후교) : 마음은 술깬 후에야 맑아지고
愁對此君無(수대차군무) : 시름은 그대 맞아야 사라진다네
今夜知淸味(금야지청미) : 오늘밤 맑은 멋을 알았거니
還須戒酒徒(환수계주도) : 이후로는 도리어 술꾼들 경계하세

 
 

요사화택지동부(邀士華擇之同賦)-박은(朴誾)

詩酒輒來往(시주첩래왕) : 시와 술로 서로 오가며
盃盤供鮭菜(배반공해채) : 술상엔 고기와 야채 가득
學問見新功(학문견신공) : 학문에 새 공력얻어
稂莠資手刈(랑유자수예) : 묵은 잡초 베어 냈다네
邂逅四海交(해후사해교) : 우연히 사해의 벗 만나
照瞻兩無碍(조첨양무애) : 속마음 다 털어 놓았네

 
 

택지시시시풍송지여유감이화(擇之詩時時諷誦之餘有感而和)-박은(朴誾)

自笑殘生知我寡(자소잔생지아과) : 우습거니, 내 생애 아는이 몇이나 될까
容齋只有歲寒交(용재지유세한교) : 용재만이 굳은 우정있었다 할 것이네
一官汨沒聊同趣(일관골몰료동취) : 같은 벼슬에 골몰하며 취미도 같았아
二老歸來許共巢(이로귀래허공소) : 두 늙은이 귀거래하여 같이 살자 했었다네
平生功名那足辦(평생공명나족판) : 한평생 공명 어찌 쉽게 이루어 지리오마는
爾時山水莫輕抛(이시산수막경포) : 그대 산수를 가볍게 떠나지 말게나
有詩有酒還相報(유시유주환상보) : 시 있고 술 있으면 서로 알려와
看雪看花輒往敲(간설간화첩왕고) : 눈 구경, 꽃 구경할 때 서로 오가며 놀아보자

 
 

철사욕환작시기웅수좌(哲師欲還作詩寄雄首座)-박은(朴誾)

師言生死場(사언생사장) : 선사의 말에, 죽고 사는 것은
不足一鼾睡(부족일한수) : 한차례 잠든 것에 지나지 않고
夢中有憂樂(몽중유우락) : 꿈속에 근심과 즐거움 있지만
覺來誰喜恚(각래수희에) : 깨어나 누가 기뻐하고 성내는가 하니
擊節謝吾師(격절사오사) : 무릎치며 선사에게 감사하고
斯言實厚饋(사언실후궤) : 이 한마디 실로 후한 선물이로다
道大可彌天(도대가미천) : 도는 크게 천지에 충만하고
細不容半字(세불용반자) : 작게는 반글자도 되지 않도다
相對更莫論(상대경막론) : 서로 더 이상 논하지 말고
餘事付一醉(여사부일취) : 이제 그만 취해보자 부탁해본다오

 
 

여성지음취헌(與誠之飮翠軒)-박은(朴誾)

坐伴孤燈影(좌반고등영) : 외로운 등불 친구 삼아 앉았다가
臥聽寒蟲音(와청한충음) : 누워서 구슬픈 벌레소리 듣노라니
更無人相對(경무인상대) : 상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고
只有愁來尋(지유수래심) : 온갖 시름만 찾아든다
平生南畝約(평생남무약) : 평생 농사지으며 살자던 약속해 놓고
遽己罷瑟琴(거기파슬금) : 갑자기 아내 마저 죽어 떠나는구나
人名豈能久(인명기능구) : 사람 목숨 어찌 오래가랴
易竭如牛涔(이갈여우잠) : 소의 발자국 물처럼 쉽게 말라버리는 것을

 
 

답전일칠편지혜(答前日七篇之惠)-박은(朴誾)

獸有齒遇害(수유치우해) : 짐승은 날카로운 이빨로 피해를 당하고
鳥能言見羅(조능언견라) : 앵무새는 말을 잘해 그물에 걸리는구나
禍福本自取(화복본자취) : 화복은 본시 스스로 취하는 것
亦無於汝何(역무어여하) : 또한 그대에게 어찌할 수 없는 일이로다

 
 

장부용재야화선간일시(將赴容齋夜話先簡一詩)-박은(朴誾)

雲山在近忘朝市(운산재근망조시) : 구름 산 가까이 있어 도성 잊고
麴孽逃身任歲華(국얼도신임세화) : 술에 내 몸 숨겨 세상일 맡겨본다
却怕時軍嚴舊律(각파시군엄구율) : 두려워라, 당시 엄한 군령으로
屢逢金谷罰酒加(누봉금곡벌주가) : 금곡의 벌주 여러 번이나 마셨구나

 
 

의원운봉서비회(依原韻奉敍鄙懷)-박은(朴誾)

夢中詩畵元非幻(몽중시화원비환) : 꿈속의 시와 그림 환상이 아니니
世外江山思獨依(세외강산사독의) : 세상 밖 강산 그리는 마음 홀로 의연하구나
紅蓼無心能喚我(홍료무심능환아) : 붉은 여뀌 무심히 나를 불러 세우고
白鷗有約肯相揮(백구유약긍상휘) : 백구도 약속이나 한 듯이 기꺼이 마주친다

 
 
주중망신륵사(舟中望神勒寺)-박은(朴誾)

借問神勒寺(차문신륵사) : 신륵사가 어디냐고 물으니
直指黃驪江(직지황여강) : 바로 누런 여강을 가리킨다
灘聲近詩詠(탄성근시영) : 여울소리 가까이서 시를 읊는데
山色映篷窓(산색영봉창) : 산빛은 봉창을 비추어 온다
飛棹疾歸鳥(비도질귀조) : 빠른 노저음에 새들이 놀라는데
斜暉餘半杠(사휘여반강) : 석양은 다리에 반쯤 걸려있도다
奇遊元不約(기유원불약) : 멋진놀이 기약한 바 아니지만
勝絶舊無雙(승절구무쌍) : 뛰어난 풍광은 이전에 비할 바 없구나
 
 

기어(記語)-박은(朴誾)

勸農長下十行書(권농장하십행서) : 농사일 권함에 십 행서 내리시고
禮士頻催駟馬車(예사빈최사마거) : 선비 예우하여 자주 수레도 재촉하신다
制作百年宵旰外(제작백년소간외) : 백년의 업적 밤낮으로 이룩하시고
梯航千里笑談餘(제항천리소담여) : 먼 나라에서 오신 사신 담소로 맞이하신다

 
 

송이택지조연지행(送李擇之朝燕之行)-박은(朴誾)

煌煌象魏觀(황황상위관) : 휘황 찬란한 대궐 모습
縹緲雲漢上(표묘운한상) : 은하수 위에 아득하리라
文物百年煥(문물백년환) : 문물은 백년동안 빛나고
圭纁萬國王(규훈만국왕) : 규훈은 만국의 으뜸이로다
朝廷集鷺鸛(조정집로관) : 조정에 고관들 모여들어
佩裾聯揖讓(패거연읍양) : 신하들 의례 연이어지리
見子迭驚歎(견자질경탄) : 그대보고 모두들 경탄하리니
吾邦重瞻仰(오방중첨앙) : 우리나라 더욱 우르러 보리라

 
 

직경장반영남구거(直卿將返嶺南舊居)-박은(朴誾))

奔走更堪塵上叢(분주경감진상총) : 분주히 살며 다시 세상사 겪다가
歸來便覺毁譽空(귀래편각훼예공) : 돌아가 부귀영예 부질없음 깨닭았으리
百年未可辦玆事(백년미가판자사) : 평생동안 이 일을 하지 못했건만
一代有能憐此公(일대유능련차공) : 그대의 대단한 결단 참으로 부럽워라
枕上功名俱逆旅(침상공명구역여) : 베개밑 공명은 노두가 나그네 같고
壺中歲月屬仙翁(호중세월속선옹) : 작은 병속 세월은 신선세계로구나
秋風欲赴白蓮寺(추풍욕부백련사) : 가을 바람에 백련사 가고 싶어
魂夢頻驚南去鴻(혼몽빈경남거홍) : 남쪽가는 기러기 소리에 꿈 깨어 놀란다

 
 
답전일칠편지혜(答前日七篇之惠)-박은(朴誾)

材未能乘障(재미능승장) : 내 재능으로 수레 타지 못하고
智不如挈壺(지불여설호) : 내 지혜는 설호보다 못하도다
脚底有危機(각저유위기) : 발밑에 위기가 닥쳐와도
直視而徑超(직시이경초) : 곧바로 앞만 보고 나가기만 했도다
秖今那更思(지금나경사) : 다만 지금 어찌 생각이나 하리
氷雪起髮膚(빙설기발부) : 온 몸에 눈과 얼음 치솟는구나
百畝苟可辦(백무구가판) : 백 이랑 밭만이라도 주어진다면
吾欲從田夫(오욕종전부) : 나는 저 농부따라 살고 싶어구나
 
 

차택지운(次擇之韻)-박은(朴誾)

與人無怨自相累(여인무원자상누) : 남에게 산 원한 없이 누만 되고
報國有懷今未成(보국유회금미성) : 나라 위한 생각 있어도 이루지 못해
歸計悠悠知便得(귀계유유지편득) : 돌아갈 생각 아득하나 이제 가려네
春愁鬱鬱故難平(춘수울울고난평) : 봄시름 울적하여 편안하지 못하구나
一盃可負中宵約(일배가부중소약) : 한잔 술에 밤 기약 져버렸지만
佳句恐敎塵俗驚(가구공교진속경) : 좋은 싯구 세상을 놀라게 할까 두렵다
如此猶堪百年盡(여차유감백년진) : 오리혀 이같이 한평생 다 견딜 수 있다면
吾曹久不要時名(오조구불요시명) : 우리는 영원히 한 때의 명성은 필요하지 않도다

 
 

희택지(戱擇之)-박은(朴誾)

朝廷今要詩書學(조정금요시서학) : 조정에선 시와 글씨 학문을 요하나
冠蓋誰憐潦倒翁(관개수련료도옹) : 벼슬아치들 불우한 늙은이를 누가 아껴주랴
幽夢每回驚啄木(유몽매회경탁목) : 딱따구리 소리에 매양 꿈 깨어 보니
小軒終日掃淸風(소헌종일소청풍) : 맑은 바람만 온종일 작은 난간을 쓸고 간다
酒盃疑疑無違拒(주배의의무위거) : 한잔술 정겨워 사양치 않노니
憂喜悠悠倂一空(우희유유병일공) : 시름과 기쁨 아득하여 모두가 빈 것이로다
身自低佪心已決(신자저회심이결) : 몸은 방황해도 마음 이미 정했으니
舊山松筍謾成叢(구산송순만성총) : 고향 산 소나무 순은 마구 떨기를 이루었으리라

 
 

병안차우인운(病眼次友人韻)-박은(朴誾)

閉眼深居不啓關(폐안심거불계관) : 눈감고 들어앉아 문 열지 않는데
翠軒閑却半簾山(취헌한각반염산) : 취헌은 한가롭고 산은 반 발에 든다
孤如籠鳥長思侶(고여농조장사려) : 외로움은 긴 세월 짝 그리는 새 신세라
癡似秋蠅更怯寒(치사추승경겁한) : 어리석기는 가을파리 같아 추위도 두려워라
豈有顚狂舊時興(기유전광구시흥) : 미칠듯한 옛 흥취 어이 있으며
漸成枯槁老容顔(점성고고노용안) : 나날이 바싹 마른 늙은 몰골 되어간다
百年身世誰非寓(백년신세수비우) : 이세상 한평생 누군들 나그네 아니랴만
出處悠悠涕自潸(출처유유체자산) : 출처가 아득하니 눈물만 절로나는구나

 
 

재화택지(再和擇之)-박은(朴誾)

深秋木落葉侵關(심추목낙엽침관) : 깊은 가을 나웃잎 떨어져 문에 침입하고
戶牖全輸一面山(호유전수일면산) : 들창 문은 한쪽산 모두 날라 오는구나
縱有盃尊誰共對(종유배존수공대) : 항아리에 술 있은들 누구와 함께 마시랴
己愁風雨欲催寒(기수풍우욕최한) : 비바람이 추워를 재촉할까 두려워진다
天應於我賦窮相(천응어아부궁상) : 하늘은 응당 내게 궁상만 내려는지라
菊亦與人無好顔(국역여인무호안) : 국화마저 사람들처럼 좋은 얼굴빛 하나 없다
撥棄憂懷眞達士(발기우회진달사) : 근심 걱정 떨쳐야 참다운 설비라 하니
莫敎病眼謾長潸(막교병안만장산) : 병든 눈 공연히 길게 눈물 흘리게 하지 말자

 
 

이영원장반호남이서사폭구영(李永元將返湖南以書四幅求詠)-박은(朴誾)

故人歲晩饒淸興(고인세만요청흥) : 친구는 세모에도 맑은 흥 가득
秖愛天涯雪落初(지애천애설락초) : 하늘가에 떨어지는 첫눈을 사랑하리
排戶尙憐寒後竹(배호상련한후죽) : 문 열면 찬 대나무 여전히 어여쁘고
披簑知有釣來魚(피사지유조래어) : 도롱이 걸친 낚시질에 고기 모여들고
能敎山海長相對(능교산해장상대) : 산과 바다 언제나 대할 수 있도다
未害虀鹽亦不餘(미해제염역불여) : 나물 양념 부족하면 어떠하리오
他日爲尋溪上棹(타일위심계상도) : 훗날 개울 찾아 배 띄워 보면
筍籬茅屋是君居(순리모옥시군거) : 대울타리 띠집이 친구 사는 곳이리라

 
 

과우암극음(過寓庵劇飮)-박은(朴誾)

萬事問天還自笑(만사문천환자소) : 만사를 하늘에 물으니 도리어 우스워
一心與世不相謀(일심여세불상모) : 이 마음 세상과 서로 맞지 않는구나
偶乘明月從君話(우승명월종군화) : 우연히 밝은 달 따라와 그대와 담소하며
能有深尊慰我愁(능유심존위아수) : 맑은 술 있어 내 시름 달랠 수 있도다
卒歲優游差足樂(졸세우유차족락) : 한해 보내는 놀이 즐겁가야 하나
平時落魄更誰尤(평시낙백경수우) : 평생의 불우한 신세 누구를 탓하랴
已酣尙爲黃花飮(이감상위황화음) : 취하여 국화 때문에 더욱 술 마시고
欲去仍將好句留(욕거잉장호구류) : 떠나려다 좋은 시 위해 다시 머물러 본다

 
 
용재대국여택지동부(容齋對菊與擇之同賦)-박은(朴誾)

吾生憂患後(오생우환후) : 나의 삶 우환을 겪은 후에
對酒轉悲傷(대주전비상) : 술을 대해도 마음만 상하는구나
忍與容齋叟(인여용재수) : 차마 용재 노인과 더불어
泛玆三徑香(범자삼경향) : 그윽한 향기 뛰워 마실 줄이야
作歡無舊興(작환무구흥) : 즐거워도 옛 흥취 전혀 없고
舒恨有新章(서한유신장) : 한 풀고자 새 시만 짓는구나
短僕能扶醉(단복능부취) : 어린 종이 취한 이를 부축하거니
黃昏路更茫(황혼로경망) : 황혼에 길은 더욱 아득하구나
 
 
효기성해굴추기작일지사(曉記性海窟追記昨日之事)-박은(朴誾)

漸覺入山幽(점각입산유) : 점점 산 깊숙이 들어온 것 같아
頗喜脫塵縛(파희탈진박) : 속세에서 벗어나 자못 즐거워라
三生泉石魂(삼생천석혼) : 삼생의 천석을 그리워하는 내 마음
今日乃無怍(금일내무작) : 오늘에야 부끄러움 없어졌구나
邂逅多勝事(해후다승사) : 오랜만에 좋은 일 많이 만났지만
向來自不約(향래자불약) : 예전에 스스로 기약한 바 아니로다
時時會心處(시시회심처) : 때때로 마음드는 곳이면
一盃更商略(일배경상략) : 한잔 술로 다시 생각에 빠졌도다
昨夜初月明(작야초월명) : 어젯밤 초생달은 밝아 있고
中途得新樂(중도득신락) : 도중에서 새로운 즐거움 얻었도다
臨危試一吟(임위시일음) : 험한 골짜기에서 한번 시를 읊으니
洞壑響唯諾(동학향유락) : 골짜기의 메아리소리 서로 답하는구나
 
 
曉望(효망)-朴誾(박은)

曉望星垂梅(효망성수매) : 새벽에 바라보니 별이 바다로 떨어지고
樓高寒襲人(누고한습인) : 누대는 높아 찬 기운 사람을 덮쳐온다
乾坤身外大(건곤신외대) : 몸 밖으로 천지는 거대하고
鼓角坐來頻(고각좌래빈) : 피리소리는 앉은 자리로 자주 불어든다
遠岫看如霧(원수간여무) : 멀리 산 굴은 안개에 싸여
喧禽覺已春(훤금각이춘) : 요란한 새소리 이미 봄이 되었구나
宿醒應自解(숙성응자해) : 잠 깨면 마땅히 저절로 알게되리니
詩興漫相因(시흥만상인) : 시흥이 부질없이 떠오르기 때문이리라
 
 
宿三田渡(숙삼전도)-朴誾(박은)

寓庵初被酒(우암초피주) : 우암에서 처음 술에 취하여
箭串晩乘風(전곶만승풍) : 전곶에서 저녁에 바람을 맞는다.
白雨時時墜(백우시시추) : 흰 빗발은 때때로 떨어지고
黃花處處同(황화처처동) : 누런 꽃은 가는 곳마다 같구나.
詩篇半行李(시편반행리) : 시를 지은 종이는 가방에 반이나 차고
秋色一蓑翁(추색일사옹) : 가을빛에 한 도롱이 쓴 늙은이 신세로다.
獨間漁村宿(독간어촌숙) : 나 혼자 어촌을 찾아 묵어가자니
平江月影空(평강월영공) : 잔잔한 강물 위에 달그림자만 쓸쓸하다
 
 
曉望(효망)-朴誾(박은)

曉望星垂海(효망성수해) : 새벽에 바라보니, 별들 바다에 드리웠는데
樓高寒襲人(누고한습인) : 누각은 높아 추위는 사람을 엄습하는구나.
乾坤身外大(건곤신외대) : 하늘과 땅은 이 몸 밖으로 저리도 큰데
鼓角坐來頻(고각좌래빈) : 앉으면 고각소리 자주도 들려온다.
遠峀看如霧(원수간여무) : 먼 산을 바라보면 안개 낀 것 같고
喧禽覺已春(훤금각이춘) : 시끄러운 새 소리에 이미 봄임을 알겠구나.
宿酲應自解(숙정응자해) : 오랜 숙취 이제 풀어야 하는데
詩興謾相因(시흥만상인) : 시의 흥취는 부질없이 수시로 이는구나
 
 
萬里瀨二首2(만리뢰이수2)-朴誾(박은)

醉嚼巖間雲(취작암간운) : 술에 취하여 바위 사이의 눈을 씹으며
狂遺頭上巾(광유두상건) : 미친 듯 머리 위의 수건을 빠뜨렸도다.
時應投懶散(시응투나산) : 때는 응당 하염없이 보냈지만
境自着淸眞(경자착청진) : 경계는 스스로 맑고도 진실함을 가졌도다.
澗曲音生石(간곡음생석) : 골짜기에 흐르는 물은 굽이쳐 돌에 부딪혀 소리 나고
松高影落茵(송고영락인) : 소나무 높아 그림자가 자리에 떨어진다.
小詩偸勝景(소시투승경) : 졸작의 내 시로 좋은 경치 훔쳐왔으니
君婦豈余嗔(군부기여진) : 그대 부인인들 어찌 내게 화를 내겠는가
 
 
萬里瀨二首1(만리뢰이수1)-朴誾(박은)

大隱巖前雪(대은암전설) : 대은암 앞의 눈도
春來又一奇(춘래우일기) : 봄이 오면 또 하나의 기이한 경치가 된다.
偶因淸興出(우인청흥출) : 우연히 맑은 흥이 솟아났지만
不與主人期(불여주인기) : 주인과 함께 약속한 것도 아니네.
獨立鳴禽近(독립명금근) : 혼자 섰으매 우짖는 새 가까이 오고
長吟下筆遲(장음하필지) : 오래도록 읊어보니 붓 들기가 더디구나.
君家容放曠(군가용방광) : 그대 집에서는 방광함을 받아드리지만
却恐駭今時(각공해금시) : 요즈음 세상 놀래게 할까 도리어 두렵다네
 
 

雨中有懷擇之(우중유회택지)-朴誾(박은))

寒雨不宜菊(한우불의국) : 내리는 차가운 비는 국화에 좋지 않은데
小尊知近人(소존지근인) : 작은 술항아리는 사람을 가까이 할 줄 안다.
閉門紅葉落(폐문홍엽락) : 문을 닫고 있으니 단풍은 지고
得句白頭新(득구백두신) : 시구를 짓고 나니 흰 머리 새롭구나.
歡憶情親友(환억정친우) : 지난 추억 즐겁고 정든 친한 친구 그리워
愁添寂寞晨(수첨적막신) : 시름은 적막한 새벽에 더욱 짙어지는구나.
何當靑眼對(하당청안대) : 어찌 마땅히 푸른 눈으로 마주 보면서
一笑見陽春(일소견양춘) : 한 번 웃으며 따뜻한 봄을 맞지 않으리오

 
 
癸丑移舟(계축이주)-朴誾(박은)

夜雨鳴蓬急(야우명봉급) : 밤비가 봉창을 급히 치더니
朝雲出壑新(조운출학신) : 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아침 구름 신선하여라.
磨舟石鑿鑿(마주석착착) : 배 바닥 부딪는 돌에 착착 뚫리는 소리나
媵客魚鱗鱗(잉객어린린) : 손님을 보내는 물고기들 비늘 소리 요란하다
敢有乘桴志(감유승부지) : 감히 떼 배 탈 마음을 있어서
長懷擊楫人(장회격즙인) : 오래도록 노 젓는 사람을 생각했노라.
夢中過上院(몽중과상원) : 꿈속에서 상원을 지나가니
暫眼失龍津(잠안실용진) : 어느새 내 시야에서 용진을 잃어버렸구나
 
 
寄擇之(기택지)-朴誾(박은)

葉盡園林掛老槎(엽진원림괘로사) : 나뭇잎 다 진 동산에 뗏목이 늘려있고
吾軒從此得山多(오헌종차득산다) : 내 집은 여기서부터 산이 많이 보인다.
悄無車馬紛紛過(초무거마분분과) : 말과 수레 소란스레 지나감이 거의 없어
還有詩功日日加(환유시공일일가) : 오히려 시 공부는 나날이 진보하네
 
 

福靈寺(복령사)-朴誾(박은)

伽藍却是新羅舊(가람각시신라구) : 절은 실로 신라시대 옛 건물
千佛皆從西竺來(천불개종서축래) : 천불상은 다 축국에서 가져온 것들
終古神人迷大隗(종고신인미대외) : 옛 신인이 찾아 천지를 헤매었던 땅
至今福地似天台(지금복지사천태) : 지금은 천태산같은 복된 땅이어라
春陰欲雨鳥相語(춘음욕우조상어) : 비 내릴 듯 흐릿한 봄날에 새들은 지저귀고
老樹無情風自哀(로수무정풍자애) : 무정한 고목에 불어드는 바람소리는 절로 애처롭다
萬事不堪供一笑(만사불감공일소) : 만사는 한 바탕 웃음거리일 뿐
靑山閱世只浮埃(청산열세지부애) : 세상 살아보니 청산도 한갓 날리는 흙먼지로다

 
 

雨中感懷有作投擇之(우중감회유작투택지)-朴誾(박은)

早歲欲止酒(조세욕지주) : 젊어선 술을 끊으려 했으나
中年喜把酒(중년희파주) : 중년이 되어 술을 더 좋아하게 되네
此物有何好(차물유하호) : 이 물건이 어찌 좋은 점이 있을까
端爲胸崔嵬(단위흉최외) : 사실은 가슴 속에 치밀어 오르는 것이 있어서겠지
山妻朝報我(산처조보아) : 처가 아침에 말하기를
小甕潑新醅(소옹발신배) : 작은 단지에 새 술이 익었다고 하네
獨酌不盡興(독작불진흥) : 혼자 마시니 흥이 다하지 않아
且待吾友來(차대오우래) : 내 친구 찾아오기를 기다리려네

 
 

寄擇之(기택지)-朴誾(박은)

葉盡園林卦老槎(엽진원림괘노사) : 숲에는 나뭇잎 다지고 가지만 남아
吾軒從此得山多(오헌종차득산다) : 이때부터 내 처마엔 산들이 많이 보이네
悄無車馬紛紛過(초무거마분분과) : 어지러이 지나가는 말과 수레 없어 고요하고
還有詩功日日加(환유시공일일가) : 시 공부는 날마다 좋아지네

 
 
만리뢰1(萬里瀨1)-박은(朴誾)

雪添春澗水(설첨춘간수) : 눈 녹아, 봄 개울물 불어나고
鳥趁暮山雲(조진모산운) : 저문 산 구름 속으로 새는 날아간다
淸境渾醒醉(청경혼성취) : 맑은 경치에 완전히 깨어나
新詩更憶君(신시경억군) : 새로 시를 지으니 그대 그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