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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김창협(金昌協) 산민 외

 

1651(효종 2)~ 1708(숙종 34).
조선 중기의 문신·문인.

 

고고하고 기상이 있는 문장을 썼고, 글씨도 잘 쓴 당대 문장가이다.

본관은 안동. 자는 중화(仲和), 호는 농암(農巖). 당대 명문 출신으로 상헌(尙憲)의 증손자이며, 아버지 수항(壽恒)과 형 창집(昌集)이

모두 영의정을 지냈다.

육창(六昌)으로 불리는 여섯 형제 중에서 특히 창협의 문(文)과 동생 창흡(昌翕)의 시는 당대에 이미 명망이 높았다.

1669년(현종 10) 진사시에 합격하고, 1682년(숙종 8) 증광문과에 전시장원으로 급제하여 병조좌랑·사헌부지평·동부승지·대사성·대사간

등을 지냈다.

 아버지 수항과 중부(仲父) 수흥(壽興)은 노론의 핵심인물이었는데, 그가 청풍부사로 있을 때 기사환국(己巳換局)으로 아버지가 진도에서 사사(賜死)되자 벼슬을 버리고 영평(永平)에 숨어 살았다.

 1694년 갑술옥사 후 아버지의 누명이 벗겨져 호조참의·대제학에 임명되었으나 나아가지 않고 학문에만 전념했다.

24세 때 송시열을 찾아가 소학(小學)에 대해 토론했고 이이의 학통을 이었으나 호락논쟁(湖洛論爭)에서는 호론(湖論)의 입장을 취했다.

전아하고 순정한 문체를 추구한 고문가(古文家)로 전대의 누습한 문기(文氣)를 씻었다고 김택영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숙종의 묘정에 배향되었으며, 양주의 석실서원(石室書院), 영암의 녹동서원(鹿洞書院)에 제향되었다.

저서로는 〈농암집〉·〈주자대전차의문목 朱子大全箚疑問目〉·〈오자수언 五子粹言〉·〈이가시선 二家詩選〉 등이 있고,

〈강도충렬록 江都忠烈錄〉·〈문곡연보 文谷年譜〉 등을 엮어 펴냈다. 시호는 문간(文簡)이다.

 

 

 

 

 

강행(江行)-김창협(金昌協)

蒹葭片片露華盈(겸가편편로화영) : 갈대 줄기줄기 이슬꽃 가득하고
蓬屋秋風一夜生(봉옥추풍일야생) : 초가집에 밤새껏 부는 가을바람
臥遡淸江三千里(와소청강삼천리) : 맑은 강 삼천리 길을 누워서 오르니
月明柔櫓夢中聲(월명유노몽중성) : 꿈결에 듣는 밝은 달빛, 노젓는 소리

 
 
익일자익여제인지(翼日子益與諸人至)-김창협(金昌協)

相思達明發(상사달명발) : 서로의 생각 새벽 때까지 이르니
望絶猶徘徊(망절유배회) : 바램 간절하여 오히려 배회했었다
何意二三子(하의이삼자) : 어찌 뜻했으랴 그대들이
惠然能復來(혜연능복래) : 서로들 좋아하며 여기 다시 찾을 줄을
開顔攬春服(개안람춘복) : 얼굴을 환히 웃고 봄옷 입고
幷坐舞雩臺(병좌무우대) : 함께 나란히 무우대에 앉았도다.
還顧指所歷(환고지소역) : 문득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니
天路何艱哉(천로하간재) : 하늘 가는 길이 어찌 이보다 어려울까
躋攀能無疲(제반능무피) : 오르내림이 피곤할 수 없겠는가
且慰我心懷(차위아심회) : 장차 내 마음속을 위로나 하리로다
 
 
춘야여자익급제생공보강안부득선자(春夜與子益及諸生共步江岸賦得船字)-김창협(金昌協)

何來獨鶴唳江煙(하래독학려강연) : 어디서 온 외로운 학, 강 안개 속에 울고
可但歸鴻呌遠天(가단귀홍규원천) : 돌아온 기러기만 멀리 하늘에서 울고 있구나
槐市晩吟移斷岸(괴시만음이단안) : 괴시에서 저녁까지 읊조리다 언덕으로 옮아오니
錦屛遙興逗虛船(금병요흥두허선) : <금병산>에서 일어난 흥취 빈 배에 머무는구나.
春江浩浩通千里(춘강호호통천리) : 넓디넓은 봄 강의 기운 천리에 가득하고
素月亭亭偃上弦(소월정정언상현) : 흰 달은 높이 떠서 반달로 누워 있구나.
借問君來曾幾日(차문군래증기일) : 묻노니, 그대 온 지 몇 일이나 되었나 하니
杖藜踏雪已前年(장려답설이전년) : 명아주 지팡이로 눈 밟은 것 이미 지난해 일이로다.
 
 
죽림정십영동령제월(竹林亭十詠東嶺霽月)-김창협(金昌協)

夕霽臥遙帷(석제와요유) : 비갠 저녁에 넓은 장막에 누우니
東峰綠煙歇(동봉록연헐) : 동쪽 봉우리에 푸른 연기 사라진다
開簾滿地霜(개렴만지상) : 주렴을 여니 땅에 가득히 서리 내렸고
竹上已明月(죽상이명월) : 대나무 숲 위의 달이 이미 밝게 떠올랐구나
 
 

장부경야여자익대유호운동부(將赴京夜與子益大有呼韻同賦)-김창협(金昌協)

亦知無幾別(역지무기별) : 얼마 되지 않아 이별할 줄을 알지만
聊復永今宵(료복영금소) : 애오라지 다시 긴 오늘밤을 맞이하는구나
斷行悲嶺鴈(단행비령안) : 가지 못해 고개 넘는 기러기를 슬퍼하고
離恨寄江潮(이한기강조) : 이별의 한스러움을 강호에 띄우노라
歌唱驪駒短(가창려구단) : 여구의 짧은 노래 읊조리며
書傳赤鯉遙(서전적리요) : 붉은 편지 적어 아득히 멀리 보내노라
故園花樹在(고원화수재) : 고향 동산에 꽃나무는 그대로 있는데
春色久寥寥(춘색구요요) : 봄날의 경치는 오래토록 적막하기만 하도다

 
 
귀래정첩전운2(歸來亭疊前韻2)-김창협(金昌協)

不怪宦情少(불괴환정소) : 벼슬에 뜻 적음을 이상히 여기지 말라
有玆江榭幽(유자강사유) : 강가 정자에 이러한 그윽한 멋이 있도다.
閉門深五柳(폐문심오류) : 문 닫으니 깊숙한 오류의 버들이요
高枕散千愁(고침산천수) : 베개 높이 베니 온갖 근심 다 흩어진다
兄臥應終老(형와응종노) : 형은 누워 늙음을 마칠것이니
吾閒亦浪游(오한역랑유) : 나 또한 배 띄워 한가히 놀리라
淸樽對遲日(청준대지일) : 길고 긴 날을 맑은 술통과 마주해
屢喚葦魚舟(루환위어주) : 몇 번이라도 갈대 속 고깃배 불러보리라
 
 

귀래정첩전운1(歸來亭疊前韻1)-김창협(金昌協)

只道江湖勝(지도강호승) : 단지 강호가 아름답다 말하지만
誰知林壑幽(수지림학유) : 누가 숲 속 골짜기의 그윽함을 알리오
鷗來每不去(구래매불거) : 갈매기는 와서는 가지 않고
鶴立逈無愁(학입형무수) : 멀리 선 학은 근심도 없는 듯
賀老稽山宅(하노계산택) : <하지장>은 계산에 집짓고 살았고
玄眞霅水游(현진삽수유) : <장지화>는 삽수에서 놀았다 하네
從公願結社(종공원결사) : 그대와 함께 결사를 원하여
吾已具扁舟(오이구편주) : 내 이미 조각배를 준비해 두었지

 
 
동일대병산유작(冬日對屛山有作)-김창협(金昌協)

朝見錦屛山(조견금병산) : 아침에 금병산 바라보았는데
暮見錦屛山(모견금병산) : 저녁에도 금병산을 바라보고 있다
朝朝與暮暮(조조여모모) : 아침은 아침대로 저녁은 저녁대로
錦屛在窓間(금병재창간) : 금병산은 또 창문 사이에 있구나
變態雖千萬(변태수천만) : 변화하는 자태는 갖가지 형태지만
畢竟各有還(필경각유환) : 끝내는 제각기 다시 나타난다
斐亹還初旭(비미환초욱) : 아침 햇살에 다시 아름다운 자태
空濛還夕月(공몽환석월) : 부질없이 보슬보슬 내리다가 저녁에 달뜬다.
靑還浦漵煙(청환포서연) : 푸른 빛 다시 개울의 물안개 되고
白還厓谷雪(백환애곡설) : 흰 것은 오히려 골짜기 흰 눈이로다.
於何還秀色(어하환수색) : 어디서 빼어난 색으로 변하여
終古不曾歇(종고불증헐) : 끝내는 오로지 쉬어본 적이 없는가
澹然彩翠外(담연채취외) : 담담하게 푸른 빛 너머로
吾獨觀其眞(오독관기진) : 나 홀로 진경을 바라보노라
冥會只此心(명회지차심) : 이 마음에 고요히 깨달아질 뿐
詎可喩傍人(거가유방인) : 어찌 곁 사람에게 알릴 수 있으리오
 
 
홍생세태래방(洪生世泰來訪)-김창협(金昌協)

索居吾已貫(색거오이관) : 쓸쓸한 생활이 이미 익숙해져
江檻日淸幽(강함일청유) : 강가 다락은 날마다 맑고 그윽하다
夜雨隨人至(야우수인지) : 밤비는 사람 따라 내리고
朝雲共水流(조운공수류) : 아침 구름은 물과 함께 흘러간다
道情深體物(도정심체물) : 도의 정서가 깊이 사물을 본받아
詩意早悲秋(시의조비추) : 시의는 일찍이 가을을 슬퍼한다
出處何須問(출처하수문) : 출처를 모름지기 물어서 무엇하리오
君從白鳥求(군종백조구) : 그대는 백조에게나 구하여보게나
 
 

경차백부하시운2(敬次伯父下示韻2)-김창협(金昌協)

數椽茅屋白雲中(수연모옥백운중) : 몇 개의 서까로 지은 띠집 흰 구름속에 있는데
夢裏歸來四壁空(몽리귀래사벽공) : 꿈 속에 고향에 돌아오니 사방 텅 비어 있구나
回首東峰舊隱處(회수동봉구은처) : 고개 돌려 동봉의 옛 은거한 곳 바라보니
百年心事愧斯翁(백년심사괴사옹) : 평생 마음에 품은 일들이 동봉에게 부끄럽기만 하다

 
 

경차백부하시운1(敬次伯父下示韻1)-김창협(金昌協)

終古難明去就眞(종고난명거취진) : 옛부터 나가고 물러나기 정말 어려워
權時處義孰停均(권시처의숙정균) : 때 맞춰 의로움에 처하는 일 누가 공평했던가
餘生只覺深藏是(여생지각심장시) : 남은 삶 깊은 곳에 은둔함이 옳음을 알았으니
達節還須是聖人(달절환수시성인) : 절개를 아는 것이 바로 곧 성인이도다

 
 
효발공주(曉發公州)-김창협(金昌協)

層城含宿霧(층성함숙무) : 겹겹한 성에 묵은 안개 자욱하고
曙色隱高樓(서색은고루) : 새벽 햇살은 높은 누각에 숨어있다
水急長橋底(수급장교저) : 물은 빠르게 긴 다리 아래로 흘러가고
人稀古渡頭(인희고도두) : 옛 나루터에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烏鴉初起堞(오아초기첩) : 처음으로 까마귀가 막 성같퀴에서 나오니
鸛鶴亂鳴洲(관학난명주) : 모래톱에 황새와 학이 소란하게 울어댄다
浩蕩悲吾道(호탕비오도) : 분방하게 내 길을 슬퍼하면서도
長年只遠游(장년지원유) : 장년이 되어 이제 멀리서 돌아다닐 뿐이도다
 
 

원주도중(原州途中)-김창협(金昌協)

我行已浹旬(아행이협순) : 나 집 떠난 지 열흘
所歷垂五百(소역수오백) : 지나온 길 오백 리나 된다네
豈無鞍馬勞(기무안마노) : 어찌 말 탄 피로가 없겠는가마는
且恢心眼窄(차회심안착) : 또한 좁은 마음과 눈을 활짝 열어주는구나
峽山多荒峭(협산다황초) : 골짜은 거칠고 가파른 곳이 많아
峽水厲而激(협수려이격) : 산골물은 여울지고 일렁이는구나
縱未盡佳境(종미진가경) : 아름다운 경치 다 보지 못해도
要喜是新覿(요희시신적) : 새로운 경관을 보니 즐겁기만 하여라
况逢奇絶處(황봉기절처) : 기이하고 뛰어난 경치 만날 때마다
往往副宿昔(왕왕부숙석) : 가끔씩 지난날 꿈이 풀리는구나
綠潭被古松(록담피고송) : 푸른못은 늙은 소나무에 덮여 있고
飛泉墜素石(비천추소석) : 폭포는 깨끗한 돌에 떨어져 내리는구나
無人固幽覓(무인고유멱) : 본래 그윽한 경관을 찾는 사람 없어
有村更寂歷(유촌갱적력) : 마을이 나타나도 다시 조용히 지나간다
亦復有平川(역복유평천) : 또다시 평평한 시냇물 흘러가는데
淸曠映秋色(청광영추색) : 맑고 트인 가을빛이 어리어 있도다
到眼輒欣然(도안첩흔연) : 눈 닿는 곳마다 마다 만족스러워
或欲移室宅(혹욕이실택) : 혹시 내 사는 집을 옮겨보려 한다
人生各有好(인생각유호) : 인생살이에 좋아하는 것 누구나 있지만
山水獨吾癖(산수독오벽) : 산수를 즐김은 나에게 유일한 버릇 되었다
仁智則何敢(인지칙하감) : 어질고 지혜롭기를 어찌 감히 바라리요
無乃近物役(무내근물역) : 물욕에 노예됨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오
緬然顧寒溪(면연고한계) : 멀리서 차가운 개울 돌아보다가
更欲紆轡策(갱욕우비책) : 다시 말 고삐를 돌려 채찍질하련다

 
 
세심재용지(洗心齋用池)-김창협(金昌協)

莫以官居鬧(막이관거료) : 벼슬살로 분답하고 소란한데 살지 말라
洗心良在玆(세심량재자) : 마음 씻을 곳 진정 이곳에 있었구나
春陰滋露井(춘음자로정) : 흐린 봄날 우물가에 이슬이 가득하고
夜雨滴苔池(야우적태지) : 밤 비는 연못가 이끼에 쩔어지는구나
隱几寥天近(은궤요천근) : 안석 기대니 휑한 하늘 가까워지고
扶藜遠壑疑(부려원학의) : 명아주 지팡이 잡고 멀리 골짜기 바라보노라
逢君成伴宿(봉군성반숙) : 그대 만나 친구되어 함께 묵고 있으니
詩興滿床帷(시흥만상유) : 시의 흥취 휘장 안 책상에 가득차는구나
 
 
십팔야(十八夜)-김창협(金昌協)

皎皎天中月(교교천중월) : 하늘에는 달 밝고
皛皛地上雪(효효지상설) : 땅에 내린 눈빛이 번쩍인다
輝光兩相得(휘광양상득) : 휘황한 빛 서로 어우러지고
埃壒一以絶(애애일이절) : 흙 먼지란 하나도 없구나
萬象在其間(만상재기간) : 온갖 물건 모두 여기 있어
何者非鮮潔(하자비선결) : 어느 것이 곱고 깨끗하지 않으리오
寒江況虛映(한강황허영) : 차가운 강, 번쩍이는 빈 햇빛
重以響淸越(중이향청월) : 맑고 고운 소리 또 들려오는구나
我興爲罷讀(아흥위파독) : 내 흥에 책읽기도 그치고
出門立嵽嵲(출문입체얼) : 문을 나서니 높은 산이 우뚝하다
冷然欲遺世(랭연욕유세) : 깨끗하게 세상사 버리려니
獨夜興難歇(독야흥난헐) : 외로운 밤 이 흥취 그치기 어려워라
中洲吐奇氛(중주토기분) : 중국에는 이상한 기운 돌아
髣髴屢興滅(방불루흥멸) : 흥망이 빈번한 듯 하여라
復玆攬變態(복자람변태) : 다시 변화의 움직임 만나니
移時未還室(이시미환실) : 얼마동안 방에 들지 못하리라
 
 
영전중군안(詠田中羣鴈)-김창협(金昌協)

萬里隨陽鴈(만리수양안) : 만리 먼 길을 남으로 날아온 기러기
先霜發北邊(선상발북변) : 서리 내리기 전에 북쪽으로 떠나가리라
含蘆愁遠道(함로수원도) : 갈대를 머금고 먼 길 떠날 근심하며
啄穗下寒天(탁수하한천) : 이삭을 쪼으려 찬 하늘을 내려왔구나
顧影頻疑綱(고영빈의강) : 그림자 돌아보고 자주 그물인가 의심하고
聞聲誤怯弦(문성오겁현) : 소리 듣고 시위로 잘못 알아 겁내는구나
冥冥九霄意(명명구소의) : 아득히 먼 하늘에 마음 두고서도
終被稻梁牽(종피도양견) : 끝내 곡식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구나
 
 
곡임덕함(哭林德涵)-김창협(金昌協)

相看病甚已堪悲(상간병심이감비) : 병이 깊어 서로 바라보며 슬퍼했는데
何意重來哭繐帷(하의중래곡세유) : 어찌 다시 와서 영전에서 곡할 줄이야
月墮曉天餘太白(월타효천여태백) : 새벽 하늘에 달이 지니 태백만 남아 있고
琴含流水失鍾期(금함유수실종기) : 거문고에 물 흐르는 소리, 친구를 잃었구나
九泉未卜交游樂(구천미복교유락) : 저승에서 만나 함께 놀 기약 없지만
千古同傷殄瘁時(천고동상진췌시) : 영원토록 초췌한 때를 상심하노라
湖外亂山迷宰樹(호외난산미재수) : 호수 밖 흐트진 산에 묘의 나뭇 속을 헤매다가
異時懸劍定何枝(이시현검정하지) : 또 다른 어느날에 어느 나무가지에 칼 걸어 둘까
 
 
독귀(獨歸)-김창협(金昌協)

樓中難作別(루중난작별) : 누대에서 이별은 너무 어려워
江上復同舟(강상복동주) : 강가 나와 다시 함께 배에 올랐소
及爾分攜處(급이분휴처) : 그대와 헤어질 곳에 이르니
彌深返棹愁(미심반도수) : 물 깊을수록 돌아오는 노 젖기 슬프기만 하여라
遙空雙鳥沒(요공쌍조몰) : 아득히 빈 하늘에 한 쌍의 새 물에 잠기고
荒峽片雲留(황협편운유) : 거친 골짜기에 조각구름 머물러 있도다
長笛無情思(장적무정사) : 길게 피리 불며 우두커니 생각하며
嗚嗚遡晩流(오오소만류) : 소리쳐 노래하며 저녁 물살 거슬러 돌아온다
 
 
벽간정(碧澗亭)-김창협(金昌協)

南崖多楓樹(남애다풍수) : 남쪽 언덕에 단풍나무 울창한데
北崖多竹林(북애다죽림) : 북쪽 언덕에는 대숲이 빽빽하다
淸陰一澗合(청음일간합) : 맑은 그늘 온 계곡을 덮고
中見綠潭深(중견록담심) : 못 가운데 바라보니 물은 깊어라
植杖跂幽石(식장기유석) : 지팡이 세우고 그윽한 돌에 걸터 앉으니
飛泉灑素襟(비천쇄소금) : 폭포수 물은 흰 옷깃에 뿌려진다
 
 
상려강주중야숙(上驪江舟中夜宿)-김창협(金昌協)

江漢秋濤盛(강한추도성) : 강한에 가을 파도가 높은데
孤槎似泛河(고사사범하) : 외로운 뗏목이 황하에 띄운 듯하여라
月高檣影直(월고장영직) : 달이 높아 돛대 그림자 곧은데
沙濶露華多(사활로화다) : 모랫벌은 넓은데 이슬이 빛난다
隔岸望煙火(격안망연화) : 언덕 너머 밥 짓는 연기 바라보니
隣船聽笑歌(린선청소가) : 배에서 들리는 웃음 소리, 또 노래 소리
潛魚亦不睡(잠어역불수) : 물속에 노니는 고기도 잠 못이루는데
舷底暗吹波(현저암취파) : 배 아래엔 조용히 물결이 이는구나
 
 
죽림정십영(竹林亭十詠)-김창협(金昌協)

夕霽臥遙帷(석제와요유) : 저녁 비 개어 기다란 장막에 누우니
東峰綠煙歇(동봉록연헐) : 동쪽 산봉우리에 푸른 연기 사라진다
開簾滿地霜(개렴만지상) : 주렴을 여니 땅에 가득히 서리내려
竹上已明月(죽상이명월) : 대나무 숲 위에는 달이 이미 밝아라
 
 

鑿氷行(착빙행)-金昌協(김창협)

季冬江漢氷始壯(계동강한빙시장) : 늦겨울 한강에 얼음이 꽁꽁 어니
千人萬人出江上(천인만인출강상) : 천 사람, 만 사람 모두모두 강가로 나왔네.
丁丁斧斤亂相鑿(정정부근난상착) : 도끼로 얼음을 찍어 내니
隱隱下侵馮夷國(은은하침풍이국) : 울리는 소리가 용궁까지 들리네.
鑿出層氷似雪山(착출층빙사설산) : 찍어낸 얼음이 산처럼 쌓이니
積陰凜凜逼人寒(적음늠늠핍인한) : 싸늘한 음기가 스며들어 사람을 차게 하네.
朝朝背負入凌陰(조조배부입능음) : 낮마다 석빙고로 나르고
夜夜椎鑿集江心(야야추착집강심) : 밤마다 얼음을 파 들어가네.
晝短夜長夜未休(주단야장야미휴) : 낮 짧은 겨울, 밤늦도록 일 하니
勞歌相應在中洲(노가상응재중주) : 노동노래 소리 모래톱에 이어지네.
短衣至骭足無屝(단의지한족무비) : 짧은 얼음위에 얼어붙고 발은 짚신도 없어
江上嚴風欲墮指(강상엄풍욕타지) : 강바람은 매서워 언 손가락 떨어지려고 하네.
高堂六月盛炎蒸(고당육월성염증) : 고대광실 유월에 날씨는 찌는 듯하고
美人素手傳淸氷(미인소수전청빙) : 미인의 섬섬옥수 맑은 얼음 내어오네.
鸞刀擊碎四座徧(난도격쇄사좌편) : 난도로 그 얼음 깨어 자리에 두루 돌리니
空裏白日流素霰(공리백일류소산) : 대낮에 하얀 안개 피어나네.
滿堂歡樂不知暑(만당환락불지서) : 방에 가득 즐거워 더위도 모르니
誰言鑿氷此勞苦(수언착빙차로고) : 얼음 뜨는 이 고생을 누가 알아주나.
君不見(군부견)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道傍渴死民(도방갈사민) : 길가에 더위에 죽은 백성
多是江中鑿氷人(다시강중착빙인) : 지난 겨울날 강 위에서 얼음 뜨던 사람이라네

 
 
曉吟(효음)-金昌協(김창협)

晨起坐茅亭(신기좌모정) : 새벽에 일어나 초당에 앉으니
微月當窓白(미월당창백) : 희미한 달빛 창가에 부서지네
河漢影淸淺(하한영청천) : 은하수 그림자 맑고도 곱고
村鷄聲斷續(촌계성단속) : 고을 닭은 홰를 치네
四顧闃無言(사고격무언) : 사방은 고요하고 인기척은 드물고
蟰蛸掛虛壁(소소괘허벽) : 거미는 빈 벽을 기어 다닌다
白露夜來濕(백로야래습) : 밤이 되니 흰 이슬 촉촉이 내리고
秋山似膏沐(추산사고목) : 가을 산들은 기름에 목욕한 듯 선명하다
端居不可道(단거불가도) : 단아하게 살려니 말이 필요 없어
景物日蕭索(경물일소삭) : 경물은 나날이 삭막하고 쓸쓸해지네
蹤履獨彷徨(종리독방황) : 신 신고 홀자 서성대니
幽懷更寂寞(유회갱적막) : 그윽한 생각에 다시 적막해진다
 
 

산민(山民)-김창협(金昌協)

下馬問人居(하마문인거) : 말에서 내려 사람이 사는가 물으니
婦女出門看(부녀출문간) : 아낙이 나와 보네
坐客茅屋下(좌객모옥하) : 길손을 초가에 앉히고
爲客具飯餐(위객구반찬) : 그을 위해 밥을 짓네
丈夫亦何在(장부역하재) : 남편은 어디 있느냐 물으니
扶犁朝上山(부리조상산) : 아침부터 소 몰고 산에 올라갔다네
四顧絶無隣(사고절무인) : 사방을 돌아봐도 인가는 없고
鷄犬依層巒(계견의층만) : 닭과 개만 산기슭에 보이네
中林多猛虎(중임다맹호) : 숲 속엔 사나운 호랑이가 많아
採藿不盈盤(채곽불영반) : 나물을 캐어도 바구니를 채우지 못 한다네
京此獨何好(경차독하호) : 여기 서울은 이렇게 좋은데
崎嶇山谷間(기구산곡간) : 산골은 그렇게도 기구한가
樂在彼平土(약재피평토) : 그들도 평야의 마을에 사는 것 좋지만
欲出畏縣官(욕출외현관) : 나가려 해도 현의 관리들이 두렵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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