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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김정희(金正喜) 사국 외

 

김정희(金正喜, 1786~1856)

 

조선 후기의 서예가·문신. 호는 완당(阮堂)·추사(秋史)·예당(禮堂)이다.

문필과 금석학자로도 이름이 높았다. 24세 때 연경(지금의 베이징)에 가서 청나라의 학자 옹방강·완원·조강 등과 사귀며 견문과 학식을 넓혔고, 우리 나라에 고증학을 들여 왔다.

학문에서는 사실에 근거할 것을 주장하였고, 글씨에서는 독특한 추사체(秋史體)를 완성하였는데, 특히 예서와 행서에 뛰어났다.

 저서에 《완당집》《실사구시설》 등이 있고, 그림에 《세한도》 등의 많은 작품이 전한다.

 

 

 

 

 

사국(謝菊)-김정희(金正喜)

暴富一朝大歡喜(폭부일조대환희) : 하루아침에 벼락부자 너무나 기쁜데
發花箇箇黃金毬(발화개개황금구) : 핀 꽃들 하나하나가 황금 구슬이구나.
最孤澹處穠華相(최고담처농화상) : 가장 외롭고 담백한 곳에 화려한 억굴
不改春心抗素秋(불개춘심항소추) : 봄 마음 고치지 않고 가을 추위를 버틴다

 
 

수선화(水仙花)-김정희(金正喜)

一點冬心朶朶圓(일점동심타타원) : 한 점 찬 마음처럼 늘어진 둥근 꽃이여
品於幽澹冷雋邊(품어유담냉준변) : 그윽하고 맑은 품성, 냉철하고 준수한 경지로다
梅高猶未離庭砌(매고유미리정체) : 매화꽃 고상해도 뜰을 떠나지 못해
淸水眞看解脫仙(청수진간해탈선) : 맑은 물에서 진실로 해탈한 신선을 본다

 
 

과우즉사(果寓卽事)-김정희(金正喜)

庭畔桃花泣(정반도화읍) : 뜰 두둑에 복사꽃이 우는데
胡爲細雨中(호위세우중) : 어찌 가랑비 때문이라 하리오.
主人沈病久(주인침병구) : 주인이 오랫동안 병들어 있어
不敢笑春風(불감소춘풍) : 감히 봄바람에 웃을 수야 없지요.

 
 

추모란(秋牧丹)-김정희(金正喜)

紅紫年年迭變更(홍자년년질변경) : 홍색 자색 꽃으로 해마다 바꿔 피니
牧丹之葉菊之英(모란지엽국지영) : 모란의 꽃잎, 국화의 꽃봉오리로구나.
秋來富貴無如汝(추래부귀무여여) : 가을날 부귀로는 너 같은 이 없으니
橫冒東籬處士名(횡모동리처사명) : 동쪽 울타리 처사라고 함부로 부른다

 
 

중양황국(重陽黃菊)-김정희(金正喜)

黃金蓓藿初地禪(황금배곽초지선) : 누런 황금 꽃봉오리는 선의 첫 경지
風雨籬邊託靜綠(풍우리변탁정록) : 비바람 울타리 곁에서 청정한 인연 맺는다.
供養詩人須末後(공양시인수말후) : 시인을 공양함은 맨 마지막 일이나
襍花百億任渠先(잡화백억임거선) : 온갖 잡된 꽃에서도 가장 우두머리로다.

 
 

사국(謝菊)-김정희(金正喜)

暴富一朝大歡喜(폭부일조대환희) : 하루아침에 부자 된 대단한 기쁨
發花箇箇黃金毬(발화개개황금구) : 피어난 꽃마다 황금빛 꽃송이로다.
最孤澹處穠華相(최고담처농화상) : 너무나 고독하고 맑은 화려한 네 모습
不改春心抗素秋(불개춘심항소추) : 봄날 마음 변치 않고 가을추위 이긴다

 
 

제촌사벽(題村舍壁)-김정희(金正喜)

禿柳一株屋數椽(독류일주옥수연) : 몇 칸 초가집, 잎 떨어진 버드나무
翁婆白髮兩蕭然(옹파백발양소연) : 백발의 할머니와 아버지, 모두가 숙연하다
未過三尺溪邊路(미과삼척계변로) : 개울가 길가에 세 척이 채 안되어도
玉薥西風七十年(옥촉서풍칠십년) : 옥수수인양 서풍에 칠십 년을 살아있다

 
 

여황산동리숙석경루(與黃山東籬宿石瓊樓)-김정희(金正喜)

入室常疑雨(입실상의우) : 이 집에 들면 항상 비 오는 듯
無煩繪水聲(무번회수성) : 번거롭게 물소리 그릴 것 없다네
晴林朝合爽(청림조합상) : 맑은 숲엔 아침이 상쾌하고
陰壑夜生明(음학야생명) : 그늘진 골짝엔 밤에도 밝다네
鄭重名山業(정중명산업) : 정중한 명산의 고즈넉한 별채
飄然不世情(표연부세정) : 표연한 그 느낌 세상 맛 아니라네
松風凉到骨(송풍량도골) : 솔바람 서늘히 뺏속으로 스며
詩夢百般淸(시몽백반청) : 시상도 모두가 깨끗하다네

 
 

송자하입연10(送紫霞入燕10)-김정희(金正喜)

唐碑宋槧萃英華(당비송참췌영화) : 우세남 모당비 송참은 모두가 영화로워
漢畫尤堪對客誇(한화우감대객과) : 한화는 손님들에게 더욱 자랑할 만하도다
拱璧河圖曾過眼(공벽하도증과안) : 공벽 같은 하도는 진작 눈을 거쳤는데
雪鴻怊悵篆留沙(설홍초창전유사) : 봄 눈 기럭 발톱처럼 모래 남긴 글자 서글퍼다

 
 

송자하입연9(送紫霞入燕9)-김정희(金正喜) 霞入燕9)-김정희(金正喜)

自從實際覰精魂(자종실제처정혼) : 실제를 밟아 보고 정수을 엿보시
底事滄浪禪理論(저사창랑선리론) : 무슨 숨은 일로 창랑은 선리를 따지는가
一世異才收勿騁(일세이재수물빙) : 한 세상의 이재(異才)를 받아 달리지 말고
十年浮氣掃無痕(십년부기소무흔) : 십 년의 뜬 기운은 쓸어내어 흔적마저 없도다

 
 

송자하입연8(送紫霞入燕8)-김정희(金正喜)

三百年來無此翁(삼백년래무차옹) : 삼백 년이 가는 동안 이 늙은이 다시 없어
石帆亭上聞宗風(석범정상문종풍) : 석범정 정자 위에서 왕어양의 높은 풍모 들었다
團成八月生辰日(단성팔월생진일) : 팔월 생신 날에 여러 사람들 모여 앉아
祝嘏碧雲紅樹中(축하벽운홍수중) : 푸른 구름 붉은 나무숲 속에서 복을 빌었다

 
 

송자하입연7(送紫霞入燕7)-김정희(金正喜)

東坡石銚今猶在(동파석요금유재) : 동파 선생 석조, 지금도 남아 있어
圖壓蘇齋書畫船(도압소재서화선) : 그 그림이 소재의 서화선을 눌렀다
淮泗道中明月影(회사도중명월영) : 회사 땅의 길, 밝은 달 그림자
松風夢罷尙涓涓(송풍몽파상연연) : 솔바람에 꿈을 깨니 여전히 아른아른

 
 

송자하입연6(送紫霞入燕6)-김정희(金正喜)

百摹雨雪摠塵塵(백모우설총진진) : 백 번 모한 우설시본 모두 재가 되고
又一九霞洞裏春(우일구하동리춘) : 구하동 동파상은 막대를 짚은 봄 그림
顴右誌傳松下供(권우지전송하공) : 권우지본은 송하가 제공한 것이니
何如子固硏圖人(하여자고연도인) : 조자고의 벼루에 그린 사람과 어떠한가

 
 
송자하입연5(送紫霞入燕5)-김정희(金正喜)

樓前山日澹餘紅(루전산일담여홍) : 누대 앞 산의 해는 남은 붉빛 묽게 하고
快雪粉箋說異同(쾌설분전설이동) : 분전지(粉箋紙)와 쾌설이 같고 다름을 말했지요
萬里許君靑眼在(만리허군청안재) : 만리 먼 곳 그대에게 청안 있음을 인정하니
曾於扇底覓春風(증어선저멱춘풍) : 일찍이 부채 그림 아래서 봄바람을 찾았었지요
 
 

송자하입연4(送紫霞入燕4)-김정희(金正喜)

詩境軒中風雨驚(시경헌중풍우경) : 옹방강의 시경헌에서 바람비 놀라게 하니
南窓埽破鳳凰翎(남창소파봉황령) : 남창보죽도에서는 봉황 꼬리 쓸어 깨뜨렸지요
江秋史去留完璧(강추사거유완벽) : 강추사는 떠났는데 완벽첩은 남아 있으니
黃小松來搨石經(황소송래탑석경) : 소송 황이가 찾아 와서 석경을 탑본했었지요

 
 

송자하입연3(送紫霞入燕3)-김정희(金正喜)

混侖元氣唐沿晉(혼륜원기당연진) : 혼륜한 원기 당이 진을 답습하고
篆勢蒼茫到筆尖(전세창망도필첨) : 전자(篆字) 기운 아득히 붓 끝에 옮겨 왔었지요
邕塔嵩陽拈一義(옹탑숭양념일의) : 옹탑이랑 숭양이 일의(一義)란 걸 찾아내어
都從稧帖瓣香添(도종계첩판향첨) : 모두 난정서 계첩을 숭양첩의 판향에 더한 것라 했지요

 
 

송자하입연2(送紫霞入燕2)-김정희(金正喜)

漢學商量兼宋學(한학상양겸송학) : 한학을 헤아리고 송학도 헤아려
崇深元不露峯尖(숭심원불로봉첨) : 높고 깊어 봉우리 끝도 드러나지 않았지요
已分儀禮徵今古(이분의예징금고) : 의례를 나누어서 금ㆍ고문을 증빙하시니
更證春秋杜歷添(경증춘추두력첨) : 또 춘추를 증거하고 두력도 첨가하셨지요

 
 

송자하입연1(送紫霞入燕1)-김정희(金正喜)

墨雲一縷東溟外(묵운일루동명외) : 먹구름 한 오라기 동쪽 바닷가
秋月輪連臘雪明(추월륜련납설명) : 둥근 가을달 설 눈과 함께 밝았습니다
聞證蘇齋詩夢偈(문증소재시몽게) : 소재의 시, 꿈,게송을 증거삼아 들어보니
苔岑風味本同情(태잠풍미본동정) : 태잠의 풍기는 멋인양 본래 같은 마음이지요

 
 

제초의불국사시후(題草衣佛國寺詩後)-김정희(金正喜)

蓮地寶塔法興年(련지보탑법흥년) : 절의 다보탑 법흥의 연대인데
禪榻花風一惘然(선탑화풍일망연) : 절의 탑상에 꽃바람이 아득하다
可是羚羊掛角處(가시영양괘각처) : 이곳은 영양이 뿔 걸어 둔 은밀한 장소
誰將怪石注淸泉(수장괴석주청천) : 그 누가 바윗돌에 맑은 샘을 쏟았는가

 
 

제담국헌시후(題澹菊軒詩後)-김정희(金正喜)

卄四品中澹菊如(입사품중담국여) : 이십사시품 중에 담담하기 국화같아
人功神力兩相於(인공신력양상어) : 사람 공과 신의 힘 모두가 여기 있도다
墨緣海外全收取(묵연해외전수취) : 바다 건너 붓으로 쓴 것 모두 가져다가
讀遍君家姊妹書(독편군가자매서) : 그대 집안 자매의 글들 두루 다 읽었다오

 
 

기상연천장(寄上淵泉丈)-김정희(金正喜)

萬壑千峯悵獨遊(만학천봉창독유) : 온 골짝 온 봉우리를 혼자서 노니는데
白雲一抹夢中秋(백운일말몽중추) : 흰구름은 꿈속의 한 가을을 발라버리누눈요
若於此境甘枯寂(약어차경감고적) : 만약 이 경지에서 고적을 즐긴다면
還敎人人羨八州(환교인인선팔주) : 도리어 사람마다 팔주를 부러워할 것입니다

 
 

중흥사차황산1(重興寺次黃山1)-김정희(金正喜)

上方明月下方燈(상방명월하방등) : 상방에는 달, 하방에는 등불
法界應須不已登(법계응수불이등) : 법계란 모름지기 쉼 없이 오르는 것
鍾鼎雲林非二事(종정운림비이사) : 벼슬과 처사 두 가지 다른 일 아닐텐
名山空自與殘僧(명산공자여잔승) : 명산은 부질없이 남은 중만 허여하네

 
 

중흥사차황산2(重興寺次黃山2)-김정희(金正喜))

十年筇屐每同君(십년공극매동군) : 나막신을 그대와 같이 한 십년
衣上留殘幾朶雲(의상류잔기타운) : 옷 위에는 몇 떨기 흰구름이 배었구나
吾輩果無諸漏未(오배과무제누미) : 우리들 번뇌가 과연 모두다 없어졌나
空山風雨只聲聞(공산풍우지성문) : 공산에는 비바람에 소리만 들리는구나

 
 

송종성사군1(送鍾城使君1)-김정희(金正喜)

秋風送客出邊頭(추풍송객출변두) : 가을 바람에 객을 변방으로 보내니
蓋馬山光着遠愁(개마산광착원수) : 개마산 빛에 먼 아득한 시름 어리는구나
天上玉堂回首處(천상옥당회수처) : 천상의 옥당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 곳
雙旌應過幘溝婁(쌍정응과책구루) : 두 깃발은 응당 함경도 적구루를 지나리라

 
 

송종성사군2(送鍾城使君2)-김정희(金正喜)

苔篆剝殘漫古墟(태전박잔만고허) : 이끼 글자 부서진 아득한 옛 터
高麗之境問何如(고려지경문하여) : 고려 나라 지경이 어떠한가 물어본다
尋常石砮行人得(심상석노행인득) : 예사롭게 행인이 돌 화살촉 줍는데
此是周庭舊貢餘(차시주정구공여) : 이것이 바로 주 나라 조정 옛 공물이라

 
 

제라양봉매화정(題羅兩峯梅花幀)-김정희(金正喜)

朱草林中綠玉枝(주초림중녹옥지) : 숲 속 붉은 풀에 푸른 옥가지
三生舊夢證花之(삼생구몽증화지) : 삼생 옛 꿈을 꽃피워 증명하네
應知霧夕相思甚(응지무석상사심) : 응당 알리라, 안개 낀 저녁 짙은 그리움에
惆悵蘇齋畫扇時(추창소재화선시) : 소재에 부채 그린 그 때가 서글퍼짐을

 
 

남굴(南窟)-김정희(金正喜)

千秋幽怪歎燃犀(천추유괴탄연서) : 남굴에 천년 숨은 괴물, 연서가 두려워 탄식하고
肅肅靈風吹暗溪(숙숙영풍취암계) : 신령한 바람 을씨연럽게 어두운 개울로 불어온다
彈指龍蛇皆化石(탄지용사개화석) : 어느새 용과 뱀들 모두 돌로 바뀌었고
燈光猶作紫虹霓(등광유작자홍예) : 등잔 불빛은 오히려 자색 무지개를 만드는구나

 
 

설야우음(雪夜偶吟)-김정희(金正喜)

酒綠燈靑老屋中(주록등청노옥중) : 녹황색 술, 푸른 등불, 낡은 집 안
水仙花發玉玲瓏(수선화발옥영롱) : 옥영롱처럼 수선화 피었구나
尋常雪意多關涉(심상설의다관섭) : 심상한 저 눈의 뜻과도 관련 많아
詩境空濛畫境同(시경공몽화경동) : 시의 경계 공몽한데 화경도 마찬가지

 
 

옥미인(玉美人)-김정희(金正喜)

裁玉方能敎性眞(재옥방능교성진) : 옥으로 다듬은 성정 진실게 하고
美人强得艶情勻(미인강득염정균) : 미인을 끌어다가 고운 정념을 고루었구나
恰如五色羅浮蝶(흡여오색나부접) : 흡사 저 다섯 빛깔의 나부산 나비 떼 같아
放繭今朝滿院春(방견금조만원춘) : 고치 뚫고 나온 오늘 아침, 집안에 가득한 봄빛

 
 
추정(秋庭)-김정희(金正喜)

老人看黎席(로인간려석) : 노인은 기장 멍석을 지켜보고
滿屋秋陽明(만옥추양명) : 집 안에 가득 가을 볕 밝도다
鷄逐草蟲去(계축초충거) : 닭들은 풀벌레 뒤쫓아
菊花深處鳴(국화심처명) : 국화 떨기 깊은 곳에서 울어댄다
 
 
중양황국(重陽黃菊)-김정희(金正喜)

黃菊蓓蕾初地禪(황국배뢰초지선) : 망울 맺은 노란 국화는 초지의 선인 같아
風雨籬邊託靜緣(풍우리변탁정연) : 비바람 울타리 가 고요한 석가래 의탁했구나.
供養詩人須末後(공양시인수말후) : 시인을 공양하여 최후까지 기다리니
襍花百億任渠先(잡화백억임거선) : 백억의 온갖 꽃 속에 널 먼저 꼽는구나.
 
 
봉령사제시요선(奉寧寺題示堯仙)-김정희(金正喜)

野寺平圓別一區(야사평원별일구) : 들판에 있는 절, 평평하고 둥글어 특별한 이 구역
遙山都是佛頭無(요산도시불두무) : 먼 봉우린 도무지 불두라고는 전연 없도다.
虎兒筆力飛來遠(호아필력비래원) : 송나라 호아의 필력이 멀리도 날아 와서
淸曉圖成失舊樵(청효도성실구초) : 청효도가 이뤄지니 옛 무본 무색하도다
 
 
戲題示優曇 담방과종(戲題示優曇 曇方踝腫)-김정희(金正喜)

抹却毗邪示疾圖(말각비사시질도) : 비야의 병을 없애고 병 그림을 보여주니
佛瘡祖病一都盧(불창조병일도로) : 불의 창조의 병이 하나의 돌림병이 되었도다
法華藥草還鈍劣(법화약초환둔열) : 법화의 약초에조차 도리어 우둔열등하니
不是藥者採來無(불시약자채래무) : 약 캐는 자가 약을 캐오지 않아서가 아닐까
 
 
용원효고사담병재천우희속시담(用元曉故事曇病在腨又戲續示曇)-김정희(金正喜)

四百四病無是病(사백사병무시병) : 사백 네 가지 병에 이 병은 없거니와
八十毒草無渠藥(팔십독초무거약) : 팔십 가지 독초에도 저놈의 약은 없도다.
可是今日拭瘡紙(가시금일식창지) : 도리어 오늘날에 부럼 닦은 종이에는
金剛三昧經的的(금강삼매경적적) : 금강의 삼매경이 뚜렷이 적혀있도다
 
 
희증만허(戲贈晩虛)-김정희(金正喜)

涅槃魔說送驢年(열반마설송려년) : 열반이라는 요상한 말로 영원히 산다고 하니
只貴於師眼正禪(지귀어사안정선) : 다만 스님에겐 눈 바른 선이 귀하도다.
茶事更兼叅學事(차사경겸참학사) : 차 일과 배우는 일을 함께하여
勸人人喫塔光圓(권인인끽탑광원) : 사람에게 권하노니, 마시려거든 둥근 저 탑광도 마셔주었으면
 
 
희차아배희우(戲次兒輩喜雨)-김정희(金正喜)

村橋呑漲汎村流(촌교탄창범촌류) : 물은 마을 다리를 삼키고 마을로 흘러넘쳐
上下濃靑處處柔(상하농청처처유) : 위아래로 짙고 푸르러 곳곳마다 부드럽도다.
太守力能廻野色(태수력능회야색) : 원님의 공력이 능히 들 빛을 돌려놓아
婆娑數樹効神休(파사수수효신휴) : 파사 세계 나무들이 신의 아름다움 비추는구나.
 
 
즉사(卽事)-김정희(金正喜)

日見過橋幾百人(일견과교기백인) : 날마다 몇 백 명이 다리 지나는 것이 보지만
何曾橋力減橋身(하증교력감교신) : 어찌 일찍이 다리 힘이 다리의 키가 줄였던가
丁之畚土添橋者(정지분토첨교자) : 장정이라 흙 담아 다리에 붓는 자는
荒落山川報政新(황락산천보정신) : 황락한 산과 내에 정치가 새로움을 알려 주는구나
 
 

혜백장귀병회심무료취기수중구백호서증(蕙百將歸病懷甚無憀取其袖中舊白毫書贈)-김정희(金正喜)

山川時雨兩笻晴(산천시우양공청) : 때때로 산천에 비 지나가니, 두 지팡이 깨끗하고
五色毫光漫去程(오색호광만거정) : 오색 붓털 광채 일어, 가는 길에 가득 차는구나.
料得世間無熱處(요득세간무열처) : 헤아려보니 세상에는 더운 곳이 없을 것 같아
一千里洽萬蟬聲(일천리흡만선성) : 일천리 기나 긴 길에 수만 마리 매미소리 가득 하다.

 
 
과우촌사(果寓村舍)-김정희(金正喜)

寒女縣西擁病居(한여현서옹병거) : 한녀라 고을 서쪽 병을 끼고 사노라니
溪聲徹夜甚淸虛(계성철야심청허) : 밤을 새는 시내 소리 몹시도 청허하네
羸牛劣馬橋前路(리우렬마교전로) : 다리 앞 한길가의 여윈 소랑 조랑말은
畫科蒼茫也屬渠(화과창망야속거) : 창망한 그림 재료 저 들의 차지로군
兩山靑綠夾晴開(양산청녹협청개) : 양쪽 산 파릇파릇 갠 날 끼고 트였는데
村氣泥醺盡野獃(촌기니훈진야애) : 마을 기운 무더워라 모두가 흐리멍텅
不覺平生牛後耻(불각평생우후치) : 소몰이 되는 부끄러움을 평생에 모르는 듯
城中日日販柴廻(성중일일판시회) : 성안에 가 날마다 땔감 팔고 돌아오네
 
 
도망(悼亡)-김정희(金正喜)

那將月姥訟冥司(나장월모송명사) : 어쩌면 달 노파 거느리고, 저상에 애원하여
來世夫妻易地爲(래세부처역지위) : 내세에는 남편과 아내, 처지 바꿔 태어나리라
我死君生千里外(아사군생천리외) : 나 죽고 그대 살아 천리 밖에 남는다면
使君知我此心悲(사군지아차심비) : 이 마음 이 마음 슬픔을 그대가 알게 하리라.
 
 
희증오대산창렬(戲贈吳大山昌烈)-김정희(金正喜)

未窺一字岐軒書(미규일자기헌서) : 기제의 의학책을 한 글자도 못 보고서
白喫人間酒麵猪(백끽인간주면저) : 남의 술, 돼지, 국수를 그냥 먹어대는구나
慾速他年地獄罰(욕속타년지옥벌) : 다른 해에 지옥에 빨리 가고 싶은지
陽陽跨馬又騎驢(양양과마우기려) : 버젓이 말을 타고 또 나귀를 타는구나
 
 
설제창명서철규선(雪霽窓明書鐵虯扇)-김정희(金正喜)

雪後烘晴暖似還(설후홍청난사환) : 눈 갠 뒤, 하늘은 밝고 맑아 따스한 기운 돌고
夕陽漫漫小窓間(석양만만소창간) : 눈부신 작은 창으로는 석양이 느릿느릿 넘어간다.
稻堆庭畔高於塔(도퇴정반고어탑) : 뜨락의 벼가래는 탑보다 더 높아보이고
直對西南佛鬘山(직대서남불만산) : 바로 저 서남쪽으로 불만산을 마주 보는구나
 
 
戲贈浿妓竹香2(희증패기죽향2)-金正喜(김정희)

鴛鴦七十二紛紛(원앙칠십이분분) : 원앙새 일흔인데 두 마리가 어지러워
畢竟何人是紫雲(필경하인시자운) : 필경에 어느 사람이 바로 곧 이원의 자운인가
試看西京新太守(시간서경신태수) : 서경의 새 태수님 한번 보게나
風流狼藉舊司勳(풍류낭자구사훈) : 풍류 소문 낭자한 옛날의 두목이란다
 
 
戲贈浿妓竹香1(희증패기죽향1)-金正喜(김정희)

日竹亭亭一捻香(일죽정정일념향) : 햇빛 아래 정정한 저 대나무 일념향이라
歌聲抽出綠心長(가성추출녹심장) : 노랫소리가 푸른 마음에서 길게도 뽑혀 나왔구나
衙蜂欲覓偸花約(아봉욕멱투화약) : 장 보는 벌들이 꽃 훔칠 기약을 찾고자하나
高節那能有別腸(고절나능유별장) : 높은 절개라한들 어찌 다른 특별한 마음 있을까
 
 
咏棋(영기)-金正喜(김정희)

局面南風冷暖情(국면남풍냉난정) : 바둑 판 위의 남풍은 차고도 따뜻한데
古松流水任縱橫(고송유수임종횡) : 고송에 흐르는 물은 종횡으로 마음대로구나
蓬萊淸淺非高着(봉래청천비고착) : 봉래 바다 맑고도 옅으니 높은 곳이 아니니
橘裏丁丁鶴夢輕(귤리정정학몽경) : 유자 속의 바둑돌 부딪는 소리 학의 꿈이 가볍구나
 
 

看山(간산)-金正喜(김정희)

山與大癡寫意同(산여대치사의동) : 산은 대치와 묘사된 속뜻은 같으나
匡廬詩偈杳難窮(광려시게묘난궁) : 광산의 시의 게송처럼 묘하여 다 찾기는 어려워라.
都無冬夏靑蒼氣(도무동하청창기) : 여름과 겨울 푸른 기운은 전혀 없고
陡壑脩林一樣紅(두학수림일양홍) : 험한 골짜기 늘어진 숲은 같은 모양으로 붉은 빛이 돈다.

 
 

庭草(정초)-金正喜(김정희)

一一屐痕昨見經(일일극흔작견경) : 하나씩 신발 자국 어제 보고 지난 것
蒙茸旋復被階庭(몽용선복피계정) : 덥수룩 자라나 다시 섬돌 뜰을 덮었구나.
機鋒最有春風巧(기봉최유춘풍교) : 몇 풀 끝은 봄바람의 재주 있어
纔抹紅過又點靑(재말홍과우점청) : 붉은 색 발라 놓자 또 푸른 점을 찍었구나.

 
 

驟雨(취우)-金正喜(김정희)

樹樹薰風葉欲齊(수수훈풍엽욕제) : 나무마다 더운 바람 불어 잎들은 가지런하고
正濃黑雨數峯西(정농흑우수봉서) : 산봉우리들 서쪽은 비 짙어 어두워진다.
小蛙一種靑於艾(소와일종청어애) : 작은 청개구리 한 종류가 쑥보다 더 푸른데
跳上蕉梢效鵲啼(도상초초효작제) : 파초 잎 끝에 뛰어 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낸다

 
 

秋牡丹(추모란)-金正喜(김정희)

紅紫年年迭變更(홍자년년질변경) : 해마다 홍색 자색 바꿔가며 꽃 피어
牡丹之葉菊之英(모단지엽국지영) : 모란의 잎은 국화의 꽃봉오리와 같도다.
秋來富貴無如汝(추래부귀무여여) : 가을이 되면 부귀가 너 같은 것이 없으니
橫冒東籬處士名(횡모동리처사명) : 동쪽 울타리 처사란 명칭은 걸맞지 않구나

 
 

驟雨(취우)-金正喜(김정희)

樹樹薰風葉欲齊(수수훈풍엽욕제) : 나무마다 더운 바람 불어, 나뭇잎 일제히 물결치듯
正濃黑雨數峰西(정농흑우수봉서) : 서쪽 봉우리들에 검은 구름 몰려와 비 쏟아진다
小蛙一種靑於艾(소와일종청어애) : 작은 개구리 쑥보다도 더 푸른데
跳上萑梢效鵲啼(도상추초효작제) : 물억새 풀 끝으로 뛰어올라 까치울 듯 울어댄다

 

上仙巖(상선암)-金正喜(김정희)

行行路轉峯廻處(행행로전봉회처) : 걷고 또 걸으니 길은 굽고 산봉우리 돌아드는 곳
一道淸泉天上來(일도청천천상래) : 한 가닥 맑은 샘물 천상에서 흘러오네
縱使有方能出世(종사유방능출세) : 아무리 방법이 있어 세상에 나간다 하더라도
異時歸海亦蓬萊(이시귀해역봉래) : 훗날 바다로 나간다면 또한 봉래이리라
 
 
村舍(촌사)-金正喜(김정희)

數朶鷄冠醬瓿東(수타계관장부동) : 장독대 저 동쪽에 맨드라미 몇 송이 보이고
南瓜蔓碧上牛宮(남과만벽상우궁) : 새파란 호박 넝쿨 소 외양간 위를 타고오른다.
三家村裏徵花事(삼가촌리징화사) : 마을 속 서너 집에서 꽃 일을 찾아보니
開到戎葵一丈紅(개도융규일장홍) : 해바라기가 한 장이나 높게 활짝 피어 있구나
 
 
鷄鳴(계명)-金正喜(김정희)

年少鷄鳴方就枕(년소계명방취침) : 젊어서는 닭 울어야 잠자리에 들었는데
老年枕上待鷄鳴(로년침상대계명) : 늙어지니 베개 위서 닭울음을 기다리게 되네
轉頭三十餘年事(전두삼십여년사) : 삼십여 년 지난 일을 고개 돌려 생각해보니
不道銷磨只數聲(불도소마지수성) : 없어졌다 말하지 않는 것은 오직 저 소리 뿐이네
 
 
水仙花(수선화)-金正喜(김정희)

一點冬心朶朶圓(일점동심타타원) : 한 점의 겨울 마음 송이송이 둥글고
品於幽澹冷雋邊(품어유담냉준변) : 그윽하고 담담하고 냉철하고 빼난 기품이라
梅高猶未離庭砌(매고유미이정체) : 매화가 높다지만 뜨락을 못 면했는데
淸水眞看解脫仙(청수진간해탈선) : 맑은 물에 해탈한 신선을 정말로 보는구나
 
 
題泛槎圖(제범사도)-金正喜(김정희)

秋靜天門兩扇開(추정천문양선개) : 가을 하늘 고요하고 두 짝 문아 열렸는데
千年又見一槎來(천년우견일사래) : 천년만에 또 뗏목 하나 떠오는 것 보겠구나
女牛莫敎無端犯(여우막교무단범) : 견우와 직녀를 무단히 범하게 하지 말고
此老新從五嶽回(차로신종오악회) : 이 늙은이 새로이 오악에서부너 돌아왔노라
 
 
玉筍峯(옥순봉)-金正喜(김정희)

照映空江月一丸(조영공강월일환) : 빈 강에 비치는 둥근 저 달
如聞萬籟起蒼寒(여문만뢰기창한) : 천지는 차가운데 온갖 소리 들리는 듯
人間艸木元閒漫(인간초목원한만) : 인간들과 초목은 본래가 한가하여
不學芙蓉與牧丹(불학부용여목단) : 부용과 모란은 배우지 않았다네.
 
 
隱仙臺(은선대)-金正喜(김정희)

黃葉空山打角巾(황엽공산타각건) : 빈 산의 누른 나뭇잎 각건을 두들기며 떨어지고
長歌何處采芝人(장가하처채지인) : 긴 노래 들리는데 어느 곳에 지초 캐는 사람이 있는가
鞭鸞駕鶴還多事(편란가학환다사) : 난새 몰고 학을 타는 것도 도리어 귀찮은 일
旣是神仙又隱淪(기시신선우은윤) : 이미 신선이 되었는데 또 숨어살기조차 하는구나.
 
 
詠雨3(영우3)-金正喜(김정희)

春雨冥濛夕掩關(춘우명몽석엄관) : 사립 닫힌 저녘에 봄비는 보슬보슬 내리고
一犁田水想潺湲(일리전수상잔원) : 한 쟁기 논물은 아마도 좔좔 흐르겠지
任他笑吠黎家路(임타소폐여가로) : 여가의 마을길에 웃거나 짖거나 내맡기고
坡老當年戴笠還(파노당년대립환) : 당년의 동파노인은 삿갓 쓰고 돌아왔겠지.
 
 
詠雨2(영우2)-金正喜(김정희)

時雨山川破久慳(시우산천파구간) : 때 맞은 비에 산천이 오랜 가뭄 깨뜨리니
東風力斡曉雲還(동풍력알효운환) : 봄바람 새벽구름 힘껏 몰고 돌아오네
一絲一點皆膏澤(일사일점개고택) : 한 올, 한 방울도 모두가 기름과 은택이라
草木心情恰解顔(초목심정흡해안) : 풀과 나무 심정도 일제히 얼굴을 펴네
 
 
詠雨1(영우1)-金正喜(김정희)

入雨山光翠合圍(입우산광취합위) : 빗속에 들어온 산빛은 푸르게 에웠는데
桃花風送帆風歸(도화풍송범풍귀) : 복사꽃에 부는 바람 돗대에 불어 배 돌아가네
春鴻程路無遮礙(춘홍정로무차애) : 봄 기러기 가는 길은 막힐 일 전혀 없어
纔見南來又北飛(재견남래우북비) : 남으로 날아오자 다시 또 북으로 날아가네
 
 
喚風亭(환풍정)-金正喜(김정희)

喚風亭接望洋臺(환풍정접망양대) : 환풍정 올라보니 망양대와 맞닿고
俯見紅毛帆影來(부견홍모범영래) : 굽어 보니 붉은 돛단배 그림자 떠오네
眼界商量容一吸(안계상량용일흡) : 눈 앞의 물을 보니 단번에 마실 것 같은데
兩丸出入掌中杯(양환출입장중배) : 손 가운데 술잔에 해와 달이 떠고 진다네
 
 
秋日晩興1(추일만흥1)-金正喜(김정희)

稻黃蟹紫過京裏(도황해자과경리) : 누런 벼와 자색 개 나는 좋은 철을 서울에서 지내자니
秋興無端鴈□邊(추흥무단안□변) : 기러기 날아가는 물가에 가을 흥이 끝이 없도다.
最是漁亭垂釣處(최시어정수조처) : 고기잡는 누이라, 저기 저 낚싯줄 늘인 곳
任放沙禽自在眠(임방사금자재면) :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모랫가 새는 저절로 졸고 있다.
 
 
秋日晩興2(추일만흥2)-金正喜(김정희)

銀河當屋柳旗斜(은하당옥유기사) : 은하수 지붕에 이르니 버들 깃대 빗겨서고
喜事明朝占燭華(희사명조점촉화) : 좋은 일 아침에 있다고 촛불이 아려주는구나.
佳客來時多酒食(가객래시다주식) : 좋은 손님 오실 때는 술과 밥이 많아야지
夜光生白吉祥家(야광생백길상가) : 상서롭고 길한 집엔 밤 빛도 희게 비치는구나
 
 
秋日晩興3(추일만흥3)-金正喜(김정희)

碧花無數出堦頭(벽화무수출계두) : 이끼 꽃 무수히 섬돌가에 돋아나니
占斷山家第一秋(점단산가제일추) : 산 속을 차지한 저 집이 제일 가을이로다.
榴後菊前容續玩(류후국전용속완) : 석류꽃 뒤, 국화 앞에는 구경거리 잇따르니
壯元紅是竝風流(장원홍시병풍류) : 장원홍 저 붉은 것이 바로 풍류를 겸했구나
 
 
鵲巢(작소)-金正喜 (김정희)

喜鵲喳喳繞屋茆(희작사사요옥묘) : 기분 좋은 까치 까악까악 띠 집을 맴돌다가
窓南直對一丸巢(창남직대일환소) : 창 남쪽에서 한 둥근 둥지를 마주보네
新來不唾靑城地(신래불타청성지) : 새로온 신참은 창성 땅에 침도 못 밷는다지만
透頂恩光敢自抛(투정은광감자포) : 정상 뚫는 은혜로은 빛을 감히 스스로 포기할까
 
 
庭草(정초)-金正喜(김정희)

一一屐痕昨見經(일일극흔작견경) : 하나 하나 신 자국 어제 지난 자국인데
蒙茸旋復被階庭(몽용선복피계정) : 무성한 풀들이 다시 자라나 섬돌 위 뜰을 덮었구나
機鋒最有春風巧(기봉최유춘풍교) : 기봉에는 가장 봄바람 교묘하게 불어
纔抹紅過又點靑(재말홍과우점청) : 붉은 색 발라 놓고 지나가자 또 푸른 점을 찍는구나.
 
 

二樂樓(이락루)-金正喜(김정희)

紅樓斜日拜三字(홍루사일배삼자) : 붉은 누각에 지는 해가 세 글자에 절 하니
二百年中無此君(이백년중무차군) : 이백 년 동안에 이 분 밖에 아무도 없으리라.
想見當時洗硯處(상견당시세연처) : 당시에 벼루 씻던 그곳을 생각해보니
古香浮動一溪雲(고향부동일계운) : 옛 향기 온 개울에 물안개 속에 떠 흐른다

 
 
涵碧樓(함벽루)-金正喜(김정희)

綠蕪鶴脚白雲橫(녹무학각백운횡) : 우거진 푸른 풀 위를 날아가는 학 다리 사이 흰 구름 빗겨있고
取次江光照眼明(취차강광조안명) : 몇 줄기 강 빛을 보니 눈에 비춰 눈부시네.
自愛此行如讀畫(자애차행여독화) : 그림을 읽는 듯한 이 걸음 대견하니
孤亭風雨卷頭生(고정풍우권두생) : 외로운 정자에 몰아치는 비바람 책머리에 생동하네.
 
 
題翁星原小影(제옹성원소영)-金正喜(김정희)

端莊雜流麗(단장잡유려) : 단정하고 씩씩함에 유창하고 아름다움이 섞여있다면
剛健含阿娜(강건함아나) : 굳세고 건장함에 곱고 연약함을 머금었구나.
坡公論書句(파공논서구) : 소동파가 평론한 글귀들
以之評君可(이지평군가) : 그것들로 그대를 평하는 게 옳은 것 같네.
此圖十之七(차도십지칠) : 이 그림의 십 분의 칠은
莊健則未果(장건칙미과) : 씩씩하고 건장하다고는 못하겠노라.
弗妨百千光(불방백천광) : 결코 방해되지 않노니, 백 가지 천 가지 빛깔이여
都攝牟珠顆(도섭모주과) : 모니의 청정한 구슬 한 덩이로 모두 거두어버리는구나.
惟是致君來(유시치군래) : 옳도다. 이곳으로 그대를 불러서
共我一堂中(공아일당중) : 나와 함께 한 집에서 마주 보는구나.
烏雲萬里夢(오운만리몽) : 오운이라 만 리 먼 곳의 꿈
海濤廻天風(해도회천풍) : 바다에는 거센 물결, 하늘에는 바람 회오리치네.
覃室儼侍歡(담실엄시환) : 담실을 공손히 모심이 기뻐고
蘇筵執役同(소연집역동) : 소연과도 일을 함께 한다.
文字聚精靈(문자취정영) : 문자는 정력과 영혼이 모여진다면
神理合圓通(신리합원통) : 신령스런 이치도 원활히 통할 것이다.
愧我慙雌甲(괴아참자갑) : 보잘것없는 내가 짝수의 날을 맞은 것이 부끄럽고
生辰又特別(생진우특별) : 태어난 시간 또한 특별하도다.
以君家墨緣(이군가묵연) : 그대의 집안과 그림의 인연으로 헤아리면
宜君生臘雪(의군생랍설) : 그대는 섣달 출생이 마땅하도다.
如何我生日(여하아생일) : 하필이면 이 내가 태어난 날이
而復在六月(이복재육월) : 유월달이란 말인가.
依然蘇與黃(의연소여황) : 소동파와 황산곡을 우연하게도
君我各分一(군아각분일) : 그대와 내가 하나씩 각기 나눠가졌구나.
飆輪轉大世(표윤전대세) : 바람바퀴 큰 세상을 돌아다니니
前夢吾夙因(전몽오숙인) : 지난날의 내 꿈은 나에게는 오랜 세월의 인연이구나.
笠屐存息壞(입극존식괴) : 입극은 저 식양 땅에 남아있거니
石帆叩梁津(석범고양진) : 양진은 석범에 물어보는구나.
秋虹結丹篆(추홍결단전) : 단전에 맺혀있는 가을 무지개
吐氣蟠嶙峋(토기반린순) : 토해낸 기운이 서리어 높이 솟아라.
回首石幢影(회수석당영) : 고개 돌려 석당의 그림자를 바라보니
息息與塵塵(식식여진진) : 숨결마다 속된 일들이도다.
擧似匡廬偈(거사광려게) : 사광려의 게송을 들어 보이니
坡像涪翁拜(파상부옹배) : 파상 소식 앞에 부옹 황정견이 절을 드리는구나.
金石申舊約(금석신구약) : 금석에다 옛 언약을 드러내니
銖縷窮海外(수루궁해외) : 저울 눈금 실오리도 바다 밖으로 다하는구나.
石銚鳴松風(석요명송풍) : 돌솥에 솔바람이 울리니
琅琴答天籟(랑금답천뢰) : 구슬 거문고는 천뢰에 답하는구나.
一念逾新羅(일념유신라) : 한 생각이 신라로 들어가니
竟有何人解(경유하인해) : 끝내 어떤 사람이 이치를 이해랄 수 있을까.
 
 
棲碧亭秋日(서벽정추일)-金正喜(김정희)

幽洞螺旋入(유동라선입) : 그윽한 골짜기를 돌고 돌아 찾아드니
細泉潑乳紅(세천발유홍) : 작은 샘이 붉은 젖을 뿜어내는구나.
禽鳥似持世(금조사지세) : 온갖 새는 제 세상 만난 것 같고
晝陰石壇空(주음석단공) : 낮인데 날씨는 그늘지고 돌단은 비었구나.
春來厭繁華(춘래염번화) : 봄이 오면 번화함이 싫고
愛此秋玲瓏(애차추령롱) : 이 가을의 맑고 깨끗함을 좋아한다네.
人癯如枯木(인구여고목) : 사람이 너무 여위어 고목 같으니
前身應老楓(전신응노풍) : 응당 저 늙은 단풍나무가 전신이었으리
 
 
南窟(남굴)-金正喜(김정희)

千秋幽怪歎燃犀(천추유괴탄연서) : 천 년 동안 숨은 괴물도 무소뿔 태워 찾아내고
肅肅靈風吹暗溪(숙숙영풍취암계) : 쓸쓸한 영묘한 바람 어둔 개울로 불어온다..
彈指龍蛇皆化石(탄지용사개화석) : 용과 뱀을 퉁기어 가리키니 모두 돌로 바뀌어
燈光猶作紫虹霓(등광유작자홍예) : 등 불빛 오히려 자색 무지개를 만드는구나
 
 
水落山寺(수락산사)-金正喜(김정희)

我見日與月(아견일여월) : 나는 해와 달 보며
光景覺常新(광경각상신) : 광경이 늘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萬象各自在(만상각자재) : 온갖 형상이 각각 다 그대로라
刹刹及塵塵(찰찰급진진) : 무수한 이 나라 이 땅의 온갖 것들
誰知玄廓處(수지현곽처) : 그 누가 알리오, 아득하고 텅 빈 저곳에서
此雪同此人(차설동차인) : 이 하얀 눈이 이 사람과 함께 한 것을
虛籟錯爲雨(허뢰착위우) : 빈 바람소리는 잘못 빗소리로 착각되는데
幻華不成春(환화불성춘) : 환상적인 화려함이 끝내 봄을 이루지 못하네.
手中百億寶(수중백억보) : 손안에 수많은 보물은
曾非乞之隣(증비걸지인) : 이웃에서 빌리는 게 아니라네
 
 

偶吟(우음)-金正喜(김정희)

時候忽已徂(시후홀이조) : 계절은 벌써 바뀌어
明月又秋風(명월우추풍) : 밝은 달과 가을바람이네.
孤懷攬逝雲(고회람서운) : 외로운 마음은 지나가는 구름 감싸고
戚戚悲西東(척척비서동) : 근심과 걱정으로 모든 일이 서글프다.
風雨日以至(풍우일이지) : 비바람이 날마다 불어오니
咫尺間山川(지척간산천) : 지척간도 산천이 가로 막힌 듯하여라.
老槐高百尺(노괴고백척) : 오래된 괴화나무 높이가 백 척이고
飛花過墻翩(비화과장편) : 흩날리는 꽃잎들은 나풀나풀 담장을 넘는구나.
搴花咏所思(건화영소사) : 꽃을 뽑아들고 그리운 임 노래하니
悵然心莫展(창연심막전) : 너무나 서글퍼 내 마음 풀 수도 없구나.
籜石眷幽寂(탁석권유적) : 죽순 난 돌은 한적하고 그윽한 곳 그리워하고
菱藻冒淸淺(릉조모청천) : 마름 부들은 맑고 옅은 내를 덮었구나.
林蟬破鮮霽(림선파선제) : 매미 소리 비 갠 숲 속의 한적함을 깨뜨리고
天地一懷新(천지일회신) : 천지가 한결같이 새로워지는구나.
澄景畢來集(징경필래집) : 맑은 풍경 모두 모였으니
緬邈區中塵(면막구중진) : 아득히 떠오르네, 속세의 온갖 생각
及時須行樂(급시수행락) : 때를 만나 모름지기 즐길 것이니
浮生足可惜(부생족가석) : 덧없는 인생 너무도 애석하도다.
顧結芳杜隣(고결방두린) : 생각하건데, 방두의 이웃을 맺어
聊以數晨夕(료이수신석) : 오로지 아침저녁으로 자주 노닐었으면

 
 
北園初夏(북원초하)-金正喜(김정희)

天氣正熟梅(천기정숙매) : 하늘의 기운은 한창 매실을 익히는데
陰晴摠不眞(음청총불진) : 흐리다 개다 모두 참이 아니도다.
近峯一圭出(근봉일규출) : 가까운 봉우리는 한 자쯤 드러나고
雨雲還往頻(우운환왕빈) : 비구름은 빈번히도 내리는구나.
綠陰合巾裾(록음합건거) : 푸른 나무 그늘 갓과 옷에 드니
啼鶯如可親(제앵여가친) : 노래하는 저 꾀꼬리 친근해지는구나.
玟瑰雜刺桐(민괴잡자동) : 장미가 찔레꽃에 섞여서
紅白表餘春(홍백표여춘) : 붉고 흰 색으로 남은 봄을 드러낸다.
來結靑霞侶(래결청하려) : 서로 와서 뜻이 높은 짝을 맺으니
自是芳杜身(자시방두신) : 이로부터 방두의 몸이 되었구나
 
 
二樂樓(이락루)-金正喜(김정희)

紅樓斜日拜三字(홍루사일배삼자) : 붉은 누각에 해 지는데 누각 현판 세 글자에 절하니
二百年中無此君(이백년중무차군) : 이백 년 안에는 이런 분은 결코 없으리라.
想見當時洗硯處(상견당시세연처) : 당시에 이 현판 쓰고 벼루 씻었던 곳을 생각해보니
古香浮動一溪雲(고향부동일계운) : 개울에 자욱한 구름사이로 옛 향기 둥실 떠오네.
 
 
禮山(예산)-金正喜(김정희)

禮山儼若拱(예산엄약공) : 예산 땅은 두 손을 맞잡은 듯 의젓하고
仁山靜如眠(인산정여면) : 인산은 잠자는 듯 조용하구나.
衆人所同眺(중인소동조) : 사람이 모두 같이 보지마는
獨有神往邊(독유신왕변) : 따로 신이 다니는 곳이 있다네.
渺渺斷霞外(묘묘단하외) : 아득히 멀리 떨어진 노을 밖이요
依依孤鳥前(의의고조전) : 아련히 외로운 새 날고 있는 앞이라네.
廣原固可喜(광원고가희) : 넓은 언덕은 진실로 기쁘고
善風亦欣然(선풍역흔연) : 좋은 바람도 만족스럽구나.
長禾埋畦畛(장화매휴진) : 벼가 길게 자라나 밭두둑 묻어버려
平若一人田(평약일인전) : 모두가 평평하여 한 사람의 논과 같구나.
蟹屋連渙灣(해옥연환만) : 바닷게는 여기저기 바다에 흩어져 있고
蛩雨襍雁煙(공우잡안연) : 메뚜기는 비 내리듯 기러기 날아가는 안개 속에 섞여있네.
秋柳三四行(추유삼사행) : 가을 버들은 서너 줄 늘어져
顦悴蒙行塵(초췌몽행진) : 초췌하게 길 먼지를 다 덮어쓰고 있네.
紛紛具畫意(분분구화의) : 이것저것 그림의 의미를 디 갖추었으니
夕景澹遠天(석경담원천) : 저녁 풍경이 저 먼 하늘에 해맑게 젖어있네
 
 
重三日雨(중삼일우)-金正喜(김정희)

花心齊蓄銳(화심제축예) : 꽃 마음 가지런히 예민함을 기르니
麗景千林積(려경천림적) : 화사한 볕 온 숲에 쏟아진다.
平生曲水想(평생곡수상) : 평생을 곡수놀이 생각하다
庶幾酬素昔(서기수소석) : 옛 생각 이제 거의 이루리라 믿었다네.
朝雨如俗士(조우여속사) : 아침 비는 속세의 선비 같아
雲禽遭鎩翮(운금조쇄핵) : 구름을 나는 새도 날개를 부딪는다.
閉戶慙笠屐(폐호참립극) : 문 닫으니 나막신이 부끄럽고
林邱山川隔(림구산천격) : 숲 언덕은 산천이 가로막혔네.
人生天地間(인생천지간) :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으로 나서
遂爲風雨役(수위풍우역) : 이제 비바람의 부림이 되고 말았네.
賞春足他日(상춘족타일) : 봄 구경은 다른 날도 좋지만
重三不可易(중삼불가역) : 삼월 삼일 날을 바꿀 수는 없도다.
奈此獨命酌(나차독명작) : 이 홀로 마시는 술잔을 어찌할까.
朋素並離析(붕소병리석) : 친구들도 아울러 서로 떨어져 사는 것을
焚香當聽花(분향당청화) : 향 사르며 꽃들의 소리를 들으려니
細煙縈爐栢(세연영로백) : 가는 연기 소나무 화로를 싸고도네
 
 
寄野雲居士(기야운거사)-金正喜(김정희)

古木寒鴉客到時(고목한아객도시) : 고목나무에 갈가마귀가 나그네 당도하니
詩情借與畫情移(시정차여화정이) : 시정을 빌려주어 정을 그림에 옮기었네.
煙雲供養知無盡(연운공양지무진) : 자연의 공양이 무궁함을 알았으니
笏外秋光滿硯池(홀외추광만연지) : 홀 밖의 가을 빛깔 벼루못에 가득하네
 
 

果寓即事(과우즉사)-金正喜(김정희)

庭畔桃花泣(정반도화읍) : 뜨락에서 복사꽃이 눈물 흘린다.
胡爲細雨中(호위세우중) : 어찌 가랑비 속에서 울고 있는가.
主人沈病久(주인침병구) : 주인이 병든 지 오래라
不敢笑春風(불감소춘풍) : 봄바람에도 감히 웃지를 못한다네

 
 
夏夜初集(하야초집)-金正喜(김정희)

閉戶常存萬里心문 닫고 있어도 마음은 만 리 먼 곳
雲飛水逝有誰禁구름 날고 물은 흘러나 누가 말리랴
尙憐夏日孤花在여름은 홀로 남은 꽃 있어 예쁘고
閱罷春山百鳥吟봄은 산의 온갖 새들의 노랫소리 다 듣는다.
已看靑眸回白眼푸른 눈이 백안으로 돌아가는 것 보았으니
曾將一字易千金한 글인들 천금으로 바꾸리오.
詩家衣鉢傳來久시가의 도통 전해진 지 오래인데
自是宗何與祖陰대개는 하손과 음갱을 스승으로 삼았다네
 
 

棲碧亭秋日(서벽정추일)-金正喜(김정희)

孤亭同菌小(고정동균소) : 외로운 정자는 버섯처럼 닥은데
佳境似蔗甘(가경사자감) :좋은 경치 갈수록 더 아름다워라.
將身欲入石(장신욕입석) : 몸 일으켜 돌 속으로 들려하니
人語出碧嵐(인어출벽람) : 사람소리 안개 속에서 들려온다

 
 

楊州途中(양주도중)-金正喜(김정희)

霜晨搖落歎征衣(상신요락탄정의) : 서리 내린 새벽길에 나뭇잎은 날리고 옷차림은 처량한데
極目平原秋草稀(극목평원추초희) : 눈 앞의 넓은 들판에는 가을 풀이 드물구나.
天地蕭蕭虛籟合(천지소소허뢰합) : 천지는 쓸쓸한데 빈 소리 들려오고
山川歷歷數鴻歸(산천역역수홍귀) : 산과 내는 선명한데 기러기 떼 날아간다.
淡煙喬木圍孤墅(담연교목위고서) : 연기 낀 큰 나무들 외딴집을 둘러쌓고
流水平沙易夕暉(유수평사이석휘) : 물 흐르는 백사장에 저녁 햇발 비춰든다.
淮北江南何處是(회북강남하처시) : 회북 과 강남땅이 그 어디에 있는가.
二分明月夢依微(이분명월몽의미) : 세상의 반을 밝히는 밝은 달이 꿈속에 어른거리네.

 
 
山寺(산사)-金正喜(김정희)

側峯橫嶺箇中眞(측봉횡령개중진) : 곁 봉우리 비낀 고개 여기가 진경인데
枉却從前十丈塵(왕각종전십장진) : 길 잘못 들어 헤매던 열 길 홍진 속이었네.
龕佛見人如欲語(감불견인여욕어) : 감실의 불상은 사람보고 얘기 하려는 듯 하고
山禽挾子自來親(산금협자자래친) : 산새는 새끼 데리고 날아와 반기는 듯 하는구나.
點烹筧竹冷冷水(점팽견죽냉냉수) : 통 대나무 맑은 물로 차를 끓여 마시면
供養盆花澹澹春(공양분화담담춘) : 화분이 꽃을 공양하니 담담한 봄이구나.
拭涕工夫誰得了(식체공부수득료) : 눈물 닦는 그 공부를 그 누가 터득했나.
松風萬壑一嚬申(송풍만학일빈신) : 온 골짜기 솔바람에 길게 한번 숨을 쉬네.
 
 

甁花(병화)-金正喜(김정희)

安排畫意盡名花(안배화의진명화) : 잘 꽂아 놓자구나, 모두 이름 난 꽃인데
五百年瓷秘色誇(오백년자비색과) : 오백 년 묵은 도자기도 신비한 빛깔을 자랑하네
香澤不敎容易改(향택불교용이개) : 향기와 윤택함이 쉽사리 바뀌지 않으니
世間風雨詎相加(세간풍우거상가) : 세간의 비바람이 어찌 서로 해치리오

 
 
松京道中(송경도중)-金正喜(김정희)

山山紫翠幾書堂(산산자취기서당) : 산마다 푸른데 서당이 몇이나 있나
籬落勾連碧澗長(리락구련벽간장) : 울타리는 닿아있고 푸른 시내 길게 흘러단다.
野笠卷風林雨散(야립권풍림우산) : 갓이 바람에 날리고 숲에는 비가 흩날리니
人蔘花發一村香(인삼화발일촌향) : 인삼꽃 피어나니 온 마을이 향기롭다
 
 
水雲亭(수운정)-金正喜(김정희)

秋雨濛濛鶴氣橫(추우몽몽학기횡) : 부슬부슬 가을비에 학의 기운 비껴날고
松針石脈滿山明(송침석맥만산명) : 솔잎과 돌 더미가 산에 가득 선명하다.
試從一笠亭中看(시종일립정중간) : 일립정 가운데서 그저 한번 바라보니
環珮泠泠樹頂生(환패령령수정생) : 패물소리 찰랑찰랑 나무 끝에서 울려온다
 
 

舍人巖(사인암)-金正喜(김정희)

怪底靑天降畫圖(괴저청천강화도) : 괴이하게 낮은 푸른 하늘이 그림에 내려왔거니
俗情凡韻一毫無(속정범운일호무) : 속된 정과 범속한 운은 털끝만큼도 없구나.
人間五色元閒漫(인간오색원한만) : 인간의 오감의 욕구란 본래 편하고 한가한 것
格外淋漓施碧朱(격외림리시벽주) : 격 밖에 질펀하여 붉고 푸른 것이 여기저기 퍼져있구나.

 
 

龜潭(구담)-金正喜(김정희)

石怪如龜下碧漣(석괴여구하벽련) : 돌 모양은 거북 같고 푸른 물결 흘러
噴波成雨白連天(분파성우백련천) : 물결 뿜어 비가 되어 흰 기운 하늘까지 뻗쳤다.
衆峯皆作芙蓉色(중봉개작부용색) : 봉우리들 모두 부용색이 되었으니
一笑看來似小錢(일소간래사소전) : 한번 웃고 바라보니 돈 닢과 같아 보인다

 
 
石門(석문)-金正喜(김정희)

百尺石霓開曲灣(백척석예개곡만) : 백 척의 돌 무지개가 물굽이를 열었네
神工千缺杳難攀(신공천결묘난반) : 아득한 신의 공력 따라잡기 어렵구나
不敎車馬通來跡(부교거마통래적) : 말과 수레가 오간 자국 남기지 않게 하니
只有煙霞自往還(지유연하자왕환) : 안개와 노을만 스스로 오락가락하누나
 
 
島潭(도담)-金正喜(김정희)

徒聞海外有三山(도문해외유삼산) : 바다 밖에 삼신산 있다는 말 들었는데
何處飛來學佛 (하처비래학불환) : 어느 곳에서 날아와 부처머리 배웠는가
格韻比人仙骨在(격운비인선골재) : 운치와 격조 사람에게 견준다면 선골이니
恰如中散住塵 (흡여중산주진환) : 이야말로 중산처럼 속세에 사는 것이네
 
 

重陽黃菊(중양황국)-金正喜(김정희)

黃菊蓓蕾初地禪(황국배뢰초지선) : 꽃망울 맺은 노란 국화 조용한 초지의 선승인 듯
風雨籬邊託靜緣(풍우리변탁정연) : 울타리에 내리는 비바람과 고요한 인연을 의탁했구나.
供養詩人須末後(공양시인수말후) : 시인을 공양하여 최후까지 기다리니
襍花百億任渠先(잡화백억임거선) : 백억의 많은 꽃 중에 너를 먼저 꼽는구나.

 
 
水仙花(수선화)-金正喜(김정희)

一點冬心朶朶圓(일점동심타타원) : 한 점의 겨울 마음이 송이송이 둥글어
品於幽澹冷雋邊(품어유담냉준변) :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은 냉철하고 빼어구나.
梅高猶未離庭砌(매고유미이정체) : 매화가 고상하다지만 뜰을 못 벗어나는데
淸水眞看解脫仙(청수진간해탈선) : 해탈한 신선을 맑은 물에서 정말로 보는구나.
 
 
紫霞洞(자하동)-金正喜(김정희)

小谿幽洞自層層(소계유동자층층) : 작은 개울 깊은 고을 저대로 층층인데
一道名泉雨後勝(일도명천우후승) : 길가의 이름난 샘 비 온 뒤가 더 아름답다.
夕照近人松籟起(석조근인송뢰기) : 석양이 다가오자 솔 바람소리 일어나니
老身石上聽泠泠(노신석상청령령) : 바위 위의 늙은 몸에는 차갑게만 들리는구나.
 
 
午睡3(오수3)-金正喜(김정희)

松風分外占恩涼(송풍분외점은량) : 분수 밖의 솔바람 은혜롭게 서늘하여
攝轉葡萄現在光(섭전포도현재광) : 포도는 지금 빛깔 띠고 있네.
特地家鄕成尺咫(특지가향성척지) : 이 특별한 땅, 내 고향의 지척이니
靑山一髮未曾長(청산일발미증장) : 청산의 한 구역이 먼 곳이 아니었네
 
 
午睡2(오수2)-金正喜(김정희)

苽花離落粟風涼(고화리락속풍량) : 울타리 속 오이꽃에 서속 바람 서늘하고
住在玲瓏怳惚光(주재영롱황홀광) : 영롱하고 황홀한 빛에 집이 있구나.
富貴神仙饒一轉(부귀신선요일전) : 부귀라 신선이라 한 마당 꿈에 취하여서
炊煙漫敎枕頭長(취연만교침두장) : 밥 짓다 부질없이 베개머리 늘여본다
 
 

午睡1(오수1)-金正喜(김정희)

一枕輕安趁晩涼(일침경안진만량) : 베개자리 편안하고 저녁에 서늘한 바람 불어오니
眼中靈境妙圓光(안중령경묘원광) : 눈 안의 신령한 지경에 둥근 빛이 신비하구나.
誰知夢覺元無二(수지몽각원무이) : 누가 아는가, 꿈꾸는 일과 깨어 있는 일이 둘이 아닌 것을
蝴蝶來時日正長(호접래시일정장) : 나비 날아 올 때는 해도 길어지는구나

 
 

初涼(초량)-金正喜(김정희)

楞楞山出瘦靑意(릉릉산출수청의) : 능각 진 산봉우리는 엷은 푸른 기분인데
瑟瑟波明經縠流(슬슬파명경곡류) : 슬슬 소리 내는 물살은 깁 무늬처럼 흐르는구나.
的的遙天孤夢直(적적요천고몽직) : 또렷또렷 먼 하늘은 외로운 꿈으로 곧게 뻗고
頭頭露地百蟲秋(두두로지백충추) : 여기저기 이슬 내린 땅에는 온갖 가을 풀벌레 운다.

 
 
立秋(입추)-金正喜(김정희)

野情老去最宜秋(야정노거최의추) : 시골 사는 맛은 늙으니 가을이 가장 좋아
冷逕蓬蒿少熱流(냉경봉호소열유) : 찬 오솔길의 다북쑥에는 열기가 적어졌네.
卽看曳履歌商處(즉간예이가상처) : 신 끌고 상성을 노래하는 곳으로 나가보면
已放唫蟬出一頭(이방금선출일두) : 한 마리 매미가 이미 목을 뽑아 노래하네
 
 
義林池(의림지)-金正喜(김정희)

濃抹秋山似畫眉(농말추산사화미) : 짙게 가을을 바른 산들은 흡사 그린 눈썹을 그린 듯
圓潭平布碧琉璃(원담평포벽유리) : 둥근 못에는 푸른 유리 골고루 깔렸구나.
如將小大論齊物(여장소대론제물) : 작고 큰 것 가자고서 제물론의 입장에서 논한다면
直道硯山環墨池(직도연산환묵지) : 꼭 벼루 산이 먹물 연못을 둘러쌓다 말 하리라.
 
 
下仙巖(하선암)-金正喜(김정희))

陰陰脩壑似長廊(음음수학사장랑) : 그늘진 깊숙한 골짜기 긴 행랑 같아
流水浮廻日月光(유수부회일월광) : 흐르는 물에 해와 달이 떠돈다.
一點緇塵渾不着(일점치진혼불착) : 검은 먼지 한 점 전혀 붙지 않아
白雲深處欲焚香(백운심처욕분향) : 흰 구름 깊은 곳에 향불이나 피우고 싶어라
 
 
仙遊洞(선유동)-金正喜(김정희)

碧雲零落作秋陰(벽운령락작추음) : 푸른 구름 흩어져 가을 그늘 이루어
唯有飛泉灑石林(유유비천쇄석림) : 날아내리는 샘물만이 돌 숲에 뿌려진다.
一自吹簫人去後(일자취소인거후) : 옥퉁소 불던 그 사람 떠난 뒤로
桂花香冷到如今(계화향냉도여금) : 계화향기 차가운 것 오늘까지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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