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국(謝菊)-김정희(金正喜)
暴富一朝大歡喜(폭부일조대환희) : 하루아침에 벼락부자 너무나 기쁜데 發花箇箇黃金毬(발화개개황금구) : 핀 꽃들 하나하나가 황금 구슬이구나. 最孤澹處穠華相(최고담처농화상) : 가장 외롭고 담백한 곳에 화려한 억굴 不改春心抗素秋(불개춘심항소추) : 봄 마음 고치지 않고 가을 추위를 버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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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水仙花)-김정희(金正喜)
一點冬心朶朶圓(일점동심타타원) : 한 점 찬 마음처럼 늘어진 둥근 꽃이여 品於幽澹冷雋邊(품어유담냉준변) : 그윽하고 맑은 품성, 냉철하고 준수한 경지로다 梅高猶未離庭砌(매고유미리정체) : 매화꽃 고상해도 뜰을 떠나지 못해 淸水眞看解脫仙(청수진간해탈선) : 맑은 물에서 진실로 해탈한 신선을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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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우즉사(果寓卽事)-김정희(金正喜)
庭畔桃花泣(정반도화읍) : 뜰 두둑에 복사꽃이 우는데 胡爲細雨中(호위세우중) : 어찌 가랑비 때문이라 하리오. 主人沈病久(주인침병구) : 주인이 오랫동안 병들어 있어 不敢笑春風(불감소춘풍) : 감히 봄바람에 웃을 수야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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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란(秋牧丹)-김정희(金正喜)
紅紫年年迭變更(홍자년년질변경) : 홍색 자색 꽃으로 해마다 바꿔 피니 牧丹之葉菊之英(모란지엽국지영) : 모란의 꽃잎, 국화의 꽃봉오리로구나. 秋來富貴無如汝(추래부귀무여여) : 가을날 부귀로는 너 같은 이 없으니 橫冒東籬處士名(횡모동리처사명) : 동쪽 울타리 처사라고 함부로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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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양황국(重陽黃菊)-김정희(金正喜)
黃金蓓藿初地禪(황금배곽초지선) : 누런 황금 꽃봉오리는 선의 첫 경지 風雨籬邊託靜綠(풍우리변탁정록) : 비바람 울타리 곁에서 청정한 인연 맺는다. 供養詩人須末後(공양시인수말후) : 시인을 공양함은 맨 마지막 일이나 襍花百億任渠先(잡화백억임거선) : 온갖 잡된 꽃에서도 가장 우두머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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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국(謝菊)-김정희(金正喜)
暴富一朝大歡喜(폭부일조대환희) : 하루아침에 부자 된 대단한 기쁨 發花箇箇黃金毬(발화개개황금구) : 피어난 꽃마다 황금빛 꽃송이로다. 最孤澹處穠華相(최고담처농화상) : 너무나 고독하고 맑은 화려한 네 모습 不改春心抗素秋(불개춘심항소추) : 봄날 마음 변치 않고 가을추위 이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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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촌사벽(題村舍壁)-김정희(金正喜)
禿柳一株屋數椽(독류일주옥수연) : 몇 칸 초가집, 잎 떨어진 버드나무 翁婆白髮兩蕭然(옹파백발양소연) : 백발의 할머니와 아버지, 모두가 숙연하다 未過三尺溪邊路(미과삼척계변로) : 개울가 길가에 세 척이 채 안되어도 玉薥西風七十年(옥촉서풍칠십년) : 옥수수인양 서풍에 칠십 년을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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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황산동리숙석경루(與黃山東籬宿石瓊樓)-김정희(金正喜)
入室常疑雨(입실상의우) : 이 집에 들면 항상 비 오는 듯 無煩繪水聲(무번회수성) : 번거롭게 물소리 그릴 것 없다네 晴林朝合爽(청림조합상) : 맑은 숲엔 아침이 상쾌하고 陰壑夜生明(음학야생명) : 그늘진 골짝엔 밤에도 밝다네 鄭重名山業(정중명산업) : 정중한 명산의 고즈넉한 별채 飄然不世情(표연부세정) : 표연한 그 느낌 세상 맛 아니라네 松風凉到骨(송풍량도골) : 솔바람 서늘히 뺏속으로 스며 詩夢百般淸(시몽백반청) : 시상도 모두가 깨끗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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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자하입연10(送紫霞入燕10)-김정희(金正喜)
唐碑宋槧萃英華(당비송참췌영화) : 우세남 모당비 송참은 모두가 영화로워 漢畫尤堪對客誇(한화우감대객과) : 한화는 손님들에게 더욱 자랑할 만하도다 拱璧河圖曾過眼(공벽하도증과안) : 공벽 같은 하도는 진작 눈을 거쳤는데 雪鴻怊悵篆留沙(설홍초창전유사) : 봄 눈 기럭 발톱처럼 모래 남긴 글자 서글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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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자하입연9(送紫霞入燕9)-김정희(金正喜) 霞入燕9)-김정희(金正喜)
自從實際覰精魂(자종실제처정혼) : 실제를 밟아 보고 정수을 엿보시 底事滄浪禪理論(저사창랑선리론) : 무슨 숨은 일로 창랑은 선리를 따지는가 一世異才收勿騁(일세이재수물빙) : 한 세상의 이재(異才)를 받아 달리지 말고 十年浮氣掃無痕(십년부기소무흔) : 십 년의 뜬 기운은 쓸어내어 흔적마저 없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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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자하입연8(送紫霞入燕8)-김정희(金正喜)
三百年來無此翁(삼백년래무차옹) : 삼백 년이 가는 동안 이 늙은이 다시 없어 石帆亭上聞宗風(석범정상문종풍) : 석범정 정자 위에서 왕어양의 높은 풍모 들었다 團成八月生辰日(단성팔월생진일) : 팔월 생신 날에 여러 사람들 모여 앉아 祝嘏碧雲紅樹中(축하벽운홍수중) : 푸른 구름 붉은 나무숲 속에서 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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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자하입연7(送紫霞入燕7)-김정희(金正喜)
東坡石銚今猶在(동파석요금유재) : 동파 선생 석조, 지금도 남아 있어 圖壓蘇齋書畫船(도압소재서화선) : 그 그림이 소재의 서화선을 눌렀다 淮泗道中明月影(회사도중명월영) : 회사 땅의 길, 밝은 달 그림자 松風夢罷尙涓涓(송풍몽파상연연) : 솔바람에 꿈을 깨니 여전히 아른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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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자하입연6(送紫霞入燕6)-김정희(金正喜)
百摹雨雪摠塵塵(백모우설총진진) : 백 번 모한 우설시본 모두 재가 되고 又一九霞洞裏春(우일구하동리춘) : 구하동 동파상은 막대를 짚은 봄 그림 顴右誌傳松下供(권우지전송하공) : 권우지본은 송하가 제공한 것이니 何如子固硏圖人(하여자고연도인) : 조자고의 벼루에 그린 사람과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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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자하입연5(送紫霞入燕5)-김정희(金正喜)
樓前山日澹餘紅(루전산일담여홍) : 누대 앞 산의 해는 남은 붉빛 묽게 하고 快雪粉箋說異同(쾌설분전설이동) : 분전지(粉箋紙)와 쾌설이 같고 다름을 말했지요 萬里許君靑眼在(만리허군청안재) : 만리 먼 곳 그대에게 청안 있음을 인정하니 曾於扇底覓春風(증어선저멱춘풍) : 일찍이 부채 그림 아래서 봄바람을 찾았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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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자하입연4(送紫霞入燕4)-김정희(金正喜)
詩境軒中風雨驚(시경헌중풍우경) : 옹방강의 시경헌에서 바람비 놀라게 하니 南窓埽破鳳凰翎(남창소파봉황령) : 남창보죽도에서는 봉황 꼬리 쓸어 깨뜨렸지요 江秋史去留完璧(강추사거유완벽) : 강추사는 떠났는데 완벽첩은 남아 있으니 黃小松來搨石經(황소송래탑석경) : 소송 황이가 찾아 와서 석경을 탑본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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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자하입연3(送紫霞入燕3)-김정희(金正喜)
混侖元氣唐沿晉(혼륜원기당연진) : 혼륜한 원기 당이 진을 답습하고 篆勢蒼茫到筆尖(전세창망도필첨) : 전자(篆字) 기운 아득히 붓 끝에 옮겨 왔었지요 邕塔嵩陽拈一義(옹탑숭양념일의) : 옹탑이랑 숭양이 일의(一義)란 걸 찾아내어 都從稧帖瓣香添(도종계첩판향첨) : 모두 난정서 계첩을 숭양첩의 판향에 더한 것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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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자하입연2(送紫霞入燕2)-김정희(金正喜)
漢學商量兼宋學(한학상양겸송학) : 한학을 헤아리고 송학도 헤아려 崇深元不露峯尖(숭심원불로봉첨) : 높고 깊어 봉우리 끝도 드러나지 않았지요 已分儀禮徵今古(이분의예징금고) : 의례를 나누어서 금ㆍ고문을 증빙하시니 更證春秋杜歷添(경증춘추두력첨) : 또 춘추를 증거하고 두력도 첨가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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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자하입연1(送紫霞入燕1)-김정희(金正喜)
墨雲一縷東溟外(묵운일루동명외) : 먹구름 한 오라기 동쪽 바닷가 秋月輪連臘雪明(추월륜련납설명) : 둥근 가을달 설 눈과 함께 밝았습니다 聞證蘇齋詩夢偈(문증소재시몽게) : 소재의 시, 꿈,게송을 증거삼아 들어보니 苔岑風味本同情(태잠풍미본동정) : 태잠의 풍기는 멋인양 본래 같은 마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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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의불국사시후(題草衣佛國寺詩後)-김정희(金正喜)
蓮地寶塔法興年(련지보탑법흥년) : 절의 다보탑 법흥의 연대인데 禪榻花風一惘然(선탑화풍일망연) : 절의 탑상에 꽃바람이 아득하다 可是羚羊掛角處(가시영양괘각처) : 이곳은 영양이 뿔 걸어 둔 은밀한 장소 誰將怪石注淸泉(수장괴석주청천) : 그 누가 바윗돌에 맑은 샘을 쏟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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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담국헌시후(題澹菊軒詩後)-김정희(金正喜)
卄四品中澹菊如(입사품중담국여) : 이십사시품 중에 담담하기 국화같아 人功神力兩相於(인공신력양상어) : 사람 공과 신의 힘 모두가 여기 있도다 墨緣海外全收取(묵연해외전수취) : 바다 건너 붓으로 쓴 것 모두 가져다가 讀遍君家姊妹書(독편군가자매서) : 그대 집안 자매의 글들 두루 다 읽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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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연천장(寄上淵泉丈)-김정희(金正喜)
萬壑千峯悵獨遊(만학천봉창독유) : 온 골짝 온 봉우리를 혼자서 노니는데 白雲一抹夢中秋(백운일말몽중추) : 흰구름은 꿈속의 한 가을을 발라버리누눈요 若於此境甘枯寂(약어차경감고적) : 만약 이 경지에서 고적을 즐긴다면 還敎人人羨八州(환교인인선팔주) : 도리어 사람마다 팔주를 부러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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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사차황산1(重興寺次黃山1)-김정희(金正喜)
上方明月下方燈(상방명월하방등) : 상방에는 달, 하방에는 등불 法界應須不已登(법계응수불이등) : 법계란 모름지기 쉼 없이 오르는 것 鍾鼎雲林非二事(종정운림비이사) : 벼슬과 처사 두 가지 다른 일 아닐텐 名山空自與殘僧(명산공자여잔승) : 명산은 부질없이 남은 중만 허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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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사차황산2(重興寺次黃山2)-김정희(金正喜))
十年筇屐每同君(십년공극매동군) : 나막신을 그대와 같이 한 십년 衣上留殘幾朶雲(의상류잔기타운) : 옷 위에는 몇 떨기 흰구름이 배었구나 吾輩果無諸漏未(오배과무제누미) : 우리들 번뇌가 과연 모두다 없어졌나 空山風雨只聲聞(공산풍우지성문) : 공산에는 비바람에 소리만 들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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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성사군1(送鍾城使君1)-김정희(金正喜)
秋風送客出邊頭(추풍송객출변두) : 가을 바람에 객을 변방으로 보내니 蓋馬山光着遠愁(개마산광착원수) : 개마산 빛에 먼 아득한 시름 어리는구나 天上玉堂回首處(천상옥당회수처) : 천상의 옥당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 곳 雙旌應過幘溝婁(쌍정응과책구루) : 두 깃발은 응당 함경도 적구루를 지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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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성사군2(送鍾城使君2)-김정희(金正喜)
苔篆剝殘漫古墟(태전박잔만고허) : 이끼 글자 부서진 아득한 옛 터 高麗之境問何如(고려지경문하여) : 고려 나라 지경이 어떠한가 물어본다 尋常石砮行人得(심상석노행인득) : 예사롭게 행인이 돌 화살촉 줍는데 此是周庭舊貢餘(차시주정구공여) : 이것이 바로 주 나라 조정 옛 공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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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양봉매화정(題羅兩峯梅花幀)-김정희(金正喜)
朱草林中綠玉枝(주초림중녹옥지) : 숲 속 붉은 풀에 푸른 옥가지 三生舊夢證花之(삼생구몽증화지) : 삼생 옛 꿈을 꽃피워 증명하네 應知霧夕相思甚(응지무석상사심) : 응당 알리라, 안개 낀 저녁 짙은 그리움에 惆悵蘇齋畫扇時(추창소재화선시) : 소재에 부채 그린 그 때가 서글퍼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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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굴(南窟)-김정희(金正喜)
千秋幽怪歎燃犀(천추유괴탄연서) : 남굴에 천년 숨은 괴물, 연서가 두려워 탄식하고 肅肅靈風吹暗溪(숙숙영풍취암계) : 신령한 바람 을씨연럽게 어두운 개울로 불어온다 彈指龍蛇皆化石(탄지용사개화석) : 어느새 용과 뱀들 모두 돌로 바뀌었고 燈光猶作紫虹霓(등광유작자홍예) : 등잔 불빛은 오히려 자색 무지개를 만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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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우음(雪夜偶吟)-김정희(金正喜)
酒綠燈靑老屋中(주록등청노옥중) : 녹황색 술, 푸른 등불, 낡은 집 안 水仙花發玉玲瓏(수선화발옥영롱) : 옥영롱처럼 수선화 피었구나 尋常雪意多關涉(심상설의다관섭) : 심상한 저 눈의 뜻과도 관련 많아 詩境空濛畫境同(시경공몽화경동) : 시의 경계 공몽한데 화경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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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미인(玉美人)-김정희(金正喜)
裁玉方能敎性眞(재옥방능교성진) : 옥으로 다듬은 성정 진실게 하고 美人强得艶情勻(미인강득염정균) : 미인을 끌어다가 고운 정념을 고루었구나 恰如五色羅浮蝶(흡여오색나부접) : 흡사 저 다섯 빛깔의 나부산 나비 떼 같아 放繭今朝滿院春(방견금조만원춘) : 고치 뚫고 나온 오늘 아침, 집안에 가득한 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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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秋庭)-김정희(金正喜)
老人看黎席(로인간려석) : 노인은 기장 멍석을 지켜보고 滿屋秋陽明(만옥추양명) : 집 안에 가득 가을 볕 밝도다 鷄逐草蟲去(계축초충거) : 닭들은 풀벌레 뒤쫓아 菊花深處鳴(국화심처명) : 국화 떨기 깊은 곳에서 울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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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양황국(重陽黃菊)-김정희(金正喜)
黃菊蓓蕾初地禪(황국배뢰초지선) : 망울 맺은 노란 국화는 초지의 선인 같아 風雨籬邊託靜緣(풍우리변탁정연) : 비바람 울타리 가 고요한 석가래 의탁했구나. 供養詩人須末後(공양시인수말후) : 시인을 공양하여 최후까지 기다리니 襍花百億任渠先(잡화백억임거선) : 백억의 온갖 꽃 속에 널 먼저 꼽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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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령사제시요선(奉寧寺題示堯仙)-김정희(金正喜)
野寺平圓別一區(야사평원별일구) : 들판에 있는 절, 평평하고 둥글어 특별한 이 구역 遙山都是佛頭無(요산도시불두무) : 먼 봉우린 도무지 불두라고는 전연 없도다. 虎兒筆力飛來遠(호아필력비래원) : 송나라 호아의 필력이 멀리도 날아 와서 淸曉圖成失舊樵(청효도성실구초) : 청효도가 이뤄지니 옛 무본 무색하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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戲題示優曇 담방과종(戲題示優曇 曇方踝腫)-김정희(金正喜)
抹却毗邪示疾圖(말각비사시질도) : 비야의 병을 없애고 병 그림을 보여주니 佛瘡祖病一都盧(불창조병일도로) : 불의 창조의 병이 하나의 돌림병이 되었도다 法華藥草還鈍劣(법화약초환둔열) : 법화의 약초에조차 도리어 우둔열등하니 不是藥者採來無(불시약자채래무) : 약 캐는 자가 약을 캐오지 않아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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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원효고사담병재천우희속시담(用元曉故事曇病在腨又戲續示曇)-김정희(金正喜)
四百四病無是病(사백사병무시병) : 사백 네 가지 병에 이 병은 없거니와 八十毒草無渠藥(팔십독초무거약) : 팔십 가지 독초에도 저놈의 약은 없도다. 可是今日拭瘡紙(가시금일식창지) : 도리어 오늘날에 부럼 닦은 종이에는 金剛三昧經的的(금강삼매경적적) : 금강의 삼매경이 뚜렷이 적혀있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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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증만허(戲贈晩虛)-김정희(金正喜)
涅槃魔說送驢年(열반마설송려년) : 열반이라는 요상한 말로 영원히 산다고 하니 只貴於師眼正禪(지귀어사안정선) : 다만 스님에겐 눈 바른 선이 귀하도다. 茶事更兼叅學事(차사경겸참학사) : 차 일과 배우는 일을 함께하여 勸人人喫塔光圓(권인인끽탑광원) : 사람에게 권하노니, 마시려거든 둥근 저 탑광도 마셔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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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차아배희우(戲次兒輩喜雨)-김정희(金正喜)
村橋呑漲汎村流(촌교탄창범촌류) : 물은 마을 다리를 삼키고 마을로 흘러넘쳐 上下濃靑處處柔(상하농청처처유) : 위아래로 짙고 푸르러 곳곳마다 부드럽도다. 太守力能廻野色(태수력능회야색) : 원님의 공력이 능히 들 빛을 돌려놓아 婆娑數樹効神休(파사수수효신휴) : 파사 세계 나무들이 신의 아름다움 비추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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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사(卽事)-김정희(金正喜)
日見過橋幾百人(일견과교기백인) : 날마다 몇 백 명이 다리 지나는 것이 보지만 何曾橋力減橋身(하증교력감교신) : 어찌 일찍이 다리 힘이 다리의 키가 줄였던가 丁之畚土添橋者(정지분토첨교자) : 장정이라 흙 담아 다리에 붓는 자는 荒落山川報政新(황락산천보정신) : 황락한 산과 내에 정치가 새로움을 알려 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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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백장귀병회심무료취기수중구백호서증(蕙百將歸病懷甚無憀取其袖中舊白毫書贈)-김정희(金正喜)
山川時雨兩笻晴(산천시우양공청) : 때때로 산천에 비 지나가니, 두 지팡이 깨끗하고 五色毫光漫去程(오색호광만거정) : 오색 붓털 광채 일어, 가는 길에 가득 차는구나. 料得世間無熱處(요득세간무열처) : 헤아려보니 세상에는 더운 곳이 없을 것 같아 一千里洽萬蟬聲(일천리흡만선성) : 일천리 기나 긴 길에 수만 마리 매미소리 가득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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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우촌사(果寓村舍)-김정희(金正喜)
寒女縣西擁病居(한여현서옹병거) : 한녀라 고을 서쪽 병을 끼고 사노라니 溪聲徹夜甚淸虛(계성철야심청허) : 밤을 새는 시내 소리 몹시도 청허하네 羸牛劣馬橋前路(리우렬마교전로) : 다리 앞 한길가의 여윈 소랑 조랑말은 畫科蒼茫也屬渠(화과창망야속거) : 창망한 그림 재료 저 들의 차지로군 兩山靑綠夾晴開(양산청녹협청개) : 양쪽 산 파릇파릇 갠 날 끼고 트였는데 村氣泥醺盡野獃(촌기니훈진야애) : 마을 기운 무더워라 모두가 흐리멍텅 不覺平生牛後耻(불각평생우후치) : 소몰이 되는 부끄러움을 평생에 모르는 듯 城中日日販柴廻(성중일일판시회) : 성안에 가 날마다 땔감 팔고 돌아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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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悼亡)-김정희(金正喜)
那將月姥訟冥司(나장월모송명사) : 어쩌면 달 노파 거느리고, 저상에 애원하여 來世夫妻易地爲(래세부처역지위) : 내세에는 남편과 아내, 처지 바꿔 태어나리라 我死君生千里外(아사군생천리외) : 나 죽고 그대 살아 천리 밖에 남는다면 使君知我此心悲(사군지아차심비) : 이 마음 이 마음 슬픔을 그대가 알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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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증오대산창렬(戲贈吳大山昌烈)-김정희(金正喜)
未窺一字岐軒書(미규일자기헌서) : 기제의 의학책을 한 글자도 못 보고서 白喫人間酒麵猪(백끽인간주면저) : 남의 술, 돼지, 국수를 그냥 먹어대는구나 慾速他年地獄罰(욕속타년지옥벌) : 다른 해에 지옥에 빨리 가고 싶은지 陽陽跨馬又騎驢(양양과마우기려) : 버젓이 말을 타고 또 나귀를 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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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제창명서철규선(雪霽窓明書鐵虯扇)-김정희(金正喜)
雪後烘晴暖似還(설후홍청난사환) : 눈 갠 뒤, 하늘은 밝고 맑아 따스한 기운 돌고 夕陽漫漫小窓間(석양만만소창간) : 눈부신 작은 창으로는 석양이 느릿느릿 넘어간다. 稻堆庭畔高於塔(도퇴정반고어탑) : 뜨락의 벼가래는 탑보다 더 높아보이고 直對西南佛鬘山(직대서남불만산) : 바로 저 서남쪽으로 불만산을 마주 보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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戲贈浿妓竹香2(희증패기죽향2)-金正喜(김정희)
鴛鴦七十二紛紛(원앙칠십이분분) : 원앙새 일흔인데 두 마리가 어지러워 畢竟何人是紫雲(필경하인시자운) : 필경에 어느 사람이 바로 곧 이원의 자운인가 試看西京新太守(시간서경신태수) : 서경의 새 태수님 한번 보게나 風流狼藉舊司勳(풍류낭자구사훈) : 풍류 소문 낭자한 옛날의 두목이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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戲贈浿妓竹香1(희증패기죽향1)-金正喜(김정희)
日竹亭亭一捻香(일죽정정일념향) : 햇빛 아래 정정한 저 대나무 일념향이라 歌聲抽出綠心長(가성추출녹심장) : 노랫소리가 푸른 마음에서 길게도 뽑혀 나왔구나 衙蜂欲覓偸花約(아봉욕멱투화약) : 장 보는 벌들이 꽃 훔칠 기약을 찾고자하나 高節那能有別腸(고절나능유별장) : 높은 절개라한들 어찌 다른 특별한 마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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咏棋(영기)-金正喜(김정희)
局面南風冷暖情(국면남풍냉난정) : 바둑 판 위의 남풍은 차고도 따뜻한데 古松流水任縱橫(고송유수임종횡) : 고송에 흐르는 물은 종횡으로 마음대로구나 蓬萊淸淺非高着(봉래청천비고착) : 봉래 바다 맑고도 옅으니 높은 곳이 아니니 橘裏丁丁鶴夢輕(귤리정정학몽경) : 유자 속의 바둑돌 부딪는 소리 학의 꿈이 가볍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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看山(간산)-金正喜(김정희)
山與大癡寫意同(산여대치사의동) : 산은 대치와 묘사된 속뜻은 같으나 匡廬詩偈杳難窮(광려시게묘난궁) : 광산의 시의 게송처럼 묘하여 다 찾기는 어려워라. 都無冬夏靑蒼氣(도무동하청창기) : 여름과 겨울 푸른 기운은 전혀 없고 陡壑脩林一樣紅(두학수림일양홍) : 험한 골짜기 늘어진 숲은 같은 모양으로 붉은 빛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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庭草(정초)-金正喜(김정희)
一一屐痕昨見經(일일극흔작견경) : 하나씩 신발 자국 어제 보고 지난 것 蒙茸旋復被階庭(몽용선복피계정) : 덥수룩 자라나 다시 섬돌 뜰을 덮었구나. 機鋒最有春風巧(기봉최유춘풍교) : 몇 풀 끝은 봄바람의 재주 있어 纔抹紅過又點靑(재말홍과우점청) : 붉은 색 발라 놓자 또 푸른 점을 찍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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驟雨(취우)-金正喜(김정희)
樹樹薰風葉欲齊(수수훈풍엽욕제) : 나무마다 더운 바람 불어 잎들은 가지런하고 正濃黑雨數峯西(정농흑우수봉서) : 산봉우리들 서쪽은 비 짙어 어두워진다. 小蛙一種靑於艾(소와일종청어애) : 작은 청개구리 한 종류가 쑥보다 더 푸른데 跳上蕉梢效鵲啼(도상초초효작제) : 파초 잎 끝에 뛰어 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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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牡丹(추모란)-金正喜(김정희)
紅紫年年迭變更(홍자년년질변경) : 해마다 홍색 자색 바꿔가며 꽃 피어 牡丹之葉菊之英(모단지엽국지영) : 모란의 잎은 국화의 꽃봉오리와 같도다. 秋來富貴無如汝(추래부귀무여여) : 가을이 되면 부귀가 너 같은 것이 없으니 橫冒東籬處士名(횡모동리처사명) : 동쪽 울타리 처사란 명칭은 걸맞지 않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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驟雨(취우)-金正喜(김정희)
樹樹薰風葉欲齊(수수훈풍엽욕제) : 나무마다 더운 바람 불어, 나뭇잎 일제히 물결치듯 正濃黑雨數峰西(정농흑우수봉서) : 서쪽 봉우리들에 검은 구름 몰려와 비 쏟아진다 小蛙一種靑於艾(소와일종청어애) : 작은 개구리 쑥보다도 더 푸른데 跳上萑梢效鵲啼(도상추초효작제) : 물억새 풀 끝으로 뛰어올라 까치울 듯 울어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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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仙巖(상선암)-金正喜(김정희)
行行路轉峯廻處(행행로전봉회처) : 걷고 또 걸으니 길은 굽고 산봉우리 돌아드는 곳 一道淸泉天上來(일도청천천상래) : 한 가닥 맑은 샘물 천상에서 흘러오네 縱使有方能出世(종사유방능출세) : 아무리 방법이 있어 세상에 나간다 하더라도 異時歸海亦蓬萊(이시귀해역봉래) : 훗날 바다로 나간다면 또한 봉래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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村舍(촌사)-金正喜(김정희)
數朶鷄冠醬瓿東(수타계관장부동) : 장독대 저 동쪽에 맨드라미 몇 송이 보이고 南瓜蔓碧上牛宮(남과만벽상우궁) : 새파란 호박 넝쿨 소 외양간 위를 타고오른다. 三家村裏徵花事(삼가촌리징화사) : 마을 속 서너 집에서 꽃 일을 찾아보니 開到戎葵一丈紅(개도융규일장홍) : 해바라기가 한 장이나 높게 활짝 피어 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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鷄鳴(계명)-金正喜(김정희)
年少鷄鳴方就枕(년소계명방취침) : 젊어서는 닭 울어야 잠자리에 들었는데 老年枕上待鷄鳴(로년침상대계명) : 늙어지니 베개 위서 닭울음을 기다리게 되네 轉頭三十餘年事(전두삼십여년사) : 삼십여 년 지난 일을 고개 돌려 생각해보니 不道銷磨只數聲(불도소마지수성) : 없어졌다 말하지 않는 것은 오직 저 소리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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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仙花(수선화)-金正喜(김정희)
一點冬心朶朶圓(일점동심타타원) : 한 점의 겨울 마음 송이송이 둥글고 品於幽澹冷雋邊(품어유담냉준변) : 그윽하고 담담하고 냉철하고 빼난 기품이라 梅高猶未離庭砌(매고유미이정체) : 매화가 높다지만 뜨락을 못 면했는데 淸水眞看解脫仙(청수진간해탈선) : 맑은 물에 해탈한 신선을 정말로 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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題泛槎圖(제범사도)-金正喜(김정희)
秋靜天門兩扇開(추정천문양선개) : 가을 하늘 고요하고 두 짝 문아 열렸는데 千年又見一槎來(천년우견일사래) : 천년만에 또 뗏목 하나 떠오는 것 보겠구나 女牛莫敎無端犯(여우막교무단범) : 견우와 직녀를 무단히 범하게 하지 말고 此老新從五嶽回(차로신종오악회) : 이 늙은이 새로이 오악에서부너 돌아왔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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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筍峯(옥순봉)-金正喜(김정희)
照映空江月一丸(조영공강월일환) : 빈 강에 비치는 둥근 저 달 如聞萬籟起蒼寒(여문만뢰기창한) : 천지는 차가운데 온갖 소리 들리는 듯 人間艸木元閒漫(인간초목원한만) : 인간들과 초목은 본래가 한가하여 不學芙蓉與牧丹(불학부용여목단) : 부용과 모란은 배우지 않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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隱仙臺(은선대)-金正喜(김정희)
黃葉空山打角巾(황엽공산타각건) : 빈 산의 누른 나뭇잎 각건을 두들기며 떨어지고 長歌何處采芝人(장가하처채지인) : 긴 노래 들리는데 어느 곳에 지초 캐는 사람이 있는가 鞭鸞駕鶴還多事(편란가학환다사) : 난새 몰고 학을 타는 것도 도리어 귀찮은 일 旣是神仙又隱淪(기시신선우은윤) : 이미 신선이 되었는데 또 숨어살기조차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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詠雨3(영우3)-金正喜(김정희)
春雨冥濛夕掩關(춘우명몽석엄관) : 사립 닫힌 저녘에 봄비는 보슬보슬 내리고 一犁田水想潺湲(일리전수상잔원) : 한 쟁기 논물은 아마도 좔좔 흐르겠지 任他笑吠黎家路(임타소폐여가로) : 여가의 마을길에 웃거나 짖거나 내맡기고 坡老當年戴笠還(파노당년대립환) : 당년의 동파노인은 삿갓 쓰고 돌아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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詠雨2(영우2)-金正喜(김정희)
時雨山川破久慳(시우산천파구간) : 때 맞은 비에 산천이 오랜 가뭄 깨뜨리니 東風力斡曉雲還(동풍력알효운환) : 봄바람 새벽구름 힘껏 몰고 돌아오네 一絲一點皆膏澤(일사일점개고택) : 한 올, 한 방울도 모두가 기름과 은택이라 草木心情恰解顔(초목심정흡해안) : 풀과 나무 심정도 일제히 얼굴을 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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詠雨1(영우1)-金正喜(김정희)
入雨山光翠合圍(입우산광취합위) : 빗속에 들어온 산빛은 푸르게 에웠는데 桃花風送帆風歸(도화풍송범풍귀) : 복사꽃에 부는 바람 돗대에 불어 배 돌아가네 春鴻程路無遮礙(춘홍정로무차애) : 봄 기러기 가는 길은 막힐 일 전혀 없어 纔見南來又北飛(재견남래우북비) : 남으로 날아오자 다시 또 북으로 날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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喚風亭(환풍정)-金正喜(김정희)
喚風亭接望洋臺(환풍정접망양대) : 환풍정 올라보니 망양대와 맞닿고 俯見紅毛帆影來(부견홍모범영래) : 굽어 보니 붉은 돛단배 그림자 떠오네 眼界商量容一吸(안계상량용일흡) : 눈 앞의 물을 보니 단번에 마실 것 같은데 兩丸出入掌中杯(양환출입장중배) : 손 가운데 술잔에 해와 달이 떠고 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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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日晩興1(추일만흥1)-金正喜(김정희)
稻黃蟹紫過京裏(도황해자과경리) : 누런 벼와 자색 개 나는 좋은 철을 서울에서 지내자니 秋興無端鴈□邊(추흥무단안□변) : 기러기 날아가는 물가에 가을 흥이 끝이 없도다. 最是漁亭垂釣處(최시어정수조처) : 고기잡는 누이라, 저기 저 낚싯줄 늘인 곳 任放沙禽自在眠(임방사금자재면) :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모랫가 새는 저절로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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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日晩興2(추일만흥2)-金正喜(김정희)
銀河當屋柳旗斜(은하당옥유기사) : 은하수 지붕에 이르니 버들 깃대 빗겨서고 喜事明朝占燭華(희사명조점촉화) : 좋은 일 아침에 있다고 촛불이 아려주는구나. 佳客來時多酒食(가객래시다주식) : 좋은 손님 오실 때는 술과 밥이 많아야지 夜光生白吉祥家(야광생백길상가) : 상서롭고 길한 집엔 밤 빛도 희게 비치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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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日晩興3(추일만흥3)-金正喜(김정희)
碧花無數出堦頭(벽화무수출계두) : 이끼 꽃 무수히 섬돌가에 돋아나니 占斷山家第一秋(점단산가제일추) : 산 속을 차지한 저 집이 제일 가을이로다. 榴後菊前容續玩(류후국전용속완) : 석류꽃 뒤, 국화 앞에는 구경거리 잇따르니 壯元紅是竝風流(장원홍시병풍류) : 장원홍 저 붉은 것이 바로 풍류를 겸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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鵲巢(작소)-金正喜 (김정희)
喜鵲喳喳繞屋茆(희작사사요옥묘) : 기분 좋은 까치 까악까악 띠 집을 맴돌다가 窓南直對一丸巢(창남직대일환소) : 창 남쪽에서 한 둥근 둥지를 마주보네 新來不唾靑城地(신래불타청성지) : 새로온 신참은 창성 땅에 침도 못 밷는다지만 透頂恩光敢自抛(투정은광감자포) : 정상 뚫는 은혜로은 빛을 감히 스스로 포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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庭草(정초)-金正喜(김정희)
一一屐痕昨見經(일일극흔작견경) : 하나 하나 신 자국 어제 지난 자국인데 蒙茸旋復被階庭(몽용선복피계정) : 무성한 풀들이 다시 자라나 섬돌 위 뜰을 덮었구나 機鋒最有春風巧(기봉최유춘풍교) : 기봉에는 가장 봄바람 교묘하게 불어 纔抹紅過又點靑(재말홍과우점청) : 붉은 색 발라 놓고 지나가자 또 푸른 점을 찍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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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樂樓(이락루)-金正喜(김정희)
紅樓斜日拜三字(홍루사일배삼자) : 붉은 누각에 지는 해가 세 글자에 절 하니 二百年中無此君(이백년중무차군) : 이백 년 동안에 이 분 밖에 아무도 없으리라. 想見當時洗硯處(상견당시세연처) : 당시에 벼루 씻던 그곳을 생각해보니 古香浮動一溪雲(고향부동일계운) : 옛 향기 온 개울에 물안개 속에 떠 흐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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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碧樓(함벽루)-金正喜(김정희)
綠蕪鶴脚白雲橫(녹무학각백운횡) : 우거진 푸른 풀 위를 날아가는 학 다리 사이 흰 구름 빗겨있고 取次江光照眼明(취차강광조안명) : 몇 줄기 강 빛을 보니 눈에 비춰 눈부시네. 自愛此行如讀畫(자애차행여독화) : 그림을 읽는 듯한 이 걸음 대견하니 孤亭風雨卷頭生(고정풍우권두생) : 외로운 정자에 몰아치는 비바람 책머리에 생동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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題翁星原小影(제옹성원소영)-金正喜(김정희)
端莊雜流麗(단장잡유려) : 단정하고 씩씩함에 유창하고 아름다움이 섞여있다면 剛健含阿娜(강건함아나) : 굳세고 건장함에 곱고 연약함을 머금었구나. 坡公論書句(파공논서구) : 소동파가 평론한 글귀들 以之評君可(이지평군가) : 그것들로 그대를 평하는 게 옳은 것 같네. 此圖十之七(차도십지칠) : 이 그림의 십 분의 칠은 莊健則未果(장건칙미과) : 씩씩하고 건장하다고는 못하겠노라. 弗妨百千光(불방백천광) : 결코 방해되지 않노니, 백 가지 천 가지 빛깔이여 都攝牟珠顆(도섭모주과) : 모니의 청정한 구슬 한 덩이로 모두 거두어버리는구나. 惟是致君來(유시치군래) : 옳도다. 이곳으로 그대를 불러서 共我一堂中(공아일당중) : 나와 함께 한 집에서 마주 보는구나. 烏雲萬里夢(오운만리몽) : 오운이라 만 리 먼 곳의 꿈 海濤廻天風(해도회천풍) : 바다에는 거센 물결, 하늘에는 바람 회오리치네. 覃室儼侍歡(담실엄시환) : 담실을 공손히 모심이 기뻐고 蘇筵執役同(소연집역동) : 소연과도 일을 함께 한다. 文字聚精靈(문자취정영) : 문자는 정력과 영혼이 모여진다면 神理合圓通(신리합원통) : 신령스런 이치도 원활히 통할 것이다. 愧我慙雌甲(괴아참자갑) : 보잘것없는 내가 짝수의 날을 맞은 것이 부끄럽고 生辰又特別(생진우특별) : 태어난 시간 또한 특별하도다. 以君家墨緣(이군가묵연) : 그대의 집안과 그림의 인연으로 헤아리면 宜君生臘雪(의군생랍설) : 그대는 섣달 출생이 마땅하도다. 如何我生日(여하아생일) : 하필이면 이 내가 태어난 날이 而復在六月(이복재육월) : 유월달이란 말인가. 依然蘇與黃(의연소여황) : 소동파와 황산곡을 우연하게도 君我各分一(군아각분일) : 그대와 내가 하나씩 각기 나눠가졌구나. 飆輪轉大世(표윤전대세) : 바람바퀴 큰 세상을 돌아다니니 前夢吾夙因(전몽오숙인) : 지난날의 내 꿈은 나에게는 오랜 세월의 인연이구나. 笠屐存息壞(입극존식괴) : 입극은 저 식양 땅에 남아있거니 石帆叩梁津(석범고양진) : 양진은 석범에 물어보는구나. 秋虹結丹篆(추홍결단전) : 단전에 맺혀있는 가을 무지개 吐氣蟠嶙峋(토기반린순) : 토해낸 기운이 서리어 높이 솟아라. 回首石幢影(회수석당영) : 고개 돌려 석당의 그림자를 바라보니 息息與塵塵(식식여진진) : 숨결마다 속된 일들이도다. 擧似匡廬偈(거사광려게) : 사광려의 게송을 들어 보이니 坡像涪翁拜(파상부옹배) : 파상 소식 앞에 부옹 황정견이 절을 드리는구나. 金石申舊約(금석신구약) : 금석에다 옛 언약을 드러내니 銖縷窮海外(수루궁해외) : 저울 눈금 실오리도 바다 밖으로 다하는구나. 石銚鳴松風(석요명송풍) : 돌솥에 솔바람이 울리니 琅琴答天籟(랑금답천뢰) : 구슬 거문고는 천뢰에 답하는구나. 一念逾新羅(일념유신라) : 한 생각이 신라로 들어가니 竟有何人解(경유하인해) : 끝내 어떤 사람이 이치를 이해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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棲碧亭秋日(서벽정추일)-金正喜(김정희)
幽洞螺旋入(유동라선입) : 그윽한 골짜기를 돌고 돌아 찾아드니 細泉潑乳紅(세천발유홍) : 작은 샘이 붉은 젖을 뿜어내는구나. 禽鳥似持世(금조사지세) : 온갖 새는 제 세상 만난 것 같고 晝陰石壇空(주음석단공) : 낮인데 날씨는 그늘지고 돌단은 비었구나. 春來厭繁華(춘래염번화) : 봄이 오면 번화함이 싫고 愛此秋玲瓏(애차추령롱) : 이 가을의 맑고 깨끗함을 좋아한다네. 人癯如枯木(인구여고목) : 사람이 너무 여위어 고목 같으니 前身應老楓(전신응노풍) : 응당 저 늙은 단풍나무가 전신이었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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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窟(남굴)-金正喜(김정희)
千秋幽怪歎燃犀(천추유괴탄연서) : 천 년 동안 숨은 괴물도 무소뿔 태워 찾아내고 肅肅靈風吹暗溪(숙숙영풍취암계) : 쓸쓸한 영묘한 바람 어둔 개울로 불어온다.. 彈指龍蛇皆化石(탄지용사개화석) : 용과 뱀을 퉁기어 가리키니 모두 돌로 바뀌어 燈光猶作紫虹霓(등광유작자홍예) : 등 불빛 오히려 자색 무지개를 만드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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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落山寺(수락산사)-金正喜(김정희)
我見日與月(아견일여월) : 나는 해와 달 보며 光景覺常新(광경각상신) : 광경이 늘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萬象各自在(만상각자재) : 온갖 형상이 각각 다 그대로라 刹刹及塵塵(찰찰급진진) : 무수한 이 나라 이 땅의 온갖 것들 誰知玄廓處(수지현곽처) : 그 누가 알리오, 아득하고 텅 빈 저곳에서 此雪同此人(차설동차인) : 이 하얀 눈이 이 사람과 함께 한 것을 虛籟錯爲雨(허뢰착위우) : 빈 바람소리는 잘못 빗소리로 착각되는데 幻華不成春(환화불성춘) : 환상적인 화려함이 끝내 봄을 이루지 못하네. 手中百億寶(수중백억보) : 손안에 수많은 보물은 曾非乞之隣(증비걸지인) : 이웃에서 빌리는 게 아니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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偶吟(우음)-金正喜(김정희)
時候忽已徂(시후홀이조) : 계절은 벌써 바뀌어 明月又秋風(명월우추풍) : 밝은 달과 가을바람이네. 孤懷攬逝雲(고회람서운) : 외로운 마음은 지나가는 구름 감싸고 戚戚悲西東(척척비서동) : 근심과 걱정으로 모든 일이 서글프다. 風雨日以至(풍우일이지) : 비바람이 날마다 불어오니 咫尺間山川(지척간산천) : 지척간도 산천이 가로 막힌 듯하여라. 老槐高百尺(노괴고백척) : 오래된 괴화나무 높이가 백 척이고 飛花過墻翩(비화과장편) : 흩날리는 꽃잎들은 나풀나풀 담장을 넘는구나. 搴花咏所思(건화영소사) : 꽃을 뽑아들고 그리운 임 노래하니 悵然心莫展(창연심막전) : 너무나 서글퍼 내 마음 풀 수도 없구나. 籜石眷幽寂(탁석권유적) : 죽순 난 돌은 한적하고 그윽한 곳 그리워하고 菱藻冒淸淺(릉조모청천) : 마름 부들은 맑고 옅은 내를 덮었구나. 林蟬破鮮霽(림선파선제) : 매미 소리 비 갠 숲 속의 한적함을 깨뜨리고 天地一懷新(천지일회신) : 천지가 한결같이 새로워지는구나. 澄景畢來集(징경필래집) : 맑은 풍경 모두 모였으니 緬邈區中塵(면막구중진) : 아득히 떠오르네, 속세의 온갖 생각 及時須行樂(급시수행락) : 때를 만나 모름지기 즐길 것이니 浮生足可惜(부생족가석) : 덧없는 인생 너무도 애석하도다. 顧結芳杜隣(고결방두린) : 생각하건데, 방두의 이웃을 맺어 聊以數晨夕(료이수신석) : 오로지 아침저녁으로 자주 노닐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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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園初夏(북원초하)-金正喜(김정희)
天氣正熟梅(천기정숙매) : 하늘의 기운은 한창 매실을 익히는데 陰晴摠不眞(음청총불진) : 흐리다 개다 모두 참이 아니도다. 近峯一圭出(근봉일규출) : 가까운 봉우리는 한 자쯤 드러나고 雨雲還往頻(우운환왕빈) : 비구름은 빈번히도 내리는구나. 綠陰合巾裾(록음합건거) : 푸른 나무 그늘 갓과 옷에 드니 啼鶯如可親(제앵여가친) : 노래하는 저 꾀꼬리 친근해지는구나. 玟瑰雜刺桐(민괴잡자동) : 장미가 찔레꽃에 섞여서 紅白表餘春(홍백표여춘) : 붉고 흰 색으로 남은 봄을 드러낸다. 來結靑霞侶(래결청하려) : 서로 와서 뜻이 높은 짝을 맺으니 自是芳杜身(자시방두신) : 이로부터 방두의 몸이 되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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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樂樓(이락루)-金正喜(김정희)
紅樓斜日拜三字(홍루사일배삼자) : 붉은 누각에 해 지는데 누각 현판 세 글자에 절하니 二百年中無此君(이백년중무차군) : 이백 년 안에는 이런 분은 결코 없으리라. 想見當時洗硯處(상견당시세연처) : 당시에 이 현판 쓰고 벼루 씻었던 곳을 생각해보니 古香浮動一溪雲(고향부동일계운) : 개울에 자욱한 구름사이로 옛 향기 둥실 떠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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禮山(예산)-金正喜(김정희)
禮山儼若拱(예산엄약공) : 예산 땅은 두 손을 맞잡은 듯 의젓하고 仁山靜如眠(인산정여면) : 인산은 잠자는 듯 조용하구나. 衆人所同眺(중인소동조) : 사람이 모두 같이 보지마는 獨有神往邊(독유신왕변) : 따로 신이 다니는 곳이 있다네. 渺渺斷霞外(묘묘단하외) : 아득히 멀리 떨어진 노을 밖이요 依依孤鳥前(의의고조전) : 아련히 외로운 새 날고 있는 앞이라네. 廣原固可喜(광원고가희) : 넓은 언덕은 진실로 기쁘고 善風亦欣然(선풍역흔연) : 좋은 바람도 만족스럽구나. 長禾埋畦畛(장화매휴진) : 벼가 길게 자라나 밭두둑 묻어버려 平若一人田(평약일인전) : 모두가 평평하여 한 사람의 논과 같구나. 蟹屋連渙灣(해옥연환만) : 바닷게는 여기저기 바다에 흩어져 있고 蛩雨襍雁煙(공우잡안연) : 메뚜기는 비 내리듯 기러기 날아가는 안개 속에 섞여있네. 秋柳三四行(추유삼사행) : 가을 버들은 서너 줄 늘어져 顦悴蒙行塵(초췌몽행진) : 초췌하게 길 먼지를 다 덮어쓰고 있네. 紛紛具畫意(분분구화의) : 이것저것 그림의 의미를 디 갖추었으니 夕景澹遠天(석경담원천) : 저녁 풍경이 저 먼 하늘에 해맑게 젖어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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重三日雨(중삼일우)-金正喜(김정희)
花心齊蓄銳(화심제축예) : 꽃 마음 가지런히 예민함을 기르니 麗景千林積(려경천림적) : 화사한 볕 온 숲에 쏟아진다. 平生曲水想(평생곡수상) : 평생을 곡수놀이 생각하다 庶幾酬素昔(서기수소석) : 옛 생각 이제 거의 이루리라 믿었다네. 朝雨如俗士(조우여속사) : 아침 비는 속세의 선비 같아 雲禽遭鎩翮(운금조쇄핵) : 구름을 나는 새도 날개를 부딪는다. 閉戶慙笠屐(폐호참립극) : 문 닫으니 나막신이 부끄럽고 林邱山川隔(림구산천격) : 숲 언덕은 산천이 가로막혔네. 人生天地間(인생천지간) :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으로 나서 遂爲風雨役(수위풍우역) : 이제 비바람의 부림이 되고 말았네. 賞春足他日(상춘족타일) : 봄 구경은 다른 날도 좋지만 重三不可易(중삼불가역) : 삼월 삼일 날을 바꿀 수는 없도다. 奈此獨命酌(나차독명작) : 이 홀로 마시는 술잔을 어찌할까. 朋素並離析(붕소병리석) : 친구들도 아울러 서로 떨어져 사는 것을 焚香當聽花(분향당청화) : 향 사르며 꽃들의 소리를 들으려니 細煙縈爐栢(세연영로백) : 가는 연기 소나무 화로를 싸고도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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寄野雲居士(기야운거사)-金正喜(김정희)
古木寒鴉客到時(고목한아객도시) : 고목나무에 갈가마귀가 나그네 당도하니 詩情借與畫情移(시정차여화정이) : 시정을 빌려주어 정을 그림에 옮기었네. 煙雲供養知無盡(연운공양지무진) : 자연의 공양이 무궁함을 알았으니 笏外秋光滿硯池(홀외추광만연지) : 홀 밖의 가을 빛깔 벼루못에 가득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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果寓即事(과우즉사)-金正喜(김정희)
庭畔桃花泣(정반도화읍) : 뜨락에서 복사꽃이 눈물 흘린다. 胡爲細雨中(호위세우중) : 어찌 가랑비 속에서 울고 있는가. 主人沈病久(주인침병구) : 주인이 병든 지 오래라 不敢笑春風(불감소춘풍) : 봄바람에도 감히 웃지를 못한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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夏夜初集(하야초집)-金正喜(김정희)
閉戶常存萬里心문 닫고 있어도 마음은 만 리 먼 곳 雲飛水逝有誰禁구름 날고 물은 흘러나 누가 말리랴 尙憐夏日孤花在여름은 홀로 남은 꽃 있어 예쁘고 閱罷春山百鳥吟봄은 산의 온갖 새들의 노랫소리 다 듣는다. 已看靑眸回白眼푸른 눈이 백안으로 돌아가는 것 보았으니 曾將一字易千金한 글인들 천금으로 바꾸리오. 詩家衣鉢傳來久시가의 도통 전해진 지 오래인데 自是宗何與祖陰대개는 하손과 음갱을 스승으로 삼았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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棲碧亭秋日(서벽정추일)-金正喜(김정희)
孤亭同菌小(고정동균소) : 외로운 정자는 버섯처럼 닥은데 佳境似蔗甘(가경사자감) :좋은 경치 갈수록 더 아름다워라. 將身欲入石(장신욕입석) : 몸 일으켜 돌 속으로 들려하니 人語出碧嵐(인어출벽람) : 사람소리 안개 속에서 들려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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楊州途中(양주도중)-金正喜(김정희)
霜晨搖落歎征衣(상신요락탄정의) : 서리 내린 새벽길에 나뭇잎은 날리고 옷차림은 처량한데 極目平原秋草稀(극목평원추초희) : 눈 앞의 넓은 들판에는 가을 풀이 드물구나. 天地蕭蕭虛籟合(천지소소허뢰합) : 천지는 쓸쓸한데 빈 소리 들려오고 山川歷歷數鴻歸(산천역역수홍귀) : 산과 내는 선명한데 기러기 떼 날아간다. 淡煙喬木圍孤墅(담연교목위고서) : 연기 낀 큰 나무들 외딴집을 둘러쌓고 流水平沙易夕暉(유수평사이석휘) : 물 흐르는 백사장에 저녁 햇발 비춰든다. 淮北江南何處是(회북강남하처시) : 회북 과 강남땅이 그 어디에 있는가. 二分明月夢依微(이분명월몽의미) : 세상의 반을 밝히는 밝은 달이 꿈속에 어른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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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산사)-金正喜(김정희)
側峯橫嶺箇中眞(측봉횡령개중진) : 곁 봉우리 비낀 고개 여기가 진경인데 枉却從前十丈塵(왕각종전십장진) : 길 잘못 들어 헤매던 열 길 홍진 속이었네. 龕佛見人如欲語(감불견인여욕어) : 감실의 불상은 사람보고 얘기 하려는 듯 하고 山禽挾子自來親(산금협자자래친) : 산새는 새끼 데리고 날아와 반기는 듯 하는구나. 點烹筧竹冷冷水(점팽견죽냉냉수) : 통 대나무 맑은 물로 차를 끓여 마시면 供養盆花澹澹春(공양분화담담춘) : 화분이 꽃을 공양하니 담담한 봄이구나. 拭涕工夫誰得了(식체공부수득료) : 눈물 닦는 그 공부를 그 누가 터득했나. 松風萬壑一嚬申(송풍만학일빈신) : 온 골짜기 솔바람에 길게 한번 숨을 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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甁花(병화)-金正喜(김정희)
安排畫意盡名花(안배화의진명화) : 잘 꽂아 놓자구나, 모두 이름 난 꽃인데 五百年瓷秘色誇(오백년자비색과) : 오백 년 묵은 도자기도 신비한 빛깔을 자랑하네 香澤不敎容易改(향택불교용이개) : 향기와 윤택함이 쉽사리 바뀌지 않으니 世間風雨詎相加(세간풍우거상가) : 세간의 비바람이 어찌 서로 해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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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京道中(송경도중)-金正喜(김정희)
山山紫翠幾書堂(산산자취기서당) : 산마다 푸른데 서당이 몇이나 있나 籬落勾連碧澗長(리락구련벽간장) : 울타리는 닿아있고 푸른 시내 길게 흘러단다. 野笠卷風林雨散(야립권풍림우산) : 갓이 바람에 날리고 숲에는 비가 흩날리니 人蔘花發一村香(인삼화발일촌향) : 인삼꽃 피어나니 온 마을이 향기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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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雲亭(수운정)-金正喜(김정희)
秋雨濛濛鶴氣橫(추우몽몽학기횡) : 부슬부슬 가을비에 학의 기운 비껴날고 松針石脈滿山明(송침석맥만산명) : 솔잎과 돌 더미가 산에 가득 선명하다. 試從一笠亭中看(시종일립정중간) : 일립정 가운데서 그저 한번 바라보니 環珮泠泠樹頂生(환패령령수정생) : 패물소리 찰랑찰랑 나무 끝에서 울려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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舍人巖(사인암)-金正喜(김정희)
怪底靑天降畫圖(괴저청천강화도) : 괴이하게 낮은 푸른 하늘이 그림에 내려왔거니 俗情凡韻一毫無(속정범운일호무) : 속된 정과 범속한 운은 털끝만큼도 없구나. 人間五色元閒漫(인간오색원한만) : 인간의 오감의 욕구란 본래 편하고 한가한 것 格外淋漓施碧朱(격외림리시벽주) : 격 밖에 질펀하여 붉고 푸른 것이 여기저기 퍼져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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龜潭(구담)-金正喜(김정희)
石怪如龜下碧漣(석괴여구하벽련) : 돌 모양은 거북 같고 푸른 물결 흘러 噴波成雨白連天(분파성우백련천) : 물결 뿜어 비가 되어 흰 기운 하늘까지 뻗쳤다. 衆峯皆作芙蓉色(중봉개작부용색) : 봉우리들 모두 부용색이 되었으니 一笑看來似小錢(일소간래사소전) : 한번 웃고 바라보니 돈 닢과 같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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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門(석문)-金正喜(김정희)
百尺石霓開曲灣(백척석예개곡만) : 백 척의 돌 무지개가 물굽이를 열었네 神工千缺杳難攀(신공천결묘난반) : 아득한 신의 공력 따라잡기 어렵구나 不敎車馬通來跡(부교거마통래적) : 말과 수레가 오간 자국 남기지 않게 하니 只有煙霞自往還(지유연하자왕환) : 안개와 노을만 스스로 오락가락하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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島潭(도담)-金正喜(김정희)
徒聞海外有三山(도문해외유삼산) : 바다 밖에 삼신산 있다는 말 들었는데 何處飛來學佛 (하처비래학불환) : 어느 곳에서 날아와 부처머리 배웠는가 格韻比人仙骨在(격운비인선골재) : 운치와 격조 사람에게 견준다면 선골이니 恰如中散住塵 (흡여중산주진환) : 이야말로 중산처럼 속세에 사는 것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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重陽黃菊(중양황국)-金正喜(김정희)
黃菊蓓蕾初地禪(황국배뢰초지선) : 꽃망울 맺은 노란 국화 조용한 초지의 선승인 듯 風雨籬邊託靜緣(풍우리변탁정연) : 울타리에 내리는 비바람과 고요한 인연을 의탁했구나. 供養詩人須末後(공양시인수말후) : 시인을 공양하여 최후까지 기다리니 襍花百億任渠先(잡화백억임거선) : 백억의 많은 꽃 중에 너를 먼저 꼽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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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仙花(수선화)-金正喜(김정희)
一點冬心朶朶圓(일점동심타타원) : 한 점의 겨울 마음이 송이송이 둥글어 品於幽澹冷雋邊(품어유담냉준변) :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은 냉철하고 빼어구나. 梅高猶未離庭砌(매고유미이정체) : 매화가 고상하다지만 뜰을 못 벗어나는데 淸水眞看解脫仙(청수진간해탈선) : 해탈한 신선을 맑은 물에서 정말로 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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紫霞洞(자하동)-金正喜(김정희)
小谿幽洞自層層(소계유동자층층) : 작은 개울 깊은 고을 저대로 층층인데 一道名泉雨後勝(일도명천우후승) : 길가의 이름난 샘 비 온 뒤가 더 아름답다. 夕照近人松籟起(석조근인송뢰기) : 석양이 다가오자 솔 바람소리 일어나니 老身石上聽泠泠(노신석상청령령) : 바위 위의 늙은 몸에는 차갑게만 들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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午睡3(오수3)-金正喜(김정희)
松風分外占恩涼(송풍분외점은량) : 분수 밖의 솔바람 은혜롭게 서늘하여 攝轉葡萄現在光(섭전포도현재광) : 포도는 지금 빛깔 띠고 있네. 特地家鄕成尺咫(특지가향성척지) : 이 특별한 땅, 내 고향의 지척이니 靑山一髮未曾長(청산일발미증장) : 청산의 한 구역이 먼 곳이 아니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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午睡2(오수2)-金正喜(김정희)
苽花離落粟風涼(고화리락속풍량) : 울타리 속 오이꽃에 서속 바람 서늘하고 住在玲瓏怳惚光(주재영롱황홀광) : 영롱하고 황홀한 빛에 집이 있구나. 富貴神仙饒一轉(부귀신선요일전) : 부귀라 신선이라 한 마당 꿈에 취하여서 炊煙漫敎枕頭長(취연만교침두장) : 밥 짓다 부질없이 베개머리 늘여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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午睡1(오수1)-金正喜(김정희)
一枕輕安趁晩涼(일침경안진만량) : 베개자리 편안하고 저녁에 서늘한 바람 불어오니 眼中靈境妙圓光(안중령경묘원광) : 눈 안의 신령한 지경에 둥근 빛이 신비하구나. 誰知夢覺元無二(수지몽각원무이) : 누가 아는가, 꿈꾸는 일과 깨어 있는 일이 둘이 아닌 것을 蝴蝶來時日正長(호접래시일정장) : 나비 날아 올 때는 해도 길어지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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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涼(초량)-金正喜(김정희)
楞楞山出瘦靑意(릉릉산출수청의) : 능각 진 산봉우리는 엷은 푸른 기분인데 瑟瑟波明經縠流(슬슬파명경곡류) : 슬슬 소리 내는 물살은 깁 무늬처럼 흐르는구나. 的的遙天孤夢直(적적요천고몽직) : 또렷또렷 먼 하늘은 외로운 꿈으로 곧게 뻗고 頭頭露地百蟲秋(두두로지백충추) : 여기저기 이슬 내린 땅에는 온갖 가을 풀벌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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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秋(입추)-金正喜(김정희)
野情老去最宜秋(야정노거최의추) : 시골 사는 맛은 늙으니 가을이 가장 좋아 冷逕蓬蒿少熱流(냉경봉호소열유) : 찬 오솔길의 다북쑥에는 열기가 적어졌네. 卽看曳履歌商處(즉간예이가상처) : 신 끌고 상성을 노래하는 곳으로 나가보면 已放唫蟬出一頭(이방금선출일두) : 한 마리 매미가 이미 목을 뽑아 노래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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義林池(의림지)-金正喜(김정희)
濃抹秋山似畫眉(농말추산사화미) : 짙게 가을을 바른 산들은 흡사 그린 눈썹을 그린 듯 圓潭平布碧琉璃(원담평포벽유리) : 둥근 못에는 푸른 유리 골고루 깔렸구나. 如將小大論齊物(여장소대론제물) : 작고 큰 것 가자고서 제물론의 입장에서 논한다면 直道硯山環墨池(직도연산환묵지) : 꼭 벼루 산이 먹물 연못을 둘러쌓다 말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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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仙巖(하선암)-金正喜(김정희))
陰陰脩壑似長廊(음음수학사장랑) : 그늘진 깊숙한 골짜기 긴 행랑 같아 流水浮廻日月光(유수부회일월광) : 흐르는 물에 해와 달이 떠돈다. 一點緇塵渾不着(일점치진혼불착) : 검은 먼지 한 점 전혀 붙지 않아 白雲深處欲焚香(백운심처욕분향) : 흰 구름 깊은 곳에 향불이나 피우고 싶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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仙遊洞(선유동)-金正喜(김정희)
碧雲零落作秋陰(벽운령락작추음) : 푸른 구름 흩어져 가을 그늘 이루어 唯有飛泉灑石林(유유비천쇄석림) : 날아내리는 샘물만이 돌 숲에 뿌려진다. 一自吹簫人去後(일자취소인거후) : 옥퉁소 불던 그 사람 떠난 뒤로 桂花香冷到如今(계화향냉도여금) : 계화향기 차가운 것 오늘까지 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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