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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김종직(金宗直) 선원래방 외

 

 

 

 

김종직(金宗直, 1431~1492)

조선 성종 때의 성리학자. 호는 점필재(佔畢齋)이고,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1459년에 문과에 급제하였고, 벼슬이 형조 판서·지중추부사에 올랐다. 몸가짐이 단정하였으며, 고려 말의 유학자 길재의 학통을 이어 받아서 수백 명의 제자를 길러 내어, 이른바 영남 학파를 이룩하였다. 성종의 신임을 받아 그의 제자들을 벼슬자리에 많이 앉힘으로써 전부터 있던 세력인 훈구파와 대립이 심하였다. 결국 이 대립은 무오사화의 원인이 되었고, 그의 시신은 목이 잘리는 형을 받았다. 죄가 풀린 뒤 숙종 때 영의정 벼슬이 내렸다. 저서로 유명한 《조의제문》 외에 《청구풍아》《유두유록》《점필재집》 등이 있다

 

 

 

조의제문

다른 표기 언어 弔義帝文

 

운문체로 씌어졌다. 김종직이 1457년(세조 3) 10월 밀양에서 경산으로 가다가 답계역에서 숙박했는데, 그날 밤 꿈에 신인이 칠장복을 입고 나타나 전한 말을 듣고 슬퍼하며 지은 글이다. 서초패왕 항우를 세조에, 의제를 노산군에 비유해 세조찬위를 비난한 내용이다.

이후 김종직의 제자 가운데 하나인 김일손(金馹孫)이 사관으로 있으면서, 이를 사초에 기록하여 스승을 칭찬했다. 1498년(연산군 4) 이극돈(李克墩)·유자광(柳子光)·노사신(盧思愼) 등이 왕에게 조의제문이 세조를 비방하는 내용이라고 알려, 김일손 등 많은 사림들이 죽고 김종직은 부관참시되는 무오사화가 일어났다.→ 무오사화

 

 

 

 

渡桑巖灘隻履墮水惻然賦此(도상암탄척리타수측연부차)-金宗直(김종직)

日暮桑巖深(일모상암심) : 해는 저물고 상암탄 물은 깊어
波浪滔滔去(파랑도도거) : 파도를 치며 도도히 흘러가는구나
行人水迸鞾(행인수병화) : 행인이 그 물에 신을 떨어뜨렸으니
隻履在何許(척리재하허) : 그 신 다른 한 짝은 어디 쯤에 있단 말인가
應知落春漲(응지락춘창) : 알건대 응당 불은 봄물에 떨어져
漂罥蘭杜渚(표견란두저) : 난두의 물가에 떠내려 걸렸으리라
俱出不俱返(구출불구반) : 함께 나갔다 함께 돌아오지 못하면
離思誰與語(리사수여어) : 이별의 슬픔을 누구와 얘기하리오
蒼茫烟靄間(창망연애간) : 아득한 저 연기와 놀 사이를
回首空延竚(회수공연저) : 머리 돌려 부질없이 바라보노라

 
 
阻雨留燕岐示林使君(조우류연기시림사군)-金宗直 (김종직)

短靴低帽拂征塵(단화저모불정진) : 짧은 신 낮은 모자에 먼지를 털고서
尊酒留連且探春(존주류련차탐춘) : 술 마시며 오래 머물러 봄 구경 하노라
但使神君能好客(단사신군능호객) : 다만 신군이 나그네를 좋아만 한다면
不妨甘雨便關人(불방감우편관인) : 단비가 사람의 갈길 만류하는 것도 해롭지 않다네
丰茸樹杪爭抽葉(봉용수초쟁추엽) : 무성한 나무 끝엔 새 잎 다투어터 나오고
嗚咽溪流易蹙鱗(오인계류역축린) : 흐르는 계곡 물은 물고기 비늘을 재촉하네
仍憶故鄕寒食近(잉억고향한식근) : 생각하니 고향엔 한식이 가까워
河豚上水蕨芽新(하돈상수궐아신) : 복어가 올라오고 고사리 움이 싹터나겠지
 
 
善源來訪(선원래방)-金宗直(김종직)

柴門桃李下(시문도리하) : 복사꽃 오얏꽃 아래 사립문
握手共開顔(악수공개안) : 손잡고 함께 활짝 웃었노라
物色能供笑(물색능공소) : 물색들은 웃음을 주고
風流未覺慳(풍류미각간) : 풍류는 인색하지 않도다
挑燈談欲罄(도등담욕경) : 등불 돋우며 이야기는 다되가는데
恨別意相關(한별의상관) : 이별의 한에 마음이 서로 같아지는구나
明日甘川岸(명일감천안) : 내일 저 감천 언덕에 놀다가
垂楊可忍攀(수양가인반) : 늘어진 버들가지 차마 부여잡고 이별할건가
 
 

長湍新軒次沈觀察使韻代郡事作(장단신헌차침관찰사운대군사작)-金宗直 (김종직)

常喜分符近日邊(상희분부근일변) : 분절 가비고 동쪽 변방에 온 것 항상 기뻐하며
此心耿耿不欺天(차심경경불기천) : 염려하는 이 마음 하늘을 속이지 않았다네
小軒酒散仍明月(소헌주산잉명월) : 작은 동헌에 술잔치 파해도 밝은 달은 그대로고
喬木春殘自翠煙(교목춘잔자취연) : 교목에 봄이 다하니 절로 잎이 푸르러지는구나
莫訝有人嘲骯髒(막아유인조항장) : 어느 누가 강직함 조롱한 것 의아해 말고
只慚無術拯顚連(지참무술증전련) : 다만 곤궁함 구제할 지혜 없음이 부끄럽다네
凶年枉費經營力(흉년왕비경영력) : 흉년에 잘못 경비를 허비하여
時對棠陰一黯然(시대당음일암연) : 때로 소공이 쉬었던 당음에 보고 슬퍼한다네

 
 
送曺淸河之任(송조청하지임)-金宗直(김종직)

長安頻陟岵(장안빈척호) : 서울 향해 자주 민등산에 올라보니
小邑孑干旄(소읍혈간모) : 작은 고을에 대부 깃발 우뚝하구나
舊政騰蒼海(구정등창해) : 옛 정사는 푸른 바닷가에 드날리고
頭銜映紫袍(두함영자포) : 관직 적은 관함이 붉은 도포에 비친다
 
 
鄭弼善遊洪濟院僕無奴馬不赴作詩以寄(정필선유홍제원복무노마불부작시이기)-金宗直(김종직)

英英宮坊彦(영영궁방언) : 뛰어난 궁방의 학사님이여
風望儀前修(풍망의전수) : 풍채와 인망 모두 옛 성현을 모방하셨구료
暫停露門講(잠정로문강) : 잠시 대궐에서 하던 강술을 멈추시고
畫此川上遊(화차천상유) : 이 냇가의 놀이를 계획하시네
暖日泛草木(난일범초목) : 따뜻한 햇볕은 초목에 널리 퍼지고
滿眼來牟秋(만안래모추) : 눈에 가득 들어오는 건 보리철 가을이로세
華構挹遐矚(화구읍하촉) : 화려한 문장은 먼 경치 끌어들여
可以舒幽憂(가이서유우) : 깊은 근심도 펼 수 있겠지요
同官摠材雋(동관총재준) : 동료 관원들 모두 뛰어난 재주 있어
有似壎篪酬(유사훈지수) : 훈지처럼 서로 정을 주고 받는구려
畸人不見鄙(기인불견비) : 못난 사람까지 비루하게 보지 않고
邀共觀游鯈(요공관유조) : 함께 피라미 구경코자 초대하였구려
我今謝缰鎖(아금사강쇄) : 나는 지금 얽매임을 벗어나
啓處得自由(계처득자유) : 자유롭게 편히 지낸다네
但恨旅食來(단한려식래) : 다만 한스러운 것은 객지 생활 어려워
鬼笑什一謀(귀소십일모) : 장사꾼 같은 약삭빠른 계산 귀신이 비웃는다오
雖云倂日炊(수운병일취) : 비록 몇 날에 한번씩 밥을 짓지마는
樵僕無時休(초복무시휴) : 나무하는 종은 때도 없이 놀았다오
馬閑少莝秣(마한소좌말) : 말이 쉴 때 먹일 꼴도 모자라
虺隤不任騶(훼퇴불임추) : 말이 야위어 추종도 못맏긴다오
徒行豈非好(도행기비호) : 걸어서 가면 어찌 좋지 않으랴만
却怕經陵丘(각파경릉구) : 높은 구릉 지나기를 두려웠었지오
竛竮負勝賞(竛병부승상) : 혼자 외로이 좋은 구경도 못하니
何異樊籠囚(하이번롱수) : 우리에 갇힌 거나 어찌 다를까요
落日獨隱几(락일독은궤) : 석양까지 홀로 안석 기대어 있다가
出門無朋儔(출문무붕주) : 문을 나서도 친구가 아무도 없어
北郭繚仁王(북곽료인왕) : 북쪽 외곽은 인왕산을 바라보며
望望空轉頭(망망공전두) : 실망하여 공연히 머리 돌리고마네
晴光澹如酒(청광담여주) : 날 갠 경치 술처럼 맑으니
興馳藥玉舟(흥치약옥주) : 흥취가 약옥주 술잔에 달려가는구나
平生懊惱處(평생오뇌처) : 평생토록 길이 번민하던 곳이
應在洪濟樓(응재홍제루) : 응당 중국사신 머무는 홍제원이 있어서라
 
 

영신암(靈神菴)-김종직(金宗直)

箋筈車箱散策回(전괄거상산책회) : 전괄과 거상에 산책하고 돌아오니
老禪方丈石門開(노선방장석문개) : 방장의 노 선사가 돌문을 열어준다
明朝更踏紅塵路(명조갱답홍진로) : 내일 아침이면 다시 세상길 밟으리니
湏喚山都沽酒來(회환산도고주래) : 천천히 산도를 불러 술이나 사오게나

 
 
和兼善(화겸선)-金宗直(김종직)

蝸角功名未易拚(와각공명미역변) : 와각의 공몀을 다툼을 버리지 못해
誰知方寸畜疑團(수지방촌축의단) : 마음 속에 쌓인 의심 그 누가 알겠는가
半生已作詩書誤(반생이작시서오) : 반평생을 이미 시서의 그르침 받았는데
千里還孤菽水歡(천리환고숙수환) : 천리 밖에서 다시 숙수의 즐거움도 저벼렸네
閱世笑狂纓屢絶(열세소광영루절) : 세상살이는 소광의 갓끈이 자주 끊어지고
居家計拙酒長乾(거가계졸주장건) : 생계 대책은 어설프고 술동이는 늘 말라있네
年來直與寒威慣(년래직여한위관) : 최근에는 곧 혹독한 추위와 익숙해져서
却怕焦頭向熱官(각파초두향열관) : 도리어 머리 타버릴까 열관하기 두렵다오
 
 
玉金夜吹小笒(옥금야취소금)-金宗直(김종직)

嫋嫋聲穿綠暗村(뇨뇨성천록암촌) : 간드러진 소리 녹암의 마을 꿰뚫고
半鉤溪月滿簾痕(반구계월만렴흔) : 계곡에 비친 반달이 주렴에 가득하네
憑君莫弄淸商調(빙군막롱청상조) : 그대에게 부탁하노니 청량한 가을바람 곡조 불지 마소
恐有梅花落故園(공유매화락고원) : 옛 동산에 매화가 떨어질까 두렵다네
 
 
登買浦樓次雙梅堂韻(등매포루차쌍매당운)-金宗直 (김종직)

布襪烏巾孰比流(포말오건숙비류) : 베 버선 검은 두건 그 누구와 비유하랴
晴窓徙倚掉吟頭(청창사의도음두) : 닐 개인 창에 배회하며 머리 흔들어 읊어본다
牛羊遠牧草鋪野(우양원목초포야) : 소와 양은 저 멀리 푸른 들판에 기르고
鵝鸛驚飛風打樓(아관경비풍타루) : 거위와 황새는 바람 치는 누각에 부딪히며 사는구나
帆影遙看鄕井暮(범영요간향정모) : 돛대 그림자엔 멀리 고향 우물의 저문 해를 보고
珂聲忽憶禁門秋(가성홀억금문추) : 수레 소리엔 문득 금문의 가을이 생각나네
殷勤爲向沙鷗道(은근위향사구도) : 은근하게 갈매기를 향하여 이르노니
莫怪盟寒不少留(막괴맹한불소류) : 약속 어기고 머물지 못하는 것 괴상하게 여기지 말라.
 
 
和晉州權楊口淸風亭韻(화진주권양구청풍정운)-金宗直(김종직)

淸風君子政陽陽(청풍군자정양양) : 청풍군자는 반드시 마음도 즐거운데
花滿園林水滿塘(화만원림수만당) : 동산엔 꽃이 가득 못에는 물이 가득하네
恰有遠山通縹氣(흡유원산통표기) : 먼 산은 옥색 기운 통하는 것 같아
任敎畏日爍朱光(임교외일삭주광) : 여름날은 뙤약볕 내리쬐도록 맡겨둔다네
看雲看竹拖笻杖(간운간죽타공장) : 구름 구경 대나무 구경에 지팡이 끌고
邀月邀朋醉羽觴(요월요붕취우상) : 달 맞고 친구 맞아 술잔에 취하기도 하네
一片俗塵飛不到(일편속진비불도) : 한 점의 세속 티끌 오지 못하니
丹靑須倩顧長康(단청수천고장강) : 단청에는 반드시 장강 고개지를 시켜 그려야겠네
 
 
陽山歌(양산가)-金宗直(김종직;東都樂府)

敵國爲封冢(적국위봉총) : 적국이 큰 멧돼지처럼
荐食我邊疆(천식아변강) : 우리 변강을 먹어오는데
﨣﨣花娘徒(﨣﨣화낭도) : 씩씩하여라, 손 화랑도여
報國心靡遑(보국심미황) : 나라 위해 몸을 바쳐 마음엔 두려움 없었네
荷戈訣妻子(하과결처자) : 창을 메고 처자와 이별하고
嗽泉啖糗糧(수천담구량) : 샘물 마시며 볶은 쌀을 먹다가
賊人夜劘壘(적인야마루) : 적군이 밤에 성루를 치니
毅魂飛劒鋩(의혼비검망) : 의연한 혼이 칼끝에 날아다니네
回首陽山雲(회수양산운) : 머리 돌려 양산의 그름을 바라보니
矗矗虹蜺光(촉촉홍예광) : 우뚝우뚝 무지개가 뻗혀있네
哀哉四丈夫(애재사장부) : 슬프구나, 네 사람의 장부여,
終是北方强(종시북방강) : 끝내 그대들은 씩씩한 사나이로다.
千秋爲鬼雄(천추위귀웅) : 천추의 죽은 영웅이 되어서
相與欲椒漿(상여욕초장) : 함께 제삿술을 마시는구나
 
 
黃昌郞(황창랑)-金宗直(김종직;東都樂府)

若有人兮纔濫觴(약유인혜재남상) : 저기 저 사람 아직 어리구나
身未三尺何雄驍(신미삼척하웅효) : 세 자도 못 되는 키인데 씩씩하기도 하네
平生汪錡我所師(평생왕기아소사) : 평생에 왕기가 내 스승이라
爲國雪恥心無憀(위국설치심무료) : 나라 위해 설욕하면 슬픔이 없네
劍鐔擬頸股不戰(검심의경고부전) : 목에 칼을 대어도 다리 안 떨리고
劍鐔指心目不搖(검심지심목불요) : 칼이 심장을 가리켜도 눈은 깜박이지 않네
功成脫然罷舞去(공성탈연파무거) : 공이 이루어지자 휙 춤 마치고 떠나가네
挾山北海猶可超(협산북해유가초) : 산 끼고 북쪽 바다라도 뛰어 넘을 듯 하네
 
 
怛忉歌(달도가)-金宗直(김종직;東都樂府)

怛怛復忉忉(달달부도도) : 섧고도 섧도다
大家幾不保(대가기불보) : 임금님께서 하마터면 보전치 못할 뻔했네
流蘇帳裏玄鶴倒(유소장리현학도) : 유소장 안에 거문고가 거꾸러 넘어졌네
揚且之晳難偕老(양차지석난해로) : 어여쁜 왕비가 해로하기 어려웠네
忉怛忉怛(도달도달) : 섧고도 섧도다
神物不告知奈何(신물불고지내하) : 신이 고하지 않았다면 어찌할 뻔했는가
神物告兮基圖大(신물고혜기도대) : 신이 고해주어서 국기대책이 든든하였네
 
 

憂息曲(우식곡)-金宗直(김종직;東都樂府)

常棣華隨風扶桑(상체화수풍부상) : 상체꽃이 바람에 날려 부상에 떨어고
扶桑萬里鯨鯢浪(부상만리경예랑) : 부상 만리 머나먼 곳까지 고래같은 물결이 이네
縱有音書誰得將(종유음서수득장) : 편지를 보낸들 누가 가져 갈 수 있으fi
常棣花隨風返鷄林(상체화수풍반계림) : 상체꽃이 바람 따라 계림으로 돌아왔네
鷄林春色擁雙闕(계림춘색옹쌍궐) : 계림의 봄빛이 두 대궐을 옹위하니
友于歡情如許深(우우환정여허심) : 형제의 기쁜 정이 이렇듯 깊었다네.

 
 
碓樂(대악)-金宗直(김종직;東都樂府)

東家砧舂黍稻(동가침용서도) : 동쪽 이웃 방아찧는 소리
西家杵搗寒襖(서가저도한오) : 서쪽 이웃 다듬이질 소리
東家西家砧杵聲(동가서가침저성) : 동서의 이웃집에 절구찧는 소리
卒歲之資嬴復嬴(졸세지자영부영) : 한 해를 마치는 자금도 풍족하도다.
儂家窖乏甔石(농가교핍담석) : 우리 움집은 독이 비어 있고
儂家箱無尺錦(농가상무척금) : 우리 옷상자엔 한필의 비단도 없도다
懸鶉衣兮藜羹椀(현순의혜여갱완) : 누더기 옷에 나물국 사발
榮期之樂足飽煖(영기지락족포난) : 영계기의 거문고 소리는 배부르고 등 따뜻했다네.
槽妻槽妻莫謾憂(조처조처막만우) : 아네여, 내 아내여, 공연히 걱정마오
富貴在天耶可求(부귀재천야가구) : 부귀는 하늘에 달려있는 것인데 어찌 바라리오
曲肱而寢有至味(곡굉이침유지미) : 팔을 베고 누워도 잠자리가 편안하고
梁鴻孟光眞好逑(량홍맹광진호구) : 양행과 맹광은 서로 좋은 부부였다오
 
 
鵄述嶺(치술령)-金宗直(김종직;東都樂府)

鵄述嶺頭望日本(치술령두망일본) : 치술령에서 일본을 바라보니
粘天鯨海無涯岸(점천경해무애안) : 하늘에 붙은 바다 끝이 없구나.
良人去時但搖手(양인거시단요수) : 임이 떠나시던 때, 다만 손을 흔들었지요
生歟死歟音耗斷(생여사여음모단) : 죽은는지 살았는지 소식이 없네요
音耗斷長別離(음모단장별리) : 소식 끊어진 긴 이별이여
死生寧有相見時(사생녕유상견시) : 죽었던 살았던 다시 볼날 있으리오
呼天便化武昌石(호천편화무창석) : 하늘을 부르다가 문득 망부석 되었구나
烈氣千年干空壁(열기천년간공벽) : 그 열부의 기운 천년동안 빈 공중을 막는다
 
 
會蘇曲(회소곡)-金宗直(김종직;東都樂府)

會蘇曲(회소곡) : 회속곡
西風吹廣庭(서풍취광정) : 가을바람 넓은 뜰에 불고
月明滿華屋(월명만화옥) : 달은 밝아 화려한 집에 가득하다
王姬壓坐理繅絲車(왕희압좌리소사거) : 공주님 상좌에 앉아 물레질하는 것 감독하고
六部兒女多如簇(육부아녀다여족) : 육부의 아낙네들 많이도 모였구나
爾筐旣盈我筐空(이광기영아광공) : 네 바구니는 벌써 찼는데, 내 바구니는 비었구나
釃酒揶揄歌相逐(시주야유가상축) : 술 나누며 야유하고 노래하며 서로 쫓네
一婦歎千室勸(일부탄천실권) : 한 아낙의 탄식소리가 천 아낙을 권면하여
坐令四海勸杼柚(좌령사해권저유) : 손쉽게도 온 나라에 길쌈을 권장하네
嘉俳縱失閨中儀(가배종실규중의) : 가배에 비록 규중 법도 릻었다해도
猶勝跋河爭嗃嗃(유승발하쟁학학) : 어여차 힘들여 하는 줄다리기보다 낫도다
 
 

논의대(論意臺)-김종직(金宗直)

兩箇胡僧衲半肩(양개호승납반견) : 두분 스님이 어깨에 장삼을 반쯤 걸치고
岩間指點小林禪(암간지점소림선) : 바위 사이에 서서 소림 선방을 가리킨다
斜陽獨立三盤石(사양독립삼반석) : 지는 해에 삼반석에 홀로 서니
滿袖天風我欲仙(만수천풍아욕선) : 소매 가득한 하늘 바람에 신선이 되는 듯 하다

 
 

선열암(先涅庵)-김종직(金宗直)

門掩藤蘿雲半扃(門掩藤蘿雲半扃) : 등라는 문가리고 구름은 반쯤 빗장 질렀는데
雲根矗矗水冷冷(운근촉촉수냉랭) : 구름낀 산은 뽀족뽀족 물은 차갑게도 흐른다
高僧結夏還飛錫(고승결하환비석) : 고승은 여름 안거 마치고 지팡이 날리며 돌아가고
只有林閑遠鶴驚(지유임한원학경) : 숲은 한가로운데 저 멀리 학이 놀라 달아난다

 
 

학사루하매화시개2(學士樓下梅花始開2)-김종직(金宗直)

春慵和疾過淸明(춘용화질과청명) : 봄에 게으름과 병으로 청명날을 지나니
官況愔愔睡易成(관황음음수이성) : 관청의 일이 한가하여 잠이 쉽게 들었노라
吟到梅邊幽興動(음도매변유흥동) : 시를 읊으며 매화 가까이 가니 그윽한 흥취가 일고
吏胥爭道使君醒(이서쟁도사군성) : 아전들이 길을 다투어 사또가 잠을 깨었구나

 
 

낙동진(洛東津)-김종직(金宗直)

津吏非瀧吏(진리비농리) : 나루터의 아전은 농의 아전 아니고
官人卽邑人(관인즉읍인) : 그 관리들은 바로 읍 사람이도다.
三章辭聖主(삼장사성주) : 삼장으로 임금님을 떠나와
五馬慰慈親(오마위자친) : 오마로써 인자한 어머님을 위로하는구나.
白鳥如迎棹(백조여영도) : 흰 물새는 배 맞아하는 듯하고
靑山慣送賓(청산관송빈) : 푸른 산은 나그네 보내기에 익숙하도다.
澄江無點綴(징강무점철) : 맑은 강은 점 찍힌 것 전혀 없으니
持以律吾身(지이률오신) : 그 맑음으로 내 몸을 다스리리라.

 
 
中秋天王峯不見月(중추천왕봉불견월)-金宗直(김종직)

抽身簿領陟崔嵬(추신부령척최외) : 공무에서 벗어나 높은 산에 오르니
剛被良辰造物猜(강피양진조물시) : 좋은 날에 조물주의 질투를 강하게 받는구나.
霧漲寰區八紘海(무창환구팔굉해) : 안개가 천지에 퍼져 팔방이 바다와 같고
風掀巖石萬搥雷(풍흔암석만추뢰) : 바람은 바위에 몰아쳐 뇌성이 벽력같아라.
勝遊天王知難繼(승유천왕지난계) : 천왕봉의 좋은 놀이 계속되기 어렵고
淸夢瓊臺未擬回(청몽경대미의회) : 경대의 맑은 꿈 돌아올지 모르겠다.
時有頑雲暫成罅(시유완운잠성하) : 때로는 험한 구름 잠시 틈으로 볼 수는 있지만
誰能聚月滿懷來(수능취월만회래) : 누가 능히 달을 품에 안고 돌아올 수 있으리
 
 

詠蘭(영란)-金宗直(김종직)

淸摻落落倩春溫(청섬낙락천춘온) : 떨어지는 꽃잎 잡으며 봄의 온기에 즐거워
一掬精神泉石痕(일국정신천석흔) : 한줌 맑은 정신은 자연의 자취로구나.
醉夢江南驚起視(취몽강남경기시) : 취한 꿈에 강남땅이라 놀라 일어나 보니
半窓疎影舞朝暾(반창소영무조돈) : 반쯤 열린 창가에 성긴 그림자에 아침햇살이 춤춘다.

 
 
宿嚴川寺(숙엄천사)-金宗直(김종직)

麥熟何妨省敎條(맥숙하방성교조) : 보리 익은 것이 진리 찾음에 방해 될까만
暫偸閑憩野僧僚(잠투한게야승료) : 잠시 한가로움을 타 승방에서 쉬노라
翛然午睡無人覺(소연오수무인각) : 잠깐 낮잠을 깨우는 이 없어
只有林間婆餠焦(지유임간파병초) : 다만 숲 속에서 노파가 떡을 굽는다.

 
 
議論臺(의논대)-金宗直(김종직)

兩箇胡僧衲半肩(양개호승납반견) : 두 호승이 승복을 어깨에 반쯤 걸치고
巖間指點小林禪(암간지점소림선) : 바위 사이의 소림선방을 손짓해 가리킨다.
斜陽獨立三盤石(사양독립삼반석) : 해질 녘 삼반석에 혼자 서니
滿袖天風我欲仙(만수천풍아욕선) : 소매에 가득 바람이 불어와 나도 신선이 되고 싶어라.
 
 

中峰望海中諸島(중봉망해중제도)-金宗直(김종직)

前島庚橫後島立(전도경횡후도립) : 앞의 섬은 비스듬하고 뒤의 섬은 반듯하여
蒼茫天水相接連(창망천수상접연) : 파란 하늘과 물이 서로 이어져있네.
似有雲帆疾於鳥(사유운범질어조) : 구름 사이에 배하나 있어 구름보다 빠른 듯하니
古來說得乘槎仙(고래설득승사선) : 나는 예부터 말하는 떼를 탄 신선이네
代輿員嶠更何處(대여원교갱하처) : 신성이 산다는 대여산과 원교산은 어디인지
巨鼇不動應詌眼(거오부동응감안) : 큰 거북이 움직이지 않으니 단잠이 잠들었나보다
寄書紫鳳問舊侶(기서자봉문구려) : 자색 봉황새에 편지를 보내어 친구에게 안부 묻노니
我今亦在方丈巓(아금역재방장전) : 나도 지금 신선 사는 방장산 정상에 있다네

 
 

차제천정운(次濟川亭韻)-김종직(金宗直)

吹花劈柳半江風(취화벽류반강풍) : 강바람 불어 꽃잎을 날리고 버드나무를 헤치고
檣影擔搖背暮鴻(장영담요배모홍) : 저물녘 기러기 나는데 돛대 그림자 돛에 달려 흔들린다
一片鄕心空倚柱(일편향심공의주) : 한 조각 고향 그리는 마음에 허전히 기둥에 기대어서니
白雲飛度酒船中(백운비도주선중) : 배 위의 술자리로 흰 구름 날아 넘는다

 
 

보천탄즉사(寶川灘卽事)-김종직(金宗直)

桃花浪高幾尺許(도화랑고기척허) : 복사꽃 뜬 물결 높이가 그 얼마인가
銀石沒項不知處(은석몰항부지처) : 윗머리 잠긴 은빛 바위 있는 곳 모르겠다.
兩兩顱鶿失舊磯(양양로자실구기) : 짝지은 해오라기 옛 터전을 잃어버려
啣魚却入菰蒲去(함어각입고포거) : 물고기 입에 물고 부들 속으로 가버린다

 
 

鵄述嶺(치술령)-金宗直(김종직)

鵄述嶺頭望日本(치술령두망일본) : 치술령 마루에서 일본을 바라보니
粘天鯨海無涯岸(점천경해무애안) : 하늘과 맞닿은 고래 같은 큰 바다 끝없는 바다
良人去時但搖手(양인거시단요수) : 당신이 떠나실 때 손 흔들고 가시고
生歟死歟音耗斷(생여사여음모단) :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이 없네
音耗斷長離別(음모단장이별) : 소식 끊어진 뒤, 오랜 이별의 시간
死生寧有相見時(사생녕유상견시) : 사생간 어찌 다시 몰날 있으리오
呼天便化武昌石(호천편화무창석) : 하늘에 부르짖다 무창의 돌처럼 망부석 되니
烈氣千年于空碧(열기천년우공벽) : 열녀의 그 기운 천년을 푸른 하늘로 뻗쳐가네

 
 

碓樂(대악)-金宗直(김종직)

東家砧舂黍稻(동가침용서도) : 동쪽 마을 곡식 찧는 방아소리
西家杵搗寒襖(서가저도한오) : 서쪽 마을 겨울옷 다듬이질 소리
東家西家砧杵聲(동가서가침저성) : 동쪽마을 서쪽동네, 방아 찧는 소리, 다듬이질 하는 소리
卒歲之資嬴復嬴(졸세지자영복영) : 설 지낼 채비도 풍족하네
儂家窖乏甔石(농가교핍담석) : 우리 집 창고의 항아리는 비어있고
儂家籍無尺帛(농가적무척백) : 우리 집 옷상자엔 옷감도 없댜네
懸鶉衣兮藜羹椀(현순의혜려갱완) : 누더기 옷에 나물국에도
榮期之樂足飽煖(영기지락족포난) : 영계기는 음악으로 배부르고 따뜻했네
糟妻糟妻莫謾憂(조처조처막만우) : 조강치저들이여 공연히 걱정마오
富貴在天那可求(부귀재천나가구) : 부귀는 하늘에 있거늘 어찌 가히 바라리오
曲肱而寢有至味(곡굉이침유지미) : 팔 굽혀 베개해도 그 가운데 사는 멋이 있으니
梁鴻孟光眞好逑(량홍맹광진호구) : 양홍과 맹광은 정말 좋은 배필이었네

 
 

會蘇曲(회소곡)-金宗直(김종직)

會蘇曲(회소곡) : 회소곡이여
會蘇曲(회소곡) : 회소곡이여
西風吹廣庭(서풍취광정) : 가을바람 넓은 뜰에 불어오고
月明滿華屋(월명만화옥) : 달은 밝아 넓고 화려한 집에 가득 차네
王姬壓坐理繅車(왕희압좌이소거) : 왕녀들은 상좌를 차지하고 물래질을 관장하고
六部兒女多如簇(육부아녀다여족) : 여섯 고을 여자들은 떨기처럼 모여드네
爾筐旣盈我筐空(이광기영아광공) : 너희 광주린 가득 차고, 우리 광주린 비어있네
釃酒揶揄歌相逐(시주야유가상축) : 술 빚으며, 놀려대며, 노래하며 서로 쫓네
一婦歎千室勸(일부탄천실권) : 한 아낙이 노래하니 천 아낙이 힘을 받네
坐令四海動杼柚(좌령사해동저유) : 앉은자리에서 명을 내리니 온 나라가 길쌈바람
嘉俳縱失閨中儀(가배종실규중의) : 가배 명절이 비록 규중법도 잃었지만
猶勝跋河爭嗃嗃(유승발하쟁학학) : 영차 영차 다투는 줄다리기보다 낫구나

 
 

寒食村家(한식촌가)-金宗直(김종직)

禁火之辰春事多(금화지신춘사다) : 시절은 한식날이라 봄의 일 많고
芳菲點檢在農家(방비점검재농가) : 꽃피는 시절이라 농가에는 준비할 일도 많구나
鳩鳴穀穀棣棠葉(구명곡곡체당엽) : 체당나무 잎에서 구구 비둘기 울고
蝶飛款款蕪菁花(접비관관무청화) : 장다리꽃을 나비는 나풀나풀 날고있네
帶樵壟上烏犍返(대초롱상오건반) : 검은 황소는 땔나무 싣고 언덕으로 돌아오고
挑菜籬邊丫髻歌(도채리변아계가) : 울타리 가에서 나물 캐는 소녀들 노래부르네
有田不去戀五斗(유전불거연오두) : 다섯 말 녹봉 못 잊어, 내 땅이 있어도 떠나지 못하니
元亮人笑將柰何(원량인소장내하) : 도연명이 비웃어도 내 어쩌지 못 하겠네

 
 

洛東謠(낙동요)-金宗直(김종직)

黃池之源纔濫觴(황지지원재남상) : 황지의 근원은 겨우 작은 잔을 넘치는 물이라네
奔流倒此何蕩蕩(분류도차하탕탕) : 이곳까지 세차게 흘러 어찌 이렇게도 탕탕한가
一水中分六十州(일수중분육십주) : 한 물로 육십 고을이 가운데로 갈리고
津渡幾處聯帆檣(진도기처연범장) : 몇 나루터에 배들이 잇닿았는지
海門直下四百里(해문직하사백이) : 바다 입구까지 사백여리를 곧장 흘러
便送分送往來商(편송분송왕래상) : 떼이어 왕래하는 상인들
朝發月波亭(조발월파정) : 아침에 일찍 월파정을 떠나
投宿觀水樓(투숙관수루) : 저물어 관수루에서 투숙한다네
樓下綱船千萬緡(누하강선천만민) : 누 아래 배에다 천만 냥을 실었으니
南民何以堪誅求(남민하이감주구) : 남쪽 백성 어떻게 토색질을 견디리
缾甖已罄橡栗空(병앵이경상률공) : 쌀독도 비고, 도토리나 밤도 없는데
江干歌吹椎肥牛(강간가취추비우) : 강구에선 노래 부르고 살찐 소를 잡네
皇華使者如流星(황화사자여유성) : 임금의 사자는 유성과 같아
道傍髑髏誰問名(도방촉루수문명) : 길가의 해골들은 누가 이름이나 물어보리오
少女風王孫草(소녀풍왕손초) : 바람은 왕손초에 불고
遊絲澹澹弄芳渚(유사담담농방저) : 아지랑이 하늘하늘 강변 봄을 희롱하네
望眼悠悠入飛鳥(망안유유입비조) : 아득히 멀리 바라보니 새는 날아들고
故鄕花事轉頭新(고향화사전두신) : 고향의 꽃들은 새롭게 피네
凶年不屬嬉遊人(흉년불속희유인) : 흉년이라 놀이하는 사람 아무도 없고
倚柱且高歌(의주차고가) : 기둥에 기대어 노래나 불러보리
忽覺春興?(홀각춘흥?) : 봄의 흥이 갑자기 깨고
白鷗欲笑我(백구욕소아) : 갈매기는 나를 비웃으려는 듯
似忙還似閑(사망환사한) : 바쁜 듯 도리어 한가한 듯 강을 날아다닌다

 
 

寓興(우흥)-金宗直(김종직)

無君凡幾月(무군범기월) : 그대 없이 몇 달인가를 지나네
晦魄八環回(회백팔환회) : 내 어두운 영혼 여덟 번을 고리처럼 제자리 맴 돌았소
世事詎可問(세사거가문) : 어려운 세상의 일, 누구에게 어떻게 물을 것인가
故人猶不來(고인유불래) : 친구는 여전히 오지 않네
暖泥新燕快(난니신연쾌) : 따뜻해진 진흙에 제비는 즐거워하고
澁雨小桃開(삽우소도개) : 가물어 내린 비에 복사꽃 피네
寂寞歌春興(적막가춘흥) : 홀로 고요히 봄의 흥을 노래하노라니
東風吹酒盞(동풍취주잔) : 봄바람은 술잔으로 불어오네

 
 

二月三十日將入京(이월삼십일장입경)-金宗直(김종직)

强爲妻孥計(강위처노계) : 어쩔 수 없이 처자식에 얽매여
虛抛故國春(허포고국춘) : 내 고장 좋은 봄도 버려두고 왔네
明朝將禁火(명조장금화) : 내일은 청명인데
遠客欲沾巾(원객욕첨건) : 고향 떠난 나그넨 눈물로 수건 적신다
花事看看晩(화사간간만) : 꽃을 보고 또 보고, 늦봄까지 보네
農功處處新(농공처처신) : 여기저기 농사일 새로 시작하는구나
羞將湖海眼(수장호해안) : 호수와 바다만 바라보던 나
還眯市街塵(환미시가진) : 서울 거리 흙먼지에 눈이 어지럽다

 
 

국화영친시권(國華榮親詩卷)-김종직(金宗直)

三級頻聞繞殿雷(삼급빈문요전뢰) : 과거 급제 소식 자주 듣게 되나니
如君眞箇患多才(여군진개환다재) : 그대는 진정 재능이 많아서 걱정이구려
庭闈慣得泥金報(정위관득니금보) : 부모님은 과거급제의 소식에 익숙하고
鄕里爭看晝繡回(향리쟁간주수회) : 고향에서는 금의환향 소식 다투어 보네
裛裛天香頭上桂(읍읍천향두상계) : 뛰어난 향기는 머리 위의 계수나무 꽃
濃濃蕭露掌中盃(농농소로장중배) : 잔에는 임금님 내리신 짙은 쑥 이슬주라네
南川應踵生忠孝(남천응종생충효) : 남천 고을에는 충효의 인물 연달아 나오니
爲有淸風激草萊(위유청풍격초래) : 그 맑은 풍도가 무지한 풍속을 씻어주겠네

 
 

답국화(答國華)-김종직(金宗直)

自笑平生適越冠(자소평생적월관) : 평생에 월나라로 간 관같은 처지 우스우니
世情爭得耐孤寒(세정쟁득내고한) : 각박한 세상 인심에 춥고 외로움 어이 견딜까
少時問學和熊膽(소시문학화웅담) : 어릴 적 공부할 때, 웅담 먹으며 넉넉했는데
末路聲名混鼠肝(말로성명혼서간) : 말년의 명성이 보잘 것 없는 것과 섞이었구나
簿諜只能拚畫諾(부첩지능변화낙) : 나는 부첩에 대하여 결재 할 뿐
親朋誰肯報平安(친붕수긍보평안) : 친구들 누가 안부라도 전해주겠나
蒙君珍重金鑾詠(몽군진중금란영) : 그대 한림원서 읊은 진중한 시를 보내주니
觸撥幽懷仔細看(촉발유회자세간) : 그윽한 회포가 촉발되어 자세히 살펴보노라

 
 
동성작(東城雀)-김종직(金宗直)

日出東城隈(일출동성외) : 동성 모퉁이에 해 떠오르면
佳賓滿野草(가빈만야초) : 훌륭한 손들 야초에 가득하도다
相隨黃口兒(상수황구아) : 서로 새끼들을 이끌고 와
飛飛啄禾稻(비비탁화도) : 날고 날아 벼이삭을 쪼는다
那知金母使(나지금모사) : 어찌 알리오 서왕모의 사자
枉爲彈射倒(왕위탄사도) : 잘못 탄환 맞고 쓰러질 줄을
世無巾箱恩(세무건상은) : 세상에 건상의 은혜 없으니
含環向誰報(함환향수보) : 옥환 물어다가 누구에게 보답할까
 
 
도리사(桃李寺)-김종직(金宗直)

桃李山前桃李開(도리산전도리개) : 도리산 앞에 도리화가 피었는데
墨胡已去道士來(묵호이거도사래) : 묵호자는 이미 떠나고 도사가 왔구나
誰知赫赫新羅業(수지혁혁신라업) : 혁혁한 신라의 업적을 누가 알리오
終始毛郞窨裏灰(종시모랑음리회) : 시종은 모랑의 가마 속 잿더미에서 라네
 
 
제성단(祭星壇)-김종직(金宗直)

竹杖庵邊古樹攢(죽장암변고수찬) : 죽장암 곁에 오래된 소나무 모여있고
石盤猶鎭壽星壇(석반유진수성단) : 반석바위는 아직도 수성단을 누르고 있다
聖神今日輝南極(성신금일휘남극) : 신성한 신은 오늘도 남극을 빛내는데
負海人將指點看(부해인장지점간) : 바다를 진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본다
 
 
보천탄(寶泉灘)-김종직(金宗直)

寶泉灘上集商帆(보천탄상집상범) : 보천탄 위로 상선이 모이고
千室人人食有鹽(천실인인식유염) : 집집마다 사람들은 소금으로 밥 먹었다네
誰要脂膏營什一(수요지고영십일) : 누가 백성의 기름을 십분의 일만 뺏으리
古來長吏罕能廉(고래장리한능렴) : 예로부터 장리들은 청렴한이 드물었다네
 
 
월파정(月波亭)-김종직(金宗直)

扶桑使者每揚舲(부상사자매양령) : 일본의 사신들이 매번 배를 띄워
十里尊罌慣送迎(십리존앵관송영) : 십 리 밖에 술과 술잔 맞고 보내기에 익숙했네
賴是聖明聲敎遠(뇌시성명성교원) : 이는 곳 현명한 우리 임금 가르침이 멀리 떨친 것이니
遨頭頻上月波亭(오두빈상월파정) : 머리 들고 자주 월파정에 오라라본다
 
 
열녀약가리(烈女藥哥里)-김종직(金宗直)

蒼海茫茫紫鳳勝(창해망망자봉승) : 푸른 바다 아득하고 자봉은 아름다워
八年生理只孤燈(팔년생리지고등) : 팔 년 살림살이 다만 외로운 등불이어라
歸來試把菱花照(귀래시파릉화조) : 돌아와 거울 잡고 비춰보니
臉上丹霞一半凝(검상단하일반응) : 얼굴 위에 붉은 노을 반이나 엉겨있구나
 
 
야은고거(冶隱故居)-김종직(金宗直)

烏山鳳水恣商羊(오산봉수자상양) : 오산과 봉수를 마음대로 거닐어보니
冶隱淸風說更長(야은청풍열갱장) : 야은의 맑은 바람 더욱 길어 즐거워라
爨婢亦能詩相杵(찬비역능시상저) : 밥짓는 종들도 시로써 서로 다투니
至今人比鄭公鄕(지금인비정공향) : 지금 사람들은 한나라 정공의 고을에 견준다
 
 
영봉리(迎鳳里)-김종직(金宗直)

鄕人從古重膠庠(향인종고중교상) : 고을 사람들 예부터 학교을 중요시 하여
翹楚年年貢舜廊(교초년년공순랑) : 해마다 인재들이 조정에 공물을 바쳤도다
一片城西迎鳳里(일편성서영봉리) : 성 서쪽 한 조각 영봉리에
靑衿猶說壯元坊(청금유설장원방) : 선비들은 아직도 장원방을 이야기한다
 
 
순충공구거(順忠公舊居)-김종직(金宗直)

故家喬木至今存(고가교목지금존) : 옛 집의 큰 나무 아직도 있는데
太守應先下里門(태수응선하이문) : 태수가 먼저 이문에 내려야 하리라
半是簪纓半刀筆(반시잠영반도필) : 반은 잠영이요 반은 도필이니
順忠公後幾雲孫(순충공후기운손) : 순충공 뒤의 후손은 얼마나 되는가
 
 
태조산(太祖山)-김종직(金宗直)

指爲水火是甄王(지위수화시견왕) : 가리켜 물과 불이라 한 사람은 견훤왕이었지만
仁義終能定四方(인의종능정사방) : 인의로 끝내 사방을 평정하였구나
試覓山中盤馬處(시멱산중반마처) : 산중에서 말 머문 곳 찾아보니
巖花澗草發天香(암화간초발천향) : 바위의 꽃과 골짜기의 풀이 하늘 향해 향기를 피운다
 
 
부토성(府土城)-김종직(金宗直)

李侯版築得天時(이후판축득천시) : 이후가 천시를 얻어 성을 쌓아
海寇遊昏不敢窺(해구유혼불감규) : 떠도는 바다 도둑이 감이 엿보지 못했네
爲問遺祠在何處(위문유사재하처) : 묻노니 남겨진 사당 지금은 어디 있는가
壤城秋草自離離(양성추초자리리) : 허물어진 성에는 가을풀만 홀로 하늘거리네
 
 
증고열승(贈古涅僧)-김종직(金宗直)

求名逐利兩紛紛(구명축리양분분) : 명예를 구하고 이익을 쫓는 일 모두가 분분하니
緇俗而今未易分(치속이금미이분) : 중과 속인을 지금은 구분하기도 어렵구나
湏陟頭流最高頂(회척두류최고정) : 천천히 두류산 최고봉에 올라보게나
世間塵土不饒君(세간진토불요군) : 세상의 흙먼지는 그대를 배불리지 못하리라
 
학사루하매화시개1(學士樓下梅花始開1)-김종직(金宗直)

學士樓前獨立仙(학사루전독립선) : 학사루 앞에 홀로 핀 신선들
相逢一笑故依然(상봉일소고의연) : 서로 만나 한 번 웃으니 옛날과 같구나
肩輿欲過還攀慰(견여욕과환반위) : 가마가 지내려 하니 다시 붙잡아 위로하니
今歲春風太劇顚(금세춘풍태극전) : 금년의 봄 바람은 너무나 심히 부는구나
 
 
장현하인가(長峴下人家)-김종직(金宗直)

籬外紅桃竹數科(이외홍도죽수과) : 울타리 밖 복사꽃과 대나무 몇 가지
霏霏雨脚閒飛花(비비우각한비화) : 부실부실 빗발에 한가히 꽃잎이 날린다
老翁荷耒兒騎犢(노옹하뢰아기독) : 늙은이는 쟁기 매고 아이는 송아지 타니
子美詩中西崦家(자미시중서엄가) : 두보의 시 속에 서엄의 집 같아라
 
 
오현금(五絃琴)-김종직(金宗直)

重華天子方君臨(중화천자방군림) : 중화 천자께서 막 왕위에 오르시고
元凱濟濟聯纓簪(원개제제련영잠) : 훌륭한 신하 원개가 함께 나와 벼슬하였네
皇風沕穆吹宇宙(황풍물목취우주) : 깊고 깊은 천자의 덕이 우주에 가득차
濮鉛祝栗陶一心(복연축률도일심) : 남극에서 북극까지 일심으로 변화하였다네
南薰殿閣椽不斲(남훈전각연불착) : 남훈의 전각엔 서까래도 다듬지 않고
袗衣自調三尺琴(진의자조삼척금) : 진의 입고 스스로 삼척 거문고를 타시었네
地紘天閫入徽軫(지굉천곤입휘진) : 천지의 조화가 거문고 안에 다 들어와
長養功歸要妙音(장양공귀요묘음) : 장양의 공이 현묘한 음조에 귀착되었다네
庖犧謾勞二十七(포희만로이십칠) : 포희씨는 부질없이 이십칠의 수나 썼지만
簡易足致神明歆(간역족치신명흠) : 간이함이 족히 신명의 흠향을 받는다네
熙然阜財復解慍(희연부재부해온) : 태평하게 재물 쌓고 또 노염도 풀리어
雨露自與淵衷深(우로자여연충심) : 은택이 절로 깊은 마음처럼 깊었다네
皤皤父老仰聖德(파파부로앙성덕) : 머리 하얀 노인이 성인의 덕을 우러러
鼓腹和以康衢吟(고복화이강구음) : 배 두드리며 강구음으로 화답하였다네
九頭五龍爾何世(구두오룡이하세) : 구두와 오룡 시대가 그 어떤 세상인가
率舞不翅來儀禽(솔무불시래의금) : 정승도 춤추어라 봉황이 올 뿐만 아니었다네
自從玉輅南巡後(자종옥로남순후) : 옥로가 남쪽으로 순행하신 후에는
四海遏密空霑襟(사해알밀공점금) : 천하에서 음악 그치고 눈물 옷깃을 흘렸다오
上聖制作日變化(상성제작일변화) : 상고 성왕의 제작이 날로 변화하여
羽徵適足供哇淫(우징적족공왜음) : 우조 치조가 음란한 음악만 제공하여
淳風死去不可挽(순풍사거불가만) : 순박한 풍속은 사라져서 만회하지 못하였네
只有遺歌傳至今(지유유가전지금) : 남겨놓은 노래는 지금껏 전해지건만
千秋生氣無成虧(천추생기무성휴) : 천추 만세에 그 생기는 변함이 없어리라
三叫蒼梧雲正沈(삼규창오운정침) : 창오를 세 번 외치니 구름만 침침하구나
 
 
선원래방(善源來訪)-김종직(金宗直)

柴門桃李下(시문도리하) : 복사꽃 오얏꽃 아래 사립문에서
握手共開顔(악수공개안) : 손 맞잡고 함께 활짝 웃으며 즐거웠노라
物色能供笑(물색능공소) : 물색들은 크게 웃을만 하고
風流未覺慳(풍류미각간) : 풍류는 인색함을 느끼지 못하겠다
挑燈談欲罄(도등담욕경) : 등불 돋우고 이야기는 다하는데
恨別意相關(한별의상관) : 이별을 한하니 마음 서로 같아라
明日甘川岸(명일감천안) : 내일은 저 감천 언덕에서
垂楊可忍攀(수양가인반) : 어찌 차마 수양버들 부여잡고 이별하리오
 
 
和洪兼善濟川亭次宋中樞處寬韻(화홍겸선제천정차송중추처관운)-金宗直(김종직)

吹花擘柳半江風(취화벽류반강풍) : 꽃 피우고 버들 싹 틔우는 바람 강에 불고
檣影搖搖背暮鴻(장영요요배모홍) : 저무는 저녁 기러기 등지고 돛대 그림자 흔들린다
一片鄕心空倚柱(일편향심공의주) : 고향 생각에 부질없이 기둥 기대 섰노라니
白雲飛度酒船中(백운비도주선중) : 흰 구름은 날아서 술 실은 배를 지나는구나
 
 
三月二十九日聞鷪(삼월이십구일문鷪)-金宗直(김종직)

墮紅殘萼更堪憐(타홍잔악경감련) : 떨어진 붉은 꽃 남은 꽃받침 더욱 가련하고
回首名園草似煙(회수명원초사연) : 이름난 동산으로 돌아보니 풀은 푸른 연기 같구나
驚殺午窓鄕國夢(경살오창향국몽) : 낮잠 속 고향 꿈에 놀라 깨어 일어나니
鷪聲依舊忽淸圓(鷪성의구홀청원) : 꾀꼬리 소리 옛날같이 맑고 부드럽구나
 
 
和兼善送鄭學諭之大丘(화겸선송정학유지대구)-金宗直(김종직)

千里鄕關萱草春(천리향관훤초춘) : 천리 먼 고향에 월추리가 봄을 만났으리
君今得得作閑身(군금득득작한신) : 그대는 지금 뜻을 얻어 한가한 몸 되었구나
琴湖更播菁莪澤(금호경파청아택) : 금호엔 다시 인재 교육의 은택을 펼쳐
愼莫看同去國人(신막간동거국인) : 행여 고향 떠난 사람과 똑같이 보지 말아요
親在高堂胡不歸(친재고당호불귀) : 고당에 어버이 계시니 어찌 안 돌아가리오
喜君先得我襟期(희군선득아금기) : 나의 포부 먼저 실천한 그대가 부럽다네
貧謀一飽時還笑(빈모일포시환소) : 가난하여 배부름 꾀한 것 때때로 도리어 우습고
世態健忘如漏巵(세태건망여루치) : 세상사람 은혜 잘 잊는 것은 새는 술잔 같다오
憶向凝川放意遊(억향응천방의유) : 생각건대 응천에 내려가서 마음껏 놀자면
筆床茶竈釣魚舟(필상다조조어주) : 붓과 상, 차 끓일 도구를 낚시배에 실어 가시겠지
年來未醒墦間夢(년래미성번간몽) : 최근에 무덤의 제사음식 얻어먹는 꿈 못깨고
南浦閑生一片愁(남포한생일편수) : 남포엔 부질없이 한 조각 시름만 일어나네
誰人遺子紫瓊琴(수인유자자경금) : 그 누가 그대에게 거문고를 남겨주었나
琴鶴樓中多古心(금학루중다고심) : 금학루 안에는 순박한 마음가진 사람 많으리라
我亦束書從此逝(아역속서종차서) : 나도 책 싸서 지금부터 그 곳으로 간다면
湖山風月待知音(호산풍월대지음) : 산수와 풍월이 모두 친구를 기다리리라
 
 
聞圓覺寺鐘(문원각사종)-金宗直(김종직)

丹碧輝輝覺帝宮(단벽휘휘각제궁) : 휘황한 오색 단청은 천제의 궁전 같은데
闍梨朝暮鼓新鍾(도리조모고신종) : 큰 스님이 아침 저녁으로 새 종을 치는구나
人天會上聲交應(인천회상성교응) : 사람과 하늘이 모인 자리엔 소리 서로 감응하고
獅象鳴時氣自通(사상명시기자통) : 사자와 코끼리 울 때엔 기가 절로 통한다네
尺紐每搖頭菌蠢(척뉴매요두균준) : 한 자 크기의 끈은 매번 균준의 머리를 흔드는데
寸莛那撼腹蒙鴻(촌정나감복몽홍) : 한 치의 풀줄기가 어찌 큰 배를 움직이는가
將玆永鎭千齡運(장자영진천령운) : 이것으로 길이 천 년의 국운을 진압하리니
虛鑄金人笑祖龍(허주금인소조룡) : 헛되이 금인을 주조하니 조룡이 우습네그려
 
 
送芮少尹赴平壤(송예소윤부평양)-金宗直(김종직)

憶昔省父芸香閣(억석성부운향각) : 그 옛날 기억하면 운향각으로 아버님 뵈러 갔었는데
公乎時作南床長(공호시작남상장) : 공은 그때 남상의 장관이 되었었지요
千頃之波不可撓(천경지파불가요) : 천 두둑의 물결도 그를 흔들 수 없었고
風望令人頻夢想(풍망령인빈몽상) : 풍채와 인망이 꿈에도 자주 생각나게 합니다
魯山民懷元紫芝(로산민회원자지) : 노산의 백성들은 원자지를 사모하여
頑嚚遺俗自滌盪(완은유속자척탕) : 완악한 풍속 저절로 깨끗이 씻어졌지요
歸來諫掖陣讜議(귀래간액진당의) : 돌아와 간원에서 곧은 의논 진술하여
斤斤宜受興王賞(근근의수흥왕상) : 임금님 밝게 살펴 왕을 일으키신 상 받게 될 것입니다
忽膺僉擧貳西侯(홀응첨거이서후) : 문득 여럿의 천거로 평양부 소윤 되시어
緹騎朱幡指平壤(제기주번지평양) : 붉운 빛 말탄 군대 붉은 깃발이 평양을 향하는군요
平壤乃是父師國(평양내시부사국) : 평양은 그 옛날 바로 부사 기자의 도읍으로
八條敎典民共仰(팔조교전민공앙) : 팔조금법의 가르침을 백성들이 다 우러러 본받지뇨
公今爲政柯不遠(공금위정가불원) : 지금 공의 정사는 도끼 자루 법칙 멀지 않은데
從化由來猶影響(종화유래유영향) : 교화 유래는 본시 그림자나 울림처럼 빠른 것이지요
坐令籩豆返舊俗(좌령변두반구속) : 가만히 앉아 예의를 옛날로 되돌리니
張趙眞堪作廝養(장조진감작시양) : 장조는 진정 공의 졸개나 되기에 알맞겠네요
棠陰有望公勿淹(당음유망공물엄) : 감당나무의 그늘이 기다리니 공은 지체하지 말고
浿江水碧春盎盎(패강수벽춘앙앙) : 대동강 푸른 물결에 봄 기운이 넘실거릴 것입니다
丹靑華袞可指日(단청화곤가지일) : 역사의 좋은 평론은 손 꼽아 기다리려니와
密令亦與雲臺像(밀령역여운대상) : 왕명으로 충신의 반열인 운대의 초상에도 참예하십시요
 
 
寓興(우흥)-金宗直(김종직)

無君凡幾月(무군범기월) : 벼슬 그만둔 지 무릇 몇 달인지
晦魄八環回(회백팔환회) : 그믐 달이 여덟 번이 돌아왔구나
世事詎可問(세사거가문) : 세상 일을 어찌 물을 수 있으랴
故人猶不來(고인유불래) : 친구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구나
暖泥新燕快(난니신연쾌) : 따스한 진흙은 제비가 좋아하고
澁雨小桃開(삽우소도개) : 조금 내린 비에 복사꽃이 피는구나
寂寞歌春興(적막가춘흥) : 적막한 속에 봄 흥취 노래하니
東風吹酒盃(동풍취주배) : 봄바람이 술잔에 불어오는구나
 
 
二月三十日將入京(이월삼십일장입경)-金宗直(김종직)

强爲妻孥計(강위처노계) : 억지로 못해 처자식 위해
虛抛故國春(허포고국춘) : 헛되어 고향의 봄을 버리었구나
明朝將禁火(명조장금화) : 내일 아침 불을 금해야 하는데
遠客欲沾巾(원객욕첨건) : 먼 나그네는 눈물이 수건 적시리라
花事看看晩(화사간간만) : 꽃 구경은 어느덧 늦고
農功處處新(농공처처신) : 농사 일은 곳곳마다 새롭구나
羞將湖海眼(수장호해안) : 산수 속의 맑은 눈을 가지고
還眯市街塵(환미시가진) : 도리어 도시의 먼지 받는 것 부끄럽구나.
 
 
素沙院茅亭(소사원모정)-金宗直(김종직)

凌晨渡泥潦(릉신도니료) : 이른 새벽에 진흙길 건너니
茅宇壓平原(모우압평원) : 띠집이 평평한 들을 눌러 있구나
雁鶩兼天遠(안목겸천원) : 기러기와 오리 하늘로 멀리 날고
蔞蒿蓋地繁(루호개지번) : 물쑥들은 땅을 어지럽게 덮고 있구나
紛紛三道馹(분분삼도일) : 분분하게 달리는 건 삼도의 역마요
點點數家村(점점수가촌) : 띄엄띄엄 있는 건 멏 집 마을이구나
回首南州客(회수남주객) : 남쪽 고을 나그네 머리 돌려보니
情懷未易論(정회미역론) : 그 정회를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겠구나
 
 

곡금중추신민(哭金中樞新民)-김종직(金宗直)

落落衣冠胄(락락의관주) : 우뚝한 사대부 집안의 후손으로
金魚已十秋(금어이십추) : 금어대 찬 지도 이미 십년이로다.
才名非潦倒(재명비료도) : 재주와 명예는 쇠퇴하지 않았고
談笑故風流(담소고풍류) : 담소하는 풍류는 옛날 그대로였다.
共嘆桑楡暮(공탄상유모) : 이미 늙었음을 함께 탄식했는데
俄驚杖屨休(아경장구휴) : 이윽고 못 일어남에 놀래었도다.
令男同桂牓(령남동계방) : 아들이 나와 동방 급제하였나니
淚洒土饅頭(루쇄토만두) : 흐르는 눈물 토만두에 뿌리노라.

 
 
송금감찰속여명(送金監察續如明)-김종직(金宗直)

讀書平日談千載(독서평일담천재) : 독서하며 평소에 천년의 일 담론하다가
提槧將遊文物海(제참장유문물해) : 상주문을 가지고 문물 바다로 가려 하노라.
驅馳王事敢懷安(구치왕사감회안) : 국사에 힘쓰면서 감히 편안을 생각하랴
忼慨辭情動寮寀(강개사정동료채) : 비분강개한 말 뜻이 동료들을 감동시킨다.
君車轆轆過漁陽(군차록록과어양) : 그대의 수레 달려 어양 고을 지나거든
我夢亦落盧溝傍(아몽역락로구방) : 나의 꿈도 노구교 가에 떨어지리라.
黃金臺上共長嘯(황금대상공장소) : 황금대 위에선 함께 길게 휘파람 부니
戰國尙有燕昭王(전국상유연소왕) : 전국시대로는 오히려 연 소왕이 있었단다
 
 

지일영매1(至日詠梅1)-김종직(金宗直)

井底潛陽七日回(정저잠양칠일회) : 주역 괘에 우물 밑 양이 칠일에 회복하여
一元消息透寒梅(일원소식투한매) : 가장 처음 양의 소식이 매화에 통하게 된다.
天心昭灼盈枝動(천심소작영지동) : 하늘마음은 환하게 가지에 차서 움직이고
春信丰茸滿意開(춘신봉용만의개) : 봄소식은 성대하게 뜻대로 펼쳐지는구나.
香影微微侵棐几(향영미미침비궤) : 향기 그림자는 그윽이 책상을 침범하고
精神故故蘸金杯(정신고고잠금배) : 정신은 자주자주 금 술잔에 잠기는구나.
從玆細翫生生理(종자세완생생리) : 이로부터 생생의 이치 자세히 음미해야 하는데
只恨曾無演易才(지한증무연역재) : 다만 주역을 부연할 재주가 없음을 한하노라

 
 
지일영매2(至日詠梅2)-김종직(金宗直)

三重緹室動葭灰(삼중제실동가회) : 삼중의 제실에 갈대 재가 태동하면
縱有寒威未勒梅(종유한위미륵매) : 아무리 큰 추위라도 매화는 억제하지 못한다.
忽覺宿枝盈蓓蕾(홀각숙지영배뢰) : 문득 옛 가지에 봉오리 가득함을 깨닫고
卽知生意破胚胎(즉지생의파배태) : 바로 생생한 뜻 봉오리처럼 터지는 것 알겠다.
膽甁玄酒神相照(담병현주신상조) : 꽃병의 맑은 물에 정신이 서로 비추니
烏几遺經手自開(오궤유경수자개) : 검은 책상의 성스런 책을 손으로 펼친다.
早晩翠衣來報信(조만취의래보신) : 조만간 봄의 사자가 와 소식을 전하니
參橫月落好銜杯(참횡월락호함배) : 참성은 비끼고 달이 지니 술잔 하기 좋아라
 
 

개운포이영1(開雲浦二詠1)-김종직(金宗直)

巉巉數丈石(참참수장석) : 두어 길 되는 험준한 바위
斗揷滄溟中(두삽창명중) : 바다 한가운데 우뚝 꽂혀있다
異人出其下(이인출기하) : 이인이 그 아래서 나왔으니
生長陽侯宮(생장양후궁) : 후의 궁에서 생장한 것이로다
魁顔與詭服(괴안여궤복) : 괴걸한 얼굴에 괴상한 옷 입고
恍如載非熊(황여재비웅) : 황연히 비옹으로 실려왔도다
遊嬉自娛悅(유희자오열) : 돌아다니며 즐기기만 하고
未聞亮天工(미문량천공) : 천공을 도운 사실 듣지 못했다
長歌明月夜(장가명월야) : 달 밝은 밤에 길이 노래하다가
舞落交衢風(무락교구풍) : 춤추며 교구의 바람에 떨어졌도다
一朝三花樹(일조삼화수) : 하루 아침에 아름다운 사화수
飆若凌煙虹(표약릉연홍) : 표연히 구름 위로 날아갔도다
至今門闑上(지금문얼상) : 지금도 그 문지방 위
仿佛看遺容(방불간유용) : 아련히 그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성주이황어십미(城主以黃魚十尾)-김종직(金宗直)

春風鄕國鱖魚肥(춘풍향국궐어비) : 봄바람 화창한 고향에 쏘가리 살져서
五五朋來忽款扉(오오붕래홀관비) : 열 마리 꾸러미가 갑자기 대문에 이렀다
隣里不知臺餽至(린리불지대궤지) : 이웃에서는 성주가 준 것을 알지 못하고
錯將誠孝比姜詩(착장성효비강시) : 잘못 정성과 효도를 효자 강시에게 견준다

 
 

오교수견화부정(吳敎授見和復呈)-김종직(金宗直)

竣事無人更挽牽(준사무인경만견) : 일 마쳐도 다시 나를 만류하는 사람 없어
歸心還在五雲邊(귀심환재오운변) : 돌아갈 마음이 도리어 군왕 곁으로 가있다
酒因多病神難敵(주인다병신난적) : 술은 병 많은 몸이라 정신이 감당하기 어렵고
詩爲傷春語易圓(시위상춘어역원) : 시는 봄에 상심하여 말이 쉽고 원활해진다
少女風前胡蝶舞(소녀풍전호접무) : 소녀는 바람앞에서 나비춤을 추고
辛夷花下麝香眠(신이화하사향면) : 신이화 아래서는 사향이 잠을 잔다
凝川庠老能容物(응천상로능용물) : 응천의 늙은 교수는 사람을 잘 포용하니
早晩同乘雪月船(조만동승설월선) : 조만간에 함께 눈속 달의 타고 갈 것이다

 
 

용대허운증내(用大虛韻贈內)-김종직(金宗直)

寶花顚倒髻邊紗(보화전도계변사) : 머리의 꽃은 낭자 곁 비단으로 넘어졌는데
草草相携著處家(초초상휴저처가) : 초초히 서로 도와 사는 곳이 바로 집이로다.
三日一雲留古驛(삼일일운류고역) : 삼일동안 흰구름 한조각 고역에 머무는지라
小軒同看牧丹芽(소헌동간목단아) : 작은 난간에서 함께 모란 싹을 구경하노라

 
 

화대허(和大虛)-김종직(金宗直)

宦意年來薄似紗(환의년래박사사) : 연래에, 벼슬할 뜻이 명주처럼 얇아져
北歸何事更携家(북귀하사경휴가) : 무슨 일로 가족 데리고 다시 북으로 가는가
君今不作池中物(군금불작지중물) : 그대는 이제 못 가운데 사람 아니니
雷雨應敎露角牙(뢰우응교로각아) : 천둥과 비는 응당 두각을 드러내게 하는구나

 
 

인우류증약시대허역수다로소(因雨留增若示大虛驛樹多鷺巢)-김종직(金宗直)

客中愁霧雨(객중수무우) : 객지에서 비에 갇혀 걱정이나
猶喜濕年萃(유희습년췌) : 봄 빛을 적시니 오히려 기쁘도다.
馬埒菜芽吐(마랄채아토) : 마장에는 채소 싹이 터져나고
鷺巢雲影斜(로소운영사) : 백로 둥지에 구름 그림자 비끼어 있다.
竮竮不禁睡(병병불금수) : 외로워 졸음은 금하지 않아도
蕭散却思茶(소산각사다) : 한적하여 문득 차가 생각난다.
一似閑行李(일사한행리) : 한가한 나그네와 다름없어
微吟到夕鴉(미음도석아) : 조용히 읊으며 저녁 까마귀 둥지에 이른다.

 
 

개녕정저작영친연주필(開寧鄭著作榮親宴走筆)-김종직(金宗直)

軒軒鄭著作(헌헌정저작) : 쾌활하고 준수한 정 저작
來作二親榮(래작이친영) : 돌아와 어버이 영화롭게 한다
桂影侵樽酒(계영침준주) : 계수의 그림자는 술동이에 비추고
萱花耀府庭(훤화요부정) : 원추리 꽃은 관부 뜰에 빛춘다
鄕閭父詔子(향려부조자) : 마을사람 자식에게 본받으라 하고
樂部鼓和笙(악부고화생) : 풍악은 북에다 생황을 곁들였도다
幸忝葭莩屬(행첨가부속) : 다행히도 나는 인척이 되어
歡心不要醒(환심불요성) : 즐거운 마음에 술 깨길 바라지 않노라

 
 

덕봉사(德峯寺)-김종직(金宗直)

金地寒飇中酒出(금지한표중주출) : 덕봉사 찬바람 속에 술에 취해 나와서
嵌巖落日割鮮還(감암락일할선환) : 깊은 골짝에 해지는데 꿩고기 먹고 돌아왔다
一年一度每如此(일년일도매여차) : 해마다 한 차례씩 매번 이와 같이 하거늘
誰謂遨頭不得閑(수위오두불득한) : 태수가 한가롭지 못하다 그 누가 말하는가

 
 

덕봉사여중용형극기백옥동부(德奉寺與仲容兄克己伯玉同賦)-김종직(金宗直)

水石自縈帶(수석자영대) : 수석이 절로 띠처럼 둘러
禪扉塵思醒(선비진사성) : 절 사립에 속세의 생각 깨친다
雪華蒙嶽頂(설화몽악정) : 눈 꽃은 산꼭대기에 덮여 있고
柏黛透窓欞(백대투창령) : 푸른 잣나무는 창 틈으로 보인다
未有僧燒佛(미유승소불) : 부처 불태운 중은 있지 않으나
唯應虎聽經(유응호청경) : 응당 불경 듣는 범은 있으리라
棲鴉迫歸騎(서아박귀기) : 저녁 까마귀가 돌아갈 길 재촉하니
故故愧山靈(고고괴산령) : 한사코 산신령께는 부끄럽도다

 
 

유룡유담석환(遊龍遊潭夕還)-김종직(金宗直)

山腰雲氣山頭雪(산요운기산두설) : 산허리에 구름, 대기엔 눈 덮혀
奄畫溪邊迷失脚(엄화계변미실각) : 엄화계 가에서 발을 헛디디었다.
空巖曝襪窺蜿蜒(공암폭말규완연) : 빈 바위에 버선 말리며 산세를 구경하니
淡淡窪樽可酬酢(담담와준가수초) : 담담한 와준은 수작 할 만하도다.
出入蒙密穿崎嶇(출입몽밀천기구) : 울창한 숲 드나들며 험한 길 뚫고
却過嚴川紅日落(각과엄천홍일락) : 문득 엄천을 지나니 붉은 해가 졌도다.
黃昏月下打稻聲(황혼월하타도성) : 황혼의 달빛 아래 벼 타작 소리들려

遊人已去居人樂(유인이거거인악) : 나그네는 이미 떠나고 주민은 즐거워한다

 
 

의탄촌(義呑村)-김종직(金宗直)

老翁積稻過茅簷(로옹적도과모첨) : 늙은이 볏단을 지붕보다 높게 쌓고
黃犢蹊田叱小男(황독혜전질소남) : 송아지가 밭을 질러가자 아이를 꾸짖는다.
削得烏裨曬溪石(삭득오비쇄계석) : 오비 감을 깎아서 냇가의 돌에 말리니
紅光橫逗斷橋南(홍광횡두단교남) : 붉은 빛이 끊어진 다리 남쪽에 비껴 머문다

 
 

등매포루차쌍매당운(登買浦樓次雙梅堂韻)-김종직(金宗直)

布韈烏巾孰比流(포韈오건숙비류) : 베 버선에 검은 두건 그 누구와 비유하랴
晴窓徙倚掉吟頭(청창사의도음두) : 개인 창을 배회하며 머리 흔들며 읊조린다
牛羊遠牧草鋪野(우양원목초포야) : 소와 양은 저 멀리 푸른 들에 먹이고
鵝鸛驚飛風打樓(아관경비풍타루) : 거위와 황새, 누각에 부는 바람에 놀라 날아간다.
帆影遙看鄕井暮(범영요간향정모) : 돛대 그림자에서 멀리 고향의 저문 해 바라보고
珂聲忽憶禁門秋(가성홀억금문추) : 수레 소리에서 문득 대궐의 가을이 생각난다.
殷勤爲向沙鷗道(은근위향사구도) : 은근히 모랫벌 갈매기 향하여 이르노니
莫怪盟寒不少留(막괴맹한불소류) : 약속 어기고 머물지 못함을 이상히 여기지 말라.

 
 

응천죽지곡구장서여량왜9(凝川竹枝曲九章書與梁娃9)-김종직(金宗直)

咫尺樓前潮欲到(지척루전조욕도) : 누대 앞 지척에 조수가 몰려오려다
須臾却向海門廻(수유각향해문회) : 잠깐 사이에 해문을 향해 돌아간다.
長安遠信猶堪寄(장안원신유감기) : 장안의 먼 소식도 부칠 만하건마는
潮縱不來魚自來(조종불래어자래) : 조수는 오지 않아도 고기 절로 온다.

 
 

응천죽지곡구장서여량왜8(凝川竹枝曲九章書與梁娃8)-김종직(金宗直)

靈井山頭月欲高(령정산두월욕고) : 영정산 머리에 달이 높이 솟으려는데
玄裳羽客唳江皐(현상우객려강고) : 검은 치마 흰 저고리 강 언덕에서 운다
共君須向中秋夜(공군수향중추야) : 그대와 함께 중추절의 밤에는
閑艤倉灘看雪濤(한의창탄간설도) : 푸른 여울에 배 대고 눈빛 파도 보련다

 
 

응천죽지곡구장서여량왜7(凝川竹枝曲九章書與梁娃7)-김종직(金宗直)

郞意搖搖如竹枝(랑의요요여죽지) : 낭군의 마음 흔들리는 대나무 가지 같지만
妾心休比藕中絲(첩심휴비우중사) : 첩의 마음을 연뿌리의 실에 비하지 마소서
竹枝從來多苦節(죽지종래다고절) : 대 가지는 본디 굳은 절조가 많았건만
藕絲寧有勝針時(우사녕유승침시) : 연실이야 어찌 바늘보다 나을 때가 있으리까

 
 

응천죽지곡구장서여량왜6(凝川竹枝曲九章書與梁娃6)-김종직(金宗直)

金銅驛邊蒲獵獵(금동역변포렵렵) : 금동역 부근의 부들은 바람에 날리고
馬山港口荇田田(마산항구행전전) : 마산 항구의 물풀은 물에 둥둥 떴다닌다.
佳期三五又二八(가기삼오우이팔) : 좋은 시절, 십오 세에 또 십육 세
試問前村採蚌船(시문전촌채방선) : 앞마을 조개 따는 배를 시험 삼아 물어본다

 
 

응천죽지곡구장서여량왜5(凝川竹枝曲九章書與梁娃5)-김종직(金宗直)

四月江頭楊柳花(사월강두양류화) : 사월의 강가에는 버들 꽃이 피었는데
花飛渡江點晴波(화비도강점청파) : 꽃이 날아 강 건너 개인 물결에 떨어진다.
相隨唯有浮萍草(상수유유부평초) : 오직 부평초만이 서로 따를 뿐
柰此人生離別何(내차인생리별하) : 이 인생 이별의 슬픔을 어찌할거나

 
 

응천죽지곡구장서여량왜4(凝川竹枝曲九章書與梁娃4)-김종직(金宗直)

又是江頭祓禊春(우시강두불계춘) : 또다시 강가에서 불계하는 이 봄날
閑追女伴賽江神(한추녀반새강신) : 한가히 여자 짝과 강의 신에게 푸닥거리 한다.
汀洲日暮蘋花吐(정주일모빈화토) : 해 저문 강가에 물풀의 꽃은 피었는데
安得招招捐玦人(안득초초연결인) : 패옥 버린 그 사람을 어찌해야 불러볼까

 
 

응천죽지곡구장서여량왜3(凝川竹枝曲九章書與梁娃3)-김종직(金宗直)

樓下淸江畫鷁浮(루하청강화익부) : 누각 아래 맑은 강에, 익세 그린 배 떠 있는데
樓中簫鼓每驚鷗(루중소고매경구) : 누각의 소고 소리는 항상 갈매기를 노라게 한다.
使君燕罷皇華使(사군연파황화사) : 사군이 중국칙사에게 잔치 베풀고 파하는데
深鏁歌臺嚲玉鉤(심쇄가대타옥구) : 깊이 잠근 노래 누대에 초승달이 드리웠구나

 
 

응천죽지곡구장서여량왜2(凝川竹枝曲九章書與梁娃2)-김종직(金宗直)

梅天靄靄雨頻來(매천애애우빈래) : 사월 하늘 흐리고 비가 자주 내리니
雲門巖壑水喧豗(운문암학수훤회) : 운문산 바윗골에 물소리가 시끄럽도다.
誰知萬派同流意(수지만파동류의) : 만 줄기 똑같이 흐르는 뜻을 누가 아나
無限離腸不自裁(무한리장불자재) : 끝없는 이별의 슬픔 자재하지 못하겠다.

 
 

응천죽지곡구장서여량왜1(凝川竹枝曲九章書與梁娃1)-김종직(金宗直)

絲管高樓鳴珮環(사관고루명패환) : 높은 누각 노랫소리, 패옥이 울리는데
輭香半落蓼花灣(연향반락료화만) : 유연한 향기, 갈대꽃 물굽이에 반쯤 진다
鴛鴦屬玉雙雙舞(원앙속옥쌍쌍무) : 원앙새와 촉옥새는 쌍쌍이 춤추는데
惹得愁攢八字山(야득수찬팔자산) : 시름에 겨운 미인의 눈썹 찌푸려지누나

 
 
무제(無題)-김종직(金宗直)

雪裏梅花雨裏山(설리매화우리산) : 눈 속 매화꽃, 비 속 산
看時容易畵時難(간시용이화시난) : 보기는 쉬워도 그려내기는 어려워라
早知不入詩人眼(조지불입시인안) : 내 재주 시인의 안목 없는 것 빨리 알았다면
寧把臙脂寫牧丹(영파연지사목단) : 차라리 연지로 돈 되는 목단림이나 그려낼 것을
 
 

포석정(鮑石亭)-김종직(金宗直)

鮑魚背上水灣環(포어배상수만환) : 전복 등 위엔 물이 굽이쳐 돌아나가는데
羽葆隱映松篁間(우보은영송황간) : 깃털 수레들은 송죽 사이로 은은히 비친다
宮中衡石久不用(궁중형석구불용) : 연락에 정치는 오래도록 하지 않고
却憑祓禊耽餘閑(각빙불계탐여한) : 불계를 빙자하여 한가로움만 탐닉하였다
君臣拊髀看流觴(군신부비간류상) : 군신이 기뻐 뛰며 흐르는 술잔 구경할 때
鼙鼓忽動金鰲山(비고홀동금오산) : 견훤군의 북소리 문득 금오산을 진동하였다
倉皇輦路盡奔迸(창황련로진분병) : 임금수레 허둥지둥 모두가 달아나
虎旅何人謀拒關(호려하인모거관) : 어떤 병사가 지켜주려고 하였던가
鮮血自汚甄王劍(선혈자오견왕검) : 붉은 피는 절로 견훤의 칼날에 물들어
滿朝狼藉如茅菅(만조랑자여모관) : 백관이 띠풀처럼 무수히도 쓰러졌도다
宴安之禍不旋踵(연안지화불선종) : 편히 즐기는 재앙은 잠시도 지탱 못하나니
須信辰韓天步艱(수신진한천보간) : 모름지기 진한의 어려운 국운을 믿어야한다
當時廟社已荒燼(당시묘사이황신) : 당시의 사직은 이미 타고 남은 재
唯有片石千古頑(유유편석천고완) : 오직 천고에 완악한 돌조각만 남았도다
我來弔古獨長嘯(아래조고독장소) : 내 여기 와 옛일 슬퍼 길이 휘파람 부니
風愁雲慘溪潺潺(풍수운참계잔잔) : 바람은 슬피 불고, 시냇물은 졸졸 흘러간다

 
 

병중이수2(病中二首2)-김종직(金宗直)

賃屋囂湫病已生(임옥효추병이생) : 시끄럽고 협착한 셋집에서 병은 이미 생겼는데
濕薪煙惹淚縱橫(습신연야루종횡) : 젖은 나무에 연기는 피어올라 눈물이 마구 흐fms다
愁霖忽霽泥如海(수림홀제니여해) : 지겨운 장마 갑자기 개니 길은 온통 진흙더미인데
臥聽街頭琢鏡聲(와청가두탁경성) : 누워 듣노니, 거리의 거울 만드는 옥 쪼는 소리를

 
 

병중이수1(病中二首1)-김종직(金宗直)

纖瘦何曾蒸肉山(섬수하증증육산) : 병들어 파리한 내가 어찌 산 같은 고기 찐 일 있었는가
火雲閑事嬈儒冠(화운한사요유관) : 불같이 뜨거운 구름은 한가로이 선비들을 괴롭히는구나
遙知雷吼雲門瀑(요지뢰후운문폭) : 아득히 짐작컨대, 쿵쿵 떨어지는 운문의 폭포에서
赤脚層氷徹骨寒(적각층빙철골한) : 맨발로 층계 진 얼음 위를 거닐면 뼛속까지 차가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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