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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김시습(金時習) 희우견방 외

 

 

김시습(金時習, 1435~1493)

 

조선 단종 때의 학자.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호는 매월당(梅月堂), 또는 동봉(東峰)이다.

5세 때 시를 읊어 신동으로 이름이 높았다.

 1455년에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왕이 되자, 책을 불사르고 스님이 되어 평생 벼슬을 하지 않았다.

우리 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인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지었고, 시문집으로 《매월당집》이 있다.

 

 

 

 

 

희우견방(喜友見訪)-김시습(金時習)

客裏無人弔(객리무인조) : 객리에 아무도 오지 않아
柴扉盡日關(시비진일관) : 사립문을 종일토록 닫아둔다.
無心看世事(무심간세사) : 무심코 세상 일 보다가
有淚憶雲山(유루억운산) : 눈물지어 구름에 잠긴 산을 생각한다.
故舊成疏闊(고구성소활) : 옛 친구는 소탈함을 이루었는데
親朋絶往還(친붕절왕환) : 친한 친구들 왕래함을 끊어버렸다.
喜君留半日(희군류반일) : 그대 찾아와 한나절 머물러주니
相對一開顏(상대일개안) : 마주보고 서로 얼굴빛 한번 펴본다

 
 

증숙천부사(贈肅川府使)-김시습(金時習)

美政淸於水(미정청어수) : 정사는 불보다 밝으시고
威儀重似山(위의중사산) : 위엄은 태산처럼 무겁습니다.
三年宣聖化(삼년선성화) : 삼년 교화를 펴고 나니
一邑剔民姦(일읍척민간) : 고을 백성의 간악을 척결했습니다.
喬木城池古(교목성지고) : 교목이 서있어 성지가 오래되고
甘棠訟獄閑(감당송옥한) : 팥배나무 그늘 밑에는 송사가 한가합니다.
豚魚恩澤厚(돈어은택후) : 어리석은 백성들에게 은택이 두터워
外戶不曾關(외호불증관) : 바깥 문을 언제나 닫지 았었답니다

 
 

상사가정(上四佳亭)-김시습(金時習)

窯原春草綠如茵(요원춘초록여인) : 요원의 봄 풀은 방석처럼 푸른데
得句池塘想轉新(득구지당상전신) : 못가에서 시 얻으니 생각 더욱 새로워라.
山舍蕭條寒食近(산사소조한식근) : 산속 집이 쓸쓸하니 한식이 가까운데
杏枝風緊眼初勻(행지풍긴안초균) : 살구 가지에 바람 얽혀 두루 첫눈 트는구나.

 
 

월야문자규1(月夜聞子規1)-김시습(金時習)

東山月上杜鵑啼(동산월상두견제) : 동산에 달 뜨자 두견새 우는데
徙倚南軒意轉悽(사의남헌의전처) : 남쪽 마루로 옲겨 앉자 마음 도리어 처량하다.
爾道不如歸去好(이도불여귀거호) : 돌아가는 좋음만 못하다 너는 말하지만
蜀天何處水雲迷(촉천하처수운미) : 촉나라 하늘이 어디인가 물과 구름 아득하다

 
 

월야문자규2(月夜聞子規2)-김시습(金時習)

歸去春山幾度聞(귀거춘산기도문) : 봄산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나
春山處處結愁雲(춘산처처결수운) : 봄산 가는 곳마다 근스런 구름 뭉쳐 있어라.
不知何許蠶叢路(불지하허잠총로) : 잠총 찾아 가는 길이 어딘지 모르지만
還有思君不見君(환유사군불견군) : 그대 생각하고 못본 사람 아직도 있었던가

 
 

금조향영목이수명(禽鳥向榮木以隨鳴)-김시습(金時習)

洞口百禽號(동구백금호) : 동구 밖에 온갖 새들 노래하데
洞裏無鳥聲(동리무조성) : 동네 안에 새 우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樹木漸向榮(수목점향영) : 나무들 점차 우거져가니
漸入高峯鳴(점입고봉명) : 조금씩 높은 산에 들어 우는구나.
百舌語千般(백설어천반) : 지빠귀는 천 가지 일을 말 하는데
杜宇呼自名(두우호자명) : 두견새는 한결같이 제 이름만 부른다.
一一叫年光(일일규년광) : 하나하나 목매게 세월을 불러대어
催換令人老(최환령인노) : 철 바뀜 재촉하여 사람을 늙게 한다.
韶華倏以變(소화숙이변) : 아름답던 봄철이 훌쩍 바뀌면
幾人生懊惱(기인생오뇌) : 몇 사람이나 근심 걱정 생길까.
懊惱勿復道(오뇌물부도) : 근심이나 걱정일랑 다시는 말 말고
宜修超世道(의수초세도) : 세상 일을 초탈할 도를 닦아야 하리라

 
 

시구(鳲鳩)-김시습(金時習)

均呼七子綠陰叢(균호칠자록음총) : 푸른 그늘 수풀속에 일곱 자식 두루 부르고
麥熟梅肥五月中(맥숙매비오월중) : 보리 익어가고 매실도 살찌는 오월 중순이어라.
叫斷年光渾不識(규단년광혼불식) : 가는 세월 부르짖어 끊으려다 알지도 못한 채
隴頭桑葚已殷紅(농두상심이은홍) : 언덕 위에는 벌써 뽕나무 오디가 검붉게 익어라

 
 

자규(子規)-김시습(金時習)

千疊峯頭月欲低(천첩봉두월욕저) : 첩첩이 산봉우리에 달이 지려하는데
聲聲偏向耳邊啼(성성편향이변제) : 소리소리 한편에서 귓가로 들리어온다.
不如歸去將何去(불여귀거장하거) : 돌아감만 못하다하나 어디로 가야 하나
故國天遙只在西(고국천요지재서) : 고국 하늘 아득하나 마음은 서쪽에 있다.

 

자오제(慈烏啼)-김시습(金時習)

啞啞枝上吐哀音(아아지상토애음) : 까악까악 가지 위에서 슬픈 소리 토하더니
飛遶荒城楓樹林(비요황성풍수림) : 거친 성곽을 날아돌다 단풍 숲으로 들어간다.
莫向綠窓啼更苦(막향록창제갱고) : 푸른 창 향하여 울어 더욱 괴롭게 하지 말라
五更殘夢正關心(오갱잔몽정관심) : 새벽 시간 남은 꿈속 일에 정말 마음 쓰인다

 
 

암두(巖竇)-김시습(金時習)

煙生巖竇深(연생암두심) : 연기 나는 바윗굴 깊기도 한데
禪榻護檉林(선탑호정림) : 참선하는 걸상 호위하는 위성버들 숲.
不許俗塵雜(부허속진잡) : 티끌 세상에 섞이는 것 허락지 않아
多爲猿鳥尋(다위원조심) : 대개는 잔나비와 산새 찾게 된다.
苔侵一逕細(태침일경세) : 이끼가 침범해 길은 온통 좁아지고
雲擁半山陰(운옹반산음) : 구름이 가리워 산의 절반이 그늘진다.
誰識有嘉遯(수식유가둔) : 도 지켜 숨어 삶을 그 누가 알랴
已忘生滅心(이망생멸심) : 생과 멸을 생각하는 마음 벌써 잊었다.

 
 

경락교거기사기사가정(京洛僑居記事寄四佳亭)-김시습(金時習)

僑居無一事(교거무일사) : 교거하니 한 가지 일도 없었는데
寄傲北窓涼(기오북창량) : 거만히 붙어사니 북창이 서늘하였다오.
隔壁人聲鬧(격벽인성료) : 벽 밖에선 사람 소리 시끄러운데
傍簷蛛網長(방첨주망장) : 처마 곁 거미줄은 길기만 하였다오.
詩情閑裏好(시정한리호) : 시정은 한가한 때 좋으며
客夢靜中忙(객몽정중망) : 나그네 꿈은 고요한 때 한가하였소.
永日垂簾坐(영일수렴좌) : 긴 하루 발 내리고 앉았으니
莓苔染短墻(매태염단장) : 이끼마저 낮은 담장을 물들였다오.

 
 

수산정1(修山亭1)-김시습(金時習)

最愛玆亭好(최애자정호) : 이 정자의 좋음을 가장 사랑하니
靑山映小簷(청산영소첨) : 청산이 작은 처마에 비치어 온다네.
經行雲去遠(경행운거원) : 길을 걸으니 구름은 멀어져가고
穩坐鳥來覘(온좌조래첨) : 조용히 앉으니 새가 다가와서 보네.
花草年年長(화초년년장) : 화초는 해마다 자라나고
風光歲歲添(풍광세세첨) : 광풍은 해마다 더해만 가네.
誅茅更修葺(주모갱수즙) : 띠를 떠서 다시 수리를 하니
幽境最淸恬(유경최청념) : 그윽한 경지 가장 맑고 편안하네

 
 

수산정2(修山亭2)-김시습(金時習)

水石淸奇處(수석청기처) : 물과 돌이 맑고도 기이한 곳에
山亭愜野情(산정협야정) : 산 속 정자가 야인의 마음에 흡족하다.
鳥歸庭有跡(조귀정유적) : 새들이 돌아가 뜰에는 자취만 남고
花落樹無聲(화낙수무성) : 꽃이 떨어져도 나무에는 아무 소리 없다.
遊蟻緣階上(유의연계상) : 노는 개미 섬돌 따라 올라가고
飛蝗趯草行(비황적초행) : 나는 메뚜기 풀에서 뛰어 다닌다.
興來看物化(흥래간물화) : 흥이 나서 만물의 조화 보니
頓覺脫塵纓(돈각탈진영) : 티끌 묻은 갓끈 벗은 줄을 문득 깨닫는다

 
 

수산정3(修山亭3)-김시습(金時習)

列岫千層碧(열수천층벽) : 늘어선 산은 천층이나 푸르러 있고
長江一帶明(장강일대명) : 긴 강은 한 줄기 띠처럼 선명하구나.
自與人世遠(자여인세원) : 스스로 인간 세상과 멀리 한 것은
非愛嶺猿盟(비애령원맹) : 산과 잔나비와 약속 때문이 아니어라.
小徑緣松曲(소경연송곡) : 좁은 길은 소나무로 구불구불하고
荒階與草平(황계여초평) : 거친 층계는 풀과 평평하여라.
此生須得意(차생수득의) : 이 평생에 모름지지 득의해야 하거니
無物不風情(무물불풍정) : 정이 묻어나지 않는 물건 하나 없어라.

 
 

중등백상루(重登百祥樓)-김시습(金時習)

重過此地無窮思(중과차지무궁사) : 다시 이 땅 지나니 떠오르는 생각 끝없고
一望平原送落暉(일망평원송낙휘) : 멀리 보이는 평원에 지는 해를 보낸다.
薩水故城殘靄散(살수고성잔애산) : 살수 옛 성터에는 남은 아지랑이 흩어지고
晴川秋樹暮煙歸(청천추수모연귀) : 청천강 가을 나무에는 저문 연기 돌아간다.
空濠荒草埋翁仲(공호황초매옹중) : 빈 못에 거친 풀은 옹중을 묻었는데
華表凝雲語令威(화표응운어령위) : 화표주는 구름에 엉겨 영위를 말하는구나.
獨倚畫欄無與語(독의화란무여어) : 그림 난간에 홀로 기대어 이야기 나룰 사람 없는데
白鷗依舊向人飛(백구의구향인비) : 흰 갈매기만 예처럼 사람을 보고 날아든다

 
 

운주루(運籌樓)-김시습(金時習)

却敵奇謀樽俎間(각적기모준조간) : 적 물리치는 기묘한 작전 술잔치에 있고
熊羆帳外列成班(웅비장외열성반) : 곰 같은 용맹한 것들이 장막 밖에 열지어 있다.
山城風勁琱弓健(산성풍경조궁건) : 산성에 바람 거세나 옥으로 새긴 활이 튼튼하고
海國煙消白馬閒(해국연소백마한) : 바다에 안개 사라지니 백마도 한가롭다
車騎燕然初勒石(거기연연초늑석) : 거기 장군은 연연산에 처음 돌에 새겼고
伏波交趾已征蠻(복파교지이정만) : 복파 장군은 교지에서 이미 오랑캐 정벌했다
運籌壯策人如問(운주장책인여문) : 계획을 썻던 큰 책략을 사람이 묻는다면
刀斗收聲門不關(도두수성문불관) : 조두는 소리 없고 관문도 닫지 않았다 하라.

 
 

등벽란도루(登碧瀾渡樓)-김시습(金時習)

碧瀾之水碧如油(벽란지수벽여유) : 벽란도 물 푸르기 기름 같은데
漾漾溶溶雈葦秋(양양용용추위추) : 넘실거리며 출렁이며 갈대 핀 가을을 흐른다.
白鷗慣人不飛去(백구관인불비거) : 백구는 사람들과 낮이 익어 날라가지도 않고
綠荇隨水相飄浮(록행수수상표부) : 푸른 마름은 물따라 서로 밀려 떠 다닌다.
何處一聲漁笛遠(하처일성어적원) : 어디인가, 한 마디 고기잡이 피리 소리 아득한데
誰家十里炊煙浮(수가십리취연부) : 뉘 집에선가 십리 장대 밥짓는 연기 자욱하다.
波寒日暮不能渡(파한일모불능도) : 물결 차고 날 저물어 건너지 못하고
繫纜獨倚江邊樓(계람독의강변루) : 닻줄 매어두고 홀로 강가의 다락에 기대어섰다.

 
 

야숙강루(夜宿江樓)-김시습(金時習)

淸江秋月白(청강추월백) : 맑은 강에 가을달 하얗게 밝은데
浪打古城頭(랑타고성두) : 물결이 옛 성 머리를 철썩철썩 친다.
遠浦漁燈迥(원포어등형) : 먼 갯포구에 고기잡이 등불 아득하고
滄波蜃氣浮(창파신기부) : 푸른 물결에 신기루 떠 있다.
蘋洲風力緊(빈주풍력긴) : 마름 뜬 모래톱엔 바람이 급하고
沙磧雁聲愁(사적안성수) : 자갈밭엔 기러기 울음소리 시름겨워라.
一夜逢僧話(일야봉승화) : 하룻밤 중을 만나 이야기하는데
團欒敍舊遊(단란서구유) : 그 옛날 놀던 일 단란하게 이야기 한다

 
 

등대동루(登大同樓)-김시습(金時習)

大同波上大同樓(대동파상대동루) : 대동강 물결 위에 솟은 대동루에
無限雲山散不收(무한운산산불수) : 끊없이 흩어진 운산을 거두지 않는다.
楓落浿江秋水冷(풍락패강추수랭) : 패강엔 단풍 떨어져 가을 물 싸늘하고
霜淸箕堞暮煙浮(상청기첩모연부) : 기자 성터엔 서리 맑아 저문 연기 떠돈다.
白鷗洲畔月千里(백구주반월천리) : 백구 모랫섬에는 달빛 뻗쳐 천리인데
黃葦渡頭風滿舟(황위도두풍만주) : 황위도 나룻머리에는 배에 바람 가득하다.
因憶昔年興廢事(인억석년흥폐사) : 때마침 옛 세월의 흥망을 생각하며
登高一望思悠悠(등고일망사유유) : 높은 데 올라 둘려보니 생각이 아득하여라.

 
 

제원루1(題院樓1)-김시습(金時習)

玉山東畔淸風院(옥산동반청풍원) : 옥산 동쪽 거리의 청풍원 그 집에
衝雨登臨一少留(충우등임일소류) : 비 맞으며 올라가서 한차례 조금 쉬었다.
忽聽夕陽江上笛(홀청석양강상적) : 서양의 강 위에서 피리 소리 문득 듣고
白雲鄕思也悠悠(백운향사야유유) : 흰 구름에 고향 생각마저 유유히 떠오른다

 
 

제원루2(題院樓2)-김시습(金時習)

四面溪山擁小樓(사면계산옹소루) : 사면의 개울과 산이 작은 누각 싸안았는데
淸風吹骨忽驚秋(청풍취골홀경추) : 맑은 바람 뼈에 불어와 가을임에 문득 놀랐다.
金龜換酒人何處(금귀환주인하처) : 금거북으로 술 바꾸던 그 사람 어디 있나
斷雨殘雲自在愁(단우잔운자재수) : 그친 비와 남은 구름이 그대로 근심이어라

 
 

추정(秋亭)-김시습(金時習)

秋亭山氣好崢嶸(추정산기호쟁영) : 가을 정자 산 기운이 좋고도 우뚝한데
江上猩楓刮眼明(강상성풍괄안명) : 강 위에 붉은 단풍 눈부시게 황하다.
巖瘦不因嫌太富(암수불인혐태부) : 바위가 여윔이 너무 부한 탓이랴
澗淸非是釣完名(간청비시조완명) : 골짝물 맑음이 완전한 이름 낚음 아니다.
寒花千朶經風曲(한화천타경풍곡) : 찬 꽃 천 떨기는 바람에 겪어 구부정하고
嫩苔一庭緣雨生(눈태일정연우생) : 뜰에 가득한 고운 이끼는 비에 생긴 것이라.
點檢人間無勝事(점검인간무승사) : 인간 세상 살펴봐야 좋은 일이란 없는데
林泉興味老多情(림천흥미노다정) : 임천의 산간 흥미는 늙을수록 다정하구나

 
 

송정(松亭)-김시습(金時習)

松亭寂寂松枝蟠(송정적적송지반) : 소나무 정자 고요하고 솔가지는 서렸는데
幅巾藜杖來盤桓(폭건려장래반환) : 복건과 청려장으로 짚고 와 성성거린다.
影落一庭碧苔潤(영낙일정벽태윤) : 뜰에 가득 그림자 떨어지고 푸른 이끼 윤택한데
聲撼半天淸風寒(성감반천청풍한) : 하늘 반만큼이나 흔들고 맑은 바람이 차갑다.
擧頭不見有赫日(거두불견유혁일) : 머리를 들어도 붉은 해 있음을 보지 못하고
側耳時聽搖狂瀾(측이시청요광란) : 귀 기울이면 때로 물결 흔드리는 소리 들린다.
茶煙颺處鶴飛去(다연양처학비거) : 차 끊이는 연기 날리는 곳에 학은 날아가고
藥杵敲時雲闌珊(약저고시운란산) : 약 절구 두드리는 때 구름이 머뭇거린다.
人散夕陽禽鳥鳴(인산석양금조명) : 사람들 흩어진 석양판에 새들 우는데
正是客去棋初殘(정시객거기초잔) : 이 때는 바로 손님 떠나고 바둑 처음 남았어라.

 
 

산정(山亭)-김시습(金時習)

白雲爲帳碧山屛(백운위장벽산병) : 흰 구름 휘장 삼고 푸른 산을 병풍 삼으니
絶勝羲之修禊亭(절승희지수계정) : 뛰어난 경치 왕희지의 수계정 같아라.
莫羨石家椒百斛(막선석가초백곡) : 석씨 집의 호초 백 섬을 부러워 하지 말라
苔錢十萬散中庭(태전십만산중정) : 이끼 돈 십만 냥을 뜰 가운데에 흩어뿌리리라

 
 

초계동(貂溪洞)-김시습(金時習)

偶入貂溪洞(우입초계동) : 우연히 초계동에 들어니
煙霞水石間(연하수석간) : 안개와 노을 물과 돌 사이에 돈다.
松檜鬱蒼蒼(송회울창창) : 소나무 전나무 울창하여 푸르고
溪澗鳴潺潺(계간명잔잔) : 시냇물 잔자나하게 소리내며 흐른다.
落葉沒谿徑(낙엽몰계경) : 낙엽은 골짜기 길 모두 덮었고
羚羊竄巖阻(령양찬암조) : 영양들은 바위 틈에 달아내 숨는다.
蒼苔滑如鋈(창태활여옥) : 푸른 이끼 금을 입힌 듯 미끄럽고
白雲飛如絮(백운비여서) : 흰 구름은 솜같이 날아든다.
洞深雪猶積(동심설유적) : 골짝이 깊어 눈이 아직 쌓여 있고
草芽屈金箸(초아굴금저) : 풀싹은 젓갈마냥 구부러졌다.
松桂相縈纏(송계상영전) : 소나무 계수나무 서로 얽혀
淸香撲我鼻(청향박아비) : 맑은 향기 이내 코를 흘씬 찌른다.
境靜稱我心(경정칭아심) : 지경의 고요함이 내 마음에 맞아
頓忘身世累(돈망신세루) : 별안간 이 몸의 누를 잊었다.
寄語同隱者(기어동은자) : 함께 숨어 사는 사람에게 말 붙이니
福地神所閟(복지신소비) : 복된 땅은 귀신도 숨겨 놓았구나.
絶嶮嵯峨岡(절험차아강) : 깎아지른 듯 높고 험한 언덕 위
揷竹以爲誌(삽죽이위지) : 대를 꽂아 그것으로 표지 삼아라.

 
 

매사관창이환(買蓑觀漲而還)-김시습(金時習)

百錢新買綠蓑衣(백전신매록사의) : 백 전으로 새로 푸른 도롱이 사 입고
觀漲溪橋帶晩歸(관창계교대만귀) : 개울 다리에 불어난 물 보고 늦어 돌왔다.
細雨斜風吹不斷(세우사풍취불단) : 가랑비에 몰아치는 바람 그치지 않는데
一肩高聳入蓬扉(일견고용입봉비) : 어깨를 솟구치며 사립문짝으로 들어간다

 
 

작설(雀舌)-김시습(金時習)

南國春風軟欲起(남국춘풍연욕기) : 남쪽 지방 봄바람 부드럽게 일려는데
茶林葉底含尖觜(다림엽저함첨자) : 차 숲에는 잎새 밑에 뽀조간 부리를 머금었어라.
揀出嫩芽極通靈(간출눈아극통령) : 연한 싹을 가려내면 아주 신령스러움과 통하고
味品曾收鴻漸經(미품증수홍점경) : 그 맛과 품질은 흥점의 <다경>에 수록 되었어라.
紫筍抽出旗槍間(자순추출기창간) : 붉은 싹은 잎과 줄기 사이에서 뽑아내고
鳳餠龍團徒範形(봉병용단도범형) : 봉병과 용단 차 이름은 보양만을 본뜬 것이어라.
碧玉甌中活火烹(벽옥구중활화팽) : 푸른 옥병 속에 넣어 타는 불로 달여내면
蟹眼初生松風鳴(해안초생송풍명) : 게 눈 같은 거품 생기며 솔바람처럼 울린다.
山堂夜靜客圍坐(산당야정객위좌) : 산당 고요한 밤에 손님들 둘러앉아
一啜雲膄雙眼明(일철운수쌍안명) : 운수 차 한번 마시면 두 눈이 밝아진다.
黨家淺斟彼粗人(당가천짐피조인) : 당의 집에서 조금 맛보니 사람들 촌스런 사람인가
那識雪茶如許淸(나식설다여허청) : 어찌 알라오, 설다가 얼마나 맑은 차인 줄을

 
 

무주(無酒)-김시습(金時習)

李白把酒問月飮(이백파주문월음) : 이 백은 술잔 잡고 달과 문답하며 마셨는데
塊然一斗詩百篇(괴연일두시백편) : 괴연히 홀로 앉아 한 말 술에 지은 시가 백 편이라.
淵明引壺眄庭醉(연명인호면정취) : 도연명은 술병 끌어 뜰을 보며 취했는데
悠然自樂羲皇天(유연자낙희황천) : 유연히 복희씨 적 세상을 스스로 즐겼어라.
而我千載猶爲人(이아천재유위인) : 그러나 나는 천년 뒤의 사람 되어
獨對靑山無酒錢(독대청산무주전) : 혼자 청산 바라보며 술 살 돈 하나 없는가.
司業助廣文(사업조광문) : 사업 소원명이 광문 정건을 도왔는데
坐客寒無氈(좌객한무전) : 앉은 손님 추워도 방석 하나 없었어라.
王弘送彭澤(왕홍송팽택) : 왕홍이 평택령을 보낼 때에는
空坐菊花邊(공좌국화변) : 공연히 국화 가에 앉자 있었어라.
吾非請息交(오비청식교) : 사귀기를 그만두자고 청하지 않았건만
自然絶世緣(자연절세연) : 저절로 세상 인연 끊어지고 말았어라.
世我相矛盾(세아상모순) : 세상과 나 서로 모순되어선가
遨遊三十年(오유삼십년) : 삼십 년을 마음대로 즐겁게 놀았어라.
無人過濁醪(무인과탁료) : 탁주 한 잔 넘겨 주는 사람 아무도 없어
情悄如耽禪(정초여탐선) : 마음 적적하기 참선 즐기는 것 같아라.
安得盡捻書籍賣(안득진념서적매) : 어찌해야 서적을 모두 팔아 팔아
卜築移家居酒泉(복축이가거주천) : 집 옮겨 터 잡아 집 지어 주천가에 살까.

 
 

취주(醉酒)-김시습(金時習)

得酒無端喜欲狂(득주무단희욕광) : 술 얻으면 무한히 기뻐 미칠 것 같아
百年人世定蹉跎(백년인세정차타) : 한 백년 인생살이 정말 낭패이어라.
莊周初醒胡蝶夢(장주초성호접몽) : 장주는 처음으로 나비 꿈에서 깨어났고
元載新挑鼻準魔(원재신도비준마) : 원재는 새로 코 큰 마귀에게 도발 당했어라.
花徑浪遊同蔣詡(화경랑유동장후) : 꽃길에 마음껏 노닌 장후와도 같고
詩壇獨步似廉頗(시단독보사렴파) : 시단에서 염파처럼 독보적이었어라.
問山我是何爲者(문산아시하위자) : 산에게 묻노니 나는 무엇하는 사람인가
宇宙開來知我麽(우주개래지아마) : 우주가 생긴 이래로 나를 알아주는 자 있을까

 
 

식죽(食粥)-김시습(金時習)

白粥如膏穩朝餐(백죽여고온조찬) : 흰죽이 미끄러워 아침밥으로 편한데
飽來偃臥夢邯鄲(포래언와몽감단) : 배부르자 편히 누워 한단의 꿈을 꾼다.
人間三萬六千日(인간삼만륙천일) : 인간의 한 평생 3만 6천 나날들
且莫咻咻多苦酸(차막휴휴다고산) : 아직은 떠들지 말라, 고생할 일 많으리라

 
 

송락(松絡)-김시습(金時習)

有石嵯峨千萬丈(유석차아천만장) : 높은 바위 솟아 천만 길이나 되고
有松楂牙三百尺(유송사아삼백척) : 소나무처럼 뗏목처럼 삼백 자나 솟아있다.
劍戟攢天磨碧雲(검극찬천마벽운) : 칼과 창이 하늘을 뚫어 푸른 구름에 닿아
鬖髿長此靑絲絡(삼사장차청사락) : 이곳에 푸른 겨우살이 수북이 자라있어라.
織女初洗金繭絲(직여초세금견사) : 직녀가 고치실을 처음으로 씻어내어
晒此蒼壁枯松枝(쇄차창벽고송지) : 이곳 푸른 벽 마른 소나무 가지에 말리었다.
乃命蜚廉轉繅車(내명비렴전소거) : 바람의 신 비렴에게 명하여 물레를 돌리게 하니
繅車無聲漫相儡(소거무성만상뢰) : 물레는 소리도 없이 아무렇게나 걸려있구나.
織女下顧憂彼猖(직녀하고우피창) : 직녀는 내려다보며 저 미친 짓을 근심하며
怒拶和雲拋澗傍(노찰화운포간방) : 노여워 구름과 마주쳐 골짜기에 던져버린다.
涓涓澗水更練洗(연연간수갱연세) : 졸졸 흐르는 골짝 물에 다시 익혀 씻어
淡碧可織雲錦裳(담벽가직운금상) : 옅은 푸른빛을 구름 비단 치마 짜는구나.
英靈如或相憫我(영령여혹상민아) : 영령의 혹시라도 나를 불쌍히 여긴다면
惠我一兩應不妨(혜아일양응불방) : 내게 한 두 벌을 주어도 무방하리라.

 
 

만경(蔓徑)-김시습(金時習)

巉嵒石徑草茸茸(참암석경초용용) : 높이 솟은 바윗길에 더부룩한 풀
芟却荊蔓護却松(삼각형만호각송) : 가시덩굴 베어내고 소나무를 보호한다.
客至將迎今已久(객지장영금이구) : 오는 손님 맞이으려 한지 오래인데
滿山風雨蘚髼鬆(만산풍우선봉송) : 산에 가득한 비바람에 이끼만이 더부룩

 
 

송도(松濤)-김시습(金時習)

松聲飜作海濤喧(송성번작해도훤) : 솔 소리 뒤쳐 올라 바닷물결인양 소란한데
入耳淸音政不煩(입이청음정불번) : 귀에 든 맑은 소리 이제는 번거롭지 않아라.
澎湃有時搖我夢(팽배유시요아몽) : 솟구쳐 올라 때때로 나의 꿈결 흔들지만
一團和氣判胚渾(일단화기판배혼) : 한 무리 화목한 기운 따뜻하게 느껴진다

 
 

송성(松聲)-김시습(金時習)

庭院松濤吹耳寒(정원송도취이한) : 정원의 소나무 물결이 귀에 불어 찬데
松釵飛入小欄干(송채비입소란간) : 소나무 부딪치는 소리 작은 난간에 불어든다.
從今始覺陶弘景(종금시각도홍경) : 신선 도홍경을 지금에야 깨달았으니
自樂此聲泉石間(자낙차성천석간) : 자연 속의 이 소리를 스스로 즐기리라

 
 

엽낙(葉落)-김시습(金時習)

落葉不可掃(낙엽불가소) : 떨어지는 나뭇잎, 쓸어버릴 수도 없어
偏宜淸夜聞(편의청야문) : 궁벽한 곳에선 맑은 밤에 듣기에 괜찮아
風來聲摵摵(풍래성색색) : 바람 불면 그 소리 우수수
月上影紛紛(월상영분분) : 달 떠오르면 그림자 분분하여라.
敲窓驚客夢(고창경객몽) : 창을 두드리며 나그네 꿈 놀래키고
疊砌沒苔紋(첩체몰태문) : 뜰에 쌓여서는 이끼 자취 묻어준다
帶雨情無奈(대우정무내) : 비 맞은 마음이야 어찌 할까
空山瘦十分(공산수십분) : 빈 산이 온통 파리하기만 하여라

 
 

고풍십구수12(古風十九首12)-김시습(金時習)

大道何寂寥(대도하적요) : 큰 진리가 어찌 그리도 적막하고
鳳兮何德衰(봉혜하덕쇠) : 봉황새여, 어찌 덕망이 쇠하는가
往者不可諫(왕자부가간) : 지나간 것은 간할 수 없지만
來者猶可追(내자유가추) : 오는 것은 아직 고칠 수 있도다
携筇泣路歧(휴공읍로기) : 지팡이 짚고 갈림길에서 우나니
踽踽何所之(우우하소지) : 쓸쓸히 어디로 가야하는가
聖人如復起(성인여부기) : 성인이 다시 일어난다면
敷衽陳其辭(부임진기사) : 옷깃 여미고 그 말씀 다시 여쭈련다

 
 

고풍십구수13(古風十九首13)-김시습(金時習)

嗟嗟均賦命(차차균부명) : 아, 처음 부여받은 생명은 같았는데
愚智涇渭分(우지경위분) : 지인과 우인이 경수와 위수처럼 나뉘었구나
擾擾百年內(요요백년내) : 어지러운 인생 백년 동안에
何足以云云(하족이운운) : 어찌 족히 이러쿵저러쿵하겠는가
不如脫屣去(부여탈사거) : 차라리 못하리라, 신 벗어던지고 떠나
僻處遠囂紛(벽처원효분) : 궁벽한 곳에서 시끄러운 일 멀리하는 것보다
掬水可以飮(국수가이음) : 물 움켜 마실 수 있으며
煮藜充飢窘(자려충기군) : 나물을 삶아 주린 창자 채울 수 있으리라
胡爲乎遑遑(호위호황황) : 어찌하여 급하고 급하게도
與世相矛盾(여세상모순) : 세상과 함께하여 모순되게 살겠는가

 
 

고풍십구수14(古風十九首14)-김시습(金時習)

君子無所思(군자무소사) : 군자는 마음에 둔 것 없으니
所思期保全(소사기보전) : 마음에 두는 일은 몸 보전하는 일
碌碌逐風塵(록록축풍진) : 어리석게 풍진 세상 쫓아다님은
不如歸林泉(부여귀림천) : 차라리 자연으로 돌아감만 못하다네
木以直而戕(목이직이장) : 나무는 곧아서 죽임을 당하고
膏以明而煎(고이명이전) : 기름은 밝은 빛을 내어서 태워진다네
無用足可用(무용족가용) : 용도가 없는 것이 가히 필요하니
謂之羲皇天(위지희황천) : 이것이 복희씨의 태평성대라 한다네

 
 

고풍십구수15(古風十九首15)-김시습(金時習)

古人何所樂(고인하소락) : 옛 사람 즐긴 일이 무엇이었나
魚鳥忘其形(어조망기형) : 물고기건 새들이건 그 형상을 잊었네
機心如或忘(기심여혹망) : 이욕의 마음 혹시라도 잊는다면
喧靜應無名(훤정응무명) : 소란하건 조용하건 이름 잊었을 것이네
名相旣兩立(명상기양립) : 이름과 물질 다 생각하다가
厭嗜生乎情(염기생호정) : 싫고 좋음이 마음 속에 생겨난 것이네
偉哉君子人(위재군자인) : 위대하여라, 군자님들이여
存順沒吾寧(존순몰오녕) : 있어도 좋았고 없어도 마음 편했었다네

 
 

고풍십구수16(古風十九首16)-김시습(金時習)

坐久不能寐(좌구부능매) : 오래 앉아있어도 잠은 안오고
手翦一寸燭(수전일촌촉) : 한 치 남은 촛불 심지를 잘랐노라
霜風聒我耳(상풍괄아이) : 서리바람 내 귓가에 들려오니
微霰落床額(미산낙상액) : 싸락눈은 침대머리에 떨어지는구나
心地淨如水(심지정여수) : 내 마음 물처럼 깨끗하여
翛然無礙隔(소연무애격) : 소연하게 막히고 떨어지지 않는구나
正是忘物我(정시망물아) : 이것이 바로 물아를 잊는 것이니
茗椀宜自酌(명완의자작) : 잔에 가득 혼자서 술 마심이 좋겠다

 
 

고풍십구수17(古風十九首17)-김시습(金時習)

大樹何臃腫(대수하옹종) : 큰 나무는 어찌 그리 혹투성이며
大瓠何濩落(대호하호낙) : 큰 박은 어찌 그리 쉽게 떨어지는가
雖不通時用(수부통시용) : 비록 그것들이 쓰이지 못해도
自喜抱幽獨(자희포유독) : 스스로 깊은 고독을 안기를 좋아한다
逍遙天地間(소요천지간) : 천지간을 한가히 거닐어 보노니
得失誰能逼(득실수능핍) : 득실이 누가 능히 핍진하게 하겠는가

 
 

고풍십구수18(古風十九首18)-김시습(金時習)

仲尼亦何人(중니역하인) : 공자는 또한 어떠한 사람인가
喃喃說東北(남남설동북) : 이런저런 소리로 여기저기서 말했다
阿誰聽爾言(아수청이언) : 어느 누가 그대 말 들어줄가
空塡一丘壑(공전일구학) : 공연히 한 언덕 골짜기 메울 뿐이라네
牟尼亦何人(모니역하인) : 석가모니는 어떠한 사람인가
吧吧千萬說(파파천만설) : 이말저멀 온갖 말 설파하였도다
空演十二部(공연십이부) : 공연히 열 두 불경 풀이하여도
死化爲枯灰(사화위고회) : 죽어서는 마른 재로 되어버렸다네
平生謾多事(평생만다사) : 평생에 부질없이 일 많았지만
不如無事哉(부여무사재) : 아무 일 없는 것만 못하였구나

 
 

고풍십구수19(古風十九首19)-김시습(金時習)

我語大迂闊(아어대우활) : 내 말이 크게 허탄하지만
嚼來有滋味(작래유자미) : 씹어 맛보면 더욱 맛있으리라
譏我亦由此(기아역유차) : 나를 욕함도 이 때문이요
賞我亦由是(상아역유시) : 나를 칭찬함도 이 때문이리라
已矣不須說(이의부수설) : 말아라, 말할 필요도 없으리
紙窮且止止(지궁차지지) : 쓸 종이도 떨어졌으니 그만 두련다

 
 

무양사와병(無量寺臥病)-김시습(金時習)

春雨浪浪三二月(춘우낭낭삼이월) : 봄비 낭랑한 이월과 삼월에
扶持暴病起禪房(부지폭병기선방) : 병 든 몸, 선방에서 일으켜 앉는다.
向生欲問西來意(향생욕문서래의) : 서쪽서 달마대사 온 까닭 묻고 싶으나
却恐他僧作擧揚(각공타승작거양) : 다른 중들이 부산떨까 두려워 진다

 
 

원각사낙성회(圓覺寺落成會)-김시습(金時習)

給園初敝市街前(급원초폐시가전) : 도시에 버려졌던 급원 절터가
聖曆鴻圖萬萬年(성력홍도만만년) : 성군의 큰 생각에 만년 가게 되었구나
毳服圓顱逢竺日(취복원로봉축일) : 솜옷에 둥근 머리, 부처 만나는 날
緇巾曲領頌堯天(치건곡령송요천) : 치건에 도포 입으니 요순시대 송축한다
香煙裊裊隨龍駕(향연뇨뇨수룡가) : 향불연기는 임금수레 따라 너울거리고
瑞氣緜緜繞佛邊(서기면면요불변) : 상서로운 기운이 불상을 감싸는구나.
誰信逸民參盛會(수신일민참성회) : 평범한 백성이 성대한 모임에 참여하다니
五雲朶裏喜周旋(오운타리희주선) : 오색구름 꽃 속에 돌아다님이 즐겁구나

 
 

신역연경(新譯蓮經)-김시습(金時習)

蓮經譯自九重深(연경역자구중심) : <연화경> 번역을 구중 깊은 곳에서 하니
一句頻迦出衆禽(일구빈가출중금) : 한 구절의 빈가가 뭇 새 울음보다 뛰어나다.
梵筴到秦言尙澁(범협도진언상삽) : 범어 서적이 중국에 이르렀으나 언어가 난삽하고
華言自什趣難尋(화언자십취난심) : <구마라습>이 중국어로 번역했으나 취지 찾기 어려웠다
琅琅諦語昭雲漢(랑랑체어소운한) : 옥 같은 진리의 말은 은하처럼 밝고
歷歷眞詮演妙音(역력진전연묘음) : 역력한 참된 저울은 오묘한 음을 번역하였다.
觀彼漢唐飜解迹(관피한당번해적) : 한나라 당나라의 번역한 자취를 보니
奘蘭能似我王心(장란능사아왕심) : <현장>과 <등란>이 어찌 우리 임금님 마음과 같으리오.

 
 

순금주상(純金鑄像)-김시습(金時習)

麗水蛟龍吐沴氣(려수교룡토려기) : 여수의 교룡이 요기를 내뿜고
南蠻瘴霧亦可畏(남만장무역가외) : 남만의 독 안개도 두렵도다
觸熱淘沙一萬鈞(촉열도사일만균) : 볕을 무릅쓰고 일만 근 모래 일어
往往數粒逢可貴(왕왕수립봉가귀) : 어쩌다 얻은 몇 알이 귀하기도 하여라
可畏可愕幾番遭(가외가악기번조) : 두렵고 놀라운 일 몇 번이나 겼었던가
入冶百練輸萬費(입야백련수만비) : 일백 번 단련하려 만금을 쏟아서
入貢帝庭便成珍(입공제정변성진) : 천자에게 올려서 보물이 되었도다.
幾年鑿破民腸胃(기년착파민장위) : 몇 년이나 백성의 내장을 쪼개었던가
數錠鑄出半尺許(수정주출반척허) : 몇 덩이를 녹여서 겨우 반 자 크기
面目過眞如幻語(면목과진여환어) : 참 모습보다 낫다는 잠꼬대 같은 소리
我王置之百寶臺(아왕치지백보대) : 우리 임금이 백보대에 안치하시고
朝朝暮暮撞鐘鉏(조조모모당종서) : 아침저녁 종을 치며 주문을 읽는구나
壽國富民風雨序(수국부민풍우서) : 길이 백성 넉넉하고 비바람 순조로워
四海安妥爲屳洲(사해안타위선주) : 온 세상 태평하여 신선 나라 되게 하소서.
一軀至小所係巨(일구지소소계거) : 비록 작은 몸뚱이지나 관계됨 매우 크니
頗可勞民蘇息不(파가로민소식불) : 자못 백성들 위로하여 살려 줄 것인가

 
 

무쟁비(無諍碑)-김시습(金時習))

君不見(군불견) : 그대는 보지 못했나
新羅異僧元旭氏(신라이승원욱씨) : 신라 이승 원욱이
剔髮行道新羅市(척발행도신라시) : 머리 깎고 신라 저자에 도를 행한 것을.
入唐學法返桑梓(입당학법반상재) : 당에 가서 불법 배워 고국으로 돌아와
混同緇白行閭里(혼동치백행여리) : 절과 세상을 넘나들며 민간에 행하여
街童巷婦得容易(가동항부득용이) : 거리 아동과 아녀자도 쉽게 깨우치니
指云誰家誰氏子(지운수가수씨자) : 그를 두고 아무개 집 아무개라 가리킬 정도였어라
然而密行大無常(연이밀행대무상) : 그러나 큰 무상의 도를 가만히 행하여
騎牛演法解宗旨(기우연법해종지) : 소타고 법을 펴서 불교의 진리를 풀이하니
諸經疏抄盈巾箱(제경소초영건상) : 불경의 풀이 글이 책 상자에 가득해
後人見之爭仰企(후인견지쟁앙기) : 후인들이 보고서 다투어 따랐도다
追封國師名無諍(추봉국사명무쟁) : 국사로 뒤늦게 <부쟁>이라 시호 내려 하여
勒彼貞珉頗稱美(륵피정민파칭미) : 곧은 돌에 새겨 칭송하였도다.
碣上金屑光燐燐(갈상금설광린린) : 비갈 위 금가루는 광채가 찬란하고
法畵好辭亦可喜(법화호사역가희) : 불화와 문장도 역시 좋도다.
我曹亦是善幻徒(아조역시선환도) : 우리도 환어를 잘하는 무리라서
其於幻語商略矣(기어환어상략의) : 환어에 대하여는 대략 아노라.
但我好古負手讀(단아호고부수독) : 다만 나는 옛 도를 좋아해 뒤서고 읽을 뿐이라
吁嗟不見西來士(우차불견서래사) : 아아, 서쪽서 오신 부처님 보지는 못하는구나

 
 

산행즉사(山行卽事)-김시습(金時習))

兒打蜻蜓翁掇籬(아타청정옹철리) : 아이는 잠자리 잡고 늙은이 울 고치고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 개울 봄물에는 가마우지 멱을 감는다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 푸른 산도 다한 곳, 갈 길도 먼데
橫擔烏藤一个枝(횡담오등일개지) : 검붉은 등나무 지팡이 메고 걸어가노라

 
 

희정숙견방(喜正叔見訪)-김시습(金時習))

寂寂鎖松門(적적쇄송문) : 솔 문을 닫아걸고 외로이 사니
無人踏鮮痕(무인답선흔) : 이끼 흔적 밝는이 아무도 없구나
澗聲搖北壑(간성요북학) : 바윗 물소리 북쪽 골짝을 흔들고
松籟颭東軒(송뢰점동헌) : 소나무 바람소리 동헌에 물결친다
世事寧緘口(세사녕함구) : 세상일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
閒情似不言(한정사불언) : 한가한 정은 말 하지 못하는구나
喜君來一訪(희군래일방) : 그대 찾아오니 너무 기뻐서
相對敍寒溫(상대서한온) : 마주 보며 그간 온갖 일을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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