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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김성일(金誠一) 검가 외

 

김성일(金誠一, 1538~1593)

조선 선조 때의 문신·학자. 자는 사순(士純), 호는 학봉(鶴峰)이고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이황의 제자로, 선조 23년(1590년)에 통신 부사로서 정사 황윤길과 함께 일본에 건너가 동인(東人)의 입장에서 일본의 침략의 우려가 없다고 보고하였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잘못 보고한 책임으로 처벌이 논의되었으나 유성룡의 도움으로 화를 면하였다.

그 후 죽산·함양 등지에서 김면·정인홍·곽재우 등과 의병을 일으켜 진주성을 지키다가 병으로 죽었다.

저서로는 《학봉집》이 있다

 

 

 

 

 

검가(劍歌)-김성일(金誠一)

劍歌歌正苦(검가가정고) : 칼의 노래 부르니 마음 아파
衰颯壯士顔(쇠삽장사안) : 장사의 얼굴빛은 쇠잔해진다.
出門欲何適(출문욕하적) : 문 밖 나서서 어디로 가는가
門前行路難(문전항노난) : 문 앞에 가는 길이 험난하리라
 
 

잔국(殘菊)-김성일(金誠一)

不分河陽樹(부분하양수) : 하양 땅의 나무는 내 분수 아니고
偏憐楚澤枝(편련초택지) : 초택의 국화 가지가 특별히 좋아라.
相看意不盡(상간의부진) : 서로 보아 무궁한 뜻 다하지 않아
歲暮更含悲(세모갱함비) : 저무는 해에 다시 슬픔을 머금었구나

 
 

우음(偶吟)-김성일(金誠一)

出處亦何常(출처역하상) : 이 세상 출저가 또한 항상 같을까
卷舒雲無心(권서운무심) : 피었다 말리는 무심한 흰 구름이여.
抱病歸故山(포병귀고산) : 병들어 고향 산에 돌아오니
倦飛憐野禽(권비련야금) : 날다 지친 들새가 가련하구나.
南窓夏景長(남창하경장) : 남쪽 창가 여름 경치 유장하고
北塢松桂深(배오송계심) : 북쪽 언덕 소나무 숲 유심도 하다.
塵機坐消歇(진기좌소헐) : 앉은 채로 세상 생각 삭이노라니
何者爲升沈(하자위승심) : 무엇이 내 인생에 부침이 되리오.
雖無耦耕人(수무우경인) : 함께 밭 갈 사람이야 없지만
至樂吾獨尋(지낙오독심) : 지극한 그 즐거움을 나 홀로 찾는다.
時從鹿豕遊(시종녹시유) : 때로 노루 따라 사슴 따라 놀며
相對開幽襟(상대개유금) : 그들에게 내 속마음을 열어 보인다

 
 

우후유산장(雨後遊山莊)-김성일(金誠一)

久雨見天日(구우견천일) : 긴 장마 끝에 하늘에 해
曳杖投山園(예장투산원) : 지팡이 짚고 산장에 든다.
溪雲尙含滋(계운상함자) : 골짝 구름은 아직도 촉촉한데
露葉風飜飜(노엽풍번번) : 이슬 젖은 나뭇잎 바람에 날린다.
靑山忽入望(청산홀입망) : 청산에 홀연히 들어가보니
妙意終難言(묘의종난언) : 오묘한 뜻 끝내 말로 하기 어려워라.
惜無同聲子(석무동성자) : 함께 노래할 사람 없음이여
獨往傷吟魂(독왕상음혼) : 홀로 돌아가 시 읊으니 마음 아파라.
日暮還空廬(일모환공려) : 날 저물어 빈 집에 돌아오니
新月滿柴門(신월만시문) : 초승달 빛만이 사립문에 가득하다

 
 

귀안답(歸雁答)-김성일(金誠一)

物性無南北(물성무남북) : 물성에는 남과 북이 없고
動息隨天時(동식수천시) : 활동과 휴식도 천시를 따른다.
天時自不爽(천시자불상) : 자연도 절로 어긋나고
去留亦何疑(거류역하의) : 가고 머묾을 또한 어찌 의심하랴.
隆冬集炎州(륭동집염주) : 한겨울에는 염주 땅에 모이고
陽德長熙熙(양덕장희희) : 양의 덕이 길이 빛나는구나.
盛夏浴瀚海(성하욕한해) : 한여름에는 한해에서 목욕하니
涼風日颸颸(량풍일시시) : 서늘한 바람 날마다 솔솔 불어온다.
蘆或備不虞(로혹비불우) : 갈대 잎으로 비상시를 준비하고
稻取充其飢(도취충기기) : 벼 낟알로는 허기진 배를 채운단다.
肯學名利人(긍학명리인) : 명예와 이익을 좇는 사람 배워야지
見幾尙遲遲(견기상지지) : 기미를 살피는 일을 어찌 더디하는가.

 
 

문귀안(問歸雁)-김성일(金誠一)

嗷嗷彼鳴雁(오오피명안) : 울어울어 날아가는 저 기러기
往來何數數(왕래하수수) : 어찌도 급하게 오고 가는가.
昨日飛燕雲(작일비연운) : 어제는 북녘 연나라 구름 속 날다가
今晨叫楚月(금신규초월) : 오늘은 아침 남녘 초나라 달 보고 운다.
天長地又闊(천장지우활) : 하늘은 아득하고 땅은 넓은데
何處有棲息(하처유서식) : 어느 곳에 깃들여서 사는가.
莫倚口中蘆(막의구중로) : 입에 문 갈대잎 믿지 말어라
恐爾罹矰繳(공이리증격) : 너의 몸이 주살 맞을까 두려워라.
稻粱亦何慕(도량역하모) : 곡식 낟알 또한 어찌 부러워하나
身肥禍不測(신비화불측) : 몸에 살지면 재앙 짐작키 어려워라.
何如丹穴鳳(하여단혈봉) : 단혈에 사는 봉황새는 어떠한가
隱見隨世德(은견수세덕) : 나타나고 숨는 것이 세상 덕에 따름을

 
 

문귀안(問歸雁)-김성일(金誠一)

嗷嗷彼鳴鴈(오오피명안) : 울며 가는 저 기러기야
往來何數數(왕내하삭삭) : 왕래함이 어찌 그리도 자주하나.
昨日飛燕雲(작일비연운) : 어제는 북녘 연나라 구름 속을 날다가
今晨叫楚月(금신규초월) : 오늘 아침 남녘 초나라 달을 보고 우는구나.
天長地又闊(천장지우활) : 하늘은 아득하고 땅 또한 넓은데
何處有栖息(하처유서식) : 깃들여서 쉴 곳은 그 어디란 말인가.
莫倚口中蘆(막의구중노) : 입에 문 갈대를 믿지를 말라
恐爾罹矰繳(공이리증격) : 네가 주살 맞을까 걱정되어라.
稻粱亦何慕(도량역하모) : 곡식 낟알도 어찌 부러워할 것이랴
身肥禍不測(신비화부측) : 몸이 비대해지면 화를 짐작하기 어럽구나.
何如丹穴鳳(하여단혈봉) : 단혈에 사는 봉새 어떠한가
隱見隨世德(은현수세덕) : 숨어살고 나와 삶을 세상 운수에 따르는 일이.

 
 

풍윤현우중(豐潤縣雨中)-김성일(金誠一)

天公似欲妒餘暉(천공사욕투여휘) : 하느님이 남은 햇빛 시기하는지
小雨廉纖向晚飛(소우렴섬향만비) : 보슬비 보슬보슬 저녁 향해 나는구나.
細打花枝紅撲地(세타화지홍박지) : 꽃가지 살짝 치니 붉은 꽃 땅에 지고
輕沾柳絮白黏衣(경첨류서백점의) : 버들솜 가볍게 적셔 허옇게 옷에 묻는구나.
一春物色行將盡(일춘물색항장진) : 한 봄날의 물색이 다 지려 하는데
千里征人尙未歸(천리정인상미귀) : 천리의 나그네는 아직 돌아가지 못한다.
明發更愁泥路滑(명발갱수니노골) : 내일 떠나려니 진흙길에 미끄러질까
黃昏無語倚郵扉(황혼무어의우비) : 황혼녘에 말없이 여관 문에 기대어 선다.

 
 

아소사사수1(我所思四首1)-김성일(金誠一)

我所思兮在何許(아소사혜재하허) : 나의 생각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가
華山之陽漢水涘(화산지양한수사) : 화산의 남쪽이요, 한수의 물가이라네.
五雲宮闕起天中(오운궁궐기천중) : 오색 궁궐은 하늘 복판에 우뚝 솟아
玉皇高拱層城裏(옥황고공층성리) : 옥황황제 성 안에 단정하게 앉아 있네.
憶我初爲香案吏(억아초위향안리) : 생각하노라, 내가 처음 향안 관리 되니
天語洋洋如在耳(천어양양여재이) : 임금 말씀 양양하게 귓가에 맴돌았었네.
觀周此日走原隰(관주차일주원습) : 사신 길 가는 오늘 언덕과 진흙 뻘을 내닫고
一別美人千萬里(일별미인천만리) : 임 한 번 이별함에 천리만리 떨어졌다네.
賢勞孰非分內事(현노숙비분내사) : 현명한 수고 어느 것인들 분수 안 일 아닐까
戀闕寸心猶莫已(련궐촌심유막이) : 대궐을 그리는 작은 맘 여전히 그치지 못하겠네.
征衣何日換朝衣(정의하일환조의) : 나그네 옷을 어느 날에야 조복으로 갈아입고
再拜天庭瞻日軌(재배천정첨일궤) : 대궐 뜰에서 재배하며 용안을 바라보려나

 
 

아소사사수2(我所思四首2)-김성일(金誠一)

我所思兮在何許(아소사혜재하허) : 나의 생각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가
嶺南之鄕洛東水(령남지향낙동수) : 영남의 고향 땅, 낙동강 강물이라네.
靈椿光景忽已暮(령춘광경홀이모) : 아버님의 나이가 홀연 이미 저무니
遊子愛日情何已(유자애일정하이) : 떠도는 나그네 해 아끼는 정 어찌 그칠까.
身縻寸祿不能去(신미촌녹부능거) : 낮은 벼슬에 몸매이어 떠날 수가 없어
望雲幾年心如燬(망운기년심여훼) : 몇 년을 그리워하여 마음이 타는 듯하다네.
此來消息轉茫然(차내소식전망연) : 이곳에 오니 소식 도리어 막막해져
地闊天長弦與矢(지활천장현여시) : 땅 넓고 하늘 높아 내 마음은 활과 화살이라네.
雖將公義且自寬(수장공의차자관) : 비록 공무 때문이라 스스로 위로해보나
思之不覺淚盈視(사지부각누영시) : 이를 생각하니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앞을 가리네.
征衣何日換萊衣(정의하일환래의) : 나그네 옷을 어느 날에 노래자 옷으로 갈아입고
春酒一獻三千禩(춘주일헌삼천禩) : 봄 술을 한 잔 올리며 삼천 년을 축수하나

 
 

아소사사수3(我所思四首3)-김성일(金誠一)

我所思兮在何許(아소사혜재하허) : 나의 생각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가
鶺鴒之原荊樹林(척령지원형수림) : 척령의 언덕, 가시나무 숲이라네.
生分一體如手足(생분일체여수족) : 한 몸에서 태어나 손발과도 같아
坐必同席行連襟(좌필동석항련금) : 앉을 적에 같이 앉고 갈 적에도 함께 갔었네.
怡怡一堂樂且湛(이이일당낙차담) : 한 집에서 화락하여 즐겁고 편했는데
豈知離別愁人心(개지리별수인심) : 이별하여 수심할 줄 내 어찌 알았을까.
四方遊宦忽異鄕(사방유환홀이향) : 사방 떠돌면서 벼슬하려 홀연히 타향에 와서
風雨幾憶聯床吟(풍우기억련상음) : 풍우 속에 몇 번이나 그 옛날 일 생각했나.
此行行役又萬里(차항항역우만리) : 이번 걸음 가는 길은 또 만 리나 멀어
孤鴈失序雲千岑(고안실서운천잠) : 외로운 기러기 대열을 잃고 온 산에 구름 꼈다네.
征衣何日換姜被(정의하일환강피) : 나그네 옷을 어느 날에 강굉 이불로 갈아 덮고
兄弟旣洽歡娛深(형제기흡환오심) : 형제간의 우애 속에 진정 기뻐하며 즐겁게 지내려나.

 
 

아소사사수4(我所思四首4)-김성일(金誠一)

我所思兮在何許(아소사혜재하허) : 나의 생각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가
鶴峯之麓岐山陰(학봉지록기산음) : 학봉의 기슭이요, 기산의 골짜기라네.
山中誰伴鹿與麋(산중수반녹여미) : 산 중에서는 누가 사슴과 노루 짝 되고
室中何有書與琴(실중하유서여금) : 방 안에는 어디에 책과 거문고 있는가
負郭有田牛可耕(부곽유전우가경) : 성곽 곁에는 밭 있어서 소가 밭갈 수 있고
臨水有亭詩可吟(림수유정시가음) : 물가에는 정자 있어 시를 읊을 수 있다네.
胡爲形役久不歸(호위형역구부귀) : 어찌하여 고생하며 오랫동안 돌아가지 않고
兩鬢坐受風霜侵(량빈좌수풍상침) : 귀밑머리 풍상의 시달림을 받게 하나
迷途已遠悔何晚(미도이원회하만) : 혼미한 길은 아득하여 후회한들 어찌나 늦은지
東望此日思難斟(동망차일사난짐) : 동쪽 바라보는 이 날에 내 생각 짐작하기 어렵네.
征衣何日換荷衣(정의하일환하의) : 나그네 옷 어느 날에 하의로 갈아입고
浩歌歸臥煙霞岑(호가귀와연하잠) : 호탕이 노래하며 돌아가 구름 낀 산에 누울까

 
 

대릉하(大陵河)-김성일(金誠一)

陵河之水去悠悠(능하지수거유유) : 대릉하의 물은 유유히 흘러
馳波日域無停流(치파일역무정류) : 동녘으로 치닫는 물결 쉬지 않고 흐른다.
河邊行客首西路(하변항객수서노) : 강변을 지나는 나그네 서쪽 길을 향하고
渡頭落日思綢繆(도두낙일사주무) : 나루터에 지는 해에 생각이 얽히는구나.
歸心長與水東注(귀심장여수동주) : 돌아가고 픈 마음 길이 물과 동으로 쏠리는데
王事有程難自由(왕사유정난자유) : 나랏일에 일정이 있어 자유롭지 못 하구나.
芳洲杜若采盈掬(방주두야채영국) : 물가에 모인 향긋한 풀 한 움큼 가득 뜯어
欲贈美人關河脩(욕증미인관하수) : 임에게 주려 해도 관하는 멀고 대득하다.
年華苒苒可柰何(년화염염가내하) : 더딘 세월을 내 어찌할 수 있으랴
寄懷天末空夷猶(기회천말공이유) : 하늘 끝에 회포를 부쳐 공연히 머뭇거린다

 
 

요동성(遼東城)-김성일(金誠一)

懷遠門前擡遠眸(회원문전대원모) : 회원문 앞에서 고개 들어 멀리 보는 눈
千山一半夕陽收(천산일반석양수) : 천산은 절반이 석양빛에 물들어 있다.
隋唐戰伐乾坤老(수당전벌건곤노) : 수와 당의 정벌 속에 하늘과 땅는 늙어 가고
漢魏紛爭歲月悠(한위분쟁세월유) : 한나라 위나라가 다투고 세월이 유구히 흐른다.
遼鶴獨悲人物變(료학독비인물변) : 신선인 요동 학이 인물이 변함을 슬퍼할 뿐
居民豈識古今愁(거민개식고금수) : 백성들이 어찌 고금의 시름 알겠는가.
逄公管子曾爲客(방공관자증위객) : 방공과 관자가 일찍이 나그네가 되었니
欲問仙舟何處求(욕문선주하처구) : 신선 배를 묻고싶으나 그 어디에서 찾아야하나.

 
 

쌍관하(雙關河)-김성일(金誠一)

異俗殊音喚莫譍(이속수음환막응) : 다른 풍속 다른 말에 불러도 대답 없어
客窓相對耿孤燈(객창상대경고등) : 객창으로 깜빡이는 외로운 등불을 마주본다.
曉來殘雪融成雨(효내잔설융성우) : 새벽 되니 남은 눈이 녹아 빗물이 되고
二月溪痕欲上冰(이월계흔욕상빙) : 이월이라 개울물 흔적 얼음 위로 오려는 듯

 
 

용만별석(龍灣別席)-김성일(金誠一)

三杯撫長劍(삼배무장검) : 석 잔 술 마시고 긴 칼 잡고서
萬里渡龍灣(만리도룡만) : 만 리 머나먼 길, 용만 길 건넌다.
丈夫早許國(장부조허국) : 대장부 나라에 몸 바쳤으니
肯爲兒女顔(긍위아녀안) : 아녀자의 얼굴빛 어찌 짓겠는가.
長風吹客袂(장풍취객몌) : 긴 바람은 나그네 옷소매에 불고
落日低西關(낙일저서관) : 지는 해는 서쪽 관문에 나직하다.
驪駒忽在路(려구홀재노) : 검은 말이 어느새 길에 나와 있어
僕夫催征鞍(복부최정안) : 마부는 갈 길 재촉하는구나.
臨行重回首(림항중회수) : 떠나매 다시 머리 돌려보니
白雲千萬山(백운천만산) : 온 산에 흰 구름이 가득하구나.

 
 

용만감흥(龍灣感興)-김성일(金誠一)

薄暮投邊鎭(박모투변진) : 초저녁 변방 진영에 투숙하려니
龍灣雪意驕(룡만설의교) : 용만 땅에는 눈보라가 사납구나.
箕封行已盡(기봉항이진) : 기자의 땅 갈 길이 다했는데
遼塞望還遙(료새망환요) : 요동 변새는 바라봄에 더욱 아득하다.
萬里心猶壯(만리심유장) : 만 리 길에 마음은 도리어 꿋꿋한데
三杯興亦饒(삼배흥역요) : 석 잔 술에 흥취 또한 넉넉하여라.
中宵撫長劍(중소무장검) : 한밤중에 긴 칼을 어루만지니
紫氣直衝霄(자기직충소) : 붉은 기운이 바로 하늘 찌르는구나

 
 

저복원도중우설(佇福院途中遇雪)-김성일(金誠一)

大野何曼曼(대야하만만) : 큰 들판은 어찌 저리도 멀고 먼가
北行行路難(배항항노난) : 북쪽 사행길은 험난하기도 하다.
顚風欺客袂(전풍기객몌) : 거센 바람은 옷소매를 펄럭거리고
急雪撲征鞍(급설박정안) : 눈보라는 말안장을 후려치는구나.
許國寸心壯(허국촌심장) : 나라에 몸 바치는 마음이 장하여
思親雙涕潸(사친쌍체산) : 어버이가 그리워서 두 눈에 눈물 흐른다.
分明千里夢(분명천리몽) : 눈에 선하여라, 천리 먼 꿈속에서
昨夜到鄕山(작야도향산) : 어젯밤에 가 보았던 고향의 산천이여

 
 

감흥1(感興1)-김성일(金誠一)

哲人已云亡(철인이운망) : 철인은 이미 죽었다 말하니
嘆息將何依(탄식장하의) : 장차 그 누구를 의지할지를 탄식한다.
茫茫出門去(망망출문거) : 문밖 나가 길 떠나도 아득하여
擿埴迷所歸(적식미소귀) : 어둠 속에 혼미해서 돌아갈 길 모르겠다.
歸來調玉琴(귀내조옥금) : 되돌아와 거문고 줄 조절해 봐도
絃絶不勝悲(현절부승비) : 줄 끊어져 슬픔을 금치 못하겠다.
空餘寒水月(공여한수월) : 부질없이 찬 물 속에 달만 남아
千載留淸輝(천재류청휘) : 천 년토록 맑은 광채만이 남았어라.

 
 

감흥2(感興2)-김성일(金誠一)

混沌死已久(혼돈사이구) : 혼돈이 죽은 지 이미 오래인지라
邈矣羲皇春(막의희황춘) : 복희 시대 옛적 봄이 아득하여라.
眞源日凋喪(진원일조상) : 진원은 날마다 시들고 상하여
薄俗無由淳(박속무유순) : 박한 풍속 두터워질 길이 없어라.
至人秉大勻(지인병대균) : 지인 있어 큰 기틀 잡으면
萬化從此新(만화종차신) : 천지 만물은 이로부터 새로워진다.
轉移諒非難(전이량비난) : 변하여 바뀌기가 진정 어렵지 않아
此道誰與陳(차도수여진) : 이런 진리를 누구와 말하여 보리오

 
 

과선유구관유감(過先儒舊館有感)-김성일(金誠一)

先儒留館地(선유류관지) : 선유들 머무시던 관소가 있는 땅
十載偶來經(십재우내경) : 십 년 만에 우연히 지나가게 되었구나.
寂寞河南座(적막하남좌) : 하남께서 앉으셨던 자리 적막 하고
荒涼茂叔庭(황량무숙정) : 무숙께서 거닐던 뜰은 황량도 하여라.
無從陪杖屨(무종배장구) : 가까이서 모실 길이 다시없으니
何處見儀刑(하처견의형) : 어느 곳서 아름다운 다스림 뵈리오.
獨有西牆木(독유서장목) : 홀로 서쪽에 담장에 나무 있으니
依然翠滿扃(의연취만경) : 의연하게 그 푸름이 대문을 덮는구나.

 
 

모별자(母別子)-김성일(金誠一)

母別子子別母(모별자자별모) : 어미 자식 이별하고 자식이 어미 이별하여
母向天南子地北(모향천남자지배) : 어미는 하늘 남쪽으로 자식은 땅 북쪽
躕躇路側不忍去(주저노측부인거) : 길가에서 머뭇거리며 차마 두고 못 떠나
嗚咽相看淚橫臆(오열상간누횡억) : 오열 속에 서로 보며 눈물을 흘린다.
問爾母子互爲命(문이모자호위명) : 묻노니, 너희 모자 서로 한 생명
骨肉恩情天罔極(골육은정천망극) : 골육간의 은혜와 정 하늘처럼 끝없었다.
今胡相棄若路人(금호상기야노인) : 지금은 어찌하여 남남처럼 버려서
天性之倫還自賊(천성지륜환자적) : 모자간의 천륜을 제 스스로 해치는가.
自言本是佃家戶(자언본시전가호) : 스스로 대답하길, 저흰 본디 농사꾼
女事蠶織男耕植(녀사잠직남경식) : 저의 일은 길쌈이요 남편은 밭 갈았다오.
耕桑歲歲不失時(경상세세부실시) : 해마다 제때에 밭 갈고 길쌈하면
八口之家甘食力(팔구지가감식력) : 저희 식구 먹고 살 수 있었다오
去年夏旱秋不雨(거년하한추부우) : 지난해 여름 가물고 가을엔 비 내리지 않더니
今歲仍逢千里赤(금세잉봉천리적) : 올해에는 천리 먼 들판에 풀 한 포기 안 났다오.
塵飛南畝種不入(진비남무종부입) : 남쪽 논밭에는 흙먼지 일어 씨도 못 뿌려
有田何由藝黍稷(유전하유예서직) : 땅 있은들 무슨 수로 기장을 심으리오.
天寒歲暮四壁空(천한세모사벽공) : 세모에 날은 추워 사방 바람벽만 썰렁하여
全家饑饉何太迫(전가기근하태박) : 온 식구들 굶주림이 어찌 그렇게 궁했던지.
公門賦役尙塡委(공문부역상전위) : 관가의 부역 여전히 많아서
縣官號令星火急(현관호령성화급) : 수령의 호령 소리 성화같이 급했다오.
追胥連保索官租(추서련보삭관조) : 아전들은 연좌시켜 관가 세금 독촉하며
鞭扑狼藉爭掊克(편복낭자쟁부극) : 매질 마구 해 대면서 다투어 걷었다오.
眼前瘡疣醫未了(안전창우의미료) : 눈앞에 난 종기가 아직 낫지도 않았는데
高曾逋負來相督(고증포부내상독) : 고조 증조 묵은 세름 줄이어서 독촉했었지요.
有司猶懷經費虞(유사유회경비우) : 유사들은 관가 경비 모자랄까 걱정하여
日將期會申戒勑(일장기회신계래) : 기한 내에 갚으라고 날마다 성화였지요.
深於賦民是能吏(심어부민시능리) : 백성에게 세금 많이 걷으면 능력 있는 관리이고
拙於催科必見劾(졸어최과필견핵) : 세금 독촉 잘못하면 필히 견책 당했다오.
聖君雖下哀痛詔(성군수하애통조) : 성군께선 애통하다는 조서 내렸지만
嗟我顚連不見德(차아전련부견덕) : 고생하는 우리 백성 그 은덕을 못 받았지요.
以玆生理日微滅(이자생리일미멸) : 이 때문에 먹고 살 길 나날이 없어져서
同里幾人遭蕩析(동리기인조탕석) : 이웃 사람 많이들도 흩어져서 떠났다오.
年來賣盡二月絲(년내매진이월사) : 이월에 새 고치 팔아먹은 처지이니
此日於何糴新穀(此日於何糴신곡) : 지금에는 무엇으로 햇곡 팔겠는가.
田園盡入富民家(전원진입부민가) : 논밭 모두 부잣집 차지가 돼버려서
四顧惟餘懸罄屋(사고유여현경옥) : 사방을 둘러봐도 서까래만 남았다오.
良人前月病不興(량인전월병부흥) : 남편은 지난달에 병 앓다가 일어나지 못했고
赤子今朝棄溝壑(적자금조기구학) : 어린 자식을 오늘 아침에 구렁텅에 버렸다오.
九死餘生有母子(구사여생유모자) : 구사일생 살아남은 우리 모자는
軀命如絲在朝夕(구명여사재조석) : 실낱같은 목숨 언제 죽을지 몰랐다오.
相生相養如已矣(상생상양여이의) : 길러 주고 봉양하긴 당초에 글렀기에
任爾仳離尋樂國(임이비리심낙국) : 제각기 따로 흩어져서 살 길 찾아 나섰다오.
東西糊口各自謀(동서호구각자모) : 동서로 떠돌면서 입에다가 풀칠하여
所希只欲延晷刻(소희지욕연귀각) : 하루라도 질긴 목숨 더 살기를 바랐다오.
茫茫天地一身單(망망천지일신단) : 망망한 천지간에 외로운 이 한 몸
死生存亡從此隔(사생존망종차격) : 죽었는지 살았는지 이로부터 소식 알 길 없겠지요.
聞言未了忽相分(문언미료홀상분) : 말도 채 끝나지 않아 제 갈 길로 떠나는데
十步九顧猶掩抑(십보구고유엄억) : 떠나는 걸음마다 돌아보며 울음을 삼킨다오.
嗟余生長田家中(차여생장전가중) : 아, 나 역시도 시골에 생장하여
慣看黎民休與戚(관간려민휴여척) : 농사꾼들 기쁨 슬픔 많이도 보아 왔지요.
數載蒙恩仰太倉(삭재몽은앙태창) : 그러나 몇 년 동안 국록 받다 보니
寒有餘衣飢有食(한유여의기유식) : 날 추우면 옷 있고 배고프면 밥 있었지요.
眼中不解妻子憂(안중부해처자우) : 눈에 뵈는 처자식의 걱정조차 몰랐으니
耳邊豈聞蒼生哭(이변개문창생곡) : 그 어찌 창생들의 통곡 소리 들렸을까.
今行目擊始驚歎(금항목격시경탄) : 이번 행차에 보고서는 비로소 놀라고 탄식하니
揮淚中逵心惻惻(휘누중규심측측) : 눈물을 흩뿌리며 마음으로 슬퍼하였다오.
一爲居移尙有阻(일위거이상유조) : 한 번 옮겨 살고서도 이처럼 깜깜한데
況乃九重知稼穡(황내구중지가색) : 하물며 대궐 속서 농민 고통 어이 알리오.
何人重寫流民圖(하인중사류민도) : 그 누가 다시금 유민도를 그려서
特獻丹墀作明燭(특헌단지작명촉) : 특별히 임금 앞에 바쳐서 밝은 촛불 되게 하리오.

 
 

주행(舟行)-김성일(金誠一)

日落風輕鷁路賒(일낙풍경익노사) : 해는 지고 바람 가벼워 뱃길은 아득한데
滿江煙浪舞靑羅(만강연낭무청나) : 강 가득히 안개 낀 물결이 비단처럼 너울댄다.
蘭槳桂棹凌空碧(난장계도능공벽) : 난초 돛대 계수나무 노를 저어 빈 공중 솟구치면
浩浩如憑八月槎(호호여빙팔월사) : 호한한 기분 팔월의 신선 뱃전에 기댄 것과 같아라

 
 

구월우박(九月雨雹)-김성일(金誠一)

逐雨輕珠散(축우경주산) : 비 따라와 작은 구슬 흩어지고
隨風萬玉斜(수풍만옥사) : 바람 따라 만 개의 옥이 빗겨간다.
撲林驚落葉(박림경낙엽) : 수풀 치니 지는 낙엽 놀라고
入野打餘禾(입야타여화) : 들판에 남은 곡식 타작을 하는구나.
虛閣聲聲碎(허각성성쇄) : 빈 누각, 소리마다 옥 부서지고
殘荷淅淅多(잔하석석다) : 시든 연꽃에 우수수수 시끄럽구나.
東湖秋已暮(동호추이모) : 동호에 가을 이미 저무니
蜥蝪爾堪嗟(석탕이감차) : 도마뱀이여, 네가 탄식할 만 하구나

 
 

단오일선온유감(端午日宣醞有感)-김성일(金誠一)

一千年運屬河淸(일천년운속하청) : 일천 년의 운수는 황하 맑아질 때라
聖主深恩叶鹿鳴(성주심은협녹명) : 성상의 깊은 은혜 녹명의 노래에 화합한다.
誰識屈原沈汨日(수식굴원심골일) : 뉘라 알리, 굴원이 멱라수에 빠진 날에
詞臣無事醉霞觥(사신무사취하굉) : 사신이 일 없어서 선온 술에 취하였노라

 
 
기소견(記所見-김성일(金誠一)

靑蘋生颶氣(청빈생구기) : 푸른 마름 잎에 거센 바람 일더니
雲物忽殊姿(운물홀수자) : 구름 모습 갑자기 그 자태가 변한다.
明滅遠山色(명멸원산색) : 멀리 산 빛이 점점 가물거리고
分披高樹枝(분피고수지) : 키 큰 나뭇가지 나누어져 출렁거린다.
玉麻初散郭(옥마초산곽) : 옥 삼대는 성곽에 막 흩어지는데
日脚又穿池(일각우천지) : 햇살은 또 연못 뚫고 들어가는구나.
萬變終歸寂(만변종귀적) : 온갖 변화 끝내는 적막으로 되돌아가니
玄機杳莫知(현기묘막지) : 묘한 기틀 아득하여 알 수 없어라.
 
 

경도일유감(競渡日有感)-김성일(金誠一)

愁陰漠漠漲遙空(수음막막창요공) : 짙은 구름 어둑히 먼 하늘에 출렁이고
水國初生舶趠風(수국초생박초풍) : 강마을에는 비로소 박탁풍이 불어오는구나.
遙想楚江人競渡(요상초강인경도) : 초나라 강에서 강 건너는 경기 생각하는데
竹枝聲斷暮雲中(죽지성단모운중) : 저무는 구름 속에 죽지가 소리가 멀어져간다

 
 

도산오죽만정(陶山梧竹滿庭)-김성일(金誠一)

幽貞門掩暮雲邊(유정문엄모운변) : 저녁 구름 가에 유정문 닫혀 있고
庭畔無人月滿天(정반무인월만천) : 사람 없는 뜰에는 달빛만이 가득하다.
千仞鳳凰何處去(천인봉황하처거) : 천 길 높이 날던 봉황은 어디로 날아가고
碧梧靑竹自年年(벽오청죽자년년) : 벽오동과 푸른 대나무 해마다 자라는가

 
 

경차퇴계선생운(敬次退溪先生韻)-김성일(金誠一)

落珮歸田與俗辭(낙패귀전여속사) : 사직하고 전원으로 돌아가 세상 일 그만두고
任他浮世笑全癡(임타부세소전치) : 부질없는 세상사람 날 비웃어도 맘 쓰지 않는다.
高僧振錫來相訪(고승진석내상방) : 고승이 막대 짚고 나를 찾아오니
燕子日長初夏時(연자일장초하시) : 제비 새끼 날로 자라는 초여름 시절이로다

 
 

송윤상중탁연부경이수1(送尹尙中卓然赴京二首1)-김성일(金誠一)

西郊夏月末(서교하월말) : 서쪽 교외 여름철 말에
南陸飛炎曦(남륙비염희) : 남쪽 땅 날아가는 뜨거운 해
驕陽政可畏(교양정가외) : 교만한 해는 두려워 할 만한데
遊子欲何之(유자욕하지) : 나그네는 어디로 가려 하는가
燕山望不極(연산망부극) : 연연산은 바라봐도 다함이 없고
遼水浩無涯(료수호무애) : 요수 물은 넓고 끝이 없구나.
悠悠涉長途(유유섭장도) : 아득하고 기나긴 건너야 할 길
去去車載脂(거거거재지) : 가고 가는 수레바퀴 기름칠했다.
專對責已重(전대책이중) : 사신 가는 책임은 막중하여
獨賢非所辭(독현비소사) : 홀로 어짊을 사양할 바가 아니다.
馳書別知舊(치서별지구) : 글 보내어 친구들과 이별 하며
一言願相貽(일언원상이) : 한마디 말 서로 남겨 주길 원했다.
我雖辱新知(아수욕신지) : 내 비록 새로 사귐 부끄럽지만
神交已昔時(신교이석시) : 정신적 교제는 이미 그때 하였다.
送君萬里行(송군만리항) : 만 리 먼 길 가는 그대 전송하며
恥爲兒女悲(치위아녀비) : 아녀자의 비통한 짓이 부끄럽다.
抽思持贈君(추사지증군) : 생각 뽑아 그대에게 보냄은
非獨慰遠離(비독위원리) : 멀리 떠남을 위로할 뿐만은 아니다.
禮樂久崩缺(례낙구붕결) : 예악 법도 무너진 지 오래인데
世道嗟日卑(세도차일비) : 세상의 도리가 날로 낮아짐 한탄한다.
中原足文獻(중원족문헌) : 중원 땅에는 문헌이 충분할 것이니
取徵良在玆(취징량재자) : 찾아보아 징험함이 바로 지금이로다.
觀周倘有請(관주당유청) : 사신 가서 청할 일이 있겠지만
請觀三代儀(청관삼대의) : 삼대 의례를 보여 달라 청하여보게나.
歸來佐太平(귀내좌태평) : 돌아와서 태평 시대 보좌하면서
一一陳良規(일일진량규) : 하나하나 좋은 법규 진달을 하게나.
積德今百年(적덕금백년) : 덕 쌓은 지 지금 이미 백 년 됐으니
興化屬休期(흥화속휴기) : 교화 흥해 아름다운 시절 오리니
終令魯一變(종령노일변) : 노나라를 끝내 한 번 벼나게 하세나
文物歸雍煕(문물귀옹희) : 문물 모습 아름답게 빛나게 하나니
使乎復使乎(사호복사호) : 사신이여 또 훌륭한 사신이여
勉勉宜職思(면면의직사) : 힘쓰고 또 힘써서 잘 수행해야 하니
男兒慕壯遊(남아모장유) : 남아라면 장한 유람 흠모하리라.
桑弧志已奇(상호지이기) : 뽕나무로 활 만든 뜻 기이한데
寧爲小丈夫(녕위소장부) : 그 어찌 소심하게도 소인 되어서
局促甘羈縻(국촉감기미) : 좁은 구석 얽매임을 달가워하리오.
今君步大方(금군보대방) : 지금 그대는 큰 나라로 걸음 향하니
意氣傾華夷(의기경화이) : 그 의기는 화이 땅을 기울게 하리라
忠君與顯親(충군여현친) : 충성하고 부모 이름 드러내는 일
次第將有施(차제장유시) : 차례로 앞으로 다 할 수 있으리라.
伊我守埳井(이아수감정) : 이 몸은 우물 안의 개구리인지라
適適終何爲(적적종하위) : 끝끝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猶將待刀頭(유장대도두) : 앞으로 도두하기를 기다렸다가
問禮君可師(문례군가사) : 그대에게 예를 물어 스승 삼으리라.

 
 

송윤상중탁연부경이수2(送尹尙中卓然赴京二首2)-김성일(金誠一)

客路經遼野(객노경료야) : 사신 길에 요동 들판 지나는데
偏令志士悲(편령지사비) : 특별히 지사들의 마음 슬프게 하는구나.
閭山賀氏墓(려산하씨묘) : 여산에는 하씨의 무덤이 있고
孤竹伯夷祠(고죽백이사) : 고죽성에는 백이숙제의 당이 있단다.
霽月無邊照(제월무변조) : 밝은 달은 한없이 내려 비추고
淸風不盡吹(청풍부진취) : 맑은 바람은 쉬지 않고 불어서 오는구나.
晚生空好古(만생공호고) : 늦게 나서 부질없이 옛날 좋아하는데
千里有餘思(천리유여사) : 천릿길에 머리에 남은 있는 생각이 있어라.

 
 

모춘(暮春)-김성일(金誠一)

鶴駕山前分路日(학가산전분노일) : 학가산 앞, 갈 길 나뉘던 그날
兩人心事只相知(량인심사지상지) :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알았었다.
如今老大俱無用(여금노대구무용) : 늙어 버린 지금 모두 쓸모없게 되어
羞向孱顔話舊時(수향잔안화구시) : 쇠한 얼굴 보며 옛 이야기 부끄러워라

 
 

퇴계선생만사2(退溪先生挽詞2)-김성일(金誠一)

喬嶽崩何遽(교악붕하거) : 태산과 교악 무너짐이 어찌나 갑작스러운지
儒林失所宗(유림실소종) : 유림에서는 우러러 섬길 사람을 잃어버렸도다.
天時關否泰(천시관부태) : 하늘의 때가 막히는 데 관계된 것인가
世道屬汙隆(세도속오륭) : 세상의 도가 무너질 때가 되어서인가.
豈止私吾哭(개지사오곡) : 어이 나 혼자만의 통곡에 그쳐야 하리오.
終深爲國恫(종심위국통) : 끝내는 나라 위해 상심이 깊었도다.
洛江流不舍(낙강류부사) : 낙동강 물 흘러흘러 그치지 않는데
源派更誰窮(원파갱수궁) : 그 원류를 다시 누구에서 찾으리오

 
 

퇴계선생만사1(退溪先生挽詞1)-김성일(金誠一)

斯文天未喪(사문천미상) : 유학을 하늘이 잃지 않게 하여
間氣鍾眞儒(간기종진유) : 빼난 기운 모아서 참 선비 내셨다.
統緖傳閩洛(통서전민낙) : 그 법통은 정자와 주자를 이었고
淵源接泗洙(연원접사수) : 그 연원은 공자님을 접하였었다.
卷舒時義大(권서시의대) : 진퇴에는 시대 의리가 컸었고
獻替廟謨紆(헌체묘모우) : 올리는 글에는 조정의 계책 얽혀있다
敎雨添東海(교우첨동해) : 교화의 비를 내리어 동해 바다 적시어
民彝賴不渝(민이뢰부투) : 백성의 떳떳한 도리가 덕분에 밝아졌도다

 
 

검가(劍歌)-김성일(金誠一)

劍歌歌正苦(검가가정고) : 칼의 노래를 부르려니 정말 괴로워
衰颯壯士顔(쇠삽장사안) : 장사의 얼굴빛이 여위어 꺾여지는구나.
出門欲何適(출문욕하적) : 문 나섰으니 어디로 향해 가려는가
門前行路難(문전항노난) : 문 앞에는 가는 길이 험난하기만 하다

 
 

등화(燈花)-김성일(金誠一)

綴玉與排粟(철옥여배속) : 옥별레 잇고 금 낟알 밀어 부쳐
中宵隨意成(중소수의성) : 한밤중에도 마음대로 하는구나.
光生忠愍燭(광생충민촉) : 광채는 충민의 촛불에서 생겨났고
紅壓退之檠(홍압퇴지경) : 붉음은 퇴지의 등불걸이를 압도하였다.
誰識看花妙(수식간화묘) : 누가 알리오, 꽃을 보는 오묘한 이치를
難窮造物情(난궁조물정) : 조물주의 마음을 끝까지 알기는 어려워라.
向人能報喜(향인능보희) : 사람에겐 능히 기쁨 알리어 주니
不獨占陰晴(부독점음청) : 다만 흐리고 맑음을 점칠 줄 모르노라.

 
 

봉송백씨극일출재성산(奉送伯氏克一出宰星山)-김성일(金誠一)

熊轓皁蓋出東城(웅번조개출동성) : 웅번 수레 타고 일산 쓰고 동쪽 성을 나서서
南望家山指日行(남망가산지일항) : 남쪽으로 고향 산 가리키며 날마다 길을 간다.
奉檄偏知毛義喜(봉격편지모의희) : 격문을 받들음에 모의의 기쁜 알아서
彈琴慣領海雲情(탄금관령해운정) : 가야금을 뜯음에 해운 최치원의 마음 알겠노라.
一區民物歸洪造(일구민물귀홍조) : 한 구역의 백성들이 커다른 조화에 들어가고
百里絃歌入太平(백리현가입태평) : 일백 리가 학문하여 태평성대에 들어간다.
川谷至今開白鹿(천곡지금개백녹) : 시내 골짝 속엔 지금 백록동 서원이 생겼으니
更將心學闡誠明(갱장심학천성명) : 다시금 심학으로 참된 마음 열어가리라

 
 

경차퇴계선생운1(敬次退溪先生韻1)-김성일(金誠一)

風淸月白淡無眠(풍청월백담무면) : 바람 맑고 달빛 희니 담박하여 잠 못 자고
立地眞成換骨仙(립지진성환골선) : 선 채로 진정으로 몸 바뀌서 신선이 되었도다.
虛幌夜深人復靜(허황야심인복정) : 장막 안에 밤이 깊고 사람마저 조용하니
一般幽意在鳴川(일반유의재명천) : 일반의 그윽한 뜻이 물소리내는 개울애 있도다.

 
 

경차퇴계선생운2(敬次退溪先生韻2)-김성일(金誠一)

派別東西失本源(파별동서실본원) : 동서로 파벌이 달라 본원을 잃었으니
紛紛末路學非眞(분분말노학비진) : 어지러운 말세에는 학문도 모두 진실 아니네.
紫陽不遇延平老(자양부우연평노) : 주자께서 스승 연평 노인을 못 만났다면
幾把身心奉刹塵(기파신심봉찰진) : 몸과 마음 소모하여 온갖 찰진주 받들었으리

 
 

재유세심대(再遊洗心臺)-김성일(金誠一)

人世少適韻(인세소적운) : 세상은 운치 있는 곳이 드물어
出門何所歸(출문하소귀) : 문을 나왔으니 어디로 갈까.
城西足幽賞(성서족유상) : 성 서편은 감상하기 충분하니
有臺連翠微(유대련취미) : 푸른 기운 도는 누대가 있도다.
喚我二三子(환아이삼자) : 친구 두세 명 불러내어서
散策爭學晩(산책쟁학만) : 막대 짚고 거닐며 석양을 본다.
壺天隔九衢(호천격구구) : 호천이 큰길과 건너 있어서
一塵淸不飛(일진청부비) : 맑은 날이라 티끌 하나 날지 않는다.
松陰護雲關(송음호운관) : 소나무 그늘, 구름 낀 관문 둘렀고
竹影侵煙扉(죽영침연비) : 대나무 그림자 대문 안에 들었구나.
巖泉淨可洗(암천정가세) : 바위 사이 샘물 맑아 씻을 만하고
澗草留芳菲(간초류방비) : 시냇가 풀 향기로움 머금고 있구나.
東南望不極(동남망부극) : 동남쪽을 바라보니 끝없이 아득하고
萬象森甸畿(만상삼전기) : 온갖 형상이 기전 땅에 늘어서 있구나.
天風吹好雨(천풍취호우) : 하늘에서 불어 반가운 비 몰아오고
嵐翠生林霏(남취생림비) : 푸른 기운 깃던 산, 숲에 구름 일어난다.
樓臺漸明滅(누대점명멸) : 누대 모습 점점 가물거리고
河岳乍依俙(하악사의희) : 강과 산은 어느 새 희미해진다.
悠然起遐想(유연기하상) : 한가로이 아득한 생각 일으키니
造次息塵機(조차식진기) : 잠간 동안 세상 생각 사라지는구나.
回頭望天外(회두망천외) : 고개 돌려 하늘 바깥을 바라보니
白雲政依依(백운정의의) : 흰 구름만 저 멀리에 아득하여라.
忽憶某水丘(홀억모수구) : 홀연히 고향 시내 언덕 떠올리니
喟然心有違(위연심유위) : 한숨 겨워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城市暫偸閒(성시잠투한) : 성안 마을에서 잠시 한가로움 훔쳐
此身猶塵鞿(차신유진기) : 이 몸은 오히려 세상일에 얽혀든다.
何如故園中(하여고원중) : 어찌해야 옛 고향 안에 있으면서
遯世人事稀(둔세인사희) : 사람 피하여 세상일을 끊고 지낼까.
一官本非樂(일관본비낙) : 어떤 벼슬도 본래 즐기지 않나니
局束終何希(국속종하희) : 속박 당함을 내 어찌 내 바라리오.
拄笏嗒無言(주홀탑무언) : 턱 괴고 멀거니 할 말을 잃고
坐被山靈譏(좌피산령기) : 앉은 채로 산신령의 기롱을 받는구나.
題詩寄我友(제시기아우) : 시를 지어 벗에게 부쳐 보내니
庶幾知昨非(서기지작비) : 지나간 일, 잘못됨을 이제야 알 것 같아.
漢水有歸舟(한수유귀주) : 한강에는 고향 돌아갈 배가 있는데
何日拂塵衣(하일불진의) : 어느 날에야 티끌 옷을 벗어 버리나

 
 

봉송중씨수일환(奉送仲氏守一還)-김성일(金誠一)

漢水去悠悠(한수거유유) : 한강 물이 흘러감은 유유한데
離情不自由(리정부자유) : 이별의 정은 맘대로 할 수가 없어라.
行隨江路遠(항수강노원) : 가는 발걸음 강 길따라 멀어지고
心逐嶺雲浮(심축령운부) : 내 마은 고개 위 구름 따라 떠간다.
萬里思親淚(만리사친누) : 만리 먼 곳에서 부모님 생각하는 눈물
三杯惜別愁(삼배석별수) : 이별의 석 잔 순에 마음 애닯구나.
渡頭人散盡(도두인산진) : 강나룻가 사람들 다 떠나가고
斜日獨登樓(사일독등누) : 기우는 햇볕 속에 홀로 누각을 오른다

 
 

촉석루에서-김성일

矗石樓中三壯士(촉석루중삼장사) : 진주 남강 촉성루에 임진왜란 의병장님
一杯笑指長江水(일배소지장강수) : 한잔 술에 웃음지며 강물을 가지키네
長江萬古流滔滔(장강만고유도도) : 강물은 영겁을 도도히 흘러가고
波不渴兮魂不死(파불갈혜혼불사) : 마르지 않음이여! 장사들의 넋도 죽지 않았소
* 三壯士: 임진왜란 때 활약한 의병장 김 천일, 황진, 최경회를 지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