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산강(黃山江)-김극기(金克己)
起餐傳舍曉度江(기찬전사효도강) : 여관에서 일어나 밥 먹고 새벽에 강 건너니 江水渺漫天蒼茫(강수묘만천창망) : 강물은 아득히 멀고 하늘은 검푸르구나. 黑風四起立白浪(흑풍사기립백랑) : 검은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 흰 물결 일으키니 舟與黃山爭低昴(주여황산쟁저묘) : 배는 황산과 다투어 낮았다 높아았다 한다. 津人似我履平地(진인사아리평지) : 나루터 사람도 나처럼 평지를 밟는데 一棹漁歌聲短長(일도어가성단장) : 외로운 고기잡이 배 노래는 짧았다 길었다 한다. 十生九死到前岸(십생구사도전안) : 아홉 번 죽었다 열 번 살아나 앞 언덕에 이르니 槐柳陰中村徑荒(괴류음중촌경황) : 느티나무와 버드나무 그늘 속에 시골 길이 거칠다.
|
|
|
취시가(醉時歌)-김극기(金克己)
鈞必連海上之六鼇(균필련해상지륙오) : 낚으면 바다 속 여섯 자라를 한꺼번에 낚고 射必落日中之九烏(사필락일중지구조) : 쏘면 해 속의 아홉 마리 까마귀를 떨어뜨린다. 六鼇動兮魚龍震蕩(육오동혜어룡진탕) : 여섯 자라가 움직이니 어룡이 떨고 九烏出兮草木焦枯(구오출혜초목초고) : 아홉 까마귀 나오매 초목이 말라 타들어간다. 男兒要自立奇節(남아요자립기절) : 사내는 스스로 기특한 절개를 세워야 하니 弱羽纖鱗安足誅(약우섬린안족주) : 약한 새와 가늘은 물고기야 잡을 것 있으리오 紫纓雲孫始墮地(자영운손시타지) : 붉은 갓끈의 먼 자손이 처음 땅에 떨어지니 自謂壯大陳雄圖(자위장대진웅도) : 스스로 장하고 큰 계획 베푼다고 일렀어라. 鍊石欲補東南缺(련석욕보동남결) : 돌을 갈아 하늘 동남 무너지는 것 막으려 하고 鑿石將通西北迂(착석장통서북우) : 돌을 파서 하늘 막힌 서북의 길 트려 하도다 嗟哉計大未易報(차재계대미역보) : 슬프다, 큰 계획을 쉬이 풀지 못하니 半世飄零爲腐儒(반세표령위부유) : 반 평생 불행한 신세가 썩은 선비되었구나. 不隨馮異西登隴(불수풍이서등롱) : 풍이가 농서에 오름을 따르지 못하고 不逐孔明南渡攎(불축공명남도로) : 공명이 노수를 건너감을 본받지 못하였다. 論詩說賦破屋下(론시설부파옥하) : 쓰러진 집 아래서 시를 논하고 부를 말하며 却把短布抱妻孥(각파단포포처노) : 짧은 포대기로 처자를 안아 주노라. 時時壯憤掩不得(시시장분엄불득) : 때때로 일어나는 울분을 누를 수 없어 拔劍斫地空長吁(발검작지공장우) : 칼을 빼어 땅을 치고 하염없이 탄식하노라. 何時乘風破巨浪(하시승풍파거랑) : 어느 때나 바람을 타고 큰 물결 부수고 坐令四海如唐虞(좌령사해여당우) : 앉아서 이 천하를 당우가 되게 하나. 君不見凌煙閣上圖形容(군불견릉연각상도형용) : 그대 능연각 위에 그린 얼굴 보지 못했나 半是書生半武夫(반시서생반무부) : 그 반은 서생이요 반은 무부인 것을 |
|
|
동교치우(東郊値雨)-김극기(金克己)
黃塵漠漠漲晴旻(황진막막창청민) : 누런 먼지 아득하여 갠 하늘에 자욱하더니 擧扇西風厭汚人(거선서풍염오인) : 부채 들어도 가을바람 사람 더럽혀 괴로워라. 多謝晩雲能作雨(다사만운능작우) : 너무나 고맙구나, 저녁구름 능히 비 뿌리니 半途湔洗滿衣塵(반도전세만의진) : 도중에 내 옷에 가득한 먼지를 씻어주는구나 |
|
|
어옹(漁翁)-김극기(金克己)
天翁尙不貰漁翁(천옹상불세어옹) : 하늘은 어옹에게 관대하지 않아 故遣江湖少順風(고견강호소순풍) : 일부러 강호에 순풍 적게 보낸다네 人世嶮巇君莫笑(인세험희군막소) : 인간 세상이 험하다고 웃지 마시라 自家還在急流中(자가환재급류중) : 자신도 오히려 급류 속에 있는 것을
|
|
|
이화(梨花)-김극기(金克己)
凄風冷雨濕枯根(처풍냉우습고근) : 처연한 바람, 차가운 비 마른 나무 적시는데 一樹狂花獨放春(일수광화독방춘) : 한 나무에 미친 듯 피어 홀로 봄을 쏟아낸다 無奈異香來聚窟(무내이향래취굴) : 취굴주에서 날아온 기이한 향기리니 漢宮重見李夫人(한궁중견이부인) : 한나라 궁궐에서 이부인을 다시 본 듯하구나 |
|
|
증미륵주로(贈彌勒住老)-김극기(金克己)
林端窈眇路遠遲(임단요묘로원지) : 숲 끝은 아득하고 길은 멀어 더딘데 境僻寧敎俗士知(경벽녕교속사지) : 치우친 이곳을 어찌 속된 선비 알게 할까 唯有雪衣松上鶴(유유설의송상학) : 오직 눈 옷 입은 소나무 위의 학이 있어 見公初到結廬時(견공초도결려시) : 공이 처음 와서 오두막 지은 그 때를 안다
|
|
|
게탄헌촌이로옹휴주견심(憩炭軒村二老翁携酒見尋)-김극기(金克己)
幽尋荒草徑(유심황초경) : 잡초 우거진 길을 그윽히 찾아나서 下馬繫枯柳(하마계고류) : 버들가지에 말을 매어놓았다네 何處白頭翁(하처백두옹) : 어디 사는 늙은인지 竝肩來貿貿(병견래무무) : 어깨를 나란히 터벅터벅 얼어오시네 山盤獻枯魚(산반헌고어) : 소반에는 마른 고기 올렸거 野榼供濁酒(야합공탁주) : 물통에는 막걸리 채워 있져있다네 荒狂便濡首(황광편유수) : 골목에서 미친 듯이 정신없이 취해 떨어져 笑傲虛落間(소오허락간) : 오만함을 비웃는 듯이 빈 곳에 처하도다 雖慙禮數薄(수참례수박) : 비록 예절에는 보잘것 없어도 尙倚恩情厚(상의은정후) : 그 정의 터움은 오히려 고맙도다 倒載赴前程(도재부전정) : 거꾸로 말을 타고 앞길 말리니 村童齊拍手(촌동제박수) : 마을 아이들 일제히 손뼉을 친다
|
|
醉時歌(취시가)-金克己(김극기)
釣必連海上之六鼇(조필연해상지육오) : 낚시질 하면 반드시 바다의 여섯 자라를 잡고 射必落日中之九鳥(사필락일중지구조) : 활 쏘면 지는 햇빛 속의 아홉 마리 새를 쏘아야하리 六鼇動兮魚龍震蕩(육오동혜어룡진탕) : 여섯 자라가 움직이면 고기 혼이나서 흩어지고 九鳥出兮草木焦枯(구조출혜초목초고) : 해의 아홉 새가 나타나면 초목이 말라 죽는다네 男兒要自立奇節(남아요자립기절) : 사나이는 뛰어난 절개 스스로 세워야 하고 弱羽纖鱗安足誅(약우섬린안족주) : 약한 새와 작은 고기를 어찌 족히 잡으리오 紫纓雲孫始墮地(자영운손시타지) : 귀한 집 자손으로 태어나 自謂壯大陳雄圖(자위장대진웅도) : 자라서는 웅대한 포부를 펼치리라 생각했소 鍊石欲補東南缺(련석욕보동남결) : 돌을 가공하여 동남쪽의 이지러진 곳 깁고 鑿石將通西北迂(착석장통서북우) : 돌산을 뚫어 서북쪽 먼 곳과 통하려 했었소 嗟哉計大未易報(차재계대미이보) : 아, 계획은 웅대하나 이루기는 어렵고 半世飄零爲腐儒(반세표령위부유) : 반평생을 영락하여 썩은 선비가 되었구나 不隨馮異西豋隴(불수풍이서등롱) : 풍이를 따라 농에도 오르지 못했고 不逐公明南渡濾(불축공명남도려) : 공명을 따라 여수에 가지도 못했소 論詩說賦破屋下(론시설부파옥하) : 무너진 집에서 시를 논하고 부를 설하며 却把短布包妻孥(각파단포포처노) : 짧은 베옷 입고서 도리어 처자에만 둘러있었소 時時壯憤掩不得(시시장분엄불득) : 때로 치미는 분노 참지 못하여 拔劍斫地空長吁(발검작지공장우) : 칼 뽑아 땅을 베고 부질없이 긴 탄식도 했소 何時乘風破巨浪(하시승풍파거랑) : 언제나 좋은 기회 만나 큰 물살 가르며 坐令四海如唐虞(좌령사해여당우) : 온 세상 태평성대 만들까 君不見凌煙閣上圖形容(군불견능연각상도형용) : 그대 보지 못해소, 연릉각에 그려진 얼굴들 半是書生半武夫(반시서생반무부) : 절반이 선비요 절반이 무인 것을
|
|
|
黃山江(황산강)-金克己(김극기)
起餐傳舍曉渡江(기찬전사효도강) : 주막에서 밥 먹고 새벽에 강 건너려니 江水渺漫天滄茫(강수묘만천창망) : 강물은 아득하고 하늘은 푸르고도 넓구나 黑風四起立白浪(흑풍사기입백랑) : 검은 바람 사방에서 일어나니 흰 물결 치솟고 舟與黃山爭低昻(주여황산쟁저앙) : 출렁이는 물결에 배와 황산이 다투듯 낮아고 높아지네 津人似我履平地(진인사아리평지) : 나루터 사공은 내가 평지 걸어가듯 배 저어가며 一棹漁歌聲長短(일도어가성장단) : 노를 저어 뱃노래로 장단 맞추네 十生九死到前岸(십생구사도전안) : 구사일생 겨우 강 언덕에 이르니 槐柳陰中村徑荒(괴류음중촌경황) : 느티나무와 버드나무 그늘 속에 거친 시골길이 보이네
|
|
|
春日(춘일)-金克己(김극기)
柳岸桃蹊淑氣浮(류안도혜숙기부) : 버드나무 언덕에 복사꽃 핀 길엔 맑은 기운 돌고 枝間鳥語苦啁啾(지간조어고조추) : 가지 사이 새소리 애처로이 우짖네 春工與汝爭何事(춘공여여쟁하사) : 봄의 조화옹이 너희와 함께 무슨 일로 다투어 慢罵東風不自休(만매동풍부자휴) : 봄바람 그치지 않음을 쓸데없이 꾸짖을까
|
|
|
漫成2(만성2)-金克己(김극기)
圖書滿室亂紛披(도서만실난분피) : 집에 가득한 책을 온방에 어지러이 펼쳐 놓고 睡起西軒已夕暉(수기서헌이석휘) : 서쪽 마루에서 졸다 깨어보니 벌써 저녁 햇빛 寒雀定棲何處樹(한작정서하처수) : 추위에 떠는 참새 어느 나무에 깃들까 尙貪餘粒傍階飛(상탐여립방계비) : 아직도 남은 곡식 탐내어 섬돌 가를 날며들며
|
|
|
漫成1(만성1)-金克己(김극기)
文章向老可相娛(문장향노가상오) : 문장은 늙어서야 즐길 만 하네 一劒遊邊尙五車(일검유변상오거) : 칼 차고 변방에 노니지만 여전히 책이 좋아 衙罷不知爲塞吏(아파부지위새리) : 관아 일 끝나면 내가 변새의 관원임을 잊고 紙窓明處臥看書(지창명처와간서) : 창 밝은 곳에 누워 책을 본다네
|
|
|
西樓晩望(서누만망)-金克己(김극기)
江風習習獵春叢(강풍습습렵춘총) : 부드러운 강바람 봄풀을 스치고 塞日濛濛臥晩空(새일몽몽와만공) : 변방의 어스름 해 서녘 하늘에 눕는다 水鳥忽投何處宿(수조홀투하처숙) : 물새는 어느 곳에 깃들어 자는지 沙頭殘篆尙留痕(사두잔전상류흔) : 모래톱에 남은 다취 아직도 남아있네
|
|
|
鴨江道中(압강도중)-金克己(김극기)
徂年旅客兩依依(조년여객양의의) : 가는 세월, 가는 나그네 모두가 애처로워라 信馬行吟背落暉(신마행음배낙휘) : 지는 해 뒤로하며 말에 몸을 맞기고 시 읊으며 가노라 戍鼓一聲來遠路(수고일성래원로) : 수자리 북소리 먼 길까지 들려오고 行行征雁帖雲飛(행행정안첩운비) : 줄지어 나는 변방의 기러기들 구름 휘장 속을 날아간다
|
|
|
西樓觀雪(서루관설)-金克己(김극기)
怒嶺嵬岑繞郭來(노령외잠요곽래) : 성난 고개 높은 봉우리 성곽을 둘러싸고 橫空萬疊玉成堆(횡공만첩옥성퇴) : 하늘을 가로지른 천만 봉우리들, 옥 더미 다 되었네 水仙向曉遊何處(수선향효유하처) : 물속 선인은 이 새벽 어디서 놀고 있는지 江上銀屛邇迤開(강상은병이이개) : 강 위엔 은 병풍 잇달아 펼쳐지는데
|
|
|
彌力寺(미력사)-金克己(김극기)
林端窈渺路逶迤(임단요묘노위이) : 숲 그윽하고 길은 구불구불 境僻寧敎俗士知(경벽녕교속사지) : 땅 구석지니 어찌 속된 선비가 알게 할 수 있으리 唯有雲衣松上鶴(유유운의송상학) : 구름 옷 입은 소나무 위의 학만이 남아 見公初到結廬時(견공초도결려시) : 그대 처음 와 오두막 지을 그 때를 알겠지
|
|
|
洞仙驛晨興(동선역신흥)-金克己(김극기)
竟日長吟蜀道難(경일장음촉도난) : 종일토록 시 촉도난을 읊다가 橫眠始得一身閑(횡면시득일신한) : 가로로 길게 누우니 온 몸이 한가하다 却嫌枕上多情蝶(각혐침상다정접) : 잠자리의 다정한 호접몽이 싫어라 千里慇懃訪故山(천리은근방고산) : 꿈속에 은근히 천리 먼 고향산천 가려니
|
|
|
派川縣偶書(파천현우서)-金克己(김극기)
信馬行吟海北垠(신마행음해북은) : 말에 몸을 맡겨 시 읊으며 바다 북쪽을 가네 天敎勝賞赴征軒(천교승상부정헌) : 하늘이 이 절경 즐기며 이 변방 역에 이르게 하였구나 風蟬翳葉鳴槐縣(풍선예엽명괴현) : 잎에 가린 매미, 느티나무 고을에서 울어대고 雨燕依枝集柳村(우연의지집류촌) : 비 맞은 제비, 가지 찾아 버들나무 동네에 모여드네 飄盡斷霞花結子(표진단하화결자) : 바람 불어 끊어진 놀에 꽃은 씨앗을 맺고 割殘驚浪麥生孫(할잔경랑맥생손) : 갈라져 남은 놀란 물살에 보리는 싹이 트네 回頭却望鴻飛處(회두각망홍비처) : 고개 돌려 기러기 날아가는 곳을 바라 草色連空惱客魂(초색연공뇌객혼) : 풀빛 하늘에 닿으니 나그네 심사 괴로워라
|
|
|
叢石亭李學士知深韻(총석정이학사지심운)-金克己(김극기)
東遊大壑訪鴻濛(동유대학방홍몽) : 동으로 큰 바다 노닐다가 넓고 큰 곳에 오니 萬象奔趨一望中(만상분추일망중) : 이리저리 치닫는 만상이 한 눈에 다보이네 石束鸞笙臨碧海(석속난생임벽해) : 돌기둥은 피리 묶인 듯 묶여 푸른 바다와 만나고 松飛孔蓋向靑공(송비공개향청공) : 소나무는 날아올라 둥근 덮개인 듯 푸른 하늘 향하네 大聲拂耳鯨牙浪(대성불이경아랑) : 귀전을 스치는 큰 소리는 고래가 뿜는 물결소리 寒氣侵膚鶴羽風(한기침부학우풍) : 살갗에 닿은 차가운 공기는 학 깃 부채의 바람인 듯 恐我而身非俗士(공아이신비속사) : 나를 두렵게 하기는 내 전신이 속된 선비 아니고 眞遊亦與四仙同(진유역수사선동) : 찬된 놀음이 또한 네 신선과 같아라
|
|
|
高原驛(고원역)-金克己(김극기)
百歲浮生逼五旬(백세부생핍오순) : 인생백세 허무한 삶, 벌써 오십세 奇區世路少通津(기구세로소통진) : 기구한 세상살이, 쉽게 건널 나루 찾기 어려워라 三年去國成何事(삼년거국성하사) : 서울 떠난 삼년동안 한 일이 무언가 萬里歸家只此身(만리귀가지차신) : 만 리 먼 타향에서 돌아 온 사람 나 하나뿐 林鳥有情啼向客(임조유정제향객) : 다정한 숲 속 산새들 나를 반겨 울어주고 野花無語笑留人(야화무어소류인) : 들꽃들은 말없이 웃으며 사람을 붙드네 詩魔觸處來相惱(시마촉처래상뇌) : 시 짓고 싶은 생각이 미치는 곳이면 고뇌가 오나 不待窮愁已苦辛(부대궁수이고신) : 깊이 시름하지 않아도, 시 짓는 고통 끝나버리네
|
|
|
通達驛(통달역)-金克己(김극기)
煙楊窣地拂金絲(연양솔지불금사) : 안개 낀 버드나무 땅에 닿아, 햇살 받은 가지 날리고 幾被行人贈別離(기피행인증별리) : 몇 번을 행인에게 꺾이어 이별에 주어졌나 林外一蟬語客恨(임외일선어객한) : 숲 속의 매미도 나그네 한을 이야기하다가 曳聲來上夕陽枝(예성래상석양지) : 그 소리 끌어와 석양의 나뭇가지에서 우는구나
|
|
|
思歸(사귀)-金克己(김극기)
數畝荒園久欲蕪(수무황원구욕무) : 몇 이랑 거친 밭 오랫동안 거칠어져 淵明早晩返藍輿(연명조만반남여) : 도연명처럼 수레 타고 고향에 돌아가리 鬢衰却與飛蓬似(빈쇠각여비봉사) : 귀밑머리 희어져 나는 쑥 같고 形瘦還將枯木如(형수환장고목여) : 수척한 내 모습 마른 나무 같아라 無奈爲貧從薄官(무내위빈종박관) : 가난으로 지낸 하급관리 노릇 어찌하랴 不妨因病得閑居(불방인병득한거) : 병을 핑계하고 한가히 살려네 但聞明主求儒雅(단문명주구유아) : 다만 현명한 나라님이 어진 선비 구하시니 投佩歸山計恐疎(투패귀산계공소) : 벼슬 버리고 고향가려니, 마음 소원해질까 두려워라
|
|
夜坐(야좌)-金克己(김극기)
紙帳沈沈夜氣淸(지장침침야기청) : 문종이 문 침침하고 밤기운 맑은데 圖書萬卷一燈明(도서만권일등명) : 만권 서실에 한 등잔 밝혀 놓았네 噓噓石硯寒雲色(허허석연한운색) : 벼루에 부는 입김, 찬 구름 색깔 颯颯銅甁驟雨聲(삽삽동병취우성) : 구리 병에 이는 바람, 소나기 소리 薄祿微官貧始重(박록미관빈시중) : 박봉에 하급관리도 가난하니 소중하고 浮名末利醉還輕(부명말리취환경) : 헛된 명예 작은 이익 취하니 가볍도다 通宵塞雁空南去(통소새안공남거) : 변방의 기러기는 뱜 새도록 남으로 날아가지만 恨不歸家問生死(한불귀가문생사) : 집에 돌아가 가족 생사 묻지 못해 나는 한스럽소
|
|
村家(촌가)-金克己(김극기)
靑山斷處兩三家(청산단처양삼가) : 푸른 산 다한 곳에 두세 채 초가집 抱隴縈廻一傾斜(포롱영회일경사) : 언덕 끼고 돌아가는 비탈진 오솔길 讖雨廢地蛙閣閣(참우폐지와각각) : 때늦은 비에 웅덩이 개구리 개골개골 相風高樹鵲査査(상풍고수작사사) : 높은 나무 맞바람에 까치가 까악까악 境幽楊巷埋荒草(경유양항매황초) : 조용한 마을 버드나무 거리, 황폐한 풀 속에 묻혀있고 人寂柴門掩落花(인적시문엄낙화) : 사람 드문 사립문은 지는 꽃잎에 가려있네 塵外勝遊聊自適(진외승유료자적) : 별천지 선경을 나만이 즐기자니 笑他奔走覓紛華(소타분주멱분화) : 명리 찾아 분주한 사람들 우습구려
|
|
|
草堂書懷(초당서회)-金克己(김극기)
蕭條白屋鬢成絲(소조백옥빈성사) : 초라한 초가집 살며 귀밑머리 다 세었네 世上升沈已可知(세상승침이가지) : 세상 성쇠도 이미 다 알고있소 南阮定應輕北院(남완정응경북원) : 남쪽의 완함이 북쪽의 완적을 얕잡은들 東施那復效西施(동시나복효서시) : 동방의 서시가 어찌 진짜 서시를 닮으리 預愁直道遭三黜(예수직도조삼출) : 곧은 도리 쫓겨날까 미리 근심하여 先把狂歌賦五噫(선파광가부오희) : 맨 먼저 미친 노래로 탄식의 노래 지어본다 誰識靜中閑味永(수식정중한미영) : 고요함 가운데의 한가 맛이 오래감을 그 누가 알아 典書沽酒醉吟詩(전서고주취음시) : 책 팔아 술 사와 취하여 시 읊을까
|
|
|
使金過兎兒島鎭寧館(사금과토아도진녕관)-金克己(김극기)
前道餘幾里(전도여기리) : 갈 길은 몇 리나 남았는지 晩色漸微茫(만색점미망) : 날은 점점 어두워지네 天外北風黑(천외북풍흑) : 하늘 밖 저 멀리 북풍은 검게 몰려오고 地中西日黃(지중서일황) : 땅은 온통 황혼 빛 婦人能走馬(부인능주마) : 아낙네들 말 타고 달릴 줄 알고 童子解騎羊(동자해기양) : 아이들도 양을 타네 一曲梅花落(일곡매화락) : 매화락 한 곡조 聲聲斷客腸(성성단객장) : 소리마다 나그네 간장 다 끊는다
|
|
朝宋務舘次途中韻(조송무관차도중운)-金克己(김극기)
去家才一月(거가재일월) : 집 떠난 지 이제 겨우 한 달 茫若隔三年(망약격삼년) : 삼 년 지난 것처럼 아득하구나 客路天低處(객노천저처) : 나그네 갈 곳, 하늘 나직한 저 곳인데 鄕心日出邊(향심일출변) : 그리운 고향은 해 돋는 그 곳이네 病妻應自苦(병처응자고) : 병들은 아내는 고생할 것 뻔하고 嬌子有誰憐(교자유수련) : 어여쁜 자식은 누가 있어 보살피랴 學道元無累(학도원무루) : 배운 것 원래 죄가 아니건만 今朝忽慘然(금조홀참연) : 오늘 아침 갑자기 처량해진다
|
|
|
過連峯館河橋(과연봉관하교)-金克己(김극기)
簇簇難峯間(족족난봉간) : 여기저기 솟은 봉우리 사이로 虹橋跨碧灣(홍교과벽만) : 무지개 다리 푸른 물굽이에 걸려있네 雪寒愁北去(설한수북거) : 눈발 차서 북으로 가는 일 근심되더니 風暖喜東還(풍난희동환) : 따뜻한 봄바람에 기뻐 동으로 돌아온다 宿冬碎圭壁(숙동쇄규벽) : 얼었던 얼음은 옥돌 벽처럼 부서지고 驚灘鳴佩還(경탄명패환) : 놀란 여울물 옥같이 맑은 소리내며 흐르네 鄕心催縱轡(향심최종비) : 집 생각에 말고삐 잡아대니 未暇弄潺湲(미가농잔원) : 잔잔한 물길에 눈 돌릴 여유 없네
|
|
|
仍弗驛(잉불역)-金克己(김극기)
悠悠山下驛(유유산하역) : 아득한 산 아래 작은 역 信轡詠涼天(신비영량천) : 말 가는대로 맞겨 차가운 가을에 시를 읊으며 길을 가네 水有含芒蟹(수유함망해) : 물에는 벼 까끄라기 먹은 게가 있는데 林無翳葉蟬(림무예엽선) : 숲에는 어두운 잎에 가린 매미도 없네 溪聲淸而雨(계성청이우) : 개울물 흐르는 소리 맑아 비 내린 듯 하고 野氣淡如煙(야기담여연) : 들판의 기운 담담하여 안개 낀 듯 자욱하네 入夜投孤店(입야투고점) : 밤 되어 외딴 주막에 드니 村夫尙未眠(촌부상미면) : 시골 아저씨 아직 잠들지 않고 나를 맞아주네
|
|
|
有感2(유감2)-金克己(김극기)
魯連泛碧海(로연범벽해) : 제나라 노연은 의리 지켜 배 타고 바다로 갔고 支伯棲蒼洲(지백서창주) : 지백은 임금도 사양하고 창주로 가살았네 亭亭出塵想(정정출진상) : 우뚝히 세상 생각 떨치고 萬古高莫儔(만고고막주) : 만고에 우뚝하여 맞설 자 없네 我雖慕二子(아수모이자) : 내가 비록 두 분을 사모하지만 行止非人謀(행지비인모) : 행동거지는 평범한 사람 아니라네 膏肓負泉石(고황부천석) : 자연을 사랑하는 내 천성 저버리고 纏索嬰笏脩(전삭영홀수) : 벼슬길에 칭칭 매였구나 若非入睡鄕(약비입수향) : 만약 꿈속 아니라면 拘迫何時休(구박하시휴) : 구곡과 쫓김에서 언제나 벗어나 쉴 수 있을까 官餘試欖枕(관여시람침) : 공무의 여가에 나무 베개 베고 누워 臥作鷄林遊(와작계림유) : 꿈에서나 고향을 노닌다오 行吟兎嶺月(행음토령월) : 토령 고개의 달빛 아래, 시 읊으며 노닐고 坐嗽蚊川流(좌수문천류) : 문천 냇가에 앉아 양치질하리라 不知千里外(부지천리외) : 어느덧 천리 밖 타향에서 從宦已三秋(종환이삼추) : 벼슬살이 이미 삼년이라네 一朝掛冠去(일조괘관거) : 하루아침에 벼슬 버리고 떠나면 誰復馴白鷗(수복순백구) : 그 누가 다시 이 몸을 길들일 수 있으리
|
|
|
有感1(유감1)-金克己(김극기)
年光急流水(년광급유수) : 세월 빠르기 흐르는 물 같아 轉眄難挽留(전면난만류) : 눈 돌릴 시간도 잡을 수 없네 人情自疲役(인정자피역) : 스스로 세상일에 피곤하고 시달리어 到處方始休(도처방시휴) : 여기서 이제 쉬게 되네 幸偸薄令隙(행투박령극) : 다행히 여가를 얻어 淸景宜追求(청경의추구) : 좋은 경치는 꼭 찾아볼 일이네 鴨江最奇處(압강최기처) : 압록강의 가장 아름다운 곳 羸馬時從遊(리마시종유) : 여윈 말 타고 때때로 와서 노니 霜鱗戱柳渚(상린희류저) : 물고기 버드나무 밑에서 놀고 雪羽翹蘋洲(설우교빈주) : 눈 같이 흰 깃, 해오라기 물가에 나래치는데 冬寒尙未嚴(동한상미엄) : 겨울 추위 아직은 심하지 않네 野菊留淸秋(야국류청추) : 들국화는 맑은 가을에 아직 피어 있고 織枝倩雨洗(직지천우세) : 가느다란 나뭇가지 비에 씻겨 아름답다
|
|
|
龍灣雜興5(용만잡흥5)-金克己(김극기)
巖巖妙高峰(암암묘고봉) : 바위마다 기묘한 높은 봉우리 壁立千丈直(벽립천장직) : 벼랑은 천길 낭떠러지로 솟아있네 偶尋林下僧(우심임하승) : 우연히 산 속 스님을 찾아 空畔躡雲碧(공반섭운벽) : 빈 밭이랑, 푸른 구름인 듯 밟고간다 因窺碧間詩(인규벽간시) : 절벽에 쓰인 시를 살펴보니 五言皆破的(오언개파적) : 오언시가 모두 좋구나 始知方外客(시지방외객) : 알겠네 어느 탈속한 선객이 先我已探歷(선아이탐력) : 나보다 먼저 다녀간 것을 斯人定淸曠(사인정청광) : 이런 사람, 틀림없이 탈속한 분이라 恨不同茗席(한불동명석) : 차 자리 같이 못해 한스럽구나 空令千載下(공령천재하) : 공연히 천년 뒤 사람 慷慨弔幽迹(강개조유적) : 강개하며 그윽한 자취 찾아보라하네
|
|
|
龍灣雜興4(용만잡흥4)-金克己(김극기)
我憐鎭水僧(아련진수승) : 나는 진수사 스님이 부러워 淸凈無塵慮(청정무진려) : 맑고 깨끗하여 속된 생각 하나 없구나 抽身淸書間(추신청서간) : 문서를 정리하다 나와 半日陪杖履(반일배장리) : 반나절을 스님 모시고 지팡이 짚고 걸어다녔네 窓前巖溜飛(창전암류비) : 창 앞엔 바위에서 물이 날아 떨어지고 席上嶺雲度(석상령운도) : 자리 위는 고개를 떠도는 구름 嘯詠使忘返(소영사망반) : 시 읊다가 갈 길을 잃었는데 天昏山向暮(천혼산향모) : 하늘은 어둑해지고 샨은 저물어가네 俗士爭功名(속사쟁공명) : 속된 선비 부귀공명 다투나니 沈碑劇杜預(침비극두예) : 못에 비석 빠뜨린 두예보다 심하구나 豈知陶靖節(기지도정절) : 어찌 알겠는가, 도 연명이 林下問征路(임하문정노) : 숲에서 갈 길 물은 속뜻을
|
|
|
龍灣雜興3(용만잡흥3)-金克己(김극기)
大川嚙地上(대천교지상) : 큰 강 거센 물살, 강둑을 갉아 내고 十里聲怒號(십리성노호) : 십 리 먼 거리를 소리치며 흫러가네 偶到淵渟處(우도연정처) : 우연히 맑은 물 고인 못에 이르러 停轡燭鬢毛(정비촉빈모) : 멈추어 고삐 잡고 귀밑머리 비춰보았소 自笑衰陋質(자소쇠누질) : 늙고 누추한 나의 모습 너무 부끄러워 魚龍亦驚逃(어룡역경도) : 물고기도 놀라 도망가는구나 安知天上日(안지천상일) : 어찌 알았겠는가, 하늘의 태양이 水底亦先昭(수저역선소) : 물 속 또한 먼저 밝히는 것을 應憐半鏡雪(응련반경설) : 얼마나 불쌍한가, 반백의 머리로 塞邑操牛刀(새읍조우도) : 변방에서 벼슬살이 하는 것이 持用自矜負(지용자긍부) : 그러나 고을 원님 노릇도 자랑스러운 것 此行非不遭(차행비부조) : 이 고을 온 것, 때 못 만난 것 아닌 것이네 平生鬱鬱情(평생울울정) : 한 평생 우울한 나의 마음이 俯仰成陶陶(부앙성도도) : 굽어보고 내려보니 후련해지네
|
|
|
龍灣雜興2(용만잡흥2)-金克己(김극기)
舊聞定遠城(구문정원성) : 일찍이 정원성에 관해 들으니 樓雉何雄奇(누치하웅기) : 누각이 웅장하고 기이하다네 覇圖一墮地(패도일타지) : 북벌의 계획은 단번에 없어지고 遺址空逶迤(유지공위이) : 터만 남아 공허하게 구불구불 둘러 있네 封人昔爭境(봉인석쟁경) : 국경의 군사 그 옛날 서로 영역 다투어 取捨無定姿(취사무정자) : 뺏고 빼앗기던 경계 지금은 보이지 않네 邇來自出塞(이래자출새) : 요즈음도 스스로 국경을 침범하지만 窮寇何須追(궁구하수추) : 궁색한 오랑캐 어찌 하나하나 상대하여 쫓을까 北臨査空濶(북임사공활) : 북쪽으로 뗏목이 가득하고 鳧雁號古陂(부안호고피) : 오리와 기러기 옛 비탈에서 울어댄다 幾年犬豕窟(기년견시굴) : 그 몇 년이나 개돼지 같은 오랑캐 소굴이었던가 雲稼今離離(운가금리리) : 구름처럼 넓은 농토 지금 벼가 무럭무럭 登眺自多感(등조자다감) : 높아 올라 굽어보니 만감이 교차하는데 況逢秋葉飛(황봉추엽비) : 하물며 가을낙엽 지는 것을 보고 있음에야 可惜寒澗菊(가석한간국) : 애틋하여, 차가운 물가의 국화여 凌霜吐芳蕤(능상토방유) : 서리를 이기고 향기로운 꽃 흐드러지게 피우는구나 微風送幽馥(미풍송유복) : 미풍에 풍겨오는 그윽한 향기 向我如有期(향아여유기) : 나를 향해 무슨 약속이나 한 듯
|
|
|
龍灣雜興1(용만잡흥1)-金克己(김극기)
羈愁減睡味(기수감수미) : 나그네 시름에 잠을 설치고 坐覺秋宵長(좌각추소장) : 일어나 앉으니 가을밤은 길기도해라 蓐食出門去(요식출문거) : 새벽밤 차려 먹고 집을 나서니 南山穿翠岡(남산천취강) : 남산 푸른 등성이를 지나네 空潭正澄碧(공담정징벽) : 빈 못은 정말 맑고 푸른데 老樹何鬱蒼(노수하울창) : 고목은 어찌 이렇게 울창한가 境僻車馬絶(경벽거마절) : 사는 곳 궁벽해 거마도 끊어져고 無人管迎將(무인관영장) : 관리를 맞이하는 관원도 없구나 唯餘林下菊(유여임하국) : 오직 숲 속의 국화만 남아 粲笑送幽芳(찬소송유방) : 환히 웃으며 그윽한 향기 풍기네 前行石頭路(전행석두로) : 석두로를 향하여 앞으로 걷자니 隔嶺來異香(격령래이향) : 고개 넘어 이상한 향기 풍겨온다 定有仙聖域(정유선성역) : 필경 신선 사는 곳인데 煙嵐但深藏(연람단심장) : 안개와 산기운만 깊숙하구나 興盡却廻轡(흥진각회비) : 도리어 흥이 다해 말고삐 돌려 捫心空歎傷(문심공탄상) : 가슴을 만지며 그저 탄식하며 서글퍼하네
|
|
|
憩炭軒村二老翁携酒見訪(게탄헌촌이노옹휴주견방)-金克己(김극기)
幽尋荒草徑(유심황초경) : 거친 풀 우거진 길을 조용히 찾아 下馬繫枯柳(하마계고류) : 말에서 내려 시들은 버들나무에 말을 매었네 何處白鬚翁(하처백수옹) : 어디 사는지, 흰 수염 늙은이들 並肩來貿貿(병견래무무) : 어깨를 나란히 멀리서 걸어오네 山盤獻枯魚(산반헌고어) : 소반 마른 생선 안주 내 놓고 野榼供濁酒(야합공탁주) : 탁주 병을 내어주네 笑傲虛落間(소오허락간) : 빈 골에 웃으며 농담을 하다가 荒狂便濡首(황광편유수) : 허황히 미친 듯 술에 취했네 雖慚禮數薄(수참예수박) : 노인들 대접에 부끄러운데 尙依恩情厚(상의은정후) : 오히려 은정은 두텁네 倒載赴前程(도재부전정) : 거꾸로 나귀타고 떠나려하니 村童齊拍手(촌동제박수) : 시골아이 일제히 손뼉 치며 웃어버리네
|
|
|
宿香村(숙향촌)-金克己(김극기)
雲行四五里(운행사오이) : 구름 따라 사오리 걸으니 漸下蒼山根(점하창산근) : 푸른 산 밑으로 점점 내려가네 鳥鳶忽飛起(조연홀비기) : 까마귀와 솔개 갑자기 날아오르고 始見桑柘村(시견상자촌) : 이제 상석촌이 보이네 村婦里蓬鬢(촌부이봉빈) : 시골 아낙 헝클어진 머리 매만지며 出開林下門(출개임하문) : 나와서 숲 아래 대문을 열어주네 靑苔滿古巷(청태만고항) : 오래된 골목엔 푸른 이끼 가득하고 綠稻侵頹垣(녹도침퇴원) : 아직 푸른 벼 무너진 담장으로 넘어드네 茅簷坐未久(모첨좌미구) : 초가집 처마 아래 잠깐 앉아 있으니 落日低瓊盆(락일저경분) : 지는 해는 화분 사이로 비쳐드네 伐薪忽照夜(벌신홀조야) : 나무를 베어 불이니 문득 어둔 밤이 밝아지네 魚蟹腥盤飱(어해성반손) : 물고가와 게 반찬에 저녁 밥상 비릿한 냄새 耕夫各入室(경부각입실) : 농부들 방에 들어가 四壁農談諠(사벽농담훤) : 농사 이야기 사방이 시끌벅적 勃溪作魚貫(발계작어관) : 우쩍 개울에서 한번에 물고기 다잡은 듯 咿喔分鳥言(이악분조언) : 히히하하 웃으며 새처럼 재잘대네 我時耿不寐(아시경불매) : 그 때 잠이 오지 않아 敧枕臨西軒(기침임서헌) : 서쪽 추녀를 향해 나무베개 베고 누워보네 露冷螢火濕(노냉형화습) : 이슬은 차고 반딧불에 자리는 눅눅한데 寒蛩噪空園(한공조공원) : 철 늦은 뛰뚜리는 빈 뜰에 울어대네 悲吟臥待曙(비음와대서) : 서글피 시 읊으며 날 새기를 기다리니 碧海含朝暾(벽해함조돈) : 어느새 푸른 바다 아침의 찬란한 햇빛 머금고 있네
|
|
|
田家四時(전가사시)-金克己(김극기)
草箔遊魚躍(초박유어약) : 풀 돋아나는 개울에는 고기들이 뛰놀고 楊堤候鳥翔(양제후조상) : 버드나무 둑에는 제비들 난다 耕皐菖葉秀(경고창엽수) : 쟁기질 하는 밭에는 창포 잎 돋고 饁畝蕨芽香(엽무궐아향) : 들 밥 먹는 이랑엔 향긋한 고사리 순 喚雨鳩飛屋(환우구비옥) : 비를 부르는 비둘기들 지붕 위를 나는데 含泥鷰入深(함니연입심) : 진흙 문 제비는 들보로 날아드네 晩來茅舍下(만래모사하) : 저녁 무렵 찾아든 초가에서 高臥等羲皇(고와등희황) : 베개를 높이 베니 태평시절 복희씨 시대인 듯 柳郊陰正密(류교음정밀) : 들판의 버드나무 녹음이 짙은데 桑壟葉初稀(상농엽초희) : 언덕의 뽕나무는 잎이 드물어졌구나 雉爲哺雛瘦(치위포추수) : 꿩은 새끼 먹이느라 여이어지고 蠶臨成繭肥(잠림성견비) : 누에는 살이 찌네 熏風驚麥隴(훈풍경맥롱) : 훈훈한 바람에 보리밭이 물결치고 凍雨暗笞磯(동우암태기) : 찬 비 내리니 낚시터가 어둡구나 寂寞無軒騎(적막무헌기) : 적막하여 귀한 손님 올 리가 없으니 溪頭晝掩扉(계두주엄비) : 개울가 사립문은 한낮에도 닫혔구나 搰搰田家苦(골골전가고) : 힘들여 일는 고단한 농가가 秋來得暫閑(추래득잠한) : 가을이 되니 잠시 한가하구나 雁霜楓葉塢(안상풍엽오) : 서리 내린 단풍 언덕엔 기러기 날고 蛩雨菊花湾(공우국화만) : 들국화 핀 물가에 귀뚜라미 우고있네 牧笛穿煙去(목적천연거) : 연기를 뚫고 들리는 목동의 피리 소리 樵歌帶月還(초가대월환) : 달빛 띠고 돌아오는 나무꾼 노래 莫辭收拾早(막사수습조) : 일찍 거두는 일 미루지 말라 梨栗滿空山(리률만공산) : 배와 밤 산에 가득 열렸으니 歲事長相續(세사장상속) : 한 해의 일이 게속되니 終年未釋勞(종년미석노) : 해가 저물어도 일은 끝이 없네 板簷愁雪壓(판첨수설압) : 널판자 처마는 눈에 눌려 걱정이요 荊戶厭風號(형호염풍호) : 사립문에는 바람이 불어 울부짖네 霜曉伐巖斧(상효벌암부) : 찬 새벽에는 산비탈의 나무도 베어오고 月宵乘屋()(월소승옥()) : 달밤엔 이엉 새끼도 꼬아야 하네 佇看春事起(저간춘사기) : 이러다 보면 어느덧 봄 일이 시작되니 舒嘯便登皐(서소편등고) : 천천히 휘파람불며 언덕에 올라본다
|
|
상수상시(上首相詩)-김극기(金克己)
昴宿騰精降九天(묘숙등정강구천) : 하늘의 묘수 소하가 지상에 내려오니 文章賈馬德淵騫(문장가마덕연건) : 문장은 가의와 사마상,덕해은 안연과 민손이라 棟樑異器宜支廈(동량이기의지하) : 기둥과 들보 특이한 그릇은 큰 집 지탱할 만하고 舟楫長材稱濟川(주즙장재칭제천) : 배의 노와 큰 재목은 내 건널 만하다 일컬어진다 鼎位當年提玉鉉(정위당년제옥현) : 정승의 벼슬은 솥에 옥발처럼 나라를 괴었고 台階拱北冠珠躔(태계공북관주전) : 높은 자리 삼태성이 뭇 별을 거느리듯 하였도다 春風惠澤還齊相(춘풍혜택환제상) : 봄바람처럼 인자한 은택 제나라 정승 안영 같도다 夏日威名襲晉賢(하일위명습진현) : 여름 해 같은 위엄은 진나라의 현인 조순이로다 姸醜易分徵鏡下(연추역분징경하) : 위징의 거울 속처럼 잘되고 못된 일 쉽게 가려지고 重輕難避亮秤前(중경난피량칭전) : 제갈량의 저울 같은 다스림 앞에 상벌의 경중 피하기 어렵도다 衆英振拔皆堪羨(중영진발개감선) : 여러 띄어난 인재 발탁된 것 모두 다 부러우니 孤迹衰窮獨可憐(고적쇠궁독가련) : 외로운 이 몸만 곤궁함이 불쌍하지 않으리오 柳壁佐戎雖半稔(류벽좌융수반임) : 유벽에 오랑캐 지키는 일이 반 년이 되었고 花塼揮翰費多年(화전휘한비다년) : 화전에 글 올린 지가 이미 여러 해 지났습니다 新官考績雖居後(신관고적수거후) : 신관의 성적은 비록 뒷자리에 있지마는 舊暑論功合處先(구서론공합처선) : 구서의 논공 따르면 먼저 되어야 하겠습니다 初與下流甘鷁退(초여하류감익퇴) : 처음엔 아랫사람들과 함께 달게 무러나려 했으나 忽聞前例望鶯遷(홀문전례망앵천) : 문득 전례를 듣고 승진을 바라옵니다 倘蒙一手霑陶鑄(당몽일수점도주) : 혹시 한 손으로 도자기 만들 듯 철을 만드릇 도와주시어 增秩何妨七品聯(증질하방칠품련) : 등급 올려 칠품쯤을 어찌마다 하겠습니까
|
|
|
곽장(㰌場)-김극기(金克己)
昨夜凌凌風裂地(작야릉릉풍렬지) : 어젯밤 거센 바람 땅을 찢어놓더니 今朝漠漠雪連天(금조막막설련천) : 오늘 아침에 아득히 눈이 하늘에 가득 내린다. 戶外頑寒體生軫(호외완한체생진) : 지게문 밖의 모진 추위에 몸에 병 생겨 塡窓擬作終日眠(전창의작종일면) : 창을 닫고 종일토록 자는 척하노라. 豈料使華先犯曉(기료사화선범효) : 어떻게 중국사신이 먼저 새벽에 올 줄 알았으랴 鐃笳雷動鴨江邊(뇨가뢰동압강변) : 군악 소리가 압록강 가를 흔드는구나. 驚起衣裳自顚倒(경기의상자전도) : 놀라 일어나 옷을 입고 허둥거리며 急呼紫燕連着鞭(급호자연련착편) : 내 말 자연을 급히 불러 채찍질 한다. 奔波始及枕水館(분파시급침수관) : 물결처럼 달려 비로소 침수관에 이르러서 屈體拜叩麾幢前(굴체배고휘당전) : 휘당 앞에 몸 굽혀 절하고 머리를 조아린다. 一隊刀鎗獨西渡(일대도쟁독서도) : 한 무리의 군사는 홀로 서쪽 강을 건너 橫穿半里圭璧田(횡천반리규벽전) : 오 리의 규벽전 가로 뚫었다. 忽見氈廬臨野市(홀견전려림야시) : 문득 오랑캐 담요로 지은 집 들판에 있는 것 언뜻 보니 高旗獵獵鼓闐闐(고기렵렵고전전) : 높은 깃발 펄럭이고 북소리 들린다. 豪商貂裘手可炙(호상초구수가자) : 큰 상인의 돈피 갓옷은 내 손을 지질 것 같고 鼻息直上成雲煙(비식직상성운연) : 거친 콧김은 바로 올라와 구름과 연기 만든다. 奔竸毫芒收貨貝(분竸호망수화패) : 한 푼을 서로 다투면서 재물을 모으고 載車折軸擔赬肩(재차절축담정견) : 수레에 실으니 굴대가 부러져 어깨에 멘다. 野人貌古口喑啞(야인모고구암아) : 시골사람들 얼굴이 추하고 입이 어눌해 甘被欺謾良可憐(감피기만량가련) : 달콤한 데에 속가는 것 참으로 가련하다. 買得燕珉作荆璞(매득연민작형박) : 연밍이란 돌을 형산의 옥돌로 속아사니 囊中散盡三萬錢(낭중산진삼만전) : 어느새 주머니의 삼만 량이 다 흩어졌도다. 滿眼賢愚摠爭利(만안현우총쟁리) : 어진이나 어리석은 이 모두 이익을 다투는데 時予兀坐猶塊然(시여올좌유괴연) : 때로 나는 오뚝하게 앉아 멍청해진다. 如縮頭鼇(여축두오) : 숙인 얼굴 목 움츠린 자라 같아 回膓却似鳴膀蟬(회장각사명방선) : 창자가 도는 소리 도리어 매미 소리 같도다. 日午公廚忽破寂(일오공주홀파적) : 낮이 되어 공관 부엌에서 심심풀이 보내주니 銀觥蘸甲傾香泉(은굉잠갑경향천) : 향기로운 술을 기울여 온 술잔에 가득 따르다. 鬢湏纓絡頓消釋(빈회영락돈소석) : 두 귀 밑의 주름살 갑자기 펴지면서 暄暖解扶衰朽年(훤난해부쇠후년) : 따뜻한 기운은 늙은 마음 다 잡아주는구나. 胡兒咻咻過帳外(호아휴휴과장외) : 되놈 아이가 왁자지껄 장막 밖을 지나는데 未到數步聞臊羶(미도수보문조전) : 몇 걸음 떨어져 벌써 누린내 나는구나. 也知溪谷滿不得(야지계곡만불득) : 알겠구나, 그의 구렁이 같은 욕심 채우지 못해 觀我朶頤流饞涎(관아타이류참연) : 내 음식 먹으며 움직이는 턱을 보고 침 흘리겠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