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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김창협 산속에 사는 사람

 

 

山民        산속에 사는 사람

                          김창협  金昌協
                          1651(효종 2) ~ 1708년(숙종 34)

     

    下馬問人居  말에서 내려 주인 계시오 하였더니,
    婦女出門看  부녀가 문을 열고 내다본다.
    坐客茅屋下  손님을 띠집 안에 모셔 앉히고
    爲客具飯餐  음식상을 차려 내온다.
    丈夫亦何在  남편은 어디 가셨습니까?
    扶犁朝上山  따비를 메고 아침에 산에 갔는데
    山田苦難耕  산밭이 참으로 갈기 어려워
    日晩猶未還  저물었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四顧絶無隣  사방을 돌아봐도 이웃이 없고
    鷄犬依層巒  닭과 개만 언덕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中林多猛虎  숲속엔 맹수들이 많아
    采藿不盈盤  나물도 그릇 가득 캐지 못한단다.
    哀此獨何好  딱하구나. 무엇이 좋아서
    崎구山谷間  이 험한 산골에 살고 있을까.
    樂哉彼平土  좋지요. 저 평지에 가서 산다면야.
    欲往畏縣官  가고파도 탐관오리 무서워 못간다오.

     

    깊은 산 속에 오두막이 하나 있었겠지요.
    해도 저물고 해서 하룻밤 묵어갈 요량으로
    나그네가 주인을 부릅니다.
    아낙과 그집 어린 딸아이가 문을 열고 내다봅니다.
    손님을 모셔 앉히고 음식상을 차려내옵니다.
    나그네가 묻습니다.
    바깥어른은 어디 가셨습니까?
    대답합니다.
    따비를 메고 밭을 일구러 나갔는데
    밭이 거칠어 일구기가 참 어렵답니다.
    날이 저물었는데도 아직 안 오시는군요.
    나그네는 사방을 한 번 둘러봅니다.
    이웃 없는 외딴집에
    기르는 닭과 개들만 집 근처 언덕에 돌아다닙니다.
    숲속에 맹수들이 많아서
    나물도 제대로 못캔다고 합니다.
    나그네가 물어봅니다.
    이런 곳이 뭐가 좋아서 여기 들어와 삽니까?
    대답합니다.
    아, 논밭 많은 평야지대에 살면 좋은 줄이야
    누가 모릅니까.
    탐관오리들 때문에 못가는 것이지요.
    백성들 피를 빨아먹는 잔학무도한 탐관오리들.
    그놈들에게 시달리느니
    차라리 여기 숨어사는 게 마음 편하답니다.

    김창협은
    자는 중화(仲和)이고,
    호는 농암(農巖), 동음거사(洞陰居士),
    한벽주인(寒碧主人) 등이며,
    시호는 문간(文簡),
    본관은 안동(安東)입니다.
    위의 시는 그의 문집 <농암집>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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