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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김종직 쌀 건지는 노래

 

 

 록米嘆          쌀 건지는 노래

 

                                   김종직(金宗直)
                                   1431(세종13) ~ 1492(성종23)

 

[원문 주석] 조운선(漕運船)이 침몰하자, 즉시 흥덕현감(興德縣監), 부안현감(扶安縣監), 검모포 권관(黔毛浦權管)에게 명하여, 여덟 고을의 군사들을 독책해서 바다에 잠긴 쌀을 건지게 하여, 3천 7백여 석을 건져냈다. 닷새가 지난 뒤 건진 쌀은 썩어 냄새가 나서 먹을 수가 없었다.

 

록米滄海中     깊은 바다에서 쌀을 건지니

海暗風不息     바다 어둡고 바람도 거칠다.

人持鐵龍爪     사람들은 쇠 갈쿠리를 들고

崖岸종蝗集     바닷가에 메뚜기떼처럼 모였다.

東西望壞版     부서져 떠 있는 판자를 바라보니

其下有堆積     그 밑에 잔뜩 쌀이 쌓여 있구나.

潮頭卷連山     산 같은 바닷물이 들이닥치면

折趾仍却立     멈칫 뒤로 물러섰다가

乘退共예出     물이 나가면 그 사이 함께 끌어내는데

一斛動十力     한 가마 건지는 데 열 사람이 달려든다.

近岸或可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은 건질 수 있겠으나

大洋誰종跡     바다 안에 잠긴 건 누가 가서 건지랴.

厥數萬八千     침몰된 숫자가 모두 일만 팔천 석인데

五分재一獲     그중에 겨우 오분의 일만 건졌네.

淹旬不出水     열흘 동안이나 물에서 못 꺼낸 건

臭味俱穢惡     썩는 냄새가 진동하여

百步不可近     백 보 거리도 접근할 수 없으니

大豕亦將殼     돼지에게 주어도 먹지 않으리라.

抑配彼農民     그 쌀을 강제로 농민에게 분배하니

嗚呼非令式     아, 그것은 좋은 법령이 아니다.

不如姑置之     차라리 그곳에 그대로 두어서

留與원타食     물고기 밥이나 되게 함이 나을텐데.

록(水+鹿), 종(冬+蟲-1), 예(手+曳), 종(足+從), 재(겨우 재, 讒자에 말씀언을 빼고 실사를 더한 글자), 원타(원은 鼈자의 윗부분에 폐 자를 빼고 元자를 더한 글자)

                         < 한국문집총간 12집-379쪽a >

조선시대에는 남쪽지방에서 세금으로 거둔 곡식을 배에 실어 서해안을 거쳐 서울로 운반하였는데, 중간에 배가 파선하여 곡식이 바다에 잠기면, 그것을 건져서, 먹지 못할 정도로 젖어 부패한 쌀을 인근 고을 백성들에게 강제로 나누어주고 이듬해 가을 추수 때에 그 분량만큼을 새 곡식으로 거두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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