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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김창협 얼음 뜨는 자를 위한 노래

 

 

鑿氷行        얼음 뜨는 자들을 위한 노래

          김창협  金昌協
          1651(효종 2) ~ 1708년(숙종 34)

           

    季冬江漢氷始壯    늦겨울 한강에 얼음이 꽁꽁 어니
    千人萬人出江上    사람들 우글우글 강가로 나왔네.
    丁丁斧斤亂相착    꽝꽝 도끼로 얼음을 찍어 내니
    隱隱下侵馮夷國    울리는 소리가 용궁까지 들리겠네.
    착出層氷似雪山    찍어낸 얼음이 산처럼 쌓이니
    積陰凜凜逼人寒    싸늘한 음기가 사람을 엄습하네.
    朝朝背負入凌陰    낮이면 날마다 석빙고로 져나르고
    夜夜椎鑿集江心    밤이면 밤마다 얼음을 파 들어가네.
    晝短夜長夜未休    해짧은 겨울에 밤늦도록 일을 하니
    勞歌相應在中洲    노동요 노래소리 모래톱에 이어지네.
    短衣至간足無비    짧은 옷 맨발은 얼음위에 얼어 붙고
    江上嚴風欲墮指    매서운 강바람에 언 손가락 떨어지네.
    高堂六月盛炎蒸    고대광실 오뉴월 무더위 푹푹 찌는 날에
    美人素手傳淸氷    여인의 하얀 손이 맑은 얼음을 내어오네.
    鸞刀擊碎四座편    난도로 그 얼음 깨 자리에 두루 돌리니
    空裏白日流素霰    멀건 대낮에 하얀 안개가 피어나네.
    滿堂歡樂不知暑    왁자지껄 이 양반들 더위를 모르고 사니
    誰言鑿氷此勞苦    얼음뜨는 그 고생을 그 누가 알아주리.
    君不見                그대는 못보았나?
    道傍갈死民          길가에 더위먹고 죽어 뒹구는 백성들이
    多是江中鑿氷人    지난 겨울 강위에서 얼음뜨던 자들인 걸.

     *간(骨+干), 비(尸+非), 갈(日+曷), 편(두인변+扁)
    --
    조선시대에는
    겨울에 강에 언 얼음을 떼어다가
    석빙고에 저장을 했습니다.
    얼음을 떼어내는 일은
    부역으로 차출된 사람들 몫이었지요.
    조정에서 날을 잡아서
    부역꾼들을 동원하여
    몇날 며칠을 쉬지 않고 얼음을 떼어냈습니다.
    허름한 반바지 차림으로
    맨발로
    얼음 위에서 얼음을 파냈습니다.
    매서운 겨울 바람에
    손가락이 다 떨어질 듯이 아팠습니다.
    그 얼음을 석빙고로 져날라서
    여름에 쓰기 위해 저장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한여름이 되면
    그 얼음을 잡수시는 양반들은
    대개 조정의 높은 벼슬아치들인 것입니다.
    섬섬옥수 이쁜 여인네들을 옆에 끼고 앉아
    그 투명한 얼음을 입에 넣고
    찌는듯한 여름에도
    더위를 모르고 살아갑니다.
    길가에는
    굶주리고 병들어서
    더위먹고 죽은 백성들의 시체가 있습니다.
    죽은 그 백성은
    지난 겨울
    맨발로 얼음 위에서 부역하던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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