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절에 노스님 한분이 계셨다.
덕이 높고 수행이 깊은 노스님은 여간해 아프시지도 않고
대중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으며 살아 가셨다.
어느 날 짖궂은 손자 상좌들이
"노스님 언제 옷 벗으실 겁니까?"하고 여쭸다.
언제 돌아가실 것이냐 물은 것이다.
그 때 스님은 "뒷산 바위가 무너지는 때에 옷을 벗으마"하셨다.
하루는 상좌에게 지필묵을 가져오라 하시고
사람 얼굴을 그린 후에 눈동자는 남겨두며 하시는 말씀이
"사십년 후에 이 그림을 걸개로 하여 중원 천하를 돌아다니며 '자기 영 찾으시오.'
하고 소리를 치고 다니면 내가 나타나 눈동자를 그려줄 것이라"고 하시고는
목욕재계하고 의복을 단정히 하고 좌탈 입망(앉아서 돌아가심)하시니
갑자기 뒷산 바위가 무너져 내렸다.
사십년 후에 청나라에는 순치(順治) 황제가
황제의 자리에 올라 마상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수행하여
중원 천하를 통일하여 자금성에 앉아 있는데
성밖에서 문득 “자기 영(靈 ) 찾으시오.”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엇에 이끌린 듯 소리 나는 곳을 보니
어느 스님이 걸개그림을 들고 있는데 눈이 없어
황제가 붓을 들어 눈동자를 그려주었다.
그 스님은 “사십년 만에 스승님을 뵙습니다.” 하면서
큰 절을 올리고 연유를 말하니 순치는 홀연히 자신의 전생을 깨달았다.
그 길로 곤룡포를 벗어 던지고 산으로 들어가 출가하며 시를 지으니
그것이 유명한 순치황제 출가시(順治皇帝出家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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