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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정지상(鄭知常)

정지상 鄭知常

?~ 1135(인종13).
고려 전기의 문신이자 시인.

서경(西京)인으로 초명은 지원(之元).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성장했다.

서경에 두었던 분사국자감시(分司國子監試)에서 진사가 된 후, 서울인 개경(開京)으로 올라와 최종 고시인 예부시(禮部試)를 준비한 듯하다.

1112년(예종 7)에 과거에 급제하여 1113년에 지방직으로 벼슬을 시작했다.

 1114년 중앙관리로 개경에 올라와 벼슬을 했는데, 이 무렵에 사신의 일행으로 송(宋)나라에 가서 해를 넘기고 체류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1127년(인종 5)에 척준경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는데 그것을 인종이 받아들여 척준경을 유배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로부터 정계에 두각을 나타내고 인종의 총애를 받게 되었다. 척준경을 유배시킨 그 날로 왕명에 의해 기린각에서 〈서경〉을 강론하고 주식(酒食)을 하사받았다.

1130년 선왕(先王)의 벗이자 총신이었던 곽여가 죽자 왕명에 의해 제문과 〈동산재기 東山齋記〉를 짓기도 했다.

시에서 뿐만 아니라 문(文)에서도 명성을 떨쳐 당대에 김부식과 쌍벽을 이루었다.

칭제건원(稱帝建元)을 하자는 논의와 서경천도(西京遷都)를 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일어났을 때 묘청과 함께 서경천도를 주장했는데, 중앙문벌귀족의 중심세력인 김부식은 이를 강력히 반대해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서로 대립했다.

1135년 묘청은 인종의 서경천도의 뜻이 미약해지자 성급하게 난을 일으켰다(→ 색인 : 묘청의 난). 관군 총사령관으로 반란진압에 나선 김부식은 먼저 국론을 통해 정지상·김안·백수한 등이 반역에 가담했으니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해 개경에 있었던 그는 즉시 체포되었다.

 체포되어온 그는 김부식의 사명(私命)에 의해 궁문 밖에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이런 처사를 두고 후에 이규보는 〈백운소설〉에서 "시중(侍中) 김부식과 학사(學士) 정지상은 문장으로 한때 이름을 나란히 했다.

두 사람은 알력이 생겨 서로 사이가 좋지 못했다"라고 적고, 김부식이 자기에 의해 피살되어 음귀(陰鬼)가 된 정지상에 의해 죽었다는 일화를 실었다.

그는 불교와 도학을 사상적 기반으로 지니면서 풍수도참설에도 관심이 많았다.

결국 묘청의 난에 연좌되어 죽임을 당했으나 계속 격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시인으로서의 재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문집으로 〈정사간집 鄭司諫集〉이 있었으나 전하지 않고 20수가량의 시와 7편의 문장이 〈동문선〉·〈파한집〉·〈백운소설〉·〈고려사〉 등에 실려 전한다.

시는 절구에 능했다고 하나 현재 전하는 것은 율시가 더 많다.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표현에 뛰어났다. 문자의 수식과 조탁(彫琢)에 비중을 두는 만당시풍(晩唐詩風)을 이루면서도 세속의 번거로움과 갈등을 초월한 맑고 깨끗한 세계를 그렸다. 고사의 인용이 적으며, 감각을 통해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전달되는 그의 시세계를 두고 후에 홍만종은 입신(入神)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평했다(→송인 ).

그러나 시어(詩語)가 너무 다듬어져 만당시풍의 시가 가지는 단점도 지니는데, 이를 두고 최자는 "웅휘(雄輝)하고 깊은 대작(大作)은 없다"라고 평했다.

최치원 이후 고려 전기 한시문학을 주도했던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취후(醉後)-정지상(鄭知常)
술취한 후-정지상(鄭知常)

桃花紅雨鳥南南(도화홍우조남남) : 복사꽃 붉은 비에 새들이 지저귀고
繞屋靑山間翠嵐(요옥청산간취남) : 집을 둘러싼 청산에 푸른 이내 아른거린다
一頂烏紗慵不整(일정오사용불정) : 이마에 비스듬한 오사모 게을러 정돈못하고
醉眠花塢夢江南(취면화오몽강남) : 술취하여 꽃언덕에 누워 강남을 꿈꾸어본다

 

 

장원정1(長源亭1)-정지상(鄭知常)
장원사에서-정지상(鄭知常)

苕嶢雙闕枕江濱(초요쌍궐침강빈) : 높고 높은 두개의 대궐 강가에 있어
淸夜都無一點塵(청야도무일점진) : 맑은 밤에 도무지 티끌 한 점 없구나
風送客帆雲片片(풍송객범운편편) : 조각구름 하늘, 바람은 길손 실은 배 보낸다
露凝宮瓦玉鱗鱗(노응궁와옥린린) : 궁궐의 기와에 맺힌 이슬, 옥비늘 같다
綠楊閉戶八九屋(녹양폐호팔구옥) : 푸른 버들 속 여남은 집, 방문 닫혔고
明月捲簾三四人(명월권렴삼사인) : 달 밝은 밤, 주렴 걷으니 서너 사람 보인다
縹渺蓬萊在何許(표묘봉래재하허) : 까마득한 봉래는 어디쯤 있는가
夢闌黃鳥囀靑春(몽란황조전청춘) : 꿈 깨어도 꾀꼬리는 한창인 봄을 노래한다

 

 

장원정2(長源亭2)-정지상(鄭知常)
장원사에서-정지상(鄭知常)

玉漏丁東月掛空(옥루정동월괘공) : 물시계 소리나고 달은 공중에 걸렸는데
一天春興牡丹風(일천춘흥모란풍) : 천지에 봄의 흥취, 모란 꽃에 부는 바람.
小堂捲箔春波綠(소당권박춘파록) : 작은 마루에 주렴 걷으니 푸른 봄 물
人在蓬萊縹渺中(인재봉래표묘중) : 사람들이 아득한 봉래산에 있는 듯하다

 

 

신설(新雪)-정지상(鄭知常)
새눈-정지상(鄭知常)

昨夜紛紛瑞雪新(작야분분서설신) : 어제밤 펄펄 내린 서설이 새로운데
曉來鵷鷺賀中宸(효래원로하중신) : 새벽에 문무 백관 대궐에 와 하례한다
輕風不起陰雲捲(경풍불기음운권) : 바람도 불지 않고 어두운 구름 걷히니
白玉花開萬樹春(백옥화개만수춘) : 백옥 같은 꽃 피어 나무마다 봄이로다

 

 

단월역(團月驛)-정지상(鄭知常)
단월역에서-정지상(鄭知常)

飮闌倚枕畵屛低(음란의침화병저) : 술자리 끝나고 병풍 아래서 베개에 기대니
夢覺前村啼一鷄(몽각전촌제일계) : 꿈에서 깨니 앞마을에서 첫닭이 운다
却憶夜深雲雨散(각억야심운우산) : 문득 생각나노니, 깊은 밤 운우의 꿈 흩어질 제
碧空孤月小樓西(벽공고월소루서) : 푸른 하늘 외로운 달이 작은 누대 서쪽에 있었다

 

 

제변산소래사(題邊山蘇來寺)-정지상(鄭知常)
변산소래사에 제하다-정지상(鄭知常)

古徑寂寞縈松根(고경적막영송근) : 쓸쓸한 옛 길, 얽힌 솔뿌리
天近斗牛聊可捫(천근두우료가문) : 하늘이 가까워 두우성도 만질 듯
浮雲流水客到寺(부운유수객도사) : 뜬 구름, 흐르는 물처럼 절간에 오니
紅葉蒼苔僧閉門(홍엽창태승폐문) : 단풍잎 푸른 이끼에 중은 문을 닫았다
秋風微凉吹落日(추풍미량취낙일) : 살상대는 가을 바람 지는 해에 불고
山月漸白啼淸猿(산월점백제청원) : 산에 뜬 달, 훤해지는데 들리는 잔나비 울음소리.
奇哉尨眉一老納(기재방미일노납) : 기이하다, 눈썹이 터부룩한 한 늙은 중
長年不夢人間喧(장년불몽인간훤) : 오랜 세월 세상의 시끄러운 일 꿈조차 꾸지 않았구나

 

 

개성사팔척방(開聖寺八尺房)-정지상(鄭知常)
개성사 팔척방에서-정지상(鄭知常)

百步九折登巑岏(백보구절등찬완) : 백 걸음에 아홉 번 꺾여 높이 오르니
家在半空唯數間(가재반공유수간) : 오직 두어 칸 집만이 반공중에 있구나
靈泉澄淸寒水落(영천징청한수락) : 신령한 샘 맑아 차가운 물이 떨어지는데
古壁暗淡蒼苔斑(고벽암담창태반) : 어둑한 옛 벽에는 푸른 이끼 아롱져있다
石頭老松一片月(석두노송일편월) : 바위 위의 늙은 소나무에는 한 조각 달
天末雲低千點山(천말운저천점산) : 하늘 끝 구름 아래로 일천 점의 산이로다
紅塵萬事不可到(홍진만사불가도) : 홍진 세상의 온갖 일 여기까진 오지 못해
幽人獨得長年閑(유인독득장년한) : 그윽한 사람 혼자 서니 긴긴 세월 한가도다

 

 

송인(送人)-정지상(鄭知常)
임을 보내며-정지상(鄭知常)


庭前一葉落(정전일엽낙) : 뜰 앞에는 나뭇잎 떨어지고
床下百蟲悲(상하백충비) : 마루밑에 온갖 벌레 슬프도다
忽忽不可止(홀홀불가지) : 홀홀히 말릴 수야 없지마는
悠悠何所之(유유하소지) : 유유히 어디로 가려는가
片心山盡處(편심산진처) : 한 조각 마음은 산이 다한 곳
孤夢月明時(고몽월명시) : 외로운 꿈 속 달이 밝을 때로다
南浦春波綠(남포춘파록) : 남포에 봄 물결 푸르러질 때
君休負後期(군휴부후기) : 임은 지난날의 기약 잊지 마시라

 

 

취후(醉後)-정지상(鄭知常)
슬에 취해-정지상(鄭知常)

桃花紅雨鳥喃喃(도화홍우조남남) : 복사꽃 붉은 비에 새들은 지저귀고
繞屋靑山間翠嵐(요옥청산간취람) : 집 두른 청산에는 남기가 스며든다
一頂烏紗慵不整(일정오사용불정) : 귀찮아 이마에 오사모 눌러 쓴 채로
醉眠花塢夢江南(취면화오몽강남) : 꽃 언덕에 취해 누워 강남 꿈을 꾼다

 

 

취후(醉後)-정지상(鄭知常)
취한 후에-정지상(鄭知常)

桃花紅雨鳥喃喃(도화홍우조남남) : 복사꽃 붉은 비에 새들 지저귀니
繞屋靑山間翠嵐(요옥청산간취람) : 집 두른 청산에 푸른 산기운 서린다
一頂烏紗慵不整(일정오사용불정) : 이마에 오사모 귀찮아 그냥 두고
醉眠花塢夢江南(취면화오몽강남) : 술 취해 꽃동산에 누워 강남땅을 꿈꾼다

 

 

영죽(詠竹)-정지상(鄭知常)
대나무를 노래함-정지상(鄭知常)

脩竹小軒東(수죽소헌동) : 작은 집 동쪽에 늘어진 대나무
蕭然數十叢(소연수십총) : 소연히 수십 떨기 서 있구나
碧根龍走地(벽근용주지) : 파란 뿌리는 용처럼 땅에 널려 있고
寒葉玉鳴風(한엽옥명풍) : 차가운 잎새에는 구슬처럼 울리는 바람
秀色高群卉(수색고군훼) : 빼어난 빛은 온갖 풀보다 고상하고
淸陰拂半空(청음불반공) : 맑은 그늘은 공중을 스치는구나
幽奇不可狀(유기불가상) : 그윽하고 기이하여 나타낼 수가 없으니
霜夜月明中(상야월명중) : 서리 내리는 밤에 달 밝은 가운데 서있도다

 

 

단월역(團月驛)-정지상(鄭知常)
단월역-정지상(鄭知常)

飮闌倚枕畵屛低(음란의침화병저) : 술자리 끝나고 그림 병풍 아래서 베개에 기대어
夢覺前村第一鷄(몽교전촌제일계) : 꿈에서 깨어나니 앞마을에 첫닭이 우는구나
却憶夜深雲雨散(각억야심운우산) : 문득 생각하노라, 깊은 밤 비구름 흩어지니
碧空孤月小樓西(벽공고월소루서) : 푸른 하늘에는 외로운 달이 작은 다락 서쪽에 떠있다

 

 

영곡사(靈鵠寺)-정지상(鄭知常)
영곡사-정지상(鄭知常)

千刃岩頭千古寺(천인암두천고사) : 천 길 바위 꼭대기에 천 년 묵은 절
前臨江水後依山(전임강수후의산) : 앞으로는 강물 내려다 보고 뒤로는 산에 기대었도다
上摩星斗屋三角(상마성두옥삼각) : 위로는 북두성을 만질 듯한 삼각진 절집
半出虛空樓一間(반출허공루일간) : 반쯤 허공에 솟은 누각이 한 칸이로구나

 

 

분행역기충주자사(分行驛寄忠州刺史)-정지상(鄭知常)
분행역에서 충주자사에게 보내다-정지상(鄭知常)

暮經靈鵠峯前路(모경영곡봉전로) : 저물 녘에 영곡봉 앞길을 지나서
朝到分行樓上吟(조도분행루상음) : 아침에는 분행루에 올라 시를 읊는다
花接蜂鬚紅半吐(화접봉수홍반토) : 꽃은 벌의 수염에 닿아 붉은 빛을 반쯤 토하고
柳藏鸚翼綠初深(유장앵익록초심) : 벌이 꾀꼬리 날개 감춘 듯 버들은 초록이 짙어 간다
一軒春色無窮興(일헌춘색무궁흥) : 온 누각의 봄빛은 무궁한 흥이 일지만
千里皇華欲去心(천리황화욕거심) : 천리길 중국사신은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구나
回首中原人不見(회수중원인불견) : 머리를 중원으로 돌이키나 사람은 보이지 않고
白雲低地樹森森(백운저지수삼삼) : 흰 구름은 땅에 나직하고 나무들은 빽빽하구나

 

 

월영대(月影臺)-정지상(鄭知常)
월령대-정지상(鄭知常)

碧波浩渺石崔嵬(벽파호묘석최외) : 푸른 물결 아득하고 바위산은 우뚝한데
中有蓬萊學士臺(중유봉래학사대) : 그 속에 최치원이 놀던 학사대가 있도다
松老壇邊蒼蘇合(송노단변창소합) : 노송이 드리워진 제단 가에는 풀이 우거지고
雲低天末片帆來(운저천말편범래) : 구름 낀 하늘 끝에는 돛단배 돌아오는구나
百年風雅新詩句(백년풍아신시구) : 한 평생 시 짓는 일에 새로운 시구 찾았으니
萬里江山一酒杯(만리강산일주배) : 만리 먼 길 강산유람에 한 잔의 술이로다
回首鷄林人不見(회수계림인불견) : 계림쪽으로 머리 돌려도 사람 하나 뵈지 않고
月華空炤海門回(월화공소해문회) : 달빛만 부질없이 해안 비춰 도는구나

 

 

제변산소래사(題邊山蘇來寺)-정지상(鄭知常)
변산 소래사에 제하다-정지상(鄭知常)

古徑寂寞縈松根(고경적막영송근) : 쓸쓸한 옛 길엔 솔뿌리가 얽혀있고
天近斗牛聊可捫(천근두우료가문) : 하늘이 가까워 두우성이라도 만질 듯 하구나
浮雲流水客到寺(부운유수객도사) : 뜬 구름 흐르는 물처럼 나그네 절에 이르니
紅葉蒼苔僧閉門(홍엽창태승폐문) : 단풍잎 푸른 이끼 가득한데 스님은 문을 닫는구나
秋風微凉吹落日(추풍미량취낙일) : 가을 바람 조금 차가운데 지는 해에 불어오고
山月漸白啼淸猿(산월점백제청원) : 산 달이 조금씩 훤해지니 맑은 잔나비 울음소리 들린다
奇哉尨眉一老納(기재방미일노납) : 기이하구나, 눈썹이 터부룩한 저 늙은 중이여
長年不夢人間喧(장년불몽인간훤) : 한평생 인간 세상 시끄러운 일은 꿈조차 꾸지 않는다니

 

 

개성사팔척방(開聖寺八尺房)-정지상(鄭知常)
개성사 여덟 척 방-정지상(鄭知常)

百步九折登巑岏(백보구절등찬완) : 백 걸음에 아홉 번 꺾여 높이 오르니
家在半空唯數間(가재반공유수간) : 집이 반 공중에 있는데 오직 몇 채 뿐이로다
靈泉澄淸寒水落(영천징청한수락) : 맑고 맑은 신성한 샘에선 차가운 물 떨어지고
古壁暗淡蒼苔斑(고벽암담창태반) : 옛 벽은 어둑한데 푸른 이끼 아롱져있도다
石頭老松一片月(석두노송일편월) : 바위 위의 늙은 소나무, 한 조각 달 떠있고
天末雲低千點山(천말운저천점산) : 하늘 끝 구름 아래에는 일천 점의 산들이로다
紅塵萬事不可到(홍진만사불가도) : 홍진 세상의 온갖 일이 이르지 못하나니
幽人獨得長年閑(유인독득장년한) : 숨어사는 사람 혼자서 긴 세월 한가함을 누리는구나

 

 

제등고사(題登高寺)-정지상(鄭知常)
등고사에 제하다-정지상(鄭知常)

石逕崎嶇苔錦班(석경기구태금반) : 돌길은 높아 이끼가 아롱졌고
錦苔行盡入禪關(금태행진입선관) : 비단 이끼 깔린 길 다하자 암자에 들어선다
地應碧落不多遠(지응벽락부다원) : 땅은 하늘에 응하여 그리 멀지 않고
僧與白雲相對閒(승여백운상대한) : 스님은 흰 구름과 한가로이 마주한다
日暖燕飛來別殿(일난연비래별전) : 날이 따뜻해지자 제비 날아와 별전에 들고
月明猿嘯響空山(월명원소향공산) : 달이 밝자 원숭이 울음소리 빈 산에 울려 퍼진다
丈夫本有四方志(장부본유사방지) : 장부의 뜻은 본디 천하에 두어야 하는데
吾豈匏瓜繫此間(오기포과계차간) : 내 어찌 박과 오이처럼 이 세상에 에 얽매이리오

 

 

춘일(春日)-정지상(鄭知常)
봄날-정지상(鄭知常)

物象鮮明霽色中(물상선명제색중) : 활짝 갠 날씨에 물상은 산뜻하고
勝遊懷抱破忡忡(승유회포파충충) : 즐거운 놀이에 온갖 시름 다 잊는구나
江含落日黃金水(강함낙일황금수) : 강은 지는 해를 먹음은 황금 물빛이로다
柳放飛花白雪風(유방비화백설풍) : 바람결에 흩날리는 버들솜은 흰 눈이어라.
故國江山千里遠(고국강산천리원) : 고향 강산은 천 먼 곳에 있는데
一樽談笑萬緣空(일준담소만연공) : 한 통 술로 담소하니 만 가지 인연도 부질없구나
興來意欲題新句(흥래의욕제신구) : 감흥이 일어 새로운 시 한 수 쓰려고
下筆慚無氣吐虹(하필참무기토홍) : 붓 들어 적으려니 호방한 기운 모자라 부끄럽도다

 

 

送人(송인)-정지상(鄭知常)
임을 보내며-정지상(鄭知常)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 비 갠 긴 강둑에 풀빛 짙어지고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 남포로 임을 보내니 슬픈 노래 이는구나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 대동강 물은 그 어느 때도 마르지 않으리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 이별의l 눈물이 해마다 대동강 푸른 물에 보태지리니

 

 

용동파어기정지상인(用東坡語寄貞之上人)-이인로(李仁老)
동파의 말을 써서 정지 스님에게 부치다-이인로(李仁老)

歲律旣云暮(세률기운모) : 한 해도 이미 저무는데
凄風生戶牖(처풍생호유) : 찬 바람이 남쪽 창에 이는구나
竹窓燈火靑(죽창등화청) : 죽창의 등불 푸른 불빛
一叚有佳趣(일가유가취) : 한 가지 아름다운 풍취를
與君分一半(여군분일반) : 절반을 나누어 그대에게 보내주노니
愼勿輕受授(신물경수수) : 조심해 함부로 남에게 주거나 받지 마오
所與苟非人(소여구비인) : 줄 곳이 진실로 그 사람이 아니면
火迫當還取(화박당환취) : 부리나케 도로 받아 와야 합니다

 

 

送人2(송인2)-鄭知常(정지상)
그대를 보내며-鄭知常(정지상)

庭前一葉落(정전일엽락) : 뜰 앞에 한 낙엽 딩굴어
床下百筮悲(상하백서비) : 평상 아래 온갖 벌레는 슬피 울지요
忽忽不可止(홀홀부가지) : 노무 갑작스러워 잡아 둘 수 없는데
悠悠何所之(유유하소지) : 유유히 가시는 곳 어디신가요
片心山盡處(편심산진처) : 산 다한 곳까지 일편단심으로
孤夢月明時(고몽월명시) : 달 밝은 때 저는 외로운 꿈꾸어요
南浦春波綠(남포춘파록) : 남포에 봄 물결 푸르면
君休負後期(군휴부후기) : 그대여 뒷 약속 저버리지 마세요

 

 

西都(서도)-鄭知常(정지상)
평양에서-鄭知常(정지상)

紫陌春風細雨過(자맥춘풍세우과) : 번화한 거리 봄바람 불고 가랑비 내리고
輕塵不動柳絲斜(경진부동유사사) : 티끌도 일지 않고 실버들은 비껴나네
綠窓朱戶笙歌咽(녹창주호생가열) : 푸른 창 붉은 문에서 노래 소리 터져 나오니
盡是梨園子弟家(진시리원자제가) : 이 곳이 곧 이원자제의 집이런가

 

 

醉後(취후)-鄭知常(정지상)
취하여서-鄭知常(정지상)

紅花紅雨鳥喃喃(홍화홍우조남남) : 꽃비 내리고 새들은 짹짹
繞屋靑山間翠嵐(요옥청산간취람) : 집을 에워싼 청산에 산기운 서리네
一頂烏絲慵不整(일정오사용불정) : 머리에 모자 게을러 바로 쓰지 못하고
醉眠花塢夢江南(취면화오몽강남) : 꽃 언덕에 취하여 잠이 들어, 강남 꿈을 꾼다오

 

 

西郊(서교)-鄭知常(정지상)
평양에서-鄭知常(정지상)

紫陌春風細雨過(자맥춘풍세우과) : 번화한 거리 봄바람 살랑살랑 보슬비 보슬보슬
輕塵不動柳絲斜(경진부동유사사) : 티끌 하나 일지 않고 실버들은 비껴나네
綠窓朱戶笙歌咽(녹창주호생가열) : 푸른 창 붉은 문, 노래 소리 터져 나오네
盡是梨園子弟家(진시리원자제가) : 이 곳이 곧 이원자제의 집이런가

 

 

新雪(신설)-鄭知常(정지상)
첫 눈-鄭知常(정지상)

昨日紛紛瑞雪新(작일분분서설신) : 펄펄 내린 어제 눈, 서설이라 신선하고
曉來䲶鷺賀中辰(효래붕로하중신) : 이른 새벽 조정엔 만조백관 줄지어 하네
輕風不起陰雲捲(경풍불기음운권) : 바람도 불지 않고 구름마저 걷혔도다
白玉花開萬樹春(백옥화개만수춘) : 백옥같이 꽃피니 나무마다 봄이로구나

 

 

春日(춘일)-鄭知常(정지상)
어느 봄날-鄭知常(정지상)

物像鮮明霽色中(물상선명제색중) : 물색도 선명한 활짝 갠 날에
勝遊懷抱破忡忡(승유회포파충충) : 흔쾌히 노는 마음 온갖 근심 다 가시네
江含落日黃金水(강함락일황금수) : 석양 잠긴 강은 황금 물결 출렁이고
柳放飛花白雲風(류방비화백운풍) : 꽃 터뜨린 버드나무 바람에 구름일듯
故國江山千里遠(고국강산천리원) : 고향산천은 아득한 천리 길
一樽談笑萬緣空(일준담소만연공) : 한 동이 술자리로 세상사 다 잊네
興來意欲題詩句(흥래의욕제시구) : 흥이 솟아 시 제목 찾아
下筆慚無氣吐虹(하필참무기토홍) : 붓을 들어도 무지개 같은 시 토할 기개 없어 부끄럽소

 

 

長源亭(장원정)-鄭知常(정지상)
장원정-鄭知常(정지상)

岧嶢雙闕枕江濱(초요쌍궐침강빈) : 우람한 두 대궐집, 베개인 듯 강가에 우뚝한데
淸夜都無一點塵(청야도무일점진) : 맑고 고요한 밤, 한점 먼지도 없네
風送客帆雲片片(풍송객범운편편) : 나그네 탄 배에 바람 불고 구름은 흩어져
露凝宮瓦玉鱗鱗(로응궁와옥린린) : 궁궐 기와에 이슬 맺혀 구슬처럼 가지런하다
緣楊閉戶八九屋(연양폐호팔구옥) : 버드나무에 문 가린, 여덟 아홉 집
明月捲簾三四人(명월권렴삼사인) : 밝은 달이 발을 걷어 보이는, 서 너 사람
縹緲蓬萊在何許(표묘봉래재하허) : 아득한 신선 마을은 어디쯤인가
夢闌黃鳥囀靑春(몽란황조전청춘) : 꿈 깨운 꾀꼬리, 무르익은 봄을 노래하네

 

 

用東坡韻寄貞之上人(용동파운기정지상인)-李仁老(이인로)
동파의 운으로 지정 스님에게-李仁老(이인로)

歲律旣云暮(세률기운모) : 일년이 이미 저물어
凄風生戶窓(처풍생호창) : 싸늘한 바람 문틈으로 찾아든다
竹窓燈火靑(죽창등화청) : 죽창에는 파란 등 불빛
一段有佳趣(일단유가취) : 한 줄기 아름다운 멋이 흐르네
與君分一半(여군분일반) : 그대와 절반 나누었으니
愼勿輕受授(신물경수수) : 쉽게 누구에게 주거나 받지 마소
所與苟非人(소여구비인) : 나누어 준 사람이 진실로 바르지 않으면
火迫當還取(화박당환취) : 화급히 따라가 찾아오소서

 

 

練光亭次鄭之常韻(연광정차정지상운)-金昌翕(김창흡)
연광정에서 정지상의 운을 빌어-金昌翕(김창흡)

城外人喧汲水多(성외인훤급수다) : 성밖은 사람들 시끄러이 물 긷고
煙江一帶有漁歌(연강일대유어가) : 안개 낀 강에는 고기잡이 노래 소리
夜來未厭金樽月(야래미염금준월) : 밤에는 금 술잔에 비친 달이 싫지 않는데
已見朝霞盪綠波(이견조하탕록파) : 아침노을 어느새 푸른 물결 씻어버리네

 

 

送人(송인)-鄭知常(정지상)
그대를 보내며-鄭知常(정지상)

庭前一葉落(정전일엽락) : 뜰 앞에 나뭇잎 하나 떨어지고
床下百蟲悲(상하백충비) : 마루 밑 벌레 소리 처량도하다
忽忽不可知(홀홀불가지) : 그대 홀연히 떠남을 잡지 못하니
悠悠何所之(유유하소지) : 그대 멀리 어디로 가려는가
片心山盡處(편심산진처) : 마음으론 길 다한 곳까지 따라 가고
孤夢月明時(고몽월명시) : 달 밝은 밤이면 그대 꿈꾸리라
南浦春波綠(남포춘파녹) : 남포의 봄 물결 푸르러지면
君休負後期(군휴부후기) : 그대여, 우리 약속 잊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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