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獨立)-정약용(丁若鏞) 홀로 서서-정약용(丁若鏞)
秋山衰颯暮湍哀(추산쇠삽모단애) : 가을 산 바람소리 저녁 여울 처량한데 獨立江亭意味裁(독립강정의미재) : 강가 정자에 홀로 서니 마음은 머뭇거린다. 風鴈陣欹還自整(풍안진의환자정) : 기러기 떼는 허물어 졌다 발라지고 霜花莟破未輕開(상화함파미경개) : 국화꽃은 시들어 다시 피지 못하하는구나. 空懷竹杖游僧院(공회죽장유승원) : 공연히 죽장 짚고 절을 유람하려 생각하니 徑欲瓜皮汎釣臺(경욕과피범조대) : 이내 다시 작은 배로 낚시배에 떠 볼까 하나. 百事思量身已老(백사사량신이노) : 온갖 일 생각해도 몸 이미 늙었는지라 短檠依舊照書堆(단경의구조서퇴) : 짧은 등잔불은 옛날처럼 책더미에 비추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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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발송행( 僧拔松行)-정약용(丁若鏞) 스님이 소나무를 뽑는구나-정약용(丁若鏞)
白蓮寺西石廩峰(백련사서석름봉) : 백련사 서쪽편의 석름봉 산기슭에 有僧彳亍行拔松(유승척촉행발송) : 어떤 중이 이리저리 다니며 소나무를 뽑아내고 있네. 稚松出地纔數寸(치송출지재수촌) : 어린 소나무 싹이 터서 땅위로 두어 치 자라 嫩幹柔葉何丰茸(눈간유엽하봉용) : 여린 줄기에 포름한 잎사귀 어찌 저리 탐스러운가. 嬰孩直須深愛護(영해직수심애호) : 어린 생명 모름지기 사랑하고 보호해야 하겠거니 老大況復成虯龍(노대황부성규룡) : 하물며 자라서 커지면 용이 틀어오르듯 되겠거늘 胡爲觸目皆拔去(호위촉목개발거) : 저 중은 어이하여 눈에 뛰는 대로 쏙쏙 뽑아버려 絶其萌蘖湛其宗(절기맹얼담기종) : 그 싹을 아주 말려 소나무라면 멸종시키려 든단 말가. 有如田翁荷鋤携長欃(유여전옹하서휴장참) : 마치 부지런한 농부 호미 괭이 들고 밭에 나가 力除稂莠勤爲農(력제랑유근위농) : 가라지 잡초를 뽑아서 곡식을 잘 가꾸듯 又如鄕亭小吏治官道(우여향정소리치관도) : 또 마치 향정의 대로를 닦느라고 翦伐茨棘通人蹤(전벌자극통인종) : 가시덤불 잡목을 베서 인마를 통하게 하듯이 又如蔿敖兒時樹陰德(우여위오아시수음덕) : 또 마치 옛날 손숙오가 어린 시절 음덕을 쌓느라고 道逢毒蛇殲殘凶(도봉독사섬잔흉) : 길에서 독사를 만나자 때려잡아 해악을 제거하듯 又如髬鬁怪鬼披赤髮(우여비리괴귀피적발) : 또 마치 더벅머리 괴기가 붉은 머리털 더풀더풀 拔木九千聲訩訩(발목구천성흉흉) : 나무 구천 그루 잡아 뽑으며 시끌시끌 떠들어대듯 招僧至前問其意(초승지전문기의) : 그 중을 불러와서 나무 뽑는 연유를 물어보니 僧咽不語淚如?(승열불어루여?) : 중은 울먹이며 말 못하고 눈이 이슬이 적시는구나. 此山養松昔勤苦(차산양송석근고) : 이 산은 양송(養松)을 전부터 공들여 하였거든요 闍梨苾蒭遵約恭(도리필추준약공) : 스님 상좌 모두 조심해서 법도를 삼가 지켰으니 惜薪有時餐冷飯(석신유시찬냉반) : 땔나무 아끼느라 찬 음식 먹기도 하고 巡山直至鳴晨鍾(순산직지명신종) : 산을 순시하다 보면 새벽종 소리 듣기 일쑤였지요. 邑中之樵不敢近(읍중지초불감근) : 읍내 초군들도 감히 범접을 못했거늘 況乃村斧淬其鋒(황내촌부쉬기봉) : 촌의 나무꾼들이야 도끼 들고 얼씬이나 하였나요. 水營小校聞將令(수영소교문장령) : 수영의 군교들이 장영 받고 들이닥쳐 入門下馬氣如蜂(입문하마기여봉) : 절 문간에서 말을 내리는데 그 기세는 벌떼 덤비듯 枉捉前年風折木(왕착전년풍절목) : 작년 바람에 부러진 소나무를 일부러 벤 것으로 트집잡아 謂僧犯法撞其胸(위승범법당기흉) : 중을 보고 금송을 범하였다 가슴을 들이치니 僧呼蒼天怒不息(승호창천노불식) : 중은 하늘에 호소해도 분노가 식지 않지만 行錢一萬纔彌縫(행전일만재미봉) : 어찌 합니까, 돈 만 닢을 바쳐 겨우 액땜 하였지요. 今年斫松出港口(금년작송출항구) : 금년에는 벌목을 하게 해서 항구로 모두 운반하는데 爲言備倭造艨艡(위언비왜조몽당) : 말인즉 왜구를 방비해서 병선을 만든다 하였으되 一葉之舟且不製(일엽지주차불제) : 조각배 한 척도 당초에 만들지 않았으니 只赭我山無舊容(지자아산무구용) : 속절없이 우리의 산만 옛모습 잃고 벌거숭이 되었네요. 此松雖稚留則大(차송수치유칙대) : 이 잔솔 지금은 어리지만 그대로 두면 크게 자랄 터이라 拔出禍根那得慵(발출화근나득용) : 화근을 뽑아버리는 일 어찌 게을리하오리까. 自今課拔如課種(자금과발여과종) : 이제부턴 소나무 뽑아내기 소나무 심듯 할 일이니 猶殘雜木聊禦冬(유잔잡목료어동) : 잡목이나 남겨두면 겨울에 화목으로 쓰겠지요. 官帖朝來索榧子(관첩조래색비자) : 오늘 아침 공문이 내려와 비자를 급히 바치라 하니 且拔此木山門封(차발차목산문봉) : 장차 이 나무도 뽑아버리고 절간문 봉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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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2(飮酒2)-정약용(丁若鏞) 음주-정약용(丁若鏞)
細馬爭門入(세마쟁문입) : 섬세하고 좋은 말은 다투어 들고 豐貂滿院來(풍초만원래) : 고관들이 들어와 집에 가득하도다. 直愁衣帶熱(직수의대열) : 우선 의대가 달아오를까 걱정되어 故傍酒家廻(고방주가회) : 일부러 술집 곁으로 다가 가보노라. 牢落聊全性(뢰락료전성) : 덤뿍 마셔도 에오라지 끄떡없어야 하나 嶔崎任散才(금기임산재) : 고결한 자가 방탕해지기도 하노라. 所欣惟自適(소흔유자적) : 스스로 만족함이 제일 기쁜 일 莫笑坳堂杯(막소요당배) : 우묵한 집 술잔이라도 비웃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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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1(飮酒1)-정약용(丁若鏞) 음주-정약용(丁若鏞)
麴米醺皆好(국미훈개호) : 술은 취하게 하니 모두가 좋아 雲和抱更斜(운화포갱사) : 거문고를 게다가 비스듬히 안는다. 獨思千載友(독사천재우) : 혼자서 천 년 전 벗을 생각하고 不向五侯家(불향오후가) : 권세 있는 집안엔 가지도 않는다. 物態寧無變(물태녕무변) : 만물이 어찌 변함이 없겠으랴만 吾生奈有涯(오생내유애) : 어이하여 우리 인생 죽음이 있을까 閒看庭日轉(한간정일전) : 뜰을 옮겨 가는 해 그림자 보게나 花影幾枝叉(화영기지차) : 꽃 그림자 몇 가지로 갈라지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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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운영산목(次韻詠山木)-정약용(丁若鏞) 산묵을 차운하여 읊다-정약용(丁若鏞)
孟夏入山中(맹하입산중) : 초여름에 산 속에 들어오니 綠溪芳草蒨(록계방초천) : 푸른 시냇가 방초가 무성하다. 醉眼纈淺綠(취안힐천록) : 취한 눈에 옅은 녹색 어른거리고 十里鋪素絹(십리포소견) : 십 리 벌이 흰 명주 펼쳐진 듯 하다. 茸茸不盈尺(용용불영척) : 우거진 풀은 한 자도 차지 않아 石徑細如線(석경세여선) : 돌길은 실처럼 가늘어라. 昔我童時游(석아동시유) : 옛날 내가 어릴 시절 노닐 적엔 蒼翠鬱采絢(창취울채현) : 푸른빛이 무성히도 고왔다. 全山夏木糾(전산하목규) : 온 산에 여름 숲 들어차고 滿谷古藤莚(만곡고등연) : 골짝 가득 묵은 등나무 넝쿨 뻗어있다. 日月今幾何(일월금기하) : 세월 지금 얼마나 흘렀는가. 桑海驚轉眄(상해경전면) : 잠깐 세월 큰 변천이 놀랍구나. 春山一蕭瑟(춘산일소슬) : 봄 산도 하나같이 쓸쓸한데 感我桑下戀(감아상하련) : 나의 그리운 마음 느껴진다. 吾生亦已老(오생역이로) : 내 인생도 이미 늙었으니 忘情卽爲便(망정즉위편) : 정을 잊는 것이 곧 편안하리라. 依遲出洞去(의지출동거) : 천천히 걸어 골짜기를 나가니 舊游懷黃卷(구유회황권) : 옛 친구가 서책을 품고 온다. 恢新期老宿(회신기로숙) : 절을 확장하기를 노승과 약속했으니 物理有窮變(물리유궁변) : 만물 이치란 궁하면 변하는 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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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목(山木)-정약용(丁若鏞) 산 속 나무들-정약용(丁若鏞)
首夏氣布濩(수하기포호) : 초여름 날 기운이 널리 퍼지니 山木交蔥蒨(산목교총천) : 산의 나무들이 서로 푸르러진다. 嫩葉含朝暉(눈엽함조휘) : 여린 잎새는 아침 햇살 머금어 通明曬黃絹(통명쇄황견) : 볕에 쪼인 누런 명주처럼 밝아진다. 濃綠遞相次(농록체상차) : 짙은 녹음 서로 번갈아 번져 邐迤引界線(리이인계선) : 비스듬하게 경계선을 이루는구나. 松栝羞老蒼(송괄수노창) : 소나무는 늙은 게 부끄러워서 新梢吐昭絢(신초토소현) : 가지 끝에 고운 싹을 뱉어 내는구나. 壽藤亦生心(수등역생심) : 해묵은 등나무 넝쿨도 또한 마음이 있어 裊裊舒蔓莚(뇨뇨서만연) : 간들간들 넝쿨을 쭉쭉 뻗어 간다. 要皆非俗物(요개비속물) : 요컨대 모두가 속물이 아닌지라 熙怡共幽眄(희이공유면) : 서로 기뻐하며 그윽이 구경하는구나. 幸無簪組累(행무잠조누) : 다행히도 벼슬에 얽매이지 않는데 奚復室家戀(해부실가연) : 어찌 다시 집안일을 연연하리오. 躋攀旣費勞(제반기비로) : 부여잡고 오를 제 이미 피곤해져 享受宜自便(향수의자편) : 기쁨을 누림이 절로 만족하리라. 靜究生成理(정구생성리) : 생성의 이치를 조용히 연구해 보면 足以當書卷(족이당서권) : 충분히 서책 읽은 것과 같으리라. 高秋滿山紅(고추만산홍) : 한 가을 온 산이 붉게 단풍드니 重來覽時變(중래람시변) : 다시 와서 계절의 변화를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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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동악(懷東嶽)-정약용(丁若鏞) 동악을 그리워하며-정약용(丁若鏞)
東嶽絶殊異(동악절수이) : 동악은 다른 산과 너무나 달라니 紫崿疊靑㟽(자악첩청㟽) : 붉은 벼랑 푸른 봉이 겹겹이 쌓구나. 雕鍥入纖微(조계입섬미) : 새기고 깎은 공이 극히 섬세하여 神匠洩機巧(신장설기교) : 조물주의 묘한 솜씨 드러나 있구나. 仙賞委瀛壖(선상위영연) : 선경의 구경거리 해변에 있어 幽姿獨窈窕(유자독요조) : 맑은 자태 홀로 맑고도 그윽하구나. 惜無棲隱客(석무서은객) : 애석하다, 은거하는 객 하나 없다니 瀟洒脫塵表(소쇄탈진표) : 깨끗이 속세의 모습을 활짝 벗어있거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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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야(秋夜)-정약용(丁若鏞) 가을밤-정약용(丁若鏞)
情結林泉愛(정결림천애) : 사랑스런 임천에 정이 있어 門臨車馬音(문임차마음) : 문 밖에 오가는 수레와 말소리 竹欄勤點綴(죽란근점철) : 대난간을 열심히 엮어두고 花木强蕭森(화목강소삼) : 꽃나무 잎 시들어 앙상하도다 涼露枝枝色(량로지지색) : 찬 이슬 가지마다 빛 찬란하고 秋蟲喙喙吟(추충훼훼음) : 가을벌레 저마다 울음 운다 獨行還獨坐(독행환독좌) : 혼자 걷다 돌아와 혼자 앉으니 明月照幽襟(명월조유금) : 밝은 달이 깊숙한 가슴에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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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우어자(楊江遇漁者)-정약용(丁若鏞) 양강에서 고기잡이를 만나다-정약용(丁若鏞)
一翁一童一小年(일옹일동일소년) : 늙은이, 어린아이 그리고 소년 楊根江頭一釣船(양근강두일조선) : 양근강 머리에 고깃배 한 척 船長三丈竿二丈(선장삼장간이장) : 배 길이 세 발, 낚싯대 두 발 數罟數十鉤三千(수고수십구삼천) : 촘촘한 거물 몇 개, 낚싯바늘 삼천 少年搖櫓踞船尾(소년요노거선미) : 노 젓는 소년 배 꼬리에 걸터앉아 童子炊菰坐鐺邊(동자취고좌당변) : 어린아이 줄 삶으며 솥가에 앉아있다 翁醉無爲睡方熟(옹취무위수방숙) : 늙은이 술에 취해 깊은 잠에 들고 兩脚挂舷仰靑天(양각괘현앙청천) : 두 다리를 뱃전에 걸고 푸른 하늘 본다 日落江湖浪痕白(일락강호랑흔백) : 강호에 해 져고 흰 물결 일렁이는데 山根水浸村煙碧(산근수침촌연벽) : 산뿌리에 물 잠기고 마을 연기 푸르다 少年呼童攪翁起(소년호동교옹기) : 소년이 어린아이 불러 늙은이 깨우는데 魚兒撥刺天將夕(어아발랄천장석) : 새끼고기 뛰놀고 해는 저물어 가는구나 中流布網去復還(중류포망거복환) : 중류에다 그물 치고 갔다가 돌아오는데 上下刺船如梭擲(상하자선여사척) : 배 저으며 위아래 오가는 베틀북 같도다 伊軋唯聞柔櫓聲(이알유문유노성) : 삐걱 빼각 노 젓는 소리 들려오는데 蒼茫不辨雲水色(창망불변운수색) : 푸르러 물인지 구름인지 구별 못한다 黃昏收網泊柳浪(황혼수망박류랑) : 황혼에 그물 걷어 유랑에다 배를 대어 摘魚落地聞魚香(적어락지문어향) : 고기 잡아 땅에 던지니 고기 냄새 풍긴다 松鐙細數柳條貫(송등세수류조관) : 관솔불 밝혀 두고, 버들에다 세어 꿰어 鐙光照數銅龍長(등광조수동용장) : 그 불빛 물에 비치니 길다란 동룡이라 野夫估客爭來看(야부고객쟁래간) : 농부와 장사꾼들 서로 와 보면서 鏗鏗擲錢錢滿筐(갱갱척전전만광) : 땡글땡글 던진 돈이 상자에 그득하다 水宿風餐了無恙(수숙풍찬료무양) : 풍찬노숙을 하면서도 아무런 병 없고 浮家汎宅聊徜徉(부가범택료상양) : 둥실 뜬 배 집을 삼아 여유 있게 노닌다 人間富貴非善賈(인간부귀비선가) : 부귀 탐내는 인간들 장사를 못하여 盡將僞樂沾眞苦(진장위락첨진고) : 가짜 즐거움 누리려다 괴로움만 사버린다 朝將軒冕飾聖賢(조장헌면식성현) : 아침이면 성현인 양, 의관 차리고 뽐내고 暮設刀俎待夷虜(모설도조대이노) : 저녁이면 칼 도마로 원수처럼 대한다 跼蹐常如荷轅駒(국척상여하원구) : 수레 찬 망아지처럼 언제나 절절거리고 鬱悒眞同落圈虎(울읍진동락권호) : 답답하기 참으로 우리에 갇힌 호랑이로다 籠雉耿介不戀豆(농치경개불연두) : 새장의 꿩 깔끔함은 콩 탐내지 않은 것이고 塒鷄啁哳生嫌怒(시계조찰생혐노) : 닭장 닭들 조잘거림은 시기하기 때문이다 何如江上一漁翁(하여강상일어옹) : 어찌하여 강 위의 고기잡이 늙은이 隨風逐水無西東(수풍축수무서동) : 바람 따라 물결 따라 동서도 없도다 維州利害漠不聞(유주리해막불문) : 유주의 이해도 전혀 알지 못하고 東林勝敗俱成聾(동림승패구성롱) : 동림의 승패 역시 역시 귀를 막고 산다 蘋洲蘆港作園圃(빈주노항작원포) : 물풀 갈대 우거진 섬 그게 바로 정원이라 葦被篷屋爲帲幪(위피봉옥위병몽) : 갈대 이불 쑥대 지붕 안식처가 거기로다 會攜二兒入苕水(회휴이아입초수) : 나도 두 자식 데리고 소내에 들어서 令當一少與一童(영당일소여일동) : 소년 노릇 동자 노릇 하나씩 맡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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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풍숙대탄(滯風宿大灘)-정약용(丁若鏞) 바람에 갇혀 대탄에서 묵다-정약용(丁若鏞)
已識瞿唐惡(이식구당악) : 구당 험함을 알면서 猶希舶趠平(유희박초평) : 배길 평탄하길 바란다 江豚頗得意(강돈파득의) : 상되지 는 꽤나 좋겠지만 檣燕似留行(장연사유행) : 돛대 위 제비 못 가게 하는듯 拄笏靑山靜(주홀청산정) : 뺨 괴고 보니 청산 고요한데 維舟白日傾(유주백일경) : 배를 매자 해가 서산에 기운다 不須衝險隘(불수충험애) : 험한 길 무릅쓸 것 없으니 濡滯且謀生(유체차모생) : 체류하며 살 길 찾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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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흥강방선(嘉興江放船)-정약용(丁若鏞) 가흥강에 배를 띄우고-정약용(丁若鏞)
久厭山谿險(구염산계험) : 산 계곡 길 험하여 싫증나 翻思水路便(번사수로편) : 편리한 뱃길편으로 바꾸었다 悵違丹穴約(창위단혈약) : 단양 동굴 가자던 약속 어기고 獨上蘂州船(독상예주선) : 홀로 예주의 배에 올랐다 兩岸風煙麗(양안풍연려) : 양 언덕 풍경 수려하고 中流顧眄專(중류고면전) : 중류에 이르니 사방이 다 보인다 沙茸抽紫穎(사용추자영) : 모래밭엔 자색 풀싹 뽑혀있고 澗蘗綴黃姸(간벽철황연) : 개울에는 횡경나무에 튼 노랗고 예쁜 움 山晩禽吭滑(산만금항골) : 산에 해 지고 새소리 유창한데 堤暄馬戲儇(제훤마희현) : 날이 따뜻하여 둑에 말들도 잘 논다 游絲沙氣盛(유사사기성) : 모래 위의 아지랑이 너울거리고 移櫓水紋圓(이노수문원) : 노 저으면 수면은 둥근 파문 이룬다 娟妙飛峯出(연묘비봉출) : 예쁘장한 봉우리 날 듯이 나타나고 逶迤臥柳遷(위이와류천) : 비스듬한 버드나무가 휙휙 지나간다 盤渦趨急瀨(반와추급뢰) : 소용돌이치는 물 센여울로 흐르고 惡石吼驚泉(악석후경천) : 울퉁불퉁 바위에 부딪쳐 놀란 샘물 拂拂風醒酒(불불풍성주) : 씽씽 부는 바람에 술 깨고 搖搖水擊舷(요요수격현) : 찰랑찰랑 넘치는 물 뱃전을 친다 悠然出平地(유연출평지) : 저 멀리 평지가 나타나고 開朗見靑天(개랑견청천) : 명랑한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世界重重豁(세계중중활) : 가도 가도 드넓은 세계로다 人煙曲曲連(인연곡곡연) : 굽이굽이 연기가 자욱하고 險夷常遞換(험이상체환) : 험하고 평탄한 길 바뀌어 나타난다 憂樂每相牽(우락매상견) : 걱정과 즐거움 언제나 서로 끌리어 狹陋傷時俗(협루상시속) : 마음이 조잡하여 시속 슬퍼한다 優遊謝罪愆(우유사죄건) :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놀면서 庶將江海志(서장강해지) : 내 이제 강해에 뜻을 펼치어 보리라 暫絶市朝緣(잠절시조연) : 시조와는 잠시 인연 끊어버리고 去國鴟夷子(거국치이자) : 나라 버리고 떠난 치이자처럼 된다 能詩賈浪仙(능시가랑선) : 시 잘하는 가랑선도 있지 않았다 未應容大瓠(미응용대호) : 큰 박은 쓰이기 어려운 것이며 久已怯虛弦(구이겁허현) : 빈 활만 보고도 겁먹는 새와 같도다 愼索長安米(신색장안미) : 장안의 쌀 찾기 조심스럽도다 謀歸潁尾田(모귀영미전) : 영수 가의 밭으로 돌아갈 생각이도다 沈潛收銳氣(침잠수예기) : 침착하게 젊은 예기 거둬들여 放達送流年(방달송유년) : 세월을 자유롭게 보내고 있도다 此計心常有(차계심상유) : 이런 마음 항상 있어 왔었지만 今朝興渺然(금조흥묘연) : 오늘 따라 흥취가 야릇하도다 曾聞堯舜世(증문요순세) : 들은 말이지만, 요순 시대에는 猶有隱箕巓(유유은기전) : 기산에 숨어 산 자 있지 않았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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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우숙이애(滯雨宿梨厓)-정약용(丁若鏞) 비에 갇혀 이애에서 묵다-정약용(丁若鏞)
風起靑楓亂(풍기청풍란) : 바람 일어 푸른 단풍잎 흩날려 江鳴白雨來(강명백우래) : 소나기 내리자 강물 소리들려온다 蕭蕭吹面入(소소취면입) : 쌀쌀하게 얼굴로 불어드니 細細作紋回(세세작문회) : 잔잔하게 파문이 일어 도는구나 煙火依隣艓(연화의린접) : 이웃 거룻배에 밥 짓는 연기 維纚近釣臺(유리근조대) : 낚시터 가까이에 배 매두었도다 朝袍憐最困(조포련최곤) : 벼슬아치 너무 피곤하여 가련하니 潦倒濁醪盃(료도탁료배) : 느슨하게 탁주잔을 기울여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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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성수(贈惺叟)-정약용(丁若鏞) 깨어있는 늙은이에게-정약용(丁若鏞)
老朽猶奇骨(노후유기골) : 늙어 허약해도 뛰어난 풍골 丰茸憶舊髥(봉용억구염) : 푸짐하던 옛 수염이 생각난다 水程千嶂窅(수정천장요) : 물길의 노정은 천 길이나 깊은데 山閣一燈尖(산각일등첨) : 산 속의 집에는 뾰족한 등불 하나 辰弁音猶在(진변음유재) : 진한과 변한의 소리 아직도 남아 庚申涕共沾(경신체공첨) : 경신 년에는 모두 눈물 흘렸으리라 明朝泛淸壑(명조범청학) : 내일 아침 맑은 계곡에 배 띄우면 秋色滿汀蒹(추색만정겸) : 가을빛이 물가 갈대숲에 가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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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운렬수단오일견기(次韻洌水端午日見寄)-정약용(丁若鏞) 열수가 단오일에 보내온 시에 차운하다-정약용(丁若鏞)
仲夏滔滔草樹香(중하도도초수향) : 오월에는 온 세상 풀과 나무 향기 가득 楝花風盡麥朝涼(련화풍진맥조량) : 봄바람마저 다하고 보리는 아침에 서늘하다. 秧田閣閣鳴蛙鼓(앙전각각명와고) : 못자리논엔 개구리가 울고 葦箔重重結繭房(위박중중결견방) : 갈대잠박에 누에는 겹겹이 집을 짓는다. 老病那堪天向熱(로병나감천향열) : 늙고 병들어 어찌 더워지는 기후 견디며 幽憂仍與日俱長(유우잉여일구장) : 숨은 근심은 해와 함께 길기만 하도다. 何當掃盡蟲蟲氣(하당소진충충기) : 어찌하면 무더운 기운을 쓸어버리고 催遣陰官決土囊(최견음관결토낭) : 서둘러 비를 내리어 땅구멍을 터뜨릴까 田翁時作小沈冥(전옹시작소침명) : 촌 늙은이 수시로 얼마씩 취하여 薄薄茅柴缺缺甁(박박모시결결병) : 초가 못생긴 단지에 맛없는 막걸리로다. 餘肄丰茸桑更綠(여이봉용상경록) : 남은 싹 무성해라 뽕잎은 다시 푸르고 初香輕輭艾猶靑(초향경연애유청) : 첫 향기 부드러워라 쑥은 더욱 푸르다. 天時已見開重午(천시이견개중오) : 천시는 이미 오월 오일이 되었는데 老物何堪作半丁(노물하감작반정) : 늙은 나는 어찌 장정의 절반이나 할까. 政恐詩人歌鮮飽(정공시인가선포) : 시인이 배부르기 어렵다 노래한 게 두려워 愁看魚罶映三星(수간어류영삼성) : 통발에 삼성이 비춤을 시름겨워 바라본다. 七扶庭上一筵堂(칠부정상일연당) : 칠부 길이의 대청 위 한 자리의 마루 兀兀中安缺足床(올올중안결족상) : 한가운데 발 없는 걸상만을 안치했도다. 畏日偏添殘客熱(외일편첨잔객열) : 뜨거운 햇살은 나그네에게 더위 더하고 雌風分與庶民涼(자풍분여서민량) : 습한 바람은 서민들과 서늘함을 나누는구나. 一年長束迎人榻(일년장속영인탑) : 일 년 동안 길이 손님 맞는 걸상을 묶었으나 萬事全空結客場(만사전공결객장) : 손님과 사귀는 일이 전혀 없었도다 塵俗幫纏安用此(진속방전안용차) : 세속을 따르자면 어찌 이래서 되겠는가 不如閉眼且回光(불여폐안차회광) : 눈 감고 신선되는 회광 하는 것만 못하다. 閒人酒盡卽愁初(한인주진즉수초) : 한가한 사람 술 다하면 시름이 생기나니 終日無聊坐隱蒲(종일무료좌은포) : 종일토록 무료히 포단에 기대 앉았노라. 簾額周旋惟燕子(렴액주선유연자) : 주렴 위에 왕래하는 건 오직 제비들 樹陰團伏總鷄雛(수음단복총계추) : 나무 그늘에 모여앉은 건 병아리들이로다. 繞階草長何曾植(요계초장하증식) : 뜨락의 풀 절로 자라나니 누가 심었는가 排闥山來不待呼(배달산래부대호) : 부르지 않았는데 문만 열면 산이 다가온다. 試覓此心那個是(시멱차심나개시) : 시험 삼아 찾노니 이 마음이 어떤 것인가 公然言語□虛無(公然言語□허무) : 공연스레 말만하나 진정 허무하니라. 是人疾疹與生生(시인질진여생생) : 이 사람의 질병은 생명과 생겨났으니 流水浮雲一任情(류수부운일임정) : 흐르는 물 뜬구름처럼 일체를 뜻에 맡긴다. 浥雨榴花開造次(읍우류화개조차) : 비에 젖은 석류꽃은 창졸간에 피어나고 引風匏蔓走縱橫(인풍포만주종횡) : 바람 끄는 박넝쿨은 종횡으로 뻗어난다. 桑田日永鷄鳴午(상전일영계명오) : 해 긴 뽕나무밭에선 낝에 닭이 울고 芹徑泥深鳥叫晴(근경니심조규청) : 진흙탕 미나리 길엔 새가 갠 날에 지저귄다. 惆悵美人天末遠(추창미인천말원) : 슬프다 내 님, 하늘 끝에 멀리 있어 朅來余目幾時成(걸래여목기시성) : 서로 만남이 어느 때나 이뤄질런가. 不把他家較自家(불파타가교자가) : 다른 집 사람 끌어다 자신에 비교한다. 蚊虻草樹共生涯(문맹초수공생애) : 모기같은 벌레나 초목도 생애는 한가지 少猶澹泊惟啖菜(소유담박유담채) : 젊어서도 담박하여 채소만 먹었도다. 老益淸虛不啜茶(노익청허불철다) : 늙어서 더욱 청허하여 차마저 안 마시어 流水何妨循屈曲(류수하방순굴곡) : 흐르는 물, 굴곡을 따르니 무엇에 어려울까. 亂山端合鏟谽谺(난산단합산함하) : 봉우리들은 골짜기를 감추기에 합당하고 今辰果祭陳君否(금신과제진군부) : 이번 단오절에 과연 진군을 제사지냈을까 西瀝南苞莫謾誇(서력남포막만과) : 서력과 남포를 부질없이 자랑하여 駸駸一病在冥間(침침일병재명간) : 위급해지는 질병으로 저승길을 헤매다가 自得君詩舊觀還(자득군시구관환) : 그대 시를 얻고부터 옛 모양을 되찾도다. 煙雨門臨西折水(연우문림서절수) : 안개와 비 속의 문, 서쪽 꺾인 물에 닿고 雲霞坐擁北來山(운하좌옹북래산) : 운하 속에 앉아 북쪽 산을 포옹하는구나. 固窮免被心神擾(고궁면피심신요) : 곤궁함을 견디어 심신의 동요를 면하고 久臥從敎手脚頑(구와종교수각완) : 오래 누웠으니 팔다리가 뻣뻣해지는구나. 滿眼風光消受好(만안풍광소수호) : 눈에 가득한 좋은 경치에 즐거움 누리며 試從何處另求閒(시종하처령구한) : 어느 곳으로 좇아 따로 한가함을 찾으리오. 萬事全無可更嘗(만사전무가갱상) : 만사가 다시 경험할 것이 전혀 없어 風輪眩轉玩流光(풍륜현전완유광) : 바람 바퀴 도는 속에 세월을 즐기도다. 仙姑老去蓮俄白(선고노거연아백) : 선녀는 늙어가매 연꽃은 이미 희어 鬼叟歸來石是黃(귀수귀래석시황) : 귀신 노인 돌아오니 그게 바로 누런 돌이라. 五畝猶存容歇泊(오무유존용헐박) : 집 한 칸 아직 있으니 생활하기 편하고 三聲長在寄歡康(삼성장재기환강) : 삼성이 길이 있어 즐거움과 평안함 부쳤다. 年來是事消除盡(년래시사소제진) : 근년에는 이런 일이 씻은 듯이 없어지니 不向時人說短長(시인설단장) : 시인들을 향하여 좋고 나쁨을 말하지 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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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족부예산공산거(留題族父禮山公山居)-정약용(丁若鏞) 족부 예산공이 사시는 산간 집에 머물며 짓다-정약용(丁若鏞)
澗邊小墟落(간변소허락) : 시냇가 작은 언덕배기 桑柘菀交枝(상자울교지) : 산뽕나무 무성하게 가지가 얽혔구나. 野麥蘇春凍(야맥소춘동) : 들판에 보리는 얼었다 봄에 다시 돋고 村鷄領晩兒(촌계령만아) : 마을 닭은 늦새끼 거느렸구나. 罷官生事拙(파관생사졸) : 벼슬 그만두니 살아가기 옹색하나 留客雅言遲(유객아언지) : 손님 머물게 하여 좋은 얘기 나눈다. 信宿驚舒重(신숙경서중) : 이틀 밤을 자면서 진중한 정에 놀라 低頭愧昔時(저두괴석시) : 옛날이 부끄러워 고개 숙이고 말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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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부이부공산장부득정전괴석(族父吏部公山莊賦得庭前怪石)-정약용(丁若鏞) 족부 이 부공 산장에서 뜰 앞에 있는 괴석을 읊다-정약용(丁若鏞)
夫子不好怪(부자불호괴) : 선생은 괴이한 것 좋아하지 않았는데 胡爲蓄怪石(호위축괴석) : 어찌하여 괴석을 저렇게 쌓아 두었을까 卑險莫如禹(비험막여우) : 검소하기 우임금과 같은 이도 없었으니 猶然充貢額(유연충공액) : 일정량을 공물의 금액으로 정하였도다. 鬱林亦廉士(울림역렴사) : 울림 역시 청렴한 선비였으니 鎭船非瓦礫(진선비와력) : 배에 실을 것은 기와 조약돌이 아니었던가. 譎詭多竅穴(휼궤다규혈) : 진기하게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어 離奇有骨骼(리기유골격) : 이리저리 이상한 뼈대를 갖추고 있도다 雲根侵淸泉(운근침청천) : 구름 뿌리 맑은 샘에 잠기고 淋淋帶蒸液(림림대증액) : 방울방울 물방울이 맺히어 있구나. 觚稜潑淺紫(고릉발천자) : 모난 곳에는 옅은 자색이 돌고 苔髮滋鮮碧(태발자선벽) : 이끼가 더욱 선명하게 푸르구나 峯崿森成列(봉악삼성열) : 산봉우들은 높고 길게 늘어서고 厓谷細相闢(애곡세상벽) : 언덕과 골짜기 좁다랗게 열려있도다 泥黏一株松(니점일주송) : 진흙에 붙여진 한 그루 소나무 遠勢似千尺(원세사천척) : 멀리 보아 천척이나 되는 듯하도다. 渾如古木根(혼여고목근) : 흡사 해묵은 나무 뿌리 같고 擁腫縐襞積(옹종추벽적) : 울퉁불퉁 주름잡혀 있는 것 같도다 頑肥槩見黜(완비개견출) : 모양이 오동통하면 대개 다 내버리니 所崇在癯瘠(소숭재구척) : 좋은 것이 살이 없이 수척한 것이로다. 三峯特崷崒(삼봉특추줄) : 유독 뾰족한 봉우리 셋 舊載豐川舶(구재풍천박) : 옛날 풍천에서 실어온 것인가 豐川扼浿口(풍천액패구) : 풍천이 패강 어귀에 위치하니 湊集多金帛(주집다금백) : 황금과 비단이 많이 모여드는구나. 黃金與翠石(황금여취석) : 황금과 취석 두 가지 중에서 智者知所擇(지자지소택) : 슬기로운 자는 고를 것을 스승으로 알고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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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흥강방선(嘉興江放船)-정약용(丁若鏞) 가흥강에 배 띄우고-정약용(丁若鏞)
久厭山谿險(구염산계험) : 산길 험한 것 싫증 나 翻思水路便(번사수로편) : 뱃길 편리하다 생각 바꾸었다 悵違丹穴約(창위단혈약) : 단양 동굴 가자던 약속 어기고 獨上蘂州船(독상예주선) : 홀로 예주가는 배에 올랐다 兩岸風煙麗(양안풍연려) : 양 언덕의 풍경이 수려하여 中流顧眄專(중류고면전) : 물 한가운데서는 사방이 다 보인다 沙茸抽紫穎(사용추자영) : 모래밭 부들에서 자색 풀싹 뽑아드니 澗蘗綴黃姸(간벽철황연) : 계곡의 횡경나무 노랗게 들어찼구나 山晩禽吭滑(산만금항골) : 산에 해 지면 새들의 노랫소리 부드럽고 堤暄馬戲儇(제훤마희현) : 날씨도 따뜻하여 둑에는 말들도 잘 논다 游絲沙氣盛(유사사기성) : 아지랑이 모래 위에 아른거리고 移櫓水紋圓(이노수문원) : 노 저으가면 물에는 둥근 파문이 진다 娟妙飛峯出(연묘비봉출) : 고운 산봉우리 날 듯이 나타나고 逶迤臥柳遷(위이와류천) : 비스듬히 누운 버드나무 지나간다 盤渦趨急瀨(반와추급뢰) : 소용돌이치는 여울물 세차게도 흘러 惡石吼驚泉(악석후경천) : 울퉁불퉁 바위에 부딪쳐 놀라서 소리친다 拂拂風醒酒(불불풍성주) : 씽씽 부는 바람에 술이 깨고 搖搖水擊舷(요요수격현) : 찰랑찰랑 넘치는 물 뱃전을 때린다 悠然出平地(유연출평지) : 아득히 먼 곳에서 평지가 나타나고 開朗見靑天(개랑견청천) : 눈 앞에는 훤히 푸른 하늘이 보인다 世界重重豁(세계중중활) : 가도 가도 드넓은 세상 人煙曲曲連(인연곡곡연) : 굽이굽이 안개가 자욱하다 險夷常遞換(험이상체환) : 험하고 평탄한 길 늘 서로 바뀌고 憂樂每相牽(우락매상견) : 걱정과 즐거움도 언제나 서로 끄는구나 狹陋傷時俗(협루상시속) : 마음이 좁아 세상 풍속 슬퍼하다 優遊謝罪愆(우유사죄건) : 한가히 놀면서 나의 허물 사죄하노라 庶將江海志(서장강해지) : 바라노니, 이제 강해에 뜻을 두고 暫絶市朝緣(잠절시조연) : 세상 풍조와는 잠시 인연 끊으리라 去國鴟夷子(거국치이자) : 나라 버리고 떠난 치이자 되고 能詩賈浪仙(능시가랑선) : 시 잘하는 가랑 선인처럼 되리라 未應容大瓠(미응용대호) : 아직은 큰 박처럼 수용되기 어렵고 久已怯虛弦(구이겁허현) : 빈 활만 보고도 겁 먹는 새 같은 신세로다 愼索長安米(신색장안미) : 장안의 쌀조차 조심스럽게 찾아 謀歸潁尾田(모귀영미전) : 영수가의 밭으로 갈 생각이로다 沈潛收銳氣(침잠수예기) : 침착하게 젊은 예기 거두어 두고 放達送流年(방달송유년) : 방달하게 자유롭게 세월을 보내고 싶도다 此計心常有(차계심상유) : 이러한 마음 항상 있어 왔지만 今朝興渺然(금조흥묘연) : 오늘 아침 따라 흥취가 야릇하도다 曾聞堯舜世(증문요순세) : 일찍이 들었노라, 그 옛날 요순임금 시대에도 猶有隱箕巓(유유은기전) : 기산머리에 숨어 산 자 있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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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주타어(藍子洲打魚)-정약용(丁若鏞) 남자주에서 고기를 잡다-정약용(丁若鏞)
打魚每趁麥黃天(타어매진맥황천) : 매 번 보리누름에 고기를 잡으니 巨網橫流一字連(거망횡류일자련) : 세찬 물결에 큰 그물 일자로 연했다 立表始愁驅貉遠(입표시수구맥원) : 표지를 세우자니 오소리 달아날까 걱정 括囊方識籠鵝全(괄낭방식농아전) : 고기를 담으매 그제야 고기 잡은 것을 알았다 茶爐亂眼風中沸(다로난안풍중비) : 차 화로에는 어지러이 바람 속에 차가 끓는데 葡架明珠露共懸(포가명주로공현) : 시렁 위의 맑은 포도는 이슬처럼 매달렸구나 不有威靈由地主(불유위령유지주) : 이 지방 원님의 위령이 아니었다면 銀鱗那得滿歸船(은린나득만귀선) : 은빛 물고기를 어찌 배에 가득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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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夜)-정약용(丁若鏞) 밤에-정약용(丁若鏞)
黯黯江村暮(암암강촌모) : 어둑어둑 강촌에 날이 저물어 疏籬帶犬聲(소리대견성) : 성긴 울타리에 개 짖는 소리 가득 水寒星不靜(수한성불정) : 물결소리 차가우니 별빛이 고요하지 않아 山遠雪猶明(산원설유명) : 산이 머니 눈빛이 오히려 밝도다 謀食無長策(모식무장책) : 식생활 영위함엔 좋은 계책이란 없고 親書有短檠(친서유단경) : 책을 가까이하려니 짧은 등잔이 있도다 幽憂耿未已(유우경미이) : 깊은 근심 끝없이 떠나지 않으니 何以了平生(하이료평생) : 어떻게 일평생을 마칠 수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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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목(山木)-정약용(丁若鏞) 산의 나무-정약용(丁若鏞)
首夏氣布濩(수하기포호) : 초여름 기운 널리 퍼져가 山木交蔥蒨(산목교총천) : 산의 나무들 모두가 짙어는구나 嫩葉含朝暉(눈엽함조휘) : 어린 나뭇잎 아침 햇살 머금고 通明曬黃絹(통명쇄황견) : 볕 에 씻긴 노란 명주처럼 밝구나 濃綠遞相次(농록체상차) : 짙은 녹음 서로 번갈아 들고 邐迤引界線(리이인계선) : 비스듬하게 한계선을 긋는구나 松栝羞老蒼(송괄수노창) : 소나무 향나무는 늙어 부끄럽고 新梢吐昭絢(신초토소현) : 가지 끝에 새 싹을 뱉는구나 壽藤亦生心(수등역생심) : 해묵은 등나무 넝쿨도 마음 드러내어 裊裊舒蔓莚(뇨뇨서만연) : 간들간들 넝쿨들을 죽죽 뻗어 내는구나 要皆非俗物(요개비속물) : 요컨대 이 모두가 속물이 아니어서 熙怡共幽眄(희이공유면) : 서로 기쁜 표정으로 그윽히 구경 하는구나 幸無簪組累(행무잠조누) : 다행히도 벼슬에 얽매이는 마음 없어 奚復室家戀(해부실가연) : 어찌 다시 집안일에 연연하리오 躋攀旣費勞(제반기비로) : 풀과 나무 부여잡고 오르니 벌써 피곤하나 享受宜自便(향수의자편) : 기쁨을 누림이 의당 절로 편안하도다 靜究生成理(정구생성리) : 생성의 이치를 조용히 연구해보니 足以當書卷(족이당서권) : 충분히 책 읽은 것과 서로 같구나 高秋滿山紅(고추만산홍) : 높은 가을 하늘, 온 산엔 붉은 단풍 가득하니 重來覽時變(중래람시변) : 다시 와서 계절의 살펴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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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여행(憶汝行)-정약용(丁若鏞) 너가 돌아감을 생각함-정약용(丁若鏞)
憶汝送我時(억여송아시) : 네가 나를 떠나보낼 때 牽衣不相放(견의불상방) : 옷자락 부여잡고 놓지 않았다 及歸無歡顔(급귀무환안) : 돌아와도 네 기쁜 얼굴빛 없었고 似有怨慕想(사유원모상) : 원망하는 생각을 품은 듯했었다 死痘不奈何(사두불내하) : 마마로 죽는 것은 어찌하지 못하나 死也豈不枉(사야기불왕) : 종기로 죽었으니 억울하지 않은가 雄黃利去惡(웅황이거악) : 악성 종기 잘 낫는 웅황 썼는데 陰蝕何由長(음식하유장) : 나쁜 균이 그 어찌 그렇게 자랐는지 方將灌蔘茸(방장관삼용) : 인삼 녹용 먹이려 했는데 冷藥一何佞(냉약일하녕) : 냉약은 어찌 그리도 황당한가 曩汝苦痛楚(낭여고통초) : 지난번 네 어머니 고통 겪는데 我方愉佚宕(아방유일탕) : 나는 한창 즐겁게 놀고 있었다니 撾鼓綠波中(과고록파중) : 푸른 물결 속에서 장구를 치고 携妓紅樓上(휴기홍루상) : 붉은 누각 위에서 기생을 끼고 놀다니 志荒宜受殃(지황의수앙) : 마음이 빗나가면 재앙 받나니 惡能免懲創(악능면징창) : 어찌 능히 징계를 면할 것인가 送汝苕川去(송여초천거) : 너를 소천 마을 떠나보내어 且就西丘葬(차취서구장) : 서산의 기슭에다 묻어 주리라 吾將老此中(오장노차중) : 내 장차 그 속에서 여생 보내며 使汝有依仰(사여유의앙) : 너에게 의지할 곳 있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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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일과최씨계상초당(春日過崔氏溪上草堂)-정약용(丁若鏞) 어느 봄날 최씨의 개울가 초당을 지나며-정약용(丁若鏞)
窈窕南溪曲(요조남계곡) : 남쪽 개울 굽어드는 한적한 곳 蕭然一草廬(소연일초려) : 쓸쓸히 자리 한 움집 한 채있도다 門臨千丈石(문임천장석) : 문 앞엔 천길 바위 가 정면에 있고 楣著八分書(미저팔분서) : 상인방엔 팔분서 붙어 있구나 僻巷饒花樹(벽항요화수) : 외진 마을 꽃나무 만발하고 殘田足菜蔬(잔전족채소) : 척박한 밭에는 나물 냄새 가득하다 室中常有酒(실중상유주) : 방안에는 항상 술이 있고 生理未全疏(생리미전소) : 생활은 그런대로 궁함은 면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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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일제용동옥벽(立春日題龍衕屋壁)-정약용(丁若鏞) 입춘에 용동집의 벽에 짓다-정약용(丁若鏞)
人生處兩間(인생처양간) : 인생이란 천지간에 있어 踐形乃其職(천형내기직) : 남긴 자취 타고난 그의 천직이라 下愚泯天良(하우민천양) : 우매한 자 본연의 천성을 잃고 畢世營衣食(필세영의식) : 평생 동안을 먹고 살기 위해 바친다 孝弟寔仁本(효제식인본) : 효도와 공손은 곧 어진 마음이 근본 學問須餘力(학문수여력) : 학문은 그 남은 힘으로 할 것이로다 若復不刻勵(약복불각려) : 만약에 다시 각고의 노력 없으면 荏苒喪其德(임염상기덕) : 그럭저럭 그 덕을 잃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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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려와병(田廬臥病)-정약용(丁若鏞) 시골집 병석으로 누워-정약용(丁若鏞)
始爲殘書至(시위잔서지) : 당초에 남은 책 끝내려하니 翻嗟一病纏(번차일병전) : 어긋났도다, 병이 몸을 감는구나 閉門黃葉裏(폐문황엽리) : 나뭇잎은 누런데 문능 닫고서 煮藥碧松前(자약벽송전) : 푸른 소나무 앞에서 약을 달인다 髮亂從人理(발난종인리) : 산란한 머리 손질 남의 손을 빌리고 詩成只口傳(시성지구전) : 지어진 시를 입으로 전할 뿐이어라 起看西去路(기간서거로) : 일어나 서쪽으로 가는 길 바라보니 風雪滿寒天(풍설만한천) : 눈바람이 찬 하늘에 가득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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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일배부승주부한양(春日陪父乘舟赴漢陽)-정약용(丁若鏞) 봄날 숙부님을 모시고 배로 한양으로 가면서-정약용(丁若鏞)
旭日山晴遠(욱일산청원) : 밝은 아침, 산은 개어 아득하고 春風水動搖(춘풍수동요) : 봄바람에 물결이 일렁거린다 岸廻初轉柁(안회초전타) : 언덕은 굽어져 배 키를 돌리고 湍駛不鳴橈(단사부명요) : 여울물길 빨라 노 소리도 나지 않는다 淺碧浮莎葉(천벽부사엽) : 옅고 푸른 물결에 풀 그림자 뜨있고 微黃着柳條(미황착유조) : 연노란 빛 버들가지에 물들었구나 漸看京闕近(점간경궐근) : 서울에 가까워짐이 점점 눈에 보이니 三角鬱岧嶢(삼각울초요) : 삼각산이 우뚝하게 높이도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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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종사(游水鐘寺)-정약용(丁若鏞) 수종사에서-정약용(丁若鏞)
垂蘿夾危磴(수라협위등) : 드리운 댕댕이 넌출이 비탈에 끼어 不辨曹溪路(불변조계로) : 조계로 가는 길을 구별하지 못하겠다 陰岡滯古雪(음강체고설) : 그늘 진 언덕에 옛 구름 머물고 晴洲散朝霧(청주산조무) : 맑게 갠 섬에는 아침 안개 흩어진다 地漿湧嵌穴(지장용감혈) : 땅에서는 솟는 물은 골짜기로 흐르고 鐘響出深樹(종향출심수) : 종소리는 깊은 나무숲에서 울려온다 游歷自玆遍(유력자자편) : 산을 주유함이 여기서 시작되니 幽期寧再誤(유기녕재오) : 그윽한 만날 약속 어찌 다시 그릇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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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가오십유팔일시득가서지희기아(別家五十有八日始得家書志喜寄兒)-정약용(丁若鏞) 집 떠나 오십팔일에 편지를 받고 기뻐서 자식에게 부치다-정약용(丁若鏞)
杜詩先獲我(두시선획아) : 두시가 먼저 내 마음을 읊었구나 書到汝爲人(서도여위인) : 서찰이 왔으니 너도 사람이 됐었구나 物外江山靜(물외강산정) : 세상 밖, 강산은 고요하고 寰中母子親(환중모자친) : 천지에 어머니와 자식은 가까우니라 驚疑那免疾(경의나면질) : 놀란 나머지 병이라도 나겠지 生活莫憂貧(생활막우빈) : 사는 것 가난하다 너무 걱정 말아라 黽勉治蔬圃(민면치소포) : 부지런히 남새밭이나 가꾸면 淸時作逸民(청시작일민) : 청명한 시대되어 평안한 백성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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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寄兒)-정약용(丁若鏞) 자식에게-정약용(丁若鏞)
京華消息每驚心(경화소식매경심) : 서울 소식 올 때마다 놀라는 내 마음 誰道家書抵萬金(수도가서저만금) : 집에서 온 편지 만금이라 누가 말했나 愁似海雲晴復起(수사해운청복기) : 시름은 구름처럼 개었다 다시 일고 謗如山籟靜還吟(방여산뢰정환음) : 비방은 소리처럼 잠잠하다 다시 읊는구나 休嗟世降無巢谷(휴차세항무소곡) : 세상이 말세라서 소곡같은 따르는 이 없고 差喜門衰有蔡沈(차희문쇠유채침) : 가문은 쇠했어도 채침같은 후계자가 있도다 文字已堪通簡札(문자이감통간찰) : 편지를 나눌 만큼 문자공부는 되었으니 會敎經濟着園林(회교경제착원림) : 살림에 착안하여 경제공부를 해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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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리(海南吏)-정약용(丁若鏞) 해남 아전-정약용(丁若鏞)
客從海南來(객종해남래) : 객이 해남에서 오다가 爲言避畏途(위언피외도) : 겁나는 길을 피해서 왔노라 坐久喘未定(좌구천미정) : 한참 앉아 있어도 숨이 가라앉지 않아 怖㥘猶有餘(포겁유유여) : 아직도 겁에 질린 기색이 남아있도다 若非値豺狼(약비치시랑) : 승냥이나 이리를 만난 것이 아니라면 定是遭羌胡(정시조강호) : 틀림없이 오랑캐를 만난 모양이리라 催租吏出村(최조이출촌) : 조세를 독촉하는 관리 마을에 나타나 亂打東南隅(난타동남우) : 동남 구석구석을 난타질 하는구나 新官令益嚴(신관령익엄) : 신관 사또의 명령은 더욱 엄하여 程限不得踰(정한불득유) : 기한을 넘길 수가 없다고 하는구나 橋司萬斛船(교사만곡선) : 주교사 소속의 만곡들이 배들이 正月離王都(정월리왕도) : 정월에 벌써 서울을 떠났다 하는구나 滯船必黜官(체선필출관) : 배가 정체되면 파직을 당하니 鑑戒在前車(감계재전차) : 종전부터 조심하는 일이었다오 嗷嗷百家哭(오오백가곡) : 집집마다 통곡소리 시끄러워도 可以媚櫂夫(가이미도부) : 그것으로는 사공들 끄떡도 안한다 吾今避猛虎(오금피맹호) : 나는 지금 사나운 호랑이 피해왔으니 誰復恤枯魚(수복휼고어) : 물 마른 땅 마른 고기를 누가 구해줄까 泫然雙淚垂(현연쌍루수) : 주루룩 두 눈에 눈물이 떨어져 條然一嘯舒(조연일소서) : 조연히 한 번 긴 한숨 내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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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리(龍山吏)-정약용(丁若鏞) 용산 아전-정약용(丁若鏞)
吏打龍山村(리타용산촌) : 아전들이 용산 고을에 들이닥쳐 搜牛付官人(수우부관인) : 소를 뒤져 관리에게 넘겨주는구나 驅牛遠遠去(구우원원거) : 그 소 몰고 멀리멀리 가니 家家倚門看(가가의문간) : 집집마다 대문 밖에서 보고만 있었다 勉塞官長怒(면새관장노) : 사또님 노여움만 막으려 할 뿐 誰知細民苦(수지세민고) : 약한 백성 고통을 그 누가 알아주리오 六月索稻米(육월색도미) : 유월달에 쌀을 찾나키 毒痡甚征戍(독부심정수) : 고달프기 수자리 생활보다 더 심하도다 德音竟不至(덕음경불지) : 나라의 좋은 소식은 끝내 오지 않고 萬命相枕死(만명상침사) : 수많은 생명 모두다 죽게 되었도다 窮生儘可哀(궁생진가애) : 제일 불쌍한 건 가난한 백성 死者寧哿矣(사자녕가의) : 죽는 편은 오히려 더 낫구나 婦寡無良人(부과무량인) : 남편 없는 과부 翁老無兒孫(옹노무아손) : 자식 손자 없는 늙은이 泫然望牛泣(현연망우읍) : 빼앗긴 소 바라보며 눈물만 흘리노라 淚落沾衣裙(루락첨의군) : 눈물 떨어져 저고리 치마 다 적신다 村色劇疲衰(촌색극피쇠) : 마을 모양새가 심히 피폐한데도 吏坐胡不歸(리좌호불귀) : 아전놈 어찌 돌아가지 않는가 甁甖久已罄(병앵구이경) : 쌀독 바닥난 지 이미 오래거늘 何能有夕炊(하능유석취) : 무슨 수로 저녁밥 지을 수 있나 坐令生理絶(좌령생리절) : 죽치고 앉아 산 목슴 죽게 하니 四隣同嗚咽(사린동오인) : 동네마다 목메어 우는구나 脯牛歸朱門(포우귀주문) : 소를 잡아 권문세가에 바쳐야 才諝以甄別(재서이견별) : 거기에서 관리의 능역 구별한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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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절양(哀絶陽)-정약용(丁若鏞) 남근을 자른 것을 애앒아 하다-정약용(丁若鏞)
蘆田少婦哭聲長(노전소부곡성장) : 노전마을 젊은 아낙 통곡소리 길구나 哭向縣門號穹蒼(곡향현문호궁창) : 현문을 향해 곡하다가 하늘에 울부짖는다 夫征不復尙可有(부정불복상가유) : 군인 간 지아비가 돌아오지 않는 겨우 있으나 自古未聞男絶陽(자고미문남절양) : 남자로서 남근을 자른 일 들어본 일이 없도다 舅喪已縞兒未澡(구상이호아미조) : 시아버지는 삼상 나고 갓난애 물도 안 말랐는데 三代名簽在軍保(삼대명첨재군보) : 할아버지,아버지,아들 삼대가 다 군보에 올랐다니 薄言往愬虎守閽(박언왕소호수혼) : 관가로 가서 호소해도 호랑이 같은 문지기 지키고 里正咆哮牛去皁(이정포효우거조) : 이정은 으르렁대며 마굿간 소를 몰아간다 磨刀入房血滿席(마도입방혈만석) : 칼을 갈아 방에 드니 자리에는 피가 흥건하고 自恨生兒遭窘厄(자한생아조군액) : 아들 낳아 군액한 형편 맞은 것 스스로 한탄한다 蠶室淫刑豈有辜(잠실음형기유고) : 무슨 죄가 있어서 잠실에서 음형을 당하는가 閩囝去勢良亦慽(민건거세양역척) : 민 땅 자식들 거세한 것도 정말로 슬픈 일이로다 生生之理天所予(생생지리천소여) : 자식 낳고 또 낳음은 하늘이 정한 이치 乾道成男坤道女(건도성남곤도녀) : 하늘 도는 아들 되이나 땅의 도는 딸이 되었구나 騸馬豶豕猶云悲(선마분시유운비) : 말과 돼지 거세함도 서럽다 말하는데 況乃生民恩繼序(황내생민은계서) : 대 이어갈 생민들 생각하면 말을 더해 뭣하리오 豪家終歲奏管弦(호가종세주관현) : 부호들은 일년내내 풍류나 즐기면서 粒米寸帛無所捐(입미촌백무소연) : 낟알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도다 均吾赤子何厚薄(균오적자하후박) : 똑같은 우리 백성 어찌 그리도 후하고 박한가 客窓重誦鳲鳩篇(객창중송시구편) : 객창에서 거듭하여 시경의 시구편을 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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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석(詠水石)-정약용(丁若鏞) 물과 돌을 노래하다-정약용(丁若鏞)
泉心常在外(천심상재외) : 냇물 마음은 항상 밖에 있어 石齒苦遮前(석치고차전) : 돌 이뿌리 막힌 것 괴롭기만 하다 掉脫千重險(도탈천중험) : 천 겹의 험한 곳을 흔들며 지나야 夷然出洞天(이연출동천) : 평탕하게 골짜기를 벗어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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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맥행(打麥行)-정약용(丁若鏞) 보리타작-정약용(丁若鏞)
新蒭獨酒如湩白(신추독주여동백) :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희고 大碗麥飯高一尺(대완맥반고일척) : 큰 사발에 보리밥이 높기가 한 자로다 飯罷取耞登場立(반파취가등장입) : 밥 먹고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雙肩漆澤翻日赤(쌍견칠택번일적) : 검게 탄 두 어깨가 햇볕에 번쩍인다 呼邢作聲擧趾齊(호형작성거지제) : 응헤야 소리 내며 발 맞춰 두드리니 須叟麥穗都狼藉(수수맥수도랑자) : 삽시간에 보리 이삭 온 마당에 가득하다 雜歌互答聲轉高(잡가호답성전고) :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고 但見屋角紛飛麥(단견옥각분비맥) : 다만 지붕 위에 어지러운 보리티끌 뿐이구나 觀其氣色樂莫樂(관기기색락막락) :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고 了不以心爲形役(료불이심위형역) :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음을 알았도다 樂園樂郊不遠有(락원락교불원유) :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니 何苦去作風麈客(하고거작풍주객) : 어찌하여 벼슬길 떠나는 것 고민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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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古詩)-정약용(丁若鏞) 고시-정약용(丁若鏞)
燕子初來時(연자초래시) : 제비 한 마리 처음 날아온 때라 喃喃語不休(남남어불휴) : 지지배배 그 소리 그치지 않는구나 語意雖未明(어의수미명) : 말하는 뜻 분명히 알 수 없지만 似訴無家愁(사소무가수) : 집 없는 서러움을 호소하는 듯 하도다 楡槐老多冗(유괴로다용) : 느릅나무 홰나무 늙어 구멍이 많은데 何不此淹留(하불차엄유) : 어찌하여 이곳에 깃들지 않는가 燕子復喃喃(연자복남남) : 제비는 다시 지저귀며 似與人語酬(사여인어수) : 사람에게 말을 주고 받는 듯 楡冗款來啄(유용관래탁) : 느릅나무 구멍은 황새가 쪼고 槐冗蛇來搜(괴용사래수) : 홰나무 구멍은 뱀이 와서 뒤진다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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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여탄(肩輿歎)-정약용(丁若鏞) 가마꾼의 탄식-정약용(丁若鏞)
人知坐輿樂(인지좌여락) : 사람들 가마 타는 즐거움 알아도 不識肩輿苦(불식견여고) :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른다 肩輿山峻阪(견여산준판) : 가마 메고 험한 산길 오르면 捷若蹄山麌(첩약제산우) : 빠르기 산 타는 노루 같고 肩輿不懸崿(견여불현악) : 가마 메고 비탈길 내려오면 沛如歸笠羖(패여귀립고) : 빠르기 우리로 돌아가는 염소 같아라 肩輿超谽谺(견여초함하) : 가마 메고 깊은 골짝 건너면 松鼠行且舞(송서행차무) : 소나무 다람쥐도 같이 춤춘다 側石微低肩(측석미저견) : 바위 옆 지나며 어깨 낮추고 窄徑敏交服(착경민교복) : 오솔길 지나면서 종종걸음 걸어간다 絶壁頫黝潭(절벽부유담) : 검푸른 저수지 절벽에서 내려보니 駭魄散不聚(해백산불취) : 놀라서 혼백이 아찔하기만 하도다 快走同履坦(쾌주동리탄) : 평지는 밟듯이 날쌔게 달려 耳竅生風雨(이규생풍우) : 귀에서 비바람 소리 나는구나 所以游此山(소이유차산) : 이 산에 유람하는 까닭은 此樂必先數(차악필선수) : 이런 즐거움이 먼저 따진다오 紆回得官岾(우회득관점) : 근근히 관첩을 얻기만 해도 役屬遵遺矩(역속준유구) : 역속들을 법대로 모셔야 하는데 矧爾乘傳赴(신이승전부) : 하물며 말타고 행차하는 한림에게야 翰林疇敢侮(한림주감모) : 누가 감히 못 하겠다 거절하리 領吏操鞭扑(령이조편복) : 아전은 채찍 들고 감독 맡고, 首僧整編部(수승정편부) : 수승은 격식 차려 맞을 준비하는구나 迎候不差限(영후불차한) : 높은 분 영접에 기한을 어기리오 肅恭行接武(숙공행접무) : 엄숙한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구나 喘息雜湍瀑(천식잡단폭) : 가마꾼 숨소리 여울 폭포 소리에 섞이고 汙漿徹襤褸(오장철람루) : 해진 옷에 땀이 베어 젖어 가는구나 度虧旁者落(도휴방자락) : 외진 모퉁이 지나니 옆 사람 뒤처지고 陟險前者傴(척험전자구) : 험한 곳 오를 때엔 앞 사람 숙여야 하는구나 壓繩肩有瘢(압승견유반) : 밧줄에 눌리어 어깨에는 자국 나고 觸石趼未瘉(촉석견미유) : 돌에 채인 발 미쳐 낫지도 않는구나 自痔以寧人(자치이영인) : 자기는 병들면서 남을 편하게 해 주니 職與驢馬伍(직여려마오) : 하는 일 당나귀와 같구나 爾我本同胞(이아본동포) : 너와 나 본래는 동포이고 洪勻受乾父(홍균수건부) : 한 하늘 부모삼아 다 같이 생겼도다 汝愚甘此卑(여우감차비) : 너희들 어리석어 이런 천대 감수하니 吾寧不愧憮(오녕불괴무) : 내 어찌 부끄럽지 않겠는가 吾無德及汝(오무덕급여) : 나에게는 너에게 미칠 덕이 없지만 爾惠胡獨取(이혜호독취) : 내 어찌 너의 은혜 혼자 받겠는가 兄長不憐弟(형장불련제) : 형이 아우를 사랑치 않으니, 慈衰無乃怒(자쇠무내노) : 자애로운 늙은 아비 노하지 않겠는가 僧輩楢哿矣(승배유가의) : 중들은 그래도 나은 편인데 哀彼嶺不戶(애피령불호) : 고개 아래 백성들은 가련하기만 하다 巨槓雙馬轎(거공쌍마교) : 큰 깃대 앞세우고 쌍마 수레 타고 오니 服驂傾村塢(복참경촌오) : 촌마을 사람들 모조리 동원하여 뚝에 가득하다 被驅如太鷄(피구여태계) : 닭처럼 개처럼 내몰리어 聲吼甚豺虎(성후심시호) : 소리치고 꾸중하기 범보다 더 심하구나 乘人古有戒(승인고유계) : 가마 타는 사람 지킬 계율 있었지만 此道棄如土(차도기여토) : 지금은 이 계율 흙같이 버렸구나 耘者棄其鋤(운자기기서) : 밭 갈다가 징발되면 호미 내던지고 飯者哺以吐(반자포이토) : 밥 먹다가 징발되면 먹던 음식 뱉어야 한다 無辜遭嗔暍(무고조진갈) : 죄 없이 욕 먹고 꾸중 들으며 萬死唯首俯(만사유수부) : 일만 번 죽어도 머리는 조아려야 하는구나 顦顇旣踰艱(초췌기유간) : 병들고 지쳐서 험한 고비 넘기면 噫吁始贖擄(희우시속로) : 아, 비로소 포로 신세 면하는구나 浩然揚傘去(호연양산거) : 사또는 일산 쓰고 호연히 떠날 뿐 片言無慰撫(편언무위무) : 한 마디 위로의 말 남기지 않는구나 力盡近其畝(력진근기무) : 기진 맥진 논밭으로 돌아오면 呻唫命如縷(신금명여루) : 지친 몸, 신음 소리가 실낱 같도다 欲作肩與圖(욕작견여도) : 가마 메는 그림 그려서 歸而獻明主(귀이헌명주) : 돌아가 임금님께 바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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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남원광한루(登南原廣寒樓)-정약용(丁若鏞) 남원 광한루에 올라-정약용(丁若鏞)
層城曲壘枕寒流(층성곡루침한류) : 층층 성벽 굽은 보루는 강을 베고 누웠는데 萬馬東穿得一樓(만마동천득일루) : 만마관 동녘을 지나오니 한 누각이 나타나네 井地已荒劉帥府(정지이황유수부) : 유수의 고을에는 정전 이미 묵었고 關防舊鞏帶方州(관방구공대방주) : 대방의 나라 요새로서 예로부터 철벽이었다네 雙溪草綠春陰靜(쌍계초록춘음정) : 쌍계의 푸른 풀에 봄그늘 고요하고 八嶺花濃戰氣收(팔령화농전기수) : 팔령에 꽃은 만발하고 전쟁의 기운 걷혔구나 烽火不來歌舞盛(봉화불래가무성) : 봉화불 오르지 않고 노래와 춤 성하거니 柳邊猶繫木蘭舟(유변유계목란주) : 수양버들 가지에는 아직 목란 배가 묶여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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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복동가(牛腹洞歌)-정약용(丁若鏞) 우복동가-정약용(丁若鏞)
俗離之東山似甕(속리지동산사옹) : 속리산 동편에 산이 항아리 같아 古稱中藏牛腹洞(고칭중장우복동) : 옛날부터 그 속에 우복동이 감추어져 있다네 峯回磵抱千百曲(봉회간포천백곡) : 봉우리는 두을고 골짝물은 천 구비 백 굽이 둘러 衽交褶疊無綻縫(임교습첩무탄봉) : 여민 옷섶 겹친 주름 터진 곳도 없네 飛泉怒瀑恣喧豗(비천노폭자훤회) : 나는 샘과 성난 폭포가 마음껏 떠들며 壽藤亂刺相牽控(수등난자상견공) : 다래덩굴 가시나무가 얼기설기 막고 있네 洞門一竇小如管(동문일두소여관) : 출입문은 대롱만큼 작은 구멍 하나라네 牛子腹地纔入峒(우자복지재입동) : 송아지가 배를 따에 붙여야 들어갈 정도라네 始入峭壁猶昏黑(시입초벽유혼흑) : 들어서면 가파른 절벽이 깜깜해도 稍深日月舒光色(초심일월서광색) : 조금 깊이 들어가면 해와 달 천천히 빛나고 平川斷麓互映帶(평천단록호영대) : 평평한 시냇물에 끊어진 산자락이 비쳐 흐르네 沃土甘泉宜稼穡(옥토감천의가색) : 기름진 땅 맛있는 샘물 농사짓기 알맞아 仇池淺狹那足比(구지천협나족비) : 얕고 좁은 구지와 어찌 비교가 되리오 漁子徊徨尋不得(어자회황심불득) : 어부가 아무리 돌아다녀도 찾아낼 수 없다네 玄髮翁嗔白髮兒(현발옹진백발아) : 머리 검은 영감이 백발 된 자식을 꾸짖고 熙熙不老眞壽域(희희불노진수역) : 백 년 가도 늙지 않는 정말 장수의 고장이라네 迂儒一聞心欣然(우유일문심흔연) : 멍청한 선비 소문 듣고서 마음이 흔연하여 徑欲往置二頃田(경욕왕치이경전) : 빨리 가서 두어마지기 밭이라도 차지하였다네 竹杖芒屩飄然去(죽장망교표연거) : 죽장망훼 차림으로 훌쩍 찾아떠나니 繞山百帀僵且顚(요산백잡강차전) : 백 바퀴나 산을 돌다 지치고 쓰러졌다네 天晴疑聞風雨響(천청의문풍우향) : 멀쩡한 하늘에서 비바람소리 들리는 듯하고 世晏如見干戈纏(세안여견간과전) : 편안한 세상에 전쟁이라도 난 것 같았다네 爭投茂朱覓山谷(쟁투무주멱산곡) : 무주구천동 달려가서 골짜기 찾아 헤매다가 幸與此洞相接連(행여차동상접연) : 다행히도 우복동과 서로 연결되었다데 三韓開國嗟已久(삼한개국차이구) : 삼한이 개국한 지가 얼마나 오래인가 如蠶布紙蕃生口(여잠포지번생구) : 종이 위에 누에 깔리듯 인구가 너무 많아 樵蘇菑墾足跡交(초소치간족적교) : 나무하고 밭 일구고 발 안 닿는 곳 없는데도 詎有空山尙鹵莽(거유공산상로망) : 남아 있는 빈 산지가 어디에 있을 겠는가 藉使寇來宜死長(자사구래의사장) : 적이 쳐들어와도 마땅히 나라 위해 죽어야지 汝曹豈得絜妻子(여조기득혈처자) : 너희들 처자 데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且督妻舂納王稅(차독처용납왕세) : 아내가 방아찧어 나라에 세금 바치게 해야지 嗚呼牛腹之洞世豈有(오호우복지동세기유) : 아아 우복동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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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약사(採藥詞)-정약용(丁若鏞) 약초 캐는 노래-정약용(丁若鏞)
采藥復采藥(채약복채약) : 약을 캐고 또 약을 캐면서 迢遞躋巖谷(초체제암곡) : 높이 바위골짝을 오른다네 手中三尺鑱(수중삼척참) : 손에는 석 자 보습을 들고서 處處靈根斸(처처령근촉) : 곳곳에서 약초 뿌리를 찍는다네 風吹微雨來(풍취미우래) : 바람이 불고 가랑비가 내리면 嫩芽初舒綠(눈아초서녹) : 연한 싹이 푸르게 나온다네 尋苗涉幽澗(심묘섭유간) : 싹 찾아 깊은 골짝기에도 들고 引蔓穿深竹(인만천심죽) : 덩굴 따라 깊숙한 대밭 찾아 長懷鹿門隱(장회녹문은) : 길이 녹문의 숨어사는 이를 그리워하고 思酬小山曲(사수소산곡) : 소산곡을 화답해 부르고 싶다네 不獨駐流年(불독주류년) : 다만 흐르는 세월 멈추게 하지 못하니 聊以謝淆俗(료이사효속) : 혼탁한 속세를 떠나고 싶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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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야인촌거(過野人村居)-정약용(丁若鏞) 시골 사람들의 마을을 지나면서-정약용(丁若鏞)
野彴平疇外(야박평주외) : 외나무다리 건너 들판 저 밖에 荒村一兩家(황촌일양가) : 한두 집 황량한 마을이 있도다 敗籬新綴竹(패리신철죽) : 터진 울타리 새로 대나무로 엮고 小圃未舒花(소포미서화) : 작은 채마밭에는 꽃은 아직 피지도 않았다 冷落餘書架(냉낙여서가) : 초라한 일상 남은 책만 남있고 艱難有釣槎(간난유조사) : 어려운 처지에도 낚싯배는 있다 狐丘幸遂願(호구행수원) : 고향에 가고픈 소원만 이루어진다면 生理不須嗟(생리불수차) : 사는데에 슬퍼할 일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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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八景詞8(다산팔경사8)-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小溪廻合抱晴巒(소계회합포청만) : 작은 시내 감돌아 맑은 묏부리 감싸 있고 翠鬣紅鱗矗萬竿(취렵홍린촉만간) : 푸른 갈기 붉은 비늘 같은 소나무 높기가 만간이로구나 正到絲簧聲沸處(정도사황성비처) : 거문고며 피리 소리 들끓는 곳에 바로 있나니 天風吹作滿堂寒(천풍취작만당한) : 온 집이 차갑도록 천풍이 불어오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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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八景詞7(다산팔경사7)-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淺雪陰岡石氣淸(천설음강석기청) : 눈 덮인 응달 언덕에 바위 가운 첨명하고 穹柯墜葉有新聲(궁가추엽유신성) : 높은 가지 비는 잎에 신비한 소리나는구나 猶殘一塢蒼筤竹(유잔일오창랑죽) : 아직도 남아 있는 언덕의 어린 대나무 留作書樓歲暮情(유작서루세모정) : 공부 다락 세모의 정경을 머물러 지켜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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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八景詞6(다산팔경사6)-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風靜芳池鏡樣磨(풍정방지경양마) : 바람 잔 풀 우거진 못이 거울처럼 맑으면 名花奇石水中多(명화기석수중다) : 이름난 꽃 기괴한 돌 물 속에 많이 있구나 貪看石罅幷頭菊(탐간석하병두국) : 바위틈에 병두국화 두고두고 보기 탐해 剛怕魚跳作小波(강파어도작소파) : 고기 뛰어 물결 일까 그것이 너무 겁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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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八景詞5(다산팔경사5)-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巖苗參差帶薄雲(암묘삼차대박운) : 작은 바위더미에 엷은 구름 덮이고 經秋石髮長圓紋(경추석발장원문) : 가을을 난 바위털이 동그랗게 길게 자랐구나 仍添颯杳臙脂葉(잉첨삽묘연지엽) : 이에 연지같은 붉은 잎이 우수수 보태지면 濃翠輕紅不細分(농취경홍불세분) : 짙은 푸름과 옅은 붉음이 자세히 분간되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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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八景詞4(다산팔경사4)-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黃梅微雨著林梢(황매미우저림초) : 황매가 가랑비에 숲 마무 가지에 젖으면 千點回紋水面交(천점회문수면교) : 수면에는 천 개나 동그랗게 물방울 인다네 晩食故餘三兩塊(만식고여삼양괴) : 저녁밥 일부러 두세 덩어리 남겼다가 自憑藤檻飯魚苗(자빙등함반어묘) : 등나무 난간에 기대앉아 고기새끼 먹이 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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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八景詞3(다산팔경사3)-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山葛萋萋日色姸(산갈처처일색연) : 산 칡은 우거지고 햇살은 부드러워 小爐纖斷煮茶煙(소노섬단자차연) : 작은 화롯불에 차 달이던 가는 연기 끊어지네 何來角角三聲雉(하래각각삼성치) : 어디선가 깍깍대는 세 마디 꿩소리 徑破雲牕數刻眠(경파운창수각면) : 구름 창문 열리니 잠시 든 잠을 깨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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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八景詞2(다산팔경사2)-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山家簾子水紋漪(산가렴자수문의) : 산촌의 집안 발 밖에 일렁이는 잔물결 照見樓頭楊柳枝(조견루두양유지) : 누대 앞에 흔들리는 버들 가지 비춰보니네 不是巖阿有飛雪(불시암아유비설) : 바위에 눈 날리는 것이 아니라 春風吹絮弄淸池(춘풍취서농청지) : 봄바람이 버들 솜 날려 맑은 못물 놀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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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八景詞1(다산팔경사1)-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響牆疏豁界山腰(향장소활계산요) : 산허리를 경계로 소리 울리게 쳐진 담장 春色依然畫筆描(춘색의연화필묘) : 붓으로 그린 듯 봄빛이 변함없네 愛殺一溪新雨後(애살일계신우후) : 비가 멎고 난 뒤 개울이 너무 좋아 小桃紅出數枝嬌(소도홍출수지교) : 복사꽃 몇 가지가 뻗어나와 예쁘게 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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池閣月夜(지각월야)-丁若鏞(정약용) 목가 누각의 달밤-丁若鏞(정약용)
芳池月色可淸宵(방지월색가청소) : 풀우거진 못에 어린 달빛 맑은 밤 露結蛛懸見柳梢(로결주현견유초) : 이슬 맺히고 거미 매달린 버들가지 보인다 忽有一泓生眼底(홀유일홍생안저) : 갑자기 깊은 웅덩이 눈 아래 하나 생겨 微風吹作海門潮(미풍취작해문조) : 산들바람 불어와 바다 문 앞에 조수를 만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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淡泊(담박)-丁若鏞(정약용) 담박-丁若鏞(정약용)
淡泊爲歡一事無(담박위환일사무) : 담박을 좋게 여기니 아무런 일도 없어 異鄕生理未全孤(이향생리미전고) : 타향살이도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다네 客來花下攜詩卷(객래화하휴시권) : 손님 오면 꽃 아래서 시집을 들고보고 僧去牀間落念珠(승거상간낙념주) : 스님 떠난 침상에는 염주가 떨어져 있다네 菜莢日高蜂正沸(채협일고봉정비) : 장다리에는 한낮이면 벌이 들끓고 麥芒風煖雉相呼(맥망풍난치상호) : 보리 까트라기에 바람 따스하면 꿩들이 서로 부른다네 偶然橋上逢隣叟(우연교상봉린수) : 우연히 다리 위에서 이웃 늙은이 만나 約共扁舟倒百壺(약공편주도백호) : 조각배 함께 타고 술을 실컷 기울이기로 약속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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池上絶句(지상절구)-丁若鏞(정약용) 못 위에서 적구를 짓다-丁若鏞(정약용)
煖風吹髮度芳池(난풍취발도방지) : 따뜻한 바람 머리털 날리며 못 위를 지나는데 池上橫筇獨坐遲(지상횡공독좌지) : 못 위에서 대지팡이 비껴들고 혼자 서성이노라 老滑禽簧無澁處(노활금황무삽처) : 노련한 새의 노랫소리는 껄끄러운 데 없고 嫩黃楓葉勝紅時(눈황풍엽승홍시) : 노랗게 돋은 단풍잎이 붉은 꽃보다 더 예쁘구나
過南塘浦(과남당포)-丁若鏞(정약용) 남당포를 지나며-丁若鏞(정약용)
南塘村口暮潮還(남당촌구모조환) : 남당마을 입구에 저녁 밀물 밀려오고 浦浦泥沙綠水間(포포이사녹수간) : 포구는 갯벌과 푸른 물 사이에 보이네 鹽戶生涯隣蟹穴(염호생애린해혈) : 갯마을 한평생을 게구멍과 이웃이요 漁莊風俗近魚蠻(어장풍속근어만) : 어부의 풍속은 고기잡이 그것과 가깝다네 秋雲遠冪陳璘島(추운원멱진린도) : 저 멀리 가을 구름 진린의 섬 덮고 落日斜明李穎山(낙일사명리영산) : 지는 해는 옆살로 이영의 산을 비쳐주네 北望巖厓千萬疊(북망암애천만첩) : 북녘으로 바위산을 바라보니 천겹 만겹 겹쳐있어 從來無路見鄕關(종내무노견향관) : 종래부터 고향바라볼 길이 전혀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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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金直閣邁淳入檗溪次三淵韻8(송김직각매순입벽계차삼연운8)-丁若鏞(정약용) 벽계로 들어가는 김 직각 매순을 보내면서 삼연의 운에 차운하다-丁若鏞(정약용)
靜憶鏗筇響(정억갱공향) : 지팡이 울리는 소리 고요히 생각하니 雲蹊九曲深(운혜구곡심) : 구곡 굽은 구름길이 깊기도 하여라. 定無遷木志(정무천목지) : 정히 크게 출세할 뜻 없어 應惹考槃心(응야고반심) : 응당 은거할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水石淸堪坐(수석청감좌) : 수석은 맑아 앉을 만하고 巖花煖不禁(암화난불금) : 바위 꽃은 따뜻하여 금할 수 없구나. 龍山絶湫隘(용산절추애) : 용산은 대단히 좁고 험한 곳이니 何似此溪潯(하사차계심) : 어떻게 이 시냇물 가만 하겠는가.
二疊2(이첩2)-丁若鏞(정약용) 두 번째 차운하다-丁若鏞(정약용)
釣游斯地自桑蓬(조유사지자상봉) : 한창 시절부터 이곳에서 낚시질하였고 鐵馬延緣接水鍾(철마연연접수종) : 철마산 길게 뻗어와 수종사에 이어졌네. 管領雲山三百曲(관령운산삼백곡) : 운산 삼백 굽이를 맡아서 다스려 回頭風浪一千重(회두풍랑일천중) : 머리 돌려보니 풍랑은 일천 겹이네. 觚稜跂望同秋燕(고릉기망동추연) : 대궐을 바라보는 마음 가을 제비 같고 經卷叢殘奈夏蟲(경권총잔내하충) : 성현의 책들 많으나 견문 좁은 여름벌레임을 어찌할까 今日逢君話文字(금일봉군화문자) : 오늘 그대를 만나 문자를 얘기하니 弇園疑對李攀龍(엄원의대이반룡) : 마치 감원의 시 잘 지는 이반룡을 마주한 듯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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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疊2(삼첩2)--丁若鏞(정약용) 세 번째 차운하다-丁若鏞(정약용)
短發殘莖一任蓬(단발잔경일임봉) : 짧고 쇠잔한 머리털 흐트러지게 버려두고 藥爐欹側傍茶鍾(약로의측방다종) : 기울어진 화로 곁에 찻잔을 겸했네. 鸚鸕酒算須三百(앵로주산수삼백) : 앵로 술잔은 삼백 배를 기울여야 하거니와 虎豹天門本九重(호표천문본구중) : 호랑이들 지키는 천문은 본래 아홉 겹이라네. 末路生涯同鋌鹿(말로생애동정록) : 말로 생애는 다급해진 사슴과 같고 老年懺悔在雕蟲(노년참회재조충) : 노년의 참회는 자잘한 기예에 있네. 今秋大有金山計(금추대유금산계) : 올 가을엔 금산에 갈 계획이 크게 있으니 逝挹瓊漿酹瀑龍(서읍경장뢰폭룡) : 가서 구슬 잔에 물을 떠서 폭포에 제사지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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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疊4(사첩4)-丁若鏞(정약용) 네 번째 차운하다-丁若鏞(정약용)
野外深棲託藋蓬(야외심서탁조봉) : 들 밖에 깊이 명아주와 쑥을 의탁해 사니 歸來長樂不聞鍾(귀래장락불문종) : 돌아와선 장락궁 종소리를 듣지 못하네. 花濃夕步巡三帀(화농석보순삼잡) : 꽃이 고와서 저녁엔 세 바퀴를 돌아 거닐고 山暖春衣去一重(산난춘의거일중) : 산이 따뜻하여 봄 옷 한 겹을 벗었네. 身後文章書墨鰂(신후문장서묵즉) : 죽은 뒤에 남기지 않기 위해 묵즉으로 기록하고 世間腸胃食黃蟲(세간장위식황충) : 세상 사람의 위장은 황충같은 벌레도 먹는다네. 殘年漸熟溫存計(잔년점숙온존계) : 남은 인생은 점차 편히 보존할 계책을 익히니 螻蟻如今慣制龍(루의여금관제용) : 개미가 이제는 용을 제압하기에 익숙하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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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淸平洞口(출청평동구)-丁若鏞(정약용) 청평의 동구를 나오면서-丁若鏞(정약용)
石逕騎牛十里廻(석경기우십리회) : 돌길에 소를 타고 십 리나 돌아 나와 壽藤披豁洞天開(수등피활동천개) : 묵은 등나무 넝쿨 헤치니 계곡이 열리는구나. 澄江一面漣漪水(징강일면련의수) : 맑은 강물 전체에 잔물결 이니 曾作淸平瀑布來(증작청평폭포래) : 일찍이 청평 폭포에서 내려온 물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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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疊5(오첩5)-丁若鏞(정약용) 다섯 번째 차운하다-丁若鏞(정약용)
夫子之心猶有蓬(부자지심유유봉) : 선생님의 마음엔 아직 막힌 마음이 있으니 莫云流水會牙鍾(막운유수회아종) : 흐르는 물로 참된 친구 만났다고 말하지 말라 古今愁髮三千丈(고금수발삼천장) : 고금에 시름하는 머리털은 삼천 길이요 只尺詩城百二重(지척시성백이중) : 지척에 시의 성벽은 한없이 겹치었네. 已道中原交鴈雉(이도중원교안치) : 이미 중원의 사대부와 사귈 것을 말했는데 不過窮海註魚蟲(불과궁해주어충) : 고작 궁색한 조선의 문자하는 사람만 되었네. 向來馬訾沈篇翰(향래마자침편한) : 지난번 마자수에 서적을 빠뜨린 것은 應是觀江賄怒龍(응시관강회노용) : 응당 강구경하며 성낸 용에게 뇌물을 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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簡寄閑村趙逸人(간기한촌조일인)-丁若鏞(정약용) 한촌 조 일인에게 적어 부치다-丁若鏞(정약용)
龍門寺下別(용문사하별) : 용문사 아래서 서로 헤어지니 秋樹憶蕭森(추수억소삼) : 가을 나무 쓸쓸하기만 했었네. 白屋移何易(백옥이하역) : 초막집 옮기기가 어찌 쉬우랴 靑山隱更深(청산은경심) : 푸른 산에 숨어삶이 더욱 깊어 졌네. 俗淳蘇酒渴(속순소주갈) : 풍속이 순후하니 술 부족 해소되고 村僻恣詩淫(촌벽자시음) : 마을 궁벽하니 마음대로 시를 짓네. 蒲柳慚衰弱(포류참쇠약) : 부끄러워라, 창포와 버들처럼 약한 몸으로 空懷五嶽心(공회오악심) : 공연히 다섯 큰 산을 구경하려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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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平寺觀瀑4(청평사관폭4)-丁若鏞(정약용) 청평사에서 폭포(서천 폭포)를 구경하다-丁若鏞(정약용) 殷地西川瀑(은지서천폭) : 크나큰 땅 서천의 폭포여 祈星太乙壇(기성태을단) : 태을단에선 별에 기원하노라. 建瓴天下勢(건령천하세) : 동이의 물은 천하의 힘이요 危榻日中寒(위탑일중한) : 높은 걸상은 낮에도 춥구나. 龍尾螺螄轉(용미라사전) : 용꼬리는 나선형으로 돌고 犧尊饕餐蟠(희존도찬반) : 술그릇엔 식 탐하는 짐승이 서려있구나. 分流三百道(분류삼백도) : 삼백 가닥으로 나뉘어 흐르지만 究竟一飛湍(구경일비단) : 끝내는 한 여울이 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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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平寺觀瀑3(청평사관폭3)-丁若鏞(정약용) 청평사에서 폭포(와룡담 폭포)를 구경하다-丁若鏞(정약용) 鐵壁先天鑄(철벽선천주) : 견고한 절벽은 이미 자연으로 만들어지고 銅函一矩方(동함일구방) : 아늑한 웅덩이는 정사각형인데 更添新雨力(경첨신우력) : 새로 내린 비의 힘을 를 다시 보태어 因沸太和湯(인비태화탕) : 태화탕을 부글부글 끓여대는구나. 銳欲穿山入(예욕천산입) : 예리함은 산을 뚫고 들어갈 듯하고 喧能撼樹涼(훤능감수량) : 시끄러움은 숲을 흔들어 서늘하게 하는구나. 遊人多錯過(유인다착과) : 나그네가 잘못 찾아오는 일 많으니 叢翳護龍光(총예호용광) : 나무숲이 가리어 용의 광채를 보호하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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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平寺觀瀑2(청평사관폭2)-丁若鏞(정약용) 청평사에서 폭포(구송정 폭포)를 구경하다-丁若鏞(정약용)
天垂雙練帶(천수쌍련대) : 하늘은 두 가닥 폭포를 드리우고 山出九松亭(산출구송정) : 산은 구송의 정자를 내놓았구나. 飄忽飛仙駕(표홀비선가) : 신속함은 하늘 나는 신선의 수레 같고 平鋪演戲庭(평포연희정) : 널리 퍼지면 연극 마당 같구나. 急聲愁變怪(급성수변괴) : 급한 소리는 변괴인가가 걱정되고 餘力見調停(여력견조정) : 남은 힘은 평온해짐을 보겠구나. 灑落風林氣(쇄락풍림기) : 시원하게 떨어지네, 시원한 바람 숲의 기운이여 渾令宿醉醒(혼령숙취성) : 숙취에서 완전히 깨어나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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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平寺觀瀑1(청평사관폭1)-丁若鏞(정약용) 청평사에서 폭포(경운대 폭포)를 구경하다-丁若鏞(정약용)
百變渟流勢(백변정류세) : 멎고 흐르는 형세 수없이 변하나 由來一道泉(유래일도천) : 그 유래는 오직 한 줄기 샘이라네. 走時誰迫汝(주시수박여) : 달아나듯 흐를 때는 누가 널 다그쳤는가. 留處忽蕭然(류처홀소연) : 머무른 곳은 문득 쓸쓸하구나. 怊悵花俱往(초창화구왕) : 꽃이 함께 따라가는 것은 서글퍼지고 雄豪石不遷(웅호석불천) : 호걸답게도 돌은 조금도 옮겨가지 않는구나. 須知出山日(수지출산일) : 알겠노라, 물이 산을 나가는 날에는 浩淼作平川(호묘작평천) : 아득히 평평한 냇물을 이루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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昭陽亭懷古(소양정회고)-丁若鏞(정약용) 소양정에서 옛일을 회상하다-丁若鏞(정약용)
漁子尋源入洞天(어자심원입동천) : 어부가 무릉도원 찾아가듯 고을로 들어가니 朱樓飛出幔亭前(주루비출만정전) : 화려한 누각이 나는 듯이 수레 앞에 나타나네. 弓劉割據渾無跡(궁유할거혼무적) : 궁씨 유씨 나누어 차지했으나 그 자취가 전혀 없고 韓貊交爭竟可憐(한맥교쟁경가련) : 한과 맥이 서로 다투었으나 끝내 가련할 뿐이네. 牛首古田春草遠(우수고전춘초원) : 우수의 옛 땅에는 봄풀이 아득하고 麟蹄流水落花姸(인제유수낙화연) : 인제의 흐르는 물엔 떨어진 꽃이 고와라 紗籠袖拂嗟何補(사농수불차하보) : 아, 깁으로 싸고 소매로 떠는 것이 무슨 보탬이 되리오. 汀柳斜陽獨解船(정유사양독해선) : 석양에 강가의 버드나무에서 홀로 닻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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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首州和成都府(우수주화성도부)-丁若鏞(정약용) 우수주에서 두보의 <성도부>시에 화답하다-丁若鏞(정약용)
命僕理歸楫(명복리귀즙) : 하인 시켜 돌아갈 배 다스리니 水風吹衣裳(수풍취의상) : 강바람이 옷에 불어오는구나. 暮宿牛首村(모숙우수촌) : 저물어 우수촌에서 자고 顧瞻詳四方(고첨상사방) : 자세히 사방을 두루 살펴보노라. 嗟玆樂浪城(차자락랑성) : 아, 이 낙랑성이여 冒名云貊鄕(모명운맥향) : 맥향이라는 이름이 얻었지만 木皮不能寸(목피불능촌) : 나무껍질은 한 치 크기로 자라지도 못하고 地暄發生早(지훤발생조) : 땅이 따뜻하여 초목이 빨리 자라 首夏葉已蒼(수하엽이창) : 초여름이면 나뭇잎이 이미 푸르네. 鳲鳩樹樹喧(시구수수훤) : 뻐꾸기는 나무마다 울어대고 黃鳥弄柔簧(황조농유황) : 꾀꼬리는 유연한 가락을 울리는구나. 南韓昔巡撫(남한석순무) : 신라왕이 엣 적에 순무하고부터 漢使川無梁(한사천무량) : 한 나라 사신의 발길이 끊기었도다. 勒石久埋沒(륵석구매몰) : 비석마저 오래도록 묻혀 버려서 小水梁若濊(소수량약예) : 작은 물의 교량이나 예맥의 일은 其名本無光(기명본무광) : 그 이름이 본래 드러나지 않았다네. 國史有誰讀(국사유수독) : 우리나라 역사가 있어도 누가 읽을 사람이 있을까. 登覽深悲傷(등람심비상) : 올라 보니 마음이 매우 슬퍼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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幾落閣和石櫃閣(기락각화석궤각)-丁若鏞(정약용) 기락각에서 두보의 <석궤각>시에 화답하다-丁若鏞(정약용)
絶峽破積陰(절협파적음) : 깊은 골짝에 쌓인 그늘 헤쳐보니 晨霞照江赤(신하조강적) : 새벽노을 강물을 붉게 비추네. 高臨不測淵(고임불측연) :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못 아래로 보고 仰蒙將落石(앙몽장락석) : 올려보니 돌은 떨어질 듯하네. 名都此北門(명도차북문) : 이곳이 명도의 북쪽 문이라 嚴扃鎖鐵壁(엄경쇄철벽) : 철벽으로 엄격하게 닫아 놓았네. 輕舟漫自棄(경주만자기) : 가벼운 배는 멋대로 버려 두고 躡屩隨山客(섭교수산객) : 짚신을 신고서 산의 나그네를 따른다네. 魄慄不敢前(백율불감전) : 혼이 떨려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新泥印虎跡(신니인호적) : 새로운 범 발자국이 진흙에 찍혀있네. 水石本閒事(수석본한사) : 자연경치 구경은 원래 한가한 일인데 顧爲誰所迫(고위수소박) : 생각해보건대, 그 누구에게 다그침을 받았던가. 性好那可節(성호나가절) : 내 맘에 좋으니 어찌 절제하리오. 糜麈悅林澤(미주열림택) : 사슴은 본디 숲과 못을 좋아한다네. 賢哉李自玄(현재이자현) : 훌륭하도다, 이자현은 深山自此適(심산자차적) : 깊은 산에서 스스로 이렇게 유유자적하였구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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馬跡山和鹿頭山(마적산화록두산)-(정약용) 마적산에서 두보의 <녹두산>시에 화답하다-(정약용)
暮投馬跡山(모투마적산) : 날 저물어 마적산에 투숙하여 酒醒喉更渴(주성후경갈) : 술 깨자 다시 목이 마르도다. 園亭迓風涼(원정아풍량) : 동산의 정자에서 바람을 맞으니 시원하니 卽此已披豁(즉차이피활) : 여기는 바로 확 트인 곳이구나. 四隣競勞問(사린경노문) : 사방에서 서로 와서 위문하는데 少長禮弗越(소장예불월) : 노소가 다 예를 정중히 하는구나. 長松蔭崇阿(장송음숭아) : 낙락장송은 높은 언덕 그늘지우고 嘉穀連平闊(가곡연평활) : 좋은 곡식은 넓은 들에 가득하여라. 緬懷司馬徽(면회사마휘) : 멀리 사마휘를 생각하니 水鑑淸映發(수감청영발) : 거울 같은 물에서 맑은 빛이 발하는구나 博學復精硏(박학복정연) : 널리 배우고, 정밀히 연구하여 疑殆鮮所闕(의태선소궐) : 의심스럽고 위태한 것 빼먹지 않았도다. 踽踽宇縣內(우우우현내) : 나는 천하에 외로운 처지로 獨成支離兀(독성지리올) : 혼자서 꼽추와 다리병신 겸했는데 履玆生長村(이자생장촌) : 생장하던 이 마을에 다시 돌아와 보니 憶念柏下骨(억염백하골) : 그 옛날 백하골이 생각나는구나. 惜無臥龍冠(석무와룡관) : 아수운 것은 오룡관 없어 隱此乳虎窟(은차유호굴) : 이 무서운 곳에 숨은 것이로구나. 大器多晩成(대기다만성) : 큰 인물은 흔히 늦게 이뤄지나니 賢聖罕早達(현성한조달) : 현인과 성인들은 일찍 이루어진 이가 드물었으니 魯叟恨苗秀(노수한묘수) : 노수는 싹트는 것을 한하였고 五十希延活(오십희연활) : 오십 살까지 살기를 희망했다네. 遺經尙自隨(유경상자수) : 우경은 오히려 스스로 따라서 每照空樑月(매조공량월) : 매번 빈 들보의 달에 비추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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昭陽渡和水廻渡(소양도화수회도)-丁若鏞(정약용) 소양도에서 두보의<수회도>시에 화답하다-丁若鏞(정약용)
牛馬立渡頭(우마립도두) : 소와 말들은 나룻가에 서 있고 沙水復平安(사수복평안) : 백사장 흐르는 물은 평온하구나. 氣色近都邑(기색근도읍) : 풍경이 점점 도읍에 가까워지니 曠莽無險難(광망무험난) : 넓게 트이어 험난한 곳은 없도다. 江繞朱樓鬯(강요주루창) : 강이 둘러있어 붉은 누각 훤하고 山遠平蕪寬(산원평무관) : 산이 멀어 편평한 들판 넓도다. 便娟有柔態(편연유유태) : 부드러운 자태가 있어 예쁘고. 麤惡羞狂瀾(추오수광란) : 추악하여 광포한 파도에 부끄럽구나. 土性利稻棉(토성이도면) : 흙질은 벼와 목화에 알맞아 終古無饑寒(종고무기한) : 예부터 의식은 굶주림이 없었도다. 仙源抵雪嶽(선원저설악) : 이 물 근원이 설악산에 이르렀다가 到此九折盤(도차구절반) : 여기까지 아홉 번을 굽어 돈다. 吾聞洗蔘水(오문세삼수) : 내가 들으니 산삼을 씻은 물은 不令津液乾(불령진액건) : 나루의 물이 마르지 않게 하는구나. 寤寐五色泉(오매오색천) : 자나깨나 오색천의 물을 何由得一餐(하유득일찬) : 어떻게 해서라도 한번 얻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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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淵渡和桔柏渡(신연도화길백도)-丁若鏞(정약용) 신연도에서 두보의 <길백도>시에 화답하다-丁若鏞(정약용)
愛此仙源水(애차선원수) : 이 선원의 물은 사랑스러워 本出長安橋(본출장안교) : 본래 장안사 장안교에서 나온 것이데. 夙昔名山願(숙석명산원) : 평소 명산을 구경하고 싶은 소원 到老竟蕭蕭(도노경소소) : 늘그막에도 끝내 이루지 못했네. 今行可窮覽(금행가궁람) : 이번 길에야 다 구경하게 되니 衣帶遠飄颻(의대원표요) : 허리띠가 멀리 바람에 나부끼네. 吾聞狌首峽(오문성수협) : 내가 성수협의 물소리를 들어보니 灘瀨益宣驕(탄뢰익선교) : 여울이 더욱 위세를 부린다네. 悵然中改路(창연중개로) : 초연하게 중도에 길을 바꾸어 後期不可要(후기불가요) : 후일의 기약은 바랄 수도 없네. 妻孥絆閒身(처노반한신) : 처자식이 한가한 몸 구속하니 愧赧顔發潮(괴난안발조) :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붉어지네. 遙遙桔柏渡(요요길백도) : 머고 먼 저 길백 나루 詩句兩寂寥(시구양적요) : 두보의 시구 다 적적하기만 하네 空羨賈客船(공선가객선) : 공연히 부러운 건 그 장삿배에 蜀薑交海椒(촉강교해초) : 촉강과 해초가 섞여 있는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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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門和劍門(석문화검문)-丁若鏞(정약용) 석문에서 두보의 <검문>시에 화답하다-丁若鏞(정약용)
二儀忽昭廓(이의홀소곽) : 하늘과 땅이 갑자기 환해지고 野色噫何壯(야색희하장) : 아! 들 빛이 어이 그리 웅장한가. 悚息俄縱弛(송식아종이) : 두려워 숨죽이다 바로 마음 풀리어 散朗疑所向(산랑의소향) : 너무도 산만하고 밝아 향할 곳을 모르겠네. 蕞爾曾亦國(최이증역국) : 작지마는 또한 나라였기에 天作有殊狀(천작유수상) : 하늘이 지은 것이 특별함이 있네. 石門復奇譎(석문복기휼) : 돌문은 또 기괴하기도 하여 漁人常夜傍(어인상야방) : 어부가 밤이면 늘 그 곁에 있다네. 緬思興廢跡(면사흥폐적) : 아득히 흥망성쇠의 자취를 생각하니 千載動哀愴(천재동애창) : 천 년 후에 비애를 느끼네. 金湯旣失守(금탕기실수) : 금성탕지의 방어를 잃음으로써 土人恣誅放(토인자주방) : 그 지역 사람들이 제멋대로 죽이고 내쳤네. 韓漢競奕棋(한한경혁기) : 조선과 중국이 서로 힘을 겨루어 蚤莫紛得喪(조막분득상) : 불일간에 득실이 분분하였네. 廉鑡逞智詐(염착령지사) : 염치라는 이는 간사한 지혜를 부렸지만 樂浪竟不王(락랑경불왕) : 낙랑에서 끝내 왕 노릇을 못 했네. 策書雖未具(책서수미구) : 대책서는 비록 갖춰 있지 않지만 英俊莫相讓(영준막상양) : 영준함은 서로 내리지 양보하지 않았네. 微滅隨流水(미멸수류수) : 흐르는 물 따라 모두 쇠멸하고 寂黙餘靑嶂(적묵여청장) : 푸른 산만이 묵묵히 서 있다네. 哀哉夷貊事(애재이맥사) : 슬프도다, 이맥의 일이여 俛仰一惆悵(면앙일추창) : 굽어보고 쳐다보며 한번 탄식한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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懸燈峽和龍門閣(현등협화용문각)-丁若鏞(정약용) 현등협에서 두보의 <용문각>시에 화답하다-丁若鏞(정약용)
懸燈古蘭山(현등고난산) : 현등산은 옛 난산이라 絶壁戴焦土(절벽대초토) : 절벽이 탄 흙을 이고 있네. 兩厓欲相撞(양애욕상당) : 양쪽 절벽이 서로 닿을 듯하여 束峽昏萬古(속협혼만고) : 좁은 골짜기 만고에 어둡다네. 直愁礙人肩(직수애인견) : 어깨 부딪칠까 걱정되고 江流通一縷(강유통일루) : 강물은 한 실오라기처럼 통하네. 高葉搖天風(고엽요천풍) : 높은 나뭇잎은 하늘에서 부는 바람에 흔들리고 崩湍掀地柱(붕단흔지주) : 거센 여울물은 땅 기둥을 흔드네. 攢峯蝕太陽(찬봉식태양) : 뭇 산봉우리는 태양을 삼키고 淸晝騰霾雨(청주등매우) : 맑은 낮에도 흙비가 날리네. 決知陷鬼門(결지함귀문) : 도깨비 구덕에 빠질 것만 같은데 歸路將焉取(귀로장언취) : 돌아갈 길을 장차 어디서 찾을지 山脊稍彎環(산척초만환) : 산등성이는 약간 활처럼 동그랗고 水勢開夾庾(수세개협유) : 물 형세는 협유를 열어 논 듯하네. 漸聞鷄犬聲(점문계견성) : 점차 닭 울고 개 짖는 소리 들리고 籬落遠可數(리락원가수) : 멀리 인가의 울타리를 헤아릴 수도 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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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嶽和五盤(삼악화오반)-丁若鏞(정약용) 삼악에서 두보의 오반시에 화답하다-丁若鏞(정약용)
崔崔席破嶺(최최석파령) : 높고 높은 큰 저 석파령은 是蓋三嶽餘(시개삼악여) : 대체로 삼악산 줄기라네. 雖無娟妙峯(수무연묘봉) : 비록 아름답고 묘한 봉우리는 없지만 捍禦頗不疎(한어파불소) : 국경의 방비는 조금도 소홀하지 않네. 王調與崔理(왕조여최리) : 왕조라는 사람과 최리라는 사람이 浪作釜中魚(랑작부중어) : 공연히 솥 안의 고기가 되었네. 漢吏空越海(한리공월해) : 한나라 관리가 고연히 바다 건너왔으니 鬱鬱安能居(울울안능거) : 답답하여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漠漠淸流關(막막청류관) : 아득하다, 저 청류관 草木嫩初舒(초목눈초서) : 초목의 새싹이 막 돋아나네. 亭郵杳相望(정우묘상망) : 역참은 아득히 바라보이는데 榛莽誰能除(진망수능제) : 우거진 잡초를 누가 제거할 것인가. 古城餘斷堞(고성여단첩) : 옛 성은 끊어진 가퀴만 남아있고 破寺寄空墟(파사기공허) : 부서진 절은 빈터에 붙어있네. 因知人世間(인지인세간) : 이로서 알겠네, 세상살이가 處處委蘧廬(처처위거려) : 곳곳마다 여관에 붙여짐을 알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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超然閣和飛仙閣(초연각화비선각)-丁若鏞(정약용) 초연각에서 두보의 비선각시에 화답하다-丁若鏞(정약용)
側岸吹長風(측안취장풍) : 언덕 곁으로 긴 바람 불어오니 麥芒偃衆毫(맥망언중호) : 보리 까끄라기 여러 털 드러누웠네. 人虎相與居(인호상여거) : 사람과 범이 서로 같이 살아 籬柵締縛牢(리책체박뢰) : 울타리에 견고하게 얽어매어있네. 飛棧接崩磴(비잔접붕등) : 높은 잔도는 무너진 비탈길을 있고 黝潭蹴素濤(유담축소도) : 푸른 못은 하얀 파도를 튕겨 내는데 不見牛馬行(불견우마행) : 마소가 다니는 것 보이지 않고 唯聞麏麚號(유문균가호) : 노루들의 우는 소리만 들리네. 關鎖此重疊(관쇄차중첩) : 변방의 산이 이렇게 단단히 막혀 貊國天上高(맥국천상고) : 예맥 나라가 하늘 위에 높았네. 彭吳攀帝命(팽오반제명) : 팽오는 황제의 명을 받들고 와서 鑿通何太勞(착통하태노) : 길 뚫느라 어이 그리 수고했던가. 危峭下礌石(위초하뢰석) : 가파른 산에서 돌덩이가 떨어진다면 性命將焉逃(성명장언도) : 이 목숨을 어떻게 보전하리오. 罾船泛中流(증선범중류) : 고기잡이배는 중류에 떠 있고 信宿羨汝曹(신숙선여조) : 밤을 묵은 너희들이 정말 부럽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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虎吼阪和木皮嶺(호후판화목피령)-丁若鏞(정약용) 호후판에서 두보의 목피령시에 화답하다-丁若鏞(정약용)
開頭屈雲北(개두굴운북) : 첫머리 굴운의 북쪽은 峽深無成村(협심무성촌) : 골짝이 깊어 마을이 없네. 惡灘號惶恐(오탄호황공) : 황공탄이라 불리는 사나운 여울이 哮怒當山門(효노당산문) : 산 어귀에 당하여 포효하며 분노하네. 玆是瀑布類(자시폭포류) : 이것은 곧 폭포의 종류이니 不可湍瀨論(불가단뢰론) : 여울이라고 할 수 없네. 靜天生疾飆(정천생질표) : 고요한 하늘에 빠른 바람 일어나 瀟瀟忘春暄(소소망춘훤) : 소슬하여 따스한 봄을 잊게 하네. 目眩心腎駭(목현심신해) : 눈이 어지럽고 심장이 놀래어 山嶽愁同奔(산악수동분) : 산악도 같이 치달을까 걱정스러워. 神威震木道(신위진목도) : 신기한 위엄은 나뭇길을 진동시키고 聲聞特最尊(성문특최존) : 그 이름 그 명성은 특별히 가장 높네. 艱崎度絶險(간기도절험) : 어렵게 험한 곳을 지나서 復得整乾坤(복득정건곤) : 다시 하늘과 땅이 바로잡히니 林木色昭明(임목색소명) : 숲의 나무 빛은 밝고 波濤霽狂昏(파도제광혼) : 파도의 사나움도 잔잔하네. 囊也咎作舟(낭야구작주) : 지난 날 배 만든 일을 허물하노니 直欲誶軒轅(직욕수헌원) : 곧장 황제헌원씨를 책망하고 싶네. 喘息思小憩(천식사소게) : 숨이 하도 가빠 조금 쉬려고 繫纜依山根(계람의산근) : 닻줄 매고 산기슭 의지해 있네. 黃黧赴綠陰(황려부록음) : 누런 꾀꼬리 녹음으로 날아들어 蔥然時景繁(총연시경번) : 푸르구나, 계절 풍경 무성도 하네 新晴水更肥(신청수갱비) : 날이 막 개자 물은 다시 불어나고 草沒沙無㾗(초몰사무량) : 풀이 덮여 모래톱은 흔적도 없네. 虎吼差可怕(호후차가파) : 호후차가 무서운 곳이란 말 船中聞者存(선중문자존) : 일찍이 배 안에서 들은 사람 있네. 命酒嚼乾肉(명주작건육) : 술 불러 마른 고기로 안주하면서 且以收飛魂(차이수비혼) : 몹시 놀란 넋을 수습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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早發南一原和同谷縣(조발남일원화동곡현)-丁若鏞(정약용) 일찍 남일원을 출발하며 두보의 동곡현시에 화답하다-丁若鏞(정약용)
不風且曳纜(불풍차예람) : 바람 안 불면 장차 닻줄 끌고 得風斯掛席(득풍사괘석) : 바람이 불면 곧 자리에 돛을 걸어라. 每懷煙波叟(每懷煙波叟) : 연파의 늙은이를 생각할 때마다 苕霅泛其宅(초삽범기택) : 초계와 삽계에 그 집을 띄웠다. 東過水石村(동과수석촌) : 동쪽으로 수석 고을을 지나니 尙想檗溪僻(상상벽계벽) : 오히려 벽계의 후미진 곳이 생각난다. 哲人重神養(철인중신양) : 철인은 정신수양을 귀중히 여겨 恥爲形所役(치위형소역) : 몸을 이기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네. 國境縱褊小(국경종편소) : 우리 국토가 비록 좁아도 竟逸多可適(경일다가적) : 뜻 흥겨우면 갈 곳은 많다네. 雪嶺舒經枝(설령서경지) : 눈 내린 고개에는 지난 해 가지에 잎 피리니 蓄藏奇泉石(축장기천석) : 기괴한 돌과 샘을 감추고 있어서라네. 戀結似焦渴(연결사초갈) : 그리운 마음에 목이 타 志欲沾一滴(지욕첨일적) : 마음은 한 방울 물이라도 마시고 싶네. 阨窮無所得(액궁무소득) : 운수가 궁색하여 얻은 것은 없으나 尙能外欣慼(상능외흔척) : 기쁨과 슬픔은 떠날 수가 있건만 惜此軀殼鈍(석차구각둔) : 애석한 건 이 몸뚱이가 정말 둔하여 無由徧行跡(무유편행적) : 사방을 두루 다닐 행적 없다네. 勉爲水中鳧(면위수중부) : 힘써 물에 뜬 오리가 되어서 仰冀雲間翮(앙기운간핵) : 구름으로 날기를 바랄뿐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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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독립)-丁若鏞(정약용) 홀로 서서-丁若鏞(정약용)
秋山衰颯暮湍哀(추산쇠삽모단애) : 가을 산은 쓸쓸하고 저녁 여울 물소리 애절하고 獨立江亭意味裁(독립강정의미재) : 강가 정자에 홀로 서니 산란한 마음 어쩔 수 없네 風鴈陣欹還自整(풍안진의환자정) : 바람에 나는 기러기 행렬 기울었다 다시 갖춰지고 霜花莟破未輕開(상화함파미경개) : 국화송이는 터지고도 선뜻 피지 못하네 空懷竹杖游僧院(공회죽장유승원) : 공연히 죽장 짚고 절간을 유람하려가 徑欲瓜皮汎釣臺(경욕과피범조대) : 작은 배를 낚싯대에 띄어 보려네. 百事思量身已老(백사사량신이노) :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몸은 이미 늙었고 短檠依舊照書堆(단경의구조서퇴) : 짧은 등잔불만 옛날처럼 책 더미를 비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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雲月(운월)-丁若鏞(정약용) 구름과 달-丁若鏞(정약용)
堆堆黑絮勢豪雄(퇴퇴흑서세호웅) : 쌓이고 쌓인 검은 솜 같은 구름 기세 웅장하여 孤月無援泛太空(고월무원범태공) : 외로운 달은 도우는 이 없어 홀로 큰 공중에 떴있네 以逸待勞應善計(이일대노응선계) : 편안함으로서 수고로음을 대하는 것이 좋은 계책이거늘 怪他奔入亂雲中(괴타분입난운중) : 어지러운 구름 속으로 달려드는 저 달이 괴이하네. 月一雲多未可爭(월일운다미가쟁) : 달은 하나인데 구름은 많아 싸울 수가 없네. 吐呑離合任雲情(토탄리합임운정) : 뱉고 삼키고 떠나고 합함을 구름의 마음에 맡겼는데 頑雲度了無餘翳(완운도료무여예) : 이제 완악한 구름 지나가고 가린 것 없어져 領得靑天到曉明(영득청천도효명) : 푸른 하늘 차지하자 날이 이미 밝아졌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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抵寺(저사)-丁若鏞(정약용) 절에 이르러-丁若鏞(정약용)
澗口薄薄寒照沒(간구박박한조몰) : 개울 어귀 가물고 차가운 해 넘어가고 山風蕭蕭吹鬚髮(산풍소소취수발) : 산바람 소슬한데 바람은 내 수염에 불어온다. 靑楓丹欇遞組絢(청풍란섭체조현) : 푸른 단풍과 붉은 까치콩 서로 꼬여있고 壽藤怪蔓恣詰屈(수등괴만자힐굴) : 괴이한 다래에 덩굴은 구불구불 마음대로구나. 暗水琮琤石氣冷(암수종쟁석기냉) : 맑은 물 사이로 졸졸 흘러 돌은 차갑고 塵脾俗腸頗自醒(진비속장파자성) : 먼지 끼고 속된 내 속이 시원하구나. 浮圖泐破蜂作窠(부도륵파봉작과) : 불탑은 무너져 벌들이 집을 짓고 偶人老朽菌生頂(우인노후균생정) : 다 썩은 허수아비 이마에 버섯이 돋고 入門蕪廢見香臺(입문무폐견향대) : 문안에 들어서니 사방은 황폐하고 향대만 보이네. 足令信者興愴哀(족영신자흥창애) : 부처님 믿는 자는 누구나 슬픈 생각 일어나네. 學士新銘有顔色(학사신명유안색) : 학사의 새 비명에 안색이 도니 扶藜讀碑重徘徊(부려독비중배회) : 청려 지팡이 짚고 비문 읽으며 이리저리 배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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穉子寄栗至(치자기률지)-丁若鏞(정약용) 자식이 밤을 부쳐오다-丁若鏞(정약용)
頗勝淵明子(파승연명자) : 도연명 자식보다 조금은 낫도다 能將栗寄翁(능장률기옹) : 아비에게 밤 부쳐왔으니 一囊分瑣細(일낭분쇄세) : 한 주머니 하찮은 것이지만 千里慰飢窮(천리위기궁) : 천리 밖 배고픔을 위로해서 겠지 眷係憐心曲(권계련심곡) : 아비 생각 잊지 않은 그 마음이 예쁘고 封緘憶手功(봉함억수공) : 봉할 때의 그 손놀림이 아른거리네 欲嘗還不樂(욕상환불악) : 먹으려 하니 되레 마음에 걸려 惆悵視長空(추창시장공) : 물끄러미 먼 하늘을 바라다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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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歎(유탄)-丁若鏞(정약용) 한탄스러워-丁若鏞(정약용)
去國張平子(거국장평자) : 나라 떠난 평자 장형이 있었고 思家杜少陵(사가두소릉) : 집 생각하던 두소릉도 있었다네. 無緣貽玉案(무연이옥안) : 옥소반을 줄 사람 없으니 何處置淸氷(하처치청빙) : 어디에 이 맑은 얼음을 놓아둘까. 澗樹仍同色(간수잉동색) : 시냇가 나무들은 모두 같은 색 山雲自數層(산운자수층) : 산에 구름도 층층이 여러 층이네. 空令狐鼠輩(공령호서배) : 공연히 여우와 쥐 같은 무리들 憑恃自欺凌(빙시자기릉) : 믿고서 스스로 날뛰게 만든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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薄醉(박취)-丁若鏞(정약용) 조금 취하여-丁若鏞(정약용)
薄醉排炎瘴(박취배염장) : 얼근하여 무더운 기운은 모르겠으나 長風憶水亭(장풍억수정) : 바람 잘 닿는 물가 정자가 그리워지네 性豪憐鷙鳥(성호련지조) : 성품 호방하여 매와 수리가 가엾어 身繫羨浮萍(신계선부평) : 매여있는 몸 부평초 처지가 부러워라 病習張機論(병습장기론) : 병들었기에 장기의 의서 내용을 익히고 飢抛陸羽經(기포육우경) : 배가 고파 육우의 줄기는 버렸었네. 鄕愁與國計(향수여국계) : 고향 생각과 나라 걱정에 朝暮視滄溟(조모시창명) : 아침 저녁 넓고 푸른 바다만 바라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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遣興(견흥)-丁若鏞(정약용) 기분풀이-丁若鏞(정약용)
蠻觸紛紛各一偏(만촉분분각일편) : 함부로 부딪히며 분분하여 제각기 옳다하니 客窓深念淚汪然(객창심념루왕연) : 객창에 누워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솟는구나. 山河擁寒三千里(산하옹한삼천리) : 산과 물은 고작해야 삼천 리가 한정인데 風雨交爭二百年(풍우교쟁이백년) : 비바람 일으키며 서로 이백 년을 싸우웠구나. 無限英雄悲失路(무한영웅비실로) : 수많은 영웅호걸 길을 잃고 슬퍼했고 幾時兄弟耻爭田(기시형제치쟁전) : 어느 때나 형제들이 밭을 다투는 것 부꺼럽게 여길까 若將萬斛銀潢洗(약장만곡은황세) : 저 은하수 퍼내려서 말끔히 씻어버리면 瑞日舒光照八埏(서일서광조팔연) : 밝은 햇살 밝은 빛이 온누리에 비추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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田園(전원)-丁若鏞(정약용) 전원에서-丁若鏞(정약용)
田園偕隱結心期(전원해은결심기) : 전원에서 함께 숨어살자 마음을 굳혔더니 不意人生有別離(부의인생유별리) : 생각지도 않게 인생에는 이별이 있구나 春去空懷松葉酒(춘거공회송엽주) : 봄이 가니 공연히 송엽주가 생각나고 月明誰聽木蘭詞(월명수청목난사) : 달은 밝은데 누가 목란사를 듣고있는가 孤鶯坐樹應須友(고앵좌수응수우) : 외로운 꾀꼬리는 나무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고 雙燕營巢好養兒(쌍연영소호양아) : 제비는 쌍쌍 집을 지어 새끼를 잘 기르리라. 莫把閒愁催白髮(막파한수최백발) : 쓸데없는 수심으로 백발을 재촉 말고 時將手札慰相思(시장수찰위상사) : 수시로 서찰 써서 그리움을 달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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遣悶(견민)-丁若鏞(정약용) 시름을 달래다-丁若鏞(정약용)
輕陰閣雨日曈曨(경음각우일동롱) : 가벼운 구름 살짝 끼었다 뒤이어 해가 돋아 小圃穿籬接水筒(소포천리접수통) : 울을 뚫고 대통에 물을 끌어 채마밭에 대었다네 萵葉綠時飛鷰母(와엽록시비연모) : 상추잎이 푸르를 때 제비는 날아들고 芥臺黃處睡鷄翁(개대황처수계옹) : 겨자 새움 누른 곳에서 장닭은 졸고 있네 野氓食土寧知樂(야맹식토녕지락) : 들판에서 흙을 먹는 농민이 어찌 낙을 알거나 君子畸人莫恨窮(군자기인막한궁) : 남다른 군자라면 가난함을 한하지 말아야지 山裏鋤園作家戒(산리서원작가계) : 산 속에서 밭매도록 집안 단속 그렇게 하고 不敎辛苦一經通(불교신고일경통) : 고통스럽게 경전 알려고 하지 않게 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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愁(수)-丁若鏞(정약용) 근심-丁若鏞(정약용)
山葛靑靑棗葉生(산갈청청조엽생) : 산에는 칡덩굴 푸르르고 대추잎 나고 長鬐城外卽裨瀛(장기성외즉비영) : 장기성 바깥은 바로 작은 바다라네 愁將石壓猶還起(수장석압유환기) : 수심은 바위로 눌러놓으려도 다시 일고 夢似煙迷每不明(몽사연미매불명) : 꿈길은 연기처럼 언제나 희미하기만 하네 晩食强加非口悅(만식강가비구열) : 늦게 밥을 더 먹는 것 밥맛 있어 아니고 春衣若到可身輕(춘의약도가신경) : 봄옷이 오면 몸이 한결 가벼울 거야 極知想念都無賴(극지상념도무뢰) : 생각 생각 모두가 부질없는 생각이로세 良苦皇天賦七情(량고황천부칠정) : 정말로 괴로운 것은 하늘이 내게다 칠정을 준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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煙(연)-丁若鏞(정약용) 담배-丁若鏞(정약용)
陸羽茶經好(육우다경호) : 육우가 남긴 다경도 좋고 劉伶酒頌奇(유령주송기) : 유령의 주송도 특이하도다 淡婆今始出(담파금시출) : 담배가 지금 새로 나와서 遷客最相知(천객최상지) : 귀양살이하는 자에게 제일이네 細吸涵芳烈(세흡함방열) : 가만히 빨아들이면 향기 물씬하고 微噴看裊絲(미분간뇨사) : 가늘게 내뿜으면 하늘하늘 실이 되네 旅眠常不穩(여면상불온) : 여관 잠자리가 늘 편치 못하여 春日更遲遲(춘일갱지지) : 봄날이 더욱 지루하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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鳥嶺(조령)-丁若鏞(정약용) 새재-丁若鏞(정약용)
吾觀陰雨備(오관음우비) : 내가 보기엔 사전의 대비책이 最於鳥嶺堅(최어조령견) : 무엇보다 새재 굳게 지카는 최선책이었네 重關鐵葉扉(중관철엽비) : 이중 관문에 철로 만든 문짝 樓櫓摩中天(루노마중천) : 치솟은 망루도 하늘에 닿을 듯 하고 天險旣難越(천험기난월) : 이 천험의 요새지는 넘기도 어렵다네. 人謀何獨偏(인모하독편) : 사람들의 생각이 어찌하여 홀로 치우쳤을까 若遂廢亭障(약수폐정장) : 요새가 만약 아예 없었던들 便可高枕眠(변가고침면) : 덩그렇게 베개 베고 잠잤을 수 있었겠지 荊榛暗風磴(형진암풍등) : 바람부는 어두운 돌비탈에 잡목 우거지니 誰與通人煙(수여통인연) : 누가 무슨 수로 안개 속에서 남과 통래할 것인가 攻守無常勢(공수무상세) : 공격과 수비는 상황 따라 달라야지 膠柱難調絃(교주난조현) : 교주고슬로는 줄 고르기 어려운법이라 秋風廓無翳(추풍곽무예) : 추풍령도 확 트여 막힘이 없어 八羊平如田(팔양평여전) : 팔양령도 평평하여 밭 같구나 隄防正在此(제방정재차) : 막아야 할 곳이 정작 여기인데 疏闊自昔賢(소활자석현) : 옛날부터 그리 엉성하게 터놓다니 亡羊莫補牢(망양막보뢰) : 염소 잃고 우리 고치지 말고 得魚休忘筌(득어휴망전) : 고기 잡았어도 통발은 잊지 말아야지 暫憩松根石(잠게송근석) : 소나무 뿌리 바위에서 잠시 쉬면서 長嘯望山巓(장소망산전) : 산꼭대기 바라보며 읊조려 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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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隅別(석우별)-丁若鏞(정약용) 석우촌에서 이별-丁若鏞(정약용)
蕭颯石隅村(소삽석우촌) : 쓸쓸하다, 석우촌 前作三叉岐(전작삼차기) : 먼저 가야 할 길 세 갈래로 갈리었네 二馬鳴相戲(이마명상희) : 두 마리 말 장난하며 서로 소리며 似不知所之(사불지소지) :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느가 보다 一馬且南征(일마차남정) : 한 마리는 남으로 갈 말이고 一馬將東馳(일마장동치) : 한 마리는 동으로 달려야 할 말이라네 諸父皓須髮(제부호수발) : 삼촌들께선 머리와 수염 하얗고 大兄涕交頤(대형체교이) : 큰 형님은 눈물이 턱에 흘러내린다 壯者且相待(장자차상대) : 젊은이들이야 장래에 다시 만날 수도 있겠으나 耆耋誰得知(기질수득지) : 노인들 일이야 누가 알 것인가 斯須復斯須(사수복사수) : 잠깐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白日已西敧(백일이서기) : 해가 이미 서산에 기울었네 行矣勿復顧(행의물복고) : 가자꾸나, 다시는 돌아보지 말고 黽勉留前期(민면유전기) : 애써 다시 만날 기약을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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詠木氷(영목빙)-丁若鏞 (정약용) 나무의 얼을꽃을 읊다-丁若鏞 (정약용)
江邊千萬樹(강변천만수) : 강가의 천만 그루 나무 一夜盡成翁(일야진성옹) : 하룻밤 사이 모두 늙은이로 변했네 投合緣同氣(투합연동기) : 기운이 투합하여 저리 어울려 雕鎪賴鉅工(조수뢰거공) : 조각된 모습 대단한 장인 솜씨같네. 輕搖風絮白(경요풍서백) : 솜같이 하얗게 바람에 가벼이 흔들리고 寒透日華紅(한투일화홍) : 차가운 날씨에 햇빛 붉게 투시되어 보이네 退老身何補(퇴로신하보) : 늙어 물러난 몸 어대에 보탬될가 深居樂歲豐(심거악세풍) : 깊이 들어앉아 풍년이나 즐겨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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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廷年學官見訪(이정년학관견방)-丁若鏞 (정약용) 이정년 학관이 방문하다-丁若鏞 (정약용)
敦厚聞先訓(돈후문선훈) : 돈후한 성품을 선생님 통해 들었더니 經過見素心(경과견소심) : 겪어보니 그의 마음 알겠네 語從詩律細(어종시율세) : 그의 말은 시와 같이 자상하고 貌得典刑深(모득전형심) : 모습은 법도가 몸에 깊이 베어있네 小醉庭花影(소취정화영) : 뜰에 핀 꽃 그늘 아래서 잠시 취했다가 孤歸井柳陰(고귀정류음) : 우물가 버들 그늘로 혼자 돌아간다 騷人盡窮老(소인진궁노) : 시인묵객 모두가 궁하고 늙어 倚杖一沈吟(의장일침음) : 지팡이 짚고서 한 번 중얼거려 읊어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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元 陵輓詞(元 릉만사)-丁若鏞(정약용) 영조 임금 만사-丁若鏞(정약용)
蠟炬連宮陌(납거연궁맥) : 횃불 궁중 길에 늘어서고 龍輴度御溝(용순도어구) : 임금님 상여 대궐 도랑을 건너간다. 山巒猶自立(산만유자립) : 산봉우리 혼자 서 있고 江漢不能流(강한불능류) : 강물도 목이 메어 흐르지도 못하는구나. 德澤涵窮蔀(덕택함궁부) : 덕성과 은혜를 궁한 백성 흠뻑 끼치고 眞游屬寢丘(진유속침구) : 진정으로 휴식하려 능침으로 돌아가시네. 嗚呼信英主(오호신영주) : 아! 진실로 훌륭한 임금이셨네 謨烈照千秋(모열조천추) : 그 뛰어난 정책 천추에 빛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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陪家君還苕川(배가군환초천)-丁若鏞(정약용) 아버지를 모시고 소천으로 돌아오다-丁若鏞(정약용)
春風滿天地(춘풍만천지) : 봄바람 온 세상에 가득 하고 拍拍吹人衣(박박취인의) : 산들산들 옷깃에 불어오는구나. 自玆返鄕里(자자반향리) : 이로부터 고향 땅에 돌아가면 寧復有是非(령복유시비) : 그 어찌 시시비비 다시 있으리. 園田一二頃(원전일이경) : 우리집 남새밭 한두 이랑 土軟蔬果肥(토연소과비) : 토질 부드러워 채소 과일 탐스럽다 剓爒雖不備(이료수불비) : 찌고 구운 고기야 준비하지 못했지만 亦足充吾饑(역족충오기) : 또한 주린 창자 채울 만은 하다네. 勞心養鷄豚(노심양계돈) : 노력하여 닭 돼지 기르며 산다면 王政可無違(왕정가무위) : 왕도 정치 전혀 문제가 없으리라. 陶然樂天倫(도연악천륜) : 흐뭇하게 천륜을 즐기니 此事良所稀(차사양소희) : 이 일이야말로 정말 귀한 것이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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冬日領內赴京踰鳥嶺作(동일영내부경유조영작)-丁若鏞(정약용) 아내와 서울로 가던 중 조령을 넘으며-丁若鏞(정약용)
嶺路崎㠊苦不窮(영노기허고불궁) : 고갯길은 험하디 험하여 끝없이 이어지고 危橋側棧細相通(위교측잔세상통) : 높고 기울어진 절벽 다리를 조심조심 지나간다 長風馬立松聲裏(장풍마입송성이) : 거센 솔바람 소리에 말이 주춤거리고 盡日行人石氣中(진일행인석기중) : 종일토록 길가는 사람 바위 기운 속을 지난다. 幽澗結冰厓共白(유간결빙애공백) : 깊은 골짜기가 얼어 비탈과 함께 희고 老藤經雪葉猶紅(노등경설엽유홍) : 시들은 덩굴 지나간 눈발에 잎이 오히려 붉네. 到頭正出鷄林界(도두정출계림계) : 입구에 이러니 마침내 계림의 경계 벗어나 西望京華月似弓(서망경화월사궁) : 서쪽으로 서울 바라보니 달은 그믐달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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到荷潭(도하담)-丁若鏞(정약용) 하담에 도착하여-丁若鏞(정약용)
南郡山川美(남군산천미) : 남녘 고을은 산천이 아름답고 東阡歲月移(동천세월이) : 동녘 밭은 세월이 변하였구나. 却將新婦至(각장신부지) : 문득 신부 데리고 고향에 오니 空惹里人悲(공야리인비) : 고연히 마을 사람 슬픔을 자아낸다. 松下來誰問(송하래수문) : 솔 밑에 찾아온 자 누군지 물어보고 莎邊坐共遲(사변좌공지) : 잔디 가에 한참 동안 함께 앉았다네. 飛飛點衣雪(비비점의설) : 날리는 눈송이는 옷에 떨어져 悽愴似庚寅(처창사경인) : 처량한 이내 마음은 어머니 돌아가신 경인 년과 같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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舟橋行(주교행)-丁若鏞(정약용) 배다리의 노래-丁若鏞(정약용)
漢水何其廣(한수하기광) : 한강의 물은 넓고 넓어 끝이 없고 其深不可量(기심불가량) : 그 깊어서 잴 수도 없도다. 有時起駭波(유시기해파) : 이따금 거센 물결 일어나면은 中有蛟龍藏(중유교룡장) : 그 속에 교룡이 숨어 있다네. 千艘織如練(천소직여연) : 천 척의 배 베 짜듯 늘어섰으니 孰謂川無梁(숙위천무량) : 어느 뉘 다리 없는 강이라 하는가. 聖孝結舜慕(성효결순모) : 우리 임금 효성은 순임금 효성을 간직하시어 每歲覲隋岡(매세근수강) : 해마다 선친 묘소 참배하신다. 漢文馳峻坂(한문치준판) : 한 문제 험한 언덕 달리려 할 제 袁盎戒垂堂(원앙계수당) : 원앙이 수당으로 경계했노라. 恭知千乘主(공지천승주) : 사모하여 알겠노라, 제후국 군왕으론 不用一葦航(부용일위항) : 조각배 써서는 안 되는 걸. 綠浪迷天委(녹랑미천위) : 푸른 물결 하늘 끝 아스라하고 流波截地綱(류파절지강) : 흐르는 물은 땅줄기 갈라놓는구나. 旌旗絢光影(정기현광영) : 수많은 깃발의 현란한 그림자 搖蕩無定方(요탕무정방) : 일정한 방향 없이 흔들려 나부낀다.. 願爲烏與鵲(원위오여작) : 원하노니, 까막까치 위하여 塡河俾爾康(전하비이강) : 강물을 메워 너희들로 하여금 편케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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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月三日寫景(칠월삼일사경)-丁若鏞(정약용) 칠월삼일 경치-丁若鏞(정약용)
龍氣吹腥過釣臺(용기취성과조대) : 용의 기운 같은 것이 비린내 풍기며 낚시터를 지나가고 紫筠簾戶黑成堆(자균렴호흑성퇴) : 자색 대발 주렴 밖에는 검은 구름 쌓이네. 二三點滴蛙先聒(이삼점적와선괄) : 두서너 방울 듣자 개구리가 먼저 떠들고 西北風兼犢亂回(서북풍겸독란회) : 곁들여 부는 서북풍에 송아지들 야단이로구나. 已看百谷噴飛溜(이간백곡분비유) : 골짝마다 뿜어 날리는 물방울은 보았지만 忽有孤雲曳斷雷(홀유고운예단뢰) : 갑자기 구름 하나가 천둥소리 끌고 오네. 薄晩溪橋虹彩歇(박만계교홍채헐) : 해질 녘 개울 다리에 무지개가 걷히더니 夕陽紅處數峯來(석양홍처수봉래) : 석양빛에 붉어진 봉우리가 눈앞에 닿아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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踰秋風嶺(유추풍령)-丁若鏞(정약용) 추풍령을 넘으며-丁若鏞(정약용)
二白飛騰脊勢强(이백비등척세강) : 태백산 소백산 두산은 산세도 웅장하고 神龍於此地中藏(신용어차지중장) : 이곳의 신용은 땅속에 숨어있도다. 溪通北地趨黃澗(계통북지추황간) : 개울은 북쪽 땅으로 통하고 황간으로 달려 山出西枝繞赤裳(산출서지요적상) : 산은 서쪽 지류로 뻗어 적상산을 에워쌌도다. 每向高峯增塹壘(매향고봉증참루) : 높은 산봉우리 향해 우뚝우뚝 성벽은 쌓았지만 誰知平陸是關防(수지평육시관방) : 평평한 뭍이 요새란 걸 어느 누가 알겠는가. 淸州大野開千里(청주대야개천리) : 청주 고을 큰 들판은 천리나 열려있으니 一據秋風便搤吭(일거추풍편액항) : 한번 추풍령 빼앗기면 멱살을 잡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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晩晴(만청)-丁若鏞(정약용) 늦게 개다-丁若鏞(정약용)
晩涼收雨氣(만량수우기) : 서늘한 늦바람에 비 걷히고 晴色入禪樓(청색입선루) : 갠 하늘 빛 절의 누대로 비춰든다. 映日峯黃嫩(영일봉황눈) : 빛나는 햇빛에 봉우리 누렇고 含風竹翠柔(함풍죽취유) : 바람 머금은 대나무 푸른 채 흔들린다. 心隨滄海遠(심수창해원) : 마음은 푸른 바다 따라 멀리 있는데 身與老僧謀(신여노승모) : 몸은 늙은 중과 함께 이야기한다. 怊悵玆山路(초창자산노) : 허전하고 서글픈 이 산길에서는 潮頭見小舟(조두견소주) : 밀려오는 물결에 작은 배만 보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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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笑(독소)-丁若鏞(정약용) 혼자 웃다-丁若鏞(정약용)
有粟無人食(유속무인식) : 곡식 있어도 먹을 사람 없는데 多男必患飢(다남필환기) : 아들 많은 자는 배고파 걱정이구나. 達官必憃愚(달관필창우) : 높은 벼슬아친 꼭 바보이어야 한다면 才者無所施(재자무소시) : 재주 있는 자는 써먹을 곳이 없는 걸세 家室少完福(가실소완복) : 모든 복 다 갖춘 집안 적고 至道常陵遲(지도상릉지) : 최고의 길은 늘 쇠퇴하기 마련이어라 翁嗇子每蕩(옹색자매탕) : 늙은 아비 인색하면 자식 방탕하기 마련이고 婦慧郞必癡(부혜랑필치) : 아내가 지혜로우면 사내는 꼭 어리석도다. 月滿頻値雲(월만빈치운) : 달이 차면 구름 자주 끼고 花開風誤之(화개풍오지) : 꽃이 피면 바람이 망쳐놓는구나 物物盡如此(물물진여차) : 천지만물 다 이러한 것이니 獨笑無人知(독소무인지) : 혼자 웃는 내 웃음 아는 사람 아무도 없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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曉坐(효좌)-丁若鏞(정약용) 새벽에 일어나 앉아-丁若鏞(정약용)
缺月生殘夜(결월생잔야) : 날 샐 무렵 뜬 조각달 淸光能幾何(청광능기하) : 그 맑은 빛 얼마나 갈까. 艱難躋小嶂(간난제소장) : 작은 산 간신히 기어올라 無力度長河(무력도장하) : 힘 없이 긴 강을 힘이 건너간다. 萬戶方酣睡(만호방감수) : 집집마다 단잠에 빠졌는데 孤羈獨浩歌(고기독호가) : 나그네 혼자 호탕하게 노래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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寺夕(사석)-丁若鏞(정약용) 저녁에 절에서-丁若鏞(정약용)
落日隱脩杪(낙일은수초) : 지는 해 긴 나무 끝에 숨어들고 池光幽可憐(지광유가련) : 잔잔한 못에 비친 빛이 사랑스럽구나. 新蒲猶臥水(신포유와수) : 새로운 부들 물 위에 누웠고 疏柳正含煙(소유정함연) : 성긴 버드나무는 연기를 품었구나. 小滴遙承筧(소적요승견) : 멀리서 흠대로 끌어온 물방울 餘流暗入田(여류암입전) : 차고 남으면 잠잠히 밭으로 흘러든다. 誰將好丘壑(수장호구학) : 누가 이렇게 좋은 골짜기 가져와 留與數僧專(유여수승전) : 중들에게만 남겨주었는가. 纖月風林外(섬월풍임외) : 초승달은 바람 부는 숲에 걸려있고 幽泉露碓邊(유천로대변) : 노천 방앗간에는 그윽한 샘물 흐른다. 巖巒收氣色(암만수기색) : 바위도 산도 기색이 잠기고 籬塢積雲煙(리오적운연) : 울타리와 언덕은 안개구름에 싸여 있다. 鍾動隨僧粥(종동수승죽) : 종소리 울리자 중들은 죽을 먹고 香銷伴客眠(향소반객면) : 향불은 꺼지고 객과 잠이 들었구나. 潛嗟古賢達(잠차고현달) : 아, 옛 성현과 도사들도 多少愛逃禪(다소애도선) : 중 되기 좋아한 자 많았었다. 百鳥眠皆穩(백조면개온) : 온갖 새들은 다 깊이 잠들고 悲鳴獨子規(비명독자규) : 슬피 우는 것은 오직 두견새뿐이구나. 畸孤寧有匹(기고녕유필) : 외로운 신세 어찌 짝인들 있겠는가. 棲息苦無枝(서식고무지) : 깃들 나무 가지조차도 없어 괴로워라. 眇眇春風憶(묘묘춘풍억) : 봄바람 살랑살랑 불어오면 추억에 잠기고 蒼蒼夜色疑(창창야색의) : 창창한 밤이 되면 더 불안해진다. 月沈人正睡(월심인정수) : 달이 지고 사람들도 잠들어버리면 淸絶竟誰知(청절경수지) : 너무나 청아한 것 누가 알아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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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亭値雨(산정치우)-丁若鏞(정약용) 산 속 정자에서 비를 만나다-丁若鏞(정약용)
小檻新成織錦坊(소함신성직금방) : 작은 집을 새로 직금 고을에 지으니 黃리啼歇綠陰長(황리제헐록음장) : 꾀꼬리 울음 그치고 녹음은 우거졌구나. 驚雷忽破層空暗(경뢰홀파층공암) : 갑작스런 뇌성벽력 터져 층층 하늘이 깜깜하고 快雨仍瀉半日涼(쾌우잉사반일량) : 쏟아지는 빗줄기에 한나절이 시원하다. 亂溜侵人移枕簟(란류침인이침점) : 어지러운 낙숫물 사람에 튀겨 자리를 옮기니 餘歡留客進茶湯(여환유객진다탕) : 기분 좋아은 나머지 손님을 붙들어 차 끓여서 권했다 朝官却在喧卑處(조관각재훤비처) : 조정관리 떠들썩하게 아래에 있더니 車馬衝泥入建章(차마충니입건장) : 거마가 진창을 지나 궁궐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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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龍門山(망용문산)-丁若鏞(정약용) 용문산 바라보며-丁若鏞(정약용)
縹渺龍門色(표묘용문색) : 아득한 저 용문산 빛 終朝在客船(종조재객선) : 아침이 다가도록 객선을 비춘다. 洞深惟見樹(동심유견수) : 골짜기 깊어 나무만 보일 뿐 雲盡復生煙(운진복생연) : 구름 걷히니 연기 피어오른다. 早識桃源有(조식도원유) : 복숭아 언덕 있는 줄을 알고 있지만 難辭紫陌緣(난사자맥연) : 화려한 서울 거리와 인연 끊기 어려워라. 鹿園棲隱處(록원서은처) : 보이지 않는 곳에 절이 있으리니 悵望好林泉(창망호림천) : 바라보니 숲과 물이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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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金直閣邁淳入檗溪次三淵韻7(송김직각매순입벽계차삼연운7)-丁若鏞(정약용) 벽계로 들어가는 김 직각 매순을 보내면서 삼연의 운에 차운하다-丁若鏞(정약용)
送客因臨水(송객인림수) : 손 보내고 물가에 서서 如僧强出菴(여승강출암) : 스님 따라 억지로 암자를 나서네. 未能踰絶險(미능유절험) : 험한 곳을 다니지 못해 聊與泛回潭(료여범회담) : 애오라지 함께 깊은 물에 떠서 노닌다네. 悵望靑峯疊(창망청봉첩) : 추창이 첩첩 푸른 봉우리 바라보고 追隨白鳥三(추수백조삼) : 하얀 물새를 따르기도 한다네. 力衰心更切(역쇠심경절) : 힘은 쇠하나 마음은 더욱 간절하여 解纜只空慙(해람지공참) : 닻줄 풀고 떠나니 공연히 부끄럽기만 하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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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金直閣邁淳入檗溪次三淵韻6(송김직각매순입벽계차삼연운6)-丁若鏞(정약용) 벽계로 들어가는 김 직각 매순을 보내면서 삼연의 운에 차운하다-丁若鏞(정약용)
愷弟金閨彦(개제금규언) : 화락하고 공손한 문학의 선비 沈淪了不愁(심윤료불수) : 어려움에 처해도 전혀 걱정치 않는구나. 渚鷗元喜水(저구원희수) : 갈매기는 원래 물을 좋아하는데 宮燕敢悲秋(궁연감비추) : 집 제비가 가을을 슬퍼하리오. 小郡敷慈惠(소군부자혜) : 작은 고을 맡아 자혜 베풀고 殘經駁謬悠(잔경박류유) : 잔경에서는 황당한 말들을 반박했다네. 綠驍波正穩(녹효파정온) : 녹효의 물결이 정히 잔잔한지라 恣意溯淸流(자의소청류) : 마음대로 맑은 물살 오르내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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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金直閣邁淳入檗溪次三淵韻5(송김직각매순입벽계차삼연운5)-丁若鏞(정약용) 벽계로 들어가는 김 직각 매순을 보내면서 삼연의 운에 차운하다-丁若鏞(정약용)
風流遺響遠(풍류유향원) : 풍류의 남은 향기 은은하고 丘壑引懷長(구학인회장) : 산수를 그리는 생각은 길기만 하도다. 門外鬱林石(문외울림석) : 문 밖엔 운림의 돌이 놓여있고 山中華子岡(산중화자강) : 산속은 바로 화자의 언덕이구나. 地深思嚮晦(지심사향회) : 땅이 그윽하니 은거할 생각나고 花落且含章(화락차함장) : 꽃은 떨어져도 그 아름다움 남는구나. 四十年來事(사십년내사) : 사십 년 동안 겪어 온 일들을 回頭一渺茫(회두일묘망) : 머리 돌려 생각하니 아득하기만 하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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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金直閣邁淳入檗溪次三淵韻4(송김직각매순입벽계차삼연운4)-丁若鏞(정약용) 벽계로 들어가는 김 직각 매순을 보내면서 삼연의 운에 차운하다-丁若鏞(정약용)
久迷江總岸(구미강총안) : 오래도록 강총의 언덕을 헤매었으나 今作魏謨家(금작위모가) : 이제 와선 위모의 집안이 되었네. 霞潤衫初裛(하윤삼초읍) : 놀의 안개는 삼베 적삼에 막 젖어들고 峯燒飯有沙(봉소반유사) : 화전을 일구니 밥에는 모래가 섞여있네 每心思爽塏(매심사상개) : 매번 마음은 훤히 트인 것을 생각하고 無力置汚邪(무력치오사) : 무력하여 척박한 토지도 사지 못하니 寂寞東籬下(적막동리하) : 저 적막한 동쪽 울타리 밑에 須栽百本花(수재백본화) : 모름지기 백 포기 꽃이나 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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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金直閣邁淳入檗溪次三淵韻3(송김직각매순입벽계차삼연운3)-丁若鏞(정약용) 벽계로 들어가는 김 직각 매순을 보내면서 삼연의 운에 차운하다-丁若鏞(정약용)
荊嶺騎牛路(형령기우로) : 가시고개 언덕에 소타고 다니던 길 迢迢已十春(초초이십춘) : 초초히 이미 십 년이 흘렀구나. 壽藤蒙自古(수등몽자고) : 묵은 등 넝쿨은 예부터 덮여있고 窪石洗如新(와석세여신) : 우묵한 바위는 새것처럼 깨끗하구나. 尙友空千載(상우공천재) : 천 년 전 사람을 부질없이 벗삼아 相知定幾人(상지정기인) : 지기지우는 정히 몇 사람이나 될까. 重逢問津者(중봉문진자) : 나루터 묻는 사람 다시 만나서 携手話尋眞(휴수화심진) : 서로 손잡고 진리 찾는 일 얘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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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金直閣邁淳入檗溪次三淵韻2(송김직각매순입벽계차삼연운2)-丁若鏞(정약용) 벽계로 들어가는 김 직각 매순을 보내면서 삼연의 운에 차운하다-丁若鏞(정약용)
黃蘗溪邊屋(황벽계변옥) : 시냇가 황벽나무 집 淵翁此掩扉(연옹차엄비) : 연옹이 여기서 문을 닫고 지냈네. 達人非果忘(달인비과망) : 달인은 세상을 잊지 않고 君子本憂違(군자본우위) : 군자는 본래 어긋남을 근심한다네. 衣不緇塵染(의불치진염) : 옷은 세상 먼지에 물들지 않았고. 身將碧巘圍(신장벽헌위) : 몸은 푸른 산봉우리로 둘러싸였네. 至今蘿帳裏(지금라장리) : 지금도 여라 넝쿨 장막 속에는 遺馥在林霏(유복재림비) : 남은 향기가 숲 속에 자욱하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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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金直閣邁淳入檗溪次三淵韻1(송김직각매순입벽계차삼연운1)-丁若鏞(정약용) 벽계로 들어가는 김 직각 매순을 보내면서 삼연의 운에 차운하다-丁若鏞(정약용)
夙昔林棲志(숙석림서지) : 평소 산림에 은거할 마음 있었는데 如今雪滿頭(여금설만두) : 이제는 백발이 머리에 가득하도다. 只緣龍蟄晩(지연용칩만) : 다만 용의 칩거가 늦음을 인연하여 忽已雀羅投(홀이작라투) : 문득 이미 새그물을 칠 만하구나. 桑海空陳跡(상해공진적) : 상전벽해는 묵은 자취일 뿐 蓴江失早秋(순강실조추) : 순채와 오강은 이른 가을 잃었구나. 素懷無證處(소회무증처) : 평소의 생각을 증험할 곳 없어 頹墮更何求(퇴타경하구) : 쇠퇴한 몸이 다시 무엇을 구하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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又以一篇分呈洌樵及穉修伯仲季林諸公2(우이일편분정렬초급치수백중계임제공2)-丁若鏞(정약용) 또 한 편을 지어 열초 및 치수의 백씨ㆍ중씨와 계림 등 제공에게 나누어 올리다-丁若鏞(정약용)
達人有大眼(달인유대안) : 통달한 사람은 큰 안목이 있어 俗物不盈眄(속물불영면) : 속물은 눈에도 차지 않는다네. 場屋亦戲墨(장옥역희묵) : 과거장도 필묵 희롱하는 곳이라 丈夫非所戀(장부비소련) : 대장부가 연연한 바는 아니라네 君平旣相棄(군평기상기) : 군평은 진작부터 벼슬길을 포기하고 屛居良自便(병거량자편) : 은거하여 참으로 편안했다네. 炯炯金閨姿(형형금규자) : 빛나는 한림학사의 풍채로서 老却詩千卷(노각시천권) : 늙어도 천 권의 시 속에 살아가네. 作詩寄諸子(작시기제자) : 시 지어 여러 자식에게 부쳐 世事浮雲變(세사부운변) : 세상일은 뜬구름처럼 변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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又以一篇分呈洌樵及穉修伯仲季林諸公1(우이일편분정렬초급치수백중계임제공1)-丁若鏞(정약용) 또 한 편을 지어 열초 및 치수의 백씨ㆍ중씨와 계림 등 제공에게 나누어 올리다-丁若鏞(정약용)
難忘洌水岸(난망렬수안) : 열수의 언덕을 잊기 어려워 春殘綠蕪蒨(춘잔록무천) : 늦은 봄에도 푸름이 무성하구나. 高手撫凌雲(고수무능운) : 높은 솜씨는 청운을 능가하고 不才較黃絹(불재교황견) : 재주는 부족해도 좋은 시구 비교하네. 水鍾屋上拳(수종옥상권) : 수종사는 지붕 위의 주먹이요 驍江枕下線(효강침하선) : 효강은 베개 밑의 실같도다. 幽居養太素(유거양태소) : 한적하게 살면서 본성을 기르고 戲墨時復絢(희묵시복현) : 필묵 놀리면 때로 문채도 단다네. 超識出拘臼(초식출구구) : 뛰어난 식견은 틀에 매이질 않고 拙辭斂蔓莚(졸사렴만연) : 졸렬한 글은 넝쿨을 걷듯 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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渡頭口占以一篇分呈洌樵楊山2(도두구점이일편분정렬초양산2)-丁若鏞(정약용) 나루터에서 구점하여 열초와 양산에게 한 편씩 나누어 드리다-丁若鏞(정약용)
士處江湖風瀏瀏(사처강호풍류류) : 강호에 사는 선비는 바람 시원하여 白頭不向紅塵走(백두불향홍진주) : 늘어서까지 세속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다. 我亦東西南北人(아역동서남북인) : 나 또한 동서남북으로 떠도는 사람 隨風不作顚狂柳(수풍불작전광유) : 바람 따라 미친 듯 넘어지는 버드나무 되지 않으리. 城寰斂跡世稀合(성환렴적세희합) : 성중과 행적을 끊으니 세상 사람과 맞지 않도다. 野屋放談人不咎(야옥방담인불구) : 시골집에서 이야기나 나누니 누구도 나무라지 않네. 淸游興盡憺將歸(청유흥진담장귀) : 맑은 놀와 흥취 다하니 슬퍼서 돌아가려 하니 坡上信息良非偶(파상신식량비우) : 파상이 술 끊었단 소식이 우연이 아니었구려 見我謂我太猖狂(견아위아태창광) : 나를 보고 나를 미치광이라 말하지만 狂士曾爲聖所取(광사증위성소취) : 미친 선비는 일찍이 성인이 취했던 바라오. 我有謾吟神相會(아유만음신상회) : 내 부질없이 읊어도 마음이 서로 통하니 白癡先生眞吾友(백치선생진오우) : 백치 선생은 참으로 나의 친구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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渡頭口占以一篇分呈洌樵楊山1(도두구점이일편분정렬초양산1)-丁若鏞(정약용) 나루터에서 구점하여 열초와 양산에게 한 편씩 나누어 드리다-丁若鏞(정약용)
朝從斗陵出煙藪(조종두릉출연수) : 아침에 두릉에서 안개 낀 늪으로 나가니 斗陵江上何所有(두릉강상하소유) : 두릉의 강가에는 무엇이 있었던가. 晴雲鳥下黑水隈(청운조하흑수외) : 갠 하늘에 새는 흑수가로 로 내려오고 積石灘鳴二江口(적석탄명이강구) : 돌 쌓인 여울물은 두 강의 어귀를 울린다. 江山勝境快意歸(강산승경쾌의귀) : 강산의 좋은 경치에 유쾌히 돌아오고 華軸聯題又大手(화축연제우대수) : 화려한 시축에 시를 쓴 것이 또 큰 솜씨였네 洌水丈人不喜詩(렬수장인불희시) : 열수의 어른은 시 짓기를 좋아하지 않고 坡上居士亦止酒(파상거사역지주) : 파상의 거사는 또한 술을 끊었도다. 風流文采各自如(풍유문채각자여) : 풍류와 문채는 각각 서로 개성이 있어 客裏光陰不全負(객리광음불전부) : 객지의 세월을 완전히 저버리지 않았다네. 聚散悠悠無定態(취산유유무정태) : 만나고 헤어짐은 아득하여 정해진 형태가 없는데 回首滄波碧瀏瀏(회수창파벽류류) : 머리 돌리니 푸른 물결에 바람이 시원도하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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耄甚自嘲五絶句5(모심자조오절구5)-丁若鏞(정약용) 늙음이 심한 거을 조롱하여 지은 오언절구-丁若鏞(정약용)
年光恰對衡峯矗(년광흡대형봉촉) : 세월이 흐름이 우뚝한 형봉을 마주한 것 같고 時候今逢澤腹堅(시후금봉택복견) : 기후는 어제 물이 꽁꽁 얼어버린 때이라네. 綠隱牕戶深生暈(녹은창호심생훈) : 푸른 그늘 창 아래에 등잔불 빛 흐릿하고 駸駸將及仲尼肩(침침장급중니견) : 말달리듯 바삐 공자의 나이를 따라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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耄甚自嘲五絶句4(모심자조오절구4)-丁若鏞(정약용) 늙음이 심한 거을 조롱하여 지은 오언절구-丁若鏞(정약용) 投老深知老可悲(투노심지노가비) : 늙어보니 늙음이 슬프다는 걸 깊이 알겠네 高年稱慶是全癡(고년칭경시전치) : 나이 높다고 경하하는 건 완전한 어리석어라 眞如旅舍將歸客(진여여사장귀객) : 참으로 곧 돌아갈 여관의 나그네와 같아 恰到蕭晨秣馬時(흡도소신말마시) : 써늘한 새벽에 말먹일 때가 된 것과 꼭 같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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耄甚自嘲五絶句3(모심자조오절구3)-丁若鏞(정약용) 늙음이 심한 거을 조롱하여 지은 오언절구-丁若鏞(정약용)
刀牙竹脚玻瓈眼(도아죽각파려안) : 닳은 치아, 마른 다리, 흐릿한 눈 軒適詩中寫得全(헌적시중사득전) : 헌적의 시에서 표현을 아주 잘 했는데. 只有一言要續尾(지유일언요속미) : 단지 거기에 한 마디를 덧붙이면 胡桃髻子火珠懸(호도계자화주현) : 호두만한 상투에 구슬까지 달려 있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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耄甚自嘲五絶句2(모심자조오절구2)-丁若鏞(정약용) 늙음이 심한 거을 조롱하여 지은 오언절구-丁若鏞(정약용) 癡聾本分戒煩苛(치롱본분계번가) : 노망과 귀머거리는 원래 번거로움 경계해야 하나니 百事含容偶一呵(백사함용우일가) : 모든 일을 모른 체하다가 우연히 한 번 꾸짖는다. 自視惺憁無過誤(자시성총무과오) : 스스로는 정신 총하여 아무 잘못 없건마는 衆推爲耄可如何(중추위모가여하) : 모두가 날 노망했다고 하는 것을 어찌하리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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耄甚自嘲五絶句1(모심자조오절구1)-丁若鏞(정약용) 늙음이 심한 거을 조롱하여 지은 오언절구-丁若鏞(정약용)
哄堂大噱隔簾帷(홍당대갹격렴유) : 주렴 밖에서 떠들썩하게 웃는 소리 들려 定有人間絶倒奇(정유인간절도기) : 사람들에게 포복절도할 일이 있는 듯하네. 徐起呼兒問委折(서기호아문위절) : 천천히 일어나 아이 불러 그 곡절 물어보니 但云無事偶相嬉(단운무사우상희) : 별일 없이 우연히 서로 즐겼다고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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謝桑村朴逸人惠桑葉四絶句4(사상촌박일인혜상엽사절구4)-丁若鏞(정약용) 뽕잎을 보내 준 상촌 박 일인에게 사례하는 뜻으로 네 수를 짓다-丁若鏞(정약용) 日日靑絲繫樹頭(일일청사계수두) : 나날이 푸른 실을 나무 머리에 매고 儘敎花發任蜂偸(진교화발임봉투) : 꽃 피워 벌이 훔쳐 가도록 내버려 두네 夕陽人散逢搖落(석양인산봉요락) : 사람들은 흩어지고 쓸쓸한 석양을 만나 閒看空枝掛木鉤(한간공지괘목구) : 빈 가지에 나무 거는 갈고리를 한가히 바라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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謝桑村朴逸人惠桑葉四絶句3(사상촌박일인혜상엽사절구3)-丁若鏞(정약용) 뽕잎을 보내 준 상촌 박 일인에게 사례하는 뜻으로 네 수를 짓다-丁若鏞(정약용)
老蠶腰肚暈微黃(노잠요두훈미황) : 늙은 누에 배와 허리 약간 노랗게 되니 急索今朝上馬桑(급색금조상마상) : 오늘 아침에 상마상을 급히 구하였다네. 知有樵靑渡江水(지유초청도강수) : 알았다, 계집종이 저 강물을 건너가면서 少留麥麨待飢腸(소류맥초대기장) : 보릿가루 약간 두어 주린 속을 기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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謝桑村朴逸人惠桑葉四絶句2(사상촌박일인혜상엽사절구2)-丁若鏞(정약용) 뽕잎을 보내 준 상촌 박 일인에게 사례하는 뜻으로 네 수를 짓다-丁若鏞(정약용)
荊桑如鏤魯桑圓(형상여루노상원) : 형상의 잎은 은 뽀족하고 노상의 잎은 둥근데 一樹傾筐直百錢(일수경광직백전) : 백 전어치나 되는 비싼 것을 한 바구니나 보내 주네. 屋裏蠶飢非不愛(옥리잠기비불애) : 우리 집의 주린 누에는 당연히 좋아하지만 遠來赤脚也堪憐(원래적각야감련) : 멀리서 온 종아이는 참으로 애처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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謝桑村朴逸人惠桑葉四絶句1(사상촌박일인혜상엽사절구1)-丁若鏞(정약용) 뽕잎을 보내 준 상촌 박 일인에게 사례하는 뜻으로 네 수를 짓다-丁若鏞(정약용)
日長山北小柴荊(일장산북소시형) : 산 북쪽 날은 긴데 작은 초막집 하나 道是河南慰禮城(도시하남위례성) : 말하자면 이곳이 하남의 위례성이라네. 寂歷斷碑芳草路(적력단비방초로) : 방초 우거진 길에 조각난 비석 쓸쓸하고 數株桑樹乳鳩鳴(수주상수유구명) : 몇 그루 뽕나무에서 어린 비둘기 울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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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別又題(림별우제)-丁若鏞(정약용) 작별에 임하여 또 제하다-丁若鏞(정약용)
山客歸山不可留(산객귀산불가류) : 산객이 산으로 돌아가니 만류할 수 없고 前期檻外水長流(전기함외수장유) : 전일 기약에 난간 밖의 물결이 끝없이 흘러가네. 久閑筋力勞還健(구한근역노환건) : 오래 휴양한 근력은 피로해도 건강하나 垂老猖狂死乃休(수노창광사내휴) : 다 늙어서도 미쳐 날뛰는 일은 죽어야 끝나리라. 意到則來何必約(의도칙내하필약) : 마음 있으면 오면 되지 약속할 필요 어디 있나 話闌而別莫須愁(화란이별막수수) : 실컷 이야기하고 이별하니 시름할 것 없구나. 吳鹽蜀枲船相續(오염촉시선상속) : 오나라 소금과 촉나라 모시 실은 배가 서로 이어지니 玆是仙人太乙舟(자시선인태을주) : 이것이 바로 신선 세계의 태을의 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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追和呂承旨天眞寺之作(추화여승지천진사지작)-丁若鏞(정약용) 여 승지의 천진사 시를 추후에 화답하다[-丁若鏞(정약용)
看山不待一錢求(간산불대일전구) : 산구경하니 돈도 하나 안 드는데 夏木鶯聲盡意幽(하목앵성진의유) : 여름 숲 꾀꼬리 소리에 그윽한 속마음 다하여라. 人是會心同向子(인시회심동향자) : 사람은 마음이 맞으면 서로 같은 것을 향하고 泉如悅耳卽嵩丘(천여열이즉숭구) : 샘 소리 듣기 좋으니 바로 숭산이구나. 梵樓疊嶂成孤坐(범루첩장성고좌) : 겹겹 산봉우리 안에 절은 외로이 앉아 있고 粥鼓斜陽念舊游(죽고사양념구유) : 석양의 죽고 소리에 옛 놀던 때 생각나네. 明日君從靑瑣去(명일군종청쇄거) : 내일 그대가 조정으로 떠나 버리면 阿誰重理問津舟(아수중리문진주) : 그 누가 나루 묻는 배를 다시 다스리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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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月十二日乘舟到松坡擬題尹友屋壁(오월십이일승주도송파의제윤우옥벽)-丁若鏞(정약용) 오월 십이일 배를 타고 송파에 가 윤씨 친구 집 벽에 의제하다-丁若鏞(정약용)
茅茨依舊碧江潯(모자의구벽강심) : 초막집은 푸른 강가에 그대로 있는데 晩福溫存慰此心(만복온존위차심) : 늦복을 잘 지키어 내 마음 위로가 되는구나. 羸僕老能調㺚馬(리복노능조달마) : 수척한 늙은 마부 마을 잘 부리고 穉孫黠已弄奚琴(치손힐이롱해금) : 어린 손자는 영리하여 해금을 다루네. 詩皆散佚猶盈卷(시개산일유영권) : 시는 다 흩어졌지만 그래도 시권에 그득하고 酒曰離開亦細斟(주왈리개역세짐) : 술은 끊었으나 조금씩은 마시는구려. 只是水煩村巷隘(지시수번촌항애) : 다만 이곳이 물은 많으나 마을은 좁아 何如從我近雲林(하여종아근운임) : 나를 따라 구름 숲 가까이로 오는 게 어떨까 縣符應待之期廻(현부응대지기회) : 현령의 직책이 응당 육 년이 되어야 돌아오는데 其奈精神在釣臺(기내정신재조대) : 마음은 낚시터에 있으리니 어찌하나. 腰軟若將懷祿住(요연약장회록주) : 허리는 약해서 장차 녹봉을 연연할 듯한데 脾淸畢竟棄官來(비청필경기관내) : 비위는 맑아서 필경 벼슬 버리고 돌아오리라. 依然大地無田㽝(의연대지무전례) : 너른 땅에 여전히 논밭 하나 없지만 約略頹齡有酒杯(약략퇴령유주배) : 약략한 늙은 나이에 술잔은 항상 있다네. 駿馬文皮蕃鍚賚(준마문피번양뢰) : 천리마에 범 가죽과 하사품도 많아라 聖朝曾許冠軍才(성조증허관군재) : 성조에서 일찍이 군인의 재주로 받은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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次韻酬石泉(차운수석천)-丁若鏞(정약용) 석천에게 차운하여 수답하다-丁若鏞(정약용)
人生如漂霞(인생여표하) : 인생은 마치 떠도는 노을과 같아 根蒂靡攸依(근체미유의) : 뿌리도 꼭지도 의지할 곳 없어라. 駝情浩無際(타정호무제) : 낙타처럼 달리고 싶은 마음 끝없는데 寄命良獨微(기명량독미) : 타고난 운명은 진실로 미약하다네. 趣舍紛萬殊(취사분만수) : 나가고 머무름은 모두 다르지만 所好不可磯(소호부가기) : 좋아하는 건 막을 수 없어구나. 斂跡求墜緖(렴적구추서) : 자취 감추고 무너진 실마리 찾아 微言希發揮(미언희발휘) : 보잘 것 없는 말도 발휘시키길 바라니 淵哉姬與孔(연재희여공) : 깊기도 하구나, 주공과 공자의 도여 契合洵無違(계합순무위) : 진실로 서로 계합함이 어김없는데 能瞻不能往(능첨불능왕) : 보기만 하고 그곳을 거치지는 못하다니. 殆類辟且痱(태류벽차비) : 절름발이 풍병 환자와 흡사하구나. 齒髮倏已衰(치발숙이쇠) : 치아와 머리털 어느새 이미 쇠하여 暮色隨流暉(모색수유휘) : 흐르는 세월 따라 늙어만 가는구나. 喘息如爛絲(천식여란사) : 실 낱 같은 생명만 붙어 있을 뿐 幾何朝露晞(기하조노희) : 머지않아 아침 이슬 마르듯 하리라. 忽遇賢達士(홀우현달사) : 갑자기 현달한 선비를 만난다면 願從欲奮飛(원종욕분비) : 원컨대 그를 따라 옛날처럼 힘차게 일어나 珠肆捃墜珍(주사군추진) : 구슬 가계에서 떨어진 보배를 줍고 蘭室嗅餘馡(란실후여비) : 난초 온실에서 남은 향내를 맡고 싶구나. 水樓貯書史(수누저서사) : 물가의 누각에 서책을 저장하고 淸晝靜垂幃(청주정수위) : 맑은 낮에 조용히 휘장 친다. 銜哀戀泉隧(함애련천수) : 슬픔 머금고 황천길을 생각하고 潔身潛郊畿(결신잠교기) : 몸 깨끗이 하여 근교에 은거하리라. 硏經辨蔀惑(연경변부혹) : 경서를 연구하여 의혹된 걸 변별하고 敷藻揚淸徽(부조양청휘) : 시문 지어 맑은 풍취 드날리리라. 遐邁辛叔重(하매신숙중) : 뛰어나게 고상한 사람은 신숙중이요 穴居臺孝威(혈거대효위) : 굴 파고 살았던 이는 대효위로다. 雅言刪浮華(아언산부화) : 바른 말로 화려한 것을 깎아 내리고 勁毫鏟脆肥(경호산취비) : 곧은 붓으로 무르고 살진 것을 대패질한다. 沖淡絶志歆(충담절지흠) : 담박함으로 부러워하는 마음 끊고 訒黙鞱心非(인묵도심비) : 과묵함으로 그릇된 마음 덮어버린다. 妙辭吐愉鬯(묘사토유창) : 절묘한 말을 유쾌하게 뱉어내니 逌然無怨誹(유연무원비) : 의기양양하여 원망과 비방 없어진다. 奇文溯鄦杜(기문소허두) : 뛰어난 문장은 허두를 소급하고 曼流接洙沂(만유접수기) : 장원한 흐름은 수기와 연접하였네. 粲粲詩書故(찬찬시서고) : 빛나고 빛나는 시서의 일은 編簡綴瓊璣(편간철경기) : 서책에 주옥처럼 엮어져 있도다. 瓦當與碑孔(와당여비공) : 고대의 와당과 비공에 대하여는 觀者如蜂圍(관자여봉위) : 구경하는 사람 벌떼처럼 둘러싸네. 頹頹淆漓中(퇴퇴효리중) : 쇠퇴하고 혼탁해진 이 세상에 孤標惜古稀(고표석고희) : 뛰어난 풍채 고희가 애석하도다. 結交知所跂(결교지소기) : 교분을 맺음에도 힘쓸 바를 알거니와 望道誰禦睎(망도수어희) : 도를 바라노니 누가 그리워함을 막으랴. 孶孶躡後塵(자자섭후진) : 부지런히 공의 뒤를 따르려 하나 杳若攀雲旂(묘약반운기) : 구름 깃발 잡기가 마냥 아득했다네. 夙願欣已充(숙원흔이충) : 기쁘구나, 숙원을 이미 이룩했으니 微斯誰與歸(미사수여귀) : 여기를 버려두고 누구에게 돌아가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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次韻奉酬玄谿令公(차운봉수현계영공)-丁若鏞(정약용) 차운하여 현계 영공에게 받들어 수답하다-丁若鏞(정약용)
呂公白鶴身(여공백학신) : 여공은 백학같이 몸으로 煙霞寓長眄(연하우장면) : 산수에 살며 길이 눈을 부치었네. 畫省太悤悤(화생태총총) : 화성에서는 너무도 바빴고 丹壑常戀戀(단학상연연) : 단학을 마음속으로 항상 연연했네. 自言七不堪(자언칠부감) : 스스로 입곱 가지를 감당하지 못해 未諳當世便(미암당세편) : 당세의 편안함을 모르겠고 하네. 琳宮曁幔亭(림궁기만정) : 만정에서 노닐 적에는 傑作新裝卷(걸작신장권) : 뛰어난 작품이 새로 책이 되었네. 共勉白頭憐(공면백두련) : 힘써 늘그막까지 서로 동정하니 不愁素絲變(불수소사변) : 흰 실이 변할까를 걱정하지 않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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癸巳六月二十七日東樊至(계사육월이십칠일동번지)-丁若鏞(정약용) 계사년 유월 이십칠일에 동번이 오다-丁若鏞(정약용)
筍輿入洞暝煙凝(순여입동명연응) : 가마가 골짜기에 드니 저녁 연기 어리고 柔艣聲生喜氣騰(유로성생희기등) : 노 젓는 그 소리에 기쁜 마음 넘치네. 豆萊田中黃犢路(두래전중황독로) : 밭 가운데 콩깍지는 누런 송아지의 길이고 槿花籬裏草蟲燈(근화이리초충등) : 울타리 무궁화는 풀벌레의 등불이네 不須題句詩肝照(불수제구시간조) : 반드시 시구 적어 마음 속 비춰 보지 않아도 已覺還魂睡眼澄(이각환혼수안징) : 돌아오는 영혼의 눈동자 맑은 것 이미 알았네. 自是風門連水榭(자시풍문연수사) : 이곳 바람 나오는 문이 수사와 연결되어 未妨留滯度炎蒸(미방유체도염증) : 머물러서 더운 여름 보내기에 방해되지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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舟過夢烏亭(주과몽오정)-丁若鏞(정약용) 배를 타고 몽오정을 지나다-丁若鏞(정약용)
興廢偏傷過客心(흥폐편상과객심) : 흥망성쇠에 과객의 마음을 유독 상하고 夢烏亭子隱高林(몽오정자은고임) : 몽오정이 높은 숲 속에 숨어 있다네. 荒蹊半沒羊蹄綠(황혜반몰양제록) : 반이나 묻힌 황량한 오솔길에 양의 발자국 분명하고 破瓦猶殘鴨脚陰(파와유잔압각음) : 남아 있는 기와 조각엔 오리다리 무늬 남아있네. 白馬淸流空涕淚(백마청유공체루) : 백마가의 푸른 버들은 눈물만 흘리고 黃驪舊族劇銷沈(황여구족극소침) : 황려의 구족들은 몹시도 침체해졌네. 水邊臺榭多新主(수변대사다신주) : 물가의 높은 정자에는 새 주인이 많아 欲賦靈光悵獨吟(욕부영광창독음) : 영광부를 지으려 슬피 홀로 읊는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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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正言挽詞(윤정언만사)-丁若鏞(정약용) 윤 정언에 대한 만사-丁若鏞(정약용)
丹旐悠揚寫正言(단조유양사정언) : 정언이라 쓴 명정이 길이 펄럭이고 秋風衰草赴高原(추풍쇠초부고원) : 가을바람 쇠잔한 풀 높은 언덕을 향하네. 玄端設飾方纔了(현단설식방재료) : 조복 꾸미는 일은 겨우 마치었고 天降庚牌始到門(천강경패시도문) : 조정에서 내린 경패는 비로소 도착했네. 龍穴嬉春事隔晨(용혈희춘사격신) : 용혈에서 봄놀이한 건 어제 일과 같고 絡蹄如玉鱠如銀(락제여옥회여은) : 낙제는 옥 같고 생선회는 은빛 같았네 誰生誰死休分別(수생수사휴분별) :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었다고 구별 말라 已作當時一隊人(이작당시일대인) : 당시에 이미 한 무리 사람을 이루었다네 茶山簫鼓鬧芬華(다산소고료분화) : 다산에 퉁소와 북소리 소란하게 들릴 적에 頭揷雙條御賜花(두삽쌍조어사화) : 그대는 어사화 두 가닥을 머리에 꽂았는데 演戲場邊數株柳(연희장변수주유) : 당시의 연희장가에 두어 그루 버드나무에는 別時已復集昏鴉(별시이복집혼아) : 헤어질 때 이미 황혼 녘 까마귀가 날았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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斗尾値大雷(두미치대뢰)-丁若鏞(정약용) 두미에서 큰 천둥을 만나다-丁若鏞(정약용)
迅雷必變憶尼公(신뢰필변억니공) : 생각건대 공자는 빠른 번개 소리에 얼굴이 변하고 飛電流光白晝同(비전유광백주동) : 번갯불 번쩍번쩍, 대낮과 같구나. 急勢擊崩千仞壁(급세격붕천인벽) : 급한 형세 천 길의 절벽을 무너뜨리고 聲威轟動四方風(성위굉동사방풍) : 소리 위엄은 사방 바람 크게 진동시키네. 九天閶闔臨頭上(구천창합림두상) : 구천의 문은 바로 머리 위에 임해 있고 半世愆殃在眼中(반세건앙재안중) : 반평생의 죄악들은 한눈에 떠오르네. 莫把艄工作烏喙(막파소공작오훼) : 뱃사공 붙들고 까마귀 부리 울리지 말아라 共看明月吐山東(공간명월토산동) : 동산에 떠오르는 밝은 달을 함께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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斗尾値逆風(두미치역풍)-丁若鏞(정약용) 두미에서 역풍을 만나다-丁若鏞(정약용)
自從耳順聽天公(자종이순청천공) : 육십 세가 되면서부터 자연에 순응하노니 浩蕩胸懷觸處同(호탕흉회촉처동) : 호탕한 회포가 이르는 곳마다 마찬가질세 適野恭沾洗臉雨(적야공첨세검우) : 들판에 가서는 뺨 씻는 비에 공손히 젖고 登舟欣受打頭風(등주흔수타두풍) : 배를 타서는 머리 치는 바람을 기꺼이 받네. 愁城不戰而能下(수성불전이능하) : 시름의 성을 싸움 않고도 능히 함락시키면 樂國由來在此中(낙국유내재차중) : 낙원이 예로부터 이 가운데 있는 거라네 好坐吟成未了句(호좌음성미료구) : 조용히 앉아 마치지 못한 시구 읊어 채우면서 白蘋演漾任西東(백빈연양임서동) : 흰 마름꽃 동서로 둥둥 떠가게 내버려 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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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字二首2(인자이수2)-丁若鏞(정약용) 인자에 대하여-丁若鏞(정약용)
姑將惻隱唯斯人(고장측은유사인) : 짐짓 측은지심을 가지고 이 사람에게 답하여 說與齊梁勸愛民(설여제량권애민) : 제와 양을 설득해서 백성을 사랑하라 권했는데 復禮爲仁由克己(복례위인유극기) : 복례와 위인이 본래 극기에서 생기니 孔顔傳授是精神(공안전수시정신) : 이것이 곧 공자 안자가 전수한 정신이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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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字二首1(인자이수1)-丁若鏞(정약용) 인자에 대하여-丁若鏞(정약용)
人以治人是二人(인이치인시이인) : 사람으로서 사람을 다스림에 바로 두 사람이 있으니 二人之際卽爲仁(이인지제즉위인) : 두 사람의 교제하는 것이 곧 인이 된다네. 東方木德生生理(동방목덕생생리) : 우리나라에는 목덕에 생생한 이치가 있는데 何與君臣父子親(하여군신부자친) : 군신의 의리와 부자의 친함은 그 관련이 어떠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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恕字二首2(서자이수2)-丁若鏞(정약용) 서자에 대하여-丁若鏞(정약용)
曲禮三千一貫之(곡례삼천일관지) : 곡례의 삼천 항목이 하나로써 관통되나니 求仁莫近更無疑(구인막근경무의) : 인을 구하는 것보다 더 가까운 것 없으니 의심하지 말라. 休將一理談高妙(휴장일리담고묘) : 한 이치를 가지고 고묘함을 논하지 말라 吾道由來在邇卑(오도유래재이비) : 우리의 도는 원래부터 가까운 곳에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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恕字二首1(서자이수1)-丁若鏞(정약용) 서자에 대하여-丁若鏞(정약용) 人心端的己心如(인심단적기심여) : 남의 마음도 단적으로 내 마음과 같나니 克己徇人恕有餘(극기순인서유여) : 사욕 이겨 남을 따르면 용서함에 남음이 있지만 若把縱容看作恕(약파종용간작서) : 만일 내버려 두는 걸 서로 용서로 본다면 和人和己納溝渠(화인화기납구거) : 남과 내가 같이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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敬字二首2(경자이수2)-丁若鏞(정약용) 경자에 대하여-丁若鏞(정약용)
未發前光孰見夫(미발전광숙견부) : 정이 발하기 전의 광경을 누가 보았나 明知敬與此工殊(명지경여차공수) : 경이 이 공부와 서로 다름을 환히 알겠다. 同安縣裏鐘聲斷(동안현리종성단) : 동안 고을 안에 종소리가 끊어지어라. 吾輩如今篤信朱(오배여금독신주) : 우리들은 지금까지 주희 선생을 굳게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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敬字二首1(경자이수1)-丁若鏞(정약용) 경자에 대하여-丁若鏞(정약용)
心先有嚮敬纔生(심선유향경재생) : 마음이 먼저 향함이 있어야 경이 겨우 생기나니 長老君親禮以行(장로군친례이행) : 장로군친을 예로써 받들어야 하느니라. 莫道靜中無一事(막도정중무일사) : 고요한 가운데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지 말라 潛心對越是功程(잠심대월시공정) : 마음 가라앉히어 하늘 대함이 바로 노력하는 과정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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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字四首4(성자사수4)-丁若鏞(정약용) 성자에 대하여-丁若鏞(정약용)
如來藏性本然淸(여래장성본연청) : 여래자의 성품은 원래부터 맑다고 하는데 說在楞嚴妙法經(설재릉엄묘법경) : 그 말이 능엄경과 묘법경에 있다네. 無始本然觀自在(무시본연관자재) : 처음과 끝도 없이 본연으로 관자재함은 中庸首句可同評(중용수구가동평) : 중용의 첫 구절과 동등하게 평가할 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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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字四首3(성자사수3)-丁若鏞(정약용) 성자에 대하여-丁若鏞(정약용)
節性忍性又何哉(절성인성우하재) : 절성과 인성은 또 무슨 말인가 王制遙從召誥來(왕제요종소고래) : 왕제의 말은 멀리 소고로부터 온 것 嗜好所名還假借(기호소명환가차) : 기호로 이름 지은 것은 가차한 것 古今論性儘雙排(고금론성진쌍배) : 고금에 성을 논함에는 둘 모두 배열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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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字四首2(성자사수2)-丁若鏞(정약용) 성자에 대하여-丁若鏞(정약용)
從惡如崩勢固然(종악여붕세고연) : 악 따르기 쉬운 건 형세가 본래 그러하고 可善可惡又微權(가선가악우미권) :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할 수 있는 것도 권리이네 一勢一權看作性(일세일권간작성) : 하나의 형세와 권리를 성으로 보았으니 荀揚於此媿前賢(순양어차괴전현) : 진실로 순자 양자가 이점에서 전현에 미치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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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字四首1(성자사수1)-丁若鏞(정약용) 성자에 대하여-丁若鏞(정약용)
雉欲山棲鴨欲川(치욕산서압욕천) : 꿩은 산에서 살기 원하고 오리는 물에서 살고자 하고 稻宜水種黍宜田(도의수종서의전) : 벼는 논에 심어야하고 기장은 밭에 심어야 한다네. 吾人嗜善斯爲性(오인기선사위성) : 우리 인간이 선을 좋아함은 곧 본성인지라 鄒喩元從嗜好邊(추유원종기호변) : 맹자의 가르침은 원래 기호를 따른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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又令左衡作隨試老筆次韻東坡(우령좌형작수시노필차운동파)-丁若鏞(정약용) 권좌형으로 하여금 노필 시험한 운을 따라 짓게 하고 또 동파의 운에 차하다-丁若鏞(정약용)
出谷遷喬摠轉蓬(출곡천교총전봉) : 골짝을 나와 교목에 옮겨감도 모두 유랑신세라 憐君玉貌已龍鍾(련군옥모이용종) : 옥 같은 그대 얼굴 이미 쇠한 것이 가련하구나. 家常菜食羅三九(가상채식라삼구) : 집에서는 항상 삼구 동안 채소만 차려 먹지만 詩似蕉心蘊數重(시사초심온수중) : 시는 파초의 속처럼 여러 겹이 쌓였다네. 活計會從ꝃ地鼠(활계회종리지서) : 생활 계책은 이제 두더지를 따르지만 晩途難作齮書蟲(만도난작기서충) : 늘그막이라 책벌레가 되기는 어렵구나. 如今文字都無用(여금문자도무용) : 이제는 문자를 도무지 쓸 데가 없으니 良苦朱泙學宰龍(량고주평학재용) : 참으로 용 잡는 것을 배운 주팽이 괴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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贈尹鍾遠唯靑(증윤종원유청)-丁若鏞(정약용) 윤 종원 유청에게 주다-丁若鏞(정약용)
見爾☐然欲酸鼻(견이☐연욕산비) : 너를 보니 눈물이 줄줄나고 코가 시큰해져 念爾考顔如玉粹(염이고안여옥수) : 너의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하면 얼굴이 관옥 같았네. 盛年憶在明禮坊(성년억재명례방) : 한창 시절 명례방에 있을 때를 생각하니 苦心就我談文字(고심취아담문자) : 열심히도 나한테 와서 문자를 서로 이야기 하였네. 傳餐小奴字朝陽(전찬소노자조양) : 밥 나르는 작은 종, 이름은 조양인데 靑袱髹盤致午餽(청복휴반치오궤) : 푸른 보자기 검은 쟁반에 점심을 내어왔었네 瓌詞譎句動驚人(괴사휼구동경인) : 뛰어난 사구가 자주 사람들을 놀라게 하여 樊翁聞之稱異瑞(번옹문지칭이서) : 번옹도 들어 보고 좋은 징조라 칭찬했다네. 蘭蕙彫零吁可惜(란혜조령우가석) : 아, 뛰어난 사람 일찍 간 건 애석하나 萍梗漂流亦遠謫(평경표류역원적) : 떠돌이 신세 내 또한 멀리 귀양 왔다네. 覆巢猶完孔融兒(복소유완공융아) : 엎어진 새집이라도 공융의 아이처럼 안전하다네. 蜀地空過揚雄宅(촉지공과양웅택) : 촉 땅에 부질없이 양웅의 집을 들렀고 仇池小有此洞天(구지소유차동천) : 구지산의 소유천이 바로 이 동천이라네. 我來爾存嗟機緣(아래이존차기연) : 내가 오자 너도 있으니 아, 진정 기이한 인연이구나. 鳳穴奇毛色殊衆(봉혈기모색수중) : 봉의 새끼라 겉모양 의당 범상치 않으나 䵷井小觀頗可憐(와정소관파가련) : 우물 안 개구리의 소견이 자못 가련하구나. 楚甥羸弱承秦贅(초생리약승진췌) : 초생은 파리하고 약하여 진췌를 이었고 石田茅屋蕭蕭然(석전모옥소소연) : 척박한 밭 오두막이 쓸쓸하기만 하구나. 幸有良士常隣近(행유량사상린근) : 다행히 훌륭한 선비가 늘 가까이 있으니 探賾硏幾毋自捐(탐색연기무자연) : 늘 진리를 탐구하여 스스로 포기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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贈李楘參奉丈(증이목참봉장)-丁若鏞(정약용) 이 목 참봉 어른에게 주다-丁若鏞(정약용)
山海分携兩老儒(산해분휴양노유) : 산과 바다로 갈라 살던 두 늙은 선비 相逢此日劇歡娛(상봉차일극환오) : 서로 만난 오늘이 너무도 기쁘고 즐겁네. 惜乎已落張蒼齒(석호이락장창치) : 애석하구나, 이미 다 빠져버린 장창의 이가 恨不從遊綺皓鬚(한불종유기호수) : 흰 수염 기리계를 따라 놀지 못한 것이 한스럽네. 籬下石田催晩種(리하석전최만종) : 울 밑의 척박한 밭엔 늦 파종을 재촉하고 門前水岸漲春蕪(문전수안창춘무) : 문 앞의 강가에는 봄풀에 물이 충만하고 移居徑欲分仙洞(이거경욕분선동) : 거쳐를 옮겨 당장에 선경의 고을을 나눠 가져서 與作朱陳嫁娶圖(여작주진가취도) : 같이 주씨 진씨의 가취도를 만들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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菜花亭新成權左衡適至次韻東坡聊試老筆(채화정신성권좌형)適至次韻東坡聊試老筆-丁若鏞(정약용) 채화정을 새로 지었는데 권좌형이 마침 왔으므로, 동파의 시에 차운하여 애오라지 노필을 시험하는 바이다-丁若鏞(정약용
菜花蝴蝶嬉春風(채화호접희춘풍) : 채소 꽃의 나비가 봄바람을 즐기고 翁性樂此兒更同(옹성락차아경동) : 이를 좋아한 늙은이는 마음 아이들과 같네. 芥臺菘跗相間綠(개대숭부상간록) : 개자 송자의 받침은 서로 간격 생겨 푸르고 鐵梅穠桃他自紅(철매농도타자홍) : 매화꽃 복숭아꽃은 제 나름대로 붉네. 陳蝶菴後兒畫蝶(진접암후아화접) : 진접암 뒤에선 아이가 나비를 그리는데 纖細却超靑皐翁(섬세각초청고옹) : 섬세하기가 도리어 청고옹 넘어서네. 以此亭懸菜花額(이차정현채화액) : 이 정자에 채화라는 편액을 달고서 活描鬚股移綃中(활묘수고이초중) : 나비의 수염 다리를 생초에 잘 묘사하네. 家貲悉辦鹽井外(가자실판염정외) : 살림살이를 염정 밖에 모두 마련하니 漁採何須紫燕海(어채하수자연해) : 고기잡이를 어찌 자연 바다에서만 하리오 事要先咬菜根(사요선교채근) : 나무뿌리를 먹어야만 일 할 수 있나니 汪生此言朱子佩(왕생차언주자패) : 왕생의 이 말을 주자께서 경계로 삼았다네. 且置三九庾郞憐(차치삼구유랑련) : 가련해라 유랑의 삼구는 제쳐두고서라도 本無十千何公錢(본무십천하공전) : 하공의 심천의 돈은 처음부터 없었다네. 菜史接續無虛日(채사접속무허일) : 채화의 역사 이어져 없는 날이 없고 今朝又記瓜花發(금조우기과화발) : 오늘 아침 또 오이꽃 핀 것을 기록하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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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疊(이첩)-丁若鏞(정약용) 두 번째 차운하다-丁若鏞(정약용)
亭絶低小受長風(정절저소수장풍) : 정자 몹시 낮고 작으나 먼 바람 받아들여 爽涼乃與飛樓同(상량내여비루동) : 시원하기는 바로 높은 누각과 마찬가진데 今年種樹一百本(금년종수일백본) : 금년에 꽃나무 일백 그루를 심어 놨으니 僥幸殘齡享嫣紅(요행잔령향언홍) : 요행히 여생 동안 고운 꽃구경을 누리리라 旣無歌瑟堪析子(기무가슬감석자) : 이미 노래 비파는 자식에게 나눠 줄 것 없고 唯有癡聾解作翁(유유치롱해작옹) : 오직 어리석고 귀먹어 늙은이 될 줄만 아네 深居玩易此亭裏(심거완이차정리) : 이 정자에 깊이 앉아 주역이나 연구한다면 何渠不若蕭漢中(하거불약소한중) : 어찌 소하의 한중 생활만 못하리오. 草庵昔在南徼外(초암석재남요외) : 옛날엔 초막집이 남쪽 교외에 있었기에 兒曹日泣瞻淸海(아조일읍첨청해) : 아이들이 날마다 울면서 청해를 바라보았지. 此亭彈琴復讀書(차정탄금복독서) : 이 정자에선 거문고 타고 또 글도 읽나니 如今去喪無不佩(여금거상무불패) : 이제는 상이 끝나 차지 않은 것이 없다네. 菜花之名天見憐(채화지명천견련) : 채화정의 이름을 하늘도 어여쁘게 보아 百菜蕃廡多算錢(백채번무다산전) : 온갖 채소 무성하여 돈 될 것도 많은데 君來適値天中日(군래적치천중일) : 그대가 마침 단오일에 여기를 왔으니 爲我善禱淸歌發(위아선도청가발) : 날 위해 맑은 노래 불러서 빌어 주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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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疊(삼첩)-丁若鏞(정약용) 세 번째 차운하다-丁若鏞(정약용)
五月五日滿亭風(오월오일만정풍) : 오월 오일에 정자에 바람 가득하고 山雨欲來雲色同(산우욕래운색동) : 산에 비 내리려고 구름도 모여드네. 櫻桃含口菖揷髻(앵도함구창삽계) : 앵두 입에 머금고 창포 머리에 꽂고 鄕村兒女亦靑紅(향촌아여역청홍) : 시골의 아녀들 또한 푸르게 붉게 꾸몄네. 帖子應敎昔詞客(첩자응교석사객) : 교지 받들어 첩자 짓던 옛날의 문인이 麥穗監打今田翁(맥수감타금전옹) : 이제는 보리타작 감독하는 늙은이라네. 爲君轟飮此亭上(위군굉음차정상) : 그대 위해 이 정자에서 실컷 마시게 不無磈礧餘胸中(불무외뢰여흉중) : 가슴속에 남은 응어리가 없지 않을 것이네. 羨君名字掀域外(선군명자흔역외) : 그대 이름을 나라 밖에 떨친 것 부러워 足跡如吾限溟海(족적여오한명해) : 나의 발자취는 나라 밖을 못 나갔다네. 布衣之極隨星槎(포의지극수성사) : 사신 행차 따른 건 포의의 극치이거니 翰林如夢鳴霞佩(한림여몽명하패) : 꿈만 같구나, 예전앤 한림에서 패옥을 울렸다네. 旣歸而餓無人憐(기귀이아무인련) : 돌아와 굶주릴 땐 가련히 여기는 이 없고 反思屋頭三十錢(반사옥두삼십전) : 도리어 지붕머리 삽 십 전을 생각했네. 枉信九命惜往日(왕신구명석왕일) : 벼슬하길 잘못 믿었던 지난날이 애석하여 誰謂三含以時發(수위삼함이시발) : 세 번 봉한 입을 때맞춰 말하라고 누가 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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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疊(사첩)-丁若鏞(정약용) 네 번째 차운하다-丁若鏞(정약용)
昔延州來觀國風(석연주래관국풍) : 옛날에 연주래가 상국 풍을 구경했는데 吾子遊燕事相同(오자유연사상동) : 그대가 연경에 간 일과 서로 같도다. 榕村漁洋頗煜霅(용촌어양파욱삽) : 용촌과 어양은 퍽 광채를 발휘했는데 非關額上貂鑲紅(비관액상초양홍) : 초피모와 양홍에 관계된 것이 아니로구나. 秩宗翰墨先數紀(질종한묵선수기) : 에부의 문필로는 먼저 기균을 꼽게 되고 寶蘇金石皆稱翁(보소금석개칭옹) : 보소의 금석문은 모두 옹방강을 일컫네. 筆洞經說誰傳習(필동경설수전습) : 필동의 경문 해설은 누가 전해 익힐까. 格致都在首章中(격치도재수장중) : 격물치지가 모두 대학 첫째 장에 있다네. 我生茫茫九州外(아생망망구주외) : 나는 아득히 구주의 밖에서 태어나 鱅魚水豹辰弁海(용어수표진변해) : 진한 변한 사이에 바다표범 되었다네. 聞四庫名望洋若(문사고명망양약) : 사고의 명망 들으니 망양지탄이 나오고 駕二酉者纔淵佩(가이유자재연패) : 장서 중에 수레에 실은 것은 겨우 연과 패 두 책 뿐 苞銀走鋪尙可憐(포은주포상가련) : 돈 싸들고 서점에 가는 것도 가련하거늘 況我賣書當酒錢(황아매서당주전) : 더구나 내 책을 팔아 술값에 충당함에서야 莫辭沽酒遲今日(막사고주지금일) : 술 사 먹고 오늘 더 늦어질 일 사양치 마시고 西風打頭船不發(서풍타두선불발) : 서풍이 몹시 불어 배가 떠나지 못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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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疊(오첩)-丁若鏞(정약용) 다섯 번째 차운하다-丁若鏞(정약용)
別來門館多悲風(별래문관다비풍) : 작별 이후 집에는 슬픈 바람만 불어오고 二十二年今始同(이십이년금시동) : 이십이 지나 비로소 함께 모였네. 適此良辰煙景美(적차량진연경미) : 이 좋은 계절에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 蕉尾舒綠榴綻紅(초미서록류탄홍) : 파초 잎 푸르고 석류꽃도 피어나네. 我如老蠶將就繭(아여노잠장취견) : 나는 늙은 누에처럼 곧 고치로 들어가 子亦未幾終成翁(자역미기종성옹) : 자네도 얼마 안 가서 늙은이가 되리네. 章句之腐詩之癖(장구지부시지벽) : 글자나 글귀에 매달리거나 시에 치우치는 병폐는 二者不類皆不中(이자불류개불중) : 둘이 서로 다르지만 다 부당한 일이네. 黑水西溪摠方外(흑수서계총방외) : 흑수의 서쪽 개울은 모두 경계 밖이요 紫瀾回風亦苦海(자란회풍역고해) : 자색 물결에 회오리바람 또한 괴로운 바다로다. 雖非枘鑿兩相違(수비예착양상위) : 비록 도끼 자루와 구멍이 서로 어긋나진 않지만 眞可弦韋各自佩(진가현위각자패) : 참으로 성품에 따라 스스로 살펴야만 하네. 接隣要受蚿夔憐(접린요수현기련) : 이웃해 서로 돕고 사는 현과 기의 애틋함을 받아 徙山嗟無買山錢(사산차무매산전) : 산을 옮기려 해도 아, 산 살 돈이 없다네. 斂華須報桑楡日(렴화수보상유일) : 겉치레 거두어 응당 만년에 보답을 해야 하리니 老夫此語由衷發(노부차어유충발) : 늙은이 이 말은 충심에서 나온 거라네.
過漁家(과어가)-丁若鏞(정약용) 어부의 집을 지나며-丁若鏞(정약용)
婆娑城下盡漁村(파사성하진어촌) : 파사성 아래는 모두가 어촌인데 夜雨沙磯見漲痕(야우사기견창흔) : 밤비로 모래톱에 물 불었던 흔적 보이네. 渚草汀花無限好(저초정화무한호) : 물가에 풀과 물가 꽃들 너무 좋아서 一篙春水度朝昏(일고춘수도조혼) : 장대 하나 폭의 물길을 아침저녁 건넌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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飮酒2(음주2)-丁若鏞(정약용) 술 마시며-丁若鏞(정약용)
細馬爭門入(세마쟁문입) : 길들인 좋은 말 다투어 들고 豐貂滿院來(풍초만원래) : 고관들 몰려와 집에 가득하다 直愁衣帶熱(직수의대열) : 의대가 달아오를까 걱정되어 故傍酒家廻(고방주가회) : 짐짓 옆 술집으로 간다. 牢落聊全性(뢰락료전성) : 마셔도 취하지 않아야 하지만 嶔崎任散才(금기임산재) : 고상한 자 방탕해지기도 한다. 所欣惟自適(소흔유자적) : 스스로 만족함이 기쁜 것이니 莫笑坳堂杯(막소요당배) : 우묵한 잔이라도 비웃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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飮酒1(음주1)-丁若鏞(정약용) 술 마시며-丁若鏞(정약용)
麴米醺皆好(국미훈개호) : 술은 취하게 만들어서 좋고 雲和抱更斜(운화포갱사) : 거문고는 꼭 안기어 비스듬히 눕네. 獨思千載友(독사천재우) : 혼자서 천 년 전 친구 생각 하고 不向五侯家(불향오후가) : 권세 있는 집안으로는 가지 않는다. 物態寧無變(물태녕무변) : 만물 형태 어찌 변함이 없을까만 吾生奈有涯(오생내유애) : 어이하여 우리 인생 끝이 있을까 閒看庭日轉(한간정일전) : 뜰에서 옮겨 가는 해 그림자 바라보면 花影幾枝叉(화영기지차) : 꽃 그림자 몇 가지로 갈라지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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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下獨酌(화하독작)-丁若鏞(정약용) 꽃 아래서 혼자 술 마시며-丁若鏞(정약용)
烏帽秋風裏(오모추풍리) : 가을바람 속에 모자 쓰고 蕭然坐菊花(소연좌국화) : 국화 앞에 쓸쓸히 앉아 본다. 絶憐幽艶色(절련유염색) : 그윽이 풍기는 예쁜 색깔이 너무 좋아 能慰寂寥家(능위적요가) : 고적한 사람을 위로해준다 黃擺輝輝日(황파휘휘일) : 빛나는 태양 아래 누렇게 널려 있어 紅吹澹澹霞(홍취담담하) : 담담한 노을빛에 붉은 꽃잎 날아든다. 石公今不見(석공금불현) : 이제 석공은 보이지 않고 淸影任橫斜(청영임횡사) : 해맑은 그림자만 비스듬히 비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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登淸心樓(등청심루)-丁若鏞(정약용) 청심루에 올라-丁若鏞(정약용)
楊柳堤頭畫閣淸(양류제두화각청) : 버드나무 우거진 뚝 위에 단청한 누각 산뜻하고 澄江一面錦紋平(징강일면금문평) : 맑은 강 수면에 비단물결 고요하도다 黃驪寶馬波無跡(황려보마파무적) : 황려보마 헤엄쳐도 물결에 마무 흔적도 없고 玄鶴仙人洞有名(현학선인동유명) : 검은 학 탄 신선은 고을 이름으로 남아있도다 斷港經春芳草遍(단항경춘방초편) : 봄 지난 가파른 강기슭에 향기로운 풀 가득하고 晴煙送雨遠帆明(청연송우원범명) : 비 개이고 안개 걷혀 먼 돛단배 뚜렷이 보인다 漁村薄酒難成醉(어촌박주난성취) : 어촌의 탁주잔에 취한 기운 돌지 않는데 西北浮雲動客情(서북부운동객정) : 서북 하늘 뜬구름은 나그네 마음 흔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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述志2(술지2)-丁若鏞(정약용) 내 품은 뜻은-丁若鏞(정약용)
嗟哉我邦人(차재아방인) : 아, 우리나라 사람들 애닯아라 辟如處囊中(벽여처낭중) : 주머니 속에 처한 듯하도다 三方繞圓海(삼방요원해) : 삼면으로 바다에 에워싸여 北方縐高崧(북방추고숭) : 북방애는 산맥이 누르고 있도다 四體常拳曲(사체상권곡) : 사지를 항상 펴지 못하니 氣志何由充(기지하유충) : 기상과 마음을 어찌 채울 수 있을까 聖賢在萬里(성현재만리) : 성현은 만 리 먼 곳에 있으니 誰能豁此蒙(수능활차몽) : 누가 능히 이 몽매함 밝혀 줄까 擧頭望人間(거두망인간) : 고개 들고 온 세상 바라보아도 見鮮情瞳曨(견선정동롱) : 보이는 것 드물고 마음만 답답하도다 汲汲爲慕傚(급급위모효) : 남의 것 모방하기 급급하고 未暇揀精工(미가간정공) : 결점은 미처 정밀히 따지지 못하네 衆愚捧一癡(중우봉일치) : 여러 바보들 한 천치를 치켜세워 裾唅令共崇(거함령공숭) : 왁자지껄 함께 받들게 된다네. 未若檀君世(미약단군세) : 단군 시재보다 못하나니 質朴有古風(질박유고풍) : 그 때는 질박하고 고풍이 있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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述志1(술지1)-丁若鏞(정약용) 내 품은 뜻은-丁若鏞(정약용)
弱歲游王京(약세유왕경) : 어린시절 서울에서 놀다가 結交不自卑(결교부자비) : 친구 교제 비겁하지 않았다네 但有拔俗韻(단유발속운) : 속기 벗은 운치 있어 斯足通心期(사족통심기) : 이점이 속마음과 통할 수 있었다네 戮力返洙泗(륙력반수사) : 힘 다해 공맹의 도 따르고 不復問時宜(불복문시의) : 두 번 다시 세상을 묻지 않았다네 禮義雖暫新(예의수잠신) : 예의를 비록 잠깐 차렸으나 尤悔亦由玆(우회역유자) : 허물을 후회함이 이에서 또한 생겼다네 秉志不堅確(병지불견확) : 지닌 뜻 확고하지 않으면 此路寧坦夷(차로영탄이) : 내 걷는 이 길이 어찌 순탄하리오 常恐中途改(상공중도개) : 항상 중도에 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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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暮(세모)-丁若鏞 (정약용) 한해가 저무는데-丁若鏞 (정약용)
歲暮樓山雪正深(세모루산설정심) : 세모라 누산에 눈이 한창 쌓였는데 絶無車馬到溪陰(절무차마도계음) : 시내 개울이 깊어 찾는 말과 수레 하나 없네. 恒存洒脫塵埃氣(항존쇄탈진애기) : 세상 벗어날 생각 항상 가지고 遂有硏窮宇宙心(수유연궁우주심) : 마침내 우주의 진리 탐구할 마음 생기었네. 富貴極天終有盡(부귀극천종유진) : 하늘에 닿는 부귀도 아할 때가 있고 風煙滿地可相尋(풍연만지가상심) : 땅에 가득한 바람과 안개 찾아봄도 좋겠네. 休將妄念商量去(휴장망념상량거) : 헛된 마음 갖고 함부로 생각 말고 未信奇材老鄧林(미신기재노등림) : 뛰어난 인재 등림에서 늙는 것 믿지 못하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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憶李兄(억이형)-丁若鏞(정약용) 이형을 생각하며-丁若鏞(정약용)
陂塘秋水夜生涼(피당추수야생량) : 비탈 저수지의 가을 물에 밤기운 서늘하고 西北天高雲氣揚(서북천고운기양) : 서북방 높은 하늘 구름도 걷히었다. 水面荷花千萬朶(수면하화천만타) : 물위의 연꽃은 천만 송이 피어나는데 與誰臨賞作年芳(여수임상작년방) : 나는 누구와 즐기며 올 해의 추억을 만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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宿荷潭(숙하담)-丁若鏞(정약용) 하담에서 묵으며-丁若鏞(정약용)
惆悵西歸櫂(추창서귀도) : 서글퍼라, 서로 돌아가는 배여 微茫已七年(미망이칠년) : 어느새 칠년 세월 아득하구나. 緇冠今突爾(치관금돌이) : 지금은 치포관을 우뚝 쓰고 華蓋獨翩然(화개독편연) : 마차의 덮개 홀로 펄펄 날린다. 宿草纏初雪(숙초전초설) : 묵은 풀은 첫눈에 얽히고 高檆冪暮煙(고檆멱모연) : 저녁연기 높은 삼나무를 덮는다. 啁啾有棲雀(조추유서작) : 둥지에 깃든 참새들이 짹짹거리고 那禁涕漣漣(나금체련련) : 흐르는 눈물 어찌 금할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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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우(久雨)-정약용(丁若鏞) 장마비-정약용(丁若鏞)
窮居罕人事(궁거한인사) : 궁하게 사노라니 찾는 사람 없어 恒日廢衣冠(항일폐의관) : 항상 의관도 갖추지 않고 살았네. 敗屋香娘墜(패옥향낭추) : 낡은 집엔 향낭각시 떨어져있고 荒畦腐婢殘(황휴부비잔) : 황량한 들판에 팥꽃만 시들어 있네 睡因多病減(수인다병감) : 병 많아 잠마저 줄어들고 愁賴著書寬(수뢰저서관) : 글 짓는 일로써 수심을 달래본다 久雨何須苦(구우하수고) : 장마가 지루한들 어찌 괴롭다하리 晴時也自歎(청시야자탄) : 날이 개어도 스스로 탄식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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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津漁歌4(탐진어가4)-丁若鏞(정약용) 탐진어가-丁若鏞(정약용)
楸洲船到獺洲淹(추주선도달주엄) : 추자도 장사배가 고달도에 이르러 滿載耽羅竹帽簷(만재탐라죽모첨) : 제주도 죽모첨을 가득 싣고 왔네 縱道錢多能善賈(종도전다능선고) : 돈 잘 버는 장사라 말들하지만 鯨波無處得安恬(경파무처득안념) : 곳곳에 고래 같은 파도치니 어찌 마음 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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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津漁歌3(탐진어가3)-丁若鏞(정약용) 탐진어가-丁若鏞(정약용)
松燈照水似朝霞(송등조수사조하) : 관솔불이 물에 비춰 아침노을 같고 鱗次筒兒植淺沙(린차통아식천사) : 모래뭍에는 대나무 홈통들이 고기비늘처럼 꽂혀있네 莫遣波心人影墮(막견파심인영타) : 물속에 사람의 그림자 비춰들게 하지 마오 怕他句引赤胡鯊(파타구인적호사) : 공연히 큰 상어 불러올까 두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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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津漁歌2(탐진어가2)-丁若鏞(정약용) 탐진어가-丁若鏞(정약용)
三汛纔廻四汛來(삼신재회사신래) : 새물 겨우 잦아들면 네물이 밀려와 鵲漊波沒舊漁臺(작루파몰구어대) : 까치 파도의 물결이 어대였던 곳을 덮어버리네 漁家只道江豚好(어가지도강돈호) : 어촌에서는 복어만 좋다고 하여 盡放鱸魚博酒杯(진방로어박주배) : 농어를 죄다 값 싼 술과 바꿔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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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津漁歌1(탐진어가1)-丁若鏞(정약용) 탐진어가-丁若鏞(정약용)
桂浪春水足鰻鱺(계랑춘수족만려) : 계량 봄물에 뱀장어 많고 橕取弓船漾碧漪(탱취궁선양벽의) : 활선에 몸을 싣고 양양한 푸른 물결 지나간다 高鳥風高齊出港(고조풍고제출항) : 높새바람 높이 불고, 배는 일제히 출항하여 馬兒風緊足歸時(마아풍긴족귀시) : 만선으로 돌아 올 때, 마파람 몰아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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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津農歌5(탐진농가5)-丁若鏞(정약용) 탐진농가-丁若鏞(정약용)
秧雇家家婦女狂(앙고가가부녀광) : 집집마다 모내기 품으로 여자들이 미친 듯 바빠 不曾刈麥助盤床(불증예맥조반상) : 보리 베는 남편의 일도 도우려 하지 않는다네 輕違李約趍張召(경위이약추장소) : 이씨네 약속 가볍게 어기고 장씨네 부름 따라가니 自是錢秧勝飯秧(자시전앙승반앙) : 이 때부터 돈모가 밥모보다 낫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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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津農歌4(탐진농가4)-丁若鏞(정약용) 탐진농가-丁若鏞(정약용)
穮蔉從來不用鋤(표곤종래불용서) : 종래에는 김매고 북주기에 호미 쓰지 않고 手搴稂莠亦須除(수건랑유역수제) : 잡초 뽑을 때도 뿌리까지 뽑지 못 했네 那將亦脚蜞鍼血(나장역각기침혈) : 다리에 방개 붙어 침을 쏘아 흐르는 피, 이를 어쩌나 添繪銀臺遞奏書(첨회은대체주서) : 이 피로 그린 그림, 주서 대신 은대에 올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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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津農歌3(탐진농가3)-丁若鏞(정약용) 탐진농가-丁若鏞(정약용)
洌水之間丈二鍬(렬수지간장이초) : 한강변에 두 길 되는 가래는 健夫齊力苦酸腰(건부제력고산요) : 장정이 힘을 다해도 호리가 아프다는데 南童隻手持短鍤(남동척수지단삽) : 남쪽 아이들 한 손에 가래 잡고 容易治畦引灌遼(용이치휴인관요) : 쉽게 논 갈고 물대기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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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津農歌2(탐진농가2)-丁若鏞(정약용) 탐진농가-丁若鏞(정약용)
稻田洩水須種麥(도전설수수종맥) : 논에 물 뺀 뒤에는 보리를 심어야 하고 刈麥卽時還揷秧(예맥즉시환삽앙) : 보리를 베고 난 후에는 바로 모내기 하세 不肖一日休地力(불초일일휴지력) : 땅의 힘을 하루라도 놀리지 말고 四時嬗變色靑黃(사시선변색청황) : 철따라 청색, 황색으로 아름답게 변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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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津農歌1(탐진농가1)-丁若鏞(정약용) 탐진농가-丁若鏞(정약용)
臘日風薰雪正晴(﨟일풍훈설정청) : 섣달 납일에 훈풍 부니 눈이 개이고 籬邊札札曳犂聲(리변찰찰예리성) : 울타리 밖에는 쟁기 끄는 소리 主翁擲杖嗔傭懶(주옹척장진용라) : 주인 영감 몽둥이 내던지며 머슴에게 화를 내며 今歲纔翻第二耕(금세재번제이경) : 두 번 갈이를 이제야 시작한다고 호통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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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津村謠5(탐진촌요5)-丁若鏞(정약용) 탐진촌요-丁若鏞(정약용)
水田風起麥波長(수전풍기맥파장) : 논에 바람이니 보리밭이 물결치고 麥上場時稻揷秧(맥상장시도삽앙) : 보리타작할 때에 모내기 시작되네 菘菜雪天新葉綠(숭채설천신엽녹) : 배추는 눈 내리는 날에 파랗게 새잎 나고 鷄雛蜡月嫩毛黃(계추사월눈모황) : 섣달에 깐 병아리는 노란 털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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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津村謠4(탐진촌요4)-丁若鏞(정약용) 탐진촌요-丁若鏞(정약용)
崩城敗壁枕寒丘(붕성패벽침한구) : 차가운 언덕 위, 무너진 성벽 鐃吹黃昏古礎頭(뇨취황혼고초두) : 황혼에 주춧돌에 징소리 울려온다 諸島年年空斫木(제도년년공작목) : 해마다 여러 섬에 헛되이 나무만 찍어내고 無人重建聽潮樓(무인중건청조누) : 청조루 누각을 중건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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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津村謠3(탐진촌요3)-丁若鏞(정약용) 탐진촌요-丁若鏞(정약용)
海岸篔簹百尺高(해안운당백척고) : 해안가 왕대나무 백 척이나 되었는데 如今不中釣船篙(여금불중조선고) : 지금은 낚싯배의 상앗대도 못 하겠네 園丁日日培新笋(원정일일배신순) : 정원사들 날마다 새 죽순 길러내어 留作朱門竹瀝膏(유작주문죽력고) : 대궐에 진상할 죽력제 약제를 만든 탓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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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津村謠2(탐진촌요2)-丁若鏞(정약용) 탐진촌요-丁若鏞(정약용)
山茶接葉冷童童(산다접엽냉동동) : 동백나무에 달린 잎사귀 차갑고 싱싱한데 雪裏花開鶴頂紅(설리화개학정홍) : 눈 속에 꽃이 피어 학 머리처럼 붉도다 一自甲寅鹽雨後(일자갑인염우후) : 갑인 어느 하루 소금 비 맞은 후엔 朱欒黃盡櫾枯叢(주란황진요고총) : 등자나무 유자나무 색 다 바래고 마른 나무 다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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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津村謠1(탐진촌요1)-丁若鏞(정약용) 탐진촌요-丁若鏞(정약용)
樓犁嶺上石漸漸(루리영상석점점) : 누리령 고개위에 돌 우뚝 솟아 長得行人淚酒沾(장득행인루주첨) : 길이 행인들 술에 눈물 떨군다 莫向月南瞻月出(막향월남첨월출) : 남쪽으로 달 향해, 달 떠는 것 보지마오 烽烽都似道峰尖(봉봉도사도봉첨) : 봉마다 도봉산 봉우리인양 뾰족하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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客中書懷(객중서회)-丁若鏞(정약용) 나그네 속마음-丁若鏞(정약용)
北風吹我如飛雪(북풍취아여비설) : 북풍이 흰눈처럼 날리어 내게 불어오고 南抵康津賣飯家(남저강진매반가) : 나는 남으로 강진 땅 주막에 와있네 幸有殘山遮海色(행유잔산차해색) : 다행히 산들이 바다를 가려주고 好將叢竹作年華(호장총죽작연화) : 대나무 숲 해마다 꽃처럼 아름다워지네 衣綠地瘴冬還減(의녹지장동환감) : 당 풍토병이 심하여 옷은 겨울에 더 벗어야하고 酒爲愁多夜更加(주위수다야갱가) : 근심이 많아 밤에는 더욱 술을 마시네 一事纔能消客慮(일사재능소객려) : 나그네 수심을 삭여주는 한 가지 일 山茶已吐臘前花(산다이토납전화) : 동백나무 이미 붉은 꽃을 토해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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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年得家書(신년득가서)-丁若鏞(정약용) 새해에 고향집 편지를 받고-丁若鏞(정약용)
歲去春來漫不知(세거춘래만부지) : 세월이 흘러, 봄이 온 것도 알지 못하고 鳥聲日變此堪疑(조성일변차감의) : 새소리 날마다 변하니 이 무슨 일인가 했네 鄕愁値雨如虅蔓(향수치우여등만) : 봄비에 고향생각 등나무 덩굴같이 헝클어지고 瘦骨輕寒似竹枝(수골경한사죽지) : 수척한 나의 몰골 작은 추위에도 대나무처럼 말랐네 厭與世看開戶晩(염여세간개호만) : 세상일 보기 싫어 늦게야 문을 열고 知無客到惓衾遲(지무객도권금지) : 찾는 손님 없으니 이불 개기 귀찮아라 兒曹也識鎖閑法(아조야식쇄한법) : 고향의 아들 쇄한법을 알아보고 鈔取醫書付一鴟(초취의서부일치) : 의서 뽑아 한질을 부쳐왔네 千里傳書一小奴(천리전서일소노) : 하인은 천리 먼 길 편지를 전해오니 短檠茅店獨長吁(단경모점독장우) : 주막 등잔 아래 홀로 앉아 길게 탄식하네 稚兒學圃能懲父(치아학포능징부) : 어린 아이 농사 배워 아비를 징계하고 病婦緶衣尙愛夫(병부편의상애부) : 병든 아내 옷을 지어 아직도 나를 생각하네 憶嗜遠投紅穤飯(억기원투홍穤반) : 내 식성 알아서 찹쌀을 보내주니 救飢新賣鐵投壺(구기신매철투호) : 굶주림 면하려 새로 철투호도 팔았다네 旋裁答札無他語(선재답찰무타어) : 즉석에서 답장편지 무슨 말을 더 할까 飭種桑염數百株(飭種桑염수백주) : 뽕나무 수백 그루 정성들여 심어라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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驚雁(경안)-丁若鏞(정약용) 기러기-丁若鏞(정약용)
銅雀津西月似鉤(동작진서월사구) : 동작나루 서쪽에 갈고리 같은 초승달 一雙驚雁度沙洲(일쌍경안도사주) : 기러기 한 쌍 모래톱을 날아간다 今宵共宿蘆中雪(금소공숙로중설) : 오늘밤은 갈대밭 눈 속에서 자나 明日分飛各轉頭(명일분비각전두) : 내일은 자기 길로 나뉘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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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樓夕坐(산루석좌)-丁若鏞(정약용) 산속 누대에 저적에 혼자 앉아-丁若鏞(정약용)
山樓角歇度昏鴉(산루각헐도혼아) : 피리소리 끊어진 산 속 누각, 황혼 녘 까마귀 날고 獨立庭心見露華(독립정심견노화) : 뜰에 나 혼자 이슬 꽃을 바라본다 風裏疎篁交碎月(풍이소황교쇄월) : 바람 부는 성긴 대숲에 이리저리 달빛 부서지고 雨餘殘菊臥開花(우여잔국와개화) : 비 온 뒤라 남은 국화 넘어진 채 다시 꽃피네 香糕薦廟思京國(향고천묘사경국) : 햇곡식으로 빚은 떡 사당에 올리니, 서울생각 간절하고 濁酒招隣羨野家(탁주초인선야가) : 막걸리로 이웃 부르니, 시골집이 부럽구나 我昔漢陽城裏住(아석한양성이주) : 나 지난 날 한양성에 살았는데 不知何事到天涯(부지하사도천애) : 무슨 일로 머나 먼 곳, 이곳에 와 있는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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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笑(자소)-丁若鏞(정약용) 나를 비웃으며-丁若鏞(정약용)
自笑吾生鬢未班(자소오생빈미반) : 우습다, 내 인생 반백도 되기 전에 太行車轍苦間關(태행거철고간관) : 험한 태행산 올라가는 수레 같아, 고비마다 괴로워라 破書千卷入金闕(파서천권입금궐) : 천권의 책을 읽어 대궐에 들었으나 買宅一區留碧山(매댁일구유벽산) : 지금은 집 한 채 마련하여 푸른 산골에 머문다네 形與影隣來海上(형여영인래해상) : 외로운 몸 나 혼자 바닷가로 오니 謗隨名至滿人間(방수명지만인간) : 비방이 이름 따라 와 세상에 가득하네 小樓値雨成高臥(소루치우성고와) : 비를 만나 작은 누대에 높이 누우니 似是馬曹終日閑(사시마조종일한) : 곧 마부들 조일토록 너무도 편안해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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歎貧(탄빈)-丁若鏞(정약용) 가난을 탄식하네-丁若鏞(정약용)
請事安貧語(청사안빈어) : 일마다 안빈낙도 청해도 貧來却未安(빈래각미안) : 가난해 지니 편하지 않네 妻咨文采屈(처자문채굴) : 마누라 바가지에 얼굴빛 비굴해지고 兒餒敎規寬(아뇌교규관) : 아이들 굶주림에 엄하게 못 하겠네 花木渾蕭颯(화목혼소삽) : 꽃과 나무 확연히 쓸쓸해지고 詩書摠汗漫(시서총한만) : 시 짓고 글 읽는 것, 모두 지루해 陶莊籬下麥(도장리하맥) : 기와집 울타리 아래 쌓인 보리도 好付野人看(호부야인간) : 좋게 말하여 시골 사람들 눈요기라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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宿汀村(숙정촌)-丁若鏞(정약용) 강 마을에 묵으며-丁若鏞(정약용)
落日凄凄盡(락일처처진) : 지는 해 쓸쓸히 넘어가고 春江泯泯流(춘강민민류) : 봄 강물은 민민히 흘러간다 風微魚更食(풍미어갱식) : 바람은 하늘하늘 고기는 다시 입질하고 林黑鳥爭投(임흑조쟁투) : 숲은 어두워지고 새들은 둥지 찾아 날아든다 宿纜依蒲岸(숙람의포안) : 부들 가득한 강 언덕엔 고깃배 매여 있고 荒蹊間麥疇(황혜간맥주) : 거칠어진 작은 길 사이로 보리밭 보이네 望門還暫立(망문환잠립) : 사립문 바라보고 잠깐 우두커니 서서보니 村色信淸幽(촌색신청유) : 시골 풍경은 정말로 맑고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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過景陽池(과경양지)-丁若鏞(정약용) 경양지를 자나며-丁若鏞(정약용)
雜樹臨官道(잡수임관도) : 잡목 우거진 곳에서 국도를 보니 芳池近驛樓(방지근역루) : 역루 가까이에 방초 우거진 못 있네 照顔春水遠(조안춘수원) : 아득히 넓은 봄 못물에 얼굴 비춰보니 隨意晩雲浮(수의만운부) : 저녁 구름도 제 뜻대로 두둥실 떠 있네 竹密妨行馬(죽밀방행마) : 대나무 울창하여 말 지나기 어렵고 荷開合泛舟(하개합범주) : 연꽃이 활짝 피어 뱃놀이 제격이네 弘哉灌漑力(홍재관개역) : 대단하구나, 관개 사업의 힘이여 千畝得油油(천무득유유) : 천 이랑 논들이 기름지게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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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雲(백운)-丁若鏞(정약용) 백운-丁若鏞(정약용)
秋風吹白雲(추풍취백운) : 가을바람 불어 흰 구름 흩어져 碧落無纖蘙(벽락무섬예) : 푸른 하늘엔 티끌 한 점 없구나 忽念此身輕(홀념차신경) : 갑자기 몸 가벼워진 것 같아 飄然思出世(표연사출세) : 가벼이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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篙工歌(고공가)-丁若鏞(정약용) 사공의 노래-丁若鏞(정약용)
我本山中採藥翁(아본산중채약옹) : 나는 원래 산속에서 약 캐는 늙은이 偶來江上爲篙工(우래강상위고공) : 우연히 강에 와 사공이 되었소 西風吹斷西江道(서풍취단서강도) : 서풍이 불어 서쪽 강 길이 끊겨 却向東江遇東風(각향동강우동풍) : 이제 동으로 가려다 동풍을 만나소 豈其風吹故違我(기기풍취고위아) : 어찌 바람이 불어 내 뜻을 어기랴 我自不與風西東(아자불여풍서동) : 내 스스로 바람의 동서를 같이하지 못한 것이라네 已焉哉莫問風非與我是(이언재막문풍비여아시) : 아, 바람은 그릇되고 내가 옳은지 묻지 말라 不如採藥還山中(불여채약환산중) : 약 캐러 다시 산으로 돌아감만 못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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遣興(견흥)-丁若鏞(정약용) 흥에 겨워-丁若鏞(정약용)
蠻觸紛紛各一偏(만촉분분각일편) : 함부로 다투며 각자 고집 피웠네 客愁深念淚汪然(객수심념루왕연) : 객지의 나그네 서러워 눈물이 절로 나네 山河擁塞三千里(산하옹색삼천리) : 산하는 옹색하여 삼천리 風雨交爭二百年(풍우교쟁이백년) : 비바람 세월 이백년을 서로 싸웠네 無限英雄悲失路(무한영웅비실로) : 무수한 영웅호걸 길 잃어 서러워하고 幾時兄弟恥爭田(기시형제치쟁전) : 몇 번이나 형제들은 재산을 다투었는가 若將萬斛銀潢洗(약장만곡은황세) : 만약에 온갖 재물 은하수 맑은 물에 씻을 수 있다면 瑞日舒光照八埏(서일서광조팔연) : 저 성스러운 햇빛으로 온 누리를 밝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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遣憂十二章(견우십이장)-丁若鏞(정약용) 근심을 보내다-丁若鏞(정약용)
1장 鳧吏未必偏(부리미필편) : 부리가 반드시 외진 지역이 아니고 震朝未必中(진조미필중) : 전조가 꼭 중앙인 것도 아니어라. 團團一丸土(단단일환토) : 둥글고 둥근 땅 덩어리 本自無西東(본자무서동) : 본래는 서쪽도 동쪽도 없는 것이네.
2장 盡茹天下書(진여천하서) : 천하 서적을 다 소화하고 竟欲吐周易(경욕토주역) : 주역으로 나타내려 했는데 天欲破其慳(천욕파기간) : 하늘이 내가 아끼는 것 깨뜨리려 賜我三年謫(사아삼년적) : 나에게 삼년 귀양살이를 주었구나.
3장 有天容我頂(유천용아정) : 하늘 있어 내 머리 놀릴 수 있고 有地容我足(유지용아족) : 땅이 있어 내 발도 놀릴 수 있도다. 有水兼有穀(유수겸유곡) : 물이 있고 곡식도 있어서 自來充我腹(자래충아복) : 언제든지 스스로 내 배는 채운다네.
4장 富貴固一夢(부귀고일몽) : 부귀도 원래 한 꿈속이요 窮阨亦一夢(궁액역일몽) : 곤궁과 재앙도 똑같이 꿈이로다. 夢覺斯已矣(몽각사이의) : 꿈에서 깨고 나면 그뿐인 것을 六合都一弄(육합도일농) : 육합이라는 이 모던 것 하나의 장난거리인 것을.
5장 歷數世間累(력수세간누) : 이 세상 어려움 하나하나 헤아려 보면 妻孥居上頭(처노거상두) : 아내와 자식들이 최고 걸림돌이도다. 誰知出家者(수지출가자) : 누가 알랴 집을 나온 자 浩蕩成玆遊(호탕성자유) : 이리도 호탕하게 놀 수 있는 것을
6장 塗豕故相逐(도시고상축) : 흙밭 돼지와도 상종 하고 糞蛆方自甘(분저방자감) : 똥구더기라도 이제 달게 여기는데 毛嬙與淳母(모장여순모) : 모장이나 순모야 且置不須談(차치불수담) : 그냥 둬야지 반드시 말 할 필요도 없으니.
7장 登高常慮墜(등고상려추) : 높은 데 오르면 항상 떨어질까 염려되고 旣墜心浩然(기추심호연) : 떨어지고 나면 마음 오히려 후련해지는구나. 仰見軒冕客(앙견헌면객) : 초헌 타고 의관 갖춘 자들 쳐다보면 纍纍方倒懸(류류방도현) : 위태로워 거꾸로 매달린 것 같도다.
8장 富貴以行惡(부귀이행악) : 부유함과 존귀함으로 나쁜 짓 하는 것 猶如虎傅翼(유여호부익) : 호랑이에게 날개를 붙여준 셈이어라. 吾今鳥鎩翮(오금조쇄핵) : 나는 지금 깃 잘린 새가 되어 寡虐以爲德(과학이위덕) : 조금 사납게 구는 것으로 덕 삼는다네.
9장 君看食魚者(군간식어자) : 고기 먹는 사람을 그대는 보았지요 味毒俱入腹(미독구입복) : 맛과 함께 독까지 먹는 것이라네. 旣不享其味(기불향기미) : 그 맛을 즐기지 않는다면 亦不吐其毒(역불토기독) : 그 독을 토하지도 않을 것이네.
10장 孩兒無故啼(해아무고제) : 어린 아이 까닭 없이 울고 無故孩然笑(무고해연소) : 까닭 없이 어린 아이 해죽 웃기도 한다 歡戚本無故(환척본무고) : 기쁘고 슬픈 건 본래 까닭이 없는 것 年齡有長少(년령유장소) : 나이만 어른 애가 있을 뿐이라네.
11장 未展人常惜(미전인상석) : 뜻을 못 폈을 땐 사람들이 아껴주다가 旣施人議短(기시인의단) : 일단 써 보이면 사람들은 단점만 말하는구나. 所以巢許倫(소이소허윤) : 그래서 소보 허유 무리들이 掉頭就閒散(도두취한산) : 머리를 흔들고 일을 맡지 않고 한가히 산다네.
12장 民飢不我怨(민기불아원) : 백성들이 굶주려도 나를 원망치 않을 것이고 民頑我不知(민완아부지) : 백성들이 무지해도 나는 모른다네. 後世論我曰(후세논아왈) : 후세에 나를 논하여 말하기를 得志必有爲(득지필유위) : 뜻대로 되었다면 반드시 무언가 했으리라고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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憂來十二章(우래십이장)-丁若鏞(정약용) 근십십이장-丁若鏞(정약용)
1장 弱齡思學聖(약령사학성) : 어려서는 성인이 되고 싶었고 中歲漸希賢(중세점희현) : 중년에 와 점점 현자라도 바랐는데 老去甘愚下(노거감우하) : 늙어서는 하우도 감수하고 있으니 憂來不得眠(우래부득면) : 그 걱정으로 잠 못 자겠네.
2장 不生宓羲時(불생복희시) : 복희 시대에 태어나지 못해 無由問宓羲(무유문복희) : 복희에게 물을 길이 없고 不生仲尼世(불생중니세) : 공자님 시절에 태어나지 못해 無由問仲尼(무유문중니) : 중니에게 물을 방법도 없도다.
3장 一顆夜光珠(일과야광주) : 한 알의 야광주를 偶載賈胡舶(우재가호박) : 우연히 오랑캐 장삿배에 실었다가 中洋遇風沈(중양우풍침) : 바다 중앙에 풍파 만나 침몰되어 萬古光不白(만고광불백) : 만고토록 그 빛 빛나지 않네..
4장 唇焦口旣乾(진초구기건) : 입술 타고 입은 이미 말라 舌敝喉亦嗄(설폐후역사) : 혀도 갈라지고 목도 다 쉬었네. 無人解余意(무인해여의) : 내 마음 아는 자 아무도 없고 駸駸天欲夜(침침천욕야) : 너울너울 밤만 오려고 하는구나.
5장 醉登北山哭(취등북산곡) : 취해 북산에 올라 통곡하니 哭聲干蒼穹(곡성간창궁) : 통곡소리 하늘로 오르네. 傍人不解意(방인불해의) : 곁 사람들 속도 모르고 謂我悲身窮(위아비신궁) : 나 더러 신세 궁해 슬퍼한다 하는구나.
6장 酗誶千夫裏(후수천부리) : 술에 취해 떠드는 천 명 속에서 端然一士莊(단연일사장) : 단아하게 선비 한 사람 앉아있구나. 千夫萬手指(천부만수지) : 그 천 명 만 손가락 모두가 손가락질하며 謂此一夫狂(위차일부광) : 이 한 선비 미쳤다고 말을 한다네.
7장 無可奈何老(무가나하노) : 늙어가는 것을 어찌 할까 無可奈何死(무가나하사) : 어쩔 수 없이 죽어야지 一死不復生(일사불복생) : 한번 죽으면 다시 태어나지 못하는데 人間天上視(인간천상시) : 인간 세상을 천상으로 알고 있는가.
8장 紛綸眼前事(분륜안전사) : 헝클어진 눈앞의 일들 無一不失當(무일불실당) : 옳게 된 것 하나도 없는데 無緣得整頓(무연득정돈) : 그를 정리할 길이 하나 없어 撫念徒自傷(무념도자상) : 깊이 생각하면 마음만 아프다오.
9장 以心爲形役(이심위형역) : 마음을 육신 노예 삼았다고 淵明亦自言(연명역자언) : 도연명도 스스로 말을 했지만 百戰每百敗(백전매백패) : 백 번 싸워야 백 번 다 지니 自視何庸昏(자시하용혼) : 이 몸 왜 이리 멍청한지.
10장 太陽疾飛靃(태양질비확) : 태양이 날아가는 소리같이 빠르고 銃丸不能追(총환불능추) : 총알도 따를 수가 없다네. 無緣得攀駐(무연득반주) : 그를 잡아맬 길이 없어 念此腸內悲(염차장내비) : 이를 생각하면 슬프기만 하구나.
11장 虎狼食羊羖(호랑식양고) : 범과 이리는 어린양을 잡아먹고 朱血膏吻唇(주혈고문진) : 붉은 피가 입술에 낭자하구나. 虎狼威旣立(호랑위기립) : 범과 이리 위세가 이미 당당하여 狐ꟙ贊其仁(호토찬기인) : 여우 토끼는 인자하다고 하는구나.
12장 榮榮小桃樹(영영소도수) : 예쁘고 조그마한 복사나무 方春花滿枝(방춘화만지) : 봄철이면 가지마다 꽃이지만 歲暮有摧折(세모유최절) : 저물어 이리저리 꺾이고 나면 蕭蕭非故姿(소소비고자) : 쓸쓸하기 옛 자태 결코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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登瑞石山(등서석산)-丁若鏞(정약용) 서석산에 올라-丁若鏞(정약용) 瑞石衆所仰(서석중소앙) : 석산은 뭇사람이 우러르는 곳 厜㕒有古雪(수㕒유고설) : 높이 솟아 해묵은 눈이 아직 남아있다. 不改渾沌形(불개혼돈형) : 태고 적의 형상 고치지 않고 眞積致峻巀(진적치준찰) : 쌓고 쌓아 우뚝하구나. 諸山騁纖巧(제산빙섬교) : 주위의 여러 산은 정교하고 刻削露骨節(각삭노골절) : 깎고 새겨 뼈가 드러났구나. 將登邈無階(장등막무계) : 올라오려 할 때는 층계도 없더니 及遠知卑列(급원지비열) : 멀리 오자 산하가 낮음을 알겠네. 僻行皭易顯(벽행작이현) : 모난 행동 간단히 드러나지만 至德闇難別(지덕암난별) : 지극한 덕 덮여 분별이 어려워라. 愛茲磅礴質(애자방박질) : 사랑스러워라, 이 산의 충만한 본질 涵蓄靳一洩(함축근일설) : 고스란히 머금어 빈틈이 없구나. 雷雨不受鏟(뢰우불수산) : 천둥과 폭우에도 깎이지 않아 謹保天所設(근보천소설) : 조물주 만든 그대로구나. 自然有雲霧(자연유운무) : 자연히 구름 안개 피어 나 時滄下土熱(시창하토열) : 때때로 푸른 바다 아래 땅의 열기 식혀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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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좌음(獨坐吟)-정약용(丁若鏞) 혼자 앉아서-정약용(丁若鏞)
世云棄我我忘身(세운기아아망신) : 세상 나를 버리고, 나는 내 몸 잊었구나 七尺浮沈付與人(칠척부심부여인) : 일곱 자 내 몸을 남에게 맡겨 버리는가 偶落江湖明月夜(우락강호명월야) : 밝은 달밤, 우연히 강 호수에 나오니 水晶界上不生塵(수정계상불생진) : 수정 같은 세계에는 먼지 하나 생기지 않아 村南村北百花光(촌남촌북백화광) : 마을 남북쪽에 온갖 꽃이 활짝 피어 翁意逢春欲變郞(옹의봉춘욕변랑) : 늙은이가 봄을 만나 소년이 되고 싶구나 笑問壚婆連日債(소문로파연일채) : 선술집 노파에게 연일 진 빚 웃으며 물으며 鷄毛筆記枕邊牆(계모필기침변장) : 닭털 붓으로 베개 머리 벽에다 적어두노라 從古脩名向此求(종고수명향차구) : 예로부터 좋은 명성을 여기에서 구하나니 窮途天許可人由(궁도천허가인유) : 하늘이 허락한 궁한 길을 사람에서 찾을까 靈均若使身榮達(영균약사신영달) : 굴원이 만일 자신이 영달을 누리게 했다면 未必離騷在案頭(미필리소재안두) : 이소경이 반드시 지어지기는 않았으리라 園收橡栗禦窮冬(원수상률어궁동) : 정원의 상수리와 밤을 거두어 겨울 대비했는데 還怪春來懶作農(환괴춘래나작농) : 도리어 이상하구나, 봄날엔 농사짓기 싫증난다 但遣村隣操耒耜(단견촌린조뢰사) : 다만 이웃 사람 보내어 쟁기 대신 잡혀 不妨忘食獨搘筇(불방망식독지공) : 식사도 잊고 홀로 지팡이 의지함을 방해마라 悲歡回互變三飧(비환회호변삼손) : 슬픔과 기쁨 서로 돌아 끼니마다 변하고 龍爛泥沙海化鯤(용란니사해화곤) : 용은 진흙에서 시들고, 바다 새는 붕새로 변한다 至竟人間無好事(지경인간무호사) : 필경에는 인간 세상에 좋은 일이 없으리니 不須招返未歸魂(불수초반미귀혼) : 돌아가 오지 못하는 넋을 불러 올 것도 없도다 樂事元來轉眼空(락사원래전안공) : 즐거운 일은 원래 순식간에 없어지고 臨分却恨有相逢(임분각한유상봉) : 헤어지며 문득 서로 만날 수 있기를 한하는구나 遙憐客散樽空後(요련객산준공후) : 아득히 가련하다, 손님들 가고난 뒤 술통은 다 비고 矮屋悲吟臥孔融(왜옥비음와공융) : 낮은 집에 홀로 누워서 슬피 글을 읊던 공융이여 曾業文章擬代耕(증업문장의대경) : 일찍이 글을 업으로 삼아 농사 대신 벼슬 하려 하였으나 誤尋徑路入愁城(오심경로입수성) : 지름길 잘못 찾아 근심의 성에 들었구나 田翁常做閑閑樂(전옹상주한한락) : 시골 늙은이는 항상 한가하고 여유 있는 것은 賴是平生不識丁(뢰시평생불식정) : 곧 평생에 고무래 정자도 모르는 무식 때문이로다 海山休說路三千(해산휴설로삼천) : 동해의 봉래산이 삼천 리 밖 있는 것 말하지 말라 已作陳人六十年(이작진인육십년) : 이미 진부한 인생 육십 평생이 다 되었도다 肯逐劉安鷄犬後(긍축유안계견후) : 즐겨 유안의 닭과 개의 뒤를 따라 金丹滿握不昇天(금단만악불승천) : 단약을 가득 쥐고 하늘에 오르지 않으리오 雨後遙山別樣孤(우후요산별양고) : 비 온 뒤의 먼 산은 유별나게 고적하니 故人天末見頭臚(고인천말견두려) : 옛 사람 하늘 끝에서 머리를 내밀었구나 雲窓做得搘頣夢(운창주득지신몽) : 구름 창에 기대어 턱 받치고 꿈꾸니 百尺樓前萬頃湖(백척루전만경호) : 백 척의 누각 앞에는 만 이랑의 호수로다 水盡南天信使稀(수진남천신사희) : 물 다한 남쪽 하늘가엔 소식도 드물어 秋來誰製芰荷依(추래수제기하의) : 가을이 오면 누가 은자의 옷을 지어주리 無因鼓枻江潭去(무인고설강담거) : 뱃전 두드리며 강호로 떠나가려니 遙唱滄浪對夕暉(요창창낭대석휘) : 석양을 마주보며 멀리 창랑가를 부르노라 騎牛不到況乘驄(기우불도황승총) : 소 탄 사람도 안 오는데 더구나 말을 탄 사람 오랴 隱几蕭然草屋中(은궤소연초옥중) : 쓸쓸히 초막집에 와상에 기대앉으니 隔紙非無寬世界(격지비무관세계) : 종이 창 밖으로 더 넓은 세계 없지 않지만 平生羞作鑽窓蜂(평생수작찬창봉) : 평생에 창문 뚫는 벌 되기는 부끄럽구나 休將言說惹賓筵(휴장언설야빈연) : 빈객이 모인 자리에서 언설을 일으키지 말고 妨我閒中撫一絃(방아한중무일현) : 한가로이 일 현금 타는 나를 방해 놓지 말아라 謂傲謂狂都任汝(위오위광도임여) : 오만하다 미쳐다 하더라도 모두 네게 맡겨 두고 西風無樹不鳴蟬(서풍무수불명선) : 가을 바람에 매미 울지 않는 나무는 없도다 平生求友少蘭金(평생구우소란금) : 평생 친구를 찾았으나 진정한 친구 드물고 身後何人識碣陰(신후하인식갈음) : 죽은 뒤에 그 누가 묘갈비 기록을 알아보리오 不爲傳玄留篋草(불위전현유협초) : 양자운처럼 상자 속에 태현경을 갖춰놓고 子雲千載待知音(자운천재대지음) : 천 년 뒤에 알아 줄 이 있길 기다리겠노라 窮居未必友朋疏(궁거미필우붕소) : 곤궁해도 꼭 친구가 멀어지지만은 않으니 將夢爲眞覺屬虛(장몽위진각속허) : 꿈을 참인 줄 알았는데 깨고 보니 허무한 처지로다 記得山中前夜雨(기득산중전야우) : 기억하건대, 산 속의 지난 밤 내린 비에 同心騎馬到階除(동심기마도계제) : 친한 친구가 말 타고 마당가에 이르렀구나 柴荊終日爲誰關(시형종일위수관) : 가시 사립문 종일토록 누굴 위해 닫아놓고 抱得群窮不放還(포득군궁불방환) : 여러 궁한 귀신들을 품에 안고 내보내지 않아 已料展禽官合黜(이료전금관합출) : 전금이 벼슬길에서 쫓겨날 줄 이미 알았도다 那堪牧犢老因鰥(나감목독로인환) : 소 먹이는 늙은이 홀아비 신세를 어찌 견디며 循階㶁㶁水悲鳴(순계괵괵수비명) : 섬돌 돌아 콸콸 흐르는 물소리 슬피 울리는구나 惆悵淸宵獨坐情(추창청소독좌정) : 서글프다, 맑은 밤에 홀로 앉은 이내 마음이여 只有空山一片月(지유공산일편월) : 오직 사람 없는 텅 빈 산에 조각달이 밝아 天涯分與故人明(천애분여고인명) : 하늘 저 편의 친구와 밝음을 나누고 있도다 今古乾坤閒靜身(금고건곤한정신) : 고금천지에 한가롭고 조용한 이내 몸 爲僧悔作下山人(위승회작하산인) : 중이 됐다가 하산한 사람 된 것을 후회하노라 春過喚醒看花夢(춘과환성간화몽) : 봄이 지난 뒤, 불러 꽃구경하는 꿈 깨어났다 一上禪牀滿地塵(일상선상만지진) : 선상에 한번 오르니 온 세상에 티끌 가득 若將煙水論嚴光(약장연수론엄광) : 강호에 은거한 일을 엄광과 논한다면 不若無名杜五郞(불약무명두오랑) : 이름 없던 저 두오랑보다 못할 것이다 一室坐來三十載(일실좌래삼십재) : 한 방에 삼십 년이나 가만히 앉아 更無一步到東牆(경무일보도동장) : 한 발짝도 동쪽 담장 밖을 나가지 않았다 吾生無用亦無求(오생무용역무구) : 나의 인생 쓸모없고, 또한 바라는 것도 전혀 없어 吾在吾廬吾自由(오재오려오자유) : 나는 내 집에서 내 자유대로 지낼 뿐인데 今日偶看庭草長(금일우간정초장) : 오늘은 우연히 뜰에 자라난 풀을 보았노라 門前無客罷梳頭(문전무객파소두) : 문전에 오는 손 없어 머리도 빗지 않으며 歸來不覺過三冬(귀래불각과삼동) : 돌아온 뒤로는 어느덧 삼동이 지났구나 我學無生兒學農(아학무생아학농) : 나는 삶이 없길 배우고 아이는 농사를 배우니 聞說錫山山路改(문설석산산로개) : 들으니, 석산에는 산길을 고쳤다하니 要尋蹊徑懶携筇(요심혜경나휴공) : 좁은 길 찾아 천천히 지팡이 끌고 간다 悠悠晨夕廢饔飧(유유신석폐옹손) : 아득한 나날을 아침저녁 끼니 폐하고 六魄如登北海鯤(육백여등북해곤) : 여섯 넋이 마치 북해의 곤어를 탄 듯하구나 出世也須無異法(출세야수무이법) : 출세하는 게 응당 다른 방법 전혀 없나니 虛無無處不神魂(허무무처불신혼) : 허무한 곳에 있으니 신령하지 않은 곳이 없구나 鬱蒸自合多陰雨(울증자합다음우) : 무더우면 저절로 장마가 많은 법 涼月淸宵不易逢(량월청소불역봉) : 서늘한 달빛 맑은 밤을 만나기 쉽지 않다 龍井玉壺天籟靜(용정옥호천뢰정) : 차와 술에는 자연의 소리 고요하고 瀟湘露下竹融融(소상로하죽융융) : 소상강 이슬 아래에는 대숲이 무성하다 婦餉新菑子出耕(부향신치자출경) : 며느리는 새밭으로 밥 내가고, 아들은 밭을 가니 山窓花木自東城(산창화목자동성) : 산창의 꽃나무들은 동성에서 피어난다 老傖已向勤中過(로창이향근중과) : 이 늙은이도 부지런히 일하며 살아 왔는데 力役初除籍上丁(력역초제적상정) : 호적상에 장정의 부역이 이제 막 면제되었구나 種桃何必歲三千(종도하필세삼천) : 어찌 씨앗하나 심는데 삼천 년이나 필요하며 一核剛投十八年(일핵강투십팔년) : 씨 하나를 심은 지 바야흐로 십팔 년이나 쓰리오 方丈小庭千尺樹(방장소정천척수) : 방장산 작은 뜰엔 천척의 나무가 있고 吾廬亦有洞中天(오려역유동중천) : 나의 집에도 또한 신선 세상이 있도다 病鶴歸來瘦影孤(병학귀래수영고) : 병든 학이 돌아오니 파리한 형상 외롭구나 濠梁淸淺照頭臚(호양청천조두려) : 호량의 맑은 물에 머리가 환히 비치니 求魚何不隨鷗鷺(구어하불수구로) : 고기를 잡는자가 어찌 갈매기를 따르지 않으리오 無數鰷鱨在五湖(무수조상재오호) : 피라미 자가사리가 오호에 무수히 많은데 我愛花紅紅便稀(아애화홍홍편희) : 나는 붉은 꽃 좋아하는데 붉은 꽃은 드물구나 經年綠暗暗人衣(경년록암암인의) : 지나온 여러 해에 녹음이 내 옷을 어둡게 하니 日光不識何時過(일광불식하시과) : 세월은 어느 새, 다 지나갔는지 도무지 모르겠노라 有客到門常落暉(유객도문상락휘) : 손이 문 앞에 이르면, 언제나 저녁 해는 지고 南隣有客繫靑驄(남린유객계청총) : 남쪽 이웃에 손님이 있어 청총마 매어두었다 京洛風光邸報中(경락풍광저보중) : 서울의 풍광이 관보 안에 실려 있으니 聽說新聞皆似舊(청설신문개사구) : 듣자 하니, 새 소식이 모두 옛 소식 같구나 南柯庭蟻午衙蜂(남가정의오아봉) : 남가군의 뜰의 개미요 일하는 벌이로다 靑樓珠箔綺羅筵(청루주박기라연) : 청루의 구슬 주렴, 화려한 비단 자리 鶯鷰爭春傍管鉉(앵연쟁춘방관현) : 관현악 연주 속에 꾀꼬리 제비가 봄을 다툰다 終歲未曾嫌寂寞(종세미증혐적막) : 한해가 다가도록 적막함을 싫어 않으니 何煩吾樹有新蟬(하번오수유신선) : 어찌 번거로이 내 나무에 새 매미 울어대는가 中天亦日耀黃金(중천역일요황금) : 중천의 붉은 태양 황금빛으로 빛나니 始見黃鸝在綠陰(시견황리재록음) : 비로소 녹음 속의 꾀꼬리를 보는구나 頭白不禁啼一句(두백불금제일구) : 머리 희어져 울음 금치 못한다는 한 글귀 去將嬌滑向知音(거장교골향지음) : 가서 좋은 소리로 친구를 향해 울어야지 力弱元來種植疏(력약원래종식소) : 힘 약해서 원래 나무 심는 일 거의 없는데 紫薇花早碧窓虛(자미화조벽창허) : 백일홍 꽃나무는 일찍 창틈에 푸르러 있구나 機心猶與蠨蛸角(기심유여소소각) : 간사한 마음 오히려 갈거미와 서로 겨루는구나 枝上牽絲自起除(지상견사자기제) : 가지 위의 거미줄을 스스로 일어나 없애나니 見說胡塵暗九關(견설호진암구관) : 듣건데, 오랑캐들 소란하여 대궐이 캄캄하니 鷦鷯何幸早知還(초료하행조지환) : 뱁새가 어이 다행히 일찍 돌아올 줄 알겠는가 鰥官似我人皆笑(환관사아인개소) : 나같이 외로운 벼슬아치를 남들이 다 비웃는다 今日方知人不鰥(금일방지인불환) : 오늘에야 비로소 사람은 외롭지 않음을 알고 三更推枕聽雷鳴(삼경추침청뢰명) : 삼경에 베개 밀쳐내고 천둥소리 듣는다 風雨南來亦動情(풍우남래역동정) : 남녘서 몰아 온 비바람에 또 마음이 움직이니 自是要將星斗洗(자시요장성두세) : 이는 본디 수많은 별들을 깨끗이 씻으려하는구나 去爭山月半輪明(거쟁산월반륜명) : 반 둥근 산 위 달과 밝음을 겨루려 함이로다 紛總總中剩此身(분총총중잉차신) : 수다히 많은 사람 중에 이 몸이 남아 돌아 不知還是鬼邪人(불지환시귀사인) : 이 몸이 귀신인지 사람인지 알지 못하겠다 憑將窓明窓暗色(빙장창명창암색) : 장차 하루하루 흐르는 세월 一刹那間了一塵(일찰나간료일진) : 어느 한순간에 한 티끌이 되고 말리라 收拾歸來冷眼光(수습귀래냉안광) : 수습하여 돌아오매 눈빛이 늙었구나 曾經塗抹做新郞(증경도말주신랑) : 일찍이 어린 시절에 신랑이 되었다가 此身已似菩提樹(차신이사보제수) : 이 몸은 이미 저 보리수와 같아 分付枝柯莫出墻(분부지가막출장) : 가지만 나눠 주고 담장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天地何嘗廢蚓鳴(천지하상폐인명) : 천지가 어찌 지렁이 울음소리 없애어 物生那得盡無情(물생나득진무정) : 모든 생물, 어찌 제 뜻을 다 펴지 못하는가 此心炯炯常如日(차심형형상여일) : 이 마음은 항상 저 태양처럼 맑아 想像重泉夜亦明(상상중천야역명) : 아마도 죽은 구천의 밤 또한 밝도다 窮老應無分外求(궁로응무분외구) : 궁한 늙은이 응당 분수 밖의 요구가 없고 霽行潦止摠悠悠(제행료지총유유) : 비 개면 가고, 비 오면 머뭄이 한가로다 光光來得光光去(광광래득광광거) : 빛나게 오고, 빛나게 가는구나 只個靑天在我頭(지개청천재아두) : 푸른 하늘만 내 머리 위에 있을 뿐 回薄天時屬大冬(회박천시속대동) : 시절이 돌고 돌아 한겨울에 이르렀구나 吾衰不復夢羲農(오쇠불부몽희농) : 이 몸 노쇠하여 복희씨 신농씨 꿈꾸지 않는다 衡門自足洋洋樂(형문자족양양락) : 초막집에서 절로 양양한 즐거움 족하니 肯向焦原更著筇(긍향초원경저공) : 어찌 다시 지팡이 짚고 불탄 언덕 향하리오 書生談治慕罋飧(서생담치모옹손) : 서생이 정치를 논하면서 끼니를 연연하니 何異南人說北鯤(하이남인설북곤) : 남쪽 사람이 북해의 곤어를 논함과 어찌 다른가 我自逍遙蚊睫上(아자소요문첩상) : 나는 스스로 모기 눈썹 위에 소요하는 자니 不敎門弟賦招魂(불교문제부초혼) : 제자들에게 <초혼부>를 짓지 않게 하여라 餘生已覺萬緣空(여생이각만연공) : 남은 생애, 이미 온갖 인연 헛되었음을 알아 媿殺今秋菊再逢(괴살금추국재봉) : 올 가을에 국화를 다시 만나 부끄럽도다 臥想黃泉團骨肉(와상황천단골육) : 생각건대 황천에 가서 혈육들이 서로 만나면 冥間應自樂融融(명간응자락융융) : 저승에서 응당 절로 즐거움이 넘치리라 本無一畝可躬耕(본무일무가궁경) : 본래 한 이랑도 몸소 농사지을 땅 없어 朶却空頣舊在城(타각공신구재성) : 헛 입맛만 다시면서 그 옛날 성 안에 있도다 一斥窮鄕身便老(일척궁향신편로) : 궁향에 한번 버려져 몸이 문득 늙고 不堪與國更充丁(불감여국경충정) : 나라 위해 다시 병사로 충원될 수도 없구나 恒沙世界渺三千(항사세계묘삼천) : 항하의 모래 세상 아득한 삼천 년 淵谷城隍遞萬年(연곡성황체만년) : 못과 골짝 성과 해자가 만년을 번갈았구나 莫道人人均賦授(막도인인균부수) : 사람마다 똑같이 주어졌다 말하지 말라 本無聲臭可尋天(본무성취가심천) : 하늘은 본디 소리도 냄새도 찾을 수 없으니 炎海氷山跡也孤(염해빙산적야고) : 더운 바다, 얼음 산은 자취도 외롭다 老年明白舊頭臚(로년명백구두려) : 늙어서도 그 머리는 분명 그 머리구나 江山在處無賓主(강산재처무빈주) : 강산은 있는 곳마다, 손님도 주인도 없으니 免向君王乞鑑湖(면향군왕걸감호) : 군왕께 감호를 구걸하는 일은 면하였다오 地冷柴門鳥雀稀(지냉시문조작희) : 싸늘한 가시 사립문에는 새들도 날지 않고 芰荷秋盡返初衣(기하추진반초의) : 마름과 연잎 가을에 다 시들어 처음 옷으로 바꿔 입었다 待看庭樹東西影(대간정수동서영) : 정원의 나무 동서의 그림자를 기다려 눈여겨 바라보니 消却前榮冉冉暉(소각전영염염휘) : 석양은 뉘엿뉘엿 앞 처마를 넘어가는구나 騎牛較好舊乘驄(기우교호구승총) : 소 타는 일이 말 탄 것보다 좋기만 하다 隨分狂歌草澤中(수분광가초택중) : 분수에 따라 풀 우거진 못에서 소리쳐 노래하다 至竟蠕蠕唯待化(지경연연유대화) : 결국엔 꿈틀거리다 죽을 때만 기다리노라 人生何異入窠蜂(인생하이입과봉) : 인생살이가 집에 든 벌들과 무엇이 다르리오 權將草席代芳筵(권장초석대방연) : 임시 거적자리로 꽃다운 자리 대신하니 亦有江禽勝管鉉(역유강금승관현) : 물새의 소리 또한 관현악보다 낫구나 萬事不生間計較(만사불생간계교) : 온갖 일 생기지 않고 간간이 생각할 일 생기니 老年淸寂似枯蟬(노년청적사고선) : 노년의 맑고 적막함이 매미 허물 벗은 매미 신세로다 月出波心萬濤金(월출파심만도금) : 물결에 달 떠오니, 온 물결이 금빛지고 水天晴碧解雲陰(수천청벽해운음) : 물과 하늘 맑고 푸르러 구름이 그늘 걷힌다 翛翛忽覺淸人聽(소소홀각청인청) : 우수수 이는 소리가 문득 귀를 맑게 하니 問是風音是樹音(문시풍음시수음) : 묻노니, 이것이 바람 소리인가 나무 소리인가 說仙說佛計全疏(설선설불계전소) : 신선이나 부처에 대해선 전혀 생각함이 없어 都把吾身寄太虛(도파오신기태허) : 이 내 몸 몽땅 가져다 태허에 부치노라 透得局中休歇法(투득국중휴헐법) : 세상을 쉽게 사는 법을 터득하니 亂紛紛地玩乘除(란분분지완승제) : 수다히 어지러운 곳에서 그 틈을 즐기노라 天生萬物不相關(천생만물불상관) : 하늘이 내린 만물, 서로 상관할 일 없어 妙法單傳是八還(묘법단전시팔환) : 이심전심의 오묘한 법이 바로 팔환의 방법이로다 說與先生休計較(설여선생휴계교) : 선생에게 말하노니, 계교 쓰지 마시고 人鰥何必勝官鰥(인환하필승관환) : 사람 외로움이 어찌 반드시 벼슬 외로움 이기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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