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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漢詩

안축(安軸) 다수

안축

 安軸

1287(충렬왕 13)~ 1348(충목왕 4).
고려말의 문신.

 

고향 죽계(竹溪)를 세력기반으로 하여 중앙으로 진출한 신흥유학자(新興儒學者)로 재능과 학문이 뛰어났다.

본관은 순흥(順興). 자는 당지(當之), 호는 근재(謹齋). 문과에 급제하여 전주사록(全州司錄)·사헌규정(司憲糾正)을 지내고 1324년(충숙왕 11) 원(元)의 제과(制科)에도 급제해 개주판관(蓋州判官)으로 임명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다.

고려에 돌아와 성균학정(成均學正)을 거쳐 충혜왕(忠惠王) 때 강원도 존무사(存撫使)로 파견되었다.

이때 충군애민(忠軍愛民)의 뜻이 담긴 문집 〈관동와주 關東瓦注〉를 남겼다. 1332년(충숙왕 복위 1) 판전교(判典校)·지전법사(知典法事) 재직시 파면당했다가 전법판서(典法判書)로 복직되었으나 내시의 미움을 받아 파직되었다.

충혜왕이 복위하자 다시 전법판서·감찰대부(監察大夫)에 등용되었으며, 1344년(충목왕 즉위)에 지밀직사사(知密直司事)·첨의찬성사(僉議贊成事)를 지내고 판정치도감사(判整治都監事)가 되어 양전(量田) 행정에 참여했다.

 민지(閔漬)가 지은 〈편년강목 編年綱目〉을 이제현(李齊賢) 등과 다시 편찬했고 충렬왕·충선왕·충숙왕의 실록 편찬에 참여했다.

경기체가인 〈관동별곡 關東別曲〉·〈죽계별곡 竹溪別曲〉을 지었고 문집에 〈근재집〉이 있다.

흥녕군(興寧君)에 봉해진 뒤 죽어 순흥의 소수서원에 제향되었다.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염호(鹽戶)-안축(安軸)
소금 만드는 집-안축(安軸)

老翁率子孫(노옹솔자손): 늙은이가 아들 손자 거느리고
寸刻不休息(촌각불휴식): 조금도 쉬지 못한다.
冽寒汲滄溟(열한급창명): 차가운 물을 바다에서 기르며
負重肩背赤(부중견배적): 무거운 짐에 어깨와 등은 붉어진다.
酷熱燒煙煤(혹열소연매): 뜨거운 열기와 타는 연기그을음
熏煮眉目黑(훈자미목흑): 소금을 굽느라 얼굴이 검어진다.
門前十車柴(문전십거시): 문 앞의 열 수레 땔감도
不能供一夕(불능공일석): 하루 저녁을 넘기지 못한다.
日煎百斛水(일전백곡수): 날마다 백 섬의 바닷물 달여도
未能盈一石(미능영일석): 한 섬 소금을 채우지 못한다.
若不及期程(약불급기정): 기한이라도 맞추지 못하면
毒吏來怒責(독리래노책): 혹독한 아전 달려와 호령을 한다.

 

 

추만(秋晩)-안응세(安應世)
가을은 짙어가고-안응세(安應世)

黃菊開殘故國花(황국개잔고국화) : 피고 지는 황국화, 고향의 꽃인데
寒衣未到客思家(한의미도객사가) : 겨울옷 오지 않고 고향집 그리워라.
邊城落日連衰草(변성낙일련쇠초) : 해지는 변방에 시든 풀만 우거지고
啼殺秋風一樹鴉(제살추풍일수아) : 갈바람에 죽도록 우는 나무 위 까마귀라

 

 

차안창역정허정언시운(次安昌驛亭許正言詩韻)-안축(安軸)
안창역 정자의 허정언 시를 차운하여-안축(安軸)

海上靑霞紫霧間(해상청하자무간) : 바다 위, 푸른 놀과 자색 안개 사이로
揖仙東望問三山(읍선동망문삼산) : 선동에 읍하고 삼산을 바라보고 물어본다
倚欄人未須臾駐(의란인미수유주) : 난간에 기대니 사람은 잠시도 머물지 않고
萬古千秋物自閒(만고천추물자한) : 만고의 오랜 세월에 사물은 한가하기만 하다

 

 

과철령(過鐵嶺)-안축(安軸)
철령을 지나며-안축(安軸)

乾坤設險竟何功(건곤설험경하공) : 하늘 땅이 험하니 무슨 공로인가
小賊驅民掃地空(소적구민소지공) : 작은 도둑들 백성 몰아 땅을 다 비웠구나
誰使兵權歸豎子(수사병권귀수자) : 누가 병권을 부려서 백성을 돌아오게 하나
至今遺堞起悲風(지금유첩기비풍) : 지금 버려진 성가퀴에 슬픈 바람만 이는구나

 

 

삼척 서루 팔영-안축(安軸)
隔墻呼僧(격장호승)

聳壑郡樓臨水府(용학군루림수부) : 골짜기에 솟은 누대에서 관아를 보니
隔墻禪舍倚巖叢(격장선사의암총) : 담장 건너 절하나 바위에 걸려있구나
愛僧眞趣無人會(애승진취무인회) : 승려의 참맛 좋아하여 모이는 사람 없고
十里茶煙颺竹風(십이다연양죽풍) : 십 리 먼 곳, 차 연기 대숲 바람에 날린다

 

 

삼척서루팔영7(三陟西樓八詠7)-안축(安軸)
삼척 서루 팔영-안축(安軸)

臨流數魚(임류수어)
樓下淸潭窟穴空(루하청담굴혈공) : 누각 아래 맑은 연못, 빈 굴
游魚育卵粟排紅(유어육란속배홍) : 헤엄쳐 노는 물고기 새끼, 뱉은 먹이 붉다
莘莘衆尾知多少(신신중미지다소) : 길쭉한 여러 꼬리들, 얼마나 될까
前數無窮後亦同(전수무궁후역동) : 앞의 숫자는 무수하고 뒤에도 같구나

 

 

삼척서루팔영6(三陟西樓八詠6)-안축(安軸)
삼척 서루 팔영-안축(安軸)

壟頭饁婦(롱두엽부)
婦具農飧自廢飧(부구농손자폐손) : 부녀자들 농부들 들밥 준비에 자신은 끼니 굶고
曉來心在夏畦間(효래심재하휴간) : 새벽부터 마음은 여름 밭두둑 사이에 있도다
壟頭日午催行邁(롱두일오최행매) : 대낮에 밭이랑 머리에서 갈 길을 재촉하여
餉了田夫信步還(향료전부신보환) : 농부를 배불리 먹이고, 걸음에 신이나서 돌아온다

 

 

삼척서루팔영5(三陟西樓八詠5)-안축(安軸)
삼척서루 팔영-안축(安軸)

牛背牧童(우배목동)
仰空吹笛快軒眉(앙공취적쾌헌미) : 공중 향해 부는 피리소리에 처마밑이 상쾌하고
牛背身無掩脛衣(우배신무엄경의) : 소 탄 사람의 몸에는 정강이 가릴 옷도 없도다
家在山前陂隴隔(가재산전피롱격) : 산 앞의 비탈진 언덕 넘어에 집이 있은데
雨天行趁暮鴉歸(우천행진모아귀) : 비 내려 걸음 재촉하며 달려가는데, 저물녘 까마귀 돌아온다

 

 

삼척서루팔영4(三陟西樓八詠4)-안축(安軸)
삼척 서루 팔영-안축(安軸)

臥水木橋(와수목교)
一木搖搖跨石灘(일목요요과석탄) : 바위가 여울에 걸터앉으니 흔들리는 나무다리
望來惟恐蹈波瀾(망래유공도파란) : 바라보며 오자니 물결을 밟을까 두려워진다
居民足與心曾熟(거민족여심증숙) : 주민들은 충분히 서로 마음이 맞아서
如過平途不細看(여과평도부세간) : 평탄한 길 지나는 것같아 자세히 보지 못했다

 

 

삼척 서루 팔영-안축(安軸)
依山村舍(의산촌사)

傍山煙火占孤村(방산연화점고촌) : 곁 산의 연화는 외로운 고을 차지하고
竹下紅桃臥守門(죽하홍도와수문) : 대나무 아래 붉은 복숭아 수문에 누웠다
力穡田夫皆惜日(역색전부개석일) : 애써 추수하는 농부들 모두 날을 아끼는데
戴星服役返乘昏(대성복역반승혼) : 별빛 아래 일 마치고 어둠을 타고 돌아온다

 

 

삼척서루팔영2(三陟西樓八詠2)-안축(安軸)
삼척 서루 팔영-안축(安軸)

巖控淸潭(암공청담)
流川爲陸陸爲川(류천위육육위천) : 흐르던 내가 뭍이 되고, 뭍이 또 내가 되나
有底淸潭獨不然(유저청담독부연) : 넓은 바닥 가진 맑은 못은 홀로 그렇지 않구나
看取奔灘停滀處(간취분탄정축처) : 치닫던 여울 머물러 있는 곳 바라보니
奇巖削立重難遷(기암삭입중난천) : 기암괴석 깍은 듯 서있어, 다시 옮기기 어렵다

 

 

삼척서루팔영1(三陟西樓八詠1)-안축(安軸)
삼척 서루 팔영-안축(安軸)

竹藏古寺(죽장고사)
脩篁歲久盡成圍(수황세구진성위) : 늘어진 대숲 세월 지나니 모두 울타리 되고
手種居僧今已非(수종거승금이비) : 손수 심어 사시는 스님은 지금은 계시지 않구나
禪榻茶軒深不見(선탑다헌심부견) : 스님의 선탑과 차방, 깊숙하여 보이지 않고
穿林翠羽獨知歸(천림취우독지귀) : 숲 뚫고 날아온 새들은 홀로 돌아갈 줄 아는구나

 

 

차흥부역정시운(次興富驛亭詩韻)-안축(安軸)
흥부역 정자의 시를 차운하여-안축(安軸)

千畦禾黍舞風前(천휴화서무풍전) : 춤추는 바람 앞의 천 이랑 밭 곡식
喜見農家大有年(희견농가대유년) : 농가의 풍년을 기뻐하며 바라본다
久倚陰軒淸爽足(구의음헌청상족) : 그늘진 마루에 기대니, 기분 상쾌하고
水禽飛過小溪煙(수금비과소계연) : 물새는 안개 낀 작은 개울을 날아간다

 

 

차안창역정허정언시운(次安昌驛亭許正言詩韻)-안축(安軸)
안창역 정자 허정언시를 차운 하여-안축(安軸)

海上靑霞紫霧間(해상청하자무간) : 자색 안개 속으로 푸른 노을 보이는데
揖仙東望問三山(읍선동망문삼산) : 선동에 읍하고 삼산을 바라보고 묻는다.
倚欄人未須臾駐(의란인미수유주) : 난간에 기대니 사람은 잠시도 머물지 못하는데
萬古千秋物自閒(만고천추물자한) : 만고의 세월에 사물은 스스로 한가롭다.

 

 

석상왜송(石上矮松)-최치원(崔致遠)
바위 위 작은 소나무-최치원(崔致遠)

不材終得老煙霞(부재종득노연하) : 재목이 못되어 끝내 자연에서 늙어
澗底何如在海涯(간저하여재해애) : 골짝 아래에 있든, 바다에 있든 어떠리오
日引暮陰齊島樹(일인모음제도수) : 해는 저문 그늘 끌어 섬 속 나무에 가지런하고
風敲夜子落潮沙(풍고야자낙조사) : 바람은 밤 씨앗 흔들어 조수 이는 모래에 떨어뜨린다
自能盤石根長固(자능반석근장고) : 반석에 내린 뿌리 오래도록 스스로 굳을 수 있으니
豈恨凌雲路尙賖(개한능운노상사) : 어찌 구름 길 능멸하기는 길이 아직 멀다 한탄하리오
莫訝低顔無所愧(막아저안무소괴) : 부끄럼없이 머리 숙였다 의심하지 말라
棟樑堪入晏嬰家(동량감입안영가) : 동량이 되어 안영의 집안에 들어가게 되리라

 

 

등태백산(登太白山)-안축(安軸)
태백산에 올라-안축(安軸)

直過長空入紫煙(직과장공입자연) : 공중을 바로 지나 자색 안개 속에 들어
始知登了最高巓(시지등료최고전) : 막 최고봉에 오른 줄을 이제야 알았구나
一丸白日低頭上(일환백일저두상) : 한 덩이 흰 해는 머리 위에 나직하고
四面群山落眼前(사면군산락안전) : 사면의 여러 산들은 눈앞에 떨어져있구나
身逐飛雲疑駕鶴(신축비운의가학) : 몸이 나는 구름 쫓아가니 내가 학을 탄 듯
路懸危磴似梯天(로현위등사제천) : 길이 벼랑에 걸려있어 하늘에 사닥다리 같도다
雨餘萬壑奔流漲(우여만학분류창) : 비 온 온 골짜기에 물이 휘몰려 넘치니
愁度縈回五十川(수도영회오십천) : 구비진 오십 천 물 건너 갈일 근시스럽도다

 

 

하익재상국(賀益齋相國)-안축(安軸)
상국 익제에게 하례드립니다-안축(安軸)

文圍發策得英才(문위발책득영재) : 과장에 발제하여 인재 얻고
掌試傳芳壽宴開(장시전방수연개) : 양대로 장시하여 수연을 열었습니디
白雪淸歌和寶瑟(백설청가화보슬) : 백설같은 맑은 노래 비파를 화답하고
紫霞靈液滿金杯(자하령액만금배) : 자하 맑은 신선 술 금잔에 가득합니다
門生自領門生到(문생자령문생도) : 문생이 문생들을 거느려 오고
座主親迎座主來(좌주친영좌주래) : 좌주가 직접 좌주를 맞아들입니다
多賀相公連喜慶(다하상공련희경) : 상공의 겹친 경사 거듭 하례하오니
二郞當作桂林魁(이랑당작계림괴) : 둘째 아들 마땅히 장원에 오르겠습니다

 

 

등주고성회고(登州古城懷古)-안축(安軸)
고을 옛 성에 올라 회고하다-안축(安軸)

暮天懷古立城頭(모천회고립성두) : 날은 저무는데 성머리에 서서 옛일 생각하니
赤葉黃花滿眼秋(적엽황화만안추) : 단풍과 노란 국화가 눈에 가득한 가을이로다
不覺蕭墻藏近禍(불각소장장근화) : 쓸쓸한 담장 안에 재앙이 감춰진 줄 모르고서
唯憑海島作深謀(유빙해도작심모) : 바다와 섬만 믿고서 깊은 대책으로 삼았구나
百年丘隴無情草(백년구롱무정초) : 백 년 언덕엔 무정한 풀만 무성하고
十里風煙有信鷗(십리풍연유신구) : 10리 자욱한 물보라에 믿음직한 갈매기만 있다
遙望朔方空嘆息(요망삭방공탄식) : 멀리 북녘 바라보며 헛되이 탄식 하니
一聲羌笛使人愁(일성강적사인수) : 어디서 한 바탕 피리소리 남의 시름 자아낸다

 

 

차양주공관운(次襄州公館韻)-안축(安軸)
양주 공관 시를 차운하다-안축(安軸)

名途信步不圖前(명도신보불도전) : 벼슬길 맡겨서 앞서기 바라지 않아
來往斯樓已二年(래왕사루이이년) : 이 누대에 왔다 간 지 벌써 두 해로구나
覆檻竹叢分爽氣(복함죽총분상기) : 난간을 덮은 대나무는 상쾌한 기분 나누고
廕門榕樹撼蒼煙(음문용수감창연) : 문에 그늘진 용나무는 푸른 연기를 흔드는구나
歷觀民業憂吾國(력관민업우오국) : 백성의 일을 두루 살피니 내 나라일 근심스럽고
虛負君恩愧彼天(허부군은괴피천) : 임금의 은혜 저버리니 저 하늘이 부끄럽도다
計拙未能興利路(계졸미능흥리로) : 재주가 옹졸하여 이로운 길 못일으키니
若爲溪壑湧金泉(약위계학용금천) : 어쩌면 시내 골짝에 금 나는 샘을 솟게 할까

 

 

차화주본영시운(次和州本營詩韻)-안축(安軸)
화주의 본영 시를 차운하여-안축(安軸)

萬疊山圍四望中(만첩산위사망중) : 만 겹 산이 사방을 둘렀는데
東溟隔岸水浮空(동명격안수부공) : 건너편에 동해에 물은 하늘에 떠있구나
龍爭古壘黃榆月(룡쟁고루황유월) : 용처럼 싸우던 옛성에 달이 뜨고
鴉噪遺墟老樹風(아조유허로수풍) : 까마귀 우짖는 빈 터, 늙은 나무에 바람인다
懷土重遷憐噍類(회토중천련초류) : 옛땅 그리워 지키던 백성 가엾고
棄城謀變說姦雄(기성모변설간웅) : 성을 버리고 모반한 간웅을 지금도 말하는구나
當時誰握籌邊策(당시수악주변책) : 당시 변경의 방책을 그 누가 쥐었던고
惆悵無人衣一戎(추창무인의일융) : 슬프구나, 융의 입은 사람 하나 없었도다

 

 

시일과철령(是日過鐵嶺)-안축(安軸)
이날 철령을 지나며-안축(安軸)

巨嶺橫半空(거령횡반공) : 반공을 가로 누운 커다란 고개
東西路此分(동서로차분) : 동서의 길이 여기서 갈리는구나
登高笑前將(등고소전장) : 높은 곳 올라보니 선봉장이 우습고
負險怯孤軍(부험겁고군) : 험한 곳 피하니 외로운 군사 두려워라
絶澗氷與雲(절간빙여운) : 외진 골짜기엔 얼음과 구름 일고
危峰石戴雪(위봉석대설) : 높은 봉우리엔 구름 낀 바위 있도다
無人修古壘(무인수고루) : 옛 성루 수리하는 사람 아무도 없고
天下但崇文(천하단숭문) : 세상은 다만 문치만 높이는구나

 

 

만성(謾性)-안축(安軸)
어쩌다가 짖다-안축(安軸)

碧海靑山畵不如(벽해청산화불여) : 푸른바다 푸른산은 화가도 못 그려
事稀端合置迂疎(사희단합치우소) : 들어맞는 일이 드물어 내버려 두었다
午窓睡足吏人散(오창수족이인산) : 대낮의 창에 졸음 짖고 관리들도 흩어져
讀盡巾箱數卷書(독진건상수권서) : 책상자의 몇 권의 책 모두 다 읽어버렸다

 

 

과선유담(過仙遊潭)-안축(安軸)
선유담을 지나며-안축(安軸)

潭上風煙畵淡濃(담상풍연화담농) : 못 위의 그림처럼 짙고 옅은 바람과 안개
欣然似與故人逢(흔연사여고인봉) : 반가워라, 옛 친구 만난 듯하여라
也應嗔我念念過(야응진아념념과) : 필히 나를 꾸짖고 지나갔으리니
却恐重來不見容(각공중래불견용) : 다시 오면 보지 못할까 도리어 두렵도다

 

 

영매(詠梅)-안축(安軸)
매화를 읊다-안축(安軸)

關東處處賞梅花(관동처처상매화) : 강동 곳곳에 매화를 감상하니
愛此新枝最後開(애차신지최후개) : 가장 늦어 피는 이 새 가지가 좋도다
風雨人間春掃地(풍우인간춘소지) : 비바람에 사람이 다 쓸어도
出塞仙艶映粧臺(출새선염영장대) : 세속 벗어난 신선 기풍이 화장대 비춘다

 

 

제야(除夜)-안축(安軸)
섣달 그뭄날 밤-안축(安軸)

燈殘古館轉幽幽(등잔고관전유유) : 촛불 꺼져가는 낡은 여관은 더욱 고요하고
客路難堪歲暮愁(객로난감세모수) : 나그네 신세, 세모의 근심은 참기가 어렵구나
夢罷明朝年五十(몽파명조년오십) : 내일 아침 꿈 깨면 내 나이 쉰이구나
夜深高臥數更籌(야심고와삭갱주) : 밤 깊도록 높이 누워 자주 산가지만 세어본다

 

 

백구(白鷗)-안축(安軸)
백구-안축(安軸)

矰弋元非爲汝施(증익원비위여시) : 주살은 원래 너 때문에 있는 것 아닌데
滄波萬里尙驚疑(창파만리상경의) : 만경창파 푸른 물결에 오히려 놀라 의심하나
回看今世功名路(회간금세공명로) : 이 시대 부귀공명 돌아보니
無地安然可立錐(무지안연가립추) : 편안히 서있을 곳 아무 곳도 없도다

 

 

별모(別母)-안축(安軸)
어머니와 이별하며-안축(安軸)

暮逢朝別未留連(모봉조별미류연) : 저물어 만나 아침에 이별하여 머물지 못하고
母子相持淚似泉(모자상지루사천) : 모자가 서로 붙잡고 눈물 흘리니 샘물같구나
養志光陰今漸短(양지광음금점단) : 마음으로 봉양할 날, 이제 점점 줄어드니
不知何日報恩憐(부지하일보은련) : 사랑과 은혜 어느날에야 갚을지 모르겠구나

 

 

야좌문홍(夜坐聞鴻)-안축(安軸)
밤에 기러기 소리를 듣고-안축(安軸)

月落寒空霜露淸(월락한공상로청) : 달 진 찬 공중에 서리와 이슬 맑고
雲間孤雁兩二聲(운간고안양이성) : 구름 사이로 외로운 기러기 두 세번 울고간다
秋風湖海倦遊客(추풍호해권유객) : 가을바람 부는 호수와 바다에 지친 나그네
半夜思鄕心不平(반야사향심불평) : 밤 깊도록 고향 생각에 마음이 불변하구나

 

 

과도원역1(過桃源驛1)-안축(安軸)
도원역을 지나며-안축(安軸)

山下蕭條數戶民(산하소조수호민) : 산 아래 쓸쓸한 몇 채의 민가
平生奔走馬蹄塵(평생분주마제진) : 평생을 분주히 말 발굽에 흙먼지로 살았다
田頭雨足身無暇(전두우족신무가) : 밭두렁에 발은 비에 젖고 몸은 쉴 여가 없고
名是桃源實是秦(명시도원실시진) : 명분은 무릉도원이나 실상은 진나라이라네

 

 

과송간역(過松澗驛)-안축(安軸)
송간역을 지나며-안축(安軸)

地瘠山危少廣平(지척산위소광평) : 산은 험하고 땅이 척박하니 넓은 평지는 적은데
此間何事可安生(차간하사가안생) : 이러한 곳에서 무슨 일을 하여 편안히 살 수 있을까
居民不忍離鄕土(거민불인리향토) : 주민들은 차마 고향을 떠나지 못하나니
料得流亡非本情(요득유망비본정) : 떠돌아 흩어지는 삶이 본래의 뜻이 아님을 알겠노라

 

 

취운정(翠雲亭)-안축(軸)
취운정-안축(軸)

城南新築一層樓(성남신축일층루) : 성남에 새로 일층 누각 지으니
栽種成陰地轉幽(재종성음지전유) : 심은 나무 그늘되니 땅이 더욱 고요해졌다
午日燒空紅不漏(오일소공홍부누) : 낮의 태양은 하늘을 태워도 따가운 햇볕 새지 않아
夏陰籠檻翠如流(하음롱함취여류) : 여름 그늘 난간을 두르니 물 흐르듯 푸른기운 감돈다
故人遠在誰同賞(고인원재수동상) : 친구는 멀리 있으니 누구와 같이 감상하나
馹騎催行爲少留(일기최행위소류) : 가는 말 재촉하다 조금 머물다가
舊眼稚松今已壯(구안치송금이장) : 예전에 보았던 어린 소나무 지금은 다 자라나고
登臨感念昔年遊(등림감념석년유) : 올라가 바라보니 옛날 놀던 일 생각나는구나

 

 

鏡浦泛舟(경포범주)-安軸(안축)
경포대에 배 띄우고-安軸(안축)

雨晴秋氣滿江城(우청추기만강성) : 비 걷히고 가을 기운 강 마을에 가득한데
來泛扁舟放野情(내범편주방야정) : 경포에 조각배를 띄우니 시골 정취가 솟아나네.
地入壺中塵不到(지입호중진부도) : 땅이 다 병 같은 호수에 들어와 세속의 티끌 이르지 않고
入遊鏡裏畵難成(입유경리화난성) : 사람이 거울 속에 노니니 그림으로 그리기도 어려워라
煙波白鳥時時過(연파백조시시과) : 물안개와 물결 속을 백조가 때때로 지나가고
沙路靑驢緩緩行(사로청려완완행) : 백사장에는 푸른 털빛 노새가 천천히 지나가네.
爲報長年休疾棹(위보장년휴질도) : 늙은 뱃사공에게 전하여 빨리 젓는 것을 멈추게 하여
待看孤月夜深明(대간고월야심명) : 밤 깊어 밝은 경포의 저 외로운 달을 기다려 보게 하라.

 

 

無題(무제)-安應世(안응세)
무제-安應世(안응세)

雨濕雲蒸暗海城(우습운증암해성) : 비 내려 습하고 구름은 찌는 듯한 어둑한 바닷가 성채
傷心前歲送郞行(상심전세송랑행) : 지난 해 임을 보내어 마음이 아프다오
燕鴻寂寞音書斷(연홍적막음서단) : 제비도 기러기도 적막하고 소식마저 끊기고
深院無人杏子成(심원무인행자성) : 사람 없는 깊고 큰 집에 살구만 달렸구나.

 

 

秋晩(추만)-安應世(안응세)
가을도 다지나가네-安應世(안응세)

黃菊開殘故國花(황국개잔고국화) : 늦게 핀 노란 국화꽃 고향의 꽃
寒衣未到客思家(한의미도객사가) : 솜옷이 오지 않아 집 생각 간절하여라.
邊城落日連衰草(변성낙일연쇠초) : 변방에 지는 해에 풀빛이 시들고
啼殺秋風一樹鴉(제살추풍일수아) : 살인적인 가을바람 숲 까마귀에 몰아친다.

 

 

題屛(제병)-安應世(안응세)
병풍에 제하여-安應世(안응세)

征雁來時歲事闌(정안래시세사란) : 기러기 돌아오는데 이 해도 다가고
一天秋影可江干(일천추영가강간) : 온 하늘엔 가을 그림자 강가에 머무네
世間奔走人空老(세간분주인공로) : 세상일에 바빠서 덧없이 늙어가고
湖海衡門我獨關(호해형문아독관) : 호수바다 싸리문을 나 혼자 닫는다네.

 

 

題尙左相畫鴈軸(제상좌상화안축)-蘇世讓(소세양)
상좌상의 기러기그림에 부쳐-蘇世讓(소세양)

蕭蕭孤影暮江潯(소소고영모강심) : 날 저문 강가에 쓸쓸하고 외로운 그림자
紅蓼花殘兩岸陰(홍료화잔양안음) : 그늘진 양 언덕, 남은 붉은 여뀌꽃
謾向西風呼舊侶(만향서풍호구려) : 하염없이 가을바람 향하여 옛 친구 불러보네
不知雲水萬重深(부지운수만중심) : 알지 못 하네, 구름과 물이 만 겹인 것을

 

 

登太白山(등태백산)-安軸(안축)
태백산에 올라-安軸(안축)

直過長空入紫煙(직과장공입자연) : 높은 하늘 지나, 자색 기운 자욱한 골짜기
始知登了最高巓(시지등요최고전) : 최고봉에 오른 줄을 비로소 알았네
一丸白日低頭上(일환백일저두상) : 태양은 머리 위에 나직히 빛나고
四面群山落眼前(사면군산낙안전) : 사방엔 산들이 눈앞에 다가서네
身逐飛雲疑駕鶴(신축비운의가학) : 구름을 보며 길 가는 나, 마치 학을 탄 듯
路懸危磴似梯天(로현위등사제천) : 길에는 높이 돌길 걸려 있어, 하늘로 가는 사다리
雨餘萬壑弄流漲(우여만학농유창) : 비 갠 온 골짜기엔 물이 놀이하듯 모여들고
愁渡滎回五十川(수도형회오십천) : 굽이굽이 오십 개울 어떻게 건너야하나

 

 

長安春日有感(장안춘일유감)-崔匡裕(최광유)
장안의 어느 봄날-崔匡裕(최광유)

麻衣難拂路岐塵(마의난불로기진) : 삼베옷에 먼지 틀기도 어려운데, 길은 험하고
鬢改顔衰曉鏡新(빈개안쇠효경신) : 아침에 거울 보니 귀밑머리 희고 얼굴은 늙었구나
上國好花愁裏艶(상국호화수이염) : 중국의 꽃들은 나의 시름 속에서도 곱기만 하고
故園芳樹夢中春(고원방수몽중춘) : 꿈 속 고향 동산에서, 꽃나무 봄을 맞네
扁舟煙月思浮海(편주연월사부해) : 달빛 아래 조각배 바다에 띄워 고향 가고 싶어
嬴馬關河倦問津(영마관하권문진) : 강 여기저기로 여윈 말 타고, 나루터 묻기 고달파라
祗爲未酬螢雪志(지위미수형설지) : 형설의 뜻 아직도 이루지 못하여
綠楊鶯語大傷神(녹양앵어대상신) : 푸른 버들 꾀꼬리 소리에도 마음 상하네

 

 

강릉경포대(江陵鏡浦臺)-안축(安軸;1287-1348)
강릉경포대-안축

雨晴秋氣滿江城(우청추기만강성) : 비 개니 강 언덕엔 가을 기운 완연하고
來泛扁舟放野情(내범편주방야정) : 떠오는 조각배 시골 맛을 내는구나
地入壺中塵不倒(지입호중진불도) : 땅이 병 속에 든 것 같아 흙먼지가 들지 않고
天遊鏡裏畵難成(천유경리화난성) : 하늘이 거울 속에 있는 듯 그리기도 어렵네
烟波白鷗時時過(연파백구시시과) : 자욱한 물안개 갈매기 날아가고
沙路靑驢緩緩行(사로청려완완행) : 나귀는 느릿느릿 모랫벌을 가고 있네
爲報長年休疾棹(위보장연휴질도) : 늙은 사공 생각하여 빨리 노 젓지 말라 하고
待看孤月夜深明(대간고월야심명) : 홀로 뜬 달을 보니 밤이 너무 밝구나

 

 

등주고성회고(登州古城懷古)-안축(安軸)
등주 엣 성에서 지난날을 회고함-안축

暮天懷古立城頭(모천회고립성두) ; 날 저물어 옛일 생각하며 성에 올라서니
赤葉黃花滿目秋(적엽황화만목추) ; 붉은 나뭇잎 노란꽃 눈에 가득 가을이네
不覺蕭墻藏近禍(불각소장장근화) ; 쓸쓸한 집안에 숨은 가까운 근심 모르고
惟憑海島作深謀(유빙해도작심모) ; 넓은 바다 섬에 의지해 깊은 꾀만 찾았소
百年丘壠無情草(백년구롱무정초) ; 백년 오랜 언덕엔 무정한 풀만 우거지고
十里風煙有信鷗(십리풍연유신구) ; 십리 긴 강바람과 안개 속을 백구가 날고 있소
遙望朔方空歎息(요망삭방공탄식) ; 아득히 북방을 바라보며 부질없이 탄식하니
一聲江笛使人愁(일성강적사인수) ; 어디서 들려오는 피리소리에 내 마음 서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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